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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면접위원 내부인사 최소화해야”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면접위원 내부인사 최소화해야”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채라 해도 내부에 면접 등 주관적 요인이 많아 토호에 의한 부정채용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원 교수는 25일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얽혀 인사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되면 ‘열심히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불신이 깔려 사회공동체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7년 세계은행(WB)에서 한국의 사회적 자본이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1이 안 된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자본은 현재 또는 미래에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뢰, 법치, 투명, 공개 등을 핵심 가치로 한다. 이것이 높아야 정치, 경제를 믿고 맡기게 돼 국가 공동체가 견고해지는데 우리는 불신하는 조직이 1위 정치계, 2위 공무원, 3위 공기업이란다. 원 교수는 “해당 기관이 면접위원을 선정하고 직원들도 참여해 외부 압력에 약할 수밖에 없다. 면접에서 점수가 완전히 뒤바뀌는 기현상이 나온다”면서 면접위원의 객관적 선정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는 내부 임직원 비율을 최소화하고, 채용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 등 배점 비율을 사전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 점수 중 최고와 최저 점수를 빼고 집계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원 교수는 “공공기관만이라도 면접 점수를 준 이유를 명확히 달아야 한다. 안 그러면 면접에서 장난을 많이 친다”며 “시험 서류 폐기처분 기간도 늘려 감사 때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내부고발자의 신변을 철저히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작은 지자체 산하기관이나 지역 사기업까지 손을 뻗치는 토호를 막으려면 내부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원 교수는 “입법 공고를 앞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 부정취업 문제도 좀 나아질 것”이라며 “그래도 비정부기구(NGO) 감시와 내부자의 고발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열린세상] 녹색기후기금 본부 유치 의미와 과제/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녹색기후기금 본부 유치 의미와 과제/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현대 역사를 보면 세계 각국은 국제기구를 유치하여 자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활용해 왔다. 2차 대전 종전 후 유엔 창설이 가시화되었을 때, 전승국 영국과 프랑스는 유엔 본부를 유치하기 위한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그러나 우여 곡절 끝에 당시 전 세계적 갑부였던 록펠러가 기부를 하여 미국이 뉴욕에 유엔 본부를 유치하였다. 그후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은 다자 외교의 중심인 유엔을 품고 지구사회 각 분야에 영향력을 한층 더 키웠다. 한편 스위스는 영세 중립국으로서 유엔의 제네바 본부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를 제네바에 유치하였다. 이를 통해 세계 다자외교의 또 다른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강대국에 둘러싸인 유럽에서 확고한 자리를 확보했다. 별다른 국제기구가 없던 아프리카는 1972년 최초로 세계환경회의를 개최한 후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유엔환경계획 본부를 유치하여 개도국의 일원으로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높이는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국가가 국제기구를 유치할 수 있었던 데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유치하고자 하는 국제기구가 다루는 이슈에서 이들 국가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2차대전 후 세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전쟁 비용 부담이 급증한 프랑스, 영국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던 미국에 있었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으로서 어떠한 이데올로기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글로벌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국제기구를 유치한 후 지속적인 리더십 발휘를 하지 못하면 국제기구 유치의 혜택은커녕 국제사회에 부담만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환경 보호는 광활한 아프리카를 무시하고는 이룰 수 없는 어젠다이기에 유엔환경계획의 본부로 선택된 것이 케냐이다. 그러나 케냐가 유엔환경계획 본부 유치 후 글로벌 환경문제에 별다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자 기회만 되면 케냐를 떠나 다른 곳으로 본부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21세기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중요한 어젠다의 하나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유엔 사무총장의 최고 관심사항 중 하나로, 2009년 코펜하겐에서 뉴욕 밖에서 가장 큰 규모로 유엔 차원의 정상회의가 개최된 이유였다. 우리가 올여름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을 택하지 못하고 에어컨 사용을 중단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한 것도 기후변화가 이유다. 이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적으로 보면 아시아, 특히 전세계 배출량의 약 30%를 배출하는 동북아 국가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지구촌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가 국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 전략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로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탄생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인정되어 강력한 경쟁자 독일을 제치고 극적으로 2012년 녹색기후기금 본부를 유치했다. 이제 본부 유치에 성공한 녹색기후기금이 잘 자리 잡도록 해 대한민국이 21세기 글로벌 질서의 새로운 장을 여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향후 계획대로 2020년쯤 녹색기후기금이 자리잡으면 2차대전 후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두 개의 축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필적하는 거대한 규모의 국제기구가 된다는 사실을 똑바로 깨달아야 한다. 녹색기후기금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정부는 물론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초당적으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유치 과정에서 우리가 개도국 지원을 위해서 약속한 4000만 달러는 녹색기후기금이 초기에 잘 정착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창조적 경제성장과 시장중심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을 개발·전파하고자 하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와 녹색기후기금 간의 협력이 잘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주 송도에서 개최되는 녹색기후기금 이사회에서 선출될 사무총장은 향후 녹색기후기금 계획의 성공을 위한 첫 파트너가 되도록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 낮엔 금감원장 밤엔 전화통역

    낮엔 금감원장 밤엔 전화통역

    24시간 전화통역 봉사단체인 BBB코리아는 지난 4월 언어봉사자 모집 공고를 냈다. 431명을 뽑는 데 1200여명이 지원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한 대학생부터 교수·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수두룩했지만 고난도 언어 테스트를 이겨내지 못하고 대거 탈락했다. 지원자와 외국인, 한국인 간의 3자 통화로 이뤄지는 3단계 테스트가 유독 어려웠다. 지난달 말 발표된 합격자 명단에 남다른 이력의 58세 남자가 있었다. 지원서 이름난에는 ‘최수현’, 직업란에는 ‘금융감독원장’이라 쓰여 있었다. 지원 동기란에는 “한국 특유의 정(情)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BBB코리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정 문화와 통역 자원봉사가 결합한다면 외국인에게 도움을 주고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 지원했다”고 말했다. 합격 이후에는 언제 통역 요청이 올지 몰라 수시로 휴대전화를 확인한다고 했다. 그는 1998년 재정경제부 재직 때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세계은행에 3년간 파견 근무하면서 얻은 영어실력이 전부라고 했다. 최 원장은 24일 “업무를 위해서 어떻게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여러 요령을 조언해 준 딸 덕택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딸은 3년 전부터 BBB코리아에서 봉사자로 활동해 왔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5년만에 세계은행 한국인 정직원 된 최나래씨

