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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6회 범음악제, 10/6~10/13 대구·전주·제주·서울서 개최

    제46회 범음악제, 10/6~10/13 대구·전주·제주·서울서 개최

    제46회 범음악제(Pan Music Festival)가 10월 6일 대구, 전주 공연을 시작으로 13일 서울 공연까지 7일 간 국내 4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한국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내 및 해외 작곡가의 작품과 위촉 작곡가의 작품 등 총 31 개 작품이 소개된다. 이와 함께 지난 7월부터 9주간 진행되었던 어린이 창작음악 프로젝트 OPUS1 음악회를 통해 미래의 작곡가를 꿈꾸는 어린이들의 작품이 발표된다.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번 음악제의 무대는 전국 규모의 음악제로 10월 6일은 대구콘서트하우스와 전주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음악회를 개최하며, 7일 제주대학교 콘서트홀,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동안 3회의 공연이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게 된다. 특히 올해는 독일의 청소년현대음악연주단체인 ‘LJNM Thühringen’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개최하고, 어린이 창작음악 프로젝트 OPUS1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등 클래식 창작음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각별한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국제교류의 일환으로 진행된, 일본작곡가협회의 작품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곡가 3인의 작품이 음악제 기간에 연주된다. P.부르디외가 ‘음악’을 대표 사례로 든 사회적 차별의 ‘구별짓기’ 즉, 교육, 특권, 계급화 이론은 여전히 문화와 정치, 경제관계를 다루는 이론분석에 대부분 인용되고 있고 현대음악 역시 고전음악과 더불어 지식층 차별화로 비판받아왔다. 그러나 20세기말부터 ‘음악잡식성(R.피터슨)’ 즉, 팝, 힙합, 클래식, 현대음악을 다양하게 소비하는 지식인의 음악소비양태로 인하여 음악의 ‘구별짓기’가 곧 사회적 차별이라는 등식이 무너지는 ‘계급적 전도’가 주목되면서 단지 음악계 뿐 아니라 사회학 등 기존 지식체계에도 충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2010년대에 접어들어 양극단적 혐오, 분노가 노골화되는 사회현상의 분석, 대안을 찾지 못하자 급기야 감정이 직접 표출되는 세상에 대해 인식이 아닌 ‘감정’에서 사유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노력, 특히 ‘음악’적 사유를 비음악적 사회이론 전반에 도입해야 한다는 시도가 영국, 독일 등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계질서가 붕괴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질서를 고찰하기 시작한다’는 울리히 벡의 말이 현실이 되고만 것이다. 항상 우리 곁에 유령처럼 붙어 다니고 집단행사의 첫머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악이라는 감정양식은 ‘구별짓기’ 특권이 아닌 감정사회의 대안을 찾아가는 첫 실마리로서 사회학, 인류학 등 학문과 지식창고를 개방하는 임무가 눈앞에 와 있다. ‘음악숭배’(P.라쿠라바르트)라는 음악의 매혹과 그 일면의 음악상품화라는 이중구속의 심화 속에서 창작음악은 정말 사회이론적 대안 찾기를 횡단하고 강박적으로 물화되어가는 삶을 극복하는 필수영양소가 되어줄 수 있을까? 백승우(가천대 교수) 범음악제 운영위원장은 “범음악제는 매년 실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사회적 차별을 넘어선 남다른 음악제를 지향해왔습니다. 올해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다양한 편성의 창작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음악제를 기획하였습니다. 국내 4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음악제인 만큼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중이 음악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 소통하는 것이 이번 범음악제이기도 합니다.”라며 기획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헬무트 페터 랑(Helmut Peter Lang), 지오다노 브루노 도 나시멘토(Giordano Bruno do Nascimento), 요하네스 힐데브란트(Johannes Hildebrandt), 마코토 시노하라(Makoto Shinohara), 신 하시모토(Shin Hashimoto), 사토루 이케다(Satoru Ikeda), 데이비드 래퍼티(David F. Rafferty) 등의 해외 작곡가를 비롯하여 김광희, 김수호, 김영, 구자만, 박은경, 박정양, 백승우, 염미희, 이경우, 이문석, 이은화, 이일주, 이정연, 이재홍, 이한신, 이해미, 임승혁, 지성민, 정미선, 정승재, 최원석 등의 중견 작곡가 그리고 강상언, 박세종, 주은혜 등 신진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된다. 또한 트리오 콘 스피리토, 화음챔버오케스트라, LJNM Thüringen, 대구 뉴 뮤직 앙상블, 앙상블 스턴 등 국내외 최고 연주단체가 함께하여 어린이 작곡가부터 국내외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창작 음악을 연주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참여적인 공감의 무대를 선사한다. 범음악제에 대한 자세한 공연정보는 국제현대음악협회 한국위원회 홈페이지(www.iscm.or.kr)와 범음악제 페이스북(panmusicfestival)를 통해 알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여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세기의 담판이 될지 주목된다.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자 한반도 분단을 초래한 냉전 체제는 그 시작부터 종식까지 사실상 정상회담의 역사로 이어진다. 현대사의 주요 길목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주요 회담을 돌아보고 한 달 남은 북·미 회담의 성공을 가늠해 본다.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영국, 소련 등 3대 연합국 수뇌부는 러시아 크림반도의 휴양도시 얄타에 모여 종전과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이 회담에서 당시 패전을 앞둔 독일을 분할 점령할 것과 소련의 대일본 전쟁 참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 개발 중이던 원자폭탄의 효능을 확신하지 못했던 만큼 스탈린 서기장에게 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해 줄 것을 요청했고, 스탈린 서기장은 독일이 항복한 뒤 2~3개월 내 대일전에 참전할 것을 약속했다. 결국 이 회담을 바탕으로 소련군이 같은 해 8월 일본을 공격하고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경계로 남북한을 분할 점령하는 계기가 조성된 셈이다. 남북 분단을 초래한 얄타회담은 소련이 동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서방세계와의 냉전이 시작된 계기로 평가된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미·중 정상회담은 폐쇄적 공산국가였던 중국을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이끌어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유사하다. 이를 계기로 6·25전쟁 이후 냉랭했던 미국과 중국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임으로써 1979년 미·중 수교로까지 이어졌다. 북한 지도자와 처음으로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닉슨 전 대통령과 비교되기도 한다. 두 정상의 만남은 당시 중국과 손잡고 소련을 견제하려던 닉슨 대통령과 당시 소련과의 영토 분쟁에서 패하고 문화대혁명 여파로 국내외적 비난에 직면한 마오 주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나 실무진의 끈끈한 물밑 협상 덕에 가능했다. 회담 전년도(1971년)에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해 경기를 가진 것(핑퐁 외교)을 계기로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을 극비 방문해 양국의 물밑 접촉이 개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키신저 물밑접촉, 폼페이오·김정은 만남과 닮은꼴 김 위원장의 경우 당시 마오 주석처럼 정상 국가의 지도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완전히 핵포기라는 결단을 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면 핵 포기 없이는 ‘비이성적 독재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딜레마에 봉착했다. 1985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제네바 미·소 정상회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미·소 정상회담은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미국은 1984년부터 소련 핵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겠다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해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6년 만에 이뤄졌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양국 정상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산책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도착하자마자 “신선한 공기를 좀 마시자”며 산책을 제안했고, 두 정상은 통역사만 대동한 채 한 시간 반 동안 제네바 호숫가를 따라 걸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이 떠오른다. 양국 정상은 당시 군비통제 협상을 촉진시키고 후속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듬해인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 핵무기 50% 감축 등에 합의하고, 1987년에는 ‘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을 맺는 등 냉전 종식의 기반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이 밖에 1989년 12월 ‘몰타 미·소 정상회담’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종식에 쐐기를 박고 미·소 양극 체제의 종언을 알린 회담으로 평가된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 해역 선상에서 만나 1945년 얄타회담 이후 지속된 냉전 체제를 종식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한다고 역사적인 선언을 했다. 양국 정상은 동유럽의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에 대해 소련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전략핵무기와 화학무기 감축에 동의했다. 이 회담은 여러 현안에 대해 원칙적 의견을 교환했고 구체적 협의는 다음으로 미뤘으나 냉전을 종식시킨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해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로 동독 공산 정권이 위기에 처하고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동독에 자유 총선을 제의하면서 이듬해인 1990년 10월 동·서독이 통일됐다. 1991년에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개방에 대한 반발로 인한 쿠데타가 실패한 뒤 경제 실패와 군비 경쟁으로 가뜩이나 구심력이 약화됐던 소련 체제가 붕괴해 미국은 단일 패권국가로 올라서게 된다. ●‘통일 독일’ 되기까지 美·소련 합의 결정적 주목할 만한 것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였던 서독과 동독이 통일 이전까지 모두 7차례의 공식 정상회담과 6차례의 비공식 정상 간 접촉을 실시해 상호 신뢰를 다졌다는 점이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빌리 슈토프 동독 총리가 1970년 만난 이래 양측은 1972년 12월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해 평화공존의 발판을 마련했다. 통일 독일이 되기까지 미국과 소련의 합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서도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되는 미국과 중국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과 양상이 비슷하다.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의 수준 등 구체적 실행계획과 시점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 문법보다 거래의 본능에 충실한 트럼프 대통령,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과감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김 위원장, 그리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치는 문재인 대통령 등 3자 간 ‘궁합’에 의해 열리는 회담인 만큼 73년에 걸친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 유일한 슈퍼파워…中은 기본 역량 부족”

