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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흥국 성폭행’ 폭로 여성, 무고 혐의 다시 수사

    ‘김흥국 성폭행’ 폭로 여성, 무고 혐의 다시 수사

    경찰이 가수 김흥국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무고 혐의로 고소당한 30대 여성 A씨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냈다가 다시 보완 수사를 하고 있다. 2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A씨의 무고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툼이 있는 부분을 더 명확히 해달라’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무고죄란 다른 사람이 형사처분을 받도록 만들기 위해 고의로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범죄를 뜻한다. A씨는 지난 3월 김흥국씨를 강간 등 혐의로 고소했다가 같은 달 김씨에게 무고 혐의로 맞고소를 당했다. 앞서 5월 광진경찰서는 김씨의 성폭행 범죄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성폭력 없는 천국 간 내 딸들… 너희 엄마라서 행복했단다”

    배우 알바 중 피해 호소하다 극단 선택 일 권유한 동생도 언니 따라 세상 등져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사망한 단역배우 자매의 장례식이 28일 9년여 만에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빈소는 온통 눈물로 뒤덮였다. 2004년 대학원생이었던 A씨는 동생 B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다 배우들을 관리하던 관계자 1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들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A씨를 괴롭혔다. A씨는 압박을 견디다 못해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동생 B씨도 언니의 뒤를 따라 세상을 등졌다. 이날 추모 장례식은 익명의 기부금과 여성가족부·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지원으로 열렸다. 정오쯤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두 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2차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는 두 자매의 어릴 적 사진이 걸렸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어머니 장연록씨는 딸들에게 쓴 편지에서 “보물 1호, 2호 그렇게 불렀었지. 장례식을 치러주지 못해 무거운 맘으로 지냈는데 이제 그날이 왔구나. 우리 딸들의 엄마여서 행복했고, ‘엄마’라고 불러 줘서 고마웠다. 편히 천국에서 잘 지내렴. 훗날 엄마 만나는 날 늙었다고 못 알아보면 안 돼. 잘 가라”고 적었다. 장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례식을 열면서 한이 많이 풀렸다”면서 “앞으로 재단 사업을 추진할 것이고 1인 시위는 평생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폭행 당해도 죽지 말고 살아서 싸워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진상 조사 중인 경찰도 이날 장례식장을 찾았다. 박창호 경찰청 생활안전국 성폭력대책과장은 “전체 조사 대상자 20명 가운데 17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나 가해자 대부분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14년이 지나 성폭행 공소시효가 완료돼 법적 한계가 있어 재수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성폭력 없는 천국 간 내 딸들…너희 엄마라서 행복했단다”

    “성폭력 없는 천국 간 내 딸들…너희 엄마라서 행복했단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사망한 단역배우 자매의 장례식이 28일 9년여 만에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빈소는 온통 눈물로 뒤덮였다.  2004년 대학원생이었던 A씨는 동생 B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다 배우들을 관리하던 관계자 1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들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A씨를 괴롭혔다. A씨는 압박을 견디다 못해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동생 B씨도 언니의 뒤를 따라 세상을 등졌다. 이날 추모 장례식은 익명으로 받은 기부금과 여성가족부·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지원으로 열렸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정오쯤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정 장관은 “두 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2차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는 두 자매의 어릴 적 사진이 걸렸다.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과 친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모습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어머니 장연록씨가 딸들에게 쓴 편지도 놓였다. 장씨는 편지에서 “보물 1호, 2호 그렇게 불렀었지. 장례식을 치러주지 못해 무거운 맘으로 지냈는데 이제 그날이 왔구나. 우리 딸들의 엄마여서 행복했고,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웠다. 편히 천국에서 잘 지내렴. 훗날 엄마 만나는 날 늙었다고 못 알아보면 안 돼. 잘 가라. 잘 가라”고 적었다. 진상조사 중인 경찰도 이날 장례식장을 찾았다. 박창호 경찰청 생활안전국 성폭력대책과장은 “전체 조사 대상자 20명 가운데 17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면서 “가해자 대부분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14년이 지나 성폭행 공소시효가 완료돼 법적 한계가 있어 재수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과장은 “사람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공소시효가 마무리된 만큼 현행법상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日오사카 성폭행 탈주범, 보름 넘게 오리무중...주민 분노 극에 달해

