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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갈등 현황과 해법] 서울대 교수 5人에게 길을 묻다

    ‘정책’ ‘계층’ ‘지역’ ‘세대’ ‘이념’ 등 한국사회를 갈라 놓은 다섯 가지 갈등 요인의 해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손댈 수도 없을 만큼 얽힌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정책 결정권자는 어떤 시각으로 갈등에 접근하고, 국민들은 어떻게 이에 참여해야 할까. 서울대 교수 5인에게 갈등 해소 방법을 물었다. 교수들은 “갈등이 서로 연관돼 있으며, 결국 빈부격차 해소와 복지가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갈등의 핵심은 경제적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과 지방의 갈등, 세대 갈등 등은 결국 경제적인 문제로 귀결된다.”면서 “정부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갈등을 푸는 열쇠”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이제까지는 보이지 않는 손이 사회적 부의 분배를 적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부의 재분배가 이뤄진 측면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이런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갈등에 대해서도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가 핵심”이라며 “서울에 편중된 경제력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의 소외감, 박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정치적인 논의보다 우리 삶과 직결된 논의가 사회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어떤 정치체제냐가 주요한 선거 이슈였다면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우리가 어떤 것을 누리고 어떤 것이 필요하냐가 중요해졌다.”면서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에도 복지강화라는 우리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 토론이 이뤄졌고, 또 선거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만큼 정치권 등도 이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회적 갈등을 덮어 두려고 하지 말고 계속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토론과 논쟁을 두려워하는 문화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갈등을 공론의 장에 내놓고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역 갈등에 대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라며 “젊은 층일수록 출신 지역에 기반한 정체성보다 개인의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사람들의 지역 간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지역 정체성이 희석되는 데다 계층, 세대 갈등이라는 새로운 갈등 요소가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여전히 지역 표밭만 믿고 유권자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에 소홀하다.”면서 “지역 갈등이 정치에 미치는 악영향은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선거전략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지역 갈등 해소를 내걸고 지역별로 분배정책을 내세우는 정당이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지역별 나눠 먹기식 정책은 지역갈등 해소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 교수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돼 호남 지역의 인물을 발탁하고, 호남 지역에 분배를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내세우면 영남 지역의 반대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지역갈등을 더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교수는 지역 갈등이 약화되는 사회적 변화에 정치권이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 중심 정치보다 인물 중심 정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안철수 열풍’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이제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원한다.”면서 “지역적 정체성에서 벗어난 젊은 세대들이 공감하고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하고 키운다면 자연스럽게 지역감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45)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갈등의 해법으로 ‘복지’를 꼽았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이 나눠가질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성장 위주 정책은 ‘분배 없는 성장’으로 이어졌고, 결국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줄여 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기성세대들이 가진 사회적 자원을 나눠 가지려는 젊은 세대의 분노가 커졌고, 기성세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형태의 갈등을 발생시켰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해 이러한 갈등의 양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것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서 나타났던 청년층의 투표 참여라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장 교수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세대 차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장 교수는 “젊은 세대는 그들이 처한 취업난과 ‘살인등록금’ 등의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스스로 세력화해 돌파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복지 확대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나 주거, 등록금 등의 문제를 해결할 때 세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 분배를 통해 기회를 더 준다는 것인데, 그동안 복지에 소홀히 한 것이 젊은 세대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10년 후 뭘 먹고 살까’를 고민하며 성장에만 매몰되면 결코 현존하는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그는 역설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나 집단이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사회든 이념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면서 “문제는 극좌와 극우의 목소리가 너무 높은 탓에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경험을 한 탓에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의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단적인 우파와 극단적인 좌파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다 회색분자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시민들은 극좌도 극우도 아닌 중간지대에서 생각하고 사고한다.”면서 “결국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문제는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유럽의 경우에도 이념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게 나타나지만 대부분 중간에서 수렴되는 양상”이라며 “우리 사회도 서로 논의를 통해 의견이 수렴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데올로기가 아닌 이념으로 정책이나 사안을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념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아이디어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데올로기는 정치적인 목적을 지니고 또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을 밖에서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SNS 등 새로운 매체와 소통 방법의 등장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넓게 펼쳐진 이념의 스펙트럼을 모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인터넷이나 SNS의 등장으로 말하지 않던 다수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본다.”면서 “양극단의 목소리만 들리던 우리 사회에 새로운 목소리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김완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김완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양극화의 해법으로 복지 시스템의 강화와 노동 유연성 강화를 통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성장이 곧 일자리로 이어지는 공식이 깨진 것이 현재 경제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동 유연성을 강화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보기술(IT) 분야가 발전하면서 대기업의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것이 과거처럼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새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는 대신 단기간 실업 상태에 빠진 근로자들이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을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복지 강화와 함께 사회적 서비스 부분도 발전시켜 이곳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기업이 돈을 벌고 이 돈을 사회에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간접세의 비중을 줄이고 직접세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부가가치세 등 부자와 서민이 똑같이 내는 세금을 줄이고 대신 버는 만큼 세금을 내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단 세율 조정과 노동 유연성 강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기업이 내놓을 것과 정부가 할 일, 노동계가 감수할 부분에 대해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하지만 현재 서로 불신이 큰 탓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열린세상] 좋은 가격차별, 나쁜 가격차별/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좋은 가격차별, 나쁜 가격차별/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다국적 체인점 KFC가 중국에서 제품의 판매가격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책정하기로 하였다. 중국의 급성장과 도시화로 지역별로 점포 임대료 등 영업환경의 차이가 커짐에 따라, 지역조건에 맞춰 가격을 차별화하기로 정하였다고 한다. KFC는 대도시 중심부나 공항 매장은 제품 가격이 비싸겠지만 소도시나 농촌 지역 점포의 제품 가격은 저렴해진다고 강조하는 반면, KFC가 편법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피셔프라이스사의 ‘인형의 집’ 장난감을 인형의 피부색에 따라 차별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백인 가족 인형을 사려면 흑인 인형보다 50%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이런 가격차별 정책은 가격차별의 정당성 여부 이전에 인종차별 논란을 야기하였다. 흑인 인형을 싼값에 책정한 것은 명백한 흑인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쇼핑몰이 백인 소비자를 더 착취하는 셈이니 오히려 백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해외명품업체들이 같은 명품브랜드라도 미국·유럽 등지에서의 판매가격과 한국에서의 판매가격을 다르게 책정하여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가격차별을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이론적으로 명품에 붙는 관세가 줄어들어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이 인하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국내 판매가 차이가 20% 정도인 ‘덤터기’ 가격을 책정하였다는 것이다. 양쪽 주장을 들어보면, 애초에 좋은 가격차별, 나쁜 가격차별을 정하기는 그야말로 애매하다. 가격차별은 시장이 분할되고 수요자가 분할된 시장 간의 이동이 어려울 때, 주로 독점공급자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분할시장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여 판매량도 높이고 소비자 잉여도 최대로 흡수하고자 하는 경영전략이다. 가격차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독과점 지위에 있는 기업이 이러한 수단을 통해 경쟁 사업자의 경쟁능력을 저하시키거나 소비자 잉여의 흡수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여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궁극적으로 헌법과 법률 질서의 근간인 평등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차별은 주로 다량구매할인이나 2부가격설정과 같이 공급조건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여, 단일 가격에서는 구매할 수 없었던 낮은 수량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 정당화될 수 있다. 반면, 공급자가 수요의 가격탄력성 등 수요조건에 기초하여 가격을 차별,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소비자들이 높은 소비자들에 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때 위법성이 발생할 수 있다. 가격차별이 사회적 총 잉여를 증가시킬지 감소시킬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독과점기업의 이윤이 증가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가격차별행위의 적법성을 따질 때, 경쟁사업자 간 수평적 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수평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이 수직적 경쟁제한에 미치는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근 건설업계가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함께 미분양 물량의 증가로 인한 경영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잔여 부동산을 종전의 분양가보다 20~30% 정도 낮은 금액으로 할인하여 분양하거나, 같은 분양시점에서도 미계약분을 기획부동산업자 등에게 다량구매를 조건으로 현격히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할인 전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크며, 할인 후 가격탄력성이 높은 소비자들은 투기적 수요자이거나 부동산사업자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할인가로 분양되어 기획부동산 등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은 임대시장에서도 낮은 임대료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여 수직적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격차별은 도처에 존재한다. 단순히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며 기업의 공급조건 변화로 판단하기에는 이중삼중으로 억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좋은 가격차별과 나쁜 가격차별을 구분하는 애매한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사설] 미신고 장애인 시설 더 촘촘히 감시하라

