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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시도 행정 통합, 중앙이 화답할 때다/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열린세상] 시도 행정 통합, 중앙이 화답할 때다/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수도권 일극 체제의 폐해가 미래를 짓누르고 지역을 소멸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시도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제 살을 깎는 행정 통합의 경쟁 대열에 나섰다. 대구·경북은 2020년 이철우 경북지사의 제안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적잖은 진전을 보였으나 중앙의 무관심과 대선 일정 등 외부 요인에 막혀 중단됐다. 그에 뒤질세라 광주·전남도 행정 통합을 추진했지만 도지사의 변심 등 내부 갈등으로 일정을 접었다. 그러다 올 들어서는 부산·경남이 경제 연합을 포기하고 행정 통합을 선언하면서 꺼져 가던 통합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중앙정부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일회성 쇼라는 시선마저 없지 않다. 여태껏 국내 성공 사례가 없으니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기초단체끼리 통합한 사례는 여럿 있으나 광역단체 간 통합은 프랑스 레지옹을 제외하면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일본은 2003년 47개 도도부현을 통합해 도주(道州)로 개편하는 담대한 구상을 밝혔으나 후속 조치가 없었고, 오사카 부·시가 행정 통합을 위해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주민투표에 부쳤지만 근소한 차이로 실패했다. 선례가 없다고 단념하기는 이르다. 지금부터 성공 사례를 만들면 된다. 광역 통합의 첫 번째 성공 조건은 주민이 공감할 만한 선명한 효과를 제시하는 것이다. 대개 광역 통합의 효과로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나 이는 기구·정원과 재정력 감축으로 읽힐 수 있다. 광역 통합의 최대 효과는 지방분권과 일자리 확대에 있다. 하나로 합쳐진 지방정부에 권한과 재원을 더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또한 지방분권(기업규제권의 이양)은 다국적기업을 유인해 일자리 확대에 기여한다. 그에 따라 광역 통합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 지방정부의 역량이 커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층이 머무는 활력 넘치는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건은 시도의 의견 차를 좁히는 것이다. 시도지사는 숙의 공론화를 통해 명칭, 신청사, 상생발전 이슈를 정리해야 한다. 명칭은 지방자치법에 근거할 때 특별자치도와 특별광역시가 유력하다. 특별자치도는 광역시의 지위 하락과 그에 따른 자치구 폐지가 예상되기 때문에 주민의 수용을 얻기 어렵다. 특별광역시는 도를 폐지하고 그 밑에 시를 둬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이는 제도 개편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신청사는 추가 건설 비용과 입지 갈등을 고려할 때 기존의 2~3개 복수 청사를 검토할 수 있다. 상생발전은 농촌발전기금 조성, 조세 및 재정조정제도 개편을 통해 풀어야 한다. 마지막 조건은 중앙정부의 선제적 결단이다. 중앙정부는 주민투표 건의, 행재정 특례 부여, 법률 제정을 통해 광역 통합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주민투표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시도지사에게 건의해야 한다. 그래야 시도지사가 통합 찬반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행재정 특례 수준이 중요한 것은 시도민들이 주민투표에서 통합의 장단점, 행정 권한 이양, 재정특례를 꼼꼼히 따져 보기 때문이다. 법률 제정의 위력은 광역 통합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지방정부 창설법의 제정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직 광역 통합에 관한 절차법이 없으므로 중앙정부는 ‘시도 통합 절차 및 특례법’부터 제정해야 한다. 광역 통합은 시도 합의, 주민투표, 법률 제정의 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중앙이 주도하면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지방이 주도하면 최종 관문을 넘기 어렵다. 그래서 ‘지방 주연, 중앙 조연’의 찰진 호흡이 필요하다. 지방이 통합을 주도하면 중앙은 두툼한 특례로 화답해야 한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행정 통합에 대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천명했던 문재인 정부는 시종 침묵했다. 부산·경남의 행정 통합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 중앙이 화답해야 할 때다.
  • 세제·예산·금융 최고 엘리트 집결… ‘대한민국 곳간’ 지킨다 [윤석열 정부-2023 공직열전]

    세제·예산·금융 최고 엘리트 집결… ‘대한민국 곳간’ 지킨다 [윤석열 정부-2023 공직열전]

