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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우애·영웅… 그곳엔 없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을 주제로 쓴 서사시 ‘일리아드’ 이후 전쟁은 문학의 단골 소재가 됐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1차 세계대전), 에리히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1차 세계대전) 외에 재미교포 소설가 이창래의 ‘생존자’(6·25전쟁), 안정효의 ‘하얀전쟁’(베트남전)에 이르기까지. 이라크전을 다룬 소설 ‘노란새’(은행나무 펴냄)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 케빈 파워스는 3년간 집필한 소설에 전장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지난해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도서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책 제목인 노란새는 전통 미군 군가에 나오는 부리가 노랗게 물든 새다. 빵 한 조각에 이끌려 부질없이 목숨을 잃었다. 소설은 전쟁터를 누비는 어린 군인들도 노란새와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촌구석에서 벗어나려 입대한 주인공 바틀과 머프는 18세 소년이다. 대학을 나온 중위나 베테랑 하사도 고작해야 이들보다 서너 살 더 먹었을 따름이다. 두려움과 암페타민의 약효 덕분에 간신히 잠을 깬 바틀과 머프는 벌건 눈으로 단지 살아남기 위해 무자비한 살상을 자행한다. 인간다움을 유지하려 몸부림치던 머프는 자포자기하다 이라크인들에게 납치돼 잔혹한 죽음을 맞이한다. 파병 전 머프의 어머니에게 머프를 반드시 살려 데려가겠다고 약속한 바틀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머프의 시신을 강에 내다 버린다.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귀국한 바틀은 자신을 전쟁 영웅으로 추앙하는 주변의 시선에 끝없는 혼란을 겪는다. 자신은 살인자이자 비겁한 겁쟁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한 일이라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게 고작이었다. 작가는 2004년 17세의 나이로 이라크 모술과 탈아파르에서 포병으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다. “전쟁터는 어떻더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집단의 타성에 젖어 민간인을 학살한 주인공처럼 어른거리는 과거 때문에 끝없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의 소설 속에 전우애나 전쟁 영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어린 청년들과 이를 뒷짐 지고 구경만 하는 군 당국이 등장한다. 소설은 전쟁의 야만성을 거칠고 생생한 시적 언어로 담아 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과 시를 전공한 작가는 “헤밍웨이의 계보를 잇는, 전쟁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을 작품”(퓰리처상 수상 평론가인 미치코 가쿠타니)이란 호평을 받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우글우글’ 뱀 퇴치 위해 ‘쥐 폭탄’ 투하 논란

    ‘우글우글’ 뱀 퇴치 위해 ‘쥐 폭탄’ 투하 논란

    미국 당국이 괌에 서식하는 외래종 뱀을 퇴치하기 위해 일명 ‘쥐 폭탄’을 투하하는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오는 3~4월 경 군 헬기를 통해 공중에서 살포될 것으로 알려진 쥐는 뱀에게 유해한 약물을 먹인 죽은 쥐로 정글 등에 서식하는 ‘갈색나무 뱀’(brown tree snake)이 제거 대상이다. 현재 약 200만 마리가 괌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갈색나무 뱀은 지난 2차 세계대전 후 미군 선박에 의해 들어온 외래종으로 엄청난 번식력으로 현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이 뱀 때문에 괌의 토종 새가 씨가 마르는 것은 물론 전선도 휘감아 전력공급에도 차질을 빚자 결국 미 당국이 칼을 빼든 것. 미 농림부 당국자는 “이 뱀이 괌을 넘어 하와이 등 태평양 제도로 확대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면서 “뱀에게만 유독한 약물을 먹인 쥐를 사용해 최대한 개체수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동물 보호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국제적 동물 보호 단체인 페타(PETA) 측은 “갈색나무 뱀이 괌을 ‘침략’ 한 것은 맞지만 어떤 동물도 잔인하게 죽일 권리가 인간에게 없다.” 면서 “무차별 적인 독 쥐의 살포로 또다른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열린세상] 이제는 미래 글로벌 논의를 앞서서 이끌 때/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이제는 미래 글로벌 논의를 앞서서 이끌 때/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얼마 전 영국에서 개최된 윌턴파크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2차세계대전 중 영국을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경의 영향으로 1946년부터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명성을 쌓아온 회의입니다. 고색창연한 16세기 건물에서 며칠 동안 전 세계에서 몰려온 인사들이 모여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논의를 합니다. 처음에는 2차 대전 이후 어떻게 독일을 재건할 것인가와 같은 전통 안보 이슈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역적으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포괄하고 이슈는 기후변화, 환경, 자원과 같은 새로운 것들도 중요하게 다루면서 글로벌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2030년 미래 어젠다라는 관점에서 기후변화와 자원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그린 에너지의 중요성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면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빈번한 홍수로 조그마한 섬나라 투발루가 사라지고, 방글라데시에서 막대한 이주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으면 12개국에 걸쳐 퍼져 있는 12개 강들의 유량과 생태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전세계 인구의 60%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인구 증가와 함께 급속한 선발 개도국의 성장은 제한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심각한 경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중국과 인근 국가들과의 해양경계 문제도 알고 보면 해양 자원문제가 그 이유라는 점도 역시 부각되었습니다. 기후변화나 자원 부족으로 인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궁금해졌습니다. 인류 발전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지하여 왔듯이 미래 사회 도전에 대한 해답은 역시 과학기술에 있었습니다. 에너지 효율, 재생에너지, 원자력,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은 문제의 상당부분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예측이 제시되었습니다. 다만 이들 기술이 연구·개발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시장에서 상용화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정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와 같은 다양한 글로벌 행위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들 간의 협력을 더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기후변화와 자원에 관한 이슈가 관련된 분야는 다양하기 때문에 참석자도 외교, 안보, 국방, 경제, 기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안보 전문가들은 향후 이들 이슈가 어떻게 국가의 안전보장에 대한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하였습니다. 한 외교관은 부족한 자원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정부는 물론 NGO, 국제기구, 연구소 간에 외교적 노력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아프리카에서 채굴되는 전략 자원을 자국의 일류기업에 공급 가능하게 하는 공급체계를 단기간에 완성하였던 것입니다. 아프리카 지역을 대표한 참석자들은 아프리카 지역의 저개발과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였습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국제기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도 되짚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서구 엘리트들의 논의를 보고 따라가면 된다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자원문제와 같은 미래의 이슈는 아직 누구도 뚜렷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여 탄생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본부 유치에 성공한 녹색기후기금(GCF)과 같은 이슈를 통해서 우리가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가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기후변화와 자원은 우리가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 어젠다입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을 통해서 우리도 윌턴파크 회의에서 우리의 경험과 노력을 자신 있게 공유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돌아오는 길에 간절하였습니다.
  • 미야기 72시간 ①아주 차밍한 워밍업

