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5명 지상청문회
신임 대법관 후보 5명은 나름대로 강점을 지닌 사람들로 평가된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흠이 없을 수는 없다. 국회는 이달말이나 7월초쯤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적격 여부를 따지게 된다. 이번에 제청된 후보들이 그동안 내렸던 판결과 법원 내외부의 평가 등을 종합해 이들의 면면을 살펴 본다.
■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치밀한 판결과 개혁적·합리적 성향을 인정받아 대법관 제청이 있었던 2004년 8월과 지난해 10월에도 가장 유력한 인사 중 한 명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삼수 끝에 후보로 제청된 만큼 ‘모의고사’를 충분히 치렀다는 평이다.178㎝의 호남형 외모처럼 행동도 ‘신사’로 통한다.
환경법과 행정법 분야에 정통하다.1994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재직할 때 일조권을 헌법상 기본권인 환경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일조침해 기준을 세웠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판결도 다수 내렸다.2001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 사건에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특정 질병의 원인이 됐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완전히 밝히기 어렵다.”며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 같은 해 내부 고발자인 공무원을 해임한 국가에 대해 패소판결을 내려 주목받았다.
국가보안법 적용과 관련해서도 엄격한 법적용을 내세워 판결의 결론이 개혁적으로 나오는 일이 많았다.95년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있으면서 사회민주주의 청년연맹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최형록씨의 혐의 사실 가운데 이적표현물 제작배포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2∼3년간 같은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2002년에는 국보법 철폐를 주장하는 현수막 설치를 허가해야 한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국보법과 관련해 전향적인 판결을 해온 만큼 청문회에서는 국보법 개폐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3개 지법원장을 거치며 다양한 행정적 시도를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부임한 뒤 민원 관련 업무를 강화해 ‘친절한 법원’을 만드는 데 힘썼다. 육군법무관으로 만기 전역한 이 후보자의 재산은 아파트를 포함해 모두 7억 6800여만원이다. 가족은 부인 박옥미씨와 2남2녀.
▲전북 고창▲경기고·서울대법대▲사시 14회▲서울민사지법 판사▲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제주지법원장▲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
원칙에 입각한 판결과 꼼꼼한 실무처리 능력 등을 토대로 법원 내 ‘정통 법관’으로 인정받아 왔다. 법원 내부에서 엄격하고 원칙적인 판결과 실무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대구 출신으로 지역안배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수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이론과 법리 해석에 밝고 원칙론에 입각한 판결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헌법과 지적재산권 분야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1988년 헌법재판소 창설 때 파견 근무를 했고,98년 특허법원이 문을 열었을 때는 초대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인 ‘소리바다’를 상대로 제기됐던 서버 운영 중단 가처분 이의 소송 항소심에서 “소리바다 운영진은 이용자들의 무단복제를 방조해서는 안 된다.”며 서버 운영 중단 결정을 내려 음반제작사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했다.
2004년 9월 상속 시기에 관계없이 상속된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지 3개월 내에 한정승인신고를 했다면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또 성적불량으로 학사경고를 세 번 받은 대학생이 재시험 기회를 주지 않고 제적시킨 것은 지나치다며 학교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학생은 재학 중 학교의 학칙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학교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94년부터 법원행정처 송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종전의 피의자 임의동행 형식으로 수사하던 관행을 타파하고, 체포영장·긴급체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신구속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입법작업을 했다. 박 후보자의 재산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아파트 1채를 비롯해 7억 8100여만원이다. 박 후보자는 공군법무관으로 만기 전역했다. 가족은 부인 문성옥씨와 1남1녀.
▲경북 군위▲경북고·서울대법대▲사시 15회▲서울고법 판사▲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사법연수원 교수▲서울지법 부장판사▲법원행정처 송무국장▲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제주지법원장▲서울서부지법원장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안대희 서울고검장
대검 중수부장 재직 때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검찰조직의 위상을 바로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후보자는 약관인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 이른바 ‘소년 등과’한 뒤 25세에 최연소 검사로 임관했다. 그후로 검찰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오랫동안 굵직한 사건 수사를 도맡았다. 안 후보자에게 ‘국민검사’로 불릴 만큼 대중적인 지지를 가져다 준 중수부장 시절이었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는 집중포화 대상이 될 전망이다. 그가 중수부장으로서 수사지휘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박주선 전 민주당 의원 사건 등은 무죄가 확정됐다. 또 대선자금 수사로 타격을 입은 정당이 수사의 형평성 등을 문제삼을 수도 있다. 한편 안 후보자가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라는 점이 논란을 빚을 수도 있다.