    日오사카 성폭행 탈주범, 보름 넘게 오리무중...주민 분노 극에 달해

    일본 오사카의 한 경찰서에서 강력 범죄 용의자가 탈출한 지 보름이 넘게 지났지만, 경찰이 추적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성난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며 경찰에 수천 건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성폭행과 강도상해, 절도 등 혐의로 오사카부 돈다바야시(富田林)시 경찰서에 붙잡혀 온 히다 준야(30·무직) 용의자가 몰래 달아난 것은 지난 12일 오후 8시쯤. 히다 용의자는 경찰서 2층 접견실에서 변호사와 면회를 마친 뒤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접견실의 칸막이용 아크릴판을 깨부순 뒤 밖으로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경찰은 대대적으로 히다 용의자에 대한 수색작전을 펼쳤지만, 아직까지 전혀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에 들어오는 주민 등의 제보는 1200여건에 이르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히다 용의자가 자기 집이 있는 오사카부 마쓰바라시에 잠시 들렀다가 주변에 있던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났다는 정도가 확인된 전부다. 감시 소홀로 용의자가 도주한 가운데 수색과 검거도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지자 경찰은 바짝 몸이 달았다. 3000명의 인력을 투입해 행방을 쫓고 있지만, 검거의 ‘골든타임’을 한참 넘긴 터라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경찰은 탈주 당시 히다 용의자가 사라진 지 1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이미 히다 용의자가 돈다바야시 관내를 벗어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히다 용의자는 경찰의 뒤늦은 대응을 비웃기라도 하듯 도주 중에도 자전거와 오토바이 절도, 날치기 등의 범행을 통해 돈을 마련하고 있다. 히다가 성폭행과 강도상해 등의 용의자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가 불안하다”, “혼자서 집에 있기 무섭다” 등 경찰에 접수된 항의는 이미 3200건을 넘어섰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월드 Zoom in] 女승객 성폭행·살인…中공유차 디디추싱 급브레이크 걸리나

    [월드 Zoom in] 女승객 성폭행·살인…中공유차 디디추싱 급브레이크 걸리나

    세계 최대 공유자동차 업체인 중국의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지난 3개월 사이 발생한 두 건의 여승객 강간 및 살인 사건으로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중국 교통부와 공안부는 디디 고위관계자에게 책임을 물었고 회사 측은 26일 순펑처(順風車) 담당 최고책임자 등 2명을 면직했으며 관련 서비스는 중단됐다. 배우 장쯔이(章子怡)가 “디(滴)라는 글자가 피를 흐르게 한다는 ‘디쉐’(滴血)의 ‘디’인가”라고 웨이보에 올리고 유명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디디 앱을 삭제하는 등 불만 여론도 고조하고 있다. ●카풀서비스 ‘순펑처’ 성희롱 도구로 변질 디디는 미니버스부터 리무진, 자전거까지 거의 모든 차량을 제공하는데 살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것은 순펑처라는 카풀 서비스에서다. 순펑처는 디디가 제공하는 앱에서 목적지가 비슷한 차주와 승객이 만나 차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다. 순펑처는 차주와 고객이 서로에 대한 평을 남길 수 있는데 최근 여자 승객에 대한 성희롱 문구가 많아 여성 헌팅 도구로 악용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5월에는 자정 무렵 허난성 정저우공항에서 차량을 호출한 스튜어디스를 성폭행하고 살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디디는 용의자 체포에 100만 위안(약 1억 63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고 범인이 아버지의 신분증을 도용해 순펑처 차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후 차주와 승객의 신분 인증이 강화돼 외국인은 순펑처 이용이 금지됐으며 긴급 구조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디디 측은 설명했다. ●‘온라인 직거래’ 공유경제 약점 드러나 하지만 지난 24일 저장성 원저우에서 오후 2시 순펑처를 이용한 유치원 여교사가 살해당했다. 피해 여성은 차량에서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피해자 친구들이 디디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회사 측은 경찰에 신고하라며 범인인 기사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2011년 미국에서 시작한 우버에 이어 2015년 후발 주자로 나선 디디는 중국에 진출한 우버를 2016년 인수했다. 직원 숫자는 디디가 1만명, 우버가 1만 2000명으로 비슷하지만 이용 횟수는 인구대국 중국의 선두 주자인 디디가 압도적으로 많다. 처하오(車浩) 베이징대 법학원 교수는 “디디추싱의 순펑처 플랫폼 자체가 경찰과 빠른 소통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며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중간 계좌를 개설해 거래 위험을 낮추는데 순펑처는 낯선 이들이 서로 직거래를 하는 구조로 언제든 이런 사건이 발생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매출 악영향… “안전 미흡 땐 퇴출” 비판 이번 살인 사건은 안전성이 낮은 개인 간 온라인 거래에 의존하는 공유경제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올해 수백억 달러 규모로 예정했던 디디추싱의 기업공개(IPO)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디디가 안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한다는 비판과 함께, 중국 정부가 계속 허가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낙태죄 처벌 강화에… 행동 커진 여성계

