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세계대전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환경 전사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기관장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비상계엄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상속 포기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507
  • 17일 개봉 ‘브이 포 벤데타’

    17세기 영국, 제임스1세의 독재에 저항하려 의회를 폭파하려다 사형당한 ‘가이 폭스’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이 ‘가이 폭스’의 부활, 그것도 성공적인 부활을 다룬 영화가 바로 17일 개봉하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다. 주인공은 이름부터 미스터리한 ‘V’. 행여 살점 하나 드러날까 온 몸은 검은 옷으로, 얼굴마저 기묘한 표정의 ‘가이 폭스’ 가면과 가발로 완벽하게 가렸다. 물론, 검은 옷 속의 육체는 초인적 힘을 지녔다. 그런 V가 내뱉는 대사의 절반은 윌리엄 블레이크, 셰익스피어 같은 작가들의 아름다운 글귀들이다. 왜 이런 인물을 설정했을까.3차세계대전 뒤 미국을 제치고 다시 제국으로 등장한 2040년 영국이 배경이어서다. 이 영국, 어째 정상적이지 못하다. 통행금지가 있고, 사전검열과 금지곡·금지도서가 있고, 불법도청이 난무하고, 거짓 소식만 내보내는 뉴스가 있다. 당·정·군부의 삼위일체에다 타락한 사제까지 이를 뒷받침한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변태적 독재국가가 된 것.20년 동안 준비해 영국을 민중혁명으로 붕괴시키려는 사람이 바로 자유로운 영혼의 V인 셈이다. 1981년부터 연재된 원작만화 자체가 대처와 보수당 무리들을 파시스트로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는 파시즘에 대한 비판을 곳곳에 깔아놨다. 십자가를 변형한 상징물이 등장하는 것이나, 배경은 영국인데 수상을 ‘프라임 미니스터’(Prime Minister) 대신 독일식 ‘챈슬러’(Chancellor)라 부르는 것이나, 하필 그 챈슬러 이름이 히틀러와 비슷한 ‘셔틀러’인 점 등이 그렇다. 동시에 이야기의 실마리는 V가 예전에 갇혔던 수용소다. 아우슈비츠를 떠올리건, 관타나모 혹은 아부그라이브를 떠올리건, 멀리 갈 것 없이 우리의 삼청교육대를 떠올리건, 그건 보는 사람 마음이다. 다만,‘매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각색하고,‘매트릭스’ 조연출인 제임스 맥티그가 연출하고,‘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 휴고 위빙이 V역을 맡았다 해서 ‘매트릭스’와 바로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매트릭스’가 거대한 버라이어티쇼였다면,‘브이 포 벤데타’는 ‘벤데타’(피의 복수)라는 제목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소박한 우화에 가깝다. 더구나 선명한 주제의식은 영화를 빛나게도 하지만, 때론 짐이 되기도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슈퍼맨·스파이더맨 같은 ‘∼맨’류의, 미국식 영웅물의 아류작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예로, 이 영화를 위해 실제 삭발했다고 화제를 모았던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이비’는 관객에게 V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에 머무르고 만다.15세 이상 관람가.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재경부 퇴임 공무원 장일석씨 저서 수익금 위안부 할머니에

    지난해 말 재정경제부에서 정규직으로는 처음 정년퇴임을 한 장일석(61)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행정실장이 27일 저서 ‘제2의 진주만 침공’ 판매수익금 1000여만원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전달했다. 장 전 실장은 지난해 정년퇴임을 앞두고 일본의 우경화 문제를 정리해 이 책을 발간하면서 “일본은 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보수·우경화 세력의 결집을 통해 세계 패권의 야욕을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책 판매수익 전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의 후원금으로 내놓은 것도 이같은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책꽂이]

    ●한반도 평화론(백경남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정세 등을 여성 불교인의 입장에서 정리. 저자(동국대 교수)는 문명사적 진운이 지중해시대, 대서양시대를 거쳐 제1차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지금은 아·태·동북아로 옮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중국의 대륙문화와 일본의 해양문화의 충돌, 서양의 가치와 아시아적 가치의 충돌을 조정하는 조화의 진원지로서의 ‘불교 허브 코리아’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2만원.●대중예술과 미학(박성봉 지음, 일빛 펴냄) 16∼17세기 런던에서 공연되던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지금은 고급예술로 간주되지만 그 당시에는 전형적인 대중예술이었다. 그런가하면 현대 미국의 만화가인 로버트 크럼을 도스토예프스키에 비유하는 만화비평가도 있다. 대중예술의 개념은 이처럼 시대와 장소,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다. 저자(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는 예술이라는 개념의 존재이유는 재미와 감동이라고 강조한다.1만 3000원.●천황의 나라 일본(고토 야스시 등 지음, 이남희 옮김) 일본은 기원전 660년에 초대 천황인 진무(神武)천황이 즉위했다. 이후 6세기초 게이타이(繼體)천황에서부터 현 천황에 이르기까지 만세일계(萬世一系)의 황통 계승을 유지해오고 있다. 신적인 존재로 민중에게 인식되던 천황은 7세기 경에는 공민제와 율령제가 공표됨에 따라 정치적 실권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9세기 이후부터는 귀족이나 막부가 실권을 행사하게 되고, 실권자는 천황으로부터 대권을 받는 형태가를 취했다. 이 책은 천황을 통치기구 그 자체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1만 3000원.●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지 상식 백가지(서전무 지음, 정원기 등 옮김, 현암사 펴냄) 유비는 쌍고검, 장비는 장팔사모, 관우는 82근짜리 청룡언월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반달같이 생긴 칼끝에 긴 자루가 달린 대도를 들고 적토마 위에 올라 수염을 휘날리는 관우의 모습은 소설적 허구일 뿐, 관우시대엔 그런 종류의 긴 칼은 쓰이지 않았고 기껏해야 1m 정도의 장도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국지연의를 지은 나관중이 주유를 도량이 좁고 포용력이 부족한 인물로 묘사한 것도 진실과 다르다며 조조군을 물리치고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총사령관이었던 주유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만 8000원.●고전문학사의 라이벌(정출헌 등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건 세조의 왕위찬탈이었다. 서거정은 원종공신 1등에 올라 탄탄대로를 걸었고,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평생 전국의 산사를 떠돌았다. 서거정이 조정대각(朝廷臺閣)의 시를 대변했다면, 김시습은 산림초야의 시를 대변했다. 둘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명암이 엇갈리는 삶을 살았다. 책은 시대와 불화한, 또는 영합한 천재들을 통한 새로운 고전문학 독법을 보여준다. 유쾌한 노마드 박지원과 비운의 정착민 정약용, 가문소설의 시대를 연 선의의 경쟁자 김만중과 조성기 등의 이야기를 소개.1만 1000원.●로마, 천년의 지식사전(고바야시 코즈에 지음, 송수영 옮김, 밀리언하우스 펴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관해서’ 중) ‘주사위는 던져졌다’(수에토니우스의 ‘로마황제열전-카이사르전’ 중)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믿는다’(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중) 로마인들이 남긴 말과 글은 제국이 멸망하고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로마인의 명언 100여개를 수록.1만 2000원.
  • 유럽의 이중성

