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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레넌 머리카락의 가치는 얼마?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스의 리더, 존 레넌의 머리카락 한 줌이 경매를 통해 4000만 원이 넘는 ‘고가’에 팔렸다고 2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헤리티지옥션은 4인치(10㎝) 길이의 레넌 머리카락 한 줌이 영국의 기념품 수집가 폴 프레이저에게 3만 5000달러(약 43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 머리카락은 1967년 레넌이 ‘나는 어떻게 전쟁에서 이겼나’라는 영화에 출연할 당시 독일의 이발사 클라우스 바럭이 잘라 모아둔 것으로 붉은색이 감도는 짙은 갈색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능한 지휘관이 이끄는 영국 군대의 불운을 다룬 이 영화에 레넌은 그립위드 이등병 역할로 출연했다.  이번 경매에서 비틀스의 멤버 4명 모두가 서명한 사진은 4만 2500 달러(약 5240만원)에 낙찰됐다.  레넌은 1980년 12월 8일 밤 11시께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전기차 타고 둘러 본 제주의 봄

    전기차 타고 둘러 본 제주의 봄

    제주가 ‘탄소 없는 섬’이 된다. 목표는 2030년께. 가파도에선 벌써 자동차 등 ‘내연기관’이 사라졌다. 제주 본섬에도 전기차 시대가 문을 열었다. 아직 여러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우 불편한 것도 아니다. 자연에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 그저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정도다. 지금 제주는 초봄이다. 흰 눈과 연둣빛 새순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끽하기 딱 좋은 때다. 그래서 간다, 제주로. 전기차 타고 봄 캐러. 전기차는 뭐가 좋은가. 우선 냄새가 없다. 나도, 남도 내 차 때문에 매연 맡을 일은 없다. 그리고 조용하다. 최고급 승용차 홍보 문구처럼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마찬가지다. 소리 없이 미끈하게 치고 나간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지 싶다. 출력도 나쁘지는 않은 편. 주인의 뜻을 아는지, 페달 밟는 대로 쭉쭉 달려 준다. 무엇보다 좋은 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 아직 일반 연료를 쓰는 차량보다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그쯤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차량 충전은 급속과 완속으로 나뉜다. 완속은 100% 충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데 소요시간이 너무 긴 게 문제다. 전기 잔류량에 따라 최소 4시간, 최대 6시간 정도 충전해야 한다. 갈 길 바쁜 여행자로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급속 충전은 소요시간이 짧다. 잔류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얼추 30분 안팎이다. 대개 30~40% 남았을 때 충전한다고 보면 20분 남짓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단점은 80%밖에 충전할 수 없다는 것.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다. 100% 충전의 경우 140여㎞를 달릴 수 있는 것에 견줘 80% 충전 시 110㎞를 조금 넘게 운행할 수 있다. 여름에 에어컨을 켜거나, 겨울에 히터를 트는 등 전기 소모가 늘면 잔류량도 급격히 줄어든다. 따라서 늘 충전을 염두에 두고 운행해야 한다. 알뜨르 비행장으로 먼저 간다. 봄처럼 포근한 날씨에 아지랑이 이는 들녘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다. ‘알’은 아래, ‘뜨르’는 들녘을 뜻하는 사투리다. 1930년대 일제가 중국 본토 공습을 위해 ‘아래 들녘’에 건설한 전진기지다.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알뜨르 비행장에서 발진한 비행기들이 중국 난징(南京)까지 날아가 폭격했다고 한다. 현재 활주로는 사라졌고, 당시 조성한 항공기 격납고 20기 가운데 19기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1기는 부서져 잔재만 남은 상태다. 주차장 옆 격납고 안엔 비행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당시 일제가 사용했던 ‘제로센’(零戰)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것이다. 제로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주력 전투기로, 자살공격조인 ‘가미카제’에 이용됐다. 알뜨르 비행장 인근의 도순다원은 한겨울에도 초록빛 제주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초봄 풍경이 특히 예쁘다. 초록빛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다. 물론 날씨가 좋아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안개 잔뜩 낀 날도 나쁠 건 없다. 촉촉하게 젖은 차밭 사이를 걷다 보면 봄이 멀지 않았음을 단박에 느끼게 된다. 바다 쪽 풍경도 곱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차밭 너머로 물비늘 반짝이는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규모나 명성으로는 오설록녹차박물관을 품은 서광다원이 앞서지만, 서정적인 풍경이라면 도순다원에 한 수 양보해야 한다. 서귀포 바닷길을 휘휘 돌아 동쪽으로 간다. 목적지는 지미오름. 제주 동부의 특급 전망대다. 봄이 먼바다 어디쯤 왔는지 살피기에 이만 한 곳 찾기도 쉽지 않다. 야트막한 오름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풍경들을 두 눈으로 하나하나 주워 담자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파란 바다 위로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하도 앞바다와 우도, 성산일출봉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발 바로 아래는 두문포 마을이다. 우도행 철부선이 수시로 오가는 곳. 마을 뒤로 검은 돌담이 경계를 이룬 초록 밭이 조각보처럼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 위로 레고 블록을 닮은 집들이 꼬리 치며 이어진다. 멀리 들녘 너머엔 한라산이 우뚝하다. 그 사이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봉긋봉긋 솟았다. 한라산이 너른 치마 펼쳐 오름들을 보듬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주차장에서 지미오름 정상까지는 30분쯤 걸린다. 제법 거친 된비알도 있지만, 거리가 짧아 그리 품은 들지 않는다. 비탈길 몇 굽이 돌면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튿날. 장대비가 쏟아진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하다. 이런 날은 대부분의 관광객이 실내 시설을 찾기 마련이다. 인기순으로 보자면 으뜸은 아쿠아플라넷 제주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섬 내 여러 시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유명 관광지 섭지코지와 등을 맞대고 있어, 발품 한 번에 두 곳을 묶어 볼 수 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아쿠아리움과 공연장인 오션 아레나, 해양과학관인 마린 사이언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 동물은 500여종 4만 8000마리다. 하이라이트는 지하 1층의 메인 수조 ‘제주의 바다’이다. 가로 23m, 높이 8.5m인 수조는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바다 풍경을 눈앞에 펼쳐 놓는다. ‘박물관은 살아있다’와 ‘테디베어 뮤지엄’에도 은근히 많은 사람이 찾는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착시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여러 작품을 배경으로 매우 독특한 모양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테디베어 뮤지엄’은 그야말로 테디베어의 모든 것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제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정원도 예쁘다. 둘 다 중문관광단지에 있다. 봄꽃은 피었을까. 비를 맞으면 꽃잎이 더욱 붉어진다. 맑은 날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 외려 빛깔이 더 곱다. 매화는 아직 이르다. 이제 하나둘 피는 모양새다. 20일 이후면 화르르 타오를 듯하다. 발길 돌려 동백 보러 간다. 빗물에 젖었으니 꽃잎이 그야말로 피보다 붉을 터. 봉오리째 떨어지는 동백꽃의 고절한 자태를 감상하기에 딱이다. 위미항 인근에 100년 넘는 동백 군락지가 있다. 조천읍 선흘리의 동백동산이나 유료 시설인 카멜리아힐 등도 이름났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로는 위미 동백군락지가 으뜸이다. 동백군락지 주변 길은 온통 붉다. 가수 이미자의 노래처럼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든 꽃잎’ 때문이다. 꽃이 떨어진 나무 아래가 붉은 비단 이불 깐 듯 곱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3월 18~2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2016’ 행사가 열린다. 전기차와 관련된 나라 안팎의 각종 정보와 마주할 수 있는 자리다. 홈페이지(www.ievexpo.org) 참조. 하나투어제주(www.hanatourjeju.com)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만든 ‘그린 앤드 스마트 제주 투어’가 엑스포 기간 운영된다. 1일 코스가 6만 8000원이다. 전기차 렌트가 포함된 2박 3일 개별여행 상품도 있다. 숙소(2박), 전기차 엑스포 입장권(2장) 포함 29만원이다. 일반 여행상품보다 저렴하고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전기차 엑스포 측에 따르면 제주에서 렌트할 수 있는 전기차는 모두 66대다. SK렌터카(726-6460)가 10대로 가장 많고, 평화렌터카(742-9944)와 AJ렌터카(726-3322)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다만 평화렌터카는 7월까지 단기 임대가 불가능하다. 도내 급속충전기는 모두 110기(2015년 12월 말 기준)다. SK렌터카의 경우 이 가운데 33곳에서 충전할 수 있다.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모든 충전기가 공유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계기판에 요금은 표시되지만 실제 결제되지는 않는다. 아직은 ‘전기값’이 공짜란 뜻이다. 렌터카 회사에서 지급하는 교통카드를 대면 커플러(일종의 플러그로 주유기의 손잡이와 모양이 비슷하다) 박스가 열리고, 이를 전기차 접속 단자에 꽂으면 계기판에 충전 예상 시간이 표시되면서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된다. 급속충전기는 읍사무소 등 공공기관, 관광지, 대형 호텔 등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곳에 설치돼 있다. →맛집:제주와랑와랑(733-5588)은 한치 짬뽕으로 이름난 집. 오징어 대신 한치를 넣고 다소 슴슴하게 끓여낸다. 해물짜장, 탕수육도 깔끔하다. 서귀포 보목동에 있다. 방주할머니식당(783-1253)은 두부 요리를 잘한다. 직접 농사지은 재료를 써 정갈한 맛을 낸다. 조천읍 선흘리에 있다.
  • 옥주현 ‘마타하리’ 프로필 공개… 노출의상에 도발적 포즈 ‘섹시한 여간첩?’

    옥주현 ‘마타하리’ 프로필 공개… 노출의상에 도발적 포즈 ‘섹시한 여간첩?’

