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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주·임실 위기가구 비극 또 없게… 자동차 재산 기준 완화 검토한다

    울주·임실 위기가구 비극 또 없게… 자동차 재산 기준 완화 검토한다

    울산 울주·전북 임실 등에서 발생한 위기가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복지 신청주의’ 전면 개편에 나섰다. 위기 징후가 명확할 경우 당사자 동의 없이도 사회복지공무원이 금융정보를 조회해 급여를 직권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자동차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다자녀 가구와 교통 취약지역 거주자의 자동차 재산 환산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인력과 업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정은경 장관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위기가구 사망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울산 울주군에서 어린 네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 5명이 숨진 데 이어 전북 군산·임실에서도 생활고로 추정되는 사망 사건이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직권신청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금융실명제 예외 적용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정보는 원칙적으로 ‘본인 동의’가 있어야만 조회가 가능하지만 긴급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금융정보 확인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울산 네 자녀 사건에서도 지자체가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 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권고했지만, 숨진 가장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지원은 중단됐다. 다만 금융정보는 사생활의 핵심 영역인 만큼, 국가가 예외적으로 접근 범위를 넓힐 경우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동차 재산 산정 기준 완화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다자녀 가구나 교통 취약지역은 차량이 사실상 생계수단”이라며 “차량 가액이 그대로 소득인정액에 반영되지 않도록 기준을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방향 제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2024년 신규 생계급여 수급 17만 1370가구 가운데 공무원 직권신청 비율은 0.1%(198건)에 불과했다. 이명묵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대표는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가 100가지가 넘는데 정작 복지 업무는 3분의 1도 안 된다”며 “기타 행정 업무까지 계속 복지 공무원에게 몰리는 ‘깔때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직권신청만 늘리면 현장은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낙인 우려로 신청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은 상황에서 동의 없는 금융정보 조회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은 평택시청 사회복지 주사는 “지원하려고 재산을 더 들여다봤다가 숨은 금융자산이 발견돼 오히려 기존 지원이 끊기는 일도 있다”며 “통장 내역을 확인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직권신청 이후의 부담도 크다. 부정수급이 발생하면 환수와 고발까지 담당 공무원이 떠안아야 하고 감사와 민원 부담도 뒤따른다. 이 주사는 “문제가 생기면 공무원을 면책해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사이 쏟아지는 민원을 감당하기 어렵다. 금융정보 조회 관련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지 면책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직권신청은 강한 권한인 만큼 그에 맞는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정작 교육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며 “이 상태에서 위기 가구를 제대로 판단하라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 “부동산 안정 위해 ‘닥공’ 3종 제시… 재개발·재건축 400곳 신속히 진행” [6·3선거 예비후보 인터뷰]

    “부동산 안정 위해 ‘닥공’ 3종 제시… 재개발·재건축 400곳 신속히 진행” [6·3선거 예비후보 인터뷰]

    문화콘텐츠로 새 산업 에너지 창출 오 시장, 토허제 탓에 경쟁력 잃어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윤희숙 전 여의도연구원장은 22일 “국가적 패러다임이 지방 중심과 균형 발전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서울이 스스로 글로벌 도시로 치고 나가게 할 것”이라며 “세상과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새 서울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원장은 이날 여의도 ‘직진 캠프’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에게 주어진 모든 권력을 시민들을 위해서만 쓴다는 신뢰를 얻으면 그게 어마어마한 힘이 될 것”이라며 “나는 필요한 일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아주 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오세훈 시장이 20년 동안 벽화 그리기나 랜드마크 만들기만 해 서울이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날(2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공연을 예로 들며 “서울의 브랜드 가치는 하루 이틀 특정 기업이나 점주가 수익을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서울의 현장성과 상징성이 K뷰티, K헬스 등 산업 전반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K-컬처 넥서스’ 창동 건립이 그런 공약이다”라고 덧붙였다. 1호 공약으로 ‘부동산 닥공(닥치고 공급) 3종 세트’를 내놓은 윤 전 원장은 “주거 사다리가 다시 작동하려면 가격 안정이 필수고, 가격 안정은 공급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 절벽은 외면한 채 집을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를 끊임없이 가르며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며 “일단 이미 지정된 400개 구역 재개발·재건축부터 빨리 진행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전 원장은 오 시장에 대해 “4번이나 시장을 하고도 토지거래허가제와 한강버스 등을 중첩적으로 실패하면서 본인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오 시장은 후보 등록 문제로 보름 넘게 시간을 허비했다. 경선을 잘 치러내는 게 본선 경쟁력이지 자신에게 상처를 내지 말라는 것은 생떼”라고 지적했다. 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그는 ‘절윤(윤석열과의 절연)’ 결의문에 대해서는 “선거가 다가오니 마지못해 ‘강제 혁신 당하는’ 모습이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혁신이 이뤄졌으면 후보들의 어깨가 무겁지 않을 텐데 이제는 정말 후보들의 몫이 됐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강하게 ‘픽’해 다른 후보들의 존재감이 없어지는 선거를 만들었는데, 그 지지율 거품도 한순간에 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깜깜해, 엄마·아빠 사랑한다고 전해 줘”… 마지막 통화에 오열

    “깜깜해, 엄마·아빠 사랑한다고 전해 줘”… 마지막 통화에 오열

    “왜 여기 있니, 제발 다시 돌아와라”유가족, 위패 어루만지다 오열·실신주변에 있던 조문객도 눈시울 붉혀분향소 찾은 회사 대표 “정말 죄송” “우리 아들 왜 여기 있니.… 아이고 철아 다시 이리 돌아와라, 제발….” 22일 오전 대전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 고 김종철씨의 어머니는 믿기지 않는 듯 아들의 위패와 국화를 번갈아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위패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한 그는 “한 번만 안아 보자”며 아들의 이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주변에 있던 조문객들도 고개를 떨군 채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날 분향소를 찾은 고 최용석(40)씨의 유족들도 멍하니 고인의 이름을 바라보면서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부친 최병찬(66)씨는 “우리 아들은 가족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혼자 벌어 모두를 부양할 정도로 책임감이 컸다”며 “아들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 현장에 가 보니 창문도 제대로 없는 열악한 상태더라”며 “얼마나 답답했겠느냐”며 울먹였다. 옆에 있던 고인의 어린 두 아들도 따라 눈물을 쏟았다. 분향소 한쪽에서 만난 고 정두성(40)씨의 외삼촌 홍관표(50)씨는 평소 조카와 유독 가까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홍씨는 “조카가 화재 당시 여자친구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연기로 눈앞이 깜깜하다. 엄마와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며 “힘든 순간에도 부모를 먼저 생각한 효자였다”고 전했다. 정씨 가족들은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인천에서 대전으로 내려와 3시간 동안 지역 병원을 돌며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정씨가 실종자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너져 내렸다. 사고 당일 공장 인근 가족 대기실에 도착한 정씨의 어머니는 오열과 실신을 반복했다. 홍씨는 “이렇게 허망하게 보낼 줄은 몰랐다”며 “아직까지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시청 2층에 휴식 공간이 마련됐지만 위패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유족들은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주저앉아 하염없이 통곡하는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끌려가듯 부축을 받고 나서야 어렵게 분향소 앞을 벗어났다. 유족들은 자리를 벗어나서도 “너 없이는 절대 못 산다”며 통곡했다. 이들의 외침은 시청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고, 현장의 관계자들도 눈물을 훔쳤다. 이날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와 임직원 30여명도 합동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묵념을 마친 뒤 희생자 14명의 위패 앞에서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손 대표는 큰절을 올린 뒤 임직원들과 함께 분향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다만 조문 이후 사고 경위와 입장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벗어났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이날 잇따라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 세상 바꾸는 ‘행동하는 팬덤’… 아미의 성장 서사도 계속된다

