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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시인 이종만 ‘시집’ 류기봉 ‘산문집’ 출간

    농부시인 이종만 ‘시집’ 류기봉 ‘산문집’ 출간

    시인 이종만(사진 오른쪽·57)과 류기봉(41)의 시에서는 땀냄새가 난다. 몸을 움직여 노동하는 자의 정직한 땀방울이 느껴진다. 이 시인은 전국을 돌며 벌을 치고, 류 시인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포도를 키운다. 양봉과 포도농사는 이들이 30년 가까이 매달려온 생업이다. 주경야독으로 농사와 문학을 겸업하는 두 농부시인이 나란히 책을 냈다. 이종만 시인은 등단 15년 만에 첫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문학세계사)를 묶었고, 류기봉 시인은 첫 산문집 ‘포도밭 편지’(예담)를 냈다. 꽃과 벌을 연인처럼 따라다니고, 포도를 자식처럼 키우는 농부의 일상에서 깨달은 자연과 생명의 이치를 진솔하고, 담백한 언어에 담았다. ‘벌 치는 시인’ 14년만에 첫 시집 “나는 눈보라처럼 날리는/아카시아 꽃잎 사이를 가는 사람/꽃보라처럼 날리는 생을/괴로워하지 않는다//아카시아 꽃 시들어도/벌이 있어 꿀이 있어/꽃은 지지 않는다/꿀 먹은 사람 속에서/아카시아꽃 다시 환하게 핀다”(‘꽃은 지지 않는다-양봉일지9’중) 이종만 시인이 벌을 치기 시작한 건 스물아홉살 때부터다. 경남 사량도에서 태어나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시인은 동네 어른에게서 벌 키우는 법을 배워 고향을 떠났다. 시를 쓰기 시작한 건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 초등학생때 동시를 곧잘 쓸 만큼 일찍 문학에 눈을 떴다. 봄에는 꽃소식을 따라 전국을 떠돌고, 여름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로열젤리를 수확하고, 가을에는 벌의 월동을 준비하는 빡빡한 일상에서도 시를 놓지 않은 끝에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인의 꿈을 이뤘다. “시를 꾸준히 써야하는데 일이 없는 겨울에만 쓰다 보니 이제서야 겨우 시집 한 권을 낼 수 있게 됐다.”는 시인은 “자연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욕심 부리지 않고 썼다.”고 했다. 시인의 말대로 시집에는 소박하지만 정겹고, 단순하지만 울림이 깊은 시들이 많다.“생각하기보다 기도하기로 한다/기도하기보다 미소짓기로 한다/미소짓기보다 손을 잡아주기로 한다”(‘별’전문)라거나 “귀뚜라미 울음에 방문을 열다//휘영청 달빛에 방문을 열다//소복소복 내리는 눈에 방문을 열다//소리 없는 봄비에 방문을 열다”(‘방문을 열다’전문)에서는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된 시인의 내면이 잘 드러나 있다. ‘포도시인’ 농부를 이야기하다 류기봉 시인의 포도밭은 유명하다. 포도 수확철인 9월 첫째 주말에 문인과 일반인을 초청해 여는 ‘포도밭 작은 예술제’가 올해로 9년째다.1993년 ‘현대시학’에 그를 추천한 김춘수 시인의 제안으로 시작된 행사는 시 낭송과 그림전시, 흙 밟기 등 자연과 사람, 문화가 하나되는 잔치마당으로 인기가 높다. 30년 전 시인의 아버지가 남양주 장현리의 거친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해 지금은 부자가 함께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흙이 건강해야 포도나무가 건강하고, 그 열매를 먹는 사람도 건강해진다.”고 믿는 시인은 농약을 한방울도 치지 않는 자연산 포도만을 고집한다. ‘장현리 포도밭’‘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등의 시집을 낸 시인의 첫 산문집 ‘포도밭 편지’는 포도나무를 키우면서 터득한 인생 철학과 이 땅에서 농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포도밭 일은 복잡할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단순한다. 그 단순함 속에서 우주와 자연의 진리는 더 분명하게 보인다.”(57쪽) “포도밭에는 가뭄이 최악의 재해다. 타들어가는 포도밭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깊게 타들어간다. 이때의 애타는 심정을 농부말고 또 누가 알 것인가”(79쪽) “올여름 햇볕이 좋아서 예년에 비해 수확이 좋다.”는 시인은 “포도 수확에 맞춰 산문집을 내다 보니 올해는 자식농사를 두번이나 지은 듯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데스크시각]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야 만다/ 박정현 정치부 차장

    북한 핵은 늘 그런 식이다. 위기가 닥쳤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타협이 이뤄졌고, 느닷없이 위기는 엄습해오곤 했다.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13년동안 북한 핵문제는 위기와 타협, 그리고 위기를 되풀이해 왔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조짐으로 위기의 먹구름이 또다시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그저께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50 대 50’이라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단만 내리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는 말은 핵실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핵문제를 논의한 걸 봐도 그렇다. 핵실험 위기도 늘상 그래왔듯 드라마틱하게 타협국면으로 급반전될 수도 있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테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깜짝’ 정상회담을 갖고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상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타협과 위기를 오가더라도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북한은 언젠가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다. 핵실험을 강행해서 핵무기 보유선언을 입증하려 들 것으로 본다. 북한 핵은 위기와 타협을 되풀이하면서 진화와 성장을 거듭해 왔다.1990년대에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했느냐를 놓고 국제사회와 북한이 실랑이를 벌였으나, 북한이 확보한 플루토늄의 양이 40∼50㎏이라고 국정원이 밝혔다.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 사실로 입증돼 왔다. 북한에 남은 것은 핵실험밖에 없다. 도박판으로 비유하자면 핵실험의 판돈이 가장 크다. 플루토늄 추출이나 미사일시험 발사는 판돈 키우기에 불과하다. 판돈을 키울 대로 키워놓고 북한이 핵실험을 포기할 리가 없다. 북한 핵이 협상용이라도 그렇고, 자위 수단이라도 마찬가지다. 핵무기를 갖겠다는 나라는 무슨 수를 써서 핵무기를 손에 넣고야 만다는 게 세계사의 교훈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그랬고, 이란도 미국과 유럽국가의 압력과 위협을 무릅쓰고 핵개발을 추진중이다.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도약케 하는 핵무기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거다. 설령 못다 핀 ‘무궁화 꽃’이 되더라도 말이다. 김 위원장은 핵실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듯하다. 김승규 원장은 “김 위원장의 결단만 있으면 실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우려하던 핵실험이 현실로 나타나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닥치게 된다. 미사일 발사의 위력이 폭풍이라면 핵실험은 쓰나미에 해당되는 파괴력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바꿀 것이다. 일본과 타이완이 핵무장을 하려는 핵 도미노 현상은 불보듯 뻔하다. 국제사회는 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한 유엔의 안보리 결의에 비하기 어려운 정도의 대북 제재와 압박 방안을 쏟아낼 게다. 군사적 행동 방안도 거론될 것이고, 불안감을 느낀 국제자본이 외환위기 때처럼 썰물처럼 빠져나갈지도 모른다. 이런 후폭풍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겪을 홍역이다. 우리도 북한 핵에 대응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 이른바 핵주권이다.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포기했던 핵주권의 회복이 이슈로 부상하는 일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최신 저서 ‘부의 미래’에서 지적했듯 북의 핵무기를 ‘예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통일시대에는 남한의 경제력과, 북한의 핵무기가 서로 보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과정에서 불거진 보수-진보의 논쟁과는 비교도 안 되는 논란과 혼란이 가장 무서운 후폭풍이다. 박정현 정치부 차장 jhpark@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00주년 맞는 ‘국채보상운동’ 기념사업회장 김영호 前산자부장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00주년 맞는 ‘국채보상운동’ 기념사업회장 김영호 前산자부장관