    장애인 시설의 인권침해가 영화 ‘도가니’ 이상의 충격을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민관합동조사반을 꾸려 지난 10월부터 장애인 시설 104곳의 실태 조사를 한 결과 26곳에서 인권침해가 확인됐다. 장애인 시설 4곳 중 1곳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얘기다. 인권침해 내용도 폭행, 학대, 성추행 등과 같은 일은 다반사고, 심지어 김칫독에 구더기가 득실대는 등 위생관리라는 말조차 쓰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쓰는 곳도 다섯 군데나 됐다고 하니 장애인 인권침해의 심각성에 울분을 토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 청원군 한 안식원의 김칫독에는 구더기가 득실댔지만 이 시설은 최근까지 ‘따뜻한 시설’로 홍보하며 후원금과 쌀을 기부받았다고 하니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다른 시설은 새벽 기도 시간 등 하루 두 차례 간식 외에는 밥도 굶기면서 노동력을 착취했다. 방안에 감금해 창밖으로 용변을 처리해야 하는, 상상도 못할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장애인 시설이 이처럼 인권 사각지대로 전락한 데에는 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등이 있었던 만큼 장애인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의 참담한 생활상을 당국이 모를 리 만무다. 당국이 제 할 일을 다 못한 것이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장애인 시설에 의존하는 잘못된 사회복지 정책에서 탈피해 자립생활 지원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면 우선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시설 운영자에 대해 보다 엄격히 처벌해 사고 재발부터 막아야 한다. 앞에서는 사회복지가처럼 행세하고, 뒤로는 장애인을 내세워 돈벌이하느라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시설 운영자는 퇴출해야 마땅하다. 이번 조사에서 보듯 폐쇄적으로 운영돼 상대적으로 사건 은폐가 쉬운, 미신고 시설을 더욱 촘촘히 감시하는 것도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 [확산되는 99%의 분노] 反월가시위 여의도 상륙하나

    미국 청년들의 이른바 ‘반월가 시위’ 여파가 우리나라에까지 번질 조짐이다. 국내에서도 부실 저축은행 사태와 고금리 학자금 대출 등에 따른 금융 피해자가 속출한 만큼 반금융 움직임이 만만찮다. 이미 잠재적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불을 댕길 경우 자칫 대규모 시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정부·시민단체 등의 관측이다. 금융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협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1일 금융의 공공성 확립을 위한 장기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협회는 올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004년에 출범했다. 협회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와 노동계, 금융 피해자 단체 등과 함께 금융자본 규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백성진 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은 “협회 차원에서는 힘이 약하지만 연대를 통해 힘을 갖출 것”이라면서 “12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계획을 밝히고 ‘행동의 날’인 15일에 월가 반대 시위에 연대한다는 의미로 ‘여의도 금융가 점거’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핵심 쟁점은 금융 공공성 회복과 금융 독립이다. 두 쟁점을 중심축으로 금융 피해자들이 직면한 피해 사례를 통해 현 금융 체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협회 측은 “최근 투기자본과 관련한 명의도용 등 금융 피해 사례가 연이어 접수되고 있는 등 금융이 사람을 착취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주장했다. 물론 참여 단체들은 금융과 민생 사이에 발생하는 갖가지 현안을 두루 다룰 계획이다. 또 대학생들도 가세할 것 같다. 조우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도 등록금 대출 등 탐욕스러운 금융사들의 피해자”라면서 “제의가 온다면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빈곤사회연대도 ‘1%에 맞선 99%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 아래 오는 15일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금융자본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는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서울광장에 모두 모여 집회를 이어 간다. 김동현·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단독] ‘취업 미끼’ 日야쿠자에 넘겨 성매매 착취

    [단독] ‘취업 미끼’ 日야쿠자에 넘겨 성매매 착취

    트랜스젠더들 사이에서 일명 ‘박마마’, ‘박자’로 불리는 사내가 있다. ‘트랜스젠더 원정 성매매’의 대부로 알려진 박모(50)씨다. 이미 동종 전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다 지난해 6월 출소했다. 그는 세상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일본에 있는 좋은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사람을 모았다. 간단한 일자리 얻기도, 가족과의 관계도 멀기만 한 트랜스젠더들을 그는 그렇게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이모(42)씨 등 20여명이 그의 배웅을 받으며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곳에는 박씨와 손잡고 일하는 오모(60·여)씨와 야쿠자인 그의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씨의 대리인 박모(27·여)씨 등 감시자 2명도 함께였다. “쉽고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환상에 불과했다. 트랜스젠더들은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의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한 뒤 성매매를 해야 했다. 매달 130만원의 방세는 물론이고 800만원에 가까운 자릿세도 냈다. 또 다른 폭력조직 등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명목으로 매달 55만원 등 총 1000여만원을 뜯겼다. 이뿐이 아니었다. 그들은 하루라도 돈을 못 내면 밀린 돈에 살인적인 이자를 붙였고, 원금과 이자를 합친 돈에 다시 이자를 얹는 폭리를 감당해야 했다. 폭언과 협박은 예사였다. 그렇게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트랜스젠더들이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박씨 일당의 지갑으로 들어갔다. 성매매를 강요당했던 한 트랜스젠더는 “박씨가 에이즈에 걸린 트랜스젠더를 일본에 보냈다가 소문이 퍼지자 귀국시킨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원정 성매매를 내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씨의 만행을 폭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에이즈 환자인 박씨는 자신의 병력을 숨기고 성관계를 가져 처벌을 받았을 정도로 인면수심인 범죄자”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트랜스젠더들에게서 보호비와 자릿세 등을 갈취한 박씨를 성매매 알선 및 공동공갈 혐의로 붙잡아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트랜스젠더 이씨 등 2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일본 경찰과 공조수사를 통해 오씨 등 일당 3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성적 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이용해 해외 성매매까지 알선하는 브로커가 판치는 실정이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성전환자인권연대 등 시민단체는 2만 5000명, 대한의사협회는 4500명(2006년 기준)이라는 추정치만 내놨을 뿐이다. 서울지방가정법원에서 허용된 성별 호적 정정건수도 2008년부터 최근까지 30여건에 불과하다. 성전환 수술을 받거나 이성(異性)의 호르몬을 투약받는 이들과 관련한 정부 공식 통계는 지금까지 집계된 적이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부 성전환 연예인과 달리 대다수 트랜스젠더들이 그렇게 ‘없는 존재’로 살아간다. 미국에선 지난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아만다 심슨(49)이 연방정부 고위직인 상무부의 고위기술고문으로 임명되는 등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취업 전선이나 일상생활에서 제약이 따른다. 최진화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국장은 “직장에서 권고 사직당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면서 “사회에서 내몰린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에서 트랜스젠더의 고민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민경·김진아기자 white@seoul.co.kr
  • 지친 영혼의 평화 어떻게 찾지?

