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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6·15선언’ 실천하라

    애국적 민족경제인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국민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북한을 상대로 하는 대북 경제사업의 어려움과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내의 냉소적 일부 보수 여론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중압감이 그를 마침내 죽음으로 내몬 것 같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에 헌신한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는커녕 일반 파렴치 형사범처럼 내몰았던 금년 3월의 대북송금 관련 특별법은 그를 매우 절망감과 슬픔에 빠지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이제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가 추진했던 금강산 육로관광,개성공단 특구를 비롯한 남북경협전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어리석은 불행한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58주년 8·15에 즈음하여 정부 당국과 국회에 다음과 같은 것을 건의하고자 한다. 첫째,정부는 북한 불변론과 퍼주기론을 지양하고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체 국민에 대한 통일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북한은 나름대로 큰 변화를 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북한을 지원하는 대북지원 비용과 그 지원 이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통일교육이 매우 필요하다. 둘째,정부는 6·15의 역사적 의의와 성과를 명백하게 인정한다는 뜻에서 8·15경축사에서 반드시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은 6·15 공동선언을 승계한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해 주기 바란다. 지난 대통령의 취임사,한·미 정상회담 공동 보도문 등에서는 6·15선언의 문구를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더구나 미국을 의식해 역사적인 개성공단 착공식을 장관급에서 국장급으로 격하하는 등 6·15의 역사적 의의를 폄하하는 듯한 정부의 행동은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 심지어 양식 있는 학자조차 6·15의 성과를 부인하는 행동은 국민들을 매우 실망시키고 있다. 셋째,국회는 돌아오는 정기국회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 결의안’을 국회 전체의 이름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진정으로 여야는 당파를 초월해 민족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대북송금법이라는 역사적 입법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체 국회 이름으로 6·15 공동선언의 실천을 결의해 주기 바란다. 넷째,국회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위배되는 남한의 냉전법령을 조속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대북송금 사건은 남북관계의 빠른 변화와 냉전적 국내 실정법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큰 혼란에서 비롯된다.이런 측면에서 국회는 남북문제에 대해 정략적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남북한 교류협력을 제도화해 질서있게 진행하도록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냉전법령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이제 남북경협을 비롯한 모든 남북관계가 특정한 인맥보다는 법과 제도적 틀에서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교류협력의 새로운 법제도화와 기존 법령의 정비에 남북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법절차상 정당성이 결여된 경우에 추후에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고,이로 인해 남북관계 전체가 숱한 도덕적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이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야는 정파를 초월해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의 보완·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여섯째,정부는 한·미공조와 민족공조를 적절하게 조화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물론 핵문제를 비롯해 한·미관계의 모든 영역에서 우방인 미국의 역할은 한국의 국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그러나 한 국가의 자주성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지켜 주지 않는다.국가의 자주성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게 대미외교를 펄쳐 나가는 성숙하고 정당한 한·미관계를 견지해 주기 바란다. 이 장 희 한국외대 법대 학장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 [젊은이 광장] 농활을 다녀와서

    해마다 여름이면 농촌은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으로 활기가 넘친다.대학생들의 농활은 방학을 이용해 농촌을 체험하고,본격적인 농업시장 개방과 열악한 농업환경으로 그 존립기반이 위태로운 농촌의 현실을 알기 위한 것이다.농민들 역시 자식 또는 손자뻘 되는 학생들에게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농사의 소중함을 알리고 바쁜 농번기 일손을 덜고 있다. 하지만 올해 농활의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았다.지난 한 주 필자는 경북 안동시 임하면에 위치한 금소라는 작은 마을에서 농활을 가졌다.그곳에서 만난 많은 농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 상태로 가다간 농사짓고 못산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해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서 비료값도 안 나온다.”고 했다.사회가 발전하면서 농업이 우리 사회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게 어찌 요즘뿐이겠느냐만 처지를 탓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농업정책이 공급·수요의 불균형을 초래하고,그 결과 금값이던 농산물 가격이 몇해 지나지 않아 폭락하고 만다.정부의 장려로 막대한 시설투자를 통해 농업의 기계화와 자동화를 조금씩 갖춰갔지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등 전면적인 농산물시장 개방이 현실화돼 농업의 경쟁력이 땅에 떨어지게 됐다.IMF 이후 더 늘어난 농가부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농민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현실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 농업은 위기를 넘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하지만 일반 국민은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해마다 외국산 수입물의 안전성 문제,값싼 외국산 농수산물에서의 납덩어리 검출,유전자 변형 식품의 등장,과다한 색소와 농약에 찌든 농산물 유통 등이 보도될 때는 난리법석을 떨면서도 정작 우리 농업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이같은 위험요소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농업시장 개방으로 외국에 대한 식량의존도가 절대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값싼 농산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우리 몸엔 우리 것인데 남의 것은 왜 찾느냐?”는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농업은 우리 문화의 전통성과 한국민의 정체성을 확립,발전시켜온 뿌리다. 단순히 이를 휴대전화 단말기와 같은 공산품과 맞바꿀 수는 없다.또 시장경제에 의한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만 바라봐선 안 될 문제다.농촌과 농민은 우리 농업을 지켜온 마지막 보루다.그들의 생활터전을 지켜줘야 한다. 오늘의 농촌현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저마다 지역구를 돌며 경로당과 마을회관 신축 등을 약속하며 한표를 구걸하지 말고 제대로 된 관개시설조차 구비되지 않아 봄과 여름이면 가뭄과 홍수에 한해 농사를 망쳐야 하는 농민들의 고통을 깨달아야 한다. 농촌의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휴가철이면 객지인들이 농촌을 찾아 고성방가는 물론 쓰레기 무단투기,무질서한 모습 등으로 농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농촌을 지키는 사람들이 저마다 담을 새로 쌓고 방문을 걸어 잠그는 모습에 서글퍼하지 말고 존폐의 위기에 서 있는 농촌에 내 일처럼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문제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임 현 재 안동대 신문사 편집부장
  • 오피니언 중계석/참여정부시대 방송법 개정 방향