    5년만에 세계은행 한국인 정직원 된 최나래씨

    세계 3대 국제경제기구 가운데 하나인 세계은행(WB)에 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이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한 해 정직원을 약 30명만 선발하는 세계은행의 ‘높은 벽’을 넘은 주인공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나래(32)씨. 그는 7000여명의 경쟁자가 몰려든 올해 공채에서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통과한 뒤 지난달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오는 9월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로 정식 출근할 예정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韓, 원전 도입부터 심각한 안전불감증”

    미국의 안보·환경·자원 분야 정책연구 민간기관인 노틸러스연구소는 11일(현지시간) 우리나라가 원전 도입 초기부터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었음을 보여 주는 ‘대한민국의 핵 발전 프로그램의 안전 측면 업데이트 리뷰’ 문건을 31년 만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미 캘리포니아 소재 S 레비 주식회사가 세계은행과 유엔개발기구(UNDP)의 요청으로 1982년 4월에 작성한 것으로, 노틸러스연구소가 2010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것이다. 보고서는 “대한민국에서 제3자에 의한 독립적인 품질 및 안전 감사는 최저 수준”이라면서 “몇몇 사례에서 안전·품질 담당 인력이 일정을 연장하지 말도록 조직적인 압력을 받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국 원자력 업계가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안전성 점검과 품질 보증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 최고위층이 핵발전의 안전성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LG硏 “공기업 채무, 정부 채무의 118%”

    LG硏 “공기업 채무, 정부 채무의 118%”

    정부 부채 대비 공기업 부채의 규모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강조하지만, 공기업 쪽을 보면 안심할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최근의 국제적인 재정통계 지침으로 본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채무 수준’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의 일반 정부 채무 대비 공기업의 채무 비율은 118.3%로 비교 대상 14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2011년 말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9개 국제기구가 마련한 ‘공공부문 채무 통계 작성지침’에 따라 정부와 공기업 부채를 새로 집계했다. 새 방식은 정부뿐 아니라 금융·비금융 공기업을 포괄해 전반적인 공공부문의 부채상태를 보여준다. 공기업 부채 역시 결국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분석 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 비율은 지난해 75.2%로 일본(308.2%)은 물론이고 캐나다(154.8%), 호주(89.0%)보다도 양호했다. 하지만 공공부문을 일반정부와 공기업으로 나눠 비교해 보면 일반정부 부채 대비 공기업 부채의 비율은 한국이 조사국가 중 최고인 118.3%였다. 이는 호주(62.9%), 일본(43.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조 연구위원은 “공기업 채무는 국회 동의, 예산안 절차 등이 필요한 국가 채무보다 통제의 정도가 약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295개 공공기관의 자산은 지난 3년간 144조 4000억원 늘어난 반면 부채는 156조 6000억원이 불었다. 공기업이 4대강, 보금자리 사업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떠안은 탓이다. 조 연구위원은 “과도하게 늘어난 부채는 공공기관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결국 국민 전반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기업을 통해 이뤄지는 준(準) 재정활동에 더욱 엄격한 준칙을 수립하고 세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ICSID 중재위원 김준기씨

    세계은행은 지난 8일 김준기(47)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위원으로 선임했다. ICSID는 각국 정부와 투자자 간에 발생하는 투자자국제소송제도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임기는 6년이다.
  • [열린세상] 세계적인 의료인, 김용과 이종욱/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세계적인 의료인, 김용과 이종욱/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은행과 서울대의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가을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서울대 방문 이후 맺어진 이번 협약은 세계은행이 주관하는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와 복지 향상을 위한 활동에 서울대가 보건·의료·농업, 공공정책 분야에 시범사업을 벌이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1946년 창립된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의 원조와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금융기관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3대 국제경제기구 중 하나로 꼽히는 세계은행은 지난해 188개 회원국과 1만 2000여명의 직원들이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의 빈곤 퇴치와 경제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세계은행 사상 첫 아시안계 총재로 한국인 김용 다트머스 대학교 총장을 임명했다. 60년 넘게 백인 수장이 이끌어 오던 세계은행 총재로 그를 임명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외로 받아들였다. 백인도, 경제 전문가도 아닌 아시안계 의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후 평범한 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저개발 국가의 보건의료 향상에 헌신하기 위해 예방의학 분야를 선택했다. 수백만명이 결핵이나 말라리아 등의 질병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 이런 인류애의 실천을 경험삼아 베풂과 나눔의 철학을 가진 리더십으로 세계은행의 기존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 총재보다 먼저 인간가치의 존중을 몸소 실천한 세계적인 한국인이 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었던 고(故) 이종욱 박사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한국에서의 편안한 삶을 마다하고 저개발 국가의 질병 예방 및 퇴치를 위한 가시밭길을 걸어갔던 분이다. 이 박사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유엔산하기구의 수장이 됐다. WHO 예방백신사업국장과 세계아동백신운동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전 세계 소아마비 퇴치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기에 ‘백신의 황제’로 불리며 인류애를 몸소 실천했다. 특히 WHO 사무총장으로서 전 세계 위생·보건환경 개선에 크게 공헌했을 뿐 아니라 조직 개혁에도 이바지함으로써 역대 사무총장 중 가장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속에서 당당한 한국인으로 우뚝 선 두 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먼저 인간가치에 대한 존중과 무한한 인간애다. 그 시작은 자신의 지식과 능력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자기 성찰에서부터 출발한다. 김 총재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내가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늘 생각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어진 개개인의 능력들이 인류애에 접목되어 새로운 미래창조가치로 재창출된 것이다. 평범한 의사로서의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가치인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일생을 바친 것이다. 두 번째는 헌신과 희생의 정신이다. 공익을 실천하며 살겠다는 큰 비전을 세웠다 할지라도 실제 몸으로 뛰면서 봉사와 희생을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공익에 헌신하기 위해 내려놓아야 할 안락함이 더욱 크기에 스스로의 결단과 열정 없이는 그 가치가 실현될 수 없다. 이 총장은 2006년 집무 도중 과로로 순직했지만, 그분이 평생을 노력하며 이루고자 했던 저개발 국가의 질병예방이라는 숭고한 가치는 현재 여러 곳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의대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에서는 이 박사의 선구자적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헌신과 희생에 기반한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이런 분들을 통해서 본받아야 될 점은 무엇일까?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답게 사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개발하고 더불어 사는 밝은 세상을 위해 결단하고 헌신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보다 많은 한국 의사들이 넓은 세계무대에서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활약을 기대한다.
  • [고시열전] ⑤ 행시 25회 합격자들

