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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드온] 날렵한 외모, 역대급 스펙… 2030 홀린 ‘차도남 K5’

    [라이드온] 날렵한 외모, 역대급 스펙… 2030 홀린 ‘차도남 K5’

    기아자동차 중형 세단 ‘K5’는 ‘양카’(양아치차)라는 씁쓸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난폭하게 운전하는 자동차는 어김없이 K5’라는 경험이 사회 곳곳에서 누적돼 생겨난 은어다. 그런 K5가 지난 12일 멋스러운 외모에 스포츠카의 주행 감성을 탑재하고 돌아왔다. 2015년 이후 4년 만에 출시된 3세대 모델이다. 신형 K5에 대한 자동차 시장의 반응은 초반부터 예사롭지 않다. 차량 디자인이 극찬을 받은 데 이어 엔진 성능과 첨단 기능까지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고객층은 ‘2030세대’다. 사전계약에서도 고객 1만 6000여명 가운데 20~30대가 53%로 절반이 넘었다. 신형 K5가 10년 묵은 ‘양카’라는 오명을 털어내는 것은 물론 ‘숙적’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제치고 중형 세단 왕좌에 등극하는 기분 좋은 사고를 치게 될까,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조롱의 대상으로 남게 될까.#잘생겼다멋스러운 디자인, 타이거페이스 진화파나메라 닮아 ‘조선 포르쉐’ 별칭도 신형 K5는 날렵한 스포츠 세단의 모습을 갖췄다. 전면부 그릴은 신형 쏘나타보다 얇게 디자인됐다. 날카로운 그릴 패턴은 ‘샤크 스킨’(상어 껍질) 직물을 모티브로 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그릴은 돛단배 모양으로 만들어져 상대적으로 순한 이미지를 가졌다. 기아차 측은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 디자인이 ‘타이거 페이스’(호랑이 얼굴)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푸조 ‘508’, 쉐보레 ‘카마로’의 얼굴과도 조금 닮았다. ‘√’ 모양의 주간주행등은 ‘하트비트’(심장박동)를 형상화했다. 후미등에도 같은 디자인이 적용됐다. 사이드미러에서 시작되는 측면 크롬 몰딩은 트렁크 위를 지나 반대편 사이드미러까지 끊이지 않고 선으로 쭉 연결됐다. 루프라인은 트렁크 끝에 닿을 정도로 길게 이어져 트렁크와 뒷창문이 함께 열리는 패스트백 차량 같은 느낌을 줬다. 이런 옆 모습이 독일 포르쉐의 ‘파나메라’를 닮았다는 이유로 신형 K5를 ‘조선 포르쉐’라고 칭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다. ●10년 묵은 ‘양카’ 이미지 훌훌 후미 램프는 요즘 유행하는 좌우로 길게 쭉 이어진 형태로 디자인됐다. 또 램프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어 뒤에서 봤을 때 더 입체감이 들어 멋스럽다. 점등 패턴은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점선 모양이 적용됐다. “신형 K5의 절취선 모양 후미등보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에 적용된 한 줄로 길게 이어진 램프 디자인이 더 낫다”는 지적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램프의 점선 굵기가 바깥쪽으로 갈수록 더 두꺼워져 입체감과 원근감, 속도감을 준다는 점에서 디자인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뒷범퍼 아래 크롬으로 꾸며진 장식용 머플러는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한다.#똑똑하다‘테마형 계기판’ 환경따라 배경 변화창문 열고 닫는 것도 음성으로 제어 신형 K5의 실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디자인됐다. 디지털 계기판과 앰비언트 라이트, 그리고 아날로그 감성의 클래식한 나무 재질 마감은 묘하게 잘 어울렸다. 맑음, 흐림, 비, 눈 등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배경이 바뀌는 12.3인치 테마형 계기판도 최초로 적용됐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그랜저나 쏘나타에도 탑재되지 않은 신형 K5만의 품목이다. ●첨단 기술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실내 10.25인치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와 공기조절 장치는 비대칭 형태로 운전자 쪽을 향해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둘 사이에 작은 가림벽이 설치돼 경계가 더욱 명확해졌다. 그래서 운전석에 앉으면 배려받는 느낌이 들었고, 조수석에 앉으면 나만의 공간에 앉아 있는 듯했다. 변속기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이 장착됐다. 콘솔박스 바로 앞에 있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은 기기를 세워서 거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미세먼지 센서가 포함된 공기 청정 시스템도 최초로 탑재됐다. 신형 K5에 장착된 첨단 기능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음성 인식 차량 제어’ 기술이었다. 한층 개선된 ‘카카오i’가 탑재되면서 공조장치를 작동하는 것은 물론 음성으로 창문을 열고 닫는 것도 가능했다. 또 뉴스, 날씨, 주식, 환율, 운세 등 포털사이트로 검색할 수 있는 웬만한 정보는 모두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아차가 신형 K5 슬로건으로 ‘플레이 인터랙티브’(상호작용하라)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집안의 조명, 가스 밸브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동작을 차 안에서 제어할 수 있는 ‘카투홈’과 키·앉은키·몸무게를 설정하면 최적의 시트 포지션을 맞춰주는 ‘스마트 자세 제어’,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기능 등도 적용됐다.#잘 달린다1.6 터보, 스포츠카 같은 경쾌한 질주커브길도 쏠림 없는 안정적인 코너링 기아차는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서울 비스타홀에서 신형 K5 출시 행사에 이어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시승은 비스타홀에서 출발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자유로를 타고 경기 파주 헤이리마을의 한 카페까지 가는 편도 81.5㎞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승 차량은 1.6 가솔린 터보 모델이었다. 운전석에 앉으니 D컷 운전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원형 운전대의 밑동을 깎은 D컷 운전대는 운전대가 무릎이나 허벅지에 닿지 않도록 고안된 운전대로 차체가 낮은 스포츠카에 주로 적용된다. ●승차감 보단 성능 기아차가 신형 K5 라인업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난 1.6 터보 모델을 시승차로 내 놓은 이유는 확실했다. 스포츠 모드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니 마치 스포츠카로 변신한 듯 우렁찬 엔진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달려나갔다. 서스펜션(현가장치)도 더 단단하게 세팅돼 커브길을 급격하게 돌 때 몸이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지 않았다. 다만 승차감은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지닌 다른 차량만큼 안락한 편은 아니었다. 똑같은 1.6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 쏘나타 센슈어스를 몰았을 때와 비교하면 신형 K5의 움직임이 조금 더 가볍게 느껴졌다. 신형 K5 1.6 가솔린 모델에는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27.0㎏·m, 복합연비는 13.8㎞/ℓ다.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5% 기준으로 트렌디 2475만원, 프레스티지 2760만원, 노블레스 2955만원, 시그니처 3200만원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어려서 뭘 할 수 있냐구요? 교실 안 성불평등 당사자 넘어서 변화시킬 힘 키울 것

