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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들은 그냥 ‘배우’인데 여자 배우는 ‘노년 여배우’ 편견입니다

    남자들은 그냥 ‘배우’인데 여자 배우는 ‘노년 여배우’ 편견입니다

    노년도 살아 있는 유기체, 발전 가능해나이 많으면 박물관 문화재처럼 그려 다양한 개인에 대한 탐구 돋보여 선택편견 흔들 여지 있는 작품 언제든 출연“남자들한텐 노년이나 청년이라는 말을 잘 붙이지 않잖아요? 배우 또는 직책으로 불리죠. 그런데 저한텐 ‘노년 여성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그게 벌써 편견인 거죠.” 지난 1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예수정은 불필요한 꾸밈들을 철저히 거부했다. 그냥 ‘배우 예수정’이길 원했고 자신이 연기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그저 ‘한 인간의 삶’이길 바랐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턴가 영화나 드라마, 어디선가 늘 본 것 같은 익숙한 얼굴인데 어느 하나 같은 배역이 없었다. 엄마도 다 같은 엄마가 아니었고, 비슷한 말투나 표정에도 그가 보여 주는 여백은 다 다른 의미를 지녔다. 단순히 여성, 엄마, 중년(또는 노년)이 아닌 한 인간으로 캐릭터를 대하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20일 개봉하는 영화 ‘69세’에서 20대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69세 효정을 연기했다. “소재가 독특한데 소재 때문에 출연하기로 한 건 아니다”라면서 설명을 이어 갔다. “69세,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처량한 나이예요? 느닷없이 죄인이 돼 버렸어요. 거기다 여성이고, 돈도 없어 그냥 자기 몸으로 벌어서 먹고살았던 인물이에요.” 그런데 마냥 ‘불쌍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효정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에게 효정의 처지는 살면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을 당한 ‘소수 약자’다. 예수정은 “이 사회의 수많은 편견 속에서 고발할 것인가, 없던 일로 할 것인가 고민에 빠진 효정이 자기를 곰곰이 생각하며 ‘아니야, 나는 살아 있어. 살아 있는 만큼 얘기하고 지나갈 거야’ 하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소중했다”고 말했다. 예수정은 인터뷰의 많은 부분을 들여 나이 많은 사람들을 빤하게 그려 내는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일침을 쏟아냈다. “젊은이들이 ‘저게 우리의 미래라면 살고 싶지 않다’는 실망감을 줄 만한 작품들이 많을 바에야 안 만드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청년들이 다양한 삶을 추구하고 살듯 나이 많은 사람들도 그런데 어디 박물관에 있는 문화재처럼 표현한다”면서 “하지만 노년도 살아 있는 유기체고, 사고가 열려 있고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식과 손주까지 키우겠느냐”고도 했다. 영화를 설명하면서 “그런 다양한 개개인에 대해 탐구하고 조명하려는 노력이 있는 작품”이라 출연을 안 할 수가 없었다면서 임선애 감독을 두고는 “기특하다”고 말했다. 다만 몇 장면은 임 감독을 설득해 바꾸고 결말도 뒤집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싶은 부분들이 있었고, 감독이 효정을 너무 감싸 주고 싶은 나머지 결혼을 시키려고 하길래 “그럼 출연 안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부연했다. “가능하면 남에게 피해를 덜 주고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지는 게 어른의 조건이에요. 특히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져 온 효정인데 ‘남자 사람 친구’의 도움을 넘어 거기에 안착한다? 그건 아니죠.” 예수정은 최근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인 연극 ‘화전가’에서도 치열한 역사 속에서 꿋꿋이 일상을 지켜낸 ‘김씨’로 열연했다. 시네마틱 드라마 ‘SF8’에선 ‘수녀 사비나’를 맡아 독일 유학파다운 유창한 독일어 실력도 선보였다. 그는 “사실 평소 삶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이라면서 “내 앞의 머리카락이나 잘 줍자는 게 신조라 면죄부 사듯이 편견을 조금 흔들 여지가 있는 작품이면 언제든 출연하겠다”며 웃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역할 아닌 ‘삶’ 연기하는 예수정 “편견 흔들 여지 있는 작품은 언제든“