    [고시열전] ⑤ 행시 25회 합격자들

    박근혜정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행정고시 기수가 바로 25회다. 지난 정부에서 부처 1급 자리에 포진했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차관급으로 발탁됐다. 이미 차관급이었던 일부는 장관 반열에 올랐다. 새 정부에서 25회 대표 주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윤 장관은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과 지식경제부 1차관을 거쳐 산업부 장관에 임명됐다. 동기 가운데 두 번째 장관 발탁이다. 장관 선두 주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채필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이다.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민간기구이기는 하지만 장관급 예우를 받는 금융감독원 수장에 오른 최수현 원장도 동기다. 25회 출신 중 새 정부에서 차관급에 임명된 이는 김영민 특허청장,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 제정부 법제처장,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 한진현 산업부 2차관 등 6명이다. 이중 김 청장, 이 차관, 제 처장, 한 차관은 소속 부처 1급 자리에 있다가 차관급에 합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거져 예술의 전당 사장이었던 모 수석은 수평이동했고, 추 차관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에서 자리를 옮겼다. 박재영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돼 현직을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차관급 공직을 지낸 이는 전 곽영진 문체부 1차관, 김찬 전 문화재청장,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전 중소기업청장), 김용환 전 문체부 2차관, 김차동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 목영만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박현출 전 농촌진흥청장,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전 지경부 1차관), 엄종식 전 통일부 차관, 오정규 전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 이기권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전 고용노동부 차관), 조석 전 지식경제부 2차관 등이다. 모두 24명이 차관급 공직에 올랐다. 1981년 치러진 시험 합격자는 총 128명이다. 22회 250명, 23회 248명, 24회 187명인 점을 감안하면 숫자가 거의 반 토막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25회 출신으로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장을 지낸 신정수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은 “줄어든 숫자에 비해 우수 재원이 많은 기수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중용되는 동기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처엔 아직도 25회 상당수가 국·실장급으로 포진해 있다. 강형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구자현 조달청 차장, 문명수 전북도 중국사무소장, 문재도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 박종성 조세심판원장, 박항식 국립중앙과학관장, 서정규 2014인천아시경기대회조직위원회 제1사무차장, 양복완 전남도 기조실장, 우진영 해외문화홍보원장, 유상수 세종시 행정부시장, 이상익 인천시의회 사무처장, 이중흔 전남도 부교육감, 장옥주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 정효성 서울시 기조실장, 최대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사업지원단장, 최병록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최종구 금감원 수석 부원장, 한철수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등이 그들이다. 공직과 연계되어 국제기구에 진출해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유엔 산하 지식재산기구(WIPO)의 첫 고위직에 진출한 김종안 WIPO 국제상표진흥국장, 아시아개발은행 예산위원장에 임명돼 화제가 된 기재부 출신의 윤여권씨, 세계은행 대리이사로서 한국의 입장을 대변해온 조인강 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등이다. 공기업이나 금융기관, 연구기관 기관장으로 임명돼 근무하고 있는 이들도 꽤 많다. 지경부 출신의 김경수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서울시 교통본부장을 지낸 김기춘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사장,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순종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김윤배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이사장,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 이기주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이채필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장익성 한국잡월드 이사장, 정철균 한국고용정보원장, 최형규 한국축산물품질평가원장, 이걸우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 등이다. 이채필 이사장을 빼면 대부분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다. 조만간 정부의 공공기관장 교체작업이 본격화하면 이들 중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일부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25회 출신 중 정치로 진로를 바꿔 뜻을 이룬 사람은 아직 적은 편이다. 2002년부터 내리 세번 연임에 성공해 재직 중인 박맹우 울산시장, 경북 영덕 부군수를 거쳐 2010년 민선 단체장의 꿈을 이룬 임광원 울진군수가 주인공이다. 현직 국회의원은 없고, 임영호 전 대전시 동구청장이 18대 국회의원(자유선진당)을 지냈다. 학계에서는 여성가족부 기조실장 출신의 정봉협 한국폴리텍 학장, 고용부 차관을 지낸 이기권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이 활동하고 있다. 임창용 전문기자 sdragon@seoul.co.kr
  • [열린세상] 성공 방정식을 바꿔야 창조경제 된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열린세상] 성공 방정식을 바꿔야 창조경제 된다/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두 달 가까이 되는데도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창조경제란 용어는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어휘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창조경제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는 우리 경제의 입장에서는 주요 산업의 경쟁국인 이들 나라보다도 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고 이런 점에서 새로운 경제모델의 구현에 대한 국가적인 갈증이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세계화 정책이 추진되었을 때도 이의 개념을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당시는 기존에 해 오던 국제화 정책과 무엇이 다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국제적인 대한민국으로의 발돋움을 위한 총체적 정책이라는 의미에서 영어로 ‘Globalization’이 아니라 ‘Segyewha’라고 번역하기로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형 국제화·세계화 정책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창조경제는 이러한 논쟁과 유사한 점이 있다. 영국 등 각국에서 정책적 편의에 따라 창조경제를 정의했지만, 우리의 창조경제 정책은 우리의 전통적인 성공모델을 한 단계 진화시켜서 향후 예상되는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즉, 창조경제를 ‘The Creative Economy’라고 하는 것보다 지난 50년간의 전통적인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한국형 경제모델을 만드는 ‘The Chang Jo Economy’로 부르면 어떨까? 이러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데있어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다. 정부와 민간이 2인3각 달리기 경주를 하듯이 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의 출범과 함께 끝이 났다. 1980년도의 경제위기 때 ‘한국이 투자하지 말아야 할 대표적 산업은 자동차와 반도체’라던 세계은행 경제학자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귀결된 것은 강력한 정부의 산업정책과 창업1세대의 기업가정신에 기인한 것이다.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재원 배분의 막강한 권한을 지닌 정부의 효율성이 성장의 요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과거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 자명하다. 기업과 시장 등 민간부문의 성장뿐 아니라 세계무역의 중심국가 중 하나로 커져 버린 한국이 외톨이처럼 독자적인 성장정책을 쓸 수도 없다. 이제 신정부의 경제모델인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정부는 신산업을 육성하고자 할 때마다 해당 산업 육성 기본법을 제정하고, 추진 기획단을 설치하며 또 다른 기금을 설치해 온 것이 기존의 방정식이다. 1970년대에는 전자공업육성법과 같은 특정산업 육성법, 지난번 정부에는 녹색성장기본법이 모체가 되면서 추진 조직과 지원시책이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 사실 다시 종전과 같은 방식의 육성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좀 진부하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이라면 정책 개발 자체도 좀 창의적인 방식이 좋지 않을까? 지금 우리나라에는 산업과 관련된 법률과 정책이 너무나 많다. 중소기업 숫자만큼 중소기업 시책이 많다고 하는 시중의 우스갯소리도 있다.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새로운 법률을 다시 제정하는 것보다 창조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와 법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필요하면 이들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단순화하면서 개방·공유·협력이라는 정부 3.0의 정신에 입각해 부처별로 추진 중인 각종 정책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기술혁신에 저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이해 조정의 어려움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각종 법과 제도를 정비해 주면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재정 투입 없이 손쉽게 이루어 낼 수 있다. 수없이 지적된 문제이지만 보안에 취약한 ‘액티브X’ 기반의 공인인증서 제도, 원격의료시대를 열 수 있는 의료관련 법규의 정비 같은 규제완화 시책에 정부 역할을 집중하고 민간이 이에 호응하여 세계시장을 선점해 가는 것이 바로 한국형 창조경제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 FT “세계경제 회복? 돌연 주저앉을 가능성”