    뮤지컬배우 옥주현의 ‘마타하리’ 프로필 컷이 공개됐다. 19일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오는 3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개막을 앞둔 올해 최고의 기대작 뮤지컬 ‘마타하리’(Mata Hari)에서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인 마타하리 역을 맡은 옥주현의 프로필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프로필 사진 속 옥주현은 긴 웨이브 헤어스타일에 블랙 보디 슈트를 입은 채 관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옥주현은 여성스러운 각선미와 탄탄한 라인이 돋보이는 육감적인 몸매를 과감히 드러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EMK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이는 첫 창작뮤지컬로 지난 1월 쇼케이스에서 파워풀하고 호소력있는 주요 넘버를 공개해 뮤지컬 관계자는 물론 많은 뮤지컬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마타하리’는 제 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되어 총살 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관능적인 춤과 신비로운 외모로 파리 물랑루즈에서 가장 사랑 받는 무희였던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과 프랭크 와일드혼의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 20세기 초 화려한 파리를 재현한 무대가 한데 어우러져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최고 수준의 뮤지컬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3월29일부터 6월12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손열음 “질풍노도 20대 지나… 진정성 느껴지는 음악 할게요”

    손열음 “질풍노도 20대 지나… 진정성 느껴지는 음악 할게요”

    1차 세계대전 시대상 반영한 곡 엄선 전쟁이 미치는 영향 생각해봤으면…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 편견 깨고 싶어 “20대 때는 진짜 자신감이 없었어요. 슬럼프도 사실 매 순간 와요. 연주가 조금만 별로여도 확 위축되니 저도 해결책을 찾고 싶어요.” ‘강철 멘털’인 줄 알았던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이런 고백을 한다. 당당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해 나가는 그의 속내가 그렇다니 의외다. “그래서 저는 서른이 되면 더 행복할 것 같아요. 질풍노도로 가득했던 20대를 지나 30대에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걸 구분하고 스스로를 독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음악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오는 5월이면 서른살이 되는 손열음이 그 바람대로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음악회로 꾸민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대전, 대구, 창원 등 전국 10곳의 무대를 찾아가는 ‘모던 타임즈’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부터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조지 거슈윈의 ‘스와니’, 라벨의 ‘라 발스’ 등 1914년 세계 1차대전을 기점으로 전후 바뀐 시대상을 부감할 수 있는 곡들을 가려 뽑았다. 17일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일부 곡을 들려준 손열음은 “1차 세계대전 전후 시기에 대한 동경으로 짜게 된 레퍼토리”라고 했다. “당시는 정말 세상이 확 열리며 우리가 요즘 얘기하는 ‘강제 세계화’가 됐어요.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100년이 지났는데 인류 역사를 바꿀 정도로 모든 패러다임을 바꿔 놨어요. 이때의 음악이 (세계에) 어떤 역할을 했고 무엇을 그리고 있을까란 생각에서 고른 곡들이에요. 전쟁이 한 개인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그 사회가 개인에게 또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여러분도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동양인으로서 서양음악을 하면서 느낀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깃들어 있다. “유럽에선 아직도 저를 보고 ‘동양인이 왜 우리 음악을 하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서양음악은 1880년대 선교사들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1910년대 한양에서 브람스, 베토벤을 듣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세대는 서양음악을 내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동양인은 서양 고전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그는 ‘글 쓰는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연주와 마찬가지로 글쓰기의 동력은 ‘성취감’이다. “쓰는 데 너무 오래 걸려 미치겠어요(웃음). 고행이지만 성취감이 크고 클래식을 전파하려는 사명감도 없다가 생겨났어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차이는 가사가 없고 기악곡이 많아 추상적이라는 거잖아요. 글은 반대편의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쓰고 있습니다.” 클래식의 대중화에 사명감이 생긴 만큼 최근 조성진 등 후배들의 잇단 콩쿠르 우승 소식도 반갑다. “조성진군 같은 사람들에게 감사하죠. 어떤 계기든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3만~8만원. 1577-5266.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다 기차 때문이다. 일본 기차 여행이 편리한 건 여행 좀 해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라지만,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200km 넘게 떨어진 오카야마가 이렇게 쉽게 연결될 줄은 몰랐다. 꼭 가야 할 곳이라며 기나긴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좋은 동네. 느긋한 오카야마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This stop is Okayama첫 번째 역오카야마岡山 청명함, 단출함 그리고 느긋함 오카야마는 오사카와 히로시마 사이 세토내해와 접해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 간사이 지방, 서쪽으로 히로시마와 규슈, 남쪽으로 시코쿠를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이곳은 예로부터 교통과 물류의 요지였다. 게다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해 땅과 바다에서 거둬들인 수확도 풍부했다. 스스로를 청명한 고장이라 칭하는 이곳은 이름처럼 자연과 더불어 느리고 풍요롭게 발전해 온 지방이다. 그러한 오카야마로 최근 외국 여행자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어디로 발길을 돌려도 좋은 그 느긋함을 찾아서다. 오카야마시는 오카야마현의 최대 도시지만 도심 풍경은 단출하다. 서쪽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동쪽으로 30여분 거리 안에 오카야마의 자부심인 오카야마성과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고라쿠엔을 비롯해 다수의 미술관과 심포니홀 등 문화 공간이 흩어져 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오카야마성. 영주 우키타 히데이에에 의해 1597년에 완성된 오카야마성은 아사히강을 해자처럼 두르고 솟아 있다. 본래 흐르던 강의 줄기를 바꿔 지금처럼 성을 휘돌아 나가게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영주의 권위와 힘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키다 나오이에부터 이케다 아키마사까지 총 14명의 영주가 280년에 걸쳐 성의 주인으로서 이 지역을 관할했다. 성에서 가장 높은 6층 천수각에 올라 보면 그들이 조망하려 했던 풍광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내부에는 이케다 가문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성 중 드물게 검은색을 띄고 있어 우조, 까마귀 성이라는 별명도 얻은 이곳은 1945년 세계대전 중 소실되었고, 1966년 복원해 현재 오카야마시가 관할하고 있다. 오카야마성에서 쯔루미 다리를 건너면 고라쿠엔으로 이어진다. 이바라키현의 가이라쿠엔, 이시카와현의 겐로쿠엔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과 관련한 레드 가이드 외에 여행 정보를 평가하는 그린 가이드도 펴내는데, 레드와 동일하게 그린 역시 별 3개를 최고점으로 친다. 고라쿠엔은 이 그린 가이드에서 당당하게 별 3개를 받은 곳이다. 과거 영주가 찾으면 기거하는 곳이었다던 엔요테이 안쪽의 가쿠메이칸. 다다미로 칸칸이 이어진 내부의 나무문을 열어젖히니 고라쿠엔의 풍광이 바람처럼 왈칵 밀려들어온다. 나무와 물과 바람과 하늘, 자연의 조화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다. 감탄하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두루미 한 마리가 우아하게 날아간다. 고라쿠엔의 홍보담당자 미카 사카모토씨에 의하면 고라쿠엔에는 현재 8마리의 두루미가 있는데, 이들은 매일 산책길을 걷는 등 일정한 훈련을 받고 있단다. 4마리는 아직 초보이고 훈련이 잘 된 4마리가 시간에 맞춰 공원을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다닌다는 것. 3대 정원의 명성은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약 14만2,000m2의 이 드넓은 정원은 봄의 벚꽃과 매화부터 여름의 꽃창포와 차나무,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까지 계절을 눈으로 맛볼 수 있다. 어디를 걸어도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고라쿠엔에서 가장 좋은 뷰포인트를 꼽자면 단연 니시키가오카 언덕이다. 6m 가량 올라온 인공 언덕인데 시선을 가리는 건물이 하나도 없으니 내려다보는 전망이 고층 전망대 못지않다. ▶inside Okayama 모모타로의 전설일본 전역에서 통용되는 동화 같은 설화 모모타로 이야기가 이곳 오카야마에선 특히 자주 등장한다. 모모타로가 구술 전술된 이야기기에 이곳과 관련 있다는 역사적 증거는 없으나 오카야마가 복숭아의 고장이란 점, 유난히 물이 맑고 청명한 지역이라는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카야마의 상징이 되었다. 오카야마 서쪽 외곽에는 모모타로 전설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일본의 고대 왕족을 모신다는 기비츠신사도 있다. 도시 곳곳에서 모모타로의 동상과 그림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맨홀 위의 모모타로가 앙증맞다. 명물 전차 오카덴 오카야마시에선 이곳의 명물 노면전차 오카덴을 타 보자. 오카야마성과 고라쿠엔에 가려면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출발해 시로시타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 약 5분 남짓 소요된다. 요즘 일본에서 전차의 부활이 유행인데, 오카야마는 비록 운행 구간이 축소되긴 했지만 한 번도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100년을 이어 왔다. 전차의 부활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회학자들은 주민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에서 찾는다. 장년층이 속도 위주의 지하철보다 전차를 훨씬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쇼핑은 이온몰 일본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대형 쇼핑몰 이온몰. 2014년 오카야마시에 개관했는데 기차역에서 도보 3분이라는 초중심지에 들어선 것이 특징이다. 지하 2층에서 7층까지 도심 속 쇼핑몰로는 꽤 큰 규모인데 패션부터 리빙, 갤러리, 다이닝까지 입점 점포도 훌륭하다. 특히 1층에 질 좋은 슈퍼마켓을 전면 배치했는데 시민은 물론이고 여행자가 이용하기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This stop is Kurashiki두 번째 역 구라시키倉敷 곳간에서 꺼낸 우아한 미관지구 오카야마시를 벗어나 오카야마현으로 여행 구간을 넓히면 입소문 1순위는 단연 구라시키다. 오카야마에서 기차로 20분이면 닿는 이곳 구라시키에는 에도시대의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된 전통마을이 있다. 구라시키는 에도시대 초반부터 물류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구라시키강을 따라 쌀과 면화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들어섰고, 물길을 따라 배들이 물건을 실어 날랐다. 구라시키라는 도시의 이름 자체가 광, 곳간을 뜻하는 ‘구라’에서 왔을 정도. 이런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바로 구라시키 미관지구美觀地區다. 역사보존지구이자 관광지인 셈인데 다른 지역과 달리 상점가 이층에 일반 시민들이 살아간다. 과거와 현재, 관광과 일상이 그윽하게 맞물려 있는 모범적인 예라 하겠다. 구라시키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여, 미관지구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을 건너 뛴 듯 에도시대의 전통가옥과 거리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쌀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 아름다운 일상용품을 전시한 구라시키 민예관, 수백년이 넘은 상인의 집을 개조한 료칸, 옛 방적공장을 개보수한 아이비스퀘어 등은 이 미관지구를 떠받치는 장소들이다. 미관지구를 풍요롭게 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오하라 미술관이다. 1930년 일본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설립된 오하라 미술관은 무려 3,5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작가 목록이 모네, 로댕, 엘 그레코, 샤갈, 고갱, 모딜리아니, 르누아르, 세간티니, 피카소 등 놀랍도록 화려하다. 오하라 미술관은 구라시키에서 방적공장을 일군 오하라 마구사부로와 그가 후원했던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의 합작품이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문화 후원에 관심이 높았던 오하라 마구사부로에게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는 서양의 대작을 소장할 것을 권유한다. 1920년대 고지마 도라지로는 직접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세심하게 작품을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모네와 마티스에게서 직접 작품을 구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구라시키의 자랑이 된 오하라 미술관은 그렇게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고지마는 미술관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그의 뛰어난 감식안과 선견지명은 지금껏 수많은 주민과 여행자들의 예술적 허기를 채워 주고 있다. 오하라 미술관에서 대각선으로 강을 건너 내려가면 아이비스퀘어에 닿는다. 붉은 벽돌로 쌓은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싸고도는 모양이 이름 그대로다. 이곳은 옛날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하여 호텔과 레스토랑,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1974년 완성되었는데 건물의 기본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시설을 바꾸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가미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의 결혼식 야외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161개의 객실을 보유한 아이비스퀘어호텔 역시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당시 골조를 살리며 공사하느라 몹시 애를 먹었지만 그 덕분에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 올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니까 이곳 구라시키는 과거 곳간 창고가 넘쳐나는 물류지대에서 한동안 방직공장이 즐비한 도시였다가 그 역사를 잘 보존해 오늘날 여행자를 품는 곳으로 변모된 셈이다. ▶inside Kurashiki 아기자기한 미관지구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생동감 있게 하는 것은 단연 아기자기한 가게들이다. 천편일률적인 토산품 가게가 아니라 제 개성을 뽐내는 곳들이 많다. 공업용 테이프를 생산하던 회사가 이제는 디자인 중심의 마스킹 테이프를 생산하는데 이를 활용한 체험도 가능하다. 이 밖에 과거 구라시키의 직물 생산의 전통을 재현한 가게, 다양한 디자인의 향초 공방 등이 오밀조밀 이어진다. 구라시키강의 유람선3월부터 11월까지는 구라시키강을 오가는 유람을 즐길 수도 있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버드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는 미관지구의 풍광은 또 다른 맛이다. 풍요로운 반달, 무라스즈메 구라시키 미관지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간식은 반달 모양의 ‘무라스즈메’다. 과거 풍요로운 곳간을 상징하듯 곡물을 활용한 전통 간식이다. 구수하면서도 달콤해 자꾸 집어 먹게 된다. 반죽을 달궈진 팬 위에 얇게 펴 부치고 그 위에 팥소를 넣어 만두처럼 덮어 내는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3개 만들기 체험 500엔. 오카야마 대표 음식들 오카야마현의 대표 음식을 나열하자면 마마카리, 문어, 기비 당고(수수경단) 등이다. 물론 대표 과일인 하얀 복숭아와 피오네 포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중 청어과 생선 밴댕이에 해당하는 마마카리는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데, 초밥으로도 전채로도 인기다. 또 가쓰오부시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타코 샤브샤브, 문어밥으로 먹는 타코메시도 대표 메뉴다. ●This stop is Kojima세 번째 역 고지마幸島 청바지를 입은 도시 인구 7만2,000여 명의 작은 도시가 청바지로 인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계단부터 개찰구까지 청바지가 수놓아져 있고, 기차 역사 밖으로 청바지가 나부끼며, 청바지 래핑을 두른 버스와 택시가 거리를 누비는 이곳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 있는 작은 마을 고지마다. 고지마는 일찍부터 방직·섬유산업이 발달해 한때 일본 학생복의 90% 이상을 생산했던 곳이다. 이곳에 청바지가 보편화된 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 전파된 서양 문화와 맥을 함께한다. 그러나 고지마 관계자는 이미 그 이전 군정 시기에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들어온 청바지를 고지마의 다수가 공유하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1965년 고지마의 ‘빅존’이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일본산 청바지를 생산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에서 수입한 청바지 원단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몹시 딱딱하고 두꺼워 고지마의 발달된 봉제기술로만 제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73년부터 일본산 원단을 직접 생산하면서 뻣뻣한 청바지 원단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고지마의 장인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냈다. 기계에 청바지와 돌을 같이 넣고 돌리는 ‘스톤 워싱’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사쿠라지마의 가벼운 화산석이 그들이 원하는 워싱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청바지의 워싱이나 자연스러운 주름이 절로 완성된 게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인체 곡선에 더 편안하게 맞고 더 아름다운 핏을 내는가를 장인들이 고심한 결과다. 패스트 패션이 등장하면서 고지마의 청바지 브랜드도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고지마는 질 좋은 일본산 청바지라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한 해 입고 마는 나쁘지 않은 청바지가 아니라, 한번 구입하면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고급화를 추구한 것. 이는 기성품과 오더 메이드 양쪽 모두에 적용되었는데 방향 전환은 빼어난 한 수였다. 누구의 장롱을 열어도 최소 다섯 장은 들어 있을 만큼 청바지는 흔한 아이템이지만, 고작 몇 밀리미터의 차이로 핏이 미묘하고 불편한 어려운 제품이기도 하다. 고지마에서 주문할 수 있는 ‘오더 메이드 진’은 이런 개개인의 체형과 취향을 십분 이해한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템이다. 베티하우스의 경우 가장 중요한 원단 선별과 패턴 제작부터 시작해, 벨트 레이블, 리벳, 단추, 스티치 등 소소한 부자재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원단도 다양해 솜을 누빈 것부터 캐시미어가 함유된 데님도 있다. 평생 패턴을 보관해 주므로 언제든 재주문도 가능하다. 품질 때문에 한 번 입어 본 사람은 다시 찾는데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한국, 중국, 대만뿐 아니라 멀리 유럽에서도 찾아온다는 게 베티 스미스의 이야기다. 인근 체험관에선 자투리 데님 원단을 활용해 핸드폰 고리나 열쇠고리를 만들어 볼 수 있으며, 아이디어 넘치는 소소한 상품 코너도 있다. ▶Travel tip 특급열차를 5일 동안 무제한으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낯선 오카야마현으로의 여행이 수월했던 건 바로 JR에서 의욕적으로 준비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덕분이다. 간사이공항에서부터 간사이 지방이 아닌 오카야마현까지 신칸센을 포함해 특급 기차를 5일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차 패스다. 성인 기준 9,000엔(국내에서 구입하면 8,500엔)으로 일본 내국인의 단순 1회 왕복 요금보다 저렴하다. 때문에 바쁜 오사카 여행 전후로 혹은 오카야마를 콕 집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오카야마 공항을 연계하는 직항편도 있지만, 보다 다양한 도시를 보고 싶다면 항공편이 훨씬 다양한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통해 이동하는 방법도 괜찮기 때문. 신오사카 1회 환승을 포함해 간사이공항에서 오카야마역까지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JR은 또 간사이공항 인근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도 연결하므로 하루를 활용해 즐기기도 좋다. USJ는 지난해 해리포터 존 개관으로 월 관람객 신기록을 갱신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로켓과 미사일은 동전의 양면

