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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키운 집값

    [열린세상]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키운 집값

    최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해법으로 다시 부동산 세제를 꺼내 들고 있다. 이를 지켜보며 10년, 20년 전 반복됐던 정책들이 떠오른다. 결과적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했던 처방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 달라진 것은 정책의 이름뿐이고, 집값을 바라보는 진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여전히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와 투기적 수요에서 찾는다. 따라서 해결책 역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와 대출 규제, 고가주택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진다. 원인을 제거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진단이 틀리면 처방도 효과를 낼 수 없다. 오히려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의사는 먼저 정확한 진단부터 내린다. 병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약만 처방한다면 치료는커녕 부작용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주거 부담과 국가 경제를 걱정한다면 무엇보다 집값이 왜 오르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집값 상승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의 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에 걸맞은 양질의 주택 공급 부족이다. 2012년 이후 본격화된 도시재생 정책은 기존 빌라와 다세대주택을 보존하고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1970~90년대에 지어진 노후 주택을 철거하기보다 리모델링과 보존을 통해 활용하자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은 국민이 원하는 주거 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자동차가 한 가구에 한 대 이상인 시대에 주차 공간조차 부족한 좁은 골목의 빌라에서 계속 살라는 정책과 낡은 아파트를 고쳐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오늘날 아파트는 단순히 비를 피하고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다.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하나의 상품이 됐다. 과거 지상 주차장과 좁은 엘리베이터가 전부였던 아파트는 이제 지하 주차장을 갖추고 지상은 공원으로 조성된다. 실내 구조와 인테리어는 물론 커뮤니티 시설도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헬스장과 도서관, 스크린골프장, 카페, 사우나를 넘어 수영장과 구내식당까지 갖춘 단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의 선택 기준을 완전히 바꾸었다. 결국 새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욱 커졌다. 새 아파트를 경험한 사람들은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원했고, 이러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공급은 제한됐지만 수요는 커지면서 재건축과 재개발 대상 지역의 집값은 꾸준히 상승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서울은 이제 대규모 택지를 새롭게 확보하기 어려운 도시다. 결국 양질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재건축과 재개발이다. 일부에서는 재건축과 재개발이 가구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못하기 때문에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공급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시각이다. 오늘날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증가가 아니다. 국민의 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에 맞는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다. 양질의 주택 공급이 지속될 때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의 가격 균형도 회복될 수 있다. 반대로 공급을 억제한 채 세금과 규제만 강화한다면 희소성은 더욱 커지고 가격 상승 압력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정책은 응징의 대상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를 바로잡는 수단이어야 한다. 잘못된 진단 위에 세워진 처방은 언제나 국민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투기를 잡겠다는 구호보다 국민이 원하는 주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이 집값 안정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다. 유창수 전 서울시 부시장
  • [사설] 실거주 중심 세제 개편, 공급 받쳐야 집값 안정 효과 낼 것

    [사설] 실거주 중심 세제 개편, 공급 받쳐야 집값 안정 효과 낼 것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이 어제 발표됐다.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이 12억원(공시가격 기준)에서 14억원으로 높아지고 다주택자는 현행(9억원) 그대로다. 공시가격 14억원은 시가로 약 20억원이다. 20억원 아파트 한 채 보유자까지는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종부세율은 내년부터 20억원 이상에 한해 오른다. 부과 기준은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격이 된다.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뀐다. 현재는 매년 보유 4%, 거주 4%씩인데 거주 주택에 대해서만 1주택자는 매년 8%씩 최대 80%(2029년부터), 다주택자는 2%씩 최대 30%가 양도차익에서 공제된다. 공제한도가 신설돼 2028년 20억원이 적용되고 2029년에는 10억원으로 줄어든다.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을 막기 위해서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2027~28년에 한해 최대 20% 포인트 완화한다. 장기 거주·65세 이상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 대책도 포함됐다. 종부세 부과 기준 개편은 저가 다주택자와 초고가 1주택자의 과세 역전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상속·혼인 등으로 늘어나는 주택이 주택 수에 포함돼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이 생기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양도차익 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보유 공제를 완전히 없애면 임대공급이 줄어들어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호도가 높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지난달 넷째 주까지 6.27%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22%)의 5배가 넘는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이 지난해보다 58.4%나 줄어든 탓이 크다. 공급 없이 세제 정책만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정책 실패의 후과는 임차 가구에 더 가혹하다. 공급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정부가 지난달 14일부터 30일까지 운영한 부동산 토론회 홈페이지에 접수된 의견(7476건) 중 금융이 39%, 공급이 32%, 세제가 29%였다. 금융 분야에 이주비·사업자금 등 공급과 직결된 의견이 포함됐다. 세제 개편보다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준공 물량을 늘릴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훨씬 컸다고 볼 수 있다. 공사기간이 짧고 도심의 소규모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공공 공급만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민간이 집을 지을 수 있게 금융·인허가 등의 병목부터 풀기 바란다.
  • 절세용 매물 유도엔 기대감…전월세 시장 불안 키울 수도

    장기거주자 이전 효과엔 갸우뚱세금 인상분, 임대료 전가 우려도정부가 비거주 및 초고가 주택을 ‘핀셋’ 조준해 세 부담을 큰 폭으로 높인 세제개편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와 일부 고가 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월세 매물이 줄고 세금 인상분이 임대료로 전가되는 등 임대차 시장에는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이번 달과 보유세 과세기준일 직전인 내년 5월 말,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기 직전인 내년 말까지 절세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일정 소득이 없는 고령자와 다주택자,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의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인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하고, 고가 주택일수록 보유 부담을 키운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이 고가 주택 실거주자들이 집을 내놓고 이사하는 주거 다운사이징을 얼마나 유도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기 수요를 제외하면 원래 그 집에 살아온 실거주자들은 당장 팔아야 할 요인이 적다”며 “오래 거주하던 지역을 버리고 새로운 동네나 하급지로 가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므로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거래 위축과 매물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가 2028년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완화하며 매물 출회를 유도해 효과가 전혀 없지 않겠다”면서도 “강남 등 핵심지 매물은 팔지 않고 전월세로 돌리면 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어 가격이 확 내려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거주 1주택자들이 실거주로 들어갈 경우 전월세 물량은 더 줄어들고, 비거주를 유지하더라도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월세나 반전세 등으로 전가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비거주 1주택자들이 대부분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를 선택할 수 있다”고 봤다. 종부세 부담이 덜한 가격대의 단지나 지역에 대한 선호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덜 똘똘한 한 채’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기존과 동일 세율을 적용받는 구간인 과세표준 6억원(시세 약 31억원) 이하의 강남 3구 일부, 한강벨트, 경기 남부 주요 인기지역 등이 절세가 가능한 새로운 똘똘한 한 채로 인식돼 갈아타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장특공제 혜택, 보유 →거주 재편… 2029년부터 10억 한도