    “美, 유일한 슈퍼파워…中은 기본 역량 부족”

    “중국만의 세계 질서 제시 못해 군사·경제·소프트파워 부족”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 기 소르망(74) 전 파리대 정치학연구소 교수가 “국제사회의 유일한 ‘슈퍼파워’는 미국”이라면서 “중국은 야망과 목표를 이루기에 기본 역량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의 초청으로 ‘유럽이 보는 시진핑(習近平) 체제하의 중국과 세계질서’라는 주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과거 냉전 시대 소련이 강력한 국가라고 생각했지만,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할 경제적 역량이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중국 역시 현재 지정학적으로 높은 야망과 목표를 품고 있지만 이를 달성할 군사적·경제적 능력과 소프트파워 모두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시아를 주도하고 싶은 중국이 중국만의 세계질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태평양, 대만,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주변 국가들이 중국의 영향력에 들어 장기적으로 미국과 세계를 양분하고 싶어하지만, 어떤 군사력을 통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질서나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제시하는 모델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혁신과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미국에 뒤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전 세계 특허출원 건수가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순”이라며 “중국 국가의 우수한 인재가 미국으로 가는 등 개발도상국의 고급 인재가 미국에 있고, 미국이 전 세계 자금과 우수 인재, 특허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에 이 분야에서의 우위를 내 줄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임금과 간단한 수출품에 의존하는 중국의 기술개발은 독일이나 일본에서 출원한 특허에 약간 변화만 줘서 출시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강점을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꼽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아무리 강력한 주장을 해도 정책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입법부, 사법부, 군부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강력한 시스템 덕분”이라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미국이 있었고, 그가 임기를 마쳐도 미국은 존속하기에 미국은 앞으로도 유일한 경제 초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청년 실업률이 늘어나고 성장이 둔화하며 한국식 경제모델이 더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은 현재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미국은 탄도요격미사일제한(ABM)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우리의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 동맹국에 핵공격을 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즉각 보복할 것이다.”블라디미르 푸틴(66)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소개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비위가 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전화 통화로 “만약 당신이 군비 경쟁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응수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하지만 4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끊임없이 ‘세계 질서 파괴자’란 오명을 감수하며 거침없이 서방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1조 4693억 달러(세계 12위)로 1위인 미국(19조 3621억 달러)의 13분의1에 불과하다. 국방비 지출은 692억 달러로 미국(6860억 달러)의 10분의1 수준이다. 그럼에도 푸틴 정권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15년부터는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해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공격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 지난달 4일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 등 여러 의혹도 사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4개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4일부터 러시아 외교관 150명을 추방했고, 러시아는 다시 이들 국가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등 서방과의 ‘신(新)냉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6월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고립을 자초하는 일련의 행보에는 푸틴의 팽창주의적 대외정책뿐 아니라 지난 18년간 러시아 사회를 이끌어 온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정서가 함축돼 있다. 2000~2008년 보리스 옐친의 뒤를 이어 러시아의 3·4대 대통령을 지낸 푸틴은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대신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5대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실세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2년 6대 대선을 통해 크렘린으로 복귀한 뒤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는, 지난 18일 76.7%의 높은 지지율로 7대 대선에 승리해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미국 시사 주간 타임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엘리트층 어느 누구도 푸틴이 2024년 이후 권좌에서 물러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임기에서 장기집권을 위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판 ‘차르’(황제) 푸틴의 집권 요인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압박을 대내 정치에 활용한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옛 소련 시절과 같은 ‘강한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국민들을 결집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선거운동 기간 러시아의 국방력을 자랑했고 언론들은 연일 미·영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위협에 대해 보도하는 등 반(反)서방 정서를 자극했다. 모스크바타임스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이중간첩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영국 조사 결과가 타당하다고 믿는 러시아인은 응답자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평론가 스타니슬라브 벨코브스키는 AFP통신에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외부 대립을 지속하면서 결속을 응축시키는, 일종의 자기파괴적 에너지로 이끌어 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국내 기반 역시 서방과 갈등이 심할수록 공고해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푸틴의 높은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수출의 80%를 원유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는 2012년 푸틴의 3선 이후 국제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2015년 GDP 성장률은 -3.7%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0.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푸틴의 국내 기반은 확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일 인터넷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보다 애국주의 정서가 강한 ‘푸틴 세대’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연말 여론조사업체 레바다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성인들의 81%가 푸틴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18~24세 청년층의 지지율은 86%에 달했다. 특히 ‘러시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56%에 달했으나 청년층에서의 찬성률은 67%로 높았다고 WP는 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역사상 가장 많은 외부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대가 역설적으로 푸틴의 권위주의 정부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 셈이다.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이들 세대는 푸틴 이전의 러시아를 알지 못하고 푸틴 이외의 러시아 지도자를 상상하지 못한다. 졸업 후 언론인을 꿈꾼다는 한 청년은 WP에 “스마트폰을 통해 푸틴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독립 언론의 기사를 접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 야당에 정권을 넘기고 변화를 추구했다가는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은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냉전 종식과 새로운 협력을 선언했고 2년 뒤인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역대 정부들이 러시아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지 않고 패전국 취급했다는 피해의식을 느껴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ABM 탈퇴를 선언하고 MD 구축에 나서자 이 같은 인식은 확산됐다. 푸틴은 이를 활용해 ‘러시아의 수호자’ 이미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푸틴은 특히 2008년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총리로 물러날 때부터 자신이 러시아 역사에서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를 고심했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측근인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 있던 2011년 중동에서 ‘아랍의 봄’ 열풍과 함께 리비아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정권이 전복되는 것을 보고 그 배후에 서방 국가들이 있으며 서방의 다음 목표는 러시아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만이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푸틴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맞서는 공세적 방어전략에 따라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내는 단호함을 보여 줘 국민들로부터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인식을 심었다. 리언 에런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월스트리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 역사를 보면 전쟁을 일으키거나 제국을 확장할 때 ‘러시아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자주 사용해 왔고 이는 푸틴의 세계관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집권 기반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러시아인의 70%가 신자인 동방정교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동방정교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근거지로 한 비잔틴(동로마) 제국(395~1453년)의 유산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스, 세르비아 등 동유럽 대다수 국가의 제1종교다. 역대 러시아 황제는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와 동방정교의 수호자임을 자처해 왔고 마찬가지로 푸틴도 동방정교의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정교회의 정치적 후광을 받았다. 2011년 11월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이듬해 세 번째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푸틴의 도움 요청을 받은 그리스 동방정교 아토스산 바토페디 수도원의 에프라임 신부는 동방정교에서 성물(聖物)로 여기는 ‘성모 마리아의 허리띠’를 지참하고 러시아로 가 39일 동안 이를 순회 전시했다. 이 기간 300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불임여성도 잉태하게 한다는 이 성물에 참배했다. 공항에서 에프라임 신부를 영접한 푸틴은 자연스럽게 이 성물의 첫 번째 참배객이 됐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TV 생중계로 러시아 전역에 방송됐고 푸틴은 성물을 러시아로 가져온 수호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012년 2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키릴 대주교는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혼돈의 상태였으나 신과 현명한 지도자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고 푸틴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차 국제 규범 위반에 스스럼없는 푸틴 정권의 성향상 신냉전은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란드의 러시아 전문가 블라디미르 이노젬세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냉전 당시 소련 지도자들과 달리 유럽의 기존 질서를 약화시킬 그 어떤 정책도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이라고 한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세계질서 깨는 美 ‘관세폭탄’ 냉정한 실리 추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 조치를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상호 호혜세’라는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의 반발에 철강제품뿐 아니라 다른 수입품에도 상대국이 매기는 세금만큼 수입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미국 이익이 우선”, “무역전쟁은 좋다”라고까지 표현했다.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중국 등 미국의 교역 상대국이 즉각 대응조치에 나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고 EU는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상징적인 미국 브랜드에 대해 세금폭탄을 예고했다. EU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뜻도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철강관세가 미국경제 자체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 경고했다. WTO는 이례적으로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트럼프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역공했다. ‘이에는 이’의 보복전을 암시한 것으로 몹시 우려스럽다.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번 사태로 자유무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70여년 만에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와 1995년 WTO 체제를 주도해 세계 무역질서를 유지해 왔다. 기축통화국으로서 무역 적자를 통해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하고, 각국은 미국에 원자재와 공산품을 팔아 달러를 얻는 신사협정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위기에 놓여 있다. 고삐 풀린 무역질서가 불을 보듯 뻔해진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가 여전히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철강에 대한 25% 일괄 관세 언급 이후 “미국 정부의 최종 결정 이전까지 대미(對美) ‘아웃리치’(외부 접촉을 통한 설득작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란 짧은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강대강’ 대응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것보다 조용한 설득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작은 나라의 딜레마’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정책당국이 계속 몸을 낮춘 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모습은 미덥지 못하다. 미국 눈치만 계속 살피다가는 ‘꿩(실리)도, 매(중국)도 잃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동맹 등 안보 문제와 통상 등 경제 문제를 분리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일괄 관세로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자 차원에서 다른 국가들이 보복 대열에 동참하는 터라 티 내지 않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조용한 설득’ 말고도 냉정하게 실리를 챙기는 통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우호 전해종 서강대 명예교수 별세

