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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북아 파워지형 요동] “지구촌 ‘인종·종교·문화 동맹’ 재편중…韓 독자노선국”

    [동북아 파워지형 요동] “지구촌 ‘인종·종교·문화 동맹’ 재편중…韓 독자노선국”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한국은 진정한 기술혁신의 강자가 됐고, 글로벌 경기침체에서도 훌륭하게 회복했지만 팽창하는 중국권에 흡수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일본이 극심한 갈등을 빚고,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하는 등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26일(현지시간) 한국은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도 혼자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뉴스위크는 ‘새로운 세계 질서’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지금까지는 단순히 정치적인 관점에서 국경이 형성됐지만 이제는 국경을 넘어 인종,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의 연대감을 가진 새로운 글로벌 동맹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中 ‘초강대국 부상’ 기 정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중심의 서방진영과 옛 소련을 앞세운 공산진영으로 양분됐던 냉전시대의 종결로부터 촉발됐으며, 제3세계의 개념도 중국과 인도의 등장으로 대체됐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국제무대에 떠오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같은 개념도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로 인해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 프랑스, 브라질, 스위스, 인도 등과 함께 어떤 범주에도 들지 않는 독자적인(Stand alone) 국가군으로 분류하면서 40년 전 1인당 국민소득이 가나와 비슷했지만, 오늘날에는 15배 이상 많아졌으며 중상층 기준 가계소득이 일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고 강조하는 한편 고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금융자본과 기술로 세계 강대국으로 남아 있지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자리는 중국에 넘겨줬다고 평가했다. 2050년까지 인구의 35%가 60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면서 첨단기술 분야도 한국과 중국, 인도, 미국 등에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주요 2개 국가(G2)로 불리며 세계 질서 재편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은 홍콩, 타이완과 함께 중화민국권으로 분류됐다. 뉴스위크는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Super Power)’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단언하면서, 특히 민족 단결성과 역사적 우수성이 두드러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한 권위주의 체제와 극심한 양극화, 환경오염은 시급히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며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앞으로 30년간 중국의 가장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캐나다와 함께 북미동맹권으로 분류됐다. 두 나라는 경제와 문화적 측면에서 사실상 동일한 국가에 가까우며 뉴욕 등 세계적 수준의 도시와 세계 최첨단 기술 기반 경제, 최고의 농업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브릭스’ 큰 의미 없어 중국과 관계 강화에 나선 러시아는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몰도바, 우크라이나로 구성된 ‘러시아 제국(Russian Empire)’의 맹주국으로, 대규모 천연자원과 첨단과학기술능력,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옛 차르 체제와 마찬가지로 슬라브 민족 국가들을 끌어안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독일,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등은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 수준 높은 복지제도, 높은 저축률과 낮은 실업률, 인상적인 교육제도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새 한자동맹(New Hansa)’으로, 올리브와 와인의 나라인 그리스와 이탈리아, 불가리아 등은 올리브 공화국으로 분류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美 달러화 구제불능 될수도… 단일화폐 출현”

    “美 달러화 구제불능 될수도… 단일화폐 출현”

    “미·중 간 환율과 무역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기여해 달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CDF)에 참석,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처럼 당부했다. 30년의 개혁·개방으로 옹골차게 영근 과실을 다듬고 있는 ‘미래의 나라’ 중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을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질서)’시대의 개막으로 규정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닐 퍼거슨 교수가 “금융위기로 미국의 경제 영향력이 쇠퇴한다.”며 내놓은 ‘차이메리카(미·중의 상호의존)시대의 종말’을 뜻한다. 지난 6월 중순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한국비즈니스센터(KBC). ‘화폐전쟁 1·2’의 저자인 쑹훙빙 환구재경연구원장(環球財經硏究院長)은 “다음 세대에는 미 달러화가 구제불능이 될 수 있다.”며 “단일화폐가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본위제 예언에서 진일보한 발언이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90분 동안 속사포처럼 얘기를 풀어갔다. ‘화폐전쟁1, 2’의 감수자인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부관장이 대담에 참여했다. ‘화폐전쟁’은 음모론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삼국지 같은 ‘팩션’이다. 최근 중국과 한국에서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하룻밤 새 수십억 달러가 증발하고, 주식시장과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황당한 시대에 오히려 합리적인 준거 틀을 부여한다. →‘화폐전쟁2’가 다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집필 동기는. -쑹훙빙(이하 쑹) 1편을 기초로 세계와 서방의 금융 인맥을 심층적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1편이 ‘화폐 발행권(發行權)’에 초점을 맞췄다면, 2편은 화폐 발행권을 장악한 ‘공동체’에 집중했다. 심층적 역사자료를 바탕으로 썼기에 더 힘들었다. 원고를 탈고한 뒤 흰머리가 늘었더라(웃음). -박한진(이하 박) 쑹 원장이 단순히 음모론을 전하려 책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금융파워가 세계 질서의 우열을 가른다는 메시지를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으로 전달한 것이다. →(책에서 언급된)단일화폐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쑹 유로화 위기가 불거진 가운데 2011~2014년 영·미·일이 2차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일종의 ‘신용위기’다. 영국과 일본은 2011~2012년, 미국은 2012~2014년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뒤 미국 통화공급 시스템 모니터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위기가 지나간 뒤 ‘신용국가’가 형성되는데, 2024년쯤 세계 단일화폐 체제가 도래한다. 전제조건은 화폐·재정·세수의 세 분야를 통합하는 것이다. 화폐만 통합한 유럽연합(EU)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과도기를 이끄는 주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될 것이다. -박 단일화폐 출범이 14년이란 짧은 기간에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글로벌경영 확산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보급됐듯이 표준화폐 형태로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단일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 -쑹 유로화에 대한 의구심은 산재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유로화 자체가 아닌 EU 국가별 재정과 세수 차이에서 오는 문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체가 돼 통합해야 한다. ECB는 일종의 초주권국가 역할을 하면서 EU의 완전한 통합에 일조할 것으로 본다. 시나리오는 영·미·일 신용위기→3개국 금융정책 단일화→IMF의 화폐·재정·세수 통일→세계 단일화폐 도래로 요약된다. 가능성은 지난해 IMF의 특별인출권 행사로 엿볼 수 있었다. -박 단일화폐라고 화폐를 함께 찍어 쓰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1960년대 미국 달러가 불안해지자 금과 달러에 이은 국제통화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결과 등장한 게 IMF의 특별인출권이란 사실을 상기해 보라. →한·중·일 경제블록 가능성에 대해 말해 달라. -쑹 자체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은 중국을 일종의 글로벌 시장으로 보고 있다. 통합효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리라고 본다. 중·저급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했던 중국 기업은 아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반면 첨단분야에서 상호 경쟁하는 한·일은 사정이 다르다. 블록 형성의 핫이슈는 역시 단일화폐 구축이다. 이들이 아시아 단일화폐를 구축한다면, 세계 단일화폐에 대항하며 경제 자주권을 지키는 방파제가 될 것이다. -박 한·중·일 관계가 수직분업에서 수평분업으로 접어들면서 역내 경제규모 확대와 고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경제의 버블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쑹 정부의 통제력이 강해 버블붕괴 위험성은 낮다. 4개 주요 은행도 모두 국책은행이다. 정부가 최근 시행한 부동산 규제정책은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2년간 장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안정된다는 가정 아래서다. -박 중국 경제의 40%가량이 부동산에 의존한다. 하지만 버블 붕괴론은 서방의 주장이다. 주권반환 이후 홍콩경제의 몰락, 외환위기 이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2000년대 초·중반 중국 금융 붕괴론 등 서방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한국과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비교해 달라. -쑹 시스템 자체가 너무 달라 비교가 어렵다. 다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한국 금융기관이 체질개선을 하는 동안 대주주가 외국계로 많이 바뀌었다. 이는 투자자들을 시스템적으로 오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계 대주주들은 앞으로 어디서 문제가 불거질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위기 때마다 한국의 부실자산을 사들여 부를 축적할 수 있다. -박 금융 규모는 중국이 크지만 내용은 한국이 알차다. 덩치를 키울 것인지, 체질을 강화할 것인지는 양국 모두의 고민이다. →‘화폐전쟁2’에서 1983년 KAL기 격추사건의 배후에 대해 언급했다. -쑹 미국 금융재벌 반대편에 섰던 로렌스 패튼 맥도널드 하원의원의 KAL기 탑승에 주목했다. 그래서 미국 굴지의 금융가문들이 배후에 있을 것으로 추론했다.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언급한 차원이다. →후진타오 정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쑹 바로 부동산 문제다. 중국 경제의 큰 그림자다. 정치나 국민생활과 직결된다. 다행히 중국 정부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박 ‘선부론’에 기초한 양적 급팽창은 지역·도농·계층간 격차를 키웠다. 중국의 출구전략은 금리인상이 아니라 체질개선, 즉 구조조정이다. →한·중 관계를 위한 대안은. -쑹 정치적으로 미·영과 같은 의견교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지속적이고 상시적 협의체가 절실하다. 특수관계를 구축하고 공동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공동기금을 마련해 신용위기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력 교환 시스템도 필요하다. 공동이익을 위한 기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선 단기과제를 해결하면서 공동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 경제의 새 틀이 필요한데 한·중 FTA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교류 확대의 장애 요소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sdoh@seoul.co.kr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부관장이다. 상하이 푸단대 박사과정을 마쳤다. 전문분야는 중국 거시경제, 위안화 환율동향 등이며 ‘10년 후 중국’ 등 11권의 저서가 있다. ●쑹훙빙(宋鴻兵) 국제 금융학자로 2008년 저서 ‘화폐전쟁’을 통해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다. 미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일했다. 현재 환구재경연구원과 잡지 ‘환구재경’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정·재계 실력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 오상도 특파원 기회와 도전의 현장에 가다 “중국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중국이 우리에게 문호를 열고 교류한지 올해로 18년째. 이제 질문에 답을 해야할 때가 왔다. 씨줄과 날줄이 빽빽이 교차하듯 대륙 곳곳에 공장과 마천루가 들어서고, 공공프로젝트는 도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간 대륙을 돌아보며 중국 경제와 기업, 소비자에 대해 ‘리포트’를 꼼꼼히 작성했다.
  • 친일파의 조국애?