    세상 바꾸는 ‘행동하는 팬덤’… 아미의 성장 서사도 계속된다

    강한 결속력으로 BTS 성장시킨 팬들가수에 물질공세 대신 사회기부 앞장BTS 인종차별 반대 100만불 기부에 단기간에 같은 금액 모아 기부 ‘화답’멤버 관심사 따라 동물·환경 보호도 2013년 6월 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상가. 데뷔한 지 2주가 막 지난 방탄소년단(BTS)의 팬미팅 현장에 150여명이 모였다. 이름조차 낯설던 신인 보이그룹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은 훗날 ‘아미’(A.R.M.Y)로 불리게 될 거대 팬덤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약 13년이 흐른 올해 3월 21일,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에 약 26만명의 아미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 상가에 모였던 팬덤은 이제 전 세계를 움직이는 집단으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거듭난 BTS의 성공을 설명할 때 아미는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팬덤을 넘어 하나의 글로벌 공동체로 자리 잡은 이들은 이제 ‘스타를 소비하는 팬’이 아닌, 아티스트와 함께 서사를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팬덤으로 꼽히는 아미는 ‘청춘을 위한 사랑스러운 대변인’(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의 약자다. ARMY는 영어로는 ‘군대’를 뜻하는 단어인데, 방탄복과 군대가 함께하듯 BTS와 팬덤 역시 언제나 함께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현재 BTS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약 7827만명, 위버스 가입자는 3368만명에 달할 정도로 그 규모는 압도적이다. 이들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2017년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BTS가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면서다. 당시 적극적인 온라인 투표와 글로벌 참여는 아미의 조직력과 영향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아미와 BTS의 강한 결속력은 역설적으로 과거의 위기에서 형성됐다. 중소 기획사 출신이라는 한계 속에서 BTS가 2015~2016년 사이 각종 루머와 공격에 시달리던 시기, 팬덤 내부에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0년 차 아미 박혜림(35)씨는 “초창기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함께 버텨낸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당시의 절실함이 지금의 팬덤 문화를 만든 기반이 됐다”고 회상했다. BTS는 팬들의 지지에 음악으로 화답했다. 팬 헌정곡 ‘둘! 셋!’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 “괜찮아 자 하나 둘 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내 손을 잡고 웃어”라는 가사는 아티스트와 팬덤이 함께 견뎌낸 시간을 위로로 승화시켰다. 청춘의 불안과 성장, 자아를 다룬 앨범 역시 팬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백정선(22)씨는 “화양연화 시리즈부터 이어진 BTS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성장 서사”라며 “그 과정을 함께했기 때문에 쉽게 떠날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정서적 유대는 ‘보라해’(I Purple You)라는 상징으로 구체화됐다. 2016년 멤버 뷔가 “무지개의 마지막 색인 보라색처럼 서로를 믿고 오래 사랑하자”는 의미로 언급한 이 표현은 팬덤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고, 이후 아미의 행동 방식까지 바꾸는 기준이 됐다. 특히 2017년 이후 팬덤 문화는 눈에 띄게 변화했다. 과거 가수를 향한 물질적인 ‘서포트’ 중심에서 벗어나 기부와 공익 활동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아미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기부 기록 플랫폼에 따르면 수년간 누적된 기부 규모는 수십억원대에 이른다. 글로벌 소액 기부 단체 ‘One In An ARMY’(OIAA) 역시 꾸준한 프로젝트를 통해 ‘큰 팬덤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아미의 또 다른 특징은 자발성과 조직력이다. 2020년 BTS가 해외 인종차별 반대 단체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자 팬들은 단기간에 같은 규모의 금액을 모아 ‘매치 기부’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아티스트의 메시지에 즉각적으로 호응하는 구조는 아미를 ‘행동하는 팬덤’으로 만든 핵심 동력이다. 팬들은 각 멤버의 관심사에 맞춘 맞춤형 기부도 이어간다.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은 진의 팬들은 관련 단체를 후원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RM의 팬들은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손을 잡고 서울 한복판에 직접 나무를 심어 ‘RM 숲’을 만들기도 했다. BTS 멤버들 역시 꾸준한 기부로 이러한 흐름에 응답해왔다. 교육, 의료, 문화유산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진 개인 및 팀 차원의 나눔은 팬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싱가포르 출신 아미 데니스 탄(31)은 “아미는 BTS의 거울 같은 존재”라며 “콘서트 후 쓰레기 정리 등 아티스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행동해왔다. 앞으로도 이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 이야기로, 빌보드까지 13년… 다시 완전체로, 세상 향해 ‘스윔’

    우리 이야기로, 빌보드까지 13년… 다시 완전체로, 세상 향해 ‘스윔’

    가사에 자신들의 성장 서사 담아내데뷔 2년 만에 지상파 음악방송 1위‘나 자신 사랑하자’ 메시지 세계 전파군백기 이후 선택은 한국의 ‘아리랑’ 5집 14개 트랙 멤버들 역량으로 채워방시혁 총괄 프로듀싱… 완성도 조율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 가운데 2013년 데뷔부터 현재까지 BTS의 행보는 단순한 K팝 아이돌 그룹의 성공을 넘어 대중음악 역사의 지형도를 바꾼 사건으로 읽힌다. 특히 그들은 자신들이 부르는 가사에 성장 서사를 투영하고 그것을 삶으로 증명해 왔다. “단 하루를 살아도/ 뭐라도 하라고/ 나약함은 담아둬”(‘노 모어 드림’) 2013년 6월 중소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했을 당시 ‘방탄복처럼 10대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일,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겠다’는 뜻의 팀명은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그들은 주입식 교육과 꿈을 강요하는 사회적 모순을 날 선 힙합 비트에 담아 노래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거대 팬덤 ‘아미’(ARMY)의 초석이 되는 팬들과 격식 없는 소통을 이어 갔다. BTS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5년 시작된 ‘화양연화’ 시리즈를 통해서다. 그들은 거친 힙합 전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청춘의 찬란함 속에 느껴지는 방황과 불안을 감성적인 멜로디로 고백했다. “하늘이 파래서 햇살이 빛나서/ 내 눈물이 더 잘 보이나 봐/ 왜 나는 너인지 왜 하필 너인지/ 왜 너를 떠날 수가 없는지”(‘아이 니드 유’) ‘아이 니드 유’로 데뷔 2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으며 후속곡 ‘쩔어’의 뮤직비디오는 해외 팬들의 리액션 비디오를 통해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바이럴을 일으켰다. 2016년에는 정규 2집 ‘윙스’의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을 통해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26위에 오르며 본격적인 글로벌 돌풍의 서막을 열었다. 2017년은 BTS가 서구권 주류 음악 시장의 견고한 유리천장을 깬 역사적인 해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저스틴 비버의 6년 연속 수상을 저지하고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으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서 ‘DNA’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멈춰 서도 괜찮아/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달릴 필요 없어/ 꿈이 없어도 괜찮아/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낙원’) BTS는 또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보편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200’ 1위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같은 해 유엔 총회에 참석해 리더 RM이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목소리를 내주세요”라고 연설한 장면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깊은 울림을 줬다.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중략) 사람들은 말해 세상이 다 변했대/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라이프 고즈 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멈춰 섰을 때, BTS는 음악으로 위로와 희망을 건넸다. 2020년 8월 경쾌한 디스코 팝 장르의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를 발매했다. 이 곡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의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라이프 고즈 온’, ‘마이 유니버스’ 등 모두 여섯 곡이 해당 차트 1위에 올랐다. 특히 ‘버터’는 10주 동안 1위를 차지하며 2021년 최다 주수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22년 6월 데뷔 9주년을 맞이해 발표한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를 기점으로, BTS는 그룹 활동을 잠시 쉬고 멤버 각자의 솔로 활동에 집중하는 ‘챕터 2’를 선언했다. 이는 끊임없이 달려온 그룹 활동에 쉼표를 찍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3년 9개월간 ‘군백기’를 마치고 완전체로 돌아온 BTS의 선택은 한국인 정서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아리랑’이다. RM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 더 리턴’ 예고편에서 “우리가 여전히 한국에서 온 촌놈이라는 사실”이라고 정의하면서 “당연하게 돌아와야 할 곳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일 정식 발매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단순히 돌아왔다는 신호가 아니라 세계적 스타가 탄생하고 발을 딛고 서 있는 뿌리, 정체성을 내세운 선언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TV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예고편은 130년 시공간을 넘어서 평행이론의 풀이로 찬사를 받았다. 1896년 5월 8일자 워싱턴포스트(WP) ‘하워드의 일곱 한국인’ 기사가 바탕이 됐다. 당시 조선인 유학생이 남긴 최초의 ‘아리랑’ 녹음 기록을 오마주하며 타국에 우리 문화를 알린 선구적인 발자취, 그리움과 극복을 공유한 멤버와 팬덤 아미의 서사와 맞닿아 역사성과 예술성, 탁월한 해석력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5집은 멤버들의 음악적 외연을 확장했다는 의미도 크다. 14개 트랙에서 RM은 거의 전곡에 이름을 올렸고 슈가와 제이홉이 10곡 이상에 참여하는 등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채워 넣었다. 여기에 미국 팝밴드 원리퍼블릭 리더이자 아델, 테일러 스위프트 등과 작업한 라이언 테더를 비롯해 실험적인 비트가 강점인 디플로, 정형화되지 않은 소리 질감을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끌어내는 플룸 등 세계적인 히트메이커들이 참여해 한국적 멜로디와 팝 사운드의 조화를 꾀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총괄 프로듀싱을 담당하며 앨범의 균형과 완성도를 조율했다. 타이틀곡 ‘스윔’은 경쾌한 얼터너티브 팝 장르로 “삶의 파도 속을 계속 헤엄쳐 나갈 거야”라는 가사처럼 다시 완전체로 세상에 나아가는 의지를 청량하게 풀어냈다. 다섯 번째 트랙인 ‘무릉도원’은 슈가가 프로듀싱에 관여한 곡으로 가야금 선율과 강렬한 힙합 비트를 섞었다. 슈가가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활동명으로 발표한 ‘대취타’(2020년 5월), ‘해금’(2023년 4월)을 잇는 국악 힙합의 정수로 꼽힌다. 8번 트랙 ‘에코스 오브 어스’는 BTS의 보컬 라인인 진, 지민, 뷔, 정국이 만들어 내는 R&B 발라드다. 긴 기다림과 재회를 메아리에 비유한 서정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마지막 트랙 ‘아웃트로: 아리랑’은 전 멤버가 참여한 대작이다. ‘아리랑’의 후렴구를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현대적으로 변주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 [열린세상] 수명 다한 87체제, 구조 개혁 시급