    낙태죄 처벌 강화에… 행동 커진 여성계

    “국가가 여성들 요구 역행” 연이틀 집회 임신중단 합법화·먹는 낙태약 도입 촉구 안희정 무죄판결 규탄 시위도 2주째 열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 집회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을 미룬 데 이어 최근 보건복지부가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과 관련해 여성계는 “국가가 여성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주의 단체인 ‘페미당당’과 ‘위민온웹’은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초기 임신중절 약물인 ‘미프진’의 도입을 주장했다. 미프진은 임신 9주 이전까지 복용 시 임신중절 성공률 90%를 나타내는 이른바 ‘먹는 낙태약’으로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앞서 여성단체 ‘비웨이브’는 지난 25일 같은 장소에서 ‘내가 생명이다’라는 주제로 제16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이 모였다. 검은 옷을 입고 나온 회원들은 ‘나는 아기 자판기가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다. 참가자 30여명은 계란을 깨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것은 살인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복지부가 낙태 수술 의사 처벌을 강화한 것은 여성을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임신을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은 자궁을 가진 여성에게 있다”면서 “낙태를 많이 하자는 것이 아니라 출산 선택권을 여성에게 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지난 17일부터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단 수술을 포함하는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불법 낙태 수술을 하면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하게 된다. 의료계 일부도 반발하고 있다. 인도주의의사협의회는 “낙태죄가 위헌 심의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여성들의 요구에 역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5일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는 성폭행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2주째 열렸다. 시민단체 ‘헌법 앞 성 평등’이 주최한 이 집회에는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등 100여명이 참여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 ●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 ●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인종학살’ 로힝야 1년...“살인·성폭력 뒤 남은 건 무관심뿐”

    ‘인종학살’ 로힝야 1년...“살인·성폭력 뒤 남은 건 무관심뿐”

    2017년 8월 25일 새벽 1시쯤. 무장한 괴한 수백명이 미얀마 서부 라타인주의 경찰초소와 군기지를 덮쳤다. 이 괴한 부대의 정체는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핍박을 받으며 살아온 로힝야족을 돕겠다며 나선 반군단체였다. 이날 군경 12명이 살해됐다. 반군단체의 돌발 행동이었지만, 불똥은 미얀마 로힝야 민간인에게 튀었다. 이 사건을 빌미로 미얀마군은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했고 이들은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방화, 성폭행, 고문 등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된 로힝야족은 70만명이다.로힝야 사태 1주년을 맞은 24일 독일, 캐나다, 아일랜드 등 세계 각국에서는 이들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행사 “Rohingya Genocide Remembrance Day(로힝야 학살 연대의 날)”가 열렸다. 한국 시민단체들도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 대사관에 로힝야 난민 사태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 공익법센터 어필 등 32개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을 인정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년 전 로힝야 학살로 약 2만 5000명의 민간인이 집단살해, 강간, 구타, 재산 약탈을 당했다”면서 “그럼에도 미얀마 정부는 여전히 이를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다.로힝야 난민 캠프를 오가며 난민들을 인터뷰한 김기남 인권 변호사는 이날 발언에서 “로힝야 난민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과정에서 군인에게 끌려다니며 수차례 강간을 당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군인이 칼로 목을 따버린 이야기도 들려왔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 변호사는 “과거 한국 국내의 잔혹한 일에서도 국제 사회의 개입이 큰 도움이 됐듯 우리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또한 단순히 다른 나라의 누군가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잃은 사람들을 인식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로힝야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잇따랐다. 유엔난민기구와 국제 엠네스티 등은 이들의 인권문제를 들어 미얀마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미얀마의 국가자문을 맡고 있는 인권운동가 아웅산 수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이 이어졌다. 지난 22일 영국 에든버러시는 아웅산 수치에게 2005년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로로 수여한 에든버러 명예시민권을 박탈했다.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도 2012년 수여한 엘리 위젤 상을 철회했다. 지난해에는 영국 옥스퍼드시와 아일랜드 더블린시가 각각 명예 시민권을 박탈했다. 아웅산 수치는 우리나라 5·18 민주화 운동을 기념해 만든 인권상 수상자이자 광주 명예시민이다.아웅산 수치는 지난 21일 싱가포르 방문 중 진행한 강연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귀환자들은 방글라데시에서 보내줘야 돌아올 수 있다. 우리는 국경에서 그들을 환영할 수 있을 뿐”이라면서 “방글라데시는 난민 송환 절차를 언제까지 마무리할지에 대해서도 시급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유혈사태를 피해 피신한 로힝야족 난민의 송환의 책임이 방글라데시에 있다는 듯한 말이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서울시 비영리단체지원센터에서는 로힝야 학살 1주기 추모행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로힝야 난민 다큐, 현장 사진전, 전문가들의 좌담회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불온(不·On)한 회의] 대중 인식과 다른 판결… ‘성적 자기결정권’ 사회적 논의 계기 될 것