    친일파의 조국애?

    아무리 돌이켜봐도 안타깝기만한 역사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는 온 세상이 침략으로 해가 뜨고, 혁명으로 날이 지는 세계질서 재편의 시기였다. 그러나 청, 러시아, 일본 등 커다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 있던 작은 나라의 무기력한 왕과 가여운 백성들의 삶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총칼을 앞세운 침략을 받아들이기에는 자존감이 컸고, 맞서 싸우기에는 힘이 부족했고, 혁명을 준비하기에는 바깥의 변화 흐름을 턱없이 몰랐다. 100년이 훌쩍 지났건만 지금도 그 회한은 가시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만고불변의 매국노로 평가받고 있는 이의 가슴에조차 또 다른 조국애와 개혁의 열망이 있었을 것이라는 소설적 욕망이 피어올랐을까. 장편소설 ‘제국익문사(帝國益聞社)’(강동수 지음, 실천문학 펴냄)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명성황후 시해의 주동자 중 하나인 우범선(1857~1903)에 대해 단순히 개인의 영달을 꾀한 반민족적 친일파로서만이 아닌, 개화당 핵심 멤버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다. 실제 우범선은 을미사변 때 훈련대 대대장을 지내 일본 낭인들의 시해를 도왔지만, 조선 후기의 무신으로서 국내 정치적으로는 공화제를 수립하고자 했던 철저한 개화주의자였다. 또한 육종학자인 우장춘(1898~1959) 박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역사 속 우범선은 1903년 일본에서 조선인 청년 고영근에게 암살되지만, 소설 속에서는 중상을 입고 겨우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못다 이룬 공화정 수립의 꿈을 위해 활동한다. 이 과정에서 고종 직속 항일 첩보기관인 ‘제국익문사(帝國益聞社)’의 요원 ‘이인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인경의 아버지는 개화당으로 활동하다 참수된 인물로, 이인경은 갈등하면서도 끝내 아버지를 부정하고, 공화정의 흐름을 부인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1902년 설립된 ‘제국익문사’는 겉으로는 관보를 제작하는 통신사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점조직으로 활동하며 고종에게 비서(秘書)로 보고해온 첩보기관이었다. 실제 이태진 서울대 교수가 제국익문사의 존재를 학계에 논문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규정집 ‘제국익문사 비보장정’과 함께 64명이 활동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이렇듯 소설은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얽혀있다. 팩션(팩트+픽션)이다. 제국익문사 요원들이 박영효, 우범선 등의 정변 계획을 하나하나 추적해 분쇄해가는 과정을 추리소설 기법으로 그려냈다. 소설적 재미는 재미대로 좇아가는 한편, 소설 속에서 드러난 허구와 진실 사이를 따지며 역사적 사실 관계를 하나씩 챙겨나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첫 번째 장편소설을 펴낸 강동수(49)는 “최근 TV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을 통해 명성황후가 마치 민족 정기의 상징인 듯 비쳐지고 있는 점에 의문이 들었다.”면서 “일본의 범죄 등에 대한 민족적 분노는 당연하지만 개화당과 수구당의 대립과 갈등이 사건의 또 다른 배경이었음을 주목하고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화당과 수구당의 대립, 외세의 한반도 침투 과정, 그리고 정변으로 점철된 정치적 혼란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정리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면서 “개화파와 수구파가 모두 실패한 당시 상황에서 조선을 제대로 살릴 방법은 없었는지 따져보고도 싶었다.”고 말했다. 민족이라는 지상 명제에 파묻혀 환호하는 것도, 민족의 가치를 마냥 외면하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니었다. 100년 전에도, 지금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객원칼럼] 위대한 기업에서 착한 기업으로/김동률 KDI 언론학 연구위원

    [객원칼럼] 위대한 기업에서 착한 기업으로/김동률 KDI 언론학 연구위원

    국내에 ‘미드폐인’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면 악의 존재로 ‘컴퍼니(company)’로 지칭되는 거대 기업이 나온다. 드라마 속 컴퍼니는 무소불위의 존재다.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조야가 컴퍼니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있다. 부통령을 암살하기도 하고 CIA, FBI도 맘대로 주무른다.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과거 국가의 힘이 이제 기업으로 넘어간 느낌이 든다. 극중 거대 다국적 기업 ‘컴퍼니’의 등장에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뒷받침하고 있다.오늘날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별국가나 당국의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누리고 있다. 기업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경제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 사회, 문화적 영향을 포괄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처럼 기업의 힘은 가공할 위력으로 커졌지만 이를 통제할 국가의 힘은 오히려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라는 리바이어던이 고삐에서 풀려나 세계질서를 좌지우지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른바 ‘기업에 의한 세계 지배’가 가능한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기업은 근대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규제와 통제에서 벗어나 오로지 시장논리에 의해 이익을 추구하는 환경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무한 이익추구는 양극화 현상 등 갖가지 병리현상을 낳고 있다. 이같은 부작용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다. CSR는 오늘날 무한경쟁, 시장주의에 근거한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약점을 보완·극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안이 된다. 시장경제에 기반을 둬 기업의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분배 불균형과 양극화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인들이 기업의 이익극대화가 곧 사회적 책임수행이라며 지나치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소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들의 주장은 신고전학파에 근거한다. 사회문제에 신경을 쓰는 만큼 비용을 증가시켜 주주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감소시킨다는 것. 즉, 사회적 비용이 제품가격에 전가되어 결국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고 경쟁력 상실로 인하여 신규 고용창출에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윤추구라는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밀턴 프리드먼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해 왔다. 그에 따르면, 기업은 단 하나, 즉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만 지면 된다. 주주는 기업의 주인이기 때문에 기업이 창출해 내는 이익은 당연히 주주들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이 같은 주장은 주주이론으로 설명된다. 물론 그의 주장대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개인의 사적 이익추구를 전제로 한 경쟁과 효율성 원리가 지배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 능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로부터 탈락되거나, 열심히 일하더라도 삶이 곤고하기만 한 이른바 근로빈곤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방치할 경우 사회통합이 어려울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해지는 세상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모두가 협력해야 하듯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업은 사회라는 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기업이 디디고 서 있는 대지를 외면한다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익추구가 곧 사회적 책임 수행이라는 시각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다. 기업이 사회의 요구를 외면하면 결국은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되돌아와 기업의 비용지출이 궁극적으로 증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익 극대화에 앞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보다 활성화될 때 대한민국호는 더욱 안전한 항해를 계속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 성공한 기업의 가치척도가 ‘위대한 기업’에서 ‘착한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 [열린세상]두 날개로 날아라/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열린세상]두 날개로 날아라/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도요타 리콜사태가 터진 뒤, 일본 내 반응은 대략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북미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 리콜사태가 터진 만큼 자국 자동차업계의 실적에 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둘째, 그간 북미 고급차 시장에 주력해 온 상황에서 강력한 원가절감이 요구되는 신흥개도국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한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셋째, 사태발생 이후 리콜-경영진 사죄-후속조치 발표 등 일련의 수순을 따랐음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도요타 때리기’가 통상문제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넷째, 기존 제품에 IT·바이오 등이 부가된 융·복합 제품이 발달하는 가운데 혼을 담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 우물만 판다는 ‘모노즈쿠리’ 정신에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다. 일리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비록 도요타 사태로 다시 불거지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문제가 편향된 글로벌 감각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공세적 글로벌 감각의 문제점이 노출됐는데도 이를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동북아 국가 중 가장 발전이 더뎠지만 외국문물의 적극적인 수용과 러·일, 청·일전 승리와 조선 강점 등의 수순을 밟으며 아시아의 맹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개항 초기 나라의 독립을 걱정하던 순수성이 침략적 군국주의로 변질되면서 패망의 길을 걷고 말았다. 첫 번째 성찰의 기회였다. 패전국 일본은 다시 일어섰다. 미국의 원조와 한국전·베트남전은 일본경제에 특수를 안겨주면서 신속한 회복을 도왔고, 급기야 유럽을 제치고 미국과 2강 구도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세계적으로 스시가 최고급 음식으로 대접받자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인 ‘팍스 자포니카’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일본의 공세에 위협을 느낀 미국과 유럽이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강세에 합의하면서 일본은 다시 위기에 빠져들었다. 두 번째 성찰의 기회였다. 일본의 생각은 달랐다. 좋은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판로는 확보되고, 따라서 번영은 계속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적절한 속도의 환율조정을 게을리하다가 갑자기 ‘엔고’를 맞은 일본은 다시 좁은 시야에 갇히고 말았다. 시장개방 같은 보편적인 방법보다 금리인하로 대처했고, 이로 인해 자산에 거품이 일자 금융개혁이 아니라 돈을 풀어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됐고, 세 번째 성찰의 기회였다. 그래도 일본 제조업은 여전히 세계 최고였지만, 이번에는 ‘최고의 품질이면 비싸도 괜찮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선진국 소비가 약화되는 시점에 한국이 중간 가격대의 고품질 제품으로 신흥시장에서 성과를 올리자 마음이 급해졌다. 이번에야말로 구태의연한 관행의 타파와 전방위적 혁신을 통해 편향된 글로벌 감각을 바로잡아야 했지만, 처방은 원가절감이었고 결국 도요타 사태를 맞았다. 네 번째 성찰의 기회가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일본은 20세기 초 부국강병의 길을 걸으면서 이웃국가와 공존·공생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미국경제가 하락세로 접어든 1970~1980년대에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면서 상호주의를 망각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서는 종합산업이라는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져 외부 환경의 변화를 놓치고 말았다. 일본사회와 일본기업, 나아가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기세를 올릴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적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잘나가던 기업이나 국가가 위기에 빠질 때는 거의 언제나 혼자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세적·일방적 글로벌 감각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그간의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외향적 글로벌 감각이 커갈수록 국제사회가 믿고 따르는 규범·가치관·제도를 자신의 내부에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때 그 기업과 사회는 안팎으로 균형 잡힌 글로벌 감각을 두 날개 삼아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으로 엮어가는 네트워크적·소통적 세상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 [모닝 브리핑] 이대통령 3·1절 경축사 국민통합 강조