    방송위원회는 지난 7월23일 방송법 개정안 시안을 발표했다.그러나 방송위안은 여러가지 전향적 조항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에 대한 제어 방안 미비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들이다.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언론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린다.성공회대 최영묵교수의 ‘참여정부 시대의 방송법 개정 방향’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요약한다. 2000년에 만든 현행 방송법은 방송의 독립성,공익성 강화,뉴미디어 시대 대비,시청자 권익보호 등이 이념의 근간이었다.그러나 방송 관련 총괄행정기구인 방송위원회는 독립된 기구로 보기가 어려웠다.방송위원의 임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나 국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또한 공영과 민영,무료 지상파와 유료 유선 방송 등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공익성’을 적용하는 바람에 방송사업자들의 불법행위가 공공연히 발생하고 방송위의 규제나 처벌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취약한 시장경쟁 조정 기능,제한적인 시청자 주권 및 참여,미흡한 사업자 제재 등도 방송법의 한계로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새 방송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방송영상정책과 관련해 문화관광부 장관과 ‘합의’토록 했던 부분을 ‘협의’토록 하는 등 방송위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그러나 한국방송학회는 방송위의 개정안과 관련,지상파 광고 시장의 연장과 중간광고를 허용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독과점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특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새로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데이터 방송과 ‘별정방송사업’ 등 신규사업 영역에 사실상 지상파 방송사업 이외의 진입을 막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또한 방송위원회의 권한 강화는 일반 시청자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는 점,지역방송 문제 대책 결여,위원회의 기능과 도덕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권한 위임조항의 신설,정부와 국회 등의 의견 수렴 결여 등도 지적했다.전체 방송 구도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뒷받침하는 ‘지상파지원법’의 인상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울러 시청자단체에서는 현행 방송법의 모호성과 책임 소재의 불분명으로 4년간 소모적인 공방을 낳았다며 시청자주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청자 의견 반영 ▲간접광고·협찬고지 규제 강화 ▲방송위원 추천사유 공개 ▲시청자 영역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해왔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현행 방송법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개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 관계 법령의 통합과 정비를 추진하되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특히 방송의 공익적 측면이 통신의 산업논리에 의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현행 방송법은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지상파와 뉴미디어 방송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미디어별로 규제를 차별화해야 한다.예컨대 사적 소유 구조이지만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고 있는 SBS와 같은 상업방송에 대해서도 사회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셋째,중앙행정기구이자 합의제 행정기구,독립규제위원회의 위상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권한과 의무를 보다 명확히 해 관련부처와의 쓸데없는 갈등과 마찰을 줄여야 할 것이다. 넷째,위성방송사업자(Sky Life)가 지난해부터 지상파방송사의 위성방송 재전송을 요구하고 있는데,재전송을 승인하면 지역방송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지역 민방의 생존 차원의 정체성과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다섯째,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 편성 조항과 시행령을 정비하거나 신설할 필요가 있다.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시청자에게 방송접근권을 보장함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밖에 방송위원과 KBS이사회,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EBS사장 등 주요 공영방송 책임자 선임에 있어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도덕성 등이 검증될 수 있도록 추천 기준과 사유를 법제화해야 한다.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3) 김지하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저 뜰 앞에 선 잣나무이니라.”.옛 선사에게 불법을 묻듯,지하에게 이 시대를 물으러 간다.대답은 듣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그것이 바로 해답일 테니까.얼굴과 손이 희지 않고,상민(常民)의 옷을 걸치고 살아가는 그에게,옛날 백 사람의 시인에게 시대를 물을 때 묻지 않은 물음을 던지기 위해,그가 몸을 기대고 살아가는 백성의 마을로 간다. 얼마 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본 시인의 모습은 예전보다 한층 더 수척하면서도 어딘가 부은 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장기간 요양을 해야 할 만큼 상한 몸을 이끌고 멀리 부산 범어사에서 요양을 하다가 올라온 시인을 붙들고 무슨 말을 들으려 한단 말인가.그러나 자기 바깥에 싸리 울타리를 두르지 않는 시인은 흔쾌히 내방을 허락해 주었다. “회고록의 제명이 ‘흰 그늘의 길’이더군요.그 말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법한데요.” “글쎄,애매성이라고나 할까.안개 낀 것 같은.단지 이성,오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겠지요.내가 흰 그늘이라는 말을 쓴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하나는 우리 삶이 상당히 이상해졌다는 것이에요.사이코,정신분열적인,착란적인 사회심리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인식하고 용서할 어떤 시적인 그릇을 찾아내려고 한 거지요.흰 그늘이라는 것도 일종의 환상이지만,치료적 기능을 갖는 환상입니다.마치 융의 그림자처럼 가라앉은 욕구라고 할까…,일종의 역설이지.고통의 역설적 인식,성스러운 고통,이런 것을 추구함으로써 시대의 정신적 질환을 넘어설 수 있지 않느냐는 거지요.시(詩)가 바로 그에 관한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김지하 시인은 천래(天來)의 시인답게 비약적인 어법으로 생각을 전개하기 시작한다.그렇다면 나는 논지를 잃고 헤매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지나온 삶이 어땠다고 보시는지요? 요약하신다면요?” “요약? 한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지.소위 ‘요기 싸르’라고.요기는 요가를 하는 사람,즉 수련자지.그러니까 내면적으로는 수련자고 외면적으로는 싸르,코뮌 싸르,직업 혁명단.그러니까 요기 싸르는 명상을 통한 내면적 수련과 외면의 사유적 변혁,두 가지를 같이 추구하는 자야.나는 옛날에 이 요기싸르라는 말은 몰랐지만 바로 그런 삶을 희망했었다고 생각해요.삶에 대한 쉬르(초월)적 인식과 그 아래 미학으로서의 리얼리즘을 함께 추구했으니까.리얼리즘과 함께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초월성,철학 같은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어요.이것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생명’과 ‘살의(殺意)’죠.내 첫 시집 ‘황톳길’에서 보듯 ‘뛰어올라오는 숭어’와 ‘가마니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의 시체’,즉 생명과 죽음의 대비를 늘 생각했어요.이것이 현실에 대한 비평으로,부정으로 나타났죠.생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이것은 죽음까지도 포함하는 어떤 전체변화의 질서를 말하는 것이었어요.” 시인의 말씀은 깊은 숲 같아 갈래가 많고 걸리는 것도 많다.그 속을 호랑이 타고 달린다면? 다치지 않으려면 머리를 잔뜩 숙여야 하리라. “선생님의 삶에서 예지적인 면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삶을 가능케 한 근거를 찾아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글쎄,그건 꼭 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시를 쓰면서도 시인이 아닌 아웃사이더로 남고 싶었고,그러면서도 세상은 변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사람의 정신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대야말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선생님께서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엇보다 ‘현실적 부정’입니다.그들은 자기들 삶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에 대해 선험적 사고에 익숙했던 우리나 우리 바로 아래 세대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정적입니다.뭘 보면 알 수 있느냐.정치나 경제에 대한 부정은 사항적 비판일 수 있지만 문화적 반항은 사항에 따른 게 아니라는 겁니다.지금 젊은이들은 문화적 반항 밑에 더 커다란 문명 단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어요.그 불만을 가지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붉은 악마’라든가 ‘네티즌 선거’라든가 ‘촛불 시위’ 같은 것으로 빛나지 않나 싶습니다.내가 보기에 그들의 이 힘은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긍정이 광폭(廣幅)인 김지하 시인이다. “그렇다면 선생님 세대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세대적 역할은 어떻게 비교하거나 대조할 수 있을까요?” “저는 4·19세대였음에도 불구하고 4·19의 혁명적 의미를 똑똑히 몰랐습니다.그러다가 5·16 뒤에 차츰 민족이라든가 민중이라든가 변혁이라든가 하는 개념에 눈뜨게 됩니다.그러면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리얼리즘과 함께 반리얼리즘적인 추상·환상·상상력의 측면을 강조한 사람들도 있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어요.나는 어떻게 하면 리얼리즘 안에 반사실과 환상을 이끌어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했던 세대입니다.지금 젊은이들도 자기들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서 외쳐대던 구호의 진짜 의미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생각해 봅니다.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글 쓰고 그림 그리고 강연을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의 소명이 무엇이고, 그 사람들이 한 일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되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지금 젊은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세계적이고 동시에 민족적입니다.아주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면서도 범생명계적인 성격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이런 모순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세대적 특질에 걸맞은 복합적인 역할과 내용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지혜 또는 슬기라면 어떤 것이 있겠는지요?” “첫째는 들뢰즈나 가타리,미셸 셰르 같은 선각자들이 이미 지적했던 것인데 현대,모던 월드의 가장 큰 질병으로 논리를 들고 있습니다.‘이것은 이것,저것은 저것’이라며 상호 배제하는 것,‘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다’라면 싸움이 시작되고 경쟁이 시작되겠지요.또 하나의 질병은 전쟁법입니다.나와 너는 싸울 수밖에 없고 싸워서 하나가 이김으로써 상호 통합을 한다.전쟁의 철학이죠.우리는 매일 평화를 원하고 안정된 삶과 우정과 휴머니즘과 생명계와의 화합을 원하면서도 그 매일의 생활 속에서는 전쟁 논리를 진행시키고 논리의 전쟁을 치러내는 겁니다.나는 전쟁법의 반만 긍정하고 다른 반은 부정하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너는 나일 수 있고 나는 너일 수 있다.이게 뭡니까? 음(陰)과 양(陽)의 철학이죠.음이면서 양이고 양이면서 음인,그러면서도 양은 양이고 음은 음인 음양법 말입니다.철학적으로 더 들어가면 불교의 인식논리입니다.색(色)은 공(空)이 아니고 공은 색이 아니면서도 공은 색일 수 있고 색은 공일 수 있다.결국은 색공이 하나다.하나가 아니고 둘이 아니면서 하나도 둘도 될 수 있다는 것.묘한 이치에 도달하는 겁니다.여기서 또 숨은 차원과 드러난 차원을 생각해야합니다.드러난 차원은 가시적이고 진행 중이고,숨겨진 차원은 드러난 차원 밑에서 드러난 차원을 조절하고 진행시키고 수정하고 교정을 보다가 전혀 이것이 유지될 희망이 없을 때에는 이것을 와해시키면서 안에서 새로운 드러난 차원으로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이게 뭘까요.생명이죠.생명의 논법이 ‘아니다’이면서 ‘그렇다’이고 ‘그렇다’이면서 ‘아니다’인 겁니다.이러한 인식은 다행히도 우리 민족의 근대에,1860년대에 유럽 쪽의 베르그송이나 생철학자들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나타났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만.이 부분에서 우리의 논리적인,새로운 변혁적 생활을,새로운 논리의 발견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일상적으로.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삶에 있어서는 늘 투쟁이나 경쟁,대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생각하면서 논리를 진행시키고 현실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김지하 시인의 거침없는 논리 개진에 언더라인(밑줄)을 긋는다.인터뷰를 떠나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논리 전환인 까닭이다.내친 김에 더 ‘광폭(廣幅)’한 물음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우리는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남북의 통일에도 공공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 공공성과 우주적 공공성을 함께 회복해야 합니다.너무 작은 담론들에 얽매여 공공성을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또 자신만이 아니라 타자까지도 자기 안에집어넣는 것이 중요합니다.주체를 배제해버리고 타자화하는 유럽사상을 따라가지도 말고 주체를 회복하면서 우주적 주체가 되는 것,이것이 새로운 인간입니다.그것은 개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동학은 이렇게 가르쳤습니다.‘서로가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생명의 총체,정체성을 각자 자기 나름으로 실현하라.’고.‘밝고 밝은 이 우주를 각자 자기 나름대로 밝혀라.’고.이게 뭘까요.개인주의죠.그러나 그것은 개(個)이지 사(私)는 아닙니다.개와 사는 다른 겁니다.사는 그 뒤에 세모꼴 같은 것이 붙어 있죠? 이게 귀신에 붙어 있는 거예요.잡귀.인간의 정신 가운데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만 위해서 살려고 하는.” 오랜만에 거인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놓치기 싫어 더 많은 것을 물었고 더 많은 말씀을 들었다.병마에 시달리는 ‘대선사’가 탈진에 이를 때까지 마구 괴롭혔다.그러나 그렇게 귀동냥한 모든 것을 여기에 쓸 수 없음이 안타깝다.이 나라에 또 누가 있어 그처럼 많은 궁리를 하고 세상의 내일을 이야기할까? 바로 김지하 시인 같은 이를 종요로운 존재라 이름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사진 이언탁기자 vielee@ 방교수가 본 시인 김지하 ●수척해진 어깨 위에 걸린 흰 달 지하는 지하라고 하지 말고 지하당(芝河堂)이라고 해야 하리라.평생 바람으로 살되 가는 곳이 집이다.바람이 바로 집이다.살아 움직이는 집이다.바로 그가 김지하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바라본 지하당의 낡은 서까래가 기울어졌다.어긋난 문짝 같은 옷을 걸친 지하당,구멍이 숭숭 뚫린 지하당의 야윈 몸채,두 시간 남짓에 배터리가 소진되고 마는 허한 기운.이것을 본 어느 누가 지하당의 과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인터뷰를 마치는데 회고록을 쓰느라 바싹 야윈 지하당의 어깨 위에 흰 달이 떠 있었다. 지하당의 후광은 낮달,희미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달이었다. ●김지하는 누구인가 1941년생으로 문명(文名)이 높은 분들이 많은 문학계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지하는 거인이다.아니,괴물이다.희대의 풍운아다. 전라남도 목포 출생.1959년에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이후 그의 삶은 바람의 삶이었다.한·일회담 반대운동,그리고 저항시인.황토빛 한의 전달자,박정희 군사정권을 향한 조롱과 야유(풍자시 ‘五賊’).시집 ‘황톳길’과 함께 열린 김지하의 1970년대는 연행·석방·도피로 점철된 시대,부당한 체제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벌여나간 시대였다.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무기로 감형된 1974년부터 1980년까지 그는 옥중의 시인이었다.많은 이들이 그가 걸어간 길처럼 민주주의를 외치며 전두환 정권과 처절한 항전을 벌일 때 김지하는 황야를 건너 생명의 낙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폭력이 아니라 비폭력을,광폭한 남성성이 아니라 섬세하고 여린 여성성을,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화회(和會)의 세계를. 그는 시대와의 불화를 감당해야 했다.시집 ‘애린’의 세계가 그것이다.1980년대였다.1990년대,그리고 지금,김지하는 또 다른 초극을,완성을 꿈꾼다.시집 ‘중심의 괴로움’은 내가 내 안에 갇히지 않고 우주와 호흡을 함께 하는 새로운 리듬과 조화의 세계를 노래한다.김지하는, 뜨거운 불꽃 김지하는 오늘,안으로 타오른다. 정지용으로부터 김수영을 지나 김지하로통하는 한국 현대시의 행로는 내부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성찰적인 것과 투쟁적인 것이 맞씨름을 벌이며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해간 운명의 길이었다.
  • 책꽂이

    ●방각본 살인사건 상,하(김탁환 지음,황금가지 펴냄) ‘역사와 교양이 풍부하면서도 박진감이 넘치는 소설’에 도전하는 저자의 새 장편.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3부작 가운데 첫 작품.각권 8500원. ●산다는 것은(안톤 체호프 지음,남혜현 옮김,작가정신 펴냄) 국내 처음 소개되는 저자의 중편 두편을 묶었다.표제작은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결혼 3년’은 결혼을 통해 일탈을 꿈꾸는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9500원. ●현대시와 문화의식(문선영 지음,청동거울 펴냄) 부산대 국문학 박사인 저자의 평론집.문화비평을 잣대로 ‘문화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다양한 문화현상을 현대시가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를 조명.13000원. ●중산리 요즘(강희근 지음,영언문화사 펴냄) 경상대 교수인 저자의 9번째 시집.이전의 서정성과 종교적 메시지를 아우른 작품집.평론가 송희복 교수는 “초기시보다 단아하고 서정적 품격을 유지한다.”고 평가.6000원. ●시간 위에 지은 집1,2(성낙주 지음,하경옥 그림,창조문화 펴냄) 소설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석굴암,첨성대,석가탑·다보탑 등을 소설·작은 논문으로 동시에 풀이.각권 7500원. ●갈라파고스(커트 보네거트 지음,박웅희 옮김,아이필드 펴냄) 미국의 대표적 유머작가인 저자의 대표작.1986년 갈라파고스에 좌초한 인간들이 새 인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사회를 풍자.8000원. ●장자,임금을 베다(김신 지음,마음의고향 펴냄) ‘대학별곡’의 작가가 장자(莊子) 이야기를 소재로 세상사를 풀이.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CEO 등 현대사회의 기득권을 조롱.9600원.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이재민 지음,사계절 펴냄) 노동자·청소부·배달부·웨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워온 저자의 성장 소설.서정과 서사의 조화로 제1회 사계절문학상 우수상을 수상.7000원. ●짝사랑 1,2(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이선희 옮김,창해 펴냄) 영화 ‘비밀’의 원작자의 새 장편.성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매개로 남자·여자,나아가 인간의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각권 8500원. ●손끝에 우는 여자(정수화실 지음,청동거울 펴냄) 일본에서 고전무용가이며 아마추어 볼링선수로 활동하는 저자의 첫 장편.모녀의 삶을 소재로 여인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한다.8000원.
  • [대한포럼] 1만달러의 수렁

