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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교수가 회유” 대자보…대학가 다시 #미투

    “성폭력 교수가 회유” 대자보…대학가 다시 #미투

    고대 2000여명 학생·시민 서명 서울대 가해자 정직 처분 규탄 동덕여대선 부실 조사 주장도대학가에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번진 이후 ‘자정 작용’에 의해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듯했으나 지지부진한 조사와 미미한 처벌로 다시 확산되는 형국이다. 고려대 학생회는 23일 고려대 학내 게시판에 성추행을 저지른 국문과 김모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 대자보에는 약 2000여명의 학생과 시민의 서명이 담겼다. 학생회와 피해자는 파면 촉구 서명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대로 게시물을 계속 붙여 목소리를 높여 나가는 ‘릴레이’ 대자보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나랑 뽀뽀하자, 나랑 자자, 나 좀 만져 달라”는 발언을 하며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학내 성평등센터에도 김 교수의 성추행에 대한 제보가 20여건 접수됐다. 사태가 커지자 김 교수는 피해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학생들은 너도나도 “김 교수가 ‘내 얘기를 좀 들어 달라. 미안하다. 성폭행은 아니다’라며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가해 교수의 성폭력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가중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대 학생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징계위원회가 지난 21일 성폭력, 갑질, 횡령 의혹을 받은 H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것을 규탄했다. 학생회는 “대학 측이 H교수의 복귀를 거부하는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30일 대규모 집단행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동덕여대에서는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사퇴했던 교수가 해당 학생을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학교 측이 사태 파악에 나섰다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부실 조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경희대에서는 교수 A씨가 대학원생을 상대로 ‘같이 자자’고 요구하는 등 성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졸업뿐만 아니라 좁은 음악 바닥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교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아직 관련 내용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지만, 제보가 접수되면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대학교수가 가지는 권한은 막강한 데 반해 성폭력 관련 학교 규정은 약하고, 피해 사실을 밝히는 과정은 지난하다”면서 “학교에서 징계를 내린다 해도 교원소청위원회에서 보수적 결정이 나와 본징계도 무산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도록 인권 감수성을 지난 전문가들을 많이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北에 돌직구, 中엔 견제구… 속내는 최단기간·일괄타결 비핵화

    北에 돌직구, 中엔 견제구… 속내는 최단기간·일괄타결 비핵화

    회담 연기론…北에 최후통첩 “金, 習 두번째 만나더니 변했다”中 회담 배후설에 강력 경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북한에는 ‘정상회담 연기’라는 승부수를 띄우는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포커 플레이어’라고 표현하면서 북·중 밀착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관해 “(미국의 원하는 비핵화)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겠지만, 솔직히 북한과 세계를 위해 위대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긴 했지만 “회담이 안 열리면 아마도 회담은 다음에 열릴 것”이라며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이는 북한의 ‘정상회담 좌초’에 맞서 ‘정상회담 연기’를 내세우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과감하게 합의한 정상회담이 위험에 처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북·미 정상회담 개입도 견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에 이어 또다시 ‘시진핑 배후설’을 제기하며 우회적 경고에 나선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속내를 감추는’ 사람을 의미하는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협상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중의 밀착이 뒷거래로 이어지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최대의 압박’ 작전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서 유연해진 ‘트럼프식 모델’도 제시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번에 일괄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런데 정확히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는 어떤 물리적 이유가 있다. (비핵화에)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일괄타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하는 일괄타결식 ‘선 핵폐기, 후 보상’ 원칙에서 ‘최단기간 내 핵폐기’라는 유연성이 더해진 ‘트럼프식 비핵화 모델’을 구체화한 것으로 뉴욕타임스(NYT)는 해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일괄타결 요구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단계적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기’보다는 ‘회담 연기’ 카드로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층 유연해진 북한의 비핵화 조건으로 북·미의 막판 ‘빅딜’도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배명진 코에 붙은 검정테이프의 정체…위산 역류검사 장치?

    배명진 코에 붙은 검정테이프의 정체…위산 역류검사 장치?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 22일 국내 최고의 소리공학 전문가로 알려진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의 음성 분석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취재진이 숭실대를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배 교수는 격렬하게 촬영을 거부했다. 그런 과정에서 배 교수가 코 위에 붙인 검정 테이프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코의 각질을 제거하는 용도의 코팩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고, 일각에서는 검정 테이프 아래 몇가닥의 줄이 연결돼있는 것으로 봐서 실험 또는 의학용 장치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해당 장치는 24시간 동안 위산 역류와 빈도를 측정하는 용도로 추정된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검사는 산의 노출시간과 식도의 산 배출 능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검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슴앓이, 흉통, 만성기침, 식도 이물감, 쉰 목소리, 재발성 후두염과 위 식도 역류증상이 있으면 산 역류 검사를 시행하며 항 역류 수술 전후 평가를 위해서 하기도 한다.산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달린 관을 코를 통해 삽입하고 24시간 일상생활을 하면서 증상을 일기장에 작성한다. 한편 이날 PD수첩은 지난 2012년 제주 도남동 하천 바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김 모 하사의 죽음과 부대 선임이 연관돼 있다는 주장을 소리 분석을 통해 제기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PD수첩은 또 배 교수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배 교수가 성 회장의 목소리 진실성이 62.7%이며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돈을 지불했다는 성 회장의 증언이 허위라는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나 이는 과학적인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요 에세이] 경제의 심리적 분위기를 중시하라/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경제의 심리적 분위기를 중시하라/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식품부 장관

    아마존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몰고 온다는 말이 있다. 소위 나비효과다. 일반적으로는 미세한 사건 하나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커다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아침 식사 중 부부간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상대의 마음을 조금 거슬리게 하는 표현이 있었다고 하자. 이 때 슬쩍 참고 지나가면 곧 잊히고 다른 일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언짢은 반응을 보여 한마디 하게 되면 말다툼이 되고,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큰 싸움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 그리고 출근한 사람은 하루 종일 일을 지속적으로 그르칠 수 있다. 인간관계는 서로 얽혀 있어 모든 일에 이런 심리적 나비효과가 상존한다. 인간의 행동은 생각에 따라 변하므로 생각의 흐름에 따라 사태의 흐름이 변하게 된다. 이 생각을 부채질하는 것이 감정이다. 물건값이 오르리라고 생각하면 수요가 는다. 가격이 떨어지리라 생각하면 공급이 는다. 경제학에서의 가격은 합리적인 수요와 공급의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현실 시장에서의 가격은 감성적인 수요와 공급의 싸움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에 감성이 더해질수록 싸움은 증폭된다. 감성은 이성보다 폭발력이 크다. 건실한 은행이라도 부실 악소문이 퍼지면 인출을 요구하는 예금자들이 몰려 도산될 수 있다. 두 나라 간의 전쟁도 사소한 충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공직자는 말과 행동을 늘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리정책 책임자의 말 한마디가 금융시장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들은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해야 한다. 경제는 기초 여건이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시장의 심리적 분위기가 경제활동의 흐름을 좌지우지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시장 분위기에 유난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사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들은 시장에 충격적인 경우가 많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원전건설 중단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의견도 내고 우려도 표시했다. 대부분 과격성을 완화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다. 이제 부작용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비정규직의 100% 정규직화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아 지연되었는데, 대통령의 재강조로 조정 가능성이 어렵게 되었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자영업과 중소기업에 커다란 멍에가 되고 취업에 장애를 주는데도 장하성 정책실장은 고용 감소 효과는 없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현 경제상황이 ‘경기 침체의 초입’이라고 우려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월별 통계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신경 쓸 것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부의장이 ‘내각과 청와대 경제팀이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현 정부는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판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그런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정책들에서 친노동 반기업 색채가 강하다. 기업은 기가 죽어 열심히 사업할 의지가 약해지고, 공무원도 소극적이고 더욱 보신적이 되었다.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기업들은 동남아나 인도 등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실시간 정보교환으로 제품과 재료의 가격이 동일해지고 있다. 따라서 결국 인건비와 물류비 차이로 경쟁한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 시장 가까운 곳이나 인건비가 싼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베트남 제조의 50% 정도를 한국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생산성을 감안할 경우 미국이나 일본의 인건비보다 우리가 비싸다고 한다. 기업들은 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 산업의 공동화와 노쇠화가 우려된다. 정부와 공직자들은 기업에 힘을 실어 주고 시장분위기를 살리는 일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경제는 심리다. 더불어 잘못된 정책들은 절망의 토네이도가 되기 전에 조정되어야 한다
  • 민간 경영 기법 도입… 4년간 곳간 2012억원 불린 성동