    어려서 뭘 할 수 있냐구요? 교실 안 성불평등 당사자 넘어서 변화시킬 힘 키울 것

    “우리는 청소년이자 페미니스트다. 청소년은 문제의 당사자는 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여겨져 왔다. 누구도 청소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소년 페미니스트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18년 우리는 수십년간 은폐됐던 학내 성폭력을 고발했고, 일상적으로 요구되는 성역할을 거부했다. 우리는 당사자로 머무르는 것을 넘어 변화를 만드는 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지난 6월 출범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창립선언문 중 일부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혹은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기에는 어려서’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존재로서 침묵할 것을 요구받는다. 지난해부터 그 오래된 침묵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은 목소리를 높여 교실 내 횡행하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학교 문화를, 권력 관계를 악용한 성폭력을 낱낱이 고발했다.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위티의 전신이자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하 청페모)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조 모임 형태로 출발했다. 각종 세미나를 비롯한 학교 내 성평등 문화제를 여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3일 학생의 날을 기념해 전국 규모의 ‘스쿨미투’(학교 내 성폭력 고발 운동)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개최했다. 지난 2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해 한국의 스쿨미투에 대해 알렸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학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한 현실을 꼬집는 학생들에게 ‘너도 미투할 거냐’는 조롱이 돌아왔다.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의 대응 역시 미진했다. 느슨한 연대체였던 청페모가 지난 6월 시민단체 위티로 거듭난 이유다. 청소년들이 단순히 피해자나 고발자로 머무는 게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가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전한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12개 지부와 분회를 두고 있는 위티의 현재 회원은 300여명으로 이 가운데 75%가 청소년이다. ‘말하기 시작한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선언 아래 꾸준히 학교 내 성차별,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한 위티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제16회 서울시 성평등상 최우수상, 이달 ‘6월 민주상’을 수상했다. 청페모의 운영을 담당하며 스쿨미투 집회를 기획했던 양지혜(22) 위티 공동대표는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선정한 ‘올해 아시아에서 변화를 일으킨 청년 운동가 5인’ 중 한 명으로 소개됐다. 양 대표와 최유경(18) 공동대표를 만나 위티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여성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불편한 지점은 어떤 것인가요. 최유경 모든 면요(웃음). 예를 들면 남성 교사들과 남학생들 사이에 특유의 교감이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같은 느낌의 남성 간 유대감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길 원하는 성격이고 그러지 않으면 힘든 스타일인데 학교에서는 (그런 모습이) 남자에게만 허용되는 것 같아요. 남자에게는 그런 점이 오히려 권력이 되는데 왜 저는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몰리는지 의문이 있었어요. 양지혜 중학교 1학년 때 일인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담임 선생님이 종례 시간에 여자아이들을 모아 놓고 3학년 남학생이 치마 속 사진을 찍는 것 같으니 계단에서 난간 안쪽으로 다니라는 식으로 훈화를 하셨어요. 늘 평가받고 품평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여성이고, 남자들은 그런 잘못된 일을 저질러도 여자들이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들을 수밖에 없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학교에서 처음 겪은 부조리함이죠.-여성 청소년들이 남성 청소년들과 달리 일상에서 겪는 차별 역시 적지 않을 것 같아요. 양지혜 여성 청소년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더 많이 착취나 폭력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청소년들에게 성(性)은 금기어잖아요. 특히 여성 청소년들은 성에 대해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요구를 겪는 것 같아요. ‘소녀’를 떠올릴 때 보통 아무것도 모르고 순결하고 하얗거나 깨끗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여성 청소년들을 성적 대상화할 때도 그 이미지가 기표로 쓰이거든요. 여성 청소년은 정숙한 존재여야 하는 동시에 누군가의 성적 욕망이나 성적 대상이 되는 존재죠. 최유경 한국의 페미니즘은 보통 20~30대가 중심이잖아요. 많은 단체에서 하는 여성주의 강연이나 모임을 가면 저는 늘 눈치가 보였어요. ‘내 나이를 물어보면 어떡하지’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제가 성격상 말을 또박또박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제가 (위티의 공동대표로서) 발언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제 나이를 알고 난 뒤 ‘생각보다 어리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내가 어리면 뭐가 달라지는 건가’, ‘내 능력의 기준치가 달라지나’ 여러 생각을 하게 되죠. 양 대표는 그간의 성과 중 하나로 한국의 스쿨미투 운동을 국제사회에 알린 점을 꼽았다. 양 대표는 지난 2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해 한국 학교 내의 성폭력 실태를 알렸다. 위원회는 9월 본심의 이후 10월 초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기밀 유지를 원칙으로 하는 아동 친화적이고 실질적인 성폭력 신고 창구를 마련하라’는 것부터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충분히 다루는 성교육을 도입하라’, ‘모든 아동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학교 규정을 개정하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유엔에서 한국 교내 성폭력 실태를 보고한 프로젝트 ‘스쿨미투, 유엔에 가다’ 활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양지혜 스쿨미투 이후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고발자들의 목소리를 (유엔에) 전하고 한국 정부의 대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그 결과 학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유엔의 권고안이 나왔어요. 저희가 보기에 유의미하고 중요한 것들이죠. 권고안처럼 학내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운동과 단순히 피해를 말하는 것을 넘어 변화를 만드는 운동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앞으로도 지속적인 변화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스쿨미투와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인가요. 양지혜 결국 학교의 변화를 위해서는 학교 내에서 모두가 모두에게 배울 수 있는 성평등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교단에서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교사가 정보를 주입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요. 특히 청소년 당사자들의 관점에서 성평등 혹은 성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과 교육이 학교 내에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의 한 주에서 청소년들이 교육을 15시간 이상 이수하면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강연할 수 있는 과정이 있다고 들었어요. 현장을 잘 아는 이들이나 또래들의 언어로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저희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어떤 점이 문제인가요. 양지혜 30년 전에 배운 사람도, 10년 전에 배운 사람도, 지금 배운 사람도 성교육이라고 하면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금지주의적인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을 떠올리죠. 성교육이라는 것은 여전히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사고되지 못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건전한 이성교제를 하기 위해서는 손만 잡고 다니거나 되도록 둘이 폐쇄된 곳에 가지 않는 식의 방법을 권장하죠. 또 성교육을 1년에 일정 시간 가르쳐야 하는데 그 시간들이 시험 기간에 자습 시간으로 바뀌기도 하고요. 또 보건 시간에 배울 법한 생물학적 성기에 국한돼 설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내용이 사회적 성이나 성별 권력을 은폐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존 성교육이 단편적인 사실만을 기반으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건 기성세대들이 청소년은 성을 향유할 수 있는 존재라고 쉽사리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19금’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청소년에게 성은 알아서는 안 되는 금기어와도 같다. 위티는 이렇듯 성에 덧씌워진 포르노적 통념을 벗겨내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적 권리와 욕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개개인이 지닌 욕망과 신체의 감각에 집중하도록 이끄는 대안적 성교육 강연을 열었다. -대안적 성교육 강연을 마련한 계기가 있나요. 양지혜 강연의 내용은 야설을 프린트한 것을 보면서 이 내용이 누구를 중심으로 쓰였고 어떤 이들을 배제하고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성을 묘사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순서로 진행됐어요. 그 이후에 자기만의 섹슈얼리티 지도를 그렸는데 여기서 섹슈얼리티라는 것은 내가 테니스를 칠 때 숨이 가쁜 느낌이라거나 내가 무언가를 쥘 때 포근한 감촉과 같은 내 몸에서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감각과 연결된 개인의 욕망이죠. 우리는 이미 성에 대해 알고 있고 성에 대해 감각할 수 있지만 마치 이걸 몰라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잖아요. 그러면 청소년이 성에 대해 욕망하거나 실천하려고 할 때 스스로 불온한 감정을 가지게 되고 숨어서 하게 되고 그럼 더 불안하고 안전하지 않게 되죠. 청소년 스스로 성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구성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위티는 최근 선거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하향하는 내용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본회의 통과 촉구를 위한 활동에도 참여했다. 18세 선거권을 요구하는 청소년 1234명의 선언문을 국회 앞에서 발표했고 이후 관련 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기성세대는 교실이 정치화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꼽자면요. 최유경 저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이후에도 정치가 딱히 제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정치라는 건 너무 크고 거대하고 어렵잖아요. 내가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내가 원하는 공약에 표를 줘야 하는데 제가 당사자가 아니니까 관심이 없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이유로 주요하게 쓰이는 내용이 보통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감정적이고 공부를 소홀히 할 것이라는 이유들이에요. 생각하면 얄팍한 논리죠.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해 보면 이미 원하는 걸 다 가진 중년 남성보다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저희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는 첫걸음은 결국에는 선거권을 보장하는 거죠. -내년에는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 계획인가요. 양지혜 선거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떠나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 청소년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혹은 청소년 페미니스트인 정치인을 만나서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또 여성 청소년의 삶이 다양한 만큼 저희가 지닌 청소년 페미니즘이라는 의제를 조금 더 많은 틀로 해석하고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가정 내에서 여성 청소년이 경험하는 억압과 통제 그리고 여성 청소년의 경제적 권리와 자립에 관한 것들요. 청소년에 대한 의제를 인식할 때 성폭력 문제만을 많이 떠올리는데 좀더 다양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어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웃의 ‘안녕’을 책임진다… 살맛 나는 세상 만드는 작은 영웅들

    이웃의 ‘안녕’을 책임진다… 살맛 나는 세상 만드는 작은 영웅들

    ‘자원봉사’라는 단어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세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 ‘이웃과 지역사회를 지키는 힘’, ‘작은 기적을 일으키는 행동’ 등이 있지만 이를 행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바로 ‘영웅’이다. 일상 속 작은 실천들로 이웃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와 지구촌을 ‘안녕’하게 하는 이들이야말로 바로 ‘일상 속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약 중인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행정안전부 주최 ‘안녕 캠페인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46개 지역 뽑혀  ‘안녕 캠페인’은 주민 주도성과 네트워크의 확장, 사회문제 해결을 주요 기제로 삼아 ‘안녕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전 국민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자원봉사센터·단체, 기업 등 다양한 파트너 참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 10월 행정안전부는 ‘안녕 캠페인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해 총 46개 지역(대상 7건·최우수상 13건·우수상 26건)을 우수 사례로 뽑았다.  먼저 서울 관악구의 ‘마마식당‘은 맞벌이 등으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놀이, 돌봄을 지원하는 주민주도의 어린이 식당이다. 지역주민 30명으로 구성된 마마봉사단은 식단 구성부터 장보기, 조리, 귀가 봉사까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민·관·학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형 어린이 식당의 모범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학교와 군부대, 기업 등과 연계해 고지대에 사는 사회취약계층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안전시설물(안전바·폴딩체어)과 야광 이동방향지시등 설치, 혐오시설물 제거와 같은 활동을 전개해 자원봉사를 통한 삶의 질을 변화시킬 예정이다.  충청남도 서천군에서 실시한 ‘안녕한 우리 마을 서천’은 지역사회 문제 발굴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주민의 주도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천군은 읍면별로 설치된 자원봉사거점을 활용, 지역별로 특화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자원봉사거점 상담가 및 지역주민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라북도 김제시의 안부 묻는 발걸음 ‘실버벨 딩동’은 김제시의 인구 고령화, 관계 단절로 인한 독거노인 우울증, 자살 및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핵심 인력인 ‘안녕 지킴이(한국야쿠르트 프레쉬매니저·전문봉사팀)’는 지속적인 방문과 안부 묻는 활동을 통해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과 정서적 교감 형성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성과를 냈다.  경상북도 경산시의 ‘마주 여는 이웃, 마주 여는 마을’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발생한 개인주의의 극복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민·관이 결합한 주민주도형 사업이다. 마을 내 문제 발굴과 해결을 위해 정기적 주민협의체를 운영하고, 청소년 및 아파트 봉사단과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진행, 기업 사회공헌으로 추진한 ‘안전공원 조성’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제14회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 훈·포장과 표창 272점 선정  자원봉사자의 날(매년 12월 5일)은 자원봉사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자원봉사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1985년 국제연합(UN)이 지정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도 2005년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상 기념일로 지정해 올해로 14회째를 맞았다. 지난 5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에서는 ‘제14회 전국자원봉사자대회’가 열렸다. 대회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개인과 단체·기업·지방자치단체에 훈·포장과 표창 275점이 수여됐다.  (사)국제가족제주도연합회 송인호(58) 회장은 22년간 장애인 행사지원, 인권상담, 활동 보조 등 중증장애인 지원 봉사활동과 심야 배회 청소년 귀가 조치, 소년가장 가정 연탄배달 등 청소년 선도보호 활동을 펼치는 등 불우 소외계층의 복지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사랑실은교통봉사대 김형주(65) 정읍 지대장은 1988년 전북 정읍에 사랑실은교통봉사대 지대를 발족한 후부터 모금 활동을 해 관내 심장병 어린이 186명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또 무연고자 장례를 지원하고 자장면을 직접 만들어 나누어주는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친 노고를 인정받아 역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국민포장을 받은 삼성청소년선도119 김병기(51) 사무국장은 33년 10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해왔다. 청소년기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그는 10대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청소년을 위한 선도 활동을 오랜 기간 해왔다고 알려졌다. 그는 지금도 청소년을 위한 심리상담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관한 특강, 사람책 도서관 활동, 지역 환경 정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참사랑나눔봉사회 김남복(65) 회장도 국민포장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1999년부터 의용소방대 청학지대 방호부장으로 활동하며 산불 진압, 주택 화재 진압, 봉사자 운송 등에 활발하게 참여했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목욕탕에 관내 중증 장애인과 고령의 노인 등을 초대해 목욕 봉사 등을 했다. 또한 2012년 참사랑나눔회를 설립해 이동지원, 활동 보조, 행사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이그나이트 대회’… 지역사회 바꾼 자원봉사자들 이야기  이그나이트는 ‘불을 붙이다’는 뜻이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직접 자신의 삶과 이웃, 그리고 지역사회를 바꿔낸 자원봉사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대회’다.  대회에 선정된 주요 사례 중 경남의 ‘신가네 가족 봉사단’은 김해에서 유명한 가족 봉사단이다. 신영만(40대) 씨와 그의 아들 현빈(10대) 군, 동생 영복(30대) 씨가 구성원이다. 거실 한쪽에 월별 봉사 달력이 걸려 있고, 가훈이 ‘숨 쉬듯 봉사하라’일 정도로 자원봉사에 관심이 많다. 2012년부터 김해시 지역행사, 축제는 물론 소외이웃 돕기, 마을 환경 정화 활동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장소와 내용을 불문하고 참여하고 있다.  대전의 ‘호국철도동상지킴이’ 김영철(50대) 씨는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주위로부터 받았던 도움에 대한 감사를 탈북민으로 구성된 가족봉사단과 함께 되갚고 있다. 매주 토요일 호국철도 동상을 닦고 환경을 정화하는 활동은 물론, 매월 탈북민 가족을 지원하는 생필품을 구매해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5살 어린 딸을 소아암으로 잃어버린 전북 ‘아빠봉사단’의 회장 오승옥(40대) 씨는 자녀 세대의 행복을 위해, 공동체의 행복을 이루기 위해 나눔과 봉사라는 두 단어를 실천하는 멋진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교통안전, 지역축제, 다문화가정, 생활환경개선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늦더라도 올곧은 길’을 가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공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그들만의 시무식’ 퇴출… MZ 세대와 소통한다

