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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이종욱 - 서울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열린세상] ‘이종욱 - 서울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지난 9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이종욱-서울 프로젝트’ 2기 환영식이 있었다. 서울 의대에 기초의학 및 치료기술을 배우러 온 라오스 국립의대 교수 8명을 환영하는 행사였다.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는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기리고 우리나라가 받았던 원조 중에 의학 분야 발전의 초석이 된 미네소타 플랜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졌다. 미네소타 플랜은 1955년부터 7년간 226명의 서울대 교수들이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 연수를 다녀온 국제 원조 프로그램의 별칭이다. 국가 예산으로 국제 원조가 시작된 것은 2차 대전 이후의 일이다. 초기에는 세계평화와 경제성장을 내세웠지만 이념과 체제안정 수단으로 군사 지원과 함께 수행되었다. 1960년대부터 선진국들이 본격적인 관심을 가졌고 그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가 설치되었다. 1970년대 이후 원조전략이 경제성장에서 인간의 기본욕구 충족으로 전환되면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원조 효과성’이다. 이를 위해 2000년 유엔이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만들었고, 2005년 파리선언을 통해 효과적인 원조를 위한 원칙에 합의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세계 개발원조 고위급 회의에서는 원조 패러다임을 ‘원조 효과성’에서 ‘개발 효과성’으로 바꾸었다. 이런 국제사회의 변화과정 속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것이 바로 한국의 성공 경험이다. 그중 하나가 한국 의료분야의 성공사(史)다. 지표를 보면 왜 세계가 우리에게 주목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은 1950년대 51세로 선진국의 69세에 비해 20년쯤 짧았던 것이 2010년에는 여성의 기대수명이 84세로 OECD 국가 중 6위까지 상승했다. 영아사망률은 1950년대 통계를 찾을 수 없다. 1985년에 1000명당 32.6명이던 것이 2011년에는 3.2명으로 26년 사이에 10분의1로 줄었고 OECD 평균보다 낮다. 이런 성공의 뒤에는 우리 교수들에게 제공되었던 미네소타 대학의 원조가 있다. 당시 미네소타 플랜은 단순한 초청 연수가 아니었다. 초청 연수자 총 77명 중 33명만이 당시 무급 조교로 근무하던 젊은 의사들이었고 그중 3명은 박사학위를, 8명은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수 기간도 보직 교수들은 단기로, 선임 교수들은 1년, 젊은 교수들은 2년 이상이었다. 또한 11명의 자문관이 파견돼 의학 분야 전반에 관여하였다. 이들은 교육과정의 개편과 학교 발전을 위한 컨설팅을 주도했고, 이 성과는 훗날 한국의학교육 발전의 큰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병원 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도 지원되었다. 6년 8개월 동안 미국이 1000만 달러를, 우리 정부가 690만 달러를 지원했다. 단순히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원조만으로 한국의학이 오늘날의 발전을 이룩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계 선배들의 혼신의 노력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막 2기를 시작한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는 우리의 이런 경험과 국제사회에 대한 보은의 차원에서 기획돼 추진되고 있다. 우리 프로젝트는 초청 연수, 방문 컨설팅, 장비 지원, 지속교류 인프라 구축이라는 네 축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의 의학 수준뿐 아니라 정보기술(IT) 등의 기술발전을 접목시키는 지원 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다. 초청 연수를 온 교수들은 단순히 의학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리더십, 의학연구, 의료정책, 지역사회의학 등도 배울 수 있다. 지난 1년간의 경험으로 보면 이런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장점은 우리가 그들의 현재를 과거에 경험했다는 것이며 그래서 그들과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당시 미네소타에 갔던 선배들은 1등석 비행기를 타고 갔고 급여도 미국의 전공의들보다 더 많이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코노미석에 이주 노동자들 정도의 생활비를 지원한다. 우리 프로그램의 관심과 내용만큼은 미네소타보다 충실하고 발전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세밀한 돌봄과 감동은 부족하다. 이미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우리 정부의 원조가 우리의 과거를 기억하며 세계사 속에서 나눔과 보은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그 품격과 진심이 더해지기를 기대한다.
  • 9급 시험과목 변천사

    9급 시험과목 변천사

    1994년 이전까지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은 고등학교 졸업자가 풀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과거 ‘공무원고시령’이나 현재 ‘공무원임용시험령’에는 5급 공채(현 9급 공채) 시험의 출제 수준을 ‘고등학교 졸업 정도’로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1995년 폐지, ‘행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지식을 검정할 수 있는 정도’로 대체됐다. 초기 5급 공채시험은 비록 출제 수준이 고졸 수준으로 명문화돼 있었지만 지금보다 시험 과목 수가 적거나 범위가 좁았던 것은 아니었다. 1961년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은 ‘5급 공무원 임용고시’라는 이름으로 처음 생겨났다. 1~2차로 치러진 5급 1부직(현 9급 일반행정직) 시험 과목은 1차에 일반교양으로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철학 과목, 2차에 국사·국어·과학·법제대의·경제대의 등 필수 5과목이었으며 세계사·도덕·지리·물리·화학·생물·수학(필산 및 주산)·영어 중 2과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런 5급 공채 시험 과목이 국어·국사·영어·일반사회·수학 등(일반행정직 기준)으로 대폭 간소화된 것은 1971년이다. 당시 시험을 주관하던 총무처는 시험 과목 조정 이유를 “고등학교 학력 정도면 응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1년엔 행정공무원의 직급 체계가 지금의 1~9급으로 바뀌었고, 당시 정부가 강조하던 국민윤리가 9급 공채 시험 과목에 포함됐다. 또 1988~1994년에는 주산 과목이 사라지고 시대상을 반영해 전자계산일반이 채택됐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1995년에는 ‘공무원임용시험령’을 개정해 9급 시험 출제 수준을 ‘고졸 수준’에서 ‘행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지식을 검정할 수 있는 정도’로 바꿨다. 수험 전문가들은 대졸 합격자가 급격히 늘어나 ‘9급=고졸’이라는 등식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985년 9급 공채시험 합격자 가운데 고졸 이하는 1152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58%를 차지했지만 1990년 36.7%(1547명), 1995년 9.3%(131명)로 크게 줄었다. 또 2000년엔 2.1%(61명), 2010년엔 1.6%(25명)로 사실상 대졸자들의 무대가 됐다. 또 지금처럼 9급 일반행정직 공채 시험에 행정학이 채택된 것 역시 1995년이다. 이때 국민윤리 과목은 15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서 폐지됐다. 2003년부터 행정법이 시험 과목에 포함되면서 현재와 같은 과목으로 시험이 치러졌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당 지지율보다 5%P 낮은 의원, 한나라 떠나라?

    당 지지율보다 5%P 낮은 의원, 한나라 떠나라?