    기획재정부는 최근 새로 지은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새살림을 차렸다. 2012년 경기 과천에서 세종으로 이사한 지 11년 만에 보금자리를 옮겼다. 행정안전부도 중앙동으로 오면서 두 부처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공무원들은 이 중앙동을 ‘갑동’ 혹은 ‘쌍갑동’이라 부른다. 부처 예산을 주무르는 기재부와 부처 조직을 총괄하는 행안부가 함께 입주한 건물이라는 점에서다. 물론 정부조직법상 서열은 기재부가 1번, 행안부가 8번으로 부총리 부처인 기재부가 우위에 있다. 흔히 모임에서 돈줄을 쥔 사람을 ‘실세’라 부르듯 기재부가 정부 최고 실세 부처라는 데는 공무원 사회에서도 이견이 없다. 기재부 장관을 겸임하는 부총리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에 이은 명실상부 정부 서열 3위로 총리 궐위 시 권한대행 역시 그의 몫이다.나라의 ‘곳간지기’인 기재부는 기본적으로 돈을 걷는 ‘세제’와 돈을 쓰는 ‘예산’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재정·금융·외환·공공정책 등의 분야를 아우르며 경제 정책 전반을 관리한다. 기재부가 처음부터 하나의 조직이었던 건 아니다. 1948년 재무부와 기획처로 출발한 이후 통합과 분리를 반복한 끝에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기획재정부’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부처는 통합됐지만 세제·금융·외환 영역을 총괄하며 돈줄을 거머쥔 재무부(MOF)와 예산 편성권을 갖고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했던 경제기획원(EPB)에 뿌리를 둔 두 업무 영역의 벽은 여전히 높다. 과거 정부처럼 MOF 출신과 EPB 출신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거나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건 아니지만, 세제맨과 예산맨 사이 업무를 대하는 태도와 정책 철학의 결에는 지금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힘의 무게 추가 어느 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는지 굳이 따지면 MOF보단 EPB 쪽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세제·정책을 총괄하는 방기선 1차관과 예산·재정을 총괄하는 최상대 2차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모두 EPB 출신이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MOF 출신으로 분류되지만 그 역시 뿌리는 EPB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처인 만큼 기재부는 소속 공무원 가운데 에이스가 넘쳐난다. 세제·예산·금융 분야 국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이 순간에도 둔화하는 경기를 부양하고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줄어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 찾기에 여념이 없다. [부총리 직속] 기재부 내 최고의 스타는 단연 추경호 부총리다. 그가 세종청사에 등장했다 하면 직원들은 줄을 서서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소통한다. 최근에는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추 부총리가 언제까지 장관직을 수행할지가 직원 사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재선 의원인 덕에 국회와의 소통이 원만하다 보니 직원들은 추 부총리가 적어도 내년 예산안까지 처리하고 임기를 마무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기재부의 ‘입’으로 활약하는 조용범 대변인은 학창 시절 공부를 워낙 잘해 고향인 제주에서 알아주던 수재였다. 기수를 뛰어넘어 예산총괄과장에 임명되는 등 예산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대변인으로서 일 처리가 탁월하고 소통에도 능해 상사와 부하 직원, 언론으로부터 두루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추 부총리의 대외 활동을 밀착 보좌하는 신중범 비서실장은 이름대로 ‘신중’하고 합리적이다. 국제금융 분야 전문가로 추 부총리와 특별한 업무 인연이 없음에도 실력과 평판만으로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박홍기 감사관은 세제실 요직을 두루 거친 세제 전문가로 온화한 성품에 형님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차관·차관보] 기재부 공무원 앞에서 방기선 1차관을 거명하면 십중팔구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만큼 직원들에게 인정받는 상사라는 얘기다. 방 차관은 인간관계가 좋고 사람을 잘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만 8000개에 이를 정도다. 건배사를 노래로 할 만큼 노래 실력도 탁월하다. 고물가·고환율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 참석해 특유의 소통력으로 각종 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도 공을 세웠다. 이형일 차관보는 직원들이 ‘존경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학문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을 때 지도 교수가 대학에 계속 남아 달라고 권유할 만큼 교수 능력과 연구 능력이 훌륭했다고 한다. 부하 직원들에게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이고 쉽게 설명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거시경제·금융 분야 최고 전문가로 ‘정책 만물박사’, ‘관료의 롤모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과 내수 활성화 대책, 신성장 4.0 전략, 수출·투자 대책, 금융시장 안정 대책, 인구·기후 위기 대응책 등이 이 차관보 손을 거쳤다. 행정고시 37회 전체 수석으로 입직한 김성욱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금융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수립하고 자본시장 통합법을 제정한 주역이다. 김 관리관은 일 처리가 깔끔해 후배 공무원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불필요한 일을 시키지 않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것을 주문해 성과를 내는 스타일이다. 첫사랑과 결혼한 김 관리관은 행시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공을 아내에게 돌리는 로맨티시스트의 면모도 갖췄다. [세제실] 고광효 세제실장은 자타공인 ‘정통 세제맨’이다. 국세청 조사국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지난해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법인세율 인하, 소득세 과표 조정 등 윤 정부 조세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지난 11일 공포된 반도체 시설 투자 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K칩스법’의 입법도 주도했다. 정정훈 조세총괄정책관은 어려운 세법과 조세 제도를 쉽게 설명하는 데 도가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세법학 분야에서 기재부를 넘어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로 불린다. 업무 스타일이 꼼꼼하면서도 명쾌하고 합리적이어서 직원들이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비롯한 현행 세제지원 제도의 골격이 정 정책관 손에서 탄생했다. 이용주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일 처리가 영민하고 집중력이 뛰어난 이른바 ‘천재과’ 공무원이다. 국세행정뿐만 아니라 윤 정부가 강조하는 시장주의 경제 정책에도 정통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재정위원회 이사회 이사로 선출돼 활동 반경을 국제 무대로 넓혔다. 조만희 재산소비세정책관은 국세청에서 출발해 세제실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세제맨이다. 연말정산 간소화, 법인세 개편, 종합부동산세 개편의 주역이다. 일 처리에 막힘이 없고 직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세제실의 지장이자 덕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정병식 국제조세정책관은 국제조세와 국제금융, 통상협력 등 국제 분야를 섭렵한 국제 전문가다. 주요 20개국(G20) 국제금융체제(IFA) 실무그룹 공동의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폭넓은 국제 네트워크를 보유한 ‘경제 외교관’이기도 하다. 김재신 관세정책관은 과감한 할당관세를 실시해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를 기존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성과도 냈다. 김 정책관은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업무를 과감히 믿고 맡기는 선이 굵은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정책] 윤인대 경제정책국장은 정책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기재부 최고 브레인이다. 해외 서적을 즐겨 읽고 박학다식하며 이슈 대응에도 민첩하다. 주어진 임무는 어떻게든 추진해 성과를 내는 스타일이다.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 끝에 현재 둔화하는 물가는 윤 국장의 공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지호 민생경제정책관은 기재부와 한국은행 간 국장급 인사교류로 기재부에 파견된 한은의 에이스다. 물가 정책을 담당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정부의 수급 안정 조치를 마련했다. 김범석 정책조정국장은 정책·재정·대외·세제·대통령실·국제기구까지 두루 섭렵한 ‘제너럴리스트’다. 신산업·서비스 산업 정책을 조율하고 신성장 4.0 전략을 짠 미래 먹거리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부하 직원의 의견을 신뢰하고 북돋워 주는 눈높이 리더십을 갖췄다. 김재환 정책조정기획관은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등 정부 부처 간 회의체에서 부처와 현장의 의견을 잘 조율해 결과를 도출한 협상의 달인으로 소문이 났다. 강기룡 경제구조개혁국장은 통계청 기획조정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해 세상을 바꿔 보려는 의지가 강한 진취적인 정책 전문가다. 한은에 다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색적인 이력도 있다. 이승원 미래전략국장은 기업환경과장을 지내면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제정을 주도하고, 국유재산 민간 참여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업무에 대한 열정이 충만하고 일 처리도 깔끔한 편이다. [국제금융] 최지영 국제금융국장은 기재부를 대표하는 국제금융통이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하는 데 역할을 했고, 공급망 기본법의 초석을 다졌다. 금융 리스크 관리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신중한 덕장 스타일로,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민경설 국제금융심의관은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합리적이고 정이 많은 ‘형님 리더십’을 갖췄다. 한국투자공사(KIC) 설립, 외환건전성부담금 신설,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주도했다. 김진명 대외경제국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둘러싼 한미 관계를 비롯해 온갖 대외 이슈를 모두 컨트롤하며 국익 수호와 정상 경제외교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김 국장은 두뇌 회전이 빠르고 시장에 밝으며 효율적이고 깔끔한 업무 처리 스타일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기 차관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경희 개발금융국장은 사무관·서기관·과장·부이사관·국장까지 모든 승진에서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2017년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에 오르며 1948년 재무부와 기획처에 뿌리를 둔 기재부 탄생 약 70년 만에 첫 여성 본부 국장이 됐다. 세제뿐만 아니라 예산·국제 업무까지 두루 경험한 재정·금융계의 입지전적인 리더다. [기획·추진·지원단] 최한경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 국장은 예산총괄과장을 지낸 예산·재정 전문가로 알려졌다. 강종석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은 경제정책국·정책조정국·기획조정실 등 장기간 한 분야에서 2년 이상 오래 근무하며 정책을 총괄·조율했다.
  • [만평] 조기영의 세상터치 2023년 4월 18일
  • 민주, 尹대통령에 김태효 해임 요구…美도·감청 규명 정보위 개회 추진도

    민주, 尹대통령에 김태효 해임 요구…美도·감청 규명 정보위 개회 추진도

    더불어민주당이 1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한 김 차장이 미국에 항의하긴커녕 오히려 미국을 두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을 향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되묻고 싶다”고 밝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운영위원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 김 차장에 대한 해임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들 의원은 해임 건의서 제출 전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차장에 대한 해임을 촉구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정보 당국이 대통령실을 비롯한 안보 수뇌부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김 차장은 미국에 엄중히 항의하는 대신에 오히려 미국을 두둔하고 나서고 있다”며 “악의로 도청했다는 정황이 발견 안 됐다고 하는데, 세상에 선의를 가지고 하는 도청이 있다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병주 의원은 “미국에서 기밀 문건 유출 용의자로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일병이 체포되면서, 미국의 기밀 문건 유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며 “주권 국가에 대한 명백한 불법 도·감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대통령실과 김 차장의 입장은 가관”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한 국가정보원 현안 보고가 필요하다며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개회 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했다. 개회 요구일은 오는 20일 오후 2시 30분이다. 민주당은 여야 간사가 애초 회의 소집에 합의했으나, 대통령실이 도·감청 유출 문건의 상당수가 조작이라고 밝힌 이후 여당 측에서 합의를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대한민국 최고기관이 도청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정보위를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개최하자는 여당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석열 정부가 무엇인가를 감추려고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의 김 차장 해임건의안 접수에 대해 “김 차장이 미국 출장도 다녀왔고 외교 최일선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등 여러 가지를 하고 있는데 물러나라 한다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고 말했다.
  • 전광훈 “미니스커트 간호사 성가대”…알뜰폰·신용카드 다단계 영업 명령도

