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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양극화 “노사정 공범관계 탓”

    |도쿄 이춘규특파원|21세기는 ‘양극화(격차)의 세기’로 전세계적으로 빈·부 양극화가 심화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수의 승자조와 다수의 패배조의 세기인 것이다. 현재 승자가 언제든지 패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공포에 젖어 사는 시대이기도 하다. 10일 발행된 경제주간 닛케이비즈니스의 커버스토리에 따르면 오늘날 기업의 종업원들은 기업간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번 사용된 뒤에는 버려지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본의 경우 다수 기업들이 최고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 그늘에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 사원의 땀이 있다. 비정규 사원의 낮은 임금으로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양극화는 규제완화의 결과다. 기업들은 규제완화로 파견사원 고용이 자유로워지자 비정규사원(올해 고용자 전체의 33%) 채용을 늘렸다.노동조합원이 대부분인 정사원은 살아남기 위해 이를 방조했다. 정부는 규제완화로 원인을 제공했다. 기업·노조·정부 3자가 ‘공범관계’에 포함된 셈이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살아남겠다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선호하면서 양극화는 더 심화,2대8이 아닌 1대9의 사회가 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양극화는 더 심각하다. 월마트는 경영자와 종업원의 소득격차가 1000배 이상이다. 한 민간조사단체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4년까지 미 주요기업의 순이익은 87% 늘어났다. 그 기간 최고경영자의 보수는 320%나 늘었다. 그러나 일반 종업원의 평균임금은 4.5%만 늘었다. 이는 ‘착취모델’의 고착화로 규정됐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3월 정부가 고용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신고용정책을 발표하자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정부는 양극화를 시정하겠다며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제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이민층 젊은이의 실업률은 30%나 된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역내(域內) 노동자 이동제한 자유화가 최대 5년간 연장될 것으로 보여 2004년 5월 EU에 가입된 동유럽 10개국의 값싼 노동력이 서유럽에 유입돼, 고용불안과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양극화가 심화되는 최근의 세계적인 흐름은 동서 냉전체제가 붕괴한 뒤 제어장치가 사라지면서 심화되고 있으며 “자본원리주의로 변질됐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정의했다. 새로운 ‘격차자본주의’로 정의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미국·프랑스처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taein@seoul.co.kr
  • 청소년 비행·일탈 위험수위 넘었다

    청소년 비행·일탈 위험수위 넘었다

    청소년들의 비행과 일탈이 심각하다. 청소년 흡연율과 음주율, 가출 현황, 청소년 범죄 등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가리키는 각종 지표들이 우리 청소년들의 위기 상황을 말해준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06 아동백서’는 위기 청소년을 위한 정부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호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소장은 “연령별로 보호정책을 차별화해 위기 청소년들이 즉시 보호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2명중 1명 “술 마셔봤다” 백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이상 학생들의 음주율은 무려 57.8%에 이른다. 학생 2명 중 1명꼴로 술을 마셔봤다는 얘기다. 학교별로는 대안학교 학생이 95.7%, 실업계 고등학생 79.2%, 인문계 고등학생 77.9%, 중학생 39.4%, 초등학생 33.0%로 나타났다. 월 단위로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비율도 대안학교 학생은 74.5%, 실업계와 인문계 고등학생은 각각 55.4%,41.0%로 적지 않다. 초등학생의 월간음주율도 9.4%나 된다. 술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의 나이도 낮아지고 있다. 고등학생의 흡연율은 줄고 있지만, 중학생의 흡연율이 높아져 어린 청소년들의 흡연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자 중학생의 경우 1991년엔 흡연율이 3.2%였지만 2005년 현재 4.2%로 늘었다. 여중생 흡연율은 1991년 1.2%에서 2005년 3.3%로 증가폭이 더 크다. 가출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2003년까지는 가출률이 가장 높은 나이가 16세였지만 2004년 들어서 15세로 낮아졌다. 특히 초등학생의 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9세의 가출건수는 2001년 541건,2002년 442건,2003년 519건,2004년 68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12세 역시 2001년에 580건에 불과하던 가출건수가 2004년에 1002건으로 3년새 2배나 늘었다. ●범죄 유형은 성인과 닮은꼴 청소년 범죄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2000년에 15만 1176건이나 됐던 청소년 범죄가 2004년엔 9만 2976건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수적으로는 크게 감소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개선됐다고 보기도 힘들다. 범죄 유형이 성인의 것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에 청소년 범죄의 대부분은 폭력·상해 등이었다. 폭력범이 전체 37.5%, 재산범이 26.3%, 강력범이 2.9%였다. 2004년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은 절도·횡령·배임·사기 등의 재산범이다. 재산범이 34.9%로 가장 많고, 폭력범 32.2%, 강력범 3.1%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 특히 사기가 크게 늘었다. 2000년에 3995건이던 사기건수가 2004년엔 7224건이나 된다. 또 살인·강도·강간·방화 등의 강력범죄 비율도 늘어 청소년 범죄의 죄질이 더욱 나빠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성매매 매년 10%이상 증가 청소년 성매매도 해마다 늘고 있다. 적발된 건수만 2001년 1255건,2002년 1270건,2003년 1349건,2004년 1593건으로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성매매의 매개는 대부분 인터넷이다.2004년 기준으로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전체 85.8%나 돼 청소년 유해환경 관리의 시급성을 드러낸다. ●‘알바´ 청소년 체임·폭행 이중고 이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은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에서도 드러난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에 나서지만, 임금체불이나 삭감, 폭행 등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전체 38.1%다. 중학생과 인문계 고등학생의 경험률은 20% 정도지만, 실업계 고등학생이나 보육원 등 시설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비율은 50%가 넘는다. 경제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의 인권피해는 심각하다.23.7%가 임금을 못 받거나 적게 받았고, 폭행을 당한 경우도 4.3%나 된다. 또 여학생은 2.9%가 성적피해를 당했다고 보고됐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더 이상 아동정책이 국가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면서 “유엔아동 특별총회에서 채택된 지표대로 구체적인 국가 행동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책꽂이]

    ●북한 문학의 사적 탐구(박태상 지음, 깊은샘 펴냄)‘북한의 문화와 예술’‘현대북한연구’‘북한문학의 동향’등 북한 문학 관련 저서를 꾸준히 출간해온 저자의 신작. 최근 북한에서 가장 많이 창작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소설들을 연구한 논문과 이태준과 홍석중의 ‘황진이’를 비교한 글 등을 실었다.1만 9000원. ●생일(장영희 글·김점선 그림, 비채 펴냄)일간지에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 49편에 화가 김점선의 밝고 따뜻한 그림을 곁들였다. 셰익스피어, 예이츠,T.S. 엘리어트, 에밀리 디킨슨 등 영미문학 거장들의 작품중 사랑과 인생에 대한 속깊은 통찰을 담은 시들을 고른 영시 원문과 한글 번역문, 저자의 감상을 실었다.9500원. ●의사와 간호사(루시 엘먼 지음, 정영문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영국 시골병원의 미남 의사와 뚱보 간호사가 벌이는 엽기적인 로맨스를 통해 몸에 대한 자본주의적 물신성을 비판한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영국 여성 작가 루시 엘먼의 최신작으로 황당하고 엉뚱한 스토리와 낯선 소설 기법들속에 독특한 매력을 감춘 블랙 코미디다.9000원. ●날아라 금빛 날개를 타고(고혜정 지음, 소명출판 펴냄)한국정신대연구소 소장으로 지난 10여년간 중국, 필리핀, 일본 등지를 방문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축적한 저자가 이를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전쟁과 죽음, 성적 착취라는 험난한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내고서도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에게 치유의 손길을 건넨다.1만 2500원. ●모국어의 속살(고종석 지음, 마음산책 펴냄)소설가이자 언론인인 저자가 우리말을 가장 아름다운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 50명의 시 세계를 소개한 책.1902년생 김소월에서 1971년 강정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문학사에 기록될 만한 독창적인 시인들의 대표 시집을 골랐다.1만 6000원.
  • [세계는 ‘실탄’ 없는 에너지전쟁중] 한국 유전투자 日의 15분의 1… 공공투자는 28배差