    ‘적의 공격 없어도 나라 자연 소멸되면, 아아, 우리 백성들 어디 가서 사나. 이 나라 강토 없게 되면 가옥, 전토는 뉘 것인고. 국채 다 갚는 날 오면 기쁘고 즐겁지 않을손가∼’ 100년 전 우리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을 때, 국채를 일본에 상환하고 나라의 독립과 주권을 지키고자 이심전심으로 불렀던 ‘국채보상가’ 중 일부이다. 당시 국채 1300만원은 국가의 존망을 흔들었다. 애국인사들은 2000만 동포가 석달만 담배를 끊어 한 사람이 한 달에 20전씩 모은다면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매일신보가 애국의 불길 지펴 이에 고종황제는 ‘불가흡연’을 외치며 요원지화(燎原之火)를 지폈고 ‘대한매일신보’(서울신문의 전신)는 국운을 내걸고 전국적으로 ‘국채보상운동’을 확대시켜나갔다. 임금에서 백정의 신분에 이르기까지 불길처럼 타올랐다. 특히 두산그룹 창업주로 당시 ‘박승직 상점’을 운영했던 박승직씨는 100원이라는 거액을 쾌척(1907년 2월23일자 대한매일신보)해 불길을 드높였다. 결국 이 운동은 일제의 온갖 탄압으로 1년여만에 막을 내렸지만 망국으로 실의와 좌절에 빠진 민족의 가슴에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애국의 불꽃을 심어주었다. 이로부터 90년이 지난 1997년 11월, 임창렬 경제부총리는 비통한 표정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공식 선언했다. 말 그대로 국가가 부도위기에 처했던 것. 그러자 국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금모으기운동’에 적극 나섰다. 돌반지며 장롱 속의 금비녀 등을 손에손에 들고 은행마다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를 본 외국 매스컴은 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의 애국심과 단결력에 경탄했다.90년만에 ‘국채보상운동’이 재현된 셈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저력과 5000년 역사에 최초의 국민운동으로 자리매김되는 ‘국채보상운동’이 100주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새삼 의미를 되새기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김영호(66) 전 산업자원부 장관. 경제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97년 일본 경제학자가 뽑은 ‘애덤 스미스 이래 100대 세계경제학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사단법인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장’이자 100주년기념사업 공동대표를 맡아 그 정신과 취지를 알리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일까. 외환위기 직전인 96년 말이었다. 김 전장관은 일본 도쿄대 교수로 재직하다 귀국, 경북대에 복직했다. 오랜만에 모교에 돌아온 그는 대구지역 경제·상공인들과 자주 만나면서 하나의 큰 깨달음에 이른다. 즉, 대구에서 발상된 국채보상운동이 90년이 됐건만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 세계사에서 유례 없었던 민족운동이 왜 역사 속에 묻혀야 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척 아팠다.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평소 알고 지내던 문희갑 대구시장에게 찾아가 “이제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야 할 시점이며 90주년기념을 반드시 이슈화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설득했다. 아울러 대구지역 언론사 등을 찾아 동참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97년 2월 드디어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최초로 ‘국채보상 90주년’기념 행사가 열렸다. 그해 10월에는 ‘90주년 국제심포지엄’까지 개최되면서 고귀한 민족정신을 여러 나라에 알렸다. 이때 김 전장관은 IMF의 스탠리 피셔 부총재에게 초청장을 보내면서 우리나라의 빚이 1300억달러나 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며칠후 피셔는 참석하지 못한다는 답장과 함께 “한국 정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1300억달러의 규모를 어떻게 아느냐.”라며 놀라워했다. 이 서신의 내용은 국내 경제·금융계에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화제가 됐다. 역설적으로 당시 한국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얼마만큼 안일하게 대처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후 99년 10월 외채탕감을 위한 ‘대구라운드 세계대회’를 개최, 그나마 한국의 체면을 세운다. 그해 12월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이 완공됐으며, 현재 대구 일대의 중심공원으로 자리잡았다. ●국채보상운동 기념관 건립 추진 광복 61주년을 맞아 서울 시내 모호텔 커피숍에서 김 전장관을 만났다.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겸 IMF사태 10주년을 맞아 제2차 대구라운드 개최와 기념관 건립 추진 등을 준비하느라 바쁜 틈에 잠시 시간을 냈다. 앉자마자 국채보상운동의 중요성과 역사적인 의미에 목소리를 높인다. “강만길 교수는 최초의 시민운동이라고 했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한국 기부문화의 효시라고 했습니다. 또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최초의 NGO가 중심이 된 국민적 사건으로, 박용옥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 최초의 근대적 여성운동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적 경제주권 회복운동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이어 “당시 정부가 빌린 돈 1300만원을 못갚게 되자 국민들이 술 안 마시고 담배를 끊어가며 갚겠다는 눈물겨운 운동이 아니냐.”면서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역사적 사건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대구의 여성들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는 이준 열사의 부인이, 평양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부인 등도 참여할 만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채권국의 모럴 해저드, 즉 ‘부추김과 꼬심’을 고발하고 비판한 전국민의 외자경계 운동이기도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신국채보상운동’이라는 IMF사태 때에는 그렇지 못해 우리들에게 숙제를 남겼다고 지적한다. 즉, 우리 서민들은 숨겨놓은 돌반지까지 털어가며 외채갚는 데 앞장섰지만 정부나 금융관계자들은 채권국의 모럴 해저드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 “우리나라가 IMF의 빚을 다 갚고 난 직후의 일입니다. 당시 하버드대의 제프리 삭스(현 컬럼비아대) 교수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을 했더라면 적어도 200억∼300억달러는 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중요한 말을 했어요. 돈이 오고가는 데 있어서 채무자뿐만 아니라 채권자의 책임도 마땅히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면서 이같은 책임문제를 따지기 위한,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외채탕감운동을 예로 든다. 대표적으로 주빌리(Jubillee)운동과 아탁(ATTAC, 시민지원 금융투기거래 과세운동연합) 등이다. 김 전장관은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거래되는 돈의 규모는 하루 1조 8000억달러인 데 반해 물동량은 200억달러도 채 안된다.”고 전제한 뒤,“물건뿐만 아니라 돈거래에 대한 세금도 매기고 규제하자는 것이 아탁운동.”이라면서 돈 거래액에 0.25%의 세금만 물어도 1년에 1500억 내지 2000억달러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돈으로 빈국의 부채탕감을 도와주고 문맹퇴치와 지구온난화 방지 등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 자산 팔아 IMF 빚 갚은 건 잘못” “내년은 국채보상운동의 100주년이자 IMF체제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제는 정말 반성할 때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캉드시 전 IMF총재가 임기를 마치고 주빌리운동 자문관으로 간 것을 보십시오. 이는 채권자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난센스죠. 이것만 보더라도 한국이 얼마나 바보같이 빚을 갚았는지 알 수 있지요.” IMF 빚은 한국의 자산을 외국에 팔아서 갚았으며 이는 결국 우리 주요 기업들의 외국자본율만 높아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경우 국가 기간산업, 에너지 등과 관련된 회사는 절대 안 내주는 데 반해 우리의 경우는 포철까지 일부 외국에 내다팔았다는 것. 그러기 때문에 “IMF는 분명 한국에 빚이 있다. 그 빚을 갚아야 진정으로 IMF 위기가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금융기술이 부족해 그같은 일이 발생한 만큼 IMF는 도덕적 책임을 갖고 한국에 ‘국제금융기술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세계가 공감하는 일이며 우리 정부도 IT(정보기술),BT(바이오기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FT(금융기술)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IMF에 당당히 요구할 권리 또한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나라는 외국자본 비율이 너무 높습니다. 외환은행 사태를 보십시오. 개방을 하되 적어도 안방과 기둥뿌리는 지켜야 하지요. 이젠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으로 경제적인 주권회복에 국가나 국민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지요.” 김 전장관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일찍부터 ‘기술경제학’에 관심을 가졌다.85년 오사카시립대학 교수와 92∼94년 도쿄대 교수로 재임하면서 많은 경제서적을 남겼다. 특히 ‘기술경제론’은 일본 100개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3년 전 유한대학을 국제적인 종합대학으로 만들어달라는 학교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재 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40년 합천 출생 ▲대구상고 졸업 ▲62년 경북대 경제학과 졸업 ▲65년 공군사관학교 경제학 교관 ▲71년 하버드대·일본 아세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73∼88년 경북대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 ▲85년 오사카시립대 경제학 박사 ▲85∼88년 오사카시립대교수 ▲92∼94 도쿄대 교수 ▲97년 경북대 경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일본 경제학자 설문조사 ‘애덤 스미스 이래 100대 세계 경제학자’ 선정 ▲2000년 산업자원부장관 ▲01년∼현재 중국 옌볜대 석좌교수 ▲03년∼현재 유한대학장 ●상훈 다산경제학상(92년)●주요 저서 한국경제의 분석, 동아시아공업화와 세계자본주의(일어), 한·일간 기술경제질서론(공저) 등 다수 km@seoul.co.kr
  • [책꽂이]

    ●교육기계 안의 바깥에서(가야트리 스피박 지음, 태혜숙 옮김, 갈무리 펴냄) 해체론적 마르크스주의적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서술한 문화연구서. 인도 출신으로 포스트식민주의 이론의 거장인 저자는 초국가적 문화연구를 통해 미국의 다원주의 또는 다문화주의가 유포하는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한다. 저자는 오늘의 지구촌 현실에서 영어를 매개로 한 문화접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번역의 필요성과 효과를 집중 조명하는 ‘번역의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판의 정치학에서 이제 번역의 정치학 또는 협상의 정치학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3만원.●성서의 역사(크리스토퍼 드 하멜 지음, 이종인 옮김, 미메시스 펴냄) 13세기에 이르러 커다란 자이언트 성경 대신 휴대용 성서가 주류를 이루고 역사 속 언어가 돼버린 라틴어 대신 일상 언어로 성서를 번역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기존 교회는 이런 움직임을 엄격히 제지했다. 특히 잉글랜드에서는 위클리프 성서라고 불리던 영어 번역본은 이단으로 간주돼 책을 소유한 사람들은 모두 화형됐다. 성서의 다양한 판본을 중심으로 2000년에 걸친 성서의 기술적, 문화적, 역사적 변천과정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25년 간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중세 채색필사본 경매를 담당한 채색필사본·고문서 분야의 권위자.4만 5000원.●페르낭 브로델(김응종 지음, 살림 펴냄) ‘역사학의 교황’으로 불리는 페르낭 브로델의 저서 ‘지중해’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분석했다. 브로델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과 함께 현대 역사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프랑스 아날학파의 대표적 역사가. 개인, 정치, 연대(年代)만을 중시하는 기존 역사학에 반대해 집단, 사회, 구조를 탐구했다.‘지중해’는 16세기 지중해 역사를 다룬 책. 전통적 역사학이 단기적인 시간 속에 매몰된다는 점을 비판하며 장기지속·중기지속·단기지속이라는 시간의 세 층위에 입각해 역사를 바라본다. 자본주의를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 ‘필요악’으로 비판하는 브로델은 불평등은 그 자체로 악이지만 불평등하지 않으면, 즉 위계가 없으면 흐름이 없어 정체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1만 900원.●세계사를 바꿀 달러의 위기(빌 보너 등 지음, 이수정 등 옮김, 돈키호테 펴냄)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 미국은 공화국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전 세계 120곳에 군사기지를 둔, 로마제국 이래 가장 강력한 제국이 됐다. 이 책은 하나의 제국이 어떻게 성장과 발전, 절정과 쇠퇴기를 거쳐 붕괴에 이르는가를 역사와 경제를 접목시켜 살핀다. 고대 로마제국 쇠퇴기에 제국의 통화인 아우레우스의 금 함유량이 계속 감소했던 것처럼 달러도 가치가 하락하면서 종국엔 휴지조각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에서 제국은 영원할 수 없다.1만 7000원.●라인강변에 꽃상여가네(조병옥 지음, 한울 펴냄) 동백림사건에 연루됐던 공광덕 박사의 부인인 저자의 수기. 이화여대 교수로 촉망받는 음악가였던 저자가 동백림사건으로 전과자가 된 공 박사와 결혼하기까지의 과정, 독일에서 부부가 벌인 민주화투쟁, 암 선고를 받은 남편이 암세포를 굶겨 죽이기 위해 42일간 단식하며 투병생활을 했을 때의 심정 등이 담겼다.1만 1000원.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2) 민족·역사상징(하)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2) 민족·역사상징(하)