    [열린세상] 수명 다한 87체제, 구조 개혁 시급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정치 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이미 최정상급인 K컬처는 물론 경제와 사회 각 분야에서도 톱10을 넘보고 있다. 그런데 유독 정치만은 그렇지 않다. 1987년 국민 직선제 개헌 이후 어찌 보면 날이 갈수록 망가져 가는 느낌이 든다. 정치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우리 국민들은 지혜롭고 성숙한 민주 시민답게 이를 잘 극복해 왔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의 40~50%를 교체했다. 여야 정권 교체 또한 잘 이뤄 왔다. 그런데도 정치 수준은 왜 이런 걸까. 이제는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사람만 바꾼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람의 문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에 못지않게 제도와 구조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 정치는 여야가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는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고, 선거의 승자는 전리품을 챙기듯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 패자는 내내 다음 선거를 위한 투쟁에 나선다. 정치학자 후안 린츠가 논문 ‘대통령제와 민주주의는 차이가 있는가?’에서 지적했듯이 대통령제가 끼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승자 독식’의 결과를 지향하는 통치와 더불어 ‘제로섬게임’ 같은 강력한 요소가 도입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현행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 당선자가 스스로를 마치 ‘선출된 군주’인 양 착각하면서 승자 독식 구조와 맞물려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한 이상의 초월적 권력을 행사한다. 이런 속성 때문에 각종 이권이 모이고 결국 권력형 부정부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비교법적 측면으로 살펴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한국, 미국, 칠레 등 대여섯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분권형(이원집정제) 또는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통령제를 취하는 나라 중 연방국가로 권력 분산이 철저한 미국을 제외하면 성공한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미국도 요즘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갈등 국가라는 점이다. 남북 분단도 모자라 보수·진보, 여야, 동서, 노사 등 곳곳에서 진영 싸움이 죽기 살기로 일어나고 있다. 화합과 포용, 통합은 요원하기만 하다.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제도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갈등이 많은 나라의 권력 구조에 대해서는 아런트 레이파르트라는 학자가 ‘분열된 사회를 위한 헌법 구조’라는 논문에서 다수자(Majority)에 의한 소수자(Minority) 배제가 오히려 더 큰 갈등과 불안정을 야기하기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협의민주주의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필자는 20여년을 국회와 정당에서 일하며 줄곧 이 문제에 천착해 왔다. 정치 일선 현장에서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나라 정치제도 구조의 심각성에 대한 몇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그에 따른 승자 독식 구조는 물론 지역, 노사, 남녀 세대 간 끝없는 경쟁과 갈등이었다. 이 밖에도 87년 이후 30여년 동안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그리고 많이 변하고 있다. 특히 기본권 분야에서도 정보기술(IT) 혁명,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해 정보접근권·정보보호권 등 새로운 형태의 기본권 보장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권도 마찬가지다. 이제야말로 낡고 낡은 87년 헌정 체제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의 정치 경험과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에 걸맞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때다. 우윤근 법무법인(유)광장 고문·전 러시아 대사
  • [정정엽의 마음 처방] 전쟁의 심리학, 우리가 옳다는 착각

    [정정엽의 마음 처방] 전쟁의 심리학, 우리가 옳다는 착각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세계 경제와 일상을 흔들고 있다. 덕분에 국장의 호황으로 뒤늦게 진입한 내 계좌 역시 녹아내리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에는 더 큰 불안과 분노가 쌓인다. 이 불안과 분노는 우리라는 경계를 넘어선 상대에게로 향한다. 사람들은 팩트를 체크하기보다 본능적으로 묻는다. ‘어디가 옳은가?’ 한쪽은 정의가 되고, 다른 한쪽은 응징의 대상이 된다. 전쟁은 단지 군사력의 충돌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자신의 확신을 진실 자체로 믿는 마음의 구조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왜 그토록 쉽게 ‘우리는 옳고, 너희는 틀리다’는 구도로 세계를 단순화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수많은 갈등은 ‘내가 옳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라는 자기 검열과 불안이 남아 있다. 팩트나 논리에 대한 싸움이기에 증거를 들이밀면 입장을 바꿀 여지가 있다. 이 믿음이 ‘우리’의 것이 되는 순간 불안은 사라지고 확신이 된다. ‘소속감’과 ‘생존’의 문제로 변질되는 것이다. 폭력을 행사해도 그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집단’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죄책감은 사라진다. 심지어 집단의 이름으로 적을 공격할 때 그것을 숭고한 희생이나 정의로운 심판으로 착각하게 된다. 때문에 수많은 개인은 ‘우리’라는 집단으로 숨고자 한다. 뇌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옥시토신은 사랑과 신뢰의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를 사랑하게 만드는 물질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우리 편’을 더 우리 편답게 느끼도록 만드는 물질에 가깝다. 이 호르몬은 세계를 둘로 나눈다. ‘지켜야 할 우리’와 ‘막아야 할 그들’로 말이다. 심리학자 앙리 타지펠은 이 오래된 본능을 ‘최소 집단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으로 보여 주었다. 그는 사람들을 동전 던지기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기준으로 나누었다. 그렇게 우연히 갈린 집단에서도 사람들은 곧바로 ‘우리’를 더 후하게 대하고 ‘저들’에게는 덜 주려는 경향을 보였다. 인간은 깊은 사상이나 역사적 원한이 없어도 단지 경계선이 그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편을 만들고 차이를 키운다. 심리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인 ‘우리는 옳다’ 법칙이다. 이 얄팍한 경계선이 역사적으로 가장 비극적인 전쟁들을 일으켰다. 오늘날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세대 및 젠더 갈등, 정치적 양극화의 밑바탕에도 똑같은 심리가 흐르고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을 향해 날 선 댓글을 달며 분노할 때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라는 개인이 ‘우리’라는 집단에 숨어 자기 검열을 피하며 불안과 죄책감을 없애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나라는 개인의 생각과 우리라는 집단의 생각이 다름을 알아차려야 한다. ‘나’와 ‘나의 마음’을 나누어 ‘나의 마음’이 계속 주입하는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실제로 그런지 ‘나’가 물어봐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폭력은 악당의 얼굴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가 옳다”는 정의의 얼굴로 찾아온다. 이 서늘한 진실에 직면할 때 비로소 세상을 둘로 가르는 무의미한 일상의 전쟁도 멈출 수 있다. 정정엽 광화문숲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처단(정보라 지음, 상상스퀘어) “연대하는 동지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옥상을 지키던 노동자들과 옥상을 지키는 동지들을 지키던 사람들은 훗날을 기약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쌀을 키우고 닭을 키우고 배와 자두를 키우던 사람들은 먹고살 수 없을 만큼 쌀값이 떨어지고 배와 자두와 닭이 모두 더위에 말라죽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오래전부터 싸우고 있었다.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좀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기다릴 수 있었다. 함께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저주토끼’, ‘너의 유토피아’ 등을 통해 고통과 상실, 행동과 개척의 과정을 그려낸 정보라 작가가 ‘만약 그날 계엄을 막지 못했더라면’이라는 가정으로 글을 썼다. 12·3 비상계엄의 날, 가족의 수술 때문에 대구 지역 병원에 있던 작가는 포고령에 있던 ‘의료인 처단’ 부분에 누구보다 공포를 느꼈다. 이때 쓰기 시작한 소설엔 약자에게 제일 먼저 다가오는 절망이 드러난다. 여전히 혹독한 현실이지만 투쟁하고 연대하며 발아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 희망이 엿보인다. 176쪽, 1만 4000원. 양배추를 응원해 주세요(온선영 지음, 홍주연 그림, 창비) “콜라비를 안고 걸어오는 아주머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 ‘꼭꼭 숨어서 마음껏 노래 불러. 어떤 꿈이라도 꿈꾸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래. 나는 너 믿어!’// …네가 꾸는 꿈, 응원할게!” 체육대회 주전 선수를 뽑는 운명의 날, 축구를 사랑한 양현찬이 양배추가 됐다. 등교했더니 이리저리 차이기만 한다. 학교 텃밭에서 다른 채소들의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양배추로 사는 건 고된 일이다. 그래도 용기 내 축구를 해볼까. 자고 일어나니 양배추가 됐다는 독특한 설정 안에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았다. 80쪽, 1만 2800원. 사랑, 은혜, 감사, 행복(이제영 지음, 시간의물레) “사랑은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뿌리이며, 은혜는 그 사랑이 세상 속에서 흘러가는 방식이다. 감사는 그 은혜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이고, 행복은 그 모든 흐름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피어나는 열매이다.”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누구에게 은혜를 입고 살았나, 감사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나, 행복은 멀리 있는 특별한 순간일까.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응답으로서 사랑과 은혜, 감사와 행복을 시로 썼다. 작은 위로와 용기를 주고 삶을 새롭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길 소망하며 쓴 시를 담았다. 98쪽, 1만 1000원.
  • 말 뒤에 숨은… 날것의 마음을 캐내다

