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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협력하도록 진화…한국처럼 경쟁 치열한 사회는 인간 본성 역행”

    “인간은 협력하도록 진화…한국처럼 경쟁 치열한 사회는 인간 본성 역행”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욕심은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현대 자본주의 기저에 깔렸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비관적 시각은 권력을 가진 자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됐다. 서로 신뢰할 수 없어야 통제권을 쥔 정점에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젊은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33)은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인간은 서로 믿지 못할 때 권력의 통제 대상으로 전락한다”며 “인간은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인문서 ‘휴먼카인드’(인플루엔셜)의 국내 번역판을 낸 브레흐만은 “자녀의 명문대 진학에 사활을 거는 한국은 경쟁이 치열한 사회지만, 성과 위주의 문화와 극심한 생존 경쟁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사람의 내재적 동기를 신뢰하는 교육으로 바꾸면 창의성과 역동성이 발휘되는 생기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악하다’는 주류 이론에 반기를 들면서 이런 믿음에 기여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조작됐다는 점도 폭로한다. 1971년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교수가 주도한 실험은, 학생들에게 가상의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맡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교도관들은 잔혹하게 죄수들을 징벌해 “일반인들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짐바르도 교수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려고 교도관들에게 사전에 가혹행위를 하도록 강요해 이들이 스스로 악마로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세상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규정한 토마스 홉스보다는 자연 상태로 살았을 때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았다는 장 자크 루소가 더욱 정확하게 보고 있다”며 “코로나19 같은 전염병도 결국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여 생기가 된 문명의 산물”이라고 했다.선사시대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만큼 지능도 높았고 체력은 더 좋았다. 그럼에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로 브레흐만은 협동 능력과 모방을 꼽았다. 그는 “인류는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움으로써 똑똑해지고 모든 지식을 자식에게 전수해 문명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간과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요소가 협동 능력이고,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친절함”이라며 “이 친절함이라는 ‘초능력’ 덕분에 우리는 다른 동물과 달리 협동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 본성이 선하다면 왜 제노사이드와 같이 끔찍한 일이 생길까. 그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인격을 형성하는 환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절함은 무리 지으려는 속성과 맞닿아 있어 자신이 속한 무리 이외 집단에겐 혐오를 표출하기 쉽다”며 “제노사이드를 자행한 사람들도 본인은 역사의 옳은 편에 선다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선의 군인들보다 신문으로만 전쟁을 접한 사람들이 적을 더 미워했다”며 “접촉이야말로 증오와 차별, 편견에 맞서 싸울 최강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날 따르라” 한반도 압박… G2 속내 엿보다

    “날 따르라” 한반도 압박… G2 속내 엿보다

    “중국이 미국의 243년 역사에서 다뤄야 했던 경쟁자 중 가장 큰 경쟁자라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중략) 미국인들이 믿는 자유와 법치의 미래에 치명적 위협이 되는 것은 이 중국 특색의 레닌주의 전체주의다.”(‘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 22~23쪽) “중화인민공화국은 16개 국가의 연합군을 이웃 나라(한국)의 대지에서 일거에 격파해,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마땅히 차지해야 할 위치를 철저하게 탈환했다.(중략) 오늘날 중국인은 마침내 민족 진흥의 황금시대를 맞이했다.”(‘항미원조’ 하권 916쪽)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한미동맹과 중국 시장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한국도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됐다. 미중 양국이 한국을 외교안보 전략의 ‘린치핀’(핵심축)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양국의 다양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번역서가 잇달아 나와 주목된다.김앤김북스는 최근 뉴트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이 쓴 ‘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을 출간했다. 저자는 “언제나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한 중국은 자유·법치·인권에 기초한 미국과 공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아직 중국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중국에서 돈을 벌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래서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을 훔치고 군사기밀을 해킹하는 등 모든 부문에서 미국의 취약성을 잠식해 간다고 그는 주장한다. 저자는 오늘날 중국과의 경쟁은 ‘체스’가 아닌 ‘바둑’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둑은 끝까지 가 봐야 승패를 알 정도로 형세가 유동적이라 전체 판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하려면 모든 전선에서 하나하나 봉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지난달 출간된 미국 안보 전문가 피터 자이한의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김앤김북스)은 냉전시대의 유산인 미국 주도 동맹체제가 해체되고, 바이든 시대에도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손을 떼게 돼 미국이 책임져 온 세계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예측을 담았다. 다만 저자는 중국의 번영은 미국이 제공한 세계 질서 기반 위에서 이룩된 것이라 그 질서가 무너지면 중국도 무너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인의 시각에서 미국을 바라본 ‘항미원조’(다른생각)는 6·25전쟁을 다뤘으나 미국의 개입은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작가 리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 정세부터 소개하는 이 책에서 6·25는 민족 간의 내전이므로 미국의 개입과 미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100여년간 서구 열강에 능욕을 당한 중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치욕을 씻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중국몽’을 이뤄야 한다는 간절함도 묻어난다. 다만 6·25의 책임 소재에 대해선 “누가 전투를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남측과 북측이 모두 전쟁을 하고 싶어 했다”(상권 117쪽)고 해 우리 국민감정에는 배치될 수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3개월간 미중 관계를 다룬 책 판매 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35% 늘었다. 현재까지 미중 관계에 대한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지식노마드),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퓨리탄) 등이다. 미중 갈등에 대한 국내 독자의 관심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 역량을 확충한다고 밝혀 사드 사태 때처럼 한국을 향한 중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며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최근 반중 정서와 맞물려 양측 감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미얀마 군부 ‘저항의 날’ 5세 어린이 등 무차별 학살… 내전 양상도

