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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삼웅 칼럼] ‘한 말들이’ 정치인들의 비극

    공자와 자공(子貢)이 나눈 ‘정치인(선비)문답’은 생명력이 길다. 시공을 초월한 진리가 담겼기 때문이다. 사제간의문답을 풀어보자. 제자-어떤 사람을 정치인이라 할 수 있습니까? 스승-언제나 수치심을 가지고 언행을 욕되게 하지않고 책임과 사명을 다하면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제자-그 다음 부류는 어떠합니까? 스승-일가친척에게 효자소리를 듣고 주변에서 정의롭다고칭찬받는 사람이다. 제자-그 다음은? 스승-말하면 반드시 실행하고 실행하면 성과를 받는 사람이지. 제자-오늘날 정치를 맡고있는 사람들은? 스승-아! 한 말들이밖에 안되는 작은 기량을 가진 사람들이야 논할 바 못된다.([논어] 자로편) 정치가 표류한지 오래다. 나라 사정과 민생이 어려워도 정치는 자기들 ‘밥그릇’싸움뿐이다. 퍼담을 밥이라도 넉넉하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럴 형편도 못된다. 수출이 막히고 내수도 어렵다. IMF의 여파가 경제를 주름잡고 남북관계는 소강상태가 장기화된다. 고이즈미 일본의 우경화가 날을 세우고 부시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애꿎은 한반도가 냉한풍이다. 우리는 흔히 지정학을 탓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거기서 내부투쟁을 벌인다. 외세에는 온유해도 동족끼리는치열하다. ***눈을 들어 주변을 보라 중국 사서(史書)에서 ‘동이(東夷)’로 불리는 한민족의 터전은 원래 요하 이동의 만주일대와 한반도가 그 중심인데,만주를 잃으면서 생각과 그릇이 쪼그라 들었다. 백산흑수(白山黑水)라 불리던 백두산과 흑룡강의 강역이 백두에서 한라로, 다시 설악에서 한라로 좁혀들더니 근년에는 지리산을 경계로 동서로 토막쳐서 ‘신후삼국시대’를 열려자 한다. 세계는 지금 이데올로기블록이 사라지고 경제연합체가 형성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미주자유무역협정(FTAA), 유럽연합(EU), 안데스공동체(ANCOM),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2002년 초 출범예정)가 대표적이다. 다른나라끼리도 연합하거나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데 우리는 핵분열을 거듭하니 어찌 개탄하지 않을까. 필부들도 해가 바뀌면 계획을 세우고 지난날을 돌이키는데 100년의 첫해를 보내면서도 묵은 날의 행태를 벗지 못하니어찌 개탄하지않을까. 대통령선거가 1년4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이미 대선정국에 들어선지 오래이다. 아니다. 대선이 끝난 다음날부터 ‘차기’가 논의되고 ‘차차기’가 운위되면서 매일 대권싸움으로 격돌하니, 만만한 것은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요, 코끼리싸움에 짓밟히는 민초다.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적어도 21세기 첫해인 올해만큼은 신세기의 비전을 준비하고, 그것이 너무 거창하다면 5년, 10년후의 국가문제를 계획하고 토론하는 정치의 모습은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변화의 물결 외면하면 인류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친다. 종으로는생명공학, 횡으로는 세계화의 파고, 옆길에는 보수반동의 일본, 뒷길에는 기지개 켜는 메머드 중국이 다가온다. 북한은다시 커튼을 닫고 미국은 한반도에 현상고착의 말뚝을 박으려든다. 일본에 대비하고 중국을 연구하고 북한을 달래고 미국을 설득하면서 국력을 키우고 민생을 보살펴서 통일을 이뤄야 할일차적 책임은 정치인들의 몫이다. 고이즈미의 일본, 부시의 미국, 포스트 장쩌민의 중국을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일도 정파를 넘는 정치인의 몫이다. 영수회담이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 감정적인 한 두마디, 괴문서 한 두장에 정치판이 들끓는 ‘한 말들이’ 속좁은 그릇이 아니길 기대한다. 영수회담이 정치개혁의 시발점이 되도록, 영수들은 물론 여야의 책사들, 정치권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김삼웅 주필 kimsu@
  • 8·15특집 한일관계 갈등을 넘어/ 주요쟁점들

    ■멀어지는 이웃 쌓이는 ‘惡材’. 한·일관계는 65년 12월 국교가 정상화된 뒤에도 ‘어긋나고 뒤틀린’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이는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주변 피해국들에게 진정한 과거 청산의 의지와 성의를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98년 일부 반대여론을 무릅쓰고일본을 방문,‘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이끌어 냈다.그러나 21세기 한일 양국의 첫 페이지는 일본의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과 꽁치분쟁,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 등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한국은 ‘20세기의 일은 20세기 내에 청산하자’면서 미래지향적 관계개선을 기대했으나,일본은 역사교과서 왜곡과 신사참배 강행 등에서 드러나듯 여전히 군국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65년 한·일기본조약의 발효에 따른 표면적인관계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군대위안부 및 교과서왜곡 문제 등 쟁점 처리과정에서 아시아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신뢰감을 주지 않고있다고 꼬집는다. 이는 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형성된 탈아론(脫亞論)이 일본인의 무의식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인것으로 풀이된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포로를 학대한 것은 미안하다면서도,한국인과 중국인에게 저지른 가혹행위에 대해선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데서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를 지향한다’는일본식 셈법을 적나라하게 읽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대위안부 문제를 보는 일본 정부의 시각이다.일본은 97년 1월 군대위안부 위로기금의 형식으로한국인 피해자 7명에게 모두 500만엔을 전달하는 것으로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시도했다. 이에 한국은 즉각 한·일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일시금 지급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정부간 협의에 의한 실질적 해결방안을 찾도록 촉구했다. 한국내 민간단체와 피해자들도 일본정부와 국회 차원의 배상과 사죄를 요구하며,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하고나섰다. 하지만 올들어 군대위안부 관련 기술을 누락한 역사교과서가 당당하게 정부의 검정절차를 통과했다. 게다가 51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총리의 재일 한국인 격하발언 이후 일본정부 인사나 정치인의 ‘과거사 부정’망언이 한 세기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한·일관계의 진정한 정상화를 위한 선결과제가 무엇인지를 곰곰히 되씹어보게하는 대목이다. 박찬구기자 ckpark@
  • ‘역사왜곡’ 일본 정재계 보수우익 망라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일본 극우 진영의 최선봉이다.‘이론의 산실’인 셈이다. 만화가이자 이 모임의 이사인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전쟁론’ 등을 지어 일본 사회 저변에 그들의 논리를 침투시키고 있는 이론가이다.산케이(産經)신문은 이들의 대변지로선전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을 가능하도록 헌법 9조의 개정을 꾀하는 개헌조직으로는 ‘일본회의’가 있다.서로의 연관성을 부인하지만 이들은 치밀하게 얽혀 있다.특히 일본회의와 새 교과서 모임의 48개 전국 지부는 구성원이 일체화 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국사관을 포장한 ‘자유주의 사관연구회’와 우익단체인일본청년협의회, 일본교육연구소 등의 회원도 이중삼중으로겹쳐져 있다.새 교과서 모임의 다카하시 시로(高橋史朗) 부회장은 이들 단체의 회원이기도 하다. 정계에서는 자민당 ‘밝은 일본 국회의원연맹’이나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의 모임’,‘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 등이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다.히라누마 다케오,에토 세이치의원 등이 핵심인물이다.지난해중의원 선거 등을 통해 새 교과서 모임의 지부장 7명이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만큼 정계에서 우익세력의 뿌리는 깊다. 놀랍게도 후지쓰,캐논,도시바 등 대기업의 경영진들 다수가 새 교과서 모임의 회원이라고 왜곡교과서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넷트 21’은 주장하고있다. 또 PHP 연구소,미쓰비시 종합연구소,일본문화연구회,마쓰시타 정경숙 등 내로라 하는 재계의 연구소 등의 관계자 상당수도 이 모임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왜곡 역사교과서 저지·강행 2인 인터뷰. ◆ '어린이와…' 사무국장 다와라 요시후미.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드려는 세력은 결코 허용해서는 안됩니다”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저지운동을 최일선에서 지휘하고 있는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넷트 21’의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 사무국장은 “이런 교과서가일본에서 사용된다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고립될 것이며 일본 정부는 물론 일본 국민 전체가 비난받을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와라 국장은 “한국 등의 비판을 의식해 문부성이 일부내용을 고쳤겠지만 그들(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역사인식 그 자체는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돼 남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따라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배려해 역사를 기술해야 한다는 ‘근린제국조항’은 거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일,중·일 관계 악화를 걱정했다. 그는 ‘새 교과서 모임’이 궁극적으로는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 만들기를 꾀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 한국과 중국에 대한 행위를 침략전쟁으로 보는가’라는 NHK의 여론조사에서 ‘그렇다’(51%)는 응답이‘그렇지 않다’(11%)는 응답을 크게 웃돌은 사실을 들면서“새 교과서 모임은 역사를 왜곡시켜 교사와 학생을 바꾸고일본 사회를 바꾸려 하고 있다”며 이같은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새교과서…' 사무국장 다카모리 아키노리. “우리들이 마치 우익단체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한국 등에서 말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왜곡된 역사기술로물의를 빚고 있는 ‘새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다카모리 아키노리(高森明勅) 사무국장은 “우리들의 목적은 시민의 편에서 다양한 역사인식을 가진 교과서가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채택되도록 하는 데 있다”고강변했다. 다카모리 국장은 “교과서 검정에 관한 사무 절차는 끝났다”면서 “얼마전 문부성으로부터 온 검정 의견에 대해서는 집필자나 출판사 편집부 측에서 모두 수용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부성의 수정의견에 대해서는 “역사인식이 잘못됐다고해서 수정한 것은 없으며 중학생들이 읽어서 알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중국측의 반발에 대해 “현 시점에서 내정간섭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약간의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그는 “일본 언론이 교과서 검정 신청본의 일부를단편적으로 인용하면서 한국과 중국에 가장 자극적인 부분만을 떼어내 소개하는 바람에 반발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한국정부 ‘日 역사왜곡’ 시각·대책. 정부는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제출한 내년도중학교 역사교과서가 문부과학성 검정을 최종 통과할 것에대비, 결과 수준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정부는 검정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일본 정부의노력한 흔적이 보일 때 발표할 ‘유감 표명’에서부터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기될 ‘재수정 요구’까지단계별로 대처할 방침이다.또 일본 정부로부터 재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정부는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이용,‘교과서 불채택 운동’도 전개한다는 복안을 준비해 놓은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역사교과서 검정상황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이 없다”면서 “다만 정부는 역사교과서 최종검정 결과가 나오고 문제가 있는 왜곡된 부분이있을 때에는 이에 대해서 재수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82년 일본 교과서 왜곡파동 당시 정부는 시정이 필요한 부분을 ‘즉각 시정필요’ 등 3등급으로 나눠 일본측에 재수정을 요구,반영시킨 바 있다”고밝혔다. 그렇다고 지난 98년 10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 등을 무효화하는 극단의 조치는 취하지않을 방침이다.북한·중국과의 공동 대응도 고려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역사교과서 문제 하나로 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후 순조롭게 진행돼온 한·일 우호·협력분위기가 손상되는 것이 우리로서도 그리 이익될 게 없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홍원상기자 wshong@
  • [사설] 韓부총리 색깔시비

