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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보산도’ 10폭 병풍으로 되살린다

    ‘칠보산도’ 10폭 병풍으로 되살린다

    “오랫동안 하늘이 아끼고 땅이 숨겨온 이곳은 하루아침에 일국 제일이 될 것이다.” 함경북도 명천군에 있는 칠보산은 예로부터 웅장하고 독특한 지형으로 최고의 명승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으로 건너간 칠보산을 그린 산수화가 한국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본래 모습을 찾게 된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이 소장하고 있는 작자 미상의 ‘칠보산도’(七寶山圖)를 국내 기술로 보존 처리하고 복원한다고 15일 밝혔다. 국외재단의 국외문화유산 보존·복원 지원사업과 삼성문화재단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조선시대 함경도 회령부 판관이었던 임형수(1514~1547)가 당시까진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칠보산을 유람한 뒤 기행문인 ‘유칠보산기’(遊七寶山記)를 썼다. 임형수의 기행문이 널리 읽히면서 당대 선비들 사이에서는 칠보산 유람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이후 개심사, 회상대, 금강굴, 천불봉 등 칠보산의 주요 명소를 그려낸 작품 역시 유행했으며 대형 병풍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의 또 다른 미술관인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19세기 ‘칠보산도병풍’ 역시 이 일대를 그린 그림이다. 메트 소장 ‘칠보산도’는 칠보산의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 깊은 계곡과 폭포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으로 모두 10폭이다. 일본 교토의 한 수집가가 소장하다가 2019년 3월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했으며, 2020년 메트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는 10점으로 분리된 두루마리 형태로 이 작품을 취득했지만, 원래는 10폭 병풍이라고 국외재단 측은 설명했다. 보존 처리와 복원 방향도 10폭 병풍 형태에 맞춰 추진된다. 한 폭의 크기는 가로 28.3㎝, 세로 121.0㎝로 비단이 아닌 기계로 짠 면 위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남유미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장은 “당시 기계로 짠 면은 해외에서 수입된 신문물로 비단 만큼이나 귀한 재료에 그림을 그린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얼룩이 있고 벌레가 먹어 면이 얇아져 있어 보존 처리와 복원에 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국외재단은 ‘칠보산도’ 복원 이후 2028년 상반기쯤 한국에서 전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차가운 로봇이 건넨 가장 인간적인 작별

    차가운 로봇이 건넨 가장 인간적인 작별

    장의사 안드로이드 ‘로비스’가 시신 염하면서 인간의 죽음 사유천선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깨달아”… 장한새 “애도가 부재한 세상에 질문” 감정이 없는 로봇이 인간의 마지막을 지켜본다. 뼈의 굴곡을 보듬고 몸의 상처가 말하는 삶을 읽고 남겨진 이들의 표정을 관찰한다. 슬픔을 유도하는 말도, 눈물 흘리는 행동도 하지 않는 로봇에게서 삶에 대한 존중과 애도가 전해져 먹먹함이 번진다. 연극 ‘뼈의 기록’이 가진 역설이다. ●5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서 공연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뼈의 기록’은 SF작가 천선란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장의사 안드로이드 로비스는 자신의 일터인 지하 영안실에서 고독사한 89세 박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23세 무용수 레나, 하굣길 교통사고로 사망한 11세 서채호 등 다양한 인간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한 번도 영안실을 벗어나 본 적이 없으니 인간 사회를 경험해 본 적도 없다. 이들이 남긴 이름, 피부,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모두 다르고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뼈를 보며 이들의 삶을 추측할 뿐이다. 그러면서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인간의 온기를 전해준 유일한 친구, 장례식장 청소부 모미의 죽음까지 맞닥뜨리면서 로비스는 영안실을 떠나 우주로 나아가 보기로 결심한다. “인간은 언젠가 우주를 유영할 거야. 이 나비처럼”이라던 모미의 말대로. 단편소설을 90분 안팎의 2인극으로 확장하면서 원작에는 없는 장면을 앞뒤에 넣었다. 2085년 지구인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마지막 우주선이 이륙하는 장면이다. 천 작가의 ‘천 개의 파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를 무대화한 장한새 연출은 이에 대해 “로봇이 염을 하는 세상에서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면서 “여전히 인간은 죽음을 초월하고자 하고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이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천 작가는 “죽음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고 죽음 이야기를 많이 쓰면서 나 자신이 죽음을 정말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소설은 소중한 사람이 언젠가 떠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별거 아니야,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말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박도해를 염하는 장면에 나오는 구리금파리 내용은 “꼭 넣었으면 했던 것”이라면서 “인간의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의 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나름의 경외감이었다”고 부연했다. ●강기둥·장석환·이현우 ‘로비스’ 역할 로비스는 강기둥·장석환·이현우가, 모미는 정운선·강해진이 연기한다. 배우들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강기둥의 로비스는 “제작진이 생각한 로비스의 기준이 레벨 1이라면 그는 레벨 3 정도”(장 연출)라고 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장석환이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한다면 이현우는 쓸쓸함을 높인다. 이들이 절제된 움직임과 무뚝뚝한 말로 만든 감각의 여백엔 관객들이 저마다의 상상과 감정을 채워 넣게 된다. 차가운 금속 몸으로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네는 로비스의 여정은 오는 5월 10일까지 이어진다.
  • 캄보디아, 세계 최초 ‘영웅 쥐’ 동상 세운 이유…지뢰 109개 찾아내 [여기는 동남아]

    캄보디아, 세계 최초 ‘영웅 쥐’ 동상 세운 이유…지뢰 109개 찾아내 [여기는 동남아]

    캄보디아의 지뢰밭에서 5년간 활동하며 100개가 넘는 폭발물을 찾아내 수많은 인명을 구한 아프리카 큰주머니쥐 ‘마가와(Magawa)’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지난 3일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서는 ‘국제 지뢰 인식과 제거 활동 지원의 날(4월 4일)’을 하루 앞두고 마가와의 2.20m 높이 석상 제막식이 열렸다. 마가와는 공공 기념물로 기려진 세계 최초의 쥐로 기록될 전망이다. 벨기에 비영리 단체 아포포(APOPO)의 의뢰로 제작된 이 동상은 현지 석공들이 사암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동상은 시엠레아프 강변 아포포 본부 인근에 설치됐으며, 생전 마가와가 착용했던 작업용 하네스와 수여받은 금메달을 차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특히 동상 받침대에는 실제 폐기된 폭발물 파편들이 포함돼 의미를 더했다. 마가와의 업적은 실로 놀랍다. 아포포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마가와는 5년간 지뢰 71개와 불발탄 38개 등 총 109개의 폭발물을 탐지했다. 면적은 약 14만 1000㎡로, 이는 축구장 20개에 달하는 넓이다. 2013년 탄자니아에서 태어나 전문 훈련을 받은 마가와는 2016년 캄보디아로 배치됐다. 그는 2021년 은퇴 후 2022년 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마이클 레인 아포포 프로그램 매니저는 “마가와는 우리가 보유했던 최고의 쥐 중 하나였다”며 “집중력이 뛰어나고 조련사들에게도 매우 다정했던, 완벽한 성품을 지닌 영웅이었다”고 회고했다. 마가와는 테니스 코트 크기의 면적을 단 20분 만에 탐색할 수 있었는데, 이는 인간이 금속 탐지기로 작업할 경우 며칠이 소요되는 일이다. 아프리카 큰주머니쥐는 몸무게가 가벼워 지뢰를 밟아도 터뜨리지 않으며, 개에 버금가는 후각을 지녀 지뢰 탐지에 최적화돼 있다. 이들은 TNT의 화학 신호를 포착하면 땅을 긁어 알리고, 보상으로 바나나나 땅콩을 받는다. 앞서 마가와는 2020년 영국 수의 자선단체 PDSA로부터 동물계 최고 훈장인 ‘PDSA 골드 메달’을 쥐 최초로 수상했다. 이는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극도의 용기를 보여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영국 최고 권위의 상인 ‘조지 크로스(George Cross)’에 비견되는 영예다. 리 투치 캄보디아 지뢰행동청(CMAA) 제1부의장은 제막식에서 “마가와의 유산은 캄보디아 지뢰 제거 임무에 있어 회복력과 신뢰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1960~90년대 내전의 여파로 전 세계에서 지뢰 오염이 가장 심각한 국가 중 하나다. 지난 47년간 폭발물로 인해 약 1만 880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여전히 600만 개의 지뢰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정부는 2030년까지 ‘지뢰 없는 국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마가와의 뒤를 잇는 새로운 영웅 쥐들도 활약 중이다. 현역 탐지 쥐 ‘로닌(Ronin)’은 2021년 이후 지뢰 109개와 불발탄 15개를 찾아내며 2025년 세계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 [열린세상] 기초연금 잔혹사