    로켓과 미사일은 동전의 양면

    1957년 소련 ICBM·궤도위성 발사 급해진 美, ICBM 기술 개량해 달 착륙액체 추진체 로켓, 고체보다 구조 복잡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해 12월 말 우주 로켓 ‘팰컨9’을 발사한 뒤 1단 추진 로켓을 다시 지상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세운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도 지난해 11월 로켓 ‘뉴 셰퍼드’를 100㎞ 상공까지 쏘아 올렸다가 발사지점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1월호에서 로켓 재활용 연구를 ‘2016년 주목받을 과학 이슈들’의 첫머리에 올렸다. 지난 7일에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위성 ‘광명성 4호’를 궤도에 올리기 위한 우주 로켓이었는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인류 최초의 로켓은 1232년 발사된 중국의 ‘비화창’(飛火槍)이지만, 현대적 로켓의 시작점은 미국 클라크대의 물리학 교수 로버트 고다드(1882~1945년)가 액체 연료 로켓을 발사한 1926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로켓 기술은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2차 세계대전 중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무기로서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던 독일 정부는 젊은 공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1912~1977년)에게 로켓을 미사일로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브라운은 고도 110㎞까지 올라갔다가 목표를 타격하는 탄도 미사일 ‘V-2’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싣고 상대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로켓 기술 연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 결과 1957년 8월 소련이 먼저 ‘R-7’이라는 ICBM을 처음으로 시험 발사했고, 2개월 뒤인 10월에는 R-7을 이용해 인류 최초의 궤도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소련의 독주를 따라잡기 위해 즉각 긴급 계획을 수립하고 ICBM 개발과 로켓으로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동시에 가동했다. 아폴로 프로젝트의 핵심인 ‘새턴’ 로켓은 ICBM이었던 ‘아틀라스’, ‘레드스톤’, ‘타이탄’ 등의 로켓 기술을 개량한 것이다. 실제로 1세대 ICBM인 소련의 R-7과 미국의 아틀라스 미사일은 액체 추진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사 준비에 최소 10시간~하루 이상이 걸려 무기로 운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미·소 양국은 발사 명령 수십 초 내에 발사가 가능한 고체 추진제나 미사일에 주입한 채 저장이 가능한 상온 액체 추진제를 활용한 2세대 ICBM 개발에 나섰다. 대신 1세대 미사일은 개량을 통해 우주 개발에 활용했다. 많은 항공우주공학 전문가들이 “로켓과 미사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로켓은 다른 행성으로의 비행, 지구의 상층 대기에 대한 과학조사, 무기체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인공위성이나 우주 탐사선을 지구 궤도나 달, 수성, 금성, 화성 등으로 보내기 위한 목적을 가진 로켓은 ‘발사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되기 위해서는 초속 7.9㎞의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아야 하며, 달이나 다른 행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초속 11.1㎞ 이상의 속도로 대기권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로켓은 뉴턴의 제3운동법칙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해 연료와 산화제의 화합 및 연소작용으로 발생한 가스를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위성이나 탐사선이 빠른 속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때 로켓을 밀어올리는 힘을 ‘추력’이라고 부른다. 2019년과 2020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의 1단 엔진은 75t 엔진 4개를 묶어 300t의 추력을 갖고, 2단 엔진은 75t, 3단 엔진은 7t의 추력을 갖는다. 로켓은 사용 목적뿐만 아니라 추진제 종류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액체 추진제 로켓’, ‘고체 추진제 로켓’, 액체와 고체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로켓’으로 나눈다. 액체 추진제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각각 별개의 공간에 저장해 두었다가 터보 펌프와 가스 압력을 이용해 고압의 연소실에서 연소시킴으로써 고온의 가스를 만든다. 이 고온의 가스를 연소실 아래에 붙어 있는 노즐을 통해 엔진 밖으로 분출함으로써 추력을 얻는다. 고체 추진제 로켓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고도의 제작기술을 필요로 한다. 로켓 안쪽이 연료와 산화제로 구성된 고체 형태의 추진제로 꽉 채워져 있는 고체 추진제 로켓은 로켓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제작·유지 비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로켓 개발을 막 시작한 나라들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주로 ICBM이나 우주 로켓의 추력 보강용 로켓에 쓰인다. 우주 로켓은 최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2~4단까지 다단계로 구성된다. 3단 로켓의 경우 1단과 2단 로켓은 대기권을 벗어나고 원하는 궤도에 올리는 힘을 얻기 위한 것이며, 3단 로켓은 위성이 안정적으로 궤도를 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3단 로켓 바로 윗부분에 로켓 전체의 비행을 유도하는 제어장치가 있고 그 바로 위에 인공위성이 실리게 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전쟁 피해 올라간 나무 위에서 2년