    서울 성동구는 공유재산 총액이 2013년 1조 4240억여원에서 올 상반기 1조 6252억여원으로 민선 6기 4년간 2012억여원이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성동구는 “2014년 7월 민선 6기 시작 이후 민간경영 기법을 도입해 행정을 혁신하고, 수백억원대의 민간자본과 국·시비를 유치한 결과 구 재산이 비약적으로 늘었다”며 “경제 활성화 지원, 주민공동체 시설, 주민복지·의료시설 분야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활성화 지원 주요 재산은 수제화공동판매장(8동), 수제화 플랫폼, 언더스탠드에비뉴, 성동안심상가 등이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성동구와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아르콘(ARCON)이 서울숲 입구 유휴부지 4126㎡에 중고 컨테이너 115개를 이용해 만들었으며, 롯데면세점이 사회공헌기금을 지원했다. 성동안심상가는 부영주택이 공공기여로 기부채납하고, 수제화공동판매장·수제화 플랫폼은 시비 11억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구 관계자는 “이들 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해 340억원의 민간자본을 확보, 예산 문제를 극복했다”고 전했다. 주민공동체시설은 지난 4년간 독서당인문아카데미센터, 성동공유센터, 마을문화카페 등이 신설됐다. 독서당인문아카데미는 국·시비 19억 4000만원을, 성동공유센터는 시비 10억원을, 마을문화카페는 국·시비와 민간후원금 4억 1200만원을 지원받았다. 주민복지·의료시설은 사근동노인복지센터, 성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성동보훈회관 등이 새로 문을 열었다. 구 관계자는 “이외에도 강원 영월 폐교 부지를 리모델링해 성동힐링센터 ‘휴(休) 영월캠프’를 조성했고, 전남 여수시에도 힐링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배명진 ‘비과학적 음성분석’ 지적하는 PD수첩에 “카메라 꺼라”

    배명진 ‘비과학적 음성분석’ 지적하는 PD수첩에 “카메라 꺼라”

    MBC ‘PD수첩’은 22일 ‘소리박사 배명진의 진실’ 편을 통해 그가 사용하는 음성 분석 기술의 실체에 대해 방영했다.‘소리’와 관련된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신문과 방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온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장 배명진 교수. 25년간 언론에 약 7000번 출연하며 국내 최고의 음향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연예인 욕설파문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각종 미제사건까지, ‘소리’에서 단서를 찾아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 신뢰를 받았다. 그런데 배명진 교수의 음성 분석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학계의 제보가 ‘PD수첩’에 접수됐다. 그가 사용하는 음성 분석 기술의 실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고, 그의 분석 결과 역시 과학에 근거한 분석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명진 교수의 음성분석, 그리고 억울한 사람들 2012년 제주시 도남동의 한 하천 바닥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죽은 이는 제주방어사령부 소속의 김 모 하사.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아 의혹 속에 잠겨있던 이 사건은 배명진 교수의 목소리 분석으로 커다란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유가족은 시신을 발견해 119에 알린 ‘익명의 신고자’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었던 상황. 배명진 교수는 ‘익명의 신고자’의 목소리가 바로 죽은 김 모 하사의 부대 선임의 목소리와 매우 유사하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배명진 교수의 음성분석으로 인해 부대 선임이 김 하사의 죽음에 아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배명진 교수의 음성 분석은 얼마 뒤 뒤집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성분석 결과 ‘익명의 신고자’와 부대 선임은 ‘다른 사람’임이 밝혀진 것. 잘못된 음성 분석으로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될 뻔했던 부대 선임과, 김 하사 죽음의 진실을 찾기까지 너무 먼 길을 돌아온 유가족은 배명진 교수의 잘못된 음성분석으로 인해 커다란 혼란을 겪었다고 증언한다. 배명진 교수의 음성분석에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PD수첩’은 배명진 교수가 직접 작성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문건을 입수했다. 바로 바로 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음성 파일, 이른바 ‘성완종 녹취’를 배명진 교수가 분석한 감정서다. 2015년 4월,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성완종 회장의 마지막 고백이 담긴 음성 파일이 공개되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완구 당시 총리를 뇌물수수혐의로 기소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완구 총리 측은 2심을 준비하며 배명진 교수에게 ‘성완종 녹취’의 감정을 의뢰했다. 배명진 교수는 성완종 회장의 목소리 진실성이 62.7%이며, 이완구 전 총리에게 돈을 지불했다는 성완종 회장의 증언은 허위라는 내용의 감정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PD수첩’이 입수한 배명진 교수의 감정서를 검토한 음성 분석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한다.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작성된 감정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한 음성학자는 그의 분석 방법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음운론을 전공한 또 다른 음성학자 역시 그의 분석법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나사렛대 언어치료학과 이봉원 교수는 “목소리로 그 사람의 연령대를 알 수 있다”는 배 교수의 주장에 대해 “개인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목소리만으로 개인의 연령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배 교수는 이같은 비판 내용에 대해 묻자 “왜 그것을 입증해야 되느냐”며 “내가 지금 노벨상 받을 일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입장”이라고 분노했다. PD수첩 취재진이 배 교수를 직접 찾아가자 그는 “하지 마세요. 꺼요”라며 카메라를 뺏으려고 했다. 배 교수는 “25년 전문가를 의혹으로 무시하겠다고? 당신 그럴 권한 있어?”라며 “25년 되면 한마디씩만 해도 의혹이 생길 수 있다. 빨리 나가라. 안 그러면 경찰이 오게 되어 있다”고 화를 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개국 시기·위치도 다른데… ‘가야=임나’로 변질시킨 일본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개국 시기·위치도 다른데… ‘가야=임나’로 변질시킨 일본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약간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과제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도 넣어 주세요”라고 말했다. 가야사를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설정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가야사 등 고대사 전공자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역사의 특정 시기나 분야에 대한 연구나 복원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고 역사를 도구화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옹호하는 사람들은 “어떤 연구를 수행할지 고대사연구자 자신들만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전문가의 오만”이라고 반박했다. 반발의 핵심 요인으로 현재 가야사 연구자들 다수가 가야를 임나와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임나는 가야의 별칭? 가야사 연구가인 홍익대 김태식 교수는 ‘미완의 문명, 700년’에서 “요컨대 대가야를 중심으로 파악되는 5~6세기의 후기 가야 연맹을, 왜에서는 무슨 이유에선가 임나(任那)라는 명칭으로 불렀다. ‘가야=임나’라는 것이다. 일본 소학관(小學館)에서 간행한 ‘일본대백과전서’는 ‘임나’(任那·미마나)에 대해서 “조선의 고대 국명. 임나라고 읽는데 별명은 가야”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야가 어느 순간 임나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더욱이 ‘가야=임나’라고 보는 시기가 5~6세기라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고대 야마토왜가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라는 식민통치기구를 두고 지배했다는 ‘4세기 말~6세기 말’과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일 고대사에 대해서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은 300여편의 논문과 30여권의 학술저서를 낸 고(故) 최재석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야=임나설’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그는 ‘고대한일관계사연구’에서 “일본인들은 그들의 역사 조작에 방해가 되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조작으로 몰고, 가야와 임나가 동일국이라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함이 없이 말로만 가야와 임나는 동일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야와 미마나가 전혀 별개의 나라라는 증거는 있을지언정 같은 나라라는 증거는 아무 데도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이 가야와 임나를 동일국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런 사료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가야는 임나가 아니라는 반론 김 교수는 “왜에서는 무슨 이유에선가”라고 넘어갔지만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하는지 그 근거를 밝히는 것이 역사학이다. 그러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측 기록인 ‘일본서기’에도 가야를 임나라고 표현한 기사는 한 군데도 없다. 억지해석만이 난무할 뿐이다. ‘낙랑군=평양’이라는 사료적 근거가 전무한 것처럼 ‘가야=임나’라는 사료적 근거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최 교수의 비판은 기본적인 의문으로 이어진다. 최 교수는 같은 책에서 “이러한 일본인들의 주장에 어찌하여 한국 사학자들도 무조건 동조하며 가야와 임나가 동일국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또 일본인들은 가야와 임나의 관계에 대하여 논할 때는 보통 가야와 임나가 동일국이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일본이 가야를 지배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또 어찌하여 한국의 고대사학자들은 후자인 일본이 가야(한국)를 지배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침묵을 지키면서 전자인 가야와 임나가 동일국이라는 대목에만 관심을 가져 이것을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 교수의 이 말이야말로 현재 ‘가야=임나’를 주장하는 남한 사학계의 이중적 태도를 잘 지적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돈만 대고 연구는 자신들에게 맡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속내를 미리 간파한 혜안이기도 하다. ●계림은 신라의 별칭 임나는 과연 가야의 별칭일까. 이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가야사 전체의 모습이 흩어지게 되어 있다. 임나가 가야의 별칭이라는 말은 가야가 곧 임나라는 말이다. ‘가야=임나설’이 사실로 성립할 수 있을지 역사학적 방법론에 따라서 살펴보자. 가야와 깊은 관계가 있는 나라는 신라다. 그런데 “계림은 신라의 별칭이다”라는 말에는 아무도 시비하지 않는다. ‘삼국사기’의 신라본기에 ‘탈해 이사금 9년(서기 65년)조에는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 나무 사이에서 금궤짝이 나무에 걸려 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 금궤짝에서 한 아이가 나왔으므로 성을 김씨라고 하고 “시림을 계림(鷄林)으로 고치고 국호로 삼았다”는 것이다. 신라인들 스스로 신라를 계림으로 여겼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의 정사(正史)인 ‘신당서’(新唐書) 고종(高宗) 상원(上元) 원년(674)조에는 “유인궤(劉仁軌)를 계림도(林道) 행군대총관으로 삼아 신라를 정벌하게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신라·당 전쟁 시기(670~676)의 기사인데, 당나라도 신라를 계림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계림이 신라의 별칭’이라는 말에는 아무도 시비하지 않는다. ‘임나가 가야의 별칭’이라는 명제도 마찬가지일까. ●가야와 임나는 모든 것이 다르다 ‘임나가 가야의 별칭’이라는 말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오는 ‘가야’가 ‘일본서기’에 나오는 ‘임나’와 같은 나라라는 뜻이다. 임나를 가야의 별칭이라고 말하려면 몇 가지 핵심적인 사실들이 일치해야 한다. 개국연대와 멸망연대가 일치해야 하고 개국시조와 망국시조가 일치해야 한다. 또한 나라가 있었던 지리적 위치도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가야와 ‘일본서기’의 임나는 이 모든 것이 다 다르다. 아니 다르다기보다는 ‘일본서기’의 임나에는 개국연대, 망국연대, 개국시조, 망국시조 같은 내용이 일절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최 교수가 “가야와 임나가 동일국이라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함이 없이 말로만 가야와 임나는 동일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나카 미치요의 주장 ‘가야=임나설’의 진원지가 일본 메이지(明治)시대 한국을 점령해야 한다는 논리인 정한론(征韓論)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 사실 여부는 중요하다. 1882년 일본군 참모본부는 ‘임나고고’(任那稿考)와 ‘임나명고’(任那名稿)라는 책을 간행했다. 학술기관도 아닌 일본군 총사령부에서 왜 느닷없이 고대 ‘임나’에 관한 역사서를 간행했을까. 이듬해인 1883년에 일본군 참모본부 소속의 간첩인 사코 가케노부 중위는 만주에서 광개토태왕릉비 탁본을 가져왔다. 일본군 참모본부의 간첩 손을 먼저 탔기 때문에 위조 논쟁이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특히 2면 하단과 3면 상단이 집중적으로 훼손된 가운데서도 ‘임나가라’(任那加羅)라는 용어는 뚜렷이 남아 있어 의혹을 던져 주고 있다. 임나가 가라와 동일국이라고 명시적으로 주장한 인물은 정한론자(征韓論者)였던 나카 미치요(1851~1908)였다. 나카 미치요는 일본 도쿄제국대 출신들이 주축인 사학회에서 만들던 ‘사학잡지’(史學雜誌·1896)에 가라고(加羅考)를 실어 ‘임나가 가라’라고 주장했다. 임나가 가야이므로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는 것은 침략이 아니라 과거사의 복원이라는 논리다. 나카 미치요는 가라고에서 “숭신천황(崇神天皇) 말년에 가라(加羅) 왕자(王子)인 도노아아라사등(都怒我阿羅斯等)이 내조(來朝)하여 수인(垂仁)천황 시절에 본국으로 돌아갈 때 그 나라에 임나(任那)라고 하는 이름을 내렸는데, 이때부터 임나(任那)는 가라(加羅)의 별호가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서기 720년에 편찬한 ‘일본서기’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고 연대부터 속인 기이한 역사서라서 대단히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 ‘일본서기’ 수인(垂仁)기 2년(서기전 28)조에는 일왕 수인이 의부가라(意富加羅)의 왕자에게 선왕 숭신(崇神)의 이름을 국명으로 하라고 말했고, 이에 따라 나라 이름이 미마나국(彌摩那國)이 되었다는 기사가 있다. 나카 미치요는 미마나(彌摩那)라는 소리글자를 임나(任那)라는 뜻글자로 바꾼 것인데, 이때는 서기전 28년으로 가야가 생기기 70년 전의 기사이다. 따라서 이 기사는 ‘가야=임나’로 보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나를 가야로 둔갑시켜 한국 침략 논리로 사용했던 ‘가야=임나설’이 일본학계뿐만 아니라 남한학계에도 통용되어 ‘임나는 가야의 별칭’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기현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 [메디컬 인사이드] 변비약으론 살 못 빼는데…위험한 선택

