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세계문학
    2026-03-22
    검색기록 지우기
  • 가계 빚
    2026-03-22
    검색기록 지우기
  • 참가자들
    2026-03-22
    검색기록 지우기
  • 프로덕트
    2026-03-22
    검색기록 지우기
  • 자살 비행
    2026-03-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17
  • 日 ‘국수주의 작가’ 인생과 사상의 정수

    일본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 자기 나라 지폐에 얼굴이 등장할 만큼 그는 일본인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역사의 전환점에 설 때마다 그의 사상은 어김없이 재조명됐다. 자위대 이라크 파병 문제로 일본 열도가 들썩였던 2003년 말에도 일본의 국영방송은 그의 사상을 조명하는 특집을 내보냈다. 사회가 불안할 때일수록 그는 일본인의 정신적 등대 구실을 해온 셈이다.‘국민작가’ 대접을 받고 있는 그의 주요 작품들은 국내에도 거의 다 소개돼 있다. 지난달 ‘나는 소세키로소이다’라는 평전이 출간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장편 ‘길 위의 생’(김정숙 옮김, 이레 펴냄)이 나왔다. 소세키가 죽기 일년 반 전에 쓴 이 작품은 그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로 꼽히지만 엄밀히 말해 자전소설이라기보다는 ‘자전적인’ 방법으로 쓴 창작물이다. 주인공 겐조의 유년기는 곧 소세키의 과거이며, 겐조의 현재는 소세키가 런던에서 돌아와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쓸 당시의 모습 그대로다.‘길 위의 생’에는 ‘칙천거사(則天去私)의 완성’이라는 평이 따른다. 칙천거사는 나를 버리고 하늘에 따른다는 선적(禪的)인 의미의 조어. 그만큼 만년에 이른 소세키 자신의 인생과 사상의 정수가 담겨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 그의 사상과 문학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가 문학적 자율성과 순수성을 온전히 지켜온 작가가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로서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소세키 문학이 일제의 한국침략, 식민통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에는 군국주의적 발상, 독단적인 사회진화론적 사고, 호전적인 정치적 요소들이 노골적으로 혹은 은미하게 녹아들어 있다.‘길 위의 생’은 다행히 그런 혐의에서는 벗어나 있다. 소세키는 죽을 때까지 조선과 조선인을 천시하고 경멸했다. 문학평론가 이보영 전북대 명예교수는 “그처럼 집요한 민족적 적대감은 세계문학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소세키의 국수주의적 애국심, 자기모순을 지적한다. 대문호의 작품도 배경을 알고 읽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1만 2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대산세계문학총서 50호 발간