    수도(首都)는 나라의 상징이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대 최고의 길지(吉地)에 자리잡았고, 그 땅의 기운이 쇠했다고 여겨지면 또 다른 길지로 옮기기도 했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긴 세월 동안 수도였던 지역은 신라의 경주(慶州)였는데, 이곳이 세운 ‘천년’ 기록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사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 그 덕이었을까. 경주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여럿 있거니와, 눈에 스치는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한 민족문화유산이 아닌 것이 없다. 평양(平壤) 또한 길지를 거론하는 자리라면 결코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아직은 명확한 역사적 사실이 입증되지 못했으나, 개국시조 단군(檀君)이 처음 나라를 연 곳으로 전해지는 성지(聖地)일 뿐 아니라, 고구려 장수왕이 천도하여(427년) 오래 전에 잃어버린 생기를 되살렸던 곳이기도 하다. 광복 직후, 분단된 국가의 한쪽 수도가 되어 또 다시 그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실로 평양은 질긴 생명줄을 안고 태어난 것 같다. 정치적 논리와 이유를 떠나 단순히 땅의 기운으로만 볼 때….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이러한 문장이 주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헌법 조문에 나오는 듯 착각할 정도로 당연시한다. 사실 사전적으로 보거나 논리적으로 볼 때, 이는 당연한 명제이다. 서울이란 말의 어원은 높고 신령하다는 우리말 ‘솔’에 벌판·큰 마을을 의미하는 우리말 ‘벌’이 합쳐져 변한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이 말은 나라의 ‘가장 높고 신령한 벌판’, 즉 수도를 일컫는 보통명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서울을 특별시 ‘서울’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즉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변질된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변질된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셈이라 하겠다. 우리가 ‘서울’로 부르고 있는 곳의 원래 이름은 한강(漢江)의 북쪽이라는 뜻을 지닌 ‘한양’(漢陽)이었다. 이 땅의 역사 또한 평양과 마찬가지로 부침이 잦았다. 일찍이 온조가 남하하여 이 일대에 백제를 세웠다가(BC18년) 고구려에 빼앗겨(475년) ‘남(南)평양’으로 불렸고, 그로부터 900여년이 지난 1394년에 이르러 다시 조선의 수도로 정해졌던 것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가 끝난 1945년에 비로소 ‘서울’로 불리며 대한민국의 수도가 되어 오늘 날까지 그 영화를 이어 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서울’ 역시 보기 드문 길지임에 틀림없다. 이곳에서 벌어진 수많은 영욕을 간직한 채 굳건히 맏형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서울’을 서울로 되돌리는 과감한 결단도 생각해 볼 일이다. 경주로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석굴암(石窟庵)의 아름다움과 정교함, 그리고 역학적 구조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석굴암 창건과 관련한 김대성(金大城)의 효행과 인연도 잊지 못할 감동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삼국유사’에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석굴암은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 불국사는 현생의 부모를 위해서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설이 말해주듯이 석굴암과 불국사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공간을 잇는 타임머신이다. 그래서 일까. 석굴암과 불국사 관람 중 하나를 놓치면 아쉬움과 허전함이 오래 남는다. 시간 여행이 끊긴 탓이겠다. 실제 불국사를 둘러 본 후 석굴암에 오르는 산행은 현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코스이기도 하다. 인도나 중국의 웅장한 석굴 사원을 보고 와서 석굴암의 초라함을 빗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인류 유산의 가치 판단이 꼭 규모로만 기준 되는가를 묻고 싶다. 비록 석굴암은 상대적 규모가 작으나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인공 석굴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군다나 석굴암 안에 질서있게 배치된 38구의 석불들은 그 어느 것 하나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는 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노래 중에 ‘단군의 자손’이라는 가사가 들어있는 것이 기억난다. 노랫말처럼 한민족은 동질성과 혈통성을 지닌다. 물론 상징체계에서 볼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곰이 여인으로 변하여 단군(檀君)을 낳았다는 신화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단군할아버지는 우리 민족이 수난을 당하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늘 자리를 같이하여 민족의 단합을 요구하였다. 그런 점에서 단군이 지닌 민족적 상징성은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 세계 대부분의 민족·국가마다 개국신화가 구심체 역할을 하듯이, 우리도 단군할아버지를 그렇게 활용(?)하고 대접해 드리면 될 일이다. 근래, 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진 단군상(像)의 목이 훼손당하는 사건으로 민족화합이 분열되면 큰 일 이라는 기우에서 덧붙이는 말이다. 단군에 비하면 광개토대왕(재위 391∼413)에 대한 시비는 없는 듯하고, 또 없을 것이다. 앞으로 10만원 권 지폐가 발행된다면 그 모델로 광개토대왕을 넣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과연 광개토대왕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우리 강토를 크게 넓힌 업적이 첫째 이유가 되겠다. 반만년 우리 역사상 주변국을 상대로 이런 호기(浩氣)를 부렸던 적이 어디 있었는가. 간혹 호기를 부리자면 주위를 평안(平安)치 못하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데 광개토대왕은 두 가지를 모두 이룬 성군(聖君)이었다. 이에 사후, 그 업적을 기려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으로 불렸던 것이다. 후대에까지 성군으로 길이 추앙되는 왕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세종대왕(재위:1418∼1450)은 이루 형언하기 힘들 만한 성군 중의 성군이었다.31년의 재위 기간 동안 한글 창제, 측우기와 해시계, 물시계의 발명,‘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농사직설(農事直說)’ 및 지리지(地理志)의 편찬,4군 6진의 개척, 대마도 정벌, 아악(雅樂)의 부흥과 제정 등, 어느 왕이 평생 이루기 어려운 업적을 수없이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폐의 모델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아직까지는 세종대왕이 최고의 영위를 누리고 있다. 돈의 액수 차이가 모델의 평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아무래도 국민 정서상 세종대왕을 누르고 1위 자리에 오를 역사적 인물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원효와 이황, 정약용은 각기 그 시대를 달리했지만 종교와 철학, 사상으로 민족문화를 살찌우고 꽃피운 인물들이다. 원효(617∼686년)는 불교로써, 퇴계 이황(1501∼1570년)은 성리학으로써, 그리고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실학(實學)으로써 최고를 이루어냈던 것이다.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도중 오래된 무덤에서 진리를 체득했다는 유명한 일화를 만든 원효는 우리 역사상 최고의 불교사상가로 평가된다. 더욱이 귀족보다 일반 백성을 위한 설법·교화에 치중한 그의 행적은 친근감마저 더 해 준다. 퇴계는 조선 성리학의 태두로 칭송될 만한 인물이다. 비록 그가 평생을 바쳐 궁구(窮究)한 학문은 중국에서 들여온 성리학이지만, 오히려 중국의 어느 학자보다 성리학을 발전시켰다고 이해된다.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게 살다 간 퇴계 선생!그 자세와 사상은 대대손손 흠모되고 존숭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웅지와 실기의 파란을 겪은 인물이다. 어찌 보면 그 스스로 편함에 안주하지 않은 때문이겠다.‘실용지학’(實用之學)과 ‘이용후생’(利用厚生)의 학문인 실학을 집대성한 그는 성리학의 공리공담을 배격하고 조선 사회의 각종 폐단을 개혁하는 여러 개혁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정조 임금의 사후, 그에게 닥친 17년 간(1801∼1818년)의 유배 생활은 고난의 세월이었지만, 오늘 날 그가 민족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잘못을 쉽게 고칠 수 없는 작금, 다산 선생의 시대는 여전히 지속되는 것 같다. 이번 민족문화의 100대 상징 중에는 일본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 평화와 독립을 외친 인물들이 들어 있다. 이순신(1545∼1598년) 장군과 안중근(1879∼1910년) 의사, 유관순(1902∼1920년) 열사이다. 이들 선각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이야기나 드라마는 아무리 보고, 들어도 지겹지 않다. 민족 정서의 코드(?)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겠다. 임진왜란 때 필승의 전략으로 왜적을 물리치고 장렬히 순국한 충무공. 한말, 제국주의 식민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함으로써, 애국을 넘어 만국의 평화를 지키려 한 안중근. 어린 여학생의 몸으로 일제에 항거하다 꽃으로 승화한 ‘아우내’(병천 竝川)의 상징 유관순. 숙연한 마음으로 함축적 의미만을 적어 본다. 임학성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 [책꽂이]

