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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北 3대세습 김 정남의 비판·민노당의 침묵

    북한이 시대착오적 3대세습을 착착 강행하면서 해묵은 남남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최근 “3대세습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라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세습체제의 내부고발자 격인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조문에 대한 진보적 야권의 소극적 자세와 맞물려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우리는 북의 세습에 침묵을 지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족 구성원 전체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차원에서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은 근·현대 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인민공화국’임을 내세우고 있는 북한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문명사회의 보편적 기준에선 누가 봐도 봉건·독재적 발상이다.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중세에서나 있을 일”이라고 지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죽했으면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조차 “개인적으로 3대세습에 반대한다.”고 했겠나. 우리는 ‘김씨 왕조’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북 내부에서 엄청난 출혈이 있었음을 주목한다. 김일성은 박헌영의 남로당계열 제거를 신호탄으로 연안파·소련파 숙청에 이어 종국에는 자신의 직계인 빨치산파 대부분을 밀어내면서 김정일의 후계가도를 다졌다. 이른바 곁가지라며 이복동생들을 권좌에서 내쫓은 김정일 또한 장남을 해외로 떠돌게 하면서까지 김정은 승계 길을 닦았다. 그러나 내부 비판자가 ‘박멸’되면서 북한주민들의 인권과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주민 수백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이 그 생생한 징표다. 사리가 이럴진대 북의 세습놀음에 마냥 입을 다문다면 맹목적 종북노선이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게다. 민노당 일각에서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고 있으나, 가당찮은 얘기다. 과거 미국은 구 소련의 인권문제를 끊임없이 비판했지만 대화는 계속됐고, 마침내 소련의 개혁·개방을 유도하지 않았는가. 평균적 사회구성원의 인권과 복지의 개선을 추구하는 진보인사들에게 강제수용소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거나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는 북 주민들의 고난이 눈에 밟히지 않는다면 괴이한 일이다. 참진보를 표방한다면 세습체제의 폭정을 비호하지 말고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 [사설] 3대세습 강행 北상황 안이한 대비 안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어코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을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제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수여했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어제 당대표자회에서도 유일 영도체계의 상속자를 가시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3대째 독재권력 세습은 근·현대 세계사에서 유례 없는 소극(笑劇)이다. 이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에 철저히 대비할 때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째 권력승계는 민주화·개방화가 대세인 세계문명사의 흐름을 역류하는 퇴행이다. 봉건사회에서나 가능할 법한 ‘왕조 세습’은 세계 여론에도 희화적으로 투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북의 민족 구성원들에겐 웃어 넘길 블랙코미디일 순 없다. 북한주민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하는 비극의 전주곡일 수도 있는 탓이다. 그 조짐은 북한이 여전히 ‘선군(先軍)주의’의 깃발을 내걸고 있는 사실에서 읽혀진다. 북한은 이번에 김정일의 친여동생인 김경희와 그의 남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측근인 최룡해에게도 대장 칭호를 부여했다. 선군주의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모토처럼 체제수호를 위해 군을 맨 앞자리에 두려는 발상이다. 혈족인 김경희·장성택 부부의 후견과 함께 선군주의의 깃발로 후계체제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계산이라면 북한주민의 인권이나 기초생활 개선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당장 개혁·개방이나 비핵화를 택할 개연성은 희박한 셈이다. 이는 단기적으론 후계체제의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임을 뜻한다. 속전속결식 후계구도 확립 그 자체가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그러지 않아도 누적된 경제난에다 배급체제의 붕괴와 화폐개혁의 실패로 북한주민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당·정·군 경력이 일천한, 20대 후반의 상속자 김정은이 끌고 가기엔 버거운 유산이다. 있을지 모를 북한발 소용돌이에 우리가 안이하게 대비해선 안 될 이유다. 차제에 한반도 정세의 급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일각의 주장처럼 요란하게 레짐 체인지(북 지도부 교체)에 나서란 말이 아니다. 있음직한 모든 시나리오별 대응 태세를 조용히 완비하란 얘기다. 특히 북측이 후계체제를 다지기 위해 제2의 천안함 사태와 같은 의도적 긴장 조성에 나설 소지를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인도적 지원이나 북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협력에는 적극 나서되 군사적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 유명인·세계경제 스캔들 궁금하세요?

    타이거 우즈와 버나드 매도프. 최근까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시끄럽게 만든 스캔들의 주인공들이다. 골프황제 우즈는 수많은 내연녀를 거느린 섹스중독자로 본색을 드러낸 뒤 결국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나스닥 증권거래소 회장을 역임한 매도프는 다단계 금융 사기로 최대 규모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뒤 감옥에서 복역 중인데 압수당한 그의 고가 사치품이 최근 경매시장에 나와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스캔들의 뒤에는 항상 성(性)과 돈이 도사리고 있다. 역사에는 이들처럼 탐욕과 쾌락에 눈이 멀어 제 발등을 찍은 유명인사들이 허다하다. 그런 인물과 사건들이 궁금한가? 최근 출간된 ‘세계 경제를 뒤바꾼 20가지 스캔들(포천 편집부 지음, 김선희 옮김, 서돌 펴냄)’과 ‘스캔들의 심리학(에드 라이트 지음, 정미나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을 들춰보라. ‘세계 경제를’은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천’이 지금까지 실었던 경제스캔들 기사를 골라 엮은 책이다. 가깝게는 회계부정의 상징이 된 에너지 기업 엔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한국까지 불안하게 했던 미 연방저당공사 페니 메이 사건부터 멀게는 금광 사기로 전 세계를 우롱한 브리엑스, 성냥 생산으로 쌓은 재산을 증권 사기로 다 날리고 목숨을 끊은 이바르 쿠르거의 비극까지 1933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20건의 사건을 담았다. 책은 뒷이야기도 전한다. 특히 해당 사건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를 보면 아이러니다. 뉴욕증권거래소, 미국식품의약국, 내부자거래금지법, 증권거래위원회 등은 사건 재발을 막자는 여론과 규제 의지에서 비롯된 결과물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마크 호닥 뉴욕대 교수의 말처럼 “규모가 어떻든 간에 스캔들은 규제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비춰 볼 때 최근 청문회에 나온 인사들이 벌인 공통의 불법행위를 삐딱하게만 볼 일은 아닐 듯. 우리사회의 강력한 규제 욕망을 타오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스캔들’은 제목만 봐서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을 법하다. 그런 기대를 갖고 책을 집는다면 곤란하다. 인간의 욕망을 분노, 시기, 고집, 탐식, 탐욕, 정욕, 교만, 나태, 허망 등 아홉 가지로 나누고 지금까지 일어났던 스캔들을 분류해 실었다. 프로이트니 융이니 하는 정신분석학자들의 골 아픈 이론 따윈 관심 없는, 마치 미니시리즈 보듯 해외 유명인사들의 스캔들 내막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딱이다. 우즈 이전에 최악의 성추문을 자랑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수십년 전 성폭행으로 최근 체포됐던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비극 등 현대 인물들은 물론 사드 백작, 예카테리나 2세 등 세계사에 등장했던 인물들도 나온다. 두 책의 역할은 스캔들 사례집으로 족하다. 한국 독자의 정서에 맞지 않는 번역의 문제를 이 책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각 1만 6000원, 2만 2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열린세상] 대학입시 정책과 인문학의 미래/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교수

