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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받은 ‘미국의 정신’/최철호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클린턴 대통령이 역사적인 하원 탄핵을 받던날 워싱턴은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다. 어두운 구름을 배경으로 워싱턴 중심에 자리한 백악관 건물의 흰색은 왠지 곱지만은 않았다. 더는 도덕적 최고지도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 그가 집무하는 건물 앞에 휘날리는 성조기는 무겁게만 느껴졌다. 미국은 지금 심각한 정신적인 혼란의 와중에 있어 보인다. 최고의 덕망과 인품을 지닌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대통령이 추한 성추문과 관련,탄핵을 당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사를 만들어 낸다고 자칭하는 백악관 내에서 행한 추한 행동을 큰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는 실정이 더욱 그렇게 보이게 만든다. 가장 위대한 나라 국민들의 대표라고 자부하는 의회 지도자들 역시 같은 추잡한 성추문에 나동그라지고 무엇이 큰 죄이고 무엇이 작은 죄인지,대통령에게 적용될 때와 평민에게 적용될 때 다르게 나타나는 혼란도 커보인다. 클린턴 위증 논의가 한창일 때 언론들은 위증죄로 기소돼 교도소에 복역한 시민들을 상대로 토론을 시킨 적이 있다. 그들 모두 위증은 분명히 단죄돼야 할 죄라며 자신들에게 적용된 형벌을 감수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위증은 큰 죄가 아니라고 하는 논리는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목소리 높여 클린턴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같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 속에 의회 모든 의원들은 사분오열된 상태다. 행정부와 의회가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동안 국민들도 연일 반대 되는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서로 다른 주장을 쓴 피켓을 든 시위자들이 백악관 앞에서 연일 마주치고 있다. ‘토머스 클린턴 제퍼슨(?)’과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이란 이름을 적은 가십 만화는 지금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됐다. 훌륭한 지도자가 도덕과 인품을 겸비해 나라를 다스려 오늘날 위대한 미국을 낳았다는 교육지표는 초등생들까지 클린턴 탄핵토론을 벌이면서 여지없이 망가지고 있다. 19일 하원의 탄핵은 분명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 아니라 일그러져 가고 있는 미국의 정신을 탄핵한 것이다.
  • 책속으로 떠나는 겨울여행/간행물윤리위 권장도서 40종 발표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겨울방학을 맞아 청소년에게 권하는 좋은 책 40종을 최근 발표했다. 간윤은 추천도서를 초·중·고·대학생 등으로 독서능력에 따라 분류했다.(책이름,지은이·엮은이,출판사 순) ●초등학생 ○하늘 끝 마을(조성자,대원사) ○흰머리산 하늘연못(김향이·김혜숙,두산동아) ○개미 꼬비(권영상,문원) ○EQ동시(권영세 등,문공사) ○새 먼나라 이웃나라(6권,이원복,김영사) ○말하는 백과사전 시루스 박사(12권,크리스티안 뒤셴 등,비룡소) ○별을 찾아 떠난 여행(엔리케 바리오스,시인과촌장) ○아이벡스가 되고 싶은 샤무아(리아 카리니 알리만디,서광사) ●중학생 ○산천을 닮은 사람들(고은 등,효형출판) ○조선 대장부 이순신(박선식,규장각) ○서울 근현대 역사기행(정재성 등,혜안) ○세계사 신문 1(편찬위,사계절)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삼성문화재단,학고재) ○아인슈타인도 몰랐던 과학이야기(로버트 월크,해냄) ●중·고생 ○강의실 밖 고전여행(이강엽,평민사) ○오이디푸스의 결혼(미셸 코스타 마냐,끌리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채우는 불경이야기(감장호,문화사랑) ○인간과 기술(O 슈펭글러,서광사) ○쾌락(에피쿠로스,문학과지성사) ○CD­ROM과 함께 가는 별자리여행(곽영직 등,사이언스북스) ○프로야구 왜? 나무방망이 쓰나(진정일,동아일보사) ○인터넷을 움직이는 사람들(로버트 리드,김영사) ○금강산(유홍준,학고재) ○한권으로 보는 한국미술사 101 장면(임두빈,가람기획) ○지리산골에서 세계의 바다에서(박춘호,문학사상사) ○더불어숲(2권,신영복,중앙M&B) ●고고생 ○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최하림,문학과지성사) ○세계를 움직인 열두명의 여성(조기숙,여성신문사) ○대한민국건국사(양동안,이승만 박사기념사업회) ○IMF 고통인가 축복인가(정창영,문이당) ○꿈의 신기술을 찾아서(허창욱,양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과학노트(A 리히터,서해문집) ○나의 아버지 박지원(박종채,돌베개) ●대학생 ○한국에 제2의 위기가 오고 있다(스티브 마틴,사회평론) ○혁신유통의 벤치마킹(조연상 등,동인)
  • 金大中 대통령 과거사 언급은 “미래지향” 메시지

    ◎“냉전의 세계사속 불행 겪었던 시기”/국군파월 우회 표현 【하노이 梁承賢 특파원】 베트남을 방문중인 金大中 대통령의 정상외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두나라 과거문제에 대한 언급과 호치민 묘소 참배이다. 베트남이 외교적으로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金대통령은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을 르엉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공식 거론했다. 요지는 ‘냉전이란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양국이 불행을 겪었던 시기도 있었으나…’이다. 비록 우회적인 표현이나 한국군의 참전을 확인시켜주는 언급이다.金대통령은 16일 르엉 국가주석 초청 만찬에서도 “두나라 사이엔 불행했던 과거도 있었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金대통령의 언급은 한때의 불행을 극복하고 이제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자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이를 위해 짚고 넘어갈 것은 짚고 가자는 외교적 구상이다. 베트남인들이 국부로 추앙하는 호치민 묘소의 참배 및 헌화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이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양국관계가 그만큼성숙했다는 의미이자 베트남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인식 또한 크게 달라졌음을 방증한다. 金泳三 전 대통령은 지난 96년 11월 베트남을 방문했지만 외교관계자들의 건의를 물리쳐 가면서까지 끝내 호치민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반미(反美)전쟁을 주도한 공산혁명가였던 호치민의 부정적 이미지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정부의 한 외교관계자는 “베트남인들은 자국에 대한 최고 예우를 호치민묘소 참배와 헌화로 보고 있다”며 “金대통령의 묘소 참배와 과거문제 언급은 곧 양국 관계발전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즉 정상의 확고한 의지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행보라는 것이다.
  • 마카오,중국 반환 1년 앞으로

    ◎포르투갈령 442년만인 내년 12월20일에/특별행정구 주비위 준비 한창/50년동안 一國兩制 유지키로 포르투갈령으로 돼 있는 마카오가 441년 만인 오는 99년 12월20일 0시를 기해 중국의 품에 다시 안긴다. 중국은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는 한편 대만과의 통일만 과제로 남겨두게 됐다. 중국 광둥(廣東)성의 주장(珠江) 삼각주 남단에 있는 마카오는 마카오반도와 타이파·쿨로아네 등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다. 인구는 42만명에 면적은 18.4㎢로 서울의 중랑구와 비슷하다. 국민소득은 1만7,500달러로 선진국 수준. 인구의 95%가 중국인이고 포르투갈인은 3%에 불과하다. 중국어를 비롯,광둥어·영어·포르투갈어 등이 혼용되고 있다. 마카오가 세계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1551년.아시아 무역로 개척에 나선 포르투갈 상인들은 잠시 기항할 장소를 물색하다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1557년 포르투갈은 조공품의 보관장소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중국으로부터 조차하는 데 성공했다. 1882년 영국이 홍콩을 강제로 할양받자 포르투갈도 1887년 청나라와 리스본의정서를 맺어 식민지로 할양받았다. 마카오는 ‘도박의 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카지노·오토바이경주 등 관광산업이 크게 발달해 있다. 한때 무역항으로 황금기를 누리기도 했으나 홍콩이 성장하면서 위상이 위축됐다. 2차대전 중에는 중립을 표방해 홍콩과 중국 난민들의 피난처가 됐다. 가톨릭 예수회가 성 바오로성당을 세운 인연으로 金大建 신부가 이곳에서 사제 서품을 받기도 했다. 마카오의 반환이 적극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87년 홍콩 반환이 합의되면서부터. 홍콩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50년 동안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유지토록 했다. 중국은 지난 5월 이미 마카오 대표 등으로 구성된 마카오특별행정구(SAR) 주비위를 발족시키고 반환을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 의문사 증언(金三雄 칼럼)

