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세계대전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 비전선포식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 자이언츠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 직무대행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 호남출신
    2026-03-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492
  • 우루과이 주택서 나온 나치의 흔적…제작연도는 1943년 [여기는 남미]

    우루과이 주택서 나온 나치의 흔적…제작연도는 1943년 [여기는 남미]

    우루과이의 한 주택에서 나치 전범이 숨어 지낸 곳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하는 흔적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흔적은 우루과이 지방도시 누에바 엘베시아의 한 주택에서 최근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주택을 구입한 부부가 청소를 하다가 정원에 묻혀 있던 돌덩어리와 우물 뚜껑을 발견했다. 마치 벽돌처럼 네모반듯하게 깎은 돌과 우물뚜껑에는 나치문양과 함께 1943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1943은 제작한 연도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숫자가 이런 의미라면 집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나치를 추앙하는 누군가가 지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흔적을 발견한 부부는 “집을 살 때 땅에서 무언가 심벌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누군가 가볍게 한 말이었다”면서 “막상 나치문양이 나오자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집 같아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이름이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은 부부는 “당국이 조사를 원한다면 기꺼이 집을 개방해 협조하겠다”고 했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서부로 약 120km 떨어진 누에바 엘베시아는 19세기에 세워진 도시다. 유럽에서 남미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도시를 건립한 주축 세력이었다. 특히 스위스와 독일 출신 이민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누에바 엘베시아는 1940년대 들어 ‘남미의 스위스’라는 애칭으로도 불릴 만큼 독일 나치정권을 지지하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추앙하는 지지자가 많이 거주했다. ‘죽음의 천사’라는 끔찍한 별칭을 갖고 있던 의사 요세프 멩겔레가 결혼한 곳도 우루과이의 누에바 엘베시아였다. 멩겔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근무하면서 우생학 연구를 목적으로 반윤리적이고 반인류적인 인체실험을 자행했다. 수많은 유대인을 상대로 만행을 서슴지 않은 멩겔레는 독일이 패전하자 남미로 탈출해 우루과이로 숨어들었다. 누에바 엘베시아는 이렇게 은신한 멩겔레가 결혼한 곳이다. 멩겔레는 누에바 엘베시아에서 1958년 7월 25일 마르타 마리아 윌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과 결혼했다. 이 여성은 멩겔레의 제수, 사망한 동생의 부인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우루과이의 연사연구가 엑토르 아무에도가 2008년 기록을 발견하면서 뒤늦게 확인됐다. 다만 멩겔레가 누에바 엘베시아에 한동안 거주했는지, 잠시 체류하면서 결혼만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멩겔레는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국적을 취득해 자유롭게 살다가 1979년 브라질에서 사고로 익사했다. 사망한 그의 신원은 6년 뒤인 1985년 뒤늦게 확인됐다.
  • ‘씹던 껌’으로 44년 전 살인사건 해결한 美 형사들

    ‘씹던 껌’으로 44년 전 살인사건 해결한 美 형사들

    포렌식 유전계보학과 씹다 뱉은 껌이 장기미제 살인사건 해결의 결정적 실마리가 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44년 전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씹다 뱉은 껌에 덜미가 잡혀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18일 오리건주 멀트노머 카운티 지방검찰은 1급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로버트 플림튼(60)이 지난 15일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플림튼은 1980년 1월 15일 마운틴 후드 커뮤니티 칼리지 캠퍼스 주차장에서 이 학교 학생 바버라 터커(당시 19세)를 납치한 뒤 성폭행하고 구타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터커는 다음날 주차장 덤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목격자들은 플림튼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그의 범행을 입증할 단서는 부족했고 사건은 장기미제로 남게 됐다. 그러다 2000년 법의학 기술 발달로 오리건주 경찰은 부검 당시 터커의 몸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DNA 프로필을 분석해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그때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하는 프로필은 찾지 못했다. 그래도 수사는 멈추지 않았다. 오리건주 경찰은 2021년 버지니아주에 있는 기술회사 ‘파라본 나노랩스’에 용의자의 DNA 프로필과 부합하는 신체적 특징을 추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사는 ‘포렌식 유전계보학’을 활용, 제2차 세계대전 징집 기록에서 용의자 DNA 프로필과 유사한 붉은 머리 남성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유전계보학은 일반적인 유전법칙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DNA를 공유하고 있는지 분석해 친족 관계를 밝히는 학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를 수사에 접목해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을 포함한 50여건의 미제사건을 해결했다.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계보를 조사해 범인을 특정한 것이다. 경찰은 터커 사건에도 이 방식을 적용, 일종의 ‘유전자 족보’를 만들어 범인을 특정하기로 했다. 추적 결과 용의자는 오리건주의 빨간 머리 남성으로 좁혀졌고 2021년 3월 마침내 플림튼이 유력한 용의자로 상정됐다. 이후 플림튼 감시에 들어간 수사관들은 그가 씹다 뱉은 껌을 수거, 터커의 몸에서 채취한 샘플과 DNA를 대조해 일치함을 밝혀냈다. 해당 자료를 근거로 경찰은 2021년 6월 8일 플림튼을 터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재판부는 플림튼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성폭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재 증거만으로는 터커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성폭행 또는 성적 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구금 상태로 재판 중인 플림튼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플림튼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6월 열릴 예정이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터커의 유족은 “오랜 세월 포기하고 살았다”며 “정말 좋은 소식이다”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 경남 ‘생활보조수당 지급’ 등 원폭피해자 지원사업 추진

    경남 ‘생활보조수당 지급’ 등 원폭피해자 지원사업 추진

    경남도는 원폭피해자 건강과 복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원폭피해자 지원계획’을 수립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상남도 원자폭탄피해자 지원 조례에 근거한 계획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피폭당한 원폭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2023년 12월 기준 생존 피해자는 전국 1763명, 경남 538명으로 확인됐다.계획에는 ▲원폭피해자 생활보조수당 지원 ▲원폭 자료관 운영비 ▲원폭피해자 사료수집·정리 ▲합천비핵평화대회 ▲원폭피해자 진료약품비 지원 ▲ 원폭희생영령추모제 ▲한국인 원폭피해자 추모시설 건립 등 총 7개 사업 지원 방안이 담겼다. 도는 예산 6억 5700만원을 편성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 중 원폭피해자 생활보조수당은 도내 거주 원폭피해자 538명에게 매월 1인당 5만원씩 지급한다. 본인 또는 대리인(배우자·직계존비속)이 관할 시군(읍면동사무소)에 신청하면 매월 20일에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원폭피해자 추모시설은 합천군 합천읍 영창리 443번지 일원(부지면적 600㎡)에 지을 예정이다. 추모관과 추모비(위령탑)를 포괄하는 추모시설 건립에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59억 2600만원을 투입한다. 올해는 설계 공모비 1억 6000만원이 보건복지부 예산에 반영되어 설계 공모를 추진한다. 경남도는 이러한 사업이 원폭 피해자 아픔 공유와 사회적 고립감 해소 등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신종우 경남도 복지여성국장은 “이번 계획수립이 원폭피해자 아픔을 다시 한번 더 살피고 이분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원폭피해자 지원 사업이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파리에 낭만과 추억 한 스푼…파리지앵 화가가 그린 따뜻한 풍경