    미얀마 군부 ‘저항의 날’ 5세 어린이 등 무차별 학살… 내전 양상도

    국제사회 개입 주저한 새 군부 무력 강화유엔 보고관 “국제 긴급 정상회담 열어야”한미일 등 12개국 합참의장 “폭력 중단을”안보리 중·러 반대로 구체적인 조치 못해 카렌민족연합, 국경 초소 습격 10명 사살민주진영 일각선 반군과 무장투쟁 추진‘미얀마군의 날’이던 지난 27일을 맞아 군부 학살은 더 무참히 자행됐다. 이날 미얀마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5살 어린이를 포함해 114명의 시민이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스러졌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450명 넘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쿠데타 이후 두 달간 국제사회가 개입을 주저하는 사이 군부의 무력 강도가 세지면서 이에 반발한 소수민족 반군이 무장 저항에 나서는 등 미얀마 사태는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3월 27일은 원래 미얀마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대항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저항의 날’이었다. 그러다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날을 ‘저항의 날’이라고 부르며 거리로 나왔다. 전날 밤 국영 MRTV를 통해 ‘조준사격’을 경고했던 군부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일부 시위대는 철제 방패를 만들고 대나무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군부의 총알 세례를 견뎠다. 무차별 총격 과정에서 특히 어린이들의 희생이 컸다. 현지 매체 이리와디 등에 따르면 5~15살 어린이 최소 4명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중 14세 소녀는 집에서 총을 맞아 스러졌다. 소녀의 엄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냥 미끄러져 넘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이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며 울먹였다.쿠데타 이후 군부 총격에 목숨을 잃은 어린이가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도시인 양곤 교외의 집 근처에서 놀던 한 살배기 여자 아기가 오른쪽 눈에 고무탄을 맞아 붕대로 눈을 덮은 사진과 죽은 어린 아들을 안고 울부짖는 아버지의 영상 등이 트위터를 통해 퍼지면서 국제사회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 토머스 바이다는 “어린이들을 포함한 비무장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것은 소름 끼친다”며 군부를 비판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 보고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내지는 국제 긴급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2개국 합참의장은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며 군부의 유혈 진압 규탄 공동성명을 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규탄 외 실효성 있는 국제사회 조치는 이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미얀마 군부가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 수도 네피도에서 연 군사 열병식에 대표단을 파견해 쿠데타 세력을 합법화해 주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무력을 과시한 열병식에 앞선 TV 연설에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해 민간 희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 개입 부재 상황에서 미얀마에서의 쿠데타 저항이 내전으로 비화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 군부의 무력 진압에 속수무책이 되자 미얀마 민주 진영 일각이 반군과 손잡고 무장 투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태국과 국경 지역에서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반군 중 하나인 카렌민족연합(KNU)은 군부가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는 동안 군 초소를 습격해 10명을 사살했다. 반격에 나선 미얀마군이 태국 국경 근처 카렌족 마을을 공습하면서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얀마에는 20여개 소수민족 무장조직이 있으며, 미얀마 총인구 5400여만명의 4분의1이 무장조직 통제 지역에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아이는 어디에… 미얀마 어린이 4명 등 114명 앗아간 ‘피의 토요일’

    아이는 어디에… 미얀마 어린이 4명 등 114명 앗아간 ‘피의 토요일’

    3월 27일은 원래 미얀마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대항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저항의 날’이었다. 그러다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들은 이날을 ‘저항의 날’이라고 부르며 군부에 더 격렬하게 맞섰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114명이 숨져 ‘피의 토요일’로 기록된 이날, 군부의 총격에 5~15세 어린이도 최소 4명이 희생됐다. 사진에 선명한 한 줄기 핏자국은 누군가 총탄을 맞고 옮겨진 흔적을 보여 주고, 그 옆의 한 짝만 남겨진 돼지머리 모양의 슬리퍼는 희생자가 어린이일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양곤 로이터 연합뉴스
  • 아이는 어디에… 미얀마 어린이 4명 등 114명 앗아간 ‘피의 토요일’

    아이는 어디에… 미얀마 어린이 4명 등 114명 앗아간 ‘피의 토요일’

    3월 27일은 원래 미얀마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대항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저항의 날’이었다. 그러다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들은 이날을 ‘저항의 날’이라고 부르며 군부에 더 격렬하게 맞섰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114명이 숨져 ‘피의 토요일’로 기록된 이날, 군부의 총격에 5~15세 어린이도 최소 4명이 희생됐다. 사진에 선명한 한 줄기 핏자국은 누군가 총탄을 맞고 옮겨진 흔적을 보여 주고, 그 옆의 한 짝만 남겨진 돼지머리 모양의 슬리퍼는 희생자가 어린이일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양곤 로이터 연합뉴스
  • 무고한 시민 110여명 스러진 밤, 미얀마 장군들은 턱시도 걸친 채 파티

    무고한 시민 110여명 스러진 밤, 미얀마 장군들은 턱시도 걸친 채 파티

    27일 하루에만 민주화를 요구하는 민간인 110명 이상이 군경의 유혈 진압에 희생됐는데 턱시도를 걸친 장군들은 그날 밤 파티를 벌였다. 사진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파티 도중 턱시도를 걸친 한 장군이 다른 장군의 손을 반갑게 맞잡는 모습이다. 마웅 자르니란 활동가가 다음날 트위터에 이 사진을 올린 뒤 “세계인이여, 우리 #미얀마는 더 이상 무장한 갱단을 우리 육군이라 부르거나 보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을 내피도의 #테러리스트들이라고 일컫는다. 우리 국민 대중의 압도적이며 상식적인 견해를 존중해달라. 저녁 파티에서 이 테러리스트들이 턱시도를 입고 있다”고 애통해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장군들의 파티를 담은 다른 사진들도 많이 올라와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이 450명 안팎에 이르고 12개국 합참의장들이 연대해 쿠데타와 유혈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민주 회복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학살 주도자들은 이를 비웃듯 미얀마군의 날을 축하하는 호화로운 파티를 여유있게 즐긴 것이다. 이날은 미얀마가 1945년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점령에 맞서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한 ‘저항의 날’을 1962년 군사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바꾼 기념일이었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저항의 날’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영 MRTV는 전날 밤 시위대를 겨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실제로 이날 무자비한 유혈 진압에 나서 하루 기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군경의 끔찍한 반인도적 만행은 28일에도 이어졌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와 이라와디 등은 두 번째로 큰 도시 만달레이에서 주민 한 명이 총격에 부상한 뒤 불에 타 숨졌다고 보도했다. 군경이 전날 밤 9시쯤 아웅먀타잔구를 급습하는 과정에 아이 코(40)씨가 총에 맞아 다쳤는데 군경은 그를 체포한 뒤 불타는 폐타이어 위로 던졌다. 한 주민은 이 매체에 “불길로 던져진 뒤 그는 ‘엄마 살려줘요’라고 외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군경이 계속해 총을 쏴 주민들은 그를 구하러 집 밖에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이 코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얀마 나우는 이날 오전 양곤 인근 바고 지역의 한 장례식에 모인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총기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군경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스무 살 학생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이라와디는 군경이 도망치는 장례식 참석자들을 체포하려 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최대 도시 양곤의 흘라잉구에서는 이날 군경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최소 두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군경은 열차를 타고 와서 내린 뒤 총격을 가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美 “중국 공존 못해” 中 “세계속 위치 탈환”…양국 속내 엿볼 신간 잇따라