    [메디컬 인사이드] 변비약으론 살 못 빼는데…위험한 선택

    비만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30~40대 남성은 절반이 비만일 정도로 문제가 심각합니다. 여성도 비만인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정반대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여성 저체중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입니다.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받은 1454만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저체중 인구는 2014년 34만 5780명에서 2015년 35만 5631명, 2016년 36만 7332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저체중은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18.5㎏/㎡ 미만일 때 해당됩니다. 2016년 전체 여성 중 저체중 비율은 5.4%였는데 10대는 12.7%, 20대는 15.8%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마른 몸매를 ‘노력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면서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극심해졌습니다. 충분히 건강한 몸인데 ‘넌 왜 몸관리를 하지 않니’라는 질책이 비수처럼 뇌리에 꽂힙니다. 다이어트와 관련된 온갖 정보가 넘쳐나고 날씬한 연예인이 미(美)의 기준이 되면서 오히려 건강하지 않은 마른 몸매에 대한 동경심이 커졌습니다. ●변비약·이뇨제 등 체중 감량에 도움 안 돼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인데 내 눈에는 뚱뚱해 보이니 최후 수단으로 약에 손을 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체중 감량에 집착하는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폭식증 등 섭식장애 환자는 설사를 유도하는 변비약, 소변량을 늘리는 이뇨제를 남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젊은 여성이 이런 약을 남용한다면 특히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에너지 드링크와 같은 고카페인 음료를 과용하는 경우도 많고 극단적인 경우 관장약을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면 정량으로도 부족한 것 같아 약을 한 움큼씩 삼킵니다. 그렇지만 몸무게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배변량을 늘리는 것은 실질적인 체중 감량과 거의 관계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집착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거식증과 폭식증은 반드시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이지만 숨기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해 보니 지난해 기준으로 거식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3116명, 폭식증 환자는 3448명에 불과했습니다. 섭식장애 환자의 90% 이상이 여성이고 거식증 유병률은 전체 여성의 1%, 폭식증은 5%라는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환자가 훨씬 많다는 겁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거식증 환자는 건강 위험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무조건 거부하고 병을 숨기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높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월경’이 끊기는 것입니다. 정 교수는 “다이어트를 하다가 무월경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섭식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폐경이 앞당겨지고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집니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거식증을 치료해 체중을 회복한 뒤에도 골밀도 저하가 계속될 수 있고 향후 장기간 골절 고위험군이 된다”며 “그래서 골밀도 측정을 통해 압박골절 위험과 골밀도 저하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복되는 구토와 이뇨제 복용으로 인한 저칼륨혈증, 물을 너무 많이 먹어 생기는 저나트륨혈증 같은 전해질 이상이 나타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아름다움을 잃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그중 하나가 ‘치아’입니다. 김 교수는 “구강검사를 해보면 반복적인 구토로 앞니의 영구적인 손상이 나타난다”며 “구토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손등이 이빨에 쓸려 흉터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잘 모르는 사실은 거식증이 모든 정신질환 중 치사율이 가장 높은 위험한 질병이라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거식증으로 인한 연간 치사율은 동일 연령대 소녀 사망 위험의 12배에 이른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모와 가족의 관심은 필수입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환자가 증상을 숨겨 진료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50%나 됩니다. 7년이 지나 중증·만성화 단계에 들어서면 소뇌와 중뇌의 크기가 줄어드는 증상까지 나타납니다. 전체 환자의 절반이 이렇게 중증·만성화 단계를 경험합니다. 그래서 만성화 단계에 이르기 전에 가족이 환자를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안고 적극적으로 설득해 치료를 받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우울증 등 동반… 거식증 땐 매년 검진을 김 교수는 “5년이 지난 뒤에 치료가 가능한 비율은 여성이 39%, 남성이 59%”라며 “얼마나 빨리 발견했는지와 발병 연령에 따라 치료 성공률이 달라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거식증 환자는 계속 치료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1년에 한 번 이상 신체·정신건강을 점검해야 한다”며 “사춘기가 지나지 않은 아동과 청소년은 나이에 맞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의료기관에서 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스웨덴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5세 거식증 환자 51명을 17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우울증과 같은 정서장애가 없는 환자는 단 1명뿐이었습니다. 우울증, 불안·강박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까지 치료하려면 입원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치료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서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환자들은 자존감이 낮고 대인기피 증상이 심하면서도 완벽주의 성격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정 교수는 “낮은 자존감과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을 통제 가능한 음식과 체중이라는 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섭식장애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의료기관에서는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도록 하고 식사 후 2시간 이내에 구토하지 않는지 살펴보는 방식의 인지치료, 행동수정 프로그램을 주로 진행합니다. 정 교수는 “다른 환자들이 참여하는 자조모임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사회적 활동을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조바심 난 트럼프, 참모진에 “북·미회담 계속해야 하나”

    조바심 난 트럼프, 참모진에 “북·미회담 계속해야 하나”

    北 강경 돌변에 불편한 심기 표출 백악관 고위관료들 사이 회의론 트럼프, 그레이엄 상원의원 만나 “첫 임기 내 북핵 윈윈 방식 해결” ZTE 제재 완화 등 中에도 ‘손짓’ 북한의 태도 돌변으로 꼬인 남·북·미 관계 속에 백악관의 기류가 다소 혼란스럽게 흐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의지를 드러내고 북한에 여러 가지 ‘당근’을 던지고 있지만, 우려와 조바심도 커지는 양상이다.백악관의 분위기는 일단 ‘회담 추진’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미 미국 측 선발대가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에 도착해 실무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중요한 징검다리를 건너뛸 수 없는 상황이다.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2020년) 내에 북핵 위기를 ‘윈윈 방식’으로 끝내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사흘 전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말했다”면서 그의 의중을 전달한 터라 발언의 무게감이 작지 않다. 이어 그는 “우리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교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 체제 보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명확히 했다. 이어 “한반도 통일이나 북한에 민주주의를 전파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만약 그들(북한)이 회담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외교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시 충돌의 길로 돌아가게 된다”고도 했다. CNN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자신이 진정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이해시킴으로써, 북한과의 쇼가 계속 진행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 완화안을 내놓은 것도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에 대해 낙관하지만은 않는 모습도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사흘 전에 통화를 요청한 것에 대해 “이는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위험을 떠안고 계속 정상회담을 진행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최근 며칠간 질문을 퍼붓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 핵무기 능력과 경제원조를 절대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한 담화에 놀라고 분노했다”고 전했다. WP도 이날 ‘트럼프, 북한의 강경 돌변에 한국에 ‘조언’을 구하다’란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과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특히 볼턴 보좌관은 주변 인사에게 ‘회담이 잘 추진될 거라고 믿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태도 돌변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난기류가 백악관에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갈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더해진다면,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커버스토리] 1명이 2907건 폭탄 민원… 공무원은 게시판이 무섭다