    “나는 궁극적 승리를 확신한다. 진실이 행군하고 있고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다. 진실이 땅속에 묻히더라도 그것은 그 속에서 자라나고 무서운 폭발력을 온축한다. 이것이 폭발하면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이다”. 올해로 꼭 100돌이 되는 ‘나는 고발한다’에서 에밀 졸라는 절규했다. 진실이 땅속에 묻혀서는 안되기 때문에. 판문점 金勳 중위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에서 발생한 유사한 의문사 규명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가협 등 인권단체에 따르면 특히 5공과 6공초기인 80년부터 88년사이에 18건의 군의문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녹화사업’등 군사정권이 시국관련 대학생들을 징집하면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군사독재 시대에 군인뿐아니라 민주인사·학생·노동자등 많은 사람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경기도 약사봉계곡에서 의문사한 장준하,중앙정보부에서 변사체가 된 서울법대 교수 최종길,조선대 교지편집장으로 경찰수배를 받다 강물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이철규,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으로 대우조선 파업과 관련 구속되어 구치소에서 심한 상처를 입고 입원중 의문의 자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창수… ○역사상 완전범죄 없어 그들은 어떻게 죽었는가,누가 죽였는가. 군사독재에 치열하게 싸웠던 양심적 민주인사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많은 의혹에도 아직 한건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 김구 선생 암살배후도 규명하지 못한 것이 우리 현대사다. 역사상 완전범죄없어 모든 암살은 두꺼운 베일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여간해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정치권력이 개입한 암살사건은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반세기 동안 같은 뿌리의 정권이 지속된 사회에서 정치목적 암살의 진상을 밝히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역사앞에 완전 범죄는 없다. 드레퓌스 사건도 ‘완전범죄’로 묻힐뻔 했다. 국가주의를 앞세운 왕당파와 그를 부추기는 국수주의적 언론이 진실을 규명하려는 공화파 지식인들을 “프랑스와 이념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공격하였다. 그들은 진실보다 자신들의 기득권이 더 소중했던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에밀 졸라와 같은 용기있는 지식인,클레망소같은 언론인,장 조레스같은 정치인, 마르셀 프루스트같은 소설가,클로드 모네같은 화가,에밀 뒤르켕같은 사회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드레퓌스 영어에서 증인(證人)을 Martyr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리스어의 순교자에서 어원한다. 증인이 순교자의 뜻을 갖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다. 진실을 증언하려면 순교와 박해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일 터이다. 김구선생 암살을 지령한 사람,장준하선생 의문사를 모의한 사람,최종길교수를 고문치사한 수사관,이철규군을 죽여 강물에 던진 집단,김훈 소위를 위해하고 자살로 꾸민 군인. 또 이들로부터 정보를 들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순교의 증인 나서라 이들이 증언해야 한다. 비록 고통과 시련이 따르더라도 진실을 밝혀 역사의 진보를 이뤄야 한다. 드레퓌스 사건의 세계사적 의미는 국가이성의 이름으로 한 무고한 인간에게 가해졌던 인권유린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는 것만으론 모자란다. 이를 통해 프랑스는 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공화정치의 기틀을 이룩한 것이다. 민주열사와 유족들이 국가유공자로 명예회복되고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 시점에서 관련사건의 증인들이 용기있게 나서서 증언해야 한다. “나의 불타는 항의는 내 영혼의 외침일 뿐이다. 이 외침으로 인해 법정으로 끌려간다 해도 나는 그것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에밀 졸라의 정신으로 의문사 진실을 밝히고,관계자 또는 정보취득자는 증언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전진한다.
  • 문정희씨 시집 ‘이세상 사랑은‘ 수필집 ‘사포의‘

    ◎기쁨·고통 아우르는 영원한 사랑 잉태 “시인에게 있어서 사랑은 단순히 정신사 속에 면도날로 그어진 상처가 아니라,하나의 상실이 비로소 우주의 언어로 화하는 신비의 모태가 되어야 한다.” 스산한 시대,문정희 시인(51·동국대 겸임교수)이 뜨거운 사랑의 말들을 토해냈다.최근 펴낸 사랑시집 ‘이 세상 사랑은 모두 무죄이다’(을파소)와 에세이집 ‘사포의 첫사랑’(세계사)에서 그는 다시 한번 그만의 사랑의 정조(情調)를 드러냈다. 시인은 때로 관능이 꿈틀대는 순간의 사랑을 꿈꾼다.금단의 사랑에도 내면의 진실이 깃들여 있다면,시인에게 그것은 또한 참이다.때문에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사랑어 사전에는 ‘영원’이란 도무지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것일까.그의 서시(序詩) ‘사랑하는 것은’의 한 토막. “사랑하는 것은/창을 여는 것입니다//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홀로 우는 것입니다//…사랑하는 것은/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강한 것입니다” 행간을 읽다보면 그가 진정 이루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기쁨과 고통을아우르는 ‘영원의 사랑’임을 어렵잖게 알 수 있다. ‘사포의 첫사랑’은 시인의 ‘아이오와 추억’을 다룬 기행문 성격의 수상집이다.제임스 월러의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단지 4일 동안의 사랑이야기라면,‘사포의 첫사랑’은 시인이 95년 미국 아이오와대 국제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3개월간의 자유와 고독의 일기다.그는 고대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의 이름을 딴‘사포의 밤’,특히 여성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우먼스 나이트’의 삽화를 통해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일깨워준다.시인은 “뒤라스에게 있어서의 인도차이나처럼 아니 헤밍웨이의 파리처럼 나의 아이오와는 영혼 깊숙이 들어와 각인된 하나의 움직이는 축제였다”고 고백한다.
  • 새해 화폐통합(달려오는 ‘유럽합중국’:上)

