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하이라이트] “폭력의원” “생떼의원” 끝내 파행
“폭력의원 물러가라.”(한나라당 김정훈 의원) vs “뗑깡, 생떼…이성있는 국회의원이 아니다.”(대통합민주신당 박상돈 의원)
국정감사 첫날인 17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끝내 파행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감증인 ‘강행채택’에 반발하며 위원장석을 점거,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자정까지 양당 의원들은 국감파행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지루한 공방만 되풀이하다 결국 유회(流會)사태를 빚었다. 남은 국감기간 내내 파행을 되풀이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초 국감은 세종로 정부 청사 19층의 회의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1시간 전부터 위원장석을 점거했다.‘불법증인 채택 무효’‘박병석 폭력위원장 즉각 사퇴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내걸고, 차명진 의원이 속옷만 입고 상처 부위를 찍은 사진도 전시했다.
실랑이는 오전 9시57분 통합신당 의원들이 입장하며 시작됐다. 통합신당 정무위 간사인 박상돈 의원이 “어제(16일) 한나라당 의원님들 이름으로 상임위 개회요구를 제출해놓고 오늘 막상 하려니까 위원장석을 점거하느냐.”고 따지자, 위원장석에 앉아 있던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의원도 아닌 사람, 괴한을 불러들인 폭력 정무위원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박병석 정무위원장의 사퇴 등 4개항을 요구했다.
이후 박상돈 의원이 “BBK를 비롯한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검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이러는 것이냐.”고 포문을 열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함으로 맞섰다. 김정훈 의원은 “그렇게 폭력행위나 하라고 위원장 준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당을 ‘날치기당’,‘여성폭행당’이라고 비판했다.
박병석 위원장은 오전 10시17분 회의장에 입장해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 송구스럽다. 여야 간사가 합의하도록 하자.”고 말한 뒤 퇴장했다. 한나라당은 “정무위는 격투기장이 아니다.”,“사과부터 하라.”고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양당 의원은 10분가량 몸싸움도 벌였다.
양당 간사는 이후 의견조율에 나섰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피감기관 공무원과 증인·참고인만 하루종일 자리를 지키며 벌을 서야 했다.
■ 법사위 증인채택 맞서 결론 못내
한편 법사위의 법제처 국감에서도 양당 의원들은 여야 후보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사안과 관련한 국감 증인채택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양당은 결국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다음에 논의키로 했다.
국감이 시작되자 대통합민주신당 김종률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매입 의혹과 BBK 사건과 관련된 국감 증인채택건과 이 후보의 도곡동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의 문서검증건을 처리해야 한다.”며 최병국 위원장에게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신정아씨 사건 등 특검법은 한나라당이 먼저 제출했기 때문에 논의를 한다면 한나라당 법안을 먼저 심사해야 한다.”면서 “국감을 먼저 진행하고, 나중에 상의하자.”고 제안했다.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정동영 후보 처남 민모씨가 2001년 코스닥 업체 3곳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전주지검 수사를 받았다.”면서 관련 문서검증을 요청, 통합신당에 맞불을 놓았다.
결국 최병국 위원장이 “간사간 협의를 좀 더 지켜본 뒤 논의하자.”며 논쟁을 일단 매듭지었다.
박지연 홍희경기자 anne0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