    [열린세상] 대학입시 정책과 인문학의 미래/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교수

    최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대학입시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수학능력시험(수능) 사회탐구과목의 대폭적 축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국사, 세계사, 지리, 일반사회, 경제, 윤리 분야를 사회탐구영역으로 묶고 수능을 볼 때에는 그 가운데 한 과목만을 선택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된 수능 간소화 정책은 고등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이끌고, 인문학의 미래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무서운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들은 잘못된 사회적 인식과 교육정책 때문에 고등학교 생활에서 대학입시를 최대의 목적으로 삼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에서 단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서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하고 있다. 대학합격률이 능력평가의 최대 기준인 사회에서 고등학교 당국은 영어, 수학, 국어(언어)를 강화하는 데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회나 과학 과목의 영역에서도 수능 성적을 올리기에 상대적으로 쉬운 과목만을 선택하여 가르친다. 인성을 풍부히 하는 데에 꼭 필요한 예·체능 분야도 형식적인 수업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이른바 제9차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에 학과목에 대한 균형적 이해나 인문적 소양을 기르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일이 되었다. 인문학은 인간 자신이나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따지며, 삶의 의미를 궁구하는 학문분야이다. 인문정신은 젊은이에게 앞날에 대한 전망을 제시해주며, 나이든 사람들에게도 꿈을 잃지않는 힘을 준다. 인문정신은 창조력과 비판력의 원천이다. 인문정신은 엄격한 자기성찰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는 윤리와 도덕의 기준을 마련해준다. 인문학은 사회과학이나 응용과학과 같은 실용적 학문이 아니라 기초학문분야로 분류된다. 기초학문인 인문학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의 원천과도 같다. 원천이 말라 버리면 강물도 더 이상 흐르지 못한다. 인문학은 모든 실용적 분야의 창조를 가능케 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지하수와 같다. 지하수의 수맥이 마르면 땅위의 생명체가 사라지듯이, 인문학이 고갈되면 우리 사회는 비판정신이 소멸되고 역사적 방향감각을 잃게 될 것이다. 사회를 통합시킬 수 있는 힘을 잃고, 우리 문화는 점차 천박해진다. 예전부터 인문학은 문사철(文史哲), 즉 문학과 사학과 철학이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규정해 왔다. 인문학의 쇠퇴는 특정학문의 쇠퇴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주범으로 지목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입시 정책에서는 인문학을 말라죽게 하려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사회과 과목 가운데 역사과목은 지금 아예 개설되지도 않기에 이르렀다. 역사과목의 축소정책, 이를 사실상 폐지하려는 잘못된 대학입시 정책은 인문학과 인문정신을 황폐시키는 주범이다. 고등학교에서 영어, 수학, 국어를 강조하는 현상을 보고 어떤 이는 영어와 국어는 인문분야가 아닌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학입시만을 최대의 목적으로 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영어나 국어는 인문정신을 키우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고등학교는 입시학원으로 변질되어 학생을 점수 따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 고등학교의 인문교육은 입시교육으로 대체되고, 대학에서의 인문학도 인간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니라 시사영어만이 판을 친다면, 그 나라의 인문학적 상상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대학마저 기업체에서 주문하는 맞춤형 교육이 강조되는 취업예비학교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잘못된 대학입시정책에서 유래된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의 파행을 막고, 인문교육을 바로 잡으려면 대학입시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재검토하기가 벅차다면, 종전의 방법대로 환원시켜도 좋다. 인문학의 미래는 이제 고등학교 교육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 당국의 대학입시에 대한 잘못된 정책이 하루빨리 고쳐져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 [씨줄날줄] 증도가자/김성호 논설위원

    1999년 말 타임지가 지난 1000년간 인류사상 최대의 영향을 미친 발명으로 꼽은 건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였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BBC도 한결같이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구텐베르크의 혁명을 꼽았다. 이렇듯 압도적인 구텐베르크 인정은 지식·정보의 혁명적 대량생산과 확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사가들은 서양사의 큰 획을 그은 르네상스며 종교개혁, 산업혁명, 시민혁명의 바탕에 그의 금속활자와 인쇄술을 놓고 있다. 구텐베르크 발명 활자의 관심은 ‘42행 성경’으로 결집된다. 1455년 독일 마인츠에서 인쇄된 라틴어 성서. 처음엔 고작 180부가 인쇄됐다는 ‘42행 성경’은 특권층과 소수 성직자의 전유물이던 성서를 대중으로 확산시키는 결정적 계기였다. 기독교사상에 매몰된 유럽세계에 성서의 대량 보급이 몰고온 파장은 파괴적이었을 것이다. 서방세계가 지난 1000년 동안 최대의 발명가로 쿠텐베르크를 한목소리로 치켜세움이 괜한 게 아니다. 세계 최고의 발명인 구텐베르크 활자본보다 7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본의 존재를 아는 서양인이 얼마나 될까. 2001년 구텐베르크 활자본과 나란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심체요절(직지·1377년). 서양인들이 그토록 치켜세운 것보다도 두 세대나 앞선 세계공인의 문화재다. 16세기 일본 ‘시경경기’ ‘권학문’ 같은 서책에 한국의 활자인쇄법을 전수 받았다는 기록이 있고 보면 직지 활자의 영향력 또한 비단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았을 터. 그런데도 동아시아 변방의 작은 문화쯤으로 평가절하됨은 안타까운 일이다. 직지 활자보다도 최소한 130년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 12점의 발견에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1377년 간행된 목판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증도가·보물 758호)’의 글자체며 크기·모양이 똑같다는데. 벌써부터 교과서와 세계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성급한 주장이 무성하다. 목판본 증도가 말미에 등장하는 전대의 금속활자에 대한 언급이 근거라지만 금속활자본 아닌 목판본과의 비교나 불명확한 출토지로 봐선 인정까지의 과정이 험난해 보인다. 우수한 문화 가치의 발견과 자긍심이야 탓할 게 있을까. 그러나 섣부른 우월감과 자신이 불러온 낭패의 사례는 숱하다. 완전한 검증의 문제가 거론되는 이유다. 가뜩이나 엉터리 국새 파문으로 뒤숭숭한 때다. 실체의 온전한 확인과 부인할 수 없는 검증이라면 세계인들도 무시하지 못할 게 아닌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BOOK&, 독서문화 확산 도움 기대/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BOOK&, 독서문화 확산 도움 기대/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 교수