    마호메트 만평을 둘러싸고 서방과 이슬람 사이에 벌어지던 ‘표현의 자유’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오스트리아 법원이 20일(현지시간)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실체를 부인한 영국 역사학자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유럽 언론이 내세운 표현의 자유가 이슬람 모욕을 정당화하려는 ‘이중잣대’라고 비판해온 이슬람권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유대인 학살 부정하면 10년형 영국의 우익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어빙(68)은 지난 1989년 오스트리아에서 가진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치 독일 정권이 유대인 학살에 가스실을 이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히틀러가 학살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과 함께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을 범죄행위로 규정, 처벌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당연히 어빙을 수배했다. 오스트리아의 홀로코스트 관련 법은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이에게 최고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게 돼 있다.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에서 불심검문 끝에 체포돼 이날 법정에 선 어빙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내 관점은 변했고, 더 이상 홀로코스트를 부인하지도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는 또 이 문제가 “명백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 엘마르 크레스바흐는 “잘못된 주장을 펼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나치 망령과의 싸움…표현의 자유는 사치” 영국의 BBC는 “특정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의심조차 금지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여론이 공감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나라가 홀로코스트 부인 행위를 처벌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홀로코스트 관련 법은 1938년 나치 독일에 병합된 뒤 나치와 연관된 온갖 범죄에 연루된 오스트리아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같은 범죄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실제로 많은 오스트리아인들은 이 법이 어두운 과거와 단절하려는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응축된 것이라 믿고 있다. 독일의 역사학자 한조 푼케는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 표현의 자유라는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판결은 정작 다른 나라에서 더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란의 한 유력지는 “홀로코스트를 희화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겠다.”며 전세계 만화가들을 상대로 만평을 공모한 상태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반유대주의를 다룰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슬람을 모욕할 때 유럽인들은 이를 들먹인다.”고 비난했다.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도 21일 “서방의 패러독스를 명백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은 올봄 테헤란에서 홀로코스트의 실체 규명을 위한 회의를 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어빙을 표현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로 비치게 할 뿐 아니라 유럽의 이중잣대에 대한 무슬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녹색공간] 전쟁없는 나라의 꿈,그 첫 번째/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전쟁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홉스나 루소와 같은 사회계약론자들은 개인들의 자유의 일부를 군주에게 양보하면서 전쟁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을 유지하고 있는 것보다는 리바이어던에게 조세를 제공하고 편하게 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사회계약론의 본질인 셈이다. 이들보다 100년 후에 등장한 애덤 스미스와 다시 100년 후인 데이비드 리카도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거래인 무역이 전쟁을 없애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인 것 같다. 포도주의 대명사인 보르도를 영국이 만드는 바보 같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면화로 더 좋은 섬유를 만들어서 교환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것이 국부론의 주장이고, 이 당시의 경제학자들은 국가 간에 무역을 하게 되면 전쟁이 줄게 될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했던 것 같다. 16∼17세기에 자본주의를 지지한 학자들의 말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어쨌든 시장 사회와 자유무역을 추진하면 결과적으로 세상의 전쟁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가 가장 꽃피었던 20세기에 2차에 걸친 세계대전이 벌어졌다는 점을 상기하면 좀 이상해 보기이기는 하지만, 유럽사에서 전쟁일수가 가장 적었던 시기가 사실은 20세기였다는 점을 환기할 때 아주 틀리다고는 하기 어렵다. 실제로 유럽에서의 자본주의는 15세기에 세계를 지배하던 해적들과의 전쟁과정에서 승리한 시스템이기는 하다. 한 때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했던 국가인 스페인의 재경장관이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훨씬 빠르게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발언들을 근거로 유럽 사학자들은 때때로 15세기의 해적들에 대해서 스페인의 여왕이 비밀리에 지원을 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리고 빅토리아 여왕의 함대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쳐부순 사건을 ‘신사’들의 자본주의가 드디어 해적들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비로소 자신의 길을 세운 순간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번영이라는 한 가지의 목표와 평화라는 또다른 목표를 일종의 이중 플롯처럼 구성하면서 지금까지 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한테 만약 잘 사는 사회와 재미있는 사회 그리고 전쟁 없는 사회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전쟁 없는 사회를 고를 것 같다. 좀 가난하거나 좀 재미 없더라도 전쟁이 없다면 그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작은 기여라도 하면서 살고 싶다. 냉전이 끝난 지금 과연 전 세계에서 전쟁이 앞으로 20년 내에 발발하지 않을 곳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해보자. 누구나 스위스를 고를 것이고, 그 다음에는 프랑스와 독일 같은 곳을 고를 것이고, 미국이나 중국 혹은 일본이 앞으로 20년 후에도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고를 사람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로마클럽 보고서의 연구팀장인 도넬라 메도 여사는 2년 전에 타계하면서 20년 후에 전 세계적인 자원전쟁이 발발할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연 어떨까? 현재와 같이 세계 10위의 경제규모에서 외국 자원의 의존도를 계속 늘려나가는 상황인 만큼 우리도 해외주둔군을 가지지 않을 도리는 없다. 한국 또한 수비형인 이지스함만이 아니라 훨씬 더 적극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원양작전 능력을 갖춘 항공모함이 절실히 필요하게 된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인 중국과 일본이 이웃한 동북아 경제의 팽창은 자원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20년 후에도 이 땅에 전쟁이 없을까? 가장 간단한 시뮬레이션 모델로도 빠르면 10년, 길면 20년 후에 한국도 사활을 건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해준다. 우리한테 평화의 조건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이 한반도에 20년 후에도 전쟁이 없게 할 수 있는 평화의 조건이 달성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척 궁금한데, 대한민국 학계나 그 어느 곳에도 여기에 대한 답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보인다. 내 눈에는 한국은 열심히 전쟁으로 달려가는 것만 같아 보인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 [19일 TV 하이라이트]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30분) 리더인 기타리스트 겸 송라이터 김태원을 주축으로 결성된 부활은 1986년 데뷔 앨범을 발표한 이래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였다. 부활은 김종서, 이승철, 박완규 등의 걸출한 보컬을 배출했다. 젊은 보컬 정동화를 영입해 지난 6월 발표한 10집 ‘서정’ 역시 부활이 지켜온 고유한 록의 색을 그대로 이어냈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가 주둔한 이래 헤노코에 또 다른 미군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시위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지로 꼽히는 헤노코는 다양한 생태환경이 유명해 ‘동양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린다. ●MBC스페셜(MBC 오후 11시30분) 전기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설리번의 팔에는 세계 최초의 bionic arm이라는 기계팔이 달려 있다. 이 기계팔의 가격은 말 그대로 600만달러. 기계팔은 신경이 만들어 내는 근육전류를 감지, 손을 움직이게 한다. 이들의 최첨단 인공수족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첨단의 세계를 알아본다. ●하늘이시여(SBS 오후 8시45분) 자경을 만난 영선. 자경이 왕모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조금 불안한 기색을 보이자, 왕모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한 남자라며 자기를 믿어 보라는 말로 확신을 주려 한다. 더구나 영선이 결혼하면 이제부터는 자신과 자경이 모녀지간처럼 지내자는 말을 하자 감동받은 자경이 눈물을 흘린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고운 빛깔과 형태를 지닌 분청자. 곱게 새겨진 버드나무와 연꽃 문양이 잘 조화를 이루었다.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이 분청자의 진가를 확인한다. 또 커다란 반닫이가 쇼에 의뢰되었다. 느티나무를 이용해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여느 반닫이와는 달리 서랍이 있어 특이한데, 이 반닫이의 숨은 비밀을 풀어본다. ●반올림#2(KBS2 오전 8시50분) 여명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여명은 할머니의 유골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옥림은 공항으로 여명을 마중나가지만 여명은 딴 사람이 된듯 말이 없다. 여명은 학교에도 오지 않고 전화도 꺼놓는다. 옥림은 여명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지 이해하면서도 자신에게 힘든 부분을 얘기하지 않는 여명이 섭섭하다.
  • [책꽂이]

    ●현대일본을 찾아서1,2(마리우스 잰슨 지음, 김우영 등 옮김, 이산 펴냄) 1600년 이후 일본사에는 사회와 제도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세 번의 역사적 전기가 있었다. 도쿠가와 막부에 의한 중앙집권적ㆍ봉건적 사회질서 수립, 미국 페리 제독의 내항과 함께 시작된 문호개방,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가 그것이다. 이 책은 이같은 결정적인 국면에서 이뤄진 일본사의 계기적인 발전에 주목하며 근대 일본의 형성과정을 재구성한다. 인물에 초점을 맞춰 대하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는 점이 특징. 전 2권 각권 2만 5000원. ●수집:기묘하고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필립 블롬 지음, 이민아 옮김,, 동녘 펴냄) 중세 유골 수집가에서 오늘날의 유명인사 서명 수집가에 이르기까지 수집광의 역사를 소개. 박물학적인 수집의 전성기였던 르네상스와 17세기의 대표적인 수집가로는 용과 결투를 벌였다는 이탈리아 과학자 알드로반디, 자신의 수집장을 ‘연금술 실험실’로 삼았던 프라하의 황제 루돌프 2세, 빼어난 시체 해부기술과 인체복원 기술을 가졌던 프레데리크 로이스 박사, 대영박물관의 토대를 제공한 한스 슬로언 경 등이 꼽힌다.1만 5000원. ●20세기 서양철학의 흐름(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지음, 조현진·유서연 옮김, 이제이북스 펴냄) 전쟁의 참호 속에서 ‘논리철학 논고’를 쓴 비트겐슈타인부터 나치당의 일원이었던 하이데거까지 20세기 주요 철학자들의 학문세계를 다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인 저자는 철학을 현실과 괴리된 추상의 학문이 아니라 시대와 호흡하는 역사의 산물로 파악한다. 그런 만큼 아우슈비츠에 대한 철학의 침묵, 호전적 애국주의에 동참한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들을 가혹하게 비판한다.2만 5000원.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지음, 임경아 옮김, 루비박스 펴냄) 영국의 소설가 앤서니 트롤로프는 규칙적으로 하루에 7페이지씩, 한 주에 정확히 49페이지의 원고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 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아침에 소설 하나를 완성했어도 새 종이 위에 다음 책의 제목을 적고 하루 양을 다 채울 때까지 쉴새 없이 써내려 갔다고 한다. 작업을 그만두면 자신은 더이상 아무런 존재도 아니게 될 것이라는, 존재의 소멸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예술’과 ‘두려움’은 동의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책.9800원. ●그림으로 이해하는 경제사상(홍은주 지음, 개마고원 펴냄) 흔히 접하는 경제 용어들을 알기 쉽게 풀이한 사전 형식의 책. 맨더빌의 ‘유효수요’, 프리드먼의 ‘항상 소득 가설’, 베를런의 ‘현시적 소비’, 토빈의 ‘자산 선택’, 데이비드의 ‘경로의존성’, 애컬로프의 ‘레몬 시장’, 폰 노이만의 ‘미니 맥스의 정리’, 스티글러의 ‘포획설’등 현대적 의미의 경제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중상주의 시대부터 최근 이론에 등장하는 개념까지 망라했다.1만원. ●진양혜의 서른아홉 러브레터(진양혜 지음, 미디어윌 펴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서른 아홉해 동안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선배 아나운서 손범수 씨와의 결혼 13년차, 아이엄마 12년차인 그는 아직도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고 말한다. 아나운서로서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 오프라 윈프리. 그는 오프라 방송의 진정한 미덕을 휴머니즘에서 찾는다.9800원.
  • 프랑스 유머·위트의 참맛