    ●세상을 변화시킨 리더들의 힘(무굴 판댜 등 지음, 신문영 옮김, 럭스미디어 펴냄)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자린고비였다.1930년대 미국을 휩쓴 대공황을 경험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그로선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그의 아버지는 주택담보 대출 상품을 파는 제2금융권 회사에서 빚을 갚지 못하는 농민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일을 담당했고, 어머니는 젖소 몇 마리를 가지고 우유를 짜서 파는 일을 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에 밴 절약정신이 훗날 월마트의 초석이 됐다. 허버트 켈러허 사우스웨스트항공사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 등 비즈니스 리더 25인의 이야기.1만5000원.●한여름 밤의 꿈, 잉카(김동완 등 지음, 지성사 펴냄) 체 게바라가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면서 혁명의 씨앗을 품었듯이, 이 책을 지은 남미대학생 탐사대원들 역시 새로운 ‘그 무엇’을 품어보기 위해 라틴아메리카로 떠났다. 노예들의 슬픈 삶이 어린 카포에이라(브라질의 전통무예)를 추고, 해발 3000m가 넘는 쿠스코(잉카제국의 옛 수도)의 고산병 증세를 코카차(코카 잎으로 만든 차)로 달래고 신체포기각서를 쓰고서야 이들은 비로소 잉카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뜨거운 태양의 땅 라틴아메리카 탐사여행의 후일담.1만 3000원.●세상에 못 갈 곳은 없다(바버라 호지슨 지음, 곽영미 옮김, 북하우스 펴냄) 전설적인 하렘(harem, 동양 특히 회교권의 여자방) 구역에는 여자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 그들은 중동의 관능적인 아내들, 그리고 돈 많은 파샤와 베이(터키의 문무고관에 대한 존칭)들의 노예들의 퇴폐적인 삶을 훔쳐볼 수 있었다. 터키 하렘의 비밀을 서구에 처음 알린 여성은 레이디 메리 워틀리 몬터규였다.17∼19세기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거부하고 나를 벗어던진 여행을 감행한 여성들의 이야기.1만 1800원.●두바이 기적의 리더십(최홍섭 지음,W미디어 펴냄)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 끝에 자리잡은 UAE(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 인구가 30만명도 채 되지 않는 두바이는 중동 지역이면서도 볼 만한 역사유적지 하나 없는 불모의 나라였다. 그러나 두바이는 ‘중동의 싱가포르’로 자리매김하면서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 두바이의 힘은 바로 천재적인 CEO형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과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다. 모하메드의 비전과 리더십을 살폈다.1만원. ●아프리카에서 온 메신저, 말리도마(말리도마 파트리스 소메 지음, 박윤정 옮김, 정신세계사 펴냄) 서부 아프리카의 숨겨진 나라 부르키나파소에서 태어난 저자는 주술사이자 다가라 부족 전통방식의 치유사다. 네 살때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납치돼 선교학교와 신학교에서 양육된 저자는 극적으로 고향에 다시 돌아가 입문식을 비롯한 일련의 영적 체험을 통해 부족 고유의 지혜를 터득한다. 이 책에는 문명에 납치된 아프리카 청년이 태초의 지혜를 되찾아가는 생생한 기록이 담겼다. 아프리카의 ‘미개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지혜와 신비, 가장 자연스럽고 원형적인 그래서 가장 진보적일 수 있는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1만 5000원.●생활의 발견, 파리(황주연 지음, 시지락 펴냄) 이집트 국적의 영화배우 오마 샤리프는 어느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파리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잘못 컸습니다. 그래서 나는 파리 사람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파리 사람들은 남이 뭘 하든 어떻게 살든 별로 관심이 없는 ‘이기주의자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보지 않곤 알 수 없는 파리 이야기.9800원.
  • [책꽂이]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마여 앤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 아칸소 주의 스탬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의 삶을 그린 자전적 소설. 강간, 혼전 섹스, 동성애 문제 등을 거리낌없이 다뤘다. 저자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으로 꼽히는 작가이자 가수, 영화감독, 여성운동가다.9800원. ●한 권으로 읽는 한국의 소담(김원석 엮어씀, 문학수첩 펴냄) 어느 날 정철과 유성룡이 교외로 놀러 나갔다가 우연히 이항복과 심일송, 이월사 등을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각자 소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철은 ‘맑은 밤, 달 밝은 때에 다락 위로 구름 지나는 소리’가 제일 좋다 했고, 심일송은 ‘바람 앞에 원숭이 우는 소리’를, 유성룡은 ‘새벽에 술 거르는 소리’를 꼽았다. 이에 이항복이 껄껄 웃으며 “제일 듣기 좋기에는 뭐니뭐니해도 동방화촉 좋은 밤에 신부가 치마끈 푸는 소리가 좋지.”라고 했다고 한다. 항간에 전해오는 해학넘치는 소담(笑談)모음집.9000원. ●몬타우크(막스 프리쉬 지음, 이정린 옮김, 고려대출판부 펴냄) 1960년대 전후 독일어권 문학의 대표 작가인 저자의 소설. 작가 스스로 “나는 고백하기 위해서 쓴다.”라고 말한 바와 같이 이 소설은 자신의 삶을 증언한다. 인디언식 지명인 몬타우크는 미국 맨해튼에서 110마일 떨어진 롱아일랜드의 북쪽 끝. 자서전도 일기도 아니지만 독자가 프리쉬의 친구, 후원자 등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작가 자신을 드러냈다. ●사랑 하면 죽는다(마르셀라 이아쿱 지음, 홍은주 옮김, 세계사 펴냄) 온몸을 내던지는 열정적 사랑은 끊임없이 변주되고 반복되는 영원한 테마다. 이 책은 정신과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7명의 환자와 의사의 치명적 사랑 이야기를 다룬 심리소설. 열정적 사랑의 허상이야말로 테러리스트보다 위험하고 잔혹하다는 메시지가 담겼다.9500원.1만원.
  • [책꽂이]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잘랄 앗 딘 알 루미 지음, 최준서 옮김, 하늘아래 펴냄) 12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루미는 총 6권,2만7000여 대구로 된 대서사시 ‘영적인 마스나위’를 남긴 이슬람 최고의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영적인 마스나위’는 700여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수피즘의 교의, 역사, 전통을 노래해 오늘날 ‘신비주의의 바이블’‘페르시아어의 코란’ 등으로 불린다. 이 책엔 루미의 작품 중 80편이 실려 있다.‘이슬람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수피 루미가 들려주는 불안한 영혼들을 위한 지혜의 노래.1만원.●이스라엘(김종철 지음, 리수 펴냄) 이스라엘 국기에 담긴 뜻은 유대인조차 말하기를 꺼릴 정도로 예사롭지 않다. 위아래 파란 줄과 가운데 다윗의 별. 이는 이스라엘의 영토가 북쪽으로는 유프라테스강 이남부터 남쪽의 나일강 북쪽임을 뜻하는데, 유프라테스강이 있는 이라크나 남쪽 이집트의 입장에서 보면 땅을 칠 노릇이다. 가장 평화스러워야 할 성서의 땅이 첨예한 갈등의 땅이 돼버린 역사의 아이러니. 평화가 사라진 5000년 성서의 나라 이스라엘을 분석한다.1만5900원.●세계 명상음악 순례(김진묵 지음, 정신세계사 펴냄) 일부 원시부족은 기존의 의식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의식이 들어오면 치유능력이 생긴다고 믿고 그 매개로 음악을 활용한다. 음악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기도 하다. 미국의 흑인들은 노예시절 드럼을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해 백인들에게 저항한 적이 있다. 음악에는 사람을 취하게 하는 기능도 있다. 함께 찬송가를 부르거나 록 콘서트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은 공통된 심장 박동을 느낀다. 명상 혹은 명상적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사용하는 것이 명상음악. 음악 속에 내재된 ‘명상성’을 살폈다.1만원.●인연산책(서문성 엮음, 미래북 펴냄) 인생은 인과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 지금 나의 모습은 전생에 지은 업의 소산이다. 모든 것은 인연과(因緣果)의 진리에 의한 것이다. 책은 남이 지은 죄와 복을 내가 대신 받을 수 없고 내가 지은 죄와 복을 남이 대신 받아갈 수도 없는 것이 인과의 이치임을 강조한다. 부록으로 ‘불설삼세인과경’과 ‘업보차별경’이 실렸다.9000원.●대통령으로 산다는 것(허원순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청와대 출입기자가 지켜본 대통령과 청와대 뒷이야기. 적막하다 못해 절간 같다는 관저 생활, 정치보다는 법치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대통령의 의식세계, 마이 웨이를 고집함으로써 반대세력을 포용하지 못한 점 등을 다뤘다.1만2000원.●핀란드 들여다보기(이병문 지음, 매경출판 펴냄) 자녀품위비까지 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 노키아를 키워낸 경제저력, 소득 50% 수준의 과다한 세금, 산업전사를 키우는 교육제도, 외로운 늑대를 닮은 국민성…. 이 책은 북유럽 복지국가의 대표 모델인 핀란드의 경쟁력을 살핀다. 국가경쟁력 1위의 배경은 탄탄한 소프트웨어. 헬싱키 예술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경영을 공부한 저자는 핀란드는 상대방이 말을 하면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아너 시스템(honor system)을 갖춘 나라라고 말한다.1만2000원.
  • 한국, 센터파이어권총 단체전 銀

    한국이 제49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센터파이어권총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대표팀은 1일 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브랍촌스키 포토크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일반부 25m 센터파이어권총 단체전에서 박병택(40), 이상학(41), 홍성환(23·이상 KT)이 1741점을 합작해 러시아(1746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북한은 김정수(36), 김현웅(31), 류명연(36)이 1740점을 쏴 동메달을 땄다.1998년 스페인,2002년 핀란드대회에서 2회 연속 이 종목 개인·단체전을 휩쓴 박병택은 그러나 개인전에서 582점을 쏴 10위로 3연패에 실패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손혜경 슬럼프 딛고 세계선수권 더블트랩 우승