    지친 영혼의 평화 어떻게 찾지?

    출판계는 지난 20년간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을 확산시키면서 무수한 자기계발서를 쏟아내 배를 불렸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스티븐 코비,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의 앤서니 로빈스, ‘당당하고 지적인 여성이 꼭 알아야 할 99가지 지혜’의 헬렌 걸리 브라운 등 미국의 대표적인 자기계발서 저자들은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식민지시대 스페인풍의 대저택을 사들일 정도로 엄청난 수입을 거뒀다. 2000년 뉴스위크지는 책, 세미나 등을 포괄한 미국의 자기계발 산업 규모가 연간 24억 8000만 달러(약 2조 6000억원)라고 추산했다. ‘당당하고’의 저자 헬렌 브라운은 “직장에서 성욕은 육성되어야 한다.” “나는 어디에서도 누군가와 성적으로 연관되지 않고서는 일해보지 않았다.”고 주장해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자기계발의 덫’(미키 맥기 지음, 김상화 옮김, 모요사 펴냄)은 이런 자기계발서가 노동자들의 임금 정체 및 고용 불안 현상과 궤를 같이하며, 노동자들을 새로운 유형의 노예로 이끈다고 지적한다. 저자인 맥기는 사회학자이자 문화비평가. 그는 자신이 쓴 책대로 살지 않아 파산한 스티븐 코비의 모순부터 지적한다. 코비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책에서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해 좌절에 빠진 딸에게 “육아를 즐겨라.”라고 조언한다. 이를 두고 맥기는 “전업주부인 아내의 내조에 기댄 아홉 자녀의 아버지 코비는 성분업적이고 사적인 역할분담론으로 후퇴했다.”고 비난한다. 아울러 자기계발서 시장에서는 ‘개인 경제’나 ‘와인 맛보기’ 정도였을 책이 ‘바보들을 위한 개인 금융’ 혹은 ‘촌놈, 와인 마시기’와 같은 제목으로 출간되어 해결사를 자처한다고 꼬집는다. 이런 책들은 독자를 뭔가 모자란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한다. 실상 자기계발서는 인간에게 ‘원죄’가 있다고 가르치는 성경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해체되고, 평생직업과 평생반려자가 시대착오적인 것이 된 시대에 자기계발서는 언제라도 결혼할 수 있고, 항상 취직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외친다. ‘자기계발’의 저자는 전통적인 미국의 자수성가한 남성 신화는 아내, 어머니 또는 누이의 노동을 착취하고 멸시해서 얻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신의 계시’ ‘영혼을 관리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자기계발서가 제시한 것은 결국 흉내 내기에 불과하며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보상받을 길 없는 허구적인 자아의 미래상이란 게 맥기의 결론이다. 위인전을 읽으며 꿈을 키울 나이도 지난 성인들이 누군가의 경험담이나 일방적인 조언을 삶의 지침으로 삼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계발이란 어떻게 가능할까. 맥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누구도 혼자서 자신을 창조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즉 진정한 자신을 형성하고 실현하려면 타인의 노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될 수 있는 모든 것 되기’는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이야기한다. ‘혼자 사는 즐거움’(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신승미 옮김, 토네이도 펴냄)은 맥기가 비판했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방향에서 진정한 자기계발법을 일러준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25년간 미국 일간지 기자로 일했던 저자 브레스낙은 자신 안의 갈증을 외면하지 못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 직장과 이웃을 위해 헌신해도 영혼이 목마를 때, 갈증을 채워 줄 79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이란 오래된 묘지 산책하기, 소중한 추억 수집하기, 정지하는 법 배우기, 완벽하고 싶은 충동 버리기, 벼룩시장 구경하기, 완전히 소진하기 전에 피로 깨닫기 등이다.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돈 문제에서도 저자는 색다른 방법으로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완전한 자신만의 돈을 만들고, 원할 때마다 만져 보거나 세어 보는 것이다. 물론 이 돈의 존재는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고, 피자 값으로 써서도 안 된다. 외출할 때도 따로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챙기면, 굳이 돈을 쓰지 않고도 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두 책은 모두 진정한 영혼의 부름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 찾아온다고 이야기한다. ‘자기계발’ 1만 7000원, ‘혼자 사는’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브레스낙이 제시하는 영혼의 갈증을 채우는 법 10가지 ① 오래된 묘지 산책하기 ② 소중한 추억 수집하기 ③ 정지하는 법 배우기 ④ 완벽하고 싶은 충동 버리기 ⑤ 벼룩시장 구경하기 ⑥ 완전히 소진하기 전에 피로 깨닫기 ⑦ 위안을 주는 동물과 살기 ⑧ 헌책방에서 옛날 책 고르기 ⑨ ‘안 돼요.’라고 말하기 ⑩ 살고 싶은 집 만들기
  • 美 ‘국제 조폭과의 전쟁’ 선포

    美 ‘국제 조폭과의 전쟁’ 선포

    미국 정부가 ‘조폭’에 몽둥이를 들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조직범죄가 미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일본의 야쿠자와 이탈리아의 마피아 조직인 카모라, 멕시코의 로스 세타스, 러시아의 브러더스 서클 등 국제적 조직범죄 단체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야쿠자는 마약거래와 무기밀수, 인신매매, 매춘, 성 착취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카모라는 달러 위조와 마약거래, 가짜 명품 및 DVD 등 불법복제 거래 등을 하고 있다고 미 정부는 설명했다. 브러더스 서클은 마약 밀매와 핵물질 거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로스 세타스는 마약 밀수 등을 통해 미국에서 불법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이들 조직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동시에 자국민이 이들과 사업관계를 맺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등 56개 항목으로 구성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미국 당국이 불법 범죄조직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조직원들을 기소할 수 있도록 하고, 국제 범죄조직 척결을 위한 국가 간 정보공유를 추진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백악관은 특히 “북한 당국이 달러를 위조하는 범죄조직과 관계를 유지해온 것 같다.”면서 “이는 미국의 달러 건전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또 중국과 동남아에서 광범위한 지적재산권 도용이 성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첸치핑이라는 중국 여성이 한번에 100여명씩 1000여명의 외국인을 미국으로 밀입국시킨 혐의도 밝혔다. 미 정부가 이례적으로 조직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에는 조직범죄와 테러조직의 연계성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미국 내 마약 밀매 조직 중 절반 정도가 알카에다와 헤즈볼라, 탈레반 등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대량살상무기(WMD) 거래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돈줄이 마르자 조직범죄로 활로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국제 범죄조직은 점차 세력을 키우면서 활동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정부의 부패 요소와 결탁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맹국들도 우리의 노력을 반영해 자국민을 폭력,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협력의 틀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나쁜 남자의 우상, 휴 헤프너

