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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술 신간/ 함석헌 다시 읽기

    ◆함석헌 다시 읽기(노명식 엮음/인간과 자연사).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적 사상가로 꼽히는 함석헌 선생은 자선전을 남기지 않았다.스스로 ‘들사람’(野人)이라 일컬었던 선생은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 만큼 ‘참된 지경’에 이르지 못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사양사학자로 한림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을 ‘함석헌의 자서전이 아닌 자서전’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쓴 것은 아니지만 선생이 평생 겪었던 경험과 수많은 저작과 글들이 씌어진 배경 등을 통해 그의 인격과 사상이 어떠한 환경에서 이룩되었는가를 생생히 들려주고 있기때문이다.2만3000원. ◆새로 쓰는 냉전의 역사(존 루이스 개디스 지음,박건영 옮김/사회평론). 저자가 서문에서 ‘냉전이 끝난 오늘에서야 냉전의 역사를비로소 쓸 수 있었다.”고 밝힌 대로 과거 냉전시대 피할 수 없었던 역사 기술의 결함을 극복하고,냉전의 역사에 대한우리의 편견이나 무지를 바로잡고자 했다. 냉전의 맹아기에서부터 핵무기의 제작으로 인해 변화를 보인 냉전 초기 정세,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의 분할,제3세계의 정세,쿠바 미사일 위기 등 상호 연관된 일련의 항목들로 구성돼 있다.1만8500원. ◆법학자가 본 통일문제Ⅰ,Ⅱ(최창동 지음/푸른세상). 이제 통일문제에 대해 과거처럼 이데올로기적·체제경쟁적논의보다는 법제도적·기능주의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산외대 교수인 저자는 강조한다.Ⅰ권에선 ‘6·15 공동선언’과남·북한의 법적 관계,남북기본합의서의 법적 효력 논쟁 등통일문제와 관련 남한측이 당면하고 있는 제반 법적 과제들을 다루었다. Ⅱ권은 북한체제의 급변사태로 인해 흡수통일 상황이 불가피할 때 관련 법정책 문제를 독일통일 상황과 비교해 분석했다.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탈북자의 난민지위 확보 및 정착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각권 1만9500원. 임창용기자
  • [씨줄날줄] 전기(傳記)영화

    지난 24일 열린 제7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흑인 배우가 남녀 주연상을 휩쓸어 할리우드의 보이지 않는 벽 하나를 깬 것이 큰 화제가 됐다.1963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적이 있긴 하나,그가 워낙 걸출한 배우임을감안하면,할리우드에서 인종차별은 이제서야 사실상 끝났다는 인상을 준다.이번 아카데미상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전기(傳記)영화가 여전히 대접받는다는 점이다.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고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은 천재 수학자 존 포브스 내시의 이야기인 ‘뷰티풀 마인드’는 최우수작품·감독·여우조연·각색 등 주요 부문 상 넷을 차지해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영국 출신 철학자 겸 소설가인 아이리스 머독의 생애를 그린 ‘아이리스’도 남우조연상을 타냈다.비록 상을 받진 못했지만,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전기영화 ‘알리’에서 주연한 윌 스미스는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구미 영화계에서 전기영화는 흥행과 작품 완성도에서 결코뒤지지 않는 주요 장르로 행세해 왔다.그들이 다룬 인물의면면은 꽤 다양하면서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가령 ‘아라비아의 로렌스’(63년 아카데미 감독상 등 7개 부문)를 보게 되면 제1차세계대전 당시 중동의 정세를 이해하면서 무명의 한 영국군 장교가 벌이는 영웅적인 활약상에 감동하게 된다.또 미국 컨트리싱어 로레타 린의 이야기인 ‘광부의 딸’(81년 여우주연상)에서는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부부의 갈등과 이를 극복하는 사랑이 가슴 뭉클하게 전달된다. 반면 우리 영화계에서는 전기영화가 그리 뛰어난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한때 이순신·안중근 등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유행한 적이 있으나,‘국책영화’라고 해서 작품 외적인보상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이 많았기에 팬들의 주목을 끌 수 없었다.그러나 우리 영화계도 전기영화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반만년 역사에 격동의 근현대사를 보낸 우리 민족에게 그 소재는 무궁무진할 것이다.그런 점에서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을 그린 ‘취화선’,세계타이틀전 현장에서 스러진 권투선수 김득구를 다룬 ‘챔피언’이 제작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머잖아 김구나 장준하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책세상 ‘위대한 작가들’ 시리즈 14번째

    도서출판 책세상이 지난 1997년부터 펴내온 ‘위대한 작가들’ 시리즈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모리악(1885∼1970)의 전기(전2권) 출간으로 14번째를맞았다. ‘위대한 작가들’ 시리즈는 시대를 뛰어 넘어 문학사가와 평론가들로부터 대가라고 평가받는 인물들을 선정해 그들의 삶을 좇는 본격 전기물로 문학전공자 등 관계자들에게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었다.매번 출간 때마다 2000∼1000권이 팔렸다. 이 시리즈가 다룬 작가들은 진정 ‘위대한 작가’들이다. 1권 릴케 2권 토마스 만 3권 플로베르 4권 횔덜린 5권 엘리엇 6권 콘라드 7권 포크너 8권 프루스트 9권 카뮈 10권도스토예프스키 11권 말로 12권 버지니아 울프 13권 조이스였다.연말까지 헤밍웨이 투르게네프 마르케스가 출간될예정.이후로도 각 문학권의 대표적 작가들의 삶과 문학세계를 소개할 계획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전기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장 라쿠튀르가 1980년에 발표한 것으로 모리악전문가인 최병곤 건국대 불문학과 교수가 번역했다.이전의모리악 전기들과는 달리 작품세계보다는 지식인으로서 작가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특히 1,2차 세계대전의 격동기를 거치며 ‘폭력에 저항한 지식인’ 모리악을 되살렸다는점에서 주목받았다. 모리악에 큰 영향을 미친 모라스 바레스,앙드레 말로,앙드레 지드,마르셀 프루스트,카뮈,드골,미테랑 등과의 교류와 논쟁이 잘 소개돼 있다.각권 600쪽 내외.1권 2만 1000원,2권 2만 6000원. 유상덕기자 youni@
  • [대한광장] 세계빈곤퇴치와 한국의 역할