    대구시장을 지낸 4선의 친박(친박근혜)계 한나라당 이해봉(70·대구 달서구을) 의원이 4·11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착수한 뒤 친박계 중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처음이다. 게다가 이 의원은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받아 온 텃밭 대구·경북(TK) 지역 출신이다. 이 의원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제는 무겁고도 엄정한 공직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해 온 결과로 그 부작용도 전 분야에서 고속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험·경륜만으로는 역동성이 없고 젊은 패기만으로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경륜과 역동성이 조화를 이룰 때 중용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영남권 중진 의원의 첫 불출마 선언이 나오면서 당의 인적 쇄신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중진 의원들에 대한 ‘압박’이 가해지면서 정치 신인들에 대한 길 터주기가 빨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대위, 인재영입 국민 공모 추진 비대위도 새해를 맞아 본격적인 총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총선에 나설 인재 영입을 위해 국민 공모를 하는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인재영입위원회에서 인재 영입 방식으로 전문가 추천과 국민이 주도하는 공모 방식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재영입위는 4일 박영숙 아름다운재단 이사와 신유형 한양대 교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 등 전문가들과 함께 이 같은 방식들을 두고 토론할 예정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총선 공천 기준을 오는 11일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직 공직자·언론인 등 4월 총선에서 입후보 제한을 받는 경우 오는 12일까지 사직해야 하는 만큼 그 전까지 영입할 만한 인사들에게 공천 기준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비대위에서 정치·공천 개혁을 다루는 정치쇄신 분과의 이상돈 위원장은 3주 안에 공천의 틀을 마련하겠다며 지난달 30일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黨지지도보다 높으면 공천 검토대상 일부에서는 공천 기준 가운데 하나로 당 지지도보다 5% 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은 현역 의원들의 경우 전원 교체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됐다. 홍준표 대표 시절 여의도연구소가 한국선거학회에 용역을 맡긴 연구 결과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공천 기준이 적용된다면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35%일 경우 해당 지역 의원의 지지율이 30% 이하면 ‘교체대상’으로 간주된다. 지지율이 30%선이면 ‘보류’, 35%보다 높을 경우 ‘공천 검토 대상’으로 분류된다. 여의도연구소는 설 연휴(21~24일)를 전후로 각각 한 차례씩 여론조사를 할 예정이다. 황 대변인은 “아직 비대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면서 이 여론조사도 정례적인 것으로 설명했지만 잠정적으로 1차 현역 교체 리스트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둘씩 셋씩 넷씩 요술 주머니(여운 글, 허현경 그림, 강완 감수, 아이세움 펴냄) 익살스러운 옛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수학의 기초 능력을 탄탄하게 쌓을 수 있다. 9500원. ●통통 세계사(신현수 글, 김분묘 등 그림, 휴이넘 펴냄)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를 위해 단편적인 역사를 구슬 꿰듯 엮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1만 3000원.
  • [저자와 차 한 잔]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저자와 차 한 잔]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중국은 한국을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을까. 뒤엉켜 있는 그들의 마음과 생각의 밑바닥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려고 했다. 중국은 우리를 째려보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아바타’라며 과민반응하기도 한다. 왜 그런지를 이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재경부 차관, 산자부 장관, 국회의원, 서울대 국제금융연구센터 소장 등 관계·정계·학계를 두루 거친 경제관료 출신의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중앙북스)을 펴냈다. 정 이사장은 “2003년 가을학기 베이징대 초빙교수를 지낸 것을 계기로 8년 가까이 보고 공부한 중국을 105개 분야로 나눠서 분석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중국의 부상이란 문제의식이 두드러진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이 추락하고 동아시아 축이 상승하는 과정 속에서 중국의 태도가 심각하게 달라졌다. 세계 양대 세력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틈새를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2008년 이전 내부 문제에만 관심을 보이며 웅크리고 있던 중국이 힘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자세로 머리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서해시대 개막으로 얻어 왔던 경제적 이익 균형과 한·미 동맹체제의 안보 균형의 공존이라는 우리의 생존 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 커가는 중국의 존재감은 우리에게 새로운 외교와 달라진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의 위축과 중국의 개입주의 확대 속에서 북한을 둘러싼 한·미와 북·중 사이의 긴장도 커졌다. 한·미 동맹 탓에 커가는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할 수는 없다. 중국은 한국 경제의 젖줄이 되고 있고, 한반도 통일도 중국 동의 없인 불가능하다. 한·미 안보관계를 버릴 수도 없고, 과도한 중국 영향력 확대도 경계해야 한다. 경제와 안보이익 사이의 갈등과 균열을 니어재단의 연구로 진행, ‘연미 화중’(聯美 和中) 개념을 제시했다. “동맹 유지속에서 중국과 전략 대화 심화”로 요약하겠다. 한국은 미국 일변도로 가선 안 된다. 균형외교라는 정교한 개념을 만들어 내야 한다. →중국은 우리를 째려보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미국에 편향적이란 불만이 있다. 한·미 동맹 상황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이 중국과 같은 배를 타고 있지만 딴 꿈을 꾸고 있다고 불신한다. 이성적 친구지만 감성적 타인이다. 중국은 주변 국가들과 미국이란 슈퍼파워에 둘러싸여 있다는 고립 의식이 강하다. 중화 정서와 함께 다중적인 마음의 밑바닥도 살펴야 한다. 경제적으로 두 나라는 보완적 생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한국을 친구로 둬야겠다는 바람도 크다. → 째려보는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중국인들도 정책 결정권을 쥔 권력 상층부와 일반인들의 생각에 큰 차가 있다. 중국의 정책결정 과정은 합의를 중시하는 집단지도체제여서 과거 매뉴얼대로 가는 경향이 높다. 보통 사람들은 세계사의 조류 속에서 변화하려 하고 대응도 현실적이다. 세대에 따라 문제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에도 큰 차이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화나 경제 성장에 따른 우리와의 격차도 좁혀지고, 시각 차와 갈등도 함께 줄 것이다. → 바람직한 한·중 관계는 어떤 것인가. -감성적으로도 친구가 돼야 한다. 우리는 중국을 강대국으로서 배려하면서 할 말은 다하고 대등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전략적 수정이 필요하다. 중국과 밀착하면서도 미국과도 적당한 선에서 균형을 취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를 쳐다보는 시각은 변화무쌍하고 엉켜 있다. 우리 외교안보 체제가 적응하지 못할 뿐이다. 미국이 우리 현실을 이해하도록 설득하고 새로운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생존과 함께 통일 방정식도 함께 풀어야 한다. → 중국이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지적도 했는데. -10년쯤 후인 2020년이면 정부 주도의 발전체제에서 벗어날 것이다. 국민의 상향요구와 시장의 힘이 커지고, 민주화 진전 속에서 공산당 일당의 사회 운영 골격도 달라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12년부터 10년동안 집권할 시진핑 현 부주석 이후의 ‘포스트 시진핑 시대’에 많은 갈등과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불안정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는 한국과 타이완이란 점에서 숙고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중국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 김정일 사후 중국의 역할은. -중국은 아직 북한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북한 나름대로 개혁·개방으로 가면 한·중 관계도 순탄하게 풀리겠지만 북한이 고립을 고수하면 양국 관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은 표현 자체가 완곡하고 느긋해서 그 본뜻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깨닫고 느낄 때는 이미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화가 나도 중국사람들은 마음에 품고 기다릴 줄 안다. 중국은 협상을 잘해야 하는 나라라기보다는 기존 방식으로 협상이 불가능한 나라다. 협상 순서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밀담을 통해 막후에서 주요 사안들을 조정하고, 예측 가능하지 않은 의외성도 대비해야 한다. 글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책꽂이]

    ●행복의 메신저(이상철·김해옥 지음, 일지사 펴냄) 27년간 대학에서 언론학을 강의한 이상철 중앙대 명예교수는 정년퇴임 후 긍정 심리학에 파고들었다. 그가 한 달에 한 번씩 주위 사람들에게 보낸 행복의 메시지를 35개 항목으로 정리했다. 1만 6000원. ●그녀가 죽길, 바라다(정수현 지음, 소담출판사 펴냄) ‘압구정 다이어리’ ‘셀러브리티’ ‘페이스 쇼퍼’ 등 젊은 감각으로 세태를 잘 반영해 주목받은 작가의 신작 소설. 이전에 보여준 흡인력 있는 빠른 전개는 여전하지만 ‘칙릿’으로 분류되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했고 분위기도 서늘해졌다. 1만 3000원. ●뉴스의 심장이 뛰게 하라(김수연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이 시대 뉴스 편집에 요구되는 원칙이나 경향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시작한 책.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소통하는 감성 코드란 새로운 편집 방향을 제시한다. 2만 5000원. ●지리학자가 쓴 도시의 역사(남영우 지음, 푸른길 펴냄) 고려대 지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인류 최초의 도시적 취락인 터키의 차탈 후유크, 폼페이, 마추픽추, 중국 장안성 등 인류 문화가 집약된 도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인류가 수많은 발명품을 창조해 왔지만 그중에서 가장 위대한 산물은 도시”라고 강조한다. 2만 5000원. ●1·2월의 모든 역사(이종하 지음, 디오네 펴냄) 과거 매년 1월과 2월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요약해 날짜별로 엮어낸 책. 한국사와 세계사 편으로 각각 발간됐으며 내년 6월까지 3~12월 역사에 해당하는 책이 시리즈로 발간된다. 각 1만 2000원. ●헌법의 풍경(김두식 지음, 교양인 펴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가 2004년에 펴낸 책의 개정 증보판. 지난 7년간의 사회적 변화와 개정된 법 조항을 반영해 내용을 대폭 손질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1만 4000원. ●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데버러 로드 지음, 윤재원 옮김, 알마 펴냄) 스탠퍼드대 법대 교수인 저자가 미국 대학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대학의 사명과 학문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고찰했다. 1만 6000원. ●오토코마에 두부(이토 신고 지음, 김치영·김세원 옮김, 가디언 펴냄) 일본 요식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2008년 매출 55억엔을 돌파한 오토코마에 두부점의 성공 비결을 정리했다. 1만 3000원.
  • [北 김정은시대 선언] ‘20대 권좌’ 독재자들 불행한 최후