    1987년과 1995년,그리고 2003년 사이엔 깊은 수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8년 주기로 극심한 사회혼란과 경제적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6·10항쟁과 6·29선언이 있었던 87년 전국은 민심의 표출이 봇물을 이루었다.본격적인 민주화시대가 도래한 것이다.95년은 국민소득 1만달러(1만 823달러)를 첫 돌파한 해였다.금방 선진국으로 갈 것 같았던 경제적 성과는 그러나 노사분규와 정치혼란,부정부패라는 ‘한국병’에 걸려 외환위기라는 난적을 만났다. 요즘의 사회적 양상도 정치불안과 집단이기 행태로 어지러울 정도다.마치 87년으로 되돌아간 것 같고,소득은 8년전에 머물러 있다.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달러가치 하락 탓인지 5년만에 1만달러(1만 13달러)를 다시 회복했다.그럼에도 우리사회는 여전히 국민소득(GNI)1만달러 시대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경험칙상 현재진행형인 그 수렁은 크게 정치적 난맥상과 집단이기의 발호,성장동력의 상실 등에 겹겹이 싸여있다. 참여정부 출범 4개월을 맞은 정치현실은 어떠한가.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법연장 거부로 여야가 충돌사태로 치닫고 있다.여당은 신당인지,리모델링당인지 정체성 혼란과 주도권 다툼에 여념이 없다.야당은 대표경선을 둘러싼 혼탁과 보수의 울타리에 막혀 수권정당의 면모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가뜩이나 북핵위기를 둘러싼 외교안보적 허점은 국민을 불안케 한다. ‘사회적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내 몫 찾기’ 행동방식도 수그러들 줄 모른다.조흥은행 파업사태가 마무리되는가 싶자 지하철,버스,택시,노동단체의 잇단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두산중공업,철도,화물연대,NEIS 등 굵직굵직한 사태에 이어 언제까지 1만달러시대 정치적 투쟁양태의 노사분규가 계속될 것인지.2만달러로 가는 사회통합적 행동양식이 아쉽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불안은 결국 경기침체와 민생고를 낳고있다.이라크전과 북핵,사스라는 대외적 여건이 호전되자 경제는 노사분규와 금융불안이라는 대내적 요인에 발이 묶여 있다.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니 수출과 내수의 성장동력이 꺼지고,새로운 엔진으로 각광받은 IT마저 부실한 실정이다.국민소득 1만달러는 싼 값의 수출품과 부동산 거품 등에 의한 내수 덕분임을 직시해야 한다.한국은행이 기업의 설비투자가 4년래 최저 수준이고,전경련이 지적한 산업경쟁령의 붕괴와 산업 조로화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전 전국세무관서장과의 오찬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진입의 자신감을 피력했다.단기적으로 시장개혁을,중장기적으로 기술혁신을,좀더 멀리는 동북아시대 지방분권을 통해 역동적인 시장을 제시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비서관은 이를 좀더 구체화했다.참여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08년까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분배를 위해서라도 연간 35만개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이건희 삼성회장이 갈파한 마(魔)의 1만달러 시대 불경기론은 더욱 의미심장하다.‘1만달러는 대부분 국가가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다.선진국은 6∼10년 안에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올라갔으나 우리는 8년째 헤매고 있다.10년안에 2만달러로가야 한다.그러지 못하면 1만달러도 지키기 어렵다.’ 소득 2만달러에 가서야 집단 분규가 사라진다면 앞으로 얼마나 사회적 비용을 더 치러야 할까. 수렁 탈출은 무엇보다 국가 지도자의 명확한 비전 제시와 그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에서 찾아져야 한다.단순히 정부의 2만달러 장밋빛 공약만으론,어느 분야든 이익집단이든 16년,8년 전의 관행과 의식수준으론 세기적 전환기의 변화와 요구를 감내하기 어렵다.양보와 타협이 절실한 때이다. 박 선 화 논설위원 pshnoq@
  • [열린세상] 자본주의 천민화와 통일문제

    경제 발전으로 국민들에게 물질적인 풍요와 신체적인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으로는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론이 적어도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 낸 결과로는 최상의 제도임에 틀림없다.마르크스는 이미 1900년대 꿈같은 이상 사회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예언했다.자본주의 사회는 발전되면 될수록 자체의 내부 모순이 증폭되면서 자연히 붕괴되고,세계사는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 제도가 도래되면서 노동자 중심의 무계급,무착취의 평등 사회가 된다고 했다.심지어 다음 단계인 공산사회로 진입하면 노동이 놀이로 변하면서 ‘아침에는 낚시하고 낮에는 목장에서 일하다가 밤에는 난로 가에서 정치 담론을 하는…’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변증법적 유물사관의 예언적 이상 국가는 마르크스 사후 117년 만에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붕괴하면서 하나의 시행착오로 평가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게 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자본주의적 가치 체계가 인간들의 삶과 질을 완수하면서 마르크스가 그렇게도 분노하고 비판하던 부정적 측면을 오늘날극복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그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성의 상실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생리는 ‘장사만 된다면 지옥에라도 찾아간다.’는 말처럼 인간 자존심의 최후의 보루라고도 볼 수 있는 성(性)마저도 상품화하는가 하면,레닌의 말처럼 자본가의 노동자에 대한 노동력의 착취는 이제 인간에 의한 자연 착취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성은 자아 정체성의 기본인 것이다.이러한 성 질서나 도덕적 타락은 곧 개인으로서는 자존심의 포기로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를 사물화로 전락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존엄성과 쇠퇴 그리고 멸망을 야기시키고 만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성경의 ‘소돔과 고모라성’을 예로 들기도 한다.이와 같은 관점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역사에서는 반드시 성적 타락의 단계를 거치게 됨을 예외없이 보게된다.인간은 본능적으로 배가 부르면 다음으로 쉽게 추구하는 것이 불건전한 성적 욕구로 향하게 마련이다.미국이 그랬고 일본도 그랬으며 이번엔 우리가 그렇다.건전한 윤리관을 가진 개인이나 고급 문화의 사회에 성문화가 침투하게 된다.이것이 곧 성의 상품화이며 저급 문화의 출발인 것이다. 앞으로 남북 통일을 앞두고 지금 남한 사회의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북한을 반드시 패배시키고 우위의 위치에서 그들을 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우리 사회가 건전한 성질서와 북한보다 수준 높은 정신 문화를 갖췄을 때만이 북한을 우리들이 압도하고 성공적인 통일의 명분과 실리를 갖추게 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명언처럼 남한의 배부른 물질 문명보다 북한의 배고픈 정신 문명이 더 강한 힘과 지구력을 나타낼 수 있음을 명심하고 지금부터라도 통일의 기본은 육체 건강보다 정신 건강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올바른 인생관과 수준높은 고급 문화의 창출과 보급에 힘 쓰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남북 통일의 힘을 키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일부의 사례이긴 하나 19살의 소녀가 동거하는 남자 친구와 결혼비 마련을 위해 매춘 행위를 하는 현실,어느 회사원이 노래방에 가서 주인더러 같이 놀 여자를 요구하자 자기 부인이 왔더라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사회에서 우리들은 무엇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겠는가.사실 이러한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이 무차별적으로 각 가정과 어린이 세계에까지 침투되면서 심지어 초등 학생의 성 매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우리들의 현주소이다.각 가정과 학교 교육에서는 자녀들의 건전한 인격 교육에 눈을 돌릴 때이다. 김 동 규 고려대 교수 북한학
  • 극단 물리 ‘西安火車’

    여기,중국 시안(西安)행 열차에 몸을 실은 한 사내가 있다.목까지 단추를 꽉 채운 갑갑한 옷차림과,만지면 바스라질 것처럼 메마른 얼굴이 몹시 외롭고 지친 인상이다.그가 천천히 말문을 연다. “저는 시안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죽음마저 정복해 불사의 인간으로 영생하려 했던 진시황이 자신을 둘러싼 수만 대군의 호위를 받으며 영원불멸을 성취했는가,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반쪽 韓人·동성애자 편견 겪는 30대” 극단 물리의 연극 ‘서안화차(西安火車)’는 이렇듯 진시황의 병마용 갱이 발견된 여산릉을 찾아가는 주인공 ‘상곤’의 독백으로 시작된다.오랫동안 꿈꿔온 목적지를 향해 기차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의 기억은 점점 과거로 달음박질 치고,관객은 서서히 상곤의 어두운 회상에 잠식당한다. 중국인 어머니를 둔 상곤은 어릴 적 어머니가 생업을 위해 몸을 파는 현장을 목격한 충격적 경험을 했다.또 학창시절 친구 찬승의 집에 놀러갔다가 지하실에 감금된 찬승의 장애인 형을 우연히 엿보게 되고,이 때문에 찬승의 가족들에게 생매장 위협을 당한다. ●고대 중국 진시황과 연관지어 극적 구성 하지만 상곤을 무엇보다 힘들게 한 것은 찬승의 배신이었다.상곤이 온힘을 다해 사랑했던 찬승은 상곤을 교묘히 이용한 뒤 매몰차게 등을 돌려버렸다.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매번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상곤은 점점 찬승에 몰두하고,마침내 찬승을 죽임으로써 영원히 소유하는 방법을 택한다. 겉으로 드러난 줄거리는 성(性)정체성의 혼돈을 겪는 심약한 30대 남자의 이야기다.하지만 상곤의 개인적 기억을 고대 중국 진시황이란 역사적 인물과 연관지은 극적 구성은,이 연극이 자칫 ‘동성애’란 화제성 소재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직접 희곡을 쓴 연출가 한태숙은 “반쪽 한국인과 동성애자라는 편견에 시달린 상곤이 찬승에게 집착하는 심리와,정통성에 대한 열등감으로 거대한 지하궁전을 건설한 진시황의 비이성적 행동에서 중첩된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작 ‘레이디맥베스’‘광해유감’ 등에서 그랬듯 역사를 끌어다 개인사와 혼용하는 작업은 한태숙의 오랜 관심사이다.●작가 임옥상씨 토용들 무대에 등장 독특한 무대미학과 시·청각 이미지로 인간 내면의 심리를 형상화하는 데 남다른 연출력을 발휘해온 한태숙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험적인 무대를 내놓는다.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천장 높은 극장을 찾았다는 한태숙에게,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는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무대미술가 이태섭이,내부공사가 끝나지 않아 한쪽 벽면이 드러난 극장 자체의 실험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했다.작가 임옥상이 제작한 25개의 토용(土俑)이 무대 전면에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은,웅장하면서 묘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타악그룹 공명의 음악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다중인격적인 상곤과 가학적인 찬승을 연기하는 배우 박지일과 이명호이다. ●연기파배우 박지일·이명곤 ‘섬뜩한 호흡' 대학로에서 첫손 꼽히는 연기파 배우중 한 명인 박지일은 불우한 과거로 인해 한 인간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상곤의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다.‘순진한 외모에 악마성을 내재한 이미지’로 설정된 찬승역의 이명호도 외적인 폭력성과 내면의 허약함을 두루 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상곤의 회상속에서 시공을 초월해 등장하며 고대 중국어를 구사하는 ‘진인(眞人)’의 존재는 극에 신비감을 불어 넣는다.제목에 쓰인 ‘화차’는 기차의 중국식 표현.5일∼7월6일 대학로 정미소(02)764-8760. 글 이순녀기자 coral@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 [시론] 교육계는 민심을 읽어라 교육계는 민심을 읽어라