    신문산업의 위기를 해석하는 여러 가지 징후 중에 가장 설득력이 높았던 것이 읽기 문화의 쇠퇴이다. 선생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대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점과도 통한다. 여기서 언급한 책이란 양서를 의미하는 것이며, 물론 각종 시험에 필요한 교재나 참고서를 포함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이같은 독서실태는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물론 독서를 위한 각계 지식인들의 성찰과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인 관심도는 분명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독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차지한 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의 독서실태에 대한 어느 조사에 의하면, 참고서와 교과서를 제외한 일반도서의 경우 전혀 읽지 않았다는 응답이 15%였으며,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는 응답도 과반수 이상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을 하기 위해, 그리고 TV 방송을 보느라 시간이 없다는 대답이 지배적이었다. 인터넷과 영상미디어 등을 단순히 독서에 위협적인 존재이며 서로의 파이를 빼앗는 대립적인 관계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미디어 특성에 따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고 더 나아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관계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이들 미디어를 선호하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상미디어를 독서의 자극제로 활용하고 흥미 유발을 통해 독서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모든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독서증진 활동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발행되는 서울신문의 ‘BOOK &’는 독서증진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신문에 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간들에 비교적 흥미롭게 접근하고 있었다. 지난 28일 자 21면에서는 김두규 교수가 저술한 ‘조선 풍수, 일본을 논하다’, 구갑우 교수 등이 쓴 ‘좌우파 사전’,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석학 곰브리치가 지은 ‘곰브리치 세계사’ 등이 신간으로 소개되었다. 문제는 책의 선정 과정이다. 공교롭게 이날 소개된 저서들은 대부분 다른 일간지의 서평란에서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시의성이 있고 정말로 좋은 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영업력에 의해 선정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내용을 보면 나의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듯이 다른 신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매주 모든 신문에서 일어나고 있다. 결국 독서의 중요한 매개체인 신문의 신간소개 내지는 서평이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독서는 창의성 계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간접 경험을 통한 상상력, 이해력,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독서 장려보다는 학습지나 과외교습을 통해 성적을 올리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많이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학습능력이 향상되며, 역사나 외국의 문화 등도 배울 수 있게 된다. 즉, 독서는 두뇌를 계발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므로 독서 분위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서 신문의 신간소개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 소개의 다양성이 요구되며, 아울러 좀더 나은 편집과 풍성한 내용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책을 읽고 싶지 않을까. 신간소개면이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로 채워져서 읽기 문화 확산에 일조하길 기대한다. 읽기 문화 캠페인의 목표는 독서가 왜 중요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독서를 서로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신문 읽기를 통한 읽기 문화의 확산으로 우리의 지적 경쟁력을 높여 나갔으면 한다는 대통령의 지적처럼, 독서를 생활화하는 풍토를 만드는 데 신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 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듣는 역사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석학 에른스트 H 곰브리치(1909~2001)의 ‘서양미술사’는 32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600만부 이상 팔렸다. 지금도 미술관 순례가 많은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꼽힌다. ‘곰브리치 세계사’(박민수 옮김, 비룡소 펴냄)는 곰브리치가 청소년을 위해서 쓴 세계사 입문서다. “모든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란 말로 시작한다.”로 말문을 여는 이 책은 1936년 초판이 나왔다. 곰브리치의 역사관은 “역사를 거대한 시간의 강물에 견줄 때 아주 작은 물방울에 불과한 개인의 삶들이 인류의 역사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건들 가운데 어떤 것이 대다수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쳤으며 우리의 기억에 가장 크게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란 단순한 물음에서 곰브리치는 세계사의 의미를 찾았다. 원시 인류의 등장부터 문자의 탄생, 여러 종교의 발전, 신대륙 발견, 산업 혁명,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 세계사의 흐름을 쉽고도 자상하게 들려준다. 막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독일의 나치는 초판이 나온 ‘곰브리치 세계사’를 금서로 지정했다. ‘반유대적 동기가 아니라 평화주의 관점을 가졌다.’는 어이없는 이유에서였다. 전쟁이 끝나고서 금서에서 풀린 ‘곰브리치 세계사’는 1985년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저자가 직접 겪은 제2차 세계대전과 중국 역사 등을 추가했다. 예술사를 연구한 곰브리치가 세계사 책을 출간한 까닭은 그의 손녀 레오니 곰브리치가 설명해 준다. 곰브리치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을 내고 싶어하는 책 편집자였던 친구와 연이 닿았다. 박사 논문을 쓰기에 지쳤던 곰브리치는 친구의 어린 딸과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학문적 글쓰기에 싫증 났던 그는 이 편지를 무척 즐겼다고 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복잡한 전문 용어가 아닌 쉬운 말, 총명한 아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곰브리치는 어려운 학문 주제를 어린이에게 편지로 쉽게 설명했다. 이 편지는 편집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90년대 들어 저서를 영어로 번역하게 된 곰브리치는 손녀에게 “‘곰브리치 세계사’를 다시 읽어 봤더니 정말로 많은 내용이 담겨 있더구나. 내가 봐도 훌륭한 책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곰브리치는 “독자들이 필기하고 이름이나 연대를 외운다는 부담없이 느슨한 마음으로 읽어 나가길 바란다.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려고 꼬치꼬치 질문도 않겠다.”고 머리말에서 밝혔다. 책을 읽노라면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난로가에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든다. 1만 7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시론] 日정부에 ‘합방’ 조약 무효 선언 요구한다/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시론] 日정부에 ‘합방’ 조약 무효 선언 요구한다/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올해는 한·일 ‘합방’ 조약이 체결 100년이라 여러 가지 행사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일 양국의 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합방’ 조약 무효가 선언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그 선언에 참가한 한 사람으로서 그것이 민간 지식인들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법적 의미는 물론 역사적 의미도 제대로 가질 수 없다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1910년에 체결된 한·일 ‘합방’ 조약은 그것에 반대하며 투쟁한 전국적 의병투쟁에서 수만 명이 전사한 사실이 증명하듯이 당시 대한제국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능한 통치자들을 협박하여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었으며, 최근 여러 측면에서 추진된 학술적 연구 결과에서 드러나듯 불법적으로 체결된 조약이었다. 그 조약으로 감행된 일본제국주의의 한반도 지배는 일반 식민지배와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 유럽 선진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들의 기준으로 봐서 ‘비문명지역’이라고 본 아프리카 지역이나 ‘타 문명지역’으로 간주한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을 지배한 것이 일반적 식민지배였다. 반면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중세문화 수준에서는 오히려 앞섰던, 그리고 근대문화 수준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던 ‘동양 3국’ 동일문화권 안의 다른 민족사회를 지배한 것이다. 따라서 후진 제국주의 국가인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힘에 겨운 것일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여느 식민지배와 다른 가혹한 민족 말살정책이 강행된 ‘강제지배’, 그것이었다. 일본의 한반도 ‘강제지배’를 역사적 안목에서 보면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강제적·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합법적 조약으로 간주하면 그 조약을 근거로 강행된 조선총독부의 한반도 통치는 합법적인 것이 되고, 조선총독부의 통치권력에 저항한 우리 민족의 신성한 독립투쟁은 합법적인 권력에 저항한 불법적인 행동이 되고 만다. 반세기에 걸쳐 처절하게 전개된 이웃 민족의 신성한 독립투쟁을 불법적 행위로 간주하고도 앞으로 그 민족사회와의 평화적·우호적 협력관계를 말할 수 있는지 일본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제국주의와 냉전주의로 이어졌던 지난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 세계사는 다행히도 평화주의와 지역공동체주의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세계사적 지향에 앞장설 선진문명국으로 자처하는 일본이 간단없이 계속된 이웃 민족사회의 독립투쟁을 불법적 행위로 간주하고도 그 민족사회와의 평화적 공동번영을 말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이건 국가건 대외적으로 떳떳하게 행세하기 위해서는 제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20세기 전반기까지의 세계사는 제국주의가 횡행했던 시기였고, 그때의 한·일 관계가 지배와 피지배관계로 된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불행을 극복하고 21세기의 평화주의에 의한 공동번영의 한·일 관계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민간지식인 차원이 아니라 두 나라 정부의 합의로 ‘합방’ 조약 무효가 반드시 선언되어야 하며, 그 경우 세계의 평화시민사회가 찬양해 마지않을 것이다. 총리 차원의 유감 표시나 사죄보다 국가 차원의 ‘합방’ 조약 무효선언이야말로 앞으로의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특효약일 것이다. 1965년의 한·일 협정 때 이미 ‘합방’ 조약 무효가 선언되었어야 했지만 양국 집권자들의 역사의식 부족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앞으로 조만간 맺어져야 할 조·일 조약 때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일본 정부의 ‘합방’ 조약 무효선언이 절실히 요구되며, 장차 한반도가 통일되어 한·일 조약이 하나로 된 후의 양국 우호관계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한·일 ‘합방’ 조약 100년을 맞아 단행되는 정부 차원의 조약 무효 선언이야말로 앞으로 100년의 우호적 한·일 관계를 위한 중요한 담보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現 중3부터 수능 두번 본다