    [커버스토리] 1명이 2907건 폭탄 민원… 공무원은 게시판이 무섭다

    # 빠른 처리·정책 반영… 靑청원게시판이 연 소통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해도 안 돼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3일 만에 해결됐습니다.”올해 초 충남의 부모님 집을 찾았던 직장인 김모(35)씨는 바로 옆에서 방음벽도 없이 건축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부모님이 해당 관청을 찾아 사정을 설명했고 담당 공무원도 현장에 나왔지만, 조치는 없었다는 말도 전해들었다. 그는 “공사를 하려면 적어도 바로 옆에 붙은 주택 사이에 방음벽은 세워야 하지 않나 싶어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며 “며칠 후에 해당 관청에서 건설업자와 조율을 하라며 중재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가 생기면 담당 공무원을 찾아 전화하고 부탁했던 부모님도 온라인 민원 처리가 오히려 더 신속한 것을 보고 놀랐다”며 “정부도 국민과 소통하는 쪽으로 점차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온라인 소통이 ‘문재인 정부 국민소통 시스템’의 차별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소통 플랫폼은 8개월간 1억뷰가 넘었고 국민 청원·제안 사이트는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지지를 받으려는 국민들로 연일 뜨겁다. 현장 공무원들도 국민의 목소리를 보다 투명하고 많이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뜨거운 소통’이 항상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지나친 억지·반복 민원이나 민원 현장에서 벌어지는 소위 ‘폭력 민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다산신도시 택배·전안법 수정도 ‘온라인 소통 힘’ 국토교통부는 최근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으로 ‘온라인 소통의 힘’을 경험했다. 지난달 이곳에서는 후진하는 택배 차량에 아이가 치일 뻔한 사고가 일어났고, 입주민들은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을 막았다. 반발한 택배회사는 단지 입구에 배송물을 쌓아 두고 돌아갔고 입주민들이 집단 항의했다. 국토부는 ‘실버 택배’ 투입으로 양측을 중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 단지 택배 문제 해결에 왜 세금을 투입하느냐”는 시민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이 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랐고, 28만여명이 참여했다. 결국 국토부는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및공산품안전관리법의 통합 법안)도 소상공인의 집단 의견 개진으로 내용이 수정됐다. 본래는 전기용품뿐 아니라 가방·의류·잡화 등 신체에 직접 닿는 공산품 및 생활용품까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 취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이 법이 시행되면 외부 전문 기관에 돈을 내고 검사를 맡겨야 한다며 반발했다. 결국 의류·잡화 등은 KC 인증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 인터넷 기사 도배·장난성 민원글 게시에 골머리 다만 온라인상의 반복 민원 및 불만성 민원은 담당 공무원에게 큰 스트레스다. 교육부의 한 공무원은 “한 민원인이 매일 요지가 없는 민원을 국민신문고로 신청하는데, 지난해에만 2907건을 냈다”며 “꼭 접수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획재정부의 한 사무관은 “상속세가 잘못 부과됐다며 하루에 10여차례씩 온라인 게시판에 민원을 올리는 시민이 있었는데, 법원에서 판결이 나도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며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따라 내부 종결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기사를 복사해 붙여넣거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을 첨부해 도배하는 경우 등 장난성 민원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 부처의 민원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민원을 올리는 시간이 얼마 안 걸릴 수 있지만, 그런 부분조차도 공무원들은 접수 및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해서 소모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 민원이 2만 9000여건이나 접수됐다. 2016년 하반기보다 50.6%나 증가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그동안 은폐됐던 불공정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관련 민원도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음에도 일부에서 ‘공정위가 대기업을 봐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처리돼야 경제민주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시간 넘게 전화를 끊지 않고, 인격 모독적인 발언과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는 악성 루머가 골치다. 여가부 명칭을 양성가족부 등으로 바꾸라는 민원은 단골손님이다. 최근 내놓은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성평등’이란 단어 표기를 ‘양성평등’으로 바꾸지 않은 것이 동성애, 동성혼, 제3의 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민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천건씩 들어오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법률상 용어인 성평등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현장의 폭력 민원이나 편견도 큰 고충이다. 한 고용노동청에서는 한 사업주가 서류를 조사하던 공무원과 실랑이 끝에 차량으로 공무원을 들이받고 도주해 해당 공무원이 진단 2주의 상처를 입었다. 다른 고용센터에서는 한 민원인이 구직급여 신청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1m 폭의 민원대를 뛰어넘어 담당 공무원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일이 있었다. 또 한진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이 불거진 후 세관 현장 직원들은 “조현민·조현아는 봐주면서, 왜 돈 없고 백 없는 서민만 검사하냐”는 비아냥을 받기 일쑤다. #정책 장애 될 수도… 무조건 소통보다 질적 향상을 공무원들이 말한 대처법은 주로 ‘인내’다. 한 경찰관(경위)은 “말도 안 되는 민원과 같은 말이 계속 되풀이되는 민원에 짜증이 나지만 단칼에 거절했다가 조직 전체가 욕을 먹을까 싶어 끝까지 청취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사 민원은 다르다”며 “수사 진행 중에 윗선에서 이런저런 메시지가 전달되면 오히려 더 수사를 철저하게 하게 된다”고 전했다. 소통을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질적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국민소통이 확대되면서 과거보다 정책이 잘 실현돼야 하지만, 일부 정책은 이해 관계자 사이의 첨예한 의견 조율 때문에 오히려 지연되거나 추진이 힘들어질 때도 있다”며 “소통 확대가 오히려 예측 가능한 정책 추진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이경주 기자 dlrudwn@seoul.co.kr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송인배 “대선 전 드루킹 4번 만나… 김경수도 동석”

    송인배 “대선 전 드루킹 4번 만나… 김경수도 동석”

    “경공모 회원이 먼저 회동 제안 사례비 명목으로 두 차례 돈 받아” 宋, 지난달 靑민정수석실 보고 靑 “부적절성 없다” 종결 처리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포털 사이트 불법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동원(필명 드루킹)씨를 지난 19대 대선 전까지 4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송 비서관은 지난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드루킹과 만난 적이 있다고 얘기했고, 이에 민정수석실은 추가 조사를 한 뒤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송 비서관은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드루킹을 총 4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비서관과 드루킹을 이어 준 이는 송 비서관이 총선을 치를 때 선거를 도왔던 A씨 부부였다. 이들은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송 비서관에게 경공모 회원들과의 모임을 제안하며 “김경수 의원도 만날 때 같이 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첫 만남은 2016년 6월 김 의원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당시 김 의원과 송 비서관, 드루킹을 포함한 경공모 회원들은 20여분간 정세 관련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송 비서관은 같은 해 11월 드루킹의 활동 근거지인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 식당에서 드루킹 등 경공모 회원 10여명과 식사를 함께했다. 앞선 두 차례 만남에서 송 비서관은 여비 명목으로 소정의 간담회 참석 사례비를 받았으며 ‘앞으로 사례비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많지 않은 액수’라고 판단해 조사를 마무리했다. 민정수석실은 송 비서관과 경공모 회원들 사이에 부적절한 청탁이나 대선을 돕겠다는 식의 거래가 있었는지도 조사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도봉구청장 후보 <기호순>] “도봉산 인근 복합쇼핑타운 개발 폐단 쌓인 구 행정 정상화하겠다”

    [도봉구청장 후보 <기호순>] “도봉산 인근 복합쇼핑타운 개발 폐단 쌓인 구 행정 정상화하겠다”

    “도봉구가 가지고 있는 여러 폐단을 없애고 탕평인사와 소통이 강조되는 구를 만들고 싶습니다.”이재범 예비후보는 20일 “편 가르기 식 인사, 내부 청렴도 최하위, 창동역 2번 출구 노점 재설치를 둘러싸고 드러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불통행정 등 현재 도봉구에 여러 가지 폐단이 있다”며 “비정상적으로 가고 있는 구정의 정상화를 위해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앞서 도봉구는 노점개선사업을 하면서 노점을 양성화할 것을 약속하고 노점을 철거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노점상 양성화에 반발, 집단행동에 나섰고 노점상들은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 노점 재설치는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정말 보호할 필요가 있는 노점상의 경우 보호를 해야겠지만, 보호 대상 기준을 현재 기준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며 “고정적인 형태의 노점 설치는 허용하기 어렵고 협의를 통해 이들을 위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법학을 전공하고 현직 변호사로 일하는 만큼 ‘합리적인 사고 능력’이 본인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독립적인 직업이 있으니까 어떤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법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생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주요 공약으로는 같은 당 소속의 김선동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도봉산 프로젝트’, 그리고 창동역 환경 개선, 성균관대 야구장 부지 개발 등을 꼽았다. 이 후보는 “김 의원과 함께 (각종 규제로) 제한만 받아 온 도봉산 인근에 복합쇼핑타운 등을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라며 “2010년 이후 공사가 중단된 창동역 민자역사의 경우 구청장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국회의 도움을 얻어 타 지역의 같은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도봉역 인근 성균관대 야구장 부지에 도봉보건소 분소, 도봉2동 사무소, 문화예술교육센터, 어린이 영어도서관, 청년창업지원센터, 주민을 위한 결혼식장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창동역 인근 아레나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계획을 일부 수정, ‘4차 산업 놀이동산’(가칭)을 조성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구청장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이재범이라는 사람을 생각하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끄덕할 수 있는 그런 구청장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영상] 여성들의 분노, 성대결이 아닌 ‘일상화한 공포’입니다