    지난달 31일 MBC에서 방영한 한완상(韓完相)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TV특강’내용 중 일부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이특강은 한 부총리가 상지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던 지난달 5일 ‘21세기의 가치와 덕목’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것으로 방송사측이 4주 가까이 지난 뒤 방영하면서 화면 자막에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 소개한 것이다.특강의 큰 줄기는 한반도 냉전의 얼음이 6·15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깨지기 시작했고 그동안 평화유지에 든 비용에비하면 대북지원은 비중이 크지 않으며 후손들에게 한반도 평화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식인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망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한 부총리가 특강 중에 현재의 남북관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냉전얘기를 꾸며 북한에 퍼주기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문제삼고 있다.이같은 시비는 특강내용의 큰 문맥은 접어 두고 작은 가지를 붙들고 색깔론을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그러나 따지고보면 ‘북한 퍼주기’론을 펴는 사람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극우 보수적 시각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및 교류협력사업을 폄하하고 마치 우리 경제가 이 때문에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처럼 과장한 것도 일면의 사실이다. 한 부총리의 발언은 교육 및 인적개발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의자격으로 언급한 것이 아닐뿐더러 대학총장 시절 시사·교양 프로에출연하여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이를 두고 시비를 확산시킬 이유가 없다.한 부총리의 임명은 청와대도 발탁 배경을설명했듯이 그의 교육 경력 등 전문지식과 통일부총리를 지낸 행정경험과 경륜 그리고 개혁성을 높이 샀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한 부총리는 누구보다도 민족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깊고 통일지향성이 강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2세 교육을 총지휘하는 정책책임자로서 한부총리는 비열한 색깔 시비에 구애받지 말고 보편성과 다원주의 원칙아래 창의적인 인간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 [사설] 새 해법 필요한 離散문제

    오는 29일부터 2박3일간 금강산에서 제3차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린다.지난해 9월 2차회담 이후 오랜만에 갖는 남북 적십자 대표간 공식대좌다.남북이 이제 새 세기를 맞아 지난 세기의 민족적 상흔인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기 바란다. 남북 양쪽에서 이러한 기대를 갖게 하는 좋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정부는 얼마전 대북 식량지원의 일환으로 이달말께 옥수수 10만톤을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측에 제공키로 했다.이는 이번 회담에서 생산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밑거름이 될것이다. 북한도 새해 들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신사고’를 강조하는 등 대외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특히 북측이 25일 시범적 차원의 이산가족 생사·주소 확인사업에 뒤늦게나마 화답해온 것은환영할 만하다.남북 각 100명씩의 생사·주소 확인 의뢰자 명단에 대한 회보서를 이번 금강산회담에서 교환하자고 제의해 온 것이다. 우리는 이산가족 문제야말로 순수한 인도적 현안으로 아무런 조건없이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고 믿는다.지난해 2차례 성사시킨상봉단 교환을 굳이 전시성 행사로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시범사업은 그것대로 계속 추진해 가급적 정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하지만 남쪽의 이산가족 1세대만도 123만여명에 이른다.한달에 100명씩 상봉시켜 이들의 눈물을 모두 닦아주려면 어림셈으로도 1,00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된다.이벤트성 상봉을 뛰어 넘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전기가 마련돼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남북 구성원 모두에게 남북화해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도 그렇다. 따라서 차제에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의 길이 트여야만 한다. 그 지름길은 남북이 상설 이산가족면회소를 설치,운영하는 일이다.남북 적십자사는 이번 금강산회담에서 이에 대한 합의를 반드시 도출해야만 한다.특히 북측이 대외 개방의 큰 길을 걷겠다는 신사고를 가장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교류 분야에서부터 실천에 옮기기를 당부한다.
  • 김정일 訪中/ 5박6일 결산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북한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시사하는 한편,전통적 혈맹국인 북·중관계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15∼20일 6일 동안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위원장은 “중국의개혁·개방이 옳았다”고 평가,앞으로 개혁·개방노선을 채택한다는입장을 강력하게 내비쳤으며 21세기의 북·중 관계는 새롭게 발전할것이라고 밝혔다. 주방자오(朱邦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밤 뉴스브리핑을 통해 “18년 만에 다시 상하이를 찾은 김위원장이 짧은 기간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모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김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이 추진한 개혁·개방정책노선이 정확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이같은 김위원장의 발언은 그의 방문이 ‘경제적 목적’에 우선순위를 뒀으며,향후 개혁·개방노선을 채택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특히 김위원장이 나흘간 상하이에 머무는 동안정치적 제스처를 보이지 않은 채 ‘시장경제 공부’에 몰두하는모습을 보여준 것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김위원장의 상하이 방문은 그동안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이‘수정 사회주의 노선’이라고 비판하던 태도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으로,올초 선언한 ‘신사고’노선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더욱이경제분야에 대해 현장경험이 거의 없는 당·정·군을 대거 수행하게한 것은 북한내 개혁에 소극적인 보수파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김위원장은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과의 연쇄회담 등을 통해 전통적인 ‘형제국’이라는 관계를 또다시 천명했다.지난해 5월 말에 이어 불과 8개월 만에 두번째로 만난 두 정상은회담에서 임박한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문제와 한반도 정세,북한의 개혁·개방 및 북·중 경제협력과 지원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고,중국은북한의 긍정적 변화에 대해 최대한 지원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특히 부시 미 행정부의 출범에 앞서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중의 단결과 협력을대내외에 과시했다.두 정상은‘통일 후 주둔 반대와 가능’으로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두 나라의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미국이 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어망(NMD) 및 전역미사일방어망(TMD)에 반대한다는입장을 분명히 했다. khkim@kdailyㅇ.com
  • 中 위상 높이기 외교 본격화