    파리에 낭만과 추억 한 스푼…파리지앵 화가가 그린 따뜻한 풍경

    올여름 프랑스 파리는 2024 파리올림픽 개최로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예정이다. 베르사유궁전 정원에서 승마, 앵발리드에서 양궁, 그랑팔레에서 펜싱과 태권도 등 찬란한 역사 유산에서 경기를 펼치는 꿈 같은 일에 기대감이 크다. 파리올림픽을 직접 가서 그림 같은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크겠지만 가고 싶어도 직장에서 못 가게 막을 수도 있고 휴가가 부족해 못 갈 수도 있겠다. 그림 같은 파리를 못 보는 아쉬움을 달랠 전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전(展)’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여름에 파리에 못 가는 아쉬움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파리로 갈 계획이 있는 사람도, 파리에 좋은 추억이 가득한 사람도 보면 좋은 전시다. 지난해 개막한 전시는 현존하는 최고의 파리지앵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91)의 작품 200여점이 걸려 있다. 화가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한 인생 최대 규모의 전시로 그가 추억하는 1930년대 파리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 있다. 작가는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보낸 찐 파리지앵이다. 50년 이상 파리를 그려내며 파리의 풍경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서, 작가가 각인한 특유의 분위기까지 모두 세밀하게 포착해내 그림으로 옮겼다. 이번 전시회는 그가 75~90세까지 그린 작품들을 조명한다.들라크루아는 “1930년대 후반은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전의 시대였으니까”라며 “물론 저에게도 역시 아름다운 시기였다. 행복한 어린아이였으니까”라고 말했다. 유년기의 행복한 감정이 담긴 그림은 안 그래도 멋진 파리에 낭만을 가득 얹었다. 여기에 인생의 말년에서 나올 수 있는 원숙함까지 어우러져 오래 시선을 머물게 한다. 전시는 마차를 타고 1930년대로의 시간여행 하는 콘셉트로 각각의 정거장으로 구성했다. 파리의 명소를 지나 파리지앵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 파리를 수놓은 낭만적인 연인의 모습, 겨울을 맞이한 파리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고향으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순간들이 정거장으로 표현됐다. 파리 특유의 분위기가 작가의 추억 보정으로 따뜻하게 살아나 어느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그린 1930년대 파리로 떠나 사소하고 소중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파리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연인들, 평범한 골목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눈이 내리는 파리의 겨울,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까지. 파리에 잠깐 머무는 것으로는 감히 만날 수 없는 풍경들이 가득하다. 고령의 작가가 그린 솜씨라는 게 놀라운 한편으로 마음 따뜻한 할아버지가 소개하는 파리 여행에 금방 빠져들게 된다.전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객들은 마치 파리를 여행한 기분이 들게 된다. 박미경 2448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작지만 보석같이 빛나는 그림들”이라고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소개했다. 박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그의 작품은 희미해지지 않고 향기를 더해 가고 있다”면서 “그의 작업은 계속된다. 90세 작가의 작업을 응원과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를 보는 동안 관람객들은 어떤 환상에 젖게 된다. 꼭 파리만이 아니라 각자 간직한 예쁜 풍경, 예쁜 감정들이 작가의 그림을 통해 더 애틋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파리를 꿈꾸시길 바랍니다. 많은 분이 이미 파리에 오셨을 것이고 또 방문하길 꿈꾸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 적어도 인생에 한 번쯤은 그 꿈을 실행해야죠. 그것은 평생의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파리에 가야 합니다. 꼭 사랑하는 분과 파리에 오시길 바랍니다.”(들라크루아)
  • 푸틴, 벌써 당선됐나 봄? 5선과 승리의 ‘V’…멀어진 모스크바의 봄 [월드뷰]

    푸틴, 벌써 당선됐나 봄? 5선과 승리의 ‘V’…멀어진 모스크바의 봄 [월드뷰]

    블라디미르 레닌이 1917년 10월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을 무너뜨리고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 소련을 건국했을 때만 해도 러시아 민중들은 모스크바에 비로소 ‘봄’이 왔다고 생각했다. 제1차 세계대전과 내분으로 피폐해진 러시아에 레닌은 신경제정책, 정부 주도의 국가자본주의를 도입했고 배를 곯던 소작농들은 곡식을 팔며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1924년 레닌 사망 후 이오시프 스탈린의 29년 철권통치 시대가 개막하고, 제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모스크바에는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스탈린 사후 니키타 흐루쇼프 집권으로 다시 찾아온 봄도 레오니트 브레주네프 반란으로 끝이 났고, 1985년 소련 최초이자 마지막 대통령인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탄생하기까지 모스크바는 21년간 혹한의 추위에 시달렸다. 고르바초프의 사임과 소련 해체 후 보리스 옐친과 새 러시아 연방이 등장했으나, 옐친이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1인자 자리를 넘기면서 모스크바는 기나긴 겨울에 접어들었다. 오는 15일 오전 8시(한국시각 오후 2시)부터 러시아 제8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봄은 멀기만 하다. 24년 넘게 집권한 푸틴 대통령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2030년까지 동토 러시아의 계절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 ‘대항마’ 없는 푸틴과 ‘투명 투표’…러시아식 민주주의? ● 푸틴 예상 득표율 82%…역대 최고 기록 세울까 주목 이번 대선은 러시아 본토는 물론 임차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 2022년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에서 17일까지 사흘간 시행된다. 유권자는 18세 이상 러시아인으로 약 1억 1230만명에 이른다. 미국 등 해외에 거주 중인 러시아인 190만명도 투표할 수 있다. 무소속으로 5선에 도전하는 푸틴은 재선이 확정적이다. 일단 푸틴에 제대로 대항할 후보가 없다. 니콜라이 하리토노프(공산당), 레오니트 슬루츠키(자유민주당),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새로운사람들당) 등 3명이 후보자로 등록했지만, 이들 모두 친푸틴·친정부 성향의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 상원 178석 중 138석, 하원 450석 중 324석을 차지하는 등 의회를 장악 중인 통합러시아당은 올해 러시아 대선에서 후보자 선출 없이 푸틴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푸틴에 대항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반(反)푸틴 인사들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그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도 지난달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러시아 선관위가 내세운 이번 선거 캠페인의 로고가 5선의 ‘5’와 ‘승리’를 상징하는 ‘V’인 것이 놀랍지 않다.이제 시선은 득표율로 쏠린다. 11일 친정부 성향 러시아여론조사센터(VCIOM·프치옴) 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 투표율은 71%, 푸틴 득표율은 82%로 전망됐다. 지난해 푸틴 평균 지지율이 82.08%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에서 그는 2018년 76.69%의 득표율을 상회하며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 사전 투표가 비밀 아닌 비밀 투표로 이뤄진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해외거주자 및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된 사전 투표는 ‘투명 투표’로 이뤄졌다. 투표함은 속이 훤히 보였고, 일부 지역에는 기표소가 없었다. 유권자는 선거 관리원 앞에서 투표하고, 용지는 접지 않고 그대로 넣었다. 누구를 찍었는지 누구나 볼 수 있었다. 러시아식 민주주의인 푸틴이 주창하는 ‘주권민주주의’의 비민주성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 벌써 당선? 선관위는 ‘V’ 캠페인, 푸틴은 2030 청사진 제시 푸틴 본인도 마치 연임을 확정지은 것마냥 최소 2030년까지의 청사진을 내놨다. 푸틴은 지난 달 연례 국정연설에서 경제 발전, 교육, 출산율과 건강, 과학기술, 환경, 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6년 후 달성 목표’가 담긴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그는 각종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도 러시아가 “가까운 미래에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 4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난해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주요 7개국(G7)보다 높았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6년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산율이 낮은 지역의 가족을 지원하는 데 최소 750억 루블(약 1조 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30년까지 최저 임금을 현 월 1만 9000루블의 약 두배인 3만 5000루블(약 51만원)로 인상하고, 의료시스템 현대화에 약 1조 루블(약 14조 7000억원)을 투자해 평균 기대 수명을 현 73세에서 78세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학교와 유치원 개선을 위한 점검에 4000억 루블(약 5조 9000억원)을 투입하고, 러시아산 스쿨버스 구입에 660억 루블(약 1조원)을 배정한다는 세세한 계획도 설명했다. 2030년까지 러시아 주식시장 시가 총액을 배로 올리고 핵심 분야 투자 규모를 70% 늘리며 최소 100개의 기술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 ‘데이터 경제’ 국책사업에 6년간 7000억 루블(약 10조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 현대판 ‘차르 대관식’ 임박 총리 시절(2008∼2012년)을 포함해 2000년부터 24년째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는 푸틴이 이번에 5선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정권을 연장하게 된다. 스탈린의 집권 기간을 넘어서는 것이다. 푸틴은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이론상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 연장도 가능하다. 사실상 종신집권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 기간(34년)도 넘어선다. 러시아제국 초대 차르(황제)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만이 푸틴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로 남게 된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노랑의 순간을 가르쳐 준 시인에게