    FT “세계경제 회복? 돌연 주저앉을 가능성”

    “세계 경제는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기 어려우며, 갑작스럽게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경제가 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 완화 등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타이거지수’(TIGER)를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타이거지수는 주요 20개국(G20)의 실물 경제 활동과 금융 변동성, 신뢰도 등을 종합한 것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 여부를 파악하는 용도로 자주 쓰인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타이거 지수는)세계 경제가 이륙할 능력이 없으며 (여전히) 주저앉을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일부 핵심 경제국의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미국 경제가 선진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밝지만 실물 경제와 신뢰도는 여전히 정상적인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도 완만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위기국의 경제성장률이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지표가 상대적으로 견고한 것으로 평가됐음에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기침체 조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타이거 지수도 2011년 중반 이후 정체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10일 “세계 경제가 서로 다른 속도로 성장하는 ‘세 갈래 회복’ 시대에 들어섰다”며 새로운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세 갈래란 경제 성장률이 빠른 1권역(동아시아), 회복 중인 2권역(미국·스위스·스웨덴), 뒤져 있는 3권역(유로존·일본)을 뜻한다. 이에 따라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도 세계 경제 위기 대처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의 역할과 한계/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의 역할과 한계/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해 12월에 끝난 대통령 선거 이전에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여러 차례 공허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탄생과 더불어 경제민주화는 ‘원칙이 바로 선 경제’로 대체되더니, 최근에는 창조경제를 놓고 여당 내에서조차 한바탕 대격론이 있었다. 많은 국회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이 ‘창조경제’가 무엇이냐고 물어온다고 전한다. 응답자의 8.9%만 그 내용을 알겠다는 언론의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부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와 일자리,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논쟁을 정리했다. 경제민주화의 경우도 무엇을 경제민주화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를 논의하다 보면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정책의 종류와 범위가 분명해지듯이, 창조경제도 무엇을 창조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가 정해지면 추진하려는 정책을 보다 분명히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란 저서에서 창조경제를 지식과 정보를 생성하거나 이를 이용하는 일단의 경제활동으로 정의했다. 그는 창조경제에는 광고, 건축, 미술품, 공예품, 디자인, 패션, 필름, 음악, 공연예술, 출판,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장난감과 게임, TV와 라디오 및 비디오 게임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유럽연합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위에 열거한 문화와 창조부문이 유럽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 비율은 독일이 3.4%, 프랑스 3.1%, 영국은 2.4%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EU 회원국은 2%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자동차와 전자, 철강, 조선 산업은 이미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창조경제가 새로운 과제가 될 필요성은 크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창조경제란 ‘광범위한 지식기반 산업에서의 기술 융복합 과정을 통해 창조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시스템’이라고 폭넓게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산업은 대부분 추격형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선도형 기술에 진입한 일부 산업도 기초 R&D 축적의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기술 수준에 대한 자기 비하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직 내생적 자체 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많은 산업부문에서 융복합 기술이란 환상을 좇아 허황된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창조창업기금’을 낭비해서도 안 될 것이다. 창조경제는 무지개처럼 멀리 있는 경제가 아니다. 그나마 경쟁력을 가진 부문에서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창조경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창조경제가 잘못 추진되면 대규모의 낭비와 위험이 수반될 수 있다. 새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녹색성장정책이 요란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왜 내실 있는 실적물을 내놓지 못하고 유야무야한 결과에 도달했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창조창업기금’의 조성이 논의되고 있다. 기금의 용도는 창조산업 참가자들이 특허 등의 지적재산(IP) 취득을 목표로 삼도록 유도하고, 지적재산 금융에 정부가 간접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1년 국가 간 지식재산 거래시장 규모는 2400억 달러에 달했으며, 2년 만에 20%나 성장했다고 한다. 그 한 예로 미국의 위스콘신대학 특허관리재단(WARF)은 특허를 수익화한 자금으로 24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으며, 2012년 9월 말 기준으로 1년간 평균수익률 17.09%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부가 모든 창조기업의 프로젝트를 직접 심사평가하려는 순간 창조기업은 비창조기업이 될 것이다. 창조기업과 창조적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는 전문적인 특허와 지적재산 평가전문 인력을 가진 IP 금융업체에서 하고, 정부는 이러한 IP 금융기관을 간접지원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할 때에만 창조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줄고 낭비가 최소화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계획 실현계획(안)’과 ‘창조경제 실현특별법(가칭)’ 제정 과정에서 창조는 민간이 하는 것이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길 바란다.
  • [서울광장] ‘인재풀 25%’ 굴레 벗자/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인재풀 25%’ 굴레 벗자/오승호 논설위원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저자로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9년 그린 포럼’에서 “한국으로선 천연자원이 없는 게 오히려 행운”이라고 역설적 주장을 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땅을 파서 발전하려고 하지만, 한국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두뇌를 개발해 앞서갈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였다. 지금은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녹색혁명을 시도해야 할 시기이며, 한국은 두뇌 개발로 녹색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설파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어떤 부처는 이명박 정부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몇몇 부서 명칭에서 ‘녹색’이라는 용어를 빼버리기는 했지만, 여하간 우리나라 인재(人材)의 우수성을 극찬한 예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예로 들며 미국의 교육 개혁을 강조하곤 했다. 2009년 3월에는 “미국의 어린이들은 한국의 어린이들보다 매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1개월가량 적다”고 지적했다. 미국 교육 개혁의 본보기로 한국을 거론했다. 우리 교육이 입시 및 주입식 위주 등 개선할 점이 적지 않지만 외국인들은 우리의 교육 열정을 부러워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김용)를 한국인이 맡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공직사회에도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 있다. 지금 장차관급들이 20대였을 때는 공무원들의 인기가 더했다. 그런데 왜 정권이 바뀌면 인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곤 할까. 인재들을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부처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고위공무원 A씨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것에 맞춰 청와대를 나와 지금은 놀고 있다. 일을 잘해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됐건만 이젠 공무원 신분이 언제 없어질지 모를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로 파견됐기에 원래 근무 부처에서 ‘초과 인원’에 해당된다고 한다. A씨와 비슷한 사례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약삭빠른 공무원들이 정권 후반기 청와대 파견을 기피하는 이유다. 묵묵히 일하는, 정무직도 아닌 일반공무원이 정권 교체로 하루아침에 이방인 취급을 받는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게 돼 있기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충성을 다한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사람으로 낙인찍는다면 공무원을 정치적 인물로 만들기 좋은 토양을 제공하는 꼴이 된다. 이러다가 공직자 출신들이 외국계 기업으로 눈을 돌리기라도 하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사외이사로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인사는 대선이 끝나자 일찌감치 사의 표명을 한 선배 공무원으로부터 “미리 사표를 던지지는 말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러나 기관장 자리를 좀 지키다 스스로 물러났다. 일반 대기업에서는 임원이 먼저 사표를 쓰겠다고 하는 것이 총수를 배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총수가 먼저 그만두라고 하기 이전에는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공직사회는 알아서 사표를 쓰는 것이 미덕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공기업 인사 태풍이 예고돼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좌불안석이고, 직원들의 관심은 CEO 교체 여부에 쏠려 있다고 하니 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다. 인사검증 시스템이나 인력 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재풀의 모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여야를 구분하면 인재풀은 어림잡아 절반으로 줄어들고, 다시 계파를 따지면 4분의1, 즉 전체의 25%로 쪼그라든다. 우수한 두뇌들이 아예 검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인적 자원의 낭비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인사 난맥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연임제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경영 실적이나 전문성, 도덕성 등에서 문제가 없다면 임기를 채우게 하고, 후임자는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을 임명하는 식으로 인사를 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으면 한다. osh@seoul.co.kr
  • 브릭스 ‘금융 독립선언’ 결국 실패

