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성 착취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쇼핑몰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전담팀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당 쇄신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위험성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99
  • 광복절과 ‘혹성탈출: 종의 전쟁’

    15일은 72주년을 맞는 광복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종의 전쟁’(맷 리브스 감독)이 이날 개봉되는 건 참으로 절묘하다.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연출한 오리지널 ‘혹성탈출’(1968?국내 개봉 이듬해)의 비기닝 트릴로지 중 완결편답게 2~3번은 곱씹게 만들 만큼 진중한 철학과 종교를 기반으로 해 인류보다 더 진화한 이데올로기를 정립한 유인원의 독립기념일을 다루고 있다. ‘장자’의 ‘제물론’의 호접몽에도 살짝 걸쳤다.머지않은 미래의 지구.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과욕에 의해 오히려 인류의 행복과 생존을 위협하고 아이로니컬하게도 유인원은 인류보다 더 현명한 지능과 지혜를 갖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창궐한 신종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 사람이 감염되면 고통 속에 서서히 죽는 반면 유인원은 지능이 강화된다.유인원과 다수의 인간은 평화를 원하지만 대령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이탈해 유인원과 전쟁 중이다. 유인원의 리더 시저의 은신처를 찾아낸 대령은 시저의 가족을 죽인다. 유인원들은 곧 있을 대령의 후방 부대 대공세를 피해 더 멀리 달아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시저는 소수의 추종 세력과 함께 대령의 본진을 습격하러 떠난다. 그 과정에서 시미안 플루에 감염됐지만 생존한 소녀 노바와 서커스단에서 길들여진 배드 에이브를 일행에 합류시킨다.시저 일행은 대령의 군대가 유인원과의 최후일전을 위해 전쟁준비에 분주한 광기를 목도한다. 군대는 유인원들을 억류하고 ‘인권’을 유린한 채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었다. 유인원들에게 음식은 물론 물도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쓴 사역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는 바로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다. 일제는 조선인을 속여 사지에 억류한 뒤 각종 구실로 노임마저 갈취하며 노동을 강요했고,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하는 가운데 파리 목숨보다 가볍게 생명을 쥐락펴락했다.영화는 겉으론 지적이고 평화를 추구하는 유인원(시저)과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대령)의 대결이지만 사실 꽤 장대한 철학과 종교를 담았다. 시미안은 원원류(곡비원류와 안경원숭이)를 제외한 사람을 포함한 원숭이하목 영장류의 총칭이고, 시미안 바이러스는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만 침입한다. 그런데 영화 속 시미안 플루는 반대로 더 강력한 독성(인간) 혹은 초능력(유인원)을 발휘한다.이는 신의 신화를 믿지 않고 과학에만 의존한 인간에 대한 경고이자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순진무구한 동식물에 대한 보상이란 알레고리(풍유)다. 과학을 맹신한 인류는 인류의 행복 추구란 아전인수식 논리로 수많은 동식물의 종을 멸종시키고, 결국 자신들의 미래마저 황폐화한다는 ‘인터스텔라’의 철학을 잇는다.복수심에 불타 눈이 먼 시저는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다. 명망 높았던 그는 황제가 되려는 욕심 때문에 원로원에 의해 암살됐다. 유인원들의 대이동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이고, 그들을 위협하는 대형 눈사태는 모세가 펼친 홍해의 기적 혹은 노아의 홍수다. 그들이 찾은 신천지의 고목은 부처가 열반한 장소 사라쌍수의 메타포(은유)다.시저가 생포한 군인을 죽이지 않고 풀어 주지만 결국 그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설정과 유인원에 의해 보호되는 마지막(?) 인류인 소녀의 이름이 신성(新星)인 것은 역사나 종의 재편성 혹은 영속성은 숭고한 희생에 의해 이뤄진다는 의미로, 인식론적 이데아를 빌렸다.
  • [유진모의 테마토크] 광복절과 ‘혹성탈출: 종의 전쟁’

    [유진모의 테마토크] 광복절과 ‘혹성탈출: 종의 전쟁’

    15일은 72주년을 맞는 광복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종의 전쟁’(맷 리브스 감독)이 이날 개봉되는 건 참으로 절묘하다.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연출한 오리지널 ‘혹성탈출’(1968?국내 개봉 이듬해)의 비기닝 트릴로지 중 완결편답게 2~3번은 곱씹게 만들 만큼 진중한 철학과 종교를 기반으로 해 인류보다 더 진화한 이데올로기를 정립한 유인원의 독립기념일을 다루고 있다. ‘장자’의 ‘제물론’의 호접몽에도 살짝 걸쳤다.머지않은 미래의 지구.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과욕에 의해 오히려 인류의 행복과 생존을 위협하고 아이로니컬하게도 유인원은 인류보다 더 현명한 지능과 지혜를 갖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창궐한 신종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 사람이 감염되면 고통 속에 서서히 죽는 반면 유인원은 지능이 강화된다. 유인원과 다수의 인간은 평화를 원하지만 대령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이탈해 유인원과 전쟁 중이다. 유인원의 리더 시저의 은신처를 찾아낸 대령은 시저의 가족을 죽인다. 유인원들은 곧 있을 대령의 후방 부대 대공세를 피해 더 멀리 달아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시저는 소수의 추종 세력과 함께 대령의 본진을 습격하러 떠난다. 그 과정에서 시미안 플루에 감염됐지만 생존한 소녀 노바와 서커스단에서 길들여진 배드 에이브를 일행에 합류시킨다. 시저 일행은 대령의 군대가 유인원과의 최후일전을 위해 전쟁준비에 분주한 광기를 목도한다. 군대는 유인원들을 억류하고 ‘인권’을 유린한 채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었다. 유인원들에게 음식은 물론 물도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쓴 사역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는 바로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다. 일제는 조선인을 속여 사지에 억류한 뒤 각종 구실로 노임마저 갈취하며 노동을 강요했고,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하는 가운데 파리 목숨보다 가볍게 생명을 쥐락펴락했다. 영화는 겉으론 지적이고 평화를 추구하는 유인원(시저)과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대령)의 대결이지만 사실 꽤 장대한 철학과 종교를 담았다. 시미안은 원원류(곡비원류와 안경원숭이)를 제외한 사람을 포함한 원숭이하목 영장류의 총칭이고, 시미안 바이러스는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만 침입한다. 그런데 영화 속 시미안 플루는 반대로 더 강력한 독성(인간) 혹은 초능력(유인원)을 발휘한다. 이는 신의 신화를 믿지 않고 과학에만 의존한 인간에 대한 경고이자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순진무구한 동식물에 대한 보상이란 알레고리(풍유)다. 과학을 맹신한 인류는 인류의 행복 추구란 아전인수식 논리로 수많은 동식물의 종을 멸종시키고, 결국 자신들의 미래마저 황폐화한다는 ‘인터스텔라’의 철학을 잇는다. 복수심에 불타 눈이 먼 시저는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다. 명망 높았던 그는 황제가 되려는 욕심 때문에 원로원에 의해 암살됐다. 유인원들의 대이동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이고, 그들을 위협하는 대형 눈사태는 모세가 펼친 홍해의 기적 혹은 노아의 홍수다. 그들이 찾은 신천지의 고목은 부처가 열반한 장소 사라쌍수의 메타포(은유)다. 시저가 생포한 군인을 죽이지 않고 풀어 주지만 결국 그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설정과 유인원에 의해 보호되는 마지막(?) 인류인 소녀의 이름이 신성(新星)인 것은 역사나 종의 재편성 혹은 영속성은 숭고한 희생에 의해 이뤄진다는 의미로, 인식론적 이데아를 빌렸다.
  • “강제징용자상 세우는 데 일본보다 한국서 시간 더 걸려”