    [정은귀의 詩와 視線] 노랑의 순간을 가르쳐 준 시인에게

    어떤 노랑의 순간, 마치 사년 뒤 아버지, 전쟁에서 돌아와 그를 맞이한 바로 그 순간, 계단참 아래 더 젊고 마른 모습 으로 아버지 서 있던 순간은 보라였어. 그 순간들 더는 그렇게 색칠되지 않아. 배경 어딘가 작은 장미무늬 방들이 있고. 예쁜 건 예쁘게 하는 것. 어느 가족들은 필요의 의미가 미리 필요한 감정과 일치 하지. 더 좋은 것들 울타리 안에 모아져. 창문들은 풀리지 않는 흰 커튼으로 좁아 지고. 여기 모든 야망에서 놓여난 반복들. ―린 허지니안, ‘나의 인생’ 중 봄이다. 쌀쌀하지만 연한 하늘빛은 영락없는 봄 하늘이다. 우리 집의 봄은 식탁 위 노란 프리지어와 함께 온다. 노란 프리지어. 노랑은 내게 발견의 색깔이다. 침침한 시선을 환하게 틔워 주는 색깔. 시를 색깔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내겐 노랑의 시가 있다. 유학 시절 시집이 닳도록 읽던 린 허지니안의 ‘나의 인생’, 미국 시의 문법을 바꾼 시다. 노랑의 순간 시인은 어린 날을 회상한다. 2차 세계대전에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계단참 아래 서 계시던 아버지. 조금 야윈 듯, 조금 젊어진 듯, 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오신 순간을 시인은 노랑의 순간으로, 그 기적을 노랑으로 보라로 바뀌는 신비로 묘사한다. 아버지가 돌아와 가족들은 다시 하나가 된다. 필요한 것은 필요하다는 느낌. 어려운 시절, 창문엔 하얀 면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커튼은 바깥의 침범을 보호해 주는 든든한 방어막이다. 시집은 시인의 삶 속에 각인된 노랑의 기억들로 가득하다. 노랑이 환기하는 놀람과 발견의 순간들이 반복된다. 반복은 사소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순간들로 엮인다.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무심히 흘러간 사소한 일들이 기억 속에 문득문득 환기된다. 그 반복에는 거창한 야망이 없다. 야망에서 자유롭기에 소중하게 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되물어 본다. 우리 지나는 시간 속에 어떤 노랑의 순간들이 있었는지? 그 노랑의 순간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선물일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환대의 기억일 수도 있다. 지나는 겨울 내가 새기는 노랑의 기억은 수술실에 누워 바라본 불빛이었다. 불안과 두려움일 수 있었을 그 불빛이 불안이 아닌 온전한 평화로 온 것은 기적이었다. 그건 모든 걸 내려놓는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삶의 매 순간은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의지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주어지는 싸움이라고. 그 말씀에 따라 마음을 굳건히 하니, 마취 직전의 불안이 평화로 바뀌었다. 나는 두려움 없이 잠들었고 다시 잘 깨어날 수 있었다. 시인은 말한다. 예쁜 건 예쁘게 한다는 것, 여기서 동사 ‘do’의 쓰임이 중요하다. 그 구절을 변주해 보면 좋은 것은 좋게 하는 것. 하는 것은 의지요, 행위요, 실천이다. 그렇다면 노랑의 순간, 노랑의 기다림도 노랑을 행하는 마음으로 온다. 그 신비를 알려준 시인 린 허지니안. 1941년 3월 17일에 태어난 시인은 2024년 2월 24일 본향으로 돌아갔다. 이 글은 시의 시선이 곧 발견임을 가르쳐 준 시인에게 보내는 작은 고별사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 놀런의 ‘오펜하이머’ 오스카를 움켜쥐다

    놀런의 ‘오펜하이머’ 오스카를 움켜쥐다

    7전8기 놀런, 생애 첫 작품·감독상“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해줘 감사”남우주연상은 ‘오펜하이머’ 머피파격 연기 에마 스톤 여우주연상 ‘패스트 라이브즈’는 수상 불발고인된 영화인으로 이선균 소개 이변은 없었다. 크리스토퍼 놀런(54)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13개 부문 최다 후보에 올라 일찌감치 수상을 예고한 영화는 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날은 7차례 수상 후보에 올랐지만 작품상·감독상을 받지 못했던 놀런 감독의 ‘7전 8기’를 축하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앞서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테넷’(2020) 등 내놓은 영화마다 작품성·대중성을 인정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무대에 올라 자신을 호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포옹하며 “이 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해줘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린 천재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생을 다룬 전기 영화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과정을 그렸다.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배우 킬리언 머피(48)와 그의 정적인 스트로스 제독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59)는 각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머피는 영화에 대해 “20년간의 배우 생활 동안 가장 창의적이고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라며 “우리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사람이 만든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여우주연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 에마 스톤(36)에게 돌아갔다. 죽음에 이르렀다가 되살아난 벨라가 아기부터 지적 능력이 탁월한 성인에 이르기까지를 연기한 그녀는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턴과 ‘추락의 해부’ 잔드라 휠러 등 쟁쟁한 후보를 제쳤다. 스톤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라라랜드’(2016)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적인 배우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녀는 무대에 올라 요르고스 감독을 향해 “벨라로 살게 해줘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유의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화는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등을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에서 미 명문 사립고교의 주방장을 연기한 더바인 조이 랜돌프(38)에게 돌아갔다.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가 각본상을 가져갔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수상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에 이어 두 번째다. 장편다큐멘터리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상을 담은 므스티슬라프 체르노프 감독의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받았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를 다룬 ‘나발니’가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데 이어 반러시아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 국가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장편영화상은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돌아갔다. 시상식에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특히 고 이선균의 영어 이름과 그의 생전 모습이 나와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 ‘오펜하이머’ 감독상·작품상 등 7개 부문 싹쓸이…‘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두 번째 여우주연상