    이명박 대통령은 제91주년 3·1절 경축사를 통해 국민통합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할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1일 경축사에서 세계질서의 거대 변화기를 맞은 현 시기야말로 신분, 종교, 지역을 초월해 모두 하나가 됐던 3·1운동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우리가 세계 중심에 설 수 있을지는 국민 통합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할 예정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특파원 칼럼]선택 강요하는 중·미관계 변화/박홍환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선택 강요하는 중·미관계 변화/박홍환 베이징특파원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연초부터 티격태격하던 양국은 결국 갈등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치킨게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어느 한쪽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일각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을 세계질서의 급속한 재편과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금융위기로 힘이 빠진 미국은 연일 중국의 약점을 찔러가며 패권이 아직 자신들의 손아귀에 있음을 애써 과시하고 있다. 새 강자로 부상한 중국은 춘추전국시대 중원 제패의 야망을 품은 초나라 장왕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향해 구정(九鼎·하나라 우왕 때 전국 아홉 주에서 거둔 금으로 만든 솥, 천자의 상징)의 크기와 무게를 묻고 그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서방의 패자였던 미국은 20세기 말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유일 강대국으로서 세계를 호령했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불량국가’로 지목해 공격했을 때 어느 누구도 반발할 수 없었다. 오히려 서방세계는 연합군 형식으로 미국의 전쟁에 동참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꽃도 영원히 붉을 수 없듯이 권력 또한 무상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전성시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이 독점했던 힘의 일정 부분을 중국이 가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지난해 중국 지도부는 말 만이 아닌 행동으로 중국의 굴기(우뚝 솟음)를 알렸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중국의 뜻을 거슬러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가 호된 곤욕을 치렀다. 연이어 사절단을 보내 중국의 심기를 달래야만 했다. 호주, 캐나다도 비슷한 곤경을 겪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림)하던 중국이 아니다. 구심력 또한 만만치 않다. 세계가 급속히 중국의 영향권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전후 65년 동안 미국의 우산 속에 몸을 숨겼던 일본은 그 우산을 벗고, 중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유럽,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전체와 각각 상호협의기구를 갖췄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중국 뒷선에 서 있는 국가는 하나둘 늘고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도 이렇게 묻는다. “저쪽(미국)이냐, 이쪽이냐.”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은 “한·미 군사동맹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주중대사에 중량감 있는 인사를 보내라고도 거리낌 없이 요구할 정도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체결하자고도 한다. 중국의 요구를 무작정 거절할 수도 없는 현실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중진국 입장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 없이는 우린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질 지경이 됐다. 미국 역시 묻는다. “저쪽(중국)이냐, 이쪽이냐.” 한국이 미국의 탄도 미사일 방어(BMD)체제에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전통적 우방이자 가장 밀접한 군사파트너의 요구를 묵살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일본과 청(淸) 사이에 끼여 운신할 수 없었던 조선 말의 상황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 민감한 반응일까. 물론 그때처럼 군사력으로 우리를 힐난할 상황은 아니다. 우리의 힘도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양쪽의 ‘구애’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세계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 일본, 중국과 함께 G4 체제를 도모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명하고도 정확한 외교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선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제질서의 재편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철저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G20 의장국이 됐다고 마냥 들떠 있기보다는 조용하고 냉철하게 국제질서의 재편을 읽어야 한다. 초나라 장왕은 “(3년 동안) 날지 않았으니 한 번 날면 하늘에 치솟고, (3년 동안) 울지 않았으니 한 번 울면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한 뒤 춘추시대의 패주가 됐다. 내실을 다지며 때를 기다린 결과다. 중국이 부러운 건 이런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가 도광양회할 때이다. stinger@seoul.co.kr
  • MB “외교관 봉사·희생정신 가져야”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외교관은) 아프리카 등 오지로 파견돼도 보다 낫고 편한 곳으로 이동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으며 “(외교관은) 화려한 직업이기 전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관에게는) 세계질서를 선도하는 사고의 변화와 희생정신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2009년 한 해는 외교나 안보, 국방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겪었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고 있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 외교는 관례에서 벗어나서 세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문제도 진전은 없으나 진전을 위한 기초는 성공적으로 닦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후 참석자들과의 환담에서 공적개발원조(OD A) 분야에서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민간이 ODA 분야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면서 “나 또한 퇴임하면 NGO 활동으로 세계와 국가에 봉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업무보고에서 유엔평화유지군(PKO) 참여규모를 현재 401명에서 중장기적으로 1000명 이상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새해부터 수단과 콩고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주요 재외공관에 G20 담당관을 지정, 총력 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무기조달·획득체계 개선을 통한 예산 절감을 위해 외국에서 무기를 살 때 무기중개상(에이전트)의 개입을 배제하고 정부 간 직거래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군 내부 인사와 에이전트 사이에 리베이트 수수를 막고, 중개수수료를 절감할 계획이다. 통일부는 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제안한 북핵 일괄타결 구상인 ‘그랜드 바겐’을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통해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의 설치도 추진키로 했다. 김성수 김상연 홍성규기자 sskim@seoul.co.kr
  • 李대통령 “선거·행정구역개편 서둘러야”

    李대통령 “선거·행정구역개편 서둘러야”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30일 정치개혁 문제와 관련, “원칙적으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은 정치권에서 이른 시간 내에 해야 한다.”며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은)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고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보고 특별기자회견’에서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꾸라고 제안하지 않겠다.”며 “필요하면 정부가 검토한 게 있어서 내놓겠지만 정치권이 자발적으로 소통을 위해,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을 위해서 제도를 바꿔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관련, “남북문제는 물론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의 비전과 해법을 내놓고 주도하는 노력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핵 포기 의사만 있으면 북한도 거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내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될 제5차 G20 정상회의에 대해 “G20 정상회의 유치는 이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G20 의장국으로서 의제 설정과 참가국 선정, 합의사항 조정은 물론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대안을 적극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아프리카나 저개발 국가의 대표를 참여시켜 함께 의논하는 장을 만들겠다.”며 “가능하면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과 관련된 지원 문제, 모든 기구가 협력하는 문제를 포함해서 의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그랜드 바겐’ 제안에 대해 “‘비핵·개방 3000’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미국의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 철회가 없이 우리의 핵포기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허황한 꿈”이라고 일축했다. 중앙통신은 “남조선 고위당국자가 최근 핵문제와 관련한 ‘일괄타결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며 “그 누구와 ‘관계정상화’를 하고 ‘경제적 지원’이나 받으려고 그따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밝혔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5주년-新아시아시대] 41억 아시아 다시 용틀임 하다

