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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천적 지식인의 곧은 삶, 고전이 그 뿌리

    실천적 지식인의 곧은 삶, 고전이 그 뿌리

    인간의 길을 가다/장 지글러 지음/모명숙 옮김/갈라파고스/384쪽/1만 8000원 학력 인플레는 점점 심해지는데 진정한 지식인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은 통찰과 혜안을 지닌 실천적 지식인들이 있었던 덕분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불평등으로 인한 기아문제에 경종을 울린 장 지글러가 그중 한 명이다. ‘인간의 길을 가다’는 평생을 불의에 맞서 살아온 지글러의 지적 원동력이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 그를 팔십 평생 동안 지치지 않고 실천적 지식인으로 살아가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인문학적 자서전이다. 지글러는 지식인의 역할을 묻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지글러는 기존의 사회제도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을 지식인의 중요한 역할로 규정하고 지적 거인들의 시대정신을 추적해 감으로써 지식인의 책무를 이야기한다. “지적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더 멀리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토로하는 그는 볼테르, 루소, 마르크스, 막스 베버, 루카치, 조르주 뒤비, 그람시, 호르크하이머, 피에르 부르디외 등 자신의 지적 토양을 이루게 해 준 사상가들의 시대정신을 더듬어 간다. 여기에 더해 지적 거장들의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끌어와 현재 세계의 현안을 재해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루소의 ‘인간불평등 기원론’의 논의를 통해 불평등의 문제를 고찰한 뒤 논의를 현재의 세계 질서로 이어가는 식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인간들 간의 불평등을 현재의 경제 질서에서 찾은 지글러는 “오늘날에는 식량 생산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살 돈이 없어 식량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현재의 농업생산력 수준은 120억명을 부양할 수 있음에도 영양실조와 만성적인 굶주림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그는 마르크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등의 논의를 끌어와 현대 상품사회의 심각한 모순인 의식의 소외문제를 다룬다. 그는 위대한 사상의 재해석을 통해 이론과 실천의 통합을 이끌어 내고 세상을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그람시의 말처럼 그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현재의 구조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글로벌 금융자본의 세계질서 속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구조와 빈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집스럽게 붙들고 평생 씨름하는 이유다. 지글러의 지적 연대기는 지금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며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日 아베 직속 역사인식 검증위 추진

    일본 집권 자민당 일각에서 지난 1년 동안 수시로 제기하던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 등에 대한 역사검증 필요성에 대한 보도가 다시 나오면서 실제로 역사검증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3일 도쿄 외교가에선 역사검증은 미국이 구축한 전후 세계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한국과 중국이 요구하는 과거사 사과 요구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설치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자민당 간부들이 자민당 창당 60주년을 맞아 이달 중에 ‘전쟁 및 역사 인식 검증위원회’를 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 직속기관으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이어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도 다음날 이를 받아 “위원회는 도쿄재판을 포함해 청·일전쟁 이후의 역사를 검증 대상으로 삼으며 당내 온건파인 다니가키 사다카즈 간사장이 조직을 이끄는 방향으로 조율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검증 대상은 도쿄재판과 연합국군총사령부(GHQ)의 점령정책, 평화헌법과 헌법 9조, 태평양전쟁, 위안부, 난징대학살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948년 11월 진행된 도쿄재판에서 A급 전범 25명 가운데 7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도 A급 전범이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전 세계 긴장시킬 러시아 첨단무기 4가지

    전 세계 긴장시킬 러시아 첨단무기 4가지

    지난 7일(현지시간)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세계질서를 잠재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대표적 세력으로서 중국과 함께 러시아를 언급하며 러시아의 최근 행보에 대해 강경한 비난의 입장을 내보였다. 이렇듯 러시아는 IS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강화하고 북극해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등 다시금 군사대국으로서의 입지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내비치며 관련 국가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군사적 역량’을 점차 강조하고 있는 러시아가 개발 중인 첨단무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는 10일(현지시간) 미래 러시아군을 무장시킬 첨단 장비 4종을 소개했다. 1. T-50 Pak FA 스텔스 전투기 T-50은 아직 러시아 공군에서 개발 중인 5세대 전투기다. 이 전투기는 본래 미그-29 전투기와 수-27 전투기의 뒤를 잇는 모델로서, 2010년에 최초 시험비행을 거쳤고 2017년까지 배치를 마칠 계획이다. 대당 가격은 약 520억 원으로 추정되며 예상 운용 기간은 35년이다. 특수하게 고안한 외형을 통해 레이더 감지 확률을 낮춘 스텔스 기종이다. 미국의 F-22 랩터 등의 차세대 전투기와 견줄 수 있는 성능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2. PAK DA 전략 폭격기 현재 개발 중인 러시아의 신형 전략폭격기인 PAK DA는 빠르면 2025년에 실전배치 될 예정이다. 러시아의 장거리 폭격기 계보를 이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기체는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알려진 바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스텔스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아음속(음속 이하의 속도)으로 비행하는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꼬리날개 없이 전체가 하나의 날개 같은 형태를 띤 전익기(全翼機)이기도 하다. 3.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는 기존의 PESA(Pass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를 대체하는 것이다. AESA 레이더 중에서도 일부 기종은 다양한 주파에서 동시에 신호를 발생시키는 기능을 통해 역탐지 가능성을 최소화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해군 선박이나 항공기들은 덕분에 강력한 레이더 신호를 송출하면서도 적들에게 위치를 발각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사용 중이며 러시아군도 향후 해당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4. T-14 아르마타 주력전차 2015년 러시아 전승기념 퍼레이드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아르마타 주력전차는 125㎜주포로 무장했으며 최대 속력은 시속 80㎞에 달한다. 여러 부분에서 자동화를 이루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실제로 포탑이 무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승무원이 포탑에 탑승하지 않는다. 세 명의 승무원은 차체 전방의 별도 공간에 탑승하게 된다. 이외에도 접근하는 적 로켓을 파괴하는 능동방호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특수 코팅을 통해 적 레이더 장비에 포착될 가능성을 줄였기에 ‘스텔스 전차’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中 전승절 열병식] ‘中 벤틀리’ 훙치 탄 시진핑… 1만여 병력 향해 “동즈먼 신쿠러!”

    [中 전승절 열병식] ‘中 벤틀리’ 훙치 탄 시진핑… 1만여 병력 향해 “동즈먼 신쿠러!”

    “동즈먼 신쿠러!”(同志們 辛苦了!·동지들 고생 많습니다!). “웨이런민푸우!”(爲人民服務!·인민을 위한 봉사입니다!). ‘중국 벤틀리’로 불리는 고급 승용차 훙치 무개차를 타고 1만 2000여명의 병력을 사열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표정은 한없이 온화해 보였다. 군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목소리도 부드러웠다. 그러나 최고통수권자의 치하에 대답하는 군인들의 눈매는 이글거렸고, 함성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3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서 시 주석은 평화를 강조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군인과 신무기는 군사굴기(軍事崛起)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강력한 군사·경제력으로 중국식 평화와 세계질서를 펼치려는 중국의 포부가 유감 없이 드러난 열병식이었다. ●習 “전쟁이란 다모클레스의 칼 드리워” 시 주석은 이날 과거의 전쟁과 미래의 평화를 동시에 말했지만, 방점은 평화에 찍었다. 예상과 달리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과 현재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경향에 대해서도 별다른 비판을 가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기념사 첫머리에서 “중국은 일본 침략자들에게 가장 먼저 대항해서 가장 마지막까지 싸워 이긴 국가”라면서 “중국에서 3500만명, 세계적으로 1억명이 숨진 반파시트 전쟁을 역사의 거울로 삼아 인류가 함께 발전하는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절대로 우리가 당했던 비극을 다른 민족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과오를 겨냥하기보다는 중국의 희생과 미래를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30만명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해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군축을 제시했다. 이는 동·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는 미국과 일본에 평화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군축을 발표하면서 “전쟁이라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인류의 머리에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비전투요원 줄여 군사력 강화 포석 그러나 시 주석이 강조한 평화는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이다. “중화민족이 5000년 역사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으며 더욱 찬란한 내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시 주석의 발언에선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30만명 감축도 곧바로 중국의 군사력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은 1966년부터 지금까지 10차례 걸쳐 감축을 단행해 600만명에 이르던 병력을 230만명으로 줄였는데, 대부분 비전투 요원의 감축이었다. 환구시보는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도 비전투요원 중심의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군은 심각한 계급 적체와 비리 문제로 감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원 감축으로 절약되는 비용은 신무기 획득 등 군 현대화 전략에 사용될 가능성이 커 오히려 군사력 강화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항일 70주년을 맞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치르고,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21D와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6’ 등 수많은 신무기를 공개한 것 자체가 미국과 일본을 향한 경고이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앞세워 일본, 동남아시아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안보 법제 제·개정을 통해 중국에 빼앗긴 동아시아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일본을 향해 “힘 대결에서도 이젠 밀리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朴대통령, 中 열병식도 참석 가능성… 막판까지 득실 ‘저울질’