    [열린세상] 기초연금 잔혹사

    대통령의 ‘하후상박’ 발언 이후 기초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초연금 도입 이전에 있었던 일부터 살펴보자. 2003년 1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받아든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5.9%’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연금 지급액은 10% 포인트 삭감하되 보험료를 9%에서 15.9%로 인상하는 내용이었다. 그 정도는 개혁해야 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재정계산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안 제출 이후 공방이 시작됐다. “시급한 건 재정 안정이 아닌 노인 빈곤 해소다. 그러니 세금으로 모든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A값)의 20%를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 당시 야당 주장이 이러했다. 연금 작동 원리를 잘 모르는 국민에게는 야당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렸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활동하는 연금 전문가 대다수가 당시 야당의 기초연금안을 적극 지지했다. 필자와 같이 “기초연금 도입에 반대하며 국민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던 전문가는 극소수였다. 덧붙여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기초연금 도입에 공조했던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한국 정당사에 있어 매우 특이한 사례라서 그렇다. 개혁안 통과가 시급했던 노무현 정부는 전체 노인의 절반 정도에게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차상위 실태조사’에 근거해 노인 45%에게 지급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국회에서 대상자를 60%로 통과시켰다. 더욱 기막힌 것은 시행해 보지도 않고서 석 달 후 대상자를 10% 포인트나 더 늘린 70% 기초노령연금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이 결정된 70% 기준이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 지원 대상자 70%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100대 국정과제’에 기초연금을 포함시킨 이명박 정부는 치열한 내부 논쟁 끝에 ‘도입 불가’로 결정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당시 진영 복지부 장관이 물러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현재의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 기초노령연금과 박근혜 정부 기초연금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나라에 돈이 없으면 대상자를 줄일 수 있었지만, 기초연금은 무조건 노인 70%에게 지급해야 하는 제도라서 그렇다. 이렇게 도입된 기초연금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제대로 운영하는 나라 치고 우리처럼 무책임하게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기초연금을 아예 폐지했다. 핀란드는 단 10년 만에 대상자를 93%에서 45% 이하로 축소했다. 우리처럼 약 35만원의 기초연금 전액을 지급받는 노인은 현재 5%도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언급한 하후상박을 넘어 대상자를 축소해 나가는 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기초연금 도입 당시 필자는 가장 앞장서 반대했다. 2014년 2월 14일 서울신문에 게재된 칼럼 ‘기초연금 해법을 위한 고언’에서 기초연금을 꼭 도입하겠다면 70% 대상자 규정을 법 대신 시행령 또는 시행 규칙에 넣어 탄력 대응하게 하자고 했다. 그때 기초연금만이 살길이라던 대다수 전문가들, 또 본인 덕분에 기초연금이 도입됐다고 자랑을 늘어놓던 그 전문가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편적인 기초연금을 옹호하던 자들이 세상 분위기가 바뀌는 듯하니 대상자 선정과 지급액에 선택과 집중을 논하고 있어서다. 기초연금 도입 일등공신들의 카멜레온 같은 모습 외에 또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투입 비용 대비 노인 빈곤 완화 효과가 적은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를 줄이되 취약 노인에게 더 지급하라”는 정책 권고를 했다. 문제는 연초에 발간됐어야 할 이 보고서가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예정보다 늦게 공개됐다는 것이다. 당시 OECD 관계자가 필자에게 귀띔해서 알 수 있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 [김정인의 역사프리즘] 권찬주, 잊지 말아야 할 4월 혁명의 어머니