    선·후진국간 빈부격차와 개발도상국의 절대빈곤이 21세기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국제사회는 세계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 세계은행 등 각종 국제금융기구를 설립했다.이후 많은 개발도상국은 선진국과 이들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에 힘입어 절대빈곤으로부터 탈출하는데 성공했다.그러나 하루 1달러도벌지 못하는 최빈층이 아직도 전 세계 인구의 20%에 이른다.하루 2달러로 연명하는 빈곤층도 세계 인구의 50%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마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느낌이다.이러한 최빈층은 굶주림뿐 아니라 아무런 의료혜택을받지 못해 에이즈 등의 질병에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저개발 문제는 기본적으로 빈곤의 악순환고리를 끊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자본축적을 위한 국내저축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진국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원조는1990년대부터 감소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UN)은 2000년 9월 밀레니엄 선언을 통해 2015년까지 세계의 최빈곤층을 반으로 줄이기로 결의했다.이러한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개발재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자력으로 자본축적의 바퀴를 돌릴 수 없는 최빈국은 우선 원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선진국의 원조는 유엔이 목표로 하고 있는 GNP의 0.7%에 턱없이 미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은 오는 21·22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개발재원국제회의를 갖는다.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는 선·후진국간의 새로운 협력관계의 설정을 요구할 예정이다.즉 선진국으로 하여금 원조를 확대하도록 하고 다양한개발재원의 조달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회의의 목적이다.회의는 비단 개발도상국의 개발재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기위한 방안을 논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가 출범하면서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요구하는 무역자유화의 반대급부로개발재원의 조달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했다.그 결과 WTO 뉴라운드는 이른바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이번 유엔 개발재원국제회의에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몬테레이 합의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이는 향후 세계경제운용의 기조를 설정할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경제개발을 위해 개발도상국 스스로의 노력,선진국의 공적원조,직접투자를 포함한 민간자본의 역할,무역을 통한 경제개발의 중요성,그리고 국제금융체제의 새로운 규율에 대한 합의 등을 통해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이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가 설립되면서 새로운 세계경제의 규범과 질서가 마련되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필자는 민간부문 국제회의에서 우리의 자본자유화 경험과 외국인 직접투자의 성공사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50년대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던 한국이 경제개발에 성공한경험은 오늘날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많은 개발도상국에 소중한 귀감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은 무역을 통한 개방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고,외국자본을 조달하여 자본축적에 성공하여 이제는 순채권국이 되었다.비록 97년말 경제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게 되었지만한국의 경제개발경험은 여전히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완전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다고 볼 수없다.일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세계 30위권에 불과하다.한국도 점차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를 증가시켜 나가야 하겠지만,한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는 원조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한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룩한 놀라울 만한경제개발의 경험을 전수하는데 있다.21세기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으로부터 개발경험을 전수받아 절대빈곤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국제거시금융실장
  • 낯선 타국서 한평생 나무사랑 민병갈 원장에 금탑산업훈장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1일 국내 산림자원 보호와 육성에 평생을 바친 ‘천리포수목원’ 민병갈(閔丙葛·81·미국 이름 칼 페리스밀러) 원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김 대통령은 “민씨는 낯선 타국에서 오직 나무만을 벗으로 삼아 한평생을 보냈을 뿐 아니라 장학사업 등 지역사회 발전에도 이바지해 왔다.”고 노고를 치하했다.이어 “21세기는 생명공학이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정부도 식물자원 등 유전자원의 보존과 육성에 관심을 갖고 지원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턴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 당시인 45년 미 해군장교로 우리나라에 온 뒤 50여년간 사재를 들여 충남 태안군에 있는 수목원을 일궈냈다.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79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내밀한 인간삶 글쓰기 축제

    ▲사생활의 역사 1·3·4-아리에스·뒤비 엮음/새물결 펴냄. 80년대 이후 세계 역사학계는 역사연구에 대한 고정관념을깨뜨리는 기발하고 혁신적인 발상의 글쓰기로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정치,왕조,민족,국가 같은 거대담론에 역사의 조명을 맞추는 대신 지금까지는 잊혀져 왔던 개인,민중,그리고인간 삶의 내밀한 부분들에 초점을 맞춰 역사를 재현해냄으로써 인간과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것이다.10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85년부터 프랑스에서 발표되기 시작한 ‘사생활의 역사’ 전 5권(필립 아리에스·조르주 뒤비 엮음,새물결)은 이러한 ‘새로운 역사’의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저서이다. 이 책은 ‘인간의 사생활’이란 내밀하고도 표준화되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통사적인고찰을 시도했다는 점,책임편집을 맡은 프랑스의 두 역사가를 비롯해서 각국에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40여명의역사학자가 참여해 거대한 학문의 소통공간이 되었다는 점,사회경제사의 고전적 방식은 물론 인구학,역사인류학,심성사,미시사,문화사회학,여성학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망라해 학문의 교향곡을 연주해냈다는 점 등 화제거리가 많다.또한 주제가 주제인 만큼 사용한 자료도 공적인 문서 뿐만 아니라사적인 편지,일기,낙서,그림,소설,심지어 개인 집의 주춧돌에 씌어진 글씨에 이르기까지 내밀성의 벽을 뚫고 들어가기위한 노력이 총동원됐으며 이를 풍부한 컬러도판으로 수록,‘눈을 위한 화려한 축제’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참여자가 많은 대신 학자에 따른 시각과 글맛의 편차가 좀있다.그러나 신선한 발상,다양한 주제,방법론의 차이는 획일적인 시각만을 강요받아 온 우리에게 역으로 시사하는 바가크다고 할 수 있다.예를 들어 필립 아리에스는 중세 사회는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혼재되어 있었으나 19세기가 되자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기 시작했다며 그 원인을 국가의 새로운 역할과 문자해독률의 증가,종교의 새로운 형태 등에서 찾는다.즉 국가가 사법권을 갖춤으로써 개인에게 사적 공간이 주어졌고 독서를 통해 ‘고독한 성찰’이 가능해졌으며 ‘내면적인 신앙심’의 형태 또한 고독한 명상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그는 또 이러한 사태들이집단적으로 침투한 지표들로 타인과의 거리를 강조하기 시작한 예절서,글쓰기 습관,고독 취향,일상생활에서 멋 찾기,사생활이 가능해진 가옥 구조 변화 등을 지목하며 독특한 접근을 계속해간다.이번에 나온 책은 1권 ’로마 제국부터 천년까지’(주명철·전수연 옮김),3권 ‘르네상스부터 계몽주의까지’(이영림 옮김),4권 ‘프랑스 혁명부터 제1차세계대전까지’(전수연 옮김) 등 3권이다.2권과 5권은 연말에 출간될 예정이다.각권 4만3000원. 신연숙기자 yshin@
  • ‘미국의 소리’ 60돌…아프간서 홍보전 펼쳐