    朴대통령, 中 열병식도 참석 가능성… 막판까지 득실 ‘저울질’

    청와대가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열리는 중국의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핵심 행사인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 말을 아낀 것은 그만큼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여부에 말을 아끼는 것은 열병식이 갖고 있는 성격 때문이다. 오는 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릴 열병식에는 1만명 이상의 병력과 최신 무기가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 군사력 면에서도 힘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행사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주요 서방국 정상은 대부분 열병식 행사에 불참한다. 열병식 참석이 확정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이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 거의 유일한 서방권 정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만을 놓고 보면 열병식 참석 가능성을 높게 보기도 한다. 실제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이 2일 저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방중 공식 일정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후 3일 오전 열병식과 점심에 리셉션 겸 오찬이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만찬과 당일 오찬 자리에만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중국의 전승절 초청을 받아 참석하는 마당에 전승절 행사의 핵심인 열병식 일정을 소화해 방중 의미를 확실히 해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동북아는 물론 세계질서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의 양자 구도로 지형을 새로 짜려는 중국의 의도가 명확한 상황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을 선택했다는 인상을 주는 만큼 열병식만큼은 불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열병식 행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최대한 살펴본 뒤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과 사전에 완전하고 충분하게 소통했다”며 “우리 입장이나 고려 사항을 전달했고 미국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고 답변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씨줄날줄] 시진핑의 외교술/오일만 논설위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6월 첫 미·중 정상회담에서 놀랄 만한 발언을 한다. 회의 도중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이 나눠 써도 될 만큼 충분히 넓다”며 넌지시 운을 뗐다. 세계 1, 2위 국가인 미·중 양국이 싸우지 말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공존하자는 메시지다. 이른바 시진핑 외교 전략의 핵심인 ‘신형대국 관계론’을 설파한 것이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아시아 회귀전략, 즉 중국 포위전략에 대한 중국의 반론이기도 하다. 포장은 그럴듯하지만 기득권을 쥔 미국의 입장에서는 태평양 지역의 절반을 달라는 중국의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2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 시기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중국의 모든 외교 전략은 신형대국 관계론으로 수렴된다. 이 전략은 덩샤오핑과 후진타오의 외교 전략인 ‘때를 기다리라’는 도광양회와 ‘할 말을 하겠다’는 유소작위의 절충선으로 보면 된다. 한마디로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 당분간 일전(一戰)을 피하면서 경제 대국의 길을 찾겠다는, 2등 국가 중국의 노련한 외교 안보 전략인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갖기 위해 최소한 15~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중국의 야심 찬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시 신형대국 관계론의 구체적 실천 수단이다. 육지와 바다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하나로 잇는 범중국 경제권이 목표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달러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해 경제의 중심을 중국으로 이동시키려 대미 경제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냉전에 버금갔던 중·일 관계가 화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일본 대표단 3000명에게 만찬을 베풀면서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乎)라며 환대했다. 당나라 시절 일본 유학생 아베노 나카마로를 언급하면서 “시인 이백 등과 깊은 우정을 나눴다”는 말로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까지도 노골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비판하던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중일 우호증진’을 합창하고 나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시 주석의 원모심려 계책이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달 23일 중·일 정상회담 직후 “중국의 평화굴기 과정에서 중·일 관계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와 AIIB 구상에 경제 대국인 일본이 동참하는 것이 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설도 실었다. 비록 미국과 한 편이 돼서 군사적으로 중국과 대결 하고 있는 일본마저 활용하겠다는 중국의 외교 전략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美국방 방한으로 본 ‘사드 논란’ 파헤치기(下)- 미국의 진짜 속내