    역할 아닌 ‘삶’ 연기하는 예수정 “편견 흔들 여지 있는 작품은 언제든“

    “남자들한텐 노년이나 청년이라는 말을 잘 붙이지 않잖아요? 배우 또는 직책으로 불리죠. 그런데 저한텐 ‘노년 여성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그게 벌써 편견인 거죠.” 지난 1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예수정은 불필요한 꾸밈들을 철저히 거부했다. 그냥 ‘배우 예수정’이길 원했고 자신이 연기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그저 ‘한 인간의 삶’이길 바랐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턴가 영화나 드라마, 어디선가 늘 본 것 같은 익숙한 얼굴인데 어느 하나 같은 배역이 없었다. 엄마도 다 같은 엄마가 아니었고, 비슷한 말투나 표정에도 그가 보여 주는 여백은 다 다른 의미를 지녔다. 단순히 여성, 엄마, 중년(또는 노년)이 아닌 한 인간으로 캐릭터를 대하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20일 개봉하는 영화 ‘69세’에서 20대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69세 효정을 연기했다. “소재가 독특한데 소재 때문에 출연하기로 한 건 아니다”라면서 설명을 이어 갔다. “69세,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처량한 나이예요? 느닷없이 죄인이 돼 버렸어요. 거기다 여성이고, 요즘 흔한 아파트 한 채, 주식 한 주 없이 그냥 자기 몸으로 늘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마냥 ‘불쌍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효정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에게 효정의 처지는 살면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을 당한 ‘소수 약자’다. 예수정은 “이 사회의 수많은 편견 속에서 고발할 것인가, 없던 일로 할 것인가 고민에 빠진 효정이 자기를 곰곰이 생각하며 ‘아니야, 나는 살아 있어. 살아 있는 만큼 얘기하고 지나갈 거야’ 하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소중했다”고 말했다.예수정은 인터뷰의 많은 부분을 들여 나이 많은 사람들을 빤하게 그려 내는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일침을 쏟아냈다. “젊은이들이 ‘저게 우리의 미래라면 살고 싶지 않다’는 실망감을 줄 만한 작품들이 많을 바에야 안 만드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청년들이 다양한 삶을 추구하고 살듯 나이 많은 사람들도 그런데 어디 박물관에 있는 문화재처럼 표현한다”면서 “하지만 노년도 살아 있는 유기체고, 사고가 열려 있고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식과 손주까지 키우겠느냐”고도 했다. 영화를 설명하면서 “그런 다양한 개개인에 대해 탐구하고 조명하려는 노력이 있는 작품”이라 출연을 안 할 수가 없었다면서 임선애 감독을 두고는 “기특하다”고 말했다. 다만 몇 장면은 임 감독을 설득해 바꾸고 결말도 뒤집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싶은 부분들이 있었고, 감독이 효정을 너무 감싸 주고 싶은 나머지 결혼을 시키려고 하길래 “그럼 출연 안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부연했다. “가능하면 남에게 피해를 덜 주고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지는 게 어른의 조건이에요. 특히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져 온 효정인데 ‘남자 사람 친구’의 도움을 넘어 거기에 안착한다? 그건 아니죠.”예수정은 최근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인 연극 ‘화전가‘에서 치열한 역사 속에서 꿋꿋이 일상을 지켜낸 ‘김씨’로 열연했다. “평소 신뢰했던 이성열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삼식 작가가 극을 썼다는 것과 극단 70주년인데 해외 유명 작품이 아니라 대한민국 신작을 한다는 것에 무작정 하기로 했다”면서 “그런 젊은 움직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지난 14일부터 방송된 시네마틱 드라마 ‘SF8’에선 수녀 ‘사비나’로 독일 유학파 다운 유창한 독일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성의 시선과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여성 서사’ 작품이 많아지고 그도 그런 작품들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현상에 대해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도 했다. “별로 피부로는 못 느꼈는데 많은 분들이 그런 말씀하셔서 ‘아,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하고 돌아보니 다양한 여성의 역할을 다루고 있더라고요. 옛날에 못했던 역할들, 이전에는 여성에게 역할은 있었지만 삶은 없었잖아요. 엄마로 할머니로, 아내와 딸로. 역할의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에 삶 자체가 다양할 수 없었고 다양하지 않은 삶은 사람들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으니까.” 그러면서 “훨씬 다양한 삶과 개척하는 것처럼 보이고 진취적인 것처럼 보였던 남성의 삶에 많이 궁금해하다가 이제 그 궁금했던 걸 쭉 지나왔더니 ‘가만 있어봐, 뭐 다른 거 없어?’하고 컬럼버스 신대륙 발견하듯 여지껏 얘기되지 않았던 일환이 다뤄지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평소 삶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이라면서 “내 앞의 머리카락이나 잘 줍자는 게 신조라 면죄부 사듯이 약자에 대한 편견을 조금 흔들 여지가 있는 작품이면 언제든 출연하겠다”며 웃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성폭행 피해 브라질 10세 소녀의 낙태 막는다며 신상 온라인 공개