    전광훈 “미니스커트 간호사 성가대”…알뜰폰·신용카드 다단계 영업 명령도

    윤석열 정부 출범 1등 공신을 자처하는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자체 교단) 목사가 사업다각화 뜻을 밝혔다. 16일 유튜브 ‘너알아TV’에 따르면 전 목사는 이날 오전 주일 설교에서 복지병원 설립, 알뜰폰(MVNO) 사업 확장, ‘선교’ 신용카드 발급 계획을 설명했다. ‘부활의 체험은 오직 성령으로’라는 제목의 설교는 이들 사업 홍보와 영업에 더욱 초점이 맞춰졌다.“나 돈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문을 연 전 목사는 “이 시대 선지자로서 청년사업단을 조직했다. 한나(전 목사 딸) 주도 아래 30억원을 들여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즉석에서 신도들의 이동통신사 가입 현황을 조사한 전 목사는 “일주일 안에 도시별로 신도 1명이 10명을 데리고 교회로 가 통신사를 변경하라”고 했다. “통신사 이동 1000만개를 해야 한다. 이러면 한 달에 2000억원을 번다. 이 사건은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전 목사는 “주요 이동통신 3사 중역들은 모두 ‘좌파’”라고 매도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내가 광화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만든 1인자 아니냐”며 “한나한테 대통령실에 얘기해서 (알뜰폰) 사업체 돈 한 푼 안 들이고 허가 명령하도록 요청할 거라고 했다. 거부 못 할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딸이 제 뜻대로 밑바닥부터 사업체를 완성했다고 전했다. 전 목사는 이와 함께 ‘선교 신용카드’ 발급도 명령했다.그는 “15년 전에 국민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과 카드를 다 만들었다. 나머지 은행은 덮어주고 집중하려고 농협만 시작했다”며 “이걸 1000만 장 만들면 현찰 21억원을 벌 수 있다”고 회유했다. 또 “골드만삭스가 찾아와서 카드 1000만 개를 완성하면 50년 동안 이자 없이 돈을 22조원을 주겠다고 했다”며 “50년 후면 예수님이 재림하기 때문에 안 갚아도 되는 돈”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병실 5000석의 복지병원을 지으려 한다”며 복지병원 설립 계획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인이 마지막에 하늘나라 갈 때, 예쁜 간호사들 말이야 치마도 짧게 입히고, 가슴도 볼록 튀어나오게 해서 성가대를 만들 것”이라며 성 상품화도 서슴지 않았다. 전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고 하늘나라 가는 세상에서 살고 싶으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돈을 안 준다”며 “그래서 우리는 자체적으로 돈을 만들어서 에덴동산 이후로 최고의 하나님 나라를 대한민국에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과의 결별 및 신당 창당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전 목사는 돌연 “국민의힘은 대안이 없는 존재”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전 목사는 17일 자신의 교회에서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으로부터 “우리를 버리지 말라”고 종용받았다고 주장했다. 전광훈 “국민의힘과 결별-신당 창당 보류” 전 목사는 “국민의힘이 비록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어 내 공산화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은 높게 평가돼야 하며 대안이 없는 존재라는 것도 인정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공천권 폐지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을 요구했다. 전 목사는 ‘전 국민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제시하며 수백만, 수천만에 달하는 당원 대거 가입을 통해 국민의힘을 개혁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공천권 폐지도 요구했다. 전 목사는 “공천권 싸움이 없어져야 국민의힘은 자유를 지키는 싸움에 전력투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천권을 없애려면 의원, 지사, 시장, 군수 등 후보도 당내 경선을 통해 뽑아야 하므로 이게 바로 민주정당의 길”이라고 주장했다.전 목사는 ‘국민의힘과 결별이라더니 입장이 바뀌었다’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사실 국민의힘과 결별은 신당 창당”이라면서 “이를 선포했더니 국민의힘 측에서 많은 분이 ‘목사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에 더 많이 있는데, 왜 홍준표 (대구시장) 등 몇 사람 때문에 우리를 버리냐’고 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전 목사의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는 주장이다. 전 목사는 “그래서 제가 내년 총선에서 200석 할 자신 있냐고 물었더니 ‘목사님이 도와주면 자신 있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내가 독자 정당 창당을 미루고 (국민의힘의) 자세를 내가 보고, 창당하든지 안 하든지 당신들의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당 창당은 몇 주 보류하겠다고 했다. 전 목사는 자신을 예수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한 언론을 언급하면서 “기자님들 더 이상 저를 죽이려고 하지 말라. (저는) 여러분들이 모르는 일을 하고 있다”며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밑에서 (군중들이) ‘죽여라’, ‘못 박아라’고 하니까 예수는 ‘주여 저들이 알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나이다’라고 했다”며 “나를 죽이는 이 목표는 북한에서 왔다. 내가 대한민국에 무엇을 잘못했나. 여러분(기자)도 북한의 지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 남편 젤렌스키 이어 美타임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된 젤렌스카 여사

    남편 젤렌스키 이어 美타임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된 젤렌스카 여사

    우크라이나의 영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남편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이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다. 17일 타임에 따르면 젤렌스카 여사는 최근 발표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지도자 부문 20인 명단에 포함됐다. 타임은 지난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한 바 있다. 젤렌스카 여사에 대한 추천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작성해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 여사는 추천사에 “젤렌스카 여사는 자신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전사가 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조국의 요구에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기로 응답했다”고 썼다. 이어 “가족과 도피할 수도 있었지만 자기 아이들의 미래,우크라이나인의 미래를 위해 남는 길을 선택했다”며 “그녀는 조국의 긍지이자 그녀가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횃불이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타임이 선정한 지도자 부문 명단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의 이름이 함께 올랐다.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아이콘’ 부문에 선정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시내 고가도로에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는 등 현수막을 내걸었던 중국인 펑리파도 포함됐다. 타임은 2004년부터 매년 세상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가장 두드러지게 변화시킨 개인이나 단체 100인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 “송가인 오빠, 병원비 없어 세상 떠나”

    “송가인 오빠, 병원비 없어 세상 떠나”

    가수 송가인의 모친이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떠올렸다. 16일 TV CHOSUN ‘스타다큐 마이웨이’에는 ‘미스트롯’ 진 송가인과 엄마 송순단, 이른바 ‘송송 모녀’가 출연했다. 송가인의 모친 송순단씨는 무속인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다. 송씨는 딸 송가인의 성공에 대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애들이 잘돼서 음반을 만들어서 발표회를 하자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은 아들을 언급했다. 송씨는 “뇌막염이라고 하더라. 1년 반 만에 세상을 떠났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건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프다. 돈이 없어서 병원을 한 번 못 데려갔다. 돈이 천 원짜리도 없는 집이었다 보니까 병원에 못 가 죽었다는 죄책감이 지금도 남아 있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부부는 이후 송가인 등 세 아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 혼자 지하 70m 동굴서 500일 버틴 여성 “가장 힘들었던 건 파리”

    혼자 지하 70m 동굴서 500일 버틴 여성 “가장 힘들었던 건 파리”