    ◎유로화 탄생 ‘20세기 최대 경제사건’ 【브뤼셀·프랑크푸르트 김수정 특파원】 유럽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유럽통합’을 향한 장대한 행진을 해온 유럽연합(EU)은 바야흐로 세계중심에 다시 설 수 있는 디딤돌을 갖게 됐다.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됐던 ‘화폐통합’은 이제 4주 후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유럽단일통화 유로화의 출범은 ‘유럽 합중국’ 실현의 기폭제.유럽은 하나의 경제권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사를 유럽으로 옮겨놓으려 하고 있다.유로화 탄생의 의미를 살펴보고 유럽 정치권과 사회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는 통합현장을 찾아 ‘노(老)대륙’에서 ‘신(新)대륙’으로 거듭나려는 유럽을 두 차례에 걸쳐 진단해 본다. ◎의미와 전망/달러 대항 제2의 기축통화 역할 ‘E­데이’가 다가온다. 유럽연합(EU)집행위 본부,유럽의회 등이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고풍스런 분위기가 매력인 이 도시는 유럽단일통화인 유로 탄생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가득찬 느낌이다.갖가지 크리스마스 장식과 시가지 전체를 수놓은 파란색 유럽연합 엠블렘의 강렬한 대조,세계 각지에서 몰려 든 언론인,기업 참관단의 분주한 움직임은 대규모 축하 행사장을 방불케 한다.이미 브뤼셀 시내의 호텔과 레스토랑은 벨기에프랑화와 유로화로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유로화의 탄생은 유럽통화동맹(EMU)에 가입한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핀란드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11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유로화 출범이 갖는 막대한 국제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이다.‘20세기 최대의 경제사건’으로 부르는 유로시대는 내년 1월1일,정확히 새해 연휴가 끝나는 1월4일 막을 올린다. 유로 단일통화권,‘유로존’ 출범은 세계 제1의 기축통화 달러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기축통화가 탄생함을 의미한다.11개 가입국가의 총 인구는 2억9,000만명으로 미국을 능가한다.국내총생산(GDP)합산액은 6조5,000억달러.미국의 8조1,000억달러보다 적지만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로 17%인 미국보다 높다.유로화로 전환될 전세계 자금 추정액은 7,000억달러선. 그러나 유로화의 성공에는 금융 외환부문의 경쟁력을 확보,유동성과 안전성을 구비해야 한다는 단서가 뒤따른다.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유로화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밝혔다.독일 도이치뱅크가 국제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가 오는 2003년에 제2의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으로 낙관했다. 독일 유럽통합연구센터(ZEI)의 버나드 하요박사는 그러나 유로가 달러를 능가하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달러의 세계 지배 뒤에는 정치·안보논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 가입 4개국 행보/영,가입여론 확산… 1년내 참여할듯 “조만간 영국은 유로존에 가입할 겁니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나머지 유럽국가들이 모두 유로를 쓰는데 우리만 파운드를 고집해서 이득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거래선과 회의을 위해 독일 프랑크 푸르트를 방문했다는 영국의 중소 철강업체 알펙스사 중역 프라샨트 코퀘일씨는 영국이 1년안에는 유로존에 가입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영국은 지난 5월 브뤼셀에서 열린 EU정상회담에서 덴마크 스웨덴과 함께 유로존 불참을 통보했다.그리스는 가입을 원했으나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근거한 예산 적자및 정부 부채 비율 등 자격요건 미달로 가입하지 못했다. 영국 등이 가입하지 않은 까닭은 상이한 경제여건을 갖춘 나라가 하나의 경제통화 정책을 실시할 경우 파탄으로 치달을게 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통화 주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논리도 강했다. 그러나 최근 영국의 분위기는 유로 가입쪽으로 기울었다.여론조사는 전국민의 3분의 2이상이 유로가입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기업들의 유로가입 의지는 더 확고하다.영국 주요 기업들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유로가입을 희망하는 전면광고를 내기도 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내년 1월 유로가입을 결정할 국민투표에 관한 계획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로가입 희망은 자칫하다간 런던이 지난 수세기 동안 지켜온 유럽 금융중심지역할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내줄 수 있다는 경계심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일정과 화폐종류/3년간 가상 통용… 2002년 사용의무화 ●99년 1월1일 11개 가입국 외환시장에서 유로로 거래가 시작된다.그러나 향후 3년동안 유로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화폐.‘사이버’ 유로로 부른다.신용결제 및 국가간 거래의 결제수단으로 이용된다.2002년까지는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한 계도기간.모든 국채와 투자는 자국 통화와 함께 유로로 표기되며 유럽중앙은행 은 공채와 통화운용을 유로로 하게된다. ●1999년 후반.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이외 지역과 통화및 교환비율을 정한다.국가간 유로로 채권거래를 시작하는 것도 이때 부터다. ●2002년 1월 유로 지폐와 동전이 본격적으로 원래 통화와 교환돼 유통된다.7월까지 회원국들은 자국통화를 유로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지폐 7·동전 8가지 ▷유로화◁ 지폐는 5 10 20 50 100 200 500 유로까지 모두 7종.동전은 1,2,5,10,20,50센트와 1유로 2유로 등 8가지.지폐는 유로권 전체가 같은 디자인이다.동전의 경우 한 면은 각 국가별로 특징을 넣어 다른 모양으로 주조된다. EU집행위 통화정책실은 500억장의 지폐와 600억 개의동전이 발행될 것으로 추정했다. 1유로는 6.6프랑스 프랑, 14오스트리아 실링,2 독일 마르크, 1.1달러로 교환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의 역할/통화량·금리 등 주요 정책 결정 유로 출범 전날인 12월31일 하오 11시30분.세계의 이목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가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집중된다.바로 이 시간 빔 두이젠베르크 총재가 유로와 가입국가들의 통화,달러와의 교환비율,유로존의 금리를 확정 고시한다. 이처럼 ECB는 유로화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유럽통화동맹의 ‘두뇌’다.최고의결기구인 의사결정회의(Governing Council)는 집행위원회(Executive Board)임원 전원과 유로 가입국 중앙은행 총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집행위원회는 8년임기의 총재와 부총재,4명의 이사로 짜여져 전 유로지역의 통화정책에 대한 책임을 떠맡고 이 지역의 통화량 총계와 인플레 변화율을 근거로 금리등 주요 정책사항을 결정한다. 유럽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주도권을 잡기 위한 회원국들간 물밑작전도 치열하다.지난 5월 초대 총재 선거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독일의 실세 오스카 라퐁텐 재무장관이 차기 후보로 거명될 정도다. ◎어떤일 생길까/상품값 투명화/인수·합병 활발/돈세탁·위조 등 범죄기승 우려 포르투갈 시골의 마을.은행원을 가장한 한 남자가 할머니에게 말한다. “에스쿠도스(포르투갈 화폐)는 이제 쓸모가 없어요.유로로 바꿔야해요” 내년 1월 이후,3년간 유로가 가상화폐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당할 수 있는 사기범죄다. 유로시대의 시작은 유럽 사람들과 기업들에게 전혀 새로운 경제활동의 지평을 제시한다.나라마다 표시가 달랐던 상품의 가격이 유로로 통일됨으로써 가격은 투명해진다. 소비자들은 싸고 질좋은 상품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 것이다.국제거래에서 환차손도 사라진다. 그만큼 이 지역의 상품은 가격경쟁력을 얻게되고 달러에 집착하던 자본은 유로에 찾게된다.기업들은 더 쉽게 조달할 수 있으며 무한경쟁속에 기업간 살벌한 인수 합병이 시작된다.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은 최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탄생할 것이다.프랑스의 유통업체 카르푸의 공격적 확장에 유럽의 소형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독일 지멘스 등 유럽의 대형 기업들이 수년전부터 유로화 대비태세를 끝낸 것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최근엔 유럽 자동판매기 협회와 신용카드업협회 등 전문·소형 업체들도 막바지 준비에 부산하다. 한편 돈세탁을 원하는 마약 등 범죄조직에게 유로권은 파라다이스와도 같다.위조지폐에 대한 우려도 높다.동일 화폐가 각 나라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특별한 보안 장치가 요구된다. 유로지폐에 익숙치 않은 노인들의 경우 위조범들이 노리는 범죄대상이라고 언론들은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 남북 ‘민족의 사표’ 학술교류를(金三雄 칼럼)

    어린이는 싸우면서 자라고 분단국가는 싸우면서 통일하는가. 판문점을 통해 기업인이 평양을 다녀오고 동해에는 금강산 관광선이 오가는데 훼방꾼처럼 서해에 간첩선이 나타나 파고를 일으킨다. ‘싸우면서 공존하고 공존하면서 싸우는’역설의 논리가 남북관계다. 지난 정권때까지 남북정책의 기조는 냉풍정책이었다. 또 사안에 따라,풍향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드나들면서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그런 결과 남북관계는 지난 50년 동안 적대와 이질성만이 켜켜이 쌓이게 되었다. 다행히 새정부가 많은 비판과 오해를 받으면서도 햇볕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북 포용노선을 견지함으로써 판문점 육로와 동해 뱃길이 트이게 되었다. 이제는 단순히 비즈니스나 관광차원의 방문에서 민족의 동질성을 찾고 정체성을 공유하기 위한 학술 문화의 교류로 한단계 발전해야 한다. 그동안 남북한은 체제와 사상의 상이에서 오는 이질성이 각 부문에 걸쳐 광범위하게 자리잡았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도 동질적인 부문이 많이 남아있다. ○민족 동질성 회복의 원천 그 가운데 하나는 남북한에서 공통으로 평가받는 근·현대사의 인물에 대해 공동연구 또는 학술세미나를 열어 민족적 일체성을 회복하고 역사의식을 공유하는 일이다. 다행히 남북이 모두 높이 평가하는 역사 인물이 있고 이들은 통일조국의 사표(師表)로 삼는데 별로 손색이 없는 분들이다. 지금까지 남북한 학계는 각기 다른 사관으로 역사를 기술해왔기 때문에 같을 인물,같은 사건을 놓고도 큰 차이를 보여 왔다. 남한에서는 민족주의사관을 비롯,실증사관 민중사관 등 다양한 사관이 공존해 왔지만, 북한에서는 초기의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기반한 사적유물사관에서 근래에는 주체사관에 따른 역사평가가 중심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남북한의 역사인물 평가에는 차이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몇해 전 남한의 한 계간지가 북한의 각종 역사연구논문과 평가동향을 전반적으로 점검한 결과 정약용, 전봉준, 홍범도, 신채호를 ‘통일조국의 사표,남북한이 모두 평가하는 인물’로 선정한 바 있다. 남한에서 존경받는 손병희·김구·박은식 등이 빠진것이 다소 의외이지만 남북한의 역사인물로 네 분을 선정한데는 그 나름대로 평가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들을 민족동질성 회복의 한 준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정약용은 봉건사회 해체기에 민본적 실학운동의 개혁사상가, 전봉준은 반제 반봉건투쟁의 민중혁명지도자, 홍범도는 중원대륙과 삭풍(朔風)의 황야를 무대로 항일 무장투쟁을 지도한 독립운동가, 신채호는 항일 구국투쟁과 언론활동, 역사연구의 민족주의자라는 분석이 남북한 학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통일조국의 사표 전쟁과 적대감으로 얼룩진 남북한에서 함께 존경받는 인물이 있다는 것만도 다행한 일이다. 남북 역사학계는 비록 이념과 사관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들에 대해 공동연구나 공동저술 또는 공동발표를 통해 학문적 교류의 길을 터야 한다. 그리하여 분단사학을 뛰어넘어 통일사학을 새로쓰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지금 세계사는 국제화와 민족화가 원심력과 구심력이 되어 역학적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거대한 세계사적 변화의 물결에 우리만 언제까지 낡은 이념의틀속에 갇혀 적대와 반목을 되풀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북한 역사학자들이 서울과 평양,또는 판문점이나 금강산 관광선상에서 국민(인민)이 존경하는 역사인물을 토론하고, 이것이 양쪽 신문과 TV에 보도 방영되어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런 일이 왜 불가능하겠는가.역사학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 토론 내용 요지(IMF시대의 자화상:14­2·끝)