    성폭행 피해 브라질 10세 소녀의 낙태 막는다며 신상 온라인 공개

    성폭행을 당해 아기를 임신한 10세 소녀의 신상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돼 브라질에서 격렬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이 소녀가 낙태할지 모른다며 이를 막기 위해 신상을 공개했다는 것에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8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이들은 심지어 소녀가 낙태 수술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 병원에까지 몰려와 집회를 열었다. 사무엘 미란다 곤살베스 소아레스 판사는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에 소녀의 개인 정보들을 24시간 안에 모두 지우도록 하며 만약 그렇게 안 되면 하루 5만 헤알(약 1082만원)씩 벌금을 물리겠다고 판결했다. 소녀를 유린한 용의자는 지난 12일 체포됐다. 소녀는 30대 삼촌으로부터 몇년 동안 계속 유린당했으며 생후 22주째의 몸으로 17일 고향에서 수천km 떨어진 헤시페의 한 병원에 입원해 낙태 수술로 아기를 지웠다. 브라질은 엄격하게 낙태를 금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데 성폭행 피해를 당했을 때나 산모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경우, 태아가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않았거나 뇌와 두개골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경우 등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이 소녀는 이미 유산해도 좋다는 법적 승인을 받았는데도 병원 앞에 몰려와 시끄러운 소음 시위를 벌여 정상적인 수술 집도를 방해했다. 병원 직원들을 향해 살인자라고 외치는가 하면 한때 병원으로 난입하려 했지만 군경이 해산시켰다. 이에 따라 병원은 소녀를 몰래 차에 태워 옆문으로 의료진 관사로 옮겼다고 낙태 합법화 운동가들은 전했다. 카티 왓슨 BBC 남미 특파원은 소녀의 신원을 처음 공개한 이는 별명 사라 윈터로 널리 알려진 극우 활동가 사라 지로미니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라가 최초 유포자로 확인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폭력 선동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라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무장집단인 ‘Os 300 do Brasil’ 운동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난 6월 수도 브라질리아 대법원 항의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잠깐 구금된 적이 있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새로운 정황 발견” 강지환, 항소심 불복…상고 결정

    “새로운 정황 발견” 강지환, 항소심 불복…상고 결정

    여성 스태프를 성폭행, 성추행한 혐의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강지환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유한) 산우 측에 따르면 강지환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상고를 결정했다. 강지환 측에 따르면 피해자 주장과 반하는 새로운 정황들이 발견됐다. 성폭행 주장 피해자에게서 강지환의 정액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성추행 주장 피해자의 생리대에서 강지환의 DNA가 발견된 데 대해서는 강지환의 집에서 피해자가 샤워를 하면서 강지환의 물건 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DNA가 옮겨갔다고 추정했다. 또 평소 주량이 약한 강지환이 이날 소주 7병에 샴페인까지 마신 상태였다고 전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6월 준강간,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강지환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편 강지환은 지난해 7월 9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신의 집에서 촬영을 돕던 여성 스태프 2명과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으로 들어가 1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1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사건 당일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10살 성폭행 피해자에게 출산하라는 브라질 극우파 논란