    나쁜 남자의 우상, 휴 헤프너

    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85)는 전 세계 남자들의 ‘우상’일 것이다. 18일로 예정됐던 헤프너의 세 번째 결혼식에 맞춰 출간된 ‘미스터 플레이보이: 휴 헤프너, 남자들의 은밀한 꿈을 살다’(스티븐 와츠 지음, 고정아 옮김, 나무이야기 펴냄)는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헤프너가 평생에 걸쳐 추구했던 어리고 예쁜 금발 여성이었던, 60살 연하 약혼녀의 변심으로 세 번째 결혼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는 몸소 쾌락을 추구한 논쟁적인 삶을 살고 있다. 1926년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헤프너는 그림 그리기와 글 쓰기에 빠져 지냈다. 어린 시절 내내 스스로 창조한 환상의 세계에 빠져 살았는데 이러한 기질은 평생 이어졌다. 전화도 받지 않고, 가까운 치과에도 혼자 가기 싫어하던 아이는 스스로 ‘플레이보이’란 현실을 창조해내고 다른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헤프너는 첫 결혼 상대인 밀리를 고등학교 졸업생 파티에서 만났다. 대학 시절 내내 사랑을 나누었던 두 사람이 처음 성관계를 가진 것은 졸업을 앞둔 때였다. 비교적 부모가 주입한 기독교 교리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헤프너의 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것은 1948년 출간된 ‘킨제이 보고서’였다. 출간 두 달 만에 20만부가 팔린 앨프리드 킨제이의 ‘인간 남성의 성 행동’은 미국 사회가 성에 대해 더 솔직해질 수 있도록 새 시대를 열었다. 성에 대해 새로 눈을 뜬 것은 헤프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킨제이는 내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내가 오랫동안 느끼던 것을 증명해 주었다. 우리가 성에 대해 말하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위선자라는 것, 그로 말미암아 많은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라고 회고했다. 마릴린 먼로의 천연색 나체 사진을 실은 1953년 ‘플레이보이’ 창간호는 “유머와 교양과 짜릿한 재미를 곁들인 엔터테인먼트를 원한다면, 플레이보이는 당신에게 특별한 대상이 될 것이다.”란 창간 선언문과 함께 세상에 선을 보였다. 남자들에게 결혼과 가족의 의무를 벗어던질 것을 촉구한 잡지는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헤프너는 잠을 쫓고 정신을 긴장시키는 식욕 억제제 덱세드린을 복용해가며 미친 듯이 잡지를 만들었다. 잠옷만 입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은 채 펩시콜라만 스무 병씩 마셔댔다. 결국 그는 ‘기이한 은둔자’에서 ‘플레이보이 제국의 황제’로 등극했다. 잡지로 시작한 플레이보이는 TV쇼, 클럽, 맨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고, 헤프너는 수억 달러의 재산가가 되었다. 그의 곁에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에 똑똑하지 않으며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금발 미녀들이 득시글댔다. 헤프너는 “내가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선택하는 건 그 수준에 존재하는 순수함과 다정함이 좋기 때문”이라며 “내가 데이트한 여자들은 많은 것을 얻었다. 내가 그들에게 주체성을 주기 때문에 그들은 이전보다 더 좋아진 상태로 나를 떠난다.”며 자신의 연애관을 정당화했다. 그는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성, 특히 성 경험이 없는 미녀를 좋아했다. 자신은 많은 여자와 한꺼번에 데이트했지만 여자친구들에게는 플레이보이맨션에 살면서 헤프너만 바라보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이중적인 잣대는 첫 결혼 상대인 밀리가 약혼 시절에 했던 외도 때문에 받은 큰 상처와 금지와 억제, 규칙을 강요한 어머니의 교육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1970~80년대 비슷한 잡지가 속속 생겨나면서 플레이보이 제국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판매 부수는 격감했고, 여성을 착취한다는 비난이 높아져 갔다. 각종 사건에도 휘말렸던 헤프너는 급기야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건강을 회복한 헤프너는 1989년 플레이보이 모델 킴벌리 콘래드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혐오주의자였던 그는 일부일처제에 헌신하는 가정적인 남자로 ‘재창조’되어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결혼도 파국을 맞았고, 여든다섯의 헤프너가 세 번째 결혼을 올리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창간 60주년을 2년 앞둔 잡지 ‘플레이보이’는 50~60년대 황금시대의 영향력은 많이 쇠퇴했지만 미국 사회를 움직이고 바꿔 놓았다. 그 뒤에는 ‘청교도적 미국 문화를 뒤집어놓은 성 혁명가이자 반란자’인 헤프너가 있었다. 미주리대 역사학 교수가 쓴 ‘미스터 플레이보이’는 헤프너의 삶으로 돌아본 미국 현대사이기도 하다. 2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나와 통일] (18)이정혜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

    [나와 통일] (18)이정혜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

     1999년의 어느 일요일, 정병호 한양대 고고인류학과 교수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해서 나갔더니 한국계 미국인인 김동식 목사님을 소개했다. 김 목사님은 당시 탈북여성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김 목사님으로부터 탈북여성들의 성 착취, 꽃제비의 실상 등에 대해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며칠 뒤 목사님이 출국하면서 검은 빛의 갱지 한 뭉치를 나에게 건네줬다. 갱지에는 탈북 여성들이 꾹꾹 눌러 쓴, 믿기 어려울 만큼 참담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김 목사님은 “이 대표가 국제기구에 있으니 이들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좀 알려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나는 “국제기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활동이 좀 더 자유로운 비정부기구(NGO)단체를 알아보겠다.”고 답변했지만, 두고두고 마음의 짐처럼 남아 있었다.  몇 해가 지나 김 목사님이 북한에서 고문을 받고 돌아가셨다는 충격적인 신문 보도를 접했다. 목사님을 돕지 못한 죄송스러움이 컸다. 당시 나는 탈북여성을 포함한 인신매매에 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시도는 했지만 얽히고 섥힌 국제기구의 이해관계 때문에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2002~2007년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이주기구(IOM) 본부에서 근무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땐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들에 대한 조사가 가능해졌다.  현재 2만명이 넘는 국내 탈북자 중에 여성이 무려 80%다. 일반적으로 난민이나 이주민은 남녀의 비율이 반반인 경우와 매우 다르다. 북한에서 식량배급 제도가 붕괴되고부터 생계를 책임지는 쪽은 여성이었고,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동북 3성 지역의 경우 자국 여성들이 도시로 일을 찾아 떠났기 때문에 노동 수요는 물론, 혼인 연령의 여성 수요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의 탈북여성들은 인신매매와 성적 또는 노동 착취에 쉽게 노출돼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고 탈북자들의 이주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는 요즘에서 여전히 상존하는 어려움이다.  국제사회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태도는 비교적 명확하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북한 인권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하고, 탈북자들은 난민 지위 여부를 막론하고 보호돼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이런 입장을 실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은 여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주의 흐름은 한번 생기면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들쑥날쑥할 수는 있어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탈북자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늘어나면 북한사회의 변화에 일정 정도 기여하게 되리라 본다. 기본적으로 이주는 긍정적인 사회변화의 흐름이다. 그렇게 되도록 잘 유도하는 것이 이주민은 물론 이들을 보내고 받는 나라들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모든 국경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 추세라면 북한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들어오고 나감을 통해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겐 꿈 같은 희망사항이 하나 있다.국제이주기구(IOM)가 하는 일 가운데 유럽에서 영주권을 갖고 정착한 난민들이 아프리카의 모국으로 돌아가 3~6개월 또는 더 장기적으로, 재능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MIDA(Migration and Development In Africa)라는 것인데 가나·콩고·브룬디 등 아프리카에서 의사나 교사, 엔지니어 등 이민 2·3세가 자원봉사를 하고, 월급의 일정부분을 IOM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나는 평양에 사무실을 두고 그런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 날이 올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꿔본다. 나는 IOM에 몸담아 그간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늘 자랑스러웠다. 현재 한국대표부는 지난 60년간 난민과 이주민을 지원하며 쌓인 IOM의 다양한 노하우를 탈북자를 대상으로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개발,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탈북자를 도와 통일 미래의 모습을 좀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는 데 조그마한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게 나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나와 통일’ 페이스북 facebook.com/me.onekorea   [용어클릭] 국제이주기구(IOM) 이민·난민 등 국제이주 문제와 관련해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회원국 정부에 서비스와 정책 제안을 제공하는 국제기구다. IOM 한국대표부는 1991년 베트남 보트피플 후예들을 미국으로 보내기 위한 중간기착지 역할로 시작, 외국인노동자·결혼이민자·탈북자, 외국인여성 인신매매 등 다양한 이주 관련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 美 타임 선정 10대 권력남용 사례 살펴보니