    미야기 72시간 ①아주 차밍한 워밍업

    센다이 공항에 진입하는 항공기는 새파란 바다를 한 바퀴 뱅그르르 돌았다. 추운 날씨에 새파란 바다는 더 파래 보였다. 미야기에서 보낼 산뜻하고, 쾌청한 72시간. 이곳에서 시작한다. ●1st Day 아주 차밍한 워밍업 13:00 센다이 공항 도착 한겨울 미야기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이 윈터 스포츠 마니아라고 봐도 무방하다. 볕이 좋은 봄·가을, 중년의 골퍼들로 붐볐던 땅은 스키와 보드를 한 짐 짊어진 젊은이들로 말끔하게 세대교체를 한다. 한시라도 빨리 슬로프로 향하고 싶은 마음은 잠시 누르고 첫날은 주변을 돌아본다. 리프트 대기 시간이 제로에 가까운 일본 스키장에서는 하루가 이틀 같고, 사흘 같을 테니 첫날은 워밍업만 해두자. 센다이 근교의 다도해 마쓰시마松島에서 오후 시간을 보낸 후 스키장으로 이동한다. move to 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 option1 센다이 공항→(JR 액세스 철도, 24분)→센다이 역→(JR 도호쿠혼센, 25분)→마쓰시마 역→(걸어서 5분)→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 option2 센다이 공항→(차로 1시간)→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 15:00 마쓰시마 유람선 투어 비행기에서 봤던 그 바다의 생생한 내음까지 맡을 수 있는 군도를 탐험한다. 마쓰시마松島는 센다이 시내에서 열차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이 지역 사람들도 즐겨 찾는 명승지다. 푸른 소나무로 뒤덮인 크고 작은 섬들이 계통 없이 떠 있다. 군데군데 자리한 민머리 섬마저 훌륭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해준 덕에 마쓰시마는 2011년 일본대지진 때 피해가 그나마 적은 지역이었다고 한다. 260개가 넘는 섬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만끽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유람선 투어. 마쓰시마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노선과 건너편 시오가마항에서 내려 주는 두 가지 노선 중 선택할 수 있다. 배를 타는 동안 한국어 안내방송이 나와 섬의 이름, 유래, 역사를 알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배에서는 반드시 새우깡을 판매하는데, 갈매기가 그 이유를 제일 잘 안다. 갈매기 먹이 주기가 유람선 투어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는 것. 엄지와 검지로 과자를 쥔 채 손을 배 바깥으로 쭉 뻗으면 갈매기 한 무리가 어느새 사뿐하게 날아와 날렵한 부리로 과자를 채 간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굴 양식장(미야기현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굴 어획량이 많은 대표 산지다), 김 양식장의 방대한 규모에 놀라고,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소나무 섬을 구경하고, 갈매기 먹이 주기까지 체험하다 보니 30분은 짧기만 하다. move to 엔츠인 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걸어서 3분)→즈이간지→(걸어서 5분)→엔츠인 1 신선한 먹거리가 미야기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아삭한 채소, 보드라운 쇠고기를 1인용 솥에 넣어 먹는 미야기자오코겐호텔의 샤브샤브 요리 2 즈이간지 입구 기념품 가게에서 생굴을 구워 판다. 그만큼 굴로 유명한 마쓰시마 3 노을이 번지는 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 4 엔츠인으로 향하는 길에 아기자기한 선물가게가 서너 곳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센다이 별미 센다이가 원조인 별미, 규탄牛タン, 소 혀을 맛보자. 소의 혀를 구워 먹는다? 눈을 질끈 감고 일단 입에 넣어 보면, 언제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느냐는 듯 존득한 식감에 두 눈이 번쩍 뜨인다. 2차 세계대전 후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 미군이 안 먹고 버린 부위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고급 요리로 탈바꿈했다. 별다른 양념 없이 숯불에 굽는 게 기본 레시피라고. 그만큼 식재료 본연의 특별함이 최고의 맛을 낸다는 뜻이다. 또한 차진 쌀로 유명한 미야기 현은 바다와도 맞닿아 있으니 질 좋은 스시가 어딜 가나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큼지막하고 두툼한 회가 윤기나는 밥을 폭 덮고 있는 모양새만 봐도, 침이 꿀꺽. 16:00 엔츠인에서 호젓한 힐링 엔츠인円通院은 국보급 사찰인 즈이간지瑞巌寺와 한자리에 있다. 현재 즈이간지 본당 내부는 수리 중이라 관람할 수 없다. 그런데 본당보다 더 인기 있는 곳은 따로 있었다. 본당으로 향하는 삼나무길 참배로는 ‘웅장함’이라는 수사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짧지만 인상적인 길이다. 입구를 등지고 바라봤을 때 왼쪽 가로수는 다소 헐거운데 대지진 피해의 흔적이다. 반면 오른쪽은 둥치의 규모나 잎이 우거진 정도가 대단하여 탄성이 터져 나온다. 웅장함 속의 고요함.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이 길을 걸어 엔츠인으로 향한다. 엔츠인은 일본 정원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물이 없는 마른 정원이지만 물이 주는 생동감을 놓치지 않았다. 큼지막한 돌과 자잘한 자갈, 아담한 나무가 어우러진 세키테이石庭가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일본에 왔구나, 실감하게끔 하는 가장 일본적인 풍경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미츠무네와 신하 일곱 명을 모신 사당 산케이덴三慧殿에 닿는다. 미츠무네는 도쿠가와 막부의 촉망받던 인재였는데, 19세에 요절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지은 사당으로 350년이 넘도록 공개되지 않았다. 궁전형 사당을 촘촘히 메우고 있는 하트, 클로버, 스페이드, 다이아몬드 등 서양식 문양 때문이다. 기독교 탄압이 심했던 시대적 배경을 살피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현대에 들어 빛을 본 이 사당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데다가 다른 사당에선 이토록 화려하고 독특한 문양을 볼 수 없다. 활처럼 유려하게 휜 지붕의 곡선, 그 위를 수놓은 서양식 문양. 묘하게 조화로운 이 모습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을 것이다. move to 스미카와 스노파크 option1 엔츠인→(걸어서 10분)→마쓰시마 역→(JR 도호쿠혼센 25분)→센다이 역→근처에서 1박, 센다이 역→(오전 8시30분 출발하는 스키장 셔틀버스로 2시간)→스미카와 스노파크 option2 엔츠인→(차로 2시간)→스미카와 스노파크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엔츠인에는 연인과의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의 코케시가 목제 선반 가득 놓여 있다 2 마쓰시마 고다이도五大堂 사당 한 켠에 매달아 놓은 오미쿠지おみくじ, 길흉을 점치는 종이 3 즈이간지 본당으로 향하는 삼나무길 17:00 도시에서 고원으로 미야기현과 야마가타현에 걸쳐 위치한 자오국정공원蔵王國定公園은스키 휴양지로 유명하다. 일본 스키는 홋카이도가 제일이라는 편견은 잠시 접어 두자. 홋카이도에 비해 맑은 날이 많고,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험난한 코스부터 초보자를 위한 완만한 슬로프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혹은 초보자라면 오히려 자오를 추천한다. 센다이를 기점으로 서쪽은 야마가타 자오, 동쪽은 미야기 자오로 구분한다. 미야기 자오에는 모두 다섯 개의 스노파크가 있다. 그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미카와すみかわ 스노파크로 향한다. 높은 지대라 충분한 적설량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특별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왕복 버스와 1일 리프트권 패키지 가격이 4,800엔). ▶추울 땐 모 양말 여성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일본 쇼핑 아이템은 단연 양말과 스타킹 류. 일단, 개성 넘친다. 게다가 품질까지 좋다! 모 100% 양말을 (나름) 싼값에 살 수 있다. 사진의 양말은 이온몰 나토리에서 구매한 것으로, 세 켤레에 1,000엔. ▶한국보다 싸다니! 식료품 쇼핑은 일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요즘은 한남동만 나가도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는 시절이라지만, 그래도 가격이 참 착하니 절로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한국 슈퍼마켓 가격의 반값도 안 되는 참깨 소스, 대용량 고형 카레, 생 모차렐라부터 브리치즈까지 각종 치즈류를 추천한다. ▶이유 있는 명품 과자 빼빼로와 똑 닮은 프란. 관광청 관계자의 강력 추천으로 맛보게 된 과자다. 하나에 2,500원이 넘으니 만만찮은 가격인데, 먹어 보니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 두툼하게 초콜릿 옷을 입힌 데다가 속에 든 쿠키가 아주 보드랍다. 다음에 또 집어 들게 될 것 같다. 감자 맛 스낵에 초콜릿을 입힌 쟈가키じゃがッキー역시 로컬(스키장 관계자)이 추천해 준 독특한 과자. 감자와 초콜릿, 뜻밖에 매력적인 조합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 로맨스이자 파시즘에 대한 저항”