    現 중3부터 수능 두번 본다

    ■ 現 중3부터 수능 두번 본다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치르는 2014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 2회 실시된다. 시험은 11월 중에 보름 간격으로 보게 할 계획이다. 언어·수리·외국어는 난이도에 따라 각각 두 가지로 분리되고, 사회·과학탐구영역의 응시과목수도 4과목에서 1개 과목으로 줄어든다. 고등학교 3년간의 노력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고, 시험 당일의 사고나 실수 등에 따라 대입 당락이 좌우되는 문제점을 완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 고교 교육의 국어·영어·수학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중장기 대입 선진화연구회는 19일 서울 신문로 역사박물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수능 응시 횟수가 연 1회에서 2회로 늘어 학생이 두 번의 시험 가운데 과목별로 더 좋은 성적을 선택해 대학에 제출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시험은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험생의 선택사항이다. ■ 국·영·수 난이도 선택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의 명칭은 각각 국어·수학·영어로 바뀌고 시험 종류도 난이도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A형은 현재 수능보다 출제 범위는 줄이고 쉽게 출제하되, B형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즉 현 상황에서 ‘쉬운 수능’이 한개 더 생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수험생은 각자 계열(인문·자연)과 학력수준 및 진학 대학에 따라 A형·B형 중 하나를 선택해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선택에 따라서는 8가지 조합이 나올 수 있지만, 난도가 높은 B형은 최대 2과목까지만 응시할 수 있고 국어와 수학은 동시에 B형을 선택할 수 없는 제한이 따른다. ■ 탐구 응시과목 1개로 사회·과학탐구영역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유사한 과목을 통합하고 응시과목 수도 각각 1개로 줄어든다. 현행 수능은 사회탐구영역 11개 가운데 최대 4과목을 선택하게 돼 있으나, 2014학년도부터는 영역을 6개(지리·일반사회·한국사·세계사·경제·윤리)로 통합하고 응시과목도 1개로 줄인다. 과학탐구도 8개 과목(물리I·II, 화학I·II, 생물I·II, 지구과학I·II)을 4개로 축소해, 이중 한 개만 선택·응시하면 된다.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응시자가 적고 대입 반영 비율도 낮은 점을 고려해 수능에서 제외, 별도의 평가 방법을 통해 대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이들 과목이 수능 응시과목에서 빠지거나 비중이 줄어들 경우 학교 수업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 국·영·수 위주의 편법 수업이 운영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대입전형 패러다임의 변환으로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수험생의 시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면서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과 공청회를 토대로 10월 말 정부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수능 전면 개편] B형 2과목까지 허용… ‘국어B+수학B’ 선택은 불가