    美 타임 선정 10대 권력남용 사례 살펴보니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부정을 저지른 세계 지도자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시사 주간 타임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성 납치·축첩 사건을 세계 10대 권력 남용 사례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타임은 김 위원장을 세계 지도자 10명 가운데 7번째로 소개하면서 그가 국가에 저지른 악행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여성들을 강제로 납치하고 자신의 첩으로 삼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김 위원장이 영화배우를 포함, 여성들을 납치하기 위해 남한에 특공대까지 보냈으며, 이들을 성적 노예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영화배우 최은희씨 납치사건을 이르는 말로 풀이된다. 타임은 “이 ‘친애하는 동지’는 수차례의 결혼을 통해 낳은 공식적인 자녀 5명뿐 아니라 정부(情婦)들과의 사이에서 9명의 자식을 더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강압’(coerce)이라는 단어는 그가 한 행위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빈약한 단어”라고 꼬집었다. 리비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도 과도한 족벌주의로 권력 남용 사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하고 있는 그의 자녀들은 폭력적인 착취로 악명이 높다. 올해 초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8년 문서에 따르면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는 카다피의 넷째 아들 무타심은 리비아 국영석유회사(NOC)의 수크리 가넴 회장에게 12억 달러(약 1조 3000억원) 상당의 가스와 석유를 달라고 압력을 넣었다. 가넴 회장은 그의 보복이 두려워 검토하고 있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붕가붕가 파티(섹스파티의 은어)의 주인공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악덕 지도자 명단을 비켜가지 못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해 5월 절도 혐의로 구속돼 있던 ‘루비’(본명 카리마 엘 마루그)라는 17살 모로코 소녀를 석방할 것을 밀라노 경찰서에 요구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루비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의 친척이라고 주장했으나 거짓말이었다. 그는 같은 해 4월 6일 밀라노의 한 주택에서 열린 파티를 포함, 같은 해 2~5월 그녀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었고 정치적 지위를 이용, 이를 덮으려 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권력 남용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닉슨 전 대통령은 재선 승리를 위해 비밀 공작반인 ‘백악관 배관공 팀’을 만들어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 사무실에 무단 침입,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그 결과, 재임 중 물러난 유일한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신한류(韓流)에 한류(寒流)

    신한류(韓流)에 한류(寒流)

    케이팝(K-pop)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新)한류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일본에서 신한류 주역인 걸 그룹을 폄훼하는 만화가 버젓이 유통되는가 하면 타이완에서는 한국 드라마 방영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한국 걸 그룹의 성 상납을 묘사한 ‘K-POP 붐 날조설 추적’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만화에는 걸 그룹 소녀시대의 무대의상을 입고 속옷을 노출하거나 카라를 연상시키는 여성들이 옷을 입지 않은 채 엉덩이춤을 추는 장면 등이 포함돼 있다. 작가가 취재를 바탕으로 각색했다고 밝힌 이 만화는 전직 아이돌 출신인 한국인 호스티스가 한국 아이돌의 실상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국 걸 그룹들이 성 상납을 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한해 1조 6000억엔(약 20조여원)을 투자해 한류를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소녀시대와 카라 소속사는 13일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카라 소속사인 DSP미디어 측은 “만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 걸 그룹들을 지극히 선정적이고 악의적인 내용들로 표현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므로 사태를 파악한 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녀시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 “일본 측 변호사와 논의한 뒤 강력 대응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앞서 타이완 국회의원들은 지난 11일 한국 드라마 등 외국 프로그램의 타이완 TV 방영 비중을 40%에서 20%로 제한하는 내용의 ‘유선 라디오 TV법’ 개정안을 입법원(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스타 양수쥔 선수가 실격패한 사건으로 타이완에서는 반한(反韓) 감정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LA타임스는 한국에서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어린 소녀들이 ‘노예계약’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획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신한류에 대한 반발 및 견제 심리가 이 같은 현상을 낳은 것 같다.”면서 “문화 흐름이 강제로 막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류 콘텐츠도 지나치게 한국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다른 나라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진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류 붐이 이미 상당히 뿌리내린 만큼 타이완이 법 개정을 하더라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더라도 현지 정서에 맞는 콘텐츠 개발, 합작 프로젝트 시도 등 반한 감정에 적극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주·김정은기자 erin@seoul.co.kr
  • “평범한 사람들의 性, 과연 평범할까요?”

    “평범한 사람들의 性, 과연 평범할까요?”