    브릭스 ‘금융 독립선언’ 결국 실패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5개국이 브릭스판 국제통화기금(IMF)인 ‘브릭스 긴급기금’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브릭스판 세계은행(WB)으로 불리는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은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50년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 온 국제금융 질서에 필적할 만한 개발도상국 중심의 독립적인 국제금융기구를 만들려는 의지를 세계에 천명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남아공 더반에서 이날 폐막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1000억 달러(약 110조원)를 출자해 긴급협의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기금은 브릭스 국가가 금융위기에 빠졌을 때 자금을 지원해 줌으로써 기존 IMF의 기능을 대체하게 된다. 이번 회의의 순회 의장인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1000억 달러 규모의 외환준비 체계는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이를 위해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계속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가장 많은 410억 달러를 출자하고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3국은 각각 180억 달러, 남아공은 50억 달러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 설립 최종 확정은 오는 9월 회의에서 이뤄진다. 이번 회의의 최대 이슈였던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 건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브릭스 정상들은 최종 합의문에 브릭스 개발은행의 설립 필요성만을 언급하고 추후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주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리는 브릭스 주도 개발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공식적인 협상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해 1년 전 뉴델리 회의에서부터 시작된 논의에 사실상 진전이 없었음을 시인했다.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이 늦춰지는 것은 국가별 출연규모나 은행 운영 원칙 등 세부안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5개국이 똑같이 100억 달러씩 출자해 자본금 500억 달러(약 55조원)의 개발은행을 설립하자고 주장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나라별로 경제 규모가 다르므로 출연액을 차등화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신흥 경제 대국으로서 세계 인구의 43%, 외환 보유액의 33%, 국내총생산(GDP)의 20.4%를 차지하고도 그동안 국제금융계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던 브릭스의 금융 독립선언은 다음 회의로 미뤄지게 됐다. 이에 앞서 주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기업인위원회’가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각 회원국의 유력 기업인 5명씩으로 구성되며, 회원국 내 기업들의 상호 투자와 교역 부문 등에 있어 협력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55조원 규모 ‘브릭스판 세계銀’ 나온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항할 ‘브릭스 개발은행’을 설립할 방침이다. 브릭스 정상회의가 26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남아공 더반에서 개막됐다. 회의에서 자본금 5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 합의가 결과물로 나올 전망이다. 브릭스의 외환 보유액은 총 4조 4000억 달러에 달하며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43%를 차지하지만 IMF 지분은 5개국을 합해도 11.51%로 미국(17.69%)에 미치지 못한다. 브릭스 국가들은 높아진 경제 위상에 맞는 글로벌 금융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며 개발은행 설립에 공감대를 형성, 이미 지난해 3월에 열렸던 정상회의에서 의제로 채택한 바 있다. 외환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브릭스 외환 준비 풀(Pool) 설립도 관심사다. 중국은 이미 브라질과 1900억 위안(약 34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브릭스 정상들이 이번 회담에서 은행 창설에 합의하더라도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각국의 자본 확충 규모, 지분 배분, 본부 소재지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시리아 이란 등 중동 문제와 이집트의 브릭스 가입 추진도 논의된다. 이집트가 브릭스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7) 금융 외길 반백년 윤병철 한국FP협회 회장