    ‘그들만의 시무식’ 퇴출… MZ 세대와 소통한다

    손경식 CJ회장, 동영상 신년사로 대체 최태원 SK회장 내년에도 ‘파격 시무식’ 구광모 LG회장,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와 소통 새해 첫 길목에서 회사의 비전을 구성원들과 나누는 기업들의 시무식 풍경에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본사 로비에서 임원들이 모여 시무식을 진행했던 CJ는 손경식 회장의 동영상 신년사로 시무식 행사를 대신한다. 직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 컴퓨터나 사내방송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신년 화두와 경영 목표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 초 회사 대표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시무식의 틀을 깨고 주요 계열사 대표 5명의 대담을 처음 선보였던 SK그룹도 “기존의 시무식 형식을 되풀이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년 전부터 최태원 회장이 경영 현장에서 ‘딥 체인지’를 기치로 내걸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해 온 만큼 격식 차린 행사보다 수평적 리더십으로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 1월 2일 시무식의 CEO 대담도 생중계를 통해 직원들의 실시간 댓글과 투표로 생기 넘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호응이 높았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새해 ‘디지털 신년회’ 계획도 화제를 모았다. 시무식을 별도로 열지 않고 구 회장의 동영상 신년사를 직원들의 이메일로 쏘겠다는 것이다. 내년 1월 2일 오전이면 국내외 LG 임직원 25만명이 이메일로 대표의 메시지를 받아 보게 된다. LG가 1987년 LG트윈타워가 세워진 이후 31년간은 여의도 사옥에서, 지난해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임직원들과 신년 모임을 열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파격’에 가까운 행보다. 여기에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내건 구 회장의 철학이 녹아 있다. 그는 지난 9월 취임 후 처음 가진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따라 소통 방식이나 업무 방식을 바꿔 이를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혁신으로 이어지게 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대표의 방침에 발맞춰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들도 새해 모임 대신 CEO의 ‘디지털 신년사’를 직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시무식 풍경 변화’는 더 확산할 전망이다. 재계 주요 그룹의 총수가 3~4세대로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데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경영·업무·소통 방식을 전면 바꾸며 체질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직원들은 물론이고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0년부터 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와 효율적으로 소통하려는 취지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사내 행사들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형식 대신 내용에 공을 들이면서 직원들과 교감할 수 있는 메시지 전달력, 효과도 높아지고 별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시무식의 형식 파괴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선택된 임직원들만 참여하는 시무식이 ‘그들만의 잔치’로 비치며 참여하지 않은 직원이나 해외 직원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시무식을 선호하는 곳이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Z세대와 소통, 수평적 리더십 강조...기업 시무식 풍경 달라진다

    Z세대와 소통, 수평적 리더십 강조...기업 시무식 풍경 달라진다

    새해 첫 길목에서 회사의 비전을 구성원들과 나누는 기업들의 시무식 풍경에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본사 로비에서 임원들이 모여 시무식을 진행했던 CJ는 손경식 회장의 동영상 신년사로 시무식 행사를 대신한다. 직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 컴퓨터나 사내방송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신년 화두와 경영 목표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올초 회사 대표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시무식의 틀을 깨고 주요 계열사 대표 5명의 대담을 처음 선보였던 SK그룹도 “기존의 시무식 형식을 되풀이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년 전부터 최태원 회장이 경영 현장에서 ‘딥 체인지’를 기치로 내걸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해온 만큼 격식 차린 행사보다 수평적 리더십으로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 1월 2일 시무식의 CEO 대담도 생중계를 통해 직원들의 실시간 댓글과 투표로 생기 넘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호응이 높았다는 평가다.최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새해 ‘디지털 신년회’ 계획도 화제를 모았다. 시무식을 별도로 열지 않고 구 회장의 동영상 신년사를 직원들의 이메일로 쏘겠다는 것이다. 내년 1월 2일 오전이면 국내외 LG 임직원 25만명이 이메일로 대표의 메시지를 받아보게 된다. LG가 1987년 LG트윈타워가 세워진 이후 31년간은 여의도 사옥에서, 올 1월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임직원들과 신년 모임을 열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파격’에 가까운 행보다. 여기에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내건 구 회장의 철학이 녹아 있다. 그는 지난 9월 취임 후 처음 가진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따라 소통 방식이나 업무 방식을 바꿔 이를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혁신으로 이어지게 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대표의 방침에 발맞춰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들도 새해 모임 대신 CEO의 ‘디지털 신년사’를 직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시무식 풍경 변화’는 더 확산할 전망이다. 재계 주요 그룹의 총수가 3~4세대로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데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경영·업무·소통 방식을 전면 바꾸며 체질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직원들은 물론이고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0년부터 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와 효율적으로 소통하려는 취지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사내 행사들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형식 대신 내용에 공을 들이면서 직원들과 교감할 수 있는 메시지 전달력, 효과도 높아지고 별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시무식의 형식 파괴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선택된 임직원들만 참여하는 시무식이 ‘그들만의 잔치’로 비치며 참여하지 않은 직원이나 해외 직원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시무식을 선호하는 곳이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뷰티 유튜버의 힘… 색조화장품 국산 매출 급증

    뷰티 유튜버의 힘… 색조화장품 국산 매출 급증

    영상 보며 전문가급 화장술 급속 대중화 생소했던 브러시 등 뷰티 툴 시장도 커져유튜버들이 화장품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해외 브랜드에 밀렸던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의 색조 제품들이 새롭게 각광을 받는가 하면, 뷰티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뷰티 툴(소품)들도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뷰티 유튜버들이 올리는 영상 콘텐츠를 통해 고도의 화장술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결과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화장품 시장의 주인공은 국내 브랜드의 색조 제품과 뷰티 소품(툴)이었다. 전통적으로 화장품 시장에서 색조 제품은 해외 브랜드가 강세였다. 대표적인 ‘작은 사치’ 아이템인 립스틱, 아이섀도 등 메이크업용 색조 제품들은 스킨, 로션 등 기초 제품(스킨 케어)보다 ‘패션 아이템’ 성격이 더 짙었다. 주 소비자층인 젊은 여성들은 어떤 브랜드의 제품이 자신의 파우치에 들어 있는지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했고 그만큼 해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높았다. 하지만 최근 유튜버들이 국내 브랜드의 색조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국산 색조 제품들의 매출은 급성장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영향력 있는 뷰티 유튜버들이 한국인의 피부톤과 얼굴 윤곽에 맞는 우리 브랜드의 제품으로 메이크업 콘텐츠를 생산하자 국산 색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국산 색조 매출 신장률이 스킨케어를 앞질렀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했던 뷰티 툴 시장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화장법을 알려주는 뷰티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를 따라하는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이 늘어나고 메이크업 스킬과 관련 지식의 전체적인 수준도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도구로만 여겨졌던 브러시가 최근에는 없어서는 안 될 화장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영상으로 메이크업 효과를 강렬하게 체험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윤곽을 중요시하는 화려한 메이크업을 더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시론] ‘천만 영화‘의 허울에서 벗어나자/윤성은 영화평론가·영화학 박사

    [시론] ‘천만 영화‘의 허울에서 벗어나자/윤성은 영화평론가·영화학 박사

    몇 년 전, 프랑스 파리 여행 중에 있었던 일이다. 영화관에서 티켓을 파는 청년이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등 한국 감독들의 이름을 줄줄이 댄다. 어떻게, 어디서 한국영화를 접하게 됐는지 궁금하던 차, 서점에서 우연히 영화감독 지망생을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박찬욱 감독의 팬임을 밝히기도 했던 그는 파리가 전 세계 영화들을 두루 접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했다. 고전영화부터 신작까지, 블록버스터부터 독립영화까지 늘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했던 그가 이렇게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는 영화산업에 대한 규제 및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일례로 15개에서 27개 사이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의 경우에는 한 영화가 최다 4개의 스크린밖에 차지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동시에 많은 작품들이 영화관에 걸리게 된다. 물론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극장이 아니라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은 영화계를 넘어 문화 강국으로서 프랑스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유지해 나가는 든든한 힘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는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 2’ 등 무려 다섯 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영화 100년사에 처음 있는 일로, 밀레니얼 세대가 영화관을 점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적 측면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많은 관객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블록버스터나 화제작이 개봉될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그림자처럼 함께 따라다녔다. 전작들이 크게 흥행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 2’는 개봉 첫 주에 2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져가면서 각각 58%(이하 최고치), 46.1%의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두 작품은 스크린 수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을 수 있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그 기간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과 관객들에게 돌아갔다. ‘겨울왕국 2’가 개봉한 지 약 한 달, ‘백두산’의 좌석점유율도 개봉 첫날(19일) 50.6%를 기록했다.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반독과점 영대위)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올해 스크린 독과점에 포함되는 영화가 13편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국회와 정부가 영화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런데 스크린독과점은 벌써 십수년 동안 1년에도 몇 번씩 제기돼 온 문제임에도 왜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을까. 해결책은커녕 사실상 어떠한 정책적 시도도 없었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몇 건이나 발의돼 있음에도 논의가 미루어지고 있는 데는 업계의 입김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위정자들은 스크린 독과점을 영화계의 밥그릇 싸움 문제 정도로 가볍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먼저,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대기업이나 한 편의 영화가 극장 수입을 독점하는 것 이상의 어젠다를 갖고 있다. 문화 콘텐츠는 나름의 이데올로기를 탑재하고 있으므로 특정한 가치 편향성을 가진 영화가 스크린을 점령한다면 관객들은 부지불식간에 그런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극장가에 다양한 작품들이 존재해야만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또한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권리에 대해서도 추상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영화 티켓 가격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 3%의 일부는 다양한 형식, 내용의 영화 및 독립영화에 대한 제작·배급 지원에 사용된다. 만약 관객들이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만든다면 영화발전기금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경제 체제에 규제는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작품은 장기간 일정 상영관 수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올릴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작품들은 극장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초반의 쏠림 현상을 노리는 허술한 블록버스터들은 사라져갈 확률이 높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소비자 중심으로 유지되면서 콘텐츠의 질은 오히려 향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에 아직 어떤 시도도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득보다 실을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중소 규모의 영화들과 관객을 위한 영화법 개정이 절실하다.
  • “여성 감수성으로 시사를 본다” KBS1 라디오 ‘정용실의 뉴스브런치’의 새 도전