    美 “중국 공존 못해” 中 “세계속 위치 탈환”…양국 속내 엿볼 신간 잇따라

    “중국이 미국의 243년 역사에서 다뤄야 했던 경쟁자 중 가장 큰 경쟁자라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중략) 미국인들이 믿는 자유와 법치의 미래에 치명적 위협이 되는 것은 이 중국 특색의 레닌주의 전체주의다.”(‘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 22~23쪽) “중화인민공화국은 16개 국가의 연합군을 이웃 나라(한국)의 대지에서 일거에 격파해,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마땅히 차지해야 할 위치를 철저하게 탈환했다.(중략) 오늘날 중국인은 마침내 민족 진흥의 황금시대를 맞이했다.”(‘항미원조’ 하권 916쪽)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한미동맹과 중국 시장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한국도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됐다. 미중 양국이 한국을 외교안보 전략의 ‘린치핀’(핵심축)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양국의 다양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번역서가 잇달아 나와 주목된다.김앤김북스는 최근 뉴트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이 쓴 ‘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을 출간했다. 저자는 “언제나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한 중국은 자유·법치·인권에 기초한 미국과 공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아직 중국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중국에서 돈을 벌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래서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을 훔치고 군사기밀을 해킹하는 등 모든 부문에서 미국의 취약성을 잠식해 간다고 그는 주장한다. 저자는 오늘날 중국과의 경쟁은 ‘체스’가 아닌 ‘바둑’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둑은 끝까지 가 봐야 승패를 알 정도로 형세가 유동적이라 전체 판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하려면 모든 전선에서 하나하나 봉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출간된 미국 안보 전문가 피터 자이한의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김앤김북스)은 냉전시대의 유산인 미국 주도 동맹체제가 해체되고, 바이든 시대에도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손을 떼게 돼 미국이 책임져 온 세계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예측을 담았다. 다만 저자는 중국의 번영은 미국이 제공한 세계 질서 기반 위에서 이룩된 것이라 그 질서가 무너지면 중국도 무너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인의 시각에서 미국을 바라본 ‘항미원조’(다른생각)는 6·25전쟁을 다뤘으나 미국의 개입은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작가 리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 정세부터 소개하는 이 책에서 6·25는 민족 간의 내전이므로 미국의 개입과 미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100여년간 서구 열강에 능욕을 당한 중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치욕을 씻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중국몽’을 이뤄야 한다는 간절함도 묻어난다. 다만 6·25의 책임 소재에 대해선 “누가 전투를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남측과 북측이 모두 전쟁을 하고 싶어 했다”(상권 117쪽)고 해 우리 국민감정에는 배치될 수 있다.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3개월간 미중 관계를 다룬 책 판매 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35% 늘었다. 현재까지 미중 관계에 대한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지식노마드),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퓨리탄) 등이다. 미중 갈등에 대한 국내 독자의 관심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 역량을 확충한다고 밝혀 사드 사태 때처럼 한국을 향한 중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며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최근 반중 정서와 맞물려 양측 감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27일 90명 이상 희생, 길 가던 오토바이에도 총질, 미얀마 군은 열병 퍼레이드

    27일 90명 이상 희생, 길 가던 오토바이에도 총질, 미얀마 군은 열병 퍼레이드

    ‘미얀마군의 날’인 27일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이날 하루만 91명 이상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하루 기준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돼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사망자는 400명을 훌쩍 넘겼다. 현지 SNS에는 행인과 차, 오토바이 등을 향해 군경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장면이 속속 올라왔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미얀마군의 날에 군부는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며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 오후 7시) 자체 집계로 40개 도시에서 9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양곤, 만달레이, 사가잉, 바고, 마그웨, 카친 등 전국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SNS에 현지인들이 올리는 사망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희생자 수가 “100명이 넘는다”는 게시물도 확산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이날 적어도 89명이 진압에 숨졌다고 집계했다. 이날은 미얀마가 1945년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점령에 맞서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한 ‘저항의 날’은 1962년 군사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바꿨는데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저항의 날’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영 MRTV는 전날 밤 시위대를 겨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실제로 이날 무자비한 유혈 진압에 나섰다. 남부 다웨이 지역에서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군경이 갑자기 차를 세우고 총격을 가하는 장면도 많은 누리꾼의 공분을 자아냈다. 군경이 거리에서 시신을 유기하는 모습들도 SNS에 올라왔다. 특히 어린이 희생자들이 잇따랐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7살, 10살, 13살 아이들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나우는 만달레이에서 13살 소녀가 집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만달레이 사망자 가운데 5살 어린이도 있다고 보도했다. SNS에는 총에 맞아 피 흘린 아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잇따랐다. 한 동영상을 보면 남성이 차 안에서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내 아들이 죽었어요”라고 울부짖었다. 한 살배기가 고무탄에 눈을 맞아 붕대를 감은 사진도 급속도로 퍼졌다. 군경의 유혈 진압에 대해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는 온라인 포럼에서 “이날은 군부 수치의 날”이라고 비판했다. 사사 특사는 “군부 장성들은 3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을 죽여놓고는 미얀마군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곤의 미국 문화원에도 총알이 날아 들어왔으나 부상자는 없다고 미국 대사관이 밝혔다. 군사위원회는 이날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며 군인과 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열병식을 개최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열병식에 앞서 TV 연설을 통해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 일자는 여전히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열병식에는 러시아 국방 차관 알렉산데르 포르민이 외국 관리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눈길을 끌었는데 흘라잉 사령관은 “러시아는 진짜 친구”라며 감사를 표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국내에는 중국이 미얀마 군부의 뒷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러시아와 군사 협력이 최근 들어 강화돼 러시아군은 수천명의 미얀마 군인들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이 갖가지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미얀마 군을 돕고 있다. 한편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반군 중 하나인 카렌민족연합(KNU)은 태국과 국경지역에서 군 초소를 습격해 10명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KNU 대원 한 명도 숨졌다. 현지에서는 이날 KNU와 정부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고, 사망자 수가 훨씬 많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미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중요성 확인”

    한미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중요성 확인”

    文 “한일 복원 노력” 美 “진전 기대”블링컨 “日 위안부 심각한 인권침해”러시아 외교 장관도 23~25일 방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 방한을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와 공조를 강화하려면 한일 양국 모두 더이상 과거사 문제로 얼굴을 붉힐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18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면서 “역내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만나 “한일 관계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미일 협력에도 굳건한 토대가 되는 만큼 양국 관계의 복원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미측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평가하면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등에 의해 이뤄진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가 심각한 인권 침해임을 우리가 오랫동안 얘기해 왔다”면서도 “우리는 과거에도 지금도 한국과 일본이 화해의 정신으로 (기후변화 등)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해 왔다”고 말했다. 앞서 미일도 지난 16일 2+2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 평화 및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발표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2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과거사 문제가 있기는 하나 한반도와 동북아 안전, 평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도 “각 군 차원의 교류와 다자연합훈련에 참여하는 등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육·해·공군 등 군별로 진행됐다가 중지된 일본과의 군사 교류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외교부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오는 23~25일 방한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아 방한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미뤄졌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美 한국전 기념공원 추모 벽에 전사자 4만 3000명 이름 새긴다