    [수능 전면 개편] B형 2과목까지 허용… ‘국어B+수학B’ 선택은 불가

    19일 발표된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방안’은 크게 ▲수능 2회 시행 ▲국·영·수 수준별 시험 제공 ▲탐구영역 응시과목 축소 ▲제2외국어·한문 제외 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한 번뿐인 시험 기회를 두 번으로 늘리고 응시 과목 수를 줄여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와 더불어, 고교 교육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그런가 하면 대입 수시모집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서고,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정착되면서 수능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도 이번 개편의 배경이다. ■ 수능시험 年2회로 확대 탐구, 1·2차시험때 다른 과목 응시 가능 수능시험이 처음 도입된 1994학년도에는 8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시험을 치렀다. 시험 부담을 줄인다는 의도와 달리 두 시험의 난이도가 차이나 공정성 시비가 일었고, 이후 연 1회 시험체제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수년간의 학습 결과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모두 결정돼 당일 컨디션에 따라 미래 진로가 결정되거나 실수 한 번으로 대학 진학이 좌절되는 등 수험생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14학년도 수능부터는 11월 한 달 동안 보름(15일) 간격으로 2회 시험에 응시하고 나서 그중에서 점수가 좋은 과목 성적을 골라서 대학에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수험생은 희망에 따라 1회 또는 2회 응시할 수 있다. 또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탐구영역에 한해 1차와 2차에서 서로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차에서 물리를 봤다면 2차에서는 화학을 선택할 수 있다. 연구회는 또 두 시험의 난이도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없애기 위해 백분위를 이용한 변환 표준 점수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 국·영·수 수준별 응시 가능 B형 난이도 현 수능 수준… A형은 쉽게 언어(국어)와 수리(수학), 외국어(영어) 영역에서 수험생이 수준별로 A형·B형 두 가지 시험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개편안의 특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문계와 예체능계, 전문계고 학생이 모두 같은 수준의 수능시험을 치르다 보니 수험생에게 불필요한 시험 부담이 가중됐다.”면서 “특히 기존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교과서를 벗어난 범교과형 문제가 출제되다 보니 학교수업과 괴리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시험을 난이도별로 이원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험생은 탐구영역을 제외한 국어, 영어, 수학 영역에 두 가지 수준의 A형과 B형 시험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B형은 현행 수능의 난이도와 같은 수준으로 출제되고, A형은 지금보다 출제범위를 줄이고 쉽게 출제해 수험 부담을 최소화했다. 수학A는 수학, 미적분과 기본통계로 2012학년도 수능 수리나형 출제범위와 비슷하고 수학B는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범위로 한다. 영어A는 국가영어능력평가 3급 시험 수준, 영어B는 2급 수준으로 보면 된다. 3급은 실용영어를 활용해 대학에서 수학하는 데 필요한 수준, 2급은 영어가 많이 활용되는 학과 공부에 필요한 수준이다. 단, B형은 최대 두 과목까지만 응시할 수 있으며 국어B와 수학B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 수능 시험과목 축소 추진 탐구영역 시험 40문항 60분으로 늘어 현행 수능의 사회탐구영역에서는 윤리, 국사, 한국지리, 경제지리, 세계지리, 한국근현대사, 세계사, 법과사회,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11개 과목에서 최대 4과목을 응시할 수 있다. 과학탐구도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물Ⅰ·Ⅱ, 지구과학Ⅰ·Ⅱ 등 8개 과목에서 최대 4과목을 볼 수 있지만, 2014학년도 수능부터는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영역에서 딱 한 과목만 선택해서 치르면 된다. 교과목별로 유사한 내용을 하나로 통합하는 2009 교육과정에 따라 실제 수능에서는 사회탐구 6과목, 과학탐구 4개로 축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험 문항과 응시시간이 20문항 30분 시험에서 40문항 60분 시험으로 늘어난다. 2005학년도부터 도입된 직업탐구 영역도 많은 시간을 실습에 할애하는 전문계고 학생의 특성을 반영해 직업기초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17개 시험과목을 5개로 줄여 한 과목만 응시하도록 했다. 또 제2외국어와 한문은 수능에서 제외하거나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 두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한·일 100년 대기획] 한·일 새로운 100년을 위해-日 한국전문가 3인 좌담