    [김정인의 역사프리즘] 권찬주, 잊지 말아야 할 4월 혁명의 어머니

    올해로 4·19혁명이 66주년을 맞는다. 지난 3월 15일 경남 창원시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6주년 3·15의거 기념식에는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처음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해 “3·15의거 희생자 유가족분들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이 소식을 접하며 평생을 아들 김주열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살다 1989년 세상을 떠난 ‘4월 혁명의 어머니’ 권찬주가 떠올랐다. 그는 3·15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마산의거가 대통령 하야까지 이어지며 4·19혁명으로 승화하는 길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60년 3월 15일 전북 남원 출신 김주열은 외가가 있는 경남 마산(현 창원시)에서 마산상고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그는 형과 함께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행방불명이 됐다. 이틀 후에야 이 소식을 들은 권찬주는 3월 18일 아침 서둘러 출발해 오후에 마산에 도착했다. 먼저 마산경찰서로 달려가 “내 아들을 찾으러 왔다”고 울부짖는 그에게 경찰은 “학생들이 인민공화국 만세를 불러 잡으려 하니 산으로 숨어 들어갔다. 산에 가서 찾아보라”고 했다. 권찬주는 “내 아들이 왜 빨갱이란 말이냐”며 항의했다. 경찰서를 나온 권찬주는 사망자가 안치된 시체실과 부상자가 즐비한 병실을 정신없이 찾아 헤맸으나 아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3월 19일 권찬주는 마산일보사에 찾아가 아들의 행방불명 소식을 알렸고 그날부터 중앙 일간지도 아들을 찾는 권찬주의 애끓는 사연을 보도했다. 다음날인 3월 20일에도 아들 소식을 듣지 못한 그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거리를 헤맸다. “내 아들 못 보았소”, “혹시 어디서 시체가 또 나왔다는 말 못 들었소”라며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물었다. 이후 권찬주는 날마다 경찰서, 검찰청, 변호사회, 시청, 정당 사무실을 찾아다녔고 병원을 뒤졌다. 국회 진상조사단도 만났다. 하수구도 들여다보고 인근 산도 헤맸다. 그렇게 “억세게 찾아 나섰더니” 마산 사람들이 모두 그를 알아봤다. 여성들은 권찬주의 끼니를 챙기며 김주열을 찾는 데 함께 나섰다. 그렇게 마산에서 김주열을 찾는 운동이 일어난 와중에 ‘3월 15일 밤 경찰이 시체에 돌을 달아 시청 뒤편 연못에 유기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3월 29일 검찰, 경찰, 자유당과 민주당 관계자, 신문기자, 거기다 500명 넘는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청 뒤편에 있는 연못의 물을 퍼냈지만 시체는 없었다. 한 달 가까이 아들을 찾아 마산 거리를 헤매던 권찬주는 남편이 아프다는 소식에 4월 11일 오전 8시 남원행 버스를 탔다. 그로부터 3시간이 지나 행방불명이 된 지 27일 만에 눈에 최루탄이 박힌 끔찍한 모습으로 김주열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시체를 인양하는 동안 소식을 들은 마산 시민들이 부둣가로 몰려왔다. 사람들은 ‘김주열이 자신의 끔찍한 모습을 차마 어머니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어머니가 떠난 후에 바다에 떠올랐다’며 애달파했다. 김주열의 시체가 도립병원으로 운반되자 시민 3000여명이 병원을 에워싸고 범죄를 은폐한 경찰을 규탄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날 저녁에는 수만 명의 마산 시민들이 관공서를 파괴하며 ‘이승만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이날 시위는 4·19혁명에서 처음 등장한 이승만 퇴진 요구였다. 이승만 퇴진을 외친 시민들은 매일 거리에서 아들을 찾아 달라고 호소한 권찬주를 20일 넘게 지켜보며 함께 고통스러워했던 이들이었다. 김주열의 시신이 발견되자 마산 시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분노로 들끓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5월 8일 어머니의 날을 맞아 권찬주는 “귀여운 자녀들을 잃은 어머니 여러분, 우리 다같이 눈물을 거둡시다. 밝아오는 새나라 아침 햇살을 받으며 그리고 자식들이 뿌린 따뜻한 선혈이 남긴 이 민족의 넋이 헛되지 않도록 내일의 새로운 세대를 뒷받침하는 이 나라의 어머니로서 다시 한번 옷깃을 여밉시다”라는 글로 4·19혁명으로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을 위로해 큰 울림을 주었다. 권찬주는 아들 김주열의 죽음을 “이 나라 민주 발전의 터전이 될 것으로 섭섭하기는 하나 영광스러운 죽음”으로 마음에 새겼다. 6월 하순에는 김주열의 백일재를 마친 후 김주열을 찾는 일을 도왔던 언론사와 입원 중인 4·19혁명 부상자를 위로하고자 상경했다. 그해 10월 새싹회가 수여하는 소파상을 수상하는 등 권찬주는 ‘4월 혁명의 어머니’로 국민적 추앙을 받았다. 권찬주는 평생, 심지어 2023년 4·19혁명 유공자로 건국포장을 받을 때조차 ‘김주열 열사의 어머니’로만 기억됐다. 하지만 4·19혁명에는 청년학생들뿐 아니라 권찬주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이 참여했다는 게 명백한 사실이다. 김주열의 주검이 발견되자 마산에선 여학생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4월 25일에는 200~300여명의 할머니들이 “죽은 학생 책임지고 리 대통령은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고 마산경찰서 안으로 들어가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이제는 누군가의 어머니뿐 아니라 권찬주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나라가 되길 기대한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
  • 우주복 입고 목성 보고… 노원으로 가는 ‘우주 소풍’

    우주복 입고 목성 보고… 노원으로 가는 ‘우주 소풍’

    서울 노원구가 ‘과학의 달’을 맞이해 ‘노원 천문우주 페스티벌’을 연다. 최근 아르테미스 2호의 성공으로 관심이 높아진 천문우주과학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다. 구는 25일 노원천문우주과학관과 중계문화공원에서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페스티벌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중계문화공원 본무대에서는 박인호 마술사의 과학 마술쇼를 시작으로 ‘우주인 코스프레 대회’가 열린다. 우주를 주제로 한 코스프레 참여자 중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런웨이(무대) 워킹과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또 별자리 무드등 만들기, 누리호 등 모형 전시, 태양 관측, 탄소중립 체험도 준비됐다. 오후 8시부터는 해설과 천체망원경 영상 중계를 통해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 천체망원경으로 달과 목성을 관측할 예정이다. 노원천문우주과학관은 2021년 이후 코스모스관, 빅히스토리관, 천체관측실, 천체투영관 등 주요 시설을 차례로 리모델링하고 체험형 교육 시설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구는 천문우주 페스티벌을 통해 과학 문화를 확산하고 관련 기관 네트워크를 다져가고 있다. 오승록 구청장은 “노원천문우주과학관은 체험과 참여를 중시하는 지역 교육 인프라를 상징한다”며 “과학을 통해 더 큰 미래, 더 넓은 세상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우린 디자이너 아닌 탐정”… 지구촌 ‘장인들의 만들기 비밀’ 찾았다

    “우린 디자이너 아닌 탐정”… 지구촌 ‘장인들의 만들기 비밀’ 찾았다

    “우리는 디자이너라기보다, 세상의 비밀을 찾아다니는 탐정입니다.” 한국의 목탁 장인부터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장인, 파키스탄의 목각 장인, 핀란드의 펠트 장인까지…. 핀란드 헬싱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부부 디자이너 한국인 아무 송(왼쪽)과 핀란드인 요한 올린(오른쪽)의 디자인 스튜디오 콤파니가 20여년 동안 ‘시크릿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장인과 협업해온 여정을 선보인다. 서울 중구의 봄소풍 같은 전시 공간 피크닉에서 열리는 ‘월드 어페어’ 전시를 통해서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반기는 것은 콤파니식의 지도다. 나라 크기도 이들의 마음속 가중치에 따라 제각각이고 아예 없는 나라도 있다. 파리, 뉴욕, 밀라노 등 유명 도시가 아닌 장인이 사는 작은 마을들이 이들의 마음속에 더 중요하게 각인돼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탐정이라고 여긴다. 여러 세대에 걸쳐 기술을 전해 온 전 세계 공방을 찾아가고 전통 시장과 길거리 상인을 관찰해 물건이 제작되고 유통되는 풍경에 주목한다. 언어는 다르지만, 이들은 모눈종이에 직접 그린 드로잉을 매개로 장인들과 소통하며 협업을 시작한다. 대화를 거쳐 새로운 물건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은, 장인의 삶의 방식 위에 이들의 상상력을 조심스럽게 더하는 과정이자 산업화 이후 우리가 잃어버린 ‘만들기의 비밀’에 가까워지는 시도다. 그렇게 탄생한 물건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다. 핀란드 전통의 펠트 신발에 콤파니 특유의 위트를 더해 어린 시절 부모님의 발등에 올라타 함께 춤을 추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댄스 슈즈’, 러시아 장인들과 협업해 탄생한 각종 야채, 과일 모양 등을 형상화한 270여 개의 마트료시카①, 우르두어 글자 형태를 활용해 동물 형상을 표현하며 파키스탄의 종교적 규율에 대한 존중을 담은 나무 조각, 경북 영천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젊은 장인과 함께 재해석해 만든 목탁②까지 다양한 시크릿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물건을 만들고 그것들을 사 모으는지, 그리고 그 쓰임을 다한 뒤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 [열린세상] 김종삼 시인을 기리는 숨은 손들