    말 뒤에 숨은… 날것의 마음을 캐내다

    말·욕망으로 마음이 더럽혀지기 전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원형 탐색설화 속 소재로 재치 있게 말 비틀어 우리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자. 세상의 온갖 말과 욕망으로 더럽혀져 있는 그것. 그래서 시인은 ‘생(生) 마음’을 찾는다. 날것 그대로의 마음은 어떨까. 흔히 백지에 비유되고는 하는데, 정말로 그럴까.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최초의 마음. 김복희(40) 시인의 새 시집 ‘생 마음’은 거기서 시작한다. 이 시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음의 한 연구’라고 할 수 있겠다. “아 이 마음// 백지에 놓기 위해/ 백지부터 만들기로 한다/ 처음부터 내 손으로 할 일/ 내 땀 내 피로 할 일 … 생 마음은 독한 것이군/ 소금에도 곰팡이 난다는데/ 소금보다 더 독한 것이군/ 생사람 잡듯 마음을 잡는다 … 백지를 가리키며/ 말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넌지시 보여줄 수도 있으리라/ 생 마음은 독하지만 정한 것이라고”(‘생 마음’ 부분) 김복희보다 훨씬 앞서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골몰했던 자가 있다. 바로 부처다. 시인은 이 대선배를 깍듯이 예우한다. 시집 곳곳에서 부처의 이름을 ‘샤라웃’(Shout out)하고 있다. 제목들을 보자. ‘하느님 부처님 외로운 선생님’, ‘부처님 가운데 토막’, ‘저승서 부처님 기다리듯’…. 그중에서 ‘부처의 목’이라는 시가 퍽 재밌다. “배추를 나르는데/부처의 목이 들린 것이다/ 보살님 이거 배추 아닌 거 같아요/ 옆의 보살님은 울력에 여념이 없으시고/ 배추가 배추지요 만면에 웃음까지 띠신다/ 나는 허리를 펴고 스님을 찾는다/ 하지만 배추가 너무 많다/ 배추가 쌓인다 … 부드러운 흙으로 만든 부처님/ 이라면/ 물에 녹아 배추에 다 스몄을 것이다/ 얼마나 부드러운 거슬림일까/ 한 입 한 입/ 쌀밥에 침 섞어 삼킬 수 있는// 정말로 부처를 본뜬 부처라면”(‘부처의 목’ 부분) 대선배를 존경하는 줄 알았는데 글쎄, 부처의 목을 홀랑 ‘배추’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고는 ‘쌀밥’과 함께 꿀꺽 삼킨단다. 이래도 되나. 불경한 것 아닐까.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부처가 추구했던 부처의 마음일 수도 있겠다. ‘나’를 고집하지 않는 것. 대신에 부드러운 흙이 되는 것. 아삭한 배추가 되는 것. 그리하여 누군가를 위한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되는 것. 지상에서 그것만큼 거룩한 일이 어디 있을까. “얼굴이 자꾸 당신에게로 흐른다/ 얼굴이 온통 당신에게로 느슨해진다/ 눈 코 입 귀가 다 저항하는데/ 아 그렇다면 흐르는 건 피부로군/ 가죽이로군/ 나지막하군/ 여기 있으면 누가 죽이기라도 하나/ 살려고 용을 쓰네 참나”(‘가죽을 남김’ 부분)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과 ‘가죽’은 마음의 반대다. 그것들은 자꾸만 ‘당신’에게로 가려고 한다. “당신의 눈 코 입 귀 위/ 그늘/ 심장 폐 허파/ 드리우려고/ 가는/ 가죽/ 온통 당신 앞에/ 아무것도 아닌 채/ 있으려고 가는”(‘가죽을 남김’) 당신에게 가봤자 ‘아무것도 아닌’ 게 될 뿐이다. 그러나 자꾸 나의 얼굴과 가죽은 당신에게로 가려고 한다. 존재의 무게를 잊고 편하게 가서 의탁하려고 한다. 안 될 일이다. ‘나’를 붙잡아야 한다. 시 쓰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누구도와 아무도를 배우는 요정/ 요정이 처음 시를 배우겠다고/ 인간이 쓰는 시를 배우겠다고//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나’를 쓰는 법부터 가르쳤다/ 요정은/ ‘나’를 향해/ 멀리 돌아가는 시를 쓴다// 누구도와 아무도를 알려준 날// 요정은/ 시에 외롭다는 말을 없애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요정을 가르치기’ 부분) 김복희는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 ‘보조 영혼’ 등의 시집을 썼다. 이번 시집은 시 안에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한국의 설화에서 여러 소재를 가지고 왔다. 관습적으로 쓰이는 우리말의 문장을 재치 있게 비틀어 시를 전개하는 지점들이 반짝인다. 언어 습관 뒤에 감춰진 우리의 ‘생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려는 듯하다.
  • [책꽂이]

    [책꽂이]

    책임지지 않는 권력(제임스 커런·진 시튼 지음, 김예란·정준희·이성민·김경화 옮김, 컬처룩) 언론이 지금까지와 달랐다면 세상은 얼마나 바뀔 수 있었을까.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세계적 석학 2인이 신문과 방송의 역사부터 뉴 미디어,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역사를 비판적으로 돌아보며 미디어의 책임과 권리라는 본질에 관해 묻는다. 미디어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800쪽, 4만 8000원. 우리의 삶은 제조된다(팀 민셜 지음, 김태훈 옮김, RHK) 팀 민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제조업연구소 소장은 화장지부터 비행기까지 우리 삶을 지탱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 손에 들어오는지 생산부터 배송을 거쳐 소비에 이르는 여정을 추적한다. 그 물건들을 만들고 배송하기 위해 연중무휴로 가동되는 제조 시스템의 숨겨진 속살을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그는 취약한 글로벌 제조 시스템의 개선 방안과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396쪽, 2만 3000원. 완벽한 원시인(자청 지음, 필로틱) ‘역행자’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자청이 이번에는 인류의 기원을 붙잡고 돌아왔다. 전작이 전략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그 전략을 끝까지 실행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을 묻는다. 이 책은 구석기의 뇌로 첨단의 시대를 돌파해야 하는 현대인을 위한 ‘인체 복구 설명서’과 같다. 464쪽, 2만 2000원.
  • 성경책 지게에 얹고 버선 속엔 독립선언서… 선교사들 발자취 따라 저 깊은 ‘나’를 만나다