    [한·일 100년 대기획] 한·일 새로운 100년을 위해-日 한국전문가 3인 좌담

    서울신문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신년호에 한완상 교수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의 지상 대담을 시작으로 연재한 한·일 대기획이 19일 23회로 막을 내린다. 서울신문은 피해자와 가해자로 엇갈려 한 세기를 보낸 두 나라가 과거의 상흔을 씻고 새로운 100년을 열어 가는 길을 닦는다는 취지로 연중 시리즈를 시작했다. 시리즈 연재 중에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10일 일본의 식민지배를 사과하고,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해 궁내청에 보관돼 있는 한국의 문화재를 돌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일 병합은 원천 무효’라는 한·일 지식인 1000명의 외침을 외면한 담화이기는 하나 새로운 한·일 100년 역사를 열어 나가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과연 한·일 양국은 새로운 우호협력의 100년을 열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일본 내 시각과 향후 100년의 바람직한 양국관계에 대해 일본 내 한국 전문가 3명의 좌담을 마련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준교수, 마나베 유코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 오타 오사무 교토 도시샤대(동지사대) 글로벌 스터디스 연구과 교수가 참여했다. 좌담은 지난달 30일 도쿄대 대학원 정보학환 연구동에서 진행됐고 간 총리 담화 이후 추가 질문을 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간 나오토 총리 담화를 평가해 달라. -기미야 다다시 교수(이하 기미야) 무라야마 담화와 동일한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인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을 명기한 것은 일단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다만 한국 정부와 사회가 요구한 것처럼 1910년 한·일 병합에 이르는 조약이 법적으로 무효이고,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는 점까지는 접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일본 측의 강제가 있었다고 하는 것을 명기하는 편이 좋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담화에서 한·일조약에 이르는 과정에서 강제가 있었다는 것도 포함됐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표현이 애매해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 정도로는 한국정부와 한국사회의 비판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된 일본 사회의 여론 동향을 생각하면 무라야마 담화보다는 한 발 나아간 담화였다고 생각한다. -마나베 유코 교수(이하 마나베) 간 총리 담화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무라야마 담화의 답습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내용을 비교해 읽어 보면 ‘자민당적이지 않다’는 점이 공통점일 뿐 결코 답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원자폭탄) 피폭국이라는 점을 내세운 무라야마 담화보다는 적극적인 인상을 받았다. 이것은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패러다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사할린 한국인 지원이나 문화재 반환 등까지 언급하는 등 아슬아슬한 선까지 표현한 점에 대해서는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한·일 지식인 100명이 “한·일 강제병합은 원천무효”라는 선언을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000여명의 지식인들이 동참했다. 한·일 병합강제조약의 적법성을 놓고 한·일 양국에서 논란이 뜨거운데. -오타 오사무 교수(이하 오타)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의 핵심은 1910년 한·일 병합조약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는 점이다. 저도 이번 공동선언에 서명했지만 이것은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라 역사인식의 문제다. 지난 2005년부터 한국과 일본 사이에 새롭게 공개된 한·일회담 문서에는 ‘원천무효(null and void)’라는 것을 한국 측이 1952년 제1차 교섭 때부터 주장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법 이론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 측의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맞섰다. 1965년 한·일 국교화 정상화 단계에서는 ‘이미(already)’라는 표현을 넣어 양국 정부가 따로 해석하기로 한 것이다. -기미야 이 문제에 대해 어쩐지 일본에서는 별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대등한 입장에서 합의에 의해 병합됐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강제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왜 무효인지, 왜 한국정부나 한국사회가 1910년에 체결된 조약이 무효라는 것에 연연하는지 궁금해한다. -마나베 한·일병합과 한·일조약의 무효 논란에 대해서는 비록 강제에 의한 불평등 조약이었다고 해도 국가 간에 체결된 조약에 대해 법적으로 무효라고 하는 논의는 진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양국의 역사인식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마나베 역사인식을 양국이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인식은 각자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가 한국 연구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1982년 역사 교과서 문제 때문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한국에서는 한·일병합의 악인이라고 알려지고 안중근은 영웅인데 일본에서 이토 히로부미는 지폐에까지 등장한다. 역사적 진실은 하나일 텐데 말이다. 결국 역사인식이라는 것은 만들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미야 역사인식은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라기보다 서로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 어떤 역사인식을 서로 가지려 하는가 하는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한·일 관계는 일본 측에 힘이 있었다. 당시 식민지배를 정당화했다고 일컬어지는 1950년대 구보타 발언이 있었는데 당시 일본에서 상당히 상식으로 통하는 견해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일 관계가 진정한 의미에서 상당히 대등하게 됐다. 일본 내에서도 역사인식이 변화했다. →화제를 좀 돌려서 현재의 한·일 관계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오타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소 우여곡절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두터운 관계는 바뀌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언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전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국의 민주화운동 단체들이 성명을 내거나 정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은 좀처럼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보도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해서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식민지배가 기인한다. 식민지배 논리에 바탕이 되는 배제라는 논리가 일본 사회에 아직도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고 느껴진다. -기미야 표면적으로는 좋아 보이는 한·일 관계가 배후를 보면 여전히 한반도에 대한, 특히 북한에 대한 배제와 차별 분위기가 남아 있다. -마나베 지난 5월 8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하네다 공항에 한류스타의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일본인 마음속에 한국이라는 울타리가 굉장히 낮아졌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계속 발전해 나가고, 한글을 공부하는 이들도 많이 생겨 80년대 초반과 비교해 한·일 관계가 정말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일본인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은 온도차가 있다. 일본 언론이 광주항쟁 30주년 행사를 한 줄도 전달하지 않는 등 한국의 참모습을 보여 주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오타 올해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양국에서 집회나 심포지엄이 많이 열리고 있다. 그만큼 양국 시민사회의 노력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과거 식민지배의 역사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은 대단히 낮은 것 같다. -마나베 도쿄대 첨단 과학기술연구소에 ‘아시아 암 포럼’이라고 하는 특별한 기구가 있다. 특별연구원인 가와하라 노리에의 개인적인 생각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연세대 의대 교수가 동참하고 있다. 그의 부친은 난징대학살 당시 군무원으로 근무해 대학살에 가담했다. 아버지가 갖고 있던 역사적 부채를 유산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그 일을 시작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화학무기 등에 의해 오염된 중앙아시아 사람들 중 암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해 주기 위한 프로젝트다. 과거를 직시해 과거의 아픔을 계속 안고 살아 오고 있는 이들의 삶을 극복하려는 취지에서 암 포럼이 운영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의 향후 관계가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오타 식민지배 청산의 프로세스를 서로 탐구해 나가는 게 특히 미래지향적인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국이 서로 식민지배 청산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인권과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문화재 반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일조사회 같은 것을 만들어 문화재가 반출된 경위 등도 제대로 조사해 식민시대에 부당하게 반출된 것들을 반환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논의해 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대화할 수 있고, 서로에 대해 알아 가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세계에서도 식민지배를 청산하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로, 세계사의 관점에서 보면 획기적인 일이다. 식민지배 관계에 있던 나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미야 앞으로 100년의 한·일 관계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균형이 잡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협력이 플러스가 되는 경험을 더욱 많이 인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북한을 둘러싼 한·일 협력이 어떠한 형태로 잘 발전해 갈 수 있을지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일 양국이 서로 이해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한·일 공통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오타 서로 각급 수준의 교재를 함께 만들고 이를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는 일이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이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나베 전혀 다른 나라 사이에서 공통의 교과서를 사용하는 게 조금 무리이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한·일병합 10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이웃 나라의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렇게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상상력을 환기시키는 것과 같은 교재라면 공유할 수 있다고 본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글로벌 시대] 한국의 광복과 역사의 그늘/아르촘 산지예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글로벌 시대] 한국의 광복과 역사의 그늘/아르촘 산지예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최근 몇 주 간 극심한 더위가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여 경작지와 마을이 잿더미가 되고 있기도 하다. 자연재해는 우리 세계가 얼마나 견고하지 못한지, 한순간에 어떤 심각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 준다. 이번 여름의 무더위로 수많은 나라가 겪고 있는 불행은 오래전의 사건, 즉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물론 그 원인이야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해와 희생은 지구상에 발생했던 그 어떤 자연재해보다 훨씬 더 심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제는 한국이 일본의 식민통치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지 65년이 되는 날이었다. 9월2일에는 전 세계가 6년간 지속되면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했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을 맞게 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일본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대일전쟁은 유럽에서 시작된 세계대전의 논리적 귀결이었다. 대일전쟁은 소련군이 참전하기 몇 년 전에 미국이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은 주로 공중과 해상에서 일본군과 싸웠다.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의 육상 주력부대인 ‘관동군’은 당시 중국 북동부에 배치되어 있었다. 대일전쟁에 참전한 소련은 바로 이 관동군을 격파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1945년 8월9일 소련군은 국경을 넘어 관동군의 한반도 퇴로를 차단했고, 관동군은 몇 주 만에 궤멸됐다. 이 과정에서 소련군은 4700명이 전사했는데, 그중 1963명이 한반도에서 전사했다. 당시 모스크바의 조치 덕분에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일본인들이 남겨두고 간 한반도의 인프라와 산업시설도 보존될 수 있었다. 소련 정부는 주로 한반도 북부를 지원했으며, 그 결과로 한반도 북부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건설됐다. 당시 모스크바의 정책은 주로 대외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동기에 따른 것이었다. 따라서 한반도 해방에서 소련의 역할에 관한 기억은 소련군의 묘지와 기념비가 남아 있는 북한에서 주로 유지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세계사의 흐름은 한민족의 운명에 커다란 시련을 안겨 주었다. 해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반도는 양분됐고, 서로 다른 정치체계를 추구하는 두 개의 국가가 형성됐다.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진 한국전쟁과 냉전은 오랜 세월 동안 한민족을 분단시켰고, 한국인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최근 새로운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역사학자들이 당시의 사건들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새로운 의견과 가설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이 항상 객관적인 것은 아니며, 때로는 완전한 정치적 색채를 띠기도 한다. 전쟁에서 공정한 측면을 찾는다는 시도는 대부분 저급한 센세이션을 일으키거나, 전쟁을 겪어본 적이 없어 TV를 통해서만 전쟁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사고를 교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는 그 어떤 전쟁도 본질적으로 침략행위이므로, 거기에서 미덕을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침략자에 맞서는 것이라고 해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공동의 적이 어떤 슬픔과 고통을 초래했고, 많은 사람의 운명을 망쳐 놓았는지에 대해서보다는 그 적에 맞서 싸웠던 여러 국가들 간의 우호와 협력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이다. 오래전에 발생했던 비극에 대해서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청년들이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조상들의 희생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개최하는 대규모 행사들을 항상 환영하는 입장이다. 미래세대 교육에서 자국의 역사를 알도록 하는 것은 극히 중요하다. 지난 세월의 사건들에 관한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 역사 스스로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상기시키려 할 것이고, 산불의 연기와 같은 위협적인 그늘이 드리워지게 될 것이다. 한국의 독립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연합국의 공동노력의 결과였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혈전을 벌였던 한국 독립투사들의 공도 있었다.
  • [태극 궁사·사수 해외서 잇단 낭보] 금빛탄환 쏘고