    지름 11㎝, 무게 105g의 클레이표적(피전) 2개가 운명을 갈랐다. 손혜경(30·창원경륜공단)이 지긋지긋한 슬럼프를 털어내고 마침내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손혜경은 1일 새벽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루체경기장에서 열린 제49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더블트랩 여자 일반부 개인전에서 106점(120점 만점)을 쏴 중국의 리 루시앙을 2점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보나(25·상무)는 103점을 명중, 동메달을 보탰다. 한국이 세계선수권대회 클레이 종목(트랩·서키트·더블트랩)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손혜경이 처음이다. 손혜경은 또한 이번 대회 일반부 첫 금메달을 한국팀에 안겼다. 한국은 주니어부에서는 금1, 은5, 동3의 호성적을 거뒀지만 일반부에서는 노메달 행진을 이어왔다. 손혜경은 지난 2002년 핀란드 라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더블트랩에서도 한국인 최초로 클레이 종목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베테랑이다. 개인적으로는 2회 연속 세계선수권에 입상한 것. 사냥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총이 낯설지 않았던 손혜경은 아버지의 권유로 부산 혜화여고에 입학하면서 사격에 입문했다. 출발은 남들보다 늦었지만 발전속도는 군계일학이었다. 국내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고교 3학년 때인 9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손혜경은 그 해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더블트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사격계를 흥분시켰다. 이후 96년 5월 회장기대회 더블트랩에서 111점을 쏴 한국신기록을 세웠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르는 등 국내 여자 클레이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하지만 손혜경은 2004년 무렵 슬럼프에 빠졌다.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결혼식마저 미룬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던 것. 설상가상 다리 부상으로 부진은 깊어졌다. 결국 국내 1인자의 자리는 후배 이보나에게 빼앗겼고 자신이 올림픽 쿼터를 따놓고도 평가전에서 밀려 아테네올림픽에 나가지도 못했다. 후배 이보나가 은·동메달을 따내며 스타덤에 오르는 것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손혜경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소속팀 창원경륜공단의 김관용 감독과 함께 강훈련을 소화해냈고, 전성기의 실력을 회복해 지난 1월 1년 6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손혜경을 고등학교 때부터 지켜봐온 경남사격연맹 이규천 전무이사는 “혜경이는 웬만한 남자보다 대담하고 승부근성이 좋다. 순간적인 집중력과 ‘깡다구’가 좋아 클레이 선수로는 제격이다. 도하 아시안게임은 물론 베이징올림픽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더블트랩이란 시속 105㎞로 날아가는 접시모양의 점토 표적(피전·11㎝ 105g)을 12구경 산탄총으로 격파하는 클레이 종목은 트랩과 스키트, 더블트랩으로 나뉜다. 더블트랩은 중앙의 자동표적방출기에서 표적이 동시에 좌·우로 날아온다. 아테네올림픽을 끝으로 여자 더블트랩은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다. ■ 손혜경은 누구 ●1976년 3월4일 부산생 ●가족관계:손광명(63)씨와 최영민(61)씨의 1남1녀 중 막내 ●취미:영화보기 ●주량:전혀 못함 ●체격:158㎝ 55㎏ ●경력:부산 안락초-혜화여중·고-경남대-창원경륜공단 ●국제대회 입상경력: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더블트랩 銅-98년 방콕아시안게임 더블트랩 단체 銀-02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더블트랩 개인 銅-02년 부산아시안게임 스키트 단체 및 개인 金, 더블트랩 단체 銀
  • 고교생 총잡이 박규상 세계사격주니어 첫 金

    고교생 총잡이 박규상(17·환일고)이 세계사격선수권 주니어 부문에서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박규상은 27일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의 브랍촌스키 포토크 경기장에서 열린 주니어 남자 25m 스탠더드권총에서 559점을 쏴 러시아의 레오니트 에키모프(558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같은 종목에서 김의종(16·환일고)과 박종혁(18·과천고)은 각각 494점(21위),492점(22위)에 머물렀다. 기대를 모았던 이혜진(21·우리은행)도 여자 50m 소총3자세 본선에서 573점(29위)으로 부진,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아시안게임 ‘정조준’

    한국 사격계가 흥분하고 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제49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 기대했던 진종오(KT·27)가 메달 사냥에 실패했지만 ‘고교총잡이’ 이대명(18·송현고3)이 주니어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578점을 쏴 은메달을 따낸 것. 180㎝,78㎏의 듬직한 체격만큼이나 대담하기로 정평이 난 이대명이지만, 생애 첫 국제대회여서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사대에 선 것이 사실. 하지만 그는 경기 직전 송현고 이복성 코치와의 통화에서 “선생님 하나도 안 떨려요. 기대하세요.”라고 너스레를 떨 만큼 움츠러들지 않았고,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평소에는 친구들 사이에 분위기 메이커로 통할 만큼 활달하지만 사대에 오르면 도인처럼 평정심을 회복한다는 그의 성격이 진가를 발휘한 셈.이대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지난 4월 말 열린 봉황기 대회. 남고부 10m 공기권총에서 간판 진종오가 보유한 한국신기록(688.9점)을 넘어선 689.2점의 새 기록을 작성, 사격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대명은 오는 12월 도하 아시안게임 출전도 유력하다. 현재 10m 공기권총 선발전 포인트에서 이기섭(경북체육회)과 진종오 등 대선배들을 따돌리고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것. 신곡중 1학년 때부터 이대명을 지켜봐 온 이복성 코치는 “배짱이 워낙 좋고 하드웨어도 완벽하다. 사대에서 템포가 일정하지 않은 단점만 고친다면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이대명은 24일 밤 열린 주니어 남자 50m 권총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주니어 남자 50m 권총 단체전에 출전한 이대명, 길양섭, 김의종은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출판예비학교’ 26명 첫 배출

    ‘서울출판예비학교’ 26명 첫 배출

    “나 떨고 있니?”출판계에 소문이 퍼졌다.“웬만큼 이 바닥에서 굴렀다는 사람보다 한국어 실력이 더 낫다더라.”,“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도 잘해서 번역에 문제 없다더라.”이런 소문을 몰고 온 출판계의 젊은 피, 서울출판예비학교 1기생들이 7월부터 드디어 현업에 투입됐다.6개월간의 담금질 끝에 배출된 졸업생 26명이 그들이다. 좋은 책에는 필자뿐 아니라 ‘제대로 된 편집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출판시장의 영세함 때문에 공채제도가 없어서다. 그러다 보니 출판계 지망생들은 방법을 몰라서, 출판사는 한창 현장에서 뛸 2∼3년차 직원들을 구하지 못해 애태웠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것이 바로 서울출판예비학교.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강성남·정연호기자 ■ ‘서울출판예비학교’ 어떤곳 ‘서울출판예비학교’란 노동부로부터 3억원을 지원받아 176개 출판사가 만든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이다. 민음사·김영사·창비 등 국내 주요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가 만들었다. 수강생들은 ‘교육훈련생’ 자격이기 때문에 월 30만원과 점심 식비를 받는다. 배우는데다 웃돈까지 얹어준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하루 6시간씩 주5일간 교육의 강행군이다. 지금 당장 내놔도 책 한권 뚝딱 만들 수 있는 편집자를 내놓겠다는 게 목표이다 보니 교육은 철저하게 실습 위주다. 물론 매번 실습 때마다 냉정한 평가가 뒤따른다.5개팀으로 나뉜 이번 교육생들은 팀별로 책 1권씩을 만들었고, 또 공동으로 참가한 ‘서양문명의 힘-기독교’는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다. 출판인회의는 1기의 성공에 고무돼 있다. 그래서 내년 과정은 더 세밀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론과 실무 수업의 비율이나 순서 등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보완하고, 지금보다 선발인원을 좀더 줄이는 대신 상·하반기 두차례로 나눠 뽑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더 세부적인 교육을 위해서다. 출판예비학교의 목표는 하나 더 있다. 출판인회의 사무국 노승현 팀장은 ““예비학교 졸업생들은 어쨌든 ‘기수’가 있기 때문에 이들끼리 뭉치면 출판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1기 졸업생들 사이에서 소소한 모임이나 스터디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일단 성공이다. ■ 새내기 ‘세계사’ 이소영씨 교육을 마치고 ‘세계사’에 취직한 이소영(25)씨는 자신을 ‘운 좋은 여자’로 표현한다. 이씨의 대학전공은 ‘항공우주’다. 어릴 적부터 편집을 꿈꿨다지만, 그동안 ‘공순이’로 살아왔기에 방법을 찾지 못했다.“친구가 출판사에 들어가는 걸 보고 어렵게 용기를 냈는데, 출판쪽은 모집공고가 나오는 게 아니니까 알아볼 곳도 없고, 정말 답답했어요.”이런 저런 출판 관련 동호회니 모임이니 하는 곳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혼자 끙끙 준비했지만 맥풀릴 수밖에. 그러다 우연히 출판예비학교 소식을 듣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충격이었다.“모두들 ‘오라’가 넘치는 게 제일 당황스러웠어요.” 동기생들은 평소 인문학이나 출판쪽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이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정말 매일매일이 부끄러웠어요. 같은 팀 (신)두영 언니한테 충고도 듣고 이런 책은 좀 읽으라고 면박도 듣고…. 아는 게 없으니까 처음에서 끝까지 일일이 다 물어봤거든요.” 그 덕에 성과는 있었다.“그래도 막판 교정·교열 시험 때는 2등을 해서 조금은 잘난 척할 수 있었어요.” 고민도 없진 않았다. 취업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씨는 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인정받아 교육 중간에 일찌감치 채용이 결정됐다.“출판 현업에서 뛰시는 교수님들이 적성을 보고 적당한 출판사를 추천해주시고, 세심하게 상담해주니까 별 문제는 없었는데, 대우가 문제였죠.” ‘월80만원’ 준다는 얘기까지 들렸다.‘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밖에. “그래도 고마운 건 교수님들이 ‘일정 수준 이상 대우 안해주면 안 보내겠다.’면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생각보다는 후한 보수’를 받게 됐단다.“길을 몰라 걱정되시더라도 힘 내시고, 또 언젠가 내놓을 제 책도 기대해주세요.” ■ 재교육 받은 ‘북21’ 이용우씨 ‘북21’에 들어간 이용우(35)씨는 이미 출판 경험이 있다. 대중음악평론가로서 일간지에 기고도 하고, 한국 대중음악을 다룬 책도 몇권 냈다. 또 대중음악 웹진의 편집위원도 했다. 어깨너머로라도 출판쪽 일을 접해볼 기회가 있었다.“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나도 출판사나 해볼까.’하다가 출판예비학교 소식을 듣고는 지원했죠. 처음이라 그나마 경쟁률이 낮을 때 들어와서 다행이에요.” “얼추 따져보니까 대학 1년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과정이더라고요.” 처음에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고생했지만, 무엇보다 ‘편집자’를 재발견하는 수확은 있었다.“흔히 생각하듯 저도 필진 선정하고 교정교열하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 ‘제2의 저자’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편집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 거죠.” 원고의 수준이란 게 워낙 천차만별이라서다. “동기들 중에는 ‘저자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사람도 있어요.” 교육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든든한 지도교수들. 선발·교육·취업에 이르기까지 출판예비학교가 신경을 써주니 거의 ‘원스톱 서비스’다. “거기다 AS까지 해주신다던데요. 현업에서 어려움 겪으면 언제든지 전화달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가 북21에서 담당하게 된 분야는 ‘21세기북스’의 경제·경영서적 분야.‘전공’이랄 수 있는 대중문화쪽과는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대중문화나 예술·인문쪽이 낫다고는 할 수 있는데, 어쨌든 경제·경영파트가 지금 제일 잘 팔리는 쪽이니까 이쪽에서 출판의 ‘실제’를 한번 겪어보고 싶습니다.” 잘 팔리면서도 가치있는 책을 꼭 내보고 싶다는 게 이씨의 소망이다.
  • 고교생 총잡이 이대명 세계사격선수권 銀