    장특공제 혜택, 보유 →거주 재편… 2029년부터 10억 한도

    전근 등 사유 최장 3년 거주 인정고령·다주택 공제 풀어 ‘퇴로’ 마련 앞으로 장기간 ‘거주’한 집을 팔 때만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깎아준다. 장기간 ‘보유’하기만 한 집은 매도할 때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주택 거래세 제도를 실거주자 중심으로 개편해 투기성 비거주 주택 보유를 차단하려는 의도다. 재정경제부는 3일 이런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이름을 바꾸고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 ‘보유공제 최대 40%’, ‘거주공제 최대 40%’를 합산 적용하던 것을 ‘거주공제 최대 80%’로 전환한다. 다주택자가 비조정대상지역에 보유한 주택에 대한 보유공제 최대 30%는 거주공제 최대 30%로 변경한다. 오래 보유하기만 하면 주던 혜택을 폐지하고 실제 살았던 집을 팔 때만 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취학·직장 변경, 해외 체류·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주거지를 이동하면 이에 따른 비거주 기간은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재개발·재건축 공사로 인한 비거주는 공사기간의 절반만 거주한 것으로 간주한다. ‘매물 잠김’ 현상이 없도록 장기거주·고령·다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세를 완화해 매도의 기회를 부여한다. 양도가액 30억원 이하 1주택의 양도세 기본공제액은 현행 연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10배 상향한다. 65세 이상 고령 1주택자가 수도권에 있는 주택을 팔고 비수도권으로 이사하면, 양도세를 내년에는 5억원 한도로 50%, 2028년에는 3억원 한도로 30% 깎아준다. 은퇴한 고령자들의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현재 중과세율은 2주택자 20% 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30% 포인트인데 2주택자는 내년 5% 포인트로, 3주택자 이상은 10% 포인트로 대폭 낮춰준다. 2029년에는 지금과 같은 세율로 돌아온다.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세금을 일시적으로 감면해 ‘매도를 위한 퇴로’를 열어 줌으로써 시장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 35억 똘똘한 한 채부터 ‘핀셋 증세’

    35억 똘똘한 한 채부터 ‘핀셋 증세’

    실거주 ‘20억 한 채’는 종부세 안 내양도세 공제, 실거주 기간 따라 재편 내년부터 ‘똘똘한 한 채’와 집주인이 살지 않는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가 시가 35억원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45억원부터 2배가량 확 커진다. 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 기준은 ‘실거주 기간’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공제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를 정도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소득공제 한도는 1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조인다. 정부가 최후의 수단이라던 ‘세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심의·확정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집은 바잉(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리빙(Living), 즉 사는 곳이라는 원칙 아래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1주택자 종부세 비과세 기준선은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시가 약 17억원)에서 14억원(약 20억원)으로 올라간다. 지금까지 종부세를 냈던 17억~20억원짜리 아파트 보유자는 내년부터 세금이 면제된다. 단 실거주 1주택자가 대상이다.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금액은 오히려 다주택자와 같은 공시가격 9억원(시가 13억원)으로 강화된다. 집값과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되 ‘실거주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려는 조치다. 종부세 부과 기준은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바뀐다. 10억원짜리 3채를 가진 사람의 세 부담이 30억원짜리 1채를 가진 사람보다 많은 현행 체계를 합리적으로 고치겠다는 것이다. 주택수→가액 일원화비거주기본공제 공시가 12억→ 9억2028년 초고가 1주택=3주택 세율세제 개편의 핵심은 초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핀셋 증세’다. 1주택자의 종부세율은 집값이 비싸질수록 세율 증가폭이 커지는 구조로 개편된다. 2028년부터는 주택 수와 상관없이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 세율이 인상되는 구간은 과세표준 ‘6억원 초과’, 시가로는 32억원 안팎부터다. 하지만 기본공제액이 공시가격 2억원 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35억원까지는 세 부담이 기존보다 소폭 줄어들게 된다. 종부세가 본격적으로 오르는 가격대는 35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세율은 1.0%에서 1.3%로 0.3% 포인트 오른다. 45억원 안팎부터는 세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난다. 50억원 주택의 종부세는 453만 9000원에서 978만 5000원으로 2.1배, 70억원은 937만 7000원에서 3295만 7000원으로 3.5배 불어난다. 71억~122억원 주택의 세율은 현행 1.5%에서 내년 2.0%로, 2028년에는 3.0%로 확 올라간다. 재경부는 “시가 20억~30억원, 16만 8000가구(상위 1.1%)는 종부세액이 감소하고 30억~40억원 10만 3000가구(0.7%)는 세액 변동이 크지 않고, 40억원 초과 약 6만 5000가구(0.4%)부터 과세를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종부세와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산출할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내년 70%로 상향된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28년부터 80%로 높아진다. 비율이 높아질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종부세와 함께 재산세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택 장기보유자의 양도세를 감면하는 제도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이름을 바꾼다. 공제 한도는 내년까지는 무제한이며, 2028년에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으로 축소된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 대한 장특공제액이 200억원을 웃돌 정도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종부세제 개편은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줄이면서 초고가·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세를 적절히 강화해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발표·추진한 종부세 완화안을 4년 만에 ‘정상화·합리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세제개편에 따른 전체 세수 증대 효과는 세수 총량을 볼 수 있는 누적법을 기준으로 향후 5년간(2027~2031년) 총 13조 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종부세는 5년간 9조 3000억원, 부가가치세는 2조 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소득세는 3조 9000억원, 법인세는 9000억원씩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별 세 부담은 서민·중산층은 6조 3000억원 줄고, 고소득자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 청년형 ISA 만들어 자산 형성 돕는다… 이자·배당 전액 비과세