    [세계는 ‘실탄’ 없는 에너지전쟁중] 한국 유전투자 日의 15분의 1… 공공투자는 28배差

    한국의 지난 1월 원유 도입액은 지난해 같은달(23억 8100만달러)보다 무려 74.5%나 증가한 41억 9600만달러였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9월의 41억 6500만달러를 뛰어 넘었다.2월 역시 44억 8100만달러로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 이같은 고유가 여파로 1∼2월 무역수지 흑자는 8억 8000만달러로 지난해 1∼2월 50억 800만달러의 5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말 그대로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지난 16∼17일 3년 만에 개최된 해외 주재 상무관 회의에서도 에너지·자원 확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신문은 러시아·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 상무관과 중국·일본·인도 등 자원 확보에 여념이 없는 국가 상무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좌담회’를 갖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쟁 현황과 우리의 대응 방안을 모색해 봤다. ●오영호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 최근 주요국의 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은 수요-공급이 불균형을 이룬데다 에너지 자원이 중동, 러시아 등 지역적으로 편재되고, 이를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미국의 대 중동 영향력 확대와 중국의 사활을 건 에너지 확보 노력이 최근의 고유가와 맞물려 자원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강대국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군사력도 하나의 수단으로 동원될 소지가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원유 확보와 중국 견제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중국-일본간에도 시베리아 송유관 노선결정 문제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 분쟁 등 자원확보 경쟁이 뜨겁다. ●김동선 주 중국 상무관 2000∼2005년 중국경제는 연평균 9% 성장했고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11%에 이르렀다. 중국도 석유 생산국이지만 워낙 수요가 많기 때문에 지난해 수입의존도가 42.9%나 된다. 때문에 외교력과 경제력을 총동원해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년 초 외교부장이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있고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주석도 이미 아프리카를 순방한데 이어 올해도 후진타오 주석이 아프리카 10개국을 돌아볼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의 정유사 유노칼을 인수하려 했지만 미 정부의 제재로 실패한 이후 반미 성향인 아프리카 수단, 남미 베네수엘라, 이라크·이란, 인도·카자흐스탄 등과 활발한 에너지 외교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8100억달러에서 올해 1조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해외 자원 투자도 무섭다.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의 유전 투자(2004년)는 72억달러로 한국석유공사(6억 6000만달러)의 11배나 된다. 확보한 매장량도 109억배럴로 석유공사(7억배럴)의 15배가 넘는다. ●서석숭 주 일본 상무관 일본은 세계 2위 석유수입국으로 수입의존도가 높고 특히 중동 의존도가 88%나 되는 등 우리와 유사한 구조다. 다만 석유비축량이 153일치나 되고 에너지소비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최근 국제유가 인상 등에 대한 절박함이 우리보다는 덜한 편이다. 배럴당 80달러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석유의 중동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할린 석유·가스개발 프로젝트, 카자흐스탄·카스피해 유전 지분매입 등 해외 유전 탐사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아자데간 유전 투자를 감행했는데 고이즈미 정부의 친미성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군사안보는 미국의 힘으로 해결되지만 에너지자원은 직접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2000년까지 일본이 해외 유전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501억달러로 한국(32억달러)의 15배가 넘었다. 이 가운데 공공부문의 투자는 200억달러로 한국(7억 2000만달러)의 28배나 됐다. ●이병철 주 인도 상무관 인도는 이제 완전한 고도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간 8% 이상 경제성장이 확실시된다. 당연히 에너지 소비도 늘어 인도의 석유 수입의존도는 2004년 70%에서 2030년이면 94%로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자국내 미개발 유전을 적극 탐사하기 위해 72개 광구를 국내외 업체에 분양했다. 해외 투자도 활발한데 국영 석유회사인 ONGC는 이란·이라크·러시아·수단 등 10개국의 탐사·생산 사업에 참여했다. 또 다른 석유회사인 IOC는 LNG구매와 유전 투자를 더해 25년간 30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이란과 체결했다. 원자력에 대한 관심도 대단한데 9개의 원전을 건설중이다. ●오영호 실장 자원 확보에 목을 맨 국가들과 달리 러시아 등 자원 부국들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등 에너지 자원을 국익 극대화를 위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유종주 주 러시아 상무관 중동의 불안으로 자원부국인 러시아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26%), 석유 매장량 6위(6.1%)다. 정부가 세계 최대 가스회사인 가즈프롬 지분 10.74%를 추가 매입해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등 에너지 자원을 국유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핵무기로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제 에너지 자원이 무기가 되는 셈이다. 올초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 중단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유럽쪽에 편중돼 있던 에너지 공급과 송유·가스관을 아·태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2020년까지 약 1300억달러가 투입된다. 사할린 개발사업에는 일본에서도 자금을 대고 있다. ●염동관 주 브라질 상무관 국제 원자재난으로 외국기업의 남미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12개국 가운데 8개국에 좌파정부가 출현 또는 수립될 예정이어서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볼리비아에서는 비록 실행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외국기업을 국유화하겠다는 ‘섬뜩한’ 발언까지 나왔다. 반미성향이 강한데다 서방기업들이 자신들의 자원을 착취했다는 의식도 강하다. 중국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김동용 주 사우디아라비아 상무관 세계 원유 매장량의 60%, 가스매장량의 37%가 중동에 묻혀 있다. 중동국가들은 러시아나 남미와 달리 에너지를 무기화하기보다는 적정가격을 유지하면서 석유로 인한 국가 재정수입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즘 들어 달라진 부분이라면 대표적인 친미국가인 사우디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도, 중국과 손잡고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우디 초대 국왕이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유언으로 남길 정도이기 때문에 대미 관계가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동 국가들은 경제의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IT산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로서는 좋은 기회다. ●신동학 주 인도네시아 상무관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석유의 1.8%를 생산하는 17대 산유국이자 아시아 유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지만 기존 유전의 노후화와 신규 유전 개발 부진으로 2004년 석유 순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눈에 띄는 에너지 정책은 지난해 10월 석유 소비자 가격을 2100루피아에서 4500루피아로 2배 이상 올려 버린 것이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으로 석유 소비가격을 낮게 유지해 왔는데 이로 인해 재정이 악화되자 이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앞으로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천연가스로 에너지원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원자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2016년 가동을 목표로 우리와 물밑에서 협상중이다. ●문승욱 주 캐나다 상무관 우리는 잘 모르지만 캐나다는 세계 9위 석유 생산국이자 사우디에 이어 2위 부존국이다. 천연가스 생산도 3위다. 다만 해외고객이 미국밖에 없기 때문에 ‘소문’이 안났을 뿐이다. 캐나다산 원유·가스가 미국 전체 소비의 15%를 차지한다. 캐나다 원유는 중동과 달리 오일샌드(아스팔트라 불리는 역청이 모래 등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는데 분리 비용이 배럴당 25달러나 돼 그동안 외면받았지만 고유가로 ‘몸값’이 크게 뛰었다. 내년쯤이면 캐나다 원유 생산의 절반을 오일샌드가 차지할 것이다. 캐나다가 에너지 수출의 100%를 미국에 의존하기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중국이 나타났다. 지난해 후진타오 주석이 방문해 오일샌드 개발을 합의했다. 캐나다 정부도 미국 방향으로만 뻗어 있던 송유관을 태평양 연안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오영호 실장 에너지 확보와 함께 수요관리도 중요한데 각국의 에너지 절약 시책을 소개해 달라. ●김동선 상무관 중국은 현재 68%에 이르는 석탄화력 의존도를 줄이고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각 성에서 남발되던 화력발전소 건립을 중단시키는 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대신 원전 31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2010년까지 단위 GDP당 에너지 소모량을 지난해 말 대비 20% 줄인다는 목표다. ●서석숭 상무관 일본은 승용차의 에너지 소비를 2010년까지 95년 대비 22.8% 낮춘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리드카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우대는 물론 보조금까지 주고 있다.2010년까지 태양광주택 100만가구를 보급하고 대체에너지 비율을 7%까지 높일 방침이다. ●오영호 실장 일본은 전기요금이 워낙 비싸서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개발 욕구가 우리보다 강할 것이다. 한국은 1982년 한전이 공사로 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전기요금을 8차례 올렸고 11차례나 내려 요금 인상이 0.5%에 그쳤다. 대체에너지는 발전단가가 높기 때문에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필요한데 산업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유지했던 각종 에너지요금 지원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 에너지 질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20년 이상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올해 말까지 수립해 내년 상반기중 확정할 계획이다. 최근의 에너지 위기는 역으로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 산유국들이 석유 가채 매장량이 고갈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져 산업 발전 욕구가 강하다. 조선,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우리의 강점을 적절히 활용하면 과거처럼 에너지를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 자원 부국들이 주로 구미 열강 식민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국 같은 강대국과의 자원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도 있다. 물론 메이저급의 자원 개발 전문기업·전문인력 육성이나 막대한 규모의 자원개발 재원 마련 등은 시급한 과제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씨줄날줄] 피핑 톰/진경호 논설위원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20㎞쯤 떨어진 곳에 코벤트리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고디바 백작부인의 전설이 깃든 곳이자, 관음증 환자를 뜻하는 피핑 톰(peeping Tom)의 ‘고향’이다.11세기 남편인 코벤트리 영주 레오프릭 3세의 세금 착취를 알몸시위로 막은 여인. 거절할 것으로 생각하고 내건 남편의 조건을 받아들여 고디바는 알몸으로 말에 올라 성 안을 한바퀴 돌았고, 결국 마을주민들을 세금 착취로부터 벗어나게 했다. 고디바의 따뜻한 마음에 주민들은 그녀의 알몸을 절대 보지 말자고 약속했으나 단 한 명, 톰이 이를 어기고 몰래 그녀를 훔쳐보다 눈이 멀게 됐다는 전설이다. 천년이 지난 지금 코벤트리는 숭고하면서도 에로틱한 이 고디바의 동상으로 적지 않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를 훔쳐본 톰은 한술 더 떠 관음증의 대명사로, 수많은 영화와 문학, 미술의 단골 소재가 돼 왔다. 세계의 유명 향락지마다 낮밤을 가리지 않는 수많은 ‘톰’들이 구멍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음란 화상채팅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7개월 만에 1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30대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회원으로 가입해 알몸을 보여주고 돈을 번 여성만 5000여명이고, 이들과 채팅한 남성들은 수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찰은 음란화상채팅 사이트만도 국내에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회원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우리의 주위사람들이다. 사무실 옆자리 동료일수도 있고, 동네 비디오가게 주인, 심지어 다니는 병원의 의사·간호사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경험상 성인 3명중 1명은 음란화상채팅 경험이 있다고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중세유럽의 톰에게 21세기 한국은 천국이다. 성적 담론을 거북해 하는 전통 유교문화에 카메라폰과 초고속 인터넷망, 가정마다 보급된 PC 등 첨단기술이 결합돼 수많은 ‘피핑 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간 본능에 대한 해답없는 질문일지 모르나 이제라도 사이버 섹스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때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적인 오프라인 성범죄의 온상인가, 아니면 대리만족의 배출구인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월드이슈] 性착취 받는 세계 아동 200만명

