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성폭행·여중생 「학교출산」의 충격/전문가 진단
◎고영복 서울대 명예교수/“아이들을 깨끗이…” 윤리의식 상실/10대 자기보호훈련 적극 독려해야 한다
성폭행을 당한 어린 여학생이 임신,출산해 학교를 그만 두었다는 보도를 접했을때 우리 사회에 구멍이 뚫렸다는 실망감과 허탈감을 지울 수 없었다.그 여학생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 젊은이들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내버려 둬도 되는건지 자책감마저 든다.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성적 추행 대상이 되는 추잡한 실례를 볼때마다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원망을 점점 더 살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우리는 잘 살아보자며 바삐 뛰어다녔고 물질적 풍요를 얻기 위해 웬만한 다른 가치들을 희생해 왔다.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어린이의 교육은 무조건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고 알고 방치해 두었고 생활환경이 어떻게 망가지든지 상관하지 않고 개인의 삶을 즐기는 데만 힘을 쏟았다.우리들의 대를 이을 젊은 사람들을 길들이는 사회적 의무를 망각해온 것이다.
성폭행은 기본적으로 어린 아이들도성적 유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유흥업소의 상업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보아야 한다.아무리 퇴폐하더라도 어린 아이들의 세계만은 깨끗이 지켜주어야 한다는 윤리의식이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는 아직도 청소년들이 마음대로 술을 살 수 있고 담배를 피워대도 수수방관하고 있다.이는 잘못된 자유방임주의 탓이기도 하지만 청소년 보호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특히 어린 아이는 사회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또 어른들이 청소년의 세계를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기는 책임의식이 제고되어야 한다.
우선 가정에서부터 오염된 세계를 피하고 대처할 수 있는 적극걱인 부모의 교육이 있어야 한다.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모가 의논 상대가 되어야 하고 공동으로 주변의 악을 물리치는 협조자가 되어야 한다.아이들이 자기 세계를 스스로 지키려는 훈련은 가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아이들이 부모가 무서워 말을 못하는 것은 부모에 대한 불신감에서 오는 것이다.
이웃이나 지역사회 수준에서는청소년 유해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여론의 환기가 있어야 한다.동네에서 일어난 일을 무심코 흘려 듣지 말고 악의 근원을 뿌리뽑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퇴폐적이고 불미스러운 행동이 없어야겠다고 뜻을 모으면 사회악이 발붙일 곳이 없게 될 것이다.
학교는 지식교육 뿐만아니라 생활교육을 본격 실시해야 한다.그러나 현실은 학생들이 처한 생활구조의 깊은 데까지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카운셀링이라고 하지만 형식적인 것에 그친다.
학생들의 인생상담까지도 교사들이 맡도록 해야 한다.
매스컴은 청소년 세계를 짓밟는 일에 대해 신랄한 비판과 고발을 해야 한다.한때 부정부패 고발에 총동원되었던 것처럼 청소년의 성역 침범 문제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가중처벌하는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기존의 법으로도 통제 불능은 아니지만 특별법은 단호한 권력의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고 청소년 보호운동의 촉진효과를 가져온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사소한 상법행위에서부터 노동착취,자녀유기,동료들의 학대,사회적 보호시설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한 것이어야 하고 나아가 처벌강화만이 아니라 장려·표창에 이르기 까지 사회적 상벌의 다양성을 꾀하는 것이 좋다.
청소년 보호는 이제 제도의 틀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결국 사회의 분발을 호소하고 있다.
◎조두영 서울의대 정신과 교수/성폭행은 정신병리 현상/가해자 정신병 치료 강제화 “마땅”
10대 초반 여자아이들의 성폭행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10년전 미국통계는 출생 후 15세까지 신체접촉을 포함해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여성이 전체의 16%로 조사됐는데 최근 우리나라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일생을 통해 여성 40%가 그런 경우를 당한 것으로 나와 있다.
어린 소녀들이 이처럼 성폭행을 당하는 까닭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때문이다.
첫째는 요즈음 여자 아이들이 신체 발육이 빠르고 예쁘고 애교있게 키워지며 몸 노출을 많이 하는 복장을 해서 남자들의 눈을 끄는데 있다.두번째는 영상매체나 실생활에서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을 쉽게 본다는데 있다.셋째는 핵 가족화,부모의 직장생활,가정파탄의 증가로 인해 이들을 돌봐주고 감시할 어른들이 주의에 없다는데 있다.넷째는 모든 인간이 갖고있는 성에 대한 본능적 욕구가 사회적인 통제를 받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점이다.
가해자는 대략 아버지(계부),오빠 등 가까이 지내는 가족친지가 각각 33%를 차지하며,처음보는 낯선 사람의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한달 전 발표된 어느 권위있는 상담소 통계도 이와 비슷하였다.
가해자들의 성격은 세가지 정신병리를 가진 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많은 형이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지만 속 깊이에서는 무섭게도 신체폭력과 성폭력 구사의 즐거움을 탐하는 자들이다.둘째형은 평소 사내다움에 자신을 가지지 못하는 성격에다 무직자거나 아내로부터 심한 구박을 받는 자,어디에 잘 끼지 못하는 자들로서 이들은 자기가 만만히 상대할 수 있는 어린 여성을 택한다.세번째형은 유독 어린이와의 성행위에서만 만족을 느끼는 성격이상자들이다.또 사회병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여권이 향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짓눌림을 느끼는 남성이 성인 여성보다는 미성년자를 선호하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성폭행 당한 후 즉각 일어나는 심리적 피해는 아주 크다.즉 불안·우울·심리퇴행이 두드러지는데 피해자들은 이를 말로 표시하지 못하고 불면증·깜짝깜짝 놀람증·식욕상실·두통·소화불량·복통·설사 등의 육체적 증세와 정신장애를 수반하고 학생일 경우 학교성적 급락·야뇨증 같은 증상도 생긴다.
이들 피해자들의 특징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해자들은 『네가 입을 열면 내가 가출하든가 죽든가 하겠다.너도 이대로 살 수 없다』는 등의 협박과 애원을 한다.어머니에게 얘기했다가는 야단을 맞을까 겁난다.이웃 사람이나 친척과 의논하려해도 학교선생님과 상담하려해도 힐난을 받을까 두렵다.
성폭행의 후유증은 당한 횟수,빈도에 따라 차이가 나며 특히 매맞으며 당한 경우와 여러사람 앞에서 당한 경우,장기간 당한 경우 그 후유증이 아주 크다.
어른이 되어도 피해자는 남성을 피하고 불신하며 또 남성들에게 공격적이 된다.성적 욕구가 억제당해 독신으로 남거나 결혼해도 원만한 부부생활이 어려우며 반대로 자포자기에서 성적 방종의 길로 들어서거나 최악의 경우 성폭행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해 목숨을 버리는 경우도 많다.
성폭행을 당한 이들은 사물을 모호하게 보며,판단력도 흐리고 노이로제와 우울증에 쉽게 걸리며 「경계선 장애」라는 특수한 정신질환에 걸려 평생을 고생하는 수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