    [여기는 남미] 10살 성폭행 피해자에게 출산하라는 브라질 극우파 논란

    어린 소녀의 임신으로 남미 브라질에서 낙태금지 둘러싼 논란에 또 불이 붙고 있다. 브라질 북동부의 지방도시 레시페에선 16일 저녁(현지시간) 10살 여자어린이가 낙태수술을 받았다.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사법부가 허락까지 내린 수술이었다. 하지만 병원 주변에선 이날 혼란이 발생했다. 낙태에 반대하는 일단의 극우파 주민들이 몰려든 때문이다. 병원으로 몰려간 주민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라"며 낙태에 반대했다. 현지 언론은 "반대시위에 집권여당 소속 의원들까지 참여해 10살 여자아이의 낙태에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낙태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함께 병원 주변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활동가들은 "극우파 세력이 의사들을 공격하려 한다"며 인간띠를 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논란이 된 사건은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다. 문제의 10살 여자어린이는 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아기의 아빠는 33살 삼촌이었다. 인면수심 삼촌의 성폭행은 피해자가 6살이었을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삼촌에겐 긴급체포령이 내려졌지만 그는 이미 도주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여자어린이는 사법부에 낙태수술을 허락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브라질에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사법부의 승인이 있어야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다. 판사 앞에 선 피해자 어린이는 "아기를 출산하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판사는 피해자의 건강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확인하라며 즉각적인 의학적 검사를 명령했다. 의사들이 낙태를 권하는 소견을 내자 판사는 "비록 미성년이지만 피해자 본인이 분명하게 의사를 밝혔고, 건강을 위해서도 낙태가 필요하다는 과학적 검사결과도 확인됐다"며 낙태수술을 승인했다. 하지만 보수 쪽 일각에선 판사가 살인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병원 주변에서의 시위는 이런 여론의 연장선상에서 열린 것이다. 현지 언론은 "병원 주변에서 찬성파와 반대파가 시위를 벌일 정도로 낙태를 둘러싼 국론이 분열돼 있다"며 앞으로 더욱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편 브라질은 강력히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남미국가다. 브라질에선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나 태아의 무뇌증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 사건마다 사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10살 남자친구의 아이 가졌다던 13살 소녀, 사건의 진실은?

    10살 남자친구의 아이 가졌다던 13살 소녀, 사건의 진실은?

    10살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했다가 추후 성폭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13살 소녀가 우여곡절 끝에 건강한 딸을 얻었다. 1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임신 사실만으로 세간의 관심을 끈 러시아 소녀 다샤 수니쉬니코바(13)가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 병원에서 아기를 낳았다고 전했다. 다샤는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몸무게 3.6㎏의 딸을 출산했다고 알렸다. 소녀는 “오전 10시에 딸을 낳았다.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 지금은 쉬고 있다.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다”라며 출산기록이 담긴 명찰과 가려진 아기 사진을 공개했다. 소녀는 지난해 10살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가졌다는 충격적 이야기로 러시아를 발칵 뒤집어놓은 장본인이다. 올해 초에는 남자친구와 함께 유명 TV 프로그램 ‘온 에어 라이브’에 출연해 같은 주장을 반복했으며, 사실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과 격론을 벌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10살 소년이 생식 능력이 없는 점을 들어 거짓말이 가능성을 제기했다. 방송에 출연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실수가 없도록 세 번이나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면서 “소년은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조차 없었다. 사춘기도 시작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그러나 다샤와 남자친구, 심지어 부모들까지 둘의 임신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남자친구 이반은 둘 사이에 신체적 접촉이 있었으며, 다른 사람의 아이일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남자친구의 어머니 역시 “아들이 아이 아버지라는 주장을 믿는다”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출산이 임박한 지난 6월 소녀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소녀는 15살짜리 다른 소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이로 인해 임신했다고 고백했다. 10살 어린 나이에 충격일 법도 했지만, 소녀의 남자친구는 자신의 아이로 키울 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출산 때까지 곁을 지키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소녀를 돌봤다. 다만 소녀는 “남자친구가 16살이 되면 아버지 자격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앞으로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일단 소녀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만큼, 수사를 위해 아기의 DNA 샘플을 채취할 예정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여기는 인도] 인도서 또 13세 소녀 잔혹 강간살해…사형 집행에도 성범죄 반복