    보성초등학교장 사건,NEIS 시행 등과 관련하여 나타난 교육계 갈등과 혼란을 보고 있노라면 교육인의 한사람으로서 송구스럽고 부끄럽다.공교육 부실,조기유학,사교육비 등으로 교육수요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한데 반성은커녕 교육부·교원노조·교장단체·교육감 등 교육공급자끼리 벌이는 교육대란을 보노라면,과연 이 모두가 이성을 가진 집단인지를 의심케 한다.정부수립 후 요즘과 같이 교육계가 갈등과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뻔뻔함으로 일관했던 적은 없다. 갈등은 적절히 관리되어야 할 역동 변인이다.그러나 갈등이 혼란으로 변질되면 시급히 처치해야 할 대상이 된다.교육계 갈등을 해소하려면 우선 서로 모여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정부와 전교조가 대립하고,교장단과 교육감회의,공무원들과 학부모 단체들이 반발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관련 집단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다는 데 기인한다.이들이 서로 정부를 상대로 1대1의 대화만을 고집하고 장관 퇴진만을 외친다면 문제가해결될 리 없다. 한자리에 모여 이루어지는 대화는,자신들이 상호 협력해야 할 교육공동체로 한 몸이라는 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싫든 좋든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이 없다면 그 대화의 장은 상호 비방과 비난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대화의 장을 마련하더라도 관련 집단이 참여하지 않으면 또한 허사이다.자발적 참여는 정부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유도되어야 하나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일종의 ‘교육노사정위원회’를 두어 교육관련 집단이 수시로 대화하는 법적 창구를 두어야 한다. 교육계 갈등은 이미 이성과 도덕에만 의존해서는 해소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법치국가에서의 집단간 갈등은 전체 국민이 만들어 준 법적 기준과 틀 안에서 해소되어야 한다. 금번 교육계 갈등에는 다양한 배경과 원인이 존재하지만,일단 직접적으로는 NEIS라는 교육정책에서 초래된 것이다.정부가 시도하는 각종 교육정책이 ‘정책의 이념적 가치관의 대립’‘정책의 불확실성과 그 정책에 의해 나타날 직무의 불명료성’‘정책 대상 집단의 인성과 문화반영 미흡’‘전제적이고 관료적인 정책실행과 명령체제’등을 야기한다면 갈등과 대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때문에 정부가 교육정책을 결정·실행할 때는 사전에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 점검해 보아야 한다.이러한 점검은 교육계 갈등을 예방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교원단체들도 집단이기주의와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탈피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필요를 우선 반영하는 차원으로 활동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교육쟁점을 둘러싸고 계속 제기되는 논란과 대립 국면은 교원단체들의 상생의 가치 부재 및 협상과 타협능력의 취약성을 보여준다.이는 대중성을 확보하여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교원단체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교원단체가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투쟁일변도의 강경 노선을 고집하여 교육 상황을 황폐화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교육부와 각종 교원 집단 모두는 궁극적으로 학생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존재 이유인 교육은 뒷전이고 갈등과 힘겨루기에만 몰두한다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정부를포함하여 갈등과 투쟁선상에 있는 모든 교육 집단들은 잠재된 국민의 분노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사람이 곧 하늘이고 민심이 곧 천심이다.요즘 같이 민심이 정말 교육계를 떠나버린다면 한국의 교육은 더 이상 회생불능이다.우리 교육계가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 흥 주 한국교육개발원 기획처장
  • “脫DJ 개혁신당 강행”

    민주당내 신주류 강경파가 전국 각 지역 ‘친(親)노무현 대통령’ 인사들의 지원조직을 당 밖에 결성하는 것을 시발로 ‘탈(脫) 호남·DJ(김대중 전 대통령)’ 개혁신당 창당을 강행한다는 구상이어서 주목된다. ●강경파,지역별 신당기구 구성 천정배·이미경·이강래·이해찬·이호웅 의원 등 강경파 의원 10여명은 5일 저녁 여의도의 한 호텔에 모여 이같은 방안을 깊숙이 논의했다. ▶관련기사 3면 그러나 이러한 강경 입장에 구주류는 물론 신주류 온건파까지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신당을 둘러싼 민주당내 분열의 골은 더욱 깊어지면서 분당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신기남 의원은 이날 “범 개혁세력 결집체가 이달 중 당 밖에 구성될 것”이라며 “민주당과 개혁당 외에도 시민사회단체,각 지역의 개혁적 인사들이 참여하는 지역별 신당추진기구가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동영 의원도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와 발전적 해체 이후 당 밖에 신당을 만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위·아래서 동시에 신당의 추동력을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고심하는 온건파 및 중도파 이에 대해 신주류 온건파인 정대철 대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신당이어야 한다.”고 반박했고,정세균 의원도 “호남을 배제하는 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견해차를 노출했다. 당내 중도파 모임인 ‘통합개혁모임’소속의 박병석 의원 등 9명은 이날 저녁 서울 강남 팔레스호텔에서 비공식 모임을 갖고 신당의 정체성을 ▲국민참여 전국정당화 ▲원내정책 정당화 ▲지구당 위원장제 기득권 포기 ▲상향식 선출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적 내용의 ‘개혁적 통합정당’으로 규정했다. ●구주류,“엄청난 저항” 경고 구주류인 정균환 원내총무도 기자간담회를 자청,“몇 명이 독선적으로 신당추진기구를 운영한다면,전국의 80만 민주당원으로부터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김태랑 최고위원도 “당 밖에 신당추진기구를 둔다는 것은 인적청산을 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박현갑 김상연기자 eagleduo@
  • 신당찬성 민주중진2人 입장차

    ■ “헤쳐모여식 창당을” 이해찬의원 신당 추진의 핵심세력인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2일 당내 소그룹 모임 대표자급 회동을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신당 창당쪽으로)흐름이 형성됐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조율하면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원들이)동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이어 “우리가 얘기하는 통합은 국민통합에 역점을 두는 것”이라고 말해 헤쳐모여식 개혁신당에 무게를 뒀다. 성명파가 주장한 지도부 사퇴,당내 신당추진위 구성이 지지부진한데. -워크숍이 끝나고 (신당에 대한)공감대가 형성된 뒤 신당추진위 구성 문제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지도부 사퇴 등과 관련,당내 이견이 분분하다. -각자 역점을 두는 부분이 있고,이에 대한 공감대를 얻기 위해 워크숍을 여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김태랑 최고위원을 만나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오늘 회의에서도 민주당의 정책과 이념은 잘 계승·발전시키고 민주당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해 국민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당에 대해 “속은 뻔하지만 말을 한 마디 안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말하는 것과 대통령이 말하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다.대통령이니까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고 자제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신당에 공감하는 의원들 가운데서도 ‘통합’에 대해선 인식이 서로 다른 것 같다. -당내통합과 국민통합은 배치되는 게 아니다.그러나 당내통합보다는 국민통합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 홍원상기자 wshong@ 신당찬성 민주중진2人 입장차 ■“당 정통·정체성 유지” 정균환의원 민주당 구주류측 강경파인 정균환 원내총무는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살려가면서 외연을 넓히는 통합신당에는 찬성한다”고 신당 창당 논의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신주류측의 ‘민주당 해체론’에 대해선 시각차를 보였다. 그는 “민주당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살리면서 건전한 진보와 건전한 보수가 함께하는 국민의 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당 창당 논의의 문제점이라면. -당내 기구에서충분히 토론한 뒤 나온 결정을 따라야 한다.그러나 당 밖에서 개혁하자며 의원 서명을 받는 것은 당을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 신주류 내에선 구주류 일부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는 되고,누구는 안된다는 뺄셈정치는 안된다.자기 생각과 같은 사람하고만 일하고,누구는 안된다고 정리해 나가는 것은 앞으로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주류는 당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데. -자리에 연연할 사람은 없으며,(사퇴를) 못할 이유도 없다.기득권을 포기하고,외부 사람들이 들어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신주류는 당내 의원 60여명이 신당창당에 동의하는 서명을 했다고 발표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명하라고 하고….당의 분열을 자초하는 방법에는 회의적이다. 정대철 대표가 창당 지지 입장을 밝혔는데. -개인 자격으로 말한 것이라고 본다.당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홍원상기자
  • 청소년 6% “혹시 내가 동성애…”청보위 1483명 조사결과

    청소년 100명중 6명은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봤으며,청소년 절반가량은 동성애를 주제로 한 인터넷과 만화 등을 접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내일여성센터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청소년보호위원회 주최 ‘동성애,표현의 자유와 청소년에 관한 토론회’에서 최근 서울·경기지역 청소년 1483명(남자 435명,여자 10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성애 관련 의식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성 정체성 고민을 해 본 청소년은 응답자의 6.3%인 93명이었으며,이들은 주로 ‘동성친구에게만 관심과 감정이 끌려서’(32.3%),‘이성친구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서’(14.0%),‘동성친구와 신체접촉 때의 느낌과 감정동요’(11.8%) 때문에 성 정체성을 고민한다고 답변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참여정부 50일 좌담 /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 원칙 중시 실사구시型