    고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참여한 여성 산악인이 지하동굴에서 홀로 산 지 500일 만에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및 스페인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출신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는 극한의 고립이 인간의 신체·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 차 스페인 남부 그라다다 모트릴 인근에 있는 지하동굴에 들어갔다가 500일 만에 밖으로 나왔다. 그는 2021년 11월 20일 지하 70m 동굴로 들어가면서 헬멧 라이트 등 약간의 빛과 책, 종이와 연필, 뜨개질감만을 챙겼다. 스페인 알메리아·그라나다·무르시아 대학 소속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그를 지속 관찰하면서도 극도의 고립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500일 동안 지정된 장소에 식료품을 놓아줄 뿐 그에게 어떤 대화나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비상 상황을 대비한 ‘패닉 버튼’이 제공됐지만 플라미니는 이를 누르지 않고 약속한 기간을 채우고 동굴 밖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무사 생환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플라미니는 “나는 나 자신과 아주 잘 지냈다”라면서 “힘든 순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순간 또한 있었다”라고 말했다. 동굴에서 한 일들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그는 동굴에서 책 60권을 읽었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뜨개질도 하는 등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닥친 그 순간을 사는 것이 비결이었다”라면서 “잡생각 하지 않고 한 가지 행위에 몰두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플라미니는 65일째부터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을 잃었고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160∼170일 정도 지났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내려와 ‘이제 동굴을 떠나야 한다’라고 했을 때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 그런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500일이 지났다는 얘기를 듣자 ‘벌써? 말도 안 돼. 아직 책을 끝내지 못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실은 (동굴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플라미니가 동굴에서 생활하면서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최대 위기가 동굴에 파리가 들어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플라미니는 “파리가 들어와서 애벌레를 낳았는데 그냥 내버려 뒀더니 파리가 내 온몸을 뒤덮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한 기자가 플라미니에게 동굴에서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냐고 묻자 “다섯 번의 배변을 보면 지정된 장소에 옮겨놓았다. 다섯 차례의 배설물을 모으는 것이 최대 한계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마치 신에게 제물을 바치듯 배설물을 가져다 놓으면 외부 사람들은 마치 신처럼 나에게 음식을 내려줬다”라고 밝혀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플라미니는 동굴에서 지내는 동안 샤워도 할 수 없었다면서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샤워를 못 했지만 나는 익스트림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에 500일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은 플라미니가 세운 기록은 인간이 홀로 동굴에서 보낸 최장 기록인 것으로 보이지만, 기네스 세계기록에 이 같은 종목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의 500일 동굴 여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드넓은 봄바다, 눈부신 봄하늘… 행복을 달렸다, 희망을 달렸다 [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드넓은 봄바다, 눈부신 봄하늘… 행복을 달렸다, 희망을 달렸다 [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런던에서 76㎞ 떨어진 해안 도시바닷가 달리는 1만여명 시민들응원하고 인사하고 얘기 나누고따사로움·후끈함·화창함·싸늘함사계절 다 담긴 ‘봄날의 마라톤’잿빛 하늘 걷히고 ‘스카이블루’로팬데믹 아픔과 그리움 품어 안고우리는 어느새 함께 뛰고 있었다 나는 겨울과 봄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사랑한다. 겨울의 추위가 지겨워질 때쯤, 이제 제발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일교차가 커지며 대낮의 햇살이 살금살금 따스해지고, 낮이 길어지는 느낌이 확연하며 그러다가도 날씨가 돌변해 꽃샘추위가 찾아들기도 하는 그런 시절. 아직은 차가운 밤바람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마침내 꽃망울을 터뜨린 목련을 바라보며 마침내 올 ‘봄의 승리’를 예감하는 즈음. 이런 시절에는 봄의 기미를 예감하게 하는 모든 자잘한 징후에 쫑긋 귀를 기울이게 된다. 지역별로 벚꽃 개화 시기를 알아보며 어디로 꽃구경을 갈까 고민해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너무 바빠서 결국 어디로도 봄나들이를 가지 못하고 정신없이 일터로 향하다가 가로수에 갑작스레 핀 벚꽃을 바라보며 ‘이제 정말 봄이로구나’ 하며 애틋해지는, 그런 시기.나는 얼마 전 그런 아름답고도 혹독한 시기를 영국에서 보냈다. 아름다움은 봄을 향한 설렘 때문이고, 혹독함은 따스한 봄 햇살을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영국의 가혹한 날씨 때문이었다. 나는 다음 책을 쓰기 위한 취재 때문에 런던에 갔다가 하루 시간을 내어 런던에서 비교적 가까운 해변 도시 브라이턴으로 갔다. 브라이턴은 런던에서 약 76㎞ 떨어진 해안 도시다. 브라이턴으로 가면 좀더 따스한 봄 햇살을 느껴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설레기 시작했다. 날씨를 열심히 검색해서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는 날, 비가 오지 않는 날로 점찍어 봤지만 일기예보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오전에 브라이턴에 도착했을 때는 여전히 흐린 날씨였다. 낙담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보기는 글렀구나. 그런데 거리를 걷다 보니 여기저기서 도로를 봉쇄하는 것이 보였다.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여기저기에 차단막을 쳐 놓은 것이 보였다. 무슨 큰일이 났나 싶어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더니 브라이턴 시민들의 얼굴은 오히려 밝았다. 그날은 시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마라톤이 열리는 날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그야말로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모두 패딩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는데, 마라톤에 참여한 사람들은 핫팬츠에 러닝 차림이었다. 문득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리는 듯했다. 브라이턴 해안도로를 향해 있는 힘껏 달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였다. 인간의 달리는 몸이 그토록 아름다운 줄은 몰랐다. 마라톤 대회를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눈앞에서 지켜본 것은 처음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키가 크든 작든, 빼빼 마른 몸이든 건장한 몸이든, 피부색이나 옷차림도 상관없이, 다만 그들이 바닷가를 향해 맹렬히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하나같이 다 찬란하고 눈부시게 다가왔다. 성별도 나이도 상관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마라톤의 묘미는 ‘달리기의 기술과 속도’가 아니라 ‘누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는 사실’ 그 자체였던 것이다. 살아 있다는 느낌, 나도 달릴 수 있다는 느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들을 따라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나도 뛰고 있었다. 사람들은 얼마든지 사진을 찍어도 좋다는 듯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손을 흔들어 줬다.‘달리는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다’는 생각에 빠져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불현듯 햇살이 따스해진 것이 느껴졌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사진을 열심히 찍다 보니 정작 그토록 갈망하던 푸르른 하늘을 못 봤던 것이다. 불과 두 시간 전만 해도 잿빛이던 하늘은 그야말로 ‘스카이블루’ 빛깔로 물들고 있었다. 구름은 어느새 말끔하게 걷히고 눈부시게 파래진 하늘이 드넓은 바다와 함께 반짝이고 있었다. 응원하는 사람들은 오전에는 두꺼운 코트를 입고 털모자까지 쓰고 있었지만 어느새 그들도 마라토너들처럼 하나둘씩 무거운 겉옷을 벗고 있었다. 햇살이 푸근해지고, 하늘은 높고 푸르러지고, 마라톤의 열기와 응원의 열기가 합쳐져 거리는 후끈 달아올랐다. 수많은 마라토너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흘렀다. 마라토너는 오늘 하루에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를 한꺼번에 느끼는 듯했다. 모두가 달리기를 멈춘 저녁이 되면 다시 기온이 떨어져 겨울처럼 두꺼운 코트를 여며야 할 것이다. 봄날의 따사로움, 여름날의 후끈함, 가을날의 화창함, 겨울날의 싸늘함, 그 모든 자연의 경이로움을 하루에 다 느낄 수 있는 축복이 봄날의 마라톤에 스며 있었다. 이제 봄 햇살이 막 내리쬐기 시작한 바닷가를 열심히 달리는 마라토너들과 응원하는 시민들의 공통점은 ‘낯선 사람에 대한 다정함’이었다. 그들은 격의 없이 손을 흔들어 주고,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과 손뼉 치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하고, 그날 처음 만났음이 분명한 낯선 사람에게 물을 나눠 주고 어깨를 두드려 주고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기도 했다.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한 시민은 이제 너무 지쳐서 거의 걷는 속도로 뛰고 있는 마라토너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함께 걷기도 한다. 우연히 만난 친구일까. 처음 만났는데도 저토록 격의 없을까. 마라토너와 시민은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등수가 중요하지 않은 마라톤, 시민 전체의 즐거운 축제이기에 마라토너들은 뛰다가 문득 마주치는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런 격의 없는 따스함, 한계 없는 환대가 우리를 지켜 주는 일상의 주춧돌이 아닐까.봄바다의 아름다움은 그런 것이었다. 아침에는 겨울바람이 불더라도, 오후에는 어느덧 몰라보게 따스해진 봄바람이 불 수도 있다는 것. 어제까지의 칙칙하고 우울하던 런던의 날씨는 도대체 어디로 가 버렸는지, 내 마음은 어느새 따사로운 봄바람으로 가득 차올랐다. 언젠가는 나도 이 부족한 체력을 잘 길러서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을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멋진데, 직접 뛰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 무려 1만명이 넘는 시민이 그날 브라이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고 한다. 나는 봄빛이 쏟아지는 브라이턴 해변 위로 날아오르는 새들을 바라보며 한껏 부러워했다. 나도 너희들처럼 날아오를 수 있다면. 봄바람처럼, 봄바다의 햇살처럼, 봄바다의 파도처럼, 그렇게 가득한 설렘의 기운을 전해 주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나의 글이 당신에게 따스한 봄바람이 될 수 있기를. 어제까지는 힘든 일로 가득한 ‘혹한기’였던 우리 마음이 봄바다의 따스한 기운처럼 밝아지고 환해지고 너그러워지기를. 브라이턴에 가기 전날, 나는 런던의 템스강변에서 코로나19로 희생된 영국인들을 추모하는 거대한 기념물을 봤다.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붉은 하트에 새겨 넣었다. 붉은 하트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하트 위에 하나하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작별 인사와 애틋한 사연을 손글씨로 또박또박 쓴 것이었다. 하트 퍼레이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행렬을 이뤘다. 떠나간 사람들을 추모하는 LED 촛불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기에 더욱 강렬하게 ‘아직 슬픔은 끝나지 않았다’고 증언하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슬픔의 강물 속을 헤매고 있다니. 그것은 분명 추모와 그리움의 고백이었지만 나에게는 이토록 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증거로도 보였다.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하트 행렬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추모 행렬을 본 바로 다음날 브라이턴에 갔기 때문에 나는 간밤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브라이턴에서 마라톤을 하는 1만 시민을 보고 있자니 ‘그들의 아픔과 그들의 달리기’가 불현듯 ‘우리의 아픔과 우리의 달리기’로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을 잊고 무조건 앞으로, 앞으로만 달리자는 것이 아니었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인류가 견뎌 온 아픔과 그리움과 슬픔을 모두 품어 안고서, 속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나는 어느새 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가쁜 숨소리를 따라, 달리기에 젬병인 나 또한 함께 달리고 있었다. 한없이 달리고 또 달리면 우리가 감내한 슬픔의 맨 밑바닥까지 닿을 수 있을까. 한없이 달리고 또 달리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 쪽으로, 희망의 저편으로, 닿을 수 있을까. 브라이턴 시민들의 달리기는 우리 몸속의 칼로리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태우고, 후회를 태우고, 원망을 태우고, 죄책감마저 태우고 있었다. 태우고 또 태워서 우리의 집단적인 트라우마와 견디기 힘든 상실감까지도 태울 수 있다면. 달리고 또 달리고, 태우고 또 태워서 우리의 가장 아픈 기억과 슬픈 눈물까지도 말라 버리게 할 수 있기를. 문학평론가·작가
  •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쏜살같다/작가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쏜살같다/작가