    “이번 영화, 로맨스이자 파시즘에 대한 저항”

    독특한 작품 세계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신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장고)로 돌아왔다. 2009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이후 3년 만이다. ‘장고’의 아시아 홍보를 위해 일본을 찾은 타란티노 감독은 지난 15일 도쿄 웨스틴 호텔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고에 대해 “로맨스의 여정이자 파시즘에 대한 저항”이라고 압축했다. 그는 “장고의 여정은 아내를 사악한 왕국에서 구하기 위한 로맨스의 여정이다. 또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이탈리아의 파시즘에 대한 증오를 웨스턴 영화를 통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장 개봉 후 4시간 분량으로 재편집해 1, 2회로 나눠 공개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타란티노는 최근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영화에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2004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심사위원대상을 안겨 줬다. “지난 20년간 본 영화 중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를 가장 좋아한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마지막 장면은 지난 20년간 본 것 중 가장 멋진 마지막 장면”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박찬욱과 김지운의 활약에 기대가 크다”면서 “아시아에서는 6~7년마다 한 국가가 선두에 나서서 새로운 영화의 장을 만드는데 지금은 한국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란티노는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주겠다”며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도 소개했다. “뉴욕 웨스트빌리지에서 ‘도하’라는 한식당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한국 음식 붐이 일어 11년 전 친구들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 투자해 크게 확장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3차원(3D) 영화에 대해 “3D 영화는 지루하다”면서 “필름으로 찍는 게 좋고, 코닥이 필름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영화를 찍지 않겠다”며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했다. 장고는 흑인 노예 장고(제이미 폭스 분)가 현상금 사냥꾼인 독일 출신 ‘닥터 킹’(크리스토프 왈츠 분)의 도움으로 자유인이 된 뒤 노예시장에서 팔려 간 아내를 구하러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도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러 ‘운석우’ 징조 있었다? 英서 미스터리 물체 포착

    러 ‘운석우’ 징조 있었다? 英서 미스터리 물체 포착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에 운석이 비 오듯 쏟아진 ‘운석우’ 현상으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포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서머셋주에서 촬영한 문제의 사진은 광활한 상공에서 불에 활활 타고 있는 미스터리한 물체를 담고 있다. 야생전문사진작가 애니 핸더슨(65)은 지난 6일 저녁 5시 25분 경 서머셋 평원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빛나는 물체를 발견하고는 곧장 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 물체에서는 격렬한 불빛과 함께 가스로 추정되는 연기가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아무리 확대 해봐도 비행기나 위성 등으로 보이진 않았다.”면서 “17년 간 사진을 찍어왔지만 상공에서 이런 물체를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영국 서머셋주에서 불타는 물체가 목격된 날부터 이틀 후인 8일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상공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물체를 포착했다는 제보가 잇따라 더욱 의문을 더하고 있다. 한편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16일 알래스카의 우주관측소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이 지구 대기권과 충돌하며 일으킨 폭발력이 500㏏(킬로톤)에 달하며,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33배에 달하는 위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운석우 현상으로 발생한 부상자의 수는 12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美 최대 핵폐기물 저장소서 방사성 액체 유출”

    미국 워싱턴주 핸퍼드 지역에 있는 최대 핵폐기물 저장소에서 연간 568~1136ℓ의 방사성 액체 폐기물이 유출되고 있다고 워싱턴 주지사가 경고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핸퍼드 저장소 내 177개 탱크 중 한 곳에서 방사성 액체가 새어 나온다고 밝혔다고 CNN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인슬리 주지사는 “다른 탱크들의 상태도 우려된다”며 “이러한 극도의 유독 물질이 지표면과 지하수에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엄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출된 방사성 액체가 인체에 바로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지하수가 오염돼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부에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핵폐기물 저장소 인근에는 미 북서부의 젖줄인 컬럼비아강이 흐르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에너지부는 저장소의 탱크 한 곳에서 안에 담긴 액체의 양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탱크 인근 우물을 검사한 결과 방사능 수치가 높게 검출되지는 않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핸퍼드 보호구역은 미국 최대 핵폐기물 저장소로 핵폭탄에 쓰이는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극비리에 건설됐다. 1945년 미국의 첫 핵실험에 사용된 핵폭탄과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핵폭탄의 플루토늄 생산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냉전 종식 후 모든 생산활동이 중단됐으며 현재는 수백만 갤런의 방사성 액체 쓰레기가 저장된 핵시설로 남아 있다. 문제가 발생한 탱크는 194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과거에도 방사성물질이 유출된 적이 있어 1995년 탱크 내 안정화 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슬리 주지사는 이번 유출 사례가 모든 탱크를 안정화한 2005년 이후 처음 보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핸퍼드 저장소를 완전히 청소하는 데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과 수십 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러 운석 폭발력, 히로시마 원폭 33배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의 위력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33배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6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 설치된 우주관측소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운석이 지구 대기권과 충돌하면서 일으킨 폭발력이 5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은 다이너마이트(TNT) 1000㎏의 폭발력을 의미하며,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력은 15㏏이었다. NASA는 해당 운석의 지름은 17m, 무게는 1만t이며 지상 20㎞ 상공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날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에 운석이 비 오듯 쏟아지는 ‘운석우’ 현상이 벌어지면서 12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피해 지역에 긴급 지원 명령을 내리고, 민방위 대원 2만여명과 항공기 7대를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첼랴빈스크주 미하일 유레비치 주지사는 재산 피해복구에 10억 루블(약 36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데라시마 “대학생 학점 교환 독려했던 유럽처럼 자주 만나 대화하면 더 많이 협력할 것”