    ‘오펜하이머’ 감독상·작품상 등 7개 부문 싹쓸이…‘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두 번째 여우주연상

    이변은 없었다. 크리스토퍼 놀런(54) 감독 영화 ‘오펜하이머’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13개 부문 최다 후보에 올라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영화는 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동안 7차례 수상 후보에 올랐지만 작품상·감독상을 받지 못했던 놀런 감독의 ‘7전 8기’를 축하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앞서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테넷’(2020) 등 내놓은 영화마다 작품성·대중성을 인정받았지만,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무대에 올라 자신을 호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포옹하며 “이 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해줘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린 천재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생을 다룬 전기 영화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과정을 그렸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배우 킬리언 머피(48)와 그의 정적인 스트로스 제독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59)는 각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머피는 영화에 대해 “20년간의 배우 생활 동안 가장 창의적이고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라며 “우리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사람이 만든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여우주연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 엠마 스톤(36)에게 돌아갔다. 죽음에 이르렀다가 되살아난 벨라가 아기부터 지적 능력이 탁월한 성인에 이르기까지를 연기한 그는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턴과 ‘추락의 해부’ 산드라 휠러 등 쟁쟁한 후보를 제쳤다. 앞서 ‘라라랜드’(2016)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로, 이번에 세계적인 배우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스톤은 무대에 올라 요르고스 감독을 향해 “벨라로 살게 해줘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유의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화는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등을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에서 미국 명문 사립고교의 주방장을 연기한 더바인 조이 랜돌프(38)에게 돌아갔다.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가 각본상을 가져갔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수상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에 이어 두 번째다. 장편다큐멘터리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담은 므스티슬라프 체르노프 감독의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받았다. 지난해 시상식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를 다룬 ‘나발니’가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미국 외 국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장편영화상은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돌아갔다. 시상식에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특히 고 이선균의 영어 이름과 그의 생전 모습이 나와 장내를 숙연케 했다. 이날 시상식이 열린 LA 돌비극장 주변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 [포토] 아카데미 레드카펫 빛낸 여신들

    [포토] 아카데미 레드카펫 빛낸 여신들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주도한 천재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올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주요 상을 휩쓸었다.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쉽게도 상을 받지는 못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는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한 7개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아 올해 시상식의 최다 수상작이 됐다. 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이 ‘오펜하이머’에 돌아갔다.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로, 전 세계적인 흥행 성적과 평단의 호평을 등에 업고 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쓸 것으로 일찌감치 점쳐졌다. 후보로 오른 부문도 13개로 가장 많았다. 놀런 감독은 이날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감독상도 품에 안았다. 그는 ‘덩케르크’(2017), ‘인터스텔라’(2014),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인셉션’(2010), ‘다크 나이트’(2008), ‘배트맨 비긴즈’(2005)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에도 유독 아카데미 감독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남우주연상도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에게 돌아갔다. 그는 오펜하이머의 천재성과 인간적 고뇌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고 평가받았다. 수상자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합이 치열했던 여우주연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에서 여자 프랑켄슈타인으로 혼신의 연기를 펼친 에마 스톤이 품에 안았다. 스톤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두 번째다. 그는 ‘라라랜드’(2016)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에서 미국 명문고 주방장을 연기한 더바인 조이 랜돌프, 남우조연상은 ‘오펜하이머’에서 오펜하이머의 적수 스트로스를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수상했다. 한국계 감독의 작품으로 주목받은 미국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각본상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수상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에 이어 두 번째다. 장편다큐멘터리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담은 므스티슬라프 체르노프 감독의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받았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를 다룬 ‘나발니’가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데 이은 것으로,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외 국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장편영화상은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돌아갔다. 영상미가 뛰어난 ‘가여운 것들’은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등 관련 부문을 싹쓸이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시상식에 한국 영화는 노미네이트되지 않았다.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해 주목받았다. 이듬해 시상식에선 배우 윤여정이 한국계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 해상드론 돌격…“러軍 870억 최신예 초계함 침몰” (영상) [포착]

    해상드론 돌격…“러軍 870억 최신예 초계함 침몰” (영상) [포착]

    우크라이나는 자국 첨단 무인보트로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의 최신예 초계함을 침몰시켰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은 정보총국 소속 ‘그룹13’ 특수작전부대가 4일 밤에서 5일 새벽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설계·건설하고 폭발물을 적재한 ‘마구라 V5’ 해상 공격용 무인(드론)보트로 러시아 흑해함대의 최신예 ‘세르게이 코토프’함을 격침했다고 주장했다. GUR은 공격 당시 드론보트에 찍힌 동영상을 첨부하며, 초계함이 화재로 침몰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측은 이번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다고 전했으나, GUR은 러시아군 7명이 전사하고 6명이 다쳤다고 보고했다. 생존 승무원 52명은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리 유소프 GUR 대변인은 ‘자유 유럽’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르게이 코토프가 이전에도 표적 공격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 해군과 공군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입증했다”며 “흑해에는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 초계정 침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AP 통신은 민간 보안업체 암브레이를 인용, 이번 공격이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의 페오도시아 항구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GUR은 “우크라이나 영해”라는 표현을 써 영토회복에의 의지를 드러냈다.우크라이나가 격침했다고 주장하는 세르게이 코토프함은 2021년 1월 흑해함대에 배치된 1300~1700t급 최신예 초계함이다. 90m 길이에 항속거리는 6000해리(1만 1000㎞)이며, 80명의 승조원을 태울 수 있다. 76.2㎜ 함포와 대공·대함 미사일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순찰과 감시, 함대 호위 등 임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군함의 대당 건조비용을 6500만 달러(약 868억원)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9월 14일에도 자폭드론보트로 세르게이 코토프함을 공격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세르게이 코토프함이 공격받은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자폭드론보트 5척을 격퇴했다고만 밝혔을 뿐 실제로 피해를 봤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력 공백 메우는 ‘드론’…영토회복 노리고 크림반도 지속 타격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핵심 군항인 세바스토폴을 잃었고 2022년 재차 침공을 받아 전투함 대부분을 상실했다. 설상가상,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자원 감소와 서방의 군사원조 축소로 인한 무기부족이 겹치자 우크라이나는 지상은 물론 해상 작전에도 드론을 적극 투입하며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최근 CNN 기고문에서 “드론 같은 무인 체계는 여러 유형의 첨단 무기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진지전에 끌려들지 않는 최선의 길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특히 해상작전에 자체 개발한 드론보트 마구라 V5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전장 약 6m의 보트 형태 무기인 마구라 V5는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이용해 최장 500마일(약 800㎞) 바깥에서도 250∼300㎏의 폭발물을 실은 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선체가 작은 탓에 조종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포착하기 어려운데다, 러시아 군함에 실린 무기는 드론보트를 상정하지 않고 개발된 탓에 대응이 어렵다고 한다.러시아군은 드론보트를 찾아 파괴하기 위한 헬기부대까지 따로 편성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모양새다. GUR은 지난달에도 그룹13 특작부대가 이 무인보트를 활용해 흑해함대의 대형 상륙함 ‘체사르 쿠니코프’를 침몰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옛소련의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영웅인 체사르 쿠니코프의 이름을 딴 이 배는 러시아 해군 상륙전력의 주축인 로푸카급 상륙함이다. 총 87명의 승조원이 탑승할 수 있다. 한편 크림반도를 포함한 영토회복을 평화협상 조건으로 내건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부터 흑해함대의 모항인 크림반도 서부 세바스토폴항을 꾸준히 공격하고 있다. 2022년 10월과 2023년 8월에는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직접 연결하는 유일한 도로로, 러시아군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하는 크림대교를 타격했다. 지난 3일에도 수십 대의 드론을 띄워 페오도시아 항구 등을 겨냥한 공중 작전을 수행했다. 이 여파로 크림대교는 차량 통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 유럽 최초의 지하철을 보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기억하다 [한ZOOM]