    [서울신문 창간105주년-新아시아시대] 41억 아시아 다시 용틀임 하다

    200여년간 서구의 위세에 밀려 숨죽이고 있던 인구 41억명의 아시아가 다시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新)아시아 시대’의 막이 오르는 것이다. 아시아는 18세기까지는 세계의 경제, 문화, 정치외교에서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 팽창과 함께 세계사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다. ‘아시아 대망론’도 나온다. 특히 세계경제 위기에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 국가들이 선진국과 탈동조화하는 모습(디커플링)을 보이면서 신아시아시대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한국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모두 참여하는 내년 주요 20개국(G20)회의 의장국으로서 경제위기 뒤 세계질서 재편에 큰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신아시아시대는 중국과 인도 경제의 눈부신 성장이 견인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2007년 세계 4위인 중국경제 규모가 2025년에 미국을 따라잡은 후 2050년에는 미국의 1.8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세계 12위에서 2050년에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도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경제연구센터도 최근 세계경제 장기예측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20년 국내총생산(GDP) 17조 3000억달러로 16조 8000억달러인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서울신문은 이처럼 세계의 중심으로 귀환하는 아시아의 저력과 신아시아시대의 현상과 과제를 105주년 창간기념 특집을 통해 집중조명했다. 아시아는 현재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문화나 교육면에서도 지구촌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인구면에서도 세계 1, 2위 인구대국 중국(13억명)과 인도(11억명)를 필두로 역시 타 대륙을 압도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일방주의에 수시로 제동을 거는 등 정치외교 현장에서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신아시아시대는 이미 진행형이라는 주장이 많다. 키쇼어 마흐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아시아인들은 거의 200년 동안 세계역사에서 들러리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면서 2050년께 세계의 경제중심지는 중국, 인도, 일본, 그리고 한국이 있는 아시아가 될 것으로 봤다. 이번 경제위기를 예측해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세기는 아시아나 중국의 세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신아시아시대 본격 개막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시장에 필적할 단일경제권 형성을 위한 아시아공동통화를 만들어야 한다. 동아시아에 집중된 영토분쟁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관련된 역사문제 갈등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초강국화로 상징되는 신아시아시대에 한국은 국제공헌도를 높여야 하고, 위상과 역할 변화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래서 한국은 중국 바람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본격화되는 신아시아시대, 한국의 새로운 좌표 정립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춘규 편집국 부국장 taein@seoul.co.kr
  • [환경&에너지] 기후변화·신재생에너지 향후 국가안보 쥐락펴락

    [환경&에너지] 기후변화·신재생에너지 향후 국가안보 쥐락펴락

    “기후변화는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의 촉매제다.” (CNA 보고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전투기 제작만큼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록히드 마틴) 기후변화와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단순한 환경과 에너지의 이슈가 아니다. 국가안보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기후변화가 나라 안팎에서 분쟁을 초래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안보적 위협을 예방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와 안보 미국외교협회(CFR)는 지난 2007년 11월 ‘기후변화와 국가안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이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홍수와 가뭄, 흉작 등이 국제사회에서 인도적인 재난, 정치적 폭력, 정부 통제력 약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현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미국과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갖가지 사태에 대비하는 정책대안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제안하고 “특히 감당할 수 없는 안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급격하게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대열에 동참해야만 중국과 인도를 세계질서에 편입시킬 수 있고, 인도네시아의 정세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가 출자한 싱크탱크인 CNA도 지난해 11명의 전직 대장 및 중장을 참여시킨 ‘국가안보와 기후변화의 위협’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중동처럼 이미 정세가 불안정한 지역에서 극단주의나 테러리즘을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기후변화 문제가 안보와 국방 전략에 고스란히 반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미군은 향후 40년간 세계 각국의 해수면 상승, 극단적인 한파와 폭염 등이 초래할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고도가 낮은 해안선 지역에 인구가 밀집해 살고있는 남아시아 지역이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상황은 한반도에도 적용될 수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홍수나 가뭄 등으로 인한 흉작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북한 당국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주민의 대량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와 안보 U-2, SR-71 정찰기와 F-16, F-22A 전투기, PAC-3 미사일 방어시스템, 핵무기를 제작하는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이 최근들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손을 대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지난해 대규모 전력 생산이 가능한 태양광·태양열 및 해양에너지 발전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까지 10기가와트에 이르는 전력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시장 가격이 무려 300조달러인 대규모 프로젝트다. 록히드 마틴은 또 미 에너지부와 120만달러 규모의 해양에너지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또 차량 및 발전용으로 쓰일 ‘새로운 형태’의 연료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록히드 마틴의 크리스 마이어스 해양시스템 및 센서 그룹 부사장은 “기후변화와 에너지는 국가적으로 안보와 관련한 이슈”라면서 “우리 회사로서는 21세기 생존이 걸린 사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석유 수입이 초래하는 안보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1년에 석유 수입에 4500억~5500억달러(약 585조~715조원)를 사용한다. 미 국방부에서만 2006년 에너지 구입에 106조달러의 예산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3분의2가 석유 수입으로 흘러갔다. 수입국은 대부분이 중동 등 미국에 적대적인 비민주국가들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석유를 구입하면서 지불한 달러가 고스란히 테러리스트들에게 흘러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화당의 로스코 바틀렛 미 하원의원은 리뉴어블에너지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수입된 석유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국가 안보의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석유 수입은 70년대 이후 계속 늘고 있다. 1973년 미국은 석유 소비량의 34%만 수입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수입석유의 비율이 75%에 이를 전망이다. 또 민주당의 스티브 이스라엘 하원의원은 최근의 급격한 유가 급등락과 관련, “원유가 상승과 공급 부족 때문에 미군 전력에 큰 차질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바틀렛·이스라엘 의원은 “미국이 석유 생산국의 정치적 인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방부가 대체 에너지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호주의 최대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에너지 매터스는 지난 2월 ‘호주의 국가안보에 이익이 되는 태양 에너지’라는 발표문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통한 안보 위협 감소를 주장했다. 이 회사는 “전쟁이 일어나면 발전소가 중요한 공습의 타깃이 된다.”면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소규모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발전소 공습과 비교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호주의 2008~2009회계연도의 국방비가 203조달러에 이른다.”면서 “성능이 의심스러운 군사용 장비를 개발하거나 사들여 예산을 낭비하는 대신 태양광 발전소를 더 많이 짓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들 기후변화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사례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미국의 경우 해안의 군사기지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갈수록 강력해지는 허리케인, 토네이도의 영향에 노출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전략환경연구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어 걸프만 지역과 동중부의 대서양 연안 지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등의 해수면 상승 수치과 허리케인의 강도 변화 과정 등을 예측하는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고 워싱턴타임스는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3000만 에이커의 미 군사기지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 신문은 보도했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또다른 안보 위협은 ‘환경 난민’이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이나 빈국에 홍수나 한발 등으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이들이 미국과 유럽 등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구의 대량 이동은 해당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미외교협회(CRF)와 CNA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지역의 경우 홍수와 가뭄, 온난화로 인한 각종 질병 등으로 식량·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정권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는 인접국간의 갈등, 내전 심화, 테러리스트 양산이라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련 보고서들은 지적한다. 이와 함께 미 국방부는 인구가 집중된 지역에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구조하는 비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워싱턴타임스는 보도했다. 지난 2005년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대형 재해는 행정력만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군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미 대량 인력, 식품, 물, 의료품 수송체계에 대한 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가장 큰 지정학적 이슈 가운데 하나는 북극 영유권 문제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인간이 활동할 수 있는 북극 대륙의 면적이 확대돼 주변국들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2007년 한해 동안만 100만 평방마일의 얼음이 녹았다. 1958년 이후 빙하면적이 절반으로 줄었다. 북극에는 원유 등 엄청난 지하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각종 어류 등 해양자원도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북극 주변을 통과하는 상업용 해상로가 개발되면, 국제 통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현재 북극과 인전합 러시아와 캐나다 등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등 다른 강대국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 “민중이 역사 주체로 떠오른 3·1운동 세계 反제국주의 투쟁 선봉장 역할”

    “민중이 역사 주체로 떠오른 3·1운동 세계 反제국주의 투쟁 선봉장 역할”