    [北 김정은시대 선언] ‘20대 권좌’ 독재자들 불행한 최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후계자인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불과 27세에 권좌에 오르게 됐다. 20세기 이후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아버지의 권력을 넘겨받은 ‘20대 독재자’로 세계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 김 부위원장이 순탄하게 정권을 이어갈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세계사에 이름을 올린 20대 통치자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베이비 독’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아이티의 장 클로드 뒤발리에가 20세이던 1971년 아버지 ‘파파 독’ 프랑수아 뒤발리에의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세습한 것이 최초다. 그러나 국가 통치에 큰 관심이 없던 뒤발리에는 300만 달러를 들여 호화 결혼식을 올리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이어 갔고, 마약 밀매와 의학용 시체 거래에까지 손을 댔다. 결국 15년간 독재를 해 오다 1986년 민중들에 의해 쫓겨났다. 그는 지난해 아이티 지진 당시 “국가 재건을 위해 돌아왔다.”는 명목으로 귀국했지만 공금 유용 등의 혐의로 호텔방에서 체포당했다. 쿠데타를 통해 20대에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 가운데 가장 오래 통치한 인물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다. 지난 10월 20일 사살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27세인 1969년부터 무려 42년간 장기집권했다. 직접 민주주의를 표방한 그는 ‘자마히리야(인민국가) 체제’를 선포, 의회와 헌법을 폐지하고 독재를 강화했다. 그러나 올 초 시작된 북아프리카 민주화 열풍은 카다피의 철권 통치를 무너뜨렸고,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다니던 카다피는 끝내 사살당했다. 시에라리온의 발렌틴 스트라서와 라이베리아의 새뮤얼 도 역시 20대에 쿠데타를 통해 집권에 성공했지만 끝내 권력을 장악하지 못한 채 비참하게 물러나야 했다. 스트라서는 25세인 1992년 정권을 차지하며 세계 최연소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4년 만에 그의 심복이 이끈 또 다른 군사 쿠데타로 축출됐고, 자신의 경호원에 의해 수갑이 채워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미국의 식민지였던 라이베리아의 새뮤얼 도는 29세이던 1980년 쿠데타를 일으켜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인 의회 의장직에 올랐고 6년 뒤 최초의 토착민 출신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정치적 격변기를 수습하지 못해 국민들의 지지를 잃었고 라이베리아 내전이 발발했다. 결국 그는 반군 수괴인 프린스 존슨에 의해 고문을 당한 끝에 처형됐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기고] 독도에 당산숲을 조성하자/최재웅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기고] 독도에 당산숲을 조성하자/최재웅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예부터 우리 선조는 터를 잡고 살 곳을 정하면, 가장 먼저 그 지역의 자연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고 믿고, 신성한 장소를 택해 당산나무를 심고 당산 숲을 조성해 왔다. 주로 마을 뒷산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동안 많이 소실되어 사라지고, 교육이 잘못되어 많은 도시민은 이러한 소중한 숲이 우리 농어촌마을에 남아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당산 숲에서 마을주민들은 주로 정월 대보름 밤에 마을의 평화와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수백년간 지내오고 있다. 또 자연재해 방지용으로 하천변 등에 비보 숲을 만들어 마을을 보호해 왔다. 일본은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를 꿈꾸며 독도 침탈의 기회를 계속 노리고 있고, 그런 구실을 찾을 방법을 획책하고 있다. 독도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의 승패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 홍보전에서 어느 나라 국가브랜드가 높은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의도대로 독도가 국제사법재판소 재판대에 올려진다면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일본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동해 대신 일본해를 지지하는 미국, 영국이 그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일본은 독도와 관련하여 지난 수십년간 국제사회에 여론전을 펼치고 국제여론을 바꾸고자 세계 각국의 교과서 출판사, 국가기관, 세계지도 보급사, 관광 가이드북,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집요하게 로비를 펴 왔다. 독도가 세계지도에서 한국 영토로 인정받고, 일본이 독도 침탈의 꿈을 꾸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은 우리 선조가 이제껏 해 왔던 것을 독도에 실행하는 것이다. 즉, 독도에 전통마을 숲인 당산 숲·비보 숲을 조성하고 매년 당산제를 거행하는 것이다. 독도는 작은 섬이기 때문에 당산 숲이 어렵다면 당산나무 한 그루만 심어도 되며, 비보 숲을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서 제주도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방사탑(防邪塔)을 조성하면 된다. 당산제를 지내는 소식이 국내에만 보도된다면 의미가 없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한 당산제 관련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제주, 제관 등 당산제를 지내는 당사자는 독도 주민, 울릉도 주민 등 민간이 주도하고 지원은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것이다. 당산제가 끝나면 보통 풍물을 앞세운 지신밟기·달집태우기 등을 하는데, 이 시간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소녀시대 등 K팝 가수들의 노래를 듣게 한다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즉, 당산제와 뒤풀이 과정은 CNN·BBC·CCTV 등 세계 유명 방송사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교과서 출판사, 세계지도 보급사, 관광 가이드북, 언론사 등의 관계자를 독도로 직접 초청해서 보여주고, 그 이외의 세계사람들에게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중계하는 것이다. 일본이 태평양전쟁 때 상대국 여성들에게 천인공노할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추악한 국가로 주변국을 위협하는 믿지 못할 나라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한편, 독도에서 행하는 당산제와 뒤풀이, 곧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세계인이 즐기고 공유하는 국제적인 축제로서 올해부터 계속된다면 한국의 이미지와 국가브랜드는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며, 국제사회는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소설 ‘한반도’ 작가 김진명이 내다본 북한의 미래

    소설 ‘한반도’ 작가 김진명이 내다본 북한의 미래

    “우리 국민이 60년간 미루고 피해 오던 상황과 이제 맞닥뜨렸습니다.” 소설 ‘한반도’ 등을 통해 ‘소설이란 드러난 사실보다 더 진실하여야 한다.’는 믿음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사의 흐름을 천착해 온 소설가 김진명(53)씨는 19일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의 죽음으로 남한 국민들은 중대한 선택의 문제 앞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 사람들은 앞으로 북한으로 말미암아 불똥이 튀지 않기만을 바랄 것이다. 그러려면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정은이 아버지를 이어받아 군과 잘 협조해서 북한을 끌고 나가줘야 하지만 김정은은 군을 다스릴 만한 경륜이 없어서 어떤 사태가 날 수밖에 없다.”고 예견했다. 이어 지금 김정은은 중국에 기대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북한은 친중파가 장악할 것으로 보이나 친중파와 비(非)친중파 간에 권력 투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가 가장 겁내는 것은 북한에 내란이 일어나고 중국군이 북한에 주둔하는 것인데 그게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북한은 현재 혼자 설 수 없는 나라인 만큼 중국이 대거 북한을 접수할 겁니다. 그때 우리 국민은 중국의 행태를 못 본 척할 것이냐, 아니면 강력하게 경고하고 개입해야 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김 작가는 최근 중국 선원이 우리 해양 경찰을 살해한 사건을 들었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못 본 척 외면하고 양보하면서 국경을 침범하는 중국 어선을 조금씩 봐주고 부드럽게 하다 결국 우리 해경이 살해당하는 사태가 나지 않았느냐.”면서 “중국이 자꾸 북한에 개입하고 하나씩 장악하는 것을 모른 척 받아들이면 우리는 무사할지 몰라도 우리 자식이 전쟁터로 내몰리는 사태가 틀림없이 생길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북한에 대해 해야 할 일은 힘들더라도 단호하게 홀로 일어서는 것을 도와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이 북한에 개입하는 것은 철저하게 경고해야 하고, 그 경고를 듣지 않을 때는 충돌까지 피하지 않겠다는 정신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한국과 미국, 일본은 뭉칠 것이나 중국의 실질적인 북한 장악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가 주체가 되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해경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을 먹으면 다음은 당연히 우리 차례다. 이 시점이 우리가 싸워야 하는 순간이다. 피하면 나중엔 꼼짝 못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씨줄날줄] ‘9·11 트라우마’와 용산 빌딩/구본영 논설위원

