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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을 분노의 도가니로 만든 ‘도가니’ 황동혁 감독

     청각 장애 아동을 성폭행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가 국민들의 공분은 물론 경찰 재수사를 이끌어내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은 상업영화로는 어둡고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어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았고, 흥행을 점치는 이도 크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이슈와 흥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40) 감독을 29일 전화로 만났다.   영화 반응이 폭발적이다.  -전혀 예상을 못해 얼떨떨하다. 이렇게까지 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일 줄 몰랐다. 아동 성폭행은 물론 법조계나 공무원, 경찰 비리 등 우리가 뉴스에서 늘상 보고 듣던 사건인데, 영화에서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보여지니까 많은 분들이 분노하신 것 같다. 특히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고, 피해자가 장애 아동이었다는 점이 더 분노하게 만든 것 같다. 내용이 충격적이기 때문에 연출할때 선정성과 사실성 사이에서 고민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가 너무 끔찍하고 추잡한 일이 많아 소설에서 실제 사건의 절반도 다 쓰지 못했다고 했다. 영화로 만들기에는 소설의 내용도 너무 세서 그나마 3분의 1정도 밖에 묘사하지 못했다. 다 담았으면 어땠을까 싶다(웃음). 누군가를 분노하게 하고 자극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이런 곳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만들었다. 그럼에도 경찰이 재수사에 나서는 등 파장이 엄청나다.  -누군가를 선동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닌데 너무 갑작스러운 사회적인 반응에 솔직히 좀 당황스럽다. 이 사건은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에 다시 재판정에 올라가진 못한다. 그러나 아직 대책위원회가 있으니 영화를 통해 아직 뭔가 풀리지 않은 것들이 해결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가 인권사각지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 만큼 마녀사냥이나 신상털기같은 일시적인 분노보다는 장기적으로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이고 법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성폭행 묘사 장면에서 아역 배우들의 정신적인 상처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아역 배우들의 감정 이입을 방지하고, 관련 장면은 최대한 단순하게 연출했다. 아이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카메라 각도 등 촬영 트릭을 이용해 분위기만 극대화하려고 했다. 오디션 때는 물론 촬영도 부모님 입회 아래 진행했다. 성추행 등 불가피한 장면은 덩치가 작은 성인 남성 배우를 썼다. 아역 배우들은 무대 인사를 함께 다닐 정도로 모두 잘 지내고 있다. 재편집을 통해 19세인 관람 등급을 15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데.  -사건 자체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일어난 일이고, 단순히 장애 아동 성폭행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비리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성폭행 등 일부 구체적인 묘사를 잘라낸다면, 청소년들도 충분히 함께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제목인 ‘도가니’가 의미하는 바는.  -도가니의 사전적인 의미는 쇠를 녹이는 그릇이다. 분노의 도가니, 슬픔의 도가니가 될 수도 있다. 사실을 접한 뒤 여러가지 감정이 끓어오르는 상태를 잘 은유한 것이라고 생각해 원작소설 제목을 그대로 썼다. 두 번째 작품으로 ‘큰 일’을 냈다.(황 감독은 2007년 ‘마이 파더’로 데뷔했다.)  -거듭 말하지만 이런 일이 불과 몇 년 전에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따름이다. 영화와 관련된 논의가 (관련 법 개정 등) 좋은 결과를 낳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도가니’ 영화 vs 실제 판결

    ‘도가니’ 영화 vs 실제 판결

    영화 ‘도가니’는 법정 장면을 비중 있게 다룬다. 공판 과정에서 벌어지는 검사와 판사의 법정 공방, 수화 문제, 피해자의 진술 장면 등이 여러 차례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성폭행 사실 자체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더 분노한다. ‘성폭행을 저지른 학교장 등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는 내용은 영화와 실제 상황에서 다르지 않지만 뜯어보면 차이점도 없지 않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지난 27일 “실제 사건을 모델로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영화 속 재판과 당시 재판을 판결문을 통해 비교해봤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거동에 자리한 청각장애인학교인 인화학교의 교장 김모(62)씨는 청각장애 4급인 A(13)양을 교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A양은 라면을 사러 나간 친구를 기다리던 중이었고, 라면을 사가지고 온 친구가 A양을 찾아다니다가 교장실에서 현장을 목격했다. 영화에 나온 그대로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교장 김씨를 제외한 행정실장, 교사 등은 어린이들을 성추행했다. 교장의 동생(60) 행정실장은 정신연령이 3세에 불과한 B(22·여)씨를, 기숙사 생활재활교사 이모(38)씨는 7살 난 남자아이를 성추행했다. 행정실장과 생활재활교사 이씨는 이미 청소년 강간죄 등으로 각각 징역 1년, 2년을 선고받은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끔찍한 성범죄는 2000년부터 계속돼왔다. 교직원들은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학생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관객들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부분이다. 실제 1심 재판에서는 실형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 1심 법원인 광주지법 형사합의10부는 교장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행정실장에게 징역 8개월, 생활재활교사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이 어린 피해자의 청각·언어 장애를 이용해 오히려 성욕의 대상으로 삼아 파렴치하고 중대한 범행을 저질러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다음 해 행정실장과 교사에 대해 추가기소가 이뤄졌고, 법원은 각 징역 1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교장 김씨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는 교장 김씨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동종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를 댔다. 이 판결은 교장 김씨가 상고했다가 취하해 확정됐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제발 빨리 사형집행 해달라” 미 사형수의 어깃장