    성경책 지게에 얹고 버선 속엔 독립선언서… 선교사들 발자취 따라 저 깊은 ‘나’를 만나다

    #감리교 선교 발상지 강원도춘천엔 ‘지게 전도사’ 이덕수 자취 방탕한 청춘 접고 복음 전파 실천 고성엔 2대째 헌신한 닥터 홀 흔적선교 위해 이역만리 조선으로 떠나자유와 평등 가치 전파 위해 사역 아들은 결핵 퇴치 ‘X- mas실’ 보급#3·1운동 불길 이어간 양양·강릉 버선 속에 독립선언서 숨긴 조화벽만세고개에서 청년들과 독립 함성버스가 강원 고성군 진부령을 향해 굽이굽이 오르는 동안 함박눈이 쏟아졌다. 도로는 뱀처럼 꼬였다. 최신형 고속버스도 이 고개에서는 속도를 낮춰야 했다. 1890년대 성경책을 지게에 얹고, 혹은 버선 속에 독립선언서를 숨기고 이 산을 넘었을 기독교인을 떠올리니 가슴이 서늘하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주최로 최근 진행된 강원도 기독교 근대문화유산 탐방에 동행했다. 춘천, 고성, 양양, 강릉, 원주를 잇는 약 420㎞ 여정이다. 초기 선교사들의 과거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가난했어도 결코 부끄럽지 않았던 우리 과거와 마주한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 유적지 답사는 우리 내면을 찾아가는 여행과 의미가 같다. 이번 여정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감리교’다. 국내 개신교 중 가장 규모가 큰 교단은 장로교이지만, 유독 강원도만은 감리교의 위세가 압도적이다. 이는 기독교 선교 초기의 ‘선교 지역 분할 협정’ 때문이다. 효율적인 선교를 위해 각 교단이 맺은 약속이었다. 3·1운동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일제강점기 조선 땅에서 독립운동이 불붙기 시작할 때 기독교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강원 지역도 마찬가지다. 다만 당시 기독교인들이 한강 이남에서 흘린 피의 역사가 더 광범위하게 알려졌을 뿐이다. ●한국인 전도사 성지 ‘예술마당’ 변신 가장 먼저 갈 곳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춘천시 중앙감리교회다. 물론 기독교 선교 초기의 강원권 ‘선교 루트’는 이와 달랐다. 조선 말기엔 북한 지역의 교통망이나 산업 발전 정도가 남한보다 우세했다. 게다가 강원도는 진부령과 대관령 등 험준한 산악 지형에 막혀 접근이 힘든 지역이었다. 이 탓에 초기 선교사들은 상대적으로 평탄한 원산(당시에는 강원도, 현재는 함경남도)까지 육로로 간 뒤, 뱃길을 이용해 고성과 양양, 강릉 등으로 남하하는 경로를 택했다. 강원 지역 선교의 특징은 한국인 전도자들의 활약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춘천 지역이 그랬다. 1898년 세워진 춘천중앙교회는 강원 지역 초기 복음화의 중심지다. ‘지게 전도사’로 불린 이덕수(1858~1910) 전도사가 성경을 지고 장터와 마을을 돌며 복음을 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젊은 시절 술과 노름에 빠졌던 그는 복음을 만나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매일 성경책과 전도 책자를 지게에 가득 짊어지고 춘천 시내를 누볐다고 한다. 춘천중앙교회 초기 모습 가운데 현재 남은 건 1950년대 본당이었던 적벽돌 건물이다. 1955년 예수교 병원을 인수해 예배당으로 썼다. 현재는 춘천시에서 매입해 춘천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각 당시의 단아한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춘천미술관 뒤는 중앙교회가 1970년 건축한 이른바 ‘아폴로 예배당’이다. 교회 생김새가 아폴로 우주선을 닮아 이런 별칭을 얻었다. 현재는 복합 문화공간인 ‘봄내극장’으로 쓰인다. 춘천에선 이 일대를 ‘춘천예술마당’이라 부른다. ●태평양 건너온 청진기와 만나다 초봄에도 함박눈 퍼붓는 진부령을 넘어서니 고성군이다.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화창하다. 영서와 영동의 날씨가 서로 딴청을 부리는 듯하다. 고성군에서 만난 기독교 성지는 화진포호다. 송지호와 더불어 고성군을 빛내는 두 개의 맑은 눈동자다. 화진포호는 나라 안에서 가장 큰 석호(潟湖)다. 내륙의 자연호수와 달리 담수와 해수가 뒤섞였다. 호수 주변에 이승만, 이기붕 등 당대 권력자들의 별장이 몰려 있다는 것만으로 화진포호의 빼어난 자태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셔우드 홀 선교사 가족이다. 2대를 이어 한국 선교에 헌신한 미국·캐나다 출신의 의료 선교사 가문이다. 화진포호 초입에 홀 선교사 가족을 기념하는 ‘화진포 셔우드 홀 문화공간’이 있다. 문화공간의 명칭이 된 셔우드 홀(1893~1991)은 한국 최초로 ‘크리스마스실’을 보급하는 등 결핵 퇴치에 앞장선 인물이다. 현재 ‘김일성 별장’이라 불리는 건물을 1938년에 처음 지은 뒤 ‘화진포의 성’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붙인 이도, 이 일대를 외국인 선교사 휴양지로 조성한 이도 그다. 이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다. 2대에 걸친 이 가족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셔우드 홀의 부모는 윌리엄 제임스 홀(1860~1894)과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한국 이름 허을) 부부다. 미국 출신의 의사 커플이었던 둘은 조선에 들어와 평양 선교를 담당하게 된다. 이때 태어난 아들이 셔우드 홀이다. 당시 평양 주민들은 갓 돌을 지난 서양인 아기를 무척 신기하게 여겼고, 부러 구경을 오기도 했다. 이를 선교에 활용한 것이 이른바 ‘구경 선교’다. 그러나 곧이어 발발한 청일전쟁 와중에 부상병을 돌보던 윌리엄 홀이 전염병으로 요절한다. 남편의 부재에도 새색시나 다름없던 ‘허을 여사’의 조선에 대한 헌신은 멈추지 않았다. 그 절절한 과정이 ‘셔우드 홀 문화공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내 심장도 조선과 함께 뛴다” 문화공간 1층은 로제타 홀, 2층은 셔우드 홀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1층에 들어서면 로제타 홀이 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40일간의 기록을 담은 ‘두루마리 기행 편지’가 객을 맞는다. 고향 집에 보내기 위해 폭 17㎝의 한지 34장을 이어 붙인 편지다. 미국에서의 보장된 삶을 뒤로하고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일을 하겠다”며 불모의 땅으로 향했던 20대 여성 의사의 두려움과 절절한 심정이 담겼다. 허을 여사는 흔히 ‘한국 맹아의 어머니’라 불린다. 평양에 맹아학교를 설립하고 한글 점자를 최초로 사용하는 등 앞을 못 보는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여성의 건강권 보장과 여성 의료인 양성이다. 1890년 조선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녀관’(이화여대 병원의 전신)을 세웠고, 조선 최초의 여의사인 박 에스더(본명 김점동) 등 여성 의료인을 길러냈다. ‘보구’는 보호하고 구한다의 앞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이번 여정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이었던 문장 “나의 청진기로 조선 사람들의 심장을 진찰할 때면 내 심장도 조선과 함께 뛴다”는 말을 남긴 것도 이 즈음이다. 동행한 한교총 대표회장 김정석 목사는 “소외되고 억눌린 이들과 여성, 장애인 등 약자를 섬겼던 로제타 셔우드 홀 같은 선교사들이 확산시킨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의 가치가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심은 씨앗은 아들에게 이어졌다. 셔우드 홀은 어머니가 애정을 쏟았던 ‘이모’ 박 에스더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결핵 퇴치에 헌신하기로 마음먹는다. 1928년 국내 최초 근대 결핵 요양원인 해주구세요양원을 세웠고, 1932년에는 숭례문 도안이 담긴 한국 최초의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했다. 그는 일제의 탄압으로 1940년 강제 출국당하기까지 모두 아홉 차례 크리스마스실을 내놓았다. ‘화진포의 성’은 1940년 일제가 스파이 혐의로 셔우드 홀을 추방하면서 그의 손에서 떠났다. 광복 뒤 이 지역이 38선 이북이 되자 김일성 일가가 휴가 때 사용했다. 그래서 ‘김일성 별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랑과 헌신으로 쌓은 돌집에 분단의 상처가 덧씌워진 것이다. ●두 여성의 길이 만나는 곳 고성에 로제타 홀이 있다면 양양에는 조화벽(1895~1975)이 있다. 유관순 열사의 올케라고 소개하면 좀 더 알기 쉽겠다. 로제타 홀과 조화벽은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삶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려움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 한 사람은 청진기로, 또 한 사람은 버선 속 문서로 세상을 바꾸려 했다. 로제타 홀은 이 길이 옳은 길이기를 되뇌며 태평양을 건너는 배에 몸을 실었고, 조화벽은 버선 안에 독립선언서를 숨기고 일제의 검문소 앞에 섰다. 조화벽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양양군 현북면 7번 국도에 있는 만세고개다. 1919년 4월 4일, 3·1 운동의 불길이 활활 타오른 곳이다. 양양 만세운동의 구심점인 조화벽은 감리교 전도사인 아버지와 전도부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미국 선교사가 개성에 세운 호수돈여학교에서 공부하며 독립운동에 눈을 뜬 그는 일제의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 양양으로 돌아가야 했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는 독립선언서를 버선 속 깊이 숨겼다. 검문소를 지날 때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천신만고 끝에 고향 땅을 밟은 조화벽은 선언서를 꺼내 양양 지역의 감리교 청년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 소식은 들불처럼 번져 만세고개에서 독립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연인원 1만 5000명이 참여한 이 시위에서 3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 만세고개에서 내려오는 길, 발아래로 양양의 들판이 펼쳐졌다. 조화벽이 걸었을 그 길에 봄볕이 내리쬐고 있다. 고개는 지금도 그가 남긴 용기를 붙들고 있는 듯하다. ●만세운동과 근대 의료의 자취 강릉중앙교회(1901년)는 영동 지방 선교의 모태다. 이 교회 안경록(1882~ 1945) 목사는 1919년 4월 2일, 교회 청년들을 이끌고 장날 태극기를 뿌리며 시위를 주도했다. 전설적인 ‘원산 대부흥’의 주역인 캐나다 출신 남감리회 선교사 로버트 하디(1865~1949) 기념관도 교회 옆에 마련됐다. 원주에서는 1913년 앤더슨 선교사가 세운 ‘서미감 병원’을 만났다. 스웨덴의 서(瑞), 미국의 미(美), 감리교의 감(監) 머릿글자를 딴 이름에서 보듯, 여러 나라가 협력해 설립했다. 원주기독병원을 거쳐 지금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이어졌다. 병원 구내에 모리스 선교사 사택(국가등록문화재)이 남아 있다. 1918년 건립돼 현재는 의료사료관으로 쓰인다. 도움말:홍승표 아펜젤러 인우교회 목사·교회사 박사 ■여행수첩 춘천시 외곽의 ‘감자밭’은 베이커리 카페다. 대표 메뉴는 감자빵이다. 쫀득한 겉피에 고소하고 달달한 으깬 감자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고구마빵도 비슷하다. 소양호 아래 신북읍에 있다. 무수히 많은 속초시 해변의 횟집을 보며 ‘선택 장애’가 생긴다면 ‘스끼다시짱 횟집’을 권한다. 양이 푸짐하고, 내는 음식도 다양하다. 원주시 ‘기름장’은 돼지고기 맛집이다. 갈매기살, 항정살 등 다양한 부위를 푸짐하게 내온다. 맛도 정갈하다. 원주 세브란스 병원 인근에 있다.
  • 쪼개지는 檢… 與 주도 공소청법 오늘 처리