    [명사가 걸어온 길] (7) 금융 외길 반백년 윤병철 한국FP협회 회장

    이 사람의 부모는 자작농이었다. 세 누나와 형 하나, 노부모가 하루종일 밭일을 하고 간신히 풀칠을 했다. 세 시간 배를 타야 겨우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던 ‘거제 촌놈’으로 자랐다. 해방 직전 일본인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채 다 자라지도 않은 곡물까지 쓸어갔을 그 무렵, 그래도 굶지는 않았다. 귀한 막내아들에게 쌀밥을 한 술씩 덜어주던 노모와 누나들 때문이었다. ‘가진 것 없는 섬 놈’으로 꿈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다 은사인 김기호 선생을 만났다. 섬 밖의 삶은 생각지도 못한 그에게 스승이 말했다. “섬은 커질 수 없다. 그러나 그 섬의 사람이 커지면 달라진다.” 그 이후 공부를 했다. 부산으로 나와 법대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갔다. 은행장이 됐다. 금융지주 회장까지 지냈다. 금융 외길 53년. 금융을 배웠고, 금융을 알았고, 금융에서 성공했다. 그래도 이 남자의 마음속엔 의문이 남았다. ‘더 가야할 길이 있지 않을까.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나’ 마음을 비웠다. 지금까지 받은 운과 복에 겨운 삶을 되돌려 줄 때라고 마음먹었다. 스스로 은행장 직에서 내려왔다. 남은 인생을 금융인력 양성에 바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FP(파이낸셜 플래너)협회를 만들어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나은행장, 우리금융 회장 등을 지낸 윤병철(76)씨다. 그는 ‘하나마나 한 은행’으로 불리며 국내 33번째로 출범한 하나은행을 4대 시중은행으로 올려놓는 데 초석이 됐다고 자부한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때는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이뤄냈다. 그를 서울 마포구 도화동 한국FP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윤 회장은 1937년 거제에서 태어났다. 모두가 다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콩이 나면 그 기름을 짜서 남는 찌꺼기를 먹고 그렇게 살았지. 가뭄이 들어 농사도 잘 안 돼서 하루에 한 끼 먹는 게 힘들었어. 그 와중에도 누님들이 굶어가며 밥 덜어주고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줬어. 귀하게 컸지.” 8세. 늦봄이었다. 쑥을 캐러 가는 누나들 뒤를 따라갔다가 물 웅덩이에 빠졌다. 가뭄이 심해 군데군데 받아놓은 물 근처에서 놀다 발이 쑥 들어갔다. 한참동안 정신을 잃었다. 그때부터 “덤으로 산다”고 생각해 왔다. 11세 때 후사가 없던 큰아버지 집에서 15리 떨어진 경남 하청초등학교를 다녔다. 거기서 인생의 스승을 만났다. 하청중·고등학교를 세운 김기호 교장이다. “‘수처작주’라고, 세상 어디 가든지 간에 내가 스스로 주인이 되라는 뜻인데 그분께 배웠지. 자신을 갖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라 이런 말이오. 내가 살아온 그때, 돈·백·실력이 중요했지. 하지만 없는 걸 만들라고 하면 어떡하나. 가난한 섬놈이니 돈하고 백은 없는 걸. 그럼 실력이 2배, 3배면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지.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일 거야.” 인생에서 귀한 사람을 1966년 또 만났다. 고(故) 김진형 한국개발금융 회장이다. 세계은행의 지원으로 한국경제인협회(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개발금융을 설립할 때 한국은행 총재 출신인 김 회장이 개발금융설립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고 그가 경제인협회 조사역으로 일하다 실무를 보좌했다. “참 소탈하셨지. 자기 손으로 꼭 문을 열었어. ‘차 문도 못 열면서 무슨 일선에서 일을 하겠나’라고 하셨던 분이었지.” 더 놀라운 일은 한국개발금융이 출범한 뒤 생겼다. 김 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였다. 김 회장과 같은 경북 선산 출신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김학렬 경제수석에게 “금융계 원로가 하는 일을 적극 도와주라”고 지시한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김 수석이 어떻게 도와줄지 묻자 김 회장은 “그냥 내버려두면 되네. 안 도와주는 게 더 고마운 일일세”라고 거절했다. 누구나 바라던 ‘정부의 힘’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민간의 노력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었다. 그렇게 참된 금융인의 자세를 배웠다. 앞서 금융계에 첫 발을 들인 것은 1960년, 24세 때였다. 농업은행 4기로 입사했다. “부산대 법대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떨어진 뒤 들어갔는데 서울대, 연·고대만 있더라고. 그래도 거기서 만난 동기들하고 지금도 가깝게 연락하고 지내지.” 그는 친분을 맺은 농4회(농업은행 4기 모임) 멤버들과 지금도 평생지기로 지낸다. 정영의, 조대형, 이상철, 김주익씨 등이다. 정영의씨가 훗날 재무장관을 지낼 때 그는 하나은행장을, 이상철씨는 국민은행장을 맡았다. 이들을 가리켜 ‘3인방’이라고 남들이 불렀다. 농업은행 출신 은행장 모임인 ‘동락회’도 있다. 신한은행장을 지낸 라응찬씨, 농협 회장을 지낸 원철희씨, 기업은행장이었던 김승경씨 등이 멤버다. 그렇게 농협은행에서 1년 반을 일하다 1961년, 농협은행을 나와 한국경제인협회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본 경영 1세대들은 돈보다 꿈을 따르는 사람들이었지. 그래서 생각했어. 평생 월급쟁이였지만 월급쟁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지는 않겠다고. 지금까지 나를 버텨준 경영지론이지.” 김진형 전 총재의 권유로 1967년 그는 한국개발금융에 둥지를 텄다. 기업이 새로 하는 사업을 심사해 시설자금을 대출해줬다. 정부 지분이 전혀 없어 민간과 외국인 주주로만 구성됐기 때문에 외부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금융 역사상 시장원리에 따라 자금배분이 이뤄지는 이례적인 사례였다. 미래 성장산업도 발굴했다. “1970년대 초 원양어업과 해운업이 은행권에서 소외돼 있던 시절, 직접 돈을 지원하며 밀어주기도 했지. 나도 같이 컸어. 그렇게 나 역시 승승장구해 1977년엔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어.” 1991년 7월 그는 하나은행 초대 은행장에 올랐다. 사람 모양의 로고는 그가 채택한 것이다. 자음 ‘ㅎ’을 사람 형태로 형상화하고 마치 원을 그리며 춤추는 모습으로 연출한 것이다. ‘미친 사람 널뛰는 모습같다’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끝까지 설득했다. 33번째 후발은행이니 달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고객이 편리하게 느끼는 장소만 찾아 점포를 냈다. 시장 인근, 아파트 단지 안 등을 파고들었다. 1995년 출혈경쟁 논란을 부른 ‘솔로몬 신탁’도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상품이었다. 절세효과 덕에 1억원 이상 자산가들이 대거 몰렸고 판매 1년 만에 40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2001년 우리금융 회장이 됐다. ‘부실덩어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밤낮으로 고심했다. 첫 목표를 뉴욕 증시 상장으로 잡았다. 전문가들이 돈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만류했지만 결국 해냈다. 1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내 첫 금융지주회사는 3년 동안 적잖은 결실을 이뤄냈다. 부실자산 정리에 7조 2000억원을 쓰고, 1조 3000억원의 순익을 남겼다. 총 자산도 30조원 가까이 늘었다. “부정적 시각이 팽배한 분위기 속에서 건전성과 수익성 모두를 잡아 직원들한테 고맙고 뿌듯하고 그랬지.” 2004년 3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임은 생각하지 않았다. “조직이 발전하려면 한 사람이 너무 오래 하면 안 돼. 매너리즘에 빠지거든. 나한테 어떻게 금융인으로 성공하는지, 부자가 되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자.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자’야.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른다? 그럼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자꾸 부딪쳐 보란 거지.” 요즘 논란인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은행은 자주적인 경영이 돼야 하는 곳이라 언젠가는 꼭 민영화가 돼야 해. 근데 사업 부문 자금이 금융에 투입되도록 문호를 넓혀주고, 경영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여건상 민영화가 힘들지.” 그가 오랜 고민 끝에 찾은 ‘인생 2막’은 금융계 인재 양성이었다. “1969년 미국에서 시작된 CFP(국제공인 재무설계사)자격제가 일본이나 캐나다 등에서 활발하게 보급되는데 이 사람들이 금융소비자에게 인생 목표 달성을 위해서 재무설계를 해주는 거야. 투자는 물론이고 세금, 은퇴, 상속설계 등을 설명해주더라고. 한국능률협회에서 운영자금을 빌려서 2000년 한국FP협회를 설립하고 CFP제도 도입을 추진했지.” 비영리 사단법인인 FP협회는 투자관리나 위험 방지, 부동산과 세금 등을 종합적으로 교육해 자격을 주는 곳이다. 올해로 출범 13년째. 지금까지 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26만명에 이른다. “시작할 때는 후임 양성만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개인과 가계에도 꼭 필요한 게 재무설계인거야. 사람들이 돈을 벌어서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식상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부자가 되는 법과 성공하는 법. 그는 한참을 소리내 웃다 진지하게 답했다. “부자라는 게 돈이 많은 게 아니더라고.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약간의 여유 속에서 준비를 해 나가며 사는 것이지. 결혼하고 살 집 마련하고 하는 것들 말이야. 수입이 얼마나 되고, 저축이 얼마만큼이고 이런 것들을 상황에 맞게 관리하는 게 그나마 비결인 거지. 돈만 많으면 된다는 생각은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어. 여러 가지 만족이 안 돼서 계속 불행해지니까.”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전쟁 끝났지만 상흔 여전…작년 테러사망 4573명, 美선 “실패한 전쟁” 목소리