    “스물여섯 범띠 가시내 하나, 열네 살 차이 늦둥이 5학년, 이래 둘 있다.” 통영 푸른 바다가 내다보이는 카페의 조용한 2층에서 등산모 아저씨와 단발머리 아주머니가 즐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인이 된 딸과 아들 소개를 하는 걸 보니 이 둘은 퍽 오래간만에 만났나 보다. 두 사람의 경상도 말투가 정겹다. “승희 아나? 승희하고 을마나 친했는데, 승희랑 연락하는 친구가 없더라. 지선이 연락되나? 승래 아나? 애 키우면서 미수동 산단다. 다 보고 싶다.” 보고 싶은 친구가 참 많은, 애교 넘치고 다정한 아주머니다. 아, 이제 내게는 아주머니가 아니라 한두 살 언니뻘 정도 되겠지. 속사포같이 물어 대는 친구들의 근황에 아무 대답도 못 하는 아저씨는 아무래도 학교 졸업하고 동창은 오늘 처음 만나는 것 같았다. 큰딸의 나이를 계산하면 대학 마치고 벌써 30년은 족히 넘었겠다. 누가 이 시간의 화살을 쏘았는지. 그만하면 이것저것 망각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건만, 소소한 옛날 친구들 기억을 다 새기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무엇보다 그 시간을 건너오면서 각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반가이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도 경이로웠다. 사실 맨 먼저 드는 감정이 주책맞게도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빛나는 이십대를 함께한 대학 동창이라도 지금 어떤 속을 가지고 있을지 어찌 안담. 바로 이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다. 작년 일면식 없는 이에게 몹시 황당한 일을 당하고 난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확실한 나만의 검증 과정을 통과하기 전까지 일단 안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 위로했다. ‘지금 알고 있는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 다지기 바빠. 여기에 새로운 인연 주렁주렁 더 만들면 뭐에 쓴다고.’ 아저씨의 딸 자랑이 이어졌다. “고등학교까지 그래 공부를 못하더니만, 제 하고 싶은 걸 찾으니 세계대회도 나가고 그런다. 돈 마이 든다.” “내는 꽃 키운다. 한 3000평 된다.” 역시나 다정한 언니는 꽃을 키우는 분이었다. 꽃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꽃과 같은 다정한 성정을 숨기지 못한다. 세상에 화가 난 것 같은 꽃은 없지 않은가. 이 둘은 나의 쓸데없는 걱정도 무색하게 끊임없이 기억 서랍에서 누군가를 꺼내 서로에게 소환시켰다. 환하게 웃기도 하고 또 세상에 없는 친구를 불러낼 때는 함께 탄식도 하며…. 요즘 본 영화들의 주제가 모두 우연히 ‘다정함’과 ‘화해’로 수렴됐다. 쇼 비즈니스는 시대의 흐름을 아주 기가 막히게 읽어 내는데, 아마도 세상이 이런 따스함에 목말라 있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몇 개월 전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연락할 방법을 어렵사리 인터넷으로 찾았던데 굳이 그에 답하지 않았다. 친구와 나 사이에 놓인 시간의 공백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날 두 동창의 대화에 슬슬 마음이 흔들렸다. 애써 나를 찾아 준 고마운 친구인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다 그렇듯 이 두 사람도 예외 없다. “니 대학 때랑 하나도 안 변했다.” 마음이 반가우면 ‘사람 보는 눈’이 없어지는 걸까. 그저 옆 테이블에서 바라보면 알록달록 등산복의 K아줌마, 아저씨들일 뿐이라고. 옛 추억에 정겹다. 시간은 쏜살같다.
  • 빛이 닿지 않는 심해, 딥 블루… 미지의 세상을 비추다