    우호 전해종 서강대 명예교수 별세

    우호(于湖) 전해종 서강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5일 오전 3시 30분 별세했다. 99세. 고인은 1919년 간도에서 출생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교수를 지내다 1968년부터 서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방 이후 중국사와 한·중관계사를 연구하며 한국 동양사학의 기틀을 다졌다. 같은 대학 한국사 이기백 교수, 서양사 길현모·차하순 교수와 함께 ‘서강사학’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한·중관계사와 중국적 세계질서에 따른 외교 관계 연구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이룩했다. 1977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에 선임돼 40년간 활동했다. 학술원상, 용재상,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초대 동양사학회장과 백산학회장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딸 혜란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8일 오전. (02) 2258-5940.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새해 인터뷰|해외 전문가들이 본 2018] “유엔 제재 받은 北, 南과 대화 제스처… 경제협력 복원 시급”

    [새해 인터뷰|해외 전문가들이 본 2018] “유엔 제재 받은 北, 南과 대화 제스처… 경제협력 복원 시급”

    “북한은 미국을 향해서는 핵위협의 목소리를 계속 내겠지만, 남한에는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해가 바뀌자 북핵 문제는 그의 ‘예언대로’ 움직였다. 중국의 대표 석학인 원톄쥔(溫鐵軍·67) 인민대 명예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해 연말이었다. 이 인터뷰에서 원 교수는 미국식 세계질서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도 중국 사회의 모순과 위기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는 2000년대 ‘삼농’(三農·농업, 농촌, 농민)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해 국가 어젠다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 14년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1호 문건’은 ‘삼농’에 관한 것이었다. 1호 문건은 한 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정책 지침을 담는다. 올해 역시 당 중앙은 농업 개혁을 첫 과제로 택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신년사 화두도 빈곤 탈출이었다.→한반도에서 미·중의 지정학적 충돌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이 보기에 지금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을 핑계로 일본 및 한국과 동맹을 강화해 동북아의 지정학적 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일본은 한반도 긴장을 이유로 전쟁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나아가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러한 중국의 우려를 조금은 덜어낸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남북한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심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처럼 보였다. 만약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만 묶여 있다면 한반도 위기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지정학적 게임을 초월하는 새로운 한중 관계를 모색하려는 노력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런 안목이 있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양국이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올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돌아갈 것으로 보는가. -유엔 제재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북한이 대화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려면 외국에서 자본과 자원을 수입해야 하고, 전쟁을 준비하려 해도 군사장비와 원유가 필요한데 이게 거의 다 막힌 상태다. 미국을 향해서는 핵위협의 목소리를 계속 내겠지만, 남한에는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남북 문제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나. -미국과 북한이 아직 전쟁을 끝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은 유엔군 및 한국군과 북한군 및 중국군이 주도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에 남아 있는 외국 군대는 유엔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미군뿐이다. 미군이 선택하면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 정치의 원리와 남북 분단의 역사적 맥락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유엔 제재처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냉전의 산물인 한반도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다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해법은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남북이 평화공존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남북 경제협력 복원이다. 중국이 자본 과잉 문제를 ‘서향’(서부 대개발)을 통해 해소했듯이 남한 자본도 ‘북향’이 필요하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지하자원은 향후 한국의 고도성장을 담보하는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의 주요 산업이 대부분 중국에 따라잡힌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의 경제적 공생은 더 절실해졌다. 이런 측면에서도 볼 때 개성공단 폐쇄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다. →중국 문제로 가보자.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산업국가가 됐다. 그런데 왜 농촌 문제를 여전히 중시하는가.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운명은 농민이라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조각배와 같다고 말했다. 신중국 초기 농촌의 희생을 대가로 원시적 자본을 축적했으며,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에는 농촌 수탈을 대가로 산업자본, 금융자본, 상업자본이 형성됐다. 농촌을 떠나온 농민공들은 도시 빈민굴을 형성했다. 이들의 문제는 자본이 해결할 수 없으며, 도시화로 해결할 수도 없다. 결국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국 사회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중국 산업화 과정을 농촌 수탈로 설명하는 게 독특하다. -중국 공산혁명은 마르크스가 제시한 산업화에 따른 노동자 계급의 혁명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비록 사회주의를 표방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가자본주의 또는 민족자본주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서구 자본주의는 해외 식민지 확장을 통해 발전했지만, 중국과 한국은 해외 식민지 수탈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내부적 자본 축적을 통해 근대화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농업 수탈이 불가피하게 이뤄졌다. 특히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생산 과잉의 위기를 서부 대개발로 상징되는 농촌 인프라 건설로 돌파했다. →지금 중국의 가장 큰 위기는 어디에 있는가. -중산층이 가장 큰 문제다. 5억명에 이르는 중국 중산층은 서구와 달리 구성 경로가 상당히 복잡하다. 노동이나 상업 활동이 아닌 권력을 통해 부를 물려받은 공산당 간부의 자녀, 개혁·개방 시기 밀수로 돈을 번 상인들도 모두 중산층 그룹에 속해 있다. 계급적 자각이 없는 이들을 하나로 묶기도 어렵다. 서구식 생활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부를 신뢰하는 것도 아니다. →중산층의 위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고 있나. -교육의 영리화가 대표적이다. 중산층은 아무리 많은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일어나니 학교가 상업화하고 있다. 학교의 상업화는 병원 등 다른 공공재의 영리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교수들은 국가 지원금을 받아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관료들은 이런 중산층의 위험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 자본주의가 현대 문명의 총아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식 현대화로 대표되는 서구 발전 모델은 식민지 수탈과 원주민 학살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다. 식민지 수탈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를 낳았고, 이 시스템이 다시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 질서를 만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내재적 발전을 이룬 동아시아 모델(일본 제외)이 훨씬 문명적이다. →미국식 현대화가 세계 문명의 표준처럼 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불어닥친 매카시즘이 결정적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조차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은 매카시즘은 자본주의의 반인륜적 요소들을 모두 세탁했다. 미국의 팽창주의에 눌려 아시아는 발언권을 잃었다. 심지어 발언권을 잃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미국에 의존했다. 1990년대 미국식 자본주의 발전모델을 해외로 수출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는 ‘20대80’ 사회를 고착화했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가 10%의 자유인을 위해 90%의 노예를 희생시킨 것처럼 지금 미국식 자유주의는 20% 자본가를 위해 80% 시민이 수탈당하는 구조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19차 당대회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인가. -그렇다. 외국에선 ‘시진핑 사상’ 등을 근거로 1인 권력 강화에만 관심을 보이는데,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4대 자신’(제도, 문화, 이론, 노선의 자신)을 표방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식 패권주의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서구 문명에 눌려 후진적인 것으로 인식됐던 동아시아의 생태문명, 다양성 존중 사상을 새로운 문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미국이 팽창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여러 분야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을 초월할 생각이 없다. 문명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굴기는 미국식 모델의 한계 때문에 이뤄진 측면이 더 크다. 중국이 빈부 격차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도 ‘20대80’ 사회를 중국 방식으로 극복해 보겠다는 뜻이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원톄쥔 명예교수는중국의 대표 석학인 원톄쥔(溫鐵軍) 교수는 1968년 농촌으로 하방된 이후 11년 동안 노동자, 농민, 군인으로 일했다. 1983년 인민대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군사위원회 총정치부 연구실, 국무원 농촌발전연구센터 등에서 일했다. 2000년에 삼농(농업, 농촌, 농민) 정책을 처음으로 입안해 국가 어젠다로 만들었다. 후진타오·시진핑 정부가 정책 방향을 빈부격차 해소로 전환하는 데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저서 ‘백년의 급진’이 2013년 한국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 “美우선주의” “경제는 안보”…중·러 겨냥해 ‘신냉전’ 포문