    “강제징용자상 세우는 데 일본보다 한국서 시간 더 걸려”

    “강제징용 피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하나의 형상으로 압축하기 쉽지 않았습니다.”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만든 작가 김운성(52)씨는 지난 12일 동상 제막식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징병, 광산, 농장, 군수공장, 토목공사 등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고통을 겪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용산역은 일제가 조선인을 강제로 징용하거나 모집해 일본으로 데려간 전초기지로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최소 100만명이 넘는 조선인이 용산역광장에 집결해 나가사키 군함도 등 일본과 사할린, 쿠릴 열도, 남양군도 등으로 끌려갔다. 대부분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질병과 지진, 원자폭탄 투하 등으로 사망했다.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부인 김서경(53)씨와 제작했던 김씨는 이번 노동자상 제작에 대해 “일본에는 바로 세워졌는데 오히려 한국에 세우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면서 “(동상을) 만들긴 작년에 다 만들었다. 이는 아직도 친일파들이 알게 모르게 작동한다는 걸 방증하는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자상은 지난해 8월 24일 일제 강제징용 역사를 증언하는 일본 교토시 단바 망간광산 기념관에 처음 세워졌다. 이어 두 번째 동상을 바로 제작했지만 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당초 올해 삼일절에 제막식을 하려고 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 부지라 부적절하다’며 건립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노동자상은 평화의 소녀상과는 달리 ‘예술로의 승화’ 측면에서 성에 차지 않는다”면서 “동상을 세우기에 앞서 조사를 하다 들은 애절하고 애잔한 많은 얘기를 형상화해야 하는데 이를 승화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이번에는 탄광에서 일한 피해자만을 형상화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착취당한 피해자들도 반드시 작품으로 다뤄 사람들이 강제징용 피해자 모두를 기억하게 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시리즈’로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인 피해자뿐 아니라 이들을 도와준 일본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작품에 담아 내고 싶다”면서 “예술을 통해 슬픔과 아픈 과거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고, 그래야지 더 참혹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문명의 모자이크’ 터키 발굴 현장을 가다] 신석기인 8000명의 ‘평등 공동체’… 1000년 이은 ‘역사의 집’

    [‘문명의 모자이크’ 터키 발굴 현장을 가다] 신석기인 8000명의 ‘평등 공동체’… 1000년 이은 ‘역사의 집’

    “터키는 살아 있는 인류 문명의 야외 박물관이다.” 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말이다.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을 겯고 있는 터키는 지난 5000여년간 메소포타미아, 히타이트, 아시리아, 이집트, 그리스·로마 등을 아우르는 ‘문명의 모자이크’다. 인류사에 뚜렷한 인장을 남긴 문명의 유산과 이야기를 캐기 위해 터키 전역에서는 현재도 220여개의 발굴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6~26일 한·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진행된 학술·문화 교류 행사 ‘아나톨리아 오디세이’의 여정을 따라 새길수록 더 새로운 고대인의 지혜가 깃든 터키의 유적 발굴 현장을 찾아가 봤다.“차탈회이위크의 신석기인들은 공존의 해법을 알았습니다.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가능한 삶의 방식을 보여 주고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살아왔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간 이 초기 인류의 생활상은 환경 파괴가 극심하고 힘겨운 삶을 영위하는 현대사회에 큰 시사점을 줍니다.” ●주거지 규모 동등… 평등한 사회 구현 ‘공존과 평화의 해법’을 알았던 신석기인들을 만나러 가는 길 위에선 노랑 물감을 흩뿌린 듯 만개한 해바라기들이 먼저 마중 나왔다. 이슬람 신비주의의 한 갈래인 메블라나 수피즘의 본향 터키 코니아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온 길. 약 5㎞의 외진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문화유산(2012년 등재) 마크가 찍힌 인류 최초의 계획도시, 차탈회이위크 표지판이 고개를 내민다. 두 개의 나지막한 언덕에 8000~9000년 전 인류가 살았던 300여기의 대규모 주거지가 자리한 현장이다.차탈회이위크가 처음 세계인에게 알려진 건 영국 고고학자 멜라트가 1961~1965년 발굴에 나서면서부터다. 이 후 30여년간 방치돼 있다가 1993년부터 발굴단을 이끈 세계적 고고학자 이언 호더(69) 스탠퍼드대 교수의 지휘 아래 다시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지난 21일 발굴 현장에서 만난 호더 교수는 “이곳은 인구가 최대 8000여명에 이르렀던 마을이자 무덤”이라며 “우두머리나 공공의 장소, 의사 결정 기관도 없었고 주거지 규모도 대부분 동등한, 나눔에 기초한 평등 사회였다”고 소개했다.멜라트가 처음 파내려 갔던 남쪽 주거지의 가장 높은 지대, 기원전 6100년 층에 섰다. 주거지가 드러난 맨 밑바닥은 기원전 7100년 층의 땅. 차탈회이위크의 공동체가 1000여년간 이어졌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이곳의 초기 인류는 새로 집을 지을 때마다 기존 건물에서 흰 진흙으로 쌓아 올린 벽의 윗부분을 허물고 땅을 평평하게 다진 뒤 그 위에 다시 건물을 세우는 방식으로 세대를 이어 왔다. 최대 25개 층에 이르는 곳도 있다. 차탈회이위크의 전형적인 주거 형태를 보여 주는 남쪽 주거지의 한 집에서는 서로 껴안은 남녀와 어린이 3명의 유골이 있는 무덤, 붉은 안료로 그린 기하학적 무늬의 벽화, 화덕이 있던 흔적, 나무 기둥, 벤치, 황소 뿔 장식 등이 발견됐다. “근대에는 생산과 제의, 죽음의 구역이 다 나뉘나 차탈회이위크의 주거지에서는 생활과 제의, 죽음이 통합돼 있었습니다. 머리가 없는 시신 등 비슷한 풍습으로 옛 유골이 묻힌 자리에 다시 시신을 묻었고, 한 주거지에서 많게는 62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굴되기도 했죠. 과거의 전통이 계속 기억되면서 또 다른 전통을 만들어 가는 이런 방식으로 정체성을 형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우린 여기를 ‘역사의 집’이라 부릅니다.”●공동체 전체가 아이 부모… 性차별 없어 거리가 따로 없이 주거지와 주거지 사이에 난 구멍이나 사다리를 통해 빽빽하게 밀집된 건물 지붕 위로 다니던 이 공동체들에선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개념이 없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호더 교수는 “이들은 사유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혈연만이 가족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가 곧 가족이었다”며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이 따로 나누어져 있지 않았던 것도 공동체 전체가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녀의 생활이나 죽음의 방식 모두 비슷하다는 점에서 남녀의 성 역할 구분이나 차별이 없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소, 염소, 양 등 가축을 길렀지만 유독 야생동물을 그린 벽화를 다수 남겼다. 곰이나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모습뿐 아니라 사슴의 혀나 꼬리를 당기는 등 괴롭히는 모습, 사냥을 기념하고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세심하게 표현한 벽화에서는 해학마저 느껴졌다. 화산 봉우리 아래 밀집해 있는 집들을 상세히 그린 도시계획도도 한 주거지에서 나왔다. 현장을 함께 답사한 김종일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농경이 시작되면 생산력과 인구가 증가하고 잉여 생산을 착취하는 지배 계급이 발생하며 종교가 발달한다는 게 신석기 혁명의 논리였다”며 “하지만 차탈회이위크는 농경과 정착이 함께 이루어지면서도 종교가 생활과 분리되지 않고 위계 없는 평등사회가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 주며 문명의 발달 과정에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고 했다. 글 사진 차탈회이위크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여성 비하 논란 확산… 안경환 “男 지배체제 비판하려 쓴 표현”