    [워싱턴 AP 연합] 미국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라디오 네트워크로 매주 전세계 약 9400만 청취자들에게 뉴스와 함께미국의 관점을 전달해 온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25일 60주년을 맞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VOA의 60주년을 기념하는 생방송 연설을 통해 VOA의 역할은 미국 정책에 관한 진실을말하는 것이지 “미국과 미국의 적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세계대전 및 냉전 기간 그리고 위기 발발시와 평시에 VOA는 자유의 추진력에 보탬이 되었다. 이제는 새로운 전쟁 상황에서 VOA가 여전히 강력하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VOA는 9·11 테러공격 직후 아프가니스탄과 이슬람국가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이들 국가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방송을 개시했다.부시 대통령은 VOA가 이로써 “아프간재건을 지원하는 중요한 협력자가 됐다.”고 치하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VOA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지 79일째 되던 1942년 2월24일 뉴욕에서 나치 독일 국민을 상대로 첫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는 초단파,AM·FM 라디오와 위성 TV,인터넷으로도 방송되며,방송에 사용되는 언어는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의광둥(廣東)어,스와힐리어,다리어,아판 오로모어 등 53개어에 이른다. VOA 종사자는 국내외를 합해 1200명이 넘는다.국내외 16개 지국에 25명 이상의 상주 기자를 유지하는 동시에 스트링거로 불리는 프리랜서 기자 수백 명을 두고 있기도 하다.
  • 뻔뻔스런 밀로셰비치…민간인학살 전면 부인

    발칸 3개국에서 자행한 대량학살과 반인륜 범죄의 혐의로 국제법정에서 선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대통령은 기세등등했다. 14일 사흘째 열린 구(舊) 유고전범법정(ICTY)에서 밀로셰비치는 1시간에 걸친 변론을 통해 검찰측의 기소 내용을조롱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서방세계를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그는 자신에 대한 기소 내용이 1999년 나토의 유고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된 ‘거짓말의 바다(ocean of lies)’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법정 스크린을 통해 코소보 사태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알바니아계 민간인들 학살 현장 사진이 나오자 이들 사건이 모두 나토의 폭격으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토 공습은)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침략전쟁”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그는 자신이 한 일은 미국이 지금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과 같다는 주장을 펴는 등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방탄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피고석에 앉은 그는 변론 도중 흥분해 책상을 손으로 내려치기도 했으며 손가락질을해가며 판사들에게 재판의 불공정성을 따졌다. 검사들을 향해서는 “당신들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사실을 조작하고 꾸며낸다.”고 말한 뒤 “좀 더 지적인것(주장)을 내놓으라.”며 비웃었다. 영국의 BBC방송은 14일 이같은 도전적인 태도 때문에 그의 주장이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박상숙기자 alex@
  • 獨·日 전쟁반성 차이점 뭘까

    ♧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 (이안 부루마 지음/한겨레 신문사 펴냄). 왜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가.독일이2차 대전후 나치즘의 완벽한 청산을 위해 노력하는데 비해일본은 인류 최초의 원폭 희생자라는 점만을 강조할 뿐 한국 등 주변 국가들에 가한 죄과를 간과하고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이안 부루마가 지은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정용환 옮김,한겨레신문사)는 일본인들이 전쟁에 대해 갖는 이같은 태도의 원인을 분석하고있다. 저자는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에서“서양은 죄의 문화인데 비해 일본은 수치의 문화여서 자신이 저지른 죄를 감추려는 속성이 있다.”고 주장한 데대해 부분적으로 타당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문화적 특성을 통해 한 민족 전체의 성격을규정하는 것은 다층적·다원적 현대 사회에 대한 복합적인인식을 저해하며, 쉽게 결정론에 기울어진다는 약점이 있다고 본다. 저자가 접근하는 방식은 역사적,정치적인 것으로 독일과 일본의 전쟁 경험 자체와 전후 연합국의 점령정책에서 두 나라의 집단적 기억이 달라지게 된 실마리를찾는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두나라가 갖고 있는 전쟁 기억의 핵을 이루는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난징을 직접 답사했다.또 두 나라의 교과서,박물관,기념물 등에 나타난 과거관을 비교했고 과거의 망각과 부인을 직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전범 재판을 비롯한 연합국의 전후 점령정책에 대한 비판적 조명도 덧붙였다. 책은 인터뷰와 예술작품 분석,현장답사와 에세이로 짜여져 있다.인터뷰 대상은 독일과 일본의 좌우익 정치인,작가,역사가,박물관장,독일의 수용소 생존자,난징 학살 당시현장에 있었던 일본의 퇴역 군인 등 다양하다.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를 주제로 한 시,소설,영화,연극,그림,조각 등도 광범위하게 다뤘다.1만2000원. 유상덕기자 youni@
  • [기고] 문화재 반환의 어제와 오늘