    [영상] 여성들의 분노, 성대결이 아닌 ‘일상화한 공포’입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여성의 불안, 공포는 그대로다. 또,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대책 마련에 집중되지 않고 성대결로 번지는 양상 역시 2년 전과 변함이 없다. 홍대 몰카 사건에서 촉발된 남혐 대 여혐 구도도 마찬가지다.개별적 범죄가 ‘미러링(혐오를 상대에게도 그대로 반사해 적용하는 것)’ 그리고 ‘백래시(반격)’를 거치면 여지없이 성대결 구도로 변질되고 만다. 그러나 35만명 이상이 참여한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란 청와대 청원은 성대결 조장이 아닌 공포가 일상화한 대한민국 여성이 국가에 보내는 ‘구호 요청’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대검찰청은 2017년 한해 동안의 여성 대상 살인, 성폭력 등의 강력범죄가 총 3만 27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2016년 2만 7431건보다도 1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여성의 불안이 공상이나 과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근 ‘몰카’라는 사건을 계기로 다시 촉발됐지만, 일상 속에서 여성이 느끼는 공포는 비단 몰카 뿐만이 아니다. 여성은 일상 곳곳에서 시각적·촉각적 공격이나 폭력을 당한다. 일상 생활을 영유하는 대중적 공간에서조차 여성은 안심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일상 속 공포는 만연한데 처벌되는 범죄는 일부뿐 최근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몰카는 ‘찍는다’고 모두 처벌 받는 것은 아니다. 처벌 받는 행동이 특정되어 있기 때문에, 신고해도 사건 접수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특정 부위가 아니라 전신 촬영인 경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실제 판례에도 지하철 몰카범에게 해당 사유로 무죄 판결이 난 사례가 있다. 이모(27·여성)씨는 붐비는 지하철에 서 있는 사이 앞좌석에 앉은 남성에게 몰카를 찍혔다. “남성의 어깨 너머 유리창에 비친 핸드폰 화면이 분명히 내 몸을 찍고 있는 걸 똑똑히 봤다”면서 “그땐 아무 말 못했는데 수치심을 느껴 뒤늦게 찾아보니, 특정 부위가 아니면 처벌할 수 없다더라”면서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모(29·여성)씨는 “마음에 든다, 번호 좀 달라”면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까지 모르는 남성이 쫓아왔다. 김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 동 바로 앞까지 왔기 때문에 또 찾아올지, 나중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겁이 덜컥 났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여성은 불안을 호소하지만, 남성이 집까지 쫓아와 처벌받는 경우는 ‘집에 침입하거나, 여성에게 신체 접촉을 가했을 때’에 한한다. 직접 접촉한 게 없고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사건 접수가 안 된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 범죄라는 인식 없거나 있어도 잡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신고율 낮아 이모(50·여성)씨는 퇴근길에서 예상치 못한 손길에 깜짝 놀란 후부턴 밤길이 무서워졌다. 한 남성이 길을 걷던 이씨의 다리를 만지고 도망간 것. 이씨는 “처음엔 어이없어하며 넘겼지만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고 무서워 이제는 퇴근길에 딸과 만나 함께 귀가한다”고 했다. 이씨의 딸은 “이런 사건이 신고가 되는지도 몰랐지만, 신고한들 잡을 수는 있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신체 일부를 만지고 도망가는 이른바 ‘만튀(만지고 튀는 것)’는 엄연한 범죄이지만 이씨처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해서, 잡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만튀’는 그러나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 ●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대중 속에서도 범죄 일어나 변모(61·여성)씨는 아침 출근 버스에서 한 청년이 때리려는 시늉을 한 뒤로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이유도 없이 “확! 씨!”하며 눈앞에서 때리려드는 청년에 놀라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아무도 말리거나 신고해주지 않아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변씨는 “절대적으로 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어떤 반항도 할 수 없는 스스로가 무력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매일 출근길에서 마주치는 청년이기에 해코지를 당할까 신고도 제대로 못했다. 변씨가 불안을 호소하자 그녀의 아들이 며칠을 기다려 청년과 마주했다. 청년은 그제야 “술이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변명하고 변씨에게 사과했다. 판례상 폭행죄는 멱살을 잡거나 때리는 시늉만 해도 인정된다. 하지만 변씨의 사례처럼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신고조차 어렵고, 일회성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 가버리면 검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게 만드는 일상 속 공포 이 밖에도 야간 택시 이용, 공중화장실 몰카, 남녀 공용 화장실 공포 등 여성들의 일상 곳곳엔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많은 여성들은 “밤에 택시 탔을 때, 택시 기사가 여성이면 크게 안심 된다”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야간 택시 성추행 및 강도 예방을 위한 행동, ‘뒷자리에 탑승하라’, ‘지인에게 택시 차번호를 알려라’, ‘도착 전까지 졸지 마라’ 등의 불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다녀와야 하는 화장실조차 여성은 마음 편히 갈 수 없다. 특히 강남역 살인 사건의 배경이 됐던 ‘남녀 공용 화장실’과 구멍이 수십 개 뚫려 몰카를 걱정하게 하는 ‘공중 화장실’을 찾을 때면 여성들은 신경이 곤두선다. 남녀공용 화장실을 갈 때면 여성 여럿이서 짝지어 가서 문을 잠그거나 아예 다른 안전한 화장실을 찾는다. 공중 화장실을 갈 때는 구멍을 막을 휴지, 본드나 몰래 카메라 렌즈에 손상을 입힐 바늘, 매니큐어 등을 들고 다닌다는 여성들까지 여성 커뮤니티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한의 자기 방어 행동조차 꺼려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카메라를 찾으려 구멍에 얼굴을 들이대면 몰카에 본인의 얼굴이 더 크고 선명하게 찍힐까봐 걱정 된다’는 것이다. 몇몇 여성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공중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몰카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강조했다. 또, 경찰은 화장실 벽에 구멍을 내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경우 손괴(파손)죄를 추가 적용하는 등 몰카 범죄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많이 무서웠겠다”라는 공감이 절실하다 여성들에겐 공포가 일상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낮이건 밤이건, 주변에 사람이 많건 적건 간에 그 어느 여성에게도 세상은 안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언제, 어디에서나 부지불식간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피해자를 향해 흔히 하는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밤늦게 다니까 그렇지.”, “짧은 치마는 왜 입어서 그런 일을 만들어?”, “제대로 저항했어야지” 등의 말이 부적절한 이유다. 공감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화장실 몰카 대책처럼 특정 장소, 특정 범죄를 대상으로 제도나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성이 일상에서 느끼고 있는 공포를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해주는 일이 현시점에선 더 절실하다. “진짜 그래?”, “무고아닐까?”라는 의심을 품는 대신 “그런 불편함이 있구나”, “무서웠겠다”라는 말만으로도 여성은 혼자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피해 사실에서부터 점차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구분을 지우고 피해자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할 때, 서로를 향한 날선 혐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뉴스 분석] 트럼프 ‘김정은 체제 보장’ 카드 꺼냈다