    청년형 ISA 만들어 자산 형성 돕는다… 이자·배당 전액 비과세

    ISA 납입액 10% 소득공제 혜택청년 월세 세액공제 15→17%로청년 퇴직연금 납입액 15% 공제임신 기간 출산지원금도 비과세배달 라이더 원천징수율 3→2%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새로 출시된다. 청년의 월세 세액공제율은 현행 15%에서 17%로 확대된다. 재정경제부는 3일 이런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내년 신설되는 청년형 ISA는 총급여 75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6300만원 이하인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납입액의 10% 소득공제 혜택과 이자·배당 전액 비과세가 적용된다. 납입 한도는 1년에 2000만원, 총 2억원이다. 청년에 대한 월세 세액공제도 확대된다. 현재 연봉 8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가 월세로 살면 연간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월세의 15%(연봉이 5500만원 이하 17%)만큼 세액공제해 주는데, 이를 내년부터 연간 1200만원으로 확대한다. 재경부는 “청년은 연봉 수준과 관계없이 3년간 월세를 매달 100만원씩 내면 연간 204만원을 공제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청년의 노후 보장을 돕기 위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퇴직연금(IRP) 납입액의 15%를 세액공제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6000만원인 청년이 IRP에 매년 300만원을 납입하면 올해까진 36만원을, 내년부터는 45만원의 세액을 공제받는다. 결혼으로 가구 내 경차가 2대로 늘어났을 때 1대에 대해 유류세를 환급해 준다. 기존에는 가구당 차량이 2대가 넘어가면 유류세 환급 대상에서 배제됐다. 또 임신 이후부터 출산 전까지 지급한 출산지원금에 대해 근로소득세 비과세가 적용된다. 현재 아이의 출생일 이후 2년간 출산수당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됐다면, 내년부터는 임신 기간을 포함해 출생일 이후 2년으로 비과세 기간이 확대된다. 소득이 적은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금(EITC) 혜택이 확대된다. 지급 대상은 단독가구 2600만원, 홑벌이가구 3700만원, 맞벌이가구 5200만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지급액은 가구별로 단독가구 180만원, 홑벌이 310만원, 맞벌이 360만원으로 오른다. 기존보다 73만가구 늘어난 489만가구가 근로장려금 혜택을 받게 된다. 배달 라이더, 대리기사, 골프 캐디 등 저소득층 인적용역 사업자들에게 부과되는 원천징수 세율은 3%에서 2%로 완화된다. 실효성이 낮은 세제 지원 제도는 대폭 정비한다. 현재 차량 1대당 최대 70만원까지 세금이 감면되던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내년부터 종료한다. 전기차·수소전기차에 대한 개소세 감면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폐지된다. 출산·입양 및 혼인 세액공제는 재정 지원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보조금 등 직접 지원 체계를 중심으로 정책을 운영할 계획이다.
  • 청년형 ISA 만들어 자산 형성 돕는다…이자·배당 전액 비과세

    청년형 ISA 만들어 자산 형성 돕는다…이자·배당 전액 비과세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새로 출시된다. 청년의 월세 세액공제율은 현행 15%에서 17%로 확대된다. 재정경제부는 3일 이런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내년 신설되는 청년형 ISA는 총급여 75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6300만원 이하인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납입액의 10% 소득공제 혜택과 이자·배당 전액 비과세가 적용된다. 납입 한도는 1년에 2000만원, 총 2억원이다. 청년에 대한 월세 세액공제도 확대된다. 현재 연봉 8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가 월세로 살면 연간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월세의 15%(연봉이 5500만원 이하 17%)만큼 세액공제해 주는데, 이를 내년부터 연간 1200만원으로 확대한다. 재경부는 “청년은 연봉 수준과 관계없이 3년간 월세를 매달 100만원씩 내면 연간 204만원을 공제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청년의 노후 보장을 돕기 위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퇴직연금(IRP) 납입액의 15%를 세액공제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6000만원인 청년이 IRP에 매년 300만원을 납입하면 올해까진 36만원을, 내년부터는 45만원의 세액을 공제받는다. 결혼으로 가구 내 경차가 2대로 늘어났을 때 1대에 대해 유류세를 환급해 준다. 기존에는 가구당 차량이 2대가 넘어가면 유류세 환급 대상에서 배제됐다. 또 임신 이후부터 출산 전까지 지급한 출산지원금에 대해 근로소득세 비과세가 적용된다. 현재 아이의 출생일 이후 2년간 출산수당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됐다면, 내년부터는 임신 기간을 포함해 출생일 이후 2년으로 비과세 기간이 확대된다. 소득이 적은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금(EITC) 혜택이 확대된다. 지급 대상은 단독가구 2600만원, 홑벌이가구 3700만원, 맞벌이가구 5200만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지급액은 가구별로 단독가구 180만원, 홑벌이 310만원, 맞벌이 360만원으로 오른다. 기존보다 73만가구 늘어난 489만가구가 근로장려금 혜택을 받게 된다. 배달 라이더, 대리기사, 골프 캐디 등 저소득층 인적용역 사업자들에게 부과되는 원천징수 세율은 3%에서 2%로 완화된다. 실효성이 낮은 세제 지원 제도는 대폭 정비한다. 현재 차량 1대당 최대 70만원까지 세금이 감면되던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내년부터 종료한다. 전기차·수소전기차에 대한 개소세 감면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폐지된다. 출산·입양 및 혼인 세액공제는 재정 지원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보조금 등 직접 지원 체계를 중심으로 정책을 운영할 계획이다.
  • 35억 똘똘한 한 채부터 ‘핀셋 증세’

    35억 똘똘한 한 채부터 ‘핀셋 증세’