    [열린세상] 김종삼 시인을 기리는 숨은 손들

    한국전쟁 이후 결핍과 부재의 현실 속에 절제와 여백의 미학으로 가장 완성도 높은 서정시를 남긴, 그러나 가난하고 외롭고 고독하게 살다 간 김종삼 시인. 그를 기리는 시문학상의 아홉 번째 시상식이 얼마 전 소박하지만 정감 어리게 치러졌다. 문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 제정은 그 문인의 문학 정신과 작품 세계를 잇는 전통적이고 가장 영예로운 방식이다. 그래서 문인의 이름으로 주는 문학상은 해당 문인을 배출한 지역 자치단체나 대기업 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유족들에 의해 성대하게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김종삼시문학상은 예외적이다. 황해도 출신으로 월남한 김종삼은 영원한 보헤미안이었다. 고전음악에 심취했으나 경제적으로는 무능력한 어린아이 같은 시인이었다. 김수영·김춘수와 함께 ‘3김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세상이나 문단 권력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시인을 기억하고 기리는 숨은 손들에 의해 김종삼시문학상과 추모 사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난과 술로 인한 건강 악화 등 힘겨운 만년의 삶을 접고 1984년 12월 김종삼 시인이 타계하자 많은 문단 동료와 독자들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그를 보냈다. 그리고 청하출판사를 운영하던 장석주 시인이 1990년 김종삼문학상을 제정하고 이듬해 첫 수상자로 황동규 시인을 선정, 시상하였지만 경영난으로 더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어 인사동에서 밥집을 운영하던 박중식 시인이 앞장서 모금 운동을 벌여 1993년 12월 경기도 광릉 인근 식당인 수목원가든 마당 한 편에 김종삼 시비를 건립했다. 이 시비는 2011년 12월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저수지 인근으로 이전됐다. 이를 계기로 대진대 서범석, 이병헌, 심재휘 교수 등이 중심이 돼 2012년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이면재 대진대 총장의 결단으로 2017년 김종삼시문학상을 제정하고 운영위원회를 구성, 이듬해 첫 시상식을 치르면서 김종삼 시인을 기리는 일은 탄탄한 궤도에 올라선 듯했다. 하지만 이 총장의 임기가 끝나자 지원도 끊기면서 상은 4회를 끝으로 중단 위기를 맞았다. 이때 ‘김종삼의 시를 찾아서’를 저술한 운영위원장 이숭원 평론가가 어느 익명의 독지가가 조건 없이 10년 동안 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후원하기로 했다는 기쁜 소식을 가져온 덕에 중단 위기를 딛고 지금까지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김 시인의 문학 정신을 이어 오고 있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그 독지가가 이춘계 동국대 명예교수라는 사실이 올해 수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지난 2월 초 별세한 이 교수는 한국 사회사와 고대 한·일 관계사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부군 최재석 고려대 명예교수가 작고하자, 상속받은 강남의 아파트를 고려대에 기부해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또 한국사회사학회에 10억원을 기부해 최재석학술상을 제정하는 등 후학 양성에 기여한 바 있다. 그리고 그즈음 동생인 이숭원 평론가로부터 김종삼시문학상의 딱한 사정을 듣고 흔쾌히 기부에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시조계의 큰 별 이태극 시조 시인의 장녀이기도 한 그가 아버지 기념사업이 아닌, 삶의 변방에서 그늘을 노래한 김종삼 시인을 기리는 데 기부했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시인의 삶이 그랬듯이 김종삼시문학상이 걸어온 길을 보면 사연도 곡절도 많지만 후의로 가득하다. 자발적으로 재능 기부하는 운영위원들, 연고 없는 김종삼 시비를 따뜻하게 품고 관리하는 소흘읍 고모리 주민들, 수상 소식을 듣고 대구에서 몇 번의 환승을 거듭하며 올라와 시상식 전 김종삼 시비에 참배한 장옥관 시인 등. 이런 마음이 문학을 사랑하고 예술을 지키는 정신일 것이다. 약속받은 5년이 지난 이후에 김종삼시문학상이 어떻게 될지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숨은 손들이 있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곽효환 시인·경남대 교수
  • ‘느림의 미학’이 던진 묵직한 인생투

    ‘느림의 미학’이 던진 묵직한 인생투

    느리지만 열정 가득한 중년 야구팀철거 앞둔 홈경기장서 마지막 투혼 시간을 왜곡하는 것으로 스러지는 공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 야구를 통해 시간의 의미를 되묻는 영화가 있다. 또박또박 흘러가는 시간을 멈출 도리는 없지만, 힘을 모아서 아주 살짝 뒤틀어볼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계가 주목하는 신인 카슨 룬드 감독의 첫 장편 ‘마지막 야구 경기’가 오는 22일 개봉한다. “이퍼스볼은 느린 구속으로 타자를 당황하게 해서 헛스윙을 유도하는 거야. 커브볼처럼 보이게 던지는데 힘을 뺀 거지. 타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평소처럼 스윙하지만 공은 이미 지나갔거나 치고 난 뒤에 지나가.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드는 공이지.” 동네의 유일한 야구장이었던 ‘솔저스필드’가 곧 건설될 학교 부지로 선정되면서 철거를 앞뒀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한때 야구인으로서 혼을 불살랐던 중년 아저씨들이 마지막 경기를 위해 이곳으로 모인다. 경기는 허접하기 짝이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인원 부족으로 몰수패를 당할 위기에 놓인다. 간신히 시작한 경기에서도 선수들은 공을 던지거나 치는 것보다는 농담 따먹기에 더 진심이다. 스포츠 영화의 역동성을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야구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다. 영화의 영어 원제는 ‘이퍼스’(Eephus)다. 포물선을 그리며 느리고 약하게 날아가는 공, 일명 ‘아리랑볼’이다. 야구 경기에서 빠른 공에 익숙해진 타자들은 갑자기 시속 90㎞도 안되는 아리랑볼이 날아오면 마치 공이 공중에서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감독은 이 대목에서 철학적 성찰을 건져 올린다. 한가한 듯 흘러가는 이퍼스볼은 자꾸만 빠른 공을 던지라고 종용하는 세상의 속도에 저항하는 변칙이자 삶에서 구현하는 ‘느림의 미학’이다. 그것으로 우리는 잠시나마 시간을 멈출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세상의 타이밍을 빼앗아 보기 좋게 헛스윙을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는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다. 심판은 퇴근했고 어두워져 공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동점에 주자는 만루, 이퍼스볼을 오랫동안 연마한 투수로 말미암아 경기는 끝난다. 투수는 삼진을 잡았을까, 아니면 연장 끝내기 안타를 내줬을까.
  • “R컵 가슴 탓에 이코노미 못 탄다”…비행기값만 7000만원 더 썼다는 여성 [핫이슈]

    “R컵 가슴 탓에 이코노미 못 탄다”…비행기값만 7000만원 더 썼다는 여성 [핫이슈]

    큰 가슴 탓에 비행기를 탈 때마다 좌석 업그레이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20대 여성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그는 이코노미석에서는 옆자리 승객과 접촉이 생기고 식사도 쉽지 않아 장거리 비행이 사실상 어렵다며 지난 2년간 추가로 쓴 돈만 5만 달러(약 7400만원)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US 위클리와 피플 등 미국 매체는 최근 스코틀랜드 출신 서머 로버트(28)의 사연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는 30R 사이즈의 큰 가슴과 관련한 신체적 불편을 겪고 있으며 장거리 비행 때마다 비즈니스석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코노미 좌석의 가장 큰 문제로 좁은 공간을 꼽았다. 좌석 폭이 좁아 옆자리 승객과 몸이 계속 닿게 되고 식판도 끝까지 내리기 어려워 기내식을 편하게 먹기 힘들다는 것이다. 로버트는 비즈니스석이 아니면 식사도 어렵고 다른 승객과 계속 닿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호주 멜버른까지 가는 장거리 비행에서도 더 넓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편도 항공권에 1만 4686달러(약 2100만원)를 썼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감당하는 이런 추가 부담을 두고는 이른바 ‘가슴세’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로버트는 좁은 객실 환경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실제 부상으로 이어진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US 위클리에 따르면 그는 최근 비행 중 뜨거운 차를 쏟아 가슴 부위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객실이 붐비면 열감과 압박이 더 심해져 장시간 비행이 더욱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경험이 개인적인 불편을 넘어 좌석 설계 전반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세상이 사실상 한 가지 체형만 기준으로 설계된 것처럼 느껴진다며 큰 가슴 때문에 신체적 부담과 경제적 부담을 함께 떠안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플은 로버트가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이동과 일상 전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현실에서는 분명한 불편과 비용이 뒤따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몸에 안 맞는 좌석의 대가…비용 부담 두고 여론 갈렸다 로버트는 장거리 비행에서 기본 좌석조차 편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결국 획일적인 좌석 설계 문제를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더 넓은 좌석은 선택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사실상 필수라는 것이다. 피플은 로버트가 큰 가슴 때문에 운동과 수면, 옷 고르기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행기 좌석 문제 역시 이런 불편이 이동 과정에서 더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온라인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신체 조건 때문에 사실상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불합리하다고 봤다. 반면 비즈니스석 이용은 개인 선택일 뿐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 사연은 항공 좌석이 얼마나 다양한 체형을 반영하고 있는지, 또 개인의 불편을 어디까지 사회적 문제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다시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 [데스크 시각] 증시 호황에 땀이 식는다