    프랑스 유머·위트의 참맛

    프랑스 뮤지컬이 흥행 연타를 날릴 수 있을까. 중세의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한 대서사시 ‘노트르담 드 파리’의 내한 공연에 이어 이번엔 몽마르트 언덕을 무대로 한 ‘벽을 뚫는 남자’가 국내 초연된다. 벽을 맘대로 통과하는 신통력을 지닌 남자 듀티율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1996년 파리에서 처음 막올라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몰리에르상 최우수 뮤지컬상을 수상한 작품. 프랑스 국민작가 마르셀 에메의 탄탄한 원작,‘쉘부르의 우산’을 작곡한 미셀 르그랑의 주옥같은 음악이 흥행 비결로 꼽힌다. 브로드웨이에선 ‘아모르’란 제목으로 공연돼 2003년 토니상 5개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헤드윅’제작사 쇼노트가 만드는 이번 한국어 공연의 연출은 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연출가 임도완(45). 서울예대 교수로, 극단 대표로 정신없이 바쁜 그를 제작사가 삼고초려해 영입했다. 20대때 배우로 몇번 뮤지컬 무대에 서기는 했지만 연출은 처음이라는 그는 “볼거리에 치중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프랑스 뮤지컬은 철학과 메시지가 강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마임교육기관인 ‘자크 르콕 국제연극마임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1996년 사다리움직임연구소를 설립해 ‘보이첵’‘휴먼 코메디’ 등 인물의 움직임에 중점을 둔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여왔다.‘벚꽃동산’으로 올해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사회현상을 꿰뚫는 통찰력과 뛰어난 상상력’을 들었다. 무사안일한 공무원, 뇌물받는 경찰, 알코올중독자 의사 등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사회 각계각층 구성원들의 행태를 희화화시켜 풍자한다. 어느날 갑자기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갖게 된 소심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은 이처럼 부패한 사회에서 서민들의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노트르담 드 파리’와 마찬가지로 ‘벽을 뚫는 남자’도 대사없이 노래로만 극이 진행된다. 때문에 음악의 리듬감을 최대한 살리는 것과 배우의 표정, 움직임, 동작 등으로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이 관건이다. 단원들과의 집단창작을 중시하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안무가를 따로 두지 않고 배우들 각자가 캐릭터에 맞게 스스로 안무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원작의 묘미를 무대 위에서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지도 관건.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재현한 몽마르트 거리와 사선으로 기운 무대 세트는 작품 전반에 흐르는 동화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듀티율이 벽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진짜 벽을 뚫느냐고요?물론 그럴 수는 없지요. 하지만 관객들이 깜빡 속을 만큼 다양한 장치들을 준비해 뒀습니다.” 듀티율역에 박상원 엄기준이 번갈아 출연하고, 가수 해이와 임수연 등이 참여한다.28∼4월2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4만∼7만원.1588-7890.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8) 일본의 茶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8) 일본의 茶室