    2001년 9월 11일. 미국 여객기 두 대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에 부딪혀 폭발한 날이다. 미국인들에게는 엄청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남긴 날임은 불문가지다. 빈라덴의 알카에다가 자행한 9·11테러는 미 본토가 유린된 첫 사례다. 미국인들에겐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 이상의 충격적 사건이었다. 오죽하면 미국 사회에서 9·11 이전(Before)과 이후(After)를 나누는 새 연대기가 회자됐겠는가.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배우자였던 무고한 시민 2837명이 하루아침에 쌍둥이 빌딩의 잔해 속에 파묻혔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9·11테러가 미국의 군사안보 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꿔 세계사의 물꼬를 돌렸다는 사실이다. 2차대전 후 미국의 군사전략의 근간은 ‘억지전략’이었다. 즉, 압도적 군사력으로 가상적이 덤빌 엄두조차 못하게 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자살테러처럼 비합리적 공세를 차단할 수 없는 게 한계였다. 뒷골목 세계에서도 목숨 걸고 덤비는 막가파 주먹에게는 큰 주먹의 위세가 안 먹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9·11 자살테러를 계기로 부시 행정부가 ‘선제공격론’으로 선회한 배경이다. 그러나 이에 따라 테러분자들을 미리 소탕하려고 벌인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미군 수가 9·11 희생자 수를 넘어선 지 오래다. 빈라덴도 예기치 못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9·11테러의 후폭풍이 뜻하지 않게 서울로 불어오고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쌍둥이 빌딩 ‘더 클라우드’가 9·11 테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국제적 시빗거리가 되면서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엊그제 “더 클라우드가 9·11 테러 직후 먼지와 건물 부스러기를 쏟아내던 WTC 건물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이후 9·11테러 유족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네덜란드 건축설계회사(MVRDV)가 홈페이지 글로 사과하기도 했다. 즉, “WTC를 형상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디자인 때문에 가슴 아파했을 분들께 사과한다.”는 요지였다. 혹여 디자인 논란의 이면에 설계사 측의 소위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 깔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용산 주상복합빌딩이 완공될 2016년까지 아직 긴 시간이 남았다. 영국 사학자 버터필드는 “역사적 사건엔 역사의 진로를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돌리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9·11 트라우마’가 빚은 이번 논란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한국의 랜드마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사설] ‘물수능’ 계속하겠다는 근거는 대체 뭔가

    지난 11월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수험생 64만여명이 어제 성적표를 받았다. 수능을 치른 뒤 가(假)채점한 결과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좋아한 수험생들 중 상당수는 성적표를 받고 실망했을 수도 있다. ‘물수능’으로 불릴 정도로 전반적으로 문제가 쉬워 경쟁 상대자인 다른 수험생들의 점수도 좋았기 때문이다. 시험은 절대적인 점수가 아닌 상대적인 점수, 등급이 중요한데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변별력이 떨어지는 ‘쉬운 수능’을 밀어붙였다. 동점자가 양산되면서 수능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정시에서는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가 쉽다 보니 한두 문제를 실수한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물수능의 대표적인 과목은 외국어(영어)였다. 무려 1만 7000여명이 원점수 기준 만점인 100점을 받았다. 동점자가 양산되면서 1등급이 6.53%로 2등급(5.28%)보다도 많은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통상 1등급은 4%대, 2등급은 7%대가 정상이다. 외국어시험이 얼마나 쉬웠는지를 알 수 있다. 과학탐구 과목인 지구과학Ⅰ도 비슷하다. 일부 입시학원에서는 사회탐구 과목인 한국지리, 세계사는 원점수 기준으로 50점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변별력도 없으니 제대로 된 시험이었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올 초 과목별 만점 1%를 맞추겠다고 ‘잘못된’ 약속을 한 것에 맞추려다 보니 이러한 일이 빚어지게 됐다. 물수능으로 혼란을 부채질한 교육당국은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겠다니 너무 무책임하다. 무슨 배짱이고 무슨 고집인지 모르겠다. 성태제 교육과정평가원장은 그제 “내년에도 ‘쉬운 수능’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물수능’을 계속하겠다고 하지만 문제가 쉽다고 사교육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쉬운 수능’으로 변별력이 떨어지는 탓에 하지 않아도 될 논술과외까지 하는 바람에 사교육비는 더 들어간다. 더 이상 혼란을 부추기지 말고 내년부터는 변별력을 갖춘 제대로된 수능이 돼야 한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더 이상 골탕 먹어서는 안 된다.
  • [2012학년도 수능성적 발표] 표준점수 3~14점 ↓… 외국어 두문제 틀려도 2등급

    [2012학년도 수능성적 발표] 표준점수 3~14점 ↓… 외국어 두문제 틀려도 2등급

    올해 수능은 ‘불수능’으로 불렸던 지난해보다 난이도가 대폭 낮아진 반면, 9월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와 수리 가에서는 상위권 학생 간 변별력이 확보됐지만 중상위권에 비슷한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영역별 만점자는 언어 0.28%(1825명), 수리 가 0.31%(482명), 수리 나 0.97%(4397명), 외국어 2.67%(1만 7049명) 등이었다. 수리 나를 제외한 영역은 당국의 목표였던 ‘만점자 1%’와 큰 격차가 있었다. ●언어·수리 가 변별력 확보 언어는 만점자가 3개 주요영역 중 가장 적었고, 표준점수 최고점 역시 137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3점만 떨어졌다. 그러나 1등급컷은 131점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2점이 올라 일부 고난도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성태제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언어는 EBS와 연계된 지문이 많았지만 학생들이 익숙한 지문이라는 생각에 꼼꼼히 읽지 않고 바로 답을 골라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문항을 많이 틀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때문에 만점자 비율 역시 예상보다 낮았다.”고 설명했다. 언어 영역은 현재 수능과 비슷한 모습을 갖춘 2005학년도 이후 두 번째로 만점자 비율이 낮았다. 수리 가형 만점자는 0.31%로 역대 수능 중 가장 어려웠던 지난해 0.02%에 비해 크게 늘었다. 표준점수 최고점도 139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14점이나 떨어졌다. 그러나 1등급 컷은 130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2점 하락하는 데 그쳐 최상위권 변별력은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 원장은 만점자 비율이 낮은 이유로 “6·9월 모의평가처럼 EBS 교재 및 강의와 70% 이상 연계했지만 수험생들이 연계 문항의 바뀐 조건이나 문제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외국어 영역은 2005학년도 이후 만점자 수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수능의 12.3배에 이른다. 최고점(130점)과 1등급컷(128점)의 차이가 2점에 불과해 2문제만 틀려도 1등급이 되지 못할 수 있고, 1등급 비율도 6.53%인 4만 1662명에 달했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는 “외국어 1등급이 6%를 넘어서 변별력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입시 지도를 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언어와 수리가 어려웠던 것이 다행일 정도”라고 말했다. ●탐구·제2 외국어 과목별 격차 줄어 탐구영역과 제2 외국어는 지난해보다 과목별 난이도 격차가 다소 줄어들었다. 제2 외국어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은 러시아어가 86점으로 가장 높아 난이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어·프랑스어가 67점으로 가장 낮았다. 독일어 68점, 스페인어 70점, 일본어 69점, 한문은 73점이었다. 특히 가장 쉽게 출제돼 해마다 ‘로또 과목’으로 불렸던 아랍어는 올해 표준점수가 83점으로,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회탐구 11개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윤리·국사·경제가 70점으로 가장 높았고, 한국지리가 64점으로 가장 낮았다. 또 세계지리 67점, 경제지리 67점, 한국 근·현대사 69점, 세계사 66점, 법과 사회 68점, 정치 68점, 사회·문화 68점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과학탐구 영역은 물리Ⅰ 71점, 화학Ⅰ 68점, 생물Ⅰ 73점, 지구과학Ⅰ 68점, 물리Ⅱ 69점, 화학Ⅱ 70점, 생물Ⅱ 75점, 지구과학Ⅱ 67점으로, 최고점 격차는 8점이었다. 성 원장은 “탐구영역의 경우 선택이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줄었고, 의대 선호로 인해 과학탐구 응시자가 늘어나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면서 “교과별로 내용이 다르고 응시자 수도 달라 평균점수를 맞추기 쉽지 않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용어클릭] ●표준점수 영역별 응시자들 가운데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를 보여주는 점수다. 각 영역에서 맞은 문항의 점수를 그대로 더한 원점수와 달리 수험생 성적이 표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보여준다. 원점수가 같더라도 응시자의 평균에 따라 표준점수는 달라진다. 수능에서 응시영역과 과목을 수험생이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도입했다. ●백분위 과목별 만점을 100점으로 환산해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낸 것이다. 수험생이 얻은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응시자 가운데 몇 %인지를 뜻한다. 예를 들어 백분위 점수가 63.0이라면 이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63.0%라는 뜻이다. ●등급 수험생을 영역별·과목별 표준점수 순서에 따라 9개 집단으로 나눈 것이다. 1등급 상위 4%, 2등급 11%, 3등급 23%, 4등급 40%, 5등급 60%, 6등급 77%, 8등급 96%, 9등급 100%까지 끊어서 구분한다. 실제 과목마다 차이가 있는 것은 동점자의 경우 상위 등급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포커스人] 나승렬 농산물품질관리원장 “농업 중요성 평가절하 안타까워”