    3·1운동 90주년을 앞두고 동아시아와 세계사의 맥락에서 3·1운동을 재평가하려는 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세계적으로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이 극렬했던 시기에 일어난 3·1운동은 한국 독립운동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높이 평가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라는 자각의 목소리가 드높다. 이와 함께 3·1운동을 기점으로 역사의 주체로 전면에 나선 민중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범세계적 이상과 지향점 제시 김희곤 안동대 교수는 “3·1운동은 세계 반제국주의 투쟁의 선두주자로서 인류가 지향해야 할 범세계적인 이상과 지향점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새달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하는 ‘3·1운동 90주년 기념 국제 학술강연회’를 앞두고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세계사적 의의를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세계 식민지 해방투쟁사에서 우뚝한 위상을 갖는다. 국가를 세우고 정부 조직을 구심점으로 삼아 무려 27년 가까이 투쟁한 사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3·1운동은 바로 그러한 역사를 만들어내는 시점이자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세계 개조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나선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강연회에선 겅윈즈 중국 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연구원이 ‘중국 근대사와 5·4운동의 역할’, 마쓰오 다카요시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일본의 1919년과 다이쇼 데모크라시’, 토머스 녹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대 교수가 ‘윌슨의 이념과 세계질서’를 각각 발표한다. 한국근현대사학회가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하는 ‘3·1운동의 세계사적 맥락과 해외 한인사회’ 학술대회에서도 3·1운동이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민족운동으로만 평가해선 안돼 3·1운동을 통해 부상한 ‘민중’에 대한 재평가도 주목을 끈다. 김희곤 교수는 “3·1운동은 전통적인 피지배계급이 아니라 민중이 새로운 국가와 정부조직체를 요구했고, 이에 맞춰 임시정부가 조직돼 한국 역사에서 최초로 민주공화정 체제가 등장했다.”면서 “구성원 거의 모두가 참가한 저항은 곧 민중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것이자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등이 2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하는 ‘3·1운동, 기억과 기념’학술대회에선 역사의 주체로서 역량을 보여준 민중의 부상과 그들의 기억 속에서 새롭게 탄생한 근대 시위 문화 등에 대해 토론한다. 주최측은 “그간 3·1운동에 대한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3·1운동 배경, 전개과정, 영향 등에 국한되어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오로지 하나의 결론, 즉 거족적인 민족운동으로만 평가했던 점을 극복하고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 심포지엄은 좌와 우, 남과 북이라는 권력 주체의 기억과 기념 방식, 대중적 상징성을 갖는 유관순 영웅 만들기의 역사, 역사 교육을 통해 재구성된 3·1운동의 기억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3·1운동의 기념이 관성화되고, 타성화되는 데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다보스포럼/ 함혜리 논설위원

    인구 1만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 매년 1월 주요 국가 지도자를 포함해 세계 정계·재계·학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리더들이 이곳에 모여 지구촌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이 포럼의 공식명칭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총회다. 매년 다보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게 됐다. 다보스포럼은 제네바대학의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1971년 유럽 기업인들을 다보스로 초청해 ‘유럽 경영심포지엄’을 열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유럽의 경제문제를 논의했지만 1987년 포럼 명칭을 세계경제포럼으로 바꾸면서 세계 최대 지식 소통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국가 정상들은 물론 세계적인 기업인과 학자,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꺼번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만큼 여기서 논의된 지구촌 화두는 즉각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포럼에서 주요 의제들에 대해 논의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힘의 이동’을 주제로 다뤘던 2007년 다보스포럼에서는 경제·환경·지정학·사회·기술 등 5개 분야에 걸쳐 23대 핵심 글로벌 리스크를 제시했다. 이 중에는 오일쇼크와 미국 달러화 약세, 중국 경제의 경착륙, 부동산 버블 붕괴 등 우리가 최근 겪은 문제들이 포함돼 있다. 파생금융 상품에 의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심각한 논의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강령은 제시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위기로 전 세계가 초비상인 가운데 28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2009년 다보스포럼이 개막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경제 위기 후의 세계질서 재편’이다. 경기침체 극복과 세계 질서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목표로 96개 국가에서 글로벌 거물 2500여명이 다보스를 찾았다. 참가자 수로는 역대 최고라고 한다. 다보스포럼은 이번에도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거나 실행 수단을 발휘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세계 질서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식의 나침반 역할은 훌륭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앉아 해법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오바마 소프트파워/박정현 논설위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구촌에 몰고온 변화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소프트파워다. 군사력이나 경제제재 등의 물리적 힘인 하드파워와는 대비되는 표현이다. 이라크와 전쟁을 벌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염증으로 오바마가 당선됐고, 기저에는 소프트파워가 깔려 있다. 강제력보다는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로 얻어지는 힘이다.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무력보다는 소프트파워와 대화로 미국과 세계질서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파워 개념을 도입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소프트 파워를 이해하는 오바마 정부가 훨씬 더 효율적인 대외정책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철군하고 북한·이란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리라는 관측도 소프트파워에서 비롯된다.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은 1994년 국무부의 ‘미국 국가안보 전략’에서 처음 나왔다. 미국이 소프트파워 시대 도래를 예고한 지 14년만에 본격적인 소프트파워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다. 소프트파워의 대표적인 예로 문화가 꼽힌다. 프랑스의 문화 예술의 나라라는 이미지, 우리의 한류가 여기에 해당된다.88서울올림픽이나 2008베이징 올림픽도 소프트파워의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의 소프트파워는 얼마나 될까. 동아시아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71.7점 일본 68.4점, 한국 60.7점, 중국 58.4점으로 나타났다. 하드파워는 미국 85.8점, 중국 74.8점, 일본 66.5점, 한국 58.6점이었다. 중국은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국가에 외교관과 기술자를 보내 공자연구소를 만들고, 친중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런 게 소프트파워다. 일단은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면서 일정기간 흐른 뒤 하드웨어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것으로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프트파워를 집중적으로 키워 군사·경제력의 하드웨어와 접목해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스마트파워라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들어 ‘소프트파워가 강한 창조문화국가’라는 기치를 내걸고 콘텐츠·문화예술·스포츠·관광을 핵심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서 그나마 다행이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씨줄날줄] 미국식 자본주의/함혜리 논설위원

    1938년 8월30일. 시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일련의 경제학자들이 파리에 모였다. 당시 많은 국가들에서는 계획 경제로 방향을 선회하는 상황이었다. 발터 오이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레이몽 아롱, 월터 리프먼 등은 쇠퇴하던 자유주의 이념을 구하기 위해 ‘월터 리프먼 콜로키움’을 결성했다.19세기 자유방임주의와 대별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e)’는 이렇게 태동했다. 제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신자유주의 모임을 재건한 사람은 하이에크였다. 그는 1947년 스위스의 몽펠르렝에서 지식인 39명을 초청해 학회를 열고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시카고대학의 밀턴 프리드먼은 후에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산실 역할을 한 ‘시카고 학파’를 만들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핵심이념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시장개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1930년대 이후 미국 경제정책을 주도해 온 케인스 이론이 1970년대 서구 선진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계기로 후퇴하면서 경제학의 신주류로 등장했다.1980년대 영국의 대처 정부와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적극 채택하면서 유례없는 장기호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후 신자유주의는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미국은 전세계에 미국식 자본주의를 설파하며 금융시장 개방과 무한경쟁을 독려했다. 지난 30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가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종말, 신자유주의의 종언이라는 분석과 함께 자본주의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각국의 정상들은 미국식 탈규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새로운 시장질서의 구축을 적극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책은행 민영화와 금산분리 완화,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 등 금융규제 완화라는 기존의 시장만능주의적 정책 틀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거미줄처럼 촘촘히 엮여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남극자원 ‘전쟁’

    남극자원 ‘전쟁’