    미국의 한 사형수가 자신에 대한 사형을 신속히 집행하라고 요구하고 나왔다. 얼마전 살인혐의를 끝까지 부인한 트로이 데이비스에 대한 사형 집행 이후 사형제 존폐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역설적인 현상이라 커다란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 데일리 뉴스는 28일 오레건 주에서 중복 살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게리 호겐(49)이라는 재소자가 자신을 빨리 사형집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에게 열려있는 모든 청원기회를 포기하고 오로지 사형집행실로 하루 빨리 들어가기만을 요구중이라는 것이다. 독극물 주입이라는 구체적 집행방식까지 제시하면서다. 텍사스 등 다른 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형집행에 신중한 오레건 주에서 호겐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14년만에 첫 사형집행자가 나오게 된다. 호겐은 지난 1981년 옛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성폭행 살해한데 이어 22년후에는 오레건 주 교도소에서 동료 재소자를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다. 현지 신문은 오레건 주 사법당국은 지난 22일 그가 자신의 사형집행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정신상태가 온전하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호겐을 접견하고 그에 대한 의무기록을 검토한 심리치료 전문가는 “사형집행을 요구하는 호겐의 현재 정신 상태는 이성적”이라고 판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당국이 그의 요구를 수용할 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조지프 기몬드 판사 등 재판관들은 오는 10월7일 호젠의 변호인과 만나 사형집행 여부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스크린의 힘… ‘도가니’ 세상을 뒤엎었다 재수사 이끌었다

    스크린의 힘… ‘도가니’ 세상을 뒤엎었다 재수사 이끌었다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성폭행을 다룬 영화 ‘도가니’의 파괴력이 걷잡을 수 없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정부, 정치권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 6일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서명은 사흘 만에 5만명을 넘어섰다. 또 법관의 전관예우 비난,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가 ‘분노의 도가니’에 빠진 상태다. 영화 도가니는 2000년부터 5년여 동안 광주광역시 청각장애인학교인 인화학교에서 잇따라 발생한 장애인 성폭력 범죄를 소재로 삼고 있다. 경찰청은 28일 광주 인화학교 학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인화학교에 남아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과 안전 확보 차원에서 ‘특별수사팀’을 편성, 합의 과정의 외압 여부 등 의혹 내용 전반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5명과 광주지방청 소속 성폭력 전문수사관 10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은 ▲가해 교사들의 추가 성폭행 피해 사례수집 ▲관할 행정당국 관리·감독의 적정성 여부 ▲인화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 및 비리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과거 수사 때 미진했던 부분이나 미온적으로 덮어둔 부분은 없는지, 가해 교사가 2000년 이후 추가 범행을 저절렀는지와 처벌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와 관련, “최대한 일사부재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가려내겠다.”면서 “권력 있고 돈 있다고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 정의로운 법집행 실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과거 사건 기록에 대해 공소장에 명기된 혐의 내용을 제외한 모든 쟁점에 대해 재점검할 방침이다. 또 광주광역시청과 시교육청, 관할 구청, 지역 경찰 등이 인화학교 재단 측과 유착하거나 감시·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이 있는지도 규명하기로 했다. 인화학교 학생 간 성폭행 사건에 대한 의혹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와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인화학교와 인접한 복지시설 인화원에 거주하는 A(15)군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 또는 추행했다는 신고가 지난해 7월 대책위에 접수됐다. 인화학교 재단 측이 국가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했는지도 파악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에 회계 전문가 등 지능범죄 수사전문가를 포함시켰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폭행치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어떻게 뽑나 봤더니

    ‘폭행치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어떻게 뽑나 봤더니

    국민참여재판을 아시나요. ‘배심원’이란 말은 들어 보셨겠죠. 미국 영화를 보면 피고인이 판사가 아니라 배심원단에 읍소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한국에서도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일종의 배심제가 시범 실시되고 있고, 내년부터는 확대됩니다. 얼마 전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지면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다른 형사 재판처럼 공개되지만 배심원 선정 과정은 비공개입니다. 배심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비공개인 배심원 선정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언제 법원에서 ‘배심원으로 나와 달라.’는 소환장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법원에서 소환장 왔다고 놀라지 마시고, 기사를 읽어 보세요. “술 좋아합니까. 주량은 얼마나 되지요.”(검사) “주량은 소주 반 병 정도지만 자주 마시지는 않는 편입니다.”(25세 남성, 5번 배심원)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배준현)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은 폭행치사 사건이었다. 내기 당구에서 언쟁이 붙어 피고인 김모씨가 피해자를 밀쳤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피해자가 며칠 뒤 사망한 사건이었다. 살짝 밀친 것을 폭행으로 봐야 하는지가 사건의 쟁점이었다. 적절한 배심원을 선정하기 위한 판사·검사·변호인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판사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배심원을 찾기 위해서, 검사나 변호사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 줄 배심원을 찾기 위해서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만취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술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변호인이 “술을 많이 먹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한 기억이 있느냐.”고 묻자 한 배심원은 “술을 먹으면 일찍 자는 편이라 그런 일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번에는 검사가 질문을 던졌다. ‘폭행치사’와 ‘살인’의 차이를 아는지, 또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의 처벌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때려서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 배심원은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데 죽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고, 또 다른 배심원은 “치사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의 답변이 끝나면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에게 배심원 기피신청을 한다. 이 과정에서 ‘범죄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면 변호인이 꺼리게 되고, ‘좀 봐줘도 된다.’는 답변을 했다면 검사가 꺼릴 수 있다. 이날은 청력이 약해 질문을 거의 듣지 못했던 70대 노인 등 3번에 걸쳐 9명이 기피됐다. 결국 2시간 만에 배심원 7명에 예비배심원 1명이 결정됐다. 검사들은 보통 동종 전과를 가진 배심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범죄에 대해 너그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배심원들은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치열하게 평의했고, 징역 2년을 권고하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배심원 통지를 받은 국민은 출석 의무를 지닌다. 올해까지는 시범기간이라 그냥 넘어가지만, 어길 경우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배심원으로 출석하면 5만원,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10만원의 수당을 지급받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부부간 강간죄’ 항소심도 인정

    서울고법 형사 9부(부장 최상열)는 흉기로 아내를 찌르고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져 성폭력 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A(40)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서울고법 형사7부도 강압적으로 아내와 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B(21)씨에 대해 부부강간죄를 인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인정했었다. 폭행·협박을 통한 부부간의 강제적 성관계, 부부 강간죄에 대해 법원이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강간죄의 범위를 타인관계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형법에서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지 않은 이상 법률상 처(妻)가 모든 경우에 당연히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간죄 대상인 ‘부녀’에는 결혼한 배우자도 포함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폭행, 협박 등으로 반항을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질 권리까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4월 음주 뒤 아내와 다투다 흉기로 찔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히고 위협하며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네티즌에 덜미 잡힌 나이지리아 집단성폭행범