    데라시마 “대학생 학점 교환 독려했던 유럽처럼 자주 만나 대화하면 더 많이 협력할 것”

    “일본과 한국이 불신을 넘어 상호 이해를 심화시키려면 유럽과 같이 ‘단계적 접근법’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히 양국 대학생의 학점 교환 등 젊은이들의 실질적 교류를 더욱 확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종합연구소 이사장은 14일 한·일 국제 포럼에서 ‘세계사의 교훈과 동아시아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추진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마대학 학장도 맡고 있는 데라시마 이사장은 “최근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을 방문했는데 1500년 전 한반도에서 수백명이 와서 이 절을 지어 줬다고 한다. 한·일 관계가 오랜 역사를 구축해 왔으며 한·일 양국에 유라시아 바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깨달았다”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표했다. 그는 “일본의 인구 구조를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사람이 전체의 80%가 넘는다”며 “경제적으로도 상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세대를 위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라시마 이사장은 양국 간 상호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하면서 유럽연합(EU)을 이뤄 낸 유럽 국가들이 시행했던 ‘실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분쟁을 겪었던 유럽 27개국이 석탄, 철강 공동체를 시작으로 EU까지 구축해 냈다. 유럽은 또 ‘에라스뮈스 구상’을 통해 프랑스 학생이 영국, 독일 등의 대학에 가서 학점을 따면 서로 인정함으로써 젊은이들의 교류를 비약적으로 확대시켰다”며 “일본과 한국, 중국도 지난해부터 각각 10개 대학에서 ‘캠퍼스 아시아’라는 상호 학점 인정제를 가동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라시마 이사장은 “한·일 양국은 역사·영토 문제 등에서 상호 불신이 있지만 부정적인 면에만 눈을 돌리면 서로에게 더 큰 이익이 되는 것을 간과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며 “금융 위기 이후 통화스와프 협정, 에너지 협력 등처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진지하게 하나씩 모으면 많은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국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기술과 자금, 인재 등을 고려할 때 서로 힘을 합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서로에 대해 경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서로에 대한 편견과 나쁜 감정이 없기 때문에 교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며 “몇 년 전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를 만났을 때 그는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그들의 국익과 체제에 대해서만 얘기해 정당성이 없으니 대단한 화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북한은 냉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냉전 고아’와 같다”면서 북한도 언젠가는 고립돼 살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유명환 “의원연맹 복원해 대화·협력 시대로 중단된 FTA협상 조속히 마무리해야”

    유명환 “의원연맹 복원해 대화·협력 시대로 중단된 FTA협상 조속히 마무리해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일 관계 회복과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대화와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하고 특히 역할이 약해진 한·일 양국 간 의원연맹을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를 다시 활성화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유 전 장관은 14일 한·일 국제 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문화적, 역사적 차이점이 크다”면서 “먼저 이런 상호 인식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이어 “최근의 한·일 관계는 갈등이 다시 증폭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그 원인은 독도와 역사 인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연합국들은 일본에 전쟁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지 못했고 이로 말미암아 일본은 스스로 전쟁의 잘못을 정리할 기회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식민 지배와 전쟁의 가해자라는 일본 국민의 인식은 엷어지고 원폭 피해 등으로 피해의식이 두드러지면서 일본이 기억하는 역사와 한국이 기억하는 역사의 괴리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를 잊는 자는 한쪽 눈을 잃어버리는 것이지만 과거에 안주하는 것은 두 눈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서양 속담을 인용하면서 “한·일 모두가 이제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민족주의적 감정과 잘못된 애국심은 이런 합리적 사고를 방해한다”면서 “민간 교류 활성화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이후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지만 그 당시 걱정한 것보다는 이른 시기에 복원력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민간 교류 활성화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유 전 장관은 민간 교류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청소년 교류 활성화도 제시했다. 그는 “한·일 대학 간 장학금 지원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실질적 투자”라고 주장했다. 또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타결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일 FTA는 2003년 한·미 FTA보다 먼저 협상이 시작됐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그는 또 한·일 양국의 새 정부 출범이 한·일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는 어려운 현안에 얽매이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어 박근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이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3국 정상회담에서 한·일은 물론 일·중 정상회담도 부담 없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日, 8월까지 우경화 스케줄… “양국 미래 위해 대화 계속해야”

    [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日, 8월까지 우경화 스케줄… “양국 미래 위해 대화 계속해야”

    ‘우경화 행보로 역사를 거꾸로 돌리거나, 혹은 과거를 치유하며 관계 복원을 시도하거나….’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와 지난해 말 집권 여당이 된 아베 신조 정부 간의 올해 한·일 관계 전망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렇다. 그동안 얼음장 같던 양국 관계에 기회와 위기 요인이 모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극단적인 대립 구도로 가면 양국 관계는 ‘양패구상’(兩敗俱傷·서로 싸우다 양쪽 모두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상처만 입음)격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올해 국내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양국 관계는 특히 아베 총리의 ‘우익 본능’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첫 1년의 한·일 관계는 한·일 국교정상화를 이룬 한·일 기본조약(1965년) 체결 50주년인 2015년 박근혜 임기 중반까지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당선인은 자서전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다른 어느 나라와의 관계보다 인내심이 더 필요한 게 일본과의 외교이고, 양국 모두 서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일본과 진심을 털어놓는 대화를 계속한다면 조금씩 풀려갈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역사와의 화해를 위해서는 독도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첫 변수로는 22일 일본 시마네현이 여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 수위가 꼽힌다. 아베 총리 등 주요 각료들이 불참을 표명했지만 자민당은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 행사로 승격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실행하려는 기류가 짙다. 일본 정부는 독도 등 자국의 영토분쟁 전담 부서인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을 신설하며 우익·보수 세력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총리 산하에 조직을 신설한 건, 독도 문제 등을 정권 차원의 핵심 과제로 격상시켰다는 의미인 동시에 아베 내각이 우익 공약 실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한다. 3월에는 독도 영유권 기술 및 과거사 왜곡을 강화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는 일본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된다. 곧 이어 아베 총리가 4월에 열리는 야스쿠니신사 춘계 예대제에 참배할지도 주목된다. 자민당과 2차 세계대전 전몰자 유족 모임인 일본유족회는 아베의 참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첫 집권 때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지 않았지만 자민당 총재였던 지난해 10월 참배한 후 “임기 중 야스쿠니 참배를 못한 게 통한의 극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4~5월에는 일본 외교정책 기조인 외교청서가 발간된다. 7월 참의원 선거와 8월 이내 발표되는 방위백서는 양국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마저 승리할 경우 아베의 우익 기조도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12일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경기 부양 등 내치에 집중하며 대외 강경 정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선거에 승리하면 아베 기조를 본격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 총리는 임기 중 일본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격상하고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는 기조를 보여 왔다. 참의원 선거 결과와 맞물려 방위백서가 우경화 전략을 어떤 식으로 드러낼지 주목된다. 일본 정부의 경제 기조인 ‘엔저 정책’도 변수로 여겨진다. 한국 경제의 체감 피해가 확대되면 반일 기류가 퍼질 수도 있다. 환율 효과가 국내 경제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 우리 주력 산업의 수출에 현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지만 한·일 관계뿐 아니라 중·일 관계와 미·일 관계 속에서 일본의 유동성이 커 한·일 양국의 새로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엔저 문제는 우리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보디 블로’(Body Blow·몸통 공격)로 한국 경제가 일본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는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긴장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우경화 흐름에 대화를 차단하거나 협력을 기피하는 건 우리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제언하고 있다. 역내 안정을 위해서도 양국 간 갈등을 관리하며, 내실 있는 조용한 외교를 통한 신뢰 회복에 양국이 힘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日 전쟁영화 보면, 극우 아베 역사관 보인다