    여성 비하 논란 확산… 안경환 “男 지배체제 비판하려 쓴 표현”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에 쓴 저서의 내용 가운데 여성을 비하하는 것으로 비쳐질 만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언론 칼럼에서 음주운전과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을 토로해 ‘검증 자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악재가 터진 것이다.안 후보자는 14일 공식 입장을 통해 “남성 지배체제를 상세히 묘사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사용된 표현을 두고 구태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진의가 아니다”라며 “인사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장 시절 미혼모 학습권 문제에 관심을 쏟는 등 평소 여권(女權)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던 안 후보자로서는 곤혹스러운 국면에 놓인 셈이다. 문제가 되는 표현은 안 후보자가 지난해 펴낸 ‘남자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주로 발견된다. 안 후보자는 ‘세상은 나에게 술을 마시라 한다’는 소제목의 글에서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다. 여성이 술꾼들을 잘 다루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또 다른 부분에서는 “여자에게도 소중한 물건이 있지만 몇 가지에 한정된다. 보석류, 명품 가방, 옷과 구두 등 성적 매력을 돋보이게 해 주는 물건들이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또 지난해 한 부장판사의 성매매 사건에 대해 “문제 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 지 15년 내지 20년이다.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 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고 적으면서 마치 남성의 범죄 행위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안 후보자 스스로 “이런 답답한 사정이 위법과 탈선의 변명이 될 리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해명 자체에도 이미 안 후보자의 왜곡된 성 의식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라는 표현을 두고서는 성매매 옹호 논란까지 제기됐다. 다만 안 후보자는 이어지는 글에서 “성매매는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악의 제도”라며 성매매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여성 비하 논란 외에도 청문회에서는 안 후보자 자녀의 이중 국적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의 아들과 딸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졌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장남은 현역 2급 판정을 받아 군대에 갈 계획이고, 두 자녀 모두 한국 국적을 포기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안경환 후보 저서 논란…한인섭 교수 “악마적 발췌 편집” 정면 비판

    안경환 후보 저서 논란…한인섭 교수 “악마적 발췌 편집” 정면 비판

    ‘성매매를 두둔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등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저서 논란과 관련해 “악마적 발췌 편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경환 교수님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되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공격거리가 던져질 터인데, 첫 공격이 뜻밖에도 안 교수의 왜곡된 여성관(?)이란 게 놀랍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한 교수는 “책 중에서 일부를 악의적으로 발췌해서, ‘책 내용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교묘히 흠집을 내놓았다”며 구체적 내용을 제시했다. ● “성매매, 남자의 성욕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는 약점” 한 언론 매체는 안 후보자의 저서를 통해 그가 지난해 중년의 부장판사가 성매매하다 적발된 사건을 놓고는 ‘위법의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된 법관 연령이라면 아내는 자녀교육에 몰입해 남편 잠자리 보살핌엔 관심이 없다”고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안 후보자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전문은 다음과 같다. “문제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 지 15년 내지 20년이다.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답답한 사정이 위법과 탈선의 변명이 될 리는 없다. 다만 남자의 성욕이란 때로는 어이없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 이는 사내의 치명적 약점이다.(276쪽)” 한 교수는 “문제현상을, 탈선한 남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입장에서, 짧지만 여러 각도로 묘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남자라는 인간의 ‘치명적 약점’을 꼬집고 있다”며 “그런데 이를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한 것으로 왜곡 평가하여, 마치 탈선을 아내책임으로 몰아간 듯이 왜곡하고 있다. 그렇게 해석하는 거야 기자의 자유지만, 정치적 공격을 위해 그렇게 왜곡하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 “성매매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남성지배체제의 폐단” 성매매 옹호 논란이 이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교수가 소개한 안 후보자 저서 내용은 이렇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성도 상품이다. 성노동이 상품으로 시장에 투입되면 언제나 사는 쪽이 주도하게 되고, 착취가 일어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성매매는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악의 제도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남성지배체제라고나 할까?(113쪽)” 한 교수는 “분명히 성매매는 차별, 착취의 악의 제도라 쓰고, 남성지배체제의 끈질긴 폐단으로 쓰고 있다”며 “그런데 기자는 안경환 교수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은근슬쩍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가히 악마적 발췌편집”이라며 “이 <남자란 무엇인가> 책은 아주 복합적이다. 남-녀 관계만큼 온갖 편견, 지식, 고정관념이 판치는 곳이 달리 없고, 온갖 학문과 예술이 거기 달려든다. 사회제도, 문화도 그를 둘러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다양한 측면에 대해 그야말로 풍부하게 지식을 모아 펼치기에 한마디로 요약할 수도 없다”며 “하지만, 그같이 발췌편집을 하여 본뜻을 왜곡하고, 인사청문회의 먹잇감으로 삼는 짓거리에 대해서는 질타를 먹여야 할 것이다. 현명한 시민은, 언론의 현혹과 낙인찍기에 속절없이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안 후보자는 14일 “종합적인 내용을 읽어본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나 음주운전 고백을 담은 글 등과 관련해서는 “의혹이 있으면 청문회에서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사설] ‘구의역 사고 1년’ 관련 법안 하나 처리 못했다

    19세 청년 김모군이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안전문을 고치다 참변을 당한 지 어제로 1년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이 위험천만한 일터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혼자 작업하다 목숨을 잃은 사건은 충격 자체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근로현장의 인권과 환경은 얼마나 개선됐는지 돌아보자면 민망해진다. 안전을 최우선하려는 정책과 사회 인식은 여전히 성적이 초라하다. 삼성중공업 조선소의 크레인 사고, 인천공항 감전 사고 등 최근에도 엇비슷한 하청업체 인명 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위험한 작업은 하청업체에 떠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는 변함없이 진행형이다.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생명이 저당잡히는 현실은 부당함을 넘어 잔혹한 인권침해다. 지난해 산재 사망 사고가 가장 많았던 5개 기업의 사망자 중 무려 87%가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청년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또한 개선된 것이 없다. 특성화고 출신의 어린 청년들이 관리감독 사각지대에서 속수무책으로 노동을 착취당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고용을 미끼로 한 살인적 업무와 박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잊힐 새도 없이 이어진다. 구의역 참사 이후 서울시는 민간 위탁 분야를 직영체제로 전환했다. 더 물러날 데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뒷북 대책으로 스크린도어 수리 직원들의 신분은 보장된 셈이다. 이런 수동적인 자세로는 산업현장의 안전문화와 노동인권 개선은 기대할 수가 없다. 지난해 사고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7개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19대 국회는 단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제2의 구의역 사고 예방에 말뿐인 정치권과 나약한 정부 의지가 변명의 여지없이 확인된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도 아쉽다. 서울메트로와 정비용역업체 관계자 9명이 어제서야 불구속 기소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이 새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가속이 붙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외형적 성과 못지않게 실질을 챙기는 정책이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기업이 휘청거릴 정도의 과징금을 물리는 강력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 앞뒤 재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 없이는 외주화에 따른 노동 현장의 생명 안전은 확보될 수 없다.
  • 평화 대신 성범죄 저지른 유엔軍

