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性맹수’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자/표창원 경찰대학 교수
‘폭력적인 성 범죄자’,‘상습 성범죄자’ 그리고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 범죄심리학과 형사사법 전문가들이 ‘성 맹수(Sexual Predator)’라고 칭하는 부류다. 사자나 표범 등 맹수가 약한 초식동물을 노리고 몰래 다가가 공격해서 죽이듯 이들은 약한 대상에게 접근해 위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행사하고 공격을 반복한다.
미국 여러 주에서 시행하는 ‘성맹수법’은 이들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다.1997년 미 연방대법원은 이 법이 이중처벌이나 적법절차 위반 등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지극히 위험하고 재범가능성이 높은 이들로부터 잠재적 피해자와 사회를 보호할 필요가 더 크다는 이유다. 스위스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아동대상 성범죄자와 폭력적 범죄자를 종신형에 처하자는 아동성폭행 피해자 어머니의 입법청원이 국민투표에서 54%의 지지로 확정되었다. 영국에서도 딸을 여섯 둔 아버지가 모든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라고 요구하며 단식 농성한 끝에 시범적으로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기 시작했다.
2005년 미 플로리다주에서는 제시카 런스포드라는 9세 여아가 아동성범죄 전과자에게 납치된 뒤 성폭행 당하고 피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피해 어린이의 이름을 딴 ‘제시카법’을 만들어 어린이를 성폭행하면 최저 25년의 무거운 형벌과 가석방 금지, 만기출소 이후에도 재범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의학적 진단이 있을 때까지 전자팔찌를 차고 ‘화학적 거세’라고 부르는 성욕감퇴제 투약 등 강제치료를 받도록 했다. 성범죄자를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중죄(felony)’로 처벌하는 불고지죄도 신설했다.
외국의 수많은 연구결과는 스스로 문제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성도착자, 특히 아동을 성도구로 삼는 ‘소아성기호증’은 감금 등 강제성이 동반되지 않으면 치료 자체가 어려우며, 치료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복합적인 요법이나 투약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조절 혹은 통제할 수는 있으나 ‘완치’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우리나라에서 한 해 신고되는 성폭력은 약 5000건이며 그 피해자의 3분의1은 13세 미만 어린이다. 성범죄 신고율이 3∼6%에 불과하고 어린이 피해자의 경우 신고율이 더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은 훨씬 더 심각하다. 한국의 아동성폭행범들은 사법부의 온정과 동정을 끌어내 집행유예, 벌금형을 선고받곤 다시 무방비 상태로 사회에 나와 어슬렁거린다.
2001년 5월 4세 윤지양이 아동성폭행 전과자 최인구에게 납치, 성폭행 당하고 피살되었어도 우리 사회는 재발을 방지할 ‘윤지법’을 만들어주지 않아 이후로도 많은 어린이와 그 부모들이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1년 전, 서울 용산에서 또다시 아동성폭행 전과자가 초등생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하고 시체를 불태워 유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우리 사회에도, 연약한 어린이를 노리는 ‘성맹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이들을 우리에 가두고 치료하고, 사회에 나오면 주거와 이동, 활동을 제한하고 통제하고 감시하자. 이미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우리 소중한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자. 그것만이 이유도 모른 채, 고삐 풀린 성 맹수들에게 유린당한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길이다.
표창원 경찰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