    [여기는 인도] 인도서 또 13세 소녀 잔혹 강간살해…사형 집행에도 성범죄 반복

    인도에서 또 끔찍한 강간 사건이 발생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 NDTV는 우프라데시주에서 13살 소녀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혐의로 남성 2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14일 밤 실종됐던 소녀가 용의자 중 한 명의 사탕수수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부검 결과 성폭행 후 살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소녀의 아버지는 “딸이 집에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를 내고 온 마을을 뒤졌다. 딸은 결국 훼손된 시신으로 돌아왔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아버지는 용의자들이 시신을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눈 근처에 긁힌 자국은 소녀의 시신이 발견된 들판의 날카로운 사탕수수 잎 때문에 생긴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 대변인은 “절단 등 시신 훼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마디아 프라데시 주에서 6살 소녀가 납치 후 성폭행을 당한 지 넉 달 여만이다. 당시 친구들과 놀다 납치된 소녀는 다음 날 마을 폐가에서 발견됐다. 만신창이가 된 소녀는 특히 눈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는데, 현지언론은 범인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일부러 그런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인도에서는 2012년 이른바 ‘뉴델리 여대생 버스 강간살해 사건’ 후 성범죄 형량이 강화됐다. 지난 3월 뉴델리 사건의 범인 4명에 대한 사형도 집행됐다. 그러나 관련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텔랑가나주에서는 남성 4명이 20대 여성 수의사를 집단 성폭행,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워 수천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가 심각하다. 지난 2월에는 수도 뉴델리 미국대사관 구내에서 25세 운전사가 5살짜리 여아를 성폭행해 현지가 발칵 뒤집혔다. 인도 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2018년 인도에서 발생한 강간 사건은 3만3977건으로, 15분당 1건의 발생률을 기록했다. 피해자 중 25%는 어린아이로 나타났다. 인도에 성범죄가 만연하고 일부 범행 수법은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것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아직도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사형수 중 한 명은 한 다큐멘터리에서 “제대로 된 여성은 밤에 외출하지 않으며 단정하게 옷을 입는다”며 “처신이 단정하지 않은 여성이 성폭행당하면 그 책임은 남자가 아닌 여성에게 있다”는 왜곡된 여성관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만취한 직장후배 데려다준다며 성폭행 시도한 30대 집행유예