    [뉴스 분석] 트럼프 ‘김정은 체제 보장’ 카드 꺼냈다

    北에 리비아식 아니라고 못박아 볼턴 발언에 화난 김정은 ‘달래기’ “합의 안 되면 카다피처럼” 경고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정권의 ‘체제 안전 보장’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만난 뒤 기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안전 보장을 제공할 것이냐’고 묻자 “나는 기꺼이 많이 제공하고자 한다. 그(김 위원장)는 보호받을 것이며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비핵화’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북·미 정상회담 보이콧’을 시사한 북한의 반발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이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계속 권좌에 남게 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북한이 큰 ‘선납’을 하면 동시적 과정이 수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주장했던 ‘선 핵포기 후 보상’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유연성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비핵화 방식은 여전히 모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에 동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볼턴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두고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두둔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식 모델이라는 것이 아직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용이 거의 없다”면서 “(트럼프의 발언은) 리비아식에서 마이너스 알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모델은 미국이 현재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북한과 협상하면서 리비아식 모델에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 가며 뺄셈의 정치학을 작동하겠다는 것”이란 설명이다. 체제 보장에 대해서도 뚜렷한 조건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모델’(a South Korean model)을 제시하며 비핵화에 따른 번영과 체제 보장을 강조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경제에 투자해 주고 번영시켜 주는 것이 일종의 체제 보장 아니겠는가 하는 유인책을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 (북·미 정상) 회담이 열린다면 열리는 것이고 열리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리비아를 초토화했다. 우리는 ‘우리가 당신을 보호하겠다’고 카다피에게 절대 말하지 않았고, 우리는 가서 그를 학살했다. 우리는 이라크에서도 같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리비아와 이라크는 미국과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살됐지만,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에 ‘합의’하면 두 나라와 전혀 다른 모델이 된다는 설명인 셈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反기업 인문학/박민영 지음/인물과사상사/356쪽/1만 7000원2011년 3월 애플의 아이패드2 발표회장. 스티브 잡스는 무대 위 스크린에 교차로 표지판 영상을 띄웠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에는 ‘인문학’과 ‘기술’이라 적혀 있었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사람들은 그동안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면서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명실상부 ‘융합형 인재’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이후 ‘융합’ 하면 인문학과 기술공학을 떠올렸다. 노동을 착취하고 조세를 회피하는가 하면, 시장 독과점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비판은 슬그머니 가려졌다.한국에 10여년 전부터 ‘인문학’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인문학 열풍이라며 각종 책과 강연이 쏟아진다. 대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인문학적 인재를 뽑겠다며 아우성이다. 그러나 정작 인문학의 출발점인 대학가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든가 ‘인구론’(인문계 졸업자 구십 퍼센트는 논다) 같은 신조어가 씁쓸한 현실을 대변한다.문화평론가 박민영은 신작 ‘반기업 인문학’에서 이런 현상의 중심에 ‘기업 인문학’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기업 인문학은 ‘기업의 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을 가리킨다.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인 정통 인문학과 달리, 기업 인문학은 생존과 출세, 성공과 경제적 이익과 같은 목적을 향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본질은 ‘전복적인 도전’이고 인문학적 사고는 ‘반성, 회의, 비판’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사회 전반에 물질주의나 과학기술 중심주의, 경쟁체제 등에 대한 반대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인문학 열풍의 실체는 기업 인문학 열풍이고, 이 기업 인문학이 교묘하고 영악한 논리로 주류적 사고에 영합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대학과 진보 인문학자, 그리고 기업 등에 날 선 칼을 겨눈다.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학가에 인문사회과학은 이미 밀려났다. 정부에서도 이공계열을 키우고 인문계열은 축소하라며 대학에 뭉칫돈을 쥐여 준다. 인문학자는 비정규직 강사 자리조차 구하기 어렵다. 진보 지식인이 인문학을 매개로 기업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지적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시대의 스승’으로 불리는 신영복 교수가 2008년 성공회대 인문학습원 원장으로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것에 관해 날 선 비판을 날린다. 당시 강좌에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김태구 넥솔(전 대우자동차) 회장, 이병남 LG 인화원 원장이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진보 학자인 진중권, 강헌, 유홍준 등이 나섰다. 이 밖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호기 교수,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가 회당 5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강연료를 받으며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한 사례도 꼬집었다. 고액 강연이 좌파 지식인의 몸값을 올리고, 언론은 기업문화를 칭찬했다. 이처럼 인문학이 자본가와 진보 인문학자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지만 어떤 변화를 불렀는지 생각해 보라는 저자의 비판은 곱씹어 볼 만하다.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친 삼성은 정작 노조를 탄압하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 산재 처리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이 미래’라던 두산도 20대 신입사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오히려 ‘반인문학적’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빅 히스토리’ 역시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빅 히스토리에 관심을 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융합학문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거대 역사를 다룬 빅 히스토리가 민족, 국민, 계급, 성 구별을 하지 않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별도 하지 않도록 하면서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들을 은폐하는 효과를 부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명 인문학자들을 거론하며 시원하게 비판하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더라도, 정작 인문학이 어떻게 이를 이겨낼지에 관해서는 대안이 없어 아쉽다. 싸구려 강사들이 짜깁기한 얄팍한 인문학을 들고 나와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기웃거리는 꼬락서니도 보기 싫지만, 정통 인문학이 반드시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중소기업대상]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려면 사람중심기업 창업 더 지원해야”

    [중소기업대상]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려면 사람중심기업 창업 더 지원해야”

    “성과공유제 도입 촉진하려면 해당 기업 세제 지원 더 늘려야” 실적 개선·일자리 창출 기여 中企 중기부장관·서울신문사장상 시상사람 중심의 기업가 정신을 실천한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는 ‘2018 중소기업 컨퍼런스’가 1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IBK기업은행이 후원한 이날 행사는 ‘일하고 싶은 중소·벤처기업과 혁신 성장’을 주제로 진행됐다.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과 조주현 중기부 기술인재정책관, 우수 중소기업 대표, 관계 전문가 등 15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고 사장은 개회사에서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구성하고 전체 일자리의 88%를 맡고 있는 국민경제의 근간”이라면서 “중소기업의 진정한 성장과 발전이 불균형적인 산업 구조 개선은 물론 한국경제의 부흥을 위한 발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 공유 활성화 방안’에 대해 주제 발표에 나선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성과공유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과공유제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 또는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업주와 근로자 간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다. 넓게는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 성과 공유까지 포함한다. 2007년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경영진·리더, 사람중심 문화 실천해야 중소기업연구원이 2016년 6~7월 종업원 10인 이상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0%가 성과공유제를 활용하고 있었다. 기업당 평균 1억 1482만원을 지급하고 종업원 1인당 평균 181만원을 받았다. ‘성과공유제가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73.0%에 달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78.3%는 ‘성과공유제 관련 지원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지급한 경영성과급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을 통해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경영성과급을 지급받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감면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성과공유제도를 도입하려는 중소기업에 컨설팅 비용 등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며 “우수 중소기업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포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람 중심 기업과 질 좋은 일자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모델에 대해 “조직의 리더와 최고 경영진이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문화를 위해 노력하며 직원들은 공감, 형평성, 몰입 환경에 있어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보이는 형태”라고 제시했다. 또 “조직 운영은 혁신, 적정한 위험 감수 등에 집중하며 이는 상당한 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람 중심의 기업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리더십을 꼽은 뒤 “리더의 행동은 단순히 기업가적 문화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개인과 조직의 성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사람 중심 기업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김 교수와 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 오일만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 조 정책관, 정종균 시스메이트 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서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 성장하려면 직원 성과 보상 필요 이날 행사에는 실적 개선과 함께 지속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중소기업에 대한 시상도 이뤄졌다. 지난 3일 열린 심사위원회에서는 경영 철학(20점), 추진 의지(20점), 나눔과 배려를 통한 질 좋은 일자리(30점), 제품·서비스 우수성(30점) 등을 평가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2곳과 서울신문사장상 3곳을 각각 선정했다. 서울신문사장상을 받은 정종균 시스메이트 대표는 “기업의 성장과 사람의 성장은 동일선상에 있다”면서 “일의 능률 향상을 위한 복지 개선이 곧 근로자 성과 공유의 핵심과 상통하며 직원의 업무 성과에 대해 정신적, 물질적 보상을 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국민이 체감해야 혁신성장 붐 일어나” 文대통령, 드론 경기장 규제 개혁 지시

    “국민이 체감해야 혁신성장 붐 일어나” 文대통령, 드론 경기장 규제 개혁 지시

    8대 사업 일자리 30만개 창출 선도 기업 12만개로 확대 계획 대중교통 전기차 전환도 박차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의 2년차 과제로 가시적 성과 창출과 속도를 설정했다.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서울 마곡 연구개발(R&D) 단지에서 열린 ‘2018년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국민이 성과를 체험해야 혁신성장 붐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결정했던 핵심 과제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스마트공장 전환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기술의 상용화’를 강조했다. 그는 “연말에는 화성 KCT에서 여러 기업의 자율 주행차들이 실제로 시험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드론이 사람을 구하고 자율 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스마트 도시 모델을 세종시와 부산 에코델타 시티에서 보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적극적인 규제개혁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연되고 있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규제샌드박스 관련 법개정도 힘써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 때문에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드론 전용 경기장’ 문제 해결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혁신성장 성과와 과제를 발표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미래자동차 등 8대 핵심 선도사업 관련 분야에서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개 창출을 목표로 한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앞으로 8대 핵심 선도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신설법인 수를 지난해 10만개에서 올해 12만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올해 1분기 신설법인 수가 2만 6747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규 벤처투자가 6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으며 코스닥지수가 32.2% 상승한 것을 혁신성장 성과로 소개했다. 다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부족하고 고용 불안 등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는 건 미흡한 점으로 자평했다. 각 부처에선 구체적인 혁신성장 목표도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는 올해 울산 등의 버스 노선에 실제로 수소버스를 투입하는 등 ‘대중교통 전기차 전환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한다. 국토부는 미래형 스마트시티의 선도 모델로 부산과 세종에 추진 중인 ‘국가 시범도시’ 부지 조성을 내년 상반기에 착수할 방침이다. 2021년까지 드론 4000여대를 다양한 공공 분야에서 우선 도입한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서울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유튜버 양예원의 고백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유튜버 양예원의 고백