    美 한국전 기념공원 추모 벽에 전사자 4만 3000명 이름 새긴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1950년 7월 경남 하동 전투에 나섰던 육군 이등병 존 아론 주니어는 매복한 북한군에 발견, 전사해 1년 뒤 주검으로 고향인 조지아주로 돌아왔다. 녹색 전투복을 입은 미군은 이 전투에서 300명이 사망했고, 100여명이 북한군에 생포됐지만, 이들을 포함해 수많은 전사자의 이름은 기억 속에 묻혔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4만 3000여명의 이름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 새겨 추모하는 사업이 향후 18개월에 걸쳐 진행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 전사자 3만 6574명과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000여명의 명부는 한국전 기념공원의 외곽을 원형으로 둘러 화강암으로 조성하는 ‘추모의 벽’에 새겨진다. 아론은 알파벳 순에 따라 첫 번째에 들어간다. 기념공원은 1995년 7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판초 우의를 입고 정찰하는 19명의 미군 조각상’을 헌정한 지 26년 만에 새 단장을 하는 것이다. 이번 추모 사업은 미국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이 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한국전 기념비에는 전사자 이름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16년 10월 미 의회가 추모의 벽 건립법을 통과시켰고, 한국 국회에서도 같은 해 11월 건립지원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총사업비는 2200만 달러(약 249억원)로 한국 및 미국 국민의 기부와 한국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충당된다. 제임스 피셔 KWVMF 전무이사는 WP에 “현재 약 50만명의 한국전 참전용사가 살아 있지만 매일 600명씩 세상을 떠난다”며 “(이들은) 90대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일을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전 때 대위로 참전해 수류탄에 다리 한쪽과 팔을 잃은 윌리엄 웨버(95) KWVMF 명예 이사장은 “한국전쟁은 전면전이었음에도 슬프게도 미국 역사에서 거의 잊히고 있다”며 이번 전사자 명부 조각 작업에 대해 “희생에 대한 실체를 부여한다”고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슈만과 버르토크…짙은 사랑 녹아든 두 작곡가의 마지막 비춘 백건우

    슈만과 버르토크…짙은 사랑 녹아든 두 작곡가의 마지막 비춘 백건우

    지난 12일과 14일, 연달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관객들과 나눈 음악들에는 애틋함이 담겼다. 슈만과 버르토크. 그가 비춘 다른 시대 두 작곡가의 마지막에는 공교롭게도 이들이 사랑한 아내에 대한 감정이 녹아 있다. 올해가 되기 전부터 짜여져 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최근 부인 윤정희 후견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인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낸 백건우의 지금과 어쩐지 와닿았다. 12일 ‘백건우와 슈만’은 지난달 26일 대전을 시작으로 대구(4일), 인천(6일)에 이은 앙코르 여정의 마지막이었다. 슈만의 첫 작품인 ‘아베크 변주곡’부터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등을 거쳐 마지막 작품 ‘유령 변주곡’으로 슈만의 생애를 찬찬히 짚었다. 지난해 10월에도 선보인 프로그램이지만 몇 달 새 훨씬 짙은 농도로 다가왔다. 특히 더 깊어진 ‘유령 변주곡’은 연주자도 객석도 숨죽이며 음을 따라갔다.지난해 백건우는 “이제야 비로소 슈만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정신착란에 시달리던 슈만이 라인강에 몸을 던지기 전에 쓴 ‘유령 변주곡’을 두고 아내 클라라와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그 심경을 피아노에 마주앉은 지 65년이 다 돼서야 공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음 한 음이 살아 있고 모두 의미가 있다”면서 현실과 공상을 오가면서도 완벽하게 음을 컨트롤한 슈만의 음악성을 높이 평가했다. 자신의 설명대로 한 음 한 음 타건은 가볍지만 소리에는 묵직한 의미를 담아 이어 간 백건우는 모든 연주를 마친 뒤 20초 가까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객석에서도 마음을 보태듯 그의 침묵을 온전히 지켜줬다.14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드뷔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에 이어 마지막으로 선보인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헝가리 대표 작곡가였던 버르토크의 마지막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백혈병과 싸운 버르토크는 1945년 봄, 그의 아내 디타 파츠토리를 위해 이 곡을 쓰기 시작했다. 스물세 살 연하 제자이기도 했던 아내의 42번째 생일인 10월 31일에 맞춰 곡을 완성하려 했지만 열일곱 마디를 남기고 그해 9월 26일 숨을 거둬 나머지 부분은 제자 티보리 세를리가 마무리 지었다. 특히 ‘아다지오 렐리지오소’(종교적인 아다지오)라는 지시어가 붙은 2악장은 차분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찬송가 같은 분위기로 시작됐다가 버르토크가 직접 채보한 경쾌하고 맑은 새소리가 이어진다. 자신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버르토크의 마음을 그대로 풀어낸 백건우에게 객석에서도 그의 치유를 기원하듯 화답의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백건우는 15일 오후 파리로 돌아간다. 다만 윤정희에 대한 후견인 지정을 두고 윤정희 동생들과 딸 백진희 사이 법정 공방이 국내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램지어 논문 학술지, 철회 고려”… 완전삭제는 안될 듯

    “램지어 논문 학술지, 철회 고려”… 완전삭제는 안될 듯

    석지영 하버드 교수, 뉴요커 기고서 밝혀우선 인쇄발간 뒤 철회 공지하는 식일듯발간 자체를 안 하는 ‘완전 삭제’는 힘들듯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2주전 뉴요커에 실렸던 자신의 기고문에 대해 13일(현지시간) 한국어 및 일본어 번역본을 함께 게재하면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에 대한 철회가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해 비판을 받고 있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 인쇄본으로 나온 뒤 ‘철회 공지’ 등의 사후 조치를 한다는 것으로 논문 발간을 하지 않는 ‘완전 삭제’와는 다른 것으로 읽힌다. 석 교수는 13일(현지시간) 뉴욕커에 ‘위안부 이야기의 진실을 찾아서’ 기고문의 한국어·일본어 번역본을 게재하면서 “내 글에서 탐구했던 논의가 각 나라에서 2차 세계대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에 직접 맞닿았기 때문에 이 글의 한글, 일본어 번역은 중요한 일이 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학술적 진실의 문제 때문에 “(램지어 교수의) 그 논문을 출판한 저널이 철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우선 램지어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서 “(위안부 여성들이) 매춘을 선택”했으며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 내 전선의 “사창가”에서 일하기로 업자들과 “다년 소속 계약”을 맺었다고 썼지만 정작 계약서를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많은 석학들이 진실을 담지 못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비판하고 논문 게재 예정이던 법경제학국제리뷰(IRLE)에 논문 취소를 요청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논란 초기에는 석 교수의 질의에 자신의 논문을 방어하던 램지어 교수가 논란이 커지고 학계의 검증이 진행되자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자신이 준비가 되었을 때 설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했다. 하지만 논문이 완전 삭제 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공중보건에 대한 위험 등 긴급한 비상 상황의 경우에만 논문을 통째로 삭제하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관행이라는 것이다. 또 IRLE가 향후 실제 논문 철회 공지를 할지도 아직은 확실치 않다. 석 교수의 이번 한국어 번역본은 200자 원고지로 무려 91장에 이를 정도로 긴 내용으로,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학계의 논의 전반을 짚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한국의 램지어? 류석춘 “‘위안부=매춘부’ 학문의 자유”