    네티즌에 덜미 잡힌 나이지리아 집단성폭행범

    나이지리아 집단 성폭행범들이 네티즌들의 추적으로 검거됐다. 24일(현지시각) 영국 BBC방송은 “나이지리아를 충격에 빠뜨린 집단 성폭행범 5명 가운데 2명이 분노한 네티즌들의 끈질긴 신상 추적에 덜미가 잡혀 검거됐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동영상에 등장한 범인들의 인상착의를 끈질기게 추적해 용의자 2명의 이름과 사진을 확인해 인터넷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2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한 여성을 반복적으로 성폭하는 충격적인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나이지리아 국민들이 치를 떨고있다고 전했다. 이 동영상은 수 주일 전부터 나이지리아 남부 유전지대 인근에 있는 아비아 주립대학에서 나돌기 시작했으며 범인들은 한 여성을 대학 기숙사 안으로 끌고 들어가 차례로 성폭행 했다. 당시 대학과 경찰 측은 “대학 기숙사를 비롯해 경내에서 강간 사건 신고가 없었다”며 동영상의 진위 여부에 의문을 표하는 등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동영상 속 성폭행범들의 대화에서 그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어렴풋이 보인 인상착의를 토대로 신원 추적에 나섰으며 나이지리아 국회는 경찰에 적극적인 수사 재개를 촉구하며 이들을 측면지원 했다. 발라 하산 나이지리아 경찰국장은 “사이버 활동가들이 용의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온라인에 올려준 덕분에 경찰이 이들을 체포할 수 있었다”며 뒤늦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성폭행·보험금 허위수령… 경찰 ‘비리 종합판’

    ‘경찰 비위는 갈수록 요지경’ 국회 행안위 소속 미래희망연대 윤상일 의원이 22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경찰비위 내역현황’은 각종 비리와 추태의 백화점 격이었다. 경찰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각종 비위로 징계받은 경찰 수는 817명으로, 지난해 1154명에 이어 계속 증가 추세다. 이 가운데 파면 48명, 해임 64명, 강등 16명, 정직 129명, 감봉 198명, 견책 362명 등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경 이상 간부급 비위도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경찰의 행위라고 믿기 어려운 각종 비위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행에 보험금 허위 수령은 물론 단속해야 할 도박판에서 돈을 빌려 함께 판을 벌인 경우도 있었다. 단속대상 업소로부터 금품향응을 접대받는 예는 비일비재했다. 지난 2월 경기청 소속 김모 순경은 담당 사건 관련자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성폭행한 사실이 발각돼 파면됐다. 부산청 심모 경위는 지난해 11월 파면됐는데 포커 도박판에서 돈을 빌려주고 현장을 단속하지 않았던 게 이유였다. 대구청 손모 경장은 지난 7월 허위진단서를 발급 받아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견책처분을 받았다. 마약사범으로부터 300만원을 받았다가 파면된 서울청의 사례도 있었다. 총경 이상 비위 역시 2008년 5건에서 지난해 7건이 발생했으며, 올해 8월 말 현재 5건이 발생,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총경 이상 계급의 비위 중에는 소속직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윤 의원은 “뼈를 깎는 경찰의 자정 노력은 물론 경찰공무원 선발 과정에서 잠재적인 비리 인물이 사전에 여과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르포] 배심원 선정절차 지켜보니?주량은? 조두순 사건에 대한 생각은?

     국민참여재판을 아시나요. ‘배심원’이란 말은 들어 보셨겠죠. 미국 영화 보면 피고인이 판사가 아니라 배심원단에 읍소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한국에서도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일종의 배심제가 시범 실시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지면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다른 형사공판처럼 공개되지만 배심원 선정 과정은 비공개입니다. 배심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배심원을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는지 비공개 선정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언제 법원에서 ‘배심원으로 나와 달라.’는 소환장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법원에서 소환장 왔다고 놀라지 마시고, 기사를 읽어 보세요.  “술 좋아합니까. 주량은 얼마나 되지요.”(검사)  “주량은 소주 반병 정도지만 자주 마시지는 않는 편입니다.”(25세 남성, 5번 배심원)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배준현)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은 폭행치사 사건이었다. 내기 당구에서 언쟁이 붙어 피고인 김모씨가 피해자를 밀쳤고, 머리가 땅에 부딪친 피해자가 며칠 뒤 사망한 사건이었다. 적절한 배심원을 선정하기 위한 판사·검사·변호인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판사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배심원을 찾기 위해서, 검사나 변호사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줄 배심원을 찾기 위해서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만취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 술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변호인이 “술을 많이 먹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한 기억이 있느냐.”고 묻자 한 배심원은 “술을 먹으면 일찍 자는 편이라 그런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배심원은 “술을 먹으면 말이 많아지고 과감해진다. 다른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검사가 범죄에 대한 배심원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폭행치사’와 ‘살인’의 차이를 아는지, 또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의 처벌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때려서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 배심원은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데 죽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고, 또 다른 배심원은 “치사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의 답변이 끝나면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에게 배심원 기피신청을 한다. 이 과정에서 ‘범죄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면 변호인이 꺼리게 되고, ‘좀 봐줘도 된다.’는 답변을 했다면 검사가 꺼릴 수 있다. 이날은 청력이 약해 질문을 거의 듣지 못했던 70대 노인 등 4명이 기피됐다. 모두 3번에 걸쳐 9명이 기피됐고, 결국 배심원 7명에 예비배심원 1명이 2시간 만에 결정됐다.  검사들은 보통 동종 전과를 가진 배심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범죄에 대해 너그럽게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도 각종 범죄로 벌금형을 여러 번 선고받은 경험이 있는 한 배심원이 기피됐다. 성범죄 사건의 경우 배심원의 남녀 비율도 중요하다. 이날 배심원들은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치열하게 평의했고, 징역 2년을 권고하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배심원 통지를 받은 국민은 출석 의무를 지닌다. 올해까지는 시범기간이라 그냥 넘어가지만, 어길 경우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배심원으로 출석하면 5만원,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10만원의 수당을 지급받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청각장애인학교 성폭력 다룬 영화 ‘도가니’ 뜨겁다