    [포커스人] 나승렬 농산물품질관리원장 “농업 중요성 평가절하 안타까워”

    나승렬(53)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은 13일 “식량은 개인에게는 생명의 원천이요, 국가에는 부국강병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원장은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강한 나라들에서 농업 비중은 줄고 있지만 농업·농촌의 가치는 여전히 존중받고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다 보니 농업·농촌의 중요성도 평가절하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 원장은 사상가들의 입을 빌려 세계 각국의 식량농업정책이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식량이 돌면 세계사가 바뀐다’(가제)라는 저서를 집필 중이다. 1년여 동안 500여권의 인문사회 고전을 읽으며 인물을 추려내는 작업을 했다. 중국의 공자, 미국의 링컨, 인도의 간디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세계인들로부터 추앙받는 사상가들이다. ●세계 식량정책 주제로 집필 중 세계 역사에서 문명 이후 3000여년에 걸쳐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사상가들이 한결같이 식량 농업을 강조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는 “집필 마무리 단계에 있는 책에는 세계사에서 큰 획을 그은 인물들이 무려 100여명 가까이 소개된다.”면서 “그들 대부분이 식량의 중요성을 역설했다.”고 강조했다. 책은 내년 초쯤 발간될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흡연 피해 소송을 맡았던 배금자 변호사의 남편인 나 원장은 국제 농업 기술 협력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2008년 10월부터 농촌진흥청에서 2년 6개월가량 기술협력국장으로 재직하며 아프리카·아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의 빈곤 해결을 위해 농업 기술을 전수해주는 업무를 맡았다. 그가 농촌진흥청에 재직하던 당시부터 베트남·케냐 등 개발도상국에 농업 기술을 전수해주는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가 건립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11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런 경험 덕에 그는 세계의 식량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한국 음식 글로벌화 기여하고파” 나 원장은 이 책에서 나름의 지구촌 식량 문제 해법도 제시한다. 그는 “선진국들이 2차대전 이후 반 세기가 넘는 동안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을 도와주려고 2조 달러 이상 쏟아부으면서 노력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라면서도 “국가 차원의 원대한 계획보다는 마이크로크레디트 같은 소액 금융이라든가 우물을 파는 등 조그마한 마을 공동체 단위로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국제 분야에서 한국의 발달된 농업 기술뿐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를 통해 우리나라 음식 문화를 글로벌화하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만화가 이현세 “필화사건 겪으며 더 겸손해져 인터넷 웹툰은 그리지 않을 것”

    만화가 이현세 “필화사건 겪으며 더 겸손해져 인터넷 웹툰은 그리지 않을 것”

    그는 초록색과 빨간색이 같이 있으면 구분하기 어려운 적록색약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즐기는,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가다. 이현세(57)씨가 세계사 학습 만화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녹색지팡이 펴냄)를 전체 15권으로 완간하고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났다. “‘천국의 신화’ 때문에 6년을 재판하고 나머지를 그리느라 4년을 고생했더니 어린이와 멀어져서 사인회에 가면 내 이름도 모른다. 다른 만화가들 앞에는 줄이 쫙 있는데 내 앞에는 몇 명 오지도 않고, 와서는 둘리를 그려 달라고 하더라.” 그가 어린이를 위한 학습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다. 한국의 상고사를 복원하고자 했던 대작 만화 ‘천국의 신화’는 음란물 배포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로 끝났다. 이씨는 “역사를 보는 눈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게 됐다. 필화 사건을 겪으며 내 만화는 독이었나 아니면 세상에 작은 빛이라도 되었나 돌아보게 됐다. 잃어버린 세월 10년 때문에 겸손해졌고 덕분에 아이들을 위한 학습만화를 그릴 수 있게 됐다.”고 지난 사건을 돌이켰다. 학습 만화 ‘한국사 바로 보기’에 이어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까지 끝내자 그에게는 다시 어린이 팬이 생겨났다. 요즘 아이들과 ‘공포의 외인구단’을 보고 자란 부모가 함께 까치, 엄지, 두산, 동탁 등 그가 창조한 캐릭터를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작가에게는 무척 행복한 일이다. 이번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를 그리면서 이씨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아프리카, 중동, 남미, 동남아의 역사였다. 과거 식민지의 아픔을 겪었던 나라들은 왜 국경선이 직선인가, 북미는 거대한 두 제국인데 남미는 왜 갈라졌나 등의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권력보다 백성들의 삶 생생히 묘사 특히 권력의 이동보다는 백성의 삶을 생생하게 살피고자 애썼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을 그릴 때도 권력에 눈이 먼 영웅의 일대기가 아니라, 정복한 나라의 백성에게 자유란 개념을 찾아줘서 환대를 받았다는 식의 재미있는 접근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만화가는 외과의사와 비슷하다.”란 지론을 폈다. “안 보이고 손 떨리면 안 된다는 것과 작업은 본인이 하고 돈은 사모님이 쓴다.”는 게 같단다. 담배는 끊었지만 여전히 술은 많이 마신다는 이씨는 고혈압, 당뇨 같은 지병보다 눈과 손의 건강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삼국지’다. 삼국지는 많은 작가가 재해석에 도전한 고전. 만화로는 고(故) 고우영의 삼국지가 유명하다. 이씨는 “삼국지에 수많은 영웅이 있는데 왜 유비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가로 접근할 것이다. 유비는 의로움으로, 관우는 신의로, 장비는 의리로 그릴 생각이다. 유비가 얼마나 어진 사람이었는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작품은 ‘만화 삼국지’ 맥주, 금융회사 등의 광고 모델을 하기도 했던 이씨는 최근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의 광고를 촬영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라 젊은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뱃살을 빼고 오라는 조건을 받아들여 힘들게 사진을 찍었다며 껄껄 웃었다. 만화가로서의 자존심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라가는 웹툰은 그리지 않는다는 것. 세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씨는 “지금만큼 한국 만화 시장이 좋은 때는 없다. 나는 젊었을 때 내 책을 내 이름으로 내고 싶은 갈증을 겪었지만 요즘은 뜻이 있다면 누구나 자기 만화를 발표할 수 있다.”며 웹툰의 장점부터 먼저 꺼냈다. 하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한 작가에게 부와 명예가 쏠리는 현상이 있고, 작가들이 지나치게 소모된다는 단점도 들었다. 200~300명의 작가가 웹툰을 연재하지만 10~20명에게만 고액의 원고료가 지급된다는 것. 그리고 포털 사이트는 출판사처럼 작가의 내공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작가의 감성이 떨어지면 언제든 버릴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 만화가 드라마, 영화 등의 원천 소재로만 이용되는 듯해 자존심이 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꿈은 70대가 되면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는 동화를 그리는 것이다. 남은 60대는 아직 파도치는 바다 위에 던져두었단다. ‘아마겟돈’으로 뼈아픈 실패를 맛본 애니메이션에 다시 도전할 생각도 있고 게임이나 창작 만화를 해 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마감 뒤에도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열변을 토하는 이씨는 여전히 ‘젊은 작가’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만화가 이현세 “필화사건 겪으며 더 겸손해져 인터넷 웹툰은 그리지 않을 것”