    남극의 지하자원 선점을 위한 각국의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아르헨티나가 자국의 이익보호를 위해 남극 대륙에 군병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영국, 프랑스, 칠레 등과 더불어 줄곧 남극 영유권을 주장해 왔지만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영국이 남극 주권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자칫 ‘제2의 포클랜드전’ 같은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FP는 8일(현지시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전날 군 지휘부에 남극의 환경과 이익 보호를 위해 병력을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데올로기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한층 복잡해진 세계질서에 맞서 우리의 천연자원과 남극, 영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다른 나라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브라질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아마존 밀림에 병력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사례를 언급했다. 아르헨티나의 이같은 공격적 태도는 각국의 ‘남극 자원쟁탈전’을 한층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남극은 1959년 12월 체결된 조약에 따라 2048년까지 지하자원 채굴이 금지돼 있다. 오직 과학 연구만 허용되며, 지구상에서 군대가 없는 유일한 대륙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개발 금지가 풀릴 때를 대비해 앞다퉈 기지를 설치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남극은 영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호주, 프랑스, 노르웨이, 중국 등 7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외에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들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남극 최초 탐험국인 영국은 1908년 남대서양쪽 170㎢를 ‘남극 영국령’으로 선포한 이래 남극 선점의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왔다. 1961년 발효된 남극조약은 각국의 영토권 주장을 동결했지만 영국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조약을 근거로 남극주권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영국은 내년 5월 유엔 대륙붕경계위원회(CLCS)가 정한 해저 영토 승인 기한에 맞춰 남극 영국령을 해저쪽으로 100㎢ 확장하는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해역은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과 겹쳐 갈등이 예상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8일 아르헨티나의 남극 군사 배치 계획이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긴장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는 1982년 포클랜드의 주권을 놓고 영국과 벌인 전쟁에서 패했지만 여전히 영토권을 주장하고 있어 언제든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잠복해 있다. 포클랜드 해저에는 600만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극국가운영자대표위원회(COMNAP)에 따르면 현재 남극 대륙에는 우리나라의 킹조지섬 기지를 포함해 26개국 82개 기지(상주 47개, 하계 35개)가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상)] 시동 건 ‘2008 美 대선’ 주자와 관전 포인트는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상)] 시동 건 ‘2008 美 대선’ 주자와 관전 포인트는

    2007년 세기의 대선(大選)레이스가 펼쳐진다. 오는 4월 여성 대통령 탄생 여부를 두고 ‘혁명 선거’의 기운마저 일고 있는 프랑스, 연말 대선을 치를 한국과 인도·베트남·아르헨티나 등 모두 24개국에서 무한 경쟁 시대를 헤쳐갈 지도자를 뽑는다.2008년 11월 치러질 미국의 대선도 유력 대선 주자들의 탐사위원회 출범이 잇따르면서 본격 점화됐다. 국제사회 정치·외교 지형의 방향을 가를 미국의 대선 동향과 ‘21세기 혁명’을 앞둔 프랑스 대선, 그리고 각국 대선 관전포인트를 상·하로 나눠 소개한다. 16일 미 정계의 검은 핵(核) 배럭 오바마(46·일리노이주·민주당) 상원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한 탐사위원회 구성을 공식 발표하면서 2008년 11월 제 44대 미 대통령 선출을 위한 전쟁에 불이 붙었다. 같은 민주당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60·뉴욕주) 상원의원의 출마 선언도 이어질 전망이다.2008년 미 대선의 화두는 ‘미 국민의 상처난 자존심 회복’. 이라크전 실패 등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으로 추락한 미국의 이미지를 복원할 지도자가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넘쳐 나는 ‘최초’의 가능성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과 흑인인 오바마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217년간 지속돼온 와습(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개신교도)출신 대통령 전통이 깨질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또 40대의 오바마와 70대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앨라바마)간 세대간 대결 가능성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또 1928년 이후 처음으로 현직 정·부통령이 출마하지 않은 채 치러진다. 공화당 후보들의 군웅할거가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빌 클린턴 42대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가 대통령에 선출된다면 41·43대 조지 부시 가문의 부자 대통령에 이어,42·44대 대통령을 클린턴 가문의 부부가 맡게 된다. ●공화·민주 4강 후보로 압축 지난해 중간 선거 이후 여론 조사 결과로는 민주당의 힐러리와 오바마 의원,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존 매케인 의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으로 압축됐다. 민주당내 최대 강자는 지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8년간 백악관 안주인 역할을 한 힐러리다. 퇴임후에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원은 큰 자산. 민주당 지지자들은 “힐러리의 당선은 빌의 3선이며, 한표로 두 대통령을 가질 수 있다.”고 호소한다. 힐러리의 장점은 많은 경력과 언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금 동원 능력이다. 오바마는 그가 가진 신선함 덕분에 날로 힘을 얻고 있다.4년 전 그는 이라크전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나는 모든 전쟁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반복하는 연설은 유명하다. 흑백 통합 이미지로 돌풍을 몰고 있는 오바마는 백인 어머니와 미국에 유학온 케냐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두살때 케냐로 돌아간 뒤 하와이, 인도네시아를 전전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버드 법대학원 졸업 뒤 시카고로 돌아가 빈민 지역민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주 상원의원으로 7년간 일한 뒤 2004년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힐러리에 비해, 경험 부족이 최대 약점이다. 힐러리 대통령, 오바마 부통령 연대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최대 강력 주자는 존 매케인 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63) 전 뉴욕시장이다. 고희를 맞는 4선 의원 매케인은 베트남전에 참전,5년여 포로 생활을 했다. 가족 대대로 군대에 복무했고, 본인도 23년간 군대생활을 했다. 이라크전에는 부시 정책과 입장을 같이 한다. 이민개혁법안 등에서 좌파적 입장을 취하고, 우파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막말을 하는 언행으로 골수 보수파의 불신을 얻기도 하지만 초당파적 드라이브로 힘을 결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9·11 테러 당시 뉴욕시장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미국의 시장’이란 명성을 얻은 줄리아니 전 시장은 동성결혼, 낙태 등에서 공화당 주류와 다른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세차례의 결혼과, 도나 하노버와의 결별시 불거진 혼외정사 등 사생활 문제로 정통 보수표 확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이에서 미트 롬니(59)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정동 보수의 이미지로 도전장을 냈지만, 모르몬교도란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역대 대통령의 주요 외교정책 2008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의 정치·외교 지형도가 다시 그려지기 때문이다. 냉전부터 베트남 전쟁, 소련 붕괴, 중동 사태와 북한 핵문제까지 미국의 군사·외교 정책의 중심엔 ‘총사령관’인 대통령이 있었고, 미 국익 극대화를 중심에 둔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지구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 왔다. 집권 초기인 2001년 일어난 9·11 테러를 계기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對)테러전 수행을 위한 ‘선제공격론’과 ‘일방주의’로 집중됐다.‘네오콘(신보수주의 강경파)’의 노선은 베트남 패전 후 미 외교의 주류가 된 ‘현실주의 외교’에 대한 반발이 그 뿌리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는 ‘도덕적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그는 외교에선 탁월한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상징하는 ‘핑퐁외교’ 등 실용 노선을 견지했다. 닉슨은 미·소 군축을 통한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경제 분야의 낙제점으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인권 외교’를 주창했지만 대외 정책에서 큰 성공은 맛보지 못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강력한 미국 재건’을 내세우며 강경일변도의 대외 정책을 구사했다. 그는 소련과의 대결 구도로 신냉전을 열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제3세계 분쟁에 적극 개입했던 그의 외교정책은 집권 후반기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 소련의 개방 정책을 이끌어 낸다. 레이건 행정부의 외교노선은 현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외교의 주축으로 삼았다. 전임자인 레이건의 정책을 견지했다.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협력체제 구축이 주요 외교전략이었다.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가 벌인 이라크전의 전초전인 걸프전쟁(1990-1991)을 감행한 주역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한 행정부가 됐다.19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일련의 핵 위기가 난제가 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체결했지만, 핵은 제거하지 않은 채 북한 요구에 굴복, 당근(중유와 경수로 제공)만 줬다는 공화당의 비판에 시달렸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은 “클린턴 때 한 것 빼고는 다 한다.”는 이른바 ‘ABC’(Anything But Clinton)에서 출발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美대통령 어떻게 뽑나 유권자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간접선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이들을 선거인으로 뽑아 선거인단 숫자로 대통령을 결정한다. 때문에 미국 대선은 각 당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와 유권자가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본선거 등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민주, 공화 양당이 대선 후보를 가리는 예비선거는 1월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를 시작으로 6월까지 각 주에서 전당대회에 참가할 대의원들을 뽑는다.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당직자회의를 통한 당대회(코커스)와 유권자 투표로 결정하는 예선대회(프라이머리)로 구분된다. 이어 각 당은 8·9월중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공식후보를 지명한다. 11월초 대통령 선거일에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각 당이 내세운 선거인단에 투표한다. 여기서 뽑힌 선거인단이 12월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거인 538명중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에 최종 당선된다. 선거인단은 미리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기 때문에 사실상 승패는 선거인단 투표일에 결정난다. 미 대선 제도의 또다른 특징은 승자독식제도. 한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이 때문에 전체 유권자 득표율이 높아도 선거인단 수 확보에서 밀려 패배하는 경우가 생긴다.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가 조지 W 부시에 비해 전체 유권자로부터 53만여표나 더 얻고도 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태호 경남지사 특별인터뷰