    중국이 제3세계 및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발전을 목표로 하는 ‘21세기 대국(大國)외교’에 본격 나선다.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이 6일 리비아·카메룬 등 중동·아프리카지역의 6개국을 순방하는데 이어,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상무위원장이 9일 인도를 방문하는 등 2001년 중국 외교가힘찬 첫걸음을 내디딘다.특히 올해에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북한 방문이 실현될 것으로 보이는데다,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의 의장국으로서 APEC회의를 주재함으로써 중국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탕 외교부장과 리 상무위원장의 외국 방문과 관련,“새로운 세기의 첫 해외 방문이어서 중국 외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지니고 있다”고 밝혀,중국이 올해에도 제3세계 외교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경우 88년 천지첸(錢其琛)이 외교부장에 취임한 이후 거의매년 외교부장이 아프리카지역을 방문,‘아프리카 중시정책’을 펴고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각료회의’를 개최,집단대화의 추진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베이징선언’을 채택해 아프리카지역과의 협력추진 방안을 구체화했다.리 상무위원장의인도 방문은 작년 5월 장 국가주석과 키르체릴 라만 나라야난 인도대통령이 합의한 ‘국경 획정 문제의 조기해결’을 재확인할 것으로예상된다. 중국외교의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장 국가주석의 방북 여부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포기하고 북·일 국교정상화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중 정상회담이 실현되면,남북한관계및 북·미관계,북·일관계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상하이(上海)에서 개최될 예정인 APEC회의는 올해 중국외교의 최대 하이라이트.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역동적인 발전모습을 상하이를 통해 직접 보여주는 한편,장 주석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열어 다소 소원해진 중·미관계를 다시 조율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대국외교의 강화는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유지해온 제3세계 외교를 한층 강화하고,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를통해 세계의 다극화를 추진함으로써 ‘미국 일강체제’를 견제하려는구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khkim@
  • 지구촌 3대축 새해 조망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장기간 혼란으로 세계 최강국 정치 시스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일부 국가들은 미국 대선을 조롱거리로 비하시켰고,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컸던 나라들은 ‘미국 지상주의’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경제적으도 미국 경제의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아시아 통화위기이후 지속됐던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확장 패턴이 다원화할 조짐을보이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을 통해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유럽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정립,세계 정치·경제 속에서 독자적 역할 구축을 가속화하고있다. 유럽도 ‘하나의 유럽’을 표방하며 동구권을 유럽연합(EU)에 포함시켜 세계는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유럽,아시아의 3개 축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3대 축을 중심으로 펼쳐질 2001년 세계의 변화를살펴 본다. *미국. ‘미국도 별 수 없네’ 36일간 지루하게 계속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본 세계의 반응은‘어떻게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하는 것이었다.삼권분립,양당제도 등이 원칙적으로 지켜지는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 나라에서 수작업 검표,부정선거 논란,당리당략,법정공방 등 후진국에서나있을 법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화된 나라답게 미국은 ‘법’이라는 방식으로 이번 사태를 가까스로 마무리 짓긴 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세계인들은미국을 다시 보게 됐다.가장 강력하고 완벽하게 보였던 미국이란 국가도 내부 깊숙이 문제점들이 잠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외관상 미국은 인구 2억7,500여만명,면적 962㎢,140여만 병력과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수퍼 강국이다.백인,흑인,아시아인 등 이민에 의한 다인종 국가가 모인 ‘멜팅팟(melting pot)’으로 이러한다양성은 미국 발전의 원천이자 걸림돌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국민총생산(GNP)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경제 종주국으로 미국의 경제는 예외없이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풍부한 천연자원과 다양한 인적자원은 미국 경제를더욱 팽창시켜 오는 2010년 미국이 세계 GNP의 약 30%를 차지하게 될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 미국은 합중국(The United States)이다.50개의 주와 특별구인 워싱턴 DC가 합쳐져 만들어진 나라다.연방정부는 주 단위에서다루기 힘든 최소한의 역할만 담당하고, 50개의 주에 최대한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어찌보면 각각 다른 법과 제도를 가진 ‘나라’들이 모인 미국은 지금까지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경영돼 왔다.하지만 이번 대선 혼란은 ‘완벽한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미국의 정치학자들과 언론은 혼란의 원인으로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을 꼽고 있다.이번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는 2억6,000만명 중 1억명정도로 전체적으로 5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30대 이하의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더욱 낮아 3분의 1만이 투표에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 참여율이 낮은 까닭도 알고보면 미국의 양당 정치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념이나 당 운용체제의 차이점이 거의 없다.당과 당의 대표자들 자체가 무당파적 성격을 띠게 됐을 뿐 아니라 이러한 정당에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 역시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무당파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고민은 10년 간의 경제 호황 속에 나타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다.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지난 90년 2만2,979달러에서 98년 3만1,492달러로크게 늘어났지만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 미 여론조사국에 따르면 월소득 5만∼10만달러의 고학력자나 상류층의 소득증가율은 20%를 기록한 반면 1만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 순 재산이 95년 4,800달러에서 98년 3,600달러로 떨어졌다. 단순한 흑백 갈등을 넘어 히스패닉,아시아인 등이 복잡하게 얽힌 인종문제도 미국의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미국의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7월 백인 대 유색인종 인구비율이 1년 안에 역전될 전망이라고 밝혔다.캘리포니아 주민 3,400여만명 중 비(非)히스패닉계 백인이 1,740만명으로 아직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내년 7월 이전에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집단 간의 조화와 국민적인 일체감 형성이시급함을 나타낸다.미국 역사상 주요 정치·사회적 갈등과 혼란에는항상 흑백의 인종문제가 개입됐으며,흑인들의 집단적인 분노 폭발 가능성과 소수 인종 우대정책에 대한 백인의 증오범죄(hate crime)도언제 불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경제·사회 제반에 걸친 문제에도 불구하고 21세기도미국의 세기가 될 것인가?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폴 케네디 교수는 “앞으로 10년 후 핵전쟁이일어나거나 환경재앙이 없는 한 세계 최강국으로서 미국의 독자적인지위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예견한다. 그러나 정치 무관심과 민의수렴 실패,빈부 양극화, 인종간 갈등 등사회에 내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은 또 다시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진아기자 jlee@. *유럽. ‘대서양에서 우랄까지’의 통합은 이제 꿈이아닌 현실이다.대륙의지정학적 지형이 본격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비롯, ‘거대한 단일공동체’를 향한 유럽연합의 힘찬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은 지난해 12월11일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정상회담에서 EU 확대 준비를 위한 주요 개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15개 회원국인 유럽연합은 중부 및 동유럽의 옛 공산주의 국가들의 가입으로 2005년까지 27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가입 후보국으로 남아있는 터키까지 합치면 유럽연합은 28개국이 된다. 여기에다 2002년 7월1일이면 유럽 각국의 화폐는 유로화로 통일된다.유럽연합의 본질적인 목적은 단일화폐를 토대로 경제통합을 이루는동시에 정치적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것. 99년 1월1일 출범한 유로화를 통해 유럽이 세계 최대의 단일 통화권이 되면 유럽의 국민총생산은 5%,1인당 실질 소득은 1,000달러 이상씩 늘 전망이다. 니스 정상회담에서는 6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 창설 문제도 합의를이루었다.미국을 주축으로 한 입김을 덜 받는 자신들만의 안보 보호막을 만든 것이다. 향후 유럽합중국 헌법의 기초도 마련됐다.니스 정상회담에서 만들어진 ‘EU기본권현장’은 유럽연합 시민 3억7,500만명의 시민권과 정치권,경제권,사회권 등 기본권리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럽이 이처럼 ‘하나’되기를 추구하는 것은 유럽사가 세계사의 대명사였던 ‘영광의 시대’를 되찾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피폐했고,세계사의 주도권을 잃게 됐다.이러한 진통 속에서 유럽은 통합의 역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유럽통합의 시발점은 프랑스 외무성이 1950년 발표한 슈망플랜.독일과 프랑스의 철광 생산을 관리하는 공동관리청을 두자는 것이었다.이후 유럽통합의 이상은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설립을 밑바탕으로 수많은 시련과 장애를 헤치며 현실화 과정을 밟아왔다. 오랫동안 유럽공동체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경제적인 것이었다.공동시장의 창설,농업·운송·기술개발 영역에 대한 공동정책 등을 들 수있다. 92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체결된 조약은 기존의 공동체들을 하나의 유럽연합으로 묶었다.격변기인 89년에서 90년 사이에 일어난 동·서독 통일과 동구 공산권의 붕괴로 유럽에는 새로운 상황이전개됐고 93년 11월에는 마침내 ‘EU’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그러나 최근 유로화의 폭락으로 ‘하나의 유럽’은 난관을 맞고 있다.단일통화가 탄생하면 정치적 통합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유로화 폭락으로 정치적 단일체는 커녕 방대한 자유무역지대로 전락할위험에 봉착했다.유럽 전체의 번영과 안녕보다는 ‘개별국가 이기주의’의 표출도 걸림돌이다. 니스 회담에서는 회원국 확대와 관련,각국이 국익과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각료회의의 투표권을 재조정했다.강국인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는 소국들의 투표권이 늘어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어렵게 될 것을 원치 않았다.투표권이 적은 약소국들은 강국에 끌려다니게 될 것을 우려했다. 유럽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독일,프랑스,영국의 삼국지’도 한창이다.두 차례 세계대전의 장본인이자 동·서독 분단의 희생자로서 그동안 제 목소리를 변변히 내지 못했던 독일은 통일을 계기로 유럽연합의 정치적 통합을 주도하며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복귀를 꿈꾸고 있다.반면 통합에 소외됐다는 불만을 표출해 온 영국은 통합의 시련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프랑스와 독일의 불화도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회원국간 이해관계가 다르고 역내 빈부격차가 심해 유럽통합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럽통합의 추진이 21세기 세계 역사에 큰획을 긋는 전기를 이룰 것임엔 분명하다. 이동미기자 eyes@. *아시아. “신사(辛巳)년에는 태세신(太歲神)인 뱀이 동남방에 자리잡아 아시아는 평화와 상업의 기회가 많은 행운의 해가 될 것이다….” 대만의한 유명한 역술가는 지난 연말 아시아의 2001년 한 해 운세를 이렇게점쳤다. 역술가들이 해마다 음력설에 앞서 관례적으로 내놓은 점괘겠지만 실제로도 아시아지역은 올해 세계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많이 갖고 있고,그러한 움직임을 보다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으로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미국 중심에서 탈피,유럽 각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21세기의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중국·싱가포르·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e-비즈니스 시대를 맞아 미국,유럽 중심의 세계경제에 아시아를 명실상부한 또 다른 한 축으로 발돋움시킬전망이다. 아시아지역에는 아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분쟁,인도와 파키스탄의 핵개발 경쟁,필리핀·대만의 정치지도자 부패 및 스캔들,인도네시아·스리랑카의 민족·종교적 분쟁,북한·미얀마의 인권문제와기아 등 도처에 정치·사회적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많은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2001년의 아시아는 지역연합체의 역동적 기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을 다시 확인하고,세계의 중심으로 힘차게 발돋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데 크게 이의를 달지 않는다. ■미국·유럽과 대등관계 정립 아시아가 세계의 한 축으로의 위치를확인한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ASEM이다.이 회의에서 아시아·유럽 정상들은 향후 ASEM의 기본헌장이 될‘아시아·유럽협력체제2000’을 채택, 양 대륙간 공동 번영을 위한중장기적 협력의 틀을 짰다.아시아 각국은 유럽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통해 미국 중심의 정치·경제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이는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국가들을 잇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이어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유럽 두 지역과 수평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세계적으로 제3의 축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해 ASEM에서는 세계적 관심사인 동티모르 문제와 코소보사태,중동분쟁이 중요 의제로 거론됐다.범세계적 차원의 군비통제와 군축,대량 파괴무기 비확산,국제마약거래,인종차별 등에 이르기까지 국경을초월한 광범위한 현안들도 논의됐다.아시아지역 국가들이 직·간접으로 얽힌 세계적 현안에 대해 미국·유럽 못지않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반증이다. ■세계에 희망심는 한반도 평화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의 역사적 정상회담 성공과 이후의 남북 경협 및 교류확대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나아가 인류 평화에 대한 새로운 모델과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북한은 지난해 6월 남북한 정상회담 성공에 이어 7월엔 아시아·태평양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포럼(ARF)에 가입했다.또 적극적인 대(對) 미국 외교와 유럽 국가들과의 잇딴 수교 등 빠른 걸음으로 국제무대에 오르고 있다.평화와 경제협력을 전제로한 북한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제무대 등장으로 아시아지역 국가들을 포함,미국·유럽국가들과 긴밀한 협조체제에서 북한도 아시아의 일원,세계의일원으로써 당당하게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할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 ■넘어야 할 경제위기 지난해 하반기 대만과 일본 정국의 불안,이어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필리핀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탄핵 등 일련의정치불안으로 불거진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설은 올해 내내 아시아각국을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아시아 경제의 우등생인 대만조차 위기설에 휩싸여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있다.IMF를 비롯해 아시아개발은행(ADB),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경제기구들은 아시아 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낙관하고 있다.그러나 경제에 관한한 미국과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아시아로서는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숙제로 남아있다. ■아시아 경제의 핵,중국 중국은 제2 금융위기설에서 한발짝 비켜 서있는 듯하다.중국의 새로운 용트림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놀라게할 것이 분명하다.인터넷 붐을 몰고온 정보통신 혁명에다 꿈에 부푼서부개발이 코앞에 닥쳐왔고,연간 8%의 고성장을 바탕으로 한 위안화(元)의 위력도 세계적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한국과 일본 등 역내 주변국들은 자국내의 경제 침체 탈피를 중국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역력하다.세계 각국도 WTO 가입 이후 개방이 가속화될 중국 시장에 대해전 산업분야에 걸쳐 제1의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이제 아시아 경제의 꿈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새 도약의 조짐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중국의 통신정책을이끄는 신식(정보)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이동전화가입자가 8,500만명을 넘었다.올해 상반기에는 1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중국 통신단말기 시장을 에릭슨·노키아·지멘스 등 유럽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새해에는 한국,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의선진 정보통신 국가들의 진출도 보다 활기를 띨 전망이다. 육철수기자 ycs@
  • 신년 사설/ 역경에 강한 국민, 함께 극복하자