    ‘비글커플’로 활동하는 유튜버 양예원이 3년 전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17일 양예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꼭 한 번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과 영상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양예원은 3년 전 배우의 꿈을 꾸던 당시 피팅모델을 시켜주겠다는 스튜디오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피팅모델 촬영이 아닌 선정적인 누드 촬영을 강제로 진행해야 했었다고 고백했다. 양예원은 스튜디오에 감금된 상태로 5회에 걸쳐 약 20명가량의 남성들 앞에서 신체 중요 부위들이 드러나는 선정적인 속옷을 입고 성추행을 당하며 촬영을 진행해야 했었다고 폭로했다. 또 양예원은 촬영 이후 3년 만인 지난 5월 8일 성인 사이트에 당시 촬영했던 자신의 사진이 공개됐으며, SNS 등을 통한 조롱 등의 충격에 세 차례 자살 기도를 했다고도 밝혔다. 양예원은 “저를 도와주시고 이러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의 피해자들이 안 생기게 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퍼트려달라”며 “제발 저 좀 살려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양예원의 성폭력 고백 게시물 전문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꼭 한번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안녕하세요. 양예원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고 수없이 맘을 다잡았습니다. 너무 힘이 들고 죽고만 싶고, 눈물만 쏟아지는데 절 사랑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얘기했습니다. 넌 피해자라고 숨고 아파하고 도망가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서 용기 내서 말을 해보려 합니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고 얼마나 나쁜 사람들이 아직도 나쁜 짓을 하고 있는지 말해보려 합니다.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3년 전, 20대 초반이었던 저는 평범하게 배우를 꿈꾸며 공부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성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재수에 삼수까지 한터라 세상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 날 알바몬에서 알바를 구하던 중 피팅모델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고 면접을 보려 합정역 3번 출구 근처의 한 스튜디오를 찾아갔습니다. 처음엔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고 참 깔끔하고 예쁜 스튜디오라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제게 연락을 주신 그분은 ‘실장님’이셨습니다. 그분은 절 보자마자 감탄을 하며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하셨고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는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테스트를 해보자며 예쁜 배경 앞에서 앞, 옆, 뒤를 촬영했고 카메라에도 잘 나온다며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일단 5회 정도만 촬영을 해보자고 했고 촬영은 평범한 콘셉트 촬영인데 여러 콘셉트가 있지만 가끔은 섹시 콘셉트도 들어갈 거라 하셨습니다. 그 말에 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원 씨는 연기를 할 거면 천의 얼굴을 가져야 한다고.. 여러 콘셉트로 찍는 건 연예인들도 그렇게 한다고.. 연기를 한다 하니깐 내가 그 비싼 프로필 사진도 무료로 다 찍어줄 거고, 아는 PD와 감독도 많으니 잘하면 그분들께 소개해주겠다고.. 그 말에 여기는 정말 좋은 곳이구나 생각을 하고 속았습니다. 정말 바보 같죠.. 그리고 제게 아무렇지 않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고 거기에 덜컥 제 이름 세자를 적었습니다. 그 후 촬영 일자가 되었고 저는 그 스튜디오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 실장님께선 문을 자물쇠까지 채워 걸어 잠그시더라고요. 철로 된 문 이였고 도어록으로 문이 한번 잠긴 것을 또 한 번 손바닥만 한 자물쇠로 걸어 잠갔습니다. 그리고 스튜디오 안에는 20명 정도 돼 보이는 남자들이 모두 카메라를 들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를 느꼈으며 그 두려움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창문 하나도 열려있지 않은 밀폐된 공간이란 걸 인지했습니다. 그리고 실장님은 제게 의상이라며 갈아입고 오라고 옷을 건넸습니다. 속옷이었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속옷이 아닌 포르노에만 나올법한 성기가 보이는 속옷들이었습니다. 이게 뭐냐고 난 이런 거 싫다고 안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실장님은 제게 협박을 하였습니다. 너 때문에 저 멀리서 온 사람들은 어떡하냐, 저 사람들 모두 회비 내고 온 사람들인데 너한테 다 손해배상 청구할 거다. 고소할 거다. 내가 아는 PD, 감독들에게 다 말해서 널 배우 데뷔도 못하게 만들어버릴 거다. 이런 식으로요. 어린 마음에 너무 무서웠습니다. 분위기도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지는 살벌함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 집은 돈도 없는데 나 이렇게 불효하면 안 되는데.. 고소당하면 어쩌지.. 나 정말 매장당해서 데뷔도 못하면 어떡하지 등등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오늘만 참자..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20명의 아저씨들이 절 둘러싸고 사진을 찍으면서 한 명씩 포즈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포즈를 잡아주겠다며 다가와 여러 사람이 번갈아가며 제 가슴과 제 성기를 만졌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소리도 지를 수 없었고 덤빌 수도 없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딱 한 가지 생각만 있었습니다. 여기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강간을 당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 강간만큼은 피하자, 말 잘 듣자.. 여기서 꼭 살아서 나가자..라는 생각이요. 그렇게 그 사람들이 웃으라면 웃었고 손 하트를 하라고 하면 하트를 했고 다리를 벌리고 혀를 내밀어 보라 하면 그렇게 했고 가슴을 움켜쥐라고 하면 움켜쥐었고 팬티를 당겨 성기가 보이게 하라면 그렇게 했습니다. 더 심각하게는 손가락을 성기에 넣어보라고도 했습니다. 왜 싫다고 안 했냐고요? 싫다고 했습니다. 그건 싫어요. 그건 안돼요. 그렇게 하면 항상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제게 욕을 퍼붓고 담배를 피워대며 “저런 년을 왜 데려왔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그때마다 실장님은 제게 너 이런 식으로 할 거냐고 협박을 해왔습니다. 너무 무서웠고 밀폐된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남자들에 여자라고는 나 하나뿐인데 정말 너무 무서워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첫 촬영이 끝났습니다. 실장님은 제게 물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지 않냐고... 그냥 조용히 끄덕였습니다... 전 그 스튜디오에서 나오자마자 펑펑 울었습니다. 죽고 싶었고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실장에게 전화해 말했습니다. 하고 싶지 않다고. 안 할 거라고. 그러자 또 협박을 해왔습니다. 네가 이미 사인하지 않았냐, 다음 회차들 회원들 다 예약되어있는데 어쩌라는 거냐, 손해배상 청구하면 너 감당 못한다, 너 이미 찍힌 사진들 내가 다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건 난 이미 사진이 찍혔고 이게 혹시나 퍼질까 봐,가족들이 볼까 봐 나 아는 사람들이 볼까 봐였습니다. 그렇게 다섯 번의 촬영을 하고 다섯 번의 성추행을 당하고 다섯 번 내내 울었습니다. 그 촬영을 하는 기간 동안은 전 제정신이 아니었고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잊고 싶은 씻을 수 없는 상처의 시간이었습니다. 너무 수치스러웠고 너무 부끄러웠고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으며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나만 입다물고 모른 척 조용히 살면 난 평생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신고도 하지 못한 채 전 정말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적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 자기 전에 항상 인터넷을 뒤져봤고 혹시나 사진이 올라왔을까 봐 매일 불안에 떨었습니다. 배우의 꿈은 당연히 버리게 되었습니다. 나 같은 애는 배우를 할 수도 없고 배우를 하게 된다면 내가 혹시나 유명해진다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한순간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3년이 흘렀습니다. 3년 동안 그 일을 잊은 적은 단 하루도 없었지만 3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으니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5월 8일, 한 야동 사이트에 그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유명세를 치르길 원하진 않았지만 유명세를 치른 덕에 내 사진이 퍼졌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고 제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별짓 다했구나, 창녀, 걸레, 잘 봤다 네 보지 등등... 심지어는 남자친구의 인스타 메시지로 제 사진을 캡처해 보내면서 “이걸 보니 기분이 어때요?” 묻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제 가족, 남자친구, 제 지인들에게까지도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이 캡처를 해서 심한 말과 함께 보내더군요 죽고 싶었습니다. 정말로 죽고 싶었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남자친구인 동민이가 보면 날 어떻게 생각할까부터 엄마가 알게 된다면 아빠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또는 내 동생들, 아직 사춘기인 내 남동생이 보게 된다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고 날 다시는 보려 하지 않겠지..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일단 동민이에게 헤어지자 하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쓴 후 죽으려 마음을 먹었습니다. 죽는 것만이 살 길이였습니다. 3차례의 자살기도, 그리고 실패하자 더 억울했습니다. 죽기도 이렇게 어렵구나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모든 게 어렵고 힘들까... 눈물만 흘렀습니다. 너무 억울하게도 사진 속의 제 모습은 웃고 있어서 더 부끄러웠습니다. 사람들은 결과물만 보게 되니깐 분명히 그 사진을 보고 내가 자의적으로 찍었을 거라 생각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니 어떤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이대로 숨어서 아무도 없는대서 혼자 서서히 죽어가기만 기다리는 게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성희롱 대상이 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저를 멋대로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외모에 대해... 가슴에 대해... 성기에 대해... 나의 행실에 대해... 그렇게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한숨도 잠들지 못했습니다. 수면제 처방을 받아서 겨우 잠들어도 악몽 때문에 깨어나고 약 먹고 잠들고 깨고 잠들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중 동민이가 알게 되었고 제 주변 사람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괜찮다고 말해줬습니다. 넌 피해자라고 격려해줬습니다. 이겨 내야 한다고, 싸워야 한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고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제가 용기 내어 이 사건에 대해 세상에 알려 조금이라도 피해자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 나쁜 사람들을 잡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사람들이 더 이상 그런 짓을 못하게 막고 싶었습니다. 그 사이트에는 저 말고도 수많은 여자들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 사진들을 보던 중 그 안에서 저와 친하게 지냈던 함께 배우가 되기를 꿈꿨던 언니의 얼굴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언니에게 조심스레 연락을 했고 그 언니도 까마득히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제 전화를 받자 그 언니는 죽을 듯이 울었으며 나 정말 살고 싶지 않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언니가 당한 수법도 똑같았으며 저와 똑같은 마음으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으며 매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실체들을 낱낱이 밝혀내고 싶습니다. 그들은 정말 여자를 단순한 상품 취급하며, 그 대상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 여학생들이며, 심지어는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사탕 발린 말로 정상적인 촬영을 한다고 말하며 촬영이 시작되면 문을 걸어 잠그고 분위기에 압도되도록 겁에 질리도록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짧은 원피스를 주며 티 팬티를 줍니다. 왜 티 팬티를 입나요?라고 물어보면 팬티라인이 드러나면 옷이 예쁘게 안 나온다고 말하고 촬영이 시작되면 나중에는 팬티를 벗으라며 강요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협박은 기본이고 성희롱에 성추행까지 합니다. 심하게는 성폭행을 당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사진을 찍었던 사람 중 하나가 제게 집에 데려다주겠다 한 적도 있었으니깐요. 성희롱은 보통 이상입니다. “예원 씨 가슴이 참 예뻐요, 거기가 참 예쁘네요, 손가락을 대볼래요?” 이런 식 으로요. 그런 속옷이 너무 입기 싫어 생리 중이라고 말하면 템포를 쥐여줍니다. 그리고 “템포 껴 그러면. 템포 끼고 주변에 피는 닦고 나와”라고 말합니다. 제 엉덩이에 뾰루지 흉터가 있다고 보기 좋지 않고 더럽다며 컨실러를 제 앞에 툭 던지더군요, 엉덩이 화장을 하고 나오라고도 했습니다. 얼굴 화장을 대충 하고 온 날엔 얼굴을 보며 화장이 이게 뭐냐고 사진 잘 찍히려면 화장 고치고 나오라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스타킹을 주고 팬티를 입지 말고 스타킹을 신으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도 생각보다 잘 안 비친다며 거짓말을 하면서 촬영할 때는 천천히 스타킹을 벗어보라고 합니다. 그때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엄청나게 나고요. 그리고 회원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한번 다시 하자고 신고 다시 벗으라고도 시킵니다. 그리고 촬영할 때 누구와도 연락 못하게 휴대폰은 뺏습니다. 그리고 자기네들 신상을 알려주지도 않으며 회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끼리는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00님~00님~ 이렇게요. 촬영을 하던 도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남자들은 모두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촬영 중 어떤 사람에게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더니 한마디 하고 끊더라고요. “어~ 아빠 일중이야~ 끝나고 전화할게~” 이렇게요.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 자식이 딸이고 나중에 자기 딸이 당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무서웠습니다. 이 사진들을 어떤 용도에 쓰려고 하는 거냐 물어보면 하나같이 입을 맞춘 듯 이렇게 말합니다. 소. 장. 용.이라고, 그리고 회원들이 모인 곳은 인터넷의 한 카페이며 그 카페 회원들은 이미 제 얼굴을 알고 있더라고요. 처음에 면접 시 찍었던 테스트용 사진, 그 사진을 카페에 올리고 가격을 적어놓듯 1번 올 누드, 2번은 세미누드 등 이런 식으로 올려놓고 사진 찍을 사람 신청을 받는 거 같았습니다. 무슨 상품 경매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촬영하는 여자들끼리는 절대 마주치지 않도록 합니다. 역까지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고 하면서요. 그리고 여기 오게 되는 여성들은 대부분이 피팅모델 알바를 하러 왔다가 당하거나, 길거리에서 촬영 문의를 받아서 오게 되거나, 또는 블로그 등에 일반적인 사진들을 올려놓고 촬영 모델 구한다고 해서 왔다가 당하는 경우입니다. 절대 그 여성들은 자의적으로 그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으며 야한 포즈를 취하고 웃는 것이 아닙니다. 압도된 분위기에서 겁먹은 채로 자세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습니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신고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 안에 여자 스텝은 단 한 명도 없으며 다수의 남자들과 걸어잠긴 문 그리고 반나체인 나 밖에 없으니깐요. 그 안에서 무슨 일을 당해도 그냥 죽어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깐요. 더 무서운 건 그 사람들의 치밀함입니다. 그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유포 시키는 게 아니라 몇 년이 지나고 잊힐 때쯤 유포시킨다는 겁니다. 해외 아이피로 되어있는 불법 사이트에요. 그래서 더더욱 추적도 어렵고 잡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그때 그 안에서 일어난 일에 관련한 증거가 아무것도 없으니 그 사람들이 그러지 않았다고 잡아떼면 할 말이 없다는 겁니다. 성추행하지 않았다 하면 그만이고 그런 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폐기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그 사진을 보신 분도 있을 거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피해자입니다. 원하지도 않았고 너무 무서웠으며 지금도 괴롭고 죽고 싶은 생각만 듭니다. 다른 더 많은 피해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생기고 있을 겁니다. 질책하지 말아주세요. 저를 포함 한 그 여성들은 모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피해자들입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에게 “왜 신고를 하지 않았냐”, “신고를 안 했다는 건 조금은 원한 거 아니냐”, “싫다고 하지 그랬냐”, “네가 바보 같아서 그런 거다” 이런 식 의 말들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게 바로 2차 피해입니다. 그 말들에 더 상처받고 더 가슴이 찢어집니다. 막상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합니다. 그게 얼마나 무섭고 그걸 주변 사람이 알게 될 것도 무섭고 신고하면서 여러 번 진술을 하게 되면서 받을 상처도 무섭고 무엇보다 내가 신고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내 사진을 다 유포시킬까 봐라는 생각이 가장 큽니다. 앞서 말했듯이 싫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남자라도 잠겨있는 문에 많은 인원의 남성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분위기를 조금만 험악하게 만들어도 분명 겁이 날 테니까요. 전 정말 진심으로 강간만 당하지 말자라고 생각이 들었고 살아서 나가자는 생각만 했을 뿐입니다. 지금도 그 야동 사이트를 기점으로 총 5-6군데 사이트에 사진들이 퍼지고 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스튜디오처럼 보이는 곳에서 찍었던 다른 여성들의 사진도 너무나 많습니다. 몇 천 페이지가 모두 그런 사진들이며 이들은 대부분 극소수 빼고는 피해자일 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과호흡 증세가 찾아오고 눈물이 흐르며 손이 떨리고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괴롭습니다. 저를 도와주시고 이러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의 피해자들이 안 생기게 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퍼트려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트럼프의 ‘계륵’된 볼턴, 북미정상회담의 장애물