    유럽 최초의 지하철을 보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기억하다 [한ZOOM]

    1804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란츠 2세(Franz II·1768~1835)가 나폴레옹과의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약 800년을 이어온 신성로마제국이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 프란츠 2세는 오스트리아, 보헤미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 남은 국가들을 합쳐 동군연합(同君聯合·동일 군주를 모시는 연합체) 국가인 ‘오스트리아제국’을 세웠다. 1848년 오스트리아제국 헝가리에서 자유주의 혁명이 일어났다. 오스트리아제국은 러시아제국의 지원을 받아 혁명을 진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오스트리아제국의 위상은 하락세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866년 오스트리아제국은 프로이센과의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독일 연방에서의 영향력마저 상실했다. 오스트리아제국의 위기를 느낀 프란츠 요제프 1세(Franz Joseph I·1830~1916) 황제는 제국 내에서 오스트리아 다음으로 규모가 큰 헝가리에게 공동국가를 제안했다. 기나긴 대타협의 결과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탄생했고, 헝가리는 재정, 외교, 국방 외 분야에서 확실한 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유럽대륙 최초로 지하철이 등장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을 세운 황제에게는 헝가리 국민들의 민심을 얻어야 하는 다음 숙제가 남아 있었다. 황제는 오래 전부터 오스트리아 수도 빈(Wien)의 재건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는 오스만제국 침략을 막기 위해 세운 성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순환도로(링슈트라세·Ringstraße)를 만들었다. 그리고 순환도로를 따라 정부기관, 박물관, 미술관 등을 세웠다. 따라서 진행대로라면 다음 순서는 수도 빈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철도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황제는 헝가리 국민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빈이 아닌 부다페스트에 먼저 도시철도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부다페스트 도시철도는 1892년 착공하여 1896년 개통되었다. 이렇게 전세계 두 번째 도시철도이자, 유럽대륙 최초의 도시철도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만들어졌다.유럽대륙 최초 지하철의 우여곡절 하지만 유럽대륙 최초의 도시철도는 거기서 멈추고 말았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은 해체되었고, 헝가리는 유럽대륙의 약소국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패전국이 되면서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소련은 헝가리 국민들의 민심을 달래야만 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와 같이 도시철도를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게 부다페스트에는 1호선이 완공된 1896년으로부터 약 70년이 지난 1970년 2호선, 1976년 3호선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19세기 만들어진 1호선은 고전적인 분위기가 나는데 반해, 소련이 만든 2호선과 3호선은 소련의 느낌이 난다. 1989년 동유럽에 자유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헝가리 역시 소련에서 독립하여 마침내 헝가리 공화국이 되었다. 헝가리 정부는 1990년대 지하철 확장을 계획했지만 1990년대 동유럽의 혼란과 2000년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약 38년 후인 2014년에서야 4호선을 개통할 수 있었다. 1896년 1호선, 1970년 2호선, 1976년 3호선, 2014년 4호선 이렇게 19세기부터 21세기의 모습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부다페스트 도시철도는 2002년 전 세계 모든 도시철도 가운데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그리고 유럽대륙의 첫번째 도시철도는 다섯 번째 노선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1호선만 좌측통행, 2~8호선은 우측통행 “1호선만 좌측통행, 2~8호선은 우측통행. 헷갈렸다간 거꾸로 타요. 출퇴근 시간 뒤바뀌죠. 정신만 차리면 괜찮아요. 멋대로 달리는 지하철” 대한민국 뮤지컬의 전설 ‘지하철 1호선’(김민기 연출) 1부가 끝날 때쯤 모든 배우가 무대에 올라 함께 불렀던 노래 ‘일호선’의 가사이다. 노래가사처럼 서울 수도권 지하철 노선에서 1호선은 좌측으로, 2호선부터는 우측으로 통행한다. 물론 일부 구간이나 노선에서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1호선을 일제시대에 일본이 만들었고, 나머지 노선은 해방 후에 만들었기 때문에 운행방향이 다르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1호선 착공이 1971년이었기 때문에 일제시대가 아니라 해방 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다. 아마도 당시 우리나라 기술로는 지하철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일제시대에 일본이 만들었다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 또한 1호선이 좌측통행을 하는 것은 일본 기술자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일제시대 군수물자 운반을 위해 설치한 경부선 선로와 연결해야 했기 때문에 경부선과 같은 좌측통행으로 결정한 것이었다.학전 어게인(again), 학전 포에버(forever) 유럽대륙 최초의 도시철도의 역사를 머리 속으로 정리하며 퇴근길 지하철에 올라탔다. 우리나라 도시철도는 유럽대륙 보다 시작은 약 80년 늦었다. 하지만 쾌적함과 편리함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니 역사를 비교하기 보다는 자부심을 먼저 가져도 될 것 같다. 지하철 좌석에 앉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정리한 내용을 적어 나가고 있었다. 그때 김민기 대표의 건강과 재정난을 이유로 대학로 ‘학전’이 문을 닫는다는 속보가 올라왔다. 갑자기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20대의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이자, 대학로를 찾으면 공연이 없어도 괜히 근처를 서성거리며 추억을 되새김질 헸던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퇴근길 내내 학전의 모든 공간을 채우던,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록음악이 그리워졌다.
  • [책꽂이]

    [책꽂이]