    “여성 감수성으로 시사를 본다” KBS1 라디오 ‘정용실의 뉴스브런치’의 새 도전

    “여성 관점 시사는 경청에서 출발… 소소한 개선법 찾아” 진행·출연·작가 여성팀 꾸려… 非연성 이슈를 새 관점으로 시사평론계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우선 시사평론가 수가 적고, 사안마다 찬반을 나눠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제압하는 것을 높게 보는 분위기에서 해결법이나 대안찾기에 집중하는 비전투적 접근은 힘을 잃기 쉽다. 이런 시사평론 장르에서 여성 주도로 팀을 꾸린 라디오 방송이 나왔다. 그것도 방송계에서 가장 완고할 것 같은 KBS 1라디오에서다. KBS1 라디오에서 주중 매일 10시에 방송하는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는 여성의 시각에서 뉴스를 바라보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지난 가을 개편에 작정하고 만든 방송이다. 안정균 라디오PD를 제외하면 제작자와 출연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김진이 작가가 이슈를 선별하고, KBS 아나운서실 큰 언니 정용실 아나운서가 진행을 한다. 시사평론가 전예현 전 한국여성수련원장과 송문희 더공감여성정치연구소장이 매일 뉴스를 선정해 해설을 곁들이는 코너인 ‘뉴스픽’을 진행한다. 이 외 시를 소개하는 ‘시시한가’ 코너의 신미나 시인, 환경 관련 뉴스를 전하는 박효경 녹색연합 팀장 등 여성 출연자들이 포진했다. “펭수를 남녀로 구별할 필요 없듯 시사교양 프로 남녀 구별 무의미” 안정균 PD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 등이 공론화됐던 지난해부터 성평등 문제가 방송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 KBS 내부에서 성평등센터가 설치됐다”면서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는 우리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담론의 주류는 되지 못한 여성의 시각에서 뉴스를 바라보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과감하게 신설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안 PD는 “펭수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듯 당연히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남녀구별이란 게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여성의 입장에서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차, 그것 만으로 우리 방송이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김진이 작가는 “연성 뉴스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첨예한 정치적 대립, 전문성을 요하는 경제분석, 사회 구조 모순과 같은 경성 주제를 다루지만 기존에 없던 해석과 분석을 시도하며 ‘관점의 차별화’에 집중한단 얘기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경력을 쌓았던 김 작가는 시사 논쟁 특유의 치열함, 역으로 많은 이슈들이 논쟁 과열 단계에서 멈춰 버리는데 대한 허탈함 사이에서의 고민을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를 통해 풀어 나가고 있다. 환경, 기업 간 관계에서의 을(乙)의 문제, 성범죄 피해자와 같은 이슈들을 대립 진영 간 목소리를 비교하는 식으로 다루는 게 기존 시사프로그램 방식의 어법이었다면 일단 양 측의 논리를 먼저 살피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현실을 개선할 소소한 방법을 찾는 게 여성의 관점이 반영된 시사프로그램, 정용실의 뉴스브런치 어법을 이뤘다. ‘살아남은’ 여성들이 뭉친 팀 “유익하다”는 평가에 보람 23일부터 유튜브에 다시보기 업로드 송문희 더공감여성정치연구소장은 “정치평론 시장이 남자 중심이어서 정치학을 30년 연구한 저에 대해서도 ‘여자 치고는 아네’가 최고의 칭찬이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예현 전 원장은 “여성 승무원의 바지 복장 허용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때 청취자들이 오히려 ‘여성 승무원은 항공기 안전 관리 최전방에 선 직무’라는 식의 말씀을 많이 주셨다”면서 “미디어가 사회 인식 변화를 오히려 추종하는 부분도 있다고 깨달았다”고 설명했다.정용실 아나운서는 “사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절반이지만 1라디오 청취자들은 남성이 훨씬 많은 편이어서 청취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시작하면서 우려도 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방송 소재와 내용도 중립적이고 유익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자체 청취점유율 조사에서도 순조로운 시작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송 소장과 전 전 원장은 정용실 아나운서가 KBS에 “있기 때문에”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라는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여성적 관점, 성평등 감수성이 여러 분야에서 작동하려면 각각의 분야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이 우선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안정균 PD는 “여성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관심을 갖겠다”면서 “청년세대와 노인세대,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다문화가족 등 관심이 필요한 곳에 시선을 두는 코너들을 꾸준히 반영하겠다”면서 “또 라디오가 보고 듣는 채널로 바뀌고 있음에 따라 보여주는 부분에도 신경을 써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23일부터 정용실의 뉴스브런치는 유튜브에서 뉴스픽 코너 다시보기 업로드를 시작하는 등 접점을 넓히기로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어릴 때 찐 살, 크면 키로 간다×… 성인 돼서도 비만 가능성○

    어릴 때 찐 살, 크면 키로 간다×… 성인 돼서도 비만 가능성○

    소아비만은 성조숙증·대사증후군 이어져 지방세포 늘어 성인 돼도 다이어트 어려워 감량 스트레스 대신 올바른 식사법 우선지금 기준으로 ‘뚱뚱한 아이’는 반세기 전에는 ‘우량아’라거나 ‘복덩이 같다’는 식으로 칭찬의 대상이 됐다. 지금도 ‘건강해 보인다’는 말은 살찐 사람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말로 통용될 정도다. ‘크면 다 키로 간다’는 게 당시의 상식이었다. 모두가 배고프던 시절이다 보니 살찐 아이는 먹을 게 많은, 즉 부유한 집 아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바야흐로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 아이를 둔 부모의 관심은 ‘혹시 비만은 아닐까’로 옮아 갔다. 젊은 엄마들은 갓난아기 때부터 식단 조절에 신경을 쓰고 채소와 과일을 더 많이 먹이려고 애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크면 살이 키로 간다’는 건 소아·청소년 비만과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라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주변에서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체지방 증가로 살이 쪘다가 키가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정상 체형으로 되는 것을 일반화하면서 이런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비만은 지방세포의 과다증식으로 인해 성인이 돼서도 비만할 가능성이 높다. 의학계에서는 소아비만이 있는 경우 최대 약 80%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때로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유사과학’이 상식인 양 통용되기도 한다.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물은 열량이 없기 때문에 절대로 물만 먹어서 살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실제 식사일기와 운동일기를 써 보면 음식이나 간식 섭취량이 많고 운동량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릴 때 식이요법을 하면 키가 안 큰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비만아동에게 식이요법은 무조건 적게 먹이는 게 아니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와 칼로리는 공급하되 과잉 공급되는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오히려 병원에서는 비만아동들에게 극단적인 저칼로리 요법을 실시하지 않는다. 비만을 해소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춘기가 더 빨라져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비만은 단순한 체중 증가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조직으로 인한 과체중이나 대사 장애를 동반하는 질환이라는 것을 인식하는게 중요하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보통 유아기에서 사춘기까지의 시기에 체중이 신장별 표준체중보다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조사한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3~8세는 과체중이 6.2% 비만이 12.2%였으며, 9~17세는 과체중이 4.5% 비만이 3.4%였다. 원인으로는 역시 생활습관 변화와 식습관 변화가 꼽힌다.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보다 실내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TV,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많아져 운동량이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햄버거, 피자, 치킨 등 열량이 높은 음식 섭취는 늘어났다. 나가는 에너지보다 들어오는 에너지가 더 많으면 남는 열량이 지방조직에 축적될 수밖에 없다.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2일 “호르몬 이상이나 유전적 질환으로 인한 비만은 1% 미만이지만 질환이 의심되거나 뚱뚱한데도 키가 작은 아이라면 정밀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비만과 관련해서는 지난 13일 질병관리본부와 강북삼성병원이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소아·청소년 비만 코호트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2005년 경기 과천시 4개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5년에 걸쳐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 식습관, 영양섭취상태 등이 무엇인지 조사·관찰한 연구다. 연구 대상자는 소아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에 들어섰으며 참여한 인원이 4000명이 넘는다. 연구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 때 비만하면 청소년기에도 비만이었고, 정상체중 아이와의 체중 차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벌어졌다. 또 초등학교 때 비만한 아이는 정상체중 아이보다 키가 더 컸지만 중학교 이후에는 정상체중 아이와 차이가 나지 않았다. 비만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으로는 부모의 식습관, 패스트푸드 과잉 섭취, 탄산음료 섭취, 과도한 스크린 시청 시간 등이 지목됐다. 비만이었지만 대사증후군은 없던 6∼15세 소아·청소년 가운데 31.3%가 6년 뒤 대사증후군이 발병했다. 어릴 때 비만한 사람은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당뇨, 지방간 등 각종 성인병 발생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의학계에서는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지나치게 쌓인 지방이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해 또래보다 2차 성징이 빠르게 나 타나는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비만으로 인해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다 보니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기 쉽고 신체적 열등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가 불안정해 성적이 부진해지기도 한다. 또 소아기에 비만이 시작된 사람은 성인이 된 후 다이어트를 하기도 더 어려워진다. 단순히 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성인비만과는 달리 지방 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기 때문에 일단 한 번 생겨난 지방세포는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세포 크기가 줄어드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살을 빼더라도 금방 요요현상이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성장기 비만 예방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시절의 비만은 단순히 뚱뚱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어른이 된 뒤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주영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소아비만을 내버려두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미리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이 성인비만과 다른 점은 체중 감량이 능사가 아니라는 데 있다. 키와 체중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성장기에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비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부 청소년들이 밥을 굶는다거나 하는 건 절대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진섭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적절한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 행동 요법을 주축으로 하여 꾸준한 체중 관리와 합병증 관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비만을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김호성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요법이 단독 혹은 결합된 방식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사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삼시 세 끼를 반드시 제대로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은 작은 그릇에 담아서 먹고, 과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밥을 한 술씩 뜰 때마다 수저를 내려놓고 천천히 씹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음식은 반드시 일정한 시간에 식탁 등 정해진 장소에서만 먹고 TV를 시청하거나 책을 보면서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운동을 하면 식욕이 증가하기 때문에 운동이 오히려 비만을 악화시킨다고 말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운동시간이 1시간 이내인 경우는 식욕이 감소하지만 1시간이 지나면 식욕이 증가한다. 안문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운동은 얼마나 격렬하게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정무적 판단/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무적 판단/오일만 논설위원