    [데스크 시각] 증시 호황에 땀이 식는다

    붐비는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 타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 화면이 시야에 들어올 때가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웹툰이나 유튜브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주식 창을 보는 사람이 십중팔구다.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나누는 대화도 온통 주식 얘기다. 손실이 크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 이미 두둑이 번 사람의 여유다. 요즘 주식시장이 호황이다. 잡주에 지독하게 물려서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한 개미도 많겠지만, 코스피가 꿈의 지수라던 5000대를 횡보하는 지금이 전례 없는 호황기임에는 틀림없다. 국내 주식 투자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 3명 중 1명꼴인 1456만명에 이르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주식의 시대’를 열어젖힌 장본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국민은 없다.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꿔 놓겠다며 ‘코스피 5000’을 공약했다. 임기 5년 안에 도달할까 했는데, 단 7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해 버렸다. 심지어 18거래일 만에 6000까지 뚫었다.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혼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라며 ‘이재명 예찬론’을 펴는 투자자도 많아졌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는 핵심 배경에 증시 호황이 있음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세상사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주식시장에 광풍이 불자 이상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익을 향한 욕심이 커지면서 ‘빚투 러시’가 시작됐다.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역대 최대 규모인 33조원대까지 불어났다. 빚투족들은 “주가가 올라 수익이 나면 빚은 갚고도 남는다”며 추가 매수로 평균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남들이 주식으로 돈 버는 것에 배 아파하다 뒤늦게 주식에 손을 댄 ‘포모(소외 공포) 투자자’까지 가세했다. 주식시장은 점점 ‘투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도박장’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단타 대박을 기대하고, 손실을 만회하려 더 큰 베팅을 하며, 땄을 때 ‘도파민’이 터진다는 점이 서로 닮았다. 출렁이는 변동성과 구조적 취약점이 국내 증시 상황을 ‘도박장세’로 만들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 대표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하다 중동전쟁이 일어나자 하락률 1위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들어 4월 초까지 발동된 사이드카만 총 13회(매수 6회, 매도 7회)에 이른다. 한국인의 ‘냄비 근성’이 증시에 그대로 투영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증시가 달아오른 속도가 아무래도 너무 급했던 듯하다. K증시에 필요했던 건 ‘느림의 미학’이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도 “코스피 5000이 올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앞으로 증시가 건강한 조정을 받으며 꾸준히 우상향하면 전 국민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뛰어드는 추세는 한풀 꺾일 것 같다. 더 큰 부작용은 주식 투자 대중화로 ‘노동의 가치’가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 앱을 열고 손가락만 굴리면 시드 규모에 따라 수백만원을 가뿐히 버는 모습, 반도체주 투자로 하루에 벌어들인 수익이 한 달 월급보다 많은 사례는 ‘땀 흘려 일할 이유’를 지우고 있다. 근로소득에는 최저 6%의 소득세가 붙지만 주식 양도 차익은 종목당 50억원까지 비과세라는 점도 근로 의욕을 확 떨군다. 더욱이 주식시장은 돈이 돈을 버는 ‘부익부’ 구조인 까닭에 호황일수록 빈부 격차는 더 커진다. 이 대통령은 ‘먹사니즘’을 강조했다. 먹고사는 문제의 첫 번째는 소득이다. 현 정부가 소득의 양극화 해소에 진심이라면 국민에게 ‘주식 대박’을 권하기보다 일한 만큼 보상받는 노동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습을 더 보여야 하지 않을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받으려고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선 하청 노조를 향해 “주식해서 돈 버세요”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영준 경제정책부장
  •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정치에서의 악함에 관하여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정치에서의 악함에 관하여