    [불온(不·On)한 회의] 대중 인식과 다른 판결… ‘성적 자기결정권’ 사회적 논의 계기 될 것

    안 전 지사 업무상 위력 행사 여부 논란 ‘위력 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는 모순 첫 단추 잘못 끼우고 이상적 피해자 설정 ‘전문직 여성 ≠ 피해자’ 프레임도 문제 대부분 성폭력 피해자 정상 사고 힘들어 “노”라고 안한 것을 “예스”로 해석 안돼 사법부 결정이 대중과 다를 때 “법감정에 온도차가 있다”고들 합니다. 이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재판이 딱 그런 사안입니다. 지난 14일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 전 지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뒤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은, 드러난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법해석의 차이 탓이 커 보입니다. 그래서 온라인뉴스부 기자들은 안 전 지사의 재판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봤습니다. 무죄 판결의 시시비비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기자의 역할도 아닙니다. 다만 선고문에서 보인 현실인식과의 모순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오늘 불온(不on)한 회의는 매우 조심스럽게 펼쳐 보겠습니다.부장: 역시 이번 판결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위력 행사’ 부분일 듯한데. 유민: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만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1998년 판결에서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했어요. “이 경우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연하고 있죠. 진호: 그래서 여러 법조인들은 위력 자체가 협박·폭행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이번 사건은 더더욱 위계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데도 판결문을 보면 그 판단은 확실히 배제하고 있어요. 달란: 이번 재판 선고문을 보면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지위 및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 등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을 본다면 이를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죄에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있어요. 하지만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여 놨죠. 위력이 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는 건데, 이건 모순이에요. 위력은 행사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재판부 “피해자가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다” 진호: ‘피해자가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피해자의 감정이 상황마다 혼재되어 있을 수 있어요.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는 이게 성폭력인지, 좋은 감정인지 헷갈렸을 수 있다는 말이죠. 또 성폭력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은 계속해야 하고, 서서히 자각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재판부가 사건의 흐름, 감정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위력에 의한 간음이 아니라고 규정 지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달란: 선고문 전반에서 김지은씨는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엔 이상한 사람이라고 설정해 놓고, 안 전 지사는 위력을 행사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씨는 사건 이후 순두부 식당을 찾고 와인바와 미용실에 간 것이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태연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어요. 사건이 발생하고 업무 수행에 차질이 있어야 피해자이지, 프로페셔널하면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죠. 진호: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며’라고 합니다.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아닌 고학력 전문직 여성은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프레임이 깔려 있는 것이죠. 위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피해자가 충분히 벗어날 수 있던 상황에서 그러지 않았다라는 인식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유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형사재판의 원칙이고,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해 재판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안 전 지사에게는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지 않고, 김씨의 진술만을 입증하려 했어요. 김씨의 폭로가 나오자 안 전 지사가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이라는 글을 올려놓고, 검찰 조사와 재판에선 왜 ‘합의한 관계였다’고 번복했는지 묻지 않았죠. ●피해자 거부의사 확실하지 않으면 동의? 달란: ‘왜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저항하거나 소리치지 않는가’라는 기사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칼럼이 있어요. 성폭행 상황에서 피해자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는 게 핵심이죠. 사슴의 로드킬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옴짝달싹 못하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얼어붙어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는 거죠. 유민: 재판부는 성폭력 상황에서 분명하고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성폭력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 놔야 했다는 ‘이상적 피해자’를 설정해 놨습니다. 그 안에 김씨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2월 25일 마포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마지막 ‘사건’을 언급하면서, 대전에 있던 김씨가 굳이 서울로 간 것은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파악한 것이죠. 세진: 선고문 내용을 보면 2017년 7월 러시아 호텔에서 김씨가 바닥을 보며 중얼거리는 방식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안 전 지사의 요구에 그를 살짝 안았다고 나와요. 안 전 지사가 ‘외롭다. 안아 달라’며 포옹한 것은 위력이 아니고, 김씨의 행동은 자유의사라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성폭력은 피해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강력한 저항을 못할 정도로 당황한 중에 발생합니다. 이때 ‘노’라고 말하지 않은 것을 ‘예스’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유민: 여성운동가 권김현영씨는 얼마 전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행사할 권리가 아니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라고 했어요.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지 않을’ 권리를 넘어 ‘요구받지 않을’ 권리까지 포괄한다는 것이죠. ●‘미투 아닌 질투’ 시선… 사라진 피해자 보호 달란: ‘안희정 재판’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다들 보셨겠지만, 크게 두 갈래 주장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왜 여기자들은 김지은 편만 드는 거냐”, “언론과 여성단체는 ‘장자연 사건’에 집중하라”라는 거. 유민: 이 사건을 두고 ‘미투(#MeToo)가 아니라 질투’라는 댓글이나 ‘진짜 피해자는 안 전 지사의 아내’라는 반응도 상당합니다. 진호: ‘김씨는 불륜이고 장자연이 미투다’라는 주장은 굉장한 모순입니다. 김씨가 위력에 의한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제2, 제3의 장자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 거예요. 세진: ‘장자연 사건’에 대해 무관심했던 게 아니에요. 지금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 전 지사 재판이 큰 이슈가 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려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겠죠. 유민: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김씨도 이번 재판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재판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드러내고 싶은 않은 부분이 노출되고, 부정적 시선과 여론이 생길 것도 알았을 것이고요. 세진: 이 재판의 결론을 떠나 이 재판의 의미는 충분하니까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하는 계기가 되겠죠. 사법적으로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건지, 성폭력 범죄의 법 해석이 지나치게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유민: 이번 재판부가 입법부에 떠넘긴 모양새이긴 하지만, ‘노 민스 노’(No means No·거부 의사를 밝혔을 때 성관계하면 강간)든, ‘예스 민스 예스’(확실하게 동의해야 합법적인 성관계)든 국회에서 법안 발의 움직임이 있으니까요. 달란: 항소심은 어떻게 될까요. 1심 반향이 굉장히 컸고 ‘사법부 유죄’ 목소리도 적지 않아서 항소심 재판부 부담이 커진 상황이죠. 특히 자극적인 주장이 그대로 보도돼 2차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공개재판의 제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리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과천 토막살인범 “피해자·유족에게 미안” 오후 구속 여부 결정