    “美우선주의” “경제는 안보”…중·러 겨냥해 ‘신냉전’ 포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8일(현지시간) 내놓은 새 국가안보전략(NSS)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미국 본토 보호 ▲미국 번영 촉진 ▲힘을 통한 평화유지 ▲미국 영향력 증진 등 4대 핵심 과제를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계열강들의 신경쟁시대’로의 복귀와 ‘신냉전주의’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전략 발표에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한과 이란을 ‘불량정권’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세계질서를 흔드는 ‘경쟁국’”이라고 못 박으면서 본격적인 ‘신냉전시대’에 불을 댕겼다. 또 “안보를 위해 번영을 소홀히 하는 나라는 결국 두 가지 모두 잃게 될 것”이라면서 “약함은 충돌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며, 반대로 ‘무적의 힘’이 방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며 ‘힘’을 바탕으로 한 ‘신경쟁시대’를 예고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상반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선전전, 강압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세계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국가’라 규정했다. 미국이 중·러의 도전을 견제하고 경제·안보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 지위를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특히 중국을 ‘경쟁자’로 명확히 했고,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을 확장하며,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지역 질서를 재편하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을 ‘데이터 도둑질’, ‘권위주의 시스템의 전파’ 등의 단어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은 위반과 속임수, 경제적 침공에 더는 눈을 감지 않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러시아를 겨냥해서도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우리를 동맹과 갈라놓으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핵무기는) 미국에 대한 가장 커다란 실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보고서는 30년 동안 초강대국들의 경쟁이 휴지기를 보낸 것으로 묘사했고, 이제 휴가는 끝났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핵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68쪽 분량인 NSS 보고서에서 ‘북한’이라는 용어는 17차례 등장했다. 전임 오바마 정부가 2015년 2월 내놓은 NSS 보고서에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세 차례 나왔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은 북·중·러를 비판하면서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며 ‘갈등’ 전선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은 비핵화를 달성하고, 그들이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한·일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런 갈등 구조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국가안보전략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제’를 미국 전략적 이익의 우선순위에 둔 것이다. 경제적 안보를 국가 안보로 명확하게 제시한 것은 이전 정부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원칙을 따르는 국가와의 경제적 경쟁, 그렇지 않은 국가와의 경쟁을 구별한다”면서 “미국은 산업화한 민주국가들과 함께 우리의 공동 번영과 안보를 위협하는 경제적 침략에 대해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국가안보전략을 “‘아메리카 퍼스트’와 ‘경제 안보’를 천명한 ‘트럼프 독트린’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새 NSS 보고서에서 중국이 23차례나 언급되는데, 이는 2015년 2월 발표된 오바마 정부 NSS의 거의 두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서울 구청장 6인의 시국토론] “성역 없이 적폐 규명해야” “국민소통 없인 정쟁도구로 변질”

    [서울 구청장 6인의 시국토론] “성역 없이 적폐 규명해야” “국민소통 없인 정쟁도구로 변질”