    인간은 시작도 끝도 없는 무궁한 시간에 매듭을 만들어 의미를 부여한다.인류의 체험적 인식으로는 천년의 단위로부터 세기·세대·연·월·주·일·시간·분·초에 이르기까지 매듭을 짓고 그 매듭의 단위에서 삶을 영위한다. 원시인들에게는 시간의 관념이 없었다.그들은 공간의 의미만이 있었을 뿐이다.동물들도 마찬가지다.이렇게 볼 때 시간의 관념을 갖고 이를 쪼개고 매듭짓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다.인간이 시간의 관념을 갖게됨으로써 고등동물이 되고 부단히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문명을 이루었다. 엄격한 뜻에서 올해는 21세기의 첫해다.고난과 좌절의 20세기를 마감하고 한민족의 존재를 세계사의 공간으로 확대하느냐,여전히 분단과 내부 갈등으로 20세기적 시간에 머무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발상의 전환과 신사고 확립 우리는 지금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경기 둔화라는 외생변수에다 정치 불안과 집단주의 등의 내생요인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반세기 만에 물꼬를 튼 남북 화해의 기류도탄력성을 잃고 있다.여기에지역주의·이념대립·집단이기주의 등 ‘남남(南南)갈등’이 심각성을 띠고 있다.우리는 20세기 초 급변하는국제 정세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내부 갈등으로 망국을 불러온 쓰라린 역사를 잊지 않는다.따라서 21세기 초두에 무엇을 어떻게해야 하는지,국민적 지혜와 통합이 요구된다. 100년 전에는 정치 지도자 몇사람에 의해 국운이 좌우되었지만 지금은 교육받고 깨어 있는4,600만 국민과 피를 나눈 2,500만 북녘 동포,그리고 세계 각처의 560만 교포가 있다.결코 만만치 않은 인적자원이고 국력이다. 과거의 낡은 의식과 가치관으로는 무한경쟁의 21세기를 헤쳐나가기어렵다.그동안 우리 사회의 개혁이 잘못된 과거와 제도의 청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이제는 국민 각자가 낡은 의식과 행동을 스스로교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변화는 21세기의 생존 전략이자 국가 목표다. 올해는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4년차로 국정개혁을 소신 있게 해나갈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된다. 또 선거가 없는 해이기도 하다.따라서 국민 인기에신경쓸 필요없이 국정개혁을 소신 있게 해나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야당과는 경기 회복을 위한 한시적 정쟁 중지에 합의하거나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강화 등을 통해 정국 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개혁의 표류와국정 난맥이 정치 불안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정치의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공화당 부시정권의 등장으로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 등이 예상된다.남북 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등 지난해의 성과를 바탕으로남북관계 개선의 제도적 틀을 완성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화해와 교류 협력을 제도화함으로써 안정적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북한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실현되고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정례협의 채널이 구축되면 남북관계는 한 차원 높게 발전할 것이다. 또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국제 사회에 제고된 위상을 평화와인권국가의 외교력으로 연계시켜야 한다. 올해 경제의 화두는 경기 하강 추세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가될 것이다.소비와 투자 위축에다구조조정의 진통으로 경기는 1·4분기 중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회복된다는 것이 정부의 전망이다.‘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할 경우’라는 전제가 달려 있지만 이대로만 되면 말 그대로 ‘연착륙’이 가능하다.경상수지 흑자 폭은 작년보다 낮은 70억달러선에 이르고 물가는 유가 안정과 경기 둔화 영향으로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성장률은 5∼6%선으로 작년보다크게 낮아지겠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크게 늘어날 실업자 구제가 ‘발등의 불’이다.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움추러든 소비의 회복은 올해 경제의 최대 과제다.정부나 여론 주도층은 경제상황의 어두운 면과 함께 우리경제에는 아직도 밝은 면이 많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그래서 국민들의 건전 소비를 살려야 생산과 투자도 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변화 두려워하면 발전못해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다.우리 민족은 수많은 위기를 국복해온 저력을 지니고 있다.또 정보혁명의 시대에 걸맞은 순발력을 갖추고 있어21세기 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개혁 마무리와 지식 정보화 촉진으로 세계 일류국가로 진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화합과 사회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동서가 껴안고 남북이 손을 잡는 한반도시대를 열자.평화적 통일이 꿈이 아니라 현실화되고 있는 마당에 다시 힘차게 일어서자. 개혁은 용기 있는 자만이 이룩할 수 있다.변화가 두려우면 발전이란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당장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금융개혁에성공하지 못하면 경제 회복은 멀어진다.지금까지는 사슴을 ^^으면서토끼를 돌아보다 둘 다 놓친 사례가 허다했다.정부는 국정개혁에 주저하지 말고 국민은 자신감을 갖고 난국을 극복해나가자. 21세기 초두의 시간을 놓치면 희망과 미래를 함께 놓치게 된다.
  • 金대통령 신년사 요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21세기 첫해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국민 여러분 모두가 희망차고 행복한 이 한해를 맞으시기 바랍니다.정부도 철저한 자기 성찰 위에 총력을 다하여 국정개혁에 헌신함으로써 새해가 반드시 국가와 국민을위해 영광의 한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저는 새로운 마음으로 지난 3년을 간단히 되새겨 봅니다.그동안 국민의 정부는 IMF 위기를 극복하고 구조조정의 4대 개혁과 동시에 지식정보화를 추진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남북 정상회담을 실현시켜 분단 반세기 만에 민족의 역사에 평화와 협력을 향한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주가가 폭락하여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실업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경제 전반을 둘러싼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외부적인 영향도 큰 게 사실이지만 우리 내부적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금융,기업,공공,노동의 4대 개혁을 더욱 철저히 했던들 상황은 지금같이 어려워지지 않았을 것입니다.이모든 것이 대통령인 저의 책임이라고 통감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함과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대로 2월까지 제2차 4대 개혁의 기본과제를 완결짓겠습니다.그 이후에는 시장이 요구하는 상시 개혁체제로전환해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도록 하고 부실 기업은 지체없이퇴출시키겠습니다. 근로자의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권리의 주장은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그러나 불법과 폭력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새해에는 이 땅에서 부실 금융기관이란 단어가 사라지도록 철저한금융개혁을 일구어 낼 것입니다.공공부문이 개혁의 모범이 되는 해가되도록 책임지고 노력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기업,노동,금융,공공 부문의 4대 개혁을 마무리지으면 우리 경제는 올 하반기부터 다시 회복하여 세계적 경제 강국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는 금년의 국정 5대 지표를 정하고 국민 여러분과 같이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완전한 민주·인권국가의 구현을 위해 더한층 노력하겠습니다. 여야간 대화와 협력의 상생의 정치를 꼭 실현시키겠습니다.인권법과반부패기본법의 제정,국가보안법 개정 등 개혁입법을 실현시키겠습니다. 둘째,국민 대화합을 이루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국민 화합 없이는 국가 경쟁력도 남북 화해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를 단호히 배제하고 지역간·계층간 균형 발전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개혁도 단행해 나가겠습니다. 셋째,지식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전통산업과 정보통신산업,생물산업을 삼위일체로 발전시켜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2003년까지 전자정부를 완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중산층과 서민의 생활을 기필코 안정시키겠습니다.국민기초생활보장,고용보험,직업훈련,실업자 고용 업체에 대한 급여 지원 등 현행의 사회안전망을 더욱 강화시켜 생산적 복지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남북간의 긴장 완화와 교류 협력을 착실히 추진해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대북정책에 대한국민적 합의 기반을 더욱공고히 하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서 국민이신뢰하는 남북관계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21세기 첫해인 이 해에 새로운 국정의 출발과 경제적 도약의기틀을 반드시 이루어 내겠습니다.올해 상반기만 착실히 개혁을 추진해 나간다면 하반기부터는 안정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일시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정도를 걷겠습니다.원칙을지키겠습니다. 국정의 선두에 서서 흔들림없이 전진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함께 희망의 21세기의 문을 활짝 열고 나아갑시다.감사합니다.
  • [대한광장] 남북관계 기본원칙에 관하여

    2000년은 새로운 천년을 여는 해이자 20세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해이다.새천년의 희망을 설계하는 한편 지난 세기의 낡은 틀을 버려야하는 이중의 과제로 우리 모두는 매우 바쁜 한해를 보냈다. 특히 2000년은 남북한에 ‘역사적 대사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큰 변화가 있었다. 올해는 남과 북 최고지도자의 담판에 의해서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역사적인 해이다.아울러 이전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대화와 교류·협력이 이뤄졌다.이념과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일부 오해와 갈등도 있었지만 지난 한해 동안의 남북관계는 패러다임이 바뀌어 간다고 할 만큼 큰 변화가 있었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에 새로운 기본원칙이 설정돼야 할 것이다. 첫째,남북화해·협력시대 남북관계의 기본원칙은 민족 공동이익 추구와 상호존중을 기본바탕으로 하여 전개되어야 한다.이것은 민족의장기적 이익 추구가 남북한 분단에 기초한 체제대결에 우선해야 함을뜻한다. 그리고 남과 북은 상대에 대해서 우월의식을 내세우지 말고민족공동체적 애정을 내세우면서 화해·협력,공존·공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탈냉전·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국가간 경제적 긴장이 어느때보다도 치열해지고 지역별 경제블록화가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남북한의 상호보완적인 경제공동체 구성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 둘째,화해·협력시대의 남북관계는 남북한의 상대방에 대한 ‘적대의식’ 또는 ‘악마적 인식’을 재조정한 기초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탈냉전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명분보다는경제적 실리추구를 외교정책의 주요 목표로 정하고 있다.따라서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적 적우(敵友) 개념은 사라지고 경제적 이익이 탈냉전시대의 중심 담화로 떠오르게 되었다.유럽연합(EU)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거 숙원(宿怨)관계이던 민족국가간에 지역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시대착오적인 적대정책을 청산하고민족 공동번영을 추구하지만,남북간에는 적대관계를 완전히 해소하지못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쪽은 ‘전 한반도의 공산화’를명문화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지 않고 있으며,남쪽 역시 2000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여전히 ‘주적’으로 명시하고 있다.이것은 초법적인 통치권 차원의 남북 양 수뇌부 결단이 아직 제도화하지 않은 데따른 불일치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아직까지 남북사이에는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적대의식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제 새로운 세기를 맞아 남과 북은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바탕으로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남북화해시대 남북관계는 ‘존이구동(存異求同)’의 자세로 민족동질성을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최근 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에서의 통일방안에 대한 공통성 인정을 계기로,차이점을 부각하지말고 공통점에 기초하여 민족공동이익을 실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존이구동’이란 말이 나온다.일단 다른 점은 묻어두고 같은 것은 취한다는 것이다.반세기 이상 이념과 체제를 달리한분단의 벽을 허무는 길로서 존이구동의 자세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지난 반세기이상 분단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민족’과 ‘사회주의 민족’ 둘로 나눠진 것이나마찬가지이다. 우리 민족은 동질적인 전통 문화를 가졌지만 분단이후상호교류가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이념과 체제를 달리해왔기 때문에이질화가 매우 심해졌다. 따라서 남북한 동질성 회복의 출발은 우선 남북한이 서로 다름에 대해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갈등은 심화하고 흡수통일 논리가 나오게 된다.과거 체제와는 질적으로다른 평화적인 통일민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다름은 같음이있으므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우리 민족의 새로운 삶의 원리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고 유 환 동국대교수·북한학
  • ‘남북협력시대‘ 국제세미나