    문화재는 한 나라의 문화사적 증거물로서 우리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투영해 주는 거울이다.문화재는 한번 잃어버리거나 파괴되면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생성된 환경에서 여타 연관 문화재들과함께 있어야 진정한 가치를 발산할 수 있다.문화재 반환은 역사적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문화 민족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다.우리는 그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일본이나 서구 유럽 열강을 비롯한 많은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 문화나 점령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미명 아래 박물관이나 연구소를 통해 본국으로 방대한양의 문화재를 조직적으로 약탈하거나 파괴하였다.식민지상황이나 전쟁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배자의 소유권은 지속적으로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지배권력의 문화재 약탈은 피지배 계급의 문화재 소유나 향유할권리 자체를 박탈해 버리는 행위인 것이다. 문화재 반환과 보상에 대한 요구는 하나의 사회·문화적현상으로서,제1·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고 신생독립국이형성되는 탈식민지 과정에서 국가의 독립성 등을 회복하려는 국가의 의지와 노력이다. 그러나 문화재 반환은 외형적으로는 ‘전쟁’이나 ‘강탈’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만큼 심대한 이해 상충으로 인해양국간 혹은 다국간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대영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 등은 신생 독립국가들이나피식민지 국가들의 문화재 반환에 대한 요구에 대해 미온적이며 배타적인 태도,심지어는 극도의 문화 제국주의적인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전시 약탈 문화재를 모두 돌려줘야 하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기 방어의 정치적 제스처를 이면에 숨기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도 불행했던 문화 파괴의 역사가 존재하며 대부분 외세 침략에 의한 문화재 파괴와 약탈,즉 타의적인 반달리즘(vandalism)이었다.2000년 국정 감사 자료에 의하면학계에서는 구한말 일본이나 서구 열방으로 흘러들어 간우리 문화유산을 20개국 총 7만 4548점으로 추정하고 있지만,이는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를 중심으로 조사된 것이다.즉 사립박물관이나 미술관혹은 개인소장자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는 그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문화재가 해외에 유출된 것이며,그 중에서 불법유출된 문화재는 몇 퍼센트 정도인가. 아쉽게도 이 질문에대한 답변을 현재로서는 명쾌하게 제시해 줄 수 없다. 이는 현재까지 국내외 문화재에 대한 총목록(inventory)이 없기 때문이다.지난 10여년 동안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해외소장문화재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해 왔지만 원출처나 유출경위에 대한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원출처와 유출경위는 문화재 반환요청 국가가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을증명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정보이다. 정부는 문화재 반환을 위한 전문가 위원회와 실무진을 테스크 포스로 구성하고,문화재 유관 기관을 중심으로 국내외 문화재에 대한 총목록을 제작하고,원출처나 유출경위와같은 관련 정보를 수집·조사연구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보아 추계예술대 교수 박물관경영학
  • 밀로셰비치 재판 시작

    대량학살 및 반인륜범죄 등의 혐의로 유엔의 구(舊) 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60) 전유고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12일(현지시간) 개시됐다. 이날 법정에 출두한 밀로셰비치는 ICTY 검찰 측의 개정진술이 이어지는 동안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거나뭔가를 노트에 적는 등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이었다. 13일 속개된 재판에서 밀로셰비치는 발언권을 갖고 유엔전범법정이 자신을 재판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이에리처드 메이 판사는 “법정에 관한 당신의 견해는 완전히무관한 것”이라며 밀로셰비치의 주장을 일축했다.밀로셰비치는 그동안 ICTY의 합법성을 부인하며 변호사 선임을거부해왔다. 앞서 12일 검찰 측은 밀로셰비치가 크로아티아,보스니아,코소보 등 발칸 3개국에서 자행한 잔혹행위들을 열거하며“전쟁에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이들 사건은 중세적인 만행과 계산된 잔혹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재판은 최소 2년간 진행되며, 검찰 측은 밀로셰비치가 당시 잔혹행위를 지시 또는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밝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피해자를 포함 200여명의 증인이 확보돼 있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국제법정에 선 밀로셰비치의 혐의는 살해,강간,추방 등 66개항에 이른다. 이번 재판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나치전범에 대한 재판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앞으로 기소 상태에 있는국가원수들의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례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칼라 델 폰테 수석 검사는 “이번 재판은 어느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상숙기자 alex@
  • 日 민간 방위조직 검토

    일본 정부는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한 유사법제 정비와 관련,주민보호 조치의 하나로 ‘자주적인 민간 방위조직’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3일 보도했다. 또 자위대 작전 지원을 위해 민간 항공기의 운항 통제,전자전 실시에 필요한 주파수 이용 규제,작전상 필요한 항만봉쇄 등도 검토 항목에 포함됐다. 민간 방위조직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때 국민 통제를 위해 운영했던 최말단지역 조직인 ‘도나리 구미(隣組)’에해당하는 것으로 내각부의 한 간부는 물자 배급,상호 연락,소방 활동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1일 대한독립선언선포 83주년 기념식

    중국 만주와 러시아에 거주하던 민족지도자 39명이 선포한‘대한독립선언 선포 83주년 기념식’이 1일 오후 1시 서울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삼균학회(회장 趙萬濟) 주최로 열린다. 국가보훈처가 후원하는 행사에는 이재달(李在達) 국가보훈처장과 윤경빈(尹慶彬) 광복회장,광복회·삼균학회 회원 등300여명이 참석,기념식과 학술회의 등을 갖는다.대한독립선언(무오독립선언)은 1919년 2월 1일 중국 지린(吉林)성에서조소앙·신채호 선생 등 독립운동 지도자 39명이 제1차 세계대전 종전에 맞춰 우리나라의 독립을 요구한 것으로,3·1 만세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김경운기자 kkwoon@
  • 신간 맛보기/ ‘강간의 역사’,’중국신화의 이해’,’히로히토-신화의 뒤편’

    ■‘강간의 역사’(조르쥬 비가렐로 지음,이상해 옮김,당대 펴냄). ‘인류 역사에서 강간의 의미는? 책은 여러 세기에 걸친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강간의의미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친다.강간이 인간존재 자체에 위협을 가하는 범죄로 인식되기까지에는 남성 여성 아동 등이 상호 동등한 인간주체로서 여겨지고,이것이 제도화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근대초기 프랑스부터 시작해 18세기말의 성폭력에 대한 법적 태도,19세기 이후 강간에 대한 도덕적 폭력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추적했다.저자는 “강간에 관한 한 최소한 가해자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똑같은 죄의 세계로 몰아세우는 인식이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며“범죄의 심각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려면 죄의 세계에 대한 이러한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1만3000원. ■‘중국신화의 이해’(전인초 정재서 김선자 이인택 지음아카넷 펴냄). 국내 학계의 중국신화 연구수준이나 성과는 출발 단계에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책은 이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신화의 백미라고할 수 있는 창세신화와 영웅신화를 본격적으로 풀어 나가친절한 안내서의 성격을 띠고있다.혼돈상태를 분리하여 하늘과 땅으로 나눈 우주거인 반고(盤古),인류의 시조가 된여와와 복희에 관한 이야기,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신화적 테마인 홍수신화 등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영웅신화 쪽에선 다양한 구성과 흥미로운 이야기를담아 영웅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광적인 숭배가 갑자기생겨난 것이 아니라,신화에 그 뿌리를 두고있음을 보여준다.신화소개에 그치지 않고 신들의 이야기가 후대 문학가들에 의해 채용되고,일반 민중들의 생활 속에 스며든 과정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면서 ‘견우와 직녀’ 전설 등 우리신화와의 연관성도 짚어낸다. 신화에 대한 상식수준의 논의를 넘어,새로운 문화담론의 선상에서 접근하려는 시도가돋보인다.1만2000원. ■‘히로히토-신화의 뒤편’ (에드워드 베르지음,유경찬옮김,을유문화사 펴냄). 프랑스 총리 장 모네의 공보비서를 거쳐 파리 베이루트델리에서 더 타임스·라이프 특파원으로 일했고,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를 쓴 저자가 철저한 자료를 토대로 엮은 책.2차 세계대전을 야기한 전범이었음에도,과격한 일본 군부의 희생양으로 미화된 채 죄를 사면받았던 일왕 히로히토의 실체를 철저하게 파헤쳤다.메이지유신, 다이쇼(大正) 시대의 혼란,히로히토의 침략으로 이어지는 100년간에 걸친 일본 침략사의 구석구석을 해부하면서‘교활한 기회주의자’로서의 히로히토에 초점을 맞추고있다.당시 인물들의 기록이나 전쟁 전후의 문서를 제시해치우치지 않은 묘사가 두드러진다.히로히토 승려만들기,한발 늦은 원폭 개발 등은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종전후 전범 히로히토의 재판 요구여론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서려던 맥아더 계획과 소련 공산주의 대두 등으로 무산되는 과정도 흥미있는 대목이다.1만7000원.
  • 새 영화/ 할리우드판 전쟁물 ‘에너미 라인스’