    한국의 램지어? 류석춘 “‘위안부=매춘부’ 학문의 자유”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65)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학문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지난 12일 류 교수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4월 21일에 진행된다. 류 교수는 재판 전 기자들에게 “하버드대학 총장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학문적 자유라고 했다. 학문적 자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2019년 9월 연세대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약 50여명의 학생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며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로 동원된 성 노예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했고,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학계의 반발에도 “대학 내에서 학문의 자유는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포함한다”라는 취지로 램지어 교수를 옹호했다.●일본 학계도, 로스쿨 제자들도 비판 위안부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는 10일 역사학연구회와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과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올라온 램지어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에 대해 비판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위안부가 공창(公娼)’이라는 램지어의 논문은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램지어 논문에 대해 3가지 측면을 문제점으로 거론하면서 논문 선행 연구가 무시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문헌 취급이 자의적이고, 중요한 부분에선 근거 없는 주장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자들도 공개비판에 나섰다. 하버드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스테파니 바이, 차민선, 린다 희영 박은 12일(현지시간) 교내 신문 크림슨에 ‘램지어의 학문적 부정행위: 부정주의의 정당화’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로스쿨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팩트 확인과 정확한 인용을 요구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3년간 이런 교훈을 내면화한 우리들은 바로 우리 교수 중 한 명이 쓴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이라는 논문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학문의 자유에는 책임과 전문성이 따라야” 학생들은 “램지어 교수의 계약 이론은 식민지배 대상인 가난한 젊은 여성들이 직면했던 현실에 대한 인식 없이 공허하게 작동할 뿐”이라며 “의문스럽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인용에 의존한 그 논문은 생존자 증언과 국제기구들의 조사로 확립된 팩트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한국인 위안부의 계약서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점, 출처 불명의 블로그에서 인용한 증언 사례 등을 근거로 “중대한 방법론적인 결함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진리(Veritas)를 모토로 내건 기관의 침묵을 고려할 때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고 신국수주의자들의 담론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느꼈다. 학문의 자유에는 책임과 전문성이 따라야 한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로서 무거운 권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미국 CNN 방송은 램지어 교수가 국제적 반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격렬한 반응의 대상이 됐다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이며, 민감한 역사 문제를 대처하면서 지역과 국제적 공동 우선순위에 관한 협력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미 국무부의 입장도 전했다.●국제적 반발에도 침묵하는 하버드대 하버드대 아시아센터는 제임스 롭슨 하버드대 교수와 석지영 로스쿨 교수의 램지어 논문 관련 대담 영상을 공개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중요한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인용문이 반대의 의미로 인용된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도덕적인 분노나 한일 관계 때문이 아니라 학문 진실성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를 옹호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학문의 자유’에 대해서도 “학문의 자유는 사실을 조작하거나, 극히 일부의 증거만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롭슨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발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을 인용한 뒤 석 교수의 기고문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교내지 ‘하버드 크림슨’ 등 학생들의 비판 움직임에 이어 아시아센터까지 램지어 교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룸에 따라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학문의 자유’라는 입장을 천명한 뒤 침묵하고 있는 학교측의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美 바이든의 코로나19 담화.. 트럼프와 무엇이 달랐나

    美 바이든의 코로나19 담화.. 트럼프와 무엇이 달랐나

    바이든 대통령, 2100조원 구제안 들고 바이러스 독립 선언해밍웨이 인용 ‘통합’ 강조… 쇼생크탈출 대사로 ‘희망’ 전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에서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1월 취임 뒤 처음으로 프라임타임에 TV로 약 20분 동안 생중계된 담화에서 바이든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오는 7월 4일에 미국인들이 가족, 친구들과 소규모 모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날은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선언 역시 상징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담화 발표 몇 시간 전 바이든은 1조 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부양법안에 서명했다.법안 처리 과정에서의 미국 공화당 패싱,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지만 코로나19 타격을 극복할 청사진과 회복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날 담화는 바이든이 취임 직후 매진해 온 ‘도널드 트럼프 지우기’의 기념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CNN은 바이든의 담화가 전임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과 어떻게 다른지 소개했다. # 트럼프 ‘편가르기 어록’ 지우는 바이든바이든은 이날 담화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었는지에 관한 비판하는 일까지 포기하진 않았다고 CNN은 평가했다. 그는 “1년 전 우리는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해 침묵했고 외면했다”면서 “그래서 더 많은 감염과 사망, 스트레스, 외로움을 겪었다”고 했다. ‘공감 능력’은 바이든이 비교우위를 지녔다고 내세우는 자질 중 하나다. 바이든은 이날 자신의 상의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자신의 공감능력을 드러냈다. 종이엔 52만 7000을 웃도는 6자리가 넘는 숫자가 쓰여 있었고, 바이든은 이 종이를 늘 가슴에 품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 장면에 대해 “극적인 효과를 위한 시도이기는 한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며 코로나19를 정치에 활용했던 트럼프와는 다른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를 ‘분열 정치’의 도구로 활용했던 트럼프의 잔재를 걷어내려는 듯이 바이든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에 문구까지 인용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가 두 번의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전사자를 합친 수보다 더 많았다”고 한 뒤 ‘많은 것들은 망가진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강해진다’는 헤밍웨이의 말로 위로를 건넸다.# “잘 안될 수도 있다” 바이든식 솔직화법에 주목트럼프와 달랐던 또 다른 점은 솔직함이다. 바이든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변이가 존재하고, 기대만큼 코로나19 퇴치가 오래 걸리거나 또 다시 감염자가 급증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진실을 말하고, 과학을 따르고,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약속했다. 연설 기회만 생기면 늘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데 치중했던 트럼프와 다르게 바이든은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CNN은 “미국이 단합해 코로나19를 극복한다는 생각은 코로나19의 확산 요인으로 인종이나 이민 문제를 거론하던 트럼프와 완전히 대조적”이라면서 “바이든의 연설 중 가장 주목할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5월 1일까지 미국 성인 전부에게 백신 접종 기회를 제공하고,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다시 모임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바이든의 약속은 ‘책임지는 정치’의 귀환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언제부터 정상화가 될지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고, 그것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CNN은 이날 바이든이 던진 메시지를 ‘희망’이라고 총평했다. 바이든은 영화 쇼생크탈출에 나온 ‘희망은 좋은 것, 아마도 최고로 좋은 것’이란 대사를 담화에 인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많은 희생이 일어났고, 더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함께 일하면 희망찬 미래가 있을 것이란 약속이 이날 담화에 담겼다고 CNN은 풀이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인간 존엄성 말살의 현장… 그래도 민중은 견뎌냈다