    전쟁 피해 올라간 나무 위에서 2년

    28일까지 ‘나무 위의 군대’ 공연…2차 대전 때 실화 바탕으로 연출두 군인의 삶과 인간의 본질 그려 두 군인이 전후 나무 위에서 2년을 보내는 내용이 다다. 단조롭고 밋밋한 탓에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는 취약점을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약점을 극복하고 극을 생동감 있게 만든 건 전적으로 탄탄한 구성과 대사, 그리고 군인 역을 맡은 두 배우의 힘이다. 두 군인의 삶은 국가란 무엇인지, 전쟁이란 무엇인지,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의식을 완전히 깨어 있게 한다. “지켜 주고 있는 것이 무섭고, 무서우면서도 거기에 매달리고, 매달리면서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도 믿는다.” 극중 이 대사는 극이 끝나도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본섬에서 북서쪽으로 9㎞ 떨어진 섬인 이에지마에서 적군의 공격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로 올라가 그곳에서 2년을 보낸 두 군인의 실화를 모티프로 했다. 두 군인은 1945년 4월부터 1947년 3월까지 나무 위에서 살았다. 무대에는 3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수많은 전장을 누빈 베테랑 군인 ‘분대장’(윤상화·김영민), 섬 출신 젊은 병사 ‘신병’(성두섭·신성민), 나무의 정령이자 극중 해설자 ‘여자’(강애심·유은숙)다. 분대장은 국가의 명령을 받고 섬으로 파견됐다. 신병은 자신의 삶의 터전인 섬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자원했다. 둘은 적의 맹렬한 공격을 피해 거대한 나무 위로 숨어들었다. 동료들은 모두 죽고 오직 둘만 남았다. 낮에는 적의 야영지를 감시하고 밤이 되면 동료와 적군의 시신을 뒤져 찾은 식량으로 연명했다. 무대를 꽉 채운 거대한 나무는 양날의 칼이다. 두 군인이 살았던 나무를 재현해 극의 사실성을 높인 측면이 있는 반면 배우들의 움직임을 수평과 수직으로 제한해 극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면도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의 미완성 희곡을 작가 겸 연출가 호라이 류타가 완성했다. 뮤지컬 ‘데스노트’ 등으로 잘 알려진 구리야마 다미야의 연출로 2013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초연 당시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전쟁의 모순과 삶에 대한 통찰을 깊이 있게 다뤘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 공연은 처음이다. 격년제 연극 페스티벌 ‘연극열전’의 여섯 번째 시즌 첫 작품이다. 강량원 연출가는 “본능과 신념, 믿음과 변화, 전쟁과 평화, 개인과 국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자 했다. 모순 가득한 전쟁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만 5000~5만원. (02)766-6007.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분열 1000년 만에 역사적 만남

    분열 1000년 만에 역사적 만남

    교회 통합·테러리즘 국제 협력 등 두 수장 30개 조항 공동 선언문교황 요청에 쿠바 중재·러 묵인… 푸틴, 경제 제재·고립 탈피 노력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는 두 종파가 분열된 지 10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다. 두 종교 지도자는 교회의 단합과 테러리즘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17일까지 멕시코를 순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쿠바 아바나에서 쿠바 등 중남미를 방문 중인 키릴 총대주교를 지난 12일(현지시간) 2시간가량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바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의 VIP실에 들어서자마자 “드디어!”라는 감탄사와 함께 “우리는 형제다”라며 키릴 총대주교와 포옹하고 볼에 세 차례 입맞춤을 나눴다. 총대주교는 “이제 일이 잘 풀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교황도 “이 만남은 신의 의지”라며 화답했다. 교황과 총대주교는 기독교의 통합, 기독교인의 박해, 우크라이나 내전, 난민, 경제적 불평등 등 중요한 교회 및 국제 이슈를 망라한 30개 조항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문에서 두 지도자는 “두 교회의 역사적 차이를 극복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모든 국가에 있는 두 교회의 신자들은 평화와 사랑 속에서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도에 대한 위기에 대해 두 지도자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들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박해받는 이라크, 시리아 등지의 기독교인들을 도와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종교의 이름으로 테러리즘을 정당화하려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과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이 만난 것은 1054년 기독교가 서방과 동방으로 분열된 이후 처음이다. 1000년가량 반목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톨릭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정교회와 화해를 추진해 왔다. 교황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와 회담은 했지만 러시아 정교회는 그동안 교황과의 회담을 피해 왔다. 이번 회동은 비(非)유럽 출신 교황의 오랜 요청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묵인하고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중재에 의해 비유럽에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측은 이번 회담에서 정교회 수장이 교황과 대등한 입장에 선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여름 각국 정교회 총대주교 회의가 예정돼 있어 러시아 총대주교의 위상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정교회의 세력이 강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즉,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정신적으로 하나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또 경제 위기에 빠진 유럽과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 간의 대립을 완화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전략도 두 지도자가 회동이 성사된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서방과 대립하며 고립 중인 러시아와 러시아 정교회가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용하고 있으며 교황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AP가 전한 일각의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용어 클릭] ■가톨릭과 정교회 기독교는 1054년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가톨릭과 콘스탄티노플(현재의 터키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하는 동방 정교회로 분열됐다. 교리의 핵심인 ‘삼위일체’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로 서로가 상대를 파문했다. 바티칸의 가톨릭에서는 교황이 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반면 동방 정교회에서는 각 교회는 대등하다고 본다. 총본산이라는 개념은 없지만 콘스탄니노플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근세 들어 정치적 영향력이 크고, 정교회 신자의 3분의2를 보유한 러시아가 중심이 됐다. 가톨릭은 주로 서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약 12억명, 정교회는 러시아와 동유럽, 그리스 등에서 약 2억 5000만명의 신자를 두고 있다.
  • “소설 속 아키·사쿠타로 같은 ‘작고 우연한 만남’ 늘 공상”

    “소설 속 아키·사쿠타로 같은 ‘작고 우연한 만남’ 늘 공상”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작가 가타야마 교이치(57)가 오는 4월 신작을 낸다. 불치병에 걸린 20대 청년 3명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우울함에 뒤엉켜서’(tangled up in blue)다. 미국 포크 가수 밥 딜런의 노래 제목에서 소설 제목을 가져왔다. 신간 출간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재일본한국YMCA에서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마련한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그는 새 작품에 대해 “세 청년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서로 대화하고 고민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계기가 돼 집필에 들어갔습니다. 후쿠시마에 사는 아이들 중 갑상선암이 발견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봤죠. 그곳 아이들이 컸을 때 동시에 백혈병이나 암 등 불치병에 걸릴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그런 운명에 처했을 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작가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명이었던 그를 일본 대표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1년)는 각별했다. 소설은 여주인공 아키를 떠나보내는 사쿠타로의 상실감을 그렸다.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둘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지만 아키는 백혈병에 걸려 사쿠타로 곁을 떠나게 된다. “이 작품은 제게 가장 특별해요. 많이 팔려서가 아닙니다. 다른 작품들은 글을 쓰다 보면 고생도 많이 하고 막히기도 하는데 이 소설은 3개월 만에 작품 구상에서 탈고까지 끝냈어요. 의식적으로 쓴 작품과 무의식적으로 쓴 작품이 있다면 이 작품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가타야마는 39세 때 이 소설을 썼다. “일본에선 청춘소설에 해당합니다. 작가들은 청춘소설을 써 보고 싶어 해요. 당시 청춘소설을 쓰기엔 아슬아슬한 나이였죠. 이 나이가 지나면 영원히 못 쓸 거 같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생 때 첫사랑을 해 작품 속 주인공을 고등학생으로 했습니다.” 그는 소설에서 불치병에 걸린 아키를 사쿠타로가 문병 갔을 때 둘이 나누는 이야기, 두 사람이 호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면서 밤기차에서 나누는 이야기, 두 사람이 병실에서 마지막으로 나누는 이야기를 ‘베스트3 이야기’로 꼽았다. “둘은 죽음을 앞두고 애절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서로 전혀 모르는 타인이었습니다. 우연히 중학생 때 알게 돼 고등학생 때 연인 사이가 됐을 뿐이죠. 그런데도 부모 자식보다 더 진한 관계를 이룹니다.” 가타야마는 아키와 사쿠타로와 같은 ‘우연한 만남과 관계’를 늘 공상한다. 요즘은 히틀러와 로마 교황이 형제가 되는 이야기를 공상한다. 화가를 꿈꾸는 히틀러와 성악가가 되고자 하는 교황의 여동생이 1차 세계대전 전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고 우연한 계기로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것, 그 만남이 불행을 없앨 수 있어요. 전혀 모르던 타인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게 인간이고 그것이 인간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그렇게 하면 세계를 밝게 그릴 수 있습니다.” 글 사진 도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IS 고위 간부만 노리는 ‘신출귀몰 스나이퍼’