    차를 마시는 공간인 ‘차실(茶室)’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든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차와 선(禪)에 관심있는 많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일본의 차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가 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차실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문화적 가치로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그 가치가 깊고도 넓다. 요즘 들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차인들간의 국제교류다. 한국내 차인 교류가 아니라 중국·일본 차인들과의 교류가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연속성을 갖고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차인들의 최근 관심사는 각 나라의 차의 역사성과 교류, 그리고 그 원류가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가에 있다. 2001년 일본내 한국문화원들의 주선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초의차문화연구원을 초청한 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차인회들이 결집해 있는 교토, 도쿄, 고베 등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이었다. 한국문화원들은 한국-일본차 교류를 통한 문화적 교류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차인들간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고베문화원에서의 일이다. 차회에 참석한 차인들은 일본의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초의차문화연구원에서는 초의 스님의 선차를 선보였다. 담백하고 간결한 느낌을 주는 초의 스님의 선차법은 일본의 차인들이 선호하는 말차의 행다와 많이 흡사하다. 그들은 초의차문화연구원의 행다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차인들이 보였다. 행다시연이 끝난 뒤 그중 한 명과 대화를 했다.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맑고 담백한 행다가 참으로 격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의 스님의 행다와 우리 일본차의 행다에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차인은 조심스럽게 초의 스님 행다에 얽힌 의문을 놓고 대화를 시도했다. “초의 스님의 행다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우리 고유의 행다 중 하나입니다. 일본의 행다와 초의 스님 행다가 비슷한 것은 차 문화 역사가 흘러온 역사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본 차 유파들의 행다와 우리의 행다는 크게 다를 수 없다고 봅니다. 여러 역사적 사료에서 밝혀지듯 일본문화의 많은 부분은 백제와 고구려 등 삼국의 것을 받아들인 것들입니다. 그것에 대해 일정 정도 동의한다면 우리가 오늘 여기에서 보여준 행다의 역사와 원형에 대해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만약 여러분들이 백제시대 고구려시대의 차 문화 원형을 유지 보존해 왔다면 당연하게 유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도 옛 행다법을 복원, 그 전통 맥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일본차회 인사들은 필자의 답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필자의 역사성과 발언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읽혔다. 그들의 당혹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문화는 몰라도 초암과 말차로 대표되는 일본 차문화만큼은 충분히 독자성을 갖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행다뿐만 아니라 일본 차문화의 대표격일 수 있는 초암다실도 마찬가지였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일본차인들이 일지암을 방문했다. 다음해인 2002년 한국문화의 달을 맞아 일본의 한국문화원들과 연결, 일지암을 방문한 것이다. 그들의 검증과 철저함에 필자는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2차세계대전의 실패를 딛고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그들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2002년 5월 일본차회를 대표하는 인사 40여명이 일지암을 찾았다. 일지암 초당을 본 그들은 경악할 만큼 당혹스러워했다. 졸졸 흐르는 유천, 그리고 작고 아담한 봉창을 가진 일지암의 초당, 자우홍련사의 작은 연못과 툇마루를 본 그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지암 차실과 행다는 우리 전통 차문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초의 스님의 선차와 차실은 여러분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행다와 맥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행다와 일본의 행다는 뿌리가 같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일본의 한국문화원에서 만났던 초의차문화연구원의 초의스님 행다가 결코 낯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그들은 묵묵히 말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초암차실에 대해서도 그 역사성을 그들에게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 아직도 시골 산간에 남아있는 우리 전통 초가집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일본차인들에게 전해진 충격은 너무도 놀라운 것이었다. 눈앞에 자연스럽게 펼쳐진 초가집들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일상화된 삶으로서 자리매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 차문화의 자존심인 초암다실의 원형이 어디에 있었는지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차문화와 차실이 아름다움의 미학 차원에서 준비되고 이루어졌다면 우리의 차와 차실은 바로 삶이었다는 것이 매우 다른 점입니다. 우리의 초가집은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차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삶의 전부로 그 기능성을 갖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초가집은 바로 궁핍한 삶속에서도 넉넉한 여유를 담을 수 있었던 우리 민중의 삶을 그대로 닮은 것입니다. 일본의 차실과 우리의 초가집이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일본의 차실은 자연에 조금 더 다가가 차를 마시려는 염원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자연과 일체화를 이루기 위해 작고 아담한 차실을 가꾸고, 차실을 감싸고 있는 봉창(덧문)도 작게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초가집의 덧문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탄생했다. 제대로 된 건축설계도 없이 어림 눈대중으로 겨우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우리의 초가집인 것이다. 일본차의 핵심은 권력으로부터 회귀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황금차실과 이른바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는 임진왜란은 이같은 사실을 잘 입증하고 있다.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지방의 토호들인 지방막부들을 동원해 일궈낸 통일의 성과로 돌려주고 분배할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도요토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황금차실이다. 도요토미는 황금차실을 만들어놓고 지방막부들이 참여한 대규모 차회를 열었다. 당시 지방의 막부들은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중앙문화에 굶주려 있는 지방막부들의 관심을 사치스러운 엘리트 차문화로 돌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문화적 갈증해소를 통해 지방막부들의 불만을 해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황금차실은 아마도 최초의 차 문화상품일 것으로 보여진다. 도요토미는 지방막부들에게 행다를 하기 위해 필요한 값비싼 도자기 문화를 조성했다. 그러나 송나라의 찻그릇은 너무도 고가여서 지방의 몇몇 막부들을 제외한 사람들의 빈약한 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도요토미는 이들을 위해 값싼 조선의 도자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임진왜란은 일본내의 정치적 목적이 교묘하게 배합된 도자기 전쟁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의 다성’으로 불리는 센노리큐와 도요토미와의 관계도 일본 차실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당시 센노리큐는 일본차문화의 정신적 지주였을 뿐만 아니라 청나라 도자기를 판매, 이윤을 남기는 찻그릇 상인이기도 했다. 센노리큐는 청나라 도자기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센노리큐의 이윤은 상대적으로 국가로 귀속될 재정에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권력과의 다툼을 피할 수 없었다. 센노리큐는 제자들이 목상을 만들어 추앙하고 경배할 정도로 거대한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다. 이같은 현상은 당시 최고통치자였던 도요토미에게 큰 부담이었다. 죽음으로 일본차의 세계를 연 센노리큐가 탄생할 수 있는 주·객관적인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었다. 차실은 한발짝 더 나아가서 통치이데올로기를 형성할 수 있는 담론의 장 역할도 했다. 막부시대로 대별되는 일본의 무사시대는 통치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할 수 없는 파괴적인 권위를 담보하고 있었다. 그런 통치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메워준 곳이 바로 차실이다. 일본의 차실은 평화와 담론의 공간이었다. 무사들도 차실에 들어갈 때는 칼뿐만 아니라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까지 빼놓아야 했다. 차실에서 그들은 자유롭게 정치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었다. 차실은 그런 점에서 문화아카데미 역할을 한 것이다 일본초암의 완성자라고 불리는 센노리큐는 권력자들이 정치적 야망을 비판하고 좌절시키기 위해 황금차실과 비교되는 차실을 창조해낸 것이다. 일본초암차실의 원형은 결국 정치와 자연, 그리고 차와의 절묘한 배합에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끌어들여 교묘하게 정치와 접목시켜 당대의 정신문화를 창조해낸 것이 바로 일본 초암차실의 미학인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차실은 그러면 얼마나 많을까. 그 숫자가 통계학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많은 유파가 존재하듯 수백개가 될 듯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교토의 금일암, 무마모토의 차실, 나고야의 차실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100∼200년의 역사를 갖는 일본의 차실은 매우 많다. 일본통계에 따르면 현재 교토의 사찰 수는 약 2000곳에 달한다. 각 사찰들은 그 사찰의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곳에 차실을 만들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교토에만 일본의 차실은 2000곳 정도가 존재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역사성을 갖지 않은 일본의 차실은 수만개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자연을 축소지향적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차의 문화를 구현해냈다. 자연 그 자체를 삶속에 끌어들여 정서적인 보편성을 확보했던 우리의 차실과는 너무도 다른 측면이기도 하다. 일지암 암주 ■ 日 상국사 차실 이야기 차 교류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많은 일화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명원문화재단의 자문역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바로 상국사(相國寺) 차회. 상국사는 태평양전쟁 후 가장 눈길을 끈 지식인 유키오의 작품무대가 됐던 금국사의 원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상국사를 방문한 명원문화재단은 우리 차의례 중 가장 아름답고 고아한 행다미를 주는 육법공양을 시연했다. 육법공양의 전통행다례를 본 상국사와 일본차인들의 눈길은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상국사에서는 두 가지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우리 전통다례 중 하나인 육법공양 시연이었고 또 하나는 온양의 민속박물관에 있는 문화재들을 전시한 것이다. 상국사는 정원부터 독특했다. 정원이 사찰의 앞에 있지 않고 사찰의 뒷쪽에 있었다. 그 정원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수천년을 견뎌온 듯한 노송들이 숲처럼 우거졌고, 세월속에서 이끼가 끼고 끼어 마치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바위틈을 타고 흐르는 작은 샘물은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아름다웠다. 상국사의 차실은 그 사찰의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방장실이었다. 방장실 자체가 바로 차실인 것이다. 상국사의 방장은 그곳에서 찾아온 손님을 차로서 접대할 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 법(法)도 논하고 있었다. 상국사의 방장 스님은 찾아온 손님들이나 제자들에게 직접 말차를 우려내 권한다. 찻물은 뒤편 정원에서 천년 넘게 바위 틈에 흐르는 물을 사용했다. 자연과 차에 대한 그들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완 역시 매우 진귀했다. 아름답고 품격이 있어보이는 녹유다완을 준비한 방장 스님은 우리에게 물었다.“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한국땅의 작은 연못은 매우 아름답기 짝이 없습니다. 그 작은 연못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바로 연못에 피는 수련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수련의 문양 같은 아름다운 말차를 마실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그 방장 스님은 검푸른 하늘을 아름답게 밝히고 있는 은하수가 두둥실 떠있는 것처럼, 또한 별이 아름답게 떠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별빛 같은 말차를 우리에게 선보였다. 참으로 쉽게 맛볼 수 없는 진귀한 것이었다. 일본 차실이 갖는 정신적인 권위와 풍부함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차실은 매우 아담하고 담백했다. 전형적인 다다미방이었으며, 차의 비조로 불리는 백장선사의 초상화와 백제향로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상국사의 방장 스님이 직접 주관한 차회는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었다. 저 멀리 임진왜란이라는 처절한 민족적 상처 속에서 탄생한 찻그릇으로 보여준 저들의 차 정신 속에 우리의 거친 삶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친 삶 속에 유연하고 부드러운 삶이 싹트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조선 찻사발들은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깊이를 담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가보면 그곳에는 우리의 잃어버린 피와 땀, 그리고 도공들의 쓸쓸한 영혼이 아직도 우리곁을 떠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탄생한 조선 찻사발들로 일본의 차인들은 차문화의 품격과 역사성을 높이고 있다. 그 같은 역사의 아이러니 탓에 한 사람의 차인으로서 한 사람의 민중으로서, 차회 내내 영혼을 속절없이 태우고 있었다.
  • [열린세상] 한국 농업 구하기/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미국의 스필버그 감독이 1998년 만든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가 수도 없이 많았을 텐데 라이언 일병을 구하라는 미국 정부의 특명이 떨어진 이유는 그의 형 세명이 모두 전사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본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도 한시 바삐 ‘한국농업 구하기’ 작전을 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지금은 무역에 관한 한 제2차 세계대전 때보다 훨씬 많은 국가들이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고 봐도 되는 상황이다. 전선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에 펼쳐져 있다. 다만 우리나라가 치르는 무역전쟁은 공세와 수세가 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농산물은 외국시장을 더 열어서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반해 농산물은 개방 속도를 줄여 열린 시장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겪은 것처럼 우리 농업도 산업화 과정에서 토지와 인력, 자본을 타산업에 제공했다. 그 결과 1971년에 비해 농지는 55만㏊(16억 5000만평) 줄고 농가인구는 4분의1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노력과 정부의 기술개발 및 보급 덕에 쌀 생산량은 400만t에서 500만t으로 늘었다. 라이언 일병은 전사한 형들 덕분에 구출작전 대상이 되었지만 우리 농업은 산업화 과정에서 귀한 자원을 제공한 공로가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에 반드시 구해야 한다. 농업은 쌀을 포함한 갖가지 식품을 공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모자라면 외국에서 사다 먹지.’라고 하는 사람들도 식품 전부를 해외공급에 의존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또 농업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없어서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며 국토 공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농촌의 기간산업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크게 기여하였으며 그 자체로서도 중요한 한국농업을 구하기 위해 이제는 모두가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다국간 또는 양국간 통상협상에서 농업은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부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경제학자인 볼드윈 교수가 강의 중에 ‘자유무역의 이익이 후생증진으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이득을 보는 부문에서 피해를 입는 부문에 소득이 이전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던 것이 기억난다. 많은 선진국이 직불금 형태의 보조금을 확대하여 일정 규모의 농업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경영주 열명 중 여섯명은 60세 이상이며 새로 농업을 시작하는 젊은 인재는 극히 적다. 농촌의 고령화는 우리사회 전체보다 20년 정도 앞서서 진행되고 있다. 은퇴를 원하는 고령농과 상품을 생산하지 않는 자급농에 대해서 과감한 복지지원과 생활개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농업 구하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 쌀협상 결과 비준 등을 통해 농민의 시장 추가개방에 대한 불안감이 표출되어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하였다. 작년에 홍콩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도 다시 재개될 것이고 일련의 추가적인 자유무역협정 협상도 예고되어 있다.‘선대책-후개방’이라는 말도 있지만 국가적으로 필요한 자유화 협상이라면 취약 부문에 대한 대책을 세워 설득하고 협상을 진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다른 갈등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불은 이제 지양하자. 그보다는 ‘한국농업 구하기’를 위한 실천적인 방안을 구상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기본적으로 시장을 통해 소득을 얻도록 지원하는 한편 모자라는 부분은 재정으로 뒷받침해 줄 안전망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농업 구하기의 근간이 될 것이다.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기고] 한류와 문화수출정책/최현주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상임이사