    노무현 정부가 15일로 출범 50일째를 맞았다. 역대 대통령한테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파격적 언행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에게 장관인선 내용을 브리핑하고, 평검사와 토론을 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파격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제를 수용함으로써 여당 대신 야당의 손을 들어주자 여당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에게 반발하고,대통령이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했음에도 여당의원들이 더 많이 반대를 하는 대목에 가서는 국민들은 ‘입법권 독립’이라는 기대 못지않게 ‘정치불안’을 연상시키는 일이 많았다. 이쯤에서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를 짚어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에 대한매일은 지난 50일간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진단함으로써 향후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대통령 리더십’의 모델을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14일 열린 좌담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쳐 지금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서 참여정부의 핵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성경륭 한림대교수와 대통령학의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는 함성득 고려대 교수가 참여했다. 대한매일 이경형 논설위원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서 두 전문가는 지금 우리사회가 대통령 리더십 변화의 출발점에 서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보다 민주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통치방식이 지속적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두 사람은 또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실용적 리더십’으로 칭했다.어떤 이념이나 정파,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실사구시적 리더십이라는 평가다.다음은 좌담 내용. 1. 대통령 리더십 무엇인가 사회자 우선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총론적으로 말해달라. 성 위원장 노태우 대통령 이후 민주주의의 제도는 갖춰졌지만 성과는 답보상태다.리더의 몫은 사회 각 영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과 갈등을 조절하고 사회를 한발짝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그런데 원론적으로 말해 이 부분이 취약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95년도에 한번 1만달러를 넘었다가 지난해 다시 넘었다.8년동안 1만달러에서 오락가락한 게 전체적으로 리더십에 문제를 일으켰다.새 대통령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우리사회를 한발짝 나아가게 해야 한다. 함 교수 노 대통령이 취임한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스타일의 리더십을 창출할 호기다.노무현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 없다.당권·대권 분리와 상향식 공천 제도 도입으로 공천권이 없다.또 무기로 삼을 지역도 없고 돈도 없다.따라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왕적 대통령은 권위주의적인 명령자였다.행정과 국가관료를 바탕으로 하는 ‘행정적 리더십’이 요체였다.하지만 앞으로 대통령은 타협과 협상을 통해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조정자가 돼야 한다.결국 행정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것보다는,여야관계를 잘 이끄는 ‘입법적 리더십’이 요체가 됐다.다른 말로 ‘디지털 리더십’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성 위원장 독재권력과 대항하는 과정에서 양김씨 등 민주지도자에게 알게 모르게 공산권에서 보이는 지도자 숭배 현상이생겼다.일사불란한 수직적 명령체계였다.반면 노무현 정부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눈에 잘 안 띄지만 실제로 상당히 수평적이고 권한 위임형 리더십이다. 사회자 새로운 리더십 등장과 21세기 한국의 국가과제를 연결해 얘기해보자. 노 대통령이 성취해야 할 우리사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함 교수 민주주의 제도가 발전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있다.실질적으로 돈 안 드는 정치를 정착시켜서 정치를 안정화한 뒤 경제번영의 계기를 마련하는 게 직면한 과제다. 성 위원장 역대 정권별로 성과가 있었다.박정희 정권이 산업화시대였다면,김영삼 정부는 민주화시대,김대중 정부는 남북화해·정보화시대라 할 만하다.다음단계는 선진화시대다. 우리나라 경제는 지금 세계 12위권이다.일각에서는 2020년쯤이면 한국이 G7에 진입할 가능성 있다는 얘기도 한다.이처럼 지난 반세기 동안 양적인 면에서는 부끄러운 게 없었다.박정희 정권때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에서 시작,지금은 1만달러를 넘지 않았나. 그러나 질적인면에서는 부끄러운 게 있다.이 부분에서 선진화가 필요하다.자부심 갖고 외국인 만나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우려면 고치고 바꿀 게 많다.전통문화적 요소를 바탕으로 인권과 민주주의 등 서구의 보편적 가치를 수용해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노 대통령의 당면과제다. 함 교수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선진화의 주축은 역시 정보화가 아니겠는가.양적 측면에서 축적된 정보를 활용하면 새로운 생산적인 면을 많이 창출할 수 있다.질적인 면에서도 정보화하면 돈이 적게 든다.장외정치 안 해도 된다.커뮤니케이션이 쌍방향으로 될 수 있고,국가도 균형발전할 수 있다. 성 위원장 대통령이 실수할 수도 있다.과거에 대통령한테 요즘처럼 대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과거에는 언론이 대통령을 뭔가 보통 사람과 다른 거룩한 존재로 숭배했다.하지만 이제는 대통령이 평범한 사람중에서 됐다.거대구조보다는 생활구조 속에서 이웃의 한분이 된 것이다.이처럼 시대가 바뀌었다는 점을 언론이 제대로 이해하고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함 교수 우리 국민이 노 대통령을 뽑은 것은 지난 대통령들이 너무 권위적이고 권력을 남용한 데 따른 반작용이다.그러나 국민들은 막상 대통령이 너무 탈권위적이니까 어색한 것이다.또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사전에 경험이 없는지라 너무 파격인가 주저하기도 하고.이같은 어색함이 불안한 만남처럼 느껴졌는데,이제부터는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바뀌어야 한다. 2. 어떤 특징 보이나 사회자 리더십의 요체는 용인술,즉 인사라고 볼 수 있다.노 대통령은 사람을 쓸 때 코드(Code:국정철학)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또 의욕이 충만해서 그런지 청와대 비서실을 확대해서 한때는 ‘권력 비대화’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성 위원장 노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은 원칙을 중시한다는 것이다.내가 대통령에게 끌렸던 부분도 이분이 원칙 때문에 손해날 일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취임후에도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장관들과 워크숍하고 모여서 토론한다.이렇게 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일이 지시를 못하니까 전체의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일환인 것 같다.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사고하게만들고 뛰게 만드는 방법이다.굉장히 목표지향적이다. 함 교수 노 대통령은 한국 최초의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다.또 장관을 지내본 대통령이다.이 두가지가 통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취임 전 대통령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대통령이 “보수 언론이 나를 대단히 불안한 사람으로 보는데,나처럼 원칙을 지키고 미래가 예측되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말하더라.노 대통령은 원칙 있는 실용주의자다. 인간 노무현의 가장 중요한 노선은 실용주의다.놀라운 사실은 이 분은 뭐든지 빨리 배운다.자신이 컴퓨터를 접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정도다.장관을 임명할 때도 경제냐 비경제냐로 나눈다.경제는 안정을 중요시해 비개혁적인 사람을 앉혔고,비경제 분야에는 개혁적이고 파격적인 요소를 반영했다. 철저히 둘로 나눠서 이끌어가는 부분 보면 대단히 실용적이다.한·미관계도 명쾌한 승부수를 던졌다.자존심의 문제와 생존의 문제란 논리를 제시하면서 “생존이 더 급하니까 자존심은 나중에 하자.”라고 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실용주의자라고 볼 수있는데,그 차이점은 DJ가 정치 9단으로서 말을 바꿀 수 있는 실용주의라면,법조인 출신인 노 대통령은 원칙이 있는 실용주의를 강조한다.그러니까 장관을 임명할 때 임명 대상자가 걸어온 길을 본 뒤 신뢰가 생기면 그것을 바탕으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성 위원장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토론하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부처 합동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문화부장관,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복지부의 건강재정보험에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라고 물어 깜짝 놀랐다.학자들도 그런 질문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맞는지 틀리는지를 여러 전문가들이 검증해 달라.”는 식이다.과거에는 대통령이 방향을 제시하면 교조화돼서 그걸 뒷받침하려고 억지논리를 개발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스스로 논리를 고착화시키지 않는다.가설로 내놓고 “검증해달라,다른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한다.일하는 사람들한테 큰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다른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그러니 토론에서 여러 대안이 제시된다.꾸준히 학습하고 토론하는 것, 아무도 노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이라크전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노무현 지지그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노 대통령은 실용주의자니까 할 수 있었다.일부 외국언론이 노 대통령을 가리켜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자)라면서 한국투자가 어렵다고 하는데,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노 대통령은 그때그때 상황에 가장 맞는 판단을 하려 한다. 3. 대국민토론 효과는 사회자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직접 토론을 벌이는 등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데 대해 찬반양론이 있는데. 성 위원장 노 대통령의 리더십의 큰 축 가운데 하나는 정면승부하는 것이다.검사들 문제도 갈등이 계속되면 심각하니까 대화해서 정면으로 푼 것이다.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함 교수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개인적으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그런데 그날 농민대회에 갔다가 계란을 맞고 왔더라.한나라당 이회창후보는 안 갔는데,이분은 알면서도 가서 맞고 들어왔다.하지만 그때는 후보였다.지금은 대통령이다.선거운동할 때와 통치할 때는 다르다.전면에 나서는 것은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국민들로 하여금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해결사구나,일개 검사도 만나주는데 내가 교원노조의 장이면 당연히 대통령을 만나야지 왜 장관급하고 만나냐.’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 안 된다. 성 위원장 그때는 대통령이 비상한 방법으로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대통령이 그런 모범을 보이니까 이후 노동부장관도 창원에서 두산중공업 문제를 직접 들어가서 풀지 않았나.폭발직전인 엄청난 갈등을 현장에서 풀었다고 한다.결국 평검사 토론회는 굉장히 적절했다고 본다. 함 교수 평검사 토론회는 잘 끝났으니 좋은데,그다음 국회연설에서 KBS사장 문제를 거론한 것은 잘못되지 않았나.지금 책임총리가 안보인다.장관이 안 보인다.대통령이 나서기 때문이다. 4. 국회와의 관계 사회자 당정분리로 대통령이 여당을 좌지우지하지 않는 데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함 교수 50일동안 가장 잘한 것을 고르라고 하면 대국회·정당 관계다.정말 획기적이다.무엇보다 역대 대통령들이 했던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야당당사를 방문하고 원내총무와 대화하는 것은 새로운 여야관계의 이정표를 만든 것이다.불과 50일만에 이 정도 이정표 만든 대통령은 없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성 위원장 국가와 국민 사이의 민주주의가 1차 민주주의라면,국가 기관끼리의 민주주의는 2차 민주주의다.직선제로 1차 민주주의가 달성됐다고 보면,지금은 2차 민주주의가 진행중이다.과거 대통령들은 행정·사법·입법의 3권을 다 갖고 있었다.지금은 대통령이 여당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회도 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3권분립,즉 2차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국민의 정부보다 더 어려운 상황인데도 총리인준을 받았고,파병동의안도 통과됐다.대통령이 야당을 존중하고 진정한 국정의 파트너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리더십은 ‘통치’보다는 ‘협치’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지금은 국가적 사안에 대해 여야의 정파를 뛰어넘는 공동 협치의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이런 흐름이 외교안보통일분야에서 앞으로 경제분야로까지 확장되면 소수정부로서 상당히 국정관리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함 교수 그러나 불만족스러운 점도 있다.취임초 너무 바빠서 그랬는지 몰라도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시도하는 실마리가 안 보인다.지금쯤이면 대(對)여야 협상이 이뤄져야 하는데,민주당 내에서조차 틀이 안 보인다.당장 내년에 총선이 있는데 좀더 속도감 있게 해야 되지 않겠나. 사회자 당정분리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성 위원장 지금은 3권분립을 제대로 하는 구조라 굉장히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의견은 내놓고 있지만 더 적극적인 역할 못하고 있다.양당은 기득권에 발목이 잡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이런 때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의아하게 생각하는 건 시민단체가 뭔가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하는데,근본적인 정치제도개혁 얘기가 안 나오고 있다. 함 교수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노무현 정부의정체성에 위기가 온다.대통령이 “지역구도를 깨뜨릴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하라.”고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국민이 뽑을 때 가장 바라는 것이 정치개혁이었다.대통령이 좀더 진지하게 문제를 생각해야 된다. 5. 공직사회 개혁방향 사회자 노 대통령은 공무원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개혁하려고 한다고 보나. 성 위원장 공무원이 개혁 대상이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공무원사회의 문제는 사람 문제가 아니고 잘못된 관행의 문제다.나는 ‘나쁜 시스템’이 ‘나쁜 행위’를 만든다고 본다.사람을 개혁 대상으로 볼 수 없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개혁 작업할 때 동원한 초기 기획그룹이 대부분 공무원들이다.자기 문제를 자기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공무원들을 개혁의 주체로 바로 세워주는 것,공무원들을 인정해 주는 것,그들에게 스스로 바꿀 게 없는가라고 질문하고 자각하고 바꾸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개혁대상으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함 교수 정부개혁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새 정부 들어 청와대 인력이 93명이나 늘었다는 점이다.이렇게 되니 일반 부처도 너도나도 증원을 요청해 놓았다고 한다.공무원은 늘려놓으면 줄이기 힘들다.책임장관제의 씨앗은 잘 안 보이고 행정부는 비대화되는 게 걱정이다. 성 위원장 청와대 인원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보면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다. 함 교수 노 대통령의 공약은 지방화인데,중앙행정부가 이렇게 비대화된다면 지방화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6. 바람직한 외교 리더십 사회자 노 대통령의 직설적 화법이 민감한 외교전선에서 악영향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대통령의 발언은 최종단계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은데. 함 교수 노 대통령은 자존심의 외교를 강조해서 당선됐다.그런데 취임후 지금까지 외교는 자존심의 외교를 지양하고 생존의 외교를 우선시하는 쪽으로 변이됐다.이 과정에서 많은 수사적 물의라면 물의가 있었다.그러나 생존의 외교를 펼치고 있는 점은 평가해줘야 한다.대통령은 대미외교가 경제와 직결된다고 느끼자 시민단체의 반대를 뚫고 이라크전 파병을 밀고 나갔다.대단한 변화다. 하지만 외교적 수사 없는 직설적 표현은 외교에서 안 좋다.참모를 충분히 활용하는 게 좋다.지금은 국제적 지도자로 발돋움하는 진통으로 보고 국민들이 좀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성 위원장 직설 표현이 많다는 점은 나도 인정한다.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본다. 함 교수 지금까지 노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적이고 진취성,진솔한 면으로 인정받았다.그러나 국제적 지도자는 세련미와 품격,중후함,신중함이 있어야 한다.이것이 글로벌 리더의 요소다.자신이 이 문제를 체화해야 한다. 7. 대언론관계 사회자 새 정부 들어 언론과 불편한 관계가 표출되고 있다.노 대통령으로서는 여론정치가 중요한데,나쁜 영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함 교수 왜 이 시기에 대언론 작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노 대통령은 기존 보수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좀 있는 것 같다.자신의 본모습이 대단히 왜곡된다고 보는 것 같다.방송보다 보수 활자매체가 불안정한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편향성이 있는 것이다.신문보다는 방송에치중하는 게 보인다.오보와의 전쟁도 해야 되지만,매체 특성에 따라 그러는 건 문제다.다른 복잡한 일도 많은데 언론부터 손을 대면 여론을 양분화시킬 우려가 있다. 8.노대통령에 거는 기대 사회자 결론적으로 노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지향해야 하는지 정리해달라. 성 위원장 이 시대에서 대통령은 일종의 북극성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국민을 지배하는 게 아니고,국민에게 방향점이 돼달라는 것이다. 함 교수 노 대통령에게는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다.국민이 민주화 대통령한테 실망한 것은 부정부패였다.이것만 제대로 해도 대단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미국의 위대한 지도자에게는 보수도 진보도 없었다.루스벨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를 뭉뚱그려 루스벨트 이념 만들었다.그게 ‘뉴딜정책’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집권 초기 너무 많은 일을 하려 했고,자신이 너무 나서서 실패했다.노 대통령도 사소한 일보다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정리 김상연 박정경기자 carlos@ 함성득 고려대 교수 ·미 카네기 멜론대 박사 ·조지타운대 교수 ·한국 대통령학연구소장 ·한국의회발전 연구회 상임이사 성경륭 한림대 교수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미 스탠퍼드대 박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
  • 책 /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최재천 지음 / 궁리 펴냄 여성우위의 시대가 도래했다느니 21세기가 곧 ‘여성의 세기’라느니 하는 소리들은 이제 더 새로울 게 없다.그럼에도 여전히 그것은 보수주의자들에겐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말이기도 하다.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쓴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궁리 펴냄)는 그런 해묵은 혼돈을 걷어내는 책이다.페미니스트의 입장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지은이는 과학·인문 등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을 두루 논거로 제시하며 독자를 찬찬히 설득한다. 책의 논조는 일관되고 명료하다.21세기는 여성들이 당당히 제자리를 찾는 시대이며,그것은 생물학적 필연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 남녀의 역학관계를 사회생물학적으로 뜯어본 책의 관심사가 무척이나 다양하다.먼저 현행 호주제는 생물학적으로 치명적인 모순이라는 주장.“자연계 어디에도 아들만 고집할 수 있는 동물은 없다.”고 쐐기를 박은 지은이는 “남녀가 핵 DNA는 절반씩 투자하지만 세포소기관의 DNA는 암컷만이 홀로 제공하므로 유전물질만 비교해도 암컷의 기여도가 훨씬 크다.”며 흥미로운 산술논리를 편다. TV특강 내용을 모은 책인 만큼 논거는 이처럼 쉽고 유쾌하다.여성의 세기가 남성을 위협하기는커녕 오히려 구원한다는 주장도 그렇다.여성의 발언권을 조금만 더 빨리 인정했더라면 IMF때 혼자 멍에를 지고 길거리 노숙자를 자처한 남성들은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한다. 사회생물학자답게 남녀의 ‘관계’를 조명하는 데 지은이는 동물세계의 생태연구 결과를 과학적 근거로 자주 끌어들인다.성(Sex·생물학적 성)은 정해진 것이지만 젠더(Gender·사회적 성)는 열려 있다는 것.즉 생물학적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성과 이성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오늘날 젠더의 개념이 점차 흐려지며 인간의 성 정체성은 그래서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그것이 어려운 작업이 아닌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한 개인의 육체와 정신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또 “인간의 성이 완벽하게 두 개로구별될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라.”고.9500원. 황수정기자 sjh@
  • [여성으로 살기 엄마로 살아가기]3부 이중적인 가정교육