    6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시작된 남북관계 진전을 어떻게 지속시키고꽃피워 나갈 수 있을까.22일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린 국제세미나 ‘남북 협력시대의 한반도,과제와 전망’ 이틀째 전체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새로운 지역 질서 형성의 측면에서 한반도문제의 접근이 필요하고 한민족 공동체 건설과 역동적인 외교 역할의 모색이과제”라고 지적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 金玟河)가 주최하고 대한매일이후원한 세미나 주요 토론내용을 간추렸다. ◆지역 질서와 한반도문제=하용출(河龍出)서울대 교수는 ‘정상회담이 지역 질서 재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각에서 남북문제를 지역 질서 변동의 틀에서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동북아지역의 새로운 질서 수립’ 측면에서 풀어 나가자는 견해다.2001년도 남북간 핵심 과제는 경협 과정에서의 경비 조달과 긴장 완화 등 군당국간 협의로 정리했다.하 교수는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주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보듯 국제 사회의 새로운 비용 분담체제 마련은 발등의불”이라며 “재원 마련의 측면뿐 아니라 대북 협력과 관련한 국내적 비판 세력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이 의의”라고말했다. 김창진(金昌珍)아태평화재단 연구위원도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국가적 이미지와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면서 에너지와 농업 협력을 발판으로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민족 공동체건설=권병현(權丙賢)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햇볕정책이란 명분으로 한반도문제 주도권을 찾아온 외교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으로 쌓아올린 금자탑이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듯한 최근의 현상을 주시해야 한다”고 문제를제기했다. 권 이사장은 이를 “북한 인권문제 등 남북 대화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피해가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풀이했다.일부 정책추진이 회유정책의 색깔을 띠자 보수주의자들이 그 틈을 파고 들어이용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단기적으로 남북간 논쟁·갈등 거리가되더라도 정면 돌파가 필요하고 당당하게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남북관계도 재외교포를 포함한 한민족 공동체의 과정으로 보고 21세기의 커다란 생존전략으로서 한민족 공동체를 건설해 나가는과정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막스 평통 러시아협의회장도 재러 한인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공동체 건설의 시급성에 동감했고 김용제(金龍劑)건국대 교수는 “외교안보문제와 관련,국내외 전문 지식인의 네트워크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변화=김영수(金英秀)서강대 교수는 정상회담 이후 북한 정부가 ‘인민’의 민심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은 달라진 현상이라고 말하면서 중국식 개방,자유 등에 대한 선호가 학생들 사이에서번져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올 가을부터 평양 등에서의 식량배급 재개는 주민 통제책으로서 이해된다”면서 “지역간 경제 불균형의 심화 등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덕민(尹德敏)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 경제의 생산력이 10년 전보다 50%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 중국식 개방 또는 개발 독재를 펼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밝혔다.윤 교수는 “북한이 대외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내적으론 대중 동원을 통한 생산력 증가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북한 상황에 맞는 협력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일본 시즈오카대 교수도 “북한이 경제난과 내부적인 단속 등을 위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일본 내에서 적지 않다”고 전했다. ◆외교의 역할=김세택(金世澤)전 오사카총영사 등은 강대국들의 이해가 교차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십분 발휘해서 한국이 지역균형자로서의 위치를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회를맡은 안병준(安秉俊)연세대 교수는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국민 화합을 이끌고 4강을 비롯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방안 마련이과제”라고 정리했다. 서귀포 이석우기자 swlee@
  • 대한매일 후원, 전문·지식인회의 주최 21세기 심포지엄

    ‘개혁과 대안을 위한 전문·지식인회의(공동대표 김용운·김충렬·맹강호)’가 9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21세기 한국의 발전모델 모색을 위한 전문·지식인 대토론회’를 열었다.대한매일이 후원한 이토론회는 지식기반사회의 한국적 발전모형을 검토하고 각 분야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 자리.25가지 분야에 걸친 주제발표 가운데 6편의 논문을 요약한다. ◆21세기 바이오혁명 핵심기술 이해와 발전 방안. 바이오산업이란 생명체를 이용하여 산업·의학적으로 유용한 기술과소재를 개발하는 분야다. 의약품·각종 생물제재·생물공정·식품·환경·대체에너지 개발 등이 이에 속한다. 바이오산업(BT)은 정보통신산업(IT)과 독립적이거나 통합되어 21세기 초거대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예고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세계시장은 1997년 37조원 규모에서 2010년에는 현재세계 반도체시장 규모인 약 180조원으로 5배 가량 늘어날 것이다. 한국은 1999년에 160억원 정도를 여기에 투자,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1.5% 정도다.정부의 BT 투자는 IT 대비 10분의 1 미만이고,기업은더욱 소극적이다. BT는 IT와는 달리 연구·개발 기간이 매우 길지만 BT를 대표하는 신약은 시장진입에 평균 10년이 걸린다. 그러나 BT는 시장 생명력이 길고 독점성이 강하고 이익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컴퓨터 단말기나 휴대폰의 생명력이 기껏 1∼2년이라면 아스피린과 페니실린은 50년 이상 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BT는 어느 나라나 초기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은 인적 자원과 재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 좋은 전략과 기획을수립하고 이를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선진국 수준으로 즉각 진입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제 네트워크를구축해야 하고,능력있는 연구팀에 연구비를 집중 지원해야 하며,국제적으로 경쟁 가능한 프로젝트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물론 이를 효율적으로 지휘할 지도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연구비를 안배하는 ‘전통’은 반드시 교정해야 한다. 관계 공무원들이 좀더 자신감 있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분위기도만들어야 하고, 반면 공무원들은 객관성과 전문성을 기르는데 노력을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선진국 케이스를 무조건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민·관합동 혹은 민간 중심의 기술 집적지를 만들어 목표지향형·이익추구형으로 운영해야 한다.또 강력한 중앙조직을 만들고기동성과 유연성을 가진 벤처회사를 중심으로 연구 개발하며, 제조와영업을 기존의 중·대기업과 연계하여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선영 서울대 교수. ◆지식정보사회와 농업기술의 발전방향. 앞으로 국가경쟁력은 지식정보를 활용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에따라 좌우될 것이다. 과거 농업은 토지·노동·자본 등의 생산방식을 기반으로 발전하여왔으나 미래에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 기술의 수용 및 혁신 여부에 따라 비약적인 발전이 예견된다. 세계 각국은 지식정보사회에서 농업이 생명공학기술 및 경영기술과접합하여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으로 발전하도록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분야 기술개발은 농업정책의 방향에 따라 자재개발·녹색혁명으로 일컫는 증산기술·품질개선기술·생산기계화기술·가공이용기술 등의 방향으로 변화·발전하여왔고,최근 첨단·환경친화형기술개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농업기술개발 투자현황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국내 전체의 과학기술 연구개발비가 1998년 11조원을 넘어 93년에 비해 연평균 18% 이상 증가한 가운데 농업분야는 같은 기간 연평균 증가율이 30% 이상에 달했다. 하지만 98년 총규모 2,301억원이 말해주듯 연구투자의 절대액이 미흡하다.절대액에서 미국은 한국의 28배,일본은 15배,독일은 6배에 이른다.민간기업의 농업분야 투자는 199억원에 그쳐 기업들의 전 산업투자액 7조9,211억원의 0.21%로 매우 낮다. 농업기술이 기술·정보·지식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농업이 지식기반의 종합생물산업이라는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농업을 토지 및 노동 위주의 효율성이 낮은 1차산업으로 인식하는것은 농업의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결과로서 농업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농업의 생산수단과 생산성 향상의 요소를 토지와 노동 투입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본과 지식노동으로 인식해야 한다. 선진국이 박차를 가하는 이같은 지식정보 지향적 농업은 농업인,정책담당자 및 국민이 농업을 첨단기술 위주의 종합생물산업으로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에 따라 동·식물을 이용해 생명공학혁명의 기본적이며 중추적인몫을 담당할 농업분야의 기술개발을 확대해야 한다. 농업을 21세기 종합생물산업으로 육성하려면 먼저 이 부문의 연구개발 GDP대비 투자규모를 현 1%에서 3%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오치주 농림기술센터 소장. ◆노동개혁 이후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의 탐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선진경제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노사관계 유형을 창출해냈다.그러나 우리는 아직 뚜렷한 한국적 유형을 찾아내지 못했다. 1997년의 경제위기와 IMF(국제통화기금)에 의한 타율적 구조조정은 87년 이후 형성된 노사관계 시스템의 실패와 무관치 않다.한국의 노사관계 시스템은 임금의 안정적관리에실패,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노·사·정은 87년 이후 오랫동안 상호인정하고 공존하는 타협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98년 2월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은 노동시장 유연화 압력을 해소하고 노·사·정간 대타협의 실패를 종식시키는 계기가 된 점에서 한국노사관계 발전의 중요한 계기다. 97년 구조조정 이후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는 위기에 매우 탄력적으로 적응했지만 한국 노사관계 시스템의 약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데는 매우 소홀했다.그 결과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위기 이전의 노사관계로 복귀하거나,영·미형의 노동시장 유연화가 급속하게 진전돼 노동시장 분단과 근로계층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형에 가깝던 국내 노동시장은 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영·미형 유연화 패러다임으로,노사관계는 유럽형 사회협약 체결방식으로각각 진전했다.유연화와 대외개방화,디지털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근로계층 양극화 및 격차는 더욱 확대될 위험이 높다.이를 사회적 차원에서 완화·교정할 수 있는 노사관계 모델은 무엇인가.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 확립을 위해서는 산별노조화의 촉진,사용자단체 겸 사회적 협의의 주체로 경제단체의 기능 전환,노동시장정책과복지정책기구들의 지배구조를 협치(協治)구조로 전환하는 등 사회적협의기반의 확충 조치가 필요하다. 1·2차 노동개혁은 안정적인 타협구조 정착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 않았고 이에 관한 아무런 계획도 제시된 바 없다.3차 노동개혁은 사회적 합의방식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그것은 미래의 한국형 노사관계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그 최종결과는 영·미형 노동시장의 효율과 유럽형 노사관계의 사회통합적 특성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새로운 모델의 창출이 될 것이다. 최영기 노동연구원 부원장.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 발전방안. 한국은 민간부문이 보건의료 체제의 근간을 이룬다.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에 비하여 열악하다. 지금까지공공부문은 민간부문의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주기능이었고,정책담당자나 주민들도 대체로 이런 역할을고유한 기능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국민의 보건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간부문을 위주로 하는 방향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공공보건의료의 역할 재정립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가 보건의료정책,특히 공공보건의료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국가가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의 내용과 범위를 확정하고,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수행전략을 제시하여야 한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의 확대는 어렵지만,수익성이 없어 민간기관에서 설립을 기피하는 요양병원·치매병원·노인전문병원·정신병원 등은 확충할 필요가 있다.기존 공공병원도 사회적 편익이 큰 건강증진 및 예방보건 서비스,야간 응급진료,보건소를 비롯한 다른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료지원,공공보건의료인력의 교육훈련 등을 맡아야 한다. 보건소의 기능을 재조정하여,농촌지역은 만성질환자 관리를 위한 진료기능을 유지하되 도시지역은 최소한의 진료기능을 유지하고 진료를담당하던 인력을 건강증진·방문보건 및 보건의료정보관리를 위한 인력으로 활용한다.공중보건의는 지역별로 정해진 인원에 따라 의무적으로 배치하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전공분야 등을 정하여 필요한인력을 신청하고 이를 일정한 기준으로 심사한 뒤 배치하여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공공보건의료기관 운영에 관한부처간의 조정도 강화해야 한다. 강복수 영남대 교수. ◆한반도 중심국가 시대 비전이상-아시아 중추국가론. 새천년,새 세기의 첫해에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짐으로써한반도는 세계 평화의 진원지로 탈바꿈하고 있다.그러나 현 시점에서도 세계화·지식정보화·민주화로 특징지어지는 선도적 세계시간과한국인의 민족시간의 시차는 여전히 존재한다.우리는 전근대적인 의식과 관행을 청산하면서 통일된 국민국가를 건설해 미완의 근대화를완성하는 동시에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라는 탈근대사회에 진입해야하는 3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가 21세기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미래대응적 혁신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배양하는 국가비전과전략을계획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다원적 민주주의,역동적 시장경제,협력적 공동체사회,창조적 지식정보국가,아시아 중추국가 등 5가지가 이미 국가비전으로 설정돼 있다. 우리가 아시아의 중추국가를 실현하려면 동아시아의 전략적 관문인지리경제학적 이점을 살려 물류 중추국가가 돼야 한다.남북한이 철도를 복원,부산에서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철도망을 완성시켜야 한다.부산·광양·인천항은 중추항만,인천국제공항은 동아시아 허브공항으로서 요건을 갖추고 있다.또 동아시아로 진출하려는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하고,천혜의 자원과 유구한 문화를 살려 아시아 비즈니스·관광 중추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아시아 평화와 민주주의의 중추국가도 이뤄야 한다.남북한과 해외의모든 한민족 구성원을 정보적·인적 차원에서 연결, ‘한민족네트워크 공동체’를 건설할 필요도 있다. 현재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평화체제가 구축되면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추지역으로 급부상할 것이다.21세기에 한반도가 강대국 팽창주의의 교두보,동북아의 변방,동아시아의 불화와 반목의 진원지에서 동아시아의 중추,세계중심국가,동아시아 평화의 발원지로 탈바꿈하는 첫번째 계기는 남북한 철도연결로부터 마련될 것이다.평화·통일전략도 아시아 중추국가 비전에 맞춰 디자인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도 냉전해체가 시작됐고,우리의 중추국가 비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실현가능한 비전이 되고 있다.이제냉전과 분단의 시각에서 탈피해 탈냉전적 시각에서 한반도 정치·경제·문화의 개념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 ◆한국 언론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언론상. 박정희 군사정권 이래 한국에는 ‘삼벌(三閥)’이 존재했다.군벌·재벌·언벌이다.그동안 군벌과 재벌은 해체와 축소의 과정을 맞았지만 ‘언벌’에 관해서는 개혁 필요성이 원론적으로 논의될 뿐 과거정권도,현재 정권도 실행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밤의 대통령’을 자처하는 언론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사주나 발행인이 세습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면서도 일체의 비판을 초월한 위치에 있다.심지어 국가기관의 정당한 세무사찰조차 ‘탄압’으로 몰아치며 역공을 펴는 것이 한국 언론의 위력이고 실상이다. 이에 지난해 가을‘언론개혁촉구 150인 선언’은 첫 대목에서 “족벌과 재벌이 소유와 경영·편집에 이르기까지 신문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현실에서는다양하고 민주적인 언론문화가 싹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룡 언론의 폐악 중에 지역갈등 조성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지역정서’라는 이름으로 지역감정·지역주의를 선동하고 갈등을 조장한 것은 정치권이며,이를 확대보도하거나 부추기는 구실을 일부 언론이 맡았다. 지역주의 조장에 정치인이 주범이고 부화뇌동하는 언론인과 지식인그룹이 종범이지만,영향력 면에서 보면 종범의 책임이 결코 적다고할 수는 없다. 이같은 언론을 개혁하려면 재벌과 언론을 분리하고 족벌소유를 혁파해야 한다.경영의 투명성과 편집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여론의 독과점도 해소해야 한다.이를 위해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특정 재벌 내지 개인(족벌)의 소유지분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시급하다.국민 참여를 위해 주식을 공개하는 조치도 취해야한다. 지금 국회에는,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여야의원 31명이 서명한 ‘언론발전위원회’ 구성 결의안과 기자협회·언론노련·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이 입법청원한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이 제안돼 있다. 이를 하루빨리 통과시킴으로써 언론 정도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고 통일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언벌 개혁을 위해 양심적 언론인들과 지식인,시민단체,깨어 있는 국민(독자),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설 때가 되었다.언론개혁이전제되지 않은 정치개혁·사회개혁은 도로(徒勞)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삼웅 대한매일 주필.
  • 아셈 2000 특집/ “아셈회의 통신망 우리가 책임진다”