    한류가 아시아의 대표문화로 살아 남는 길은 무엇일까. 우리는 대부분 몇백만명의 관객이 극장에 왔다는 식의 한류의 상품성과 그 가치에 매달려있으며, 최근 들어 콘텐츠의 중요성을 다소 인식한 정도다. 그러나 아시아가 공동으로 수긍할 수 있는, 콘텐츠를 뛰어넘는 한류의 대표적 정신계를 파악하는 길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은 20세기 이데올로기의 실체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의 서양화 이후, 마르크스의 존재감은 우리에게서 지워졌다. 즉 좌파라는 이데올로기의 실체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분단 조국이라는 현실이 우리가 갖고 있는 특수 현상이기는 하지만 국제 관계라는 커다란 지도를 펴놓고 볼 때, 우리는 어쩌면 진정한 이데올로기가 아닌 과거의 습관적 정신계에 집착하며 좌파·우파를 거론하는지도 모른다. 즉 마르크스의 실체보다는 사라진 마르크스의 그림자에 시달리며, 집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라진 이데올로기의 부재감 속에서 문화가 대중의 정신계를 지배하며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실제적으로 우리보다 약 60년 전 문화 수출에 성공한 미국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실례가 잘 나타나 있다.2차 세계대전 후 냉전이 선언되자, 미국은 1950년대말과 60년대초, 문화 수출을 통해서 타국에 자신들의 정신계를 심는 전략을 쓰게 된다. 그들은 문화의 본질이 정신계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자유’라는 미국의 대표정신계를 정립시켰다. 그리고 이 정신계를 동부 유럽과 제3세계의 대중들에게 심기 위한 통로로 할리우드와 로큰롤 같은 대중문화를 창출해냈다. 이 과정에서 미정부는 대중문화를 통해 ‘자유사상’을 전파함으로써 공산화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유럽에 맞바람을 일으켰고, 자유사상을 20세기의 새로운 문화정신으로 수출하였다. 또한 뉴욕에 예술가들을 위한 미술시장을 형성함으로써 유럽의 예술가들을 뉴욕으로 이주 정착하게 만들었다. 세계예술의 중심지가 파리로부터 뉴욕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순수예술을 움직이는 것도 결국에는 자본의 힘이라는 결론으로 치닫게 하였다. 즉 ‘자유’와 ‘자본주의’라는 미국의 정신계를 세계에 심었던 것이다. 그들이 이와 같은 문화 수출 전략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이유에는 그들만의 숨겨진 목적이 있었다. 즉 첫째, 유서 깊은 유럽문화와 비교할 때 그들이 갖고있는 문화적 자격지심을 극복한다. 둘째, 미국민의 정신적, 문화적 자존심을 세움으로써 정치적 위상을 부각시킨다. 셋째, 미국 문화의 세계화에 따른 시장을 확장한다. 넷째, 자유사상을 유럽의 대중에게 이식함으로써 유럽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20세기 문화수출 전략의 중심에는 1960년대 미국의 문화제국주의, 그리고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미국이 제3세계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도전하기 시작한 ‘후기식민지 문화 연구’가 있다. 이들은 자국의 문화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화와 그 구성원들의 ‘정신계’를 파악하면서 그에 따른 문화적 전략을 모색해왔다. 이와 같이 문화 수출 전략이란 정신계의 장악을 노리는 헤게모니 전쟁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21세기,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계를 바탕으로 탄탄한 문화전략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문화는 내용과 형식이 함께하는 진정한 문화 수출 사례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강력한 문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현주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상임이사
  • [설연휴 영화]

    ●간 큰 가족(SBS 오후 9시35분)자칫 어둡거나 침울하게 흐를 수밖에 없는 ‘분단’ 소재를 코미디로 잘 풀어낸 작품이다. 병으로 쓰러진 열혈 공산당원인 어머니를 위하여 통일을 숨긴다는 내용의 독일 영화 ‘굿바이 레닌’(2002)과 설정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왕의 남자’(2006)가 대박 나며 한껏 주가가 오르고 있는 감우성의 색다른 모습을 맛볼 수 있다. 김 노인(신구)은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만나는 게 소원인 실향민. 남쪽 아내와 자식들에게는 구두쇠 노인일 뿐이다. 계단에서 구른 김 노인은 병원에 갔다가 간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가족들은 아버지가 50억원대 자산가였다는 사실을 접한다. 그러나 유산은 김 노인이 죽기 전 통일이 됐을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남한 가족들은 병석에 누운 김 노인에게 통일 상황을 연출한 가짜 뉴스를 보여주고, 아버지가 이를 믿게 만드는 데 성공하는데….2005년작.102분. ●도라!도라!도라!(XTM 오전 11시)미국으로서는 잊고 싶은 기억 가운데 하나인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전면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후 같은 소재로 ‘미드웨이’(1976),‘더 파이널 카운트다운’(1980),‘진주만’(2001) 등이 잇달아 만들어졌다. 가장 최근 개봉한 벤 에플렉 주연의 ‘진주만’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원래 일본 부분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기로 했다. 미국 부분을 데이비드 린 감독이 연출한다는 조건에서였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실력을 쌓아온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이 미국 연출을 맡으며 무산됐다. 현재의 영화 기술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감독의 사실적인 연출력에 특수효과가 가미돼 전쟁 장면의 리얼리티가 뛰어나다.71년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았다.‘도라’는 일본 말로 호랑이라는 뜻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일본, 이탈리아는 3국 동맹을 맺는다. 이에 일본 군부는 미 해군 함대가 모여 있는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키로 한다. 전투기를 동원한 침투작전으로 일본군 비행사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쳐 기습공격을 빈틈없이 준비한다. 진주만 미국 사령관은 방심한 채 휴일을 보내려 한다.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미 정보부는 주미 일본대사관에 전달된 암호를 해독, 전쟁 위기를 경고하지만, 상부는 이를 무시한다. 마침내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상공에 도착한 일본 전투기들은 작전 성공을 알리는 암호 ‘도라!도라!도라!’를 외치며 무차별 폭격을 시작하는데….1970년작.144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월드이슈] 우크라-러 흑해분쟁