육군 법무관(대위)으로 전역한 안 후보자의 재산형성 과정은 별 다른 논란이 없을 전망이다. 안 후보자의 재산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1억 9000여만원짜리 아파트 등 모두 2억 7300여만원으로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중 하위그룹이다.
특수부 ‘강골 검사’라는 강한 이미지가 대법관이 되는 데 부담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부산고검장 재직시 조세포탈 이론과 수사 실무에 관한 책을 펴냈고 서울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여러 대학에 출강하는 등 학구적인 면모가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자는 특수부 검사로서 대법관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 분야의 주요 보직을 맡아 그렇게 비쳐지는 것일 뿐 기획·공판검사, 헌법재판소에서도 법률가로서 원칙을 갖고 일해 왔고 앞으로도 원칙을 갖고 일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가족은 부인 김수연씨와 1남1녀.
▲경남 함안▲경기고·서울대법대▲사시17회▲부산지검 특수부장▲대검 중수부 과장▲서울지검 특수부장▲부산지검 동부지청장▲서울고검 형사부장▲부산고검 차장▲대검 중수부장▲부산고검장▲서울고검장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김능환 울산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과 대법원 선임·수석 재판연구관을 지내는 등 행정과 재판 업무를 두루 거쳤다. 재판도 민·형사 사건을 비롯해 가사·행정사건 등 모든 사건을 다뤄 봤다. 재판 형태에 따라 쟁점이 되는 지점을 찾는 안목을 높이 평가받는다. 2005년 말 기준 공직자 재산등록 때 서울 송파구에 있는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 외에 이렇다 할 재산이 없어 화제가 됐다. 사법부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지만, 정작 김 후보자는 “가족이 살 집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여유를 보였다. 재산은 아파트, 예금 등 4억 4900여만원이다.
이삿짐이 한 방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복도까지 점거하는 전형적인 ‘학자형’ 법관이다.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뒤에도 “영광스럽다. 그러나 국민이 위임한 대로 정의를 밝히고 인간의 가치를 실현해 달라는 요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001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영남위원회’ 사건과 관련, 관련자 8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982년 현직 고교 교사 모임인 ‘오송회’ 멤버 9명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6명에 대해 선고유예를,3명에 대해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당시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선고유예로 석방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위 과정에서 국보법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예상된다.
1996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시절에는 가사사건에 맞게 법리보다는 생활을 앞세우는 판결을 내렸다. 직장생활을 하며 시어머니를 모시는 ‘신세대 주부’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정에 불충실하다며 이혼을 요구한 남편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부과했다. 가족은 부인 김문경씨와 2남.
▲충북 진천▲경기고·서울대법대▲사시 17회▲전주지법 판사▲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청주지법 충주지원장▲수원지법 성남지원장▲울산지법원장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전 후보자는 “대법원에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판결을 내리도록 노력하겠다. 재판은 공정할 뿐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광주지법원장에 부임하기 전까지 27년간 재판에 ‘올인’한 법관이기에 밝힐 수 있는 소회다.
2004년 대학과 사시 모두 후배인 김영란 대법관이 자신을 제치고 최초 여성 대법관이 돼 한때 법원에서 입지가 좁아졌지만, 이후 고법 형사부장 판사로 있으며 의미있는 판결을 많이 남겼다. 목소리가 작고 가녀린 체구를 지녔지만, 형사재판 형량이 세기로 유명하다. 재판을 꼼꼼하게 진행하고 당사자들의 말을 잘 들어줘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 실세를 변호한 변호사에게마저 “재판부를 원망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전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와 관련, 사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법부 과거사 정리작업과 맞물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반면 여성 보호와 화이트칼라 사범과 반인권적 범죄에 엄정한 양형기준을 적용해 왔고 소수자 보호에 앞장서 왔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4년 ‘피해자가 상처가 있을 정도로 반항하지 않은 것은 화간’이라고 주장하는 성폭력 피고인에게 “성폭행 피해자가 반항하면서 상처가 생기지 않은 점을 갖고 성폭행당한 게 아니라고 본 것은 잘못”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 내 여판사들의 맏언니로 부상한 것은 1997년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면서부터. 사법연수원 과목에 여성법 강좌를 개설하고, 법원 내 여성법학회 발족에 힘을 쏟았다. 가족은 남편 임상혁(58·의사)씨와 2남. 전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아파트 등 18억 7300여만원이다.
▲부산▲경기여고·서울대법대▲사시 18회▲대법원 재판연구관▲춘천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교수▲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광주지법원장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