    미국 할리우드가 잊힐만하면 한편씩 들이미는 인기 레퍼토리가 있다.전쟁액션이다. ‘에너미 라인스’(Behind Enemy Lines·18일 개봉)는 제목 그대로 ‘적진 한가운데’ 홀몸으로 내던져진 한 병사의사투를 그린, 볼거리와 감동이 반반씩 뒤섞인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전쟁영화다.미국에서는 ‘9.11 테러’의 후유증이채 가시지 않은 지난해 11월 개봉해 각별한 시선을 끌기도했다. 1990년대 전쟁액션의 대명사가 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노르망디 해안가의 핏빛 교전,‘씬 레드라인’에서는 끝없이 물결치는 초원에서의 매복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주무대는 설원이다.설원 위를 날던 전투 비행기가미사일을 맞아 종잇장처럼 곤두박질치는 등 특수효과가 가미된 초반 장면들이 영화의 규모를 가늠케 한다. 보스니아 내전 지역을 정찰비행하던 미 해군 크리스 중위(오웬 윌슨)는 뜻밖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적진 깊숙이 떨어지고만다.함께 추락한 전우가 눈앞에서 사살되는 걸 숨어서목격한 순간부터 보스니아 반군의 총구를 피해다니는 그의처절한몸부림이 시작된다. 영화의 구성얼개를 뺀다면 보탤 것없는 ‘할리우드표’이다.종국엔 살아서 귀환할 게 빤한 주인공은 요리조리 적진곳곳을 잘도 뚫고 다니고 관객들은 화면위의 무용담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게 된다.그뿐만이 아니다.사지(死地)를빠져나오기까지 주인공을 짓누르는 외부적 갈등도 익히 봐오던 유형이다.세계가 주목하는 보스니아와의 평화협정에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미군 지도부는 크리스의 구출을 외면하려 든다.그러나 크리스의 직속 상관인 리가트(진 해크먼)만은 인간애를 잃지 않고 갈등 끝에 크리스 구출작전을단독 지휘해 감동을 자아낸다. 펑크 리듬에 버무려진 영화는 큰 욕심없이 보자면 액션마니아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모자람이 없다.크리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미군이 인공위성으로 파악하는 등 ‘기술’도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할리우드 전쟁액션의 옹색한 한계가 느껴지는 건 왜일까.냉전 이데올로기가 스러져 세계대전을 더이상은 짭짤한 소재로 써먹지 못하는 할리우드가 새 카드로보스니아 내전을 선택했지만 절절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엔 한참 역부족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 오웬 윌슨은 일인극을 보여주다시피 하며 ‘액션영웅’으로 변신했다.‘상하이눈’에서 성룽(成龍)과 호흡을 맞췄던 그 얼굴이다. 황수정기자
  • [2002 지구촌 이슈] (5)끝이 보이지 않는 지역분쟁

    ***세계 곳곳 포화…아시아 가장 불안. ‘전쟁의 세기’로 불린 지난 20세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수많은 지역분쟁으로 점철됐다.새해도 지구촌의 분쟁이크게 줄어들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국방위원회재단(NDCF)에 따르면 지난해 분쟁국가는 59개국으로 전년도의 68개국보다는 다소 줄었다.그러나 분쟁이 주로 민족갈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올해도수십년간 해묵은 긴장이 계속돼 갈등과 반목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아시아를 가장 불안한 지역으로 꼽았다.1947년부터 세차례의 전면전을 치렀던 인도와파키스탄간의 최근의 위기는 그 원인이 해소되지 않아 계속될 것으로 진단했다.양국은 지난해 말에도 개전 초읽기 상태에 들어갔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아프가니스탄도 파키스탄과 긴장관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타밀 반군이 활동하는 스리랑카▲분리주의자들을 무차별 탄압하는 인도네시아▲이슬람 무장단체가 발호하는 필리핀▲공산반군이 존재하는 네팔▲군벌과 종족간 충돌이 이어지는 미얀마를 대표적 갈등 지역으로 꼽았다. 인도네시아 아체,이리안 자야,말루쿠 제도에서는 1999년 동티모르 독립 이후 분리주의 운동이 거세지고 있으며 아체에서 정부와 게릴라군의 충돌로 지난해만 400명 이상이 사망했다.최근 인도네시아 군부가 아체 지역군사령부를 창설하려는 움직임은 더많은 피를 부를 것이 자명하다. 지난 2000년 9월 이후 격화된 폭력사태로 1,000명의 희생자를 낸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충돌은 최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언제 재연될지 모를 불안한 상태다.미국은 최근 앤서니 지니 특사를 다시 파견했고 양국은 대치상태에서 안보회담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평화의 길은 아직 멀다. 아프리카 대륙은 식민지시대의 후유증 때문에 ‘피의 대륙’이 됐다.이 지역 분쟁이 전세계 분쟁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최근 평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후투-투치족의 공동정부 탄생으로 8년간의 유혈분쟁을 청산한 부룬디는 콩고민주공화국(DRC),우간다,탄자니아,르완다 등 이웃 국가에서 벌어지는 후투­투치족 사이의 싸움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7일 차드 정부와 반군도리비아 중재하에 평화협정을 체결,3년간의 내전이 해결될 희망을 보였다. 독립을 요구하는 무장세력들에게 올해는 힘든 한해가 될 듯하다.유럽연합(EU)은 리얼 아일랜드공화군(IRA),컨티뉴이티IRA등 북아일랜드의 무장단체들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하마스,그리스의 11월17일 혁명조직 등을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국제사회는 목적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이들의 주장에 더이상 동조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러시아,중국,스페인 등은대테러전의 분위기에 편승,자국내 반군 세력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벌였다. 올해도 분쟁해결을 위해 유엔등 국제기구의 발걸음은 한결더 바빠질 전망이다.발칸반도의 분쟁 해소를 위해 노력한 유럽안보기구(OSCE)가 본보기이다. 아프리카 53개국도 아프리카연합(AU)을 창설해 자체적인 평화 정착 작업에 돌입했다.유엔은 산악지대에서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를 ‘세계 산의 해’로 지정했다. 박상숙기자 alex@
  • [2002 지구촌 이슈] (2)순풍타는 유럽통합의 길