    쪼개지는 檢… 與 주도 공소청법 오늘 처리

    민주 오늘 의결 뒤 중수청법 상정국힘 “악법” 필리버스터 맞대응 검찰청을 대신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법안이 20일, 21일 차례로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은 두 기관으로 나누어져 각각 기소와 수사를 책임지게 된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공소청 설치법안은 1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국민을 위해 빛난 적 없는 검찰, 오욕의 역사로만 기록된 부패 검찰, 정치검찰을 오늘 폐지한다”며 “검찰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인권을 옹호하고 억울한 국민을 보호하는 공소청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정청이 막판 조율 끝에 내놓은 공소청법은 검찰의 특별사법경찰 관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폐지하고 검사의 직무 권한을 법률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수사·기소 분리에 따라 공소청은 기소만 담당하게 되며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 등 3단 체계로 운영된다. 공소청 검사의 직무는 공소 제기 여부 결정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으로 규정했다. 공소청의 장은 위헌 논란이 제기된 만큼 기존 ‘검찰총장’ 명칭을 유지하기로 했다. 현행 검찰청법에는 없는 ‘권한남용 금지’ 조항도 이 법안에 포함했다.  검사의 징계 사유로 ‘파면’을 명시함으로써 탄핵 절차 없이도 검사의 파면을 가능케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지난 70여년 동안 무소불위를 휘두른 검찰의 전횡을 제도적, 법적으로 차단하고 제자리로 돌려놓게 되는 마지막 여정이 오늘 시작된다”며 “독점적 권력을 행사해 온 검찰을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게 돌려내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소청·중수청 법안을 ‘검찰폭파’ 2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본회의 입장 전 규탄대회를 연 국민의힘은 곧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권의 소위 검찰개혁은 결국 ‘최악의 악’으로 결론 났다”고 주장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선량한 국민의 기본권을 포기하고 범죄자 세상을 열겠다는 이재명 정권의 폭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뒤인 20일 오후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법안 처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어 중수청 법안을 상정하고 21일 오후 의결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두 법안은 공포 과정을 거쳐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된다. 한편 여야는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명단을 이날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일방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조 계획안이 통과될 수밖에 없으므로 불가피하게 참여해 치열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 [포착] 영유아 64명 성 학대한 소아성애자에 자유를?…가석방 심사 시작

    [포착] 영유아 64명 성 학대한 소아성애자에 자유를?…가석방 심사 시작

    영국에서 최악의 소아성애자로 꼽히는 남성이 가석방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18일 “콜린 블랜차드(54)가 ‘극단적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가석방이 거부된 지 2년 만에 또 다시 가석방 심사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랜차드는 2011년 당시 SNS로 알게 된 어린이집 여성 교사를 설득해 영유아 64명을 성적으로 학대하게 만들고,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소지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시작했다. 14년째 교도소에 있는 그는 2024년 가석방을 신청했으나, 당시 심사단은 그가 여전히 극단적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다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아동학대범인 그가 또다시 가석방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 언론은 “그의 사건은 향후 몇 주 안에 전문가 심사단에 의해 평가될 예정”이라면서 “심사단은 지난 2년 동안 그가 교도소에서 보인 행동과 현재 상태 등을 분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미 2년 전 그와 관련해 혹독한 보고서가 나온 만큼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서 큰 분노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영국 가석방심사위원회 측은 “법무부 장관이 콜린 블랜차드의 가석방 심사를 가석방심사위원회에 회부했으며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면서 “위원회의 결정은 오로지 수감자가 석방될 경우 대중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과 그 위험이 지역사회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단이 범죄로 인한 피해와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구두 심리에 앞서 수백 장에 달하는 증거 자료와 보고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을 충격에 빠뜨린 콜린 블랜차드 사건콜린 블랜차드 사건은 물리적 조작이 없는 완전한 온라인상에서 성 착취 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더욱 충격을 줬다. 당시 그는 SNS로 어린이집 교사, 평범한 가정주부 등을 유혹한 뒤 철저히 온라인 상에서만 이들을 만나며 마음을 빼앗았다. 이후 해당 여성들에게 가까이에 있는 영유아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도록 시킨 뒤 그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 등을 전송하도록 했다. 직접 손을 대지 않고 타인을 통해 범죄를 실행하게 한 것이다. 평소 성실한 직장인의 이미지였던 블랜차드의 범죄는 우연한 계기로 세상에 드러났다. 그의 동업자가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블랜차드의 이메일 계정을 우연히 열었다가 아동 학대 이미지 다수를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블랜차드 뿐 아니라 그의 지시에 따라 영유아를 성적으로 학대한 여성들도 모두 체포됐다. 당시 사건은 피해자가 대부분 영유아인데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은밀하게 장기간 범죄가 지속된 탓에 발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편 블랜차드의 가석방 심사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 영조도 인정한 ‘왕사남’ 엄흥도의 충절