    문재인 정부 6개월 특별좌담에서 가장 논쟁이 뜨거웠던 주제는 ‘적폐청산’이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 이창우 동작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차성수 금천구청장 등 6명의 서울 자치단체장들은 사회자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쉼 없이 저마다의 소신과 논리를 펼쳤다. 구청장들은 적폐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전·현 정권, 여야를 막론하고 엄격하고 공정하게 법의 잣대를 적용해 엄벌하는 것이 ‘촛불정신’이라는 주장과 진실은 밝히되 용서와 화합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정치 보복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의견, 인적 청산에 그치지 말고 적폐를 낳은 구조적 시스템을 개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시각 등 다양하게 갈렸다. 한반도에 안보 위기를 드리우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해법을 주로 제시했다. 민간 교류 활성화를 통한 긴장 완화를 병행하자는 주장을 공통적으로 했다.[적폐 청산] →요즘 적폐청산이 이슈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를 놓고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정원오: 적폐는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하지만 죄를 묻는 방식은 현명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종식 뒤 1994년 집권한 넬슨 만델라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백인들이 흑인들을 가혹하게 탄압했던 진상은 밝히되 잘못을 고백한 백인들을 사면해 줌으로써 흑인과 백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용서와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우리도 적폐의 진실은 규명하되 처단이 아닌 화해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적폐는 수도 없이 나올 텐데 그때마다 다 처단해야 할까. 거듭 말하지만 전 정권의 선거·정치 개입 등 불법·부정 진상은 명백하게 규명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분풀이·복수·보복 같은 쓸데없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용서를 구하면 화해하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 방식을 지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이창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현재 새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다. 적폐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적폐가 만천하에 민낯을 드러냈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과거처럼 정치적 타협과 용서, 화해, 이런 식으로 했을 때 과연 1년 전 광화문의 촛불민심을 담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대나무가 성장할 때 매듭을 짓는 이유는 끊임없이 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다. 지금 해야 할 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이 준엄한 법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인정할 것이고 그것이 촛불민심을 구현하는 길일 것이다. 전직은 물론 현직 대통령도, 9급 공무원도 예외일 수 없다. 이것이 지금 국민에게 보여 줘야 할 대한민국의 운영 원칙이라고 본다. -김영배: 9급 공무원이든 대통령이든 같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선 당연히 옳다. 하지만 다함께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법치주의로만 해결하려 하면 ‘공급자적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칼자루를 쥔 공급자가 수요자인 시민 동의 없이 자의적으로 법이라는 칼자루를 휘두를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게 국민 신뢰와 합의다. 적폐청산이 제대로 되려면 국민 신뢰와 합의, 이런 사회적 자본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진실을 밝히고 법대로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된다. 다만, 이와 병행해서 정치 보복 등 여론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점들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과의 소통이나 신뢰 구축이 없다면 적폐청산은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고 법치주의도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적폐를 청산하면서 그런 사회적 자본을 공고히 다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성수: 어느 정권이든 정권 초엔 사정을 한다. 손봐 주기, 정치 보복 같은 이야기는 항상 반복적으로 제기되며 정권에 부담이 됐다. 적폐청산은 사회적 대타협, 민주주의 복원, 공공성 회복 등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을 제거해 나가는 작업이다. 새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큰 기회다. 정권 초에만 잠깐 하다 말거나 적폐청산 잣대를 상대방에게만 들이대고 나에게 들어온 잣대는 피하려 한다면 실패하고 만다. 새로운 시대도 열지 못한다. 적폐청산은 무엇보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과거 정권뿐 아니라 현 정권도 공적 권력을 사적으로 악용하거나 이익을 위해 활용하면 전 정권과 똑같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 내부 적폐를 도려내려고 하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적폐청산이 사람을 청산하는 수준에 그쳐서도 안 된다. 그런 적폐를 만들게 되는 구조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불법 사찰을 원천봉쇄하는 국정원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다양한 개혁을 법적·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 개혁이 병행돼야 국민들이 과거의 악폐와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동일 기준 적용과 시스템 개혁, 이 두 가지 기준을 견지해야 국민들과 함께 적폐청산을 해나갈 수 있다. -김영배: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부 혁신이 핵심이다. 민주주의는 큰 틀에서 보면 정부, 시민, 시장, 세 요소로 구성돼 있다. 시민 측면에서 보면 언론 등 공론의 장이 중요하다. 공론의 장에서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정부 혁신도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이 부분이 적폐청산을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중요한 도전이라고 본다. -이성: 많은 반대 세력들이 날이 갈수록 옛날 정치 검찰과 지금 검찰이 뭐가 다르냐고 따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이 정권의 주구 노릇을 하면서 전 정권을 때려잡았듯, 지금도 그런 것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댓글, 이건 국민적 공감대가 확실히 형성돼 있다. 그것을 청산하는 걸 정치 검찰이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정 구청장의 말처럼 진실을 밝히는 데 머뭇거려선 안 된다. 끝까지 추적해서 밝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적폐청산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선 안 된다. 앞서 말한 국정원 댓글, 대기업과 권력의 결탁 등 국민 공감대가 확실한 것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김우영: 지금 검찰 수사는 정권 차원에서 플랜을 짜서 기획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음모와 공작을 펼쳤다. 그들이 한 것을 현 정권도 할 것이라고 상정해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시대에 뒤떨어지고 긁어 부스럼 만드는 행위다. 전직 대통령이라면 안보·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사회적 공론에 기여해야지 묻지도 않은 자기 변론에 급급해선 안 된다. -정원오: 여론은 늘 바뀐다. 적폐청산이 인적 청산 문제로 비쳐지면 여론은 바뀌기 쉽다. 그게 우려된다. 진실은 꼭 밝히고, 인적 청산이 아닌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우영: 아니다. 인적 청산 없는 제도 개선은 어렵다. -이성: 우리 사회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가해자가 피해자를 용서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한 적이 없다. -김우영: 맞다. 가해자가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이성: 이번에는 용서를 하더라도 피해자가 용서해야 한다. 진실을 다 밝히고, 피해자인 국민들 사이에 용서를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용서하는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이창우: 이야기가 좀 빗나간 것 같다. 용서가 초점이 아니다.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 인식이 핵심이다. 차 구청장께서 말씀을 잘하신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를 하되 논란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역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이성: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 정권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저지른 국정원 댓글 등 정당하지 못한 활동들에 대해 청산을 해나가고 있다. 적폐의 주역 중 주역인 국정원을 개혁하고 있는데, 비단 국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원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돈을 대 준 전경련도 국정원 못지않은 주역이다. 전경련이 돈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어버이연합 같은 단체가 활동하지 못했다. 기업의 뒷돈이 있었기에 적폐가 생겼다. 국정원 적폐는 바로잡아 가고 있는 듯한데 전경련의 적폐청산에 대한 노력이 없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북핵, G2 등 세계질서 속 해결 모색… 남북교류 활성화해야” [북핵] →역대 정권들이 북한과 대화도 해보고 제재도 해봤지만 결국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있을까. -김우영: 우선적으로 북핵 폐기 같은 높은 수준의 목표보다는 낮은 단계의 신뢰 회복 조치가 중요하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한반도에 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잠정 중단하고,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한·미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해 상호 회담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쌍중단’이다. 일단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핵 종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풀리지 않는 걸 얘기하면 아예 풀리지 않는다. 위기가 확대되는 걸 우선 막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평화적으로 바꾸려 한다. 그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문화적으로도 북한과의 교류를 주도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부 역할이 미흡하다. -정원오: 미·북 수교, 북핵 폐기·동결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미국의 힘이다.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면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 북한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때 국회 연설에서 북한은 미국의 따뜻한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표현했는데, 미국과 손잡으면 북한도 남한과 같이 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민간뿐 아니라 지방정부 간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서울·평양 간 경평축구 등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 간 연계도 필요하다. 안보의식을 강화하되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교류에 대한 움직임을 해야 한다. -김영배: 중국이 ‘G2’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북핵·미사일이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이제는 미국이 북한을 직접 다뤄야 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세계 질서는 19세기 말 수준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프랑스 등 유럽도 정치적 변동을 겪고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에 나섰다. 경제는 물론 세계 질서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통해 생존하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 유동적인 세계 질서 안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미국이 국익을 위해 주로 대하는 국가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그런 틀에서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G2에 대해 ‘아빠가 좋냐, 엄마가 좋냐’ 이런 프레임으로 접근할 것인가 아니면 동북아 역내 새로운 다자주의 대화의 틀을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남북한 주민이 다양하게 교류 협력해야 한다. 국가 수준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국 간 관계는 다양한 주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는데, 협력·교류 시스템이 없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창우: 북핵과 관련해선 현 개발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을 1단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처음부터 국제 사회가 북한을 상대로 지금 당장 핵을 폐기하라고 하면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북핵 폐기가 맞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핵을 동결시키는 게 단기적 목표가 돼야 한다. 이후 모든 국제 사회가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 -이성: 전 세계, 특히 서방 진영에서 북한이 실제 핵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선택이다. 북한이 서방세계와 화해하고 미국과 수교하면서 그 대가로 핵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핵 보유 상태에서 미국과 대화를 하려 할 것이냐, 두 선택지를 놓고 봤을 때 북한은 핵을 가진 채로 북·미 수교를 하자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공식·비공식 대화의 창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역대 정부의 과오 중 하나는 개성공단을 더 키우지 못한 것이다. 인건비로 연간 북한에 흘러간 돈이 600억원인데, 그 정도로 핵 개발을 하지는 못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자본주의 경험을 제공했을뿐더러 남북 간 대화의 창이었다.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 규모를 키웠다면 북한이 핵 개발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차성수: 세 가지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첫째는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고 둘째는 9년 동안 남북 소통 라인이 다 끊어졌다. 국정원, 통일부 어디에도 소통 라인이 없다. 신뢰 있는 소통 라인을 복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셋째는 북한이 1990년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핵을 가지려 했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핵 하나를 갖고 버텨 왔다. 단순히 남북 간 문제로 풀 수 없다. 미국과 북한, 세계 질서 속에서 풀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전쟁은 절대 안 된다. 전쟁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6개월간 문재인 정부가 펼쳐 온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은 무모하고 우발적인 도발, 확전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비핵화·평화’ 원칙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북한이 30년 가까이 판을 키워 왔으면 이제 정리할 때가 됐고, 원칙을 갖되 조급하게 빨리 해결하는 걸로는 안 된다. 북한과 직접 통할 수 있는 다양한 우회로도 만들어야 한다. 평창올림픽 개최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같은 기간 열리는 한·미군사합동훈련을 유예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김승훈·윤수경·송수연·이범수·최훈진 기자 hunnam@seoul.co.kr
  • 트럼프 녹인 시진핑… ‘신형 국제 관계’ 첫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0일 1~3면에 걸쳐 전날 열렸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소식을 전하며 “두 정상의 외교 전략 영도 아래 미·중 관계의 청사진이 나왔다”면서 “정상들의 협력 정신만 잊지 않는다면 양국이 근본적인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영 매체의 과도한 상찬이 아니더라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많은 것을 얻었다고 중국은 자평하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도 “당대회에서 1인 체제를 강화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세계에 알린 시 주석이 산뜻하게 ‘신형 국제 관계’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가장 껄끄러웠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갈등을 일단 봉합했다. 서방 언론들은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북한 문제는 애초부터 양국이 합의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때문에 시 주석이 확실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한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꺼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에 체결된 2530억 달러(약 282조원) 규모의 경협도 따지고 보면 중국의 일방적인 ‘퍼주기’로만 볼 수도 없다. 중국으로서는 항공기나 반도체는 앞으로도 수입해야 할 품목이며, 그 수입선을 미국으로 몰아 준 것이다. 일본과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중국에는 무역 구조 자체를 바꾸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미국의 확답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국내 권력 재편과 미국과의 갈등 해결을 마무리한 시 주석은 당대회 때 본인이 주창한 ‘신형 국제 관계’ 구상을 실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형 국제 관계’는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그 첫 무대는 10일부터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이다. 특히 시 주석은 11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변화한 중국 외교의 출발점으로 삼을 개연성이 높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극복하고 교류와 협력을 재개하는 모습은 호혜 평등과 공동 번영이라는 ‘신형 국제 관계’의 슬로건과 잘 맞는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시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이 연출되면 중국 정부는 양국 관계가 새 출발했음을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문 대통령, 29일 트럼프와 첫 만남…북핵·사드 등 ‘정공법’