    인간 존엄성 말살의 현장… 그래도 민중은 견뎌냈다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을 비롯해 다른 나라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독일 국민이 이런 히틀러에게 열광했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히틀러와 독일 국민은 마치 ‘악의 집단’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히틀러 통치 기간인 1938년 4월부터 1945년 4월까지 독일 국민 300만여명이 정치범으로 몰렸고, 목숨을 잃은 이가 수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이가 많다.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우리의 생각은 어쩌면 이런 모습일 터다. 영국, 미국, 소련 등 선한 연합국이 악당 국가인 독일과 일본을 물리치고 정의가 승리한 전쟁.●파시즘·독재에 맞선 민중이 일어난 ‘민중전쟁’ ‘2차 세계대전의 민중사’ 저자 도니 글룩스타인 스티븐슨 칼리지 역사교수는 ‘평행전쟁’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다르게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합국과 주축국이 물고 뜯은 제국전쟁인 동시에, 파시즘과 야만, 압제, 독재 정권에 맞서 민중이 수행한 민중전쟁이었다. 연합국의 목표는 나치즘에 맞서 승리를 끌어내는 게 아니라 자국의 욕심을 채우는 데 있었다. 1945년 유럽 전승 기념일에 미국 측 대변인이 “우리가 독일을 점령하는 목적은 그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패배한 적국으로 다루는 것”이라고 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실제로 나치가 몰락한 뒤 독일에서 100여개의 자치 권력이 생겨났지만, 연합국은 나치 잔존 세력보다 이들을 더 적대시했다. 러시아는 동유럽에서 독일인 1100만명을 인종 청소하듯 폭력적으로 대했다.●연합국과 주축국, 정의 아닌 ‘이익’ 위해 손잡다 저자는 민중의 시각으로, 특히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나라들의 당시 민중사를 펼친다. 연합국과 주축국 진영 사이에 끼어 있던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라트비아, 그리고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두루 살핀다. 당시 그리스를 예로 들자면, 레지스탕스인 EAM/ELAS는 나치에 맞서 좀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총을 잡았다. 대중의 지지를 받았고 자치 기구와 자체 법정을 만들기도 했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향상하고자 직접 전쟁에 참여했다. 그러나 스탈린과 퍼센트 협정을 맺은 영국이 그리스를 90% 차지하기로 돼 있었다. 영국은 급기야 나치와 손잡고 레지스탕스 탄압에 나섰다. ●KBS종군기자가 기록한 전쟁터 속 인간 전쟁은 여전히 민중을 가리고 탄압한다. 1990년대에 KBS 종군기자로 전장을 다녔던 박선규 서울과기대 교수가 쓴 ‘전쟁 25시’에서도 전쟁 탓에 고통받는 민중의 고난한 삶을 읽을 수 있다. 소말리아 수단의 내전을 취재한 그는 적십자 병원에서 손과 다리를 잃은 10살 안팎 소년병, 군인들에게 몸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어린 소녀들을 통해 인간 존엄성 말살의 현장을 보여 준다. 전쟁터에는 철저하게 본능에 충실한 인간 본연의 모습만 남는다. 민중은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한다. 살아남으려고 모든 것을 견뎌 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바로 전쟁터다. 그래도 민중은 견뎌 내고 이겨 낸다.2차 세계대전의 민중사를 풀어낸 책, 그리고 각기 다른 전쟁터 4곳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은 자연스럽게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전쟁을 기회로 욕심을 채운다. 전쟁신화에 가려진 민중의 삶에 우린 좀더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세계 최강 미국 제친 중국 해군력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세계 최강 미국 제친 중국 해군력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군력이 미국을 제쳤다. 세계 최대의 선박제조 능력을 갖춘 중국의 조선 산업에 힘입어 자연스레 해군력 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 해군정보국(ONI)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보유한 전함은 지난 2015년 255척에서 2020년 말에 360척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불과 5년 만에 100척 이상 늘어나며 미국 해군이 보유한 전함보다 60척 정도 많은 수준이다. 더욱이 중국군 전함 보유량은 4년 뒤 2025년에는 400척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미 해군은 장기적으로 355척까지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국방예산 증액 난관 등의 이유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 해군력은 지난 20년 사이 3배 이상 커졌다며 중국은 양적인 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CNN방송이 미 해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 사령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의 보고서를 비교·분석해 지난 6일 전했다. 중국은 2018년 선박 건조량 기준으로 세계 조선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2위인 한국(25%)을 크게 앞섰다. 이 덕분에 중국은 평시 1년간 선박 건조량이 제2차 세계대전(1941~1945) 당시 미국의 선박 건조량의 4배에 이른다. 중국의 2019년 연간 선박 건조량은 2300만t에 이르며, 상선은 모두 3억t 이상을 건조했다. 반면 미국은 2차 대전 당시 연간 선박 건조량 1850만t으로 정점을 찍었고, 종전 시 상선 보유량은 3900만t 수준이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토머스 슈가트 선임연구원은 “해군 함정 건조 능력과 보유 능력에서 볼 때 중국 해군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며 성장이 계속된다면 아마도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중국의 막강한 선박건조 능력은 자연스럽게 해군력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나 분쟁 상황에서 막강한 선박건조 능력은 해군력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의 일부 해군 전력은 미국이나 다른 해군 강국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앤드루 에릭슨 미 해군대학 교수는 “중국군은 자국 조선업에서 공급받는 물량에 더해 점점 더 정교하고 성능 좋은 전함들을 건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정 규모만 늘어난 게 아니라 내용도 실속이 있다. 2005년 중국 해군의 전투함은 216척에 불과했다. 그 사이 한 척도 없었던 항공모함은 2척을 보유하고 있다. 한 척밖에 없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핵추진 전략잠수함은 4척이 됐다. 중국산 이지스 레이더를 장착한 052D형 구축함은 25척에 이른다. 3~4년 뒤 40척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중국이 10년 내 전함 65척을 추가로 건조할 것”이라면서 전함을 급속히 늘리는 속도전에 우려했다. 중국은 해군뿐만 아니라 해경 경비함도 2017년 185척에서 지난해 255척으로 70척이나 증가시켰다. 중국은 세계 최대 해군력을 보유한 가운데 전투함과 잠수함, 항공모함, 강습상륙함, 전략 핵잠수함, 연안초계함, 쇄빙선 등을 놀라운 속도로 건조하고 있다. 병력 수천 명을 한꺼번에 상륙시킬 수 있는 공격용 강습상륙함과 최신형 구축함 등은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형 구축함 055형은 미국의 ‘티콘데로가급’ 순양함보다 성능이 우수하며 수천 명의 병사들을 외국 해안에 상륙시킬 수 있는 수륙양용 공격선도 미국의 동급 장비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관측마저 나온다.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상륙작전 능력을 가파르게 증강시키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강습상륙함을 2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075형’ 강습상륙함으로 불리는 이 함정은 만재 배수량이 4만t에 이른다. 미국의 와스프 강습상륙함과 같은 규모다. 이 강습상륙함은 헬리콥터 20여 대를 탑재하고 수륙양용 전차와 장갑차, 수백 명의 병력 등을 태울 수 있다. 여기에다 강력한 자체 방어시스템을 갖춰 근거리 방공미사일인 훙치(紅旗)-10과 근거리 방공포를 1분에 1만 발 사격할 수 있다. 075형 강습상륙함은 모두 상하이의 후둥(?東)중화조선소에서 건조됐다. 중국이 강습상륙함 운용에 집중하는 것은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남중국해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의 영유권 분쟁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강습상륙함은 대규모 병력의 상륙작전에 반드시 필요하고 적의 지상군과 함정을 헬리콥터를 이륙시켜 공격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처럼 수직 이착륙기를 보유하지 못해 전투력은 떨어지지만 강습상륙함이 중국군의 상륙전 능력을 향상시키고 때로는 항공모함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특히 중국 상하이 창싱다오(長興島)의 장난(江南)창싱조선소에서는 2척의 ‘002형’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있다. 그중 지난 1월 군사전문매체 ‘병공과기(兵工科技)’에서 모습을 드러낸 3번 항모는 현재 블록 조립작업 중으로 전반적인 골격은 잡혀 마무리 건조 단계에 들어섰다. 이르면 올해 말에 진수해 2024년 말에 전력화될 예정이다. 002형 항모는 중국이 운용 중인 ‘랴오닝(遼寧)함’이나 ‘산둥(山東)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랴오닝함과 산둥함은 옛소련의 항모 제조기술을 적용해 제조했다. 함재기를 증기식으로 사출해 스키점프를 하듯 이륙시킨다.그러나 002형 항모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전자식 사출장치가 장착된다. 중국이 옛소련의 항모 제조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현재 마무리 건조 중인 3번 항모는 길이가 320m 안팎으로 미국 CV-63 키티호크함과 비슷하다. 항모의 만재 배수량은 8만~8만 5000만t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3번 항모는 향후 하이난다오(海南島) 싼야(三亞)를 모항으로 할 것이 유력하다. 중국은 싼야에 3번 항모를 수용할 수 있는 도크를 건설 중이다. 이 도크 부근에는 별도의 잠수함 기지가 있어 잠수함으로 항모 편대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조 중인 또다른 002형 항모까지 2030년에 전력화되면 중국은 최소 4개 항모 전단을 갖추게 된다. 중국의 ‘대양 해군’이라는 오랜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중국의 해군력이 미국에 양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미 해군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단 해군 장병의 숫자에서 중국 해군(25만명)은 미 해군(33만명)을 따라가지 못한다. 배수량이 큰 구축함이나 순양함 등 위력적인 전투함의 보유량도 미 해군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 해군의 공격 잠수함 50척은 전부 핵 추진으로 가동해 작전 범위가 매우 넓지만 중국은 공격잠수함 62척 가운데 7척만 핵 추진 방식이다. 미국이 해상 미사일 발사대가 9000기에 이르는데 중국은 1000기에 불과하다. 대양 해군의 상징과도 같은 항모전단의 규모와 작전 능력도 미국에 족탈불급(足奪不及)이다. 중국군이 운용하는 항모는 2척으로 모두 핵 추진이 아닌 재래식에 오래된 소련제 디자인을 기반으로 건조된 탓에 작전 반경이 좁고 함재기 운용 능력도 미 해군 항모전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국 항모는 재급유를 하지 않을 경우 작전 기간이 채 일주일도 안 돼 원양에선 작전이 불가능하고 남중국해용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미 해군은 현재 11척의 항모를 운용하는데 항모 한 척의 전투력이 대개 한 나라 전체의 공군력보다도 더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국은 향후 원자로를 갖춘 핵 추진 방식에 전자식 사출장치를 갖춘 신형 항모 건조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양에서 작전하는 미 해군 항모전단의 위력적인 이미지는 중국군이 항상 바라던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동일본대지진 대피소서 매일 ‘성폭행’ 당했습니다”[이슈픽]