    [월드이슈] 性착취 받는 세계 아동 200만명

    아동 성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 ‘족쇄’를 채우고 신상을 공개하자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성 폭력에 신음하는 세계 어린이들의 눈물 뒤에는 성 관련 산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터넷 환경은 ‘아직 괜찮다.’는 우리의 위안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모른다. 각국의 아동 성 범죄 실태와 대책을 짚어 본다. 단돈 1만원에 3번이나 팔리며 성착취를 당한 필리핀 소녀 엘레나(가명·15). 그녀의 부모는 500페소(약 1만원)를 받고 마닐라의 구인업소에 그녀를 팔았다. 그녀는 2주일 만에 북부지역 팜판가주의 한 가정집에서 일하게 됐다. 그녀는 그곳에서 집주인인 경찰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엘레나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울먹거리며 소개업체에 그 사실을 알렸지만 브로커는 그녀를 마닐라의 성매매 업소에 넘겼다. 엘레나는 마닐라 항구에서 헤매다 구조됐다. 스웨덴 10대 소녀 니나(사진 오른쪽·가명)는 친구집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다 납치됐다. 그녀는 동유럽 보스니아로 팔려갔다.2년 동안 성착취를 당한 니나는 3000달러(약 300만원)의 몸값을 지불한 구호단체에 의해 구출됐다. 니나는 세상의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소녀가 됐다. ●“그곳엔 엄마·아빠도, 인권도 없다.” 세계적인 아동 성착취의 그늘에는 초국가적인 ‘아동 성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동유럽의 극빈층 소녀들이 제물이 된다. 유니세프(유엔 아동보호기금)는 전 세계적으로 성착취 아동이 20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에서만 각국에서 팔려온 32만여명의 아동이 상업적으로 성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동남아시아는 최소 10만명 이상의 아동이 ‘섹스 관광’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멕시코도 1만 6000여명이나 된다. 아시아와 동유럽의 소녀들은 ‘우편배달 신부’라는 이름으로 성착취를 당한다. 호주에서는 최근 5호주달러(약 4000원)에 성착취를 당하는 아동들의 실태가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 현지 언론들은 “성착취를 당하는 아동들의 나이가 12∼14세로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아동구호기구인 ‘세이브 더 칠드런’은 지난해 4월 스리랑카 2만명, 콩고 1만 2000명, 우간다 650명의 소녀가 성과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미성년자 군인 30만명의 절반이 소녀이다. 국제 인신매매 조직과 연계된 아동 성착취는 공급과 수요,‘풍선효과’가 고스란히 작용한다. 공급은 성매매와 관련된 처벌이 강한 국가에서 약한 국가로 이동한다. ●유럽·동남아시아 ‘글로벌 포주´들 기승 유니세프에 따르면 매년 120만명의 아동이 매매된다. 한 해 1500명 안팎의 과테말라 어린이가 북미 지역과 유럽으로 팔려간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가봉의 아동은 가나, 부르키나 파소, 말리, 토고의 다이아몬드 광산과 농장에 팔린다. 영국 경찰의 ‘아동학대조사반’은 히드로 국제공항을 감시한다. 동유럽이나 아프리카 소녀들의 손을 잡고 입국하는 ‘글로벌 포주’들이 적발된다. 히드로 공항이 소녀들의 유입 창구이다. 매일 수백명이 감시 대상에 오른다. 태국 경찰청은 지난해 검거된 국제 아동 범죄단으로부터 방콕에서 130㎞ 떨어진 관광지 파타야가 동남아 아동 성매매의 ‘교환지역’이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인터넷이 키운 ‘악(惡)’아동 포르노그래피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아동 포르노는 수만건 이상이 검색되며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2001년 조사된 미국의 아동 포르노 거래액은 연간 20억∼30억달러(약 2조∼3조원)였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넷 아동 포르노 방송에 출연해 연간 수십만달러를 벌어들이던 19세 소년의 이야기를 지난해 12월 전했다. 그 소년의 고객 1500여명에는 변호사, 의사, 교사도 포함돼 있었으며 상당수가 체포돼 기소됐다. 이 소년은 13세때부터 이 일을 해왔다. 지난달에는 독일과 덴마크 정부가 인터폴을 통해 일본의 아동 포르노 배포를 알려와 일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동유럽 리투아니아도 10∼12세의 아동이 출연한 포르노를 제작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폴 등 각국 수사기관이 아동 포르노 제작과 유통망을 추적하고 있지만 그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美 아동포르노 보관만해도 처벌 세계 각국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신상 공개(서울신문 2월22일자 7면 보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학교에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아동 포르노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네티즌까지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음란물의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영국에선 지난해 인터넷에서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은 한 교사가 학교에서 버젓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확인돼 큰 사회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어린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 등 800만명의 명단이 이중 작성되는 허점을 보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 주는 교사나 직원, 통학버스 기사를 채용할 때 지문이나 신상 자료를 제출받아 연방수사국(FBI) 등의 범죄자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한다. 버지니아주는 매년 교사와 재계약을 의무화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신규 채용 뒤 3년과 8년째에 재심사한다. 1994년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메건법이 제정된 후 이 법이 시행되는 여러 주의 교육 당국은 성범죄 사건이 보도된 신문 스크랩 등을 주끼리 주고 받고 있다. 이탈리아 교육부는 2001년부터 경찰 기록과 대조 작업을 거쳐 교사 16만여명을 신규 채용했다고 밝혔다. 또 이탈리아는 지난해 아동 포르노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유치원 교사와 신부 등 186명을 체포했다. 미국 몬태나주에선 2004년 12월 여자 친구를 유괴한 뒤 살해한 20대가 평소 아동 포르노에 탐닉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 포르노를 내려받은 네티즌도 처벌하려는 의회의 입법 노력에 불을 지폈다. 메인주에선 100여개의 아동 포르노를 컴퓨터에 보관한 25세 청년에 유죄가 선고됐다. 또 호주의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에선 가석방된 성범죄자를 다시 감옥에 집어넣어 무기한 복역하게 만드는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G8(선진 7개국+러시아) 내무장관 회담에선 아동 성착취범의 DB를 국제적으로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P2P유통 동영상 90%가 포르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 범죄의 급속한 확산에는 휴대전화와 P2P(개인 파일공유 서비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 미디어 인프라의 진보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코네티컷주에서는 7명이 넘는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20대 남자가 붙잡혔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에서도 14세 여학생을 꾀어 성폭행한 26세 남자가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미국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 닷컴’이 공통적으로 거론됐다. 이 사이트는 지난 달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일어난 14세 소녀 살인 사건에도 오르내렸다. 이 사이트는 5600만명의 회원 가운데 4분의 1이 10대다. 범죄의 타깃이 된 것은 10대 대부분이 이 사이트의 화상 채팅 프로그램에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 등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사용 연령이 낮아지고 휴대전화 보급이 늘어날수록 성 범죄 대상의 연령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한다. 범죄자와 미성년의 1대 1 접촉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미성년 대상 성 범죄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 포르노의 확산도 심각한 수준이다. 아동 포르노는 성 착취는 물론, 피해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남긴다는 점에서 과거 인터넷 유료 사이트 등에서는 유통이 금지됐다. 그러나 포르노 유통의 축이 P2P로 옮겨오면서 종전같은 자발적 검열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P2P에서 유통되는 동영상 콘텐츠의 90%가 포르노물이었다.‘어린이’나 ‘아동’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아동 포르노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모든 네티즌을 ‘범죄 콘텐츠’의 잠재적 공급자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월드이슈] 커지는 빈부격차

    [월드이슈] 커지는 빈부격차

    자카르타에 사는 5세 미만 어린이의 1%에 해당하는 8455명은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국가와 부모의 가난 때문이다. 중국에선 서슬퍼런 경찰에 맞선 빈농들의 생계형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그렇지만 빌 게이츠 등 세계 최고의 갑부 3명의 재산 총액은 가난한 나라 47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산한 금액보다 많다. 빈부격차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격차뿐 아니라 한 나라 내에서의 부자와 빈자의 간극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미국 사회에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부국이 빈국보다 20배 더 번다 세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200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제상황에 따라 국가들을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제 1그룹은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으로 세계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지만 세계 전체 소득의 45%를 가져가는 부국들이다. 반면 2그룹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세계 인구의 42%를 차지하면서도 전체 소득의 9%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빈국들이다. 또 다른 한 그룹은 두 그룹의 중간에 위치하는 국가들. 하루 생계비 1달러 미만을 ‘극빈자’로,2달러 미만일 경우 ‘빈민’으로 보는 세계은행의 정의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빈민이며 21%는 극빈자다. 2004년 유엔이 내놓은 인간개발보고서(HDR)에 따르면, 국가별 인간개발 수준을 상·중·하로 분류할 때 국가간의 물가 편차를 감안해 1인당 GDP를 구매력으로 환산한 구매력평가(PPP)는 각각 2만 4806달러,4269달러,1184달러로 나타났다. 밀라노비치의 분석을 또 다른 방식으로 개량화한 이 보고서에서 상층 부국들은 하층 빈국들보다 무려 20배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유엔은 분석한다. 국가간 빈부격차의 원인에 대해서는 농산물 등 1차 상품과 전자제품 등 2차 상품의 교역조건이 불평등해 빈국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분석에서, 자본은 그 특성상 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곳으로 몰리게 마련이라는 입장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해결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나마 2000년 9월 유엔 총회에서 191개 회원국들이 ‘빈곤 감소와 보건·교육 여건 개선, 환경보호’ 등을 목표로 채택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도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라진 아메리칸 드림 한 나라 내에서의 계층간 간극 역시 급속히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기회의 땅’으로 불려온 미국 사회의 변화다. 빈털터리 하층민 자손일지라도 노력하면 상류층으로의 ‘계층 이동(또는 신분 상승)’이 가능한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진 지 오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부모 세대 소득수준이 자식 세대로 이어질 확률은 45∼60%에 이른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1963∼68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95∼98년 소득을 조사한 결과, 부모 소득이 하위 25%에 포함된 경우, 소득이 상위 50%에 들 확률은 32%인 반면 하위 50%에 포함될 확률은 68%였다. 반대로 부모 소득이 상위 25%에 속했던 사람들의 소득이 상위 50%에 들 확률은 65%나 됐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미국의 빈부격차를 다룬 기사에서 미국에서의 계층 이동이 독일이나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예산국(CBO)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9년부터 2001년 사이 소득 기준 상위 1% 가구의 소득은 139% 증가했지만 하위 20% 가구 소득은 9% 느는데 그쳤다. 중간 계층 소득은 17% 늘었다. WSJ와 NYT는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이유로 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학력은 곧 경제력을 의미하며 부모의 경제력은 다시 후손의 학력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명문대에 진학한 상류층 자녀 비율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화 확산으로 인해 노동집약적인 산업들이 임금이 싼 제 3세계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육체 노동으로 돈을 벌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식 자유시장경제를 진두 지휘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부자들과 나머지 미국인들의 소득 격차가 너무 빠르게 벌어지고 있어 자본주의체제의 안정을 위협할 지경”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이 이 문제를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는 한 나라의 부(富)가 갈수록 최상위층에 집중되고,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분석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의 빈부격차 문제는 사회주의 체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다. 개혁·개방 정책 성공의 그늘이 바로 빈부격차 문제로 농축돼 있고 집권 공산당은 물론 사회주의 체제 존속과도 직결된 핵심 사안이다. 지난 25년 넘게 숨가쁘게 달려온 중국 경제가 내적으로 곪아 터지고 있는 것이 바로 빈부격차의 문제다. ●체제위기 심화시키는 빈부격차 지난 11일 허베이(河北)성 딩저우(定州)시 인근의 성여우(繩油)에서 6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석탄 재처리장 부지로 선정된 이 마을의 주민들은 턱없이 낮은 토지 보상금액에 항의하다가 개발업자인 궈화(國華) 발전소측과 충돌한 것이다.‘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성여우 농민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시각, 베이징의 화려한 호텔에서는 청(淸)황실 요리인 만한전석(滿漢全席)에 탐닉하고 있는 바오푸(暴富·벼락부자)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한끼에 8000위안(약 100만원)이 넘는 이 요리는 설 등 명절에는 예약이 넘칠 정도다. 농민들의 1년 수입이 부유층들의 한 끼 식사비도 안되는 상황이 지금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봇물터진 도시빈민 시위 이처럼 개혁·개방 이후 해안과 내륙, 도시와 농촌간의 빈부 격차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최근들어 도시 사이의 소득격차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1억명에 가까운 눙민궁(農民工·농촌출신 도시근로자)의 존재는 중국의 빈부격차를 상징하고 있다. 눙민궁들은 중국의 저임금 구조를 지탱하며 고도 성장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반면 사회 불안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내륙 농촌에서 도시로 흘러 들어온 이들의 생존의 외침이 엄청난 위협으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당국의 농지 강제수용, 경찰의 주민구타 등에 불만을 품은 생계형·민심형 대규모 항의 시위가 봇물터지듯 분출되고 있다. 올 초 산시(山西)성에서 철도 건설현장의 민궁 200여명이 교통경찰관 2명을 차로 치어 죽이고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완과 홍콩 언론들은 중국에서 지난해 발생한 크고 작은 소요와 시위가 모두 5만 8000여건이라고 보도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최우선 과제된 빈부격차문제 중국 국가통계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도시 최상위층의 소득은 최하위층에 비해 11.8배 많은 수입을 거뒀다.96년과 2000년 조사 당시 도시 격차는 각각 4.16배와 5.7배였다. 가장 부유한 10%의 가구수가 도시 부(富)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빈곤한 10%는 도시 수입의 1.4%도 챙기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격차는 최근 5년 동안 2배 이상 확대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금융자산 100만달러가 넘는 ‘백만장자’의 수가 23만 60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의 총 재산 규모는 9690억달러로 1인당 자산 보유액은 평균 410만달러(약 42억원)로 조사됐다.2003년도 중국 1인당 평균 국민소득(1090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4000배가 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4세대 지도부는 빈부격차 해결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2년 동안 국무원 ‘1호 문건’을 삼농(三農·농업, 농촌, 농민) 문제 해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4세대 지도부는 자신들의 통치 이념으로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 건설’을 내세웠다. 소득 재분배로의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고질병인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정책 시스템 부재 등 ‘중국적 문제’의 종합판인 만큼 4세대 지도부의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oilman@seoul.co.kr <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살인 부른 ‘천민 자본주의’ 부작용