    과천 토막살인범 “피해자·유족에게 미안” 오후 구속 여부 결정

    ‘과천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구속 여부가 23일 오후 결정된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오전 10시30분 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오후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안양 동안경찰서를 나선 피의자 변모(34)씨는 “혐의를 다 인정한다. 피해자와 유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뒤 법원으로 가기 위해 호송차에 올랐다. 앞서 사건을 수사 중인 과천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훼손 등 혐의로 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의자 변모(34)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 15분경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 손님 A(51)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목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년전 노래방을 인수해 운영해 온 변씨는 A씨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로, 도우미 불법 영업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변씨는 범행 후 도구를 사와 시신을 훼손한 뒤 같은 날 오후 11시 40분경 과천 서울대공원 인근 숲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별도의 주거지가 없는 변씨는 범행 후 노래방을 말끔히 청소하고 10여일간 그 안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씨는 지난 19일 오전 9시 40분쯤 과천시 과천동 서울대공원 장미의언덕 주차장 인근 도로 옆 수풀에서 머리와 몸, 다리 등이 분리된 토막시신으로 발견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숨진 A씨가 경기도에 살면서 자주 거처를 옮겨 실제 거주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A씨는 일정한 직업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한때 경찰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서울대공원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던 경찰은 사건 현장 부근을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소렌토 승용차를 수상히 여겨, 용의선상에 올렸다. 이와 동시에 A씨가 살아있을 당시 행적을 추적, A씨가 10일 새벽 들어간 안양의 노래방 업주 변씨의 차량이 쏘렌토인 것을 확인했다. 변씨가 범인임을 확신한 경찰은 이 차량을 추적한 끝에 시신발견 이틀만인 21일 오후 4시경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휴게소에서 변씨를 검거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피의지 변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묻는 심의위원회 개최 절차에 들어갔다. 비록 우발적인 살인이지만 범행을 감추기 위한 수법이 잔인해 얼굴 등 신상 공개 대상이라는 의견이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 변씨의 얼굴 공개뿐만 아니라 사형까지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긴급히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법령을 정비해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49)의 얼굴 사진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 바 있다. 이후 경기도에서는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오원춘,박춘풍, 시화호 토막살인 김하일 등 여러 흉악범의 얼굴이 공개됐다. 현행 특정강력범죄 처벌 특례법 8조‘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등의 조건을 모두 갖추면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흉악범 신상공개에 따른 실익도 있지만, 피의자 가족들을 비롯한 인권 문제도 결부돼 있어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법원, ‘조카 성폭행 미수 목사’ 징역 3년 선고