    내년부터 시가 35억원을 넘는 ‘똘똘한 한 채’와 집주인이 살지 않는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난다. 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 기준은 ‘실거주 기간’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감세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를 정도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소득공제 한도는 1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조인다. 재정경제부는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심의·확정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집은 바잉(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리빙(Living), 즉 사는 곳이라는 원칙 아래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1주택자 종부세 비과세 기준선은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시가 약 17억원)에서 14억원(약 20억원)으로 올라간다. 지금까지 종부세를 냈던 17억~20억원짜리 아파트 보유자는 내년부터 세금이 면제된다. 단 실거주 1주택자가 대상이다.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금액은 오히려 다주택자와 같은 공시가격 9억원(시가 13억원)으로 강화된다. 집값과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되 ‘실거주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려는 조치다. 종부세 부과 기준은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바뀐다. 10억원짜리 3채를 가진 사람의 세 부담이 30억원짜리 1채를 가진 사람보다 많은 현행 체계를 합리적으로 고치겠다는 것이다. 종부세율은 집값이 비싸질수록 세율 증가폭이 커지는 구조로 개편한다. 2028년부터는 주택 수와 상관없이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 세율이 인상되는 구간은 과세표준 ‘6억원 초과’, 시가로는 32억원 안팎부터다. 하지만 기본공제액이 공시가격 2억원 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32억~35억원 선까지는 세 부담이 기존보다 소폭 줄어들게 된다. 종부세가 본격적으로 오르는 가격대는 35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세율은 1.0%에서 1.3%로 0.3% 포인트 오른다. 46억원부터는 세 부담이 더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71억~122억원 주택의 세율은 현행 1.5%에서 내년 2.0%로, 2028년에는 3.0%로 확 올라간다. 재경부는 “시가 20억~30억원, 16만 8000가구(상위 1.1%)는 종부세액이 감소하고 30억~40억원, 10만 3000가구(0.7%)는 세액 변동이 크지 않고 40억원 초과, 약 6만 5000가구(0.4%)부터 과세를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종부세 전체 과세 대상은 36만 3000가구(상위 2.3%)이고, 세금이 크게 오르는 시가 50억원 초과 가구는 약 3만 가구(상위 0.2%)로 추산됐다. 종부세와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산출할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내년 70%로 상향된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28년부터 80%로 높아진다. 비율이 높아질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종부세와 함께 재산세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택 장기보유자의 양도세를 감면하는 제도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이름을 바꾼다. 공제 한도는 내년까지는 지금처럼 공제 한도 없이 혜택을 주고, 2028년에는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으로 공제 한도를 축소한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 대한 장특공제액이 200억원이 넘을 정도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세제도 마련됐다. 공공주택건설사업자에게 토지를 양도하는 주택건설사업자에 대해 양도세를 10% 감면한다. 이번 종부세제 개편은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줄이면서 초고가·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세를 적절히 강화해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발표·추진한 종부세 완화안을 4년 만에 ‘정상화·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세제개편에 따른 전체 세수 증대 효과는 향후 5년간 총 3조 4430억원으로 추산된다. 종부세 조정, 신용카드 매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개선 등으로 세수가 증가하는 반면 근로장려금 지급 확대, 연구개발·통합투자세액공제 등에 따른 세수 감소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종부세는 2조 1815억원, 부가가치세는 6007억원이 증가하는 대신 소득세는 5579억원, 법인세는 1636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개인별로 보면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은 1조 2258억원 감소하고 고소득자의 세 부담은 1226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 부문에서는 중소기업의 세 부담이 791억원, 대기업이 578억원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장특공제 ‘보유’ → ‘거주’ 개편…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장특공제 ‘보유’ → ‘거주’ 개편…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앞으로 장기간 ‘거주’한 집을 팔 때만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깎아준다. 장기간 ‘보유’하기만 한 집은 매도할 때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주택 거래세 제도를 실거주자 중심으로 개편해 투기성 비거주 주택 보유를 차단하려는 의도다. 재정경제부는 3일 이런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이름을 바꾸고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 ‘보유공제 최대 40%’, ‘거주공제 최대 40%’를 합산 적용하던 것을 ‘거주공제 최대 80%’로 전환한다. 다주택자가 비조정대상지역에 보유한 주택에 대한 보유공제 최대 30%는 거주공제 최대 30%로 변경한다. 오래 보유하기만 하면 주던 혜택을 폐지하고 실제 살았던 집을 팔 때만 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취학·직장 변경, 해외 체류·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주거지를 이동하면 이에 따른 비거주 기간은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재개발·재건축 공사로 인한 비거주는 공사기간의 절반만 거주한 것으로 간주한다. ‘매물 잠김’ 현상이 없도록 장기거주·고령·다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세를 완화해 매도의 기회를 부여한다. 양도가액 30억원 이하 1주택의 양도세 기본공제액은 현행 연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10배 상향한다. 65세 이상 고령 1주택자가 수도권에 있는 주택을 팔고 비수도권으로 이사하면, 양도세를 내년에는 5억원 한도로 50%, 2028년에는 3억원 한도로 30% 깎아준다. 은퇴한 고령자들의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현재 중과세율은 2주택자 20% 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30% 포인트인데 2주택자는 내년 5% 포인트로, 3주택자 이상은 10% 포인트로 대폭 낮춰준다. 2029년에는 지금과 같은 세율로 돌아온다.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세금을 일시적으로 감면해 ‘매도를 위한 퇴로’를 열어 줌으로써 시장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 김미경 경기도의원 “공공형 은퇴자 마을 조성 사업, 생활·의료 등 다양한 분야 신중한 검토 필요”

    김미경 경기도의원 “공공형 은퇴자 마을 조성 사업, 생활·의료 등 다양한 분야 신중한 검토 필요”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김미경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4)은 3일 의원실에서 경기도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공공형 은퇴자 마을 시범조성 사업’의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김 의원은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다각도의 면밀한 분석과 함께 신중한 추진을 거듭 당부했다. 김 의원은 타 지방자치단체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입지 선정과 접근성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다수의 지자체에서 은퇴자 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성공적인 안착을 거둔 곳은 드물다”며 “그 주요 원인은 거주지역 중심이 아닌 도심 외곽에 조성되면서 대중교통 등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은퇴자들이 평생 누려온 기존의 생활기반 및 인프라와 멀리 떨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김 의원은 사업의 주객이 전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의원은 “경기도가 은퇴자의 여가 활동 및 세대 간 교류 등을 고려해 다양한 신산업과의 융합을 계획하고 있고, 이 자체는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자칫 은퇴자 마을을 단순 ‘끼워 넣기’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은퇴자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이 중심이 되는 본래의 취지를 잃지 않도록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의원은 도민의 소중한 세금과 막대한 예산이 쓰이는 사업인 만큼, 초기 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방향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앞으로도 관련 부서와 긴밀히 협력해 경기도형 은퇴자 마을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모범 사례로 안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기고]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NGO 지원은 끝났다, ‘소프트웨어(SaaS)’를 구독하라