    여성우위 시대 왔다지만 출생성비는 여전히 왜곡 “남자가 울면 안돼” “사내자식이…” 소극·위축적 아들로 만들수도 “내 딸은 나처럼 대접받지 않게 하겠다.”던 지난 시대의 딸들이 엄마가 되면서 딸들에 대한 대접을 달리하고 있다.사회적인 남녀평등의 순풍도 불어 초등학교부터 반회장과 전교회장을 차지하는 딸들이 많아졌고,각종 시험에서 여성들이 더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또 전통적인 ‘금녀구역’도 차례로 여성에게 점령당하고 있다.엄마들의 결심은 딸들의,여성의 가치를 달라지게 했다. 그러나 딸 교육에는 그토록 확고한 엄마들이 아들교육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아들 역시 최고의 대접으로 ‘기죽이지 않고’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인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딸에 비해 상대적 ‘푸대접’을 주기도 한다.자녀교육의 이중성,이는 혼란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민이자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네-어려서 대접받은 딸이 복 많다? 민주엄마는 중학교 2학년인 오빠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 민주의 밥을 먼저 푼다.쌀을 적게 놓고 시커먼 보리밥 먹던 시절도 아니고,압력전기밥솥에서 밥푸는 순서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만 엄마는 “남자야 언제든 대접받는다.그렇지만 딸은 집에서부터 이렇게 특별대접을 받지 않으면 어디서도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엄마는 어린 시절,오빠는 청소와 설거지는 물론 심부름도 안 했고 어려운 살림에서도 늘 새옷을 입었던 특별대접에 분개했고 “나는 절대로 딸을 차별하지않겠다.”던 결심을 현재 실천중이다. ●현석이네-왜 아들만 부엌일 시키나 현석엄마는 초등학교 5학년 현석에게 가끔 부엌일을 도움받는다.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로서는 현석이의 부엌일이 꽤 도움이 된다.최근에는 ‘홈 알바(가정 아르바이트의 준말)’로 설거지 한번에 300원씩 용돈을 주고 있다.아이가 부엌 일을 좋아하고,야무질 뿐 아니라 집안 일을 여자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교육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그러나 현석아빠는 “왜 누나(초 6)는 일 안시키면서 아들만 일 시키느냐?”고 현석의 ‘알바’에 반대 입장이라 현석엄마는 고민중이다. ●진수네-능력있는 아이에게 투자하라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진수는 4개의 학습지외에 원어민 강사에게 배우는 영어와 피아노,미술,글짓기,컴퓨터 등 최고급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그리고 몸매관리를 위한 발레와 수영,스케이트도 함께 배운다.반면 두 살 아래 남동생은 누나에 비해 ‘초라한’ 몇가지 사교육을 받고 있다.“딸이 똘똘해서 이것저것 시켜도 모두 잘했다.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혜택이 줄었다.딸·아들 구별한 것이 아니라 능력있는 아이에게 더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수엄마는 말했다. 오빠나 남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누이가 희생하던 시대가 있었다.아무리 누이가 뛰어나도 딸은 시집갈 ‘남의 식구’이기 때문에 그리 많이 투자할 필요가 없었고,아들은 집안의 대표 주자로 교육의 기회를 얻는 것은 당연했던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엄마들은 지난 시대의 사고를 거의 ‘혁명적으로’ 뒤집었다.자신의 결혼 생활이나 직장 생활에서 기대나 이론만큼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는것을 느낄수록 딸 교육에서는 더욱 이를 강조했다.그래서 초등학교에서는 거칠어진 여자애들이 집단적으로 남자애들을 괴롭히는 예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 초등학교 교사들의 지적이다. 아들을 키우면서 ‘극성 여자애’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는 김남진(35·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는 아들교육에 더 자신이 없어져 간단다.“평소 아들에게 여자애를 때려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는데 여자애가 오히려 남자애들을 때리고 있다.지금와서 이를 바꿀 수도 없고 요즘에는 아들의 기를 살리는 교육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딸은 귀엽고 아들은 귀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양성 평등을 넘어서 여성 우위의 시대가 왔는가.‘그렇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는 남성들이 있다하더라도 여성 우위 시대를 단언한다면 성급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딸 하나,둘을 낳고 ‘아들에의 미련’을 드러내지 않는 ‘딸딸이’가족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물학적 균형을 이루는 출생성비는 여전히왜곡돼 있다.즉 여아 100명당 태어나는 남아의 비율을 나타내는 출생성비는 93년 115.2에서 조금씩 내려가서 2002년 평균 110명이다.즉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10% 더 태어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생물학적 자연성비 106보다 여전히 높다. 인위적인 조작이 개입됐다는 의심은 우리나라 출산통계에서 첫째 아이의 성비는 세계적인 평균인 106선인데 반해 셋째와 넷째의 경우는 141.7과 166.9라는 점이다.셋째와 넷째아이가 여아이면 출생의 기회를 봉쇄해 남아가 훨씬 더 많이 태어난다는 것이다.이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남아선호의 단면임에 분명하다. 이렇게 선택받은 아들에게 과연 엄마는 남녀평등을 가르칠 수 있을까.남자의 선민의식은 태중에서 이미 익힌 것은 아닐까. 의식이 깨었다는 젊은 엄마들도 “딸은 귀엽고,아들은 의지가 된다.”고 말한다.조금 목소리를 낮추기는 하지만. 그래서 딸에게 특별 대접을 하면서 아들에게도 ‘전통적인’ 대접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큰일난다.”는 식의 낡은 전통은 없어졌다지만 여전히가치중심적이고 성취지향적으로 아들을 양육하는 것은 딸 대접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장난감 선택은 물론 미래의 직업 선택까지 엄마들은 딸은 ‘좋아하는 일’을 권하지만 아들에게는 보다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길을 권한다.때로 ‘아들에게는 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들의 뜻도 이와 다르지않다.“남자는 울면 안돼.”“사내자식이…”라고 많은 부모들이 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있고 아들을 ‘기 죽이지 않고’ 키워내야 한다는 것을 믿고 있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소아정신과) 교수는 “이런 혼란스러운 가정교육은 최근 남자아이들에게서 소극적이고 위축적인 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왕자+공주=불화?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결국 이런 혼란스러운 이중적 가정교육은 요즘 아이들을 ‘버르장머리 없게 키운다.’는 비난으로 연결된다.집안의 공주와 왕자로 자라난 탓에 이기적이고,자기주장이 강할 수 밖에 없다.더욱이 남녀평등을 기조로 하지만 가부장적 분위기도 혼재한 가정에서 자란 탓에 더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최근 늘고 있는 결혼 3년미만의 20대 신혼 이혼의 경우 이런 측면이 두드러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기적인 ‘왕자’와 ‘공주’가 만나서 가정을 꾸미지만 여기에는 양가의 신·구 가족윤리의 공존으로 인한 가정질서의 혼란 및 윤리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아내를 가정에서 속박하지 않고 사회 생활·직장 생활을 허용한다는 남편이 정작 아내가 벌어오는 돈이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가사를 분담하지 않는 젊은 남편이 된다.한편 부인의 경우 가사 분담을 하지 않는 남편을 ‘비인간적인 인간’으로 몰아붙여 가정을 파탄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를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양정자 원장은 ‘남자가 변해야 남자가 산다’는 책에서 “이런 혼란은 자기 유리한 대로 신·구 질서를 적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행복한 가정이란 누구도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지배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칠 것을 권했다. ●아들을 남자다움에서 해방시켜라 ‘내 딸은 귀하지만,내 아들은 더 귀하다.’거나 ‘딸에게 더 애틋한 정이 간다.’‘나중에 아들은 독립시키고 딸과 살겠다.’는 조금씩 다른 생각들이지만 결국 한두명의 아이는 부모의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이중성은 이기심을 바탕에 깔고 있어 ‘남의 아이’,즉 아들과 딸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는 여전히 전통적인 잣대를 들이댄다.사위나 며느리는 고생하더라도 괜찮지만 내 딸,내 아들은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들 기 죽이면 안된다.’식의 부모들 태도는 큰 문제다.그래서 아들에게 시대에 맞는 남성 교육·남편 교육·아버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세계적인 생태학자 러프가든 박사의 예를 통해 ‘남자답게’‘기를 살려서’키우는 아들교육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공격적이고 경쟁심이 강했던 러프가든 박사는 52세에 여자로 성전환,믿기지 않을 만큼 상냥한 여자가 됐다.“남성일 때 왜 그렇게 공격적이었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박사는 “공격적인 남자를 흉내내면서 사는 것이 제일 쉬운 삶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그는 “본래의 인간에 ‘남자다움’이란 덧칠이 씌워지는 순간 시작되는 ‘맨 콤플렉스’는 바로 당신의 아들 발밑에 덫을 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흔히 여성성을 말하면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을 인용한다.그러나 이는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남성 역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짐을 인정한다면,그리고 ‘맨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으로 키우려면 ‘이중적인 가정교육으로는 안된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허남주기자 hhj@
  • “파병 No” vs “反美 No”진보 시민단체 ‘반전’ 내부갈등… 사회전반 확산