    日 전쟁영화 보면, 극우 아베 역사관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연합국 최고사령부(GHQ) 통치 아래서 ‘맥아더 안’을 기초로 1946년 11월 새로운 ‘일본국헌법’을 공포했다. 이 헌법은 그 다음 해 5월 시행한 이후로 한 번도 개정한 적이 없다. 흔히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일본의 전후 헌법은 제9조에 ‘전쟁 포기, 전력 불보유, 교전권 부인’을 명시하고 있다. 제9조 제1항에 “국권의 발동으로서의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라고, 제2항에는 “전항(前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은 불보유, 국가의 교전권은 불인정한다”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군대는 군대가 아니라 ‘자위대’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군비를 적게 쓰는 것은 아니다.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 국방비 순위 6위였다. 지난해 출범한 아베 신조(58) 정권은 지난달 28일 11년 만에 방위비(약 57조원)를 늘리는 정부 예산안을 확정해, 국방력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선거공약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내세웠고, 일본 국민에게 지지를 받았다. 경기침체로 1988년 이래 잃어버린 25년을 지나고 있는 일본인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기대할지도 모르겠으나, 1867년 메이지 유신 이래 제국주의의 길을 걸었고, 그 피해를 경험했던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재무장이 아닌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진한 인천대 일문학과 부교수 등 일본영상연구회가 최근 펴낸 ‘‘가미카제 특공대’에서 ‘우주전함 야마토’까지’(소명출판 펴냄)는 전후 일본인의 역사인식을 전쟁영화를 통해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왜곡된 역사인식을 주로 일본 교과서에서 찾지만, 대중문화가 더 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7편의 논문은 전후 일본 전쟁영화가 전쟁 기억의 과잉과 망각 사이를 통과하면서 반성은 사라지고 반전의식은 인류 최초의 원폭피해 국가라는 ‘피폭내셔널리즘’으로 바뀌었고, 가미카제 특공대의 죽음을 에도시대의 무사도(武士道)로 전환시키며 정당화한다고 지적한다. 한정선(43) 고려대 국제학부 부교수가 쓴 ‘전후 세대의 ‘기념비적 전쟁의 기억’과 굴절된 자긍심’이란 논문은 특히 눈길을 끈다. 한 교수는 “1974년 요미우리TV방송에서 방영된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는 기념비적인 드라마”가 된다고 지적했다. 처음엔 인기가 시들했는데, 1976년 재방송을 시작하면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제치고 중학생에서 대학생까지 폭넓은 인기를 확보했으며, 전국에 30여개 팬클럽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야마토’(大和)는 무엇이었나. 태평양 전쟁때 일본이 건조한 세대 최대 규모의 전함으로 ‘일본의 자존심’이었다.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일본은 ‘자존심’이 침몰할까 전전긍긍해 제대로 실전에 투입해보지도 못했는데 1945년 4월 미군 함재기의 1시간 40여분에 걸친 맹폭을 받고 결국 침몰했다. 거함거포주의의 종말이었다. 대신 영화 우주전함 야마토는 서기 2199년 방사능에 오염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침몰했던 태평양 연안(규슈 지역)에서 200년 만에 떠올라 영웅적 행위를 한다는 스토리다. 애니메이션에는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이 보이는 가운데 비극적 영웅을 재현하고, 카타르시스에 이른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주전함 야마토’를 소비한 층이 1950년대 중반에 태어나 ‘신인류’로 명명되는 세대인데, 아베 신조가 그 세대이다. 아베 정권에 참여한 극우인사로 분류되는 아소 다로(73) 재무장관은 만화광이다. 한 교수는 “경제침체 속에서 일본인이 제국의 기억을 끌어내고 있는 것인지, 대중문화가 그런 기억을 부추기고 있는지 불명확하지만 전쟁의 기억은 아시아에서 현재진행형인 측면에서 일본의 전쟁인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일본 재무장 시작됐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11년 만에 방위비를 늘리는 정부의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국방력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 정부는 28일 2013년도(2013년 4월∼2014년 3월) 일반회계 예산을 92조 6100억엔으로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예산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방위비의 증액이다. 전년보다 400억엔이 증가한 4조 7538억엔(약 57조원)을 확정했다. 자위대원도 8년 만에 287명을 증원했다. 방위비 지출 계획은 지상군 숫자를 늘리고 분쟁도서 주변 해·공군력을 강화하며, 이들 도서에 대한 중국의 침입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조기 경보기를 구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11년간의 군사비 삭감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국방비는 전년 기준 4조 7138억엔으로 세계 6위다. 더욱이 일본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첨단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방위비 증액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영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한층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기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이번 내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토를 단호하게 지키겠다고 선언한다”며 외교·안보상 위기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아베 정권의 각종 정책과 관련해 “(일본이) 방위정책을 맹목적으로 바꾼다고 (주변국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오히려 지역의 긴장을 높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헌법 9조의 평화원칙에 따라 자위권 행사를 스스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자위대의 해외 무력사용을 금지했으며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도 용인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며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용인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일련의 국방 정책 수정 작업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노키아 143년만에 첫 무배당 ‘굴욕’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려 고전해 온 노키아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배당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4분기 흑자로 돌아서며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장의 충격이 컸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노키아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 80억 4100만 유로(약 11조 5500억원), 영업이익 4억 3900만 유로, 순이익 2억 200만 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1% 늘었으며, 적자를 기록하던 영업이익은 4분기 만에, 순이익은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노키아는 1871년 창사 이래 매년 주주들에게 흑자 일부를 배당했지만 올해는 배당하지 않기로 했다. 1·2차 세계대전 등의 위기상황에서도 배당했던 터여서 143년 만의 첫 무배당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스티븐 엘롭 최고경영자(CEO)는 현금보유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밝혔다. 노키아의 지난해 4분기 현금보유고는 44억 유로로, 전 분기보다는 늘었지만 2011년 말에 비해서는 20% 이상 줄어든 상태이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노키아 주가는 전일 대비 5.5% 하락한 3.3유로에 마감했다. 한편 전날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애플도 이날 주가가 전날보다 12.35% 급락한 450.50 달러로 마감했다. 하루 낙폭 사상 최대로, 한때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커버스토리] 세계는 부자증세