    [기고]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NGO 지원은 끝났다, ‘소프트웨어(SaaS)’를 구독하라

    정부가 2022년 실시한 민간단체 보조금 전수조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총액은 31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전국 지자체의 민간보조금 예산까지 합산하면 공익 영역에 투입되는 공공 재정은 연평균 10조 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청년 창업가들이 소셜 미션을 내걸고 현장에 뛰어들고, 소규모 단체들이 지역사회의 틈새를 메우는 시대에 이 예산은 생태계의 마중물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예산의 총량은 늘었지만 정작 현장의 체감 혁신은 제자리걸음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공급자 중심의 낡은 일회성 사업비 지급 관행과 하드웨어 중심의 시혜성 지원 체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골목길 소규모 단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밑 빠진 독에 아무리 물을 부어도 독이 채워지지 않듯, 매년 막대한 세금을 집행하고도 현장의 체질은 나아지지 않는다. 거대한 예산의 강물이 흘러간 자리에는 디지털 격차의 심화와 현장의 피로감만이 앙금으로 남아 있다. 현재 공공 행정이 NGO를 지원하는 방식은 낡은 전산화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단년도 조달 편의에 맞춰 외주 개발사에 목돈을 쥐여주며 ‘기관 독자 홈페이지 구축’을 대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1년만 지나도 유지보수가 끊겨 방치되기 일쑤다. 단체의 디지털 전환을 돕겠다며 최신 노트북을 보급하는 데 그치기도 한다. 진짜 비극은 그 이후에 발생한다. 정부가 보조금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감사와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 대상을 확대한 취지는 옳다. 그러나 인프라가 전무한 중소 NGO 현장의 행정 부담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청년 활동가들은 매월 쏟아지는 영수증 증빙서류, 즉 ‘정산 서류의 성벽’이라는 족쇄에 갇힌다. 서류 작업에 상당한 시간을 뺏기다 소규모 단체들이 고사하면, 공익 생태계의 건강한 롱테일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 공공 예산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활동가들이 본연의 소셜 미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SaaS) 사용료 직접 지원’으로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영국에서는 2001년 설립된 ‘차리티 디지털(Charity Digital)’이 20여 년간 비영리단체 전용 소프트웨어 할인·기부 프로그램을 이끌어왔고, 그 핵심 기능은 2025년 7월부터 글로벌 네트워크 테크숍(TechSoup)으로 이관되어 운영되고 있다. 우리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해온 비대면·디지털 전환 바우처 사업들처럼 비영리 영역에 ‘행정 AX 바우처’를 도입하고, 이메일·회계·CRM 등 비영리 요금제가 적용된 SaaS 구독 비용을 보조금 정산이 가능한 정식 비목으로 인정하는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예산 규모는 크지 않아도 된다. 활동가 1인당 월 수만 원 수준의 바우처만으로도 종이 영수증에 파묻힌 회계 업무와 후원자 관리를 자동화할 수 있다. 물론 오남용이나 보안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조달청 및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보안 가이드라인을 통과한 검증된 솔루션 풀을 지정하고, 현금이 아닌 ‘지정 바우처 결제 방식’을 채택하면 예산 투명성과 데이터 안정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일회성 현금이라는 물을 붓는 행정은 이제 끝내야 한다. 독의 깨진 틈을 메우는 것은 거창한 시스템 구축 예산이 아니라, 활동가들의 손에 들려진 가볍고 강력한 소프트웨어 구독권이다. 예산 집행 아키텍처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혁신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공익 기술 생태계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현장의 청년 활동가들이 서류 더미가 아닌 본연의 사명에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 결정자들의 발 빠른 결단이 필요한 때다.
  • ‘재정 위기’ 대전·세종시 지방세 체납관리단 가동

    ‘재정 위기’ 대전·세종시 지방세 체납관리단 가동

    재정 위기에 놓인 대전시와 세종시가 지방세 체납 징수를 위한 전수 관리에 나선다. 대전시는 3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2026년 대전시 지방세입 체납관리단’ 발대식을 열고 하반기 체납액 징수 활동에 돌입했다. 체납관리단은 8~11월까지 4개월간 지방세 100만원 미만 체납자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선다. 5개 자치구가 처음 운영하는 조직으로, 총 49명이 지역 내 체납자를 방문해 생활 실태와 납부 능력을 확인하는 등 현장 조사를 수행한다. 대전의 지방세 체납액은 5월 말 기준 829억 9000만원이다. 이 중 100만원 미만 소액 체납자가 전체 91.4%인 9만 3238명, 체납액은 18.6%인 154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체납관리단은 납부 능력이 있으면서도 재산을 은닉하는 등 고의로 납부를 회피하는 체납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 반면 생계가 곤란해 세금을 낼 수 없는 체납자는 실태조사 과정에서 발굴해 복지 서비스를 연계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체납관리단 운영으로 지방재정 확충을 도모하고 실태조사원을 지역에서 채용해 지역 고용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세종시도 이날 기간제 근로자 13명으로 구성된 ‘1기 지방세입 체납관리단’ 가동에 들어갔다. 체납관리단은 11월 30일까지 4개월 동안 100만원 미만 소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전화 상담과 방문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체납 사유와 거주 여부, 경제 상황 등을 통해 납부 독려 등의 활동에 나선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복지 부서와 연계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폐업·무재산·행방불명 등을 확인해 체납자 관리 정보도 정비할 계획이다. 시는 체납관리단의 조사 결과에 기반한 관리로 자진 납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유주동 서울시의원, 서울 시내버스 통상임금 체불 2900억원 해법 논의