    만취한 직장후배 데려다준다며 성폭행 시도한 30대 집행유예

    만취한 직장 후배의 집에 들어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3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 이헌)는 주거침입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6)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직장 동료들과 회식한 뒤 20대 여성인 후배를 경남 김해시에 있는 주거지까지 데려다줬다. 그는 후배의 집 안까지 따라 들어가 후배가 술에 취한 틈을 타 성폭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후배가 소리치며 반항하자 성폭행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새벽에 주거지에 들어가 범행을 시도해 그 죄질이 무겁다”며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또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신상정보는 공개·고지하지 않기로 했으며, 취업제한 명령도 면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올려 여성이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올라온 뒤 여성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5년 지나도 여성 차별 여전”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5년 지나도 여성 차별 여전”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이슬람국가(IS)를 좋아한다.” 2015년 1월, 터키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IS에 가담했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0대 한국인 남성 김모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가입 이유로 여성혐오를 꼽은 그의 행적에 ‘페미니스트’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약 반년 뒤인 8월, ‘메갈리아’가 탄생했다. 일베(일간베스트)나 디시인사이드 등 남초 사이트는 물론 일상에서 숨 쉬듯 벌어지는 여성혐오에 대항해 거울로 반사하듯 보여 준 미러링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방식이었다. ‘김치녀’는 ‘한남충’으로, ‘맘충’은 ‘애비충’으로 치환하는 이들의 방식이 ‘여혐혐’인지, ‘남혐’인지를 놓고 사회가 들썩였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메갈리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쪽에선 ‘여자 일베’라고 비난하지만, 다른 쪽에선 ‘여성들의 해방구’라고 평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국 페미니즘사(史)에서 메갈리아는 빼놓을 수 없는 전환점이라는 점이다. 본 사이트는 1년도 안 돼 폐쇄됐지만, 수많은 메갈리안은 남았다. 온라인에서 꿈틀대던 여성의 목소리는 2016년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집회를 거쳐 2018년 혜화역에서의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로 나타났고, 2020년 현재 정치권까지 뒤흔드는 주요 의제로 자리잡았다. 그간 소수 운동가와 학자들의 영역이었던 페미니즘은 메갈리아 이후 일상의 영역으로 확대됐고, ‘영 페미니스트’를 넘어 ‘영영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1020 여성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메갈리아를 단순히 혐오세력으로만 지칭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한계도 있다. 미러링이 또 다른 혐오라는 지적과 함께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백래시(반발)도 커졌다. “너 ‘메갈’이냐”는 말은 과거의 ‘빨갱이’ 같은 낙인이 됐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이후 5년간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 논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앞으로 여성운동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를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각성 메갈리아 통해 일상 속 여혐 인식“페미니즘은 ‘특별한 것’ 아니다” 깨달아 “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차별 ‘미러링’은 여혐민국 바꿀 수단페미니즘 논의 활발…차별은 여전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천 n번방 공론화, 혜화역 시위수많은 여성이 취지 공감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활발한 페미니즘 논의를 보고 겪으며 조직된 힘을 경험한 까닭이다. 해시태그 공유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는 이들이 일상에서 여성운동을 실천하고 효능감을 얻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올라온 뒤 여성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변화 여성 의제 다양화 성과…성 대결은 심각“사회 전반에서 여성 목소리 들어달라”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5년간 많은 사람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함이나 좌절감도 커졌다”면서 “의도적으로 젠더 이슈에 대해 거리를 두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갈리아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여기는 인도] 성폭행 생존자에 헌혈한 경찰들… “코로나 감염 위험 감수”

    [여기는 인도] 성폭행 생존자에 헌혈한 경찰들… “코로나 감염 위험 감수”

    수혈이 필요한 성폭행 피해자를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무릅쓴 인도 경찰 두 명에 찬사가 쏟아졌다. 인도 PTI 통신 등 현지 언론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한 병원에서는 42세 여성이 남성 5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 여성은 사건 발생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과다 출혈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당장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인도 전역을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병원이 보유하고 있던 혈액량이 턱없이 적다는 사실이었다. 병원 측은 SNS 등을 통해 환자의 혈액형인 AB형 혈액을 급구한다는 공지를 내보냈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나머지 헌혈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결국 병원 측은 인근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전화를 걸었고, 당시 근무 중이던 경찰관 중 AB형 혈액형을 가진 프라모드 에이시와 라훌 와그가 팔을 걷어붙였다. 두 경찰관은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 수술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기증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직접 찾아 헌혈을 한 두 경찰관 덕분에 성폭행 피해자는 무사히 수술을 받고 고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목숨을 건 헌혈을 결정한 두 경찰관의 소식이 알려지자 인도 전역에서 칭찬이 쏟아졌다. 두 사람이 근무하는 경찰서 측도 숭고한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 경찰에 따르면 수술을 받은 여성은 지난주 남성 5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성폭행 과정에서 칼 등 흉기로 위협을 받으면서 부상 정도가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남성 5명 중 4명은 경찰에 체포됐으며, 남은 한 명에게는 수배령이 내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식물인간 환자 성폭행하고 촬영한 美 대학병원 직원

    식물인간 환자 성폭행하고 촬영한 美 대학병원 직원

    미국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남성 직원이 의식이 없는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메릴랜드대학병원에서 근무했던 트래비스 브룩스(35)는 지난 4월,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의 지갑에서 돈을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브룩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색영장을 집행했고, 그의 집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범죄의 흔적을 발견했다. 경찰이 발견한 것은 브룩스가 병원에서 의식 없이 누워있는 환자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은 지난해 12월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는 성범죄 및 촬영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룩스는 지난해 7월에도 별도의 폭행 사건 혐의를 받아 기소된 적이 있으며, 현재는 해당 병원을 그만둔 상태다. 현지 경찰은 이 남성을 성범죄 외에도 절도 및 마약 소지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미국에서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가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애리조나의 한 요양병원에서 14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던 여성 환자가 출산을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해당 요양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36세(사건 당시 기준) 남성이었다. 당시 경찰은 의식불명의 환자가 출산을 했다는 것 자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 병원 모든 남성 직원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고, 해당 요양병원의 모든 남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DNA를 조사한 끝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어? 문 열리네?” 성폭행했지만 피해자와 합의…집행유예