    빛이 닿지 않는 심해, 딥 블루… 미지의 세상을 비추다

    불안하고 신비로운 색을 주제 삼아믿음·죽음·힘 같은 불확실성 다뤄“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존재 표현” ‘딥 블루’라는 색이 있다. 네이비보다 짙고 블랙과 비교하면 조금 밝은 듯한 오묘한 색. 햇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깊은 바닷속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이다. 어둡지만 완전히 빛이 차단되지 않은, 흔히 얘기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 만날 수 있는 어스름한 푸른색이랄까. 회화 작품은 짙은 파란색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조각들도 배경 빛으로 어스름한 느낌을 준다. 불안감과 함께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이런 신비한 색과 느낌으로 가득한 작품들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층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호화가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기획전 ‘딥 레이어’(Deep Layer)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말로는 ‘심층’이라고 부르는 딥 레이어는 본래 해양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수심 1000m 이하 깊은 바다로 기온이 5도 이하를 유지하고 빛이 투과하기 힘든 곳을 심층 또는 심해라고 부른다. 심해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지의 공간이다. 미지의 공간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하기 힘들지만 반대로 우리의 상상력을 마음대로 풀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딥 레이어’에 참여한 신건우, 이동혁, 최지원, 코스타스 파파코스타스 등 4명의 작가는 심층의 보이지 않는 존재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각 이미지화했다. 전시된 30여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들은 신비롭고 다층적으로 읽히는 파랑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보여 준다.신건우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종교적 모티브를 녹인 인물상과 좀먹은 듯한 형상 조각에 울트라 마린의 섬유질을 곱게 분사해 색을 입힌 작품으로 존재와 부재가 공존하는 심해를 묘사한다.이동혁의 그림 앞에 서면 스산하면서도 살짝 오싹한 느낌이 든다. 습기를 머금은 것 같은 붓 터치로 인간의 형상을 왜곡하거나 물감을 바르고 깎는 과정을 반복해 일부러 퇴색한 느낌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동혁의 작품은 대부분 기독교 문화의 상징과 버려진 공간, 오브제의 결합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동혁은 “소재는 기독교에서 가져왔지만 종교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믿음에 대한 의심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와 멀수록 더욱 구체화하는 믿음의 성질을 심해 속 딥 블루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초현실적이고 기괴한 분위기는 최지원의 작품에서 극대화하는 느낌이다. 매끈한 도자기 인형과 한때 삶이 충만했던 곤충의 사체, 생물 모조품 등을 모아 창백하고 어두운 푸른빛으로 초현실적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코스타스 파파코스타스는 검푸른색으로 일필휘지한 선들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심해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듯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아트스페이스 호화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기 다른 형식으로 파란색을 활용해 믿음과 죽음, 힘처럼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불확실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비행기 일등석 같은 車시트, 휴식과 안전까지 책임질 것” [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비행기 일등석 같은 車시트, 휴식과 안전까지 책임질 것” [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자동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은 무엇일까.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 전기차로 넘어오면서는 배터리다. 전동화 패러다임 속 ‘왕좌’가 바뀐 모습.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굳건히 2등을 지키는 부품이 있었으니, 바로 자동차의 ‘시트’다.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에 탑승자의 이동 경험을 책임질 시트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이런 중요한 시기에 시트 제조사들은 한 가지 딜레마에 빠졌다. 전기차가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경량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시트를 더 편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야 하는 역설적 요구에 직면한 것이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에서 이인호 시트선행연구실장(상무)을 만났다. 현대트랜시스는 자동차의 시트와 변속기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다. “딜레마의 해답은 현대차그룹의 방향성이기도 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에 있습니다. 단거리 운송이 목적일 땐 경량화된 시트를, 장거리를 달릴 땐 편의 기능이 탑재된 고급 시트를 공급하면 되겠죠. 현대트랜시스도 프리미엄 시트부터 ‘헤일링’(차량공유), 교통약자 등 다양한 상황에 특화된 시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목적에 따라 시트 기능을 차별화하고, 경량화와 거주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입니다.” 엔진이 사라졌고 전용 플랫폼도 속속 개발됐다. 전기차의 실내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넓어졌다. 이런 변화가 자율주행 기술과 맞물렸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생활하는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시트도 더이상 ‘앉는 곳’이 아니다. 적극적인 의미의 휴식과 엔터테인먼트까지 책임져야 한다. “자세히 보면 변수는 더욱 복잡합니다. 전비(전력소비효율)가 중요해져 시트 이동 시 전력도 최소화해야죠. 주행 중 소음이 줄어든 만큼 시트도 조용해야 합니다. 요즘엔 친환경성을 가장 고민합니다. 전기차가 지향하는 가치에 맞춰 시트 소재도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셉니다.” 피마자씨와 녹말가루 등의 천연소재로 만들어 유해물질 발생을 줄인 폼패드, 폐가죽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가죽 원단, 자투리 가죽을 엮는 위빙 기술.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현대트랜시스가 그동안 개발한 친환경 소재와 가공 기법이다. 지난해 2월 리니아펠레 국제가죽박람회와 같은 해 6월 밀라노 디자인위크 등에서 선보이며 업계의 이목을 끈 기술들이다. 아직 그룹사인 현대차와 기아가 주 고객이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스타트업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현대트랜시스도 고객을 다변화할 기회가 주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과 루시드다. “루시드는 플래그십 세단을, 리비안은 픽업트럭을 만듭니다. 색깔까지 섬세하게 골랐던 루시드는 ‘이 세상에 없을’ 고급스러운 시트를 요구했고 리비안은 높은 내구성에 도전적인 디자인을 원했죠. 이들과의 협업으로 회사의 역량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선보인 히트작으로는 제네시스 ‘G90’에 탑재된 ‘에르고 모션 시트’가 있다. 시트 내 7개의 공기주머니가 주행모드에 따라 부풀고 꺼짐을 반복하면서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잡아 준다. 예컨대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자의 옆구리를 조여 주는 대신 쿠션의 공기주머니는 빼서 더 낮은 자세에서 운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동차 시트 업계는 현재 애디언트, 리어, 포비아, 도요타 보쇼쿠 등 4개사가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 후발주자인 현대트랜시스도 미래차 전환에 대비하고 기술 경쟁력을 키우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을 것으로 이 상무는 기대했다. “지금은 시트가 고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동 중에도 회전하고 눕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시트의 안전도 다양한 자세를 포괄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고요. 현재 저희는 시트를 첨단 기술이 결합된, ‘개인화된 가구’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탑승자의 심박수나 스트레스를 확인하는 등 노인 탑승자를 위한 헬스케어 기술도 적용해 볼 생각입니다. 이동하면서 공연을 보고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MZ세대를 위해 고성능 스피커나 진동 기능이 추가될 수도 있겠죠. 비행기 일등석처럼 편안한 시트를 전기차 안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 “아픔과 그리움 넘어 새 희망 심겠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세월호 기억식 추도사

    “아픔과 그리움 넘어 새 희망 심겠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세월호 기억식 추도사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임 교육감은 “우리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세상은 아픔도 상처도 위험도 없는 안전한 세상이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억식에서 임 교육감은 추도사를 맡아 단상에 올랐다. 임 교육감은 “단원고 250명의 학생, 11분의 선생님을 포함해 총 304명의 희생자 분들이 우리의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지 어느덧 아홉 해를 맞았다”며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지만 여전히 안타깝고 견딜 수 없는 슬픔으로 마음 한 켠이 먹먹하고 무겁기만 하다”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어 “기억교실에 놓여있는 아이들의 유품과 사진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며 “다시 찾아온 4월 9주기 추모식을 맞아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세상은 아픔도, 상처도, 위험도 없는 안전한 세상이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고 말했다. 특히 “저는 지난해 7월 교육감으로 취임하면서 ‘미래교육의 중심, 새로운 경기교육’을 목표로 세웠고, 자율·균형·미래를 3대 원칙으로 삼아 인성과 역량을 갖춘 미래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약속했다”며 “이 모든 것은 우리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안전한 교육환경 속에서 교육활동에 모든 힘을 쏟을 때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 교육감은 지난 14일 도교육청 직속기관인 416민주시민교육원 내 4·16기억교실도 찾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직원들을 추모했다.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있는 4·16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용하던 교실 10칸과 교무실 1칸을 구현해낸 공간이다. 기억식에는 4.16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과 시민 300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 던 “♥현아 다른 사람과 있어도 사랑할 것”

    던 “♥현아 다른 사람과 있어도 사랑할 것”

    가수 던이 전 연인 현아와의 관계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16일 글로벌 K-POP 브랜드 원더케이 유튜브 채널에는 ‘현아 던 환승연애 나가라고? 이미 섭외왔었음’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던은 자신의 소개글을 읽던 중 ‘현아와의 열애’ 관련 부분에 “저희는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서로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든 서로 응원을 한다. 지금도 그렇고”라며 현아를 향한 여전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어 이별 후 현아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렀던 것에 대해 “그때는 그 친구의 선택을 존중했고 응원을 한 거다. 좋아요를 누름으로써”라 답했고,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있냐는 물음에는 “나는 똑같다. 현아랑 헤어지든 다시 만나든 지금 어떤 사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현아라는 사람 자체를 그냥 사랑하는 거다. 나중에 서로 아예 다른 길에서 다른 사람과 있더라도 아마 저는 현아를 사랑하고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또 현아에게 반지를 선물했을 당시 결혼설이 났던 것에 대해서는 “결혼할 생각으로 프로포즈를 한 건 아니다. 너무 좋아하니까 내가 나중에 결혼을 하면 이 친구와 해야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있었지만 이때는 그냥 반지를 주고 싶었다. 반지를 주면 결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던은 올해 1월 전해진 재결합 기사를 언급하면서 “저도 그렇고 현아도 그렇고 이거에 대해서 맞다 아니다 안 하는 이유는 사실 저는 이 여론에 대해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제일 중요한 건, 현아와 저를 이런 관계적인 걸로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다. 우리가 만나든 안 만나든 서로 제일 사랑하고 제일 잘 알고 서로 제일 잘 이해하고 서로의 편인 건 맞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거다”고 설명했다.
  • “엄마, 구해줘” 딸 목소리였는데…AI 보이스피싱이었다