    ‘행정·정치에 관한 사무적, 행정적인 것을 인식해 특정한 논리나 기준 따위에 따라 판정을 내리는 인간의 사유 작용’. 정무적 판단에 대한 사전적 해설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말이다. 주로 권력자가 책임회피용으로 많이 쓰이는 ‘묻지마 판단’이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재판’ 때 변호인단이 숱하게 써먹던 ‘통치행위’와 오십보백보 수준이다. ‘묻지마 판단’을 언론에서 크게 다룬 시점은 20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16년 3월이었다. 당시 공천권을 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노(친노무현계) 좌장’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5선의 이미경 의원, 친노 핵심인 정청래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된 마당이라 당 안팎이 들끓었다. 기준이 뭐냐는 거센 비판에 김 비대위원장은 “정무적 판단”이라고 일갈했다. 2018년 12월 불거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정무적 판단’ 발언은 국민적 논란을 일으킨 사례다. 당시 기획재정부 신재민 사무관은 유튜브를 통해 ‘4조원 적자국채 청와대 강압’이라고 폭로했다. 김 전 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에 반대하는 차관보에게 “1급까지 올라갔으면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 환심을 사려는 ‘몸보신’ 풍토에 실망해 사표를 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국채 발행 여부를 기재부 사무관이 홀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차세대 전투기 선정 과정에서 회자된 ‘정무적 판단’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2년 가까운 심사로 가격·기술이전·성능 등을 종합해 F15SE가 결정됐지만 2013년 12월 하루아침에 록히드마틴사의 F35A로 기종이 변경됐다. 당시 방위사업추진회의를 주관하며 기종 변경을 주도했던 김관진 전 국방장관은 ‘정무적 판단’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이 발언 후 야당을 중심으로 방산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컸고 여전히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최근 조국 전 법무장관의 ‘정무적 판단’도 구설수에 올랐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뇌물사건이 기폭제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특별 감찰 중단을 결정했던 그는 “정무적 판단에 대한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혔다. ‘일가 비리의혹’ 조사 과정에서 완강히 진술을 거부했던 터라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방어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정무적 판단’이란 법률 용어가 아닌 정치적 용어에 가깝다. 법의 취지를 어기는 경우에 방패막이로 악용된 사례도 많다. 정무적 판단을 말하는 사람은 명쾌한 해명이 필요하다. 해명이 부실하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권력남용죄로 실형을 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무적 판단’이라고 항변했던 기억이 새롭다. oilman@seoul.co.kr
  • 서울 청년에게도 가장 중요한 ‘일자리·주거’

    결혼·출산 기성세대보다 더 어려움 느껴 취업·성공요소로는 학력·자격증 順 꼽아 서울 청년들은 인생에서 원하는 일자리와 주거를 가장 우선으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느끼는 가장 중요한 취업 성공 요소는 ‘학력’ 또는 ‘학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18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 비교를 통해 본 서울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9세 청년 1만명이다. 조사 결과 서울 청년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원하는 일자리를 갖는 것’(28.3%)을 꼽았다. ‘원하는 주거에서 사는 것’(28.2%)이 뒤를 이었다. 반면 ‘원하는 연애 및 결혼’(16.2%),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9.8%)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시 관계자는 “‘원하는 주거’라는 개념은 청년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나 위치 또는 전·월세 등 주거 형태를 복합적으로 질문한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경기도보다는 서울에 살기를 선호하는 경우, 월세보다는 자가를 선호하는 경우 등을 ‘원하는 주거에서 사는 것’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취업 성공 요소로 ‘학력 또는 명성 있는 대학 졸업’을 꼽은 비율이 33.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업무(직무) 관련 자격증’(23.4%), ‘인턴, 아르바이트 등 직무경험’(13.9%), ‘외국어 능력’(11.4%) 등이었다. 청년들은 부모의 경제력이 좋을수록 자녀의 평균 급여도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경제 계층이 높다고 인지할수록 평균 급여가 더 높았다. 부모의 경제계층을 상층, 하층으로 인식하는 청년 간 급여 차이는 44만원이었다. 조사 대상 서울 청년들의 첫 직장 급여는 평균 169만 7000원, 현재 급여는 평균 271만 6000원이었다. 또 결혼과 출산에서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어려움을 5점 척도로 평가했을 때 청년세대는 각각 3.68점과 3.85점을 줬고, 기성세대는 2.79점과 2.74점을 줬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대통령이 찾아간다’ 구로디지털단지서 직장인과 깜짝 점심한 문 대통령

    ‘대통령이 찾아간다’ 구로디지털단지서 직장인과 깜짝 점심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중소벤처기업 밀집 지역인 서울 구로구를 찾아 직장인들과 깜짝 점심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직장인들이 느끼는 경기 동향, 육아와 경력 단절, 군복무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직접 들었다. 대통령이 취임 후 공중 장소에서 시민들과 트인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광화문 근처 한 호프집에서 퇴근길 직장인들과 ‘호프 미팅’을 하며 생맥주잔을 기울인 적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행사 또한 국민이 계시는 곳에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함께 식사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과의 점심’ 으로 명명된 행사는 오전 11시 50분부터 구로디지털단지 내 한 회사 지하 구내식당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직장인 8명과 식사를 함께한 뒤 옆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6명의 직장인들을 만나 차담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구로에서 일하는 젊은 직장인과 경력 단절 여성, 장기근속자 등 10∼60대의 남녀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문 대통령이 행사장에 나타나기 전까지 이들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직원들과 함께 식당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서 배식판을 직접 들고 음식을 받았다. 흑미밥에 떡만두국, 닭볶음탕으로 식사를 하는 동안,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제품 개발의 어려움, 주4일제 근무 중소기업, 주52시간제 등에 대한 간단한 대화가 오갔다. 김상조 정책실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배석했다. IT 기업의 워킹맘으로 자신을 소개한 조안나씨는 “이력서에 기혼이라는 걸 숨겨서 제출한 적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옆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제가 청와대 들어가고 난 이후 행사하고 무관하게 시민들과 만나서 음식먹고 커피한잔 마시고 하는게 처음”이라며 ”편하게 밥먹고 커피마시고 이야기 좀 주고받고 소통하자는 취지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하고 싶으신 말씀 편하게 해주시라”고 했다. 19년차 경영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 임태순(여,45)는 “일하는 여성 뿐 아니라 사회인식이 바뀌면 좋겠다”며 “육아가 여자 몫이 아니라 부모 공동으로 책임감가지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아이는 함께 기르는 것?”이냐고 묻자, 임씨는 “유연근무제도 대기업 외국계 기업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활성화돼서…”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가사분담에 대해 “우리 세대는 그러지 못했는데 젊은 세대는 잘 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임씨는 “도와준다는 게 잘못이다. 같이 해야 되는데 내가 도와줬다고 남편이 이야기하니까 싸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연근무제도 중소기업에 도입왜서 남편과 아내가 같이 시간을 분배해 아이 돌보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대통령이 웃으며 ”남성들이 혹시 반론이라든지...”하고 묻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박영선 장관이 “방금 전 그 말씀을 대통령이 조금 전 국무회의에서 방망이 탕탕해서 법이 통과됐다”고 소개하자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아까 국무회의를 했다”며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많이 사용하도록 바뀌고 있다. 20%인가 넘어섰다. 오늘은 엄마 아빠가 동시에 한 아이를 위해서 동시에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언급한 것으로, 법안은 영유아에 대해 부모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부부 동시 육아휴직을 허용했다. 김상조 실장은 “공무원 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가능하도록 제도로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아마 여성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불평등한 부분이 많고...”라며 “유리천장도 높고 성평등지수나 발전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디지털 대행사 본부장으로 근무하는 양지승(여·33)씨는 ”여기 근처에 워킹맘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아는데 어린이집이 근처 3군데 밖에 없다. 좀 더 확장시켜 주시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하도급 입장인데, 주52시간은 저희도 시행하려고 하는데 막상 시행하자니 어려운 점들 많아서 좀 더 개선돼야하는 방향은 있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어려움이냐? 원청이 갑자기 물량을 몰아서 준다던지?”라며 “대기업이 하청 줄 때, 주 52시간 근무시간에 맞춘다는 그런 것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말인지”라며 관심을 표시했다. 양씨는 “저희가 똑같은 근무 환경에서 5시에 일을 주셔도, 저희는 그 시간 만큼 좀 더 유예기간을 주신다던지”라고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굉장히 연쇄적 효과를 미치는 거죠. 대기업 납기에서 노동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지정하게 되면, 하청업체에서 납기를 지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직원들이 일하게 되고, 그만큼 가사 아이 돌보는데 어려움이 있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공공부문이 정부 공사를 발주할 때 주52시간을 감안해서 납품 기안을 조정해주는 제도를 이제 시행했는데, 이런 것들이 민간기업, 대기업의 경우에도 확산하도록 제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올해 특성화고 졸업 후 바로 취업한 김상우씨는 산업기능요원이 수요 불일치로 대기기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불과 3~4년만 지나도 병역자원이 부족해지는데 오히려 지금은 병력자원이 약간 넘쳐서 대체복무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긴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길게 보면 저절로 해소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최근 정부가 해소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 쪽 배석자를 최소화해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장소 선정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벤처산업으로 집적단지를 이룬 곳”이라며 “과거에서 미래로 발전해 나간다는 의미도 함께 담겼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규제 여파에 블록형 단독주택 ‘우뚝’... ‘청라 라피아노’ 분양 앞둬