    美국방 방한으로 본 ‘사드 논란’ 파헤치기(下)- 미국의 진짜 속내

    <上편에서 계속>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하려는 사드용 레이더인 AN/TPY-2는 120도 각도로 1,800km 거리까지 볼 수 있는 전방배치모드와 60도 각도로 600km 거리까지 볼 수 있는 종말단계모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운용할 수 있으며, 두 모드는 통제 소프트웨어와 일부 통신망 설정을 제외하면 동일하기 때문에 8시간 이내에 모드를 바꾸어 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미군이 준비하고 있는 AN/TPY-2 레이더의 개량형이 배치될 가능성, 그리고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 : Command 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과 통합공중미사일방어전투지휘체계(IBCS : 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Battle Command System)의 통합 작업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한미군에 개량형 TPY-2 레이더가 배치되고 이 레이더의 운용을 위해 C2BMC가 설치된다면 한반도에는 사실상 미국의 MD 체계가 구축된다는 이야기다. -갈팡질팡하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방장관 재임 중에 “주한미군의 사드 전력화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김 실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던 이유는 자신의 작품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김관진 실장의 장관 재임 시절 만들어진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 Korea Air Missile Defense) 구상은 사거리 30km짜리 패트리어트 PAC-3와 7~8년 후에나 개발될 사거리 50km짜리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개량형(L-SAM)으로만 구성된 종말단계 하층방어 개념이다. 이들 미사일들은 사거리가 짧고 공군기지 주변에만 배치되기 때문에 서울·오산·원주·충주·청주·서산·광주·대구 정도만 보호가 가능하다. 즉, KAMD는 10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어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되, 이들 주요 도시에 살지 않는 3,700만 명의 국민들은 포기하겠다는 구상이다. KAMD(Korea Air Missile Defense)보다는 KAMD(Korea Airfield Missile Defense), 즉 한국형 공군기지 미사일방어 개념에 더 가깝다. 북한이 우리 영토에 직접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들마저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휴전선 상공 100km 이상 고고도에서 핵탄두를 폭파시켜 한반도 전역에 광역 EMP(Electromagnetic Pulse) 공격을 가할 경우에도 KAMD는 무용지물이다. 요격 가능 고도가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와 같은 요격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평택에 배치하면 수도권 전역과 강원도 영서 지역, 충청도 대부분이 방어권에 들어오고, 북한의 고고도 EMP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고고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할 경우 미국의 MD 체계 편입이라는 오해를 받을 것을 두려워했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면서 그동안 사드나 SM-3 미사일 도입 가능성을 철저히 부인해 왔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자신들의 예산으로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해주겠다고 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기회를 잡는 셈이었지만, 중국 눈치를 보며 아직까지도 ‘전략적 모호성’ 타령만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반 세기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해 왔고, 전략미사일부대인 제2포병 예하 제51기지 3개 미사일여단 수 백기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한반도에 겨냥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고사하고 자위권 차원에서 필요한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미국의 진짜 속내 우리 정부가 방향조차 못 잡고 헤매는 사이 미국은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오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연방정부 재정 적자 누적에 시달리며 예산 자동삭감(Sequestration)의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이 미-중 사이에서 눈치만 보며 ‘전략적 모호성’만 주장하는 박쥐같은 동맹국을 위해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못 써서 안달이라는 주장은 삼척동자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정답은 미래에도 미국의 범지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에 힘입어 2010년대 들어 G2로서의 위상을 굳히기 시작했고, 시진핑 집권 이후등소평 시기부터 이어져 온 대외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조용히 힘을 키운다는 전략에서 탈피해 돌돌핍인(咄咄逼人) 전략, 즉 거침없이 타국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이 전략대로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정책을 펴고 있다.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순시선을 보내 탐사선의 케이블을 절단하는가 하면 필리핀 영해 한복판에 있는 아융인 섬에 보급물자를 나르던 필리핀 정부 선박을 위협하면서 필리핀 병력 철수와 섬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 영해를 침범해 쌍끌이 그물로 치어까지 싹쓸이하던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하던 중 중국 선원들의 공격으로 우리 해양경찰 대원이 살해당하자 유감 표명은 고사하고 어선과 선박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여 우리 국민들을 격분케 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처럼 안하무인인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단계적 도련선 확보계획을 추진하면서 서태평양을 자신들의 안마당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 1단계인 제1도련선은 한반도와 일본 규슈,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잇는 가상의 선이다. 중국은 이미 이 도련선 안에서 완벽한 군사적 우위를 달성했고,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 지역 국가들을 거침없이 압박하고 있다. 다음 단계인 제2도련선은 사이판과 괌, 인도네시아를 잇는 선이다. 중국의 항모전단이 완성되고 DF-21D 대함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대량으로 운용하는 H-6K 전략폭격기 전력화가 완료되는 2020년대 초반이 되면 중국은 제2도련선 내에 미 해군의 진입을 거부하고 서태평양 전역을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만드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A2/AD :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이 완성되는 것이다. 중국의 A2/AD 전략 완성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종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21세기에도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A2/AD를 격파하기 위한 전략을 오래 전부터 구상해왔고, 그 구상의 산물로 내놓은 것이 합동작전적접근개념(JOAC : Joint Operational Access Concept)이다. 지난 2012년 1월 미 국방부가 내놓은 이 개념은 도련선 일대에서 공해전투(Air Sea Battle)을 통해 중국 항모전단을 궤멸시키고, 도련선 안으로 접근해 중국 해군과 해군항공대, 공군전력을 격파하며, 중국 연안에서 제해권과 제공권이 확보되면 중국 영토 내 전략적 거점에 대량의 공습을 퍼부은 뒤 지상군 병력을 투입해 전략적 목표를 파괴하고 철수한다는 것이 JOAC의 핵심 개념이다. JOAC 개념에서 2단계와 3단계 개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도련선 안으로 접근하는 미 해군 항모전단에 가장 위협적인 전력인 대함탄도미사일 동풍(東風)-21D를 제압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용 레이더를 배치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퉁화 시(通化市)와 요령성(遼寧省) 다롄시(大連市) 일대에 배치된 DF-21를 조기에 탐지해 요격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C2BMC와 IBCS를 통합하는 범지구적 미사일방어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일본 영해 인근에 있는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하기 위해 동북3성 지역에서 DF-21D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반도에 배치된 X밴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을 발사 직후부터 탐지/추적해 C2BMC로 전송하면, 이 데이터를 동해 또는 요코스카 인근 해상에 배치된 이지스 구축함이 받아 사거리 1,500km, 요격고도 500km인 SM-3 Block IIA 미사일을 발사, 동해상에서 DF-21D을 조기에 요격해버릴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1년 4월에 이러한 협동교전 능력을 시연했고, 2013년 2월에 실제 요격 실험에 성공한 바 있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간단하다. X밴드 레이더를 한반도에 배치해 미국 태평양함대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해 JOAC 개념의 2단계 전략의 원활한 시행을 보장하고, 사드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 편입시켜 버림으로써 JOAC 개념 3단계 전략에서 지상군 투입의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챙기면서, 중국의 태평양 장악 야욕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도 얻게 되는 셈이니 사드 한반도 배치에 들어가는 1조원 안팎의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사드가 어떤 무기체계이고 전술·전략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미국의 사드 배치 추진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외교·안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는 중국의 A2/AD 전략과 미국의 JOAC 개념의 접점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우리가 사드 배치를 용인하면서 JOAC 개념에 일조하는 방향의 정책을 취하면 중국은 미국의 비수(匕首) 앞에 급소를 노출하게 되는 형국이 되고, 반대로 우리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서 중국과 보조를 맞춘다면 미국은 서태평양에서의 전략적 통제력을 상실하고 나아가 세계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패할 수도 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통해 본격적으로 점화될 사드 협상에서 ‘갑’은 대한민국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지피지기(知彼知己)한다면 협상을 통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을 것이지만, 지금처럼 갈팡질팡한다면 최대의 호기를 놓치고 격랑의 국제정세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변방국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기획] ‘사드 논란’ 파헤치기(下)-헤매는 한국과 치밀한 미국