    고교생 총잡이 이대명(18·송현고)이 첫 세계 무대를 은메달로 장식했다. 이대명은 23일 밤(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브랍촌스키 포토크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 주니어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578점을 쏴 중국의 푸키펭(580점)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진종오(27·KT) 등 선배들이 같은 종목 남자 일반부에서 부진했던 안타까움을 날려버리며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것. 이대명은 지난 4월30일 충북 청원에서 열린 봉황기 전국사격대회 남고부 공기권총에서 결선 합계 689.2점을 쏴 한국신기록을 수립해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2∼3명에 불과한 도하아시안게임 공기권총 대표로 뛸 가능성도 높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진양혜아나운서 세계사 MC로

    진양혜 아나운서가 세계사 투어 가이드로 나섰다. 케이블·위성 역사전문 히스토리채널의 새 프로그램 ‘세계사 기행’(매주 토·일 오전 9시)을 진행한다.‘세계사 기행’은 역사는 딱딱한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며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중요한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단아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던 진 아나운서는 본 내용 시작에 앞서 시청 포인트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게 된다.‘리얼 스토리, 킹 아더’(29일),‘피의 제국, 러시아’(8월12일),‘1789, 프랑스 대혁명’(8월19일) 등이 이어진다.‘세계사 기행’은 방학 기간에는 청소년들을 위해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도 특별 편성된다.
  • [송두율칼럼] 認定의 정치

    [송두율칼럼] 認定의 정치

    북핵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잠깐 잠잠해지더니 이란의 핵 문제가 시끄러워졌다. 이번에는 북의 미사일 실험발사, 이어서 중동전으로 확산될 기미까지 보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분쟁으로 인해 지구촌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부시행정부에 의하여 이른바 ‘악의 축’으로서 또 ‘폭정의 전초기지’에 속하는 나라로서 취급받고 있는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나, 이스라엘을 늘 테러로서 위협하는 나라 아닌 나라로 여겨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문제가 유엔이나 G8정상회의가 제시하는 해법에 따라 해결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엔이나 G8이 기존의 국가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공평한 해법을 결코 내놓을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란과 북의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의 이해, 그리고 이와 대치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그것은 과거 냉전시기의 갈등구조의 재생은 아니지만 냉전종식으로부터 새로운 세계질서 수립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이 빚어내고 있는 불확실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국제정치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세계의 모든 영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필연적이 아니면서 동시에 임의적이지도 않는, 그래서 “항상 전혀 달리 될 수도 있다.”는 이른바 우연성(偶然性)은 리차드 로티(R. Rorty)의 실용주의철학이나 니클라스 루만(N. Luhmann)의 사회학적인 ‘체제이론’의 근간(根幹)을 이루고 있다. 또 우리의 체험이나 행위가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항상 타자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타인에게 기대하듯이 타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기대하는 이른바 ‘이중적(二重的) 우연성’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타자가 어떤 행위를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을 넘어 타자의 기대자체를 또 내가 기대하게 된다. “네가 내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면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다.”는 기대구조의 끊임없는 사슬은 한편으로는 실망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생활세계에 과도한 긴장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같은 기대구조가 담고있는 항시(恒時)적인 실망과 긴장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규범들을 세우게 된다. 이러한 ‘이중적 우연성’의 문제는 현재 이란의 핵 문제나 북의 핵 문제와 미사일발사 문제에서도, 또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의 해결을 위한 유엔이나 G8의 결정이나 권고와 같은 규범들이 그러면 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인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발사는 문제되지 않고 북의 미사일 실험발사는 문제가 되고, 팔레스타인의 테러가 현재의 중동위기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과 이와 정반대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이 분쟁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맞서고 있는 상황 속에서 도출된 규범들이 정의나 중립성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강대국의 힘의 관계를 반영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 관용, 공평성, 중립성과 같은 규범의 전통적인 내용이 현재와 같이 복잡하고 다원화된 세계사회를 위해서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인정(認定)의 정치철학으로써 보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문화속에서 개인과 집단의 자기정체성이 자주 불인정이나 오해로 인해 훼손되고 이것이 종종 억압형식으로서 작용한다는 뜻에서 인정의 현재적 의의를 특별히 강조하는 캐나다의 정치철학자 찰스 테일러(Ch. Taylor)의 이론을 국제정치적 갈등해소에 원용한 이러한 견해는 상호인정을 단순히 필요로 한다는 당위성보다 상호인정을 추구하는 노력이 좌절될 수 있는 위기적 상황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더 강조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는 위에서 지적한 “네가 먼저”라는 식의 ‘이중적 우연성’이 안고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도 없고, 어떤 사회나 국가의 정체성을 오늘날의 세계사회적 관계체계에 걸맞게 개발시킬 수도 없다.
  • 서울신문 제정 제14회 공초문학상 수상 성찬경 시인

    서울신문 제정 제14회 공초문학상 수상 성찬경 시인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성찬경(76·예술원 회원) 시인의 집에는 수많은 ‘고아들’이 산다. 생김새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낡은 헬멧, 녹슨 타자기, 고장난 라디오, 세탁기, 깨진 유리조각들…. 몽땅 길에서 주워 온 것들이다. 남들 눈에는 쓸모없는 고물이지만 시인에게는 마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처럼 측은한 ‘고아들’이다. 마당 입구에 걸린 ‘응암동 물질 고아원’이라는 간판이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40평 마당 가득 채운 ‘물질 고아들´ “사람에게 인권(人權)이 있듯 물질에도 물권(物權)이 있습니다.‘물질 고아원’은 물질 학대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표시이지요.” 40평 남짓한 마당을 가득 채운 ‘물질 고아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빛이 빛났다.“꼭 보여줄 게 있다.”며 인터뷰 장소를 집으로 정한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구상 시인을 문학 스승으로 여긴다.”는 성 시인에게 이번 공초문학상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구상 시인이 가장 흠모하는 분이 공초 선생이셨는데 그 분의 뜻을 기리는 상을 받다니 과분한 영광”이라며 기뻐했다.1956년 조지훈 시인의 추천으로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성 시인은 “당시 명동 청동다방에서 하루종일 담배를 물고 선후배 동료 시인들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는 공초 선생을 먼발치서 바라보곤 했다.”고 회상했다. “흔히 ‘마음을 비운다’고 표현하는 데 공초 선생만큼 완벽하게 무욕,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다 간 시인은 없습니다. 그때는 젊어서 잘 몰랐는데 요즘에 와서야 그 분의 크기와 깊이를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시인은 공초의 시 가운데 ‘방랑의 마음’ 첫 구절인 “흐름위에/보금자리 친/오, 흐름위에/보금자리 친/나의 혼”을 “우리 시문학 100년사에 가장 빛나는 절창”으로 꼽았다. ●과학자 꿈꾸다 문학에 눈떠 진로 수정 시인은 올해로 등단 50년을 맞았다.‘마음과 얼굴’이 수록된 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한국문연)는 시력 반세기를 기념해 지난 3월에 출간한 신작 시집이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를 꿈꿨던 시인은 고교 시절 외사촌인 서기원(소설가), 박희진(시인)과 어울리며 문학에 눈을 떠 문과로 진로를 바꿨다. 그리고 서울대 영문과 재학중이던 스물일곱살 때 시단에 이름을 올렸다. 등단 초기부터 시인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다.‘밀핵시(密核詩)’라는 실험적인 시 이론에 몰입했다.“밀핵시는 시가 담을 수 있는 의미의 밀도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금, 다이아몬드, 라듐 등 부피는 작지만 중량은 큰 광물처럼 최소한의 단어에 최대한의 의미를 담으려는 것입니다.” 말의 낭비를 줄이고,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시도는 의미의 핵심 부분만을 간명하게 남기는 ‘요소시’로 이어졌고, 마침내 오직 한 글자로만 이뤄진 ‘일자시’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출간한 일곱번째 시집 ‘논 위를 달리는 두 대의 그림자 버스’(문학세계사)에 수록된 ‘똥’이나 ‘흙’은 단어 자체가 그대로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다. 이같은 독특한 시적 경향은 그를 시단의 주류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했다. 시인은 이에 대해 “우리 시단의 시가 주로 여성적이고, 식물성인 데 비해 내 시는 남성적이고 광물성”이라며 “시단에 순순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요소들이 섞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년 시를 써왔지만 그에게 시란 여전히 ‘목숨의 피와 땀을, 그리고 심로(心勞)의 제물을 먹으며 자라는 그런 것’이다.“고뇌를 밥으로 바꾸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평생 이 직업에 매달려 왔는데도/나는 아직도 이 직업이 돌아가는 얼개를 잘 모른다.”는 시인은 “고뇌의 뿌리에/해학을 꽃피게 하는 것이 이 직업 최고의 기술이지만/그 유현한 핵심적 골자를 터득하려면 멀었다.”(‘고뇌와 밥’중)고 고백한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시를 쓰는 일 역시 공짜가 없고, 속임수도 통하지 않습니다. 좋은 시는 무게와 깊이가 있으면서도 읽을 때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야 합니다. 현상에 혹하지 않고 차분하게 사물을 들여다보는 태도가 요즘 젊은 시인들에겐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시낭독회 313회… 독자와 소통 넓혀 창작뿐만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을 넓히는 일에도 열심이다.1979년 구상(2004년 작고), 박희진과 함께 창설한 시 낭독행사 ‘공간시낭독회’가 이번 달로 313회를 맞는다. 시낭독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취지의 문학 퍼포먼스 ‘말예술’ 공연도 1996년부터 꾸준히 열고 있다. 시인 일가는 예술가족으로도 유명하다.4남1녀 중 장남 기완씨는 시인, 차남 기선씨는 지휘자, 셋째인 딸 기영씨는 시나리오 작가다. 아내 이명환(68)씨도 얼마 전 수필집 ‘지상의 나그네’를 냈다. 아들의 시에 대해 묻자 아버지는 “우리 세대와는 다른 디지털 감성에 깜짝 놀란다. 나는 쓸 수도 없고, 쓰지도 않을 시”라며 웃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심사평 올해로 시력(詩歷) 반세기를 맞는 성찬경 시인은 전통적인 서정시나 역사적 현장성의 사회의식의 시가 주류를 이뤄온 한국 시단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학의 이단아인데, 따지고 보면 공초 선생 또한 근현대 시단의 한 이단아였다. 이단이어서 좋다는 뜻이 아니라 두 시인이 추구해온 역정은 다른데도 도달점에 가까워지면서 이렇게 닮을 수가 없다는 점이 새삼 소중하게 평가받은 것이다. 가히 한국 현대시단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특이한 ‘시학적 개성’이 돋보인다는 뜻이다. 공초 선생이 불교를 중심한 동양사상의 주관적 인식론에서 출발했다면, 성 시인은 가톨릭적 가치관으로 자연과학적인 존재론에서 시적 형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전자가 인과응보에 의한 존재의 총체적인 인식론에 자리했다면, 후자는 약간은 난삽한 과학과 문학이 혼음한 듯한 존재의 분석론에 치중해 왔다. 공초의 시가 서정적 감성만으로는 근접하기 어려운 불교와 동양사상의 합성 위에 펼쳐지는 오묘한 사유의 언어라면, 성 시인의 시세계는 모더니즘 이론만으로는 근접이 어려운 요인을 간직한 ‘광물성’적인 미의식의 결정체로 구축돼 있었다. 그런데 성 시인은 최근 시집에서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둔 탁류 속의 은둔자였던 공초의 시세계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는 가톨릭과 불교는 물론이고 과학과 문학, 식물학과 광물학까지도 핵 융합시켜 모든 존재의 진실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터득한 것 같다. 시 ‘마음과 얼굴’은 바로 이런 성찬경 문학의 한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보아서 좋은 것은 본질도 곱다./ 착한 모습은 착한 마음의 거울”이라고 외모만 보고도 속내의 가치를 판단하는 비의를 전수하는 이 시는 가히 화엄의 세계에 이른 시인의 원숙함이 스며 있다. 설사 “판독을 잘못하여 더러 속긴 하지만/풀밭에 둥실 뜨는 달빛처럼/모습을 칠하는 본질”이라는 구절에서 존재와 본질이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임을 깨닫는 선시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시인은 우주율(宇宙律), 밀핵시(密核詩), 요소시(要素詩), 반투명 이론이라는 숱한 관문을 거쳤다. 그 미학적 고행이 시인으로 하여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다는(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를 연상하시라) 터득을 가져온 셈이다. 실로 반세기 만의 득도로 이룩된 이 시집은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세대에게 두루 읽힐 수 있는 명상시의 오롯함을 간직하고 있다. 즐거운 상상 여행길 같다. 문단 선배에게 드리는 공초문학상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심사위원 이근배·임헌영·천양희 ■ 성찬경 시인은 ▲1930년 충남 예산 출생 ▲1956년 ‘문학예술’에 조지훈 추천 시 ‘미열’‘궁’‘프리즘’으로 등단 ▲1964년 서울대 대학원 영문과 졸업 ▲1979년 구상·박희진 등과 함께 ‘공간시낭독회’ 창설 ▲1995년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정년퇴임, 월탄문학상 수상 ▲1996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서울시문화상 수상 ▲2000년 보관문화훈장 수상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작품집 시집 ‘화형둔주곡’(1966) ‘그리움의 끝을 찾아서’(1989) ‘묵극’(1995) ‘논 위를 달리는 두 대의 그림자 버스’(2005)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2006)등
  • 한덕수 부총리 “우리경제 넓은 들판으로 나가야할 시점”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FTA포럼 주최 세미나에 참석, 축사를 통해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겠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는 지금 넓은 들판으로 나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FTA는 상품은 물론 투자와 서비스까지 실어나르는 21세기의 신 실크로드로 국가의 크기나 발전 단계와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는 세계사적 흐름”이라면서 “한국이 이런 개방 추세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면 세계 교역질서에서 ‘통상고아’로 전락해 궁극적으로 국가간 경쟁에서 낙오된다.”고 강조했다.
  • [녹색공간] 트로이에서 본 초등학생 연극/박은경 세계 YWCA 부회장·연세대 객원교수