    ‘ASEM 통신망은 우리에게 맡겨라’ 새 천년을 맞아 처음으로 열리는‘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개막을 이틀 앞두고 행사통신망의 주관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이 막바지 시설점검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정보통신의 시대’인 21세기의 첫해한반도에서 펼쳐질 26개국 정상들의 역사적인 만남을 차질없이 지원,정보통신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겠다는 각오다.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한국통신 서용희(徐容熙) 네트워크 본부장과하나로통신 주홍렬(朱洪烈) 특수사업단장을 만나봤다. * 朱 洪 烈 하나로통신 특수사업단장. “완벽한 서비스로 통신 강대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치겠습니다” ASEM이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구내 통신망 운용과 설비를 총괄지휘하고 있는 하나로통신 주홍렬(44) 특수사업단장은 회의 개막을앞두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하나로통신이 맡은 부분은 통신서비스 지원.회의장에서 사용되는 일반 전화와 팩시밀리,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한 데이터통신을 책임지고있다.개별정상회담장 4곳과 개·폐회식장,대표단 사무실,각국 정상의 집무실,정상회의장,미디어센터 등 행사장 내 총 95곳의 통신망이하나로통신에 달려있는 셈이다. 지난 7월 특수사업단에 아셈 전담반을 구성,행사준비에 들어간 하나로통신은 행사개막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 일치감치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현재 최종 마무리 점검에 여념이 없다.상황반과 긴급복구지원반,구내통신운용반,안내반 등 4개반 55명의 직원이 현장에서 24시간 비상대기 중이다. 현재 회의장에 설치된 통신망은 모두 1만2,000회선.이미 설치된 7,000회선 외에 5,000회선을 추가로 설치했다.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155Mbps급 광케이블도 새로 설치했다.각국 대표단으로부터 신청을 받은전화와 팩시밀리용 1,200회선과 인터넷용 600회선 등 1,800회선의 설치를 마쳤다.만에 하나 발생할 사고에 대비,모든 회선을 이중 삼중으로 구성했다. 민간 사업자가 국제행사에 주관사업자로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지난 5월 한국통신과 함께 아셈회의 통신망 주관사업자로 선정됐다. 통신분야에서만 15년경력을 쌓아온 주 단장으로서는 그만큼 이번행사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민간 사업자도 믿을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주 단장은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에서 국내전화와 시내전화,시외전화계획에 참여한 통신분야 베테랑.통신망 관련 기획과 계획,연구,운용등 내로라하는 통신전문가들도 거치기 어려운 통신 관련 전 분야를두루 거쳤다. “건국 이래 최대 행사라 할 수 있는 아셈회의가 차질없이 진행될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통신종합회사로서의 하나로통신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김재천기자. *徐 容 熙 한국통신 네트워크본부장. ‘ASEM 통신망은 우리에게 맡겨라’ 새 천년을 맞아 처음으로 열리는‘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개막을 이틀 앞두고 행사통신망의 주관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이 막바지 시설점검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정보통신의 시대’인 21세기의 첫 해 한반도에서 펼쳐질 26개국 정상들의 역사적인 만남을 차질없이 지원,정보통신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겠다는 각오다.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한국통신 서용희(徐容熙) 네트워크 본부장과 하나로통신 주홍렬(朱洪烈) 특수사업단장을 만나봤다. “아셈회의 장면과 함께 통신 선진국으로서의 한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겠습니다” 이번 ASEM에서 TV방송중계를 비롯한 전용회선과 이동통신서비스 등주요 통신망 지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국통신 서용희(54) 네트워크본부장은 역사적인 행사 개막을 앞두고 각오가 대단하다. 4·13총선과 남북정상회담,이산가족 교환방문,남북장관급회담 등 굵직굵직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통신지원 서비스를 총괄해온 서 본부장에게 이번 행사의 의미는 각별하다. 회의에서 ‘정보화시대의 협력’이라는 주제가 주요 의제로 채택될가능성이 높아 통신망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서 본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순한 통신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통신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통신은 TV방송중계용통신망에서 행사장과 숙소의 전용회선,전화 및 이동통신망에 이르기까지 행사장 구내통신망을 제외한 모든 통신망을 담당한다.지난 7월 종합상황실과 전송운영반,고객설비운용반,국제운용반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통신운용대책본부를 구성,준비작업에 들어갔다.행사기간 동안에는 행사장인 코엑스와 각국 대표단이 머물 7개 호텔에 70여명의 직원이 24시간 비상 대기체제를 갖추게된다. 한국통신은 이번 행사를 위해 24억원을 투입,방송중계용 30회선과통신용 2,241회선 등 총 2,271회선을 준비했다.지난 남북이산가족 교환방문 당시 사용된 1,100회선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번 회의는 광통신 설비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메인프레스센터가 있는 코엑스 회의장과 영동·신사 전화국,광화문 국제TV중계센터를 광TV망으로 연결,정상들의 역사적인 ‘만남의 현장’을 보은과 금산 위성지구국을 거쳐 인텔샛 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 송출한다. 비상 대책도 마련했다.통신사고에 대비,관련구간의 각종 통신공사를행사기간 중 전면 중단하고 행사에 사용되는모든 통신회선을 이원화했다. “전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에 쏠리는 역사적인 행사인 만큼 한치의오차도 없는 서비스로 전 세계에 통신 강대국의 이미지를 심겠습니다”김재천기자 patrick@
  • 정치 뉴스라인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을방문한다. 특히 17일에는 일본대학에서 ‘21세기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이최고위원은 방일기간 중 모리 요시로 총리,가이후 도시키 보수당최고고문,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당수 등과도 면담할 계획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위원장 李祥羲)가 10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의 국정감사 실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상임위 차원의시찰단을 보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시찰단은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현장활동기간 중 정통부 산하 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상임위를 갖고 미국의 유력 정보통신 벤처기업을둘러본 뒤 결과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TK(대구·경북) 출신의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최고위원이 10일부터 13일까지 호남지역을 순방하며 강연정치를 펼친다. 이날 저녁 전주 코아호텔에서 전북대 최고경영자과정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동서화합과 남북화해’를 주제로 특강을 한데 이어 11일 순천대 경영대학원·전남대 행정대학원,13일에는전북도의원 하반기 연찬회 특강을 한다. 김 최고위원은 이 기간중 유종근(柳鍾根) 전북, 허경만(許京萬) 전남지사와도 만날 계획이다. ■민주당 문희상(文喜相)의원은 10일 전날 여야영수회담에서 나온 국민투표 발언과 관련,“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투표 발언은 분명우연히 나온 말이 아니다”면서 “김 대통령의 발언과 과거 저서를보면 남북관계가 진전됐음에도 여야간 이견이 있을때 통일방안을 국민투표에 붙일수 있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복안”이라고 전망했다. 문 의원은 그러나 “통일방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현실정치의 권력구조 개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며 야당 일각의 개헌론을 경계했다.
  • [외언내언] ‘평화의 섬’