    ◆통화이어 정치·안보통합 잰걸음. 지난 1일 유로화 통용으로 관념적 차원에 머물던 유럽통합이 현실의 일이 됐다.물가 상승,현금 도난 등 소규모 혼란은 있었지만 유로랜드(유로화를 쓰는 12개국)는 안정적으로 경제·사회적 통합의 길에 들어섰다. 이번 성공은 유럽인 모두에게 ‘유럽합중국’을 생각할 기회를 줬다.유로화는 통화수단이지만 ‘하나의 유럽’을 향한 정치적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제 유럽은 다음 단계로 정치·안보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벨기에 라켄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정치적 결정기구인 헌법회의의 창설에 합의했다.2003년까지 신속대응군 6만명을 창설하는 것 외에도 EU는 독자적 정보능력을 가진 정보기구도 만든다.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벗어나 유럽 스스로가 방위능력을 갖겠다는 의지다.냉전 붕괴의결과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방위군의역할분담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나토는 EU보다 먼저 동진(東進)을 시작했다.지난 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등 3개국이 나토에 가입했다.세계질서에 있어 미국과 EU의 주도권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EU도 통합 범위를 동구권으로 넓혀가고 있다.2004년 10개국이 EU에 가입한다.구 소련연방이었던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개국도 포함돼있다.두차례나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유럽대륙이 진정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유럽통합은 강력한 블록경제의 등장을 의미한다.이미 유로랜드는 지난해 세계 수출에서 17.7%를 차지,미국(14.7%)을능가했다.EU회원국이 확대되면 유로랜드 인구는 5억명이 된다.단일통화 사용으로 유로랜드 경제의 성장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물론 통합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EU에 가입한 영국 스웨덴 덴마크는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았다.유로랜드 12개국은고용진작과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통화주권을 유럽중앙은행(ECB)에 양보한 셈이다.그러나 국가별로 다른 경제상황에 맞춰 27인의 ECB 집행이사회가 발빠른 대응을 하기는어렵다. EU의 동진에 대한 회원국간 의견도 다르다.일단 EU는 동유럽의 값싼 노동력 유입을 막기 위해신규 회원국의 서유럽진출을 7년간 유예시켰다.EU에서 농업보조금을 받고 있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폴란드의 가입으로 보조금이 깎일까 걱정이다.나라별로 다른 세율도 걸림돌이다. EU집행위와 각 국가간 권력 분할 논란도 남아있다.EU에서목소리가 큰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유럽통합이라는 대의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럽인의 통합의지.지난해 덴마크 국민들은 유로가입,아일랜드 국민들은 EU확대안을 부결시켰다.이번 유로화 도입은 유럽통합의 가능성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그래서 유로화 도입은 실패해서는안되는 정치·경제실험이었다.유럽통합의 가시화로 아메리카대륙을 포함,아시아권에도 유사한 통합의 움직임이 이어질것이다.지구촌을 가르는 큰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전경하기자 lark3@
  • 단일통화로 하나 된 유럽