    법원, ‘조카 성폭행 미수 목사’ 징역 3년 선고

    자신의 조카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목사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는 22일 박모 목사에게 징역 3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서울의 한 교회 담임목사인 박 씨는 지난해 봄 혼자 사는 조카 집에 찾아가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카는 박 씨가 개척한 교회 신자이기도 했다. 박 씨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교단 측에는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1심 판결에 대해 박 목사 교회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충격과 부끄러움을 금할 길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기장 총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힘쓰고 교단 헌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살피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의 대형 교회인 온누리교회는 성문제를 일으킨 목사를 지난달 해임했다. 온누리교회는 홈페이지 올린 사과문을 통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법에 따라 불륜을 범한 정 모 목사를 해임했다며, 정 씨가 소속된 미국 교단에 이 사실을 전달해 엄중한 징벌을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씨는 신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해임됐다. 그러나 해당 신도는 “불륜이 아니라 전형적인 목회자의 성폭력”이라며 “교회 측에서는 피해자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불륜이라고 단정해 서둘러 수습했다”고 주장했다. 이 신도는 교회 성폭력 관련 단체와 함께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안희정 비서 등 측근들, 김지은씨 향해 악성 댓글 달다 적발

    안희정 비서 등 측근들, 김지은씨 향해 악성 댓글 달다 적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측근들이 김지은씨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달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안희정 전 지사의 전직 수행비서 A씨와 홍보사이트 관리자 B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직후부터 1심 재판이 진행되던 최근까지 관련 기사에 김지은씨를 헐뜯는 댓글을 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SNS에 실명으로 김씨를 비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성폭행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이나 평소 품행을 거론해 비난했고, 원색적인 욕설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김지은씨의 후임으로 안희정 전 지사의 수행비서가 된 인물로 1심 재판에서 안희정 전 지사 측을 위해 증언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전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이 꾸린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IS 손아귀에서 탈출한 나디아 무라드, 인권운동가와 약혼

    IS 손아귀에서 탈출한 나디아 무라드, 인권운동가와 약혼

    이라크 북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야지디족 출신으로 이슬람 국가(IS) 무장집단의 손아귀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나디아 무라드(25)가 야지디 인권운동가 아비드 샴딘과 약혼한 사실을 공개했다. 무라드는 고향인 코초 마을을 IS 세력이 공격해 여섯 형제가 모두 살해되고 자신은 납치된 4주기를 지낸 지 며칠 만인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우리 부족을 위한 투쟁” 때문에 둘이 가까워졌다며 전날 약혼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둘이 함께 촬영한 사진들을 공유했다. 피랍 이후 그녀는 여러 차례 사고 팔려 집단 성폭행 등 성적, 신체적으로 유린당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뒤 자신의 사연을 세계인과 함께 한 뒤 2016년 인신매매 생존자의 존엄을 위한 친선대사 1호로 임명됐다. 둘이 언제 처음 만났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 거주하는 샴딘은 “우리 둘다의 삶에 어려운 시간을 견뎌 커다란 싸움을 이겨내고 사랑을 발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무라드는 “우리 민족을 위한 투쟁이 둘을 한데 묶었고 우리는 이 길을 함께 계속 걷기로 했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이들의 약혼 사실을 기뻐했다. 둘이 함께 일하고 있는 미국의 비정부기구(NGO)인 야즈다는 사진 하나을 올리고 “둘이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고 모든 학살 생존자들에게도 밝은 미래가 있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가톨릭 교회내 아동 성학대 파문에 머리숙인 교황/용서 구해

    가톨릭 교회내 아동 성학대 파문에 머리숙인 교황/용서 구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곳곳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학대 추문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교황은 20일 발표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사제들에게 어린 시절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오랫동안 방치되고,은폐됐다”고 인정하며,이런 일의 재발과 은폐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편지에서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고,감독해야 할 책무를 지닌 성직자와 사제에 의해 저질러진 잔학한 행위를 교회가 슬픔과 부끄러움을 갖고 인정하고, 비판하는 게 극히 중요하다”며 “우리 자신의 죄악과 타인의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이번 서한은 최근 가톨릭 교회가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학대 문제로 다시 위기에 빠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 1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사법 당국은 주내 6개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를 2년간 조사한 끝에 300명이 넘는 성직자가 1천 명이 넘는 아동에 가해를 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가톨릭 교회를 당혹케 했다. 1940년대부터 70년에 걸쳐 수십 만 페이지의 내부 자료를 검토한 이 보고서에는 사춘기 이전의 소년인 피해자들이 성추행과 성폭행까지 당한 사실과,가톨릭 교회가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사실이 포함됐다. 이 보고서로 여론이 들끓었지만,교황청은 이틀이 지난 뒤인 지난 16일에야 그렉 버크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놓아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에 처했다. 버크 대변인은 당시 “교황청은 아동 성학대를 단호하게 비난한다”며 이번 일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힌 바 있다.그는 또 “피해자들은 교황이 자신들의 편이라는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발표한 편지에서 펜실베이니아 사법 당국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미국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사건은 과거에 생긴 일들”이라면서도 “학대가 오랫동안 간과되고,은폐됐으며,교회는 피해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데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교회는 속죄의 마음으로 과거의 죄와 실수를 인정하고 거듭나야 한다”며 “교회 공동체 내부의 학대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 모든 신자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20대 지적장애인을 5년간 성폭행한 ‘인면수심’ 노인들