    [바다에 섬이 있다/섬 안에 또 하나의 바다가 있고/그 바다에 나가면 다시 새로운 섬/…/그 중심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꿈 속에서 다시잠이 들었다 또 꿈꾸었다] 류시화 시인의 시 ‘섬’의 일부다.섬은 시인이 아닐지라도 꿈속에서조차 찾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동경의 땅이 아닐까 싶다. 3,300여개 우리 섬 중 면적 1,845㎢여로 가장 큰 제주도.한반도 남단의 이 섬이 남북화해를 일궈내는 텃밭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김용순(金容淳) 북한 노동당 비서가 특사회담을 위해 북측 인사로는 맨처음 여기를 찾은 이후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남북 국방장관이 25∼26일 이곳에서 만났다.27∼30일 장관급회담까지 열려 북측 회담 일꾼들이 즐겨 찾는 남쪽의 최고 명소가 된 셈이다.더욱이 앞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여기서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실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될 만한 천혜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있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수려한 경관에다 세계 어느 섬에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독특한 민속적 체취와 역사적 자취까지 간직하고 있다. 옛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평화와 행복이 넘치는 이상향으로 꿈꾸어온 곳은 대개 섬이었다.토머스 모어가 그려낸 유토피아나중세유럽 서민들이 그리워했던 대서양의 코케인섬 등이 그러하다.조선조 허균(許筠)이 ‘홍길동전’에서 설정한 이상국인 율도국도 마찬가지다.어디 그 뿐이랴.오래 전 제주도 사람들이 동경했던 낙원 또한이어도였다. 그러나 이 섬들은 모두 상상 속에만 있는 가공의 낙원들이다.따지고보면 유토피아도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름답지만 이 세상에는없는 곳”이라는 뜻이다.영국작가 모어가 그리스어의 ‘오우토푸스’(없는 곳)와 ‘이우토푸스’(아름다운 곳)라는 두 낱말을 합친 16세기의 신조어다. 하지만 제주도는 실재하는 섬이다.게다가 세계적으로도 ‘평화의 땅’이라는 아름다운 평판을 지속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는 중이다.남북회담 뿐만 아니라 지난 1990년대 이래 우리와 주변 강대국간 정상회담 등 국제적 평화 이벤트가 이곳에서 열렸다.이미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장쩌민 중국 국가주석,클린턴 미국 대통령,하시모토 류타로 전 일본 총리 등 주변 4강 정상이 모두 제주도 땅을 밟았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이 “반란사건이 일어난 곳”이라고 제주도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이 섬은 이미 유배와 저항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지 오래이다.제주도가 지구촌 사람 누구나 ‘아,그 섬에 가고 싶다’고 되뇌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으로기억됐으면 좋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
  • [김삼웅 칼럼] 분단사의 한 매듭 비전향장기수

    고난의 한국현대사는 남의 나라에서는 쓰이지 않는(생기지 않는) 용어가 다수 사용된다.‘비전향장기수’도 그중의 하나이다.이 용어의‘비전향’에는 강고한 이데올로기의 갑골(甲骨)이,‘장기수’에는반인권·비인도주의의 야만성이 배인다. “지면에 옥(獄)을 그려놓아도 사람은 그것을 피하고 나무를 깎아형리(刑吏)를 만들어도 사람은 그것과 면대하기를 싫어한다”고 사마천은 ‘임안(任安)에게 드리는 글’에서 말했다.감옥을 말하는 ‘옥(獄)’자는, 사나운 개 두마리가 사람의 입(言)을 지키는 모양을 하고있다. 자유를 구속하는 형상인 것이다.감옥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속박하고 자유를 박탈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를 기피한다. 며칠후(9월2일)면 ‘비전향장기수’63명이 북한으로 간다.70세 이상이 대부분으로 평균 32년6개월씩을 0.75평의 감방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사람들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들은 남한체제를 부정하고 전복하려던 간첩과 빨치산출신이고,에돌아 보면 분단시대의 희생양이다.어찌됐건 그들의 개인이나 가족사는 통한의아픔이고 민족사적으로는 ‘콩깍지로콩 삶는’ 비극이다.무엇보다 짧게는 15년,길게는 45년을 복역한 이들의 짓밟힌 삶은 누가,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이데올로기? 신념?분단시대? 이들을 보내면서 지금이 과연 2000년대의 문명사회인가,문명은 이데올로기의 상위개념인가,하위체계인가를 묻게 한다.그리고 여전히 병들고 늙어서 폐인이 되다시피한 노인들을 이념과 거래의 장삿속으로만 인식하려는 색맹(色盲)의 군상을 지켜본다. 중세의 혼돈을 즐기는 군상은 근세의 여명이 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오랜 독점지배로 굳혀진 기득권의 철옹성에서 밝아오는 여명도 마녀의 눈빛으로 보이고,지구는 여전히 평면일 뿐이었다.“지구가 돌다니,마녀다! 화형에 처해라”던 중세의 도그마가 이 땅의 논리로 대변된다. “을지훈련을 축소한 것은 북쪽 주장을 추종한 것이다” “경의선이 복원되면 주한미군의 철수론에 악용될 수 있다” “정상회담 합의(제2항)는 헌법위반이다” 따위의 시대착오적,뒤틀린 도그마는 오늘을 중세와 21세기의 시공(時空)을 착각하게 만든다.언제까지 분단의 철옹성에서 이념의 색안경을 쓰고 동족끼리 광란의 칼춤을 추자는 것인가.탈냉전시대에도 ‘민족’이라는 노적가리에 불지르고 싸라기 주워먹자는 것인가. 비전향장기수들의 북송을 지켜보면서 진심으로 가슴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납북자’와 ‘국군포로’를 둔 가족이다.이들의 서운함(정부에)과 원망(북쪽에)은 당연하다.남북 당국은 대화를 통해 시급히풀어야 한다.이 문제가 비전향장기수와 같은 것은 아니지만 분단의아픔이고 반인도주의적이기는 마찬가지다.또한 틈새만 보이면 화해협력을 적대관계로 되돌리려는 냉전세력에게 빌미를 주게 된다. 사실 ‘납북자’와는 별개로 ‘국군포로’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문제다.말하기 쉽게 ‘비전향장기수와 맞교환’ ‘상호주의 원칙’이제기되지만 정서적인 호소력은 지닐지 몰라도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휴전협정에 따른 남북한 포로교환으로 국제법상 종결된 사안인데다가남쪽에서 파견한 북파요원문제, 휴전협정 직전 이승만 정부가 석방한2만5,000명의 반공포로문제 등과 연계시키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꼬이면 지금의 작은 가능성마저 물거품이 되고 남북은다시 양쪽의 극우·극좌세력의 뜻대로 대결과 적대관계로 되돌아간다.그러한 ‘닫힘’보다 작은 ‘열림’을 확대하면서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보다 빠르고 쉬운 길이다. 이쯤에서 함께 주의해야 할 것은 돌출행동을 자제하는 일이다.50년이상 순치된 국민의 냉전의식이 하루아침에 씻기기는 쉽지 않다.북송비전향장기수들을 ‘애국투사’로 치켜세우거나 지나친 환송식 등은국민의 정서와는 걸맞지 않는다. 당사자들도 조신해야 한다.“조국이 나를 42년 동안 옥살이를 시켰지만 원망하지 않습니다.분단된 조국의 비극일 뿐이지요”(이종환)란자세를 북한에 가서도 지켜주길 바란다.그래야 화해협력이 지속되고통일의 길이 열린다. 김삼웅 주필 kimsu@
  • 국민의 정부 2기 국정방향/ 對北정책

    지난해 6월15일 한반도 서해와 동해에서 거의 동시에 벌어진 상황은‘20세기의 마지막 불가사의’라 부를 만하다. 이날 오전 서해에서는 북한 함정의 침투를 우리 해군이 격퇴한 이른바 ‘서해 교전’이 발발,온 나라를 긴장시켰다.그런데 비슷한 시간동해에서는 현대 봉래호가 수백명의 관광객을 싣고 유유히 금강산을향하고 있었다. 이날의 상황은 우연찮게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통일정책을 한눈에 보여준 ‘교본’ 역할을 했다.“북한의 무력도발은 단호히배격하겠지만, 햇볕정책으로 남북간 화해협력을 지속 추진하겠다”는지론에 “무슨 앞뒤가 안 맞는 논리냐”며 시큰둥했던 사람들도 이때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김 대통령은 그로부터 정확히 1년 뒤인 올해 6월 15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6·15공동선언’을 도출,또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 가운데 가장 높이 평가받는 것은 ‘일관성’이다.“때를 잘 타고 나서 햇볕정책도 먹히는 거지…”라고 인색한평가를 내놓는 사람들도 일관성만은 높게 친다.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 가운데 또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우리 우방국과 북한의 접촉을 ‘의연하게’ 바라본다는 점이다. 과거 정권때는 우방국이 남북간 관계 진척도를 앞질러 북한에 다가서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으나,지금은 오히려 북한의 외교무대 등장을 적극 돕고 있다.최근 북한이 호주,필리핀,이탈리아 등과 수교하는등 국제무대에서 전에 없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어찌보면 김대통령 특유의 외교관(外交觀)과 포용정책이 절묘하게 결합된 대북정책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새 내각에 듣는다/ 辛國煥 산업자원부장관