    만화가 이현세 “필화사건 겪으며 더 겸손해져 인터넷 웹툰은 그리지 않을 것”

    그는 초록색과 빨간색이 같이 있으면 구분하기 어려운 적록색약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즐기는,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가다. 이현세(57)씨가 세계사 학습 만화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녹색지팡이 펴냄)를 전체 15권으로 완간하고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났다. “‘천국의 신화’ 때문에 6년을 재판하고 나머지를 그리느라 4년을 고생했더니 어린이와 멀어져서 사인회에 가면 내 이름도 모른다. 다른 만화가들 앞에는 줄이 쫙 있는데 내 앞에는 몇 명 오지도 않고, 와서는 둘리를 그려 달라고 하더라.” 그가 어린이를 위한 학습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다. 한국의 상고사를 복원하고자 했던 대작 만화 ‘천국의 신화’는 음란물 배포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로 끝났다. 이씨는 “역사를 보는 눈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게 됐다. 필화 사건을 겪으며 내 만화는 독이었나 아니면 세상에 작은 빛이라도 되었나 돌아보게 됐다. 잃어버린 세월 10년 때문에 겸손해졌고 덕분에 아이들을 위한 학습만화를 그릴 수 있게 됐다.”고 지난 사건을 돌이켰다. 학습 만화 ‘한국사 바로 보기’에 이어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까지 끝내자 그에게는 다시 어린이 팬이 생겨났다. 요즘 아이들과 ‘공포의 외인구단’을 보고 자란 부모가 함께 까치, 엄지, 두산, 동탁 등 그가 창조한 캐릭터를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작가에게는 무척 행복한 일이다. 이번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를 그리면서 이씨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아프리카, 중동, 남미, 동남아의 역사였다. 과거 식민지의 아픔을 겪었던 나라들은 왜 국경선이 직선인가, 북미는 거대한 두 제국인데 남미는 왜 갈라졌나 등의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권력보다 백성들의 삶 생생히 묘사 특히 권력의 이동보다는 백성의 삶을 생생하게 살피고자 애썼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을 그릴 때도 권력에 눈이 먼 영웅의 일대기가 아니라, 정복한 나라의 백성에게 자유란 개념을 찾아줘서 환대를 받았다는 식의 재미있는 접근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만화가는 외과의사와 비슷하다.”란 지론을 폈다. “안 보이고 손 떨리면 안 된다는 것과 작업은 본인이 하고 돈은 사모님이 쓴다.”는 게 같단다. 담배는 끊었지만 여전히 술은 많이 마신다는 이씨는 고혈압, 당뇨 같은 지병보다 눈과 손의 건강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삼국지’다. 삼국지는 많은 작가가 재해석에 도전한 고전. 만화로는 고(故) 고우영의 삼국지가 유명하다. 이씨는 “삼국지에 수많은 영웅이 있는데 왜 유비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가로 접근할 것이다. 유비는 의로움으로, 관우는 신의로, 장비는 의리로 그릴 생각이다. 유비가 얼마나 어진 사람이었는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작품은 ‘만화 삼국지’ 맥주, 금융회사 등의 광고 모델을 하기도 했던 이씨는 최근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의 광고를 촬영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라 젊은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뱃살을 빼고 오라는 조건을 받아들여 힘들게 사진을 찍었다며 껄껄 웃었다. 만화가로서의 자존심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라가는 웹툰은 그리지 않는다는 것. 세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씨는 “지금만큼 한국 만화 시장이 좋은 때는 없다. 나는 젊었을 때 내 책을 내 이름으로 내고 싶은 갈증을 겪었지만 요즘은 뜻이 있다면 누구나 자기 만화를 발표할 수 있다.”며 웹툰의 장점부터 먼저 꺼냈다. 하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한 작가에게 부와 명예가 쏠리는 현상이 있고, 작가들이 지나치게 소모된다는 단점도 들었다. 200~300명의 작가가 웹툰을 연재하지만 10~20명에게만 고액의 원고료가 지급된다는 것. 그리고 포털 사이트는 출판사처럼 작가의 내공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작가의 감성이 떨어지면 언제든 버릴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 만화가 드라마, 영화 등의 원천 소재로만 이용되는 듯해 자존심이 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꿈은 70대가 되면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는 동화를 그리는 것이다. 남은 60대는 아직 파도치는 바다 위에 던져두었단다. ‘아마겟돈’으로 뼈아픈 실패를 맛본 애니메이션에 다시 도전할 생각도 있고 게임이나 창작 만화를 해 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마감 뒤에도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열변을 토하는 이씨는 여전히 ‘젊은 작가’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만화가 이현세가 절대로 웹툰을 안그리는 이유는?

    만화가 이현세가 절대로 웹툰을 안그리는 이유는?