    문학과지성사와 대산문화재단이 함께 펴내는 ‘대산세계문학총서’가 35종 50권을 돌파했다. 제50호 작품은 미국 작가 너대니얼 호손의 ‘블라이드데일 로맨스(The Blithedale Rom ance)’. 사회주의공동체 실현을 위해 모인 한 무리의 남녀들이 엮어내는 수수께끼 같은 로맨스로, 호손이 즐겨 사용하던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벗어나 1인칭 서술자를 등장시켜 새로운 형식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대산세계문학총서가 대부분 그렇듯 이 소설 역시 국내 초역이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국내의 ‘세계문학’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국내 번역 출간물의 고질로 지적돼온 중역을 철저히 배제하고, 상업성이 없거나 난해함을 이유로 번역되지 못한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발굴 소개해왔다. 셰익스피어와 대등한 작가로 평가받으면서도 국내엔 그 작품이 소개되지 못했던 아일랜드 태생 소설가 로렌스 스턴의 대작 ‘트리스트럼 샌디’를 2001년 처음 펴낸 이래 지금까지 수십권의 국내 초역본을 선보였다.‘미국 흑인 여성문학의 어머니’ 조라 닐 허스턴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중남미 환상문학의 거장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러시아 인형’, 러시아 우화작가 이반 크르일로프가 평생에 걸쳐 정리해낸 198편의 우화를 모은 ‘크르일로프 우화집’등 수많은 ‘숨어 있는’ 고전들이 대산세계문학총서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이와 관련, 불어권 선정위원을 맡고 있는 권오룡 한국교원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기존의 세계문학전집들이 예쁜 꽃들만 꽂아놓은 꽃다발이라면,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진귀한 꽃들이 만발한 화단”이라며 “책을 펴내는 문학과지성사는 일종의 ‘문화재단적’ 출판사”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지난 1999년부터 외국문학 번역지원 사업을 실시, 매년 10∼20건의 지원 대상을 선정해온 대산문화재단은 올해부터 지원금을 600만원에서 최고 700만원까지 올렸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보르헤스의 미국문학 강의/보르헤스 지음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눈먼 도서관장 호르헤의 모델인 ‘도서관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그는 조국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페론에 대해 작가연맹 대표로 반독재 선언문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시립도서관 서기직에서 쫓겨난다. 그런 상황에서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그의 영미문학 강의는 지성에 굶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다. 나아가 미국 대학 순회강연을 통해 미국 청중까지 사로잡는다. 그의 독특한 시각과 다양한 독서편력이 청중을 열광케 한 것이다.‘보르헤스의 미국문학 강의’(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홍근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는 바로 그 강연의 결실이다. 질서정연한 유럽과 달리 중남미의 현실은 순진한 사실주의로는 잡아낼 수 없는 복잡한 미로와도 같다. 그래서인지 중남미에서는 유난히 환상문학이 발달했다. 중남미 작가들은 그들의 현실을 표현하는 방법을 미국문학에서 배웠다. 보르헤스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을 읽고 중남미판 환상문학 장르를 만들어낸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보르헤스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문학의 변방에 머물고 있던 중남미문학은 20세기 들어 비로소 환상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학계에 당당히 등장했다. 그 뿌리가 에드거 앨런 포다. 그런 점에서 보면 20세기 중남미 문학의 대표작가 보르헤스가 미국문학에 관심을 보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국 문학사를 정리한 책은 많다. 미국 문학사는 심리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돼 왔다. 이 책에서는 미국문학의 미학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만큼 “작품 자체의 매력”에 충실하다. 책은 17세기 미국문학의 기원이라 할 조너선 에드워즈와 필립 프리노의 청교도주의 정신, 에머슨과 소로로 대표되는 초월주의, 서부에서 나타난 새로운 세대의 작가 마크 트웨인과 잭 런던,19세기의 세 시인 시드니 라이어·존 그린리프 휘티어·에밀리 디킨슨 등 고전적인 작가들의 사상과 작품세계를 통해 미국문학의 정신을 살핀다. 184쪽에 불과한 얄팍한 분량이지만 이 책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탐정소설, 공상과학소설(SF), 웨스턴(서부문학), 흑인문학, 아메리카 인디언 시 등 기존의 문학사 책에선 좀처럼 취급하지 않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엘비스, 끝나지 않은 전설(피터 해리 브라운 등 지음, 성기완 등 옮김, 이마고 펴냄) 1935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투펠로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엘비스 프레슬리. 그가 죽은 날인 8월16일을 전후해 미국에서는 매년 ‘엘비스 주간’이 선포된다.‘엘비스는 죽지 않았다.’는 일각의 음모론도 그에 대한 추모열기를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 전기는 신화 너머의 인간 엘비스를 보여준다.엘비스를 돈벌이에 철저히 이용한 톰 파커 대령, 엘비스가 살던 집이자 기념관이 된 그레이스랜드를 관리하는 엘비스의 전처 프리실라 등의 이야기도 실렸다.2만 5000원.●일본 문화의 힘(윤상인 등 지음, 동아시아 펴냄) 세계문학으로서의 시민권을 당당히 획득한 일본 문학의 힘, 일본에선 ‘비주류’ 문화이지만 해외에서 찬사를 받는 일본영화의 원동력, 디자인 선진국 일본의 사회문화적 근원, 스트리트 패션으로 상징되는 신세대 ‘카리스마 디자이너’들의 지향점 등을 살폈다. 건축 쪽에선 서양 근대건축을 토착화한 단게 겐조, 성장 위주의 건축관을 거부하고 표현의 폭을 확대한 이소자키 아라타, 극도로 절제된 형태를 통해 일본문화의 단순미를 보여준 안도 다다오, 디지털문명의 유동성을 반영한 이토 도요 등을 소개.1만 2000원.●항해의 역사(베른하르트 카이 지음, 박계수 옮김, 북폴리오 펴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유명한 항해로는 기원전 1483년 이집트 왕비 하트셉수트의 황금 원정이 꼽힌다. 그는 오늘날 소말리아 해안까지 원정을 떠나 황금과 몰약, 상아 등을 잔뜩 싣고 이집트로 돌아왔다. 하트셉수트의 항해 이래 바닷길은 항상 부를 안겨주는 황금알로 여겨졌다. 지중해를 장악한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은 동방무역을 독점했고, 북해와 발트해를 통제한 독일의 한자동맹은 하나의 강력한 국가나 다름없었다. 반면 바다를 통해 들어온 정복자 피사로에게 잉카제국은 철저히 파괴됐다.2만 5000원.●요리의 향연(야오웨이쥔 지음, 김남이 옮김, 산지니 펴냄) 사천요리는 사천성의 성도와 중경이 대표적이며, 일채일격(一菜一格), 백채백미(百菜百味), 즉 요리마다 독특한 조리방법과 맛이 있다는 명성을 얻고 있다. 광동요리는 광주·조주 등의 요리로, 음식 재료가 다양하며 벌레·쥐·뱀·개구리·날짐승·길짐승 등 못먹는 것이 없다. 산동요리는 제남과 연대의 요리로부터 발전했다. 특히 산동사람들은 한국사람과 마찬가지로 생파와 생마늘을 좋아해 파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소주요리는 양주·소주·무석(無錫) 등지의 지방요리가 발전해 이뤄진 것. 재료의 본래 맛을 강조한다.2만 5000원.●개인숭배와 그 결과들에 대하여(니키타 세르게예비치 흐루시초프 지음, 박상철 옮김, 책세상 펴냄) 1956년 2월25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열린 제20차 소련공산당 전당대회. 스탈린이 죽은 뒤 제1서기가 된 흐루시초프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스탈린의 독단적인 정책, 고문에 의한 사건조작과 대량살상 등의 정치적 범죄를 낱낱이 고발한다. 이 책엔 그 연설 전문이 담겼다. 흐루시초프는 스탈린 시대를 둘로 구분,1934년 이후의 정치적 탄압행위를 비판하면서도 그 이전의 공업화, 농업집단화, 문화혁명 등의 정책과 이를 통해 확립된 소련 사회주의체제는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5900원.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위대한 밥상’ 전도사 한영실 숙명여대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위대한 밥상’ 전도사 한영실 숙명여대교수