    청각장애인학교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포스터)가 스크린에 걸리기도 전부터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료 시사회에 8만여명의 관객이 몰리는가 하면 주말(24~25일)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를 계기로 아동 성범죄 사건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영화는 22일 개봉된다. 2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2일 개봉하는 영화 도가니의 주말 예매율이 21일 오후 40%를 넘기며 1위에 올랐다. 작가 공지영의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는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청각장애인학교인 인화학교의 교장 김모(62)씨를 포함해 교직원 3명이 지난 2005년부터 청각장애 4급인 박모(13)양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성폭행과 학대를 저지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가해자들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동종의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때문에 사회적 파장도 만만찮았다. 영화 도가니를 본 네티즌들은 여아를 무자비하게 성폭행한 조두순과 김길태, 김수철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또 지난달 밝혀진 전남 순천의 ‘한약방 원장 성추행 사건’도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네티즌들은 한약방 원장이 중학생 자매를 10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는데도 검찰이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의견을 올리고 있다. 아동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영화 도가니 개봉과 맞물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난 5월 시작한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공소시효 폐지 서명운동’에 네티즌들의 뒤늦은 서명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딸 셋을 둔 어머니로서 아동 성범죄를 두고 볼 수 없다.” “아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밟아 놓은 범죄자들은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이민영·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사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軍 성추행 대처법

    ‘성추행을 당했을 경우 그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면 나중에 편지나 이메일, 문자 메시지를 보내세요.’, ‘근무 중 애교스러운 말투나 농담을 자제하고 일과 후엔 몸에 딱 붙는 쫄티나 미니스커트 차림을 자제 하세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성(性) 군기 사고 예방 교육자료(DVD)’와 ‘초임 여군 군생활 안내서’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다. DVD 동영상은 한술 더 떠 상사가 성추행할 경우 적당한 때를 봐서 상관에게 커피를 건네며 “혹시 제가 오해를 한 것 때문에 기분 나빠하실까 걱정이 되지만… 물론 대대장님께서는 저를 아끼시는 마음에 나쁜 의도가 전혀 없으셨겠지만, 저는 조금 불편했습니다.”는 식으로 행동하도록 권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 군의 성범죄 인식이 이 정도라니 한마디로 황당하고 기가 찰 노릇이다. 애교스러운 말투를 자제하고 쫄티·미니스커트를 입지 말라고 권유하는 대목에선 성범죄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전가하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동시에 남성 중심의 편협한 사고라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성추행을 당한 여군에게 커피를 건네며 사정하라는 식의 교육 내용은 60~70년대에나 있을 법한 얘기로 소름을 돋게 한다. 외부에 드러내 좋을 것 없으니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해결하라는 협박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남성 부사관들한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마땅히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 아닌가. 2006년 85건이던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이 2009년 95건, 지난해 121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엉터리 교육 내용이 한몫한 것이다. 국방부가 교육 내용을 고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내용만 고쳐서 될 일이 아니다. 환부가 드러나면 적당히 덮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과감하게 도려내는 인식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 [사설]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軍 성추행 대처법

     ‘성추행을 당했을 경우 그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면 나중에 편지나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보내세요.’, ‘근무 중 애교스런 말투나 농담을 자제하고 일과 후엔 몸에 딱 붙는 쫄티나 미니스커트 차림을 자제 하세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성(性) 군기 사고 예방 교육자료(DVD)’와 ‘초임 여군 군생활 안내서’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다. DVD 동영상은 한술 더 떠 상사가 성추행할 경우 적당한 때를 봐서 상관에게 커피를 건네며 “혹시 제가 오해를 한 것 때문에 기분 나빠하실까 걱정이 되지만? 물론 대대장님께서는 저를 아끼시는 마음에 나쁜 의도가 전혀 없으셨겠지만, 저는 조금 불편했습니다.”는 식으로 행동하도록 권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 군의 성범죄 인식이 이 정도라니 한마디로 황당하고 기가 찰 노릇이다. 애교스런 말투를 자제하고 쫄티·미니스커트를 입지 말라고 권유하는 대목에선 성범죄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전가하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동시에 남성 중심의 편협한 사고라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성추행을 당한 여군에게 커피를 건네며 사정하라는 식의 교육내용은 60~70년대나 있을 법한 얘기로 소름을 돋게 한다. 외부에 드러내 좋을 것 없으니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해결하라는 협박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남성 부사관들한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마땅히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 아닌가. 2006년 85건이던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이 2009년 95건, 지난해 121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엉터리 교육내용이 한몫한 것이다.  국방부가 교육내용을 고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내용만 고쳐서 될 일이 아니다. 환부가 드러나면 적당히 덮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과감하게 도려내는 인식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 스트로스칸 “도덕적 실수 후회…佛대선 안 나갈것”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8일(현지시간) 프랑스로 귀국한 뒤 처음으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뉴욕 호텔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가진 것을 후회하며 내년으로 예정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이날 오후 8시 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인 TF1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텔 여종업원과의 성관계 사실을 시인하면서 “도덕적인 실수로, 정말 후회한다.”며 아내와 자녀, 프랑스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다만 성관계 과정에서 어떠한 폭력이나 강압도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여성 작가 트리스탄 바농이 8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며 고소한 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폭력도 없었다면서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 대해서는 자신이 더 이상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사회당 경선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계 복귀 문제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 지금은 먼저 휴식을 취하겠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그러나 평생을 공공의 선에 바쳐 왔다.”며 가능성은 열어 놨다. 한편 이날 20여분간 진행된 생방송 인터뷰를 앞두고 여성단체 회원들이 TF1 방송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스트로스칸은 지난 5월 뉴욕에 있는 한 호텔에서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뉴욕 경찰에 체포된 뒤 기소됐지만 법원이 증거 불충분으로 공소를 기각하면서 지난 4일 프랑스로 귀국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22]그녀의 어금니가 던져준 힌트