    정치학자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좌절감을 안긴다. 정당화는 물론이고 설명이 안 되는 존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책 ‘정치학’은 ‘선한 삶’과 ‘정의로운 공동체’, ‘좋은 정치’가 함께 간다는 서술로 시작한다. 트럼프가 코웃음 칠 일이다. 그는 인간적인 삶의 전망을 파탄으로 이끌고 세상을 혐오와 적대로 들끓게 하는 방법으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고전 정치학만 무력화된 게 아니다. 트럼프는 현대 정치학의 개념과 이론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주권의 불가침성’을 트럼프만큼 손쉽게 무시한 국가 지도자는 없었다. 트럼프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잔혹한 행동을 함으로써 사람들을 멍하게 한다. 트럼프는 ‘자의적 통치의 제한’을 제도화한 헌법도 무시했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 무엇에 의해서도 견제받지 않는 통치자가 되고자 했다. 그 점에서 트럼프는 왕이다. 공포를 조장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그러면서도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고자 하는 전형적인 참주(tyrant)다. 게다가 변덕스럽기까지 하다. 예측되지 않는 권력은 위험하다.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라 했을 때, 이해할 만한 일로 여겼다. 트럼프의 미국이 실리 위주의 신고립주의를 지향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말도 안이하게 믿었다. 그러다 선전포고도 없이 군사행동을 하고 최첨단 무기를 쏟아붓는 걸 보면서 아차 싶었다. 뭔가 크게 잘못 가고 있다. 이미 트럼프는 이민단속국으로 본토를, 특수부대로 중남미를, 공중 폭격과 미사일로 중동을 헤집어 놓았다. 여기서 멈출까? 그럴 것 같지가 않다. 트럼프는 다음 대상을 어디로 할지 궁리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야 협상에 유리하다고 여기는데, 더 큰 위험은 사람들도 자꾸 그게 어디일지를 궁금해한다는 사실에 있다. 전쟁이 전쟁을 부르는 악순환의 심리적 고리가 형성되었다. 어쩌면 새로운 지구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트럼프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미국 민주당의 존재감이 없다. 집권당이라고 하지만 공화당의 역할도 없다. 대통령은 여야나 의회를 우회해 대중 여론과의 직접 대면을 즐긴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SNS)로 일한다. 내각과 부처의 장관들도 독립된 역할이 없다. 미국의 정부는 없고 트럼프의 미국만 있다. 미국 민주주의의 운명이 트럼프의 손에 잡혀 있다. 200년 전 ‘미국의 민주주의’를 출간한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미국을 다양한 중간 집단과 결사체가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고, 분권화된 지방의 삶이 살아 있는, 다원적인 국가로 묘사했다. 그가 타임머신을 타고 와 오늘의 미국을 본다면 책을 새로 냈을 것이다. 고립되고 원자화된 개인들로 이루어진 무정형적 여론이 한 인물의 불안정한 개성에 의해 이리 이끌리고 저리 이끌리는 ‘미국의 대중 민주주의와 독재’가 그 주제였을 것이다. 1776년 독립선언문으로 천명했던 미국의 원칙, 즉 “자유와 평등, 행복 추구”를 만인의 자명한 권리로 존중하는 미국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250년 전 그때의 미국은 위대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을 견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소비문화와 도파민에 중독되고 더 위대해지려는 헛된 꿈에 집착하는 ‘말기의 로마’ 같은 미국이다. 아리스토텔레스로 돌아가 보자. 그는 ‘선한 인간’과 ‘좋은 시민’이 일치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좋은 시민이 꼭 선한 인간은 아니어도 되지만, 치자(治者)는 그럴 수 없다. 보통의 개인은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도 좋다. 그러나 정체(헌법)를 수호하고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선서하며 공권력을 위임받은 자는 그럴 수 없다. 한때 트럼프는 한국 정치의 아이콘이었다. “한국의 트럼프”를 내세운 대선 후보도 있었고,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한 의원도 있었으며, 국회에서 윤석열 석방을 트럼프에게 간청하는 기도회를 주관한 의원도 있었다. 부끄럽게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도덕적 지도력을 잃은 힘은 우리가 따를 정치의 모델이 될 수 없다. 박상훈 정치학자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강계열 할머니 별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강계열 할머니 별세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주인공 강계열 할머니가 지난 10일 별세했다. 101세. 고인은 강원 원주의료원에서 삼일장을 치른 뒤 12일 횡성 청일면 선산에서 영면에 들었다. 1925년 평창에서 태어나 횡성에서 자란 고인은 10대 때인 1938년 9살 연상인 남편(조병만할아버지)과 결혼했다. 유난히 금실 좋던 부부의 이야기는 2010년 지방신문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방송에 소개됐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조병만 할아버지가 다큐멘터리 촬영 종료 이전인 2013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노부부의 애틋한 일상과 이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2014년 11월 개봉해 전 국민에게 따뜻한 웃음과 깊은 감동을 전하며 48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등 역대 독립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고인은 2019년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영상에서 “밤에 자다가 할아버지 생각을 하면 이불과 베개가 다 젖도록 운다”고 말하며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연출한 진모영 감독은 소셜미디어(SNS)에 “영화 주인공 강계열 할머니께서 오늘 오후 떠나셨다”며 “2012년 9월 9일 처음 뵙던 날에도 소녀 같았는데 그 소녀는 100세가 되어 강을 건너가셨다. 좋아하는 조병만 할아버지 곁으로. 할머니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적었다.
  • 양천 ‘도서관의 날’ 맞아 특별 이벤트

    양천 ‘도서관의 날’ 맞아 특별 이벤트

    서울 양천구가 도서관의 날(4월 12일)과 도서관 주간을 맞이해 이달 내내 구립도서관에서 특별 기념행사를 운영한다. 구는 ‘도서관 속 작은 펼침, 세상을 여는 큰 열림’을 주제로 일상에서 독서 문화를 접하는 행사를 기획했다고 12일 밝혔다. 구립도서관 회원은 이날부터 18일까지 사용했던 무인 도서대출기 영수증을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문화회관 기획공연 관람권을 받을 수 있다. 회원에게는 잡지를 선착순으로 무료 배부한다. 연체 도서를 모두 반납하면 대출 정지 상태를 풀어주는 ‘다시, 도서관으로’ 이벤트도 열린다. 다양한 주제로 독자와 책을 연결하는 ‘북 큐레이션’도 운영된다. 양천중앙도서관에서는 ‘가족각본(창비)’의 저자 김지혜 작가가 ‘다문화,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를 주제로 강연한다. 갈산도서관에서는 천문 특화 도서관 특성에 맞춰 과학 뮤지컬 ‘가자! 우주로’를 선보인다. 이기재 구청장은 “앞으로도 도서관이 주민 한 분 한 분의 내일을 소중히 소장하고 꿈을 키워나가는 든든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 달 연구 새 지평 연 인류… “지구에 산다는 건 특별한 일”

    달 연구 새 지평 연 인류… “지구에 산다는 건 특별한 일”

    美 샌디에이고 인근 바다에 착수비행사들 “우주서 가족·친구 생각”달 기지 초석… 2028년 착륙 목표트럼프 “극적인 여정, 다음은 화성” “이 여정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한 팀이라는 것입니다.” 반세기 만에 달 근접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유인 우주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Ⅱ)’의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우주센터 인근 엘링턴 필드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달 탐사 임무에 투입된 첫 여성 우주비행사라는 기록을 쓴 코크는 칠흑 같은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우주를 배경으로 지구가 아주 작게 보였을 때 가장 강렬한 깨달음을 얻었다며 “우리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도 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지난 1일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열흘 만인 전날 오후 8시 7분 지구에 귀환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아르테미스 2호의 유인 캡슐인 오리온을 타고 미 샌디에이고 인근 바다에 성공적으로 착수했다. 이들의 귀환 생중계를 해설한 롭 나비아스 미 항공우주국(NASA) 공보관은 “완벽한 정중앙 착수”라고 묘사했다. 지구에 귀환하고 하루 뒤 열린 이날 환영식에서 임무를 완수한 4명의 우주비행사는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임무를 이끈 리드 와이즈먼 사령관은 “지구에서 20만 마일 이상 떨어져 있다는 것이 발사 전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꿈인 것 같지만, 막상 거기 나가 있을 땐 그저 가족과 친구에게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고 우주에 있었을 때의 심정을 전했다. 이어 “인간이라는 것은 특별한 일이고, 지구에 산다는 것도 특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료 대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는 영원히 하나로 묶여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테미스 2호는 열흘간의 임무 동안 달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며 나사의 다음 프로젝트인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첫걸음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임무에서 아르테미스 2호는 인류 역사상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에 도달하는 기록도 썼다. 재러드 아이작먼 나사 국장은 “이는 시작일 뿐이고, 우리는 2028년 달에 착륙하고 기지를 건설할 때까지 정기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에 “대단하고 재능 있는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전 여정이 극적이었고 착륙은 완벽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분을 곧 백악관에서 만나길 바란다”며 “우리는 이를 또다시 해나갈 것이고 다음 단계는 화성”이라고 덧붙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엑스(X)를 통해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의 달 탐사 임무에 참여해 최초의 비(非)미국인 우주비행사가 된 제러미 핸슨을 언급하며 “역사적인 발자국을 남긴 핸슨 대령과 팀을 축하한다.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 캄보디아, 세계 최초 ‘영웅 쥐’ 동상 세운 이유…지뢰 109개 찾아내 [여기는 동남아]

    캄보디아, 세계 최초 ‘영웅 쥐’ 동상 세운 이유…지뢰 109개 찾아내 [여기는 동남아]