    ◎盧成泰 원장­“실업대책 최우선 추진을”/朴光洵 이사­“광고 틈새시장 공략 관건”/金德龍 교수­“건전한 가치관 확립할때”/金愛璟 부장­“고령·저학력층에 관심을” ▷盧成泰 한화경제연구원장◁ 정부로서는 IMF체제하에서 고통을 겪어온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바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서 앞으로의 정책 입안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첫째,국민들이 최대 현안으로 지적한 것은 실업난,취업난 등 고용문제였다.과거에는 여론조사 때마다 항상 물가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나타났었다.이것은 국민들이 과거에도 옳았다는 것을 말해준다.즉 과거에는 성장을 다소 낮추어서라도 물가압력을 완화했어야 했던 것이다.따라서 지금은 국민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실업대책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국민들의 82%는 경제난의 책임이 정치인 및 정부쪽에 있다고 본 반면,대기업의 책임이라고 본 사람은 9% 정도에 불과했다.이것은 정치개혁이 어느 부문에서보다 강도 있게,신속하게 추진되어야 함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특히 정부부처 등공공부문의 개혁이 가장 미흡하였기 때문에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셋째,대기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들의 체제 개편 요구가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따라서 대기업들은 주력기업 중심으로 재편성하는 노력을 일층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그러나 빅딜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朴光洵 대홍기획 이사◁ 광고에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적 기능이 있다.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긍정적 기능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제품 및 상품의 기본 수요를 창출하고 조직원의 사기를 앙양시키면서 판매조직을 확장하는 데 절대적 기여를 한다.소비자 행동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상품정보를 통해 생활의 풍요로움을 더해 준다. 기업적 측면에서도 소비자와의 친근감을 형성하며 노사관계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고 조직 구성원에게는 애사심과 자긍심을 높여준다 하겠다. 그런데도 IMF체제가 닥치면서 광고라는 메커니즘은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위치로 전락하고 말았다.실제로 광고산업은 90년대 들면서 연평균 20%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던 선도적 경제의 주체 산업이었으나 97년 11월 이후에는 그 존립기반이 휘청거릴 정도로 한파를 맞고 있다.신문의 경우 97년 2조1,200억원에서 98년 1조6,700억원으로 전년대비 22%가 감소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장하는 광고가 있었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온라인’광고의 경우 97년 265억원에서 98년 1,30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는 매체에서 눈여겨 봐야 할 사안이다.틈새시장을 매체별로 활용하는 아이디어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특히 IMF체제 이후 소비자의 관심과 생활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지만 기업은 PR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이를 매체별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金德龍 홍익대 교수◁ 국민들의 의식,그리고 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경제논리가 우선되고 있다. 요즘의 경제적 현실에서 볼 때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경제문제’는 ‘발등의 불’과 같기때문에 당장 해결해야 한다.따라서 경제논리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서 가장 앞서게 되고 모든 일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발등의 불에만 관심을 갖고 그것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면 ‘근시안적 사고’ 또는 ‘근시안적 가치체계’에 빠지게 된다.근시안적 사고에 집착하다보면 멀리 내다보는 거시적 사고를 못하게 된다.즉 경제적 환란으로 겪게 되는 IMF관리체제가 자칫 우리의 역사의식을 마비시키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발등의 불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경제회복을 위한 노력보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것들은, ­IMF관리체제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나 태도를 건전한 가치관으로 전환시켜 가야 하는 것(조급함,변칙 혹은 반칙습관에서 탈피하여 기본에 충실하고 경쟁력있는 전문성을 갖추려는 태도).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도덕적 우월성을 자존심과 자긍심으로 전환하여 건강하게 활용하는 것.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전환,밀레니엄의 전환,냉전 종식 후의 새로운 세계 질서로 재편,실질적인 정보화사회로 진입한 세계사적 중요한 시점에서 변화의 추이를 예측하여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것을 찾아내고,서로 일깨우고,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역사의식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金愛璟 소비자문제 연구 시민모임 국제부장◁ 무조건적인 요금인상보다 실업대책과 사회안정 중심의 소비자정책이 정부에 요구된다.대기업은 제품가격을 올려서 물가상승에 영향을 줘서는 안되며, 과대광고 포장된 비용을 줄이는 IMF형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최근 조사에서 낱개 상품을 사는 것보다 선물세트가 많게는 6,800원이나 차이가 났다.소비자는 모르는 사이에 포장비에 필요없는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이 많고,학력이 낮을수록 IMF 경제위기에 대해 더 많은 부담을 안고 있으므로 이들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이고 사회적인 배려가 요구된다.여가활동이 줄고,소비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TV 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었다.방송은 사회에 대해 패배의식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오락적이고 향략적인 프로그램보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내용의 프로그램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케이블 홈 쇼핑도 사전심의를 통해 대량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비자 스스로가 소비생활을 건전하고 효율적인 쪽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이와 관련해서 시민단체의 보다 많은 역할이 요구된다.
  • 미 예일대 조너선 D 스펜서 교수 ‘현대중국을 찾아서’ 1,2권