    영조도 인정한 ‘왕사남’ 엄흥도의 충절

    “고을 사람들이 말하기를 ‘당초 노산군이 세상을 떠났을 때 온 고을이 두려워하면서 허둥대었는데, 고을의 아전인 엄흥도란 사람이 찾아가 곡하고 관을 갖추어 장사를 지냈다’ 한다.” ‘중종실록’ 11년(1516) 12월 10일 기사에 실린 엄흥도 이야기다. 최근 누적 관객 13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계기로 재조명되고 있는 엄흥도의 충절을 엿볼 수 있는 고문서가 공개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733년 병조에서 엄흥도의 후손에게 내린 ‘완문’(관부에서 발급한 문서)을 처음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 가로 205㎝, 세로 37.4㎝ 크기인 이 문서에는 영조의 명에 따라 엄흥도의 6대손 엄철업 등에게 군역과 잡역을 면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도서관은 2019년 영월엄씨 충의공계 광순문 종친회로부터 완문과 영월엄씨 족보 등을 기탁받아 보관해왔다. 도서관은 기탁자의 동의를 받아 이달 24일부터 서울 서초구 도서관 본관 1층 열린마당에서 열리는 특별전에서 완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춘원 이광수의 장편소설 ‘단종애사’ 속 단종의 마지막 부분을 필사본(1930년대)과 인쇄본(1935년)으로 함께 보여준다. 이와 함께 단종이 삼촌인 세조에게 쫓겨나 청령포로 유배 가는 과정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영인본 등도 볼 수 있다. 엄흥도의 행적과 관련 기록을 모아 편찬한 ‘증참판엄공실기’, ‘충의공실기’ 등 주요 문헌도 소개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국가가 엄흥도의 충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의 후손을 대우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라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귀중한 기록유산인 고문헌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삶과 죽음의 ‘강박적 집착’… 허스트, 인간의 욕망을 묻다

    삶과 죽음의 ‘강박적 집착’… 허스트, 인간의 욕망을 묻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 50여점40년 작품 세계 폭넓게 보여줘英 ‘리버 스튜디오’ 재구성 공간미완의 작업… 과정 자체에 주목 절단된 소머리와 파리들,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해골,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박제된 상어…. 매번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와 자극을 극대화한 전시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61)가 서울에 상륙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은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를 20일부터 선보인다. 지난해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전시로 94일간 53만 3000여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던 현대미술관이 야심 차게 내놓은 블록버스터급 해외 작가 전시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허스트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약 40년에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한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 그 틈에서 발현되는 강박을 진열장에 풀어놓는다. 전시는 영원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와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의 조합으로 화제가 된 ‘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오브제를 콜라주한 초기 작품 ‘작고 붉은 바퀴로부터의 확장’, 회전하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부어 제작해 우연과 무작위성에 대한 은유로 읽히는 ‘스핀 페인팅’ 연작, 삶과 죽음을 처절하게 직면하게 하는 상어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등도 만날 수 있다. 또 인간의 생명을 지속해 주리라는 과학적 믿음을 상징하는 약장이 마치 종교적 성물처럼 전시되는가 하면, 박제된 나비를 사용한 삼면화를 통해 아름다움의 잔혹한 실체를 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허스트는 골드스미스 대학교 재학 중이던 23세에 직접 기획한 그룹전 ‘프리즈’(1988)를 통해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는 낡고 방치된 부두의 창고에서 개최됐는데, 참여 학생들이 공간을 직접 연출하고 기업 후원으로 도록을 만들어 홍보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때 모인 작가들이 ‘YBA’라 불리는 새로운 예술가 세대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이 전시는 영국 산업의 폐허 위에서 영국 미술의 지형을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꾸준히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욕망에 주목했다. 인간은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영생을 향한 욕망,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 의학과 과학에 대한 맹신, 수집과 통제에 대한 강박적 집착을 갖기도 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사빈 학예연구관은 “죽음 자체를 전시함으로써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재정의한 작가”라며 “종교를 대체한 과학, 과학과 결탁한 자본 등을 숨기지 않고 직접 예술의 소재로 내세운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행보에 있어서도 금기와 관례를 깨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음반을 낸 이력도 있다. 18일 검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기자간담회 현장을 찾은 허스트는 “40년 동안 활동하면서 제가 쌓아온 내용이 굉장히 잘 전시됐다”며 “작품에 제가 하고픈 메시지가 다 담겼다”고 말했다. 전시장 말미에는 런던에 위치한 허스트의 작업실 ‘리버 스튜디오’를 재구성한 공간이 꾸려졌다. 이 공간은 미완의 작업들이 전시돼 있으며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장과는 달리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주목한다. 그 현장을 본다면 “세상에, 다음엔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니?” 그의 어머니가 그의 새로운 작품 계획을 들을 때 종종 했던 말을 내뱉을지도 모른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 “내 이야기가 온 세상 울릴 때까지”… 광화문 글판이 전하는 BTS의 희망과 격려

    “내 이야기가 온 세상 울릴 때까지”… 광화문 글판이 전하는 BTS의 희망과 격려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을 나흘 앞둔 17일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사옥 외벽에 BTS 메시지를 담은 초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문구는 ‘나에게서 시작한 이야기가 온 세상을 울릴 때까지’로 시민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전하는 내용이다.
  • [열린세상] 복리처럼 쌓은 시간이 삶에 주는 것

    [열린세상] 복리처럼 쌓은 시간이 삶에 주는 것

    요즘 나는 카드로 결제할 일이 있을 때 페이 앱을 활용한다. 페이 앱을 통해 결제하면 별도의 포인트가 적립되는데 이것을 모으면 한 달에 3000원 정도 된다. 과거 직장 동료는 번거로워서 그렇게는 못 하겠다며, 그쯤은 그냥 포기하고 말겠다고 했다. 확실히 3000원을 큰돈이라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월 3000원도 1년이면 4만원 가까운 돈이 된다. 직장 동료가 그렇게 말했던 때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에는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3000원은 큰돈이 아니지만, 10만원을 적은 돈이라 무시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10만원짜리 장난감을 사 주거나 10만원짜리 저녁을 먹으면서 너무 싸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무시했던 돈이 무시할 수 없는 돈으로 변해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만하다. 어디인지 인지 부조화 같은 느낌도 든다. 로또 100장을 사서 5만원짜리 두 번만 당첨돼도 그렇게 기쁜데, 고작 한 달에 3000원씩 모은 것이 그런 기쁨을 준다고? 어쩐지 선뜻 와닿지 않는다. 그런데 삶에는 본디 즉각적인 효능감보다는 그처럼 인지 부조화 같은 느낌의 축적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삶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들은 대부분 쌓인 줄도 모르게 쌓인 것들이다. 대학 시절 배운 지식들이 무슨 쓸모가 있을지 몰랐지만, 20년 가까이 내가 쓰는 글들의 바탕이 되어 주고 있다. 아내와 아이랑 함께 보낸 시간들은 돈벌이나 사회적 경력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강력한 사랑의 감정이 쌓여 내 삶을 단단히 지탱해 주고 있다. 워런 버핏이 장기간 ‘복리 투자’를 강조한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요즘에는 너도나도 주식이나 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인생 한 방을 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들리는 말소리의 절반쯤은 투자 이야기다. 우리는 누구나 ‘단번에’ 큰돈을 번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매일 모아 가는 돈이야말로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모건 하우절은 ‘돈의 방정식’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뭔가를 한결같이 지켜 나가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부의 마법”이라고 했다.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도 “천천히 돈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며 오늘의 일 이상을 생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세계불확실성지수(WUI)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일상에도 불안이 침투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폭풍은 금방이라도 내가 가진 직업이나 직장을 사라지게 할 것만 같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SNS)상에 가득한 콘텐츠들은 도파민을 자극하며 장기적인 전망보다는 오늘의 쾌감에만 빠져들게 만든다. 여러모로 ‘장기적인 삶의 전망’이 불가능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삶을 지키는 것은 역시 ‘인지하기 어려운’ 매일의 축적이다. 매일 하는 운동이 복리처럼 근육을 쌓아 올린다. 매일 조금씩 모으는 돈이 몇 년 뒤 삶의 기반이 된다. 매일 쓰는 글이 어느덧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지적 자산이 된다. 매일 쌓는 애정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둥이 된다. 세상이 불확실할수록 믿어야 할 건 매일을 채울 수 있는 나의 의지와 그 매일이 쌓이는 시간의 축적이다. 생각해 보면 인류 문명 또한 시간의 힘으로 쌓아 올려졌다. 다른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은 아주 오랜 시간 지식과 기술을 후대로 전하며 쌓아 올렸다. 인간은 생물학적 진화보다는 시간을 통해 쌓아 올린 문명으로 더 많이 설명되는 존재다. 시간을 축적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지금도 우리는 벌판을 떠돌며 사냥하거나 채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오랜 시간 축적했기에 사막에 빌딩을 짓고 암을 치료하며 화성에 우주선을 쏘아 보낸다. 삶도 다르지 않다. 삶의 가장 값진 일들은 보이지 않는 시간이 오랫동안 축적되며 이루어진다. 정지우 변호사·작가
  • [씨줄날줄] 공습당한 세계유산