    중국에서는 졸부를 ‘바오푸(暴富)’라고 부른다. 벼락부자라는 의미로 개혁·개방 이후 비정상적인 부의 축적 과정을 상징적으로 함축한 단어다. 사실 중국에서 ‘큰 부자’는 고위층과의 ‘관시’(關係)를 활용했거나 부정부패에 연루돼 있어 존경보다는 눈총을 받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최근 중국 전역에서 부자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8일 새벽 지린(吉林)성 왕칭(汪淸)시의 최고 갑부인 차이콴시(蔡寬錫) 일가 4명이 집안에서 살해됐다. 건축업으로 떼돈을 버는 과정에서 원한을 사 피살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지 경찰의 판단이다. 지난 4월 네이멍구(內蒙古)를 뒤흔들었던 사영 기업가 저우진신(周錦新)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 바오터우시(包頭市)의 한 호프집 앞에서 살해된 그는 4명의 동업자가 보복으로 암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3년에도 전국공산연합회의 저명 기업인인 리하이창(李海蒼) 부주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해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부자들의 ‘수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것은 중국 자본주의의 내재적인 모순 때문이다. 우리 역시 1960∼70년대에 경험했지만 부의 축적 과정은 온갖 비리가 얽혀 있는 ‘천민 자본주의’의 특징이 강하다. 신징바오(新京報)는 최근 ‘벼락부자의 조건’이라는 기사에서 “벼락부자들은 토지와 금융 자원을 장악하고 국유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고 한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자들의 착취로 사영 기업가들이 자신의 배를 불리고 관료들의 이권개입과 부정부패가 만연되면서 ‘공정성’이 상당부분 훼손돼 가고 있다. 부자가 존경받기는커녕 불안에 떨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중국 100대 부호의 명단은 ‘구속자 명단’과 일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이들의 상당수가 부정부패나 세금포탈 등의 혐의로 쇠고랑을 차고 있는 중국의 현주소를 빗댄 말이다.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은 한국사회 역시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oilman@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3)정감록과 혹세무민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3)정감록과 혹세무민