    김태호 경남지사 특별인터뷰

    “중국의 고도성장과 인도의 경제성장은 세계질서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견을 낳고 있습니다. 남해안시대는 이같은 세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19일 “앞으로 10∼20년후 우리가 먹고 살아갈 동력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첫걸음이 남해안 특별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남해안발전 특별법 제정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김 지사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경남 창원시 도청 2층에 자리잡은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한반도를 거꾸로 놓은 지도가 첫눈에 들어온다. 태평양이 남해안의 앞마당처럼 펼쳐져 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여 답답하게 보여졌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불가능은 상상의 한계일 뿐 ‘젊은 지사’는 “우리에게 불가능은 상상의 한계일 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막에서 세계화의 상징을 실현한 두바이의 세이크 모하메드 왕세자의 말로 자신감을 내보였다. “요즘 무리한 일정으로 목이 잠겼다.”는 김 지사에게 우선 특별법 제정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물었다. “그동안 법안을 발의하지 못해 애를 태웠으나 최근 여야 3당이 앞다퉈 발의하는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며 “이들 법안은 내용이 유사하기 때문에 상임위원회로 넘겨져 병합심의 후 단일안으로 조정되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신중식 의원에 이어 이달 7일에는 한나라당이 김재경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남해안발전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18일에는 열린우리당 주승용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미래를 남해안에서 찾는다 이어 남해안시대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자 “부산·전남·경남 등 남해안권 3개 시·도가 하나 되어 지역간 상호협력을 통해 지방의 자립적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혁신주도형 지역발전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려고 하며, 일본도 경제가 기지개를 켜자 동북아의 맹주로서의 역할을 지속하려고 한다.”면서 “이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남해안권을 동북아의 7대 경제권으로 육성, 국가 성장동력의 새로운 발원지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왜 하필 남해안이냐는 물음에 “동북아의 ‘생활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해양관광자원을 가진 남해안이 적격”이라고 답했다. 이어 “태평양을 향해 열린 남해안을 발판으로 한국을 해양대국으로 도약시키고, 영호남이 경제적 이해의 공유를 위한 상생협력으로 동서화합을 이루는 1석2조 효과”라고 부연했다. 남해안 프로젝트 추진에는 무려 41조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든다. 뿐만 아니라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해결할 방안을 묻자 “그래서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비의 80%가 ‘A(Airport)·R(Road)·T(Train)’ 인프라 구축에 쓰여진다.”고 밝혔다. 남부권 신공항 건설에 6조 9000억원이 투입되고, 연도·연륙교 건설에 12조원이 소요되며, 남해안 고속철도 건설에 14조원이 쓰여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법을 제정해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나머지는 투자여건을 개선, 투자유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개발땐 환경법 철저 준수 김 지사는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별법안은 인·허가를 의제처리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등은 현행법을 준수토록 했다.”며 “파급효과가 큰 곳을 집중 개발하고, 대신 보존이 필요한 지역은 이를 더욱 강화하는 거점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람사총회 개최지인 경남의 이미지와 부합되는 지속가능한 개발모델을 찾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남해안시대 용역을 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를 설명하면서 시계를 2020년으로 돌렸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지역 총생산은 277조원으로 국내경제의 19.3%를 차지한다.2003년 114조원에 비해 갑절이나 는다. 일자리가 3만 4000개나 늘어 1인당 소득이 3만 5000달러에 달해 국내 평균 2만 8000달러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주민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전공노는 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의 대변자 인터뷰하는 동안 김 지사는 자신감이 넘쳤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의 싸움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제가 여기에 미치자 “(전공노가)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의 목소리를 그대로 내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달 을지훈련 폐지를 주장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전공노가 단체행동권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과 연금을 받으며,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국민들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공노 경남본부 소속 시·군지부장들이 사무실 폐쇄에 맞서 18일부터 단식에 들어가는 등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전공노가)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합법노조로 전환하기 전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김해를 비롯한 3∼4개 지부가 곧 합법노조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공무원의 역할을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김태호 도지사는 누구인가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자신을 ‘촌놈’이라고 거리낌없이 소개한다. 시골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처음부터 가진 게 없었으니 모든 일에 ‘넘어져도 본전’이라는 배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김 지사는 1962년 8월 경남 거창군 가조면 일부리에서 소장사를 하던 아버지 김규성(73)씨와 어머니 정연조(72)씨의 3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동네가 알아주는 개구쟁이’였던 그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농사를 지어도 농약병에 적힌 영어는 알아야 한다.”는 부친의 말에 자극을 받아 장학생으로 거창농고에 입학했다. 이때 얻은 자신감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당시 소장수를 천하게 여기던 분위기를 의식해서 그랬던지 부친은 종종 “너희들 공부 다시키면 비누 한장 들고 목욕탕에 가서 온종일 때를 밀고 나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자식들이 모두 대학을 마치자 소장수를 그만뒀다. 김 지사는 “지금도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고 회고했다. 김 지사의 정치적인 감각은 대학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동영(1991년 작고) 의원의 집에 하숙하면서 싹을 틔웠다. 부친이 죽마고우였던 김 의원에게 아들을 맡겼던 것. 당시 김 의원의 집은 민주산악회의 본거지나 다름 없었다. 음식과 음료수 등 무거운 짐을 지고 함께 산을 오르기도 하고, 정권의 감시의 눈을 피해 심부름도 해줬다. 김 지사는 “이때 주워들은 얘기 속에서 정치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대학 졸업후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대학 강사생활을 할 때만 해도 그의 꿈은 대학교수였다. 그러다 1992년 3월 14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이강두 의원의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 의원이 당선된 후 학교로 돌아가려 했지만 뜻대로 안 되자 여의도연구소 연구원 모집에 응모, 합격했다. 그러다 고향으로 돌아와 98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의원에 당선됐다.4년 후에는 거창군수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어 2004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당선, 최연소 도백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42살이었다. 그리고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젊음과 패기, 솔직함이 그를 당선시켰던 것이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걸어온 길 ●학력 ▲1962년 8월21일 출생 ▲74년 경남 거창군 가조초등학교 졸업 ▲77년 가조중학교 졸업 ▲80년 거창농고 졸업 ▲85년 서울대 농업교육과 졸업 ▲87년 서울대 대학원 졸업(교육학 석사) ▲92년 서울대 대학원 졸업(교육학 박사) ●주요 경력 ▲89년 11월 육군제대(병장) ▲90∼92년 서울대 강사 ▲95∼97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 ▲98∼2002년 제6대 경남도의원 ▲02∼04년 경남 거창군수 ▲03∼현재 (사)환경실천연합 정책위원장▲04년 6월7일∼06년 6월30일 제32대 경남도지사 ▲06년 7월1일∼현재 제33대 경남도지사 ●저서 ▲농촌사회문제론(1994년) ▲농촌지역사회개발론(1999년) ▲살림살이 나누면 안됩니까?(2004년) ●상훈 ▲제1회 한국을 빛낸 CEO 선정(2005년 10월19일)
  • 9·11테러 5주년 세계질서의 변화 미국 ‘퓨포럼’ 두 석학 인터뷰