    약식동원(藥食同源). 먹는 것이 바르지 못하면 병이 생기고, 또 식(食)을 바르게 하면 모든 병이 낫는다. 음식을 잘 먹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질병을 다스릴 수 있다는 선인의 지혜가 빛나는 진리로 다가온다. 문득 피천득 선생이 생각난다. 올해 97세인 선생에게 최근 건강비결을 물었더니 “아침은 혼자서, 점심은 친구와, 저녁은 적과 함께 하라.”는 말로 대신했다. 아울러 ‘음식=약´을 몸소 실천한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시’까지 번역·출간할 만큼 “괜찮게 살고 있다.”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다. 맞다. 하루 세끼 먹는 음식만 잘 관리해도 무병장수를 누릴 수 있다. 다행히 요즘들어 ‘웰빙 바람’으로 그 어느때보다 국민 모두가 음식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국민적 운동’에 불을 지핀 사람이 있다. 이른바 ‘위대한 밥상의 전도사’‘비타민 교수’라는 별명이 붙었다.TV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렇지만 평소 강연이며 외국 원정까지 나가서 한국의 전통 음식을 꾸준히 알려 한국의 대표적 ‘전통음식 박사’로도 통한다. 바로 한영실(50·식품영양학과) 숙명여대교수다. 지난 주 이 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먼저 최근 프랑스에 다녀온 얘기부터 나왔다. 한 교수는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과 토고전이 열리던 지난달 13일 프랑스 파리의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에서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아주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비빔밥으로 맛보는 한국 음식’이라는 주제로 비빔밥, 불고기, 잡채, 누룽지, 오이채, 식혜, 떡, 한과 등을 선보였다. “음식의 고장 파리에서 한국전통음식 전시회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3일 동안 열렸는데 첫날만 하더라도 파리 시장, 파리 7대학총장 등의 현지 정·관·언론계 인사를 비롯,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랑스인 300여명이 참석해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특히 단체로 초청된 현지 초등학생들은 오이채와 가늘게 썬 계란 노른자를 보고 다들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더군요.” 이 행사를 위해 3.5t에 이르는 요리 재료를 한국에서 직접 꾸려 공수할 만큼 정성을 들였다. 또 ‘신토불이’의 정신과 빨강, 노랑, 하양, 파랑, 검정 등 오방색을 소개하는 등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건강을 추구하는 한국 음식문화를 마음껏 보여주었다. 봄 청자, 여름 백자, 가을 도자기, 겨울 유기그릇으로 준비된 밥상을 본 현지 인사들은 한국인의 지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 한·일 첫 음식교류전 개최 이 소식은 일본까지 전파됐다. 최근 일본 국제교류제단에서 ‘한·일 음식교류전’을 갖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한 교수는 준비기간이 필요하니 내년쯤에 좋겠다는 답신을 보냈다. 한·일간 최초의 음식교류전이 열릴 전망이다. 한 교수는 TV의 프로그램 ‘위대한 밥상’ 출연과 강연, 그리고 책 발간 등을 통해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다. 그렇다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할까.“그런 질문 자주 받아요. 청소와 빨래는 맡긴 적이 있지만 음식은 직접 해요. 아침에는 된장찌개를 해서 식구들과 꼭 먹고요. 토마토를 사다가 냉장고에 넣고 오미자차를 직접 만들고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김장부터 시작해 식구들을 위한 ‘건강 밥상’을 일일이 챙긴다고 했다. 김치 담그는 솜씨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72)한테 배웠다고 했다. 멸치젓, 새우젓을 담그는 것은 물론 배추 살 때 가장 맛있는 것을 꼼꼼히 고르는 법도 익혔다. 품질 좋은 배를 골라 김치에 버무리고 남은 것을 불고기에 재는 지혜도 터득했다. 딸 넷 중 첫째이기에 자연스럽게 어머니따라 요리를 가까이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는 김장과 고추장 담그는 일로 미팅 한번 제대로 못했단다. 또 메주 쑤는 날, 두부 만드는 날, 술 담그는 날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했다. 한 교수는 “남들이 공주과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무수리(궁중의 여자 종)로 컸어요.”라며 웃는다. 또 전형적인 양반집 스타일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찌개 하나라도 자글자글 소리가 나야 했고, 숟가락을 놓자마자 재까닥 누룽지가 나와야 했다. “어릴 적 꿈은 가수였어요. 집안 행사에 식구들이 모이면 남자들은 다들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했어요. 할아버지나 부모한테 ‘(한 교수를 가리켜)얘는 노래 못하지만 쟤(남동생)는 노래를 잘해’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아버지도 음악을 무척 좋아해 외출시에는 꼭 LP판을 사올 정도였어요.” 한 교수는 결혼 후에도 노래를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 남편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패티김 노래를 열창하곤 했다. 이때마다 남편한테 “감칠맛 없이 꼭 선생님 같이 부른다.”는 평을 받아 노래 배우기를 포기했다. ●장수집안 외가 영향으로 식품영양학 전공 한 교수가 식품영양학과를 선택한 것은 어머니의 강력한 권유에서 비롯됐다. 외가쪽이 장수집안이었는데 어머니는 늘 그 이유에 대해 섭생을 잘해서 그렇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만병을 예방한다는 지론을 폈다. 어머니는 지금도 방송을 보면서 일일이 모니터를 해주고 아이템까지 제공해줄 만큼 관심이 높다. 결혼에 대해 슬쩍 물었더니 “스물여덟의 나이에 선을 봤어요. 두번째 만날 때 시아버지께서 ‘둘다(남편도 교수) 바쁘니 중간고사 볼 때 식을 올리자.’라는 제안에 친정 아버지도 ‘수업을 안 빼먹어도 좋으니 그리 합시다.’고 답해 허걱했지요.”라며 웃는다. 화제를 바꿔 직장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어떤 음식습관이 필요하느냐고 물었다. 지체없이 “먹는 일보다 더 바쁜 게 어디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출근 길이 바쁘다고 아침을 대수롭지 않게 생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다. 또 젊을 때는 아침 한끼정도야 건너뛰면 어쩌랴 하겠지만 이는 건강을 야금야금 잃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하루 세끼 ‘잘 먹는 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어 “한끼 안 먹고 폭음, 폭식하다보면 어느날 한꺼번에 건강을 잃어버리지요.”라고 했다. 한 교수는 음식 칼로리 조절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지난 91년 둘째 아이를 낳고 몸무게가 72㎏으로 늘어 좋아하던 테니스도 못하고 무릎관절과 허리통증에 시달렸다. 고민끝에 음식에 대한 칼로리를 계산하게 됐고 매끼마다 밥 서너숟가락을 덜어내는 습관을 길들여나갔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매일 칼로리 가계부를 적었다. 반찬으로는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와 야채류를 먹었다. 점심에 많이 먹으면 저녁때 조절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한 지 8개월 만에 14㎏을 줄였다. 이에 대해 “한밤 중에 라면이 생각날 때면 차라리 칼로리가 낮은 미역국을 드세요.”라고 권한다. ●“여름 전통 보양식 삼계탕·콩국수가 으뜸” “여름에는 뭐니뭐니 해도 조상의 지혜가 듬뿍 담긴 전통적인 삼계탕과 콩국수를 자주 드시면 좋습니다. 오랫동안 연구를 해봐도 우리의 전통 보양식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여기에 토마토와 수박 등을 적절하게 곁들이면 그만이지요.” 한 교수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은 자신의 저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음식상식 100가지’라는 책이 계기가 됐다. 제작팀들이 이 책을 보고 연구실로 찾아와 출연제의를 하게 됐던 것.2년반째 출연 중인 한 교수는 “시청률 20% 이상 올렸는데도 출연료는 더 안 올려주더군요.”라며 웃는다. 현재 ‘위대한 밥상’ 제4권째 출판 준비 중인 한 교수에게 돈을 얼마 벌었느냐고 하자 “책(1,2,3권)은 10만권 이상 나간 것 같고요.”라고 한 뒤,“뉴욕과 도쿄, 파리 등 해외에 우리나라 전통 음식연구원을 내려고 돈을 꼬박꼬박 모으고 있어요.”라고 부연했다. 건강유지의 비결을 묻자 하루 일과로 대신한다.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7시30분 출근한다. 점심에는 밖에서 먹고 약속이 없을 경우 집에 돌아와 저녁 7시30분에 식사한다. 그런 다음 운동화를 신고 40분 동안 동네(서울 도곡동) 산책을 한다. 잠자리에 드는 밤 12시까지는 미처 읽지 못했던 그날 신문을 훑어본다. 한 교수는 거의 막힘없는 달변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초등학교 시절에 한국단편전집과 중학교때 세계문학전집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됐단다. 지금도 화장실과 부엌에 책 10여권이 놓여 있을 정도로 독서를 좋아한다. 또 방학때마다 제자들과 함께 책20권 읽기 운동을 벌일 만큼 독서 예찬론자이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바둑 두는 여자’ 중국계 佛 작가 샨사 내한