    ‘정감록’ 때문에 민중이 울었다. 정감록은 민중의 희망이었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감록을 이용해 자기 한 몸의 안락과 치부(致富)를 꾀하는 못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정감록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지배층의 평가는 늘 부정적이었다.‘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지배층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잣대로 삼은 것이었다.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 해도 상당수 민중이 정감록 때문에 재산을 잃거나 심지어 목숨을 앗기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백백교(白白敎)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일제시대 백백교 사건은 그야말로 혹세무민의 대표적인 사례다.1937년 백백교 간부 150여명이 집단살인사건으로 검거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조사 결과 핵심 간부 18명이 최소한 신도 314명을 살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경득은 61회에 걸쳐 166명을 살해했고, 문봉조도 129명이나 되는 교인을 죽여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백백교는 교단 이름부터 ‘정감록’을 빌렸다. 정감록에 보면 말세에 사람이 다 죽은 뒤 “사람의 종자를 양백(兩白)에서 구한다.”고 했다.‘양백’은 곧 백백(白白)으로 풀이된다. 백백교에서는 이 구절을 끌어다 구원을 받을 사람들은 오직 백백교도뿐이라고 내세웠다. 또 한 가지. 정감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라도운봉두류산(全羅道雲峰頭流山) 성인출어함양림중(聖人出於咸陽林中)”이란 대목이 있다. 글자 그대로는 “전라도 운봉에 두류산 즉, 지리산이요, 성인은 함양 땅 수풀 속에서 나온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백백교에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앞부분은 “전(全)씨가 도(道)를 열(라)고 운(運)을 만(逢)난다.”고 보았다. 뒷부분은 성인이 출현하기로 예정된 ‘함양림’이란 장소를 백백교가 창시된 함(咸)경도 운림(林)면 마양(陽)리로 풀이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이쯤 되고 보면 정말 기발한 해석이었다.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억지 춘향이다. 그러나 20세기 초 많은 한국 사람들은 백백교 식의 정감록 해석을 환영했다. 그들은 도리어 기상천외한 해석에서 비결의 힘과 매력을 발견했다. 그만큼 순리대로 살기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백백’이란 “한 가지 흰 것으로 천하를 희게 만들자(一之白將欲白之於 天下地).”는 구호를 요약한 것이기도 했다.‘흰 것’은 정감록에서 말하는 “계룡산 바위가 희어진다.”는 구절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흰 바위란 전통적으로 미륵을 상징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 가지 흰 것”은 정씨 진인이 출현할 시기이자 미륵부처나 다름없는 백백교의 교주를 가리켰다. 요컨대, 새 종교 백백교와 더불어 이 세상이 완전히 바뀐다는 선동적 믿음이 구호에 담겨 있었다. 백백교의 남자 신도들은 “백백백의의의적적적”이라는 주문을 줄곧 외워댔다. 그러면 무병장수하고 말세에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들은 말세에 서양은 불로 망하고, 동양은 물로 망한다고 했다. 불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은 본래 기독교 성경에 나와 있다. 그런 이유로 기독교의 본고장 서양은 불로 망한다고 보았다. 동쪽은 서쪽의 반대라 물에 약하다고 풀이했다. 중요한 점은 백백교를 믿는 사람만이 무사히 살아 남는다는 주장이었다. 교단 측은 신도들에게 일단 한국의 53개 성지에 들어가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다 말세의 심판이 닥치면 곧바로 금강산으로 들어가라 했다. 금강산엔 ‘피수궁’(물의 재난을 피하는 궁궐)이 있고 거기서 잠시 기다리면 백백교의 교주 대원님이 하강해 신도들을 이상향으로 인도한다는 것이었다. 백백교의 이상향은 동해의 섬이었다. 동해 바다 한 가운데 3000리나 되는 영주란 섬이 있다고 했다. 그 섬엔 봉황과 기린이 살고 불로초도 있다. 신선처럼 살고 싶은 백백교 신도는 누구나 그리로 인도된다. 그러나 만일 부귀영화를 한껏 누려보고 싶은 이라면 계룡산으로 안내된다. 백백교의 수장인 대원님이 새 세상의 왕이 되어 교단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신도들에게 관직을 준다고 했다. 교단에 재산을 많이 헌납한 사람은 당연히 큰 벼슬을 받게 된다. 이런 감언이설로 백백교 지도층은 세상 삶에 지친 민중을 유혹했다. 백백교를 세운 이는 가난한 농부 전정운(全廷雲)이었다. 본래 동학교도였던 그는 1900년 평안남도 영변군 근산면 화현동에서 백도교(白道敎)란 간판을 걸었다. 얼마 뒤 그는 앞에서 설명한 이유로 교명을 백백교로 바꿨다. 그는 1904년 6월 사상 초유의 대홍수가 한국을 휩쓸어 말세가 된다면서 이상향에서 살고 싶으면 무조건 백백교에 입교하라고 선동했다. 물론 전정운의 예언은 빗나갔다. 그럼에도,1905년 강제로 을사보호조약이 맺어지는 등 세상은 무척 어수선해졌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백백교의 거짓 예언을 뿌리치지 못했다. 교주 전정운이 늙어 죽자 아들 전해룡이 뒤를 이었다. 전해룡은 1923년 경기도 가평에 궁궐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교당을 지었다. 교단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높이려는 술책이었다. 그는 평소 단식을 잘했다.20일 동안 단식한 뒤에도 평소와 같은 기력을 과시해 신도들 사이에 신비감을 조장했다. 이 역시 28수라는 그의 허다한 고등 사기수법의 하나였다. 전해룡은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했다. 그뿐 아니었다. 만일 신도들의 자녀 가운데 아직 미혼인 여성이 있으면 성적 노예로 삼아 착취했다. 유부녀라 해도 용모가 아름다우면 마음껏 유린했다. 전해룡은 변태성욕자가 분명해 자기의 정사(情事) 장면을 숱한 여신도들이 지켜보게 했다. 그는 이를 신(神)의 행사라고 불렀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신도가 있으면 이상향에 보낸다며 산으로 끌고 가 남몰래 살해했다. 살인을 담당한 간부들은 벽력사(霹靂使)라는 명칭으로 부를 만큼 백백교 지도층은 집단광란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들의 살인극은 무려 14년간 지속됐다. 만일 교주 전해룡의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교단을 배신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는 경우는 물론 간부나 첩이라도 태도가 변한 기색이 보이면 즉시 살해되었다. 또한 신도들은 재산을 전액 헌금하게 돼 있었는데, 이를 조금이라도 어길 경우 생매장 당했다. 엄청난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백백교는 무사했다. 교단 간부들이 해마다 거액을 상납했기 때문에 일제 경찰은 눈을 감아준 것이었다. 그러다 1937년 우연한 일로 백백교의 비리가 세상에 폭로된다. 백백교 사건의 충격과 파장은 컸다. 소설가 박태원은 ‘금은탑(金銀塔)’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소설화해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런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시기 한국의 민중은 정치에 실의하고 생활에 궁핍했다. 근대 한국 민중의 불안한 사회심리를 이용해 우후죽순 격으로 뻗어난 것이 바로 백백교 따위의 악질적인 사이비 종교단체였다.1930년 6월 현재 정체불명의 그런 사이비 단체가 55개, 신도 수는 10여만명을 헤아렸다(동아일보 1930년 6월16일자 사설). 백백교 같은 사이비 종교단체는 암울한 시대배경 속에서 자라난 독버섯이었다. ●정감록을 이용한 재물 뺏기 ‘정감록’을 이용한 사기행각은 식민지 시기 사회 전반에 꽤 널리 퍼진 병리현상이었다.1930년께 김창하라는 사람은 ‘천병만마’(千兵萬馬·무수한 군대)를 격퇴할 해인(海印)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병통치약이라며 가짜 약을 판매하다가 검거됐다. 비슷한 무렵 경상북도 봉화군 내성면에 살던 경호창과 최성기는 태백산 기슭의 벽촌을 돌아다니면서 곧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보천교도 외에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입교하라고 강요했다. 물론 입교 시에는 소정의 돈을 납입하게 돼 있었다. 경호창 등은 유언비어를 살포한 죄로 20일의 구류처분을 받았다(중앙일보 1932년 3월16일자). 이런 일은 식민지 사회에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비슷한 사건은 조선 후기에도 많았다.1826년(순조 26) 충청도 청주에서 정상채라는 사람이 붙들려 처벌을 받았다. 그는 여러 고장을 들락거리며 나이와 이름을 멋대로 속였다고 했다. 도술을 부린다고 거짓을 늘어놓고 ‘환묘문(幻妙門)’과 같은 도술 책을 친구에게 주어 타인의 물건을 빼앗게 했다. 마침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자 그것은 전주곡에 불과하며 진짜 난리는 얼마 뒤에 일어난다며 민심을 선동했다. 그러면서 정상채는 진인이 이미 섬에 와 있다고 황당한 말을 꾸미는 한편 진인의 당에 가입하려면 이름을 직접 서명하라고 사람들을 졸라댔다. 뿐만 아니라 섬에 있는 진인의 군대에 군복을 지어 입힌다며 군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모은 돈을 그가 착복했음은 물론이다. 정상채의 동료 박형서도 비슷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받았다. 주된 죄목은 남의 재물을 속여서 빼앗고 ‘흉언(凶言)’ 즉 거짓 소문과 예언을 지어내 인심을 소란케 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 전쟁이 박두했다는 둥, 해도(海島)에 진인이 있다는 둥 거짓 예언을 퍼뜨리며 자기가 살길을 아노라 했다(실록·순조 26년 10월27일 을해). 비슷한 예는 정말 많았다. 박형서나 정상채 같은 사람들을 변호하는 입장에서는 그들은 조선왕조를 전복시키기 위해 군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변호인들은 왕조사회의 한계와 모순을 지적하면서 ‘범인들’이야말로 실은 ‘혁명아’였다고 강변하겠지만, 과연 그랬을까? 남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군자금을 생활비와 용돈으로 소비한 사람들이 과연 혁명아일지 의문이다. 그들이 말한 진인은 결국 환상적인 존재였을 뿐이다. 그들에게 금품을 건네준 사람들의 기대는 처음부터 어긋났다. 한마디로 그들은 사기꾼이었다. ●홍경래의 난 그런데 어떤 경우엔 도무지 이것이 ‘혹세무민’인지, 사기행각인지 또는 진정한 의미로 민중의 투쟁이었는지를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결코 백백교와 동렬에 놓일 성질은 아니지만 경계 짓기의 어려움을 확인하기 위해 홍경래의 난을 예로 들어 보겠다. 결코 홍경래 난을 매도하려는 뜻은 아니란 점을 다시 강조한다. 홍경래 난은 1811년(순조 11) 12월18일 시작됐다. 반란군은 순식간에 청천강 이북을 장악했다. 그러나 전열을 재정비한 관군의 반격을 받고 곧 정주성에 갇혀 버렸다. 정주성 싸움은 이듬해 4월19일까지 제법 오래 계속됐지만, 결국 관군의 승리로 끝났다. 장기간 싸움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반란군 측은 여러 차례 격문을 내걸었다. 격문엔 정감록이 예언한 정진인(鄭眞人)도 언급됐다. 서북 사람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철폐하라, 세도정권의 가렴주구는 악행이라는 등 그 시대 서북 사람들의 고민과 희망도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로 정감록과 관련된 부분만 발췌하면 대개 이런 식이었다. “지금 나이 어린 국왕과 주위의 간악한 무리들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 그런데 다행히도 세상을 건질 성인이 청북 선천 검산 일월봉 아래 군왕포 위 가야동 홍의도에서 탄생하셨다. 성인은 나서부터 비범하신데 평안도 지역은 성인의 고향이라 직접 손을 대지 못하시고 우리들에게 명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하셨다.” 정감록이 예언한 새 왕조의 창건자가 이미 홍경래의 곁에 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로써 반란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인식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격문을 짓게 한 홍경래 자신은 각종 병서(兵書)와 술서(術書), 특히 ‘정감록’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는 풍수지리에도 능통해 전국을 유람했다고도 전한다. 홍경래 일당은 정감록에 의지하는 바가 컸다. 그런 까닭이겠지만 난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에도 사람들은 정감록과 해도 진인에 대해 더욱더 이야기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홍경래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홍경래 난은 무려 10년 동안 사전에 준비됐다고 했다. 조직적인 반란이었던 셈이다. 풍수 전문가 홍경래를 비롯해 우군칙, 김사용, 김창시 등 유랑지식인 또는 몰락 양반들이 반란군의 지도부를 구성했다. 그들은 중국과 무역을 통해 벼락부자가 된 이희저의 가산 다복동의 사저를 거점으로 삼아 평안도 각지의 부자들과 연합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운산에 광산을 열어 빈농과 유이민 등을 모아 훗날 군사로 동원했다. 이 당시는 청나라와 국경무역이 활발했을 때라 평안도 출신 가운데는 이희저의 경우처럼 대상인이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수요에 맞춰 평안도엔 유기(鍮器) 등 수공업이 발달했으며 광산 개발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었다. 홍경래 일파는 이런 시대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이 기회에 서북지역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서울로 진격해 일거에 정권을 장악하려 했다. 연구자들이 지적하듯 홍경래를 지지한 계층은 민중이라기보다는 평안도 각지의 부호들이었다. 좌수와 별감을 비롯한 향임(鄕任·행정보조집단)과 별장(別將)과 천총 등 무임(武任·군사 및 치안담당자) 가운데 재산이 넉넉한 사람들이 홍경래를 후원했다. 민중의 지지는 정주성을 지킬 때 엿보이는 정도였다고 한다. 본래 유랑지식인이었던 홍경래나 자칭 제갈공명이라 불렀던 우군칙은 반란을 모의하는 과정에서부터 갖은 방법으로 부자인 이희저를 포섭하는 데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이희저는 반란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책임지게 됐으며, 비슷한 처지에 있던 평안도 유지들을 후원자로 끌어들인다. 그런 점에서 홍경래 난은 일부 유랑지식인과 상층부 인사들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홍경래 등은 서북지방의 숙원이던 지역차별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했고, 그 점에 있어 해당지역 민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일반 민중과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평안도의 부호들이 반군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한 점으로 보아 실상은 평안도 지배층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하는 반란이었다. 실제로도 격문을 분석해 보면 소농과 빈농 등 하층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1894년의 동학농민운동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만일 이 점을 확대 해석한다면 홍경래의 난은 평안도 지배층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이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홍경래 등이 자주 거론한 ‘정진인의 출현’은 민중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민중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조선왕조의 입장에서 보면, 홍경래 난은 두말할 나위 없이 ‘혹세무민’이었다. 왕조의 입장은 그렇다 해도 반란이 실패로 끝난 뒤 한때 홍경래 일파를 적극 지지했던 평안도의 부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한마디로 판단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다.‘사물은 하나지만 해석은 구구하다.’라 했던 어느 역사가의 주장이 문득 뇌리에 떠오른다. 홍경래의 난은 복잡했다 해두자. 어쨌거나 틀림없는 한 가지 사실은 때로 정감록은 민중에게 고난과 아픔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시대가 어려울 때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했다. 이 점을 인식한 듯 근세의 종교지도자 소태산은 이렇게 말했다.“근래의 인심을 보면 사술(邪術)로 대도를 조롱하는 무리와 모략으로 정의를 비방하는 무리들이 세상에 가득하여, 각기 제가 무슨 큰 능력이나 있는 듯이 야단을 치고 다니나니, 이것이 이른바 낮도깨비니라. 그러나 시대가 더욱 밝아짐을 따라 이러한 무리는 발 붙일 곳을 얻지 못한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美국무부 “한국은 성매매 근절 모범국”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발간한 국제 인신매매 연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성매매 등의 근절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모범국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존 밀러 인신매매 선임보좌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난해 성매매와 인신매매 업소 등을 폐쇄하고 500명 이상을 체포했으며 1000명 이상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등 용감한 조치를 취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성매매금지법을 입법하고 형법, 청소년보호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기존 법률을 적극 활용하는 등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정치적 의지와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 당국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군 기지 주변의 성착취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한 점을 상기시켰다. 보고서는 그러나 한국이 “성착취 목적 여성 인신매매의 발생, 경유, 목적지”라며 러시아, 중국, 필리핀, 태국 출신 여성들이 성매매를 위해 한국으로 팔리고 있고, 반대로 한국 여성들은 같은 목적으로 일본과 미국으로 매매되고 있으며 미국행일 때는 캐나다를 경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관련, 보고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강제노동과 성 착취를 위해 매매되는 원천국”이라며 “수천명의 남성과 여성, 어린이가 국내에서 노예상태로 강제노동을 하거나 스러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악화되는 경제사정 때문에 수천명의 북한인들이 중국 등으로 경제적 이주를 했다가 빚더미에 속박돼 상업적 성 착취 대상이 되거나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근절과 피해자 구조·보호 조치를 기준으로 1군,2군, 요주의 2군,3군 등 4개군으로 나누고 한국을 영국, 독일, 호주, 노르웨이 등 다른 23개국과 함께 가장 양호한 그룹인 1군으로 분류했다. 일본은 2군, 중국은 요주의 2군, 북한은 3군에 포함됐다. dawn@seoul.co.kr
  • [녹색공간] 지속가능하고 존경받는 기업/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상임정책위원