    ◎탈아시아적 시각서 바라본 중국/명말기∼89년 천안문사태까지/국가 통치행태·교육·대외관계 기술/세계사 범주서 이해 가능토록 구성 중국을 다시 알자. 김대중 대통령의 중국방문과 때맞춰 새롭게 중국 읽기 붐이 일고 있는 때에 객관적 시각에서 현대 중국을 기술한 책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일본 등 중국의 이웃 나라들이 중국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중국은 자체가 하나의 세계일 정도로 그 거대함이 우리를 가위눌리게 하기 때문이다. 또 주변국들은 역사적으로 중국을 정점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와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대중국을 찾아서’라는 방대한 중국 역사서가 도서출판 이산에서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사 학자인 예일대학의 조너선 D.스펜스 교수가 쓴 이 책은 탈아시아적 시각에서 중국을 바라본다. 1,100여쪽에 1,2권으로 된 이 책은 여타의 중국 근현대사 책들이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중국 근대를 풀어가는 것과는 달리 명나라 말기부터 지난 89년 4월의 천안문 사태까지 4세기에 걸친 역사를 꿰뚫고 있다. 저자는 1600년경부터 중국을 봐야지만 현재 중국의 문제들이 어떻게 발생했으며,또 어떤 지적,경제적,정서적 자원을 이용해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는지를 최대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혁명의 공로를 주장하지만 관료조직을 통해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데 그 조직은 17세기 후반의 명나라나 청나라 초기에도 존재해왔다. 조상숭배를 위한 교육제도,가문의 권력에 대한 인정 등의 사회·문화적 전통도 이 시기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은 일찍부터 자신이 중심에 있다는 중화사상에 입각,주변국들과 국제관계를 형성해오면서 풍부한 외교경험을 쌓아왔다. 중국 대외관계의 특징은 직접 화법보다는 넌지시 뜻을 던지는 것. 그러나 미국은 지난 72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할 때 중국의 은밀한 추파를 읽지 못했다. 당시 중국은 건국기념일에 ‘중국의 붉은 별’을 쓴 미국 작가 에드가 스노우를 초청,모택동 옆에 앉혔다. 중국으로선 국교재개의 희망을 암시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뜻을 읽지 못하다가 중국이 여자탁구팀을 초청하자 그제서야 중국과 협상에 나섰다. 중국이 1930년대 독일과 손을 잡으려 했던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도 담겨 있다. 당시 공산주의자와 싸우고 있던 장개석은 반공주의자인 히틀러와 교류를 희망했으나 독일이 이미 일본과 관계를 맺고 있어 장개석의 희망은 무산된다. 이처럼 이 책은 중국사를 세계사적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또 모택동이나 공자를 몰라도 방대한 중국 근현대사를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평이하게 쓰여졌다. 그 힘은 제도·사건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 흐름 속에서 역사현상을 이해할수 있도록 한 것에서 나온다.
  • 동북아 안보협력체 필요/金 대통령 北京大 연설

    【베이징 梁承賢 특파원】 중국을 국빈방문중인 金大中 대통령은 12일 오후 베이징대 초청 연설 및 학생과의 대화에서 “한국과 중국은 같이 협력해 21세기의 세계사를 이끌어가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金대통령은 특히 “동북아는 평화유지를 위한 지역협력체제가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이라며 동북아에서의 협력기구 창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 대한매일의 성과와 과제 좌담회

    ◎구국언론의 혼 이어 국난극복 선도 기대/을사조약 고종 거부 보도·국채보상 주도/‘삼국공영’ 부당 지적… 자주적 사관 펼쳐/순한글판 발행… 국문학·여성계몽 큰 기여/관제 구각 깨고 민족지 위상 되찾아야/권력·자본에 예속된 언론 병폐 개혁주도를/‘벌떼 언론’ 악습벗고 냉철한 시각 가져야 □토론자 金泰昊 서울대 정치학과 석사과정 高濟奎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金旻貞 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대한매일신보사는 11일 재창간을 맞아 참신한 시각으로 대한매일신보의 언론사적 의의와 현대 한국언론의 문제점 등을 진단하고 새롭게 태어난 ‘대한매일’의 바람직한 언론상을 제시해보기 위해 한국정치와 언론학 등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3명을 초청,좌담회를 가졌다. ‘대한매일신보의 역사적 의의와 한국 언론비판’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는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金泰昊씨(28)와 고려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高濟奎씨(26),한국외국어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金旻貞씨(24)가 참석했다. ▲金旻貞=대한매일신보는 영국인 배설(裵說)을 발행인으로 내세워 梁起鐸 등 우국지사들에 의해 1905년 창간된 뒤 1910년 폐간될 때까지 항일 구국운동에 앞장섰다. 특히 발행인이 영국인이어서 통감부의 탄압이나 검열 없이 자유로운 논조를 펼칠 수 있었다. 대한매일신보의 주요 활동을 보면 일본대사가 요청한 을사보호조약에 대한 고종의 조약거부 기사와 일본의 황무지 개간권 철폐요구 기사 등을 실었으며 국채보상운동 당시 의연금 모집의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高濟奎=대한매일신보는 당시 최고의 발행 부수를 기록하는 등 민의(民意)를 가장 폭넓게 반영했던 신문이었다. 가장 독자가 많았던 것은 대한매일신보가 독립신문과 황성신문에 비해 세계사의 흐름을 자주적인 시각에서 정확하게 파악해 전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시 독립신문 등은 ‘동양 삼국 공영론’과 ‘중립 외교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매일신보는 ‘동양 삼국 공영론’은 일본의 동양 침탈을 합리화하기 위한 구실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해 알렸다. 또 ‘중립외교론’보다는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힘을 키워야 한다는 ‘무비강병’(武備强兵) 등 자주적인 민족사관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일제가 통감부를 통해 대한매일신보를 몰래 사들인 뒤 ‘매일신보’로 제호를 바꿔 친일 기관지로 만든 것은 당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신문에 대한 직접적이며 가장 강력한 탄압 조치였다. 이를 통해 당시 대한매일신보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쉽게 집작해볼 수 있다. ▲金泰昊=독립신문에 비해 연구 사료가 거의 없어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한매일신보는 항일투쟁과 반제국주의 입장에서 자유언론을 펼친 민족 정론지였다. 朴殷植 申采浩 張道斌 등 애국지사 논객들이 총결집해 총칼을 앞세운 일제의 침략과 관료의 무능 등에 맞선 자유언론의 표상이었다. 특히 다양한 독차층의 요구를 수용해 영문판,한글판,국한문 혼용판 등 다양한 형태의 신문을 펴냈다. 순한글판을 발행하며 국문학 발전과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도 부응한 신문이었다. ▲高濟奎=신문의 제호를 바꾼 것은 상징적인 의미 이상이어야 한다. 서울신문이 본래의 뿌리를 찾아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꾼 것은 해방후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 관제 언론으로 왜곡된 서울신문의 폐단을 극복하고 대한매일신보가 보여줬던 민족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金泰昊=오늘의 한국언론은 대부분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 신문마다 특징이 없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거의 같다. 비판의 논조와 대상도 비슷하다. 대한매일이 재창간과 더불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또 특징있는 신문이 돼야 한다. 독자들에게 대한매일의 강직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너나없이 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특색없는 비판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독특한 색채를 지녀야 한다. ▲金旻貞=한마디로 한국 언론은 ‘벌떼’근성을 지녔다. 모든 신문들은 자기만의 사고나 판단없이 사회적으로 부각된 이슈에 벌떼처럼 달려든다. 그리고 다른 언론의 비판 수위와 강도 등을 살피며 자기의 시각이나 기사의 밸류 등을 판단한다. 거듭나는 대한매일은 이같은 기존 언론의 행태를 떨쳐버려야 한다. 아울러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기존의 틀을 깨치고 대한매일만의 눈으로 모든 사물을 보고 판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과거 정권에 예속돼 언론으로서의 제 구실을 못했던 구태를 과감히 떨쳐내야 한다. ▲高濟奎=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해도 개선이 되지 안는다는 점이다. 한국 언론의 문제를 다시 한번 지적하면 권력과 언론의 유착 문제다. 당근과 채찍 논리로 볼때 정권이 건네는 ‘당근’에 너무 길들여져 있다. 또 재벌과의 문제로 기업이 언론을 소유하고 언론은 기업을 보호하는 유착관계가 문제의 핵심이다. 대한매일신보는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국권수호에 나섰던 신문인 만큼 시대의 중심이 돼야 한다.IMF 사태라는 시대적인 어려움,지역감정,통일 등 여러 문제를 푸는데 선봉이 돼야 한다. ▲金泰昊=언론에 대한 시민의 감시가 언론을 건강하게 만든다. 잘못된 정치의 문제는 곧 언론의 문제이며 잘못된 언론의문제는 곧 한국 시민사회의 문제다. 신문이 건강해지려면 시민운동이 더욱 건강해지고 질적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일제 치하 대한매일신보가 독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당시 시대에 부응하는 항일운동과 교육계몽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새롭게 창간되는 대한매일은 이처럼 목표를 확실히 표방해야 한다. 또 과거의 전통을 이어 현재의 국난극복을 사시로 정해 놓고 이를 실현하하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金旻貞=한국언론은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 보다는 지배계층의 목소리 만을 대변해왔다. 이로 인해 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크게 결여됐다.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87년 6.10 민주화운동 당시 모든 신문이 그러했듯 거의 모든 기사가 강자의 편에서 작성됐다. 또 언론의 상업성은 위험수위를 넘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일부 신문들은 광고가 지면의 50%를 넘어 광고지인지 신문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신문별 발행 부수도 공개되어야 한다. ▲高濟奎=사실 보도와 의견은 구분되어야 한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의견을펴는 신문이 많다. 모 신문의 이승복 사건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인 崔章集 고려대교수(정치학과)에 대한 음해 보도 등 사회여론을 무시하고 자사의 이익에 따라 보도하는 행태을 많이 보았다. ▲金旻貞=10개의 중앙 일간지는 모두가 ‘우리는 국민의 여론을 반영한다’는 애매한 사시를 가지고 있는데 사시를 구체적화할 필요가 있다. 특정 정당이나 단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당파성을 가져도 무방하다고 본다. ▲高濟奎=신문사간 비판도 허용되어야 한다. 최근 신문사간 서로 공방이 오가는 것도 오히려 언론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金泰昊=신문사 마다 뚜렷한 개성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어 서로 비판을 못하는 것 같다. 한 사건에 대해 각 신문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갖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高濟奎=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후 서울신문은 ‘민주 열사에 대한 재조명’ 등 신선한 내용을 게재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였다. 변화를 위해 여기저기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제 대한매일로 새롭게 뿌리를 찾은 만큼 흔들림 없는 굳건한 위상을 가져야 할 것이다. ▲金旻貞=과거에서 배우라는 말을 하고 싶다. 대한매일이 과거의 대한매일신보에서 배울 점은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이다. 과거의 대한매일신보가 반제국주의와 항일 등 뚜렷한 역사의식을 지녔던 것처럼 과거의 전통을 계승해 새로운 역사 의식을 가져야 한다.
  • ‘역사’ 두렵거든 바른 길을/金三雄 주필(특별시론)