    “동일본대지진 대피소서 매일 ‘성폭행’ 당했습니다”[이슈픽]

    동일본대지진 10년…사망·실종자 1만 8000여명대피소서 “성폭행당했다” 폭로한 여성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야기한 동일본대지진 발생 10주기를 맞았다. 일본을 공포로 몰아넣은 동일본대지진. 일본 현지 언론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지진 피해 지역의 성폭력 사건을 조명했다. NHK, 고베신문 등은 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대피소에 피난을 갔다가 매일 성폭력에 시달렸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동일본대지진, 쓰나미·원전폭발 겹친 ‘3중 재난’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산리쿠 연안 태평양 앞바다에서는 해저 거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의 규모는 9.0의 강진으로 일본 근대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10년 전, 일본에서 지진→쓰나미→원전폭발로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삼중 재난’이 시작됐다. 지진이 일어나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잇따라 들이닥친 이들 재난의 상처는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치유 과정에 있다. 여러 차례의 여진과 쓰나미까지 닥치면서 일본 12개 도도부현에서 1만 5899명이 사망하고, 2527명이 실종됐다. 완전히 파괴된 건물이 12만 1992호, 반파된 건물은 28만 2920호에 달했다. 22만 8863명이 난민이 됐다. 당시 내각총리대신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65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가장 어려운 시기이다”고 말했다. 한순간에 난민이 된 시민들은 대피소로 몰렸고, 칸막이조차 없던 대피소는 거대한 강당과 같은 곳에 얇은 장판과 담요를 깔아둔 것이 전부였다.대피소서 “성폭행 당했다” 폭로한 여성들 여성 난민들은 더욱 큰 피해를 입었다. 대피소에 있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성폭력의 대상이 됐다. NHK에 따르면 지진으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은 “대피소의 리더가 ‘남편이 없어 큰일이네. 수건이나 음식을 줄 테니 밤에 와라’라고 하면서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강요했다”고 진술했으며, 20대 한 여성은 “대피소에 있는 남자들은 점점 이상해졌다”며 “밤이 되면 남자가 여자가 누워있는 담요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으며 여자를 잡아 어두운 곳으로 데려갔다. 주변 사람들은 도와주기는커녕 ‘젊으니까 어쩔 수 없네’라면서 보고도 못 본 척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여러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살해당해도 바다에 버려져 쓰나미 탓을 할까 싶어 너무 무서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대피소에서는 이처럼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잔혹한 범죄가 수도 없이 일어났다고 여성들은 주장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9년이 지난 2020년 2월, 2013~2018년 사이 여성 전용 상담 라인 ‘동행 핫라인’에 접수된 36만여 건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 3현(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에서 상담의 50% 이상이 성폭력 피해에 관한 내용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10~20대 젊은 층의 피해는 약 40%에 달했다.“다른 장소에서 재난 일어날 때마다 불안과 공포” 엔도 토모코 사무총장에 따르면 지진에 의한 환경의 변화 등을 배경으로 한 성폭력의 피해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다른 장소에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그 뉴스와 정보를 보고 피해 경험이 떠올라 불안과 공포에서 시달리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다”며 “우리는 상담 내용에 따라 경찰과 병원, 민간 지원 단체 소개 등 관계 기관에 연결하고 있지만 앞으로 여성들과 아이들이 지진 재해 약자가 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폭력 근절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특성상 지진, 쓰나미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일본 내에서는 재해 피해로 인한 각종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日 학계도 외면한 램지어… 연구도, 근거도 없었다