    문 대통령, 29일 트럼프와 첫 만남…북핵·사드 등 ‘정공법’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9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갖는다.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세계질서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국가원수다. 이번 정상회담이 단순히 한·미 양자외교 차원을 넘어 국격과 위상이 높아진 한국이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운신과 역할을 해나갈 것이냐를 가늠해보는 시금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 특히 정상외교에 있어 의미와 파급력이 막중하다는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출범한 지 각각 40여 일과 4개월여밖에 안된 ‘걸음마 단계’의 정권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점이다. 대외정책의 세부적 기조와 인적 진용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국 정상의 ‘개인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외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두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케미스트리’를 형성하느냐는 향후 양국관계의 전반적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두 정상의 외교스타일은 매우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일관된 원칙과 목표를 중시하며 ‘정공법’으로 승부를 거는 방식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가가 수완을 발휘하듯이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전략을 바꿔가는 ‘임기응변’ 또는 ‘변칙’형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이는 그만큼 두 정상의 이념적 배경과 성장 과정,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인생궤적이 달랐음을 반영하고 있다.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진보·개혁진영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 당선된 문 대통령과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백인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트럼프 대통령인 만큼 서로가 딛고 선 국내 정치적 기반 역시 크게 다르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서로 부딪히거나 이견을 표출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두 정상의 상이한 성향과 스타일만으로 ‘궁합’을 속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동맹의 기본 가치를 재확인하고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가 형성된다면 정상 간의 개인적 유대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한·미 양국 정부는 서로 이념적 성향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정상 간의 유대는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대체로 좋았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 정권 초기 양국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제각기 대외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갈등’을 부각하기보다 ‘협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상회담의 콘셉트를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원칙과 목표를 중시하고 이를 토대로 상대방을 집중 설득하는 스타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강한 스타일의 지도자와 오히려 호흡이 더 잘 맞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놓고 허를 찌르는 변칙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핵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상대로 지나치게 공세적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 백악관에서 환영 만찬을 베푸는 것은 문 대통령을 특별히 배려한 케이스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국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공식 환영 만찬을 베푼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정부에서는 한·미 정상 간에 만찬 없이 오찬회동만 이뤄졌다. 정상회담에 앞서 환영 만찬을 하는 것은 사전에 ‘스킨십’을 강화함으로써 회담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이끌고 상호 ‘윈윈’이 되는 쪽으로 결론을 도출해내려는 미국 측의 뜻이 반영돼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드와 FTA 등 예민한 쟁점을 논의하는데 있어서도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면서도 전향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신(新)실크로드와 중국몽/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신(新)실크로드와 중국몽/오일만 논설위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현대판 대장정’이다.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대장정(1934~1936년)을 통해 신중국의 초석을 닦았다면 5세대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를 통해 중화 부흥의 꿈(中國夢)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3년 10월 시 주석이 인도네시아에서 이 구상을 밝혔다. 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을 목표로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개국을 거대 경제권으로 묶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일대(一帶)는 ‘하나의 띠’란 의미로 한(漢) 무제가 개척한 동서 교역로인 비단길이다. 중앙 아시아를 거쳐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유라시아 횡단 축과 일치한다. 일로(一路)는 명(明) 영락제 당시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로, 즉 해상 실크로드에 해당한다. 남중국해를 지나 말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며 지중해를 지나 유럽과 연결하는 축이다. 육·해상 두 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 지대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꿈이다. ‘21세기 신(新)실크로드’로 불리는 이유다. 일대일로 구상은 ‘범중화 경제권’이 목표다. 60여개국의 44억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지배하는 달러 경제권을 허물면서 ‘위안화 제국’을 세운다는 원모심려가 엿보인다. 중국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누적된 생산 과잉의 모순을 국내외 인프라 건설을 통해 해결하면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국가 경제의 근원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노림수도 엿보인다. 밑바닥에 깔려 있는 외교 안보적 사고도 눈여겨봐야 한다. 다극주의를 꿈꾸는 중국은 최강의 패권국 미국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대중 포위전략에 대한 전방위적 반격전의 의미가 있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들과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세계질서를 서서히 중국 위주로 돌려놓는다는 구상이다.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15일 폐막됐다. 28개국 정상을 포함해 13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매머드 회의였다.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라고 규정한 시 주석은 ‘복숭아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어도 그늘 아래 자연히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는 고사를 인용하며 성공을 다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신팽창주의를 우려하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포럼을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한 시 주석의 ‘정치 선전장’으로 공격했다.
  • 청년들, 왜 조국 떠나 낯선 땅 떠도는가

    청년들, 왜 조국 떠나 낯선 땅 떠도는가

    헬조선 인 앤 아웃/조문영 외 6명 지음/눌민/288쪽/1만 6500원“그렇게 나는 한국을 떠났다. 내가 한국을 떠난 건지, 한국이 날 밀어낸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긴, 똑같은 말이다.” 심재천 작가의 소설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속 인물의 말이다. 토익 590점으로 취업의 첫 단계인 서류 전형마저 통과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결국 호주 어학 연수를 떠난다. ‘내가 한국을 떠난 건지, 한국이 날 밀어낸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그의 뇌까림에는 요즘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이동의 양면성이 깃들어 있다.단적인 예가 한국 유학생 절반이 처음 거치는 미국 커뮤니티칼리지의 청년들이다. 이곳 한인 유학생들의 궤적을 연구해 온 인류학자 김수정씨는 이들이 대학 측으로부터 ‘봉’이자 ‘현금인출기’ 취급을 받으며 정치경제적 난민이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목적은 대부분 커뮤니티칼리지를 다닌 뒤 미국 대학에 진입하기보다 4년제 서울 대학에 편입하는 것. 유학을 통해 ‘루저’라는 낙인을 지우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를 얻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학업의 어려움, 재정의 어려움으로 분투하는 이들은 이 목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깨달아 간다. 그러면서 목표는 재설정된다. 한국에 돌아가 ‘잉여’로 전락하느니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유령’ 취급을 받고 미국 한인 커뮤니티에서 ‘존재감 없는 소수자’로 살기를 원하게 된다. 저자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이들과의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이들이 실은 한국의 정치, 경제 분야의 권력 집단으로부터 내몰림을 당한 것이란 생각이 점점 또렷해졌다”고 말한다. 2014년 1월 외국 비즈니스 대표단과의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저자는 이 발표는 곧 한국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을 염려하기보단 국내 및 주요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탈나라 기업국가’로 전락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시민들이 자신의 학력, 직업, 연령과 관계없이 자신이 언제든지 폐기 처분될 수 있는 ‘부속품’이라는 집단적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이런 체제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책은 21세기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이동이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를 갖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젊은 인류학자 7명은 인도 요가마을, 아일랜드 레스토랑, 미국 커뮤니티칼리지, 케냐 슬럼 지구 등 지구촌 각지에 퍼져 있는 한국 및 한국계 청년들의 고민을 바통 터치하듯 이어받는다. 초점은 ‘정주’가 아닌 ‘부유’에 있다. 청년들이 왜, 어디로 떠나며 그곳에서 뭘 하는지, 이후 어떤 귀환이나 새로운 이동을 준비하는지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이들의 여정은 국민을 보듬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과 신자유주의 세계질서가 내던진 인간 존엄을 되돌아보게 한다. 책 속에서 ‘글로벌’이란 “평범한 청년을 국제 난민으로 만드는 신자유주의 교육 체제의 다른 이름”(2장)이자 “헬조선의 일시적 해독제”(1장)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도피하듯 떠난 해외에서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에 따른 구조적 착취를 새롭게 경험”(3장)할 때 ‘글로벌’과 ‘내셔널’의 차이는 또 무의미해진다. 청년들의 ‘헬조선 탈출’을 철모르는 투정으로만 넘겨서는 안 되는 질문 앞에 우리는 섰다. ‘그나마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으로 전환한 이들은 다행이지만, 전환에 실패한 이들, 한국 사회에 얽매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점점 더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살로, 이민으로, 여행으로 이탈해 나가는 한국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57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佛대선 바라보는 EU의 불안한 시선… 왜