    전쟁 끝났지만 상흔 여전…작년 테러사망 4573명, 美선 “실패한 전쟁” 목소리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이라크 전쟁이 20일이면 발발 10년을 맞는다. 2011년 12월 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8년 9개월간 지속된 전쟁은 막을 내렸지만 이라크에서는 연일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이라크인은 18만여명이며 미국인도 4488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의 각종 폭력 사태로 인한 희생자 수를 집계하는 시민단체 이라크보디카운트(IBC)는 지금까지 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12만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각종 테러로 숨진 사망자가 4573명에 이른다. 이는 미군이 철수하기 전인 2011년 사망자 4147명보다 오히려 1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4일 수도 바그다드 정부청사를 겨냥한 무장세력의 폭탄 공격으로 최소 20명이 숨졌다. 17일에도 동남부 바스라에서 연쇄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미국이 이라크전에 투입한 비용 역시 막대하다. 미국은 참전 용사에 대한 보상금 4900억 달러(약 545조원)를 제외하고도 1조 7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이라크전에 쏟아부었다. 병사들의 후유 장애 치료와 이자 등을 감안하면 향후 40년간 4조 달러의 비용이 더 든다고 미 브라운대 산하 왓슨국제문제연구소(WIIS)가 전망했다. 이는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을 시작할 당시 예상했던 500억~600억 달러의 100배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불안한 치안 상황에도 이라크 정부는 세계 3위인 석유 매장량(1431억 배럴)을 기반으로 각종 재건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유 증산을 토대로 재건 자금을 확보해 전력, 주택, 보건,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재건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은행은 이라크의 국내총생산(GDP)이 2011~2013년 총 32.4%,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라크의 GDP가 올해 14.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에서는 이라크전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라크전 참전 용사 출신의 톰 코튼(공화) 하원의원은 17일 CNN 방송에 출연해 이라크전을 ‘정당하고 숭고한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참전 용사인 툴시 가바드(민주) 의원은 이라크전을 사실상 ‘실패한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라크전에서는 계산 착오가 있었다”면서 “이라크 전쟁이 목숨을 잃은 생명들, 그곳에 쏟아부은 수조 달러만큼의 가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인 10명 중 6명이 이라크전에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꼭 합쳐야 하나?/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꼭 합쳐야 하나?/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합을 선언했다. 그러나 재원 조달 방식과 지급 대상이 다른 두 연금의 통합이 옳으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은 국가 예산에서 나오고, 국민연금은 사회보험 방식으로 조달된다. 기초노령연금은 그 대상이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과 저소득층이고,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전 기초노령연금의 재원 일부를 국민연금 기금에서 조달하겠다고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의 재원을 마련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두 연금의 통합을 밀어붙인다니 의아스럽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 구성과 사회적 합의 도출을 전제하지만 통합이 목적이라면 잘못된 접근이다. 연금계층의 다양화가 세계 각국 연금 개혁의 공식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 통합은 거꾸로 가는 개혁이어서다. 연금계층의 다양화를 전제로 연금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중층연금(multi-pillar pension) 도입은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중층구조에서 기초연금은 빈곤층과 저소득층, 국민연금은 전 국민, 퇴직연금은 임금근로자, 그리고 개인연금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도 이 같은 중층구조의 틀을 갖추고 최적의 운영방식을 찾는 과제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중층구조에 역행하는 통합이라니 답답하다. 혹시 두 연금의 통합이 명목확정기여(notional defined contribution) 방식의 도입을 위해서라면 더 문제다. 이 방식은 1994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이탈리아·폴란드·라트비아·키르기스스탄 등 국가에서 도입했다. 연금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연금에 복층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연금적자 해소와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연금기금 일부를 개인소유의 주식처럼 투자에 활용할 수 있어 국민연금에 개인연금이 결합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점수제라는 복잡한 산식이 있어 투명한 사회가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의 평균 13.5%보다 세 배 이상 높은 45.1%이다. 노인빈곤만으로 보면 최빈국 수준이다. 고령화 진입 속도는 세계 1위인데 자녀로부터 부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래의 노인은 연금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40%에 불과해 연금 가입기간이 40년이 되어도 수령액은 월 115만원 정도이다. 그 이상은 없다. 최저등급의 소득은 월 23만원이고 40년 불입하면 연금으로 월 23만원을 받는다. 이 돈으로 생계가 유지될까?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최고 등급의 소득이 1988년 연금제도 출범 후 거의 상향 조정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최고 등급의 소득 수준은 360만원이었는데 현재까지 인상액이 29만원에 불과한 389만원이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의 과장부터 사장까지 국민연금보험료가 모두 같고, 소득 재분배라는 사회보험 기능을 수행할 수도 없다. 이 문제를 인지한 이명박 정부는 2013년까지 최고 등급을 46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해놓고 지키지도 않고 떠났다.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국민연금의 본질적 문제는 함구하고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치겠다니, 그 실익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통합에 앞서 국민연금 손질이 먼저인데도 말이다. 통합을 전제로 위원회를 구성하면, 통합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무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 연금의 특성상 현재의 잘못으로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10년, 20년 후에 문제가 된다. 보장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남유럽식의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하고, 지나치게 낮으면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남미식 노인 폭동이 터질 수 있다. 그래서 연금정책은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연금정책에 관한 한 실패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다. 때문에 연금제도의 틀을 바꾸는 정책에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국민불행연금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 [박근혜 첫 내각 인선 완료] 기준금리 인하·추경 편성 주장… 거시정책 ‘경기 부양’ 선회 관심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마지막으로 10년 넘게 야인 생활을 하다 ‘경제사령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KDI 원장 시절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현오석 경제팀’의 거시 정책은 경기 부양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 후보자는 1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DI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산층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중산층 복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화두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 후보자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택적 복지론자에 가깝다는 평이다. 평소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복지를 주장해 온 만큼 135조원에 이르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현 후보자는 성장과 복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이냐는 질문에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을 빨리 해야 하는 과제와 중장기적으로 성장과 복지를 조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불과 석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 말 KDI는 정부와 한은을 향해 “재정 투입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주문했다. 건전 재정에 무게를 둔 ‘박재완(현 기획재정부 장관)식 위기 관리’가 돈 풀기 등 ‘인위적인 경기 활성화’로 선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내정 사실을 며칠 전에 통보받았다”는 현 후보자는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정책통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대 말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덕에 국제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다. 고향은 충북 청주로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KS’ 출신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과 행정고시 14회 동기다. 김중수 한은 총재와도 인연이 깊다. 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여러 경제부처를 이끌어 가기에는 리더십과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도 나온다. 그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경제정책국장을 지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하차했다. 국고국장으로 전보된 것이다. 핵심 보직인 경제정책국장이 국고국장으로 옮겨 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와 함께 일했던 현직 고위 경제관료는 현 후보자를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분류한 뒤 “원만한 성품이지만 고집도 있다”고 전했다.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린다. KDI 원장 재직 당시 보고서 발표 내용을 두고 압력을 행사해 연구원들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인하대 생활과학과 교수인 천종희(61)씨와 1남 1녀를 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복지딜레마, 마키아벨리에게 답을 묻다/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국민대 겸임교수