    [기획] ‘사드 논란’ 파헤치기(下)-헤매는 한국과 치밀한 미국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하려는 사드용 레이더인 AN/TPY-2는 120도 각도로 1,800km 거리까지 볼 수 있는 전방배치모드와 60도 각도로 600km 거리까지 볼 수 있는 종말단계모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운용할 수 있으며, 두 모드는 통제 소프트웨어와 일부 통신망 설정을 제외하면 동일하기 때문에 8시간 이내에 모드를 바꾸어 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미군이 준비하고 있는 AN/TPY-2 레이더의 개량형이 배치될 가능성, 그리고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 : Command 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과 통합공중미사일방어전투지휘체계(IBCS : 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Battle Command System)의 통합 작업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한미군에 개량형 TPY-2 레이더가 배치되고 이 레이더의 운용을 위해 C2BMC가 설치된다면 한반도에는 사실상 미국의 MD 체계가 구축된다는 이야기다. -갈팡질팡하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방장관 재임 중에 “주한미군의 사드 전력화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김 실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던 이유는 자신의 작품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김관진 실장의 장관 재임 시절 만들어진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 Korea Air Missile Defense) 구상은 사거리 30km짜리 패트리어트 PAC-3와 7~8년 후에나 개발될 사거리 50km짜리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개량형(L-SAM)으로만 구성된 종말단계 하층방어 개념이다. 이들 미사일들은 사거리가 짧고 공군기지 주변에만 배치되기 때문에 서울·오산·원주·충주·청주·서산·광주·대구 정도만 보호가 가능하다. 즉, KAMD는 10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어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되, 이들 주요 도시에 살지 않는 3,700만 명의 국민들은 포기하겠다는 구상이다. KAMD(Korea Air Missile Defense)보다는 KAMD(Korea Airfield Missile Defense), 즉 한국형 공군기지 미사일방어 개념에 더 가깝다. 북한이 우리 영토에 직접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들마저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휴전선 상공 100km 이상 고고도에서 핵탄두를 폭파시켜 한반도 전역에 광역 EMP(Electromagnetic Pulse) 공격을 가할 경우에도 KAMD는 무용지물이다. 요격 가능 고도가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와 같은 요격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평택에 배치하면 수도권 전역과 강원도 영서 지역, 충청도 대부분이 방어권에 들어오고, 북한의 고고도 EMP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고고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할 경우 미국의 MD 체계 편입이라는 오해를 받을 것을 두려워했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면서 그동안 사드나 SM-3 미사일 도입 가능성을 철저히 부인해 왔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자신들의 예산으로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해주겠다고 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기회를 잡는 셈이었지만, 중국 눈치를 보며 아직까지도 ‘전략적 모호성’ 타령만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반 세기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해 왔고, 전략미사일부대인 제2포병 예하 제51기지 3개 미사일여단 수 백기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한반도에 겨냥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고사하고 자위권 차원에서 필요한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미국의 진짜 속내 우리 정부가 방향조차 못 잡고 헤매는 사이 미국은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오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명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연방정부 재정 적자 누적에 시달리며 예산 자동삭감(Sequestration)의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이 미-중 사이에서 눈치만 보며 ‘전략적 모호성’만 주장하는 박쥐같은 동맹국을 위해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못 써서 안달이라는 주장은 삼척동자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정답은 미래에도 미국의 범지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에 힘입어 2010년대 들어 G2로서의 위상을 굳히기 시작했고, 시진핑 집권 이후등소평 시기부터 이어져 온 대외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조용히 힘을 키운다는 전략에서 탈피해 돌돌핍인(咄咄逼人) 전략, 즉 거침없이 타국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이 전략대로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정책을 펴고 있다.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순시선을 보내 탐사선의 케이블을 절단하는가 하면 필리핀 영해 한복판에 있는 아융인 섬에 보급물자를 나르던 필리핀 정부 선박을 위협하면서 필리핀 병력 철수와 섬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 영해를 침범해 쌍끌이 그물로 치어까지 싹쓸이하던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하던 중 중국 선원들의 공격으로 우리 해양경찰 대원이 살해당하자 유감 표명은 고사하고 어선과 선박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여 우리 국민들을 격분케 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처럼 안하무인인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단계적 도련선 확보계획을 추진하면서 서태평양을 자신들의 안마당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 1단계인 제1도련선은 한반도와 일본 규슈,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잇는 가상의 선이다. 중국은 이미 이 도련선 안에서 완벽한 군사적 우위를 달성했고,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 지역 국가들을 거침없이 압박하고 있다. 다음 단계인 제2도련선은 사이판과 괌, 인도네시아를 잇는 선이다. 중국의 항모전단이 완성되고 DF-21D 대함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대량으로 운용하는 H-6K 전략폭격기 전력화가 완료되는 2020년대 초반이 되면 중국은 제2도련선 내에 미 해군의 진입을 거부하고 서태평양 전역을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만드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A2/AD :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이 완성되는 것이다. 중국의 A2/AD 전략 완성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종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21세기에도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A2/AD를 격파하기 위한 전략을 오래 전부터 구상해왔고, 그 구상의 산물로 내놓은 것이 합동작전적접근개념(JOAC : Joint Operational Access Concept)이다. 지난 2012년 1월 미 국방부가 내놓은 이 개념은 도련선 일대에서 공해전투(Air Sea Battle)을 통해 중국 항모전단을 궤멸시키고, 도련선 안으로 접근해 중국 해군과 해군항공대, 공군전력을 격파하며, 중국 연안에서 제해권과 제공권이 확보되면 중국 영토 내 전략적 거점에 대량의 공습을 퍼부은 뒤 지상군 병력을 투입해 전략적 목표를 파괴하고 철수한다는 것이 JOAC의 핵심 개념이다. JOAC 개념에서 2단계와 3단계 개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도련선 안으로 접근하는 미 해군 항모전단에 가장 위협적인 전력인 대함탄도미사일 동풍(東風)-21D를 제압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용 레이더를 배치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퉁화 시(通化市)와 요령성(遼寧省) 다롄시(大連市) 일대에 배치된 DF-21를 조기에 탐지해 요격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C2BMC와 IBCS를 통합하는 범지구적 미사일방어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일본 영해 인근에 있는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하기 위해 동북3성 지역에서 DF-21D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반도에 배치된 X밴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을 발사 직후부터 탐지/추적해 C2BMC로 전송하면, 이 데이터를 동해 또는 요코스카 인근 해상에 배치된 이지스 구축함이 받아 사거리 1,500km, 요격고도 500km인 SM-3 Block IIA 미사일을 발사, 동해상에서 DF-21D을 조기에 요격해버릴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1년 4월에 이러한 협동교전 능력을 시연했고, 2013년 2월에 실제 요격 실험에 성공한 바 있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간단하다. X밴드 레이더를 한반도에 배치해 미국 태평양함대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해 JOAC 개념의 2단계 전략의 원활한 시행을 보장하고, 사드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 편입시켜 버림으로써 JOAC 개념 3단계 전략에서 지상군 투입의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챙기면서, 중국의 태평양 장악 야욕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도 얻게 되는 셈이니 사드 한반도 배치에 들어가는 1조원 안팎의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사드가 어떤 무기체계이고 전술·전략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미국의 사드 배치 추진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외교·안보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는 중국의 A2/AD 전략과 미국의 JOAC 개념의 접점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우리가 사드 배치를 용인하면서 JOAC 개념에 일조하는 방향의 정책을 취하면 중국은 미국의 비수(匕首) 앞에 급소를 노출하게 되는 형국이 되고, 반대로 우리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서 중국과 보조를 맞춘다면 미국은 서태평양에서의 전략적 통제력을 상실하고 나아가 세계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패할 수도 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통해 본격적으로 점화될 사드 협상에서 ‘갑’은 대한민국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지피지기(知彼知己)한다면 협상을 통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을 것이지만, 지금처럼 갈팡질팡한다면 최대의 호기를 놓치고 격랑의 국제정세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변방국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씨줄날줄] 시진핑의 新실크로드 야망/오일만 논설위원

    중화 부흥을 외치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육지와 바다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하나로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을 선언했다. 2200년 전 세계 최강국 중국의 실크가 퍼져 나간 길을 통해 21세기 중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미가 짙다. 최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발표했다. 일대(一帶)는 ‘하나의 띠’란 의미로 한(漢) 무제가 개척한 동서 교역로인 실크로드로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횡단 축이다. 일로(一路)는 명(明) 영락제 당시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로로 해상 실크로드에 해당한다. 남중국해를 지나 말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며 지중해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축과 연결된다. 중국은 육·해상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며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확산시키는 ‘범중화경제권’을 제시한 것이다. 60여개국의 44억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구상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또는 최근 미 의회에 제출된 ‘아시아 그물망 구상’에 대한 전방위 반격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으로도 불리는 그물망 구상은 군사적으로 일본·한국·필리핀·호주와 미국이 맺은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일본·호주 등 12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축으로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중국과 숙명적 라이벌인 인도를 끌어들여 ‘전략적·경제적 파트너십’을 맺고 경제를 지원하는 것도 일종의 대중 포위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미국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중국은 이번에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달러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해 경제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키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중국의 꿈’을 실현한다는 ‘시진핑의 야망’과도 같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1000억 달러 자금과 육해상 신실크로드 펀드 400억 달러가 실탄이다. 송유관·가스관 등 인프라 및 금융 협력이 주요 목표다. “지구 최대의 돈 잔치”로 떠오르면서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나라가 동남아와 유럽 국가들이다. 돈 냄새를 맡은 영국을 필두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우방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며 중국의 손을 잡았다. 경제 활력을 잃어 가는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적 유혹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일대일로 구상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며 유럽~러시아~중국~북한~한국을 잇는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이제 눈길도 안 주는 ‘찬밥 신세’로 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발표대로 ‘코리아 실크로드’가 본궤도에 올라야 한반도 통일 기반도 구축될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시론] 얄타, 몰타, 그리고 크림반도/제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