    [커버스토리] 세계는 부자증세

    미국 의회는 2013년 1월 1일 연소득 40만 달러(약 4억 2700만원, 부부 합산 4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9.6%로 올렸다. 미국의 ‘부자 증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공약한 것으로, 1993년 빌 클린턴 정부 이후 20년 만이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하는 바람에 국고가 바닥난 데다 각종 감세 혜택 종료와 정부지출 삭감 등으로 경기가 급락하는 ‘재정절벽’을 회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런 부자 증세 도입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나라는 프랑스. 연소득 100만 유로(약 14억 5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에게 최고 75%의 소득세율을 부과하는 공약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일사천리로 증세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지난 연말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렸다. 최고 소득세율의 기준을 부부 합산 소득 대신 개인 소득으로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프랑스 정부는 법안을 수정해서라도 올해 안에 75% 소득세율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랑스의 이 같은 조바심에는 연간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라는 유럽연합(EU)의 ‘신 재정협약’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의 진원지인 남유럽 국가들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조건을 맞추기 위한 해결책으로 부유세 정책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 11일 야당의 반발에도 증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혁안에는 2만 6000 유로 이상 고소득자에게 최고 4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부동산 보유세와 법인세 인상, 모든 과세 대상자의 소득신고 의무화 등도 포함돼 있다.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인 포르투갈도 ‘정부가 무장 강도’라는 국민의 비난을 무릅쓰고 새해 들어 평균 소득세를 35%나 올리는 가혹한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최고 소득세율은 46.5%에서 48%로 높아지고, 여기에 적용하는 과세 기준은 연소득 15만 3500유로에서 8만 유로로 대폭 낮췄다. 유럽에서 가장 튼튼한 경제를 가진 독일에서도 200만 유로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들에게 재산의 1%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임시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EU와의 지위 재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오는 2017년 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주장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정부도 올 들어 고소득층 자녀에 대한 육아수당 삭감 정책을 포함해 부유세 부과 방침을 추진 중이다. 부유세 바람은 아시아 지역의 일본에서도 불고 있다.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복귀한 아베 신조 정권은 연간 소득 1800만엔(약 2억 2000만원)의 고소득자에 대해 적용하는 40%의 최고세율을 4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경제 호황기의 절정인 1980년대 70%에 달했던 소득세 최고세율을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후 지속적으로 낮춰왔지만, 최근 GDP의 2배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 적자 문제를 풀기 위해 다시 ‘증세 카드’를 빼든 것이다. 부자 증세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2년 지구촌 부자 4위에 오른 프랑스 최고 갑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회장은 지난해 9월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데 이어 86억 6300만 달러(약 9조 31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벨기에로 빼돌렸다고 25일 영국 데일리 메일 인터넷 판이 보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가족에 대한 상속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사회당 정부가 추진 중인 부자 증세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게 프랑스 언론의 지적이다.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도 아르노 회장을 따라 벨기에로 가려다 “단순히 세금을 피하기 위한 망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벨기에 정부의 반대에 부딪히자, 지난 5일 러시아로 귀화해 정식으로 시민권을 얻었다. 벨기에는 프랑스와 달리 부자를 겨냥한 세금이 없고, 상속세도 3%로 프랑스(11%)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 따르면 지난해 올랑드 대통령의 ‘부자 증세’ 방침에 반발해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프랑스인이 지난 2011년보다 2배나 늘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부자증세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성장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2004년 이후 지속적인 감세를 추진했으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깎아주면서 국가 재정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미 의회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율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결과 부자 감세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다”고 밝혔다. 보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낙수 효과’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빈부격차만 늘렸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과 유럽의 증세 드라이브는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싱크탱크/함혜리 논설위원

    미국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사업가 로버트 S 브루킹스는 매우 창조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워싱턴에 진출한 그는 군수산업위원회에서 정부와 산업체를 잇는 역할을 하면서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경제연구를 수행할 훈련된 집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1916년 몇몇 개혁주의자들과 함께 팩트에 근거한 정책연구를 목적으로 정부연구소(Institute for Government Research)를 설립했다. 이 최초의 민간연구소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로 꼽히는 브루킹스연구소의 모태가 된다. 워싱턴 D C에 위치한 브루킹스연구소는 800여명의 학자, 연구원들이 정치·경제·외교·대도시정책· 재개발연구 등 각 분야에서 정책 전반을 연구한다. 100년 가까운 역사 동안 각 분야의 정책 제안을 하면서 오늘날 미국의 큰 틀을 설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외교안보 문제, 저개발국가 문제 등을 다루면서 세계의 두뇌로 역할 범위를 넓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마셜플랜과 국제연합(UN) 창설 청사진을 내놓은 것에서 보듯이 통찰력 있는 연구로 정평이 나 있다. 학문적으로는 중도진보적인 성향이지만 연구결과는 엄정하게 중립적이다. 순수하게 연구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고,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업이나 자산가들의 기부로 운영함으로써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산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이 발표한 ‘2012년 세계 싱크탱크 보고서’에서 브루킹스연구소가 2년 연속 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 미국 카네기재단,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뒤를 이었다. 아시아권에선 일본 국제문제연구소(JIIA)가 16위, 중국사회과학원(CASS)이 17위에 오른 반면 우리나라는 50위권에 든 연구소가 한 군데도 없다. 글로벌 이슈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올바른 정책결정의 길잡이로서 싱크탱크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싱크탱크의 수준이 그 나라의 현재 위상뿐 아니라 미래 국력을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가 되는 현실이다. 현재와 미래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예측하는 통찰력 있는 연구와 엄정한 가치 중립성, 그리고 독립성은 싱크탱크가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다. 그 많은 우리나라의 연구소들 중에 제대로 싱크탱크라고 부를 만한 곳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포니 1호차는 어디에?/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열린세상] 포니 1호차는 어디에?/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외환위기로 나라 경제가 휘청대던 1998년 3월 독일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BIT’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MP3 플레이어(MP3P) ‘엠피맨’이 최우수 멀티미디어로 선정됐다. 이후 한국은 MP3P 종주국으로 군림했고, 빌 게이츠 회장은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기조 연설에서 아이리버의 MP3P를 ‘디지털 라이프를 바꿀 제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스마트폰의 ‘원조’ 격인 PDA폰 ‘포즈’(POZ)가 대한민국 히트 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애플이 2007년에 아이폰으로 대중적 스마트폰의 지평을 열기 몇 년 전부터 우리는 이미 ‘원조 스마트폰’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 스마트폰이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MP3, 카메라, 무선통신,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그동안 진화를 거듭해 온 우리 산업기술이 총체적으로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점유율 9%를 넘기며 글로벌 5위로 올라섰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고철로 조립 자동차를 만들고, 1976년에야 자체 고유 모델인 포니를 생산했던 우리가 이제는 차세대 첨단 엔진도 자체 개발하고, 자동차 생산용 로봇기술도 수출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철강제련 기술, ‘산업의 쌀’ 반도체 기술, ‘상상을 현실로 보여 주는’ 디스플레이 기술 등은 세계적인 유례가 없는, 우리만이 갖는 스토리 그 자체다. 그런데 이 자랑스러운 기술 유산을 어디에서 만나 볼 수 있을까. 엠피맨, 포즈 등 근래에 개발된 소형 첨단 제품들은 개인 마니아나 관련 기업들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1981년에 개발된 국내 최초 PC인 삼보컴퓨터의 ‘SE-8001’은 소장자가 분명치 않고, 국내 최초의 조립 자동차 ‘시발’(始發)은 몇몇 박물관에 원형과 비슷하게 복원된 재현품만이 전시되고 있으며 오리지널 모델은 남아 있지 않다. 다행히 포니 1호차는 울산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개인이 소장하고 있거나 기업들이 보존·전시해 소장처가 확실한 제품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소장처를 알고 있다고 해도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기업 전시관, 관련 박물관, 개인 소장자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등 전통적인 기술 선진국들은 산업기술 발전 역사를 한 곳에 모아 산업기술의 긍지와 자부심을 자랑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기술공예박물관(1794년), 영국 런던의 과학기술박물관(1857년), 독일 뮌헨의 독일박물관(1925년) 등이 그것이다. 특히 독일박물관은 1903년에 설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된 이후 세계대전의 패전과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며 세워졌다. 결국 이는 독일이 다시 한번 세계적인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8위의 교역국가로 급성장한 대한민국. 세계가 알고 싶어 하는 한강 기적의 스토리, 그 기반이 됐던 산업기술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기술문화공간이 마련된다면 산업과 기술이 어떻게 진화해 왔고, 산업기술인의 노력이 우리 생활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켰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로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냈던 베르너 폰 브라운은 독일박물관에서 세계 최초의 엔진 비행기를 보면서 우주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처럼 산업기술문화공간은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산업기술을 보고 자신의 꿈과 비전을 발견하고 다짐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2조 달러 무역, 4만 달러 개인소득’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이 우리 산업기술의 발전 궤적을 한눈에 보고, 기술 강국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산업기술문화박물관은 그 어떤 국정 과제보다 중요한 어젠다임이 틀림없다. 우리의 소중한 산업기술 유산이 사라지기 전에, 그리고 이를 창조하기 위한 위대한 도전기를 생생하게 말해 줄 기술인들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만의 산업기술문화박물관이 조속히 건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 [세계 연구중심대학을 가다] 독일 자브뤼켄 잘란트 주립대 산학 클러스터