    IS 고위 간부만 노리는 ‘신출귀몰 스나이퍼’

    리비아의 한 도시에서 정체불명의 저격수가 이슬람국가(IS) 간부들을 연속적으로 암살하고 있다는 영화 같은 소문이 현지에서 확산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리비아 시르테 시에서 주요 IS 간부를 연쇄적으로 암살하는 저격수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도시 내에 무성한 상태라고 전했다.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카다피의 고향이기도 한 시르테 시는 지난해 여름, IS의 수중에 들어갔다. 리비아 정보부는 도시 안에 최대 2000명의 IS 대원들이 주둔 중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재판을 통해 주민들에게 태형 및 참수형을 내리는 등 폭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시르테 시에서는 최근 약 열흘에 걸쳐 최소 3명 이상의 IS 간부가 원거리 총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정체불명의 저격수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최근에 사망한 인물은 리비아 남부 오바리 시를 통제하던 IS 점령지 지휘관 압둘라 하마드 알안사리로 지난 24일 시르테 시 중심부의 모스크를 나서던 중 저격당했다. 이에 앞서 수단 출신으로 IS에 의해 법관에 오른 하마드 압델 하디 또한 도시 내 병원 앞에서 저격된 것으로 전해진다. 혼자 활동하는지, 특정 조직의 일원인지, 혹은 실존하는지 여부조차 아직 확실하지 않은 이 저격수로 인해 IS는 혼란에 빠졌으며, 그를 색출하고자 시민들을 대상으로 탐문과 체포, 처형을 일삼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은 증언했다. 한 주민은 현지 온라인 뉴스매체 ‘알와사트’(al-Wasat)에 “하마드 압델 하디가 죽고 나자 IS 간부들 사이에서는 공포가 빠르게 확산됐다”며 “그들은 겁에 질려 저격수를 수색하면서 지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무작위로 허공에 총을 쏘아댔다”고 전했다. 이 저격수가 누구냐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이 인물이 인근 도시 미스라타 시 민병대의 일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스라타 시 민병대는 지난해 초 시르테 시를 방어하며 IS와 전투를 벌였으나 끝내 후퇴했던 전력이 있다. 또한 이 저격수가 사실 미군의 특수부대원이라는 흥미로운 가설도 나온다. 해당 지역에서 첩보 등을 위해 암약하고 있는 미 특수부대 구성원 중 일부가 저격을 감행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이 인물이 과거 카다피를 상대로 저항했던 저항군에게 훈련을 받은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텔레그래프는 현재 시르테 시 내부의 정보를 확실히 입수할 수 있는 수단은 없으며, 이 저격수가 억압상태에 빠진 현지인들이 희망에 차 만들어낸 ‘도시전설’에 불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소문은 지난 2001년 개봉했던 헐리우드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비에트군의 전반적 사기를 올려줬던 전설적 저격수 ‘바실리 자이체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흥미롭게도 아랍지역 군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었다. 실제로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맞서는 시리아 반군은 최고의 저격수에게 바실리를 기리는 의미로 ‘스나이퍼 모스크바’라는 별칭을 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1945년, 전쟁 후유증 시달린 현대사의 시작

    1945년, 전쟁 후유증 시달린 현대사의 시작

    0년/이안 부루마 지음/신보영 옮김/글항아리/464쪽/2만 3000원 1945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기념비적인 해다. 폐허 속에서 인류 문명이 재건의 물꼬를 텄고, 세계체제 재편도 시작됐다. 새 책 ‘0년’은 이처럼 1945년 한 해를 근간으로 세계사를 써내려 간다. ‘0년’은 그러니까 1945년과 동의어이자 현대사의 시작이고 뿌리인 셈이다. 복수에 굶주리면 인간은 파괴적인 힘을 낸다. ‘0년’ 이후 피의 복수는 이어졌고, 전쟁의 그늘은 사람들에게 긴 멍에를 지웠다. 책의 기본적인 시각도 응징-보복-고통-치유로 이어진 현대의 많은 성취와 상처가 결국 ‘0년’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첫 장을 열면 전쟁과 그 후유증에 시달린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부분 성(性)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승전국 병사들의 패전국 여성에 대한 광범위한 성폭행, 연합군과 해방국 여성 간의 불평등한 ‘생존형’ 성매매 등의 문제들이 도마에 오른다. 독일 베를린에서 성매매 여성은 ‘폐허의 생쥐’로 통했다. 일본 여성의 ‘친교’ 활동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부에선 연합군에 대한 광적 환희를 표출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여성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회고록에 “파리 여성들의 주요 일탈은 미군 사냥”이라고 썼다. 한 네덜란드 역사가는 “1940년 네덜란드 남자들은 군사적으로 두들겨 맞았고, 1945년에는 (자국 여성의 외국 병사 선호 탓에) 성적으로도 두들겨 맞았다”고까지 표현했다. 위안부 문제도 언급된다. 저자는 “한국이나, 일본군 치하의 국가에서 납치”된 위안부가 “일본군을 위한 공창의 성노예”였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양식 있는 이들의 역사인식은 세계 어디서나 같은 거다. 역설적인 건 일본 스스로도 자국의 여성을 성의 노예로 내몰았다는 점이다. 일본이 항복하고 3일 뒤인 8월 18일, 일본 내무부는 지역 경찰서에 ‘위안시설’을 지으라 지시한다. 이유야 뻔하다. 일본군 스스로가 한국과 중국, 다른 아시아 여성들에게 광범위한 성폭행을 저질렀는데, 이제는 연합군에 의해 자국의 여성들이 똑같은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이게 된 거다. 그러니 정복자들의 유린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방주사’를 놓겠다는 것인데, 이게 현명한 조치였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터다. 책이 성 문제만 다루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외려 여러 목차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저자는 종전 뒤에 따라온 해방 콤플렉스, 기아와 보복의 만연, 매국노 처벌, 인민재판식 숙청, 전범 재판의 불완전한 정의, 평화와 인권에 대한 희망, 야만의 문명화 등과 같은 주제들을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70년도 넘었는데… 두손 모은 獨의 참회

    70년도 넘었는데… 두손 모은 獨의 참회

    나치가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인 27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홀로코스트 생존 여성 루트 클뤼거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단 앞에 놓인 추모 화환 바로 앞줄에서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총리와 요아힘 가우크(가운데) 대통령 등이 나란히 앉아 있다. 84세인 클뤼거는 자신이 경험한 수용소 생활과 나치의 성폭행 등을 말하면서 “(수용소에서는) 죽는 것이 정상이었고 살아남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독일은 여전히 과거를 기억하고 참회하는 기회를 갖고 있다. 베를린 AP 연합뉴스
  • [아하! 우주] “우주 쓰레기, 3차 세계대전 유발할 수 있다”

    [아하! 우주] “우주 쓰레기, 3차 세계대전 유발할 수 있다”

    우주쓰레기가 우주 전반의 환경 및 인류와 지구 뿐만 아니라 세계 정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현지시간으로 23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의 연구원 비탈리 아두슈킨은 보고서를 통해 우주 쓰레기로 인해 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우주쓰레기는 우주선의 파편과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폐기된 인공위성, 우주에서 분리되는 우주선 발사추진제 등을 포함한다. 아두슈킨 박사에 따르면 현재 우주를 떠돌고 있는 우주쓰레기 중 길이가 10㎝이상인 것만 약 2만 3000여개에 이른다. 이보다 작은 크기의 우주쓰레기까지 합치면 지구 궤도상을 떠도는 우주쓰레기는 수조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우주쓰레기는 지구 궤도를 시속 2만8160㎞로 비행하고 있는데, 길이 1㎝정도의 작은 우주쓰레기 조각만으로도 세계 각국에서 띄운 각종 인공위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문제는 인류의 인공위성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공위성 기능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통신장비 이상은 물론이고, 각국 군사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제정세가 급박한 분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 아두슈킨 박사의 주장이다. 아두슈킨 박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차례 군사데이터 수집용 우주선에 갑작스러운 작동 이상이 생긴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원격측정 또는 직접 관측 등을 통해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총 두 가지 가능성을 내놓을 수 있는데, 하나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우주쓰레기의 영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류의 ‘우주전쟁’에서 비롯된 교묘한 술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가능성은 국제 정책상 매우 위험한 딜레마가 될 수 있다. 특히 군사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우주선과 관련해서는 각국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시리아 내전이나 갈등을 겪는 국가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러한 사고는 관련 국가들의 보복 공격을 불러일으켜 세계 대전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현재 러시아 우주감시시스템(RSSS)과 미국 우주감시네트워크(USSSN) 측은 10㎝ 이상의 우주쓰레기 2만 여개의 움직임과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 아두슈킨 박사의 우주쓰레기 관련 연구는 국제우주학회지인 국제우주항행연맹 저널(The Journal acta astronautica)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키히토 일왕 “일본인들, 전쟁때 필리핀인 희생 절대 잊지 않아”

    베그니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의 초청으로 일본 군주로선 처음으로 필리핀을 방문 중인 아키히토 일왕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필린핀인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닷새간 이어질 이번 방문은 일본과 필리핀의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으며, 일본과 필리핀의 외교적 밀월 관계를 상징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7일 NHK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저녁 마닐라에서 열린 아키노 대통령 주최의 환영 만찬에서 “지난해 우리는 2차대전이 끝난지 70주년을 맞이했다”며 이 같이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 그는 “전쟁 중 필리핀에서 일·미 양국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많은 필리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면서 “우리 일본인은 이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되며, 이번 방문에서도 이것을 깊이 마음에 두고 하루하루 여정을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왕 내외는 이날 ‘무명 전사의 묘’를 찾아 전쟁 당시 숨진 필리핀인들을 추모했다. 오는 29일에는 현지의 일본인 전몰자비를 찾을 예정이다. 2차대전때 전쟁에 휘말린 필리핀인 희생자는 100만 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왕의 방문으로 필리핀 국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죄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 등은 필리핀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방문에 맞춰 일본 정부에 보상과 사죄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 계획이지만 일본 정부를 의식한 필리핀 당국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에는 생존 필리핀인 위안부 중 최고령인 힐아리아 부스타멘테(90) 할머니도 참여할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포드차 年 5000대 판매… 자존심 구겨 日 철수