    [시론] 얄타, 몰타, 그리고 크림반도/제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1945년 2월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휴양지 얄타에서 전후 세계질서를 논의하기 위한 연합국 수뇌회담, 즉 ‘얄타회담’이 열렸다. 얄타에서 그려진 밑그림에 따라 유럽은 미국과 소련의 영향권으로 분할됐고, 이렇게 탄생한 ‘얄타체제’는 냉전의 기초가 됐다. 그로부터 44년 후인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에서 미·소 정상은 ‘냉전의 종언’, 다시 말해 ‘얄타체제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른바 탈냉전기가 시작된 것이다. 몰타회담 이후 소련은 독일의 통일을 인정했으며, 나토에 맞선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도 해체했다. ‘냉전의 종언’을 이끌어 낸 주체로서 이제 미국과의 건설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세계질서를 주도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달랐다. 소련의 패배로 냉전이 끝났다고 보는 미국이 탈냉전기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소련과 공유할 이유는 없었다. 따라서 나토는 해체가 아닌 확대의 길을 선택했고, 뒤를 이어 유럽연합도 동쪽으로 확대를 시작했다. 과거 소련의 영향력하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이 차례로 나토와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되면서 러시아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 갔다. 결국 러시아는 자신이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서 탈냉전기 세계질서를 주도할 수 없고, 유럽의 안보·경제 통합 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서 탈소비에트 지역 통합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과거 소련의 국경선까지 확대된 나토와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 마지막 남은 완충지대가 바로 우크라이나였다.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사실상 자유무역협정에 해당하는 제휴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던 우크라이나에 압박과 설득을 가했고, 그 결과 2013년 1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협정 체결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대중적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축출과 친서방적인 과도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 지역이던 크림반도를 분리하기로 결심했다. 2014년 3월 16일 크림반도 전역에서 주민 투표가 실시됐고, 이틀 후인 3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크림반도 병합조약에 서명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처럼 자신의 사활적 이익 침해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넘어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미국이 ‘강요하는’ 세계질서에 더이상 순응하지 않겠다는 견결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국가 체계로 완전히 통합됐다. 그렇다면 크림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가장 강도 높은 대러 제재를 하고 있는 미국은 합병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얄타회담에서 소련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면서 냉전이 시작됐다고 보는 ‘얄타 트라우마’가 정계 보수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양보의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반면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은 의회교서를 통해 향후 크림반도의 지위 변경에 대한 어떠한 협상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크렘린의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몰타회담 이후 진행된 탈냉전의 결과가 결코 공정하지 못했다고 보는 ‘몰타 트라우마’가 있다. 따라서 크림반도는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와 별개로 오랜 기간 공식적 불인정 영토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세계질서는 불변이 아니다. 냉전을 잉태한 얄타회담, 탈냉전을 선언한 몰타회담처럼 새로운 계기를 통해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또 변해 왔다. 이러한 변화에서 우리 역시 자유롭지 않다. 냉전은 우리에게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한계를 주었고, 탈냉전은 대외 관계를 비약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또 다른 세계질서를 예고하는 서막인지도 모른다. 1980년대 말 탈냉전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고 북방정책을 추진했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보다 거시적이고 유연한 새로운 대외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 부상하는 中 그래도 美가 한수 위

    부상하는 中 그래도 美가 한수 위

    경제, 외교, 군사 등 여러 분야의 수면 위아래에서 미국과 중국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물론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대국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미국이 가장 많은 나라에 해외 군사기지를 두고서, 가장 많은 미군을 해외에 파견하고 있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라는 사실 역시 두 말 할 나위 없다. 20세기 들어 발생한 대부분의 국제분쟁에 미국이 개입했음 또한 물론이다. 하지만 미래를 전망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주요 2개국(G2)이 됐으며 머지않은 시간, 2020~2030년 즈음이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긴 해도 그 가능성은 커지고 부정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미 의회조사국이 발표한 중국 경제성장 관련 보고서에서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중국이 올해 안에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세계은행 발표를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30년이 되면 중국의 GDP가 미국보다 약 36% 정도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뿐 아니다. 2013년 말 미국 의회 청문회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력이 지난 10여년간 질적으로 지속적인 증강을 이룬 가운데 가까운 시일 내에 해군력은 서방 선진국에 필적하고, 미국을 위협할만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실제 2012년 취항한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비롯해 핵탑재 잠수함, 스텔스기,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했다. 또 음속의 10배에 달하는 극초음속 비행체 발사실험을 진행,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이 여러모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미국 추월이 결정된 미래는 아니다. 미국 진보진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소속이면서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 사상가로 꼽히는 로버트 케이건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종말을 맞는다면 20세기 초와 비교해 우리가 입는 파괴와 손실이 훨씬 적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은 쇠퇴하고 있는가? 스스로 미국의 질서를 포기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잇따라 던진다. 그의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그는 최근 ‘미국이 만든 세계’(The World America Made)를 펴내면서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단일 국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그 역시 중국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못한다.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중국을 꼽는다. 양적인 규모로만 보면 이번 세기 안에 미국경제를 추월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최강대국이 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인도, 일본 등 아시아 다른 강대국들이 모두 무너져서 중국에 종속돼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논거다. 이 밖에 중국자본주의가 여전히 국가자본주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자유경제질서에 어긋난다는 점 등이 중국의 경제적 패권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전 세계에 민주국가라 부를 수 있는 나라는 10여 개 국가 정도였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세계에는 110여 개 국가가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고, 급속한 경제성장도 이뤄졌으며, 그 중심에 미국의 역할이 있다고 자부한다. 국익의 추구 속에서도 기본적으로 자유와 인권의 수호자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일종의 미국의 ‘자화자찬 성과보고서’로 읽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 체계 및 기조,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향후 방향성을 짚어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 없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라도 미국의 강점과 기존의 현대사 속에서 수행했던 역할을 선입견 없이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열린세상] 뉴글로벌시대, 한국의 해양 군사전략/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평택대 남북문제연구소장

    [열린세상] 뉴글로벌시대, 한국의 해양 군사전략/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평택대 남북문제연구소장

    21세기 역시 ‘바다의 국제정치학’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해양 전략’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해양 국가전략’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최근 몇 년 동안 ‘바다’와 관련한 안보태세와 발전전략이 격렬한 한반도 정치와 국내정치 갈등에 함몰됐기 때문이다.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의 남북한 충돌과 지속적인 정쟁(政爭), 제주 민군복합항 건설 등에 대한 국가와 급진 시민단체의 충돌, 예기치 못한 ‘세월호의 비극’은 우리의 ‘바다’에 대한 관심을 내해(內海)로 국한했다. 지금 우리는 뉴글로벌 시대에 직면해 있다. 1991년 12월 말 구소련의 붕괴 이후 탈냉전의 세계질서는 공존과 공영의 제도화, 무(無)국경 글로벌시대라는 장밋빛 미래가 기대됐다. 그러나 2001년 9·11사태와 ‘중국의 급부상’은 글로벌 시대가 결코 협력과 통합의 시대가 아니라 경쟁과 갈등이 더욱더 복합적 형태로 고조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예를 들면 중국 동해(East Sea)에서의 미·중의 긴장, 중·일, 한·일, 그리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의 ‘해양 영유권 분쟁’은 뉴글로벌 시대 바다를 둘러싼 긴장과 대립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요동치는 동북아 국제질서에 우리는 어떻게 해양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화할 것인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뉴글로벌 시대 해양 전략은 한반도 차원의 대북억지 전략의 재구성, 동북아 해양갈등과 영유권 분쟁에 대한 실효적 대비와 대응, 해로(海路)를 둘러싼 경제이익의 보호와 확대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준비돼야 할 것이다. 이런 준비는 한국 해군의 전략 및 운용 변환과 직결된다. 첫째, 우리의 해양 전략은 대북 및 통일 전략과 관련해 굳건하고 유연한 군사 대비태세의 일환으로 재구성되고 개혁돼야 할 것이다.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은 핵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군사도발이었다. 이와 같은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억제하고 계속되는 추가도발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해군은 ‘공세적 방어’(offensive defense) 태세를 확립하고, 함대 전력의 변환과 운용 등 ‘입체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평택 2함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수도권 연안의 철벽 방어와 대북 역강압(counter-cohesion)의 중심함대로서 ‘방어 공격’의 연계전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미·중과 중·일 해양 경쟁은 영토, 군사, 경제 등 다층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각국은 자국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해군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중국은 일본 남쪽 이즈제도에서 괌과 사이판을 잇는 공세적 제2열도선(列島線) 선언과 항공모함을 배치했다. 한편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강화하고 첨단화된 해군력 작전반경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항공모함을 서해에 급파했다. 이렇듯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바다는 강대국의 해양 전략의 마찰과 긴장에 휩싸이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제주 민군복합항의 조기 준공과 해로 안전의 지속적이고 확장적 확보에 주력하고, 동해함대는 대북 타격, 독도수호의 대일 감시 및 접근차단 전력과 작전능력을 향상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한국의 조선업은 현재 중국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LNG선 등 첨단 조선 능력에서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북 군사 억지와 전력 우위, 동북아 해양경쟁에서의 적실성 있는 대응을 위해 해군과 조선업계의 유기적인 결합이 훨씬 더 요구된다. 왜냐 하면 뉴글로벌 시대의 전 세계 바다는 미·중의 군사경쟁뿐만 아니라 국가 간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 자원, 물류 등 다양한 해양 갈등의 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조하자면 정부는 해양전략에 있어서, 삼군(三軍)의 역할 및 비중의 조정 문제를 넘어서 범정부 차원에서 민·군(民軍) 협력과 국제 협력을 더욱더 심화, 확대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적 해양 전략은 주변국들의 해양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한반도 통일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원동력이 돼야 한다. 해군은 해양을 통해 국익을 증대시키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을 제고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통일시대 ‘대륙-해양’ 연결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 “평양~원산서 미군 북진 멈췄으면 통일됐을 것”