    전 세계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의 내부 조사보고서와 AP통신의 자체 탐사 결과, 2004∼2016년 아이티 주둔 평화유지군은 150건의 성폭행 및 성 착취 범죄를 저질렀다. 본국으로 114명이 송환됐으나 단 한 명도 징역형을 살지 않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평화유지군은 방글라데시, 브라질, 요르단,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우루과이, 스리랑카 등에서 파견됐다. 특히 스리랑카 소속 평화유지군 중 최소 134명이 2004∼2007년 당시 9명의 12∼15세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아이티의 한 피해자 소녀는 12살 때부터 3년 동안 자신에게 75센트를 준 ‘사령관’을 포함해 유엔 평화유지군 50명과 성관계를 했다고 유엔에 진술했다. 소녀는 유엔 기지 안 트럭에서 잠을 자는 날도 있었으며 “그때 저는 가슴조차 없었다”고 유엔 조사관에게 털어놨다. 또 다른 피해자 소년은 스리랑카군이 자신을 트럭으로 데리고 가 항문·구강 성교를 하도록 했다면서 상대한 군인이 20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유엔 보고서는 “(성범죄 피해에 대한) 내용이 너무 많아 보고서에 모두 기술할 수 없다”고 썼다. 지난 12년간 유엔 평화유지군과 직원이 세계 도처에서 저지른 성범죄도 2000건에 달했다. 이 중 300건 이상이 어린이와 연관됐으나 극소수만이 법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유엔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평화유지군은 각 회원국이 파견하므로 유엔은 평화유지군에 대한 직접적인 사법권이 없다. 파견국이 자국 사법체계에 따라 처벌을 한다. AP통신은 피해자, 전·현직 유엔 관리, 조사관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성범죄 용의자의 파견국 정부에 수차례 질의했지만 답변은 아주 적었으며 답변을 하더라도 용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깃발 아래서 이런 범죄를 일어나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엄단 의지를 밝혔다. 그렇지만 이런 각오는 10년 전에 발표된 것과 유사하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개혁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김정남 암살 사건 간접 언급… 유엔 인권이사회, 대북 결의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24일 북한의 인권 현실을 규탄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를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 동의)로 채택했다. 특히 이번 결의안에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도 간접적으로 거론됐다. 인권이사회는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를 다룬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근거해 이번 결의를 채택했다. 지난해 북한 정권의 책임을 규명하는 전문가그룹 설치를 규정한 북한 인권결의를 채택한 데 이어 올해는 전문가그룹 건의와 COI 보고서를 국제사회가 이행할 것을 권고하며 북한을 압박한 셈이다. 올해 결의에는 지난달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이 명시적으로 거론되진 않았지만 ‘해외에서 자행한 범죄와 인권침해’라는 문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언급됐다. 국제사회가 김정남 암살 사건과 북한의 관련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이 공식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인권결의안에 북한의 해외 범죄라는 문구가 포함된 건 처음이다. 또 북한 정권에 착취당하는 외국 북한 노동자 문제와 온라인 표현의 자유 보장 등도 결의에 담겨 북한 인권 문제 영역이 확대됐다. 아울러 이번 결의에는 2년 동안 북한 인권사무소를 비롯한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의 역량을 강화할 것과 증거보존소 설치, 책임 규명 절차에 이용될 수 있는 정보·증언 관련 법률 전문가 임명 등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는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도 담겼다. 증거보존소 설치 경과는 2019년 3월 제40차 인권이사회에서 보고서로 제출할 것을 인권최고대표에게 요구했다. 결의 채택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쿠바, 중국 등이 북한인권 보고서 관련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의안은 표결 없이 채택됐다. 북한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엔은 2003년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유엔인권위원회 시절부터 매년 북한인권 결의를 채택해 왔다. 정부는 결의 채택 직후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북한 인권침해 논의 영역을 대폭 확대한 것을 환영하며 평가한다”고 밝혔다. 논평은 “역대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 가운데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이번 결의가 압도적 지지를 얻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은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금요 포커스] 북한 주민의 인권 기록, 우공이산의 마음으로/서두현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장

    [금요 포커스] 북한 주민의 인권 기록, 우공이산의 마음으로/서두현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장

    ‘북한에는 여자가 없다.’ 얼마 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어느 민간단체가 개최한 북한여성인권 토크 콘서트에서 내건 슬로건이다. 최근 탈북해 우리 사회에 정착한 한 출연자는 자신이 가정주부로서 북한사회와 비교해 남한사회의 좋은 점을 말하자면 끝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북한 땅에서 여성을 ‘꽃’이라고 선전하지만 꽃다운 삶이 아닌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고 증언했다. 비슷한 시기, 북한의 노동신문은 북한의 여성들이 ‘가정의 꽃, 사회의 꽃’으로 대우받고 있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도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조선의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어 한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수많은 ‘조선의 여성’이 지금도 탈북하고 있을까.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올해 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북한주민의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간추려 보면 조사 대상자의 절반 정도가 북한 땅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 중에는 탈북 과정에서 적발돼 조사기관에서 폭행, 조사 과정에서 강제 낙태, 구금시설에서 가혹행위 등 감내하기 어려운 고초를 겪은 이가 많다. 이 외에도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가정폭력과 성에 기초한 착취와 폭력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 열악한 위생 환경과 모성 보건 등 여성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북한에는 여자가 없다’는 말은 곧 여성인권의 부재를 뜻한 것이리라. 국제사회도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 내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인권 보장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폭력과 여성 인신매매의 효과적인 대응 그리고 여성인권이 침해당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 대책을 세우라고 북한 당국에 권고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안보리 그리고 총회 차원에서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여야 간 오랜 협의 과정을 거친 끝에 2016년 3월 비록 일부의 기권은 있었지만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제정되었기에 여타 법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은 통일 준비를 위한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을 위한 시급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7.4%가 북한인권 개선 문제를 꼽고 있다. 군사적 긴장해소(77.7%)와 함께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또한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데 찬성하는 비율은 63.5%인 반면, 분명한 반대 의사를 답한 비율은 7.6%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응답 추세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북한주민의 인권개선 문제가 보수와 진보, 세대와 계층의 차이를 초월해 국민 대다수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시대적 과제이자 통일준비의 핵심 의제임을 알게 한다. 북한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모두가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때 비로소 성취 가능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갓 1년이 지났기에 그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서독정부는 통일을 이룩할 때까지 약 30년에 걸쳐 4만 2000건에 이르는 인권침해 사례를 꾸준히 수집·기록한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행복한 통일시대가 올 때까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 기획사 대표, 연습생에게 “가슴 수술했나 확인해보자”…징역형 법정구속

    기획사 대표, 연습생에게 “가슴 수술했나 확인해보자”…징역형 법정구속

    연예기획사 대표가 가수 연습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 성지호)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 A(4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씨는 2014년 3월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소속 가수 연습생인 B(32·여)씨와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서 “사귀어 보고 싶다”며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에서 내린 뒤에도 “가슴 수술했는지 확인해 보겠다”며 B씨의 가슴을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해 8월에도 노래방에서 B씨에게 “방송 출연 전 끼를 테스트해야 하니 관객을 유혹하듯 몸을 흔들어보라”고 말한 뒤 노래 부르는 B씨의 뒤로 다가가 성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B씨가 A씨에게 추행당했다면서도 군부대 등 각종 행사에 나섰고 그해 4월에는 전속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B씨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습생이 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B씨가 대표와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면 나이 어린 연습생들의 비난을 견딜 수 없는 입장이었고 가수가 된 뒤 악영향을 우려해 제대로 항의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직접 운전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대리기사를 불렀다고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B씨를 추행하기 전에도 “연예기획사 사장과 연습생은 동침해야 한다”는 취지로 성관계를 제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가수지망생을 집요하게 성적으로 착취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아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짜 뉴스’와의 전쟁, 우리도 시작됐다