    그리스 신화속의 신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그 진실, 허구성에 밀착된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트로이 왕국의 실존여부도 마찬가지이다. 빼어나게 잘 생긴 아기왕자 파리스는 프리아모스왕의 아들로 태어나지만 트로이를 불태우게 될 것이라는 왕비의 태몽에 따라 죽이라는 왕명에 따라 버려진다. 목동으로 자라게 된 청년 파리스왕자가 헬라, 아프로디테, 아테네 여신들의 미모싸움에 휘말리게 되어 스파르타 헬레네왕비와 사랑도피를 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결국 이 사랑행각은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도화선이 되었고, 트로이왕국은 이 전쟁으로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과연 트로이의 목마 전쟁이 사실일까? 1860년대 고고학 배경이 전혀 없는 사업가 하인리히 슐리만은 그 지역 술탄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였고, 언덕배기 높은 지역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트로이 왕국의 유적을 비밀리에 발굴하였다. 기원 전 3000년 전에 도리아 인들이 세운 트로이 왕국을 신화가 아닌 실존의 사실로 규정지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큰 사건이었다. 트로이는 긴 역사흐름 속에서 자연간척으로 육지도시가 되어 있지만, 동전이 수없이 발견되어 트로이가 당시 에게, 지중해의 무역 중심지이었던 항구도시로 판명되었다. 슐리만 부인이 발굴한 머리장식과 목걸이를 걸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발굴물들을 세계 유수 박물관에 처분하면서 이들 부부가 취했다는 경제이익의 자릿수를 가늠할 수 있었다. 당시의 목마가 들어갔다고 하는 트로이 왕국의 부서진 동쪽 성벽 앞에 선 필자는 신화와 실제가 교차하는 현장에 온 감흥에 젖었다. 세계사에 무식한 노 장년 한국인들에게 트로이의 삶을 정열적으로 풀어 준 우리의 가이드 ‘최 교수’의 설명이 끝나고 돌아서는 순간 한 1000여명이 들어갈 정도의 원형극장 안에서 작은 무리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돌아보았다. 초등학생 서너 명이 한국인들의 시끄러운 원형극장 설명이 끝나자 바닥무대에서 연극을 시작한 것이다. 둥그렇게 만들어 진 폐허의 원형극장 계단 중간에는 부모들로 보이는 20여명의 서양인들이 앉아 있었다. 아! 나는 발이 땅에 붙어 버렸다.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세 여신들의 질투가 들어온 탓인가? 내 가슴은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부글부글 끓는 듯하였다. 어찌할꼬?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이들 서양인들은 5000∼3000년 전 역사의 현장에서, 그 당시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던 자리에서 자그마한 연극공연을 하고 있지 않은가! 21세기라는 현재의 삶이 고스란히 트로이 당시 삶의 일부로 승화되고 있었다. 이들은 인간사회의 장대한 역사 속에 자신의 삶을 접목시키는 배움의 길을 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순간에 갑자기 학원 뺑뺑이로 휘둘리는 한국 어린이들이 떠오르는 나 자신도 문제가 있었다. 삶의 길이를 겨우 ‘내 한평생’으로 잡아서 잘 먹고 잘살기 위하여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만 하고, 영어를 잘해야 하는 한국식 교육의 정서가 어느새 나 자신의 걱정으로 승화해 버린 탓이리라. 이 트로이 원형극장에서 보는 이 없고 듣는 이 없이 20여명의 부모와 어린이 배우들이 자신들을 위한 공연 현장을 목격하니 감추기 어려운 부러움이 솟아났으리라고 나 자신을 변호해 본다. 한국의 단군신화도 어느 누구의 발굴에 의하여 실제로 승화되는 날이 올 수 있지는 않을는지? 트로이 왕국 같은 긴 역사는 아니더라도 한국 땅에도 단군신화 없이도 2000년 이상의 확실한 역사가 존재한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유구한 역사 덩어리가 그대로 보존되어서 거리자체가 박물관 같은 지역에 가면 한국 땅에 부재해 보이는 역사의 흔적에 애타는 마음이 인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줄 2000년 역사의 현장은 어디 있는 걸까? 오늘 따라 한국 땅의 2000년 역사 중심지역인 한강 변에 늘어 선 아파트들이 더욱 꼴불견으로 보인다. 박은경 세계 YWCA 부회장·연세대 객원교수
  • [명문대 교육혁명] (8) 미국 프린스턴대