    [범죄는 흔적을 22]그녀의 어금니가 던져준 힌트

     “여기 ○○터널 옆인데요, 썩은내가 아주 진동을 하는데요…. 빨리좀 와주셔야겠는데.”  2004년 8월 7일 오후 7시 경기 군포의 한 지구대 사무실. 온 종일 머리 위를 내리쬐던 여름해가 스스로 열기를 식혀갈 무렵 한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경험 상 차에 치여 죽은 야생동물을 치워 달라는 민원성 전화인 듯 했다. 출동하는 경찰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신고다. 짐승이 심하게 부패했다고 하니 발걸음이 더 무거웠다.  신고자가 말한 장소는 터널을 빠져나와 차가 내리막을 향하는 곳. 경찰은 십중팔구 숲에서 튀어나온 고라니 등이 차에 치여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현장 부근에 이르자 악취가 진동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악취가 나는 곳엔 뭔가가 담긴 보자기가 놓여 있었다. 막대기로 조심스레 보자기를 들춰 보던 지구대 직원은 순간 고개를 돌렸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사람이 분명했다. 로드킬이 아닌 살인의 현장이었다.  다음날 아침. 감식반이 확인한 시신은 신장 155㎝의 여성이었다. 나체 상태로 이불과 보자기에 싸여 있던 여성은 이미 신체의 70%가량이 부패한 상태. 겉으로 보기엔 사망한 지 몇 달은 된듯했다. 특히 상체 부분의 부패가 심해 지문 채취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뼈만 앙상한 손과 목에는 플라스틱 구슬로 만든 반지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10대 소녀들이 즐길 만할 액세서리였지만 두꺼워진 손톱과 발톱, 파마를 한 머리모양이나 매니큐어를 칠한 것 등을 봐서는 청소년은 아닌 듯했다. 나이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졌다.    그녀의 어금니가 힌트를 남겨 주다  부검의는 시신 오른쪽 두개골이 함몰된 것을 발견했다. 뭔지 모르지만 커다란 둔기에 부딪혀 머리뼈가 깨진 것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죽음을 당한 여인이 누군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최종적으로 지문 감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국과원은 사망자의 치아를 통해 진실을 찾는 법치의학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사망자의 치아가 법의학적으로 유용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치아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의 치과기록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또 치아는 지문처럼 개인마다 간격과 배열상태, 위턱과 아래턱뼈의 교합 상태, 유치(幼齒)의 잔존 여부 등이 다르다. 게다가 치아는 웬만한 화재에도 끄떡없고 잘 썩지도 않는다.  치아 마모도를 검사한 결과 죽은 여성은 29~43세로 밝혀졌다. 여전히 좁은 범위는 아니지만, 덕분에 수사팀은 기존 수백명 실종자 명단을 70명 안팎으로 좁힐 수 있었다. 연구원들을 시신이 남긴 힌트를 또 하나 풀어냈다. 죽은 여인은 숨을 거두기 최소 6개월 전에 왼쪽 윗어금니(뒤에서 3번째)가 빠졌다는 점이었다. 실종자 중 비슷한 경우만 찾는다면 피해자를 찾아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잠깐. 살아있을 때 영구치가 빠지면 인간의 몸은 그 자리에 임시로 골조직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잇몸이 더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자기치료로 의학용어로 ‘치조골 재생’이라고 부른다. 반면 죽은 뒤 부패과정에서 빠진 이는 이런 치조골 재생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 이가 빠진 지 최소 6개월이 지났다는 점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이가 빠지면 바로 옆 이들은 빈자리를 메우려고 한다. 치아가 메워지는 거리와 속도를 계산하면 이가 언제 빠졌는지를 알 수 있다. 경찰은 남은 70여 명의 실종자 중 윗 어금니가 빠진 채 생활했던 여성을 찾아 나섰다. 얼마 후 피해자는 보름 전 사라진 A(당시 36세)씨로 밝혀졌다. 유전자 검사 결과도 일치했다.    불과 보름 사이 70%가 부패한 시신?…범인은 곤충  신원이 밝혀지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주변에선 그녀를 지독하게 따라다니던 한 남자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피해자는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B(당시 49세)씨가 죽인 것으로 알라.”는 말을 하고 다녔을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은 A씨가 최근 B씨와의 관계를 청산하려 하자 남자가 스토커로 변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이후 한동안 잠적했다 나타난 B씨는 경찰에서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집 서랍에서 시신을 감쌌던 이불보 끈 등 증거가 나타나자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그는 사건 당일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A씨와 다투다 홧김에 B의 멱살을 잡고 머리를 땅바닥에 수차례 부딪혔다고 말했다. 분을 참지못한 결과가 돌이킬수 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는 현장에서 1.5㎞가량 떨어진 길가 숲 속에 그녀를 버렸다.  시신 발견시점으로부터 불과 보름 전 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시신 일부가 백골을 드러낼 정도로 부패했을까. 유난히 무더웠던 날씨에 습한 기온이 원인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2004년 7월 인근지역(수원 기준)의 평균습도는 80%에 달했다. 당시 강수량이 400㎜에 이를만큼 많은 비가 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낮기온은 최고 35도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시신을 칭칭 감쌌던 이불 때문에 초파리들이 기생했고 이내 시신은 구더기들이 들끓게 됐다.  법의학적 관점에서 시신 주변에서 기생하는 곤충들은 시신의 사망시간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시신 옆 곤충의 종류와 주변 온도와 습도 등을 고려해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되짚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곤충은 때론 시신이 범행 후 옮겨졌는지, 죽기 전 독극물이냐 마약 등을 복용했는지에 대한 힌트도 던져준다. 이 때문에 독일 등 유럽은 법의곤충학 전공자가 범죄현장에 감식요원으로 출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미국의 법의학 드라마 ‘CSI 라스베이거스’ 시리즈의 길 그리섬 반장도 곤충학 전공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법의곤충학은 과학수사 분야 중에서 가장 낙후된 축이다. 시신에 주로 어떤 곤충들이 기생하는지 등에 대한 최소한의 데이터베이스도, 연구자도 없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오늘도 시신 옆 구더기나 초파리는 현장 증거로 여기지기 보다는 오히려 감식을 방해하는 훼방꾼 취급을 받는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치밀한 남편 ‘전류반’은 못 숨겼네 찌릿찌릿 전기충격기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두려움이 만든 ‘자기 폭력적 자살’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22)그녀의 어금니가 던져준 힌트…법치의학이 밝힌 사건의 진실
  • ‘도가니’ 주연 공유 “흥행 떠나 불편한 진실 공유했으면”