    그는 초록색과 빨간색이 같이 있으면 구분하기 어려운 적록색약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즐기는,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가다. 이현세(57)씨가 세계사 학습 만화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녹색지팡이 펴냄)를 전체 15권으로 완간하고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났다. “‘천국의 신화’ 때문에 6년을 재판하고 나머지를 그리느라 4년을 고생했더니 어린이와 멀어져서 사인회에 가면 내 이름도 모른다. 다른 만화가들 앞에는 줄이 쫙 있는데 내 앞에는 몇 명 오지도 않고, 와서는 둘리를 그려달라고 하더라.” 그가 어린이를 위한 학습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다. 한국의 상고사를 복원하고자 했던 대작 만화 ‘천국의 신화’는 음란물 배포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로 끝났다. 이씨는 “역사를 보는 눈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게 됐다. 필화 사건을 겪으며 내 만화는 독이었나 아니면 세상에 작은 빛이라도 되었나 돌아보게 됐다. 잃어버린 세월 10년 때문에 겸손해졌고 덕분에 아이들을 위한 학습만화를 그릴 수 있게 됐다.”고 지난 사건을 돌이켰다. 학습 만화 ‘한국사 바로 보기’에 이어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까지 끝내자 그에게는 다시 어린이 팬이 생겨났다. 요즘 아이들과 ‘공포의 외인구단’을 보고 자란 부모가 함께 까치, 엄지, 두산, 동탁 등 그가 창조한 캐릭터를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작가에게는 무척 행복한 일이다. 이번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를 그리면서 이씨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아프리카, 중동, 남미, 동남아의 역사였다. 과거 식민지의 아픔을 겪었던 나라들은 왜 국경선이 직선인가, 북미는 거대한 두 제국인데 남미는 왜 갈라졌나 등의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권력의 이동보다는 백성의 삶을 생생하게 살피고자 애썼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을 그릴 때도 권력에 눈이 먼 영웅의 일대기가 아니라, 정복한 나라의 백성에게 자유란 개념을 찾아줘서 환대를 받았다는 식의 재미있는 접근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만화가는 외과의사와 비슷하다.”란 지론을 폈다. “안 보이고 손 떨리면 안 된다는 것과 작업은 본인이 하고 돈은 사모님이 쓴다.”는 게 같단다. 담배는 끊었지만 여전히 술은 많이 마신다는 이씨는 고혈압, 당뇨 같은 지병보다 눈과 손의 건강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삼국지’다. 삼국지는 많은 작가가 재해석에 도전한 고전. 만화로는 고(故) 고우영의 삼국지가 유명하다. 이씨는 “삼국지에 수많은 영웅이 있는데 왜 유비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가로 접근할 것이다. 유비는 의로움으로, 관우는 신의로, 장비는 의리로 그릴 생각이다. 유비가 얼마나 어진 사람이었는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맥주, 금융회사 등의 광고 모델을 하기도 했던 이씨는 최근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의 광고를 촬영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라 젊은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뱃살을 빼고 오라는 조건을 받아들여 힘들게 사진을 찍었다며 껄껄 웃었다. 만화가로서의 자존심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라가는 웹툰은 그리지 않는다는 것. 세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씨는 “지금만큼 한국 만화 시장이 좋은 때는 없다. 나는 젊었을 때 내 책을 내 이름으로 내고 싶은 갈증을 겪었지만 요즘은 뜻이 있다면 누구나 자기 만화를 발표할 수 있다.”며 웹툰의 장점부터 먼저 꺼냈다. 하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한 작가에게 부와 명예가 쏠리는 현상이 있고, 작가들이 지나치게 소모된다는 단점도 들었다. 200~300명의 작가가 웹툰을 연재하지만 10~20명에게만 고액의 원고료가 지급된다는 것. 그리고 포털 사이트는 출판사처럼 작가의 내공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작가의 감성이 떨어지면 언제든 버릴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 만화가 드라마, 영화 등의 원천 소재로만 이용되는 듯해 자존심이 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꿈은 70대가 되면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는 동화를 그리는 것이다. 남은 60대는 아직 파도 치는 바다 위에 던져두었단다. ‘아마겟돈’으로 뼈아픈 실패를 맛본 애니메이션에 다시 도전할 생각도 있고 게임이나 창작 만화를 해 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마감 뒤에도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열변을 토하는 이씨는 여전히 ‘젊은 작가’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누구는 이달 말이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이라고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미 넘었다고도 한다. 누가 맞았는지 정확히 알거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 인구 70억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꼼수’가 등장했다. 유엔은 아예 31일을 ‘70억 인구의 날’로 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동인권운동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 북동부 우타르프라데시아주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를 ‘70억번째 아이’로 공인한다고 발표했다. 1초마다 2.5명, 1분에 150명씩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죽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누가 70억번째인지 어차피 알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벤트인 셈이다.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70억이 사는 지구는 마냥 축복할 수 없는 일이다.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화 ‘덕택’에 한 나라의 불행은 다른 나라의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지며 지구는 이미 완벽히 ‘연동’된 상태다. 과연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해줄 만한 사람의 강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역사상 가장 ‘비관적’인 책을 쓴 사람으로 꼽히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다. 지난 200여년간 그의 저서 ‘인구론’에 비할 만한 논쟁을 낳은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유일하다고 평가된다. 인구 10억명 시대에 살았던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 맬서스는 오늘날의 지구를 어떻게 평가할까. 2011년에 부활한 맬서스의 인구론 1, 2강을 들어보자. 제1강 ‘음울한 과학’ 인구론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강연을 기대했는데,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시는 분들의 표정이 보이는군요. 네. 전 선천성 구개파열, 소위 말하는 언청이죠. 그래도 지금 보시다시피 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은 케임브리지대 지저스 칼리지에 입학한 이후에 여러 웅변대회를 휩쓸 정도였으니 강연에 대한 실망은 접으셔도 됩니다. 강단에 올라오기 전에 좀 들어보니 다들 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시더군요. 이해합니다. 200년이 지났으니, 제가 한 일만 남고 제 자신은 희미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우선 간단히 제 배경을 얘기하면서 시작하죠. 전 대학을 졸업한 후에 목사로 일했고, 나름대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1793년에는 지저스 칼리지의 평의원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주요한 관심은 당시의 정치와 경제에 있었습니다. 특히 복지정책이나 식량가격정책에 대해 깊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39살에는 이스트인디아컴퍼니 칼리지의 교수가 되면서 역사, 정치, 상업, 금융을 가르쳤습니다. 담당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처음 만들어진 분야였죠. 흔히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시조라고 여기지만, 스미스는 도덕철학 담당 교수였어요. 결국 제가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가 된 셈이죠.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가 오늘 여기 선 이유가 된 책. 바로 ‘인구의 원리에 관한 소론:고드윈, 콩도르세 및 기타 저술자의 연구를 논평하면서 장래의 사회개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함’이죠. 너무 기니까 그냥 여러분들이 부르는 대로 ‘인구론’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원래 제 아버지와의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목사였던 제 아버지 대니얼 맬서스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당시 철학가나 정치인들과 비슷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던 단계였고 양모 수요가 늘어나면서 귀족과 중간계급이 대규모 목양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를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도시빈민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부양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전 이 정책이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장기적인 악수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초판의 서문에 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책은 사라지고 이 문구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인구는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죠. 인간은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구는 1, 2, 4, 8, 16, 32…로 증가하죠. 반면 식량은 마음대로 증산할 수 없기 때문에 1, 2, 3, 4, 5, 6, 7, 8…로 늘어납니다. 그럼 지금 인구와 식량이 1:1이라면 200년 후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은 259:9, 300년 후에는 4096:13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식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면서 격차는 좁아지겠지만 균등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인류가 파국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인구론은 그 해결책 역시 담고 있었습니다. 인구 증가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전쟁, 기아, 질병 같은 ‘적극적 억제’와 출산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예방적 억제’가 있습니다. 전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습니다. 목사인 제가 어떻게 적극적 억제를 하라고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혼을 늦게 하거나 빈민에게 청결을 권고하지 말고, 도시의 거리와 집은 더 좁고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하면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평균수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잔혹하다고요. 인구증가로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구론은 ‘성경’이 아닙니다. 단지 제 스스로 생각했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제 주장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 평생 악평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사회학적으로 해결책을 고찰했던 제 이론들은 빈민구제나 복지정책에 대한 반대 근거로 사용되며 기득권만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18세기에 저보다 앞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사람은 많았죠. 단지 제 이론이 산업혁명 급변기의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또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당시를 대표하는 이론이 되지 않았을까요. 제2강 ‘수정 인구론’ 자, 그럼 현실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11년의 오늘을 보니 제가 예측했던 것과 확실히 다르군요. 200여년이 지났으니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259:9여야 한다는 말인데 전혀 그렇지 않군요. 원인을 분석해 보니 전 산업혁명의 초창기의 암울한 분위기에 치중했던 나머지 인류가 얼마나 놀라운 발전을 할지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와 식량에 대한 제 전제를 다시 써야 하겠죠. 다만 변명을 하자면 저는 생전에 제 의견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겁니다. 인구론은 개정판이 나왔고 그때 내용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는데, 지금 사람들은 초판만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2판에서 인구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기도 했죠. 또 빈민구제도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보며 조절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강조했던 예방적 억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인구억제 정책을 썼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아이를 적게 낳고 있습니다. 인구증가율이 높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결혼연령을 늦추고 피임을 유도하는 등 제 200년 전 주장을 쓰고 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지만 인구증가율은 둔화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 실질적으로 줄어드느냐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인구증가가 식량과만 연관을 맺는 것뿐 아니라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제가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인구증가는 아직도 막아야 하는 숙제입니다. 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제 전제는 분명 틀렸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 생산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높아진 경우도 있더군요. 그러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직 굶어죽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비교적 충분해진 식량을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하는 분배의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의 강연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경제학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사회상황에 치중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는 전문가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몫입니다. 제 시절에 장 바티스트 세이는 “공급이 수요을 창출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전 공급 과잉 현상이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훨씬 적합한 얘기 아닌가요. 이래도 제가 단순히 한물 간 경제학자, 거짓 예언자이기만 할까요.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없습니다. 70억이 살아가는 지구라면 더 그렇습니다. 2025년에는 80억의 지구가 됩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박중서/네이버 인물세계사) 교양세계사(동서역사문화연구회/우물이있는집) 경제학콘서트(팀 하포드·이진원/웅진지식하우스) 부의 탄생(윌리엄 번스타인·김현구/시아출판사) 더 이코노미스트 2011년 10월 22일/‘세 섬 이야기’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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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호 기념사업회장 “눈물겨운 최초의 시민운동… 대구의 자랑이죠”

    김영호 기념사업회장 “눈물겨운 최초의 시민운동… 대구의 자랑이죠”