    숙주사이트 → SNS 실시간 확산 美, 힐러리 ‘찌라시’에 총격전까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가동되기도 전부터 벌써 ‘가짜 뉴스’(fake news) 경보가 울리고 있다. 미국 대선을 뒤흔들었던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 선거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짧은 시간에 과거보다 더 많은 주자를 검증해야 하는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짜 뉴스는 허위 사실을 진짜인 것처럼 포장한 기사를 말한다. 숙주 사이트에서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앞서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가짜 뉴스로 극과 극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는 가짜 뉴스가 순식간에 퍼져 트럼프 후보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얹어 주는가 하면, 클린턴 후보가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됐다는 가짜 뉴스는 이 정보를 믿은 한 남성이 조직의 근거지로 지목된 피자가게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것으로까지 확대됐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오바마케어는 사실상 배급진료이고 노인들은 진료를 잘 받지 못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증명서가 사기다”, “오바마가 비밀 사우디 석유 거래를 통해 석유 가격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민주당에 제기된 10대 가짜 뉴스라고 소개했다. 우리도 최근 대선 주자들이 해프닝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12일 라디오 방송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반 전 총장의 대선 도전이 유엔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가짜 뉴스를 인용한 것으로 밝혀져 하루도 안 돼 발언을 정정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정치적 행보를 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실수가 나오고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악의적”이라면서 가짜 뉴스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호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누군가 만든 가짜 노동뉴스를 인용해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 세력 선동에 휘말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SNS를 통해 ‘복사+붙이기’ 기능만으로 수많은 기사와 찌라시 등이 실시간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중에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돌이키기 어렵게 된다. 특히나 선거에서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부터 중앙선관위 및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에 가짜 뉴스 배포 행위를 포함한 사이버상의 비방·흑색선전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팀 총 182명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가짜 뉴스 앱인 ‘Fake news’를 자진 삭제하도록 했고, 웹사이트인 ‘데일리파닥’에 선거 기간에는 가짜 뉴스 기사 작성 기능을 제한하도록 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코리아와도 업무 협의를 통해 위법 게시물에 대한 신속한 삭제 및 자료 제출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고, 페이스북 측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오는 24일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인터넷 관련 업체에 선거법 위반 사례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나아가 트위터코리아, 구글코리아, 네이버, 카카오 등과도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시론] 문단 유감/김명인 인하대 교수·문학평론가

    [시론] 문단 유감/김명인 인하대 교수·문학평론가

    문학이라는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을 일컬어 문인이라 할 것이다. 이들은 겉으로 어떻게 보이거나 상관없이 다들 속으로는 자기만의 우주 하나씩을 가지고 사는, 매우 자존심 높은 족속들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이 함께 모일 때에는 각자의 문학적 자유와 명예를 서로 존중하는 ‘따로 또 같이’의 평등한 문학세계의 시민정신이 가장 많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문학의 왕국에서는 모두가 왕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문인들이 모이는 곳, 문인들이 하나의 집단적 정체성을 누리는 곳을 따로 ‘문단’이라고 부른다. 한국 문인들이라고 소우주 왕으로서의 자긍심이 없을 리가 없고, 각자의 자유와 명예를 일부러 침해하거나 구속할 리는 없겠지만, 한국적 문인 결사체라고 할 수 있는 이 ‘문단’이라는 곳은 자유로운 시민 문인들의 살롱이나 평등한 결사체라는 느낌보다는 그 안에 굉장히 다양한 위계와 그에 따른 미시 권력들이, 즉 크고 작은 ‘갑을 관계’가 작동하는 복합적 권력 체계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왜 그럴까? 그것은 한국의 문인 결사체인 문단은 본질적으로 그 구성원들이 이상으로 삼는 다가올 미래사회의 인간 관계를 추구하는 대신 ‘지금 이곳’의 한국 사회가 가지는 인간 관계나 여러 사회적 관계들을 그저 수동적으로 나태하게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나이 한 살이라도 더 먹으면 바로 형이나 오빠 대접을 받아야 하는 연공서열과 등단 순서를 따지는 등단 연공서열, 거기에 중앙, 즉 서울의 유수 일간지나 매체를 통한 등단이냐 아니면 지방 등단이냐를 따지는 지역서열, 또 지금은 매체나 동인들 간의 차이가 많이 희석돼 버렸지만 아무튼 어떤 매체, 어떤 스쿨 출신인가를 따지는 파당주의, 다른 집단보다는 덜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학연과 지연 등 이런 것들이 촘촘하게 가로세로 작동해 그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구속하는 곳이 굳이 오늘만이 아니라 이미 100년의 역사를 지녀온 한국 문단이라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이를 테면 매년 각종 과정을 통해 신인들이 새롭게 진입하고, 각종 문학상 제도 등을 통해 수백만에서 수천만원의 상금이 내걸리고, 문학출판사나 매체들이 상업적 필요에 의해 ‘잘나가는’ 작가들과 계약을 맺고 하는 일종의 ‘이권’ 관계가 발생하게 될 때, 이 문단 내부의 복잡한 ‘갑을 관계’들은 매우 역동적으로 요동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갑을 관계 분비물로서의 협잡이나 타협이 진정한 문학적 평가를 대신하는 결과도 종종 생겨나게 된다. 요즘 빠른 속도와 폭으로 점차 번져 나가고 있는 문단 내의 성추문은 한국 문단이 이처럼 오랜 관행과 습속으로 스스로 굳혀 온 미시 권력 관계망의 존재를 논외로 하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문인들이 그럴 수 있느냐고? 맞다. 문인들은 그러면 안 된다. 문인들은 일상적으로 도덕적인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종종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엔 놀라운 윤리적 일탈을 저지를 수 있고, 또 그런 경우가 전설처럼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문인들이란 동시에 고도의 윤리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윤리적 일탈을 하더라도 그것을 기성의 권력관계, 갑을 관계에 비겁하게 기생하는 약자에 대한 가해의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작금에 들려오는 문단 내 성추문의 대부분은 미시적 권력 관계에 기생한 약자에 대한 수탈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문단이 100년의 역사라면 아마도 이 같은 미시 권력에 기생한 성 착취의 역사 역시 100년일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동안 착취와 폭력을 감내해 오기만 했던 ‘서발턴’(subaltern)인 여성 문인들이 더이상 참지 않고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바야흐로 열린 것이다. 많은 문인들에게 그간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웠던 ‘문단’이라는 존재가 이처럼 낯설고 부끄러운 적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한국 문단은 결코 자유와 평등과 해방을 존재의 사명으로 하는 문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원래부터 어울리는 공간은 아니었다. 이제 보다 자유롭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다른 공간으로의 이주를 꿈꾸어도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 배용제 시인 사과문에 고발자 입장발표…“심한 모욕감과 모멸감 느꼈다”(전문)

    배용제 시인 사과문에 고발자 입장발표…“심한 모욕감과 모멸감 느꼈다”(전문)