    캄보디아의 지뢰밭에서 5년간 활동하며 100개가 넘는 폭발물을 찾아내 수많은 인명을 구한 아프리카 큰주머니쥐 ‘마가와’(Magawa)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지난 3일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서는 ‘국제 지뢰 인식과 제거 활동 지원의 날’(4월 4일)을 하루 앞두고 마가와의 2.2m 높이 석상 제막식이 열렸다. 마가와는 공공 기념물로 기려진 세계 최초의 쥐로 기록될 전망이다. 벨기에 비영리 단체 아포포(APOPO)의 의뢰로 제작된 이 동상은 현지 석공들이 사암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동상은 시엠레아프 강변 아포포 본부 인근에 설치됐으며, 생전 마가와가 착용했던 작업용 하네스와 수여받은 금메달을 차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특히 동상 받침대에는 실제 폐기된 폭발물 파편들이 포함돼 의미를 더했다. 마가와의 업적은 실로 놀랍다.아포포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마가와는 5년간 지뢰 71개와 불발탄 38개 등 총 109개의 폭발물을 탐지했다. 면적은 약 14만 1000㎡로, 이는 축구장 20개에 달하는 넓이다. 2013년 탄자니아에서 태어나 전문 훈련을 받은 마가와는 2016년 캄보디아로 배치됐다. 그는 2021년 은퇴 후 2022년 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아포포의 프로그램 매니저 마이클 레인은 “마가와는 우리가 보유했던 최고의 쥐 중 하나였다”며 “집중력이 뛰어나고 조련사들에게도 매우 다정했던, 완벽한 성품을 지닌 영웅이었다”고 회고했다. 마가와는 테니스 코트 크기의 면적을 단 20분 만에 탐색할 수 있었는데, 이는 인간이 금속 탐지기로 작업할 경우 며칠이 소요되는 일이다. 아프리카 큰주머니쥐는 몸무게가 가벼워 지뢰를 밟아도 터뜨리지 않으며, 개에 버금가는 후각을 지녀 지뢰 탐지에 최적화돼 있다. 이들은 TNT의 화학 신호를 포착하면 땅을 긁어 알리고, 보상으로 바나나나 땅콩을 받는다. 앞서 마가와는 2020년 영국 수의 자선단체 PDSA로부터 동물계 최고 훈장인 ‘PDSA 골드 메달’을 쥐 최초로 수상했다. 이는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극도의 용기를 보여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영국 최고 권위의 상인 ‘조지 크로스’(George Cross)에 비견되는 영예다. 리 투치 캄보디아 지뢰행동청(CMAA) 제1부의장은 제막식에서 “마가와의 유산은 캄보디아 지뢰 제거 임무에 있어 회복력과 신뢰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1960~90년대 내전의 여파로 전 세계에서 지뢰 오염이 심각한 국가 중 하나다. 지난 47년간 폭발물로 인해 약 1만 880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여전히 600만 개의 지뢰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정부는 2030년까지 ‘지뢰 없는 국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마가와의 뒤를 잇는 새로운 영웅 쥐들도 활약 중이다. 현역 탐지 쥐 로닌(Ronin)은 2021년 이후 지뢰 109개와 불발탄 15개를 찾아내며 2025년 세계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 21조원 들인 ‘메타 AI드림팀’… 수학·과학 전문가급 추론 ‘뮤즈 스파크’ 출시

    21조원 들인 ‘메타 AI드림팀’… 수학·과학 전문가급 추론 ‘뮤즈 스파크’ 출시

    알렉산더왕 연구팀의 첫 작품석박사 설계한 ‘인류 최종 시험’구글·오픈AI 경쟁작보다 앞서인스타그램·AI 안경 등에 적용 메타가 인공지능(AI) 생태계의 ‘개방’을 상징하던 기존의 오픈소스 전략을 버리고 기술 독점을 통한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그동안 ‘라마(Llama)’ 시리즈를 무료로 배포하며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온 것과 달리 이번엔 ‘폐쇄형’ 모델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는 글로벌 AI 경쟁의 축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유 자산’에서 빅테크가 기술을 점유하고 통제하는 ‘성능 중심’으로 완전히 옮겨갔음을 의미한다. 메타는 8일(현지시간) 알렉산더 왕 최고AI책임자(CAIO)가 이끄는 메타초지능연구소(MSL)의 첫 결과물인 ‘뮤즈 스파크(Muse Spark)’를 전격 출시했다. 왕 CAIO는 메타가 지난해 새 AI 모델 개발을 위해 약 21조원을 들여 영입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스케일AI’의 창업자이자 개발자다. 이번 모델은 그가 이끄는 초지능 연구팀의 첫 성과로 작고 빠르면서도 과학·수학 등 전문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 수준의 추론 능력을 갖췄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AI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고안된 ‘인류 최종 시험(HLE)’ 결과다. 석·박사급 전문가들이 AI가 풀기 어렵게 설계한 이 시험에서 뮤즈 스파크는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답을 내는 ‘자체 사고’ 기준 50.2점을 기록했다. 이는 구글의 ‘제미나이 3.1 딥싱크(48.4)’와 오픈AI의 ‘GPT 5.4 프로(43.9)’를 앞선 수치로, 순수 지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이처럼 향상된 추론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적 구조에도 변화를 줬다. 성능의 핵심은 새롭게 도입된 ‘심사숙고 모드’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문제를 분석하고 최적의 해답을 조율하는 기술로 사고의 깊이를 더했다. 이번 모델은 메타의 SNS 플랫폼은 물론 스마트 글래스 등에도 즉시 적용된다. AI 안경이 사용자가 보는 세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정보를 알려주고, 인스타그램 등에서 개인 비서처럼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 [열린세상] 쿠르드를 통해 바라본 ‘제국’

    [열린세상] 쿠르드를 통해 바라본 ‘제국’

    이번 이란 전쟁에서 초기에 많은 주목을 모았던 이들이 있으니 바로 쿠르드인들이다. 쿠르드인들은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 4개국에 흩어져 거주하지만 ‘쿠르드 민족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2003년 이라크, 2011년 시리아에서 국가가 붕괴되는 가운데 광범위한 자치권을 확보한 정치 집단들이 생겨났다. 이라크의 쿠르드자치정부(KRG)와 시리아 인민방위대(YPG)가 각각 그들이다. 미국은 중동의 핵심 거점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판단 아래 이라크와 시리아의 쿠르드 운동을 지원하며 이 지역에 진출했다. 이를 발판으로 이란 쿠르드 지역에 대한 분리 공작과 지상군 침투를 시도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르드 무장 단체들이 협조를 거부하고, 이란에서도 마땅한 호응이 보이지 않자 쿠르드 계획은 얼마 안 가서 잠잠해졌다. 사실 역사를 고려하면 애초부터 ‘쿠르드 카드’에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튀르키예는 600년 동안 이 지역을 통치한 오스만 제국의 유산을 잇고 있고, 이란 역시 500년 전 사파비 제국 시기에 현대 국가의 골격이 형성됐다. 이런 ‘문명 국가’들은 자신의 문화가 보편적 호소력을 갖는다고 전제했고, 제국의 언어와 문화만 공유한다면 지방 행정부터 중앙 요직까지 소수민족에게도 통치 참여를 허용했다. 따라서 당시 쿠르드인에게는 실체 없는 ‘쿠르드 민족 국가’보다는 자신들의 부족이 어느 제국에 충성을 바치는지가 훨씬 중요했다. 이 역시 제국이 소수민족에게 문호를 열어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20세기 들어 튀르키예와 이란은 각각 튀르크인과 페르시아인을 중심으로 한 국민국가로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제국 시기의 개방성은 축소됐고, 대신 더 좁지만 결속력 있는 민족주의가 국가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일부 쿠르드 역시 이 흐름 속에서 민족주의를 받아들이며 분리주의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냉전기에는 쿠르드 분리주의 단체가 급진 공산주의 노선을 수용하고 테러를 전술로 채택하면서 갈등이 더욱 격화됐다. 그렇다고 제국적 운영 방식의 기본 골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작년과 올해 내가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만난 쿠르드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튀르키예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 얼마든지 쿠르드이면서 동시에 튀르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역시 쿠르드, 튀르크, 아랍, 발루치 등 다양한 집단이 교육과 관료 경로를 통해 중앙 정치로 진입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우리도 안다’는 식으로 한국의 경험을 이들 제국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이른 시기에 단일민족 정체성을 형성했고, 식민 지배 역사도 비교적 짧았다. 우리 사례는 세계 역사에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소수민족 지역을 여럿 여행해 본 나 자신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제국의 소수민족들에게 섣불리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얘기하면 반대로 ‘여기가 우리나라인데 언제 우리가 나라를 잃었다는 것이냐’라는 반문을 들을 확률이 높다. 이란 전쟁에서 드러나듯 튀르키예, 이란, 러시아, 중국과 같은 유라시아 오랜 제국들의 영향력은 세계 무대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 제국들을 이해하는 일이 필수적이 되었다. 그렇다면 제국이란 무엇인가? 최근 국내에 출간된 ‘러시아 제국 연구’는 제국의 핵심을 차등과 위계에서 찾는다. 서로 다른 민족은 이 질서를 통해 하나의 정치 단위 안에서 공존한다. 사실 이 ‘제국의 구조’가 무엇인지는 글로만 읽어서는 체감하기 어렵다. 유라시아 각지를 직접 경험하며 제국에서의 삶이 어떤 감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국의 이해를 통해 외교의 지평, 나아가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임명묵 작가
  • [한영민의 우주路] 아르테미스가 여는 우주 경제 시대