    “대구가 우리나라 근대사의 중심지입니다. 대구에서 일어나 전 국민이 참여했던 국채보상운동이 그 증거지요.” 김영호(71·전 산업자원부 장관)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은 3일 국채보상기념관의 건립을 앞두고 “대구시민은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구한말의 국채보상운동을 평가한다면. -국채보상운동은 단순히 외채를 갚자는 운동이 아니었다. 정부가 빌린 돈 1300만원을 못 갚게 되자 국민이 스스로 술 안 마시고 담배를 끊어가며 갚겠다며 펼친 눈물겨운 운동이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를 ‘최초의 시민운동’이라고 했고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최초로 비정부기구(NGO)가 중심이 된 국민적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들도 나섰던 만큼 박용옥 전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 최초의 근대적 여성운동’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국민이 모금해 나라 빚을 갚자는 것이었으니 ‘경제주권회복운동’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 오늘날 확산되는 기부 문화도 국채보상운동이 시발점이라고 보면 된다. 이 운동에 당시 지식인은 물론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난 기생까지 동참했다. →왜 대구에서 먼저 일어났나. -당시 너무 많은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들렸다. 이런 불씨에 불을 붙인 김광제·서상돈 선생 등 많은 선각자들이 대구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김 선생은 1905년 경찰 경무관으로 재임 중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이에 반대해 친일파 탄핵 및 부정부패 일소를 주장하는 사직 상소를 올렸다. 이로 인해 전북 고군산도로 유배됐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고 1906년 대구에서 서 선생과 함께 ‘광문사’라는 인쇄소 겸 출판사를 설립,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했다. 서 선생은 경북 김천의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상업으로 큰 재산을 모았다. 독립협회가 창설되자 재무담당 간부로 활동하면서 1898년 만민공동회에 참여, 외세의 내정간섭을 규탄하며 국권수호와 민권신장에 힘썼다. 독립협회가 해산되자 대구로 돌아온 김광제·서상돈 선생은 광문사 사장과 부사장으로 각각 활동하면서 외국의 신학문과 실학 서적을 번역, 편찬해 근대사상을 전파했다. →운동은 어떻게 전개되나. -국채보상운동은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의 보도에 의해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발행부수 1만부를 자랑하던 최대 권위지 대한매일신보는 1907년 2월 21일자에 대구민의소가 발표한 ‘국채보상취지서’ 전문을 게재하고 모금운동에 불을 댕겼다. 그때 김 선생과 서 선생은 대한매일신보의 지사원을 겸하고 있었다. →어떻게 기념관 건립사업과 인연을 맺었나. -젊은 시절 부채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부터 국가채무에 관심이 많았다. 이후 일본에서 도쿄대 교수로 재직하다 1996년 경북대에 복직했다. 대구지역 경제인들과 자주 만나면서 대구에서 발상된 국채보상운동이 100년이 되도록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을 알았다.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민족운동이 역사 속에 묻힌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당시 대구시장에게 국채보상운동 이슈화를 설득했고, 1997년 대구에서 ‘국채보상 90주년 기념행사’와 국제심포지엄를 열었다. →기념관 건립에 우여곡절이 많았다는데. -현재 기념관은 당초 계획(1557㎡)된 것보다 축소된 것이다. 기념관이 들어서는 곳이 국채보상기념공원인데 녹지공간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규모가 줄었고 준공도 늦어졌다. 기념사업회 입장에서는 기념관이 완공되면 전국에서 관람객이 몰릴 것이니, 원안대로 넉넉하게 짓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대구시의 입장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데. -모두 국가채무가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부채들이 남부 유럽은 물론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을 낭떠러지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이른다. 외국자본 비율도 너무 높다. 외환위기 때 우리 자산을 외국에 팔아서 빚을 갚았다. 개방을 하되 적어도 안방과 기둥뿌리는 지켜야 한다.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으로 경제적인 주권회복에 정부나 국민이 나서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창원, 세계사격대회 유치 추진

    경남 창원시가 제52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창원시는 2018년 열리는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30일 시청회의실에서 유치위원회를 구성, 박완수 창원시장과 김정 대한사격연맹회장을 공동위원장에 임명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명예위원장에 위촉됐다. 또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박갑철 한국체육언론인 회장, 이상철 국제스포츠외교연구회장, 이우재 국제사격연맹 집행위원 등 4명은 고문으로 추대됐다. 유치위는 앞으로 국내외 홍보활동은 물론, 정부·지방자치단체·유관기관·국제기구 등과 긴밀하게 협조해 대회 유치를 위한 각종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 먼저 10월과 11월에 쿠웨이트와 독일에서 각각 열리는 아시아사격연맹(ASC) 총회와 국제사격연맹(ISSF) 기술위원회에 참가해 연맹 임원 등을 대상으로 유치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2018년 대회 개최지는 내년 4월 17일 런던 ISSF 총회에서 결정된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글로벌 시대] 달라져야 할 테러와의 전쟁/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달라져야 할 테러와의 전쟁/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더 안전해진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나.” 9·11 테러 10주년을 지내며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 안전, 이슬람과 서구문명을 둘러싼 논의 속에서 우리는 이 질문을 그저 지나칠 수 없었다. 10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 온 미국은 지난 5월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고, 그의 무장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타격을 가했다. 1차 표적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때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과 세계에 많은 부정적인 유산과 후유증을 남겼다. 국가 안전을 빌미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는 비대해진 미국 안보관료조직과 관련 기구들, 3조 7000억~4조 4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아프간 및 이라크전쟁 비용. 이 와중에 48만명이 죽어갔다. 미국의 위상 및 가치관 추락과 국가적 분열, 일방주의 외교로 인한 강대국 간의 반목과 불신. 선제공격의 기정사실화에 따른 전지구적인 전쟁 불안 확산. 테러와의 전쟁을 기준으로 적과 아군으로 갈라진 국제사회. 국제적인 화해와 협력 속에서 인류 삶의 질 향상과 생존 조건의 개선을 위해 건설적인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잃어버린 지난 10년의 기회들. 미국 자신도 그 사이 세계사의 거대한 변화와 미래 경쟁 대비에 소홀했고 그 결과 미국 경제의 쇠락 조짐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난과 반성 속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29일 ‘반테러전략’을 발표, 부시 정부의 전략과 차별성을 주장했다. 이 반테러전략의 특징은 우선 알카에다 등 무장테러조직들을 일반적인 이슬람세계와 분리하고, 이슬람세계와의 화해를 모색한 데 있다. 국제적으로는 다자적인 반테러 협력을 펼치면서 책임과 역할을 분담했다. 영국처럼 정보 공유부터 훈련과 전투를 함께한 ‘가치 공유’의 동맹국도 있었지만, 대다수 나라들은 다만 테러조직의 파괴 행동을 반대해 미국과 나란히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다. 테러와의 전쟁을 미국의 가치관과 국제법적인 적법성의 테두리안에서 추진하려고 노력하는 점도 부시 정권과는 다른 오바마 정부 전략의 특징 중 하나다. 이를 통해 미국 등 서방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합법성을 강화하고 무장 테러조직들을 온건한 이슬람과 시민사회에서 떼어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테러조직에 대한 이념적, 논리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설득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또 국내적으로 미국의 가치관과 법률에 적합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의 장기화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본토의 안전 확보는 오바마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우선 순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제 미국 국외로부터의 테러위협 이외에도 미국 본토에서 생겨나는 자생적인 테러 위협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 사회의 계층 이동 흐름이 더뎌지고, 커지는 소득 불평등과 악화되는 생존 조건 속에서 미국 안보당국은 자생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바마 정부의 테러와의 전략은 부시 정권 때와는 겉모습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바마 역시 테러와의 전쟁을 미국의 의무이자 세계 질서의 패권 유지 수단으로 생각한다.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미국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패권유지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바마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제도 및 역량 건설과 심리적인 대응 능력 및 국가적인 회복 능력을 강조해 왔다. 미국의 가치관과 신앙, 미국인들의 단결을 외쳐 왔다. 그러나 오바마 역시 냉전적인 사고방식에 기반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군사력을 우선시하고, 대립과 전쟁을 활용하는 낡은 방식도 예전 정권과 다름이 없다. 무인폭격기를 동원해 여기저기 폭격하고, 알려지지 않은 전투들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발상의 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와 테러범들에게 자양분을 대주고, 토양이 되는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세계는 안전해졌는가. 과연 우리는 누구를 원망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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