    [세계 연구중심대학을 가다] 독일 자브뤼켄 잘란트 주립대 산학 클러스터

    독일 서부에 위치한 잘란트주는 독일에서 가장 작은 주다. 주 전체 인구가 1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1960~70년대 석탄·철강산업의 전성기에는 호황도 누렸지만, 그 후로는 ‘가난하고 척박한 동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원랜드조차 없는 강원도의 산골 폐광촌을 연상하게 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잘란트는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한 부흥에 가슴이 설레는 곳이 됐다. 그 중심에 잘란트의 주도인 자브뤼켄의 잘란트 주립대학이 있다. 한때 프랑스 낭시대학 분교였던 잘란트대는 대학 자체로는 별다른 경쟁력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독일 4대 연구회’와 함께 구성한 ‘산학 클러스터’ 덕분에 훌륭한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헨공대나 에콜 폴리테크니크처럼 우수한 인력을 처음부터 유치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연구중심 대학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좋은 사례다. 잘란트대 일대에는 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 헬름홀츠, 라이프니치 등 독일 연구회 산하 연구소들과 한국 정부 출연연구소의 유럽진출 교두보인 한국과학기술원(KIST) 유럽연구소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독일 4대 연구회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과학강국을 자부하는 독일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기초과학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막스플랑크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정부는)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탓에 연구에 대한 자율성이 높아 전 세계 과학자들이 선망하는 연구회로 유명하다. 막스플랑크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설립된 후 지금까지 2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1911년 설립된 전신인 카이저빌헬름협회의 16명을 포함하면 미국 하버드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손색이 없다. ‘노벨상 사관학교’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셈이다. 한해 1만 5000여건에 달하는 연구 결과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는 독일 전체 연간 우수 논문의 40%에 해당한다. 막스플랑크는 3개 분야 80여개의 연구소를 독일 전역에 갖고 있다. 자브뤼켄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정보학연구소(MPII) 역시 이 같은 구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베트람 소미에스키 박사는 “무엇이 될지 생각하지 않고 연구를 시작하고 진행하는 것이 막스플랑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막스플랑크는 최소 20~30년 후를 내다보는 연구를 맡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연구소의 특성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막스플랑크는 각 연구소가 위치한 지역의 대학들과 학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때문에 막스플랑크의 영년직 연구원 중 상당수는 ‘대학교수’ 직함도 갖고 있다. 이 같은 구도는 주변 대학의 우수한 학생들이 막스플랑크에서 연구하면서 실력과 아이디어를 키우는 원동력이다.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소미에스키 박사는 “연구원은 논문으로만 평가받고, 상당 시간을 학생들의 교육에 할애하는 역할을 동시에 부여받는다”면서 “80여개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간에 중첩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여럿이 연구하면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역시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막스플랑크의 대척점에 프라운호퍼가 위치해 있다. ‘프라운호퍼 라인’을 발견한 과학자이자 발명가, 사업가였던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의 이름을 딴 연구소답게 철저하게 실용적인 연구를 중시한다. 1949년 설립된 이후 일관되게 유지해온 기조다. 60개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각 분야별로 정보기술, 광학, 제품, 방위산업 등 7개 그룹으로 나뉜다. 이 예산 중 프라운호퍼 재단은 평균 30%만 부담한다. 나머지는 산업체나 지역사회 등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소들은 끊임없이 협력 프로그램을 모색한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들은 지역 대학 및 중소기업과의 공동연구에 전체 연구 비중의 40% 이상을 할애한다. 그 결과, 독일에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40%가 넘는 강소기업들이 1300여개나 된다. 막스플랑크가 논문으로 평가받는다면 프라운호퍼는 ‘특허’가 핵심이다. 얼마나 산업에 기여하는지를 보기 위한 핵심 지표다. 잘란트대 인근에 위치한 프라운호퍼 비파괴시험연구소(IzFP) 역시 특허와 기업 서비스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건축물이나 교량, 원자력발전소, 철로 등에 손상을 주지 않고 외부에서 강도와 내구성 등을 측정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중점적으로 제작된다. 1972년에 설립돼 드레스덴 분원을 포함해 모두 377명의 박사급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프라운호퍼 IzFP의 주요 연구원들 역시 잘란트대 교수직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기초과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기술이 어떻게 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실제 연구소 운영을 통해 보여준다. 지그프라이드 크라우스 부소장은 “40년 전 자브뤼켄에 IzFP가 처음 설립된 이후 다른 연구소들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이는 지역 활성화의 중요한 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막스플랑크나 프라운호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라이프니치 연구회 역시 독일을 이끄는 중요한 축이다. 라이프니치 연구회의 구조는 거대과학을 담당하는 헬름홀츠를 포함한 나머지 3대 연구회와는 구조가 크게 다르다. 다른 연구회들이 재단본부의 판단에 따라 설립과 폐쇄가 결정되는 데 반해 라이프니치 연구회는 ‘가입된 기관들의 연합’ 형태로 구성된다. 라이프니치 연구회 소속 86개 기관 중에는 연구소뿐 아니라 뮌헨의 ‘독일 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도 포함돼 있다. 나머지 연구소들 중 상당수도 민간이나 주정부에 의해 설립된 것들이 많다. 연구회의 까다로운 가입 심사 평가를 통과하면 개별 연구소들은 라이프니치 연구회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찾는다. 매 5~7년마다 연구회의 중간 평가를 실시해 역량이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되면 연구회 이름을 환수한다. 대신 이름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연간 14억 유로의 예산을 골고루 분배해 사용하게 하는 특전을 누릴 수 있다. 잘란트대 인근 라이프니치 신소재연구소(INM)는 태생적으로 잘란트 주정부가 잘란트대 클러스터를 키우기 위해 25년 전에 유치한 연구소다. 전체 예산의 51%를 잘란트대에서 지원받고, 연구성과 역시 대학과 공유한다. 이에 맞춰 INM은 지역특화적인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롤란드 롤스 소장은 “재단은 기초와 응용 어느 쪽에도 치중하지 않는 구조를 원한다”면서 “두 가지 부분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 각 연구소에 부여된 임무”라고 밝혔다. 연구소가 응용을 전담한다면, 기초연구는 주로 잘란트대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진다. 라이프니치 INM은 100명 규모에 불과하지만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800편 이상의 국제논문을 출간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잘란트대 학생들을 연구에 참여시키면서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INM 연구원인 이주석 박사는 “용액에서 파우더를 만들어내는 기술, 태양전지의 반사를 줄이는 코팅 기술, 자동차를 균일하게 도장하는 기술 등이 이곳 연구소에서 개발돼 상용화로 이어졌고, 지역사회에 기술기반 기업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면서 “아직까지 잘란트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근로자 임금이 10~15% 낮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빈곤하지만, 클러스터 덕분에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 사진 자브뤼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원조논쟁/함혜리 논설위원