    20대 지적장애인을 5년간 성폭행한 ‘인면수심’ 노인들

    60~80대 노인 7명이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5년 간 성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강원지방경찰청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장애인 강간 등) 혐의로 70대 A씨 등을 붙잡아 이중 3명을 구속기소하고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14년부터 2018년 4월까지 자신의 주거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박스 등에서 피해 여성인 20대 중반의 B씨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 경찰은 지난 4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피해자 진술 및 DNA 감정결과 등을 토대로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보호활동을 강화하고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해 엄정 수사할 예정이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美, 미얀마 군·경찰 독자 제재…“로힝야족 인권탄압·인종청소”

    미국이 미얀마 군부에 대한 ‘독자 제재’에 나섰다. 미얀마는 지난해 무슬림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을 인접국인 방글라데시로 몰아내고, 그 과정에서 수천명을 학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소수민족 로힝야에 대한 ‘인종 청소’와 만연한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미얀마 군과 경찰 지휘관 4명, 군부대 2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번 제재의 대상자는 아웅 초 조와 킨 마웅 소에, 킨 흘라잉 등 군 지휘관 3명과 국경경찰 지휘관인 투라 산 르윈이고, 제재를 받는 부대는 33경보병사단, 99경보병사단이다.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 입국 및 사업 거래도 금지된다. 미 재무부는 “개인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미얀마 치안 당국이 민족적, 종교적 소수파에게 행하는 탄압과 박해를 중단하고 인권을 존중하라는 경고”라고 설명했다. 시걸 맨들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도 “버마(미얀마) 보안군이 조직적으로 소수민족 공동체를 겨냥한 폭력에 가담했다”면서 “그 폭력에는 인종 청소와 대량 학살, 성폭행, 사법체계를 무시한 살해, 그 외 여러 심각한 인권침해가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는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취한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은 미얀마 군부의 최고 지도부를 표적으로 삼지는 않았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로힝야족 사태를 ‘제노사이드’가 아니라 잔혹한 종족 갈등으로 판단한 것 같다”면서 “오는 25일쯤 미얀마 군부가 저지른 로힝야족 인종 청소에 대한 실태보고서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뉴스 in] “안희정 재판 자체가 위력이었다”

    [뉴스 in] “안희정 재판 자체가 위력이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우리 사회가 들끓고 있다. 이번 재판을 빠짐없이 방청한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를 만나 봤다. 지난 20년간 성폭행 상담과 함께 여성주의 운동을 펼쳐 온 그는 이번 재판을 “전체적으로 (안희정이라는 권력자의) 위력이 행사된 장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여성의 힘만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은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사건 추적] 살해 후 암매장·시신 훼손…공감능력 상실한 ‘20대의 잔혹 일탈’

    [사건 추적] 살해 후 암매장·시신 훼손…공감능력 상실한 ‘20대의 잔혹 일탈’