    “나는 중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코스모폴리탄(세계시민)입니다. 내 문학 또한 중국문학이나 프랑스문학이 아니라 세계문학이지요.” 소설 ‘바둑 두는 여자’‘여황 측천무후’로 널리 알려진 중국계 프랑스 여성 작가 샨사(34)가 지난 주말 내한했다.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녀는 모국어인 중국어 대신 프랑스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소설의 영화화 작업을 위해 미국에 갔다가 중국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에 서울에 왔다는 그녀는 “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평소 한국 영화와 음식,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열일곱살 때 시집 ‘눈(雪)’으로 ‘북경의 별’로 선정되는 등 일찌감치 예술적 재능을 발휘한 샨사는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1990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 정부 장학금으로 철학을 공부하고, 화가 발튀스에게서 미술을 배우는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갈고 닦은 그녀는 1997년 프랑스어로 쓴 첫 소설 ‘천안문의 여자’로 단숨에 차세대 작가 반열에 올랐다. 시녀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여장부의 일대기 ‘여황 측천무후’,1930년대 중일 전쟁을 바둑판에 비유한 ‘바둑 두는 여자’, 미국과 중국, 프랑스 3국의 스파이전을 다룬 ‘음모자들’ 등 샨사의 문학적 대상은 일반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역사와 정치, 권력과 음모 등에 관한 것들이다. 샨사는 “어릴 때도 바둑, 장기, 카드 등 전략이 필요한 놀이에 열중했고,‘삼국지’ 같은 책을 즐겨 읽었다.”면서 “남성의 세계를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게 내 소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소재로 한 전작들과 달리 앞으로는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릴 작정이다. 차기작은 알렉산더대왕과 아마존 여왕의 사랑을 그린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로 오는 9월쯤 파리에서 출간된다. 혹성의 외계인을 다룬 공상과학소설과 중세시대 이슬람전사에 관한 소설도 구상 중이다. 너무 영웅담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녀는 “나는 내 인생의 모델이 되는 인물을 창조할 뿐이다. 그것이 내 한계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독자 사인회(4·5일), 방송 출연, 국립중앙박물관 견학 등의 일정을 마친 뒤 7일 한국을 떠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Book & Life] ‘책의 참뜻’ 담지 못한 독후감 숙제

    얼마 전 중학생인 둘째 아이가 독후감 숙제를 해야 한다고 해 필요한지 물어보지도 않고 책을 두 권 사다 준 적이 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던 것 같다. 퇴근 길에 책을 사들고 들어갔더니 “에이, 아빠 벌써 다 썼어요.”라는 게 아닌가. 어이없어하는 내게 아들놈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요약된 글이 천지”라며 “책을 언제 다 읽고 독후감을 쓰느냐.”고 천연덕스레 말하는 것이었다.10여분간 훈계를 늘어놓은 뒤 책을 모두 읽고 독후감을 다시 쓰라고 하니 심약한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인터넷을 직접 검색해 보니 요약된 글뿐만 아니라 줄거리, 주제, 등장인물의 성격, 느낀 점까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었다.아예 모범 독후감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달려 나왔다. 학교 공부하랴, 학원가랴 바쁜 세상에 쉬운 길(요약글) 놓아두고 굳이 어려운 길(원전)을 택할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니, 공연한 트집을 잡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점에서도 요즘엔 요약된 글을 묶은 책들이 인기다.‘요약 세계문학전집’이니 ‘독후감 숙제’니 하는 책들이 다. 서너권만 사놓으면 수십명의 위인들과 고전을 ‘섭렵’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그 준비를 위한 ‘다이제스트 고전’도 쏟아져 나온다. 다이제스트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학이든 철학이든 역사든 전체적인 흐름이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고, 관심이 가는 책을 골라 읽게 하는 원전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요약된 글을 찾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논술시험을 위해 요약집을 달달 외운들, 인터넷에서 독후감 숙제를 수십번 베껴 낸들, 동서고금을 통해 가슴을 울리는 고전의 깊은 맛을 과연 알 수 있을까. 아이들을 겉은 실해 보이나 텅 빈 무처럼 키워선 안 된다. 학교에선 독후감 숙제를 내주기보다, 차라리 1주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수업시간을 쪼개 책을 읽게 하는 게 낫겠다. 출판사도 ‘논술준비’니 ‘양서안내’니 하며 요약된 글을 책으로 묶어내는 일은 그만두었으면 한다.이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게 함으로써 출판시장에도 해가 되는 일이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혼불’에 깃든 민족 생명력 기린다