    [명문대 교육혁명] (8) 미국 프린스턴대

    |프린스턴(미국 뉴저지주) 이도운특파원|프린스턴은 순수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이다. 또 대학원이 아니라 학부가 중심인 대학이다. 그런 점에서 프린스턴은 세계 대학 교육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주요 대학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로스쿨과 비즈니스스쿨, 메디컬스쿨과 같은 직업 양성 대학원이다. 프린스턴은 학부생이 4700명을 넘지만, 대학원생은 2000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프린스턴과 함께 아이비 리그에서도 ‘톱 3’로 손꼽히는 하버드의 학부생은 6600명, 대학원생은 1만 3100명이다. 예일의 학부생은 5300명, 대학원생은 6100명이다. 대학원생 수를 보면 프린스턴은 하버드 및 예일과는 비교된다. 프린스턴은 대학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 교육이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프린스턴 칼리지(학부)의 낸시 말키엘 학장은 21세기에도 프린스턴은 학부를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기로 학교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린스턴이 직업 대학원에 곁눈질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10년 전에 로스쿨을 열었지만 금방 문을 닫았다고 한다. 순수 학문을 추구하는 프린스턴의 풍토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부를 중시하기 때문에 프린스턴의 전체적인 수업 체계도 학부생들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학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지원과 배려도 최고 수준이다. 2학년생 조던의 예를 들어 보자. 조던에게는 전공이 없다. 대신 정치학에 관심을 갖고 집중연구를 하고 있다. 학기마다 커리큘럼은 조던 스스로 결정한다. 정치학과 관련한 필수 강좌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어떤 수업이든 들을 수 있다. 조던이 원하면 우드로 윌슨 스쿨에서 공공정책 및 국제관계와 관련한 대학원 수업도 수강할 수 있다. 프린스턴은 학부생이 원하면 대학원 강좌 수강을 허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조던은 재학중에 한 학기 또는 1년을 외국에 가서 공부할 수 있다. 프린스턴은 서울대와 교류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한국에 올 수도 있다. 또 방학 때는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원하는 나라에 갈 수도 있다. 비용은 물론 학교가 지원한다. 조던은 4학년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 도서관 가운데 하나인 파이어스톤(타이어 제조 회사 파이어스톤이 기증) 도서관 내에 개인 열람실을 가질 수 있다. 이곳에서 필요한 서적과 자료를 따로 보관하면서 개별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학생들도 한눈 팔지 않고 학문에 몰두한다. 학교가 학문적 성취를 위해 요구하는 것도 많다. 조던은 3학년이 되면 정치학과 관련한 연구 논문 한 편을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4학년 때는 물론 졸업논문을 완성해야 한다. 또 수업마다 최소한 1,2개씩의 소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프리스트(동문인 빌 프리스트 미 상원 공화당 대표의 이름을 따옴) 학생회관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학교 공부 말고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프린스턴 지역의 봉사 활동과 학생회 일도 참여하고 있다.”면서 “지난 1년 동안 놀기 위해 학교 밖을 나간 것은 한두 차례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린스턴은 학생의 학문적 견해와 일상 생활을 보호하는데도 철저하다. 프린스턴의 홍보 담당자인 카스 클리아트는 서울신문의 학교 취재를 적극 환영하며 지원했지만 전제조건들을 제시했다. 참관하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하는 말을 개별적으로 인용하지 말고, 학생들의 인종이나 성별을 나타낼 수 있는 묘사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학생들에게 이름을 묻지 말고 사진도 찍지 말아달라고 클리아트는 요청했다. dawn@seoul.co.kr ■ 역사학과 수업 참관 해보니 |프린스턴(미국 뉴저지주) 이도운특파원|아침 8시50분.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프린스턴의 캠퍼스를 가로질러 역사학과 건물인 디킨슨 홀에 도착했다. 프린스턴에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잘 살아있는 디킨슨 홀의 210호 강의실에서 대니얼 로저스 교수의 강좌가 9시부터 진행된다. 대학원 과정인 이 강좌의 제목은 ‘미국 문화와 지성사의 문제들´ 강의실 시설은 한국의 여느 대학과 비슷했다. 분필을 쓰는 칠판이 벽면을 차지했다.TV와 프로젝션 같은 시설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었다. 강의실 가운데에는 학생들이 둘러앉아 토론할 수 있도록 책상을 ㅁ자(字) 모양으로 설치해뒀다. 첨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하나하나 정돈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확히 9시가 되자 로저스 교수와 11명의 학생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로저스 교수는 한국에서 온 기자를 학생들에게 소개한 뒤 곧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이날은 강좌는 여덟번째 수업으로 미국 사회의 ‘소비’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목표다. 11명의 학생 가운데 남학생이 7명, 여학생이 4명이었다. 그 가운데 한명은 학부생. 로저스 교수는 이 강좌가 깊고 넓은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학부생을 수업에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 학생이 강력히 희망하자 응낙했다고 한다. 수업은 미국 소비자의 구매가 갖는 사회적 의미, 구매 행태의 변화,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한 사회적 배경, 공산품과 문화 상품의 차이, 제조업과 서비스의 관계 등 다양한 분야를 소화했다. 또 관념적인 개념의 나열보다는 신용카드가 등장한 이유, 나이키 스니커즈를 신는 의미, 골동품의 거래 과정 등 매우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뤄졌다. 수업은 대부분 학생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로저스 교수는 중간중간 중요한 개념을 던져 토론의 방향을 유도해 나갔다. 이날 수업에서 특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광고와 관련한 토론이었다. 역사학과 학생들이지만 광고나 마케팅 등과 관련한 지식의 폭이 넓고 깊었다. 로저스 교수가 “새로운 스포츠 드링크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주제를 던지자 수업은 역사학이 아니라 아예 경영학 수업으로 바뀐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학생들의 토론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그 드링크를 마시도록 하는 방법으로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의 입에서 포커스 그룹 리서치, 차별화, 브랜딩, 구전 마케팅 등 전문 용어가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학생들의 관심 영역도 넓었지만, 수업 준비도 철저하게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수업을 위해 학생들은 텍스트북으로 지정된 마셜 맥루헌의 ‘기계적인 신부’와 6개의 논문을 읽어야 했다. 이 강좌는 1주일에 한 차례인 수업마다 1권의 텍스트 북과 3∼6개의 필수 논문이 지정돼 있다. 로저스 교수는 수업이 끝난 뒤 “역사적 사실 자체보다는 그같은 사실을 이끌어낸 시대의 맥락이나 전후관계를 중요시한다.”고 강의의 목표를 설명했다. 이 강좌는 모두 12번의 수업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11번째와 12번째의 수업 주제는 정해지지 않았다.10번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필요가 있는 분야를 학생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것이 로저스 교수의 생각이었다. dawn@seoul.co.kr ■ “학부과정 탄탄한 교육은 사회진출 성공토대 마련” |프린스턴(미국 뉴저지주) 이도운특파원|“학부에서 튼튼한 교육을 받으면 졸업후 어느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 프린스턴 칼리지(학부)의 낸시 말키엘 학장은 웨스트 칼리지 홀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프린스턴은 순수 학문의 가슴과 영혼”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에서 20세기 미국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말키엘 학장은 “한국 학생들이 프린스턴에 더 많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린스턴은 왜 학부 교육을 중요시하나. -학부야말로 고등교육의 기반을 다지는 곳이다. 학생들에게 학부 시절은 학문적으로나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학부에서 튼튼한 교육을 받으면 학문을 계속하든, 사회에 나가든 어떤 분야에서나 성공할 수 있다. 프린스턴의 학부는 학생들이 세계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기초를 다져주는 곳이다. ▶프린스턴의 학부 교육이 다른 대학과 다른 점은. -우수한 학생들과 교수진이 순수 학문의 연구에 몰두한다는 점이다. ▶하버드 등 경쟁 상대와 비교해 외국 학생이 적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말키엘 학장은 곧바로 외국학생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치를 확인했다). 학부에 10%, 대학원에는 43%나 된다. 다른 학교들과 비교해 낮은 비율이 아니다. ▶커리큘럼은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는가. -계속 변화하면서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사를 가르칠 때 단순히 미국 역사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나 세계사와의 상호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최근 중점을 두는 새로운 학문 분야는. -게놈학, 양적생물학, 신경학 등이다. 창조 예술이나 화학 분야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프린스턴에 오고 싶어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무엇보다 학문적으로 자질을 갖췄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어떤 지적 능력과 호기심을 가졌는가에 프린스턴은 관심이 많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어떤 공헌을 했는지 보여주면 좋겠다. 과외 활동은 반드시 자신의 ‘열정’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이른바 입학허가서를 받기 위한 과외활동은 열정과 구별이 되나. -그럴 수 있다. 프린스턴에는 정말로 음악을 사랑해서 바이올린이나 첼로 연주를 하다가 입학한 학생들이 있다. 그런 것을 진짜 과외활동으로 생각한다. ▶21세기에도 ‘아이비 리그’라는 개념이 유효한가. -아이비 리그에 속한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아이비 리그라는 말은 원래 스포츠 리그에서 나온 이름이다. 아이비 리그 대학 말고도 스탠퍼드나 MIT, 시카고대학 등은 매우 우수하다. 유럽이나 아시아에도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많은 것 아닌가. 현 시점에서 아이비 리그가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dawn@seoul.co.kr ■ “美대학중 학비는 비싸지만 학생 절반이상 장학금 혜택” |프린스턴(미국 뉴저지주) 이도운특파원|미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프린스턴대에 들어가는 것을 가장 원한다고 한다. 프린스턴대는 미국에서도 학비가 가장 비싼 대학 가운데 하나이다. 학교측에 따르면 1년치 등록금만 3만 1450달러다. 생활비까지 합치면 최소한 4만 3425달러가 필요하다. 미국 가정의 소득 중간치가 4만 4389달러(2004년 기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녀를 프린스턴대에 보내는 것은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프린스턴대의 돈 베터튼 재정지원국장은 “오히려 학비가 비싼 것이 학생들에게는 이롭다.”고 말했다. 베터튼 국장의 논리는 이렇다. 프린스턴에는 동문의 자녀를 포함해 부유한 집안 출신 학생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들에게는 프린스턴의 학비 정도는 부담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학비를 많이 걷어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집안 출신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준다는 것이다. 기여입학제를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일부 사립대 논리와 비슷하다. 베터튼 국장은 이런 장점들 때문에 최근에는 공립학교인 주립대학들까지도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06년 입학한 학생 가운데 54%가 장학금을 받았다.1인당 평균 지원금은 2만 7250달러다. 총액이 1700만달러(약 170억원)에 이른다. 학비가 더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학교내의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 베터튼은 학비 지원과 관련, 무차별과 무한정이라는 두가지 원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1989년부터 입학허가서를 제출한 학생들의 재정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일단 입학을 결정한 뒤 학생의 재정능력을 보고 지원을 결정한다. 이같은 원칙은 7년 전부터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적용됐다. 또 등록금과 기숙사비뿐 아니라 책값과 여행비, 대학 생활에 필요한 부대비용도 지원해 준다. 베터튼은 “미국의 대학 졸업생들이 학자금 융자로 평균 2만달러(약 2000만원)씩 빚을 지고 있지만 프린스턴 졸업생 가운데는 빚을 짊어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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