    “과거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경험과 열정을 갖고 신경제 산업정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신국환(辛國煥·61) 산업자원부 장관은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구조조정이 최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금융부문과 함께 제조업 등 실물경제의 구조혁신이 필수적”이라며 “우리경제가 어려움에서 벗어나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신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년만에 수장(首長)이 되어 친정으로 돌아온 신 장관으로부터 앞으로의 산업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 경제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까. 그동안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극복하느라 거시적이고 단기적인금융정책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러나 앞으로는 미시적이고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실물중심의 개혁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중장기 비전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세계 경제는 경제통합 추세의 가속화,디지털·기술주도의 신경제 환경 도래,사이버 무역의 확산이 빠르게진행되고 있습니다.늦어도 10년 뒤엔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의 중심에 선다는 목표 아래 큰 틀에서 산업 전반의 구조를 개혁,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간의 불균형을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경제에 있어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업구조의 혁신입니다.우리 산업의 내면적·질적인 혁신과 변화를구하면서 정보기술의 발달과 디지털화에 대비해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합니다.자동차 철강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지역간의 불균형,물류난,고비용 저효율 등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가지 문제를 재점검해 우리경제의 잠재력을 키워야 합니다. ■하반기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산자부가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합니까. 급속한 경기냉각을 방지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정상성장 궤도에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면 경제운용의 과제입니다.산자부는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면서 새로운 성장 원천을 확보하도록 정책을 펴나갈 것입니다.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등 기술혁명에 대응해 새로운 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고,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무역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수출 100억달러,500억달러 돌파의 주역으로서 무역수지 흑자기반을안정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대안이 있다면. 교역조건에서 상당히 어려운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습니다.해외시장여건이 어떠하더라도 끄덕없이 흑자기반을 구축하려면 경쟁의 근원적인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대내외의 여건변화에 흔들리지않고 적정수준의 무역흑자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교역조건개선형의 무역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산업의 IT화가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필수적입니다.급속하게 발전하는정보기술을 기존 제조업에 접목시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못하면 우리 기업은 글로벌 마켓에서 도태될 것입니다.자동차 철강 등전통적인 오프라인 산업의 정보화를 정착시켜 산업프로세스 전반을개혁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기업간전자상거래 확산과민간의 정보화투자 확대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정책의 역점을두고자 합니다. ■기업구조개혁작업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실물경제를 맡고 있는 부처의 장관으로서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계의 태도가 많이 위축된 게 사실이지만앞으로 경제단체와 주요 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워 구조개혁에 동참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습니다.공기업,민간 기업,경제단체까지 산자부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관계부처와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정책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책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우리가 동북아지역 경제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느냐,못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장래가 달려있습니다. 앞으로 남과 북의 산업협력도 한·중,한·일,한·러시아 등 동북아산업을 고려해 추진돼야 하며 국내 산업구조도 이에 맞게 혁신돼야합니다. ■최근의 현대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대는 외형적인변화에 그치지 말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향상시켜야합니다.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에 산자부도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우리 경제의 암초가 되지 않도록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산자부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비판이 많았는데요. 문명사적 변혁기에 접어들었는데 실물경제를 책임지다시피 하는 산자부가 구태를 벗고 변화를 리드하며 새로운 틀을 구축해 나가야 할것입니다.시장의 변화에 뒤처져서는 안됩니다.최소한 같이 가거나 앞질러 갈 수 있는 산자부가 돼야 합니다.그래야 기업을 이끌어 갈 수있는 리더십도 생깁니다. ■상공부 출신 선배가 장관으로 온데 대해 산자부 직원들의 기대가큽니다.그동안 ‘힘’이 빠져 있던 산자부에 힘을 실어줄 자신이 있으신지. 산자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합니다.지금은 시너지의 시대고 상생(相生)의 시대입니다.산자부 가족 전체가 정보와 지식을 교류하고 응집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모두같이 뛰어야 합니다. 직원들과 자주토론회를 갖고 문제점을 파악해대안을 찾아나가겠습니다. *辛國煥장관, 정책결정 빠르고 거침없는 일처리 정평. 예전에 상공부 재직시절 직원들은 신국환 장관을 ‘신프로’라고 불렀다.화끈하고 적극적이며 보스기질이 다분한 그는 25년간 상공부에몸담으면서 업무는 물론,업무 외적인 일에서도 진짜 프로다운 모습을보여줬다. 정책결정이 빠르고,목표달성을 위해선 관련부처나 기업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것이 그의 업무스타일이다.한마디로 거침이 없다. 80년대 초 신 장관이 상공부 전자전기공업국장이던 때의 일화.2차석유파동,사회적 불안으로 기업의 투자의욕이 꺾여있던 어려운 시기였다.상공부는 난국타개를 위해 주요 품목별로 국제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했고 반도체 산업도 그 중 하나였다.전략적인 차원에서 의욕적인 반도체 국산화 계획이 확정됐지만 공장건설에만 5,0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어느 기업에도 선뜻 권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이 상공부를 찾았다. 장관면담에앞서 잠시 들른 정 전 명예회장에게 “기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전자공업과 같은 첨단기술에 투자해 그룹 전체의 체질을 개혁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면서 투자를 권유,단 20분 만에전자산업 참여의사를 받아냈다. 그의 프로근성은 무역정책의 핵심 포스트에서 일할 때 가장 빛났다. 100억달러 달성때 과장이었던 그는 상역(商易)국장이 되자 수출 500억달러 달성에 대한 욕심이 발동했다.부내의 수출담당관회의를 활성화하고 수출담당관이 수출동향에 대해 장관(당시 琴震鎬씨)에게 직접보고하도록 했다. 수출업계에는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되 긴장감이조성되도록 월별 수출촉진대책회의를 갖는 등 모든 정력을 쏟았다. 국내외적으로 수출조건은 악화됐지만 치밀한 분석과 적절한 대응이조화를 이뤄 88년 11월14일 500억달러를 넘어섰다.그는 최장수 상역국장(84년 2월∼88년 12월)으로 기록된다. 신 장관은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도 유명하다.아무리 술이 과해도 5시에 일어나 운동한 뒤 7시에는 사무실에 나가 1시간 가량 외국어 공부를 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상공부 재직시절 그의 시간표다.외국어 공부는 혼자 하지 않고 원어민 강사를 초빙해 국장실에서 과장들과 함께 하곤 했다. ‘남에게 지는 것을 절대 못참는다’는 그에게도 시련과 패배는 있었다.무혐의로 처리되긴 했지만 92년 공업진흥청장에서 물러날 당시기업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내사를 받기도 했고 96년 15대 총선때 자민련에 입당한 이후 15대,98년 보선,16대 총선까지세차례나 고향(문경·예천)에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정치권에선 ‘TJ(朴泰俊 전 총리)맨’으로 분류돼 이번개각에서 자민련 몫으로 친정에 복귀했다.출신 선배인 그가 장관으로 복귀한 데대해 산자부 직원들은 한결같이 자긍심을 느낀다.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펼치며 국가경제의 핵심역할을 했던 상공부의옛 영광을 되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도전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신프로의 ‘닥달’도 달갑게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들이다. ■저서로 본 정책방향 신 장관은 94년 낸 저서 ‘한국경제의 선택과도전’에서 21세기의 한국이 선진산업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의 혁신적 성장을 지속 추구하면서 무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고도화와 무역확대를 통한 고도성장전략이다. 그러기 위해 기업은 끊임없이 경영혁신을 해야하고 근로자들은 근면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책의 말미에서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그래서 기적도 없다’며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살려 우리민족의 근면성을 바탕으로 두뇌력과 결집된 힘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대담 함혜리 디지털팀 차장
  • 남북이산상봉/ 85년 상봉과 달라진 점

    20세기와 21세기의 만남은 달랐다. 15일 서울에 첫발을 내디딘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에서는 15년 전 서울을 찾은 85년의 고향방문단에서 풍겼던 긴장과 불신의 모습 대신화해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밝은 얼굴 표정,세련된 태도나 옷차림 등이 고향을 찾은 여느 귀향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방문단을 지켜본 시민들은 “두 손을 맞잡고 웃었던 지난번 남북 정상회담이갈등과 대립의 벽을 허문 것”이라고 풀이했다. 류미영(柳美英) 방남단장과 수행단 일행은 이날 김포공항에 마중나온 남쪽 대표들에게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고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번쩍 들어 답례했다.85년 당시 웃음기 없는 경직된 얼굴로 남쪽 사람들을 대하던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복장도 세련된 편이었다.류단장은 고운 회색 투피스 차림에 흰색 스타킹을 신어 나이에 비해 매우 젊어보였다.잔잔한 꽃무늬 상의에 검정색 치마를 받쳐 입은 무용가 김옥배씨(62·여)도 85년 당시 국민들이 보았던 북한 여성들의 촌스런 옷차림이아니었다.검은색 핸드백과 윤이 나는 낮은 굽의 구두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오히려 몸이 조금 불편한 황귀분씨(84·여)의 꽃무늬를 수놓은 오렌지색 한복은매우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다.김옥배씨는 “북조선 여성들의 흔한 옷매무새”라며 활짝 웃었다. 남자 방문단도 검정색,쥐색,감색 등 짙은 색 양복에 하늘색·흰색와이셔츠에 온화한 색감의 넥타이를 매 자연스런 느낌을 주었다.예전의 ‘빌려 입은 듯한 영국제 밤색 양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보도’라는 완장을 찬 기자들도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북측 방문단은 7대의 방송용 카메라를 동원해 우리측 언론의 폭발적인 취재 열기에 기죽지 않으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자신을 ‘조선신보 문광우 기자’라고 소개한 수행단원은 어깨에 멘 검정색 가죽백을 들어보이며 “짐을 가득 들고 서울에 왔다”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북측 방문단을 김포공항에서 쉐라톤워커힐 호텔까지 태우고 온 한버스 기사는 “TV에서 보았던 ‘북한 사람들’이 아니라 이웃 같은친근감이 느껴졌다”며“일행이 노량진 수산시장 등을 지날 때에는창밖을 가리키며 고향에 온 사람들처럼 ‘여기가 이렇게 변했네’라며 왁짜지껄했다”고 말했다. 85년 고향방문단에 이어 이번 방문단을 접대하고 있는 워커힐호텔윤기열(尹箕烈) 식음료관리과장은 “과거에는 종업원들과 대화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먼저 농담을 걸고 술을 권하는 등 보통 시골노인분들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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