    수명의 사형수중에는 16세 소년도 떨며 옆에 서 있었다.“아플까요?”라고 소년이 묻자 “아니야,전혀 아프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부드럽게 소년을 감싸주며 ‘프랑스만세’를 외친 마르크 블로흐는 맨 먼저 쓰러졌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역사가이며 소르본대학 교수를 지낸 58세의 블로흐는 나치병사들에 의해 이렇게 처형되었다.“아빠, 도대체 역사란 무엇에 쓰느 것인가요?”란 첫마디로 시작되어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역사를 위한 변명’의 저자는 독일패망을 목전에 두고 리옹 근처의 벌판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의 삶을 접었다. 역사란 무엇에 쓰는가,역사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에게 역사의 효용가치란 자장면 한그릇보다 못할지 모른다.블로흐는 그 명제를 완성하지 못한채 비명에 갔지만 역사에 대한 질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을 남긴다. 이와 관련,‘시간은 세계사의 심판관’(헤겔)이란 말은 명언이다.시간이 축적되면 역사가 되고 역사를 쪼개면 시간이 된다.신을 믿지않고 종교를 부정하더라도 시간과 역사만은 믿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간과 역사만큼 진실과 거짓,정의와 불의를 공정하게 판별해주는 심판관은 다시없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통곡도, 백이숙제의 원망도 시간이라는 역사가 모두 해결해주었다.단종의 절규와 사육신의 분노도 시간이 모두 들어주었다.천도(天道)마저 침묵한 사마천의 아픔,백이숙제의 억울함, 단종과 사육신의 피맺힌 한을 천도를 대신하여 시간이 풀어주고 역사가 옳게 평가했다. ○당대사를 보라 당장 우리시대의 당대사를 살펴보자.나라를 판 대가로 부귀영화를 누리던 매국노와 변절자들이 ‘친일파’로 지탄받아 후손들이 조상을 원망하면서 살고 쿠데타와 양민학살을 일삼던 살인자들은 떳떳하게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반면 그들에 저항하여 몸을 던졌던 분들은 ‘민주열사’로 대접받는다. 어찌 천도가 무심하며 역사가 눈멀었다고 하겠는가.아직 친일파와 양민학살 세력이 활개치고 있지만,그들은 명분과 국민의 눈총에서 점차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시간은 한국사의 심판관이기도 하다. ○대한매일의 역사관 ‘生의 권력의지’를 필생의 중심개념으로설정한 니체가 시간의 가치를 탐구한 것은 당연하다.그는 인간의 삶의 시간성을 동물의 무시간성과 구별하여 “그대곁을 지나가는 가축을 보라.저들은 내일이 무엇이고 오늘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다만 고락에만 매달려 있으니 곧 그들의 순간의 일편(一片)에만 매달려 있기때문에 우수도 권태도 알지 못한다”고 개탄했다.그러면서 니체는 인간의 숙명적 기능을 ‘어제를 기억하고 내일을 아는 것’이란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시간과 역사의 가치를 잊고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권력을 탐하거나 물욕에 빠지는 사람,퇴폐행각을 즐기는 부류,곡필아세를 명예로 착각하는 지식인이 너무 많다.이런 현상은 시간 역사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순간의 쾌락과 동물적 포만을 즐기려는 반시간 반역사적인 ‘인간모독’이다. 1세기전 국운이 바람앞의 촛불과 같았을 때 양기탁 박은식 신채호 장도빈 등 대한매일신보 주필을 맡았던 선각자들은 국권수호에 온몸을 던졌다.이들은 지사적 순결주의, 도덕주의, 순교주의까지 지닌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거룩한 언론인들이었다.이들의 한결같음은 항일구국운동가,정론언론인,바른 역사학자라는 일체성이다.아마 이들이 믿었던 신이 있었다면 ‘역사’또는 ‘역사법칙’이 아니었을까. 당시 많은 권력자,지식인들이 시류를 좇아 매국의 대열에 설때 이들 선각들은 고난을 마다하지 않고 역사의 대열에 섰던 것이다.白凡의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정도(正道)냐 사도(邪道)냐가 생명이라는 것”도 바로 이런 역사법칙의 준거라 할 것이다. 역사를 흔히 대하장강(大河長江)에 비유하지만,역사는 모든 오물을 받아들여 스스로 썩는 강물과는 다르다.역사란 받아들일 것은 받고 배척할 것은 배척하면서 종국에는 반드시 바르고 옳게 회귀하는 것이 역사,그 대하장강의 법칙이고 엄숙성이다. ‘역사’가,그 평가가 두렵거든 진실과 정도를 걸으라.이는 바로 ‘대한매일’이 추구하는 역사관이며 마르크 블로흐가 꿈꾸었던 ‘역사의 쓰임새’이기도 하다.
  • 日 진보지식인 가토 노리히오 평론집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

    ◎일본의 자기기만 어디서 나오나/전후 일본인의 이중심리구조 분석/韓·中 등 피해당사국 수렴여부 관심 서독의 빌리 브란트 수상은 70년대 폴란드의 유태인묘지에서 2차대전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과를 했다.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고려된 것이지만 그는 비가 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을 끓고 눈물을 흘렸다. 일본은 얼마전 김대중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식민지 지배의 과거사에 대해 사죄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일본에서 이를 뒤집는 발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상이 2차대전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과를 하고 각료가 식민지배는 한국근대화에 기여했다며 이를 부인하고 사임하는 ‘비틀림’의 나라 일본. 이러한 자기기만과 모순,이중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전후 일본의 이중심리구조를 분석한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 가토 노리히오의 평론집이 창작과 비평사에서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서은혜 옮김)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이 책의 중심내용이 된 그의 ‘패전후론’(敗戰後論)은 독특한 관점으로 인해 일본 내부에서격론을 불러 일으켰던 평론. 가토는 사죄를 하고 이를 부정하는 실언이 계속되는 것은 역사를 이어받을 주체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후 일본은 패전을 둘러싸고 전쟁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전쟁 및 무력사용을 포기한 평화헌법을 수호하는 진보론자와 대동아 공영권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개헌을 요구하는 보수론자로 양분된다. 전자와 후자는 별개가 아니라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한쌍이다. 부정한 과거로부터의 새출발은 단절이 아니라 부정한 과거를 끌어안고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진보주의자들은 과거를 감싸안는 대신 과거를 잘라버리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패전을 종전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이를 엿볼수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지킬박사의 사과는 튼실하지 못하다. 반쪽(진보­호헌)이 머리를 숙여도 또다른 반쪽(보수­개헌)이 이를 부정하는 절반의 사과가 된다. 이러한 인격분열을 역사의 문제로 치환시키면 세계사,일본사 어느 쪽에도 의심을 품지 않고 한쪽만을 신뢰하고 따르는 존재방식이라고 할수 있다. 따라서 현재 일본이 해야할 일은 세계사와 일본사 양쪽 모두와 자신을 관련짓고 그 양자와의 관계 속에서 양쪽을 한줄에 꿰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세계사 속에 자리잡으며 또한 자국사 속에서도 자리매김될 만한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세계사와 자국사의 틈새를 살아내는 것,이것이 바로 역사의 의미라는 것이다. 이중구조에 대한 저자의 이러한 시각이 한국,중국 등 피해당사국들에게도 받아 들여질지는 의문이다. 일본인의 심리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진솔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사실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 남북 경협 새 시대­의미와 전망