    ‘도가니’ 주연 공유 “흥행 떠나 불편한 진실 공유했으면”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감정을 많은 분들과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배우 공유(32)는 요즘 자신의 이름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한때 민망하기도 했던 이름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도가니’ 때문이다. 작가 공지영이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쓴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그는 진실을 파헤치고 약자들 편에 서는 교사 강인호 역을 맡았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공유를 만났다. →군 복무 당시 소설 ‘도가니’를 읽고 영화화 여부를 알아봤을 정도로 출연에 적극적이었다던데. -원래 소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닌데, 우연히 책을 접하고 나서 알 수 없는 분노와 가슴 속에서 뭔가 들끓는 느낌이 들었다. 실화인데, 그런 사실을 왜 이제 알았을까 하는 자책감과 함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내가 처해 있는 상황과 환경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고, 배우로서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파급력 있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판을 벌였으니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소속사에서 영화사와 함께 소설 판권을 구매해 영화를 공동 제작하게 됐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내가 순간적으로 뭔가에 꽂혀서 의욕만 앞선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전적인 성패를 떠나서 취지 자체가 다른 영화이기 때문에 외면당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서 주연배우로서 엄청난 책임감과 압박을 느꼈다. 다른 영화보다 더 치열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찍었던 것 같다.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는 직접 만나봤나. -영화 잘되라고 고사를 지낼 때 처음 봤다.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교집합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소설가라서 어렵고 불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편했다. 영화에 출연하는 어린 배우들을 보고는 울컥해 일일이 안아주시더라. 나 역시 처음 수화를 배우고 아이들을 본 순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영화는 2005년 교직원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실제 사건이기는 하지만 영화로 마주하기엔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다. -물론 ‘도가니’는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때로는 가슴이 먹먹하고 보기에 힘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와서 보신다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의 연기 변신을 보기 위해 극장에 오신 분들도 영화를 본 뒤에는 아마 생각이 바뀔 것이다. →관객들과 어떤 부분을 공유하고 싶나. -소설 속 무기력한 인호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이자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저를 비롯해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살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함께 경험하고 느낀다면 문화적인 힘이 생길 수 있고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이 영화를 하기 전에는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냥 뉴스에서 기가 믹힌 사건이 나오면 씁쓸해하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 작품 한편으로 사회 참여에 발 벗고 나서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너무 거창한 것 같다. 제가 좀 더 성숙하고 깊어지고 신뢰감이 있는 배우가 된다면, 사회적인 일들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화에서는 인호의 캐릭터가 훨씬 더 용감하고 동적으로 그려진다. 처음에는 인호가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더 남루하고 초췌하게 그리고 싶었지만, 감독님과 적절히 절충했다. 인호가 감정을 분출하는 순간, 관객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 ‘로맨틱 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데. -실화 소재 영화도 처음이고, 전작들과는 상반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내게는 큰 도전이었다. 기존에는 캐릭터를 겉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라 연기하기 어려웠다. 생각이 많아지니 자꾸만 눈과 목에 힘이 들어가고 몸이 경직됐다. 연기하는 것만으로 벅차 이미지 관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전략적이지도 못하다. 많은 분들이 의외로 받아들이시는데, 공유의 연기 변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자칫 영화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도 된다. →대중적인 이미지와 실제 성향 사이에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아날로그적인 정서도 있고, 마이너 성향이 좀 있는 편이다. 영화는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지만, 독립 영화를 좋아한다. 출연할 의사도 있다. 인디밴드 음악도 좋아한다. 군대에서 라디오 DJ를 할 때 인디밴드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불친절해도 소신 있고 뚝심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독립영화나 인디밴드가 때로는 널리 알려진 영화나 뮤지션보다 훌륭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있다. →드라마 출연 계획은. -전작 ‘커피프린스 1호점’(커프)의 후광이 세서 작품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대에 못 미치면 (팬들이) 실망할 것 아닌가. 시청률 면에서도 그렇지만, 배우로서 ‘커프’의 최한결을 뛰어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년에는 한편 정도 출연하게 되지 않을까. 군대를 다녀오고 30대에 접어든 공유는 한층 여유롭고 성숙해져 있었다. 이제 연기파 배우의 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말에도 한사코 팔을 내저었다. 예전에는 그런 말을 듣고 싶었지만, 이제는 어떤 기준이나 잣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단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잡아가며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다는 공유. 영화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도가니 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진짜 배우의 모습에 한발 더 다가선 것처럼 보였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억만장자’ 사우디 왕자, 여성모델 성폭행 기소

    ‘억만장자’ 사우디 왕자, 여성모델 성폭행 기소

    세계 재계순위 26위에 오른 막대한 재력가 사우디 아라비아 왕자가 스페인 여성모델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재판 결과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투자전문 기업 킹덤홀딩(Kingdom Holding Co.)의 회장인 알왈리드(56)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는 2008년 7월 스페인 발레아스 제도의 호화 요트에서 당시 20세였던 스페인 모델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지난해 이 재판은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됐으나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항소해 조사가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법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빈 탈랄 왕자의 DNA정보와 출입국 기록 등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고소장에서 밝힌 여성의 주장은 이랬다. 3년 전 스페인 이비자섬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술을 마시던 가운데 의식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때 호화 요트에서 자신을 빈 탈랄 왕자라고 밝힌 남성과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 이 여성은 “그날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아무래도 술에 무언가 탄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탈랄 왕자 측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킹덤 홀딩 측은 “빈 탈랄 왕자는 10년 넘게 이비자섬에 간 적이 없고 그의 요트 역시 2008년도에 그 쪽에 간 적이 없다.”면서 “그를 가장한 어떤 남성에 의해 벌어진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유명인 ‘性스캔들’ 가장 관대한 나라는?