    “주한미군 철수 논쟁 등 감정적인 반미에 반대한다.” “국군 파병에 무조건 반대하며,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요구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우리 정부의 파병 방침을 둘러싼 각계각층의 논란과 갈등이 시민단체 내부로 확산되고 있다.개혁성향을 지닌 일부 시민단체들이 별도의 모임을 결성,반전 주장이 전면적인 반미 운동이나 주한미군 철수 논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자,다른 시민단체와 일부 소장파 시민운동가들 사이에 반발기류가 일고 있다. ●경실련 등 9개 단체 별도 모임 결성 이들은 국군의 파병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면서도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탄력적인 입장을 보여 파병 결정을 강력 비판하는 시민단체들과 의견을 뚜렷이 달리하고 있다. 특히 새정부 출범을 전후해 사회적 이슈와 여론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던 주류 시민단체의 내부 갈등은 사회 전반의 보혁 및 세대 갈등,네티즌간 찬반 논쟁으로 확대 재생산될 전망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흥사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지구촌나눔운동,한국여성정치연구소 등 9개 시민·사회단체는 24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시민대회 참석자’모임을 결성,본격 활동에 들어갔다.경제정의실천 불교시민연합(경불련),교통문화운동본부,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는 분명히 반대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파병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 정부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밝혔다.파병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또 “돈독한 한·미관계를 원하며,전쟁 억제력으로서 미군의 한국 주둔을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경실련 서경석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번 전쟁만 보면 반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침략성 말고 다른 미국의 정체성도 우리가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지구촌 나눔운동 강문규 대표와 기윤실 손봉호 공동대표,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손봉숙 소장,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이용선 총장,흥사단 박인주 부회장 등도 ‘시민대회’에동참하고 있다. ●시민단체간 갈등 첨예화 이같은 입장은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범민련,한총련,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의 노선과는 뚜렷이 대비된다.이들은 파병 방침의 철회를 적극 주장하고 ‘등미(等美)’를 기조로 한 한·미관계의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자주적인 대미 관계를 유지해야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다고 주장해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시민대회’의 주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한국과 미국의 수평적인 관계를 위해 노력해온 시민단체의 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는 것이다.또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반대’등 예민한 사안을 빌미로 지나치게 정치논리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장파 시민운동가는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반전운동은 미국에 저항하는 것”이라면서 “돈독한 한·미관계는 정부의 입장일 수는 있어도 자주적인 입장을 원하는 우리 국민들의 요구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공존과 평화의 지혜 모아야전문가들은 일부 명망가 중심의 논리가 대다수 시민단체의 반전평화운동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러나 서로 다른 노선의 공존을 인정하고 현명한 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무엇이 건강한 시민운동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강만길 상지대 총장은 “시민대회의 주장은 지난 50년간 미국과의 밀접한 관계에 너무나 매몰돼 있는 시각”이라면서 “남북공조에 더욱 주력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혜영 박지연기자 koohy@
  • 禁男의 여성사이트 불청객 퇴치 고민

    “What women want-여자들은 무엇을 원할까.” 남성 네티즌들이 인터넷 금남(禁男)의 공간인 여성사이트로 ‘잠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을 추적·관리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여성사이트들이 부심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는 여성 전용 포털·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입한 남성 비율을 20%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모 여성 포털사이트는 남성 회원이 전체 회원의 25%인 35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성사이트 관계자는 “도용한 아이디나 여성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들어오는 사례까지 따지면 남성 비율이 30%선에 육박할 것”이라면서 “여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한 남성의 ‘애교’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작 여성회원들에게는 사생활 침해 등 부담이 될 것 같아 고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성의 입을 통해 ‘솔직하고 대담한 성(性)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알려진 ‘팍시러브’ 사이트(www.foxylove.net)에서는 최근 입소문을 통해 방문한 남성 회원의 수가 전체의 절반에 이르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남성 평생회원에게는 여성보다6배나 많은 1만 2000원의 가입비를 받고 있는 것.사이트 운영자 이연희(28)씨는 “자신의 경험을 차분하게 일기처럼 써 내려가던 고유의 사이트 성격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말했다.일부 사이트에서는 남성들이 단순히 ‘훔쳐보기’에 그치지 않고,게시판을 헤집고 다니며 물을 흐려놓는 바람에 아예 남성의 사이트 접근을 차단하기도 한다.대다수 여자대학 홈페이지는 학생 개인에게 부여된 고유의 아이디로 로그인해야 들어갈 수 있다. 반면 남성 참여를 양성화하고,남녀 회원간의 건전한 만남을 유도하는 곳도 있다. 지난 17일 사이트를 개편한 ‘마이클럽’(www.miclub.com)은 ‘공개구혼’,‘나는 남자다’ 등 남성 전용 게시판을 따로 만들었다.‘마이클럽’측은 여성 사이트의 정체성을 흐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체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마이클럽’ 홍보담담 정은실(28) 대리는 “남성의 건강한 참여가 보장된다면 남녀 회원이 서로 고민을 주고 받거나 남성심리를 상담하는 등 상호보완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 [여성으로 살기 엄마로 살아가기] 1부.정체성 고민하는 엄마