    규제 여파에 블록형 단독주택 ‘우뚝’... ‘청라 라피아노’ 분양 앞둬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갖가지 부동산 대책이 이어지자 영향권을 벗어난 단독주택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0.09%에 그친 반면 단독주택은 3.73% 상승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평균 0.22%대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 16일에는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대거 추가되며 아파트 시장에 또 한 번의 파란이 예상되는 바 단독주택의 반사이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의 아파트는 최장 10년간 전매가 금지되고 거주 의무 기간도 5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단독주택의 상품성 개선도 수요 증가 요인 중 하나다. 근래 선보이는 단독주택은 적정 블록에서 아파트처럼 여러 주택이 모여 단지를 이루는 블록형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단독주택만의 특화 설계는 그대로 가져오되 아파트의 편리한 시스템이 접목돼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이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최근 청라시티타워 착공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청라국제도시에도 블록형 단독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그 주인공은 ‘청라 라피아노’로, 단독주택 브랜드 ‘라피아노’의 네 번째 시리즈이자 청라국제도시의 첫 블록형 단독주택이다.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에 전용 84㎡ 단일 평면으로 들어선다. 블록형 단독주택 ‘청라 라피아노’는 아파트와 달리 규제의 영향이 덜한 데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 통장 없이도 분양받을 수 있어 낮은 가점으로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층의 활발한 접근까지 기대되고 있다. 부동산 규제 비조정대상지역이라 대출이나 전매도 비교적 자유롭다. ‘라피아노’ 특유의 넓은 실사용 면적도 자랑거리다. ‘청라 라피아노’는 세대별로 전용 가든과 테라스, 알파룸, 루프탑 등 54~74㎡를 서비스 공간으로 제공한다. 또한, 한 가구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층간 소음 염려가 적고 개인 주차장 확보도 가능하다. 설계는 희림건축이 맡았다. 기존 단독주택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보안, 관리 문제는 아파트 시스템을 결합해 보완했다. 해당 단지에는 외부인 감시 전자 경비 시스템을 비롯해 번호인식 주차관제 시스템, 스마트폰 연동 실시간 방문자 확인, 고화질 CCTV 등이 도입된다. 이 외에도 내부 온도 유지를 위해 외단열공법과 3중 시스템 창호가 적용되며 태양광발전시스템도 계획돼 있다. 청라호수공원 중심의 풍부한 생활 인프라도 함께 누릴 수 있다. 현재 CGV, 메가박스,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운영 중이며 추후 청라시티타워, 신세계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청라, 청라의료복합타운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청라호수공원이 연계된 커넬웨이 주변의 다양한 문화공원 이용도 편리하다. 교통 인프라는 일반 버스,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바이오모달트램(GRT) 정류장이 인접하며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을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의 경우 7호선 연장안의 기본 계획이 승인된 상태로 추후 개통하면 서울 구로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약 40분대로 도달 가능하다. 추가로 9호선 연장 계획도 잡혀 있다. 한편 ‘청라 라피아노’ 모델하우스는 인천 서구 청라동에 마련될 예정으로, 현재 전화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능후 “‘현금복지’ 나쁜 것 아냐…포퓰리즘과는 달라”

    박능후 “‘현금복지’ 나쁜 것 아냐…포퓰리즘과는 달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금복지는 나쁜 것이 아니고 앞으로 향후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현금복지는 복지 욕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인데도 ‘복지 포퓰리즘’과 같은 뜻으로 쓰여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데, 빈곤 해소를 위해 현금을 드려서 생활비로 쓰게 하는 방식이 좋은지, 쌀을 현물로 지급해서 해결하는 방식이 좋은지 생각해보자”며 “쌀 대신 현금을 줘서 본인이 알아서 쓰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 복지 지출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로 OECD 평균인 60%에 비해 현저히 낮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 지출은 현금급여와 현물급여로 나뉜다.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자녀양육지원금, 근로장려금, 기초노령연금 등은 현금급여, 의료비 지원, 교육비 지원, 보장구 지원 등은 현물급여에 해당한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개혁 방식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만들어지고 있어 총선을 거쳐 새 국회가 열리면 큰 마찰 없이 개혁안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그는 “개혁안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를 거치고 국회에서도 거론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보험료 인상 방안이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보험료율을 18∼20%로 단번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했고 어느 정권이 실행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금은 보험료율을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올리면 되고 각 세대가 일정 부분 역할을 맡으면 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기초연금 인상분만큼 생계급여가 깎이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소하기 위한 예산이 수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수급 빈곤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정책이 2022년 완료되면 생계급여가 깎이는 노인에게 5∼10만원의 급여를 추가로 지급하는 정책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임기 동안 잘한 정책으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치매국가책임제,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조건 완화, 기초연금 단계적 인상, 아동수당 도입 등을 꼽았다. 그러나 ‘성북 네 모녀’의 죽음 등을 통해 드러난 복지사각지대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기금의 경영참여 목적 경영권 행사 절차를 규정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사용자 단체가 동의하면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방송가 지배한 ‘뉴트로’ 이보다 힙할 순 없었다

    방송가 지배한 ‘뉴트로’ 이보다 힙할 순 없었다

    올해 방송계는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로 시작해 ‘뉴트로’로 끝났다. 온라인에서 먼저 시작된 열풍은 TV로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네티즌들이 직접 1990~2000년대 드라마와 예능, 가요를 찾아보면서 방송사들도 먼지 쌓인 테이프들을 다시 꺼냈다.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시청자들을 위한 ‘새로운 복고’는 방송가는 물론 사회적 현상으로 확장됐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OTT(Over The Top)의 확장은 더욱 강력해졌다. 국내 OTT 업체들도 이에 맞서기 위한 합종연횡에 나섰다. 방송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가운데 콘텐츠 경쟁도 본격화됐다. 역동적인 변화를 겪은 2019년 방송계를 돌아봤다.●옛방·옛드·옛능 열풍…방송 간 경계도 허물어져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온 ‘뉴트로’의 유행은 올해 완전한 대세로 자리잡았다. 예전 방송을 새롭다고 느끼는 20대들과, 어린 시절 콘텐츠를 다시 즐기고 싶어 하는 30~40대들은 1990년대 콘텐츠를 정주행했다. 핑클, GOD 등 1세대 아이돌 가수들을 비롯한 ‘탑골가요’는 가장 ‘힙’한 것으로 공유됐다. 방송사들은 앞다퉈 옛 방송을 재가공했다. SBS TV ‘인기가요’와 KBS TV ‘가요톱10’ 등 90년대 가수들의 방송 출연 모습을 5~10분 길이로 편집해 요즘 트렌드에 맞췄다. 드라마와 시트콤도 소환됐다. ‘순풍산부인과’(1998~2000), ‘청춘의 덫’(1999) 등 디지털화를 거친 프로그램들은 조회수 수십만뷰를 기록했다. 방송사들은 옛 영상을 올리는 채널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MBC의 유튜브 채널 ‘옛날 드라마’는 구독자가 195만명에 육박하고, SBS의 ‘스트로’도 구독자 19만명을 넘는 등 인기가 높다. 가수들은 물론 전지현, 송혜교, 심은하 등 배우들의 20대 초반 모습은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됐다.종편도 이러한 흐름에 가세했다. 시즌1부터 옛 가수들을 소환한 JTBC ‘슈가맨’은 최근 시작한 시즌3에서 ‘탑골 GD’ 양준일, 가수 최연제, 그룹 태사자 등을 섭외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TV조선의 최대 히트작 ‘미스트롯’은 특유의 복고 감성으로 트로트가 중장년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깼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 세대들이 예전 콘텐츠들을 공유하고 여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즐기고 있다”면서 “새로운 콘텐츠로 인식될 만한 자료들은 여전히 많기 때문에 내년에도 뉴트로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국 간 영역과 경계도 허물어졌다. 다른 방송사의 이름을 말하는 것도 꺼렸던 과거와 달리, 방송사 간 ‘선을 넘는’ 캐릭터들이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EBS의 펭귄 캐릭터 ‘펭수’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탄생한 트로트 가수 ‘유산슬’(유재석)이 대표적이다. MBC·JTBC·SBS 등 타 방송사의 문턱을 넘나든 펭수는 오는 29일 ‘2019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석한다. ‘유산슬’도 KBS와 SBS에 잇따라 출연했다.●OTT 강세 속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가속화 넷플릭스가 불을 댕긴 온라인 플랫폼 경쟁은 올해 본격화됐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해외에서 인정받은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한국형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며 유료 가입자 200만명(추정)을 확보했다.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예능 대세’ 박나래와 가수 아이유, 유재석 등 톱스타들을 내세워 만든 자체 콘텐츠는 큰 화제를 모았다.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킹덤’과 유재석이 출연한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 등은 시즌2 제작으로도 이어졌다.‘토종 공룡’ 플랫폼도 OTT 경쟁에 가세했다. 지상파 방송 3사와 SK텔레콤은 ‘푹’(pooq)과 ‘옥수수’를 합쳐 ‘웨이브’라는 새 플랫폼을 내놨다. 올해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에 96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23년까지 콘텐츠 개발에만 총 30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디즈니와 애플이 만든 OTT도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등장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인턴씨, 인사 좀 하지” 과장님이 지적한다면