    유명인 ‘性스캔들’ 가장 관대한 나라는?

    유명인들과 관련된 각종 ‘성(性)스캔들’에 가장 관대한 나라는 어디일까? 최근 호텔 여직원 성폭행 혐의를 받은 스트로스-칸 전 IMF총재, 아놀드 슈와제네거 전 주지사의 불륜 등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가운데 각종 ‘성스캔들’과 관련된 각 나라 국민들의 인식을 알아 본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있다.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가 전세계 20개국 1만 8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성스캔들’에 가장 관대한 나라는 멕시코로 드러났다. 반대로 ‘성스캔들’에 가장 엄격한 인식을 보여준 나라는 일본이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69%가 “성스캔들을 용납할 수 없다.”고 답해 일본에 이어 뒤를 이었다. 조사결과를 보면 ‘성스캔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은 멕시코(57%), 벨기에(55%), 아르헨티나(54%), 오스트렐리아(53%), 스페인(52%)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성스캔들을 용납할 수 없는 나라는 일본(72%), 한국·헝가리(69%), 인도네시아(68%), 프랑스(66%)로 나타났다. 특히 유명인의 사생활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가 반대의 결과가 나왔으며 타이거 우즈 등 주요 ‘성스캔들’의 진원지인 미국 국민의 48%는 “성스캔들에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유엔 평화유지군, 위험수위 넘은 성폭력… 무용론 확산

    유엔 평화유지군, 위험수위 넘은 성폭력… 무용론 확산

    세계 분쟁지역 곳곳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잇따라 성범죄 사건의 장본인이 되면서 파견국과 주둔국 간의 외교갈등까지 일으키고 있다. 지구촌의 평화를 지키는 ‘푸른 헬멧’으로 활약한 지 올해로 63년째에 접어든 평화유지군에 대한 ‘무용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가 코트디부아르에 파견된 평화유지군들이 2009년 음식을 주는 대가로 미성년자들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미 외교문서를 공개해 충격을 준 데 이어 아이티에 파견된 우루과이 출신 평화유지군 5명이 18세 현지 청년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는 동영상이 지난주 인터넷에 공개돼 대통령까지 전면 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미셸 마르텔리 아이티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집단 강간”이라고 강력 규탄하며 “아이티 병력으로 점차 대체하겠다.”고 공언했다. 분노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이티 국민 수백명은 5일 사건이 발생한 아이티 남부 포트살뤼의 유엔 기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BBC가 보도했다. 하지만 유엔과 우루과이 정부, 아이티 피해자 측 주장이 서로 배치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청년은 현지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난 7월 20일 우루과이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했으며 경찰과 법원에 증거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도 AP와의 인터뷰에서 “강간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루과이 국방부는 이번 사건이 ‘장난’에 불과하다며 유엔 초기 조사 결과 강간의 증거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유엔도 사건 축소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가디언은 이번 사건이 이라크전의 야만성을 알린 ‘제2의 아부 그라이브 사건’이라는 칼럼도 게재했다. 유엔 감찰국(OIOS) 통계에 따르면 2007~2011년까지 5년간 유엔 평화유지군 및 직원 등이 자행한 성폭행 사건은 440여건에 이른다. 올해에만 42건의 성폭행 및 성적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평화유지군이 저지른 범행은 25건에 이른다. 내부 인력의 성범죄 사건에 대한 유엔의 비밀주의 수사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비밀 정책을 고수하는 유엔의 비호 아래 성범죄 사건의 세부내용과 범인의 인적사항 등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가해 군인들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성범죄가 더 기승을 부린다는 비판도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 성폭행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성폭행 군인들이 처벌 없이 비밀리에 본국으로 송환되는 일이 대부분이며, 본국으로 소환됐다가 다른 국가로 파견되는 일도 잦다고 지적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0) 누명 벗겨준 거짓말탐지기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0) 누명 벗겨준 거짓말탐지기