    ‘혼불’에 깃든 민족 생명력 기린다

    장편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1947∼1998)를 기리는 기념관이 25일 전주에서 문을 열었다. ‘혼불 기념사업회’는 2001년부터 국비 등 16억여원을 들여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에 80여 평 규모의 ‘최명희 문학관’을 건립해 이날 개관식을 가졌다. 지상·지하 각 1층 규모로 마련된 문학관의 본관인 ‘독락재(獨樂齋)’에는 ‘혼불’의 원고 원본과 최씨의 친필 서신, 유품, 최씨의 문학 철학을 담은 영상물 등이 전시됐다. 지하 공간인 ‘비시동락지실(非時同樂之室)’은 문학 강연장과 상설 전시장 등으로 활용된다. 초대 관장인 장성수(58) 전북대 국문과 교수는 “전주는 최명희 작가가 고교 교사와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활동해온 곳”이라며 “문학관은 최 작가가 소설 ‘혼불’에 담아낸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기리는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희는 조선시대 남원지역 양반가의 몰락과정과 3대째 종가를 지켜온 며느리의 애환을 그린 대하소설 ‘혼불(10권)’을 17년 동안에 걸쳐 완성해 전북 애향대상과 세계문학상, 단재문학상, 호암상 등을 받았으나 1998년 12월 암으로 타계했다. 전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보수·진보 北인권논쟁 모두 본질 외면”

    지난해 ‘국경을 세번 건넌 여자’란 자전 에세이로 주목받은 탈북 시인 최진이(46)씨. 그녀는 26일 보수와 진보세력이 벌이는 북한 인권 논쟁에 대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양측 모두 정치적 도그마에 빠져 제대로 북한 문제를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흘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막을 내린 유럽연합(EU)의 북한 인권청문회에서 양측이 장내외에 동시출연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치열하게 제대로 보려는 노력들이 없이 이념·파벌 싸움으로만 몰고 간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선 거시적 안목없이 무조건 김정일 타도로, 다른 편에선 실제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아예 외면한다는 것. ●노대통령도 ‘요덕스토리´ 직접 봐야 그녀는 특히 최근 정치범수용소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보고, 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탈북자들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이 일본의 역사 의식을 제대로 지적하기 위해 야스쿠니를 가보고 싶다고 말했듯 요덕 스토리를 보고 의사 소통 부재에서 오는 이념갈등을 깨뜨리자는 것이죠.” 북한 김형직 사범대 작가반 출신으로 조선작가동맹에서 시를 쓰다 평양 추방령을 받은 뒤 탈북한 최씨는 토론부재, 한(恨)풀이식 댓글 문화를 남한사회의 지나친 이데올로기 대립 원인으로 분석했다. 논쟁을 논쟁으로 보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분노, 인격 모독으로 여기면서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유치한 감정전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북한알기’도 마찬가지. 최씨는 “학자들도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채 자신이 이미 구축해 놓은 틀에서만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북한사회 ‘386’의 고민을 제대로 들으려 하는 사람들도 없다고 했다. 최씨가 얘기하는 ‘386´은 70년대 후반 80년대 대학을 다닌 북한의 지식인들. 그는 “김정일 정권을 좋다고 얘기하는 북한사람들은 공포감에서, 한편으론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을 때 생기는 혼란에 대한 자기 방어 차원에서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60년대 학번의 경우 세계문학전집도 봤고, 볼쇼이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도 본 ‘누린 세대’이지만 그 이후 세대는 세상으로부터 갇혔다.”고 말했다. 정권으로부터 세상에 갇히게 되자 진실을 캐기 시작한 게 북한의 ‘386’세대라고 한다. 그는 “최근 386들이 돈벌이에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86세대가 북한 변혁의 동력이 될 수 있냐는 주장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지난 50년 동안 스스로 일어날 줄 모르는 자들로 키워져 고민으로만 그친다는 진단이다. 한 교수의 경우 토속언어 연구를 명목으로 반란의 기미를 감지해 보고자 전국을 돌아다녔으나 전혀 찾을 수 없어 결국 탈북했다고 한다. 최씨는 그러나 남북, 북·중 경제교류 증가로 시장 경제의 기운이 북한사회에 스며들면서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인식 수박 겉핥기식 남한 사회의 북한 인식이 너무도 겉핥기식이고 각종 색깔로 덧칠돼 있는 게 안타깝다는 최씨.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에 낼 석사논문 ‘식량난 시기 여성 시인들의 여성주제 시쓰기 방식´도 최씨가 남한사회에 보내는 또 하나의 북한 알리기다. 작가동맹시절 염형미란 후배 시인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가슴 속 그림 한 폭] 소진되지 않는 ‘빛의 마술’

    [가슴 속 그림 한 폭] 소진되지 않는 ‘빛의 마술’