    佛대선 바라보는 EU의 불안한 시선… 왜

    극우 르펜·극좌 멜랑숑 집권 땐 거대한 후폭풍 ‘프렉시트’ 우려나토 군사부문 탈퇴 추진도 걱정결국 EU 붕괴까지 불러올 수도자유주의 세계질서 지각변동 뜻 오는 23일(현지시간) 열리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를 앞두고 4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안갯속’ 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좌우 포퓰리스트 후보 2명이 모두 ‘프랑스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와 유럽은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간 지속된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4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중도 성향 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성향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는 각각 22%의 지지율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극좌 성향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20%로 3위, 중도 우파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19%로 4위를 차지했다. 마크롱과 르펜이 1차 투표 1·2위를 대상으로 하는 결선(2차 투표)에 진출한다면 극우 세력의 집권에 대한 견제 심리 때문에 마크롱이 결국 6대4 정도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멜랑숑이 두 차례의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특유의 유머와 직설적 화법으로 선두권 후보를 집중 공략하며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멜랑숑은 20일 3차 TV토론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여론조사기관 BVA의 최근 조사에서 1차 투표에 참가하겠다는 유권자 가운데 34%는 아직 표를 누구에게 줄지 정하지 않은 부동층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는 중도 성향의 마크롱 후보를 엘리트 출신에 투자은행에서 거액의 봉급을 받아온 ‘기득권 세력’이라고 공격하며 청년층의 반감을 자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급진 좌파 성향의 멜랑숑 후보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에서 독립해 ‘합리적 중도’를 표방한 마크롱을 ‘기득권의 대변자’로 몰아세우며 협공하는 양상이다. 르펜과 멜랑숑과는 달리 마크롱은 정당 기반이 취약하고 지지층 일부는 멜랑숑과 겹치기 때문에 20일 TV토론을 기점으로 순위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우파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르펜과 좌파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멜랑숑이 결선 투표에 동반 진출해 이번 대선이 ‘극우-극좌’ 대결 구도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르펜은 유럽연합(EU)과 유로존 탈퇴, 보호무역 기조, 난민 수용 규모 축소를 내세우고 있다. 멜랑숑은 반(反)EU 기조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무상 의료, 주 32시간 근로제 등을 주장한다. 단 멜랑숑은 EU의 즉각적 탈퇴보다 EU 내에서 프랑스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EU는 르펜과 멜랑숑이 집권하면 영국 브렉시트(EU 탈퇴)보다 후폭풍이 큰 ‘프렉시트’와 미국의 유럽 방어의 핵심인 나토 군사 부문에서 탈퇴를 추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축을 이루던 프랑스가 프랑스의 자주성을 강조할수록 EU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결국 EU의 붕괴까지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14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르펜이나 멜랑숑의 당선은 EU와 나토뿐 아니라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정우택 “中 사드 보복 치졸하고 오만”

    정우택 “中 사드 보복 치졸하고 오만”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롯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과 관련한 중국의 보복에 “치졸하고 오만한 자칭 대국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이제 세계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G2국가이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는 뜻”이라며 “사드 배치를 불러온 근본적 원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있고 이를 묵인, 방관해온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보복 조치는 정치적 이유로 무역 제한을 못하게 한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도 위배한다”며 “중국이 마치 황제국이 되는 것처럼 주변국을 압박하고 위협하는 행동을 계쏙하는 한 국제적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방법으로는 “확고한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라면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군사주권의 대원칙을 포기하고 중국의 위협에 굴종하면 앞으로 우리는 군사주권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주권적이고 자위적 군사조치임을 명확히 하고 그 원칙을 견지해야만 어렵고도 부당한 압력과 횡포를 이길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힘의 외교’ 세계질서 흔든다

    트럼프 ‘힘의 외교’ 세계질서 흔든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토 내걸어 ‘동맹·자유무역’ 전후질서 재편 예고 黃대행 “파트너십 발전시키자” 축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도널드 트럼프(71)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현지시간) 낮 취임선서와 함께 제45대 미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미 의회 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에 이어 취임선서를 한 뒤 20여분짜리 취임연설을 했다. 여기서 그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를 통해 자신의 국정 모토인 ‘미국 우선주의’ 실현을 위한 청사진과 비전을 제시했다. 3주 전부터 자신이 직접 초안을 작성한 취임사에는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이여, 큰 꿈을 꾸자”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워싱턴 정치를 바꾸겠다는 각오를 밝혀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연설 후 의회를 떠나 백악관으로 향한 90분간의 차량 퍼레이드를 마친 뒤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신(新)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밝히면서 ‘트럼프 시대’의 시작은 동맹과 자유무역을 두 축으로 해 온 전후 70년 세계질서의 대대적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해 트럼프식 ‘힘의 외교’가 한반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소식통은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동맹에 대한 태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북핵 문제 등 협력이 시급한 한국 정부가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양국 간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내용의 취임 축하 서한을 보냈다. 황 권한대행은 서한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양국 간 공고한 파트너십을 한층 심화,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FT “고립주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미국의 쇠퇴 보여줘”

    FT “고립주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미국의 쇠퇴 보여줘”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는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것으로 결국 미국을 보다 가난하고 비천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혹평했다.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미국은 20세기 초 세계의 문제들로부터 자신을 떼어 놓으려는 고립정책으로 193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초래한 역사적 교훈을 체험했다면서 1945년 이후 새로운 세대 지도자들이 나토와 유엔 및 세계은행 등 국제적인 경제, 안보 체제 구축에 나선 것은 이런 교훈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1930년대 대공황의 교훈을 망각하고 있으며 그가 내놓은 정책들은 미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지탱해왔던 자유로운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유무역 지지와 미국 주도의 동맹 시스템은 초당파적으로 지켜져 온 원칙인데 트럼프가 이에 도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호주의 대통령 당선인으로 자칭하는 트럼프가 일련의 돌출적인 무역 정책을 감행할 경우 글로벌 무역전쟁을 야기해 세계를 침체에 빠트릴 것이라면서 이는 1930년대 대공황과 유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래크먼은 이어 글로벌 안보 분야에서 트럼프 효과는 더욱 극적일 것이라면서 동맹의 군사적 방어 의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존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와 유럽 침공을 미국이 묵인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아시아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으로 동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권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윤용로 시민의 단상] 국치일을 다시 생각한다