    “대체 둘 다 어딜 간 거야. 휴대전화는 꺼놓고…” 2002년 7월 초의 어느 날.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그해 여름이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주인 A(당시 37세)씨의 여동생은 걱정과 답답함에 미칠 지경이 돼 가고 있었다. 언니에게 골백번 전화를 해도 당최 응답이 없었다. 평일 가게 문도 열지 않은 채 이틀째 잠적 중인 언니 걱정에 오늘 하루만 세 번이나 아파트를 찾아갔다. 자주 신는 구두와 가방이 눈에 띄지 않는 걸로 봐서는 외출한 것 같기도 했지만 이렇게 연락을 완전히 끊은 적은 없었던 A씨였다. 건넌방에 세 들어 사는 직장 여성 B(당시 26세)씨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언니에게 무슨 탈이 났다면 B씨는 알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 연락이 되지 않으니 바짝바짝 가슴이 타 들어갔다. 마냥 기다려서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가족들은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날 밤 A씨는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자기 방 침대 밑에서 속옷만 걸친 채 숨져 있었다. B씨도 자기 방 침대 밑에서 같은 자세로 절명해 있었다. 두 시신 옆에는 지갑, 휴대전화,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집에서 여성 두 명이 동시에 살해된 것이었다. ●“면식범 소행이다” 확신했지만… 경찰 감식반은 혀를 내둘렀다. 범인은 시신 발견 시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구두와 지갑까지 숨겨 놓을 정도로 치밀했다. 두 사람 모두 끈으로 목이 졸려 숨졌다는 것 외에는 단서가 없었다. 현장은 청소라도 한 듯이 깨끗했다. 창이나 현관문에도 강제로 뜯거나 연 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시신도 깨끗했다. 손톱 밑에 남았을 법한 범인의 혈흔이나 살갗, 털, 보풀 같은 미세 증거물도 없었다. 정액 반응 역시 없었다.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에 수사의 방향을 맞췄다. 피해자가 아무리 힘 없는 여성이라고 해도 면식범이 아니라면 흔적 없이 들어와 두 명을 살해하고 감쪽같이 사라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판단한 두 사람의 사망시점은 하루 전 오전 1~6시였다. 이 대목에서 경찰의 사망시점(사후 경과시간) 추론 방법을 살펴보자. 여기에는 통상 직장체온을 바탕으로 한 ‘헨스게 계산도표’와 사후 강직도 등이 이용된다. 사후 경과시간을 구하는 공식은 [(37도-직장체온)÷0.83×보정계수]이다. 보정계수는 계절에 따라 겨울에는 0.7, 봄·가을에는 1.0, 여름에는 1.4를 적용한다. 이를테면 어떤 사망자의 발견 당시 직장체온이 27도이고 계절이 가을이었다면 그 사람은 약 12시간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두 남자를 꼽았다. 첫 번째는 B씨의 약혼남 C씨. 그에게 최근 다른 여자가 생겨 B씨와 말다툼이 잦았고, B씨로부터 3000만원가량 돈도 빌린 상태라는 주변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당일 알리바이도 분명치 않았다. 두 번째는 A씨의 헤어진 동거남 D씨였다. 그는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 밤 회식을 마치고 자신의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고 했지만 차가 주차된 곳은 숨진 A씨의 아파트 앞이었다. ●유력한 용의자의 유일한 우군은 기계였다 하지만 물증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사건 발생 5일이 흘렀을 때 제3의 인물이 등장했다. 사건 현장에서 사라진 두 장의 현금카드에서 총 380만원이 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긴 얼굴에 주걱턱을 한 20대 후반 남자가 두 차례에 걸쳐 현금을 빼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배전단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기존 용의자 두 명에 대한 의심의 끈도 놓지 않았다. CCTV 속 남자는 그저 공범에 불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진실을 가리기로 했다. “A씨를 살해한 후 침대 밑에 감춰두었습니까.” “세들어 사는 B씨도 당신이 살해했습니까.” 범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한 후 검사관은 두 사람의 호흡과 심장박동, 피부 전류반응, 심혈관 반응 등을 측정했다. 3시간의 조사 후 검사기에 나온 반응은 의외였다. 탐지기는 유력한 용의자 두 명 모두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거짓말 탐지의 역사는 조선시대 생쌀에서부터 시작된다. 거짓을 말하면 침이 마르는 현상에서 착안해 조상들은 용의자의 입안에 생쌀을 넣어 상태를 확인하곤 했다. 언뜻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 방법에 적잖은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을 법도 하다. 과학의 틀을 갖추고 수사에 거짓말 탐지기가 적극적으로 이용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1981년 발생한 ‘이윤상군 유괴사건’에서 거짓말 탐지기는 범인 주영형에게 쇠고랑을 채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요즘은 뇌파(p300) 변화를 측정해 범인의 기억을 추적하는 뇌지문 탐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뇌파 탐지기 기술은 2009년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인범 김길태로부터 자백을 얻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사람의 반응을 입체영상을 통해 잡아내는 것이다. 인간의 머리는 항상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그것이 인간의 심리나 정서에 관련돼 있다는 원리다. ‘바이브라(Vibra) 이미지’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진폭과 진동수를 측정해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면 얼굴만 보고도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사건의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인천 부평경찰서의 강력계 형사가 수배전단을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자기들이 부녀자 강도 살인 혐의로 검거한 김모(29)씨의 얼굴이 전단 속 얼굴과 같다고 했다. 직접 대조해 보니 CCTV 속 남자와 일치했다. 범인은 모든 것을 순순히 털어놨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돈암동 누나 집에 가던 중에 기름이 떨어져 무작정 아무 집이나 털기로 했죠. 마침 그 집 사람들이 문을 열어 놓고 자더라고요.” 그는 잠자던 두 여자를 목 졸라 살해한 뒤 느긋하게 증거들을 지워갔다. 여성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는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은 채 9년째 복역 중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지금&여기] 추악한 ‘평화유지’와 시민의 열정/정서린 국제부 기자

    [지금&여기] 추악한 ‘평화유지’와 시민의 열정/정서린 국제부 기자

    이번 여름 국내의 한 시민단체를 따라 방글라데시에 다녀왔다. 방글라데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의 효과를 살펴보자는 현장평가였다. 10일 남짓한 여정 가운데 오전·오후에는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는 마라톤 인터뷰가 계속됐다. 새벽 1~2시까지는 낮에 한 인터뷰를 토대로 쟁점을 뽑고 남은 의문과 추가 질문을 정리하는 회의가 이어졌다. 동행 취재로 따라간 유일한 ‘아웃사이더’였지만 ‘의리상’ 하품을 참아가며 새벽 일정까지 함께했다. 다른 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원조로 정말 혜택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 정성껏 준비한 질문을 밤새 이리저리 뜯어고치며 문제의식을 세심하게 다듬어 가는 그들의 열정은 새삼 기자를 반성하게 했다. 더 뜨끔했던 것은 시민단체 내부 인력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직항편도 없는 방글라데시까지 직접 찾아와 힘을 보탠다는 사실이었다. 취업에 허덕이는 졸업반 대학생과 대학원생, 작은 무역회사를 다니는 회사원이 자기 돈을 들여 휴가를 내고 기말시험 공부도 반납한 채 개도국에 대한 원조 효과를 따져보는 데 몰두해 있었다. 오늘 외신들이 타전한 소식에 이 평범하고도 비범한 이들이 겹쳐졌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10년간 내전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서부 투레플루의 한 마을 소녀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재워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가져왔다는 폭로였다. 세계 분쟁지역의 평화를 회복·유지하기 위해 유엔에서 파견한 평화유지군들이 이곳 주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가해자’였다. 유엔은 “지휘체계의 문제”라며 이를 시인했다. 달걀과 휴대전화를 소녀들의 성과 맞바꾸는 평화유지군, 당장의 생계가 급해 딸을 성폭행범에게 내모는 부모, 그리고 이 참담한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는 유엔. 가해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 과정은 숨기고 관련 홈페이지 개설과 주민 교육 정도를 피해 방지책이라며 내세우는 유엔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개도국 발전에 힘을 보태는 일반 시민들의 열정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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