    “엄마, 구해줘” 딸 목소리였는데…AI 보이스피싱이었다

    “엄마! 흑흑흑…도와줘요, 도와줘요. 제발 도와줘요.” 미국 애리조나주에 사는 제니퍼 데스테파노는 최근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라는 외침과 함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올해 15살인 딸 브리아나의 목소리였다. ‘브리아나는 친구들과 스키장에 놀러갔는데, 무슨 일이지?’ 제니퍼는 불안한 마음에 “무슨 일이야”라고 물었다. 그러자 “나 큰일났어”라는 흐느낌 뒤에 “머리를 뒤로 하고 누워”라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제니퍼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 남성은 “당신 딸이 여기 있다. 당신이 경찰이든 누구든 연락하는 날엔 당신 딸에게 마약을 투약할 것”이라며 “딸을 데리고 멕시코에 데려가 풀어주겠다”고 겁박했다. 남성이 요구 사항을 말하는 동안에도 “엄마, 도와줘요, 제발 도와줘요”라는 딸의 외침이 들려왔다. 남성은 몸값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했고, 제니퍼가 돈이 없다고 하자 5만 달러로 낮췄다. 어찌할 바를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던 제니퍼를 달랜 건 함께 있던 지인들이었다. 지인들은 통화 내용을 수상히 여겼고, 이성을 되찾은 제니퍼는 911 등을 통해 딸이 무사히 스키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녀를 납치했다며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것은 전화사기(보이스피싱)의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제니퍼는 전화기 너머로 들린 목소리가 “틀림없이 딸의 목소리였다. 울음소리까지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제니퍼의 사연을 전한 미 WKYT방송은 전화 속 목소리가 인공지능(AI)을 통해 복제한 목소리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사기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가짜 목소리를 자녀의 목소리인 것처럼 여기게 했다면, 이제는 진짜로 피해자의 자녀 목소리를 복제해 보이스피싱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컴퓨터학과의 수바라오 캄밤파티 교수는 “음성 복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존에는 음성을 복제하려면 복제 대상자로부터 많은 양의 샘플을 수집해야 했지만 이제는 단 3초의 목소리만 가지고도 실제 억양과 감정까지 표현해낼 수 있다”면서 “더이상 귀를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댄 메이요 FBI 요원은 “음성 복제 사기범들은 소셜미디어(SNS)를 노린다”고 지적했다. SNS에 올린 영상 속 목소리가 사기꾼들의 음성 복제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메이요 요원은 “프로필을 비공개 계정으로 사용해야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 ‘100주년’ 美 미술관, 韓 작가들이 얼굴로…“첫 추석 행사 연다”

    ‘100주년’ 美 미술관, 韓 작가들이 얼굴로…“첫 추석 행사 연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로빈슨 관장 “박찬경 미디어 아트, 서도호 조각 전면에 배치”‘영화와 음식, 패션 등 한국 문화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크고 깊습니다.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도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한국의 추석’을 주제로 행사를 준비합니다.” 체이스 로빈슨(60) NMAA 관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한국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충족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1923년 개관한 스미스소니언 NMAA의 100주년 행사는 다음 달부터 내년 4월까지 진행된다. NMAA는 한중일 등 아시아 전역과 이슬람의 유물 4만 50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의 근현대 미술을 집중 확충 중이다. 로빈슨 관장은 “올해 처음으로 근현대 미술 전문실을 개관하는데 첫 작품이 한국 작가 박찬경의 미디어 아트”라며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작가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박찬욱 영화감독과 형제로도 유명하다. 또 내년 4월부터 서도호 작가의 조각 작품 ‘공공의 인물들’이 박물관 외부에 5년간 전시된다. 로빈슨 관장은 “스미스소니언 지하철역에서 내린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서도호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작품은 관객에게 과거를 기념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세상은 영웅만을 기리지만 그 성취 뒤에 수많은 보통 사람이 있었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작고 많은 사람이 큰 동상의 지지대를 받치고 있는 형태다. 다음 달 NMAA가 여는 5월 페스티벌에서는 미국에서 한류가 확산하는 현상을 짚는 토론회를 열고, K-POP 안무 배우기와 김치 만들기 수업도 운영한다. 한류 가수 에릭 남의 공연도 열린다. 로빈슨 관장은 NMAA의 한중일 전시관 중에 한국이 가장 작다는 평가에 대해 “한국 예술 특별전을 개최할 계획이고,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협업해 한국 문화예술 큐레이터를 처음 채용한다”며 “한국 전문 큐레이터의 합류는 한국 예술 전시나 소장품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그는 “올해 가을 처음으로 대규모 추석 축제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 행사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또 현대 한국 문화와 한국계 미국인 문화의 생생한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세계 여러 국가가 약탈당한 자국 유물들을 선진국으로부터 반환받길 원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데 대해서는 “특정국이 법적·윤리적 주장을 통해 송환을 원한다면 협력하고 수용하려 노력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 비행기 일등석의 편안함, 전기차에서 누린다[전기차 오디세이]

    비행기 일등석의 편안함, 전기차에서 누린다[전기차 오디세이]

    자동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은 무엇일까.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 전기차로 넘어오면서는 배터리다. 전동화 패러다임 속 ‘왕좌’가 바뀐 모습.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굳건히 2등을 지키는 부품이 있었으니, 바로 자동차의 ‘시트’다.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에 탑승자의 이동 경험을 책임질 시트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시트 제조사들은 한 가지 딜레마에 빠졌다. 전기차가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경량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시트를 더 편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야 하는 역설적 요구에 직면한 것이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경기 화성에 있는 현대트랜시스 동탄연구센터에서 이인호 시트선행연구실장(상무)을 만났다. 현대트랜시스는 자동차의 시트와 변속기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다.“딜레마의 해답은 현대차그룹의 방향성이기도 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에 있습니다. 단거리 운송 목적일 땐 경량화된 시트를, 장거리를 달릴 땐 편의 기능이 탑재된 고급 시트를 공급하면 되겠죠. 현대트랜시스도 프리미엄 시트부터 ‘헤일링’(차량공유), 교통약자 등 다양한 상황에 특화된 시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목적에 따라 시트 기능을 차별화하고, 경량화와 거주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입니다.” 엔진이 사라졌고, 전용 플랫폼도 속속 개발됐다. 전기차의 실내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넓어졌다. 이런 변화가 자율주행 기술과 맞물렸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생활하는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시트도 더이상 ‘앉는 곳’이 아니다. 적극적인 의미의 휴식과 엔터테인먼트까지 책임져야 한다. “자세히 보면 변수는 더욱 복잡합니다. 전비(전력소비효율)가 중요해져 시트 이동 시 전력도 최소화해야죠. 주행 중 소음이 줄어든 만큼 시트도 조용해야 합니다. 요즘엔 친환경성을 가장 고민합니다. 전기차가 지향하는 가치에 맞춰 시트 소재도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셉니다.” 피마자씨와 녹말가루 등 천연소재로 만들어 유해물질 발생을 줄인 폼패드, 폐가죽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가죽 원단, 자투리 가죽을 엮는 위빙 기술.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현대트랜시스가 그동안 개발한 친환경 소재와 가공기법이다. 지난해 2월 리니아펠레 국제가죽박람회와 같은 해 6월 밀라노 디자인위크 등에서 선보이며 업계의 이목을 끈 기술들이다.아직 그룹사인 현대차와 기아가 주 고객이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스타트업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현대트랜시스도 고객을 다변화할 기회가 주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과 루시드다. “루시드는 플래그십 세단을, 리비안은 픽업트럭을 만듭니다. 색깔까지 섬세하게 골랐던 루시드는 ‘이 세상에 없을’ 고급스러운 시트를 요구했고, 리비안은 높은 내구성에 도전적인 디자인을 원했죠. 이들과의 협업으로 회사의 역량을 한차원 높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선보인 히트작으로는 제네시스 ‘G90’에 탑재된 ‘에르고 모션 시트’가 있다. 시트 내 7개의 공기주머니가 주행모드에 따라 부풀고 꺼짐을 반복하면서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잡아준다. 예컨대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자의 옆구리를 조여주는 대신 쿠션의 공기주머니는 빼서 더 낮은 자세에서 운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동차 시트 업계는 현재 에이디언트, 리어, 포비아, 도요타 보쇼쿠 등 4개사가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 후발주자인 현대트랜시스도 미래차 전환에 대비하고 기술 경쟁력을 키우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을 것으로 이 상무는 기대했다.“지금은 시트가 고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동 중에도 회전하고 눕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시트의 안전도 다양한 자세를 포괄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고요. 현재 저희는 시트를 첨단 기술이 결합된, ‘개인화된 가구’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탑승자의 심박수나 스트레스를 확인하는 등 노인 탑승자를 위한 헬스케어 기술도 적용해볼 생각입니다. 이동하면서 공연을 보고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MZ세대를 위해 고성능 스피커나 진동 기능이 추가될 수도 있겠죠. 비행기 일등석처럼 편안한 시트를 전기차 안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 ‘렌필드’ 미국 흥행 초반 성적은, 갑질 상사로부터 벗어나려는 분투