    ‘돈이냐 자존심이냐.’ 출판인들이 태생적으로 갖는 고민이다. 돈을 많이 벌면서도 그럴 듯한 책을 끊임없이 내면 좋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홍지웅(52) 열린책들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돈과 자존심’을 다 챙길줄 아는 몇 안되는 출판인 중 한 사람이다. 거기에 상당한 미술적 소양을 갖추고 있는 점도 많은 출판인들이 부러워하는 대목. 홍 대표가 지향하는 현대미술 세계는 ‘관상하는’ 미술이 아닌 ‘체험하는’ 미술이다. 단순한 눈의 즐거움을 넘어 온몸으로 느끼고, 작품 속에 들어가 참여하는 게 진정한 현대미술이라고 믿는다. 그는 얼마전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地中)미술관에서 이같은 미술의 전형이 될 만한 작품을 발견했다. 땅속에 건설된 지추미술관은 ‘빛의 작가’로 알려진 미국의 제임스 버렐(66)과 월터 데 마리아, 모네 3인의 작가를 위한 미술관이다. 구리제련소 폐기물로 얼룩진 환경 복원사업의 하나로 후쿠다케 서점으로 유명한 후쿠다케 가문이 세웠다. 홍 대표는 이들 작품 중 버렐의 ‘Wide Out,1988’이 준 감흥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버렐은 빛을 예술로 연출하는 데 천부적 재능을 갖춘 작가입니다. 장식 하나 없는 공간에 조명이나 햇빛, 관람객의 위치 등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마술’에 넋이 나갈 지경이지요.” 만질 수 없으나 소진되지 않는 빛을 소재로 관람객에게 각기 다른 예술적 체험을 제시하는 것이 버렐 예술의 핵심이다. 홍 대표에게 있어 책과 미술은 실과 바늘과도 같은 관계다. 도스토예프스키전집이나 프로이트전집을 내면서 고낙범 선종훈 등 유명화가와 계약을 맺고 수십권의 표지에 쓸 작품을 일일이 제작케 했다. 최근엔 ‘미스터 노 세계문학’시리즈를 선보이면서 뉴욕 현대 산업디자인계를 대표하는 카림 라시드에게 독특한 색상과 모양의 서점 전시용 책장 디자인을 맡기기도 했다. 예술은 단순한 미적 가치를 넘어 사회와 대중을 움직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이같은 예술론이 출판에도 스며들면서 그의 성공에 중요한 엔진으로 작동하지는 않았을까.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 그림동화책 펴냈네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그림책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이런 깜찍한 상상이 시리즈로 기획되어 시중 서가에 꽂혔다. 이상의 날개에서 펴내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그림책’시리즈.1990년 수상작가 옥타비오 파스의 ‘우리 집에 온 파도’(노경실 옮김)를 1권으로 루디야드 키플링, 주제 사라마구 등 3권이 함께 선보였다. 그림동화용 원작 압축은 해외 작가들이 맡았다. 하지만 쟁쟁한 국내 번역가들이 한글옮김 작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듬직하다. 세계문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주인공들의 화제작들이 과연 어떻게 그림동화로 몸을 낮췄을까.1권 ‘우리 집에 온 파도’에서는 넘실대는 푸른 파도가 모자를 쓴 생명체가 되어 어린 주인공과 팬터지를 엮어간다. 여행길에서 파도를 데리고 귀가한 소년.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같았지만 파도를 길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이유도 없이 한숨을 쉬며 몸부림을 치고, 장난감 기차를 부수고, 모아놓은 소중한 우표들을 다 적셔버리고…. 마침내 가족들은 파도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환상적 이야기 틀거리 속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 해석이 돋보인다. 현실과 비현실, 이성과 비이성을 시적 상상력으로 포착한 원작의 가치를 아이들 수준에 맞도록 재구성해 펼친 솜씨가 신통하다. 2권은 영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키플링의 ‘낙타는 왜 혹이 달렸을까’(노경실 옮김),3권은 포르투갈 최초의 수상작가 사라마구의 ‘세상에서 가장 큰 꽃’(공경희 옮김).6세 이상. 각권 9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아내에게 다른 남편이 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니, 혹 이혼한 전처를 얘기하는 걸까. 아니다. 엄연히 법적으로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둘의 애정전선에도 이상이 없다. 문제는 아내에게 남편말고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으며, 지금의 결혼을 유지하면서 그 남자와도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중결혼인데 일부일처제의 오랜 사회적 통념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도발적 상황설정인 셈이다. 1억원 고료의 세계문학상 두번째 수상작인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는 상식을 깨는 파격적 소재만으로도 단번에 눈길을 끌어당기는 소설이다. 그런데 몇 페이지 읽다보면 이 기막히고 황당무계한 상황을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노련하고, 능청스러운 솜씨에 두 손을 들게 되고 만다. 논쟁적인 작품을 내놓은 사람답지 않게 소설의 창작 배경을 설명하는 작가 박현욱(39)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나직했다.“남녀간 사랑의 모순, 결혼제도의 모순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했다.”는 그는 “일부다처제가 오랫동안 존재해왔듯 일처다부제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 역시 보편적 윤리관과 사회적 통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듯싶다.‘일처다부제’이야기를 소설로 풀기가 쉽지 않아 3년을 묵혔다. 그러던 중 뜻밖에 축구가 실마리로 떠올랐다.“파격적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 서브 플롯 장치로 축구가 의외로 썩 잘 어울리더라.”는 것. 소설 줄거리가 남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다 보니 남자들이 좋아하는 축구로 이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인생 그 자체가 축구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W. 스콧의 말을 소설의 맨 첫 장에 인용한 작가는 두 남녀주인공의 기구한 결혼이야기를 축구에 빗대 하나씩 풀어간다. 축구 전문 서적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집한 해박한 축구 지식은 소설 속 상황과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며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소설 내용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독자라도 축구 이야기에는 마냥 빨려들 듯싶다. 아내에게 속수무책 끌려가는 남편의 심리에 대해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때 소유욕은 극대화된다.”고 설명한 작가는 “아내를 반쪽만 소유한 소설 속 남편은 사랑하지 않으면서 같이 사는 부부보다는 행복할 것이고, 온전하게 사랑하는 부부보다는 불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2001년 장편소설 ‘동정없는 세상’으로 제6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받았고,2003년 장편소설 ‘새는’을 출간했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파격 ‘문학전집’ 혁신적 외장 디자인

    책장 한구석을 무겁게 차지했던 세계문학전집이 중후함의 먼지를 털어내고 한층 세련된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외국문학 전문출판사 열린책들이 창간 스무돌을 맞아 야심차게 기획한 20세기 현대문학 전집 ‘Mr.Know 세계문학’이다. ‘Mr.Know’는 미국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고안한 이름. 소니, 이세이 미야케, 아우디 등을 디자인했고 현대카드 시리즈도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을 기획하던 출판사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생각으로 카림 라시드에게 전용 책장 디자인을 의뢰했고, 그는 ‘지식의 나무’를 상징하는 자신의 디자인에 이 이름을 붙였다. 알록달록한 색상이 단번에 눈길을 끄는 이 책장의 크기는 165㎝. 하드커버가 아닌 페이퍼백에 일반 책자보다 작은 사이즈로 제작된 전집 100권 가량을 꽂을 수 있다. 비매품으로 딱 70개만 한정 제작돼 이번 주말부터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전국 주요 서점에 배치된다. 내용면에서의 파격도 눈에 띈다.30권으로 구성된 전집에는 ‘어머니’(막심 고리키),‘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닥터 지바고’(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 고전으로 불릴 만한 작품뿐만 아니라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존 르카레)같은 장르문학까지 끌어안았다. 권 7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백낙청교수 15년만에 평론집