    이런 상상을 해 보자. 출근시간, 사람들로 가득한 전철역 플랫폼에서 한 사람이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난 요즘 페티시(특정 물체에 대한 성 도착증)에 빠져 있어. 혹시 남는 스타킹 있으면 좀 빌려 줄래?” 이를 엿들은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속닥거릴까. 분명 이럴 것이다. “변태 아냐?” #인터뷰를 왜 했느냐면 우리 일상의 중요한 일부분인 성(性). 부부 간의 성관계를 제외한 다른 방식의 성애는 변태적 행위로 치부되고 돌을 던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이런 식의 변태성, 굳이 문제될 게 있을까. 남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스타킹을 좋아하면 어떻고 사디스트(가학 성애자)면 어떤가. 18일 개봉하는 영화 ‘페스티발’의 사유 실험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영화에 나오는 경찰관, 학원 강사, 철물점 주인, 엄마, 여고생, 어묵 장수는 모두 평범한 이웃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이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는, 이른바 변태다. 평범한 우리네 이웃도, 아니, 당신 자신도 변태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서 최근 서울 합정동의 한 영화배급사 사무실에서 ‘페스티발’을 만든 이해영 감독과 마주했다. ‘올바른 성 문화 정착을 위한 대담’일 수도 있고, 마냥 유쾌한 ‘19금(禁) 토크’일 수도 있다. ‘음담패설’이라 공격해도 좋다. #‘페스티발’을 왜 만들었느냐면 영화사 아침의 고(故) 정승혜 대표 이야기로 말문을 여는 이 감독. 원래 영화 제목은 ‘24시간 섹스피플’이었단다. 성을 즐기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생전의 정 대표가 “제목에 축제 성격이 담겼으면 좋겠는데.”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페티시’와 영화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신체 부위인 ‘발’의 합성어란 해석도 돌았다. 이 감독은 그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 제목이 붙으면서 정서적으로 정리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 간의 일종의 공통점이랄까. 이들은 축제를 즐기고 있었던 거였죠.” 영화는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상망측한 변태담이지만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임을 강조하기 위한 역설이다. 이 감독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화’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70~80%가 진짜 이야기예요. 때리거나 맞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 성욕(사디즘+마조히즘)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고 경미하더라도 특정 소품에 성적 집착을 보이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우리 주변에 이런 일들 정말 많아요. 단지 시선 때문에 감추고 싶을 뿐이죠. 어쩌면 이게 평범한 거죠.” #“여성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영화는 구석구석 ‘평범’이란 가정을 깔아둔다. 영화에 나오는 이들의 직업부터가 그렇다. 가열차지 않은, 평범하고 한가한 사람들이었으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 동네도 전형적인 한국의 모습인 서울로 정했다. 이 가운데서도 마포구를 정한 것 역시 영화의 이런 주제 의식과 맞닿아 있다. “마포구는 특별한 랜드마크가 없잖아요. 그냥 마포라고 말하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부자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특색을 찾기 어려운 그런 전형적인 서울 동네요.” 배우들의 이미지도 신경 썼다. 우악스럽거나 마초적이어선 안 됐다. 그래서 모범적인 이미지의 신하균을 생각하고 무릎을 쳤다. 신하균은 영화에서 주인공인 경찰관 장배 역할을 맡았다. “무척 터무니없는 캐릭터죠. 자신의 ‘물건’ 사이즈에 집착하는 마초. 하지만 여성 관객들에게 비호감인 이미지로 보이면 안 됐습니다. 평범해야 하니까요. 설령 비호감 이미지를 갖더라도 배우의 고운 결로 인해 영화가 끝나면 호감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배우, 딱 신하균이더군요. 만일 마초 이미지의 배우가 그랬다면 여자 관객들이 무서워했을 거예요. 여성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알리자. 그러고 나서 평가받자” 이 감독은 여성 관객의 눈치를 꽤 많이 살폈다. 스스로도 말한다. ‘친(親) 여성적인 영화’로 비춰졌으면 좋겠다고.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상당수의 섹시 코미디 영화는 여성의 성을 착취하거나 외모를 비하하며 웃음 코드를 유발해 낸다. ‘페스티발’ 역시 섹시 코미디 장르지만 이런 영화와는 선을 긋는다. “영화란 감독의 공식적인 발언대죠. 저는 그 발언대에서 이야기를 했을 때 관객들로부터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얘길 듣고 싶어요. 물론 제가 남자감독인지라 한계는 있겠죠. 친여성적이진 못하더라도 반(反) 여성적이란 평가는 피하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자기 만족일 수도 있지만 요즘 영화를 보면 너무 우악스럽게 여자들을 착취하는 게 안타깝더군요.” 하지만 반문했다. 영화가 너무 야한 쪽만 부각되는데, 기존 섹시 코미디 영화와 다를 게 뭐냐고. “일단 관객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네티즌들이 그래요. 이해영 드디어 미쳤다고. 돈에 환장해서 야한 영화 만들었다고. 걱정이 좀 되긴 해요. 하지만 ‘미스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이 그러더군요. 일단 회자가 되고 나서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요. ‘미스 홍당무’도 처음엔 단순 로맨스 영화로 홍보돼 꽤 많은 관객들한테 욕을 먹었다네요. 그런데 평단의 호응을 받으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답니다. ‘일단 알려라. 그러고 나서 평가받아라’ 이렇게 생각하며 맘 편히 가지려고 합니다.” 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문화마당]한국 영화의 잔혹성/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한국 영화의 잔혹성/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국내 영화상 심사를 하다 보면 꽤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약 1년간 한국영화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렌드나 이른바 ‘문화적 코드’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몇 년 전 조폭영화가 대세일 때는 때리고 부수는 액션 장면 외에도 욕설이 그야말로 진진하여 하루종일 귀가 멍멍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 한국영화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잔혹성’이다. ‘용서는 없다’부터 ‘파괴된 사나이’를 거쳐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에 이르러 정점에 달한다. 피투성이 살인은 물론 사체훼손 묘사까지 거침이 없다. 등급을 놓고 제작사와 영상물등급위원회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기도 한다. 한국영화는 왜 이리 독해진 것일까. 일단 잔혹성 문제는 영화적 표현과 관련이 있다. 올해 잔혹성이 두드러진 영화들은 대체로 ‘복수’를 테마로 하고 있다. 영화 서사적으로 ‘복수’는 가장 원초적이고 드라마틱한 정서를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에겐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레스테스’나 ‘메데이아’같은 그리스 비극에서도 관객을 흡인하는 것은 복수가 내뿜는 강렬하고 비극적인 에너지이다. 관객은 복수의 주체가 혹독한 시련과 참혹한 불행을 당하면 당할수록 그의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고 감정이입하면서 그가 복수의 ‘칼’을 빼어들 때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복수의 주체에게 가해지는 불행이나 비극적 사건의 내용과 표현의 수위가 더욱 강해지고 독해지는 것이다. ‘용서는 없다’에서 누나와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남자의 딸을 납치 살해, 급기야 남자가 자기 딸의 사체를 훼손하게 하는 것으로 복수를 완성하는 범인과, ‘악마를 보았다’에서 잔인한 연쇄살인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점점 악마가 되어 가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는 폭력과 경멸과 성적 착취로 고통받던 여자가 딸의 죽음을 계기로 관련된 사람들을 살해하는 핏빛 복수극을 목격해야 한다. 일응 복수란 핍박받고 참혹한 불행을 당한 사람들의 반격이란 점에서 대리만족의 효과를 주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근래 한국영화 속 복수는 그 정도를 넘어서 글자 그대로 목불인견(目不忍見), 끔찍하고 잔인해서 두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는 점점 스크린 속에서 복수에 잡아먹힌 미치광이나 점점 악마가 되어 가는 존재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한편 사회심리학적으로 한국영화의 잔혹성은 우리 사회의 징후이자 반영이며 무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범죄는 최근 급속하게 흉포해지고 있다. 강호순, 유영철 등이 저지른 끔찍한 연쇄살인,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믿을 수 없이 잔인한 성범죄, 한 동네사람들이 장애가 있는 여성을 오랜 기간 성폭행했다는 보도 등은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범죄들이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건들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문제는 이 끔찍한 범죄나 사건들에 노출되면 될수록 우리 스스로 둔감해지고, 게다가 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루면서 스펙터클화해 무감각해지거나 심지어 즐기게 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러한 대중의 속성을 간파하고 접근한다. 우리 사회의 범죄를 거론하며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잔인하지 않으냐는 주장을 앞세우기도 하고, 폭력과 잔혹성의 표현수위를 높여가면서 관객을 자극한다. 그것이 영화적 주제나 메시지를 위한 것이든, 영화라는 허구가 주는 안전지대 안에서 오락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든, 자극의 수위는 급속히 상승한다. 그리고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이와 같은 자극과 잔혹성에 중독되어 간다. 이 시점에서 한국영화가 날로 잔혹해지는 데 우리 사회가 원인제공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이기심과 불감증, 불관용과 불공정으로 인한 피해의식의 팽배, 그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가 비등점에 이르러 폭발하고 있는 현상은 아닌지? 우리 사회의 현재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요구된다.
  • [CEO 칼럼]착한 기업이 살아 남는 시대/노태석 KTIS 대표이사