    제50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독일 뮌헨에서 ‘태극사수’들의 금빛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25m 스탠더드 권총 개인전의 홍성환(27·서산시청)이 그 주인공이다. 홍성환은 대회 8일째인 7일 남자 일반부 25m 스탠더드 권총 개인전에서 577점을 쏴 574점을 기록한 중국의 진용더를 간발의 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홍성환은 또 단체전에서 황윤삼(33), 장대규(34) 등 서산시청 동료들과 함께 1696점을 합작하며 1704점을 기록한 중국, 1703점의 독일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일반부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 출전한 김유연(28), 권나라(23·이상 인천남구청), 정미라(23·화성시청)도 합계 1779점으로 1780점을 쏜 스위스와 독일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5일과 6일 이틀 동안 열린 남자 일반부 10m 러닝타겟 혼합 개인전에서는 남북한 총잡이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북한이 금메달을, 한국이 동메달을 차지했다. 러닝타겟 혼합 한국기록 보유자인 정유진(27·충북일반)과 북한의 조용철이 각각 남북을 대표한 이 경기에서 383점을 기록한 정유진은 385점을 쏜 조용철과 384점의 중국 정궈빈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신기혁의 스포츠 스토리] 한국 스포츠의 힘_세계사격선수권대회 선전을 축하하며

    [신기혁의 스포츠 스토리] 한국 스포츠의 힘_세계사격선수권대회 선전을 축하하며

    [신기혁의 스포츠 스토리] 한국 스포츠의 힘_세계사격선수권대회 선전을 축하하며
  • 국사편찬위서 역사교과서 검정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역사 교과서 검정·심사 업무를 모두 담당한다고 5일 밝혔다. 지금까지 역사 교과서 검정은 교육과정평가원에서 맡았고, 감수는 국사편찬위가 담당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민간 출판사가 연구·개발한 역사 교과서 3종을 국사편찬위가 심사하게 된다. 중학교 역사(상)·고등학교 세계사·동아시아 편을 모두 국사편찬위가 접수, 심사하게 되는 것. 1종 다책인 검정도서 신청에는 과목당 10여개 업체가 지원한다. 중학교 역사(하)와 역사부도, 고등학교 한국사와 역사부도도 국사편찬위가 검정·감수를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역사 교과는 동일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이견과 해석의 차이가 비교적 큰 과목”이라면서 “공신력 있는 국가 전문기관에서 검정함으로써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월드이슈] 상상초월 규모의 정화함대

    환관 정화를 사령관으로 하는 명나라 함대는 28년 동안 7차례 대항해에 나섰다. 매번 2만 7000여명의 인력과 대형 함선인 보선(寶船) 60여척 및 100척 정도의 소형 함선으로 이뤄진 대함대였다. 승무원 150명에 한 명꼴로 배치된 의사만 해도 180명에 이르렀고 승무원들이 소비하는 하루 식량만 70t가량이었다. 정화 함대가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라는 것은 유럽사에서 ‘대항해 시대’를 연 콜럼버스나 바스코 다가마, 마젤란과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1492년 콜럼버스와 함께 출항한 인원은 함선 3척에 승무원 120명이었다. 바스코 다가마 함대는 함선 4척에 승무원 170명이었다. 마젤란도 함선 5척과 승무원 265명을 이끌었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 필요 이상의 대규모 함대여야 했을까. 어마어마한 규모는 정화 함대가 실용적인 목적 못지않게 중국의 위용을 과시하고 ‘조공’이라는 중국식 국제 정치·경제제도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과시용 성격이 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원나라 쿠빌라이 칸이 구축한 해상교역로를 복구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재구축하려는 ‘대형 국책사업’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이란에 있는 호르무즈 왕이나 아프리카의 술탄들도 중국에 조공하라는 정화의 요청에 대해 사자·기린 등 헌상품과 사절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정화를 발탁했던 명나라 황제 영락제는 반란을 일으켜 조카 건문제의 왕위를 찬탈한 중국판 수양대군이었다. 이 때문에 ‘남해 원정’에는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계산도 담겨 있었다. 일부에서는 반란을 피해 도망간 건문제를 찾기 위해 정화를 파견했다는 ‘야사’도 전해지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만델라 데이/육철수 논설위원

    1963년 7월12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에겐 일생일대의 비운을 안긴 날이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무장부 수장이던 만델라는 그 전날 알제리에서 특공훈련을 마치고 남아공으로 돌아왔다. 더반에서 ANC 의장을 만나고 이튿날 승용차로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ANC에 흑인 첩자를 심어놓았을 줄은…. 만델라가 눈을 감고 은신처의 아내와 아이들을 만날 꿈에 푹 젖어 있을 즈음, 백인 경찰들이 탄 승용차 몇대가 앞을 가로막았다. 만델라는 가명(假名)을 대고 태연하게 행동했다. 허사였다. 경찰관은 미소를 띠며 “당신은 넬슨 만델라요. 체포하겠소!”라고 소리쳤다. 상황은 참 싱겁게 끝났다. 만델라 자신도 이날이 27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첫날이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역시 길게 봐야 하는 법. 만델라가 체포된 날은 먼 훗날 세계 평화주의자이자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밑거름이 된 첫날이었다. 1942년 ANC에 몸담아 평생을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운 그의 공로는 이미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다. 1912년 남아공 흑인들이 창설한 ANC가 비인종·비폭력 저항운동을 표방했다는 점은 만델라의 투쟁을 더욱 빛나게 한다. 정당성도 부여했다. 마하트마 간디가 1893년부터 20년간 남아공에서 노예로 이주한 7만여명의 인도인을 위해 무저항 권리투쟁을 펼친 게 ANC에 큰 영향을 미친 점도 흥미롭다. 결국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으로 이어진 500여년간의 뿌리깊은 아파르트헤이트가 간디와 넬슨이라는 세계적 두 평화주의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나 할까. 만델라는 내일 92세 생일을 맞는다. 남아공은 지난해 그의 생일(7월18일)을 ‘만델라 데이’로 지정했다. 만델라의 박애주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유엔에도 기념일 지정을 요청했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이를 받아들여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Nelson Mandela International Day)’을 제정했다. 그의 생애 중 ANC 입당 후 지금까지 인권운동과 인류평화에 헌신한 67년을 상징하기 위해 ‘67분 봉사활동’을 벌인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힐튼 데니스 주한 남아공 대사가 서울 옥수동 몬테소리 어린이집을 찾아 67분간 봉사활동을 한다는 소식이다. 흑인에 대한 유혈과 억압의 진실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화해로 마무리지은 만델라의 ‘사람 사랑’이 세계 모든 나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올 여름나기 2대 키워드] Book-금융 CEO 여름서가의 3대 화두