    가정에서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발언권이 세다고 말한다.경제권은 물론 자녀양육도 전적으로 아내 몫이라 말하는 남자가 많다.그러다 보니 위기에 이른 교육현실조차 여성,어머니에게 그 원인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실제로 여성들은 모성의 이름으로 기꺼이 가정을 이루고,아이를 낳고,키우지만 늘 “과연 잘 하고 있는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부딪히고,때로 아이가 잘못되면 자책으로 괴로워한다. 딸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장해서 아내로,어머니로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지만 여성의 정체성과 어머니의 역할은 때로 충돌한다.희생의 상징인 지난 시대의 어머니와 비교하면 오늘의 엄마노릇은 편해 보인다.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여성이 변해야 한다는 절대명제는 여성을 괴롭히고 동시에 어머니를 괴롭힌다.여성이면서 어머니인 데 대한 정체성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이 시대에도 여전히 녹록치 않은 여성들의 삶을 3부로 나눠 짚어본다. ●딸이 바로 30년전 내모습 딸들은 말한다.“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엄마처럼 희생하면서,엄마처럼 고생하면서,엄마처럼 할 말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산다는 것에 대한 비판은 여성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 세대 전 여성의 삶의 실체다.물론 이 말을 할 때 딸은 엄마편이 아닐 때가 더 많다.엄마를 이해하기보다는 정면으로 엄마를 비난하기 위한 말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속깊은 곳에는 타인을 위한 배려만이 있을 뿐 정작 인간으로서,여성으로서 ‘자신’을 빠뜨린 채 살아온 엄마에 대한 딸의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남편이나 아들,남성들이 모성을 담보한 생활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부담없이 즐길 때 딸은 어머니의 삶이 남녀평등한 시대와 떨어져 있음에 눈뜨고,자신의 삶에 드리운 불평등의 냄새를 맡게된다.그렇게 딸은 여성으로 자란다. “그래 그래,엄마처럼 살지 말거라!”,한숨을 섞었지만 소망을 담아 내 딸은,내 딸만은 좋은 세상을 살 것을 어머니는 기원한다.“너도 살아봐라.여자가 별 수 있나….”라고 얼핏 듣기에는 악담처럼 ‘뻔한 여자의 삶’을 지적하는 어머니도 있다.그러나 딸로부터 이런 비난을 들을 때 어머니들은 똑같이 회상에 젖어들고 만다.딸이 쏟아내듯 던진 불평은 자신이 바로 20년 전 혹은 30년 전,자신의 어머니에게 쏟아놨던 말이기 때문이다. ‘왜 여성으로서의 삶과 어머니로서의 삶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동시에 지키고,만족시킬 수는 없을까.’하는 문제의식이 딸의 불평에는 분명 들어 있다.“엄마처럼 살지는 않을 테야.” 어머니처럼 안 살겠다고 그렇게 선언했지만 ‘정서적 문제의 대물림’에서는 자신만이 예외일 수 없다.‘어머니처럼 좋은 어머니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현대 여성’에게도 강박관념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대의 어머니가 기준이기 때문에,‘엄청나게 여자들이 살기 편해진’ 지금의 여성은 대부분 그의 어머니만큼 부지런하지도,그만큼 살림을 잘 하지도,그만큼 품이 넉넉하지도 않아 보인다.“요즘 여자들은∼”으로 운을 떼면 쏟아질 흉은 웬만한 그릇에는 담을 수도 없을 것 같다. 결혼한 직장 여성들이 갖고있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도 전업 주부였던 자신의 어머니를 기준삼아 자신을 비교했기 때문이라는말에 직장여성들은 한결같이 동의한다. ●능력 있는 여자,능력 없는 여자 격변하는 세상은 여성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한다. 희생하고,인내하던 옛날의 어머니상은 영원한 칭송의 대상으로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요구되는 덕목이다.그외에도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는 다양하고 유능한,시대에 맞는 여성상까지 함께 요청된다.그래서 전업 주부도 직장을 가진 여성도 힘들긴 마찬가지다.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또는 좋은 아내가,엄마가 되지 못한다는 열등감에 시달린다. 더욱이 여성이 맵고짠 살림솜씨만으로 전적으로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나는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내가 좋다.”며 결혼 초,직장을 그만두게 했던 남편도 은근히 ‘능력 있는 마누라’를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한다고 말하는 여성들도 있다. 전업주부 이정화(43·서울 성북구 돈암동)씨는 요즘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있다.주변에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들이 하나 둘 파트타임 직업을 찾기 시작하더니 요즘에는 아예 ‘집에서 노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막상 직장을 갖는다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남편이 실직을 한 것도 아닌데 좀 어렵다고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은 내 남편 기죽이는 일 같아 더 어렵다.”고 말했다.“남들처럼 고액과외는 못 시켜도 학원 갔다오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차려줘야 한다.”고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알면서도 요즘 전업주부라는 말이 ‘무능’과 동의어로 느껴진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단다. 더욱이 엄마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마냥 좋아하던 아이들도 초등학교 상급학년만 되면 직업 가진 친구엄마의 명성이나 세련됨,풍족함을 부러워하기도 한다고 공허함을 표현하는 여성들도 많다. 20년 경력의 고교 교사 서경은(47)씨는 “아침마다 ‘엄마,학교 안갔으면 좋겠다.’고 말리던 딸에게 ‘네가 초등학교 5학년까지만 직장 갖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런데 정작 5학년이 되자 딸은 ‘직장을 갖고 있는 엄마가 더 근사하다.’고 말했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아이에게 작은 문제만 터져도 일하는 엄마탓으로 여겨져 “자아 실현한답시고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금만견뎌라.아이들도 직장가진 엄마를 더 좋아한다.”고 말해주며 서로 격려해준다고 말했다. ●달라진 세상… 사회 보수성은 여전 여성의 위치가 유사이래 가장 높아졌다는 이 시대,오히려 남자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비명이다.대부분 직장남성들은 월급은 명세서에서나 확인할 뿐,아내의 손에 고스란히 들어간다며 ‘여자들 세상’이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남녀차별은 시효가 지난 사어(死語)인가.아내들은,여성들은 지난 시대의 삶과 확연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가. 대부분 여성들은 “여자들 사는 것은 시대가 지나도 비슷하다.”고 말한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하나 참으면 된다.”는 말로 어려운 삶의 고비를 넘긴다는 것이다.지난 시대,그의 어머니가 바로 그랬듯이. 주부 남현숙(38·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때때로 찾아드는 무력감의 원인을 “나만 참으면 남편이나 애들이나 다 편안하다.”는 생각으로 넘겨버린 일들이 때때로 덫처럼 나를 죄는 것 같다.”고 한숨을 섞어 말했다. 이렇게 인내의 한계에 이를 때쯤 아내는 남편을 향해 쏟아놓는다.“나도 귀하게 자랐다.”“나도 귀한 딸로 자랐다.” 이 말 한마디는 여성으로서의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뜻이다.이쯤이면 ‘아내는 한 손에 꽈∼악 쥐고 산다.’는 남편도 물러설 준비를 해야 한다.가정의 평온을 유지하려면 말이다. 어떤 남편은 불뚝 성을 냈다가도 아내의 이 말 한마디에는 그만 풀이 죽는다고 말했다.“아내는 무엇이든 받아줘야 하는 사람으로,어머니 같은 존재로 그냥 믿겠거니 하고 지냈다는 생각,그동안 ‘남의 딸’을 너무 고생시켰다는 생각으로 번쩍 정신이 든다.더욱이 나도 딸이 있는데….”라면서. 내 딸은 좀 나은 세상살기를 바랐던 부모들 덕에 현재의 중년 여성들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았다.집안내 사소한 남녀차별은 있었지만 그래도 ‘달라진 세상’이라 믿었다.그러나 결혼과 함께 부딪힌 이 사회의 보수성은 여성들에겐 참으로 드높은 벽이었다. 그 벽에 부딪혀 상처입기도 하지만 여성이나 인간으로서의 자신보다는 ‘엄마처럼 사는 것’이 가정을 지키는 지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궁상맞아 보이고,답답해 보이던 어머니의 삶을 자신도 답습하고 있음에 소스라차게 놀라게 되지만 ‘가정의 평화’‘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모성 앞에서 평등이나 여성성은 단숨에 허물어지고 만다. 최근 회사원 김영형(4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동갑내기 아내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일요일이면 하루종일 텔레비전 리모컨을 돌리며 베개만 껴안고 지내도 불평하지 않았던 ‘무던한’ 아내가 옹골차게 내뱉은 말,“잠들어 있는 나의 여성의식을 깨우지 말라.”는 말 때문이다.“솔직히 놀랐어요.대학시절 활동적이었던 아내가 결혼 후 꼭 내 어머니처럼 억척같이 아끼고 살림만 했어요.그런 아내의 입에서 ‘여성의식’이란 말이 새삼스럽게 나왔으니까요.아내도 장인어른의 귀여운 막내딸이었는데 말입니다.” 허남주기자 hhj@
  • [열린세상] 시민운동, 정권속으로?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시민운동가들이 되레 정권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심지어 어떤 시민단체 인사는 아예 시민단체가 비판하던 방송사 사외이사직까지 맡기도 한다.바야흐로 시민운동의 ‘정권 속으로!’의 시대가 열리는 것 같다.사회 개혁을 표방하는 진보적 시민운동이 새정부의 개혁 정치 세력화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해가 되지만,한편으로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가면서 지속적으로 권력 감시를 해야 할 시민사회단체의 정체성에는 문제가 된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계에 새대통령을 지지하는 개혁세력이 약하니 시민운동가들이 참여하여 머릿수를 늘려야 한다는 논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새대통령은 이미 국민이 선택했고 개혁정치는 공약과 국민 여론에 따라 이뤄지게 마련이다.그렇다고 시민운동가들의 정권 참여를 비판하는 것이 그들의 출세욕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그들이 참여하는 개혁정치가 불러올 사회적 파장을 두려워하는 보수적 발상 때문도 아니다.단지 시민단체의 정체성과 시민운동의장래가 걱정되기 때문이다.시민사회단체는 청와대나 정부 밖에서 새정부의 개혁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외곽부대이어야지 친위부대가 되는 것은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와 자유로운 정부 비판 활동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운동가들이 기성 정치 제도권에 들어갈 때에는 시민단체와 관련없이 개인자격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그러나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시민운동가는 시민단체의 상징성 때문에 개인의 활동과 이름이 돋보인 것이다.그래서 마치 총학생회장이 졸업하자마자 기성정치권에 뛰어들면 학생운동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것처럼 시민운동가의 현실정치 참여는 가급적 피해야 할 것이다.시민운동가들 중에는 원래 운동권 출신이 있어서 기회가 닿으면 참여정치를 원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시민운동과 학생운동은 그 순수성 때문에 상징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시민운동가들이 그렇게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권력을 잡고 싶으면 차라리 ‘시민운동당’ 같은 하나의 진보정당을 만들어 참여하라고 말하고싶다.그러나 그런 정당은 아마 독자적으로 정치세력화하기 힘들 것이다.왜냐하면 시민운동가는 어디까지나 시민사회단체라는 조직 안에서 그 역할과 사회적 영향력의 정당성을 부여받기 때문이다.따라서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는 시민운동 본연의 순수성과 발전적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민운동을 통한 것이지,시민운동가 개개인이 시민단체를 떠나 청와대나 여의도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그리고 국민참여정부는 평소에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는 정책을 추진하면 되지,굳이 시민운동가들을 청와대 안방까지 모셔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인재 풀이 부족한 한국 실정에서 명망있는 시민운동가들이 러브 콜을 받을 수는 있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권력의 품에 안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시민운동가들의 본분은 항상 권력과 거리를 두고 이를 감시하며 견제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물론 경우에 따라 시민운동이 정치권력과 정책에 지지를 보낼 수 있다.그러나 특정 권력을 지지하거나 권력과 쉽게 연대한다는 것은 자칫 시민운동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지금 같은 정치변화의 시기에 시민운동가들은 시민운동의 정체성과 이정표를 바로잡는 데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내부 조직도 점검하고 향후 구체적인 대내외 활동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시민단체가 시민운동의 윤리와 의무를 잘 인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정치 및 사회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그리고 시민운동가들은 그들이 시민단체를 이끌지만 이를 지지하고 참여하는 시민운동의 주체는 시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 택 수
  • [기고] 제3의 국가경영이념 정립을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 제환공(齊桓公)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정권을 잡았다.그리고 제환공은 어지럽던 정국을 안정시킴과 동시에 중국 천하를 다스리는 패업을 이룬다.그가 패업을 이루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관중(管仲)이라는 인재의 등용이요,관중을 통해 정립한 새로운 국가경영이념-부국강병책이다. 수많은 고비를 극복하고 탄생된 노무현 정권 또한 제환공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노무현 정권은 안으로는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을 통한 복지강국의 건설을,밖으로는 평화와 번영의 신한반도 시대의 21세기 동북아 중심국가의 실현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그렇게 하려면 새로운 인재의 등용과 신국가경영이념의 정립이 절실하다. 오늘날 정치는 이전의 정치가 경험하지 못했던 복지국가의 지속적인 위기,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세계경제의 통합,과학기술의 발전,산업구조와 고용유형의 변화,여성의 역할 변화,생태학적 위기의 증대 등 21세기 신질서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프로그램 개발을 요구받고 있다.즉국가통제 중심의 경제운영이나 시장기능 만능주의와 탈규제적 질서 모두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3의 ‘경제사회시스템’ 정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클린턴은 제2기 행정부 출범시에 ‘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정치 프로그램을 채택함으로써 신질서 속에서 국가를 이끌어 갈 정치노선을 분명히 한 바 있다. 1990년대 이후 유럽연합에 가입한 15개국 중 13개국에서도 ‘제3의 길’이나 ‘신 중도노선’을 정치 이념으로 채택하여 상당한 성공을 이루고 있다.이런 정치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21세기 신질서 하에서의 새로운 한국적 국가경영 이념과 철학의 필요성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신정부는 이념적 배경이나 지역적,경제적 환경과 추구 가치가 판이하게 다른 계층 모두의 다양성을 융합해 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따라서 제환공의 부국강병책과 같은 노 당선자의 정체성과 새로운 국가경영 이념에 의한 화합과 통합의 정치 프로그램이 요구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하향식 국가 개입주의와 국영 부문의비효율성을 과감히 혁파하고 동시에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시장 만능주의의 폐해를 방지할 대안이 필요하다.이를 위한 ‘한국적 제3의 길’,예를 들면 ‘노무현의 선택’이나 ‘한국의 길’ 등으로 명명될 수 있는 국가경영전략에 관한 이념과 철학이 정립되고 이것이 국가 경영 전반에서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가 되풀이된다고는 하지만,되풀이되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훌륭한 인재들의 지혜와 지식에 의해 더 크게 돌아간다.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인터넷 선거혁명의 실현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한반도가 동북아 중심국,나아가 21세기 세계 중심국이 되는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인재 등용이 요구된다.제환공은 포숙의 간언을 받아들여 공자 규를 임금으로 모시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을 재상으로 등용한다. 그리고 관중의 새로운 정치 프로그램으로 패업을 이룬 것이다.뛰어난 지략과 현명한 결단력이 만나 대업을 이루게 한다는 것 또한 역사로부터 얻을 교훈이다. 노 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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