    자동차 대량생산의 상징인 포드자동차가 올해 말까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다. 1925년 일본에 첫발을 내디딘 지 90년 만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일등만 살아남는다”는 통설을 다시 입증하게 됐다. 2001년 진출했던 현대자동차도 2009년 판매 부진으로 철수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포드가 일본에서 철수하는 대신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다른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환경 규제 및 정보기술과의 결합 등으로 업체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본처럼 실적이 저조한 시장에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포드의 일본 판매량은 4968대로, 가장 많았던 1996년의 5분의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 소형차 ‘포커스’ 등을 중심으로 판매했지만 일본 수입차 시장에서 포드 비중은 1.7%로 미미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일본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32%였지만 미국 자동차의 일본 점유율은 0.3%에 불과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포드는 1925년 요코하마 공장에서 첫 생산을 시작하며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미·일 관계 악화로 공장은 문을 닫았지만 수입 판매 형태로 전환해 현재까지 일본 사업을 이어 왔다. 1979년에는 실적이 악화된 마쓰다자동차에 출자해 위탁 생산 형태로 소형차 ‘페스티바’를 판매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지난해 마쓰다를 매각했다.포드는 아시아 신흥국 시장 진출 강화를 통해 전 세계 판매량을 2020년까지 94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681만대를 판매한 2014년에 비해 50%가량을 신장시킨다는 목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럼즈펠드 전 美국방, 게임 개발자 변신

    럼즈펠드 전 美국방, 게임 개발자 변신

    도널드 럼즈펠드(83) 전 미국 국방장관이 게임 개발자로 변신했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를 모델로 한 카드게임이다. 럼즈펠드 전 장관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업체 WSC솔리테어를 통해 아이폰용 카드게임 ‘처칠 솔리테어’를 내놨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처칠 수상이 전략을 고민하기 위해 즐겼던 카드게임이라는 설명이 덧붙어 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럼즈펠드 전 장관은 프로그래머들에게 메모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그가 국방장관 재직 시절처럼 ‘눈발처럼 많은’ 메모로 프로그래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1973년 벨기에 브뤼셀에 북대서양조약기구 미국 대사로 나갔을 때 친구가 된 앙드레 스테르케 벨기에 대사에게서 이 카드게임을 배웠다. 스테르케 대사는 2차 대전 때 벨기에 정부가 영국 런던에 망명할 당시 처칠 수상에게서 이를 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게임은 국내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 등 iOS 기기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용은 출시되지 않았다. 일부 체험판을 제외하면 대부분 앱 안에서 결제해야 한다. 수익금 중 일부는 미국 참전 용사 가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죽음을 마주했던 64명의 삶 이야기

    죽음을 마주했던 64명의 삶 이야기

    여러분 죽을 준비 됐나요/스터즈 터클 지음/김지선 옮김/이매진/544쪽/2만 1500원 미국의 물리학자 드미트리 미할리스는 심한 조울증을 앓다가 권총 자살까지 생각했다. 한 번은 큰 교통사고로, 또 한 번은 약물 치료로 인한 리튬 중독으로, 모두 네 차례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되돌아왔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하루를 공짜로 더 얻었다고 되뇌인다. 그리고 다시 찾은 삶을 선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중증 외상 환자를 맞은 의사에게는 극복해야 할 도전 과제다. 늘 지켜봐야 하는 간호사에게는 외면 대상이다. 죽음 직전의 순간을 접하는 응급구조사는 죽음을 논하기에는 사치스러운 입장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교사는 죽음을 축제처럼 여기고, 자신이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던 19세기에는 누구나 죽음을 알았지만 병원과 요양원에서 온갖 기계 장치를 단 채 죽어가는 20세기에는 죽음을 아는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한다. 19세기에는 아무도 몰랐던 섹스를 20세기에는 모두가 알게 된 것처럼, 죽음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포르노그래피가 됐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기억을 서술한 ‘선한 전쟁’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작가이자 라디오 진행자, 인터뷰 진행자로 이름난 저자가 죽음을 지켜본, 또는 죽음 앞에 섰던 64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자는 이들의 입을 빌려 독자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나마 이야기하고 있다. 또 현대 사회에서 죽음이 더 좋은 삶을 위한 회고와 성찰의 계기가 아니라 일상다반사가 됐다고 지적하며 삶을 충실하게 끝까지 살고 나서 죽음에 맞서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저자가 아흔여섯에 세상을 뜨기 7년 전인 2001년 출간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아이슬란드는 어떻게 ‘꽃청춘’의 천국이 됐을까

    [송혜민의 월드why] 아이슬란드는 어떻게 ‘꽃청춘’의 천국이 됐을까

    아이슬란드는 초현실적일만큼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며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들에게까지 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하나 막상 아이슬란드를 직접 찾으면 아름다운 자연 만큼이나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하다. 흔한 패스트푸드점에서 6인분의 치킨이 한화로 6만원에 달한다 하니, 주린 배를 ‘패스트푸드 따위’로 채우는 일은 언감생심 꿈꾸기 힘들다. 아이슬란드의 어마어마한 물가수준의 원인 중 하나는 높은 최저임금으로 꼽힌다. 높은 것은 최저임금과 물가뿐만이 아니다. 노인복지 수준과 행복지수 역시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가 바로 아이슬란드다.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어떻게 가능할까? ◆최저임금·높은 물가 vs 행복지수의 상관관계 인구 약 32만 명의 작은 나라인 아이슬란드는 OECD국가 중 최저임금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핀란드 등 유럽 8개국 중 하나다. 이들 국가들은 산업별‧기업별로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데, 최근 소개된 아이슬란드의 시간당 최저임금 1만 4000원은 이렇게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임금의 평균이지, 법적으로 지정된 임금은 아니다. 다만 최저시급을 정하는데 있어 자유를 부여했음에도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비강제 최저임금’ 국가들의 평균 최저시급 수준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의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든 아이슬란드가 자랑하는 ‘높은’ 것은 최저임금뿐이 아니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2015 임금과세’(Taxing Wages) 보고서에 따르면 급여에서 세금을 뺀 1인 세후 소득(가처분소득)은 아이슬란드가 3만 5760달러로, 한국의 4만 421달러보다 낮았다. 즉 한국보다 세전 소득이 많지만 그만큼 떼어가는 세금도 많다는 뜻이다. OECD국가 중 한국보다 총소득은 높고 세후 소득은 낮은 국가는 아이슬란드를 포함해 독일과 미국, 일본, 덴마크 등 8개국이다. 물가수준은 또 어떤가. 세계 최대 통계 사이트 넘베오(www.numbeo.com)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물가를 100으로 기준했을 때, 아이슬란드의 물가수준은 112.43을 기록했다. 한국의 80.4(35위)에 비해 한참을 웃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객이 아닌 현지인 입장에서는 ‘비싸서 못살겠다’ 소리가 절로 나올 듯하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최저임금과 더불어 세금도 높고 물가도 높은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4월 UN이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아이슬란드는 10점 만점 중 7.56점으로 스위스(7.59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GDP, 기대수명, 갤럽이 실시한 사회보장에 대한 인식과 선택의 자유 등의 항목을 토대로 국민의 행복도를 조사한 것으로, 아이슬란드보다 최저임금은 낮지만 세금도 낮고 물가도 낮은 대한민국은 총 5.98점으로 47위에 그쳤다. 무엇이 대한민국 국민보다 아이슬란드 국민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행복하다는 아이슬란드 국민 vs ‘헬조선’이라는 대한민국 국민 인종차별 또는 성차별 등의 문화적인 요소를 포함해, 한 국가의 행복지수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안정적인 삶의 영위를 가능케 하는 차별없는 노동, 임금, 복지의 국가적 보장이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물가 수준에서 세금도 많이 내야 하는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절대적인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게다가 1인당 노동시간도 다른 북유럽 국가에 비하면 짧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슬란드 국민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 2위’로 만든 것은 결국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지켜주는 법적 보호망과 노동에 대한 인식이다. 대한민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아이슬란드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2013년 기준 1인당 노동시간은 2163시간으로 멕시코(2237시간) 다음으로 높다. 그렇다고 물가가 낮느냐, 그것도 아니다. 아이슬란드(112.43)에 비해 낮긴 하나, 실제로 미국 평균 물가(80.54)와 유사한 수준(80.44)이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대한민국 국민이 ‘헬조선’을 벗어나 행복한 국민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아이슬란드처럼 물가가 현재보다 더 치솟을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삶의 만족도, 더 나아가 행복지수를 끌어올릴 수는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최저임금에 그토록 첨예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그리스와 정반대의 선택했던 아이슬란드의 현재 아이슬란드는 과거 한국,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금융위기의 아픔을 겪은 나라다. 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기적을 일으켰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1인당 부채비율이 치솟았다. 2008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이슬란드에게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했다. 즉 긴축정책을 통해 각종연금과 수당을 줄이고 국립병원을 폐쇄하는 등의 복지예산 축소를 제시한 것이다. 얼마 전 그리스의 선택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달랐다.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복지 예산을 늘리는데 집중했다. 급격하게 증가한 실업자를 위해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조정했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건강을 잃지 않도록 건강보험 예산을 늘렸고,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양육비와 실업수당을 높였다. 결국 아이슬란드는 정상궤도를 되찾는데 성공하면서 2013년에는 2.8%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 효과는 현재까지 이어진다. 물가도 비싸고 세율도 높지만, 아이슬란드는 유럽 내에서도 소득과 교육, 복지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행복하다. 대한민국이 아이슬란드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중세 백탑의 도시 체코 프라하… 시간을 거슬러 신비를 거닐다