    [올 여름나기 2대 키워드] Book-금융 CEO 여름서가의 3대 화두

    평소에는 생각만 하고 있던 책들을 휴가 때 독파해 보겠다는 소박한 바람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한 지적 자산의 확충을 위해 금융계 CEO들은 지금 어떤 책을 마음에 담아놓고 있을까. 16일 서울신문은 금융사 CEO 20명을 대상으로 올 여름휴가 때 읽을 예정인 책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다. 전체적으로 그들의 관심은 인문학, 신(新) 경영 벤치마킹, 미래시장 준비로 모아졌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황우진 푸르덴셜생명 사장 등 3명은 글로벌 CEO와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문학적인 공통점을 찾는 ‘혼창통(魂創通·이지훈 지음)’을 선택했다. 이팔성 회장은 “영혼(魂), 창조(創), 소통(通)을 의미하는 혼창통이 우리 회사에 충만한지 살펴보고 부족한 점을 찾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면서 “특히 인재육성 방법의 모색에 중점을 두어 독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은 ‘경영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박재희)’를 읽을 계획이다. 그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시대를 초월한 가치가 더 중요하며 인문학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은 세계사를 통한 경제 읽기를 시도할 생각이다. 욕망 등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등을 바탕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혁명적인 선도기업에서 배울 점을 찾으려는 경향도 강했다. 장형덕 BC카드 사장과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은 구글의 파괴력 있는 성공 법칙을 다룬 ‘구글노믹스(제프 자비스)’와 휴가를 함께할 예정이다.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은 ‘CEO의 위기경영(대럴 릭비)’을 골랐다. 그는 “베인&컴퍼니 컨설턴트 경험으로 분석한 세계 750개의 기업 사례를 통해 미리 대비하는 창조적 영업을 배워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미래 시장을 예측하는 데 관심이 큰 CEO도 많았다. ‘마켓 3.0(필립 코틀러)’를 택한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고객 만족에서 고객 참여로 진화하는 시장에 대해 살펴보고 신한카드에 어떤 모습으로 적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려 한다.”고 했다. 정문국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토머스 프리드먼)’을 읽을 생각이다. 그는 “CEO가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동력인 녹색혁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중국 합작법인의 성장 등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메가트랜드 차이나(존 나이스비트)’를 선택했다. 신한은행 이백순 행장도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전병서)’를 골라 중국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친구나 친지에게 추천해 줄 책으로는 김정태 하나은행 행장 등 3명이 ‘화폐전쟁(쑹훙빙)’을 선택했다. 김 행장은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미국정부가 쌍둥이 적자를 털기 위해 달러를 계속 찍었다는 의문을 다룬 이 책에 대해 “책의 내용이 팩션(faction)임을 감안하고 읽으면 화폐 전쟁터인 세계 금융시장의 구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경주·정서린·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교회의 계층화·세습 등 주류 패러다임 바꿔야”

    “교회의 계층화·세습 등 주류 패러다임 바꿔야”

    “1980년대 이후 개신교는 강남을 기반으로 한 부의 형성, 축적의 과정과 맞물려서 성장했습니다. 현재 기독교계의 주류와 그 가치가 형성되던 즈음이죠.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부를 쌓아가고, 개인적 성취를 이루는 것이 ‘좋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인식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주류 교계 비판하는 전통적 복음주의자 양희송(42)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주류 개신교계를 비판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좌파’니 ‘자유주의자’니 하는 개신교의 비아냥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그가 제기하는 비판의 언설은 진중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1987년 대학(서울대 전자공학과)에 들어간 뒤 서울대기독인연합을 만들고 학원복음화협회, 기독교 저널 ‘복음과 상황’ 등 여러 단체를 거치는 동안 한 차례도 ‘전통적 복음주의 활동’ 바깥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는 자부가 당당한 비판의 배경에 배어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만난 양 대표는 “1960~70년대만 해도 한국 교회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함께하며 봉사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흐름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 그전까지 존재하던 정치권력과 긴장관계도 해소되고, 사회 참여의 부담도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여의도에 있는 대형 교회에서는 과거 가난한 이도 장로, 집사를 했습니다. 계층을 떠나 함께 어울리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포스트 2007 시대’의 준비다. 이는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의 공헌, 그로 인한 친권력성의 노골화, 공격적 해외선교 등으로 상징되는 외형적 성장의 패러다임이 2007년을 정점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양 대표는 내처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교회의 계층화, 대형교회 세습, 목회자의 윤리 문제 등 많은 무리수를 보면 몰락과 붕괴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독교 자체의 몰락이 아니라 현재 주류 패러다임의 몰락이 될 것입니다.” 그가 택한 것은 기독교 지성운동이다. 청어람아카데미(www.bluelog.kr)는 양 대표가 2005년 가을 설립했다. 기독교 사상과 인문학의 결합을 통해 기독교의 대중적 지성운동을 꾀하기 위한 거점이다. 궁극적 목적은 새로운 기독교적 담론의 형성이다. 그 방법으로는 기독교 사상에 대한 지성적 이해를 위한 활동과 함께 시민사회와 폭넓은 연대 활동을 첫손에 꼽고 있다. ●인문학으로 새로운 기독교 담론 형성 지난달 젊은 인문학자들의 연구모임인 ‘카이로스’, 인문학과 기독교 사상의 결합을 추구하는 ‘인문학과 성서를 사랑하는 모임’과 함께 ‘연구공간 공명’을 만든 것은 그 공식적 출발점이자 몇 년간 공들여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연구공간 공명’은 12일 제1회 지식수련회를 시작했다. 총론 격이라 할 수 있는 강영안 교수(서강대 철학과)의 ‘기독인문학’ 강연을 비롯해 알랭 바디유의 ‘사도 바울’, 손화철의 ‘토플러와 엘륄’ ‘마테오 리치 강독회’ 등 인문학과 기독교 사상을 통섭적으로 종횡무진 넘나드는 세미나, 강연 등이 16일까지 이어진다. 최소한의 학문적 호기심을 갖추고 있다면 기독교 믿음 여부를 떠나 일반 대중들도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실제 세계사적 지성의 흐름으로 볼 때도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시작해 르네상스, 종교개혁 등 일련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신학과 인문학은 불가분의 상호보완 관계를 이뤄왔다. 그는 개신교 내에서 여전히 비주류지만 자신만만하다. “이제는 개신교의 변화를 준비할 때입니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해 보이지만 변화를 원하는 다음 세대의 요구는 분명하며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준비해야 할 발판은 지성운동이라는 사실도 명확하고요. 스스로 왜 믿고, 어떻게 믿고 있는지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부고] 정보화사회 예견 日문화인류학자 우메사오 다다오

    1960년대 정보화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우메사오 다다오가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현지 언론이 6일 보도했다. 90세. 교토 출신으로 교토대학에서 동물생태학을 전공한 뒤 문화인류학으로 바꾼 우메사오는 1957년에 발표한 ‘문명의 생태사관 서설’에서 세계사의 새로운 구분법을 도입해 일본이 서구 국가와 비슷한 역사 발전 경로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63년에 펴낸 저서 ‘정보산업론’에서 ‘정보산업’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정보화사회가 올 것임을 내다봤다. 오사카시립대와 교토대 교수를 거쳐 민족학박물관의 초대 관장을 지낸 우메사오는 86년 시력을 잃은 뒤에도 저술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94년 일본 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서 ‘지식생산의 기술’, ‘일본 문명의 77가지 열쇠’, ‘IT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등은 한국에서도 출판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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