    ◎北 최고권력 민간경협 공식 인정/경제난 절박 반영­정부 對北 햇볕정책 결실/‘당국배제’ 전략 유지속 다른 사업도 적극성 띨듯 북한 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현대그룹 鄭周永 명예회장을 ‘접견’한 사실은 큰 ‘사건’임에 틀림없다. 金正日이 오랜 ‘은둔통치’를 마감했다는 점에서만이 아니다. 그가 북한권력의 전면에 나섬으로써 남북관계의 큰 흐름이 바뀔 공산이 커진 것이다. 우선 그가 지난 9월 국방위원장 취임후 첫 면담 외부인사로 鄭회장을 선택한 사실부터 의미심장하다. 폐쇄적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집해온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식 권력승계 직후 남쪽 재벌총수를 만난 까닭이다. 때문에 이번 면담은 金大中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가 일관성있게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의 결실로도 해석된다. 정경분리와 창구다원화를 통한 남북 교류협력에 북측이 결과적으로 호응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역으로 북한의 경제사정이 그만큼 절박함을 뜻한다. 남한과의 경협 과정에서 예상되는 체제동요를 감수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파산선고’를 받다시피한 북한경제로선 남한 자본유치가 외길 수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전면적 남북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다. 우리측의 경협 확대 제의에 어쩔 수없이 손뼉을 마주쳐 왔지만 ‘당국 배제’ 전략은 불변이라는 얘기다. 고(故) 金日成 주석은 생전에 ‘모기장을 치고 개방하겠다’고 속내를 내비친 바 있다. 독일 녹색당 대변인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요컨대 ‘벌레’(자유주의 사조와 남한실정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는 것은 한사코 막겠다는 뜻이었다. 북한이 철조망을 친 채 시도하는 금강산관광사업도 그의 유훈이다. 그러나 金日成류(流)의 ‘제한적 개방노선’은 골격은 유지되겠지만 보다 과감해질 개연성이 높다. 金正日이 현대측의 다른 경협사업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음이 이를 말해준다. 물론 북한은 당분간 말로는 여전히 ‘사회주의 강성대국’과 ‘先軍(선군)정치’ 구호를 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전민족대단결’이라는 金日成의 교시를 내세워 남한 기업들과 합작을 모색할 것으로예상된다. 그같은 이중적인 태도는 장기적으로 북한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동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金正日과 鄭회장의 만남은 세계사의 대세가 개방과 개혁임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 원로 이형기씨 시집 ‘절벽’/투병중 쓴 신작시 42편 담아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일찍이 ‘낙화’라는 시를 통해 ‘사라짐의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 원로시인 이형기씨(65)가 새 시집 ‘절벽’(문학세계사)을 냈다. 이번 시집은 이씨가 지난 94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4년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애면글면 쓴 신작시 42편을 묶은 것.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시인의 강렬한 의지와 존재에 대한 성찰이 전편에 흐른다. “내 가슴은 캄캄한 동굴이다/끝 닿지 않는 그 밑바닥에/섬뜩하게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통처럼 아직은 살아 있는/생명의 몸부림/말이 되기전의 안타까운 손짓발짓이다/…/그리고 침묵의 해저로/가만히 가라앉고 싶다”(‘동굴’중) 시인에게 있어 소멸이란 삶의 막다른 경계이자 우주적 흐름 속에 자아를 던져 넣는 새로운 삶의 관문을 뜻한다.이러한 시인의 ‘소멸의 미학’은 매순간 삶의 모서리를 힘겹게 건너가는 우리에게 깊은 시적 울림을 남긴다. 이 시집엔 ‘새 발자국 고수레’‘앉은뱅이꽃’‘허무의 빛깔’‘미래를믿지 않는 바다’‘센양의 아침풍경’ 등의 작품이 담겼다. 시집 끝에는 시인의 시력(詩歷) 50년을 갈무리한 경구집 ‘불꽃 속의 싸락눈’이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 有精卵 100만개/張淸洙 논설위원(外言內言)

    재일조선인 총연합회(조총련)는 북한 金正日의 국방위원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유정란(有精卵) 100만개를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국방위원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100만개의 유정란을 보내는 것은 세계사상 초유라는 점에서 해외토픽에 올랐다.10월 28일 1차분 8만개가 만경호편으로 북한에 보내져 만경대 부화장에서 부화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일본 지하 대표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조총련이 金正日 국방위원장 취임 축하명목으로 보내는 유정란 100만개는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의 식량난 해소차원이나 단백질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환영할 일이다. 식량난으로 주민들의 아사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도와준다는 것은 인도적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그러나 북한 최고통치자 개인을 축하하는 명분을 앞세워 이같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金日成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金正日 역시 개인 우상화 정책을 통치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그동안 조총련은 해마다 북한 최고통치자 앞으로 충성을 다짐하는 편지를 연례적으로 보냈으며 정치적 위상강화를 위한 우상화 책동에 앞장서 왔다.이번에 유정란 100만개를 헌납하면서도 김정일을 “세계적 위인”으로 부각시키면서 그의 위대성을 한껏 높이는 우상화 책동을 빼놓지 않았다. 金正日을 “”현대정치의 거장””으로 찬양하고,세월이 흐르고 하늘 땅이 변한다고 해도 그를 향한 인류의 존경과 흠모의 목소리는 더욱 높이 울려퍼질 것이라고까지 선전했다.아울러 그의 우상화를 위해 출생때부터 성품과 기백이 타고난 명장으로 국방위원장 취임을 당연한 신의 섭리라고까지 과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북한은 유정란을 부화시켜 “”수령님의 은덕을 기리는 조총련 선물””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주민들에게 분배하는 정치적 효과를 노릴 것이 자명하다. 최근 조총련조직을 이탈한 재일 상공인 간부는 조총련이 지난 5년간 金日成가계 우상화를 위해 지불한 경비는 모두 3억달러가 넘는다고 했다.이러한 막대한 우상화 비용을 주민들을 위해 쓴다면 북한의 식량난은해결될 수 있다며 조총련조직의 도덕적 허구성을 문제삼기까지 했다. 조총련조직의 이같은 반민족적 행각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보내지는 유정란 100만개가 앞으로 천만마리,아니 그 이상으로 부화돼서 굶주리는 북한동포에게 단백질 공급의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 金容雲 한양대 명예교수(국난극복의 지혜를 듣는다)