    트럼프의 ‘계륵’된 볼턴, 북미정상회담의 장애물

    “북미정상회담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존 볼턴이다”(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대북 강경기조를 고집하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달도 채 안 남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대화의 상대방인 북한이 ‘슈퍼 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을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콕 찍어 거론하면서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세기의 담판을 앞두고 뜻하지 않게 부상한 ‘볼턴 변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볼턴 보좌관이 주창해온 대북 강경 협상노선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한발 물러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느냐가 회담의 성공 여부와 북미관계의 진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외교가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16일 담화문에 주목하고 있다. 김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을 싸잡아 비판하지 않는 대신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라’로 지칭하며 맹비난했다. 로라 로젠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중국 담당 국장은 17일 트위터에 “북한의 속셈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보고 이를 노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북미정상회담에 열의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대북 강경론을 견지하는 볼턴 보좌관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신보수주의자(네오콘) 이론가였던 볼턴 보좌관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애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이 핵폐기를 빠르게 진행하면 제재를 풀고 한국만큼의 경제적 번영을 이루도록 협력하겠다고 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강경 일변도의 볼턴은 폼페이어와 180도 다른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볼턴 보좌관의 연이은 강경발언이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과 함께 앞으로의 대북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대두하고 있다. 조 시린시온 플라우쉐어펀드(핵무기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 사무총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볼턴이 잘 돌아가는 북한과의 외교를 망가뜨렸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각각 ‘채찍’과 ‘당근’이라는 역할을 분담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볼턴 보좌관은 자신에 대한 북측의 견제를 의식한 듯 16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면서 ”이번 회담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의 목적인 완전하고 증명할 수 있는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에서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백악관 “북한 비핵화, 리비아 모델 아냐...트럼프 모델로 갈 것”

    백악관 “북한 비핵화, 리비아 모델 아냐...트럼프 모델로 갈 것”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일괄타결식 비핵화 해법인 ‘리비아 모델’이 미국의 공식 방침인지에 대해 “그것이 우리가 적용 중인 모델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에서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에 반발하며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미국의 비핵화 해법이 리비아 모델인지 아니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만 이를 주장하는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나는 그것(리비아 모델)이 (정부내) 논의의 일부인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나는 그게 ‘특정적인 것’임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러한 견해(리비아식 해법)가 나왔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우리가 (리비아 해법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비핵화 해법)이 작동되는 방식에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며 “대통령은 이것을 그가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고, 우리는 100%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대변인의 이 같은 언급은 단계적 해법인 ‘이란 모델’과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평가돼온 선 비핵화-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이 아직 정부의 공식 방침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일단 받아들여진다. 다만 ‘안보 사령탑’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 해법 신봉자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단계적 해법인 ‘이란 모델’을 “최악의 협상”으로 규정했던 단계적 해법 반대론자라는 점에서 백악관이 일단 진화를 위해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하겠지만, 회담의 목적, 즉 CVID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트럼프 모델’이라는 비공식적이고 유동적인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방식인 불가측성과 모호성을 높이려 할 가능성도 있다.이와 관련해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은 최고의 협상가이고 우리는 그 점에서 매우 자신 있다”고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일방적 핵포기를 강요할 경우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이것은 우리가 완전히 예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어려운 협상에 매우 익숙하고 준비돼 있다”면서 “북한이 만나길 원한다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을 것이고, 그들이 만나지 않길 원한다면 그것도 괜찮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것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 핵포기를 강요하면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상은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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