    유주동 서울시의원, 서울 시내버스 통상임금 체불 2900억원 해법 논의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이 만나 시내버스 노동자 통상임금 미지급 사태의 해법을 논의했다. 이날 면담에서 의장은 노조 측의 입장을 직접 청취하고, 시의회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날 면담에는 유 의원과 임 의장을 비롯해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 유재호 사무부처장, 심준형 법규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 측은 대법원 판결의 신속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며 관련 촉구서를 임 의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30일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2025다219757)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판결 이후 석 달이 지나도록 미지급분 지급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서울시 역시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7월 1일 기준 조합원 1만 8000명에 대한 미지급금 규모가 약 29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5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재직자 임금체불에도 연 20%의 지연이자율이 확대 적용되면서, 하루 약 1억 4200만원의 지연이자가 추가로 누적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노조는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시가 이번 갈등을 풀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에 따르면,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른 인건비는 예산 범위 내에서 증액 편성 및 집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유 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두고 지역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형평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체불임금과 관련 서울시 교통실도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 그에 따르겠다는 취지로 밝혀 온 것으로 아는데, 정작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이렇다 할 후속 조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연이자만 하루 1억 원이 넘게 쌓인다는 것은 결국 시민의 세금 부담이 매일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나아가 노사 간 갈등이 길어지면 그 피해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임 의장과 유 의원은 향후 교통실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고 서울시장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 의원은 “노사 간 갈등이 시민의 불편과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年 17조 운용 인천시금고 지정 앞두고 공정성 논란

    年 17조 운용 인천시금고 지정 앞두고 공정성 논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천경실련)이 인천시의 차기 시금고 지정 절차를 둘러싸고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재정예산개혁 태스크포스(TF)의 관련 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재정예산개혁 TF는 지난 7월 인천시가 재정 건전성 회복과 지속 가능한 재정운영 체계 마련을 위해 외부 전문가와 시 실무진이 참여하는 자문기구로 출범시킨 조직이다. 인천경실련은 2일 성명을 내고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시금고 지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신뢰성,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최근 인천시 재정예산개혁 TF가 5대 금융지주 인천본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연 것과 관련해 “금고 지정 공모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공모 참여 예정 은행들을 한자리에 모아 지역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 것은 적절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에서도 법적 기구인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역할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TF의 설치 근거와 권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권한이 불분명한 조직이 금고 지정과 관련한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공정성 시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실련은 특히 TF가 은행들에 요청한 내용이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평가 항목인 시민 이용 편의성, 지역사회 기여, 시와의 협력사업 등과 맞닿아 있다며 “공모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에 혼란을 주고 공정성 논란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월권 논란이 제기된 재정예산개혁 TF의 금융권 간담회 후속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TF의 설치 근거와 구성원의 법적 지위,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인천시와 시의회에는 “금고 지정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성과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금고지정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 평가 결과 공개, 금고 약정 등 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경실련은 “시금고 지정은 시민의 세금을 관리하는 중요한 절차인 만큼 어떠한 오해도 없도록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인천시와 시의회가 시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도 운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시금고는 연간 약 17조원 규모의 인천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으로, 인천시는 이달 말 지정 공고를 시작으로 제안서 접수와 심의를 거쳐 오는 9월까지 차기 시금고를 선정할 계획이다.
  • 130억 냈지만 “추징금 부당해”…차은우, 조세심판 청구

    130억 냈지만 “추징금 부당해”…차은우, 조세심판 청구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세 추징 통보를 받은 뒤 이를 완납한 가수 겸 배우 차은우(29·본명 이동민)가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해 조세 심판을 받기로 했다. 2일 판타지오에 따르면 차은우는 국세청이 처분한 약 130억원의 소득세 추징금이 부당하다며 지난달 조세심판원에 조세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판타지오는 “차은우는 법률적 판단을 받기 위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조세심판을 청구했다”면서도,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세심판은 세금과 관련된 처분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다. 앞서 차은우는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국내 연예인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0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통보받은 바 있다. 세무당국은 차은우의 모친이 설립한 1인 기획사가 판타지오와 용역 계약을 맺고 차은우의 소득을 나눠 가지는 방법으로 차은우의 소득에 대해 소득세율(45%)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도록 했으며, 해당 1인 기획사가 탈세를 위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차은우는 지난해 4월 “국세청의 절차와 결과를 존중한다”며 더 이상의 혼란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을 더욱 무겁고 깊게 받아들인다. 충분히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책임 또한 모두 저에게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차은우가 실제 납부한 액수는 130억원 수준으로, 앞서 납부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가운데 일부가 중복 과세된 것으로 인정돼 환급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 방송 중 은행 달려간 유재석 “30일까지…빨리 세금 내야 한다” 화제