    [윤용로 시민의 단상] 국치일을 다시 생각한다

    러시아를 방문해 식당 등에 가게 되면 “러시아는 공산주의 시대를 거쳤기 때문에 서비스가 좀 시원치 않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실제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 1917년이니 지금으로부터 채 100년이 되지 않는 시기다. 그렇다면 공산주의 이전의 수세기에 걸친 세월도 러시아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텐데 왜 유독 최근 100년이 현재의 행태에 그렇게 큰 그림자를 드리우는가 하는 것이 늘 의문이었다. 최근 몇몇 여자 연예인들이 함께 부른 ‘샷업’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들었는데 여기서 의문의 단초가 조금은 풀렸다. 샷업이라는 영어 제목을 보고 최신 트렌드의 노래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빳데리가 다 돼서 전화를 못 받았어”라는 표현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샷업’이라는 영어를 썼다면 ‘배터리’라는 표현이 어울릴 텐데 왜 ‘빳데리’라고 했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제작자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쓰는 어휘를 썼다고 추측해 본다. 이 노래를 부른 분들은 모두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경험하지 못한 해방 이후 출생들인데도 그런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지배의 잔재는 이처럼 아직도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제 이전까지의 모든 역사를 넘어 20세기 초 35년의 경험이 그 두 배가 넘는 71년이 지나도록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마치 어렸을 때 엄마가 해 주신 음식으로부터 길든 입맛이 평생을 가듯이 왕정국가 해체 후 근대화 초기에 받은 영향이기에 오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본은 식민 지배 기간 동안 매우 치밀하게 우리의 모든 분야를 바꾸어 놓았다. 그간 일제 청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잔재 중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작업도 이제는 더 정교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모두 빚을 지고 있는 애국지사들의 후손에 대해 체계적인 보살핌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일제 청산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특성상 유사 이래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오고 있다.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견제하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인 것이다. 최근 미사일 발사와 핵 진전으로 도발로 치닫고 있는 북한과 사드를 계기로 긴장 관계를 보이는 중국, 늘 지정학적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러시아 등 동북아의 엄중한 정세는 많은 전문가가 열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구한말과 비슷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힘이 없어 어디에도 기대기 어려웠던 백 년 전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되 주변의 지정학적 변화를 고려하면서 감정적인 접근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이성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과거는 잊지 않되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명하게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최근까지 엔저 현상에 힘입은 바도 많지만 많은 사람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일본의 음식, 풍습, 예술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있다. 또 많은 일본인도 한류 등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특히 미래세대인 양국의 젊은이들이 우호적·협력적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교환 프로그램 등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주말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오랜만에 열린 것도 잘된 일이다. 오늘 우리가 106년 전 나라를 잃었던 국치일이 다시 돌아왔다. 요즘은 국치일이 과거처럼 잘 기억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라를 찾은 광복절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잃은 국치일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매우 아쉬운 일이다. ‘역사평설 병자호란’의 저자 한명기 교수는 조선왕조가 경험했던 모든 전쟁은 조선의 잘못이 아니라 ‘세계질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100년 후 우리 후손들이 모든 어려움을 잘 극복해 선진국을 일구었다고 우리에게 고마워할 수 있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환은행장
  • [이경형 칼럼] 한미동맹 흔들리나

    [이경형 칼럼] 한미동맹 흔들리나

    1991년 소련 연방이 붕괴된 뒤 미국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으로 경제는 하강 곡선을 그렸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의 쇠퇴를 초래했고,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에서 동아시아 전략을 수립했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미국의 우월한 지위는 앞으로 수십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가운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미관계가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외교 안보면에서 미국의 신고립주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전략과 대북 강경책의 맥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동맹만 놓고 보면 철통 같은 결속이 지속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세계 패권 구도에서 보면 미국은 확실히 퇴조기에 접어들었다. 2000년 이후 테러리즘 근절과 대량 살상무기 제거라는 명분과 함께 민주주의 가치 확산을 위해서라면 무력의 선제사용도 불사한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신보수주의 노선은 완전한 실패로 치부되고 있다. 차기 미 행정부의 동맹외교는 클린턴식의 ‘서로 함께하는 동맹’이거나 트럼프식의 ‘돈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동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선점한 ‘글로벌리즘이 아니라 아메리카니즘(미국 우선주의)’이라는 화두는 세계화의 파도에 휩쓸려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백인들의 심금을 때리고 있다.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으로 전쟁에 이긴들 무슨 이익이 있는가. 전쟁이 끝난 뒤 내부 혼란과 희생의 뒤치다꺼리까지 왜 미국이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오바마 행정부도 동맹국의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의 단독행동이 아니라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할 것임을 천명해왔다. 최근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가 위협받는다는 선동이 횡행하고 있다. 북한이 사드 배치 지역을 미사일로 선제공격하거나,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분쇄하기 위해 같은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주한 미군의 안보와 한국의 안보를 별개로 보는 것으로 한·미동맹을 전면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군과 주한 미군이 인계철선으로 연결된 안보동일체로 규정하고 있다. ‘양국 안보 분리’ 주장은 ‘동맹의 안보’는 ‘동맹국과 함께’라는 미 대외전략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등 비대칭 전력의 대응전략은 한·미동맹에 근거한 공동방위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의 냉엄한 현실이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고배를 마시더라도 ‘트럼프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현상은 영국 국민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한 것처럼 자국 이익의 극대화와 반이민, 반세계화의 신고립주의의 부상과도 맥이 닿는다. 미국도 금융위기 이후 국제 문제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한 피로감에서 탈출하자는 흐름이 부상하고 있다. 이제 한국 외교는 미국의 한·미동맹 강조와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압박 외교의 중간에 끼어 진퇴양난의 형국에 처해 있다. 한국은 더이상 구한말의 약소국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중견국으로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금년은 미국 대선이고 내년은 한국 대선이다. 한·미 양국의 차기 신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사드 배치는 완료하되, 한·미·일의 군사정보체제의 통합 등 추가 조치를 진전시키지 말고 일단 ‘봉수’(封手)하는 정책으로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보자. 한·미 양국의 새 정부는 동아시아 정세를 지금과는 다르게 볼 수도 있다. 미국에는 한국 내 여론 순화 및 배치 지역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진지하게 말하고, 중국에는 사드가 대중포위망인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체계에 편입되지 않을 것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 ‘21세기 新세계질서’ 美·中에 달렸다

    ‘21세기 新세계질서’ 美·中에 달렸다

    헨리 키신저의 세계질서/헨리 키신저 지음/이현주 옮김/민음사/460쪽/2만 5000원 모든 문명 속에는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완전하게 성공한 세계 질서는 없었다는 게 사가들의 일관된 평가이다. 시민을 목표로 삼은 테러가 연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세계 질서.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질서는 어떤 것일까. 지난 세기, 세계 정치의 격류에 가장 가까이 있었다는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역시 이 책에서 지금의 질서 판을 깨고 새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각각의 질서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균형을 맞춰 왔고, 어떤 상태인지, 국가관계를 어떻게 형성해 가고 있는지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현대 ‘최고 외교 전략가’란 별명이 괜한 게 아님을 실감케 한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유럽과 이슬람, 중국, 미국에서 4개의 세계 질서 개념이 출현했었다. 하지만 따져 보면 어느 것도 보편적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한마디로 실패한 것이다. 책의 장점은 그 세계 질서의 실패 과정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해 국가운영 전략을 제시한 점이다. 특히 갈등 해결을 위해 ‘힘의 균형’과 ‘정당성’이 뒷받침되는 세계 질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돋보인다. 저자는 세계 질서와 관련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본다. “국제 체제에 대한 국가들 간 합의 가능한 정의 혹은 추구할 만한 가치의 공통이해가 부족하다.” 문제 해결을 이끌어 가는 원칙이나 한계, 혹은 최종 목적에 대한 주요 행위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들의 경우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이들의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게 의무라고 여기는가 하면 중국인들은 2000년 동안 천하가 중국 황제의 속국이라 여겨 왔다. 미국 역시 스스로 ‘세계적인 등불’로 자신을 치켜세우며 여전히 자신들의 가치가 보편 타당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저자는 질서의 전환에 미국과 중국의 역할을 비중 있게 놓는다. “미국과 중국, 문화도 전제도 다른 두 거대한 나라는 모두 대내적으로 근본적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두 나라가 경쟁관계,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협력관계로 바뀔지에 따라 21세기 세계질서의 중요한 전망이 형성될 것이다.” 외교 경험에 바탕한 중국·미국의 외교 차이점 부각도 흥미롭다. ‘외교문제를 미국은 실용적으로, 중국은 개념적으로 본다’ ‘미국은 한번도 안전을 위협할 주변세력을 가진 적이 없었지만, 중국은 늘 주변세력의 위협을 견디며 살아왔다’. 양국이 모두 스스로 ‘특별한 나라’로 여기는 만큼 적과 동지가 명백하지 않은 외교적 ‘애매모호함’은 이 지역 평화 유지에 긴요하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의 관련성도 들춰진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상 때 평양, 원산까지만 진격했다면 통일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방안을 추진했다면 중국 국경선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서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대부분 파괴하고 북한인구의 90%를 통일된 한국에 흡수했을 것으로 본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입장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결과를 부를 전쟁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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