    ‘렌필드’ 미국 흥행 초반 성적은, 갑질 상사로부터 벗어나려는 분투

    피만 빨아서는 안되겠다고 작정한 듯 철학적인 얘기들을 피 튀기는 살육극에 버무린 영화 ‘렌필드’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내 2750곳 극장들에서 유료 시사회를 열어 90만 달러(약 11억 7630만원)의 입장 수입을 올렸다. 버라이어티는 다음날에는 상영관을 3375곳으로 넓힌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로스 무비’에게 완전히 밀렸기 때문이다. 가족 친화적인 비디오 게임을 영화로 그대로 옮긴 이 작품은 이번 주말 5800만 달러에서 6600만 달러까지 입장 수입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니컬러스 케이지가 갑질을 해대는 직장상사 드라큘라로, 니컬러스 홀트가 그에게 취업 사기를 당해 착취당한 끝에 독립을 꿈꾸는 비서 렌필드로 나오는 이 영화는 주말 1000만 달러 정도의 입장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6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라 개봉 초반 성적으로는 신통치 않아 제작사 유니버설을 실망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오는 19일 개봉하는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나란히 R등급을 받은 소니의 호러물 ‘교황의 퇴마사’(The Pope’s Exorcist)와 경쟁을 벌어야 한다. 이 작품은 유료 시사회에서 85만 달러를 벌어들여 이번 주말 1000만 달러 입장 수입 목표를 향해 첫 발을 뗐다. 러셀 크로 주연의 이 영화는 1800만 달러의 제작비 밖에 들어가지 않아 ‘렌필드’에 견줘 가성비가 훨씬 뛰어난 초반 성적을 거뒀다. 직장 상사로서 드라큘라는 최악이다. 밤낮 없이 호출해 일을 시키고, 신체적 폭력까지 행사한다. 렌필드는 취업사기 끝에 종신 계약에 묶여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한다. 달아날 용기조차 내지 못했는데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관 리베카(아쿼피나)를 만난 뒤 달라진다. 관계중독 치료 모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고, 새로운 집도 구하며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렌필드는 드라큘라와의 해로운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둘러싸고는 미국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로튼 토마토 평점은 신선도 92%를 달려 좋은 편이다. 원안 및 프로듀서를 맡은 로버트 커크먼은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주변인의 시각으로 풀어내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이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인기 TV 시리즈 ‘워킹 데드’의 크리에이터인 커크먼만의 B급 감성과 뒤틀리는 설정은 ‘렌필드’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영화 ‘웨더 맨’(2005)에서 부자(父子)로 등장했던 두 니컬러스의 연기 호흡도 볼 만하다. 케이지가 연기하는 드라큘라는 무시무시한 뱀파이어와 고압적이지만 뭔가 인간적으로 연민을 느끼게 하는 직장 상사 사이를 마구 오간다. 홀트는 무기력한 부하 직원에서 당당히 갑질 상사에 맞서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그려낸다. 몸통이 잘려나가고 피칠갑하는 슬래시 무비인데 정체성을 깨닫고 당당히 껍질을 벗고 세상과 맞서는 삶의 주인공이 되라고 철학적인 대사들을 시종 뇌까린다. 호러와 코미디를 철학적인 대사가 절묘하게 교차하며 장식한다.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아쿼피나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쿼피나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분노를 품고 드라큘라 비호 세력을 타진하기 위해 렌필드와 힘을 합친다. 엔딩 크레딧에 과거 드라큘라 고전 영화들을 오마주한다. 쿠키 영상 같기도 한데 꽤나 매력적이다. 뱀의 발. ‘렌필드’를 시사한 날 공교롭게도 국내 영화 ‘옥수역 귀신’ 시사도 같은 극장에서 몇 시간 전에 진행됐다. ‘옥수역 귀신’을 보며 답답하고 짜증났던 점들이 ‘렌필드’에서 씻은 듯 나아졌다. 고구마를 먹다 체한 느낌이 몸에 해로운 탄산음료를 마셔 쑥 내려간 느낌이었다면 지나친 표현이 될까?
  • “父없이 잘자란 우리 며느리” 칭찬인데…왜 꼬아서 듣냐는 시모

    “父없이 잘자란 우리 며느리” 칭찬인데…왜 꼬아서 듣냐는 시모

    시어머니가 남들 앞에서 반복적으로 ‘아버지 없이 잘 자랐다’고 말해 불편하다는 며느리의 사연이 전해졌다.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꾸 아버지 없이 잘 자랐다고 칭찬하는 시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시어머니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며느리 A씨에 따르면 그의 시어머니는 친척 등 가족에게 툭하면 “며느리가 아버지 없이 잘 자랐다”는 칭찬을 늘어놨다. 최근 시이모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30세에 결혼했다는 A씨는 결혼 1년 전 아버지를 암으로 떠나보냈다고 한다. 시어머니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칭찬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A씨는 시어머니에게 직접 “왜 그렇게 말씀하시냐”고 묻기도 했다. 자신이 장성한 이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아버지 없이 자란 며느리’라는 칭찬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시어머니는 “이상한 생각을 한다. 지금 아버지 안 계신 것은 맞지? 잘하고 있다는 칭찬인데 왜 그렇게 꼬아서 듣냐”며 타박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건은 해석하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본인이 느끼기에 엄청난 피의 행위라 생각하더라도 법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다른 해석을 내릴 수도 있다. 특히, 고부갈등 문제는 각자의 입장 차이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유가 필요하다. A씨의 사연에 네티즌들은 대체로 시어머니의 언행이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며느리가 싫다는데 계속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정상적인가”,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안 계셨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 있는 자리에서 저렇게 말하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 ‘핫펠트’ 예은, 가슴 아픈 이별했다

    ‘핫펠트’ 예은, 가슴 아픈 이별했다

    그룹 원더걸스 출신 핫펠트(예은)가 가슴 아픈 이별을 겪은 지 3일 만에 소식을 전했다. 15일 핫펠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4월 12일 화창한 봄날에, 니뇨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라며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렸다. 핫펠트는 “11년 동안 제 곁에서 항상 웃고 있던 니뇨는 저에게 기쁨 그 자체,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조이처럼, 언제나 밝고 모두를 사랑하고 사랑받던 우리 니뇨는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도 웃어 주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밤을 보내고 13일 오후에 니뇨를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배웅해주었습니다. 더는 안아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안나고 너무 무서운데 잘 가라는 말을 도저히 못하겠는데 니뇨는 많은 분들의 인사를 받고 싶을 것 같아요. 워낙 사람을 좋아하던 아이라서요”라고 덧붙였다. 핫펠트는 “엄마는 세상에서 니뇨를 제일 사랑해. 다시 돌아올거라 믿고 있을게”라며 먹먹하고 가슴 아픈 인사를 전했다. 한편 핫펠트는 2007년 원더걸스 싱글 ‘The Wonder Begins’로 데뷔했다. 원더걸스 탈퇴 이후 핫펠트로 솔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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