    [월드이슈] 우크라-러 흑해분쟁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촉발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천연가스 분쟁에 이어 이번엔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해군의 임대료 문제가 불거졌다. 서방언론들은 최근 두 나라의 갈등을 19세기 러시아와 서방연합군이 벌인 전쟁에 빗대 ‘제2의 크림전쟁’이라고 부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을 크림반도와 흑해의 지배권을 둘러싼 ‘러시아 대 서방’의 대결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세바스토폴에 대한 1997년 협약을 파기한다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크림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말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폭탄발언이 양국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의 발언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구에 주둔중인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 임대료를 4배로 올려 받겠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방침이 보도된 직후 터져나왔다. 크림전쟁은 1854년 크림반도와 흑해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동방제국’ 러시아와 영국·프랑스·터키의 ‘서방 연합군’이 벌인 전쟁이다. 러시아는 가스값 인상요구에 기지임대료 카드로 맞선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쟁위협’에 가까운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가스분쟁’ 이어 ‘흑해분쟁’ 그러나 우크라이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과 공동으로 사용하던 얄타 해변의 등대를 실력으로 ‘접수’했다. 러시아는 “등대를 강탈당했다.”면서 맹비난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의 항해시설을 불법으로 쓰고 있다.”고 맞섰다. 다음달 중순 양국간 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이번 기회에 ‘세바스토폴 문제’를 담판 짓고 가겠다며 벼르고 있다. 인구 40만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는 현재 30척이 넘는 러시아 군함이 정박해 있다. 주둔중인 러시아 해군만 1만 4000명이 넘는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고 흑해함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분할 배속된 뒤에도 러시아 해군의 주둔엔 별 문제가 없었다. 두 나라는 1997년 러시아가 1년에 9800만달러(약 980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20년 동안 세바스토폴 항구를 사용키로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2004년 ‘오렌지혁명’을 통해 집권한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이 친(親)서방 정책을 펼치며 러시아와 거리를 두자 갈등이 표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는 유시첸코 정부에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함대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함대가 나토 가입 최대 걸림돌” 러시아군을 축출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세력의 지원을 업고 유시첸코 정부는 지난해 임대료 인상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흑해의 군사시설을 미국에도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흘리더니 7월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등대를 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연말 가스분쟁에서 최고조에 달한 두 나라의 갈등은 결국 이바노프의 ‘크림전쟁’ 발언으로까지 치달았다. 세바스토폴에서 밀려나면 러시아에는 치명적이다. 흑해 연안에서 그만한 천혜의 군항은 찾기 힘든 데다 200년 넘게 사령부가 주둔해 왔다는 상징성도 크다. 만일 미군이 주둔한다면 그야말로 송곳을 든 상대에게 턱밑을 내주는 형국이 된다. ●러시아 ‘세바스토폴 지키기’총력전 러시아는 3월의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흑해함대 이슈가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최근 “크렘린의 고위급 인사가 이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현지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함대시설 유치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도 약속했다. 러시아가 내심 기대하는 것은 이 지역의 친러시아 정서다.2세기 넘게 함대 사령부가 주둔했기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러시아인으로 여긴다.2004년 대통령선거 당시 유시첸코가 이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은 7%에 불과했다. 지역 공산당의 한 간부는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주민투표로 국가귀속을 결정한다면 크림반도는 당장 러시아에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BBC는 러시아가 본토의 흑해연안에 세바스토폴의 대체지 물색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과거의 군사적 영광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러시아가 제정러시아와 소비에트 시대의 자랑거리인 이 ‘영웅적 도시´를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총선 앞둔 우크라 정국 2004년 12월 ‘오렌지 혁명’으로 우크라이나 정치사를 갈랐던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오는 3월 총선을 앞두고 교차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분쟁에 이어 ‘흑해 갈등’이 친(親)서방파를 제치고 친러시아파의 내각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천연가스-흑해분쟁’으로 이어진 두 사건의 핵심에는 정치적 앙숙 관계인 두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친서방파인 빅토르 유시첸코(사진 왼쪽) 대통령과 그와 맞붙었던 친러파 대선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오른쪽). 두 라이벌의 정치적 지형은 1년여만에 역전됐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유시첸코 대통령은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부패 스캔들, 경제 악화에 이어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협상에서 실패한 책임마저 제기되자 지난 10일 의회는 내각해임안을 가결했다. 국민들도 협상결과에 분노하고 있다. 유시첸코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은 해임안의 주인공도 정치적 동지였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 친서방 노선에 함께 섰던 그가 등을 돌리자 유시첸코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반면 2004년 선거에서 패배한 야누코비치는 러시아지역당을 이끌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누코비치가 총선 이후 구성될 새 내각의 총리를 임명하거나 그 자신이 총리에 오를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야누코비치의 러시아지역당은 31%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시첸코의 우리우크라이나당은 13%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총선은 3월26일. 전체 450개 의석을 놓고 45개 정당이 맞붙지만 여소야대 상황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월부터 의원내각제 국가가 됐다. 친러시아파가 오렌지 혁명을 누르고 재집권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의 급격한 ‘서구화’노선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가스·흑해분쟁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역(逆)으로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력에 두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관철될지, 우크라이나가 탈(脫)러시아라는 정치적 독립을 이룰지는 여전히 불씨가 남은 가스분쟁과 흑해분쟁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분쟁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자극,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세바스토폴 어떤곳 “세바스토폴 요새의 모든 전선은 수개월 동안 비범하고 힘찬 생명들로 들끓었고, 수개월 동안 죽음이 교차됐다…. 그 세바스토폴 요새엔 더 이상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바스토폴이란 지명이 익숙한 건 러시아 문호 레오 톨스토이 덕분이다. 그는 크림전쟁이 한창이던 1854년 세바스토폴 공방전에 참전한 뒤 불후의 단편 ‘세바스토폴 연작’을 남겼다. 원래 타타르인들의 근거지였으나 18세기 후반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가 군항을 건설한 뒤 세바스토폴이란 지명을 붙였다.1804년 러시아 흑해함대의 수비대가 설치됐다.1854년 크림전쟁 당시 러시아군은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맞서 유명한 349일간의 농성전을 벌였다. 영국에서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파견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러시아혁명 직후 내전기에는 독일, 프랑스, 반혁명군에 점령됐다가 1920년 소련군에 탈환됐다.2차 세계대전 때는 250일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 해군에겐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천혜의 부동항인 까닭에 소비에트 시절부터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1954년 우크라이나로 넘어왔지만 러시아인들이 4분의3을 차지하는 주민들은 아직도 러시아에 대한 귀속감이 강하다.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러시아에서는 이 지역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주민들 다수가 과거 러시아 수병 출신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적대감도 강하다. 지난해 독일과 미국 전함이 정박했을 당시 주민들은 “세바스토폴, 세바스토폴, 러시아의 자랑스러운 수병들이여”란 노래를 부르며 항의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우크라이나의 철수압력이 강화되면서 러시아에선 대체항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흑해 동쪽연안의 노보로시스크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일요영화]

    ●파인딩 포레스터(SBS 밤 12시55분) 천재 작가와 한 고등학생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 세상을 등진 고령의 작가와 이제 막 세상에 나서려는 소년이 서로의 삶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훈훈한 이야기를 그렸다. 존재만으로도 내공을 뿜어내는 숀 코너리와, 데뷔작이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롭 브라운의 앙상블이 빛난다. ‘호밀밭 파수꾼’으로 유명한 작가 J D 샐린저를 모델로 삼았다는 얘기도 있다. 앞서 구스 반 산트 감독은 비슷한 내용의 ‘굿 윌 헌팅’(1997)도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도 수학에 재능을 보이는 젊은이(멧 데이먼)와 심리학 교수(로빈 윌리엄스)의 우정이 그려진다. 이 때문인지 멧 데이먼은 ‘파인딩 포레스터’에 특별출연한다. 거리에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던 고교생 자말 월러스(롭 브라운)는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괴팍한 남자 윌리암 포레스터(숀 코너리)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어느 날 밤 호기심에 끌려 포레스터의 아파트에 몰래 들어간 자말은 가방을 떨어트리게 된다. 포레스터는 가방에서 범상치 않은 자말의 글들을 발견한다. 자말은 가방을 되찾으려 하지만 포레스터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알고보니 포레스터는 40년 전 퓰리처상을 받은 천재작가였지만 이후 은둔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포레스터는 내심 자말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문학세계로 이끌려고 하는데….2000년작.133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천국으로 가는 계단(EBS 오후 1시50분) 국내에는 ‘80일간의 세계일주’(1956),‘나바론 요새’(1961),‘핑크팬더’(1963) 등으로 잘 알려진 콧수염 배우 데이비드 니븐의 30대 중반 시절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 배우이자 ‘간디’(1982) 등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리처 아텐보로도 앳된 얼굴을 내민다. 영국의 명감독 마이클 파월과 에머릭 프레스버거가 함께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쓴 팬터지 작품으로 1946년 크게 성공을 거뒀다. 지상 세계는 컬러로, 천상 세계는 흑백 화면으로 촬영, 당시 유행하던 사실주의를 벗어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다. 2차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달했을 무렵, 영국 폭격기 조종사 피터는 비행기가 추락하려고 하는 바람에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피터는 미국 여성 무선사 준과 마지막 무선 교신을 하며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피터는 약간의 뇌 손상을 입지만, 무사히 생명을 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연히 준과 실제로 만나게 된 피터는 사랑에 빠진다. 사실 피터가 살아난 것이 천국의 실수 때문이었는데….1946년작.104분.
  • [시론] 주거의 초고층화 문제있다/김세용 건국대 도시설계 교수