    과학의 눈(잭 챌로너 지음, 변정현 옮김, 초사흘달) 과학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 영역이다. 너무 작아서, 또는 너무 멀고 광대해서 볼 수 없는 세계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과학은 빠르게 발전했다. 이 책에는 갈릴레오가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해 그린 그림, 크림 전쟁에서의 병사 사망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나이팅게일의 원그래프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사전자현미경까지 150점 이상의 과학 이미지를 담고 있다. 어려운 글 대신 그림으로 과학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72쪽. 3만 5000원.독일인의 전쟁 1935-1945(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교유서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인들은 전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저자는 슈투트가르트 현대사도서관, 역사박물관, 연방문서보관소 등에 보관된 일반인들의 일기와 편지를 샅샅이 뒤져 평범한 독일인의 내면을 파헤쳤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인들은 공적인 충성이나 도덕적 책임감을 요구하지 않는 ‘알지 못하는 앎’에 세뇌돼 자기도 모르게 전쟁 범죄의 공모자가 됐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다 보면 또 다른 2차대전 전범국인 이웃 일본은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976쪽. 5만 3000원.파리는 그림(제라르 드니조 지음, 김두완 옮김, 에이치비 프레스) 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고 싶은 도시. 바로 프랑스 ‘파리’다. 도대체 파리는 어떤 도시길래 예술가들이 그리도 사랑한 것일까. 예술사학자인 저자는 지난 200년 동안 예술가의 도시로 자리잡은 파리를 화가의 시점으로 보여 준다. 올여름 파리올림픽을 보러 가지 못한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을 펼치면 파리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들 테니. 152쪽. 2만 6000원.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헤인 데 하스 지음, 김희주 옮김, 세종서적) 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고령화, 저출산 문제와 맞닥뜨렸다.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도 유력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주자 증가로 예상치 못한 갖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데이터와 연구 사례로 이주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를 깨뜨린다. 저자는 이민자 유입은 농촌의 도시화, 환경 문제처럼 경제 발전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512쪽. 2만 5000원.
  • ‘독한 이웃들’ 독일 vs ‘일단 미국 편’ 일본… 평판 바꾸다

    ‘독한 이웃들’ 독일 vs ‘일단 미국 편’ 일본… 평판 바꾸다

    2018년 11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 숲을 방문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사실상 항복을 선언한 휴전협정을 체결한 곳이었다. 메르켈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살갑게 포옹하고 “독일은 세계가 더 평화로울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바로 전달에 있었던 일본과 중국의 정상회담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거대한 양국의 국기 앞에서 굳은 얼굴로 어색하게 손을 잡았다. “중일 관계 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양국은 밝혔지만, 지금까지 두 나라 사이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독일은 과거에서 상당히 벗어났지만, 같은 전범국인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에 여전히 발목 잡혀 있다. 이를 두고 “독일은 피해국들에 진심으로 사과했고, 일본은 뻔뻔하게도 과거를 뉘우치지 않아서”라고 지적한다.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위령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와 주요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이미지가 떠오를 터다. 누군가는 독일과 일본의 문화적인 차이나 정치 지도자들의 공과를 거론한다. 심지어 나라의 민족성까지 문제로 들기도 한다.책은 이런 통상적인 견해들에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일본·한국, 일본·중국의 관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들어 반박한다. 행정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저자는 우선 독일이 프랑스·폴란드와 성공적으로 화해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분석했다. 반성과 사과, 경제적 협력, 협력관계 변화 등을 추적하고 이를 그대로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관계에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이후 정권에 따라 양국의 우호도 등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독일은 유럽연합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지역 기구에서 자신들이 믿을 만한 동반자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속해서 입증한 점이 도드라졌다. 반면 일본은 역대 총리 등이 사과 발언을 여러 차례 하긴 했으나, 신뢰를 강화하는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말만 해 놓고 행동이 따르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그러지 못했을까. 저자는 그 원인으로 지역주의와 미국을 지목한다. 독일은 유럽의 지역 기구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를 바탕으로 삼은 이웃 국가들과 화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아시아에서는 미국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일본은 독일처럼 이웃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는 것이다.저자는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다르게 행동한 점에 대해 제국주의와 인종주의를 이유로 꼽았다. 미국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유럽의 나라들을 대등하게 대한 것과 달리 아시아 동맹국들은 자신의 발아래에 두고 내려봤다는 의미다. 세계대전 이후 국제 정세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당시 소련이 팽창하면서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자본주의 동맹국들은 공산주의의 위협에 직면했고, 미국은 동맹국들을 강력하게 움켜쥐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주장에 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긴 어려울 터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가 과거사에 대한 두 전범국의 행보를 연구했으나,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다만 여전히 답보 상태인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시선도 필요해 보인다. 삼일절을 앞두고 이런 의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 [씨줄날줄] 중립국의 운명

    [씨줄날줄] 중립국의 운명

    중립국은 전쟁이 발발해도 어느 한쪽 나라의 편을 들지 않는 나라를 말한다. 영세중립국은 국제법상 조약에 의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뿐 아니라 타국 간 전쟁에서도 중립을 지키는 대신 영토의 보전과 독립이 보장되는 국가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오스트리아, 라오스 등이 있다. 영세중립국의 상징인 스위스는 치열한 내전과 주변 국가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 중립 정책을 표방해 왔다. 대내적으로는 15세기 중엽부터 자치권을 가진 각 주의 영토 획득 내전을 방지하려는 정책적 고려였다. 국제적으로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 4개국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었다. 1499년 독립 이후 중립 정책을 유지해 온 스위스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열린 1815년 빈회의에서 영세중립국으로 공인받았다. 2차 대전의 패전국인 오스트리아는 승전국들에 의해 강제로 중립국이 된 경우다. 2차 대전 초기에 독일에 점령당했다가 독일이 패전하자 1945년 7월 4일 모스크바선언으로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의 분할 통치를 받게 된다. 이후에도 소련의 반대로 영세중립국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다가 1955년 중립국을 선언한 뒤 세계 55개국의 승인을 얻었다.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립 노선을 표방했던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무력 침공을 받아 1945년 중립 노선을 포기했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역시 1·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뒤 1949년 영세중립국을 포기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제국은 1904년 러일전쟁을 앞두고 중립국을 선언했으나,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겼다.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립국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스웨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2022년 5월 200년 넘게 유지해 온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4월 31번째 나토 가입국이 됐다. 반면 반대하던 헝가리의 승인으로 스웨덴은 이르면 새달 1일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된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월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사라지는 중립국들이 던지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러시아군, 현대판 ‘반자이 돌격’으로 우크라 수세에 몰다

    러시아군, 현대판 ‘반자이 돌격’으로 우크라 수세에 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만 2년을 맞이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이른바 현대판 ‘반자이 돌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끊임없이 수세에 몰고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포브스는 러시아군이 보병 중심의 인해전술로 큰 피해를 받고있지만 진군을 돕고있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언급한 반자이 돌격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펼친 전술을 말한다. 당시 일본군은 주요 전투에서 “천왕 폐하 만세”(萬歲·반자이)를 외치며 일본도와 총검을 들고 적진으로 달려갔다. 이에대해 포브스는 80년 후 러시아군도 이 전술을 진화시켰다며 차이점은 과거 연합군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대응할 탄약이 부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같은 보도는 우크라이나 싱크탱크인 국방전략센터(CDS)의 보고서를 분석한 것이다. 예를들어 우크라이나 동부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바흐무트 주변의 전투에서 러시아군은 현대판 반자이 돌격 전술을 사용했다. CDS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8~12대의 보병전투장갑차(IFV)에 100~200명의 병사들을 싣고 우크라이나 방어군의 최전선으로 빠르게 진격해 공격을 시작한다. 이어 또다른 공격 그룹이 같은 방식으로 최전선으로 진격해 목표물을 점령한다. 다만 이같은 전술은 러시아군의 큰 피해를 초래하지만 탄약 등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으로서도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CDS는 “러시아군이 이 전술을 사용하면 손실이 상당하다”면서 “한번의 공격으로 최대 60%의 장갑차, 최대 절반의 병력을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곧 병력과 물자, 보급품 지원 등에서 우크라이나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인해전술을 퍼붓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 1월 CNN 등 외신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훈련도 제대로 받지않은 보병들을 최전선에 몰아넣어 죽게 만들고 있으며 시신도 치우지 않아 그대로 얼어붙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이 지역을 3개 방면에서 에워싸고 모든 화력을 퍼부으면서 결국 얼마 전 아우디이우카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다만 드미트로 리코비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약 1만 7000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으며 약 3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우크라이나군의 이같은 주장은 객관적으로 확인은 불가능하며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 ‘8시 15분’… 히로시마 원폭 시각 가리키는 시계 낙찰