    중세 백탑의 도시 체코 프라하… 시간을 거슬러 신비를 거닐다

    한국인이 가고 싶은 곳 1위, 세계 3대 야경, 세계 6대 관광 명소. 무엇에 근거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모두 체코 프라하를 상찬하는 표현인 것만은 분명하다. 프라하는 흔히 ‘백탑(百塔)의 도시’라 불린다. 뾰족한 첨탑을 인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아서다. 어디 첨탑뿐이랴. 골목과 골목, 건물과 건물 사이에 깃든 중세의 신비를 따라 돌자면 하루해도 모자란다. 프라하는 블타바강을 경계로 두 지역으로 나뉜다. 강 서쪽은 프라하성, 동쪽은 구시가지 광장이 중심이다.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게 카를 다리다. 돌아볼 곳 많은 프라하에선 특히 시간 안배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해가 짧은 겨울에는 낮 시간 내내 프라하성과 카를 다리 일대를 꼼꼼하게 살피는 게 좋다. 저물녘 풍경은 카를 다리에서 맞는다. 블타바강과 프라하성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장면이 더없이 로맨틱하다. 그리고 구시가지는 밤에 돌아보는 것으로 동선을 짠다. 1200년의 낭만 켜켜이 새긴 프라하성 새벽녘 스트라호프 수도원으로 간다. 현지 가이드가 기막힌 풍경이 숨겨져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곳이다. 프라하성 뒤편 언덕에 있다. 모차르트가 연주한 오르간이 있다는 수도원은 1140년 세워졌다. 수도원 앞마당에서 작은 쪽문을 지나면 페트르진 공원이다. 여기서 맞는 여명의 시간이 더없이 서정적이다. 프라하성과 블타바강, 그리고 프라하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체코 관광청이 선정한 ‘프라하 톱 10’에 이름을 올렸는데도 뜻밖에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프라하성은 1200여년 전 처음 세워졌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의 건축 양식이 뒤섞여 있다. 프라하성은 사실 하나의 건물이 아니다. 성당과 왕궁, 수도원, 정원, 대통령 관저 등을 한데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구석구석 살피자면 하루해도 짧다. 성 비트 성당, 황금 소로 등의 명소는 물론 성 뒷문의 계단 길까지 꼼꼼하게 돌아보길 권한다. ‘황금소로 22번지’는 체코를 대표하는 문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대표작 대부분을 집필했다는 곳이다. 카프카 박물관은 카를 다리 아래쪽에 있다. 카를 다리 신부상에 바친 사랑의 맹세 프라하성 쪽에서 블타바강을 건너 구시가지 쪽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저 유명한 카를 다리다. 체코의 위대한 왕 카를 4세의 이름을 딴 석조 다리다. 명소들로 가득한 프라하에서도 특히 연인들의 가슴을 ‘저격’한다고 할 만큼 로맨틱한 풍경을 선보이는 곳이다. 원래 나무로 세워졌으나 지금의 면모를 갖춘 건 1402년께다. 520m 길이의 다리 난간에는 30개의 보헤미아 성인상이 세워져 있다. 그 가운데 머리 뒤로 다섯 개의 별을 두른 신부의 석상 앞에 유독 관광객들이 몰린다. 고해성사로 알게 된 왕비와 정부(情夫)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 왕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신부다. 동상 아래 동판을 만지면 소원 성취한다니, 한번 시도해 보시길. 카를 다리 아래 오른쪽은 캄파지구다. 좁은 수로로 연결된 작은 섬인데, 워낙 사람들의 내왕이 잦다 보니 사실상 뭍처럼 인식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1996)의 팬이라면 이 일대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톰 아저씨’(톰 크루즈)가 ‘형’이었던 시절 찍은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영화 초반부의 강렬한 액션 장면들이 죄다 이 일대에서 촬영됐다. 예컨대 카를 다리에선 팀의 책임자 짐 펠프스(존 보이트)가 총에 맞은 척 떨어지는 장면을 찍었다. 이단 헌트(톰 크루즈)와 여성 요원 사라(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짐짓 연인인 척하던 담벼락, 또 다른 여성 요원 한나(잉게보르가 다프쿠나이트)의 차량이 폭발한 주차장, 글리츤(마르첼 유레스)과 사라가 크리거(장 르노)의 칼에 찔려 죽은 골목 등이 모두 캄파지구 안에 있다. 카를 다리 너머 구시가지는 야경이 멋들어지다. 겨울밤이 긴 덕에 카를 다리의 불타는 노을을 감상한 뒤 느린 걸음으로 찾아도 넉넉하다. 목적지는 구시가지 광장이다. 너른 광장 주변으로 볼거리들이 빼곡하다. 가장 먼저 만나는 명소는 천문시계탑이다. 1410년 만들어진 시계는 ‘오를로이’라고도 불리는데 지금도 작동된다. 시간 너머의 끝을 알리는 천문시계 천문시계는 매시 정각에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시계 오른쪽에 붙은 해골이 줄을 당기면 두 개의 창이 열리고, 12사도를 형상화한 인형들이 차례로 얼굴을 선보인다. 이어 베드로의 수탉이 홰를 치면서 창이 닫힌다. 퍼포먼스는 채 1분을 넘기지 않는다. 그리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문시계는 다양한 조각물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시간 너머에 죽음이 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부질없는 욕망을 꿈꾸는 인간을 꾸짖는 것이다. 시계를 설계한 천문학자 이야기도 전한다. 다른 나라에서 천문시계에 관심을 보이자 똑같은 시계를 만들지 못하도록 천문학자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 여부는 불분명하다. 천문시계는 위아래 두 개의 큰 시계로 이뤄졌다. 위는 칼렌다륨, 아래는 플라네타륨이라 불린다. 칼렌다륨은 천동설에 따라 해와 달, 천체의 움직임에 맞춰 1년에 한 바퀴씩 돌며 연, 월, 일, 시간을 나타낸다. 플라네타륨은 당시 보헤미아의 12계절별 농경생활을 보여 준다고 한다. 천문시계탑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걷기보다 엘리베이터를 타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광장 가운데 얀 후스의 동상이 서 있다. 마르틴 루터보다 100년 앞서 가톨릭의 개혁을 주장하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한 종교개혁가다. 동상 너머는 틴 성당이다. 높지거니 솟은 성당의 두 첨탑이 우아하면서도 당당한 자태로 이방인들을 굽어보고 있다. 흰빛의 성당은 흰색 조명이 켜지는 밤에 더욱 화려하게 변한다. 구시가지 끝은 화약탑이다. 1475년 세워진 고딕 양식의 탑으로, 화약 창고로 쓰였다고 해서 화약탑이다. 오래전 체코 왕들은 대관식에 가기 위해 화약탑을 들머리 삼았다고 한다. 지금도 화약탑에서 구시가지와 카를 다리를 거쳐 성 비트 성당까지 이어진 길을 ‘왕의 길’이라 부른다. 한 잔의 사치, 황금빛 맥주의 고향 플젠 꼭 찾아야 할 프라하 외곽 지역 한 곳만 덧붙이자. ‘황금빛 맥주’의 고향 플젠이다. 프라하에서 차로 한 시간쯤 떨어졌다. 체코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은 몰라도 ‘라거’라는 맥주 스타일은 한번쯤 들어봤을 터. 그 유명한 ‘라거의 원조’ 필스너 우르켈이 처음 세상에 나온 곳이 플젠이다. ‘우르켈’의 뜻 또한 우리말로 ‘원조’라니, 체코 사람들의 자국 맥주에 대한 자긍심이 여간 아닌 듯하다. 필스너 우르켈 공장은 해마다 25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공장 투어 프로그램에 따라 맥주 제조 과정을 낱낱이 살필 수 있다. 필스너 우르켈은 아직도 전통적인 양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1차 세계대전 때나 쓰였을 법한 옛 동굴 속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친다. 무엇보다 좋은 건 날것 그대로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살균이나 여과를 하지 않아 효모가 그대로 살아 있는 맥주를 오크통에서 곧바로 따라 준다. 그만큼 맛과 향이 짙고 풍부하다. 글 사진 프라하(체코)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인천공항에서 체코 프라하까지 직항편이 운항되고 있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로는 터키항공 쪽이 나아 보인다. 비수기 때 유럽 도시 왕복항공료가 70만원대까지 낮아지기도 한다. 인천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프라하까지 간다. 체코의 공식 통화는 코루나다. 1코루나는 약 50원이다. 유로화도 통용된다. 한국과의 시차는 8시간이다. 프라하에선 매일 저녁 실내악부터 오페라, 재즈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워낙 인기가 높아 현지에서 당일 표를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인터넷(www.pragueticketoffice.com)으로 예약해야 한다. 체코 특산물을 찾는다면 ‘마누팍투라’를 권한다. 간단한 귀국 선물로 딱이다.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수에 맥주 효소를 첨가해 만든 맥주 화장품이다. 황금소로와 구시가지 틴 성당 인근에 매장이 있다. 핸드 크림이나 립밤 등 값싼 제품들이 많다.
  • 해외여행 | [마리아나 원정대] Rota 로타-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섬