    1990년대 초반 나이키사는 파키스탄 공장에서 12세 소년이 노동하는 것이 시민단체에 의해 알려져 아동 노동을 착취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일본의 소니사는 2001년에 네덜란드로 수출하려던 게임기 내부의 전선 피복에서 카드뮴이 허용기준 이상 검출되어 수입금지 조치를 당해 총 1억 7000만달러(약 17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미국 화학업체인 몬산토는 2002년 앨라배마주 애니스턴 사 공장에서 상수원으로 독극물이 방출된 사건으로 인해 7억달러(약 7000억원)를 주민들에게 배상하라는 선고를 받았고, 이로 인해 회사의 주가도 주당 35달러에서 15달러로 하락하였다. 기업들은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서 기업활동이 환경·경제·사회 문제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고, 지속가능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의 실천 전략으로서 지속가능 경영을 선택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체로 기업에 대한 신뢰를 기업이 소재한 지역사회로부터 얻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듀폰사는 지역사회와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기금을 조성하여, 지역사회 삶의 질 개선과 관련된 약 400건의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다. 폴크스바겐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 경영의 특징도 ‘고용안정’과 ‘일자리 늘리기’를 통해 지역공동체와 공생을 꾀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속가능 경영은 아직은 환경 부문에서만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환경보고서가 발간되었으며,2004년 4월 기준 37개 업체가 환경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 경영을 추구하는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들은 7곳 정도밖에 없는 상황이며,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대한 평가 및 벤치마킹 자료는 아직까지 나온 것이 없다. 지난 3월 대통령 등 3부 요인을 비롯하여 정계·재계·정부·사회단체 대표들이 ‘투명사회 협약’을 체결하였다. 투명사회 협약은 지속가능 경영을 통해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투명사회 협약이 실질적 의미에서 지속가능 경영의 출발점이 되려면, 명확하게 지속가능 발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비전으로 천명하고 이 비전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업 내부에 정착시켜야 한다. 즉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으로 뒷받침해야 하며, 여러가지 지표를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 물론 이 성과도 지역사회와 이해당사자들에게 공개하여, 잘된 것은 함께 결실을 나누고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 경영은 기업의 노력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정책 측면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정부는 1995년부터 ‘환경친화기업 지정제도’를 도입하여 2004년 현재 157개 업체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선진기업들의 지속가능 경영 프로그램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국내기업에 적용가능한 ‘지속가능 경영 전략’을 단계적으로 보급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은 분명 단기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거리는 동시에 중국과 같은 강력한 도전자를 상대해야 할 상황에서, 지속가능 경영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진국에 진입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에게 앞으로 다가올 리스크를 방어하는 것이 지속가능 경영 전략일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공영역으로만 인식하고 등한시하였던 인권·환경 등의 문제를 기업이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할 때, 의식있는 소비자들이나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모든 국민이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하는 기업을 가질 때가 되었다.
  • [일요영화]

    [일요영화]

    ●배틀필드(SBS 오후 11시45분) 로저 크리스천 감독의 2000년작. 존 트래볼타, 배리 페퍼 주연.SF 마니아들에겐 유명한,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교의 창시자이자 소설가인 론 허버드의 ‘전장지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서기 3000년, 외계인 종족 ‘사이클로’의 침략으로 지구는 식민지가 된다. 사이클로의 지배하에 인류는 두 부류, 즉 사이클로의 노예와 사이클로의 지배를 피해 원시부족을 이루며 사는 집단으로 나뉘어 근근이 생존해 갈 뿐이다.‘사이클로’는 사악한 심성을 지닌, 평균 신장 3m의 거대한 외계인이다. 식민지 착취에 열을 올린 사이클로는 인간을 지구의 자원을 갈취하는 중노동에 이용한다. 사이클로의 감시망을 벗어난 원시부족의 청년 조니(배리 페퍼) 역시 사이클로의 추적망에 걸려 노예 신세가 된다. 사랑하는 연인 ‘크리시’를 애타게 그리며 탈출 기회를 엿보는 조니. 그러나 탈출은 실패하고, 조니는 사이클로 사령관 ‘테를’(존 트래볼타)에게 끌려간다.95분. ●무서운 영화2(KBS1 밤 12시20분) 키넌아이보리 웨이언스 감독의 2001년작. 애나 패리스, 숀 웨이언스, 레지나 홀, 마론 웨이언스, 팀 커리 출연.90년대 말 흥행에 성공했던 ‘무서운 영화’의 속편으로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진과 주연 배우들이 다시 모였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1편이 ‘스크림’류의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줄기로 ‘매트릭스’‘식스 센스’ 등을 패러디했다면, 대학생이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 2편에서는 ‘더 헌팅’류의 귀신들린 집 이야기를 따라 ‘할로우 맨’‘미녀삼총사’‘한니발’ 등 흥행작들의 낯익은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마을에서 벌어졌던 연쇄살인의 기억을 딛고 대학생이 된 신디와 친구들. 신디는 같은 학교 학생인 버디와 사귀게 되지만, 버디는 눈치가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친구. 친근감의 표현으로 걸핏하면 주먹을 날리기도 한다.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레이는 여전히 동성애적 취향을 갖고 있다. 올드먼 교수의 귀신의 집 실험에 참가하게 된 일행은 학점을 잘 받겠다는 생각만으로 수상한 저택 ‘헬하우스’에 묵게 된다. 저택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 기사를 보게 된 신디는 불길한 예감을 갖게 되고, 우연의 일치인지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실험을 중단하자는 조교의 말을 무시했던 올드먼 교수는 유령에게 살해당한다. 신디는 옛 저택 주인 휴 케인의 죽은 아내가 자기와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76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설] 잇단 외국인 직업병 당국은 뭐했나

    경기도 화성 전자부품 공장의 태국 여성 노동자 5명이 유독성 세척제에 중독돼 하반신마비 증세를 보인 데 이어 안산의 중국 여성 노동자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인 노동자들의 중독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2002년 11월이다. 당국이 그때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기만 했더라도 똑같은 피해의 재발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노동당국은 사고현장을 조사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안전관리 대행업체에 한달간 영업정지 조치를 했을 뿐이다. 같은 세척제를 사용하는 다른 업체들에 대한 경고나 조사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무사안일한 행정의 전형이다. 노동부는 클린3D사업 등을 통해 중소기업 작업환경개선에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실상을 보면 성과는커녕,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는 경제 대국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피해 노동자들은 특수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사업주는 문제의 세척제가 유독한 물질인지조차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다. 산업안전담당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공단에서는 지금껏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은 작업환경 기준 준수 대상업체에서 제외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설사 불법체류자 신분이라고 할지라도 작업장 안전은 보장되어야 한다. 당국은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야 실태조사와 사법처리 방침을 외치고 있다. 엄정한 처리를 요구하거니와 드러난 문제만 덮고 가자는 식은 안 된다. 인권후진국의 멍에를 쓰지 않도록 외국인 노동자 착취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 ‘쓰나미’ 고아들 두번 운다

    쓰나미(지진해일) 생존자들이 혼란을 틈탄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이 인신매매되거나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수용소에서 성폭행과 강도 등 범죄가 잇따르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제2의 피해에 몸서리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를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아체에선 쓰나미 고아들이 인신매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쓰나미로 부모를 잃은 아체 어린이는 최소한 3만 5000명가량으로 그 가운데 인신매매단에 의해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진 인원만 20명 이상이다. 아체 인근 도시 메단에 거점을 두고 있는 아체협력재단(ASF)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쓰나미가 아체를 강타한 뒤 2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의 서쪽 반둥과 이웃 나라인 말레이시아 등지로 팔려갔다고 4일 현지 일간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ASF의 마스리자 이사는 “그외에도 이재민 수용소에서 상당수 어린이들이 무책임한 사람들에 맡겨진 뒤 실종됐다.”면서 “인신매매범들은 입양재단으로 위장하고 15세 이하 어린이와 영아를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천명의 어린이들이 피난처를 찾기 위해 메단으로 몰려드는 상황이어서 어린이 인신매매가 급증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신매매 사례가 잇따르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3일 15세 이하 아체 어린이들의 출국을 금지했으며 전국의 경찰서에 아체 어린이의 인신매매 가능성이 높다며 비상 경계령을 발동했다. 아동보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과거의 재난 사례들은 어린이들이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면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성적 착취에도 취약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스리랑카와 태국 등에서는 성폭행과 강도, 약탈 등이 횡행하고 있다. 스리랑카 여성단체인 ‘여성·미디어집단(WMC)’은 “당국의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활동 과정이나 임시수용소 생활 도중 소녀와 성인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거나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례들이 보고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쓰나미가 강타하면서 약 3000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태국 관광지 중 최대 피해지역인 카오락에선 경찰이나 구호단원을 가장해 집을 털거나 호텔 금고를 강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졸지에 부모를 여읜 12세 스웨덴 소년의 납치사실이 알려지자 스웨덴 정부는 카오락에 경찰 수사관들을 파견해 조사에 나섰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열린세상] 성매매,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심영희 한양대 사회대학장

    성매매 방지법이 9월23일부터 시행되었다. 성매매방지법의 내용은 성매매를 알선, 유인하는 중간매개자와 알선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성매매 산업을 축소시켜 나가고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처벌 위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여성들을 지배·관리하면서 착취하고 매매하는 업주들을 처벌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여성을 처벌하는 법이었다면, 새로운 법안은 여성들을 성매매의 피해자로 규정하며 보호와 의료지원, 직업훈련, 자립에 대해 국가적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후폭풍과 반발이 심각하다. 일부 남성들은 ‘9·23 테러’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들이 성매매방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반대 이유는 과연 정당한가? 우선 많은 남자들이 성매매방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성매매가 남자들의 성욕해소를 위한 ‘사회적 필요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욕은 남성만의 고유한 능력이 아니며, 인간 누구나 갖고 있는 욕구이다. 그리고 성욕은 건강하게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모든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특히 건전한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성욕을 알선범죄자들에 의해 인권침해와 착취를 당하는 여성의 성을 사는 방식으로 해소하라고 권유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들의 또 다른 반대이유는 이 나라가 신정국가냐, 도덕국가냐, 왜 성에까지 간섭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도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성매매여성들의 인권과 사회정의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매매여성들이 성매매상황에서 어떤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지 생각한다면 성매매를 인정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외에도 반대이유는 더 있는데 예컨대,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에 현찰예금이 들어오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지역의 옷가게, 화장품가게, 식당, 만화집 등이 모두 불황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권침해와 착취를 통해 불법적인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을 정당화해야 할 것인가? 그런데 당황스러운 것은 그 반발이 남성쪽으로부터뿐만 아니라 여성쪽으로부터도 온다는 것이다. 특히 성매매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함으로써 여성계와 성매매여성이 두 쪽으로 갈라져서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데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반대이유는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생계유지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성매매방지법의 내용이 성매매여성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고 지원대책과 자활프로그램이 홍보되면서 오해가 풀리고 있다고 한다.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를 원하는 여성은 없다. 우리는 모두 탈성매매를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의지로 이것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가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불식시키는 것이며, 정부와 사법당국은 탈 성매매여성들의 생계와 자립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시급히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성매매는 구매자가 없이는 성립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사법당국은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거나 공공기관·기업·군대·학교 등에서 의식개혁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나아가서 성매매 없는 건전한 접대문화, 음주문화, 회식문화, 놀이문화를 확산하는 다양한 노력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남성의 성매매는 필요악이라는 지금까지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대학장
  • [월드이슈-외국의 성매매] 유럽등 법제개정 어떻게