    [씨줄날줄] 공습당한 세계유산

    이란에 간 때는 2008년이지만 기억이 다 희미한 것은 아니다. 리터당 100원에 불과했던 휘발유값을 잊는 것은 불가능하고, 페르시아 왕조의 이란 문화도 생생하다. 경주와 같은 문화유산의 보고 이스파한은 특히 매력 있었다. 이스파한은 흔히 ‘세상의 절반’이라 불린다. 사파비 왕조의 압바스 1세가 1598년 수도로 삼은 이후 전 세계 상인이 모이는 국제무역 중심지로 떠올랐다. 여행자들은 ‘이슬람 세계 최고의 건축 도시’라고 입을 모았다. 이스파한은 인구 수십만을 헤아리는 세계 최대 도시로 번영했다. 이스파한 중심에는 길이 560m·폭 160m의 광장이 있다. 모스크와 궁전, 왕실 부속 시장으로 이루어진 회랑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며 유네스코는 이맘 광장(Meidan Emam)이라 적었다. 하지만 택시는 ‘나크셰 자한’이라고 해야 데려다 준다. ‘세상의 원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상의 절반’을 뛰어넘는 자부심이다. 체헬 소툰은 압바스 2세가 외교사절을 맞이하는 접견실로 지은 궁전이다. 페르시아 전통에 기반했지만 이슬람 미술의 특징이 진했다는 기억이 있다. 사파비는 시아파 이슬람을 국교로 정착시킨 왕조라고 한다. 체헬 소툰은 ‘40개의 기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궁전의 기둥은 20개다. 궁전 앞에 펼쳐진 연못에 비친 그림자까지 40개라는 것이다. 체헬 소툰의 정원은 8곳의 다른 페르시아 정원과 함께 세계유산에 올랐다. 이스라엘이 이스파한의 유적 여러 곳을 공습하면서 이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피해 목록에 체헬 소툰 궁전과 알리 카푸 궁전도 있으니 더욱 유감스럽다. 알리 카푸 궁전은 이맘 광장의 회랑을 이루는 건축물 중 하나로 사파비 왕조의 접견 및 연회 시설이었다. 이스파한은 이란의 핵 연구기지로도 유명하지만 관련 시설은 15㎞나 떨어져 있다. 유네스코는 이스라엘을 포함한 분쟁 당사자 모두에 세계유산 좌표를 미리 알려 주었다지만 마이동풍이었다.
  • [열린세상] 서울 아파트값만 오르는 이유

    [열린세상] 서울 아파트값만 오르는 이유

    어느 콘퍼런스에 참석했는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 문제가 화제였다. 2020년부터 인구 감소세가 시작돼 2025년 한 해에만 10만 8900명의 인구가 줄었음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팩트를 점검해 보자. KB부동산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단 1.05% 상승에 그쳤다. 2022년부터 시작된 3년 동안의 연속적인 가격 하락 흐름에서 간신히 벗어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로 초점을 바꾸는 순간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2022~2023년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하락했지만 2024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후 2025년에는 무려 11.26%의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 아파트 가격은 역사상 최고점에 비해 무려 15.2%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데, 서울 아파트 가격만 상승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유력한 요인으로는 서울과 수도권에 자리잡은 정보통신 기업 경기가 호전된 것을 들 수 있다. 산업통상부 자료를 보면 2026년 2월 한국 정보통신 제품 수출은 336억 2000만 달러로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력 정보통신 기업의 노동조합이 강한 결집력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2026년뿐만 아니라 2027년에도 강력한 근로소득 증가가 실현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래 소득 전망이 가파르게 상향 조정되는 이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주택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력한 수출 붐 못지않게 중요한 서울 독주의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의 연평균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 1000호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이 문제다. 특히 2026년 입주 물량이 2만호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니, ‘소득 수준에 걸맞은’ 주거 공간을 원하는 이들의 수요가 극소수의 신축 단지에 집중되는 양상이 출현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서울 수도권의 정보통신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대 초중반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을 계기로 수도권 인구가 감소할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락했다. 그런데 문제는 ‘수단’이다.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필자만 하더라도 강남 테헤란로에서 창업한 가장 큰 이유가 뛰어난 정보통신 인력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지방으로 좋은 일자리를 옮기는 일은 강요로 될 일이 아니며, 수도권보다 더 높은 소득을 제공하는 등의 인센티브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 문제 해결은 더 어렵다. 최근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가장 직접적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촉발된 강력한 건축비 상승에 있지만, 서울에 새로 집을 지을 땅이 동난 것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2000년 이후 250%로 내려간 서울 공동주택의 용적률을 예전처럼 크게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일산과 분당 등 새로운 신도시를 야심 차게 공급하던 1990년대 서울의 공동주택 용적률이 400%에 이르렀음을 상기하자는 이야기다.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이 그토록 심각한 문제라면, 25년 넘게 250%에 머무르고 있는 용적률의 상향을 검토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둘 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떤 부작용을 무릅쓰고서라도 서울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결의를 가진다면 못 할 일은 없다고 본다. 효과 없는 주택 시장 안정 대책을 남발하기보다 시장 참가자의 기대를 바꿀 핵심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해 본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 [서울광장] “집권했다고 맘대로 다 못 하는” 사법·검찰개혁

    [서울광장] “집권했다고 맘대로 다 못 하는” 사법·검찰개혁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SNS에 올린 ‘책임과 권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도 없다”고 썼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법과 공소청법 수정안도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한다”며 반발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틀 뒤에는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국민통합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라 볼 수 있다. 여당 초선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소리 없는 개혁’을 주문하며 “과유불급”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권이 힘으로 밀어붙여 지난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법왜곡죄, 재판소원제 등 ‘사법개편 3법’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가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피해자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장을 위한 형사사법 제도 개편이라는 목적과는 배치되는 듯한 혼란상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왜곡죄로 고발된 1호 수사 대상은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민주당으로부터 사퇴·탄핵의 압박을 받아 온 조희대 대법원장이 됐다. 법왜곡죄가 판검사를 겨냥한 고소·고발 남발과 사법부 옥죄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 아닌가 싶다. 경찰이 대법원장을 앉혀 놓고 법의 왜곡 적용 여부를 조사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게 생겼다. 법왜곡죄를 수사하는 경찰도 법 적용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거꾸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물고 물리는 사슬 속에 수사와 재판이 위축·왜곡되면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 재판소원제도 시행 첫날부터 사기대출 혐의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재판소원 검토의 뜻을 밝히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변호사도 재판소원을 내겠다고 한다. 형이 확정된 성추행범도, 협박범도 ‘4심’을 받겠다고 나선다. 힘 있고 돈 있는 범죄자들에겐 버티기와 판결 뒤집기의 기회를, 힘 없고 돈 없는 피해자들에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소송 지옥의 고통을 안겨 줄 조짐이다. 전국법원장들도 지난 12일 모임에서 “국민생활과 사법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개정법 규정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병행되지 않아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의원 105명이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모임(공취모)을 결성하고, 민주당이 대북송금 의혹을 비롯해 이 대통령과 여권 관련 7개 사건의 조작 기소 여부를 규명하는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한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 기소에 조작이 있다면 구체적 물증을 재판에서 제시해 무죄 선고를 끌어내는 사법 절차로 해결할 일이다. 대통령 관련 수사나 재판을 공소취소 압박 등 힘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결국 ‘이 대통령 무죄 만들기’를 위한 도구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우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마오쩌둥은 1966년 문화대혁명 때 ‘대란대치’(大亂大治·세상을 크게 흔들어 크게 다스림)를 내세웠다. 문화대혁명은 기존 틀을 깨고 반대파를 제거해 권력 탈환에는 성공했지만, 혼돈과 재난만 초래하고 경제를 침체시켜 인민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등 오류와 역사적 퇴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사법고시 제도를 로스쿨 체제로 전환하고 변호사를 대폭 증원하는 사법개혁만 해도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제기돼 14년간의 논의·검토·준비 과정을 거친 뒤 2009년에야 실행될 수 있었다. 지난 정부에서 일방적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다가 막대한 후유증만 남긴 채 좌절된 의료개혁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검찰개혁이든 사법개혁이든 진정성을 입증하고 성공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과욕이 불러올 수 있는 오류와 부작용을 경계하는 집권자의 책임의식이 일관되게 관철돼야 할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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