    [시론] 주거의 초고층화 문제있다/김세용 건국대 도시설계 교수

    전국이 초고층 건물 구상으로 난리이다. 서울은 물론이고 웬만한 도시에서는 50,60층 이상 되는 초고층 건물 짓기가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로 주거용 초고층 건물들이 구상중인데, 그 이유도 다양하다. 도시 토지이용의 효율화를 위해서, 부족한 주택난에 숨통을 트기 위해서, 도시의 새로운 상징으로 삼기 위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등등. 처녀가 애를 낳은 것도 아닐진대, 다들 할 말이 많을 것이고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도시는 지난 40여년간 급속하게 확대되어 왔다. 가파른 경제 개발과 더불어 진행된 도시화는 삶터의 팽창을 부추겼다. 당연히 키워드는 ‘빨리빨리, 크게크게’였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서구의 경우도 2차 세계대전 전후에 나타난 자동차의 대중화로 인하여 도시의 팽창과 도시 인구의 과밀화를 경험하였다. 그들도 그 시절엔 무지하게 빨리 짓고 부수고를 반복하였었다. 당연히 여러 도시 문제가 생겨났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몇 가지 제시되었다. 그중 하나가 1930년대에 르 코르뷔지에라는 프랑스 건축가가 선보였던 초고층의 복합용도 건물과 드넓은 오픈 스페이스를 갖는 도시 구상이다. 그의 생각은 자잘자잘 붙어사는 저층의 도시 주거는 어쩔 수 없이 녹지 공간의 감소를 가져오고, 자동차 시대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멋도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높은 건물 속에 주택, 사무실, 쇼핑공간 등을 몰아넣으면 남는 공간에 공원도 원활하게 확보되고 도로를 확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쾌하고 멋진 스카이라인이 창조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구상이 실천되지는 못하였지만, 많은 건축가들과 시민들의 머릿속에 그럴듯한 생각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그의 추종자들은 초고층의 복합용도건물을 세계 여러 도시에 짓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어찌할꼬. 이후의 연구에서 초고층주거 거주자에서 종종 나타나는 우울증과 저층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들의 어울림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르 코르뷔지에의 실험은 인기를 잃어갔다. 사람들이 하루의 삼분의 일 정도를 거주하는 오피스 건물은 여전히 고층으로 올라갔지만 주거공간은 더 이상 솟아오르지 않게 된 것이다. 하기는 인간이 10층 이상의 높이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게 된 것은 100년이 채 안 된다. 우리 몸속의 유전인자가 초고층에 적응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고, 초고층 주거에서 발생하는 몇몇 병리적 현상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자, 그런데, 우리는 다르다. 남들이 더 이상 안 하는 짓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긴 남들이 안 한다고 우리까지 안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들이 아니니까. 더구나 남들이 못 하는 걸 우리는 그동안 잘 참아내고 이겨내지 않았던가. 최근에 몇몇 사람들이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에 대하여 거대한 건물 높이로 인한 도시 경관의 부조화를 지적하고, 한강 경관의 독점에 대한 부당성을 우려해도 그냥 넘길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들이다. 그깟 우울증은 맘 약한 사람이나 걸리는 거고, 도시 경관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도시의 경관 관리를 위하여 도시의 층고를 무조건 억누를 필요는 없다. 고층의 잘 디자인된 오피스 건물은 도시에 활력을 준다. 잘생긴 건물 하나는 열 나무 부럽지 않다. 도시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사람들이 먹고 자는 주거는 그게 아니다. 이제는 물 건너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나를 생각해 보자. 홍콩처럼 땅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면, 잠은 낮은 곳에서 자도록 하자. 주변 경관을 무시한 채 죽순처럼 솟고 있는 초고층주거들이 더 이상 우리 도시의 얼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세용 건국대 도시설계 교수
  • ‘유색인종에 장벽’ 닫힌 佛

    |파리 함혜리특파원|자유·평등·박애를 국시(國是)로 내걸고 있는 프랑스가 ‘불평등’‘인종차별’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 정치인들의 정통 엘리트 코스로 알려진 국립행정학교(ENA)가 인종적 폐쇄성으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ENA는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샤를 드골 대통령이 우수한 공무원 양성을 위해 설립한 학교. 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도 이 학교 출신이며 최근 10명의 총리 가운데 도미니크 드 빌팽 현 총리 등 7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저널은 빌팽 총리가 최근 ENA 졸업생들을 상대로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공평한 기회 부여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ENA가 사회적 불평등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흑인과 아랍계 주민이 프랑스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지만 ENA의 지난해 재학생 101명 가운데 흑인과 아랍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비판론자들은 ENA가 응시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어렵기로 소문난 입학시험 때문에 소수계 학생들이 이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백인 상류사회 출신들로 구성된 ENA 졸업생들이 배타적인 사회 지도층을 형성하면서 일반 사회 구성원들과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얘기다. 한편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인력알선업체 아데코(Adeco)의 한 프랑스 사무소는 인종차별 행위로 피소돼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00년 파리의 한 아데코 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제랄 로파와 다른 전직 직원들, 인권단체 SOS라시즘은 “아데코는 유색인을 원치 않는 고객들의 요구를 따르기 위해 피부 색깔별로 구직자를 차별해 최소 1500명의 취업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아데코는 구직자가 신청서를 작성하면 BBR와 NBBR로 분류했다.BBR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색깔인 파랑(bleu), 흰색(blanc), 빨강(rouge)을 나타내는데 백인 구직자를 의미하고 NBBR는 흑인 등 유색 인종을 뜻한다.lotus@seoul.co.kr
  • 오늘을 만든 모든 것들/필립 아더 글

    마취제나 세균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전화, 컴퓨터, 인터넷이 없다면? 아직도 노예제도가 남아 있다면? 이런 무수한 궁금증들을 스스로 제시하고 답하는 백과사전식 어린이 교양서가 ‘오늘을 만든 모든 것들’(필립 아더 글, 서영경 그림, 김옥진 옮김, 아이세움 펴냄)이다. 책이 물음표를 날리는 방향은 거의 전방위이다.‘세상을 바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발견, 발명, 생각, 사건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푸짐한 교양정보들을 쏟아낸다. 예컨대 ‘세상을 바꾼 발견’편의 첫번째 얘깃거리는 우주의 비밀.“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주장했던 17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에서 시작해 뉴턴의 중력의 법칙과 우주의 법칙 등이 발견된 과정을 간명하게 설명한다. ‘세상을 바꾼 발명’편에는 전화, 녹음, 사진, 영화, 텔레비전, 컴퓨터 등의 발명 배경을 접할 수 있다.‘세상을 바꾼 생각’편에서는 공산주의와 미국의 민권운동 등을,‘세상을 바꾼 사건’편에서는 산업혁명, 미국 독립전쟁,1·2차 세계대전 등의 역사를 일별해볼 수 있다. 초등생.1만 4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세계인-세자녀 미국인 가정] 히스패닉·백인부부 셋째출산 증가세