    ■전면 도입과 미래모습. 드디어 1일 유로가 현실화됐다.유로랜드(EU 회원국 중 유로를 쓰는 국가) 12개국,3억이 넘는 인구가 1일부터 유로동전과 지폐를 쓰고 있다. [꼼꼼한 준비가 안착 가져와] 유로 도입에 맞춰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각국 유통업체와 금융기관에 분배한 돈은 지폐150억유로, 동전 500억유로다.초기 도입에 필요한 돈의 제조가 3년반 만에 끝나자 ECB는 지난해 9월1일 실물을 공개하고 분배를 시작했다. 유럽인들이 유로 도입을 실감한 것은 ‘스타터 키츠(starter kits)’라 불리는 동전세트였다.10유로23센트(1만2,000원)가 든 이 세트는 지난달 14일부터 각국에서 판매됐다.유로랜드 최고의 연말연시 선물로 독일에서만 1억개가 팔렸다. 지폐 7종,동전 8종의 유로는 2월말까지 각국 화폐와 함께통용된다.유통업체와 금융기관은 거스름돈을 반드시 유로로지불해야 한다. 3월부터 6월말까지는 금융기관에서의 환전만 가능하다.이어 7월1일부터 유로가 각국 화폐를 완전히대체,유일한 법적 통화가 된다. 도입 초기 환전상의 불편함은 다소 있겠지만 유로가 안착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수년에 걸친 단계적인 준비 덕분이다. 유로와 관련된 첫 준비는 1979년 유럽통화제도(EMS)의 발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어 유럽 통합에 관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92년 서명돼 유럽연합(EU)이 창설됐다.ECB의 전신인 유럽통화동맹도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결과물이다.이어99년 1월 유로가 장부상의 화폐로 등장했다. EU는 돈의 통일에 앞서 국경철폐 조약이 담긴 셍겐협정을 95년 통과시켰다. [유럽 통합 가속화]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로 도입에 대해 ‘유럽통합의 역사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1국 1화폐’라는 원칙이 없어지고 국제적 통화통합이라는 전례없는 과정이 이뤄졌다. 유로가 안착하면 EU 회원국이면서도 유로를 쓰지 않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은 물론 EU에 가입하지 않은 스위스 노르웨이 등의 가입도 가속화할 전망이다.또 EU는 2004년까지동유럽 10개국의 추가 가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로가 2010년 안에 20여개국에서 쓰일 수 있다. 유로를 함께 쓰는 나라들은 시장이통합되고 경제적으로한 나라가 된다.돈의 통합은 정치·사회적 통합을 가속화시킨다.지난달 15일 벨기에 라켄에서 열린 EU 15개국 정상회담이 ‘EU 헌법회의’ 창설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 예다.이제 유럽 통합에 관한 논의의 초점은 경제에서 정치쪽으로넘어가고 있다.두 차례나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대륙이 진짜합쳐지고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현 유로랜드 12개국은 정치·사회적 격차가 크다.유로 도입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못사는 일부 국가에서는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가격 비교가 용이해져 경쟁력이 더 심해지고경제력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경하기자 lark3@
  • 집중취재/ 실마리 찾은 ‘용산 아파트‘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용산기지내 아파트 신축문제와 관련,용산기지 외곽 사우스포스트(남쪽기지) 건너편의 미군 수송단(TMP) 부지(2만3,351평)와 유엔사(UNC) 컴파운드(1만6,132평) 등 두 곳을 대체부지로 사용할 것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한·미 군당국의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그러나 미군측이국방부의 대안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고,시민단체들의반발이 만만치 않아 추진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제3의 부지] 국방부는 지난 14일 한·미 고위급협의회 2차회의에서 현실적인 문제와 국내 여론 등을 들어 제3의 부지를 제시했다.제임스 솔리간 주한미군사령부 부참모장(공군소장)은 18일 기자들에게 “현재 공병단을 통해 대체부지의규모와 건축가능한 높이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제3의 장소 건립 방안은 일단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주한미군이 현재의 장교 숙소를 허물고 아파트를 지으려던사우스포스트는 자연녹지지역으로 서울시의 용도변경 없이는 5층 이상의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하다.그러나 국방부가대체부지로 제안한 TMP와 UNC 컴파운드는 용산기지 외곽인데다 일반 주거지역이어서 복잡한 절차없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국방부는 제3의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서울시와도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시는 수송단부지가 제3종 주거지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 250%가 적용돼 14∼15층짜리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제와 전망] 미군측의 수용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미군측은 국방부에서 제시한 대체부지를 긍정 검토하면서도 현재의 위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미군측에서 대체부지를 거부할 경우 아파트 건립 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미군측이 수용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의 비판여론은 여전히부담이다.제3의 부지가 용산기지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용산기지 이전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이에 대해 재향군인회 등 일부 단체에서는 아파트 건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국론 분열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용산기지 외곽에 아파트를 지을경우 반대명분이 약해 비판여론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솔리간 부참모장은 시민단체의 반발에 대해 “아파트 건립과 기지 이전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우리는 언제든지 대체부지와 비용 문제만 해결되면 용산기지를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군측이 대체부지를 수용할 경우 아파트 건립이 가시화될전망이다.다만 미군수송부 이전 문제,남산 조망권 문제를 포함한 아파트의 층수문제 등 한·미간,국방부와 서울시·용산구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강동형기자 yunbin@. ■주한미군 주거실태. 주한미군의 용산기지내 아파트 건축문제가 한·미 군당국간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이같은 계획의 배경 및 주한미군의 주거환경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한미군 주거환경] “전력공급의 문제로 에어컨과 다리미,전자레인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었다”,“기지 밖의 아파트 등에서도 주차공간이나 아이들이 놀 공간이 부족하고,수돗물을 안전하게 마실 수 없었다”,“목욕탕 배수구가 막히는 것은 통상적인 문제였다” 지난 6월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사령관이 미 하원의 군사건축 소위원회에서 ‘주한미군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예산배정을 요청하는 자리에 배석한 전 주한미군제6기병대 사령관의 부인 수전 싱클레어씨가 주장한 주한미군의 주거 실태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그리 큰 문제인가”하는 생각도 든다.증언 내용도 다소 과장된 것으로도 들린다.그러나미군의 입장에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의 사정과 비교하면 주한미군의 숙소가 크게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김영규 주한미군사령부 공보관은 “기존 숙소가 50년대에지어진 건물들로 처음에는 괜찮은 시설이었지만 40년이 지나면서 빗물이 거실로 스며드는 등 시설물이 크게 낡았다”면서 “90년초 전기시설이나 난방 등은 개선했지만,용산기지를 이전하기로 해 주택 보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나 독일의 미군 숙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면서 “일본에서 근무하던 장교가 한국으로 발령이 나면 사표를 내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솔리간 주한미군사령부 부참모장은 “열악한 주거환경은 우수한 군인을 영입하는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보급률] 기혼자를 위한 기지내 주택보급률은 10% 가량으로 70%에 이르는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크게 낮다. 다만 용산기지의 경우 700여가구가 기지 내에 있어 다른 기지에 비해 나은 편이다.나머지 300여가구는 용산기지 인근인 한남동·이촌동 등에 전세를 얻어 생활하고 있다. 제임스 솔리간 부참모장은 “용산기지에 단계적으로 1,066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하면 현재보다 300여가구가 늘어나게된다”며 협조를 당부했다.그는 “용산기지 인근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합참 건물도 짓는데 우리는 왜 건물을 짓지 못하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측은 기지내 주택보급률을 2010년까지 25%,2020년까지 50%로 늘리는 장기계획을 추진 중이다. 강동형기자. ■서울시 “원칙 동의”. 서울시는 국방부가 미군측에 용산기지내 아파트 건립계획과 관련해 대체 부지를 제안한데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나높이와 가구 규모 등 미군측 계획안이 확정되면 장기적인 도시계획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방부가 미군측에 일반주거지역인 사우스포스트 건너편의 미군 수송단(TMP) 부지 등 2곳에 아파트를 건립하도록 제의했다는 사실은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인 사우스포스트안(案)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미군측이 세부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방부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전달받지 않아 뭐라고 말 할 단계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캐피탈호텔에 인접한 TMP 부지 등은 미군이당초 아파트를 지으려던 사우스포스트와 달리 주변에 아파트가 이미 들어선 일반주거지역으로 현재 진행중인 주거지역세분화 절차만 마무리되면 15층 규모의 아파트까지 지을 수있는 곳”이라며 “용도변경 등 별도의 절차없이 건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로서는 아파트 건립이 용산기지를 계속 사용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일부 시민단체의 지적도 알고 있으나 아파트 건립과 기지 이전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덧붙였다.앞서 고건(高建) 시장은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에 공여된 105만평 규모의 용산기지는 군부대 이전후 서울 시민을 위해 민족공원 부지로 이미 지정해 놓은 곳”이라며 “미군 숙소 문제를 달리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수 있다”고 말해 부지를 대체해 제의할 경우 수용할 뜻이있음을 시사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시민단체 “결사 반대”. 서울 용산 미군기지내 아파트 건립 계획과 관련,국방부가 18일 주한미군에 대체 부지를 제안한 데 대해 미군기지 반환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어느 곳이든지미군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단체들은 미군과 국방부가 수송단 부지를 아파트 건설 예정지로 결정해놓고,건설 계획을 발표한 뒤 국민들이 예상 외로 강하게 반발하자 양보하는 듯한 태도로 수송단 부지를 내놓은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불평등한 소파(SOFA)개정 국민행동 김판태 사무처장은 “대체지로 알려진 수송단 부지가 일반 주거지역으로 분류된다하더라도엄연히 용산기지의 일부”라면서 “미군이 용산지역에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것은 결국 미군기지 자체를 반환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미군기지 공동대책위원회 김용한 집행위원장도 “아파트 건설은 지난 90년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용산기지 이전 계획을 파괴하는 것”이라면서 “국방부와 미군은 아파트 건설을협의할 게 아니라 미군기지를 언제 반환해야 할지를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김타균 정책실장은 “국방부의 대체부지 제안은용산기지를 시민의 공원으로 만들라는 국민의 여망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최근 국방부의 행태를 보면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국방부가 아니라 미군을 대변하는 국방부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용산기지 역사. 지난 56년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용산기지는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오롯이 담고 있다. 용산의 오욕과 굴종의 역사는 지난 13세기 몽고군이 한반도를 침략한 뒤 이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병참기지로 활용하며 시작됐다.그뒤 1882년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 병사 3,000여명이 주둔했다.또 1904년에는 러·일전쟁을 준비하던 일본이 용산 부지 150만평을 뺏다시피 헐값에 사서 아예 군용지로 만들었다.현재 미군이 머무르고 있는 용산기지의 모태가됐다.일본은 이곳에 조선총독부 관저와 2만여명 병력을 상주시키면서 2차 세계대전의 후방기지로 만들었다. 45년 8월 해방 뒤 용산은 점령군으로 들어온 미군이 ‘점령’한 뒤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해 지금까지 사용료 한푼 내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다. 한강에 인접한 용산이 교통과 수송 등 전략적 요충지임을의미한다. 미국은 소파(SOFA·한미행정협정)의 3조1항 ‘공여지에서건물의 개조나 철거,신·개축의 경우 한국 정부에 적시에 통보하고 협의한다’는 내용을 지켰다고 강변하며 아파트 건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불평등한 소파 개정 국민행동’ 김판태(金判太) 사무처장은 “독극물 한강 방류와 기름유출 등 미군이 끼치는 각종해악에다 아파트까지 멋대로 만들려 한다”면서 “국가와 국민의 주권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소파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기고] ‘세일즈외교’ 한국경제 활력소