    [월드이슈-외국의 성매매] 유럽등 법제개정 어떻게

    프랑스에서도 ‘성매매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길거리에서 손님들을 끌기 위한 매춘부들의 소극적인 호객행위까지 처벌토록 한 법을 시행한 이후 이 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과 일본의 성매매 실태와 대응을 살펴본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중도우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프랑스는 그 일환으로 지난 해 초 ‘국내 치안법’을 제정, 성매매를 엄격하게 다스리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내무장관(현 경제·재무장관)이 제정을 추진해 ‘사르코지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에 따라 지난해 3월18일 이후 길거리에서 행해지는 대가성 성매매 행위는 모두 제재대상이 됐다. 즉, 적극적으로 손님을 유혹해 매춘을 하는 경우에만 벌금형이 주어지던 것이 법 발효와 함께 소극적인 호객행위까지 2개월 구금에 3750유로(약 550만원)의 벌금형이 가해진다. 예컨대 야한 옷을 입고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법적인 제재 대상이 된다. 특히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사람이 외국인일 경우 즉각 체류증을 박탈, 국외로 강제 추방한다. ●여권단체 찬성·인권단체 반발 이같은 초강력 처방은 여권운동단체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은 반면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들과 인권단체들로부터는 생존권 박탈, 인권유린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으며 찬반론이 대립하면서 양측의 시위가 잇따라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의회표결(2003년 1월)에 앞서 “매춘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젊은 여성들을 고용해 성매매를 강요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포주들을 효과적으로 단속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법을 강화해 조직의 연결고리(매춘여성들)를 와해시키는 것 외에 도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법은 범죄의 온상인 포주조직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 마피아 등 국제적인 범죄조직과 연계된 포주 조직은 동부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서유럽으로 밀입국하는 여성들을 이용해 엄청난 불법소득을 올리는 것은 물론 마약밀매, 폭력 등 각종 범죄와 연계돼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프랑스 경찰 통계에 따르면 1만 5000∼1만 8000명의 여성들이 매춘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팔려와 착취당하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성매매산업과 관련된 경제규모는 대략 20억∼30억유로이지만 이 중 70%가 포주들에게 돌아간다고 프랑스 국립경찰 내 인신매매범검거반(OCRTEH) 측은 밝히고 있다. 포주에게 7년 징역과 15만유로의 벌금형을 내리도록 규정한 기존 형법에 ‘국내 치안법’이 추가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거리의 매춘은 현저하게 줄었다.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파리에서만 매춘 여성(혹은 남성)들의 수가 40% 감소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매춘 종사자들이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파리시의 크리스토프 카레슈 사회안전담당 부시장은 “국내 치안법의 효과는 매춘여성들의 활동장소를 가로등이 환하게 비치는 대로에서 으슥하고 위험한 뒷골목으로 이동시킨 것에 불과하다.”며 “그들은 단지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지진 않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춘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사회단체들은 직업 여성들의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협박과 감금을 당하는 여성들이 많고, 심지어 포주들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병을 얻어도 이를 숨기는 등 법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작은 아파트를 공동으로 빌린 뒤 인터넷이나 무가지 광고란을 통해 호객행위를 하거나 자기 집에서 매춘을 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도 국내 치안법 시행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이런 복잡한 사정이 얽히면서 프랑스에서는 지난 1946년 법에 의해 없어진 유곽을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월 국립과학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63%가 유곽의 재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和·獨 합법화… 伊등선 부활 검토 네덜란드는 지난 2000년 10월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매춘을 합법화했다. 독일도 2001년말부터 매춘을 합법화했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매춘을 서비스업으로 합법화해 종사자들이 다른 직업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납부하는 대신 합법적인 고용계약을 통해 의료보험, 실업수당, 연금 등의 사회보장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뉴질랜드 의회도 지난해 매춘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벨기에 의회는 공창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며 이탈리아도 공창제 부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루마니아 의회도 유사 법안의 입법을 놓고 논란중이며, 체코는 매춘면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스웨덴은 1999년 성을 사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 최고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매춘법을 강화했다.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미혼남성과 성매매/신연숙 논설위원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과 함께 경찰의 대대적 단속이 시작되자 정부의 성매매 불법화 의지에 대한 회의적·냉소적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인류 역사 이래 가장 오래된 성매매업이 단속을 한다고 해서 사라질 수 있겠느냐는 ‘역사적 무용론’에서부터 유흥업소 등 소비산업을 옥죄고 있다는 ‘경제적 악영향론’,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적 직업의 자유를 빼앗아서야 되겠느냐는 ‘반인권적 행위 불가론’ 등이 무성하다. 여기에 ‘미혼 남성의 성관계 기회 차단 불가론’이 새롭게 등장했다.경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성매매를 완전히 중단시킬 경우 18세 이상 성인 남성이 결혼 적령기인 30세까지 12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게 되는데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라며 경찰 단속을 나무랐다는 것이다.여성단체 등의 반발에 진의를 해명했다고 하지만,지도자급 인사의 위치에 걸맞지 않은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스러울 뿐이다.미혼 남성이 결혼 전까지 성매매를 통해 성욕을 해결해야 한다면,미혼 여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미혼 남녀가 모두 집창촌을 드나들며 욕망을 해소하고 나면 사회의 건전성은 어떻게 될까. 인간의 욕망은 교육과 이성의 힘을 통해 절제되거나 승화된다.예를 들어 인간은 누구에게나 동물과 같은 공격본능이 있지만 이의 해소를 위해 아무나 때리거나 아무 물건을 부수지는 않는다.더욱이 남녀를 갈라,남성은 때려도 되고 여성은 때리지 못하게 하지는 않는다.성 본능 역시 마찬가지일 터이다.요약하면 이 국회의원의 발언은 인간의 이성,이 땅의 모든 미혼 남성에 대한 모욕이자 심각한 성차별이다. 미혼 남성의 성매수가 용인된 시절이 있긴 있었다.기혼자의 부인과 딸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해 결혼제도를 정착시키려는 서구 교회의 의도였지만,중세 때의 일이었고 이것도 종교개혁 이후 사라졌다.성매매 단속의 목적은 다른 게 아니다.인신매매 등에 의한 성매매 강요 근절,포주 등에 착취 당해온 피해 여성의 구출이다.성매매 여성들이 감금당한채 죽어간 군산 개복동 화재사건 같은 불행을 막자는데 잡음이 왜 이리 많을까.문제 발언을 한 국회의원,냉소적 반응을 쏟아내고 있는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의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인신매매땐 3년이상 징역

    강력한 성매매 방지법이 23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성매매라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단면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법 시행에 맞추어 전국 일선 경찰서별로 특별반속반을 편성해 이날 0시부터 불법 성매매에 대한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기존의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대체하는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과 성매매 피해자보호법은 불가피하게 성매매를 한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한다.대신 성매매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 업주들의 착취구조를 근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로운 성매매 방지법 시행에 따라 바뀌는 제도를 문답으로 풀어봤다. 성매매 피해자란. -위계나 협박,폭력 등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이다.고용인이 시켜 마약에 중독된 채 일을 하거나 인신매매된 여성,청소년,중대 장애인,심신이 약한 사람 등도 포함된다. 성매매도 일종의 범죄인데 굳이 피해자를 분류하는 이유는. -연소자와 빈곤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성매매 구조로 유입되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할 사회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피해자의 개념을 마약중독자,청소년,심신미약자,인신매매를 당한 자 등으로 제한해 구체적인 타당성을 가질 것이다. 성매매가 적발되면 누가 처벌받나. -자발적인 성매매자는 처벌받지만,강요에 의한 성매매는 처벌받지 않는다.그러나 성을 구매한 사람은 예외없이 입건된다.6개월 이하의 보호관찰 또는 100시간 이하의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등에 처한다. 카드 빚을 갚으려 3000만원의 선불금을 받았다면 값아야 하나. -안 갚아도 된다.그동안 업주에 빚진 선불금 때문에 성매매를 계속하거나,신고한 이후에도 성매매 여성이 고소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하지만 새 법은 ‘성매매와 관련된 채권은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이 일하는 업소에서 성매매를 해도 처벌되나. -당연히 구매자는 처벌대상이다.또 외국인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면 그 여성이 처벌대상이지만,강요에 의해서라면 업주가 처벌대상이 된다. 퇴폐이발소 등 직접적인 성행위가 없어도 처벌되나. -구강이나 항문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행위도 성매매로 규정됨에 따라 똑같이 처벌된다.따라서 퇴폐이발소,유리방은 물론 노래방에서도 불법행위가 있다면 단속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3) 물질로 기른 탐라여성의 강인한 힘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3) 물질로 기른 탐라여성의 강인한 힘