    방송 중 은행 달려간 유재석 “30일까지…빨리 세금 내야 한다” 화제

    개그맨 유재석이 방송 중 은행을 찾아 세금을 납부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유재석은 1일 유튜브 채널 ‘뜬뜬’에 공개된 ‘풍향중’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방송 중 세금 납부를 위해 은행을 찾았다. 이날은 유재석은 배우 이성민, 방송인 지석진, 개그맨 양세찬과 익산으로 국내 여행을 떠나던 중 은행에 들렀다. 여행 전부터 유재석은 양세찬에게 “가다가 은행에 들러야 한다. 세금 납부를 해야 하는데 지금 날이 없다. 계속 녹화가 있어서 은행을 못 갔다”고 걱정했다. 이어 운전대를 잡은 유재석은 현금을 뽑기 위해 은행에 가자고 이야기한 뒤, “은행을 세 군데 들러야 한다. 각자 주거래 은행이 있다”면서 은행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세 사람은 수수료를 내겠다며 은행 한 곳에서 다 해결하자고 했다. 유재석은 “은행 가는 김에 할 말이 있다. 형님들 돈 찾을 때 나는 세금 납부 좀 하고 오겠다. 6월 30일까지인데 계속 녹화가 있어서 못 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지석진은 “나중에 하라”고 했지만 유재석은 “나중에 하기는 없다. 세금 납부는 제때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결국 유재석은 세금을 내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갔고, 양세찬은 “방송에서 유재석 세금 내러 가는 모습이 난생처음 나오는 거 아니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유재석은 “세금 납부는 정말 중요하다. 세금 납부는 우리의 의무다”라며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재석은 평소 성실한 세금 납부자로 유명하다. 윤나겸 세무사는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유재석은 국가가 정한 비율을 적용하는 ‘기준 경비율 신고(추계 신고)’ 방식으로 세금을 신고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세무사를 통해 모든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는 ‘장부 기장 신고’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각종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등 관리가 복잡한 대신 절세 효과가 크다. 이를 통해 100억원을 벌 경우 27억원을 세금으로 내면 되지만, 유재석은 추계 신고 방식을 택해 41억원을 내는 셈이라는 게 윤 세무사의 설명이다. 세무사를 통해 관리하면서 세금을 낮출 수 있지만 오히려 단순하게 세금을 신고해 세금을 더 낸다는 것이다. 이는 각종 경비 처리를 위해 증빙 자료를 관리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원천 차단한 것이라고 윤 세무사는 설명했다. ‘모범 납세자’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유재석 자신도 “세금을 많이 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재석은 2025년 5월 MBC ‘놀면 뭐하니?’에서 “세무업계에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유재석은 불안하면 세금을 더 낸다고 한다”는 배우 이이경의 말에 “세금 많이 낸다. 요율대로 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 [의정광장] 의회다움

    [의정광장] 의회다움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논어’ 안연편에 제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묻자 공자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고 답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저마다 소임을 다할 때 비로소 정치가 바로 선다는 뜻이다. 여기 나오는 접미사 ‘-답다’에는 그에 걸맞은 본분과 역할을 온전히 갖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7일 제12대 서울시의회 개원사의 화두는 ‘의회다움’의 회복이었다. 의회다움이란 무엇인가. 지방자치법 제5장 제1절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주민 대의기관을 둔다는 의회의 설치 규정이, 제3절에는 의결권과 행정사무 감사권 등 의회의 권한이 명시돼 있다. 견제와 감시, 균형은 법이 지방의회에 부여한 본분이자 의회다움의 출발점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민은 제12대 의회를 압도적 여소야대로 만들어 주었다. 118명의 의원은 시민의 선택이 언제나 옳고 준엄하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시정의 독주와 이탈을 막는 더 강하고 유능한 의회로 거듭나라는 명령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책이 시민 삶에 보탬이 되는지, 혈세를 투입할 정당한 근거가 있는지, 정당한 절차와 충분한 공감대를 거쳤는지를 더 냉철하게 따져 물으라는 요구인 것이다. 운행 중에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한강버스, 공영방송의 기능 회복을 넘어 구성원 생존권이 걸린 교통방송(TBS) 문제,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해치는 종묘 앞 고층 개발,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삼성역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철근 누락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많은 사업이 그동안 추진 과정에서 전시행정, 낭비행정, 위험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의회의 제대로 된 견제를 받지 못했다. 평범한 일상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문제를 문제라 말하지 못하는 위기감이 여소야대 의회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수적 열세라는 한계를 걷어내고 의회답게 일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줄 테니 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라는 것이 시민의 주문이었다. 제12대 서울시의회는 그 뜻을 받들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하고 안온한 일상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오직 시민만을 기준으로 나아가겠다. 시민 공감을 얻지 못한 일방적인 정책에는 분명하게 제동을 걸고, 세금이 쓰이는 길목마다 멈춰 세워 집요하게 묻겠다. 그러나 진짜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여야 가리지 않고 두 손을 맞잡을 것이다. 그렇게 멈춰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분별하는 것, 그것이 의회다움의 본질이다. 나아가 의회다움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로 뿌리내려야 한다. 국회에는 국회법이 있지만 지방의회는 여전히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산편성권과 조직권, 감사권 같은 핵심 권한이 집행기관에 놓여 있는 한 의회다움은 요원하다. 의회가 집행부 부속기구로 취급받던 과거를 끊어내고 지방자치의 한 축으로 당당히 바로 서려면 지방의회의 온전한 독립이 필요하다. 더 큰 지방자치 시대를 열기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도 반드시 앞당기겠다. 시정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 때론 부딪히고 더딜 수도 있다. 그러나 흔들림 속에서도 시민이라는 중심만 잃지 않는다면 의회다움을 증명해 내리라 믿는다. 의회가 의회다울 때, 서울도 비로소 서울다워진다. 시민이 선거를 통해 명령한 의회다움의 회복에 실력과 성과로 답하는 제12대 시의회가 되겠다.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
  • 몰락한 문명이 현대 인류에 보내는 경고장