    2002년 1월1일 ‘유로’화의 본격적 도입을 목전에 둔 시점에 이뤄진 김대중 대통령의 이번 영국,노르웨이,헝가리등 유럽 3개국 순방과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방문 연설은우리에게 정치·경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U는 4억8,000만명의 인구, 세계 GDP의 30%와 세계 교역액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다.또한 EU는 미국에이어 우리의 제2의 수출시장으로서 우리에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경제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김 대통령이 유럽순방중 영국과 노르웨이 등 주요 유럽국가와 교역 및 투자의 지속적 확대와 함께 정보통신,생명공학 등 첨단산업 분야와 조선·에너지 분야에서 본격적인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특히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회담에서중동지역 등에 공동 투자 진출하기로 하고,헝가리의 오르반총리와의 회담에서 향후 5년간 120억 달러가 소요되는 발칸반도의 복구사업에 공동참여하기로 한 것 등은 우리 경제활동의 무대를 전유럽으로 확대,한국의 경제를 명실공히 세계화했다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정상회담성과는 지난 97년의 환란과 어려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어온 우리에게 그 중요성이 더해가는 ‘세일즈 외교’의 커다란 성공으로 2002년 한국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김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노르웨이수도 오슬로에서 개최된 노벨평화상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20세기 분쟁과 21세기 분쟁해결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의 인권·민주주의 지도자로서의 위상을다시 한번 제고하게 된 것은 경하할 만한 일이다. 또한 아시아 국가원수로는 최초로 유럽의회에서 연설,아시아와 유럽간의 협력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고,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의 햇볕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공고히 한 것 역시 의미있는 일이다. 이번 유럽 순방을 통해 한·EU관계는 물론 우리와 유럽과의 관계를 21세기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고볼 수 있다. 국가간의 외교는 강한 자와 능력있는 자가 양보하여야 평화와 안정이 보장된다.상대방의 행동을 기다려 반작용을 하는 소극적인 외교로는부족하다.‘되로 주고 되로 받는 외교’는 약소국의 외교일 수는 있다.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마셜플랜은 승자와 여유있는 자가 패자와 부족한 자를지원해 성공한 훌륭한 선례이다.세계 제13위의 GDP와 제12위의 무역대국으로서 우리나라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외교’를 펴나가야 한다.햇볕정책이라고 하는 ‘되로 주는 외교’가 반세기에 걸친 분열로부터 민족의 동질성과 통일기반을 든든하게 조성해 가는 ‘말로 받는 외교’인 것이다. 김 대통령의 유럽순방 중 한국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100을 돌파했다는 전경련의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또한 종합주가지수는 720에 육박하고,대형백화점의 연말 매상이 30∼50%까지 늘어난 것은 국내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김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돋보이게 한다. 김 대통령의 이번 유럽순방이 새로이 열려가는 유라시아협력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선도적 위치를 자리매김하고나날이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유럽과의 협력에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허승 前 주제네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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