    “인턴씨, 인사 좀 하지” 과장님이 지적한다면

    “우리 인턴씨는 말수가 원래 적은가 봐요? 인사 정도는 해줘도 될 텐데….” 당신은 취업 전쟁 속에 ‘스펙’을 쌓아 가며 가까스로 일자리를 찾았다. 신분은 인턴. 정직원이 되려면 수습 기간 한 달을 거쳐야 한다. 부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김 과장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건넬 수 있는 답은 세 가지. ①답장 좀 못할 수도 있지. ②안녕하세요. ③죄송합니다. 모바일 게임 ‘메신저 신드롬’은 이렇게 시작한다. 무엇을 고르겠는가. 비정규직이나 인턴, 자취생 등의 애환을 담은 모바일 게임이 1030세대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돼 10만명 이상이 내려받은 ‘메신저 신드롬’이 그중 하나다. 인턴사원이 모바일 메신저로 대리에서 부장에 이르는 상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정규직에 도전하는 설정이다. 일상에서 도피할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나 환상적인 세계관은 없다. 역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이 인기 요인이다.1.열망 게임에서라도 취직해 정규직 되고파 사회 초년생인 김지혜(28·가명)씨는 “게임을 하면서 선배에게 무심코 했던 말들이 건방지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사내 정치는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평소에 더 조심해서 말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민준(26·가명)씨는 “게임 속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서 퇴사했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게임을 하는 내내 심란하고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세대는 거대한 왕국을 만들고 왕이 되는 등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게임을 즐겼지만 지금 세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회를 풍자하는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모습”이라면서 “답답한 현실의 탈출구이자 실패담까지 드러낼 수 있는 소신이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2. 현실 ‘업무미숙’ ‘겸업금지’ 게임에서도 해고 직장 생활을 다루는 게임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3~4년 전에는 계급 상승의 열망을 담은 게임이 쏟아졌다. 2015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내 꿈은 정규직’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10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를 받았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출발점은 ‘메신저 신드롬’과 비슷하지만, 사장까지 승진이 가능한 점이 다르다. 물론 쉽지 않다. 작은 잘못에도 권고사직당하기 일쑤다. 서류에 ‘0’ 한 자만 잘못 써도 ‘업무미숙’이라는 이유로 잘리고, 월급이 적어 알바를 하다 걸리면 ‘겸업금지’로 잘린다. 모바일 게임 ‘자취생 게임’에는 시골에서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상경한 대학생이 플레이어다. 게임에서도 현실의 벽은 높다. 이른바 ‘인서울’(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만 하면 탄탄대로일 줄 알았건만 등록금과 집세를 내기도 빠듯하다. 알바를 해서 돈을 벌거나 수업을 열심히 들어 장학금을 타야 하는데, 너무 그 일에만 매달리면 체력이나 재미가 줄어든다. 또 고통 지수가 올라가면 모든 욕구가 바닥나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무기력해하는 ‘번아웃 증후군’과 비슷하다.3. 씁쓸 아등바등 뛰어도 ‘서민몬’ ‘산재몬’ 계급을 노골적으로 풍자하려고 과장된 설정을 쓰는 모바일 게임도 있다. ‘서민몬스터’는 ‘서민몬’을 잡으면서 물려받은 회사를 키워 나가는 ‘금수저 경영 시뮬레이션’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캐릭터는 ‘산재몬’이다. 게임은 “일을 하다 다치게 됐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고 심지어 전처럼 빠르게 일하지 못한다며 해고를 당해 억울함이 많다”고 소개했다. ‘거지키우기’는 주인공 ‘거지’가 한푼 두푼 모으고 다른 사람을 고용하며 재산을 불리는 게임이다. 값비싼 미술품을 구입하거나 행성까지 정복하는 ‘사장 거지’가 될 수도 있다. ‘거지키우기’는 여러 시리즈로 출시됐는데 시리즈마다 다운로드 건수가 평균 50만회를 넘는다. 게임의 변화는 사회적 관심의 변화를 보여 준다. 4~5년 전에는 압축 성장이 끝나면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컸다. 2016년 말 출시된 모바일 게임 ‘비 내리는 단칸방’은 비가 내리는 허름한 방 안에 혼자 있는 상대방에게 말을 걸거나 집을 꾸며 주는 게 전부였다. 최근 들어서는 직장 문화 개선과 개인의 심리적 안정 및 만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담은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 교수는 “흙수저, 금수저 같은 용어가 등장할 때의 게임은 계급 상승에 대한 욕구를 많이 반영했다”면서 “지금은 직장 내 갑질 문화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인권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 게임이 늘었다”고 짚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런 게임은 자신의 현실을 투영하고 소극적으로 저항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기능이 있다”고 평가했다.4. 공감 빗속 나홀로 캐릭터를 보며 왠지 위로 실제 게임 이용층은 30대보다는 대체로 10~20대가 많은 편이다. 게임 ‘비 내리는 단칸방’ 개발자는 “전체적으로 여성 이용자 비율이 높고 10~20대 이용자가 가장 많다”고 했다. 2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때 이 게임을 즐겼다는 대학생 이유정(21·가명)씨는 “빗속에서 혼자 앉아 있는 게임 속 주인공의 말을 들어 주면서 위로를 얻었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들이 대부분 본인의 삶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내 꿈은 정규직’ 개발자는 수차례 실직을 겪은 뒤 이 게임을 개발했다. ‘메신저 신드롬’을 개발한 김명진(24) 피모뎁 공동대표는 처음 취업한 게임회사에서 주 90시간 넘게 일하면서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 그는 퇴사를 결정하면서 회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녹인 게임을 구상하게 됐다.5. 저항 게임에서라도 직장 갑질과 싸워 주길 문제의식이 게임 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인 오종민(26·가명)씨는 “게임 속에서 정규직이 되기가 매우 어려웠고 수십 가지 이유로 사직을 당하기 일쑤였다”면서 “현실에서는 정규직이라는 것에 안도하면서 게임을 지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월 공공 분야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을 내고 7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힌 금지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직장인 10명 중 6명은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반 사원급에서는 10명 중 3명만 변화를 느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사회생활 게임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은 정규직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사회의 슬픈 단면”이라면서 “20대 사원과 50대 부장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회사가 더 적극적으로 조직 문화를 개선해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개임 개발자들도 현실이 바뀌기를 바란다. ‘메신저 신드롬’에서 첫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③죄송합니다’를 골라야 한다. 그 후에도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직장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만 하거나 순간적인 감정에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게임 오버’가 된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아첨꾼 ‘이 과장’뿐만 아니라 사회 부조리에 관심 없는 ‘이 차장’과 묵묵히 자기 일만 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모른 척하는 ‘김 과장’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반면교사’다. 게임에는 조직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직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가 녹아 있다. 김 대표는 “유저들은 불합리하다고 느끼면서도 정직원이 되려고 사회가 강요하는 답을 고르곤 한다”면서 “더 높은 지위와 권한을 가졌을 때 사회의 부조리함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또한 달리는 말에서 갈라진 벽의 틈새를 보듯, 2010년대도 훌쩍 지나갔다. 2009년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열어젖힌 ‘제4차 산업혁명’의 봇물에 휩쓸려 그사이 삶의 전 영역이 ‘좋아요’와 ‘하트’ 놀이에 중독됐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우리는 어느새 정보와 상호작용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됐다. 머리 한쪽이 늘 멍한 산만함에서 우리 정신을 지켜 주는 것은 역시 호흡 긴 서사인 책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책의 대지에 핀 꽃들은 자주 불(不)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유의 어둠 속에 찬란한 빛을 던졌다. 만연한 부정의에 경악한 독자들은 ‘분노하라’는 시대의 명령을 따랐다. 무엇에 분노했는가. 불공정이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며 학자금 대출과 알바 인생에 절망하는데, 장학금 챙겨 가며 공부한 전직 법무부 장관의 딸이 보여 준 세상, 즉 특권을 통해 쌓은 스펙을 제 능력인 양 자부하는 ‘20 vs 80의 사회’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불평등이다. 부의 세습이 노골화돼 부익부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고, 성실한 노동을 통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21세기 자본’의 사회는 문제의 실체가 불평등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중이다.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불평등 세대’ 등은 저성장이 고착화된 한국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세대 전쟁’의 홍역이 덮쳐 올 것임을 우려하게 한다. 착취된 노동이다. 일이 행복을 주지 못하는데 왜 일해야 하는가. 적당히 일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확실히 챙기는 쪽이 낫지 않은가. ‘피로사회’는 성과에 집착하면서 죽음에까지 자기를 몰아붙이는 ‘자기 착취’를 폭로한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미생’인 세상인데, 자신을 고갈시키지 않는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청년들은 ‘자존감 수업’을 받고 ‘미움받을 용기’를 행한다. 삶의 새로운 양식을 찾아 동네책방을 순례하고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는다’. 가부장제 가족주의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계기로 ‘페미니즘’이 일어섰다. 여성이 쉽게 살해되고 폭행당하며 차별받는 사회는 작동을 멈춰야 한다. 편견으로 점철된 세상을 살아가는 ‘82년생 김지영’이 더는 없어야 한다. 여성은 벌써 주체인데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고 일깨운다. 그래서 여성들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백래시’, ‘탈코르셋’ 등 해방의 언어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 ‘이상한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가족 형태가 꾸준히 시도되고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 등 퀴어의 일상화도 이제 어색하지 않다. 언어의 소외다.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스러져 가는 이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의 입술은 목소리 없는 이들한테 열려야 한다. ‘소년이 온다’의 높은 문학적 성취도, ‘사당동 사람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고기로 태어나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 인간의 조건을 살피는 기록의 존엄성도 여기서 비롯된다. 정치는 난잡하고, 경제는 암울하고, 사회는 비참하다. 세상이 타락한 자들을 위한 숫자 놀이로 전락한 듯하다. 온통 이익(利)을 말할 뿐 아무도 의(義)를 묻지 않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던 얼굴은 어용을 자부하고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를 성찰하던 마음은 위선이 됐다. 촛불과 함께 힘차게 타올랐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는 또다시 무릎이 꺾이는 중이다. ‘닥치고 정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현실은 ‘닥쳐라, 정치’로 변해 가고 있다. 불타 버린 이 자리에서 책은 다시 출발한다. 새해에는 어떤 책이 시대의 죽비가 될지,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 고성능 CPU 탑재, 무게는 170g… 최강 미군은 왜 ‘삼성 갤S9’ 쓸까