    지난달 중순 “사람이 살해돼 매장됐다”는 첩보가 경찰에 날아들었다. 이 한 줄기 실마리로 ‘전북 군산 20대 룸메이트 살인사건’의 충격적인 전말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공감 능력을 상실한 20대 젊은이들의 ‘잔혹한 일탈’이었다. 피의자들은 가출한 뒤 오갈 데 없는 지적장애 여성을 죄의식 없이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뒤 들킬까 두려워 시신을 두 차례 유기했고, 황산까지 부어 증거를 없애려 했다. 동정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함 그 자체다. 특히 피의자 중 한 명은 피해 여성과 고향 친구였다. 지난 10일 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부모는 “친구였던 그 아이가 그럴 줄 몰랐다”며 비통해한 것으로 전해졌다.19일 전북경찰청과 군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피해 여성 A(23)씨가 폭행을 당해 사망한 장소는 20대 부부와 연인이 한 데 모여 살던 군산의 한 빌라였다. 40㎡(약 12평)로 방이 두 개였고 작은 거실이 있었다. 부부는 큰방에, 연인은 작은방에, A씨는 거실에서 주로 지냈다. A씨의 고향 친구인 한모(23·여)씨와 남편 최모(26)씨는 지난 3월 초 A씨를 먼저 끌어들였다. 한 달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거인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고 사회복무요원 이모(22)씨와 여자친구 안모(23)씨를 불러들였다. 경찰은 “월세 등 생활비를 아끼기 위한 목적이 컸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사기 전력이 있는 최씨가 인터넷 중고 물품 사기 행각을 벌이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지적장애 3급으로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던 A씨는 생활비를 면제받는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이렇게 서로 잘 모르는 사람이 한 집에 모여 사는 현상에 대해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가출팸’(가출+패밀리의 준말)의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생활비를 분담하고자 SNS를 통해 룸메이트를 구한 뒤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사는 구조와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교수는 “가출 청소년들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20대도 가출팸을 구성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가출팸이 성매매 등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습 폭행을 당했다. 또 이 집에 자주 드나들던 최씨 후배 이모(23)씨와 한씨와 함께 일했던 유흥업소 도우미들도 A씨를 이유 없이 때렸다. A씨에 대한 폭행은 일상화됐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남성 피의자들의 성폭행 혐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장애인은 저항하지 못하고 상황 분별 능력도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집단 상황에서 폭력을 점점 심화시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A씨가 감금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평소 집 근처 편의점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A씨가 살던 곳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편의점 알바생은 “A씨가 쓰던 안경테가 특이해 기억한다”면서 “항상 무표정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A씨가 폭행을 당하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점에 대해 심리 전문가들은 “일종의 학습된 무기력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타인에게 의존하는 생활을 지속해 왔다면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못할 수 있다”면서 “결국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안타까운 상황까지 맞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자주 가출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집에 있으면 답답하다는 이유였다. 가출을 해도 멀리 가지 못하고 집 주위에서 주로 발견됐다. 하지만 지난 3월 28일 A씨 부모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을 때는 이미 A씨가 한 달째 모습을 보이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아 경찰이 위치 파악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7일 오후 9시쯤 A씨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잘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음날 이런 내용의 통화 사실을 알고 A씨에 대한 가출 신고를 해제했다. 이 전화가 A씨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경찰은 A씨 주변 탐문 수색을 하면서 “군산에 있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진 못했다. 이후 A씨는 지속적인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5월 12일 오전 9시쯤 끝내 숨졌다. 사회복무요원 이씨와 최씨 후배 이씨가 A씨를 발로 차는 등 온몸을 때려 목숨을 잃게 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큰방에서 자고 있던 최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서 “시체를 버리자”고 했고, 나머지 피의자 4명도 동의했다. 이들 5명은 그날 오후 5시쯤 시신을 두꺼운 이불에 싼 뒤 집에서 20㎞ 떨어진 군산 나포면의 한 야산에 묻었다. 이후 이들은 현장을 5~6차례 다시 찾았다. 지난 7월의 어느 날에는 비가 많이 와 토사가 유실돼 시신 일부가 드러나자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 7월 20일 경기 지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다 근무지 이탈로 수배 대상에 올랐던 이씨가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이씨는 곧바로 경기도의 한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 사이 나머지 4명은 지난달 말 시신이 매장된 곳에서 또다시 20㎞ 떨어진 군산 옥산면의 들판에 시신을 묻었다. 김장용 비닐로 싼 뒤 여행용 가방에 담는 등 치밀한 범행 계획 속에 진행됐다. 시신이 예상보다 부패하지 않자 황산을 부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초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잔인하다”면서 “미국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증거 인멸 방법을 익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을 몰랐던 부모는 7월 27일 또다시 경찰에 “딸아이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가출 신고를 했다. 경찰은 상습 가출인이라는 점에서 ‘실종 프로파일링’에 입력하지 않고 주변 탐문 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소재 파악이 되지 않자 이달 5일 ‘실종 일자는 4월 7일, 실종 지역은 군산 이하 불상지’라고 입력했다. 경찰은 지난 9일 수감된 이씨를 통해 일부 자백을 받아냈고, 다음날인 10일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최씨 부부와 안씨, 최씨 후배 이씨도 그날 모두 검거됐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적장애인인 피해 여성이 약해 보이니까 폭력을 행사해도 비밀이 보장될 것 같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피의자들이 청소년기부터 가출 청소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회적으로 가출 청소년을 지원하는 제도 등을 갖춰 놓지 않고 성인이 돼 지원하려고 하면 일을 더 크게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사람들은 약자를 학대하거나 이익을 위해 약자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피의자들도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산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군산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군산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서울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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