    “평양~원산서 미군 북진 멈췄으면 통일됐을 것”

    헨리 키신저(91)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펴낸 저서 ‘세계질서’(World Order)에서 미국이 1950년 한국전쟁 때 평양~원산 부근에서 북진을 멈췄으면 중국의 군사개입을 막고 통일을 이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군이 한반도의 가장 좁은 목인 평양~원산 라인에서 진격을 멈췄으면 북한 전쟁 수행 능력의 대부분을 궤멸시키고 북한 인구의 90%를 흡수해 통일한국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경을 놓고 중국과 문제가 될 소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미군이 평양~원산에서 멈춘다면 중국은 당장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마오쩌둥은 미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자 이를 중국에 대한 ‘봉쇄’ 전략으로 인식하고 군사개입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마오쩌둥은 미국이 한국을 점령한 뒤 베트남과 주변국들을 침략할 것이라고 여겼다”며 “이에 따라 마오쩌둥은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3년 조선반도를 침략했을 당시 중국 지도자들이 구사했던 (군사개입) 전략을 되풀이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국전쟁은 중국엔 굴욕의 세기를 끝내고 세계 무대에 나서는 상징임과 동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전쟁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라며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1970년대 미·중 수교의 물꼬틀 트는 등 친중 성향의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은 북한의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며 “북한 문제 논의는 미·중 ‘신형 대국 관계’를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 1위는 아일랜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 1위는 아일랜드, 한국은?

    국가 및 기업브랜드 컨설팅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사이먼 안홀트가 각국 자료를 토대로 ‘좋은 나라’(the Good Country) 지표를 발표했다. UN과 NGO 그리고 여러 국제적인 조사단체가 분석한 총 125개국의 데이터 35편을 토대로 과학, 문화, 국제 평화와 안보, 세계질서, 지구 기후 관리, 평등과 번영, 건강과 복지 등 7개 분야의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아일랜드가 총점 1위를 차지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의 영광을 차지했다. 아일랜드는 과학기술 분야와 기후관리, 국제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각각 20위, 45위, 33위를 차지했으며, 번영과 평등 분야 1위, 세계질서 분야 4위, 건강과 복지 분야 9위를 차지했다. 핀란드와 스위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이 각각 2, 3, 4위로 뒤를 이었으며, 미국은 21위, 일본은 25위, 중국은 38위에 랭크됐다. 한국은 전체 순위 47위를 기록했다. 세부 순위를 보면 기술과학 분야에서는 30위, 문화 분야에서 34위, 세계질서 45위, 기후관리 71위, 번영과 평등 분야 60위, 건강복지 분야 65위 등을 차지했다. 순위가 가장 낮은 것은 국제 평화와 안보 분야로, 125개국 중 119위에 머물렀다. 각 분야별 1위를 차지한 나라는 ▲ 과학기술-영국 ▲문화-벨기에 ▲국제 평화와 안보-이집트 ▲세계질서-독일 ▲지구 기후관리-아이슬란드 ▲번영과 평등-아일랜드 ▲건강복지-스페인 등이다. 반면 하위권에는 리비아(125위), 베트남(124위), 이라크(123위) 등 국가가 차지했다. ‘좋은 나라 지표’를 제작한 사이먼 안홀트는 “경제 수치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을 랭킹한 지표는 많지만 인도주의적, 문화, 교육적 차원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 것은 많지 않다. 이번 조사는 도덕적 판단이 아닌 가능한 객관적인 수치로 만든 것”이라면서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공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세계서 가장 좋은 나라 1위는 아일랜드…한국은?

    세계서 가장 좋은 나라 1위는 아일랜드…한국은?

    국가 및 기업브랜드 컨설팅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사이먼 안홀트가 각국 자료를 토대로 ‘좋은 나라’(the Good Country) 지표를 발표했다. UN과 NGO 그리고 여러 국제적인 조사단체가 분석한 총 125개국의 데이터 35편을 토대로 과학, 문화, 국제 평화와 안보, 세계질서, 지구 기후 관리, 평등과 번영, 건강과 복지 등 7개 분야의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아일랜드가 총점 1위를 차지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의 영광을 차지했다. 아일랜드는 과학기술 분야와 기후관리, 국제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각각 20위, 45위, 33위를 차지했으며, 번영과 평등 분야 1위, 세계질서 분야 4위, 건강과 복지 분야 9위를 차지했다. 핀란드와 스위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이 각각 2, 3, 4위로 뒤를 이었으며, 미국은 21위, 일본은 25위, 중국은 38위에 랭크됐다. 한국은 전체 순위 47위를 기록했다. 세부 순위를 보면 기술과학 분야에서는 30위, 문화 분야에서 34위, 세계질서 45위, 기후관리 71위, 번영과 평등 분야 60위, 건강복지 분야 65위 등을 차지했다. 순위가 가장 낮은 것은 국제 평화와 안보 분야로, 125개국 중 119위에 머물렀다. 각 분야별 1위를 차지한 나라는 ▲ 과학기술-영국 ▲문화-벨기에 ▲국제 평화와 안보-이집트 ▲세계질서-독일 ▲지구 기후관리-아이슬란드 ▲번영과 평등-아일랜드 ▲건강복지-스페인 등이다. 반면 하위권에는 리비아(125위), 베트남(124위), 이라크(123위) 등 국가가 차지했다. ‘좋은 나라 지표’를 제작한 사이먼 안홀트는 “경제 수치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을 랭킹한 지표는 많지만 인도주의적, 문화, 교육적 차원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 것은 많지 않다. 이번 조사는 도덕적 판단이 아닌 가능한 객관적인 수치로 만든 것”이라면서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공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의회에 ‘거꾸로 가는 시계’ 등장...비판 쇄도