    日 학계도 외면한 램지어… 연구도, 근거도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왜곡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 조만간 인쇄물로 출판되는 가운데,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가 첫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위안부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는 10일 역사학연구회와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과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올라온 램지어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에 대해 비판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위안부가 공창(公娼)’이라는 램지어의 논문은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램지어 논문에 대해 3가지 측면을 문제점으로 거론하면서 논문 선행 연구가 무시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문헌 취급이 자의적이고, 중요한 부분에선 근거 없는 주장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혐한 메커니즘” 행동나선 日학계 성명은 위안부 제도가 공창제의 일환이라는 램지어의 주장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공창 제도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위안소는 공창제도와 달리 일본군이 직접 지시하고 명령해 설치했으며 관리했다”면서 위안부는 일본군의 지시, 명령을 통해 강제 모집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창 제도 하에서의 매춘부의 계약은 사실상 인신 매매이며, 폐업의 자유도 없었다. 이미 많은 선행연구와 사료가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는 자의적으로, 근거도 명시하지 않고, 매춘부가 자유 계약 주체였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안부는 공창” “위안부는 자발적인 창녀” “위안부는 많은 돈을 받았다” 등의 주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부정론자들이 주장한 담론이라는 설명이다. 성명은 램지어 교수 논문이 한 연구원의 저술임을 넘어서 일본의 가해 책임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 게재를 철회할 것을 IRLE에 촉구했다. 이타가키 류타 도시샤대 교수는 “램지어 씨 논문은 위안부 문제를 한국의 문제로 치부하며 혐한 메커니즘을 담았다. 늦었지만 이 문제를 일본에서도 다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CNN “日, 위안부 역사 숨기려 노력” 미국 CNN 방송은 10일(현지시간) 램지어 교수가 국제적 반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격렬한 반응의 대상이 됐다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이며, 민감한 역사 문제를 대처하면서 지역과 국제적 공동 우선순위에 관한 협력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미 국무부의 입장도 전했다. CNN은 최근 일본은 위안부를 둘러싼 역사를 숨기려고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절 고노담화 작성 과정 조사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후 한국 내 반발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회부할 것을 한국과 일본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씨줄날줄] 국민차 쏘나타/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국민차 쏘나타/이동구 수석논설위원

    독일의 유명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Volkswagen)은 ‘국민차’라는 의미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딱정벌레 모양의 소형차 ‘비틀’(Beetle)은 2019년 7월 멕시코에서 5961만번째를 마지막으로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무려 82년간 독일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회사의 이름대로 국민의 차 역할을 넘어 단일 모델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차로 기억되고 있다. 비틀은 히틀러가 나치의 명망을 높이려고 미국의 국민 대중차이자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대량생산의 상징이었던 포드사의 ‘모델T’처럼 독일 국민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출시된 차량이다. 독특한 외관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비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독일 경제부흥과 중산층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비틀의 출생 배경만큼 이탈리아 피아트(FIAT)사의 경차 ‘500C’도 주목할 만하다. “자동차는 부자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창업주의 뜻에 따라 탄생됐다고 한다. 1957년 첫 생산 이후 500만대 이상이 팔리는 등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국민차로 사랑받고 있다. 1970년 단종됐다가 2007년 7월 50년 만에 부활한 것도 부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앙증맞고 친밀한 외관과 실용성 등으로 여전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제는 유럽인들의 국민차로 통용될 정도라고 한다. ‘국민차’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경승용차를 말한다. 대개 800㏄ 이하가 이에 해당된다. 독일의 비틀이나 이탈리아의 500C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닛산의 경차 ‘큐브’가 국민차로 꼽히는 이유다. 물론 가장 많이 팔렸거나 판매되고 있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차는 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인 쏘나타다. 1985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살아남은 국내 승용차 모델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승인한 첫 경차는 대우자동차가 1991년 생산한 ‘티코’였지만, 쏘나타는 이 당시 벌써 국민차의 수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쏘나타는 그러나 36년을 지켜 온 국민차의 지위를 잃을지도 모르겠다. 쏘나타 생산 공장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판매부진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차량 선택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여가생활이 중요시되면서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추세다. 외제차 선호도도 높다. 생활 패턴 변화가 어떤 차를 새 국민차로 선택할지 궁금해진다. yidonggu@seoul.co.kr
  • 日 거장이 만든 ‘731부대’ 만행, 일본 우익들에게 경고 날리다

    日 거장이 만든 ‘731부대’ 만행, 일본 우익들에게 경고 날리다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66) 감독이 생애 첫 시대극으로 한국 관객에게 돌아왔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0)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만행을 고발하려는 양심적 일본인들의 분투기를 그렸다. 봉준호 감독과 서로 ‘팬’이라고 할 만큼 독특한 연출관을 갖고 있는 구로사와 감독은 자신의 첫 시대극 도전에 대해 “전쟁 중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현대보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선명히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 예전부터 꿈꿔 왔다”고 밝혔다.●인간·사회 최악이었던 일본의 1940년대 구로사와 감독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1940년대 일본은 전반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고 긴장된 시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현대사회를 영화의 무대로 하면서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고 자유인지를 뚜렷하게 제시하기 어려웠고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낸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고 덧댔다. 영화는 1940년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 분)가 사업차 만주에 갔다가 목격한 생체 실험의 비밀을 국제사회에 알리기로 결심하자 아내인 사토코(아오이 유우 분)가 만류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싶던 사토코는 결국 대의에 동참해 ‘스파이의 아내’가 되기로 하고, 한때 친구였던 헌병대 분대장 다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 분)와 벌이는 심리전을 긴장감 있게 담았다. 여성인 사토코의 눈으로 1940년대 군국주의의 폐해를 묘사하고, 남편 유사쿠는 국수주의와 인권 유린을 혐오하는 ‘코스모폴리탄’을 자처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 우익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다. ●영화 실제 인물은 없고 완전한 픽션으로 배경을 고베로 설정한 데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항구도시인 고베는 해외와의 무역이 빈번한 곳, 전쟁 중에도 수많은 외국 정보가 오간 개방적인 곳이라 영화와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은 없고 완전히 픽션으로 만들어 냈다”고 했다. “이 영화에는 큰 테마가 들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만으로도 무언가를 보여 줄 수 있고 일상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전하려는 주제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사실과 픽션의 균형을 설명하며 “영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을 좀더 상상을 통해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한국 관객들 평가 궁금해” ‘큐어’와 ‘회로’ 등으로 명성을 쌓은 그는 ‘스파이의 아내’로 지난해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다. “평소 알폰소 쿠아론(멕시코),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페인), 봉준호 감독을 항상 눈여겨보고 있다”며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드는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 줄지 궁금하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어 “일본 영화 중에도 이렇게 특이한 영화가 있구나 하고, 무겁지 않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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