    ‘8시 15분’… 히로시마 원폭 시각 가리키는 시계 낙찰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폭발로 녹아내린 손목시계가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중인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당시 폭발에 의한 고열로 녹아내린 손목시계가 경매에서 3만 1000달러(약 4130만원)에 팔렸다. 보스턴 RR 경매회사는 해당 물건에 대해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시계는 폭탄이 폭발한 시각인 오전 8시 15분에서 바늘이 멈춰 있다. 이 시계는 히로시마에서 발견된 것으로 최초의 원자폭탄 피해를 상징한다. 경매소 측은 히로시마 시청에서 전후 재건 지원을 하던 영국 군인 출신 소장자가 잔해 속에서 발견한 손목시계라고 밝혔다. RR 경매소 보비 리빙스턴 CEO는 “박물관 소장 가치가 있는 물품으로 전쟁의 피해를 상기하고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파괴를 피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교육적 가치가 크다. 이 손목시계는 역사가 영원히 달라진 정확한 시각을 보존하고 있다”고 했다. 시계를 낙찰받은 사람은 신원을 밝히길 거부했다. 이날 경매에서는 마오쩌둥 중국 주석의 친필 서명이 있는 어록집 “작은 보서”가 25만 달러(약 3억 3313만 원)에 팔렸다. 또 조지 워싱턴 초대 미 대통령이 발행한 수표 2장 가운데 1장이 13만 5473달러(약 1억 8052만원)에 팔렸다.
  • 김성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지속하려면…글로벌 사우스와 협력 강화”

    김성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지속하려면…글로벌 사우스와 협력 강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유지돼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속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양자 및 다자 차원의 네트워크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자유와 국제정치’를 주제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가 내재한 신고립주의가 자유주의 국제질서 도전 요인으로 등장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중 전략 경쟁 같은 지정학적 경쟁과 미국 내부의 정치적 양극화라는 도전 앞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속될 것인지, 지속된다면 미국이 계속 주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는 국가들이 이른바 ‘글로벌 노스’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지배세력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외교 접촉면을 넓혀가야 한다고” 우선 설명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유럽, 한국, 일본 등 선진국들을 뜻하는 ‘글로벌 노스’와 대비한 신흥 개발도상국들로 인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부쩍 키우고 있다. 김 전 실장은 특히 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중국의 공세적 침투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내는 등 서로 연대하면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 실장은 따라서 “선진 자유주의 세력의 의지와 국제적 다자기구에 대한 적극적 참여가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지속력을 높이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전 실장은 “유엔도 개혁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성과가 매우 미진하고,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주도해서 만든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을 세계 금융질서의 한 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화와 국내외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초래되는 가운데 선진국조차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자유주의에 회의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 다자기구, IMF 등 금융기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잘못을 개선하는 탄력성을 보여줘야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속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이와 함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이 힘과 의지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현격한 시각차를 보일 때 이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할지는 곧 미국의 힘과 의지에 달려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이 더 이상 국제 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릴 때, 미국이 보유한 힘과 사용할 수 있는 힘 사이의 간극이 커질 때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신뢰도 급격히 저하될 것”이라며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주도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의지가 충분하지 않다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지속을 원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자유와 국제정치도 건설적 만남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와 연대의 가치외교를 중시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위한 국제적 연대에 동참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자유와 국제정치의 운명적 만남을 통한 한국의 국익을 추진하며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비전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글로벌 In&Out] 상호의존이 분쟁을 줄인다는 믿음

    [글로벌 In&Out] 상호의존이 분쟁을 줄인다는 믿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지난 24일로 이제 3년째 접어들었다. 지난 2년 사이 유럽의 안보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오랜 중립국 전통을 깨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 간의 국경선은 1340㎞ 늘어났다. 과거 나토와 옛 공산권의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대치하던 국경 길이와 같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 가입 신청을 했고, EU는 빠르게 공식 가입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다. EU는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면서 재건 계획도 논의 중이다. 나토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군사 지원을 시행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 1월까지 422억 유로의 군사 지원을 했다. 독일, 프랑스 등 EU 27개 회원국 전체의 지원과 맞먹은 규모다. 발트 3국과 북유럽 국가들은 자국 경제에 부담을 느낄 수준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을 지원한 국가는 15개국에 이른다. 한편 유럽 국가들은 군비 증강에 나섰다. 전쟁 발생 전에 나토가 정한 GDP 대비 국방비 2%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했다. 반면에 2024년에는 나토 31개 회원국 중 18개국이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거의 4% 수준까지 국방비를 끌어올렸다. 한국이 폴란드에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 등을 수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미국과 EU는 고강도의 대러시아 제재를 시행했다. EU는 작년 12월까지 총 12차례의 대러시아 제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에너지 공급 충격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렸고, 독일은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 에너지 수입이 막힌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는 경제 혼란을 겪었지만, 중국과 인도 등으로 수출을 돌렸다.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는 45개국인데,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가 더 많다.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이 국가들은 브릭스(BRICS)의 외연을 확장하면서 국제질서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는 지구촌 ‘선거의 해’다. 70여 개국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가 치러진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3월에 5선에 성공할 것이 확실시된다.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은 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귀결되는 듯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세계관은 유럽의 지도자들이 자구책을 모색하도록 내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3년째에 접어든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은 외교와 정치적 타협의 공간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가 70년 전에 겪은 한국전쟁의 상황과 흡사한 점이 많다. 이 해결책은 본래 유럽의 지도자들이 염두에 두었던 방향과는 다른데, 현실주의적 타협인 셈이다. 이 전쟁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의 확대가 분쟁 가능성을 낮춘다는 믿음이 있었다. 상호의존이 평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그러한 믿음이 깨진 바 있다. 3년차에 접어든 전쟁이 협상을 통해 해결돼 역사가 재현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 ‘노벨평화상’ 후보에 머스크…전두환·히틀러도? [김유민의 돋보기]