    의회에 ‘거꾸로 가는 시계’ 등장...비판 쇄도

    오른쪽으로 바늘이 도는 시계가 등장했다. 볼리비아 의회당에 반대방향으로 가는 대형 시계가 설치됐다. 볼리비아 정부는 “남미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시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판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볼리비아 의회당은 1905년에 완공된 스페인풍의 건물이다. 건물 꼭대기에는 처음부터 대형 시계가 설치돼 있었지만 최근 볼리비아 정부는 시계를 교체했다. 일명 ‘거꾸로 가는 시계’로 불리는 이 시계는 바늘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돈다. 숫자도 거꾸로 표시돼 있다. 11시가 표시돼 있어야 할 곳에 1시, 10시가 표시돼 있어야 할 곳에는 2시가 표시돼 있는 식이다. 거꾸로 가지만 맞긴 맞는 시계인 셈이다. 의회당 시계가 바뀌자 거센 논란에 불이 붙었다. 거꾸로 가는 시계에 대해 “취지를 막론하고 웃기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쇄도하자 볼리비아 의회와 정부는 반론에 나섰다. 마르셀로 엘리오 하원의장은 “거꾸로 가는 시계는 남미의 정체성과 관계가 있다.”면서 “남미인에게 북쪽은 남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반구가 만든 세계질서 대신 남미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우니베르소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 재부상의 의미/이기철 국제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러시아 재부상의 의미/이기철 국제부 전문기자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친러시아 세력들의 격렬한 분리 활동을 통해 러시아는 자신의 무게감과 중력을 세계에 뚜렷이 각인시켰다.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25년 전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이 주도해 왔던 세계질서가 지정학적으로 재편되는 징후로 읽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근대사에서나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핵무기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물려받은 데서 보듯 소련을 계승한 나라다. 소련이 한반도 분단의 책임이 크기에 우리로선 러시아의 대응 전략을 유심히 봐야 한다. ‘슈퍼 파워’ 소련은 1980년대 유가 하락에 따라 외채가 산더미처럼 쌓여 부도 직전으로 내몰렸다. 1989년 12월 몰타에서 냉전 종식 선언으로 체제 우위 경쟁은 끝났다. 1991년 7월 동유럽 국가의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는 해체했고, 그해 12월 소비에트연방은 붕괴했다. 이후, 유가가 오르면서 2006년 러시아는 외채를 모두 갚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반면 서방 군사조직인 나토는 오히려 동유럽 국가를 받아들이며 회원국을 늘렸다. 1999년 폴란드 등 3개국을 신입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을 시작으로 2004년 발트 3국 등 7개국을, 2009년 크로아티아 및 알바니아를 받아들이며 동진했다. 이런 와중에 2003년 조지아에서 ‘장미 혁명’이, 2004년 문제의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 혁명’이 발생해 친러 정권이 무너졌다. 우크라이나의 ‘마이단 시위’와 마찬가지로 이들 혁명 뒤에는 서방의 조종이 있다고 러시아는 믿어왔다. 2011년 12월 ‘안방’ 모스크바에서 발생했던 반정부 시위의 배후는 미국이라고 당시 총리 푸틴이 맹비난했다. 나토의 동진이나 동유럽에서의 민주화 운동이 자신들을 위태롭게 한다고 러시아는 받아들인다. 러시아의 급선무는 나토의 동진을 막는 것이었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 계기가 되면서 푸틴은 ‘군사 근육’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를 잃지 않으면서 사태 봉합을 바라기는 나토나 러시아나 같은 입장이다. 나토는 냉전시대와 비교하면 병력이 크게 감축됐고, 국방비도 크게 줄어들었다. 종이호랑이는 아니겠지만 작전능력이 떨어져 하드웨어로 러시아의 버릇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면 러시아는 나토와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실리를 챙기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수습되면 푸틴은 눈을 동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계속되면 러시아는 한국에 투자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푸틴은 또 중국에 지나치게 경도된 북한에 대해 관계 재정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례로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부채 11조 3000억원 가운데 90%를 탕감했다. 만성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에 대해 러시아는 천연가스라는 매력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다. 북핵과 ‘통일 대박’ 해법에 러시아라는 큰 변수가 불거지게 됐다. chuli@seoul.co.kr
  • [열린세상] 특허심사관은 국가전략자산이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열린세상] 특허심사관은 국가전략자산이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무형자산이 중심이 되는 창조경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산은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국가 연구개발 투자 규모면에서 세계 6위, GDP 대비 1인당 연구개발투자 비율 측면에서 세계 2위가 됐지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시장가치가 높은 고품질의 특허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창조경제는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발명가, 변리사, 그리고 특허심사관의 손을 거쳐 고품질 특허로 만들어진다. 에디슨 같은 발명가는 자율, 창의, 열정을 기반으로 실패가 자산이 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태어난다. 이러한 발명가의 아이디어를 보호 가능한 법률 문서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변리사는 국가시험제도를 통해 매년 200명 정도 공급되고 항상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 하지만, 특허심사관은 정부의 공무원 수급정책에 따라서 제한된 인력 공급만이 가능할 뿐이다. 심사관의 역할은 변리사가 작성한 특허명세서를 예리한 면도칼로 도려내듯 선행기술과 차별화되는 기술에 대해 특허라는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심사관의 자질과 능력이 미흡해서 부실특허가 양산되면 국가적 부담은 엄청나게 커진다. 부실 권리 때문에 특허의 유·무효를 다투는 심판과 소송이 많아지면 관련 기업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신생 벤처기업은 특허쟁송의 부담 때문에 꽃도 피우기 전에 시들어버리는 사례를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수수료 수입에 의존해서 독립채산으로 운영하는 특허청이 시장의 수요에 따라 양질의 심사관을 계속 채용할 수 있다면 특허권 창출 3대 축의 하나인 심사관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총정원 유지라는 기존의 틀 속에서 심사관 제도를 운영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경쟁국을 따돌리는 게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무형자산의 시대에 세계 특허5강인 IP5 국가(미국, 중국, 일본, 유럽, 한국) 중 특허심사관의 확보를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듯하다. 미국은 관련 법제를 고쳐서 작년에 1146명, 금년에 1500명의 특허심사관 증원 작업을 완료했고 이제 전체 심사관 수 1만명, 심사 처리기간 10개월이라는 대 위업을 달성하려고 한다. 중국은 2015년까지 심사관을 추가로 9000명 더 확보해 수년 내에 1만 6000명의 특허심사대국이 된다고 한다. 경쟁국의 이런 통 큰 행보와 달리 우리 나라는 오리걸음하듯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2011년 70명의 심사관이 증원되었을 뿐 지난 2년간 아무런 증원 없이 심사처리 기간은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어지고 있고 심사업무 부담도 미국이나 중국 심사관에 비해 세 배가 넘을 정도로 부담이 과중하다. 천하의 천재들만 모아 특허심사관으로 채용하더라도 미국 심사관보다 세 배 이상의 능력을 보여 주기는 어려울 것이고 무리한 심사 부담은 결국 심사의 질적인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세계의 산업질서는 미국, 일본, 유럽이라는 기술 3극체제에 의해 유지되었지만 이제는 여기에 한국과 중국이라는 새로운 극점이 생겼다. 구한말 이후 우리가 산업기술에 관하여 세계 질서를 리드할 만한 힘을 지금처럼 갖춘 적이 없고 특허5극 체제는 우리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이다. 이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드라이브 정책과 과감하게 모험적 투자를 해온 우리 기업들 때문에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질서이다. 이의 중심에는 특허제도가 있고 특허심사관은 자국 기술 권리화의 첨병 역할을 하는 국가적인 전략자산이다. 다른 경쟁국과는 달리 우리는 아직도 과거 모방경제의 패러다임에서 특허심사관 문제에 접근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 선생이 고종에게 특허제도의 도입을 간청한 상소문을 올린 것이 1882년이다. 구한말에 고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특허제도의 도입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때 일본은 1885년 메이지 유신과 함께 과감하게 특허제도를 도입하여 산업기술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찾아오는 우리 역사의 새로운 기회, 즉 산업기술의 맹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우리가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 [데스크 시각] 힘만이 ‘절대선’인 국제사회/이종락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힘만이 ‘절대선’인 국제사회/이종락 국제부장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8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말죽거리에 있던 학교가 배경이다. ‘학교짱’ 자리를 놓고 학생들 간 치열한 세력 다툼을 리얼하게 그린 영화다. 기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영화의 배경인 1978년보다는 2년 뒤인 1980년에 새로운 중학교로 전학했다. 이 학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을 수용하느라 급조해 문을 열었다. 지방 각지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주 크고 작은 주먹 다툼을 벌였다. UFC와 K1 경기를 방불케 하는 혈전 끝에 최종 승리한 학생이 학교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다. 요즘 국제사회의 돌아가는 형국을 보고 있노라면 33년 전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 힘을 가진 국가가 ‘절대선’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 주먹으로 가려진 학생들 간 위계질서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국가안보국(NSA)의 외국 정부기관과 정치인에 대한 광범위한 통화·인터넷 정보 사찰을 폭로한 스노든 사태에 대처하는 미국의 모습이 그렇다. 외국 정상 35명의 전화통화를 엿들었지만 아직껏 사과 한마디 없다. 차기 미국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다른 우방국 지도자들은 그들의 안보를 위해 미국이 수집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며 오히려 역공을 폈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외국 지도자들에 대한 감시활동은 첩보의 기본으로 다른 나라 정보기관들도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힘으로 좌우되는 세계질서는 비단 이번 도·감청 사건뿐만 아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가 간 문제에는 늘 등장하는 절대선이다. 이해관계가 나라마다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동문제를 보면 힘의 논리의 절정을 보는 듯하다. 미국은 중동에서 ‘나쁜 놈이라도 우리 편이면 된다’(He is a bastard, but our bastard)라는 외교 원칙하에 독재자들을 엄호해 왔다. 1979년 혁명으로 쫓겨난 이란의 팔레비 국왕, 미국이 제거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최근 민주화 운동으로 몰락한 이집트의 무바라크, 예멘의 살레 등이 대표적인 친미 압제자였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자유, 평등, 형제애’라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의 구호가 무색하게도 프랑스 지도자들은 반민주적인 중동정권을 지지해왔다. 알제리 군부가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을 해산하고 불법화한 것도, 튀니지의 벤 알리가 24년간 튀니지를 쥐고 흔들 수 있었던 것도 예술과 자유를 사랑하는 프랑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럽국가들이 리비아 국민보호를 앞세워 가다피를 제거한 것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기보다는 리비아의 저유황 경질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서방국가들을 비난하며 중동 내정 불개입을 외치는 러시아와 중국도 만만찮다. 엄청난 공을 들인 리비아를 서방 영향권으로 넘겨준 러시아와 중국은 시리아를 사수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시선을 한반도로 돌려도 이런 힘의 논리가 영락없이 작용한다.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일의 연합전선에 한국의 선택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동북아의 불안정성이 높아질수록 세계질서의 힘의 논리가 더욱 기세를 떨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지혜로운 외교 안보 전략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jrlee@seoul.co.kr
  •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정상회담 평가 전문가 인터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정상회담 평가 전문가 인터뷰