    [CEO 칼럼]착한 기업이 살아 남는 시대/노태석 KTIS 대표이사

    ‘착하면 손해 본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종의 상식이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쁜 남자’ 캐릭터가 대세다. 무조건 잘해 주는 착한 남자보다는 자기 마음대로 여자를 대하는 나쁜 남자가 더욱 관심을 끄는 아이러니가 이를 증명한다. 기업 경영에서는 어떨까. 시시각각 변하는 경쟁 상황에서 무조건 앞서가야 하고, 심지어 남의 것을 뺏어야만 성공하는 ‘제로 섬’ 현실에서는 ‘착하다’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 후 기업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조만간 ‘ISO 26000’ 규범을 제정할 예정이다. ISO 26000은 기업이 사회·환경·경제적으로 지켜야 할 규범을 집약하는 국제표준으로 오는 11월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국제표준은 기업이 이윤을 내고 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기업 지배구조와 인권, 노동, 환경, 공정한 운영관행 등 7가지 영역에 36개의 세부과제가 제시된다. ISO 26000은 권고 규범이지만 지키지 않았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입게 될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2007년 미국 의류회사 갭의 인도 하청업체가 10~13세 어린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사실이 드러나자 매출이 한달 만에 25%나 급감한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즉 기존의 ‘이윤만 생각하는’ 기업의 성공 방정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성장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방면에서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적인 경영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착한 기업이 될 수 있을까.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모토로 유명한 ‘루비콘’의 창업자 릭 오브리 스탠퍼드 교수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루비콘 대표를 맡아 노숙자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연 1600만달러가 넘는 수익까지 올렸다. 그는 “착한 기업을 하려면 고객부터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좋은 일을 한다고 무조건 사주지 않는다. 누구나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의 품질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품과 서비스는 뒷전이고 보여주기 식의 선심성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들에 ‘뜨끔할’ 만한 말이 아닐까 싶다. 진심으로 고객에게 ‘착한’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제품의 질이 떨어지면 고객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증시에서도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이 구분되는 걸 볼 수 있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식 가치를 높이면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많이 주는 ‘착한’ 상장사들이 있는 반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주주들에게 손만 벌리는 상장사들도 많다. ‘나쁜’ 상장사들의 주가가 낮은 건 자명한 일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착함’의 마법은 통한다. 진심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착한 기업’은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착한 기업은 성과 측면에서도 높은 실적을 보여준다. 미국 포천지에서 선정한 ‘베스트 100 GWP 기업’이 ‘S&P 500 기업’보다 50% 이상 평균 주가 상승률이 높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베스트 100 GWP 기업은 회사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태도를 지니며 이직률이 낮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구글, 골드만삭스, 퀄컴 등이 이에 속한다. 이제 ‘착함’은 손해보는 것이 아닌 성공을 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고객, 주주, 직원들을 위해 공헌하는 기업은 망할 수 없다. 이들이 가장 큰 조력자요, 후원자이기 때문에 기업을 망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직원 11명 투신 타이완 폭스콘… 대체 왜?

    │베이징 박홍환특파원│타이완의 최대 재벌인 훙하이(鴻海)그룹 창업주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이 26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시를 방문했다. 자회사인 폭스콘의 직원 연쇄투신자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궈 회장은 전날 11번째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처음으로 전체 직원들에게 “엄청난 압력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 주변의 동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뒤 이날 오전 전용기에 올랐다. 비행기 탑승 전 기자들과 만난 궈 회장은 깊은 한숨을 쉬며 “지난 한 달간 한밤중이나 새벽에 전화가 걸려오는 게 가장 두려웠다.”고 말해 이 사태에 대한 부담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훙하이그룹이 지난 1988년 설립한 폭스콘 선전공장에서는 25일 직원 한 명이 또다시 투신해 사망하는 등 올 들어 지금까지 모두 11명의 직원이 기숙사 및 공장 등에서 잇따라 뛰어내려 9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궈 회장은 이날 선전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와 모든 직원,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공개사과했다. 또 국내외 언론에 처음으로 공장 내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연쇄투신은 심리적 요인일 뿐 작업환경이나 공장관리 시스템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한 의도에서다. 아이폰 등 전자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폭스콘은 중국내 7개 공장에 모두 8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자살이 속출한 선전공장에는 그 절반인 40만명이 근무 중이다. 그 자체가 거대도시인 까닭에 중화권에서는 ‘궈타이밍 성(城)’으로도 불린다. 투신한 직원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19~24세의 젊은 직원이다. 입사한 지 1년 이내의 신입직원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게다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직원들의 폭로도 잇따랐다. 일부 직원들은 “한 달에 이틀밖에 쉴 수 없으며, 한 달에 최소 100시간 이상의 잔업이 일상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투신 자살이 잇따르자 선전시 정부는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폭스콘 측은 산시(山西)성 우타이산(五臺山)의 불교 고승들을 불러 ‘액막이’ 법회를 여는 한편 심리치료사 2000명을 긴급 채용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아닌 탓에 하루하루 긴장 속에 직원들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다. stinger@seoul.co.kr
  • “中, 디즈니를 고발합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대학생 6명의 ‘디즈니 협력업체 보고서’가 연초 중국 여론을 후끈 달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방학 기간중 광둥(廣東)성의 미국 디즈니랜드 협력업체 공장에 ‘위장취업’(?)한 뒤 자신들의 경험과 직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확인한 디즈니측의 임금착취 및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 등을 지난 연말 인터넷에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동화 속에 가려진 ‘미키마우스의 진면목’이 드러났다며 중국인들은 분노했고, 디즈니측은 잘못을 시인한 뒤 시정을 약속했다. 리원(李聞) 등 장시(江西)성 출신의 대학생 6명이 ‘디즈니 감찰단’을 만든 것은 지난해 4월. 광둥성의 디즈니 협력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한 소년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일용직 노동자)의 의외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노동법 등을 자세히 공부한 뒤 가족과 학교에도 알리지 않고 7월 중순 광둥성 선전으로 내려갔다. 완구 및 문구를 생산하는 10여개의 디즈니 협력업체를 미리 조사한 이들은 2인1조로 업체들의 문을 두드려 취업하는데 성공했다. 공장과 노동자들의 현실은 참혹했다. 한 달 동안 6차례의 안전사고를 목격했다. 심지어 봉제기 바늘에 손가락을 관통당한 한 여공은 간단한 치료만 받은 뒤 다음날 또 작업장으로 나가기도 했다. 의료보험 등 각종 보험 혜택을 받는 근로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장기간 화학약품에 노출된 직원들은 온 몸에 붉은 반점이 선명했다. 여러 명목으로 공제한 뒤 지급받은 임금은 최저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하루 12시간씩 12일간 일한 한 참가자의 경우, 800위안(약 13만원)은 받아야 했지만 공장측과의 3차례의 협상 끝에 200위안만 손에 쥘 수 있었다. 학교로 돌아갈 차비도 안 되었던 것. 지난 연말 발표한 보고서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디즈니랜드는 2009년 4·4분기에만 19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내 협력업체 공장 노동자 평균 월급의 332만배에 해당한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임금착취 등 온갖 부당대우를 감수해야 한다. 환상의 왕국인 디즈니랜드의 이면에는 꿈을 묻는 공장이 있다.” stinger@seoul.co.kr
  • [사설] 이주노동자 인권, 그 質을 생각할 때