    문학평론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15년 만에 평론집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보람’(창비)을 펴냈다. 1990년 ‘민족문학의 새 단계’출간 이후에 발표한 19편의 작품 비평과 이론 비평, 통일시대 문학의 논리를 점검한 글을 묶은 것.백 교수는 1996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직을 맡으면서 민족문학론의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지난해에는 6·15공동선언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 남측준비위 상임대표로 일했고, 분단 60년만에 열린 남북작가대회 대표단으로 방북하기도 했다. ‘민족문학과 세계문학4’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평론집은 우리 사회가 이미 통일시대에 들어섰으며, 한국문학이 내장한 활력이 이 시대의 활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1부에서는 지구화시대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바람직한 상, 통일시대를 맞이하는 한국문학의 모습 등을 진단하고,2부에서는 고은, 황석영, 신경숙, 배수아의 작품을 분석했다.3부에서는 문학적 이슈와 각종 토론회에서 진행된 논쟁을 정리했다.2만 5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김준태 지음, 한얼미디어 펴냄)시집 ‘참깨를 털면서’‘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등을 펴낸 김준태 시인이 1980년대부터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며 세계 명작과 사상의 거장 발자취를 찾아다닌 기록을 묶은 문학 순례기.1만 5000원. ●하워즈 엔드(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열린책들 펴냄)‘인도로 가는 길’과 더불어 영국 작가 E M 포스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 세속적인 윌콕스 집안과 이상을 추구하는 슐레겔 집안의 대립과 결합을 통해 영국 사회를 통찰한다.9500원. ●대리전(듀나 글, 김수진 그림, 이가서 펴냄)온라인에서 SF작가 겸 영화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저자의 신작 소설집. 외계인 숙주와 지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대결을 코믹하게 그린 표제작을 비롯해 ‘토끼굴’‘어른들이 왔다’‘술래잡기’등 4편 수록.9800원. ●문장(최인호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성 프란체스코에서 경허선생, 그리스 신화에서 실존주의 작가 카프카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철학과 예술, 역사와 종교를 통해 40년간 작가로서 걸어온 여정을 응축한 수상록.‘자신을 알아가는 지혜’등 네가지 주제로 글을 묶었고, 동양화가 이보름씨가 그림을 그렸다. 전 2권, 각 권 8500원 ●장미 주유소(유애숙 지음, 문이당 펴냄)2000년 ‘작가세계’신인상으로 등단한 저자의 첫번째 소설집. 보석상, 짝퉁 명품가게 여주인, 치과의사, 임상병리사 등 다양한 계층의 인간군상을 통해 욕망의 실체를 더듬는다.9500원.
  • 이호철 작품 인도서 출간

    원로 작가 이호철(73)의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과 단편집 ‘판문점’이 인도에서 영어 번역판으로 출간된다. 이씨는 “내년 1월7∼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인류의 마을과 도시’를 주제로 열리는 문화행사 ‘카사아시아(KathaAsia)페스티벌’에 기조 연설자로 참가해달라는 초청과 함께 인도와 남아시아의 영어권 독자를 위해 작품을 출간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면서 “이를 위해 지난해말 미국에서 출간된 ‘남녘사람…’과 ‘판문점’의 출판사와 저작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사아시아페스티벌’은 1947년 3월 네루가 창립한 아시아 콘퍼런스에 기원을 둔 대규모 문화행사. 내년 행사에는 주최국인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레바논, 이라크, 이란, 중국, 영국 등 22개국에서 100여명의 작가들이 참가해 토론을 벌인다. 이씨는 11일 열리는 포럼에서 ‘인간의 마을과 도시, 간디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20분간 연설한다. 이씨는 “2002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문학인대회’에 함께 참가했던 인도 작가가 나를 기억했다가 ‘남녘사람…’의 독일어판 출판사인 펜드라곤사를 통해 초청장을 보내왔다.”고 말했다.1950년대 후반 네루 집권 시기에 중동과 아시아권 16개국 작가들을 초청해 토론을 벌인 적이 있는데 당시 북한의 한설야, 구 소련의 시모노프 등이 참가했지만 이승만 정권하에서 한국 작가는 참가하지 못했다는 게 이씨의 전언. 그는 “구 소련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50년 전에는 참가조차 못했던 한국의 작가가 이번에 기조연설자로 참가하는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술원 회원인 이씨의 작품은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멕시코 폴란드 등지에서 번역 출간된 바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교 영어경시·교사 국어연수·여름영어 참가자 모집

    성결대가 1일부터 ‘제3회 전국 고교 영어경시대회’ 참가자를 모집한다. 토익(TOEIC)과 영어 글쓰기로 치러지며 오는 10월 1일 대회가 열린다. 상금은 대상과 금상, 은상 각 200만원,100만원,50만원 등이며, 동상 이상 수상자는 본교에 입학할 때 장학금 혜택을 준다. 고교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1년 이상 해외에 머무른 장기체류자나 각종 대회 수상자들은 별도로 경쟁한다. 접수료는 5000원. 자세한 내용은 8월 초 인터넷(www.writetime.co.kr)을 통해 게시된다. 성결대는 이와 함께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국어 연수’ 참가자를 모집한다. 마감은 오는 22일까지, 선착순 40명이다. 연수 기간은 8월1∼12일이며, 문학평론과 세계문학, 논리학, 국문법, 화법, 화용론, 초등글쓰기, 중·고등 글쓰기 실제 등이다. 연수 우수자 3∼4명은 중국이나 일본 지역에 일주일 이내의 해외연수비용을 지원한다. 접수는 인터넷과 우편 및 방문(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산 147의 2),e메일(sli8242@sungkyul.edu), 팩스(031-467-8242)로 받는다. 학교장 추천서를 내야 한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2005 여름영어 프로그램’ 참가자도 선착순으로 모집하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8월27일까지 본교 중생관에서 실시된다. 한 반당 정원이 10명 이내로 초급반과 중급반, 회화반 등 3개 반으로 편성된다. 비용은 각 20만원,18만원,16만원이다. 초·중급반은 월·수·금요일에 오전 3시간씩, 회화반은 화·목요일에 6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원어민 교사를 중심으로 게임과 노래, 영화, 작문 등을 배운다. 인터넷과 e메일, 팩스로 신청하면 된다.(031)467-8242.
  • “日, 황후전 궁녀 창밖으로 던져”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목격한 외국인의 증언록 전문이 11일 공개됐다. 명지대 LG연암문고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김려춘 교수가 최근 러시아 제국 외교고문서관에서 세르진 사바친의 명성 황후 시해 사건 목격기를 발견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바친은 고종이 고용한 러시아인 건축기사로 1894년 8월부터 사건 당일까지 경복궁에 살았으며 사건 뒤 중국 산둥(山東)성으로 피신해 이 기록을 남겼다. 다음은 증언록 가운데 명성황후 시해 장면.“새벽 5시 궁궐 공격이 시작됐다. 북동문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유창한 연설로 보아 사전 연습까지 해둔 것이 분명했다. 궁궐을 지키던 위병들은 사방으로 달아났다. 나는 황후전(건청궁)에 있는 두개의 문 앞을 지키는 5명의 일본인 보초병과 장교 한 사람을 봤다. 동시에 마당에는 훈련대 소대와 오동나무 문장이 들어 있는 일본 옷이나 양복을 입은 20∼25명가량의 일본인이 있었다. 일본인에 붙잡힌 내가 황후전 마당에 서 있을 때, 일본인들은 궁녀 10∼12명의 머리채를 거머쥐고 끌어낸 뒤 창문 밖으로 던져 마당으로 떨어뜨렸다. 궁녀들 중 그 어느 한 사람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 완전한 침묵 상태였다. 황후전 마당에 머문 15분의 마지막 순간 일본인 5명이 시뻘개진 얼굴로 사납게 외치면서 황후전 안으로 뛰어 들어가 어떤 궁녀의 머리채를 거머쥐고 달려 나왔다. 일본인 한 명이 내게 황후의 거처를 물었다. 새벽 5시15분쯤 국왕이 유럽인들을 접견하던 전각 부근에 일본 병사 100∼150명과 장교 8∼10명이 있었다. 많은 일본군과 조선인 고관들이 그 곳에 있던 것으로 보아 국왕이 그 곳에 있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합
  • 소설가 김별아 ‘화랑세기’속 요부 ‘미실’ 출간