    ‘해녀’가 아니라 ‘잠수(潛嫂)’다.단일 마을로는 이 잠수가 가장 많아 108명에 이르는 서귀포 법환리의 조계화(65) 잠수회장은 “어릴 적에도 해녀보다는 잠수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고 증언한다.더러 ‘잠녀’라는 말도 쓰지만 잠수가 본딧말.일본에서 건너온 ‘해녀’라는 용어가 지배하고 있으나,‘확실히’ 잠수가 맞다.왜 그런가. 문헌을 살피면 ‘나잠(裸潛)’이라는 말이 보인다.나잠은 남녀를 포함한다.여성 전업은 아니어서 남자들도 물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가거도 같은 오지에도 남자 잠수가 많았으며,요마적에는 동해안에도 남자 잠수가 늘고 있다.이런 사정인데도 근래 ‘해녀’라는 말이 두루 쓰인다.하지만 역사적으로 해남(海男)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해녀가 모든 잠수의 대표 명칭은 될 수 없다.교과서부터 고칠 일이다. 천대받던 잠수가 ‘뜨고’ 있다.공민왕 시절 최영 장군이 몽골의 묵호들을 토벌한 마지막 격전지 법환리를 찾아드니 문화관광부에서 아예 역사문화마을로 지정했다는 입간판까지 서있다.지난 여름에는 이곳에서 잠수축제도 열렸다.그러나 잠수로 먹고 살려는 이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어리석게도 ‘잠녀잡녀(潛女雜女)’라고 경멸했던 전근대적 풍조가 잔존하는 데다 같은 제주도에서도 반가(班家)를 표방하는 이들은 물일을 피했다.험한 물일을 하지만 잠수하는 이들도 여자다.늘상 소금물에 몸을 담그니 아무리 가꾼들 피부가 어찌 거칠지 않으랴.요즈음 젊은 여성에게 매일 소금물에 몸을 담그라면,아마 억만금을 줘도 못할 일이리라. ●우는 아기 구덕에 실어두고 바다로 조선 정종 때 신광수(申光洙)는 석북집(石北集)에서 이 잠수의 광경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했다.“일시에 긴 파람으로 숨을 토해내니,그 소리 비장하게 움직여서 수궁 깊이 스민다.”잠수의 한이 가히 용궁까지 미칠 듯하다.풍덩풍덩 물로 뛰어드는 모습이 마치 필사의 돌격대같다.숨쉬러 올라오면서 고요했던 바다는 갑자기 숨비소리로 충만해진다.매서운 엄동설한에도 우는 애기를 애기구덕에 실어두고 한숨 들이마신 뒤 뛰어드는 바다물질. 세종조 때 기건(奇虔) 목사가 눈보라가 하늬바람에 얹혀 매섭게 휘몰아치던 날,순력에 나섰다.그런데 엄동설한에 발가벗은 여인들이 무리지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목사는 질려버렸고,그로부터 염치지심(廉恥之心)이 용납하지 않아 그네들 손으로 잡아올리는 전복이나 소라 따위를 일절 먹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세월은 바뀌었지만,지금도 전복 따위를 먹을 때는 한번쯤 잠수들을 떠올려 볼 일이다. 법환리에서도 예전에는 16∼17세가 되면 물질에 나섰다.꼬마들은 연습삼아서 얕은 ‘갓’(물가)에서 보말을 잡거나 우뭇가사리를 뜯었다.같이 배운 물질이지만 능력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헤엄 잘치고,채취 잘하고,신체 건장한 여자를 ‘상군’이라고 하고 그 밑으로 ‘중군’과 ‘하군’이 층을 이루고 있다.상군과 하군의 격차는 생각보다 커서 ‘내려갈 땐 한빗,올라올 땐 천칭만칭 구만칭’이란 속담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범섬 주변은 배를 타고 나가 물질을 하고,‘갓’에서는 헤엄치면서 채취한다.주로 전복 소라 오분재기 보말 성게 해삼 톳 감태 갈래곰보 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하는데,역시나 해중 보물은 전복.봄이 오면 해경(解警),혹은 허채(許採)라 하여 금지했던 작업이 일제히 풀린다.미역은 2∼3월에 베어내며,봄철이 지나면 녹음이 짙어 뻣뻣해지므로 식용이 불가능하다.감태는 여름철에 종괴호미로 베어내 거름으로 쓰는데,이 거름을 한번 뿌리면 삼 년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땅이 걸어진다. ●백화현상으로 해초 사라져 환경이 변하면서 전복은 눈을 씻어도 찾아보기 어렵다.소라도 수십 년을 살아 날카로운 돌기가 떨어져 나간 탓에 ‘둥구쟁이’라고 불리는 놈들은 찾아볼 수 없다.5년여 전부터 이 바다에도 백화현상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해초들도 대거 사라지고 말았다.바다가 하얗게 변하는 이른바 ‘갯녹음’이 시작된 것이다. 잠수들은 한달에 10∼12일 정도 물질을 나간다.물질은 물때에 맞춰 시작되는데,법환리 속담에 ‘물싼때랑 나비잠자당 물들어사 돔바리 잡나’란 말이 있다.썰물때는 그럭저럭 지내다가 밀물에 바다에 뛰어들어 일을 한다는 뜻이다.특히나 물이 움직이지 않는 한조금날에는 물질을 피한다.여기에다 파도까지 치면 더욱 힘들다.보통 2m의 파도라도 이런 날에는 2배 즉,수심 4m까지 영향이 미친다.너울이 심하면 전복이 눈앞에 있어도 울렁거려서 잡을 수가 없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잠수병.머리가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뇌신이나 감기약 같은 것을 무턱대고 먹는다.잠수 복지정책이라며 이곳 종합병원에서 특수진료를 시작했지만 언감생심 완치는 꿈도 못꾼다.이들에게 연간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천차만별이지요.수 천만원에서 수 백만원,지금도 상군 잠수가 일본에 나가서 석달만 뛰면 1000만원은 거뜬하지요.”라고 말한다.그야말로 ‘언더우먼’이다.가사노동에다 물질까지 해서 어렵사리 번 돈으로 밭도 사고 자녀들 대학까지 공부도 시킨다.이곳에서 자란 저명인사 중 잠수 어머니의 손길로 키워낸 사람들이 많다.김계담 서귀포문화원장이 농담삼아 거든다.“그 뿐인가.남편 술값도 보태지.” 70년대부터 잠수복 다운 잠수복이 나왔지 그 전에는 추운 겨울에도 반나체로 바다에 들었다.작가 현기영은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에서,‘해촌의 포작진상은 수량이 월등히 많아 일년 열두달 바닷속 열명길을 들락날락 자멱질하여야 했다.노적가리만큼 큼직큼직한 진상꾸러미를 만들어 전복·미역·청각·우뭇가사리·산호·대모 외에 해중 귀물인 진주와 앵무조개 진상은 나중에 면제되었지만 그 대신 전복의 수량이 엄청 불어났으니 포작인의 고역은 말이 아니었다.남정네 근력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마누라와 딸자식까지 벌거벗겨 물질을 시키건만….’이라며 옛적 잠수 수탈의 역사를 고발하고 있다. ●中·러·日로 원정 잠수도 이들의 행동반경이 제주 바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부산 울릉도 독도 흑산도 등지로 나가는 이가 많았고,심지어는 중국이나 러시아,일본 등 동북아시아 전역으로까지 ‘출가’하였다.봄이면 객지로 떠나 반년 여를 물질만 하다가 가을이면 돌아오는 원정잠수도 있었다.심지어 며칠씩 배를 저어 중국 칭다오(靑島)나 다롄(大連)까지 진출하기도 했다.현지에서는 이들에 대한 착취가 비일비재해 ‘부산 영도 일대에서 (제주 잠수가)짓밟혔다.’는 일제시대의 신문기사가 이를 잘 말해 준다.심지어 선금을 제대로 못갚으면 현지에서 볼모로 잡혀 불귀의 객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한 끼 밥값이라도 아끼기 위해 좁쌀 따위의 양곡을 갖고 다녔으며,근검절약으로 돈을 모았다.아기엄마들은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면서 물질을 다녔다.우도의 신화적인 잠수였던 조완아는 황해도로 물질 나갔다가 뱃전에서 아기를 낳았다.배에서 낳은 배선이,항에서 낳은 축항동이,길에서 낳은 길동이 등 자녀들의 이름을 보면 만삭의 잠수들이 출산 직전까지 물질을 했음을 알 수 있다.그 애환을 지금의 우리가 어찌 다 알 것인가. ●‘바다가 집이요,배 밑창이 칠성판’ 물질은 헤엄쳐 나가서 행하는 갓물질,15∼20명쯤이 함께 배를 타고 나가서 치르는 뱃물질이 있다.가까운 ‘앞바르’를 벗어나 외국까지 가서 오로지 배에서 먹고자면서 떠도는 ‘난바르’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바다가 집이요,배 밑창이 칠성판’이란 노래가 실감난다.용궁을 다녀온 우도 만행이할머니의 전설같은 실화는 죽음이 늘 이들 곁에 있었음을 암시하는 사례다.그렇게 억척같이 돈을 모아 살림을 키웠으니 ‘위대한 어머니,장한 딸’이 아닐 수 없다. 그녀들은 독립운동사에서도 혁혁한 기록을 남겼다.이야기는 일제시대로 올라간다.잠수들의 권익옹호라는 미명 아래 어업조합이 발족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조합장을 도사(島司)가 겸임한 탓에 제주도내에서 잠수의 권익은 애당초 고려되지 않았다.1931년,구좌면 일대 잠수들이 9개 조항의 진정서를 도사에게 제출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이들의 불만은 1932년 1월24일 세화리 잠수사건으로 폭발하고 만다.하도리의 부춘화(夫春花·당시 22세)라는 여성의 지휘 하에 1000여명이 세화리 주재소 앞에 모여든다. 당시 인구로 볼 때 1000명은 보통 숫자가 아니다.마침 도사가 이곳을 지나간다는 소식에 양손에 비창,호미 등을 들고,머리에 흰 물수건을 동여맨 채 행진가를 높게 부르면서 거리에 운집하였다.도로를 가로막고 항의를 시작하였으나 도사는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분노의 불길은 더욱 높아져 급기야 관용차를 대파했으며,결국 긴급 출동한 경찰과 충돌하기에 이른다. 그 장거(壯擧)는 지금까지 잠수의 역사로 길이 남았거니와 당시에 불려지던 노래말을 들어 보자.‘우리들은 제주도의 가엾은 잠녀/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안다/추운날 무더운날 비가 오는날/저 바다 물결 위에 시달리는 몸/아침 일찍 집을 떠나 어두우면 돌아와/어린 아기 젖멕이멍 저녁밥 진자/하루종일 해봤으나 번 것이 없어/살자하니 한숨으로 잠못이룬다.’ 노령의 잠수들은 지금도 이 노래를 기억한다.제주 여성의 강인한 힘은 이같은 고통의 산물이리라.최대 20여m 이상의 물속을 헤집는 잠수들의 노역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니,오죽하면 미국무부에서 심해 공사와 해군력 증강을 위해 제주잠수들을 연구하기까지 했을까.잠수를 말하지 않고는 제주바다의 삶에 관한 논의는 애당초 불가능하다.제주민의 바다삶에서 잠수는 알파요,오메가이기 때문이다.
  • 용서받지 못한 이영훈교수

    MBC ‘100분 토론’에 출연,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가 6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사과방문했지만 용서를 받지 못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 교수에게 ‘나라가 없어 강제로 끌려간 한을 아느냐.당장 사퇴하라.’며 40여분간 꾸짖고 사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쯤 토론에 함께 출연한 가톨릭대 안병욱 교수와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이 교수는 “해방 후에도 성을 착취하는 기구가 있어 왔다는 점을 총체적으로 반성하고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발언한 것인데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일제에 고통을 받으신 할머니들에게 심적으로 상처를 끼친 점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군자(80)할머니는 이 교수에게 물잔을 집어 던지고 “당신이 일본놈 앞잡이가 아니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근본이 의심스러우니 호적등본을 떼어 갖고 오라.”고 호통쳤다.또 박옥선(81)할머니는 “나눔의 집을 한 번이라도 들러봤느냐.당신이 어떻게 우리의 한을 알겠느냐.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당신의 수업을 받으니 걱정이다.당장 사퇴하라.”고 소리쳤다.이 교수는 훈계 내내 머리를 조아렸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이 교수가 와서 ‘토론에서 그런 의도로 발언한 것이 아니다.’고 변명부터 했다.”며 “처음부터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나눔의 집 역사관을 둘러본 뒤“학생들에게 나눔의 집을 방문토록 가르치겠다.”며 거듭 사죄하고 오전 11시40분쯤 상경했다. 광주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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