    해외여행 | [마리아나 원정대] Rota 로타-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섬

    intro 로타를 말하는 키워드들 -글 정연주 여행이 식상해질 때가 있다. 뻔하게 구경하고, 뻔하게 놀고, 뻔하게 먹고, 뻔하게 휴식하는, 관광객에게 최적화된 여행지들이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여행의 신선함을 느끼기 어려웠다면, 여기 로타가 있다. 익숙한 휴양지인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불과 40여분 떨어져 있는 아주 작은 그 섬 말이다. 태평양의 섬이니 당연히 바다가 예쁘다. 이름 붙은 해변은 물론이고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은 해변들도 예쁘기는 마찬가지다.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루었나 싶을 만큼 투명한 물빛은 분명 자연의 색인데도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로타는 해변 휴양지?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휴양지’라는 상업적인 말을 들이대자니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기존의 단어들로 로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예상을 벗어난 뜻밖의 모습으로 여행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기쁘게 내려놓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닌 곳. 셀카봉을 휘저으며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존경쟁을 하듯 인증샷을 찍고 바쁘게 돌아서는 것이 진짜 여행인지를 되묻게 하는 곳.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지만 그 모든 것들을 다 기억하고 싶을 만큼 너무나 특별한 곳. 그곳이 바로 ‘로타 아일랜드’다. 로타섬은 이 섬의 원래 주인인 차모로 사람들의 언어로는 루따RUTA, 영어로는 로타ROTA다. 북마리아나 제도의 섬들 중 하나로 현재는 미국의 자치령이다. 행정적으로는 사이판에 부속되며 괌과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다. 제주도의 20분의 1 정도의 면적에 인구 약 2,500명의 작고도 작은 섬이다. 섬 어디를 가든 차로 20~30분 내외면 도착한다. ●The Words for Rota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섬 글 정연주 #낯섦 그리고 여유로움 Strange & Slow ‘로타’라, 아무래도 낯선 이름이다. 사이판 옆의 작은 섬이라는 것 외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로 경비행기를 탔다. 푸른 바다 위를 날아서 40여 분 만에 도착한 로타 공항은 공항이라기보다 시외버스터미널 같은 느낌.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누군가 나무열매로 만든 레이를 걸어 준다. 피에스타Fiesta, 축제 기간이라 방문객들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란다. 목걸이를 걸어 주는 아주머니의 넉넉한 웃음이 하와이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뭔가 아마추어 같달까? 그런데 기분이 좋다. 로타에서는 잘 포장된 도로를 종일 달려도 차가 막히는 일이 없다.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찾아보기 힘들다. 숙소에서 운영하는 셔틀 밴의 운전사는 이따금씩 마주치는 차들과 일일이 손을 들어 인사를 나눈다. 모두가 아는 사람이고, 모두가 친구다. 볼거리가 있는 포인트에서조차 관광객끼리 마주치는 일이 드물다. 나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로타는 여행지가 아니다. 관광지는 더더욱 아니다. 로타는 거기에 있을 뿐이고 나도 잠시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 빈티지 Vintage 로타는 어디를 가더라도 깨끗하다. 낡고 오래됐고, 일부는 지난 여름 태풍의 영향으로 파손된 상태지만 더럽거나 어질러져 있지는 않다. 로타의 자연스러운 빈티지함이 워낙 강한 탓이다. 건물도 식당도, 마트와 성당과 묘지조차도 빈티지하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하루 종일 오래된 미국 컨트리송이 흘러나온다. 언뜻 보아도 꽤나 오래된 픽업트럭을 주차 시켜 놓고 낚시를 하고 있는 주민들의 차림새도 꼭 맞게 어울린다. 1970년대 미국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지만, 맥도널드와 스타벅스가 없는 미국 땅. 반짝반짝 빛나는 새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로타의 빈티지한 매력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 색, 바다 Colorful Sea 제주도 면적의 2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북태평양의 섬. 섬 어디서든 보이는 바다의 색을 로타 블루ROTA BLUE라고 하겠다. 새파란 로타의 바다를 달리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 사람 people 로타 사람들은 경계심이 없다. 누구에게나 웃고 말을 걸면 좋아한다. 예상을 넘어서는 친절함과 순박함이다. 서로 다 안다는 인구 2,500명의 마을에 살다 보면 나도 그렇게 변할까? 축제장에서 우리가 브니엘로스마나코코넛떡을 튀긴 것를 맛있게 먹자 다음날 집에서 만든 코코넛떡을 가져온 운전사 아저씨나, 주문한 음식을 깜박하고 몇십분이나 늦게 내오면서도 멋쩍은 웃음 하나로 분위기를 풀어 버리는 식당 직원도 나를 자기 집에 놀러온 손님쯤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로타에서는 여행자의 신분을 잊게 된다. # 야경, 불빛보다 별빛 Starlight 해가 지면 섬은 온전히 캄캄해진다. 바나 레스토랑 등은 오후 9시쯤이면 모두 문을 닫고 작은 가게들은 대부분 그보다 더 일찍 문을 닫는다. 마을을 벗어나면 가로등조차 드문, 말 그대로 캄캄한 밤이다. 그래서 로타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야경이 존재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빼곡하게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질 것만 같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육안으로 또렷이 보이고, 투명해 보일 정도로 맑은 별빛은 끝없이 반짝거린다. 운이 좋은 나는 하룻밤에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두 번이나 보았다. 어떤 도시의 화려한 야경보다도 감동적이다. ●Rota Island Tour 로타인들이 편애하는 테테토 비치Teteto Beach 로타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 중 하나다. 완만한 해안선과 하얀 모래사장 너머로 투명하게 푸른 바다가 잔잔하게 출렁이고, 해변을 따라 늘어선 야자수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사람이 놀 수 있는 깊이에서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으로 스노클링이 가능하다. 주말이면 현지인들이 종종 바비큐 파티를 하기도 하고, 결혼식 피로연 장소로도 애용하는 곳. 파도의 드라마, 비나탕 비치Binatang Beach베타랑스 공원Beterangs Park과 테테토 비치 사이에 위치한다. 야자수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몇 걸음만 옮기면 따뜻한 바닷물이 발목을 적시고 모래사장과 수평을 유지하며 펼쳐진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해안에서 먼 쪽 바다에도 낮은 울타리처럼 암초들이 둘러져 있기에 멀리서 부풀려지며 다가오는 파도들이 포말로 부서져 버리고 육지로 가까워질수록 호수처럼 잔잔해지는 진기한 풍경이 연출된다. 암초 때문에 수영은 어렵지만 아쿠아 슈즈를 신었다면 발을 적셔가며 풍광을 즐겨 보기를 추천한다. 이 해변의 일몰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수도 있다. 자연이 만들어 준 스위밍 홀Swimming Hole비나탕 비치와 마찬가지로 해안가에 암초가 펼쳐진 곳. 하지만 이곳은 수영이 가능하다. 암초에 둘러싸인 천연 수영장의 바닥은 부드러운 모래고, 수심도 적당하다. 다만 파도가 거친 날이나 밀물 시에는 암초에 다칠 위험이 있으니 수영을 자제해야 한다. 로타 리조트 & 컨트리 클럽에서 차로 5분 거리. 유일하고 독특한 송송 빌리지Song Song Village로타의 모든 행정기관과 주요 시설들이 이곳에 있다. 병원, 경찰서, 소방서, 은행, 학교, 성당, 묘지, 레스토랑, 마트까지. ‘송송’은 마을village를 뜻하는 차모로 언어다. 섬 안에 마을이 단 하나이니 딱히 이름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들어와 ‘빌리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서 ‘마을 마을’이라는 뜻의 조금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현재는 공항과 가까운 곳에 시나팔루 빌리지Sinapalu Village라는 주거용 마을이 하나 더 있다. 절경을 선사하는 송송 전망대Song Song Look Out완만한 경사로를 차로 약 10분 정도 오르면 로타섬 최고의 전망 포인트가 나온다. 꼭대기에 별이 얹힌 커다란 십자가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앞으로 다가가면 발아래 펼쳐지는 송송 빌리지뿐 아니라 로타섬의 서쪽과 남쪽 해안의 절경과 마주하게 된다. 풍부한 빛이 그대로 퍼져 오는 일몰 시간의 전망대 경치는 로타섬 전체를 통틀어 최고다. 난간에 세워진 나무 십자가는 매년 사순절에 마을 사람들이 예수의 고난을 되새기며 송송 마을의 성당에서부터 지고 올라오는 것 종소리가 특별한 성 프란치스코 데 보르하 교회San Francisco de Borja Church로타 유일의 가톨릭교회로 송송 마을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건물 모서리와 창틀에 푸른색으로 테두리 장식을 한 하얀색 교회 건물. 제법 넓은 내부에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대신 소박한 조명이 있고, 커다란 선풍기 날개가 창으로 비치는 햇살을 반복적으로 자른다. 특별한 점은 종루에 종 대신 포탄이 매달려 있다는 것. 전쟁에 쓰였던 폭탄 껍데기다. 일요일 미사 시간에 맞추어 가면 아주 특별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탕수수 제분소와 일본 기차Japanese Sugar Mill & Train송송 빌리지의 서쪽 끄트머리쯤에 있다. 빨간색 기차 기관실이 허물어져 가는 듯한 붉은 담벼락 앞에 세워져 있어 쉽게 눈에 띈다.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일본 자본으로 세워진 사탕수수 농장과 설탕 가공공장이 근처에 있었고 열차는 항구까지 이를 수송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쟁과 함께 공장은 모두 무너졌고, 현재는 기차 일부와 전쟁 중 포격을 당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제분소 일부가 남았다. 쉬어 가도 좋은 천 그루 야자수 산책로 송송 빌리지에서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코코넛 야자수가 일렬로 길게 심어진 산책로가 펼쳐진다. 야자나무를 인공조림한 곳인데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태평양 전쟁에 승리한 미국 정부가 심었다는 설과, 패전한 일본이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으로 심었다는 설이 그것이다. 어느 쪽이든 야자수 길에 깊게 배인 고요함이 신선하고, 낮은 배경음처럼 찰팍거리는 파도소리와 간간히 지저귀는 새소리가 고요를 살며시 흔들어 깨우는 느낌이 오글거리게 좋을 뿐이다. 로타의 랜드마크 웨딩케이크 마운틴Wedding Cake Mountain로타섬 서남쪽 끝에 있는 산이다. 산의 꼭대기가 평평한 모양인 데다 전체적으로 결혼식에 사용하는 2단 케이크 같은 모양이라 이름 붙여졌다. 로타섬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곳이다. 무거운 전쟁의 흔적, 재패니스 캐논Japanese Cannon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이 사용한 대포가 남아 있다. 산 중턱에 굴을 파고 바다를 향해 대포를 놓았으며 미군이 포격을 하며 이 섬으로 진격해 올 때 이 굴 속에 피해 있었던 사람들은 죽지 않았다고 한다. 웨딩케이크 산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Tip 로타를 여행하는 방법 택시를 포함한 대중 교통수단이 없다. 차를 렌트하거나 호텔에서 운영하는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 공항에 렌터카 사무실이 있고, 로타 리조트 & 컨트리클럽에 묵는 그룹이라면 차량을 포함한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에디터 천소현·손고은 기자 취재 트래비 마리아나 원정대 취재협조 마리아나 관광청 www.mymarianas.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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