    ‘노벨평화상’ 후보에 머스크…전두환·히틀러도? [김유민의 돋보기]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후보 추천권이 있는 노르웨이 국회의원 마리우스 닐센은 현지 언론을 통해 머스크를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오는 10월에 발표되며, 시상식은 12월 10일에 오슬로에서 열린다. 노벨위원회는 평화 문제를 연구하는 학계와 국회의원, 역대 수상자 등 후보 추천권이 있는 개인과 단체로부터 평화상 후보를 추천받는데 추천된 후보 명단은 50년 후 공개된다. 단, 추천자들이 추천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가능하다. 닐센 의원은 머스크를 후보로 추천한 이유로 “양극화된 세계에서 대화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개인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고, 머스크의 기업들은 세계를 연결되고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 X’를 설립했으며,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소유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의 대체통신망으로도 활용됐다.노르웨이 국회의원인 소피 마하그는 내부 고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52)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마하그 의원은 “어산지가 서방의 전쟁범죄를 폭로해 평화에 기여했다. 전쟁을 피하려면 전쟁 피해에 대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추천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어산지는 2010년 미 국무부와 국방부, 연방수사국(FBI) 등 주요 국가기관 관료들이 주고받은 기밀문서와 외교 전문을 해킹한 뒤 위키리크스에 폭로했다. 당시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쟁 관련 보고서도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2016년 미 대선 당시에는 러시아의 후원 속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폭로했고, 이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어산지는 성폭행 혐의로 영국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2019년 방첩법 위반 등 총 18개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하며 영국에 송환 요청을 해왔다. 이밖에도 클라우디아 테니 미국 공화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추천만 있으면 누구나 ‘노벨평화상’ 후보 노벨평화상은 노벨상의 6개 분야(생리의학·물리학·화학·평화·경제학·문학) 중 하나로 평화 증진에 현저하게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된다. 1895년 12월 10일 사망한 스웨덴의 발명가 겸 기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에 따라, 1900년 노벨재단이 설립되고 그 이듬해인 1901년부터 노벨상이 수여됐다. 수상자의 자질이나 선정 여부와 별개로, 추천 권한을 지닌 사람이 추천만 하면 일단 후보엔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매년 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사람만 수백명에 이른다. 지난해 평화상은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받았다. 모하마디는 인권 운동, 민주주의 운동, 사형제 반대 운동 등을 이끈 인물로, 인권과 자유를 위해 투쟁하다 이란 정부로부터 도합 31년형(태형 154대)을 선고받았다.2021년 반정부 시위 희생자 추모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그는 불온 선전물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평화상도 옥중에서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 수상자)이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40여년에 걸친 긴 투쟁의 역정과 6·15 남북 공동선언을 끌어내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세계 81번째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노벨평화상은 6개 부문의 노벨상 중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평가받지만 그만큼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성과와 업적을 토대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다른 분야와 달리 평화상은 때로 현재의 업적보다는 미래의 성과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추천이 있으면 누구나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국가 지도자들이 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적도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원흉이자 유태인 대학살의 만행을 저지른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2차 대전 당시 침략전쟁을 일으킨 베니토 무솔리니, 인종청소를 저지른 이오시프 스탈린 등의 인물들도 후보에 오른 바 있다. 1988년에 대한민국 제11·12대 대통령이었던 전두환도 영국, 서독 의회에 의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히틀러를 후보로 추천한 스웨덴 국회의원은 나중에 ‘웃자고 한 일’ 이라며 추천을 철회했지만 두고두고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놀랍게도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주도한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이자, 남아프리카에서 인종차별 저항 운동을 이끌었던 마하트마 간디는 평생 5번 노벨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망자(亡者)’에게는 수상을 할 수 없다는 원칙때문에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1948년 간디는 수상이 확실시됐으나, 발표 불과 몇 주 전 암살당했고, 그해 노벨위원회는 “살아있는 후보 중 적절한 인물이 없다”면서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이후 노벨위원회는 1961년 10월 불과 20여일 전 아프리카 콩고에서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함마르셸드 유엔사무총장에게 그해 평화상을 수여했고, 2011년에는 수상자 발표 3일 전에 사망한 랠프 사타인먼에게 생리의학상을, 1931년 4월 사망한 스웨덴 시인 에리크 악셀 칼펠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는 등 예외도 인정했는데 이 때문에 2006년 간디의 수상 불발을 두고 ‘중대한 누락(The greatest omission)’이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노벨상 수상자는 ‘영원’…명예 실추도 노벨상 수상자는 영원히 노벨상 수상자다. 노벨상 수상자 결정에 대해서는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고, 취소 처분이 되지 않는다.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은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면서 1991년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최근 몇 년 자국 내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학살을 묵인했다는 비판 속에 국제적인 노벨상 박탈 압박이 이어졌다. 그러나 노벨재단은 지난해 10월 유감은 표명했으나 박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중앙 아메리카 지역의 분쟁 해결을 위해 니카과라·엘살바도르 내전의 즉각 중단 등을 골자로 한 중앙 아메리카 5개국 평화협정을 실현시킨 공로로 1987년 노벨평화상 수상한 바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반면 여러 번 수상의 영광을 안는 것도 가능하다. 노벨상 최다수상자는 국제적십자사로 1971년과 1944년, 그리고 1963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퀴리 부인을 비롯해 모두 4명이 두번씩이나 노벨상을 수상했다.
  •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파리서 뉴욕으로 피신했던 샤갈을 만나다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파리서 뉴욕으로 피신했던 샤갈을 만나다

    국내 최초 몰입형 복합문화예술공간 ‘빛의 벙커’가 다섯 번째 전시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Chagall, Paris-New York)’를 오는 3월 22일 개막한다. 23일 빛의 벙커에 따르면 새달 정식 개막에 앞서 오는 26일부터 얼리버드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1차 얼리버드 티켓은 26일부터 3월 14일까지 입장권의 40% 할인된 가격으로, 2차 얼리버드 티켓은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3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제주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전시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는 마르크 샤갈(1887. 7. 7~1985. 3. 28)의 독창적인 색채와 화풍을 빛과 음악, 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독특한 몰입형 예술 전시로 재탄생시켰다. 샤갈은 회화뿐 아니라 조각, 도자기, 스테인드글라스, 모자이크 그리고 콜라주까지 다양한 예술 분야를 넘나들었다. 이번 전시는 샤갈의 예술 여정에서 전환점이 된 파리와 뉴욕을 배경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유태인이었던 그는 2차세계대전때인 1941년, 나치 군이 파리를 점령하자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피신했다가 1948년에 프랑스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화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대형 벽화들을 포함해 ‘천사의 추락’, ‘출애굽기’, ‘성경 메시지’ 등 샤갈의 상징적인 작품들로 구성되어 그의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에 맞춰 전시장 내부의 벽과 바닥에 샤갈의 작품들이 사방으로 투사되어, 관람객들에게 강렬하고도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박진우 ㈜티모넷 대표는 “빛의 벙커가 근대와 현대를 아우른 마르크 샤갈의 작품으로 다시 돌아온다”며 “샤갈의 다채롭고 독창적인 예술 여정을 생생한 몰입형 예술로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이번 얼리버드 티켓 기간을 꼭 활용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22년 빛의 벙커는 개막작 ‘클림트’전, 두 번째 전시 ‘반 고흐’전에 이어 현재 세 번째 전시 ‘모네, 르누아르… 샤갈’ 그리고 ‘파울 클레’전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전시는 지중해 연안에서 활동한 모네, 르누아르, 샤갈을 비롯해 피사로, 시냑, 뒤피 등 인상주의부터 모더니즘에 이르는 20명 화가들의 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샤갈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현재 빛의 벙커에서 전시 중인 ‘세잔, 프로방스의 빛’은 현대 회화의 아버지이자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폴 세잔의 작품을 3월 3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왈종, 중도의 섬 제주’는 연장 운영되어 샤갈 전시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왈종, 중도의 섬 제주’는 빛의 벙커를 운영하는 ㈜티모넷이 자체 제작한 첫 기획전이자, ‘빛의 시리즈’ 최초 국내 작가 작품을 주제로 한 전시로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