    고성능 CPU 탑재, 무게는 170g… 최강 미군은 왜 ‘삼성 갤S9’ 쓸까

    90도로 젖히면 전장 등 실시간 파악 ‘팀킬’ 줄고 드론 활용 정밀폭격 가능 야간투시경으로 빛 새나갈 위험 없어 국방硏 “미군 전략 전환 상징적 사건” 육군 “전술용폰 가능성 검토 단계”‘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미국 육군이 최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S9’을 전장에서 사용하는 ‘전술용 스마트폰’으로 도입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무게가 170g에 불과한데다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와 고화질 영상을 바탕으로 전장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8일 한국국방연구원 전력투자분석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미 육군은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병사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기계식 무전기를 업그레이드한 ‘전장상황 인식체계’ 개발에 나섰다. 전장상황 인식체계는 지휘소가 팀장, 팀원에게 적군과 아군의 위치 정보를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반대로 팀에서는 지휘소에 첩보보고, 상황보고, 지원요청을 할 수 있게 하는 통신 체계를 의미한다. 미군은 2000년대 초 ‘랜드 워리어’(LW)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개인 무전기, 위치정보시스템(GPS), 안테나, 내비게이션과 연결된 CPU, CPU를 조정하는 정보입력기, 외장형 배터리 등 복잡하고 무거운 장비가 포함된 것이 문제였다. 미 의회는 2007년 예산을 삭감해 시스템 개발을 중단시켰고, 육군은 2011년부터 전술용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넷 워리어’(NW)라는 새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군장처럼 무겁기만 했던 과거 장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개인컴퓨터(EDU), 개인무전기, 배터리 등 3개 구성품으로 단순화했다. 당초 미군은 전술용 스마트폰으로 ‘모토로라’ 제품을 도입했는데, 낮은 해상도가 문제가 돼 2013년 삼성의 ‘갤럭시 노트2’로 제품을 바꿨다. 국방연구원 연구팀은 “민간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고도로 진화하는 상용기술을 활용해 군 고유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미군 육군의 3개 여단에서 이 시스템을 적용했고 시스템 개선을 거쳐 갤럭시 노트2와 갤럭시 S5 기반의 통신체계가 구축됐다. 또 올해는 신제품인 ‘전술용 갤럭시 S9’을 도입했다. 전술용 갤럭시 S9은 가슴에 붙이고 다니다 바닥 쪽으로 90도로 젖히면 전술 목표와 전장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통해 ‘팀 킬’(아군 공격) 위험이 크게 줄었고 드론 등을 활용한 정확한 폭격이 가능해졌다.밤에는 연결된 ‘야간 투시경’으로 화면을 볼 수 있어 빛이 새나갈 위험이 없다. 개인 휴대용 배터리를 활용하면 1주일간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고 무선충전도 된다. 또 군인들이 사용하는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을 비롯해 저격수를 위한 탄도계산용 ‘발리스틱인포’, 고공 낙하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라인’, 공습 시 파편 위험 거리를 제공하는 ‘레드’ 등 다양한 군용 앱을 여러 개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신세대 장병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워게임’을 보는 듯한 화면을 갖췄다. 미군의 영향으로 이스라엘도 최근 전술용 갤럭시 S9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장비는 보안 때문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고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갤럭시 S9은 삼성이 소프트웨어를 관리해주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현재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갤럭시 S10’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도 높은 경제성과 안정성, 호환성에 주목하고 있다. 군은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31·39·51사단 등에서 군용 스마트폰 적용 실험을 진행해 일부 성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육군은 지난해 “미래 지향적으로 적용 가능성 여부를 알아보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고,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이 ‘4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놓고 있다. 현재 4만대가량인 무전기 도입 예산은 1조 6000억원에 이르는데, 이것을 70만원짜리 군용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면 군 전체 정원인 60만명에게 지급해도 예산이 4200억원에 그친다. 각종 앱 개발과 부가적인 장비 개발 예산이 필요하겠지만, 기기 도입만 놓고 보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연구팀은 “상용 스마트폰의 통신기능을 군 작전에서 쓰기 어려운 한계는 있지만 정보 처리를 전담하는 고성능 개인 컴퓨터로는 그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기술 적극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상용 스마트폰은 가장 적합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세계 최강’ 미군은 왜 ‘갤럭시 S9’을 사용할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세계 최강’ 미군은 왜 ‘갤럭시 S9’을 사용할까

    2013년 미 육군 삼성 ‘갤럭시 노트2’ 도입기존 장비보다 훨씬 가볍고 뛰어난 CPU 성능고도로 진화하는 상용폰으로 운용비 최소화軍 “전술용폰 가능성 알아보는 단계” 주목아마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겁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9’ 스마트폰은 이미 전세계에서 수출돼 있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라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소개하려는 스마트폰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그것이 아닙니다. 좀 어렵게 표현하면 ‘전장상황 인식체계’, 전장 상황을 개별 병사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군용 ‘전술 스마트폰’입니다. 지휘소가 팀장, 팀원에게 적군과 아군의 위치 정보를 스마트폰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반대로 팀에서 지휘소에 첩보보고, 상황보고, 지원요청을 할 수 있게 하는 통신 체계를 의미합니다. 군 생활을 했다면 훈련 중 무전기 등의 통신수단이 먹통이 돼 어쩔 수 없이 일반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는 군 간부들을 가끔씩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또 한편으로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띄우며 전투를 벌이는 미군을 동경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美의회, 비싸고 무거운 ‘랜드 워리어’ 퇴출 군용 스마트폰을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만 볼 수 있는 나라에서 ‘세계 최강’으로 통하는 미군에 관련 기술을 판매한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이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 됐을까. 8일 한국국방연구원 전력투자분석센터 분석에 따르면 미 육군은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병사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전장상황 인식체계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랜드 워리어’(LW)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여기에는 개인 무전기, 위치정보시스템(GPS), 안테나, 네비게이션과 연결된 중앙처리장치(CPU), CPU를 조정하는 정보입력기, 외장형 배터리 등 무척 무겁고 비싼 장비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미 의회는 결국 2007년 예산을 삭감해 시스템 개발을 중단시켰습니다. 직접 장비를 써본 곳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 파견된 미 육군의 신속기동부대 ‘스트라이커 여단’ 정도였습니다.미 육군은 다시 2011년부터 ‘넷 워리어’(NW)라는 새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군장처럼 무겁기만 했던 과거 시스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개인컴퓨터(EDU), 개인무전기, 배터리 등 3개 구성품으로 단순화했습니다. 당초 미군은 개인컴퓨터로 ‘모토로라’ 제품을 도입했는데, 해상도 문제가 제기돼 2013년 삼성의 ‘갤럭시 노트2’로 제품을 바꾸게 됩니다. 무게 180g에 불과한 한국산 스마트폰이 미군의 핵심 장비가 된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국방연구원 연구팀은 이에 대해 “민간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고도로 진화하는 상용기술을 활용해 군 고유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군에서 보안에 취약한 ‘스마트폰’을 구입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분이 있을 겁니다. 미군은 당시 상용으로 사용하던 ‘갤럭시 노트2’를 구입한 뒤 통신기능을 제거하고 국가안보국이 승인한 ‘군용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이후부터는 삼성에 보안을 대폭 강화한 제품으로 주문제작을 요청하게 됩니다. 삼성은 랜드 워리어 개발 과정에 CPU 보드를 공급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상용폰 통신기능 제거하고 ‘전술용’으로 개발 2016년 미군의 3개 여단 전투팀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고 소프트웨어 개선이 이어졌습니다. 같은 해 발표된 넷 워리어 소프트웨어 개발 제안요구서에는 삼성의 갤럭시 노트2, 갤럭시 S5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시스템 통합이 기본 조건으로 명시됐습니다. 올해 미 육군과 삼성은 신제품 ‘전술용 갤럭시 S9’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선보였습니다. 외관은 일반 갤럭시 S9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 단말기를 가슴에 차고 다니다 바닥쪽으로 90도로 젖히면 목표와 전장상황 파악을 한눈에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팀 킬’(아군 공격) 위험이 크게 줄었고 드론 등을 활용한 정확한 폭격이 가능해졌습니다.밤에는 ‘야간 투시경’으로 지도와 전장 상황을 볼 수 있어 빛이 새나갈 위험이 없다고 합니다. 개인 휴대용 배터리를 활용하면 1주일간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고 무선충전도 됩니다. 군인들이 사용하는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을 비롯해 저격수를 위한 탄도계산용 ‘발리스틱인포’, 고공 낙하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라인’, 공습 시 파편 위험 거리를 제공하는 ‘레드’ 등 다양한 군용 앱을 여러 개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신세대 장병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군 장비는 보안 때문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고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업그레이드가 손쉬운 민간장비를 활용하면 비용과 관리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이스라엘도 미군의 영향을 받아 최근 갤럭시 S9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갤럭시 S10’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현재 4만대 가량인 무전기 도입 예산은 1조 6000억원에 이르는데, 이것을 70만원짜리 군용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면 60만명 전원에게 지급해도 예산이 4200억원으로 급감하게 됩니다. 물론 각종 앱 개발과 부가적인 장비 개발 예산이 필요하겠지만, 기기 도입만 놓고 보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추정이 나옵니다. “‘4차 산업혁명’ 가장 적합한 사례 될 것” 실제로 군은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31·39·51사단 등에서 군용 스마트폰 적용 실험을 진행해 일부 성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육군은 지난해 관련 보도에 대해 “미래 지향적으로 적용 가능성 여부를 알아보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고,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연구원 연구팀은 “상용 스마트폰의 통신기능을 군작전에서 쓰기 어려운 한계는 있지만 정보처리를 전담하는 고성능 개인컴퓨터로는 그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기술 적극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상용 스마트폰은 가장 적합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미 우리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선진국이 도입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군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靑, ‘KBS수신료 가치 무겁게 인식해야“

    ‘전기요금 분리징수’ 청원 답변 공개 “통합징수 적법하나, 사회적 책임 수행을” 청와대는 “KBS가 국민이 주신 수신료라는 소중한 재원의 가치를 더욱 무겁게 인식하기를 바란다”며 “방송콘텐츠의 질로서 KBS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6일 ‘KBS 수신료 전기요금 분리징수’ 국민청원 답변자로 나서 “정부도 KBS가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청원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KBS 법조팀과 검찰 사이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청원인은 현재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위탁받아 전기요금에 통합해 수신료를 거두는 방식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올라온 청원은 한 달간 21만 3306명의 동의를 받았다. 강 센터장은 방송법 제64조에 따라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하는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KBS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신료 금액은 방송법 제65조에 따라 KBS 이사회가 수신료 금액을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을 얻은 후 확정하고, KBS가 이를 부과·징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강 센터장은 “1963년 월100원으로 시작한 수신료는 1981년 컬러TV가 송출되면서 2500원으로 금액이 확정된 이후 2019년 현재까지 38년간 동일한 금액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주거용 주택은 세대별로 1대 수상기만 수신료를 징수하고, 이외에는 수상기 대수에 따라 징수한다. 징수된 수신료는 한전 위탁수수료 6.15%, EBS 배분 3%를 제외하고, KBS의 공적책무 수행을 위해 사용된다. KBS 전체 수입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46%다. 강 센터장은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가 시작된 1994년 전에는 징수비용이 많이 들지만 징수율이 낮아 효율성 문제가 있었고, 반면 현재 통합징수 방식으로 바뀐 뒤 징수율은 99.9%까지 크게 높아졌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재산권·납부거부권 침해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2006년 헌법재판소와 2016년 대법원은 “현재의 통합 징수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강 센터장은 “TV수신료가 공공 재원으로서 국민의 특별 분담금 성격을 가진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이 보장돼 공영방송 본연의 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도 있다”며 “만약 공영방송이 수신료가 아닌 정부지원금이나 광고수입 등으로만 운영된다면, 정치 권력이나 광고주에 자유롭지 못하거나 상업방송과의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청원은 공영방송이 단순히 콘텐츠에 대한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역할, 그 의무를 다할 때만 진정 국민의 피땀 어린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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