    문학계에 성추문이 계속되고 있다. 27일에는 ‘다정’ 등 시집을 낸 배용제(53) 시인이 미성년자 습작생들을 성폭행하고 반강제로 돈을 빌렸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에 배 시인은 의혹을 모두 인정하고 활동을 접겠다고 했다. 이날 배 시인에게 시 강의를 들은 학생 6명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배 시인은 학생들을 자신의 창작실로 불러 성관계를 제의하고 “내가 네 첫 남자가 되어 주겠다”, “너랑도 자보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습작생6’은 배 시인이 ‘연인은 아니지만 또 특별하게 서로를 생각해주는 관계’를 맺자며 강제로 키스를 하고 성폭행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금기를 넘을 줄 알아야 한다”며 변태적 성관계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배 시인은 의혹들을 모두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는 전날 저녁 자신의 블로그에서 “시를 가르친다는 명목 하에 수많은 성적 언어와 스킨십으로 추행을 저질렀다. 더욱 부끄러운 일은 그중 몇몇의 아이들과 성관계를 가졌다”며 “합의했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자각이나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시집과 산문집 등 출간을 모두 포기하고 공식적인 어떤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 시인의 사과문에 대해 고발자들은 배 시인이 ‘합의된 행위’였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명백한 사실은 이렇다”면서 “B시인은 정규 교육시설인 한 고등학교의 ‘실기교사’ 재직시 만난 수많은 ‘미성년자’이자 ‘학생’들을, 대학입시와 등단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무허가 개인창작실’로 찾아오게 하여, ‘권위적인 위치’를 통해 그들의 미래를 담보로 ‘직간접적인 협박’을 일삼으면서, 오랜 기간 ‘반복적인 성적 착취, 즉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릴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사실이 올라간 즉시 B시인이 먼저 멘션으로 성의없는 첫 번째 사과문을 보냈습니다. 이를 사과문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도리어 저희에게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 식으로 물어본 뒤 계정을 삭제하셨습니다”라면서 “그리고 다시 블로그에 두번째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는 여전히 자기 안위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기방어적 변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다는 데 심한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습니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고발자가 배용제씨의 사과문에 관해 올린 입장 전문. B시인의 사과문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합의된 행위’였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합의는 서로가 각자의 주체성이 인정되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자의적인 동의’일 것입니다. 합의와 동의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최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문학가를 꿈꾸는 미성년자에게 성을 ‘문학창작을 위한 한 과정으로 희생’할 것과 자신의 범죄행위를 ‘미학주의적 실천의 일환’으로 용인할 것을, ‘문학적 권위’와 ‘문단 영향력’ 무엇보다도, ‘교육’의 이름으로 강요하였습니다. 명백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B시인은 정규 교육시설인 한 고등학교의 ‘실기교사’ 재직시 만난 수많은 ‘미성년자’이자 ‘학생’들을, 대학입시와 등단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무허가 개인창작실’로 찾아오게 하여, ‘권위적인 위치’를 통해 그들의 미래를 담보로 ‘직간접적인 협박’을 일삼으면서, 오랜 기간 ‘반복적인 성적 착취, 즉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릴렀다는 것.” 여전히 많은 분들이 새로운 사례를 보내고 있으며, 증거자료에 대한 제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되는 그의 가해 사실의 범위와 강도로 인해 우리조차 무척 놀라고 있습니다. 그것을 덮어두는 것은 개개의 피해자를 위해서도 우리가 사랑하는 문학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끊임없이 제보되고 있는 B시인으로부터 피해사실을 지속적으로 업로드하기로 하였습니다. 2차 조치는 전체적인 윤곽을 어느 정도 잡고 모든 사실들을 종합하여 결정할 생각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피해사실이 올라간 즉시 B시인이 먼저 멘션으로 성의없는 첫 번째 사과문을 보냈습니다. 이를 사과문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도리어 저희에게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 식으로 물어본 뒤 계정을 삭제하셨습니다. 그리로 다시 블로그에 두번째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는 여전히 자기 안위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기방어적 변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다는 데 심한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B시인이 저지른 범죄는 그 심각성 면에서 최고수준입니다. 관심과 연대, 지지를 보내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니세프 “소녀, 소년보다 가사노동 40% 더 한다”

    전세계의 소녀들이 소년보다 무급의 가사노동을 40%나 더 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7일(현지시간) 유엔아동기금(UNICEF)는 전세계 5~14세 소녀들이 같은 나이대 소년들보다 40% 더 집안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 기준으로 총 1억 6000만 시간을 더 일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세계 소년·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중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소녀가 대부분의 비율을 차지했다. 나이별로 보면 5~9세 소녀의 경우, 소년들보다 30% 더 가사노동을 했으며 10~14세의 경우 그 비율이 50%까지 치솟았다. 주로 하는 집안 일은 청소와 요리를 기본으로 물 길러오기, 장작 구하기 등이었다. 특히 물 길러오기와 장작 구하기는 성폭력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유니세프의 지적. 이번 조사결과는 소녀들이 소년과 동등한 배움의 기회를 빼앗기고, 여성 착취가 가중됨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니세프 안주 말호트라는 "조사결과 소녀들은 무급의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청소년기에 이르렀을 때 더 심화된다"면서 "전세계 소녀들이 어린시절의 배움, 성장, 즐거움의 기회를 결과적으로 희생당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의 불평등한 분배는 아이들로 하여금 성 고정관념을 세대에 걸쳐 영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아재 블랙컨슈머의 갑질

    아재 블랙컨슈머의 갑질

    갑질 횡포 특별단속 한 달 경찰청이 갑질 횡포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10건 중 6건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품 갈취, 폭력 등의 횡포를 부린 블랙컨슈머 중에는 무직이 가장 많았다. 사회적 불만을 애꿎은 종업원에게 해소한 셈이다. 블랙컨슈머를 제외한 일반 갑질 중에는 ‘직장 내 금품 착취·폭행’이 가장 많았다. 세대별·성별로 보면 40·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적발됐다. 경찰은 지난달 1일 시작한 갑질 단속을 오는 12월 9일까지 계속한다고 전했다. ●1702명 검거·69명 구속 경찰청은 지난 1개월간 갑질 횡포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1702명을 검거하고 69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갑질 횡포 가해자는 연령별로 50대가 29.8%로 가장 많았고 40대(27.2%), 30대(18.3%), 60대(12.1%)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89.6%였고 여성은 10.4%였다. 하지만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32.5%나 됐다. 특히 10·20대 학생 피해자 150명 가운데 87명이 성범죄 피해를 당했고,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전체 갑질 사건 중 769건(59%)은 블랙컨슈머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 8월 경남 함양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성모(46)씨는 종업원이 담배를 꺼 달라고 요구하자 “손님에게 건방지다”고 소리치며 종업원의 뺨을 주먹으로 때렸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휴대전화를 사러 갔는데 기분이 나빴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해 보험금 지급이 하루 늦었다고 5만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요구하는 등 154번이나 욕설을 퍼부은 경우도 있었다. 갑질로 적발된 블랙컨슈머는 무직자(32.8%)가 가장 많았고 회사원(18.3%), 자영업자(17.0%), 일용직 근로자(7.2%) 순이었다. 블랙컨슈머를 제외한 ‘일반 갑질 횡포’는 520건(41%)이 적발됐다. 가해자는 사업가(24.8%), 대기업·중소기업 사원(16.0%), 교원 등 공무원(12.7%), 무직자(11.2%), 기업 임원(4.1%) 순이었다. 지적장애 3급인 종업원을 5년간 월 100만원만 주고 부려먹은 ‘은평 중국집 노예 사건’, 10년간 임금을 주지 않고 장애인 수당 2430만원을 빼돌린 ‘청주 타이어 수리점 노예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직장·학교 주로 우월적 지위 이용 직장과 학교에서는 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적발됐다. 지난달 6일 경기 안성의 한 공장에서는 근로수당 미지급을 노동청에 신고한 외국인 노동자를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없게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수차례 머리를 때린 나모(48)씨가 검거됐다. 광주에서는 지난달 9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다가 ‘다른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조용히 해 달라’고 요구한 경비원의 뺨을 담뱃불로 지진 입주민이 검거됐다. 또 경기 고양에서는 휴식 중인 경비원에게 “근무 똑바로 서라”고 말하며 때린 입주민이, 경남 김해에서는 사무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때린 입주민이 검거됐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아재 블랙컨슈머의 갑질