    ◎부패 청산 신바람운동 일으키자/한국인의 역사에 좌절이란 없어/구성원 각자 자각땐 민족정기 바로 설것 고사리의 작은 잎 하나에도 전체와 똑같은 구조가 있다.복잡성 이론은 이와 같은 ‘부분이 전체구조와 같은,즉 프랙탈(fractal)현상’을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안기부의 북풍공작,국세청의 정치자금 모금,권력의 부정융자압력…등 섬뜩한 사건들이 있었다.이들은 공통적으로 깡패사회나 다름없는 힘의 논리로 국가기관의 사유화를 시도했으며,이는 도저히 국민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대역행위이다.이같은 악(惡)의 프랙탈 구도는 하나의 뿌리에서 발생한 한국병이며 재벌,대학에서부터 말단 사회조직에 이르기까지 팽배해 있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IMF고 국난이고 간에 남의 일인듯 ‘어디 잘 좀 해보시오’라는 냉소주의에 빠질 때,관리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 되며 일부 기득권층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다. 카오스이론은 다윈의 고전적 적자생존의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발(創發)의 개념을 내세운다.일본 어느 섬의 원숭이 무리는 모래나 흙이 묻은 고구마로 사육되었으나 6년이 지난 어느날 그중 한 마리가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먹기 시작했다.그것을 본 또 다른 한 마리가 그 짓을 하게 되고 그 수가 차츰 늘어 일정한 수에 달하자 그 섬 안의 원숭이는 물론 다른 지역의 그것을 보지 못한 원숭이들까지도 모두 고구마를 씻어먹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비단 원숭이 뿐만이 아니다.영국에서는 어느 한 마리의 새가 매일 아침 배달되는 우유통의 뚜껑을 쪼아서 마시기 시작하자 그것을 모방한 새가 늘어갔으며,그 무리가 일정한 수에 도달하자 갑자기 영국에 있는 그 종의 새 모두가 그 일을 하기 시작했다. 복잡성의 과학은 한 종의 집단에서 진보적인 행동을 취하는 구성원이 일정한 수에 도달하여 전체가 그 행동을 하게 될 때를 새로운 성격의 창발(emergence)이라고 한다.진화는 생존경쟁이 아닌,집단의 일부에 새로운 지혜가 싹틈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전체는 단순히 부분의 합’이 아니다.일부 구성원의 행동이 전체의 성질을 바꾸기도 한다.99마리가 행동할 때까지 전혀 무관심했던 나머지 전부가 100마리째의 행동 때문에 새로워지는 것이다.서울의 거리를 날아다니던 나비한 마리의 날갯짓이 며칠 후 뉴욕에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다(나비효과)는 사실이 실감되는 오늘이다. 애덤 스미스는 자유방임으로 경제질서가 유지되는 일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설명하는데,몇 사람의 경제적 행동이 전체적인 질서를 유지케 하는 일이 창발됨을 의미하고 있다.민족원형의 형성도 같은 이치이다.한국인은 유별나게 기(氣)가 많으며 위기를 곧잘 신바람으로 극복해왔다.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의병 또는 금모으기 운동을 경험했고,오늘날에도 냉소주의자에 맞서 건전한 시민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괴롭힌 것은 왜군보다도 공을 시샘하는 고관이었으며 또한 원균의 군대는 이순신 군대의 분전을 보고도 외면하였다.그러나 결국에는 의병 등의 활약으로 왜적을 물리쳤다.일제 36년,그리고 독재정권 36년을 겪고 우리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다.단순한 정권차원의 일이 아닌,그간의 악의 프랙탈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민족 양심의 부활을 상징한다.암세포처럼 만연한 한국병은 오직 건전한 시민정신으로 치유될 것이다.너 아닌 나 하나의 자각이 민족정기를 창발시킬수 있는 것이다.
  • 金 대통령 訪日 성과를 보고/池明觀(기고)

    ◎한·일 관계 새로운 전기 마련 金大中 대통령의 3박4일간 방일 일정이 끝났다.대일 관계에 있어서는 언제나 그런 것처럼 이번 방일에 있어서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나 과거 청산에 대한 의지가 아직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그것은 일본의 지배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가 그렇게도 크고 그것을 위해 일본이 해야 할 일이 국제적인 관례에 따라 본다고 해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러한 사실을 부인하는 발언이 일본의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되풀이돼 우리의 분노를 사곤 했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해보면 이러한 문제도 시간과 더불어 많은 진전을 보여 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해방후 20년이란 세월이 흘러서야 타결됐던 1965년의 한·일협정 때만 해도 그들은 식민지 지배를 뉘우친다는 말에는 매우 인색해서 이 협정에는 그런 어구를 삽입하려고 하지 않았다.그러나 33년이 지나서 이번에는 식민지 지배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데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하고 이것을 문서화하기에 이르렀다. ○풀뿌리까지 교류·협력 확대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65년의 한·일협정에 대한 수정의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이런 정신에 서서 일본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를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한·일 양국의 정상이나 각료 등이 정기적으로 만나 이번에 서명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있는가를 점검한다는 데는, 과거청산을 위한 일본의 노력을 검토하는 일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보고 싶다.거기에다 5개 분야에 걸친 48개항의 선언을 실천에 옮길 행동계획까지 문서로 제시했으니 한·일 관계는 커다란 전기를 마련했다고 해야 하겠다.이렇게 본다면 金대통령의 대일 외교는 그 1단계에 있어서 크게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일관계를 설정하고 그 실현여부를 검토하며 더욱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기구를 두고 풀뿌리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협력을 크게 확대했다.경제적으로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저리로 30억달러를 융자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터놓은 것도 물론 큰 성과다. ○19세기적 분립 청산 사실 오늘 아시아의 경제적 위기를 앞에 놓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라볼 때 우리는 깊은 우려를 품지 않을 수 없다.달러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유러화(貨)가 세계시장을 지배하려고 할 때 아시아는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있는가. 유럽은 하나의 경제권,하나의 정치권을 지향하는데 아시아는 19세기적인 분립을 계속하려는 것인가.일본은 19세기에 서구세력이 밀려왔을 때 아시아의 운명에 등을 돌렸을 뿐 아니라 도리어 아시아를 침략하고 그야말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는데 이번에는 어떤 길을 택하려고 하는 것인가.여기에서 이번 金대통령이 채택한 대일외교란 21세기를 바라보는 중대한 시점에서 ‘한·일 파트너십’을 확립하고 그것을 다져가는 커다란 출발을 재촉한 것이다. 한·일 양국민이 시민적인 교류와 연대를 강화하면서 이 역사에 참여해 협력을 다짐하기도 하고 감시하기도 하는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무엇보다도 성숙한 국민으로서 때로는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차원을 넘어서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金 대통령 訪日 문화외교/金聖在 한일문화교류자문위원(특별기고)

    ◎일본의 마음을 얻었다 金大中 대통령은 이번 방일에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빗장을 풀고 한·일관계를 가깝고도 먼나라가 아니라 선린의 동반자 나라가 되게 했다. 이것은 한·일 양국관계를 넘어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외교사에도 높이 평가돼야 할 성과라고 생각한다. ○日 대중문화 빗장 풀어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문제는,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가 군사정권하에서 국민적 동의없이 강제화된 굴욕적 외교를 통한 개방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단순히 양국간 문화교류라는 차원 이상의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문제는 우리나라가 자주적으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과거청산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서둘러 개방할 필요가 없다는 반개방적 감정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화해·협력의 21세기로 그런데 金대통령은 취임 후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의사를과감히 밝히고 이 일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민간차원의 ‘한·일문화교류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임무를 부여했다. 이것은 한·일 양국이 불행한 과거사를 넘어 화해와 협력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는 金대통령의 세계사적 통찰력과 평화적 비전에 의한 용기 있는 결단,정부 수립 50년만에 국민들의 민주적인 선택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이란 자신감,그리고 우리 민족의 자주적 문화수용 능력과 창조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마침 필자는 金대통령의 방일기간중 재일 대한기독교회가 주최하는 ‘한반도 평화통일 국제회의’ 참석차 오사카에 있었기 때문에 金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일본의 지식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일본에 대한 金대통령의 진실한 마음과 용기 있는 결단에 부끄러워했다. 또한 지금까지 일본을 방문한 그 어떤 정상들도 金대통령 만큼 일본을 감동시키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환영을 받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다른 한편 재일동포들은 이제야 말로 당당한 대통령을 맞게 돼 속이 후련하고 자신감을 갖고 살게 됐다고 눈물지으며 감격해했다. 이렇게 金대통령은 이번 방일에서 진실한 마음과 역사적 비전,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큰 외교를 함으로써 일본으로부터 ‘한반도 식민지 강점에 대한 사죄를 문서로 받아내는 것’ 이상으로 일본인의 마음을 얻어오는 의미 있는 결실을 거뒀다. 金대통령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일의 성과를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 공으로 돌리고 국민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불교와 유교도 우리 것으로 만들어 발전시켰기 때문에 일본 문화개방에 대해서 두려울 것이 없다면서 우리 민족의 문화적 능력에 대해 강한 신뢰를 표명했다. ○우리민족 대응력 신뢰 이제 남은 것은 ‘장삿속의 수입경쟁’이나 ‘일본 저질문화에 혼을 빼앗기는 어리석음’을 넘어서는 우리국민의 성숙한 문화적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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