    9·11테러 5주년 세계질서의 변화 미국 ‘퓨포럼’ 두 석학 인터뷰

    2001년 9월11일 뉴욕 테러가 발생한 이후 5년 동안 국제사회는 근본적인 질서의 변화를 목격해왔다. 특히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중동의 이슬람 문화의 충돌 양상이 더욱 뚜렷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종교와 공공사회의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의 퓨포럼은 9·11 5주년을 맞아 ‘문명 충돌’(1996년)의 저자인 사무엘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와 헌팅턴 교수의 이론에 비판적인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인터뷰한 뒤 그 내용을 발표했다. ■ 사무엘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 헌팅턴 교수는 “아직까지 문명의 충돌이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진단하면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그같은 시점에 이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종교와 문화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종교란 사람의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언어가 문화의 핵심적 요소일 수 있겠지만 종교 역시 중요하다. 왜냐하면 종교는 바깥 세상을 보는 시각의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외부와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역시 소통의 틀을 종교가 제공하는 셈이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문명충돌 이론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대한 생각은. -그렇다면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책을 처음 출간했을 당시에는 조금 놀랍기도 했다. 영향력을 갖는 이론들은 주장하고자 하는 논리가 명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실질적이다. 그러나 또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같은 이론이 나오는 타이밍이다. 내 책이 5년 전이나 5년 후에 발간됐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다른 학자들보다 종교의 중요성을 먼저 깨달은 것인가. -나는 당시 사고의 조류 속에 서있던 한 사람일 뿐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종교라는 전제를 깔고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9·11을 예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9·11이 발생할 수 있는 맥락을 예견했던 것 아닌가. -그점에 대해서는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 ▶9·11은 미국과 서구를 이슬람과 충돌시키려는 오사마 빈 라덴의 시도였다고 말했다.5년이 지난 지금 빈 라덴의 시도는 성공했다고 보는가. -지난 몇 년간 이슬람과 서방의 관계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이슬람 국가들이 서방의 식민지였던 역사적 사실로부터 기원한 것이다. 물러나는 외부세력과 떠오르는 국내 세력간의 긴장관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본격적인 문명충돌이라고 볼 수 있나. -단순하게 하나의 충돌이라고 하기보다는 문명간의 충돌들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충돌의 양상을 잘 보면 문명간의 충돌보다는 문명내의 충돌이 많은 상황이다. 유럽의 역사를 보라. 유럽의 국가들도 늘 싸워왔다. 현재의 세계는 많은 수의 주요 문명들이 존재하는 다극화된 사회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계를 위계적인 질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어떤 나라든 다른 나라의 반응을 고려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이슬람 세계와의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좀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슬람 내에서도 종파와 국가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앞으로 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이슬람 국가들이 연합해서 과거에 통치했던 서방 지역들을 되찾아가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들은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까지 통치했던 역사가 있다. ▶미국의 핵심은 앵글로-프로테스탄트(앵글로색슨 인종에 개신교도)라고 말한 바 있다. 개신교도의 선교 정신이 문명충돌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 -개신교도 국가라고 해서 반드시 선교 국가는 아니다. 물론 미국은 종교적인 그룹들에 의해 건립됐다. 따라서 근원적으로는 종교적인 국가다. ▶이라크 전에 대해 비판적인가. -그렇다. 이라크에 갈 이유가 없었다. 미국은 페르시아 만의 안정이 필요했고 급진적인 이란의 영향력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란을 침공할 이유는 없었다. ▶이라크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는 어떻게 이라크를 더욱 큰 혼란 속으로 빠뜨리지 않고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시간표를 정해서 이라크 안정의 책임을 걸프만 지역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에 조금씩 넘겨가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이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은 다원적이고 다양한 그룹으로 이뤄진 국가이다. 민족,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이 다 다르다. 미국은 그러나 남북전쟁이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화합을 이루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처럼 강대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해낸 것이다. 미국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가진 민주적인 사회이다. ■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대 교수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간의 대화가 세계 질서의 주된 흐름이 돼야 한다.”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 대학 국제학과 교수는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에 반대해 지난해 3월 ‘테러 이후:문명간의 대화 촉진’이라는 저서를 발간한 인물이다. 파키스탄 출신인 아흐메드 교수는 드물게 이슬람과 서구 문명을 모두 연구한 학자이다. 최근에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제화시대의 이슬람’ 연구 프로젝트의 대표 연구자를 맡기도 했다. ▶9·11이 발생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그 당시 아메리칸 대학의 강의실에 있었다. 막 강의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뉴스를 처음 듣게 된 순간 앞으로 나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직감했다. 무슬림으로서, 그리고 이슬람을 가르치는 학자로서. ▶학자로서 무엇이 힘들다고 본 것인가.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상호 대화를 시도하는 노력을 모색해왔다. 영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식민지로 삼는 등 이슬람 세계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교류를 해온 역사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슬람 세계와 오랜 기간 교류해온 경험이 없다. 따라서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도 어려운 것이다. ▶문명충돌이라는 패러다임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나. -나는 학자다. 따라서 문명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충돌은 지난 1000년간 존재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1000년간 십자군의 전쟁이 있었고, 서구 열강의 식민지화가 있었다. 그것이 이슬람과 서구의 관계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와 이슬람은 또한 화합과 문화적 교류 및 융합의 시대도 경험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무슬림들이 기록을 남겼다가 유럽 사람들에게 전해준 것이다. 지금도 수백만명의 무슬림들이 유럽과 미국의 시민으로서 살고 있지 않는가. 미국을 처음으로 국가로 인정해준 나라도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였다. 문명의 충돌뿐만 아니라 화합도 분명히 역사의 일부였다. 그러나 9·11 이후 미국의 우파 정부와 언론은 헌팅턴의 이론을 부각시켰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이슬람 9개국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느낀 반미 감정은 어땠나. -반미주의와 반유대주의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을 만큼 강렬했다. 방문국에서 정치지도자와 종교지도자, 교수와 학생을 모두 만났다. 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뿐만이 아니었다. 서방의 미디어가 이슬람교를 비난하고 예언자 마호메트를 조롱하는 것을 보며 무슬림들은 이슬람 세계가 서방사회의 총체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같은 상황에서 이슬람 세계에서는 어떤 리더십이 떠오르는가. -세 가지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첫번째는 현재의 상황을 인내하자는 것. 두번째는 이슬람과 서구의 문화를 융합하자는 것. 세번째는 이슬람만의 철옹성을 쌓자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스가 대표적인 세번째 모델이며 문명충돌의 사례이다. 그러나 반미감정 때문에 세번째 모델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첫번째와 두번째 모델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근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부유하고 교육도 받은 사람들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서구사회는 아직도 폭력을 빈곤의 산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의 시각으로만 세계를 본다. 특정 인종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크다고 규정해버리는 식이다. 이를 이슬람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슬람 부족들은 복수를 통해 명예를 회복한다는 전통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무슬림 젊은이들을 행동으로 모는 것이다. 지금 무슬림들은 명예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인들도 9·11 이후 마찬가지의 위협을 느끼며,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 사람들도 위협을 느낄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문화가 다양한 대도시에 살지 않는다. 그들은 무슬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할까. -나의 주장은 미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무슬림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예배당을 방문해보고 축제를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이슬람에는 아브라함을 기리는 축제가 있다.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이 아브라함을 통해 공통의 끈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 [열린세상] 한·미의 미래,美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김기정 연세대 국제정치학 교수

    1949년 미국의 국방부와 국무부가 한국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인 적이 있었다. 냉전 초기 한반도 남쪽이 미국에 어떤 전략적 가치가 있느냐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었는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국방부의 의견이 우세했다. 일본만 방어선 안으로 두고 한국은 유엔의 관리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미국은 철수를 강행한다. 그러나 그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반도 전체를 내어주면 일본까지도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미국은 군사력을 한반도에 직접 투입함으로써 오류를 극복하려 하였다. 한국 전쟁은 미국의 전략적 판단을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한·미동맹은 그런 배경에서 탄생하였다. 21세기 초엽, 한반도를 바라보는 미국의 판단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오늘날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도 걱정거리가 있다. 테러문제가 현존하는 위협이라면, 보다 장기적 위협은 세력구도의 변화에서 올 것이라 본다. 중국의 부상과 도전 가능성이 그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분명 협력의 대상이지만 잠재적 위협국가로서 견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요컨대 협력과 견제의 이중주는 불가피하다. 중국의 위협이 점차 가시화될수록 미국은 지금까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을 자국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0순위 대상 국가는 물론 일본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 구상에서 그 대상이 어디 일본만이겠는가? 이런 구도를 상상해 본다면 한국이 미국에 주는 전략적 가치는 보다 뚜렷해진다. 중국 견제의 최적지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를 미국이 쉽게 내어줄 리 없다. 중국과 ‘하나의 중국´ 의 원칙에 합의해 놓고도 타이완이라는 끈을 놓지 못하는 미국이다. 더욱이 한국은 반세기 넘게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전략적 유연성 때문에 주한 미군 부분 철군을 결정하고 난 직후 향후 4년간 110억달러의 군사력 증강을 공언할 만큼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의 7대 경제 교역국이어서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는 곳이기도 하다. 한·미 FTA가 성사되면 그 이익은 더욱 커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는 동맹을 새롭게 강화해 나가자고 약속하고 있다. 두 국가간 동맹 유지를 합의하는 것은 안보영역에서 공동의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 들어 한·미동맹에 파열음이 들린다는 지적이 많다. 그것은 지금까지 동맹유지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파열음조차 양국정부는 미래지향의 디딤돌로 삼기로 서로 약속하고 있다. 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논란은 전작권 환수가 곧 한·미동맹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이 논리는 한국 사회의 안보 두려움을 자극하였다. 안보 논리가 ‘만에 하나´ 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나 두려움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냉철하게 판단해보면 전작권 환수가 동맹해체로 이어진다는 설명은 감정과 논리적 비약이 뒤범벅된 주장처럼 들린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입지를 스스로 축소할 의도가 없어 보이는 터에 한국 사회에서 ‘포기의 공포´ 라는 불안심리가 확산된다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과도해 진다. 한국은 안보를 위해 미국과 동맹이 필요하다. 동맹유지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이익은 명백하다. 그러나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되 조금 지혜로워야 한다. 한·미양국은 동맹의 발전적 재조정의 과제를 안고 있다. 재조정은 협상의 단계를 반드시 거친다. 협상은 주로 동맹 유지비용에 관한 것이다. 협상에 관한 한 실리주의적 태도를 숨기지 않는 미국으로서 전작권 환수를 둘러싸고 일부 한국 언론이 부추긴 사회의 불안 심리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변화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변화 기회조차 외면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다면 이 또한 슬기롭지 못하다. 김기정 연세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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