    아재 블랙컨슈머의 갑질

    갑질 횡포 특별단속 한 달 경찰청이 갑질 횡포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10건 중 6건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품 갈취, 폭력 등의 횡포를 부린 블랙컨슈머 중에는 무직이 가장 많았다. 사회적 불만을 애꿎은 종업원에게 해소한 셈이다. 블랙컨슈머를 제외한 일반 갑질 중에는 ‘직장 내 금품 착취·폭행’이 가장 많았다. 세대별·성별로 보면 40·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적발됐다. 경찰은 지난달 1일 시작한 갑질 단속을 오는 12월 9일까지 계속한다고 전했다. ●1702명 검거·69명 구속 경찰청은 지난 1개월간 갑질 횡포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1702명을 검거하고 69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갑질 횡포 가해자는 연령별로 50대가 29.8%로 가장 많았고 40대(27.2%), 30대(18.3%), 60대(12.1%)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89.6%였고 여성은 10.4%였다. 하지만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32.5%나 됐다. 특히 10·20대 학생 피해자 150명 가운데 87명이 성범죄 피해를 당했고,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블랙컨슈머 32.8% 무직자 최다 전체 갑질 사건 중 769건(59%)은 블랙컨슈머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 8월 경남 함양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성모(46)씨는 종업원이 담배를 꺼 달라고 요구하자 “손님에게 건방지다”고 소리치며 종업원의 뺨을 주먹으로 때렸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휴대전화를 사러 갔는데 기분이 나빴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해 보험금 지급이 하루 늦었다고 5만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요구하는 등 154번이나 욕설을 퍼부은 경우도 있었다. 갑질로 적발된 블랙컨슈머는 무직자(32.8%)가 가장 많았고 회사원(18.3%), 자영업자(17.0%), 일용직 근로자(7.2%) 순이었다. ●일반 갑질은 사업가·회사원 순 많아 블랙컨슈머를 제외한 ‘일반 갑질 횡포’는 520건(41%)이 적발됐다. 가해자는 사업가(24.8%), 대기업·중소기업 사원(16.0%), 교원 등 공무원(12.7%), 무직자(11.2%), 기업 임원(4.1%) 순이었다. 지적장애 3급인 종업원을 5년간 월 100만원만 주고 부려먹은 ‘은평 중국집 노예 사건’, 10년간 임금을 주지 않고 장애인 수당 2430만원을 빼돌린 ‘청주 타이어 수리점 노예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직장·학교 주로 우월적 지위 이용 직장과 학교에서는 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적발됐다. 지난달 6일 경기 안성의 한 공장에서는 근로수당 미지급을 노동청에 신고한 외국인 노동자를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없게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수차례 머리를 때린 나모(48)씨가 검거됐다. 광주에서는 지난달 9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다가 ‘다른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조용히 해 달라’고 요구한 경비원의 뺨을 담뱃불로 지진 입주민이 검거됐다. 또 경기 고양에서는 휴식 중인 경비원에게 “근무 똑바로 서라”고 말하며 때린 입주민이, 경남 김해에서는 사무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때린 입주민이 검거됐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역사 속 ‘은폐의 여성史’ 다시 보다

    역사 속 ‘은폐의 여성史’ 다시 보다

    글로벌시대에 읽는 한국여성사/정현백·김선주·권순형·정해은·신영숙·이임하 지음/사람의무늬/296쪽/1만 5000원 1980년대 말 이후의 한국 여성운동은 국제사회에서도 언급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군 위안부’ 운동이 대표적이다. 1970·80년대 활발했던 한국의 여성노동자운동은 제3세계 여성운동의 모델로, 동남아나 중남미지역 여성노동자운동에서 하나의 전범으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사에서 남성 중심적 역사서술을 통해 이 땅 여성들의 주체적 행위는 거의 은폐돼 있었다. ●한국사학계 여성 경제활동 주목 못 받아 성균관대·중앙대·성공회대 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등 6명이 쓴 이 책은 그 역사 속 ‘은폐의 여성’을 재조명해 눈길을 끈다. 간과됐던 여성사 속의 문제들을 새로 찾아 여성사의 새로운 위치 지우기(positioning)를 시도했다. 무엇보다 도외시됐던 여성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 역사를 복원해 도드라진다. 한국사학계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저자들은 그 이유를 “여성은 가사에 전념하는 수동적 존재로 간주된 역사적 상식에 역사학자들의 상상력이 묶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그 같은 인식의 거풀을 보기 좋게 벗겨내는 반전의 사례들을 세밀하게 제시한다. 우선 경제활동을 보자. 원시·고대사회의 여성들은 생산활동에서 통념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농사일 외에도 길쌈을 통해 경제활동에 기여했으며 공적으로 역역(力役)을 부담하기도 했다. 고려시대 여성들은 자신의 재산을 기초로 상업과 무역활동에 종사해 재산을 축적하기까지 했다. 조선시대 여성은 가부장적 통제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한 가정의 운영자로서 중심적인 지위를 확보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전문직 여성 처음 등장 근대 일제강점기 여성들은 가혹한 착취 아래 가족 생계를 위해 혹독하게 일해야 했다. 이 시기에 전문직 여성이나 서비스직 여성이 처음 등장한 점이 흥미롭다. 여성교육 확장으로 여교사, 간호부, 조산부, 여기자 등의 전문직은 물론 전화교환수, 점원이 서비스직업으로 부상했다. 전체 공장노동자의 30%가 여성이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여성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은 식민지 자본주의 착취의 젠더화를 확인하게 한다”면서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들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저항주체로 등장했다고 해석한다. ●저항 주체로 성장→여성인권 제도 개선 성취 한국전쟁에서 여성들은 생계부양자로서 후방에서 남성의 자리를 대신했으며 경제성장 주역으로 등장했다. 1960년대 공업화와 함께 ‘공순이’로 불린 여성공장노동자가 대거 등장했고 이들의 희생을 토대로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본원적 축적이 가능했다.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사무직 여성노동자가 더해져 여성은 경제활동의 주체일 뿐 아니라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저항주체로 성장했고 이들의 투쟁을 토대로 민주화체제 아래 여성운동은 역동적으로 발전해 여성인권 증진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을 성취했다. 저자들이 책에서 특히 강조한 점은 주체적 행위자로서의 여성 모습이다. 정치에서 종교적 권위가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고대에는 제정에서 여신이나 여사제의 역할을 토대로 여성의 정치적 비중이나 역할이 컸다. 특히 불교가 전통신앙과 습합되는 과정에서 여성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왕비나 귀족여성이 비구니로 출가했고 재산이 있는 여성들은 사찰을 건립하는 등 비중 있는 활동을 했다. 신라에서는 여성을 매개로 가계 계승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고려시대에는 중국식 사회제도가 정비돼 공적 영역에서 여성 배제가 심해졌지만 조선시대 들어선 여성이 가정경제를 운영하는 책임자로 각종 경제활동을 담당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기에는 전쟁에서 활약한 여성들도 나타났다. ●“진취적 여성운동, 근대 가족 탄생 가져와” 일제강점기 여성들은 각종 단체를 조직해 치열해진 반제·반식민지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이 시기 여성 교육이 확대되고 사회진출이 늘면서 민족독립이나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여성 지위에 대해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다가 해방 이후 참정권을 가진 국민국가의 구성원으로 등장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조직된 여성운동은 분단사회의 이념 대립 속에서 과도한 정치화의 과정을 겪어야 했다. 저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고양된 여성의식은 한국사회에서 근대 가족 탄생을 가져왔다”면서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더불어 여성의 노동권이 취약해지고 여성 내부의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됐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여성사 새로 쓰기의 작업을 이렇게 전한다. “여성의 행위성과 주체성은 역사적 맥락에 의해 규정받고 여성들은 내적으로 분할되어 있고 복수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이다. 이런 여성 정체성의 다중적인 복합성을 읽어내는 것도 여성사의 몫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생각나눔] 청소년·성인의 사랑, 착취냐 자유냐