    [세계인-세자녀 미국인 가정] 히스패닉·백인부부 셋째출산 증가세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첫째, 둘째, 셋째,…….” 미국에 세 자녀를 갖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주말에 교회나 백화점, 박물관 등 사람이 몰리는 공공장소에서는 큰 아이의 손을 잡고 둘째를 안은 뒤 막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부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7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장난감 백화점 ‘키즈 월드’ 앞에서 만난 매트 레머리의 가족은 전형적인 중산층의 세 자녀 가정이다. 회계사인 레머리는 교사인 부인 수전과의 사이에 큰 딸 사라(8)와 큰 아들 알렉스(5), 막내 아들 앤드루(2)를 두고 있다. 수전은 “결혼할 당시에는 아이를 둘 정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셋을 낳았다.”면서 “우리 말고도 주위에서 세 자녀를 가진 집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레머리는 세 아이를 가진 집안의 장점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자녀가 적은 집보다 훨씬 많고 재미있다.”면서 “특히 자녀들이 부모 형제간에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잘 배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레머리는 “아직은 아닐지 모르지만 갈수록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도움을 많이 주고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레머리는 또 세 자녀를 키우면서 어려운 점으로는 양육비가 많이 든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둘째와 셋째를 보육원에 매달 맡기는 비용이 집의 융자금보다도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수전은 “셋째를 낳고부터는 남편과 내가 아이 하나씩을 맡아도 하나가 남게 되니까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버지니아의 메이시 백화점 앞에서 만난 라울 마토스는 쇼핑을 마치고 부인 비안카와 두딸, 아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전기 기술자라는 라울은 전업주부인 비안카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라울도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집에 도착해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거들고 있으며, 특히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마토스는 자녀가 셋인 경우 연방정부나 주 정부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갖가지 조건이 붙어 있어 신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가정의 자녀수는 지난 1970년대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미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미 여성의 평균 자녀 분만 수치는 각각 1.7과 1.9였으나 지난 2004년에는 그 수치가 2.013으로 2를 넘었다. 특히 미 의료통계센터에 따르면 1995년과 2000년 사이에 분만한 여성 1000명 가운데 세번째 이상의 자녀를 낳은 여성의 비율이 17에서 18.4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000년 이후에는 상승곡선이 약간 떨어져 2002년에 17.9를 기록했다. 의료통계센터는 히스패닉 이민자의 대량 유입으로 셋 이상의 자녀를 낳는 가정이 늘어나긴 했지만 백인 가정의 세 자녀 출산도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를 셋 낳는 집이 늘어나면서 대가족을 타깃으로 삼는 마케팅이나 이야것거리로 만드는 영화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버지니아주의 일부 쇼핑센터는 아이 셋이 오면 추가로 할인을 해주기도 했다. 또 아이가 많은 집을 소재로 한 ‘치퍼 바이 다즌 (2003)’이나 ‘유어스, 마인 앤드 아워스 (2005)’ 같은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dawn@seoul.co.kr ■ 스티븐 민츠박사가 본 흐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가정에 자녀 수가 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미국의 가족 문제를 연구하는 ‘현대가족회의’ 등 전문 연구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1990년대 이후의 급속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가족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현대가족회의 등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가정이 세 자녀를 갖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X세대’ 여성의 인식 변화다.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경우 여성은 일과 육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러나 베이비 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X세대는 “일과 육아 양쪽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은 고소득 전문직 여성이 늘면서 “애를 낳으면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한다. 두번째 요인은 1990년대의 경제적 호황으로 미 가정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의 소득도 늘었지만 남편 못지 않게 소득을 올리는 부인들도 늘었기 때문에 경제적 이유로 자녀의 탄생을 조절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세번째 요인은 여성뿐 아니라 X세대 남성들도 변했다는 것이다.‘슈퍼맘’을 추구하는 X세대 아내를 둔 X세대 남편들은 가정에서 여성의 육아와 살림을 돕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번째 요인은 평균 수명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2004년 현재 79.9세까지 늘어나는 등 인생이 길어지면서 ‘결혼도 한번 이상, 직업도 한 개 이상, 자녀도 하나 이상’이라는 추세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추세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현대가족회의의 공동회장인 스티븐 민츠 휴스턴 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세 자녀 가정이 계속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네 자녀나 다섯 자녀를 가진 가정은 앞으로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츠 교수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미 여성들의 초산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임신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츠 교수는 또 “뉴욕 등 도시에 사는 부유한 부부들이 자녀를 하나만 낳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부류의 부부들은 아이를 몇 명 낳는가보다는 어떻게 훌륭한 아이로 키우는가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츠 교수는 이와 함께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가 크게 늘어 아이를 낳고 싶은 만큼 낳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여성이나 가정의 수는 매우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츠 교수는 그러나 “최근 부유층 여성들 가운데 젊은 시절에 난자를 병원에 보관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원할 경우에 나이가 든 뒤에도 다시 자녀를 가질 수 있는 기회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dawn@seoul.co.kr ■ 세자녀 키운다는 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캘리포니아주의 부유한 마을 버클리에 사는 제니퍼 화이트. 그녀는 전기 신호처리와 관련된 컨설팅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엔지니어이며, 텔레콤 엔지니어인 남편 케나드의 아내이자,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거기에 더해 제니퍼는 딸 라일리(10)와 아들 벤(4), 커비(1)를 키우면서 느낀 점들을 생생하게 기록해 인터넷 잡지 ‘리터러리 맘’에 띄우는 작가이기도 하다. 제니퍼가 인터넷에 올린 글들을 보고 “세 아이를 키우는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여성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그녀는 아예 ‘세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하여(www.havingthreekids.com)’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제니퍼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아이 셋을 키우는 일에 대해 들어봤다. ▶왜 아이를 셋이나 갖게 됐나. -우선은 내가 애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남편도 대가족을 선호했다. 그리고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 혼자서는 아이 셋을 키울 수 없었을 것이다. 애들에게 형제가 많은 것은 큰 힘이 된다. 형제간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보다도 오래가는 것이니까. ▶일과 육아를 어떻게 조화롭게 하나. -첫 딸을 낳고 3개월 뒤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학위를 받고 4년동안 직장에서 일했다. 둘째를 낳고 주당 20시간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 일하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지만 나와 가족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왔다. 셋째를 낳고 나서 일하는 시간을 일주일에 10시간으로 다시 줄였다. 다행히 회사에서 이해하고 도와준다. 아이들이 크면 다시 일할 생각이다.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엔지니어로서의 일을 희생하는데 대한 아쉬움은 없나. -어떤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지금도 파트타임으로 일하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관심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할 때도 있다. 집안에서 가끔씩 지루하고 외로울 때도 있지만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니까 덜한 편이다. 또 글을 쓰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잘 때도 글을 쓰고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도 글을 쓰고 있다. ▶한국의 여성들은 대부분은 자녀를 하나만 낳으려 한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아이 셋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특별한 일이다. 우리 식구 가운데 한 사람은 늘 볼이 부어 있다. 늘 뭔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뭔가 일이 터진다. 또 늘 놀아주고 대화해줄 사람이 있다. 집안은 늘 소음에 휩싸여 있지만 우리 부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차 제 할 일을 스스로 해내는 것을 본다. 특히 첫째인 딸이 둘째나 셋째를 돌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놀기도 한다. 아이를 셋 갖는 것은 아이를 하나만 갖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면서 동시에 힘든 일이다. dawn@seoul.co.kr
  • 300만유로 뒤샹의 ‘샘’ 파손

    |파리 함혜리특파원|화장실 변기에 ‘R 무트’라는 서명 하나만을 달랑 남긴 채 1919년 앙당팡당(Independent) 전시회에 출품돼 세계 예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1887∼1968)의 걸작 ‘샘’이 70대 남성이 휘두른 망치에 의해 파손됐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프로방스 출신의 76세 노인은 지난 4일 낮 파리 퐁피두 센터에 전시돼 있던 이 작품에 망치를 휘둘러 일부를 깨뜨린 뒤 경찰에 검거됐다고 현지 언론이 6일 보도했다. 이 작품의 가치는 300만유로(약 36억원)로 추산된다. 언론들은 ‘샘’이 수리를 위해 곧바로 철거됐다고 전했다. 이 노인은 자신의 행위가 20세기 초 다다이즘 예술가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퍼포먼스 예술이었다고 강변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1993년에도 남부 님에 전시 중이던 이 작품에 방뇨한 적이 있다. 다다이즘의 선두 주자인 뒤샹의 이 작품은 어리숙한 예술가가 출품했으면 한 대 쥐어박고 내동댕이쳤을 텐데 상대가 20세기를 대표하는 대가라서 심사위원들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끙끙거린 것으로 유명하다. 예술이라 하자니 내키지 않고 예술이 아니라고 하자니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다다이즘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예술 운동으로 과거의 모든 예술 형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비합리성, 반도덕, 반심미적인 것을 찬미했다.‘샘’은 AP통신이 2004년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피카소의 걸작들을 제치고 현대 예술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꼽혔다.lotus@seoul.co.kr
  • [부고] 뒤늦게 태극무공훈장 ‘전쟁 영웅’ 김영옥씨

    한국계 전쟁 영웅인 김영옥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숙환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세했다.86세. 고(故) 김 대령은 방광암으로 여러 차례 수술받는 등 힘겨운 암투병 생활을 해왔다. 김 대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유색인 미국 장교로 맹활약,1945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최고무공훈장을,195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십자무공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프랑스 국가 최고훈장인 레종 도뇌르 무공훈장도 받은 전설적인 전쟁영웅이다. 2차대전 후 로스앤젤레스에서 잠시 세탁소를 운영했던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재입대해 미 육군 7사단 31연대 1대대장으로 중부전선에서 전선을 약 60㎞ 북상시키는 등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그는 작년 10월 한국전 당시 공로를 인정받아 뒤늦게 우리 정부로부터 무공훈장 중 최고등급인 태극무공훈장 수여자로 결정됐다. 장례식은 9일 샌타모니카 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며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측은 외교 행낭편으로 태극무공훈장을 전달받아 영결식장에서 추서할 예정이다.로스앤젤레스 연합뉴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