    몰락한 문명이 현대 인류에 보내는 경고장

    5000년간 국가의 평균 수명 ‘326년’덩치 커질수록 내부 부패도 빨라져현대 사회, 촘촘히 엮여 초거대화기후위기 등 인류 절멸 가능성 지적 소수의 폭력과 자원 독점 위에 기틀을 올린 거대 국가를 우리는 과연 찬란한 문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실존적 위험 연구 센터 연구원인 저자는 인류가 5000년 동안 칭송해 온 문명의 실체를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위계 권력 구조인 ‘골리앗’으로 재정의한다. 승자의 화려한 기록과 왕의 무덤 뒤편에 가려진 고고학·역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대 권력이 어떻게 탄생하고 왜 반복해서 무너지는지, 그 필연적 법칙을 추적한다. 책은 데이터 위에서 전개된다. 지난 5000년간 존재했던 300개 이상 국가의 수명 데이터베이스와 세계 역사 데이터 뱅크를 정밀 분석한다. 국가의 평균 수명은 고작 326년에 불과했다. 영토가 100만㎢를 넘어서는 거대 제국은 평균 155년 만에 무너졌다. 지배 위계가 공고해지고 불평등이 심해질수록 권력은 외형을 키운다. 하지만 그 내부에서는 부패가 빠르게 진행된다. 스스로 힘과 덩치가 커질수록 스스로 함정에 빠져 무너지는 역설을 저자는 ‘골리앗의 저주’라 명명한다. 저자는 1% 지배층보다 99% 평범한 다수의 삶에 주목한다. 그동안 역사는 제국의 몰락을 비극으로 기록해 왔지만, 과중한 세금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던 피치자들에게는 거대 권력이 해체되고 삶의 조건이 나아지는 해방의 계기였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본래 수렵채집 시절의 인류는 유연하고 평등한 공동체를 이뤘으나, 농경과 집약적 정주 생활로 이행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잉여 생산물의 등장과 약탈 가능한 자원, 독점적 무기 체계가 결합해 탄생한 골리앗은 태생적으로 폭력과 불평등, 질병을 내장했다. 결국 가혹한 압제에 신음하던 대중은 집단 이탈과 반란이라는 거대한 균열에 섰다. 그리고 골리앗이 허물어진 뒤에야 비로소 자율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었다. 경고는 현대 인류가 처한 오늘날에도 작동한다. 이전에는 한 지역의 골리앗이 몰락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사회는 비교적 온전히 존속하며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는 화석연료 산업과 군산복합체, 초국적 기업과 금융, 디지털 플랫폼이 촘촘히 엮인 단 하나의 ‘범지구적 골리앗’ 아래 살아간다. 통제되지 않는 인공지능(AI)의 발전, 기후위기, 전쟁 위험이 얽힌 다중 위기 속에서, 골리앗의 붕괴는 더 이상 국지적 몰락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절멸 가능성을 뜻한다. 특히 단기적인 기술적 처방이나 성장에 대한 맹신이 인류를 자멸로 이끄는 함정이 될 거라는 경고는 깊이 되새길 대목이다. 2023년 AI 과학자들이 인류 절멸의 위험성을 공식 성명으로 경고했던 순간을 상기시키며, 저자는 눈앞의 효율성과 편의를 좇다 시스템 전체를 위기로 밀어 넣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붕괴의 역사를 제대로 읽고,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바로잡는 정의의 실현이야말로 재앙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결론이다.
  • ‘부자 증세’ 맘다니, 뉴욕 ‘세컨드 하우스’ 명단 대거 공개

    ‘부자 증세’ 맘다니, 뉴욕 ‘세컨드 하우스’ 명단 대거 공개

    트럼프 일가, 美 상무장관 등 포함 96만건에 달해 혼란과 불만 지적도 미국 뉴욕시가 고가 ‘세컨드 하우스’를 소유한 부동산 부자 명단을 공개하며 증세를 예고했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뉴욕에 살지 않으면서 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 추가 세금을 걷는 정책을 확정해 추진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뉴욕시는 최근 500만 달러(약 72억원) 이상 세컨드 하우스 96만건을 공개하고 추가 세금 부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개된 명단엔 소유주의 성명과 주소, 부동산 시세 등의 정보가 담겼다. 미 정·재계와 문화계 유력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신탁 관리인으로 있는 3700만 달러 규모 주택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의 전처 제니카 폴슨, 영화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주택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부부와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거주했던 고급 콘도 건물의 주택도 기재됐다. 앞서 뉴욕주의회는 지난 5월 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 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평가 가치에 따라 연 4∼6.5%의 세금이 부과되며, 약 1만 채에서 최소 연간 5억 달러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명단은 뉴욕시 전체 가구(370만 가구)의 4분의 1에 달해 불만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뉴욕 경제단체 ‘파트너십 포 뉴욕시’의 스티븐 풀롭 회장은 “명단 공개가 특정 개인을 표적으로 삼아 망신을 주기 위한 도구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이의 신청을 접수하고 심사를 통해 오는 12월 최종 과세 대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 법인카드 시장 진짜 1위는? 세금 넣으면 KB, 빼면 신한 [경제 블로그]

    “요즘 법인카드 시장 1위가 어디인가요?” 카드업계에 이렇게 물으면 돌아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세금까지 포함한 순위인가요?” 세금 결제액을 더하면 KB국민카드가 선두입니다. 하지만 출장비와 접대비 등 기업이 평소 업무에 쓴 금액만 보면 신한카드가 앞섭니다. 같은 실적인데 집계 기준에 따라 1위가 달라지는 것이죠. 29일 서울신문이 여신금융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일반 법인카드 이용액은 신한카드가 2조 1127억원(점유율 20.41%)으로 전업 카드사 8곳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국민카드가 2조 730억원(20.03%), 하나카드가 1조 8867억원(18.23%)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다만 올해 6월까지 누적 일반 이용액 기준으로는 국민카드가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반 이용액은 국내외 법인 신용·체크카드 결제액에서 세금과 구매전용 결제, 현금서비스를 뺀 금액입니다. 같은 기준에서 국세·지방세 납부액만 더하면 국민카드가 2조 4157억원(19.08%)으로 선두입니다. 신한카드는 2조 3856억원(18.85%), 하나카드는 2조 3696억원(18.72%) 순입니다. 국민카드와 하나카드의 격차는 461억원에 불과합니다. 지난 5월에는 하나카드가 세금 포함 이용액 1위였으니, 기준과 시점에 따라 선두가 바뀌는 한 끗 차이 경쟁인 셈입니다. 카드업계가 세금을 뺀 일반 이용액을 따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금은 납부 시기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이지만, 일반 이용액은 기업이 해당 카드를 실제 업무에서 얼마나 꾸준히 사용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법인카드 경쟁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공동 영업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국민카드는 기업영업본부와 전담 영업부 18개를 신설했고, 신한카드는 법인 섭외 전담조직을 꾸렸습니다. 하나카드는 하나은행과 ‘콜라보 영업’을 강화하는 중이고, 우리카드는 우리은행 출신 기업영업 전문가를 본부장으로 영입했습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관계자는 “계열 캐피탈사가 기업금융 거래를 이어오던 회사에 법인카드를 소개하고 싶다며 연락해 왔다”며 “해당 기업은 다른 카드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공동 영업을 통해 필요한 결제 한도를 제시해 신규 고객으로 유치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카드 자체 혜택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 등 법인회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연간 이용액의 0.5%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와 공동 영업에 나서거나 기업별 결제·자금관리 서비스를 묶는 방식 등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인카드 한 장이 예금·대출·외환 등 다른 기업금융 거래를 끌어오는 ‘입구’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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