    현재 성관계 법적 처벌 힘들어 “미성년 연령 13세→16세로”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 2명이 청소년을 강간한 혐의로 입건됐지만 강제성·대가성이 없어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3세 미만 아동·청소년과의 성관계만 강간죄로 다루는 ‘의제강간’의 연령 기준을 상향하는 법안이 국회에 잇따라 발의되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은 지난달 의제강간 연령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올리는 내용으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단, 청소년 간 이성 교제를 예외적 범주로 두기 위해 피의자가 19세 이상인 경우에만 의제강간죄를 적용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도 이달 초 청소년을 지도·감독하는 종사자가 청소년과 성관계를 가질 경우 강간죄로 처벌하는 성범죄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사, 학교전담경찰관, 청소년 상담사 등이 13세 이상인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으면 처벌하게 했다. 이런 법안은 자신이 맡은 학교의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부산 사하경찰서 김모(33) 경장과 연제경찰서 정모(31) 경장에 대한 법적 처벌이 현실상 힘들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부산경찰청은 이들을 불구속 입건하고 김 경장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두 차례나 보완 수사 지시를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정 경장과 관련한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해 수사가 쉽지 않다”며 “9월 말이나 돼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경장에 대해 ‘위력에 의한 간음’, 정 경장에 대해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조계는 의제강간 연령이 13세 미만인 만큼 강제성과 대가성이 없는 성관계를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천정아 한국여성변호사회 상임이사(변호사)는 “친밀한 관계로 보이는 카카오톡 메시지만 있어도 협박이나 폭행 없는 위계와 위력은 입증하기 어렵다”며 “의제강간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청소년이 성인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지 의문”이라며 “청소년은 법적 권한이나 선거권이 없는 만큼 성적 착취나 매수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의제강간 연령 상한이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반론도 있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의 활동가 쥬리는 “의제강간 연령이 상향되면 성인과 연애하거나 성관계하는 청소년을 불법으로 규정짓게 돼 오히려 그런 관계가 더 음성화될 것”이라며 “청소년을 논의에서 배제한 채 청소년의 주체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SOS 청년노동인권] 韓 “내 밥그릇 알아서 챙겨야”… 佛 “근로계약서 대학이 봐줘”

    [SOS 청년노동인권] 韓 “내 밥그릇 알아서 챙겨야”… 佛 “근로계약서 대학이 봐줘”

    생김새, 국적, 나이, 성별. 많은 게 같았지만 살아온 시간은 달랐다. 한국과 프랑스에 각각 거주하며 인턴을 경험한 동갑내기 한국인들의 얘기다. SOS 청년노동인권 중편에서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해 한국의 노동력 착취 구조와 프랑스의 공정 노동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본다. [한국]회사는 정부지원금 신청하며 “月40만원 더 주니 수당 없다” 대학은 노동권 외면 취업률 급급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이진성(23·가명)씨는 대표로부터 우롱을 당했다. 대표는 입사 한 달이 지난 이씨에게 “고용노동부의 ‘청년인턴제’ 사업 신청을 할 거다. 다음달부터 신청 조건인 월 139만원을 주겠다”고 달콤한 말을 던졌다. 이씨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입사 한 달 만에 월급이 40만원이나 오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뒤이어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은 이씨의 환상을 깼다. 대표는 너무나 당당하게 “네가 지난달 받은 월급 98만 6000원에서 내가 40만원을 더 주는 것”이라면서 “40만원에 연장근로수당, 야근수당, 주말근로수당이 다 포함돼 있다. 앞으로 추가 수당을 요구할 생각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인턴제 사업 신청 기준인 ‘월 139만원’(최저임금의 110% 수준)에는 최저임금과 주휴수당만 들어가지만 대표는 연장근로수당까지 다 포함하자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이씨는 “연장근로수당은 월 139만원과 별개로 통상임금의 50%를 추가해 줘야 하는데 대표가 그럴싸하게 서류만 작성한 것”이라면서 “청년인턴제 사업을 통해 3개월간 인턴을 고용하면 매달 지급되는 60만원의 지원금을 노리고 한 일 같다. 내 밥그릇은 나 아니면 챙겨주는 사람이 없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 달 전 퇴사한 이씨에게 이번 일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사회에 뛰어들면서 최저임금, 연장근로수당 등 당연히 알아야 할 노동인권상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자책이다. 동시에 학교에서 아무런 교육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씨가 기억하는 노동 교육은 ‘최저시급을 잘 지켜야 한다’는 정도다. 이씨는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이나 노동자의 권리를 배운 적은 없는 것 같다. 항상 선생님들의 관심은 대학입시, 진로탐색에만 쏠려 있었다”면서 “대학에서도 취업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학교는 이씨를 회사에 소개만 했을 뿐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를 확인하거나 학생 보호를 위해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최근 이씨는 다른 직장을 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인턴이다. [프랑스] 외환위기 뒤 이주한 김형래씨 두 회사 거치며 부당 행위 ‘0’ “7년 토론 교육 뒤 권리 주장 습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도핀 대학원을 휴학하고 현재 유럽 최초의 웹툰 플랫폼 ‘델리툰’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김형래(23)씨가 프랑스로 넘어온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였다. 1999년 부도난 아버지 회사가 프랑스에 인수되면서 가족이 모두 낯선 땅에 자리잡았다. 김씨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역사 선생님은 절대왕정에 맞서 자유와 평등을 쟁취한 프랑스혁명을 얘기했다. 김씨는 어린 나이에 잠이 쏟아졌지만 자연스레 프랑스의 3대 헌법정신 자유, 평등, 박애를 익힐 수 있었다. 중·고교에서는 근현대사까지 전반적으로 공부했고, 노동인권 정규과목인 ‘시민-도덕-교육’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토론 실력을 키웠다. 김씨는 “신문기사를 다 같이 읽고 ‘노동자의 파업권을 중시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선생님이 던지면 수업시간인 30분에서 1시간 동안 토론하고 발표한다. 이런 식의 수업을 중·고교 7년 내내 하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습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역사시험 문제로는 ‘노동 권리의 역사’, ‘20세기 노동 투쟁의 역사’가 출제됐다고 김씨는 떠올렸다. 학교의 노동인권 교육은 김씨가 권리를 지키는 밑바탕이 됐다. 대학 입학 이후 지금까지 인턴으로 일한 프랑스 회사 2곳에서 아무런 부당 행위를 겪지 않았다. 김씨가 회사를 들어가면 대표는 근로계약서부터 갖고 왔다. 일대일로 마주 앉아 급여, 근로시간, 숙식, 교통비 등을 논의해 명시했다. 계약서의 완성은 두 사람의 서명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김씨와 대표가 서명한 계약서를 휴학 중인 학교에 보내면 학과장과 학교 행정실이 각각 한 차례씩 더 검토했다.김씨는 “고용주와 고용인 간의 분쟁만 다루는 노사분쟁조정위원회인 ‘프뤼돔’(Conseil de prud’hommes)이란 기구도 있을 정도로 인턴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굉장히 잘 되어 있는 편”이라면서 “오히려 직원이 잘못해도 자를 수가 없을 정도로 법이 촘촘해서 노동법 개정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릴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