    한국은 2004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한 나라다. 고용허가제를 시행하면서 내국인 노동자와 동등한 노동권, 급여, 사회보장제도를 보장하도록 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아직도 적잖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등 인권 침해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그제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아예 ‘일회용 노동자’로 규정한 보고서까지 냈다.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고용주에게 구타당하고 성적착취를 위해 인신매매되며 임금을 체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앰네스티는 정부에 일단 고용허가법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조항 등을 수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국인 고용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것이며 우리 제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특별히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사업장을 뛰쳐나와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현실을 외면만 할 순 없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은 그런 점에서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 불법체류자와 외국인 노동자 인권문제 또한 절충점을 찾아가야 한다.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선 일회용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지적의 적실성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주노동자의 코리안드림만은 깨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과연 아시아의 인권 선도국인가 자문해 봐야 한다.
  • [시론]외국인조폭 수사인력·예산 전폭 지원을/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시론]외국인조폭 수사인력·예산 전폭 지원을/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범죄 영화 가운데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영화들을 보면 폭력조직을 그리는 게 많다. ‘대부(Godfather)’,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등 유명한 범죄 영화들은 대부분 폭력조직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른바 이들 ‘조폭 영화’가 미국 이민 역사의 중요한 한 단면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되지 않는다.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갱스 오브 뉴욕’에 나오는 것과 같은 아일랜드계 폭력조직이 생겨나고, 유대인들이 들어오면서 유대인 갱(Jewish Gang)이, 그리고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이탈리아 ‘마피아’가 세력을 키워나갔다. 새로운 이민자들이 들어오면 괄시와 텃세를 당하게 마련이고 언어문제와 밥벌이 때문에라도 타운을 형성하고 뭉쳐 살게 된다. 경찰 등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불신과 불법 체류 등의 신분은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을 낳게 되고 결국 ‘보호’란 명목 아래 폭력조직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흔히 ‘다문화’라고 표현되지만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이민 문화시대를 겪고 있는 셈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일깨워 주고 국내 인력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햇빛이 있으면 그늘도 생기는 법이다. 최근 서울신문의 탐사보도(외국인 폭력조직 대해부)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국내에 활동 중인 외국인 폭력조직은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14개국 65개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외국인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일부 외국인 폭력조직은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민자들, 외국인들이 이 땅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폭력조직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의 치안능력과 사회통제능력을 고려할 때, 그리고 삼면이 바다인 점과 북쪽도 막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마피아와 같은 대규모 폭력조직이 생겨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미국 FBI 등 연방수사기관의 폭력조직에 대한 수사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폭력조직에 관한 정보의 확보라 할 수 있다. 조직의 구성원부터 시작해 외부 연계 조직, 주요 범죄수법 등 조직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수사기관 간의 공조, 지문의 데이터베이스(DB) 관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의욕만 갖고 수사가 이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몇 년 전 FBI 특수수사관을 만났을 때, 자기네 팀이 베트남 갱 조직을 수사하면서 4년간 300만달러(약 34억원)의 수사예산을 사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사기간과 예산 모두 우리나라 수사기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상당수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경찰 등 형사사법기관에 신고도 못하고 착취와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외국인 폭력조직에 대한 엄정 대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시급하다. 다른 모든 국민들에게도 치안 불안을 덜어주는 기회임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딸에 입맞춤했다 브라질 경찰에 구금된 伊 남성

     브라질 경찰이 공공장소에서 8세 딸아이에게 입을 맞춘 이탈리아 관광객을 체포한 데 대한 논란이 번지고 있다고 영국 BBC가 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2일 브라질 북동부 포르탈레차에 있는 한 리조트 수영장에서 브라질 국적의 아내,딸과 함께 휴가를 즐기던 48세의 이 남성은 딸과 입을 맞췄는데 한 브라질 커플은 백인 남성이 구릿빛 피부의 현지인 소녀 몸을 부적절하게 만졌으며 뺨이 아니라 입에다 맞췄다며 경찰에 신고했다.당초 휴가를 보낸 뒤 지난 주 이탈리아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그는 일주일 동안 경찰에 구금됐으며 주말에 그를 풀려나게 하려던 시도도 수포로 돌아갔다고 방송은 전했다.  브라질인 아내는 이 모든 소동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리조트 직원들 누구도 야릇한 행동을 목격한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다고 소개했다.경찰에 신고한 커플 역시 둘이 부녀 사이임을 뒤늦게 알게 됐다.  문제는 브라질 북동부의 관광지들이 유럽 등의 소아성애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어서 현지인들의 신경이 부쩍 예민해져 있었던 탓이라고 방송은 지적했다.아동의 인권 유린을 막기 위해 지난달 발효된 새 법은 14세 미만의 소녀를 성적으로 유린한 이들에게 8~1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대폭 강화됐다.또 대다수 호텔에는 어린이를 성적으로 착취했다가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 포스터가 나붙었다.  그의 구금이 온당한 조치인지를 판가름하는 재판은 8일 열릴 예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다문화 시대’ 제대로 접근하기

    할리우드 영화와 ‘미드’, 랩 음악, 힙합 패션 등 미국문화가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 만큼 미국 대중문화를 바로 알고 즐기는 것은 21세기의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반영하듯, 대학의 영문학과에서도 문학중심주의를 벗어나 문화에 대한 열린 관심을 다양한 교과목들로 표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지구화’, ‘다문화’ 시대의 문화에 제대로 접근하게 하는 이론과 방법을 겸비한 책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인종 다문화 시대의 미국문화 읽기’(이후 펴냄)는 문화 읽기의 이론과 방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문화 서사라는 공통성을 바탕으로 역사, 문학, 영화, 대중음악 영역들을 횡단하고 통섭(通涉)하고자 했다. 미국은 출발부터 다인종 다문화 국가였지만 다인종 다문화 현실을 은폐하고 부인해 왔다. 토착 미국인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노예로 부리고, 치카노와 아시아계 미국인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해 온 역사, 그것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성지라 불리는 미국의 역사다. 그러한 역사와 문화를 수정하고 보충하기 위해 이 책은 지배적인 백인남성 중심 사회가 성, 계급, 인종적으로 배제하여 온 주변부 주체들의 위치에서 미국의 역사, 문학, 영화, 대중음악을 살펴보았다. 미국 안에 엄연히 존재하여 온 주변부 문화를 더 이상 ‘주변’이 아니라 미국 문화의 ‘활기찬 주역’으로서 다시 끄집어내는 과정을 따라가노라면, 성과 인종과 계급에 따라 정교하게 구축된 권력과 착취의 복잡한 사슬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오늘날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 강력한 사슬을 나는 ‘전 지구적 가부장 체제’로 규정한다. 이 체제아래 부상되어 인정받는 온갖 다양한 문화적 차이들로 21세기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 것 같다. 하지만 파편화 상태로 방치된 차이들은 차별을 교묘하게 존속시킨다. 이러한 피상적인 다문화 현실은 우리 삶의 궁핍함을 초래한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대항하려는 공통의 의식이 우리의 심층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공통성을 바탕으로 주류와 주변부 사이의, 또 주변부들 사이의 차이들을 서로 연결시켜 비교하며 논의하는 소통의 방법론으로서 ‘공통성과 차이의 문화 정치학’을 주장한다. 또 다문화의 이름으로 ‘노동’을 가리며 백인 중심적인 동화주의를 강요해 온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를 비판하는 ‘다인종 다문화 관점’을 이 책의 이론적 입장으로 제시했다. 이 책에서 제안된 이론적 입장과 방법론은 특히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토착 미국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치카노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줄기차게 외쳐온 해방의 목소리들을 새롭게 들을 수 있게 한다. 이 목소리들이 우리에게 주는 영감과 자극은 지금도 유효한 통찰과 도전을 제기한다. 이 책을 통해 그것들을 잘 갈무리할 때, 자국의 이익 때문에 전쟁을 일삼는 야만을 거부하고 미국 땅에서 힘차고 아름답게 교차하는 아시아-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문화들이 뿜어내는 새로운 기운을 우리 문화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태혜숙 대구 가톨릭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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