    서울 장충동 족발골목처럼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이 밀집한 곳이면 예외 없이 원조(元祖)집이 있다. 그런데 정해놓은 데 없이 그곳에 갔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원조집 옆에 ‘진짜 원조’가 있다. “아, 여긴가?” 하면서 들어가려 하는데 그 옆 골목으로 ‘옛날 원조’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원래 원조’도 보인다. 모두 손맛 좋을 것 같은 할머니 사진을 내걸고 있는 데다 원조라고 우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진짜 원조가 어디인지 찾기가 쉽지 않다. 원조 논쟁이 상표권 분쟁으로 비화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케이크를 놓고 25년간의 긴 법정소송이 진행된 사례도 있다. 19세기 초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메테르니히의 전속요리사였던 프란츠 자허는 부드러운 초콜릿 케이크 사이에 살구 잼을 바르고 전체를 투박한 초콜릿으로 코팅한 디저트 케이크를 개발했다. 몇년 뒤 자허는 카페를 열고 자신의 이름을 딴 케이크 ‘자허토르테’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허토르테가 인기를 얻자 데멜이라는 과자점에서도 자허토르테 케이크를 팔기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자허 2세가 데멜과자점을 상대로 1940년 오스트리아법원에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다. 데멜 측은 자허가 데멜과자점에 근무할 당시 자허토르테를 만들었으며 이를 근거로 판매하는 것이니 권리가 있다고 반격했다. 기나긴 공방 끝에 법원은 1965년 ‘자허토르테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나 오리지널 자허토르테는 자허카페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원조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프렌치프라이의 기원을 놓고 프랑스와 벨기에가 논쟁 중이라고 한다. 브뤼셀에서 열린 프렌치프라이 원조토론회에서 벨기에 측은 “프렌치프라이가 17세기 어부들에 의해 개발돼 다른 유럽국가로 퍼진 것”이라고, 프랑스 측은 “18세기 센 강변의 노점상들이 판매하기 시작했다”며 서로 원조를 자처했다. 지난 2003년 미 하원식당 메뉴판의 프렌치프라이를 프리덤프라이로 바꿨을 때 주미 프랑스대사관에서 대변인 성명을 통해 ‘프렌치프라이는 벨기에 음식’이라고 못 박은 바 있어 논쟁은 프랑스의 판정패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피시앤드칩스를 많이 먹는 영국이 원조라는 주장, 감자를 잉카제국에서 유럽에 들여온 스페인이 원조라는 주장, 원래 저먼프라이였는데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적국이라는 이유로 프렌치프라이로 이름을 바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원조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로 보면 될 듯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다른 사람 이익은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의 재정 위기로 이어지면서 세계가 극심한 경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그런 세계적 상황을 놓고 ‘신자유주의의 붕괴’로 표현한다. 갈수록 심화되는 격차와 빈곤은 모든 나라가 풀어야 할 최대의 공통 난제지만 해결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경제학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현재 상황에 ‘절망적’이라는 관측마저 겹쳐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나눔’의 보편적인 철학을 그 해법으로 제시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나눔의 경제학이 온다’(진노 나오히코 지음, 정광민 옮김, 푸른지식 펴냄) 역시 ‘신자유주의의 해악’에 바탕을 둔 ‘나눔’의 철학을 강조한 책이다. 도쿄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심해지는 격차와 빈곤 탓에 절망의 사회로 변해가는 일본의 위기 탈출에 천착하는 재정학자다. 그가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위기 탈출의 핵심은 바로 나눔과 중용이다. 그리고 그 나눔과 중용의 키워드를 지구상 가장 행복하게 산다는 유럽의 복지국가 스웨덴의 ‘옴소리’(omsorg)와 ‘라곰’(lagom)이라는 말에서 찾는 과정이 흥미롭다. 스웨덴에서 사회서비스로 통용되는 ‘옴소리’와 ‘라곰’은 원래 ‘슬픔을 나누어 가진다’와 ‘적당히’(중용)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 ‘나눔의 경제’(옴소리)와 시장경제의 균형(라곰)을 조화롭게 추구해 나가는 정책이 이례적인 복지국가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가 눈독을 들이는 그 ‘옴소리’와 ‘라곰’의 철학은 이렇게 요약된다. “다른 사람의 이익이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 이제는 나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세계적 상황을 세계대전으로까지 연결됐던 1929년 세계공황과 자주 비교한다. 저자도 그 위기의 상황을 더 늦기 전에 직시해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그리고 그 낡은 세계질서가 붕괴해 가는 시대의 획기(劃期)에, 나누어 가져야 할 행복을 서로 빼앗는 일본 사회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다행히 책 앞머리에 한국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도 격차와 상대적 빈곤으로 고뇌하고 있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인간의 유대에 기초한 나눔의 정신이 남아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후보들이 입에 가장 많이 올렸던 키워드는 단연 ‘민생’이다. “지난 시대가 서로 뺏고 빼앗기는 일종의 ‘강도문화’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나누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나눔’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는 책 말미에 이렇게 쓰고 있다. “내 사상은 이단이다. 세상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단자이기에 내 사상을 받아들이는 사람과의 만남은 지극히 행복한 시간이다.” 1만38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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