    지난 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첫 정상회담이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역사상 최고의 파격적 형식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데 두 정상이 완전하고 절대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획기적 회담 결과는 두 강대국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데탕트(긴장완화)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이번 회담의 형식과 결과가 새로운 미·중관계의 서막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로 인해 세계질서가 다시 쓰여지는 것인지에 대해 세계는 지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중 양국의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회담의 성과와 향후 양국 관계 전망을 들어봤다. ■앨런 롬버그 美스팀슨센터 동아시아 국장 “美·中정상 새 관계 구축 성공적” “두 정상 간 새로운 관계 구축이 목표였다고 본다면 이번 회담은 성공적이다.” 앨런 롬버그 미국 스팀슨센터 동아시아 국장은 9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날 끝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롬버그는 국무부 정책기획국 부국장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 분석관 등을 역임한 미국 내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다.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나. -양국이 당초 설정한 회담의 목표는 두 정상 간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회담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협력’을 말했고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회담 결과는 앞으로 양국 관계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줄 것이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의 의미를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주석 간 만남에 견줬는데. -양국 관계가 의미심장하고 진지하게 변화할지, 전략적 긴장관계가 완화될지 등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싶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8시간이나 만나는 등의 파격이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는데. -그 점에는 동의한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의 형식에 의기투합한 것은 옳은 판단이다. 타이밍상 오는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는 것보다 시기를 앞당긴 건 잘한 일이다. 수도에서의 퍼레이드나 공식 만찬 등 격식을 갖춘 회담에 비해 이런 비공식 회담은 이점이 많다. 원고 없이 오랜 시간 대화하다 보면 진정한 속내를 교환할 수 있다. →두 정상의 친분이 두터워진다 하더라도 시 주석의 경우 중국 특유의 집단 지도체제 때문에 재량권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색이 ‘넘버원 권력’인데, 이런 식의 회담이 아예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시 주석이 이런 파격적인 형식의 회담을 수용한 것 자체가 그의 파워를 보여 준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시 주석은 국가이익과 직결되는 현안을 다루는 데는 조심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 정상도 마찬가지다. 시 주석이 귀국한 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와 논의하게 되는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도 각종 현안에 대해 내각은 물론 의회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시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스타일이 다르다고 보나. -후 전 주석에 비해 시 주석이 더 개방적인 성격인 것 같다. 대화를 피하지 않고 원고 없이 말하는 경우도 더 많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국가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완전한 합의’를 이룬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반적인 톤은 긍정적인 게 틀림없다. 물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국이 강한 어조로 미래의 협력을 말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중국의 대북 입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나. -2010년 북한의 도발(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 북한을 감싸고 돈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자세는 협조적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붕괴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본다. →최근 재개된 남북대화를 미·중은 지지할까.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모든 나라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주의깊게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대화 테이블에 올린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비핵화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화 기류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북한이 확실하게 대화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보이나. -단기간 내 도발은 안 할 것이다. 지금은 도발하면 중국으로부터 ‘징계’와 불이익을 받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왜 대화 기조로 돌아섰을까.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 대화를 재개하는 게 유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진찬룽 中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中의 변화는 北태도 수정 전략” “중국은 제3자와 북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지만 이번 정상 회동에서 보듯 많이 달라졌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북핵 불용(不容)’을 함께 천명했고, 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때도 북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화를 종용하고 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를 하기 전까지 중·북 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중·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중국의 대북 전술 변화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진 부원장은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박사 출신으로 중·미 관계, 중국 국내와 한반도 문제 등에 정통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미 두 정상의 북핵 불용 선언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보나. -북에 근신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더 이상 도발할 경우 아무도 북한과 상대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의 대북 태도 변화가 이번 정상회담에 반영됐나. -과거 중국은 북한의 기분을 살피느라 제3자와 북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었으나 이제는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는 북에 대한 압력 행사다. →중국은 대북 문제에 있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북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방중 때 ‘대화’는 언급했으나 중국이 요구한 비핵화는 말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는 어렵다.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서는 등 미국에 이어 한국과도 만난다. 반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북·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한·미가 대북 공조를 이룬다면 북한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고 결국 우리의 요구(비핵화)에 응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대북 정책 변화를 말하나. -아니다.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만 중국은 북한이 정책을 바꾸기만 바랄 뿐 북이 계속 완충지대로 남길 바란다. 다만 북의 태도를 수정하기 위해 전략만 바꿨을 뿐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이 ‘북핵 불용’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란 반응도 있는데. -일관적인 입장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미가 뜻을 모아 재천명한 것은 처음이어서 의미가 있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중·미 양국 지도자가 개인적인 신뢰를 형성하고, 중국이 요구한 새로운 대국 간 관계에 대한 의견 일치를 이뤘다. 북핵·군사교류 개선·사이버 안전·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냈다. 양국 정상 간 상호 방문, 통신, 전화 등의 교류를 강화하고 각 부문 간 소통을 넓혀 양국의 갈등을 관리하기로 했다.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와 남중국해 영토분쟁 문제에 있어 미국에 우리의 반대 편에 서지 말아 달라고 말했지만 미국 측 발표로 볼 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동은 누구에게 더 이득인가. -중국이다. 우선 형식적인 면에서 기존에 랜초미라지 서니랜즈로 초청됐던 원수들은 모두 영어권 국가나 미국의 맹방이었다. 이번에 중국을 초청한 것은 중국이 미국의 친구라는 점을 인정하겠다는 메시지다. 특히 오바마는 이번 회담에 대한 미국 엘리트층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초청했다. 미 엘리트층은 아직 중국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오바마가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 →아메리칸드림과 시 주석이 주창한 ‘차이나드림’은 시 주석의 말처럼 서로 통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반론이 많은데. -차이나드림은 당초 중국 내 좌우 간 이데올로기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키기 위해 탄생한 개념이다. 외부 세계에서는 이를 민족주의 회귀로 해석했다. 중국은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한 뒤 다시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면서 국가도 더불어 발전시켜 나간다는 의미로 이 개념을 개선했다. 개인의 꿈을 실현하는 부분이 포함되면서 아메리칸드림과도 통하는 부분을 갖게 됐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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