    [한영민의 우주路] 아르테미스가 여는 우주 경제 시대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인간을 여섯 번 달에 보냈던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반세기 만에 우주비행사 4명이 지금 달 궤도를 돌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항공우주국(NASA)은 유인 우주선 오리온과 우주발사체 SLS로 구성된 아르테미스 2호 발사에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성공적으로 비행을 완수하기를 기대한다. 아르테미스 2호의 실제 임무는 달을 넘어서는 심우주 환경에서의 생명 유지 기술을 비롯한 유인 비행의 안전성 검증과 우주선의 안정성 확보에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본질은 단순한 달 탐사가 아니라 달을 거점으로 화성과 외행성 등 심우주로 인류의 활동 영역을 확장하려는 거대 장기 프로젝트다. 과거 아폴로 프로그램은 냉전 시대 경쟁의 산물이라는 측면이 있어 엄청난 비용 투입에 비해 미미한 경제적 효과로 중단됐다. 그렇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다. 지구의 에너지와 자원의 한계가 확실해지는 지금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우주 경제권’ 구축과 선점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달은 인류가 도달해야 할 종착지가 아니라 더 먼 우주로 나아가는 허브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 달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현지 자원 활용, 달 기반 연료 생산, 심우주 탐사를 위한 베이스캠프로서의 역할에 군사적·전략적 중요성까지 더해지며 달과 우주는 국가 간 새로운 경쟁의 무대가 됐다. 특히 중국은 우주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 2021년 달과 심우주 탐사를 위한 국제 규범인 아르테미스 약정에 가입했고 2022년 발사된 달 궤도선 다누리의 섀도캠으로 달의 영구 음영 지역을 촬영해 아르테미스 3호의 착륙 후보지 탐색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에 발사된 아르테미스 2호에는 우주 방사선 측정을 위한 한국의 큐브위성이 실려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에 대한 방사선 내성 실험도 포함돼 있다. 현재 우리는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독자적 탐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본격적인 우주 경쟁 시대에 주도 그룹에 들기 위해서는 일단 달 탐사 프로그램을 더 확대하고 속도를 높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단발성 계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연속적 임무를 통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주도적인 우주 탐사가 가능하려면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발사 비용의 혁신을 가져올 재사용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대형 저비용 발사체 확보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참여 확대와 국제 협력을 통한 산업 생태계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 최근 국제 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 상황만 보더라도,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광대한 우주의 자원과 에너지는 미래 핵심 생존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동향을 보더라도 달과 화성을 포함한 우주 영토 선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가 열어 가는 새로운 시대 앞에서, 우리는 더 빠르고 더 과감한 실행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소장
  • [나태주의 풀꽃 편지] 문인이 죽으면 책도 죽는다

    [나태주의 풀꽃 편지] 문인이 죽으면 책도 죽는다

    ‘사람이 죽으면 물건도 죽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죽고 나면 그 사람이 쓰던 물건도 따라서 쓸모없게 된다는 말이다. 참으로 슬픈 말이다. 그런가 하면 ‘문인이 죽으면 책도 따라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건 더욱 안타까운 말이다. 글쎄, 내가 그다지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지나 오면서 보건대 문인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너무나도 빨리 세상에서 잊혀지는 것을 보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잡지나 신문에 오르내리던 문인의 이름이나 작품이 깡그리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생전에 이름을 드날리고 인간적으로 힘을 쓰고 문단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문인일수록 더욱 속수무책으로 그렇게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인생무상, 허무가 아닐 수 없다. 진정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한탄이 절로 나오는 일이다. 어쩌면 이것은 자연의 한 이치라 할 수 있으며 순명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해 줄 수도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애당초 문인이 글을 쓰는 것은 또 다른 자기 자신을 창조해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목숨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던가. 여기서 각성이 나오고 분발이 나온다. 우선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야 할 일이다. 어떤 작품일까? 사람마다 입장과 주장이 다르겠지만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모든 문인이 그렇게 하는 건 아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시라고 해도 사람을 살리는 시여야 한다. 쓸모가 있는 시여야 한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시여야 한다. 그래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바꾸어 놓는 시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대의 독자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독자들에게 선택받기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인 자신의 입장과 주장만으로 시를 써서는 안 된다. 충분히 동시대 사람들, 타인의 입장과 타인의 삶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삶까지도 아우르는 시를 써야 한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선이라고 해도 독선이 아니고 공동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독자들에게 선택받기 어렵다. 우리가 모두 아는 일이지만 무릇 시의 문장은 일인칭 문장이다. 일인칭의 하소연과 고백이 이인칭으로 건너가 이인칭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 동의는 또 다른 이인칭, 삼인칭으로까지 번져 가야만 하리라. 그러지 않고서는 시의 생명력은 애당초 불가능한 노릇이다. 그것이 공감이고 나아가 감동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나의 시에 몇 가지 주문을 담아 부탁한다. 짧아져라, 단순해져라, 쉬워져라, 임팩트를 가져라. 앞의 둘은 형식에 관한 요구이고 뒤의 둘은 내용에 대한 요구이다. 시가 진정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오늘에도 가망이 없고 내일에도 가망이 없는 일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에 더할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다. 놀랍게도 인간 세상은 나 한 사람과 나 아닌 모든 다른 사람들, 타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물론 나 한 사람이지만 그 나 한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모든 다른 사람들, ‘너’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이인칭이나 삼인칭의 도움 없이는 일인칭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씀이다. 이것은 실로 매우 쉬운 진리이고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인간은 나 자신의 기억 속에서 사는 게 아니라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시인의 시 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나 하나만의 정서와 나 하나만의 문제로 시를 써서는 안 된다. 보다 많이 타인의 마음, 타인의 정서를 헤아려 시에 담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그러할 때 시는 오늘에도 살고 내일에도 사는 게 아닐까. 조지훈 선생은 이런 말씀을 남겼다. ‘생전부귀(生前富貴) 사후문장(死後文章)’. 그 모범을 우리는 외국 시인 헤르만 헤세나 윤동주, 김소월 선생에게서 본다.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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