    작가 김별아(36)가 1500년 전의 여인을 불러냈다. 새 작품 ‘미실’(문이당)은 신라시대의 요부(妖婦) 미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얽은 장편소설이다. 지난해 말 국내 문학상 사상 최고상금인 1억원의 세계문학상을 따내 문단의 시샘이 쏠렸던 작품이다. 왜 ‘미실’이었을까. 소설집 ‘꿈의 부족’(2002년) 이후 3년 만에 내민 장편의 여주인공이 하필이면 왜 우리 역사 최고의 팜 파탈이었을까. 역사의 먼지를 헤집어 소환해낸 주인공에게 작가의 애정은 유별나다.“미실은 어머니로서, 한 여자로서도 어느 한쪽 꿇리지 않고 당당한 인물이었어요. 요녀와 성녀의 이미지를 한 몸에 끌어안고 살았던.‘모성’과 ‘욕망’이 충돌하지 않고 한 인물 속에서 용해된 여성 캐릭터를 구현해 보고 싶었죠.” “남성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여주인공이 늘 모성과 욕망의 어느 한쪽 이미지로만 치우치는데, 그 극단적 묘사법은 옳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자기운명에 굴하지 않은 주체적 여성 미실(549∼606)은 김대문의 ‘화랑세기’에서 “백 가지 꽃의 영겁이 뭉쳐 있고 세 가지 아름다움의 정기를 모았다.”고 수식될 만큼 미색이 빼어났던 여인. 진흥·진지·진평 등 3대 신라왕을 섬긴 데다 사다함·세종·설화랑·미생랑 등 네 명의 풍월주(화랑의 우두머리), 태자 동륜(진흥왕의 아들)과도 염문을 뿌리며 왕실을 주물렀던 역사 속 인물이다. 작가의 의도대로 “뛰어난 미모로 본능에 충실했으면서도 운명에 굴하지 않는 ‘현대적’ 여성상”은 소설에 제대로 녹아났다. 왕실에 색(色)을 바치는 전문여성집단 ‘대원신통’에서 태어난 미실은 어려서부터 온갖 기예와 미태술을 익힌다. 지소태후의 아들 세종의 눈에 들어 입궁한 뒤 곧 권력다툼에 휩쓸려 밖으로 내쳐진다. 화랑 사다함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지만, 왕실의 부름으로 다시 입궁한다. 이후 미실은 스스로 권력을 움켜쥐려는 욕망을 실현해 간다. 작가의 설명처럼 “권력을 키워 가는 과정에서도 아이를 8명이나 낳으며 모도(母道)를 충실히 걸었던 독특한 여성상”을 묘파하는 데 소설은 전력투구한다. ●용어 하나하나 史實에 맞춰 사용 작가는 이 소설에 3년여를 공들였다.“중국 후한의 장수 삭매의 사랑과 운명을 무협소설풍으로 그린 단편 ‘삭매와 자미’(소설집 ‘꿈의 부족’)를 쓸 무렵 역사 소재 소설을 구상했다.”며 “그러나 역사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쓰겠다는 원칙을 세웠었다.”고 말했다. 그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소설에 등장하는 꽃 이름, 고사성어 하나까지 시대적으로 들어맞는 것인지 따졌을 정도다. 신라시대에 나올 수 없는 용어들은 추려냈다. 때로는 고어투의 문체가 적당히 끼어들어 소설에서는 고졸한 맛이 난다. 최근 여성 작가들이 황진이·나혜석 등 역사인물들을 작품에 끌어들이는 경향이 아이디어 빈곤 때문이 아닌지 짐짓 물었다. 대답은 솔직했다.“인정할 부분”이라더니 힘센 변명 한마디를 덧붙인다.“요즘처럼 빨리 돌아가는 현실에선 소설의 ‘영원성’을 포착해 내기가 힘드니까.” 받아 놓은 큰 상금은 대체 어디에 쓸 거냐는 질문에 “열살짜리 아들과 9월쯤 캐나다로 날아가 한 2년 지내다 오겠다.”며 엉뚱한 소리다.“죽을 때까지 쓰는 게 삶의 목표”라니 작가의 좌표에서 발을 빼려는 계산은 아닐 테고. “역사소설을 좀더 써보겠다.”고 한다. 청계천 복원 기념으로 서울시에서 주문한 조선시대 배경의 소설을 준비하느라 요즘은 조선왕조실록에 푹 빠져 지낸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세계문학상’ 소설가 김별아

    국내 사상 최고 고료인 1억원을 내걸고 세계일보사가 제정한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자로 김별아(36)씨가 31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장편소설 ‘미실’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