    [옴부즈맨 칼럼] 복지딜레마, 마키아벨리에게 답을 묻다/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국민대 겸임교수

    우리 언론은 대선후보를 사전검증하고 해부하는 데 익숙하지만 막상 ‘대통령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우선순위의 기준을 제시하는 데는 약한 편이다. 대선 후보의 요건을 샅샅이 해부, 치밀하게 검증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몫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 당선인이 전임 대통령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일을 짚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 후보들을 사전검증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성공한 대통령’이 나오도록 하기 위한 사전 단계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서울신문의 사설 ‘대선 공약, 구조조정 지역공약에서 출발하라’, ‘저성장 탈출해야 복지 일자리 가능하다’는 짚고 넘어갈 만한 지적이었다. 세계은행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8%로 낮춰진 상태다. 저성장 상태에서 ‘복지공약의 100% 실행’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 되고, 결국은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6일 자 커버스토리 ‘김차장 , 당신은 눔프(Noomp)입니까’는 새 정부가 부딪힐 ‘복지의 딜레마’를 조명한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 앞의 사설이 총론적 접근이었다면, 커버스토리는 각론적 측면에서 40대 초반 대기업 중간관리자 ‘김차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증세가 불가피한 복지공약 해법’의 문제를 분석했다. 여러 복지공약에 135조원이 필요하다는 총론은 알고 있었지만 재원 조달면에서 일반적 중산층 개개인이 지게 될 부담액이 얼마씩인지를 일일 계산까지 해내 손바닥에 잡히게 설명해 주었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 당선인이기에 국민과의 약속 이행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후보 때 내놓은 수많은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중산층 70% 복원’이란 공약과도 충돌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신뢰는 약속의 이행에서 오지만, 대선 공약은 긴급성과 중요성에 의해 우선순위를 정해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다 지키려 하는 것은 어느 것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미필적 고의’를 낳기 쉽다. 복지공약의 실행을 약속하는 것은 신뢰가 가는 리더의 덕목이다. 그러나 현실적 재원 마련 등의 문제를 감안해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연기할 것은 연기하고, 우선적으로 이행할 것이 무엇인가를 천명하는 것은 한층 더 용기 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약속한 것과, 대통령이 되고 나서 공약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르네상스 시대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는 저서 ‘군주론’에서 신임 군주에게 이렇게 충언한다. “새롭게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자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는 게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군주에게는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미덕을 지키고 자비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렇게만 하면 사악한 군주일지라도 존경받는 군주가 될 수 있다. 군주가 되고자 하는 이에게는 자비롭다는 평판이 필요하지만, 군주의 자리에 오른 이에겐 자비는 해로움이다.” 중산층 복원과 복지의 딜레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있어서 500년 전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꽤 시사적이다. 마키아벨리가 했던 현실적인 고언의 역할을 우리 언론이 담당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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