    “어? 문 열리네?” 성폭행했지만 피해자와 합의…집행유예

    법원 “죄질 나쁘지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 고려” 문이 잠기지 않은 모텔 객실에 들어가 잠들어 있던 여성을 성폭행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했다.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곧바로 풀려났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1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임준유사강간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김모(2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김씨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20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 4월16일 오전 5시45분쯤 제주 시내 한 모텔 건물에 들어가 방문이 잠기지 않은 객실에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피해 여성 A씨를 상대로 유사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A씨를 성폭행한 후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 카메라로 신체 여러 부위를 촬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문이 잠겨 있지 않은 모텔 객실에 침입해 항거불능 상태에 놓여 있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지만,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미국식 터치’라던 성폭행 목사, 항소심서 형량 늘었다(종합)

    ‘미국식 터치’라던 성폭행 목사, 항소심서 형량 늘었다(종합)

    항소심, ‘징역 8년’ 원심 깨고 징역 12년 선고 여신도 9명을 상습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목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 김성주)는 14일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목사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미성년자에 모녀까지…팔 다친 피해자에도 성폭력 전북 익산의 한 교회에서 약 30년간 목회 생활을 해온 A 목사는 1989년부터 최근까지 교회와 자택, 별장, 승용차 등에서 여성 신도 9명을 상습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일부 신도는 성폭행 당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팔을 다친 피해자를 별장으로 불러들여 성폭력을 저지르고 신도를 강제로 끌어안는 등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피해자 중 일부는 미성년자였으며, 모녀가 추행을 당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 목사는 행위를 거부하는 신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는 거니까 괜찮다”, “이렇게 해야 천국 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일말의 반성도 없어 매우 엄한 처벌 필요”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회에서 30년 동안 목사로 재직하면서 수시로 신도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면서 ‘나는 하나님의 대리자다. 이렇게 해야 복을 받는다’는 말을 했다”며 “이를 거역하면 자식이 잘못되거나 병에 걸리는 벌을 받는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절대적 믿음으로 추종하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성폭력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 이를 악용해 범행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신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일말의 반성의 태도도 없어 매우 엄한 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사실을 자세히 살펴봐도 1심의 판단을 뒤집을 정도의 증거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절대적으로 믿었던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배신감으로 심한 충격을 받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 목사 “미국식 터치였을 뿐” 항변…피해자들 공분 A 목사는 그 동안 법정에서 줄곧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하며 무죄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강간 혐의를 부인하며 “단 한 번도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 일부 신도와는 내연 관계였다”면서 “신도들이 나를 교회에서 몰아내려고 입을 맞춰 거짓말을 하고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목회자로서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미국식으로 터치하고 그런 걸 다 성추행으로 엮은 거다. 남녀 관계로 잘 지내다가 돌변해 나를 고소했다”고 항변했다. “목사 부인이 피해사실 모르는 가족에 전화 걸어 2차 가해”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목사의 부인이 피해자 가족에게 합의금 문제로 전화를 거는 바람에 ‘2차 피해’를 유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피해 여성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목사의 부인이 피해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금 3000만원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는 것이다. 합의금을 요구한 적도 없다는 피해 여성은 남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남편이 받은 충격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전했다. 이 피해자는 2016년과 2017년 교회에서 수 차례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딸에게도 목사가 몹쓸 짓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사회단체 “1심보다 늘어난 형량…의미 있는 판결” 환영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되자 시민·사회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익산여성의전화 등 전북 지역 146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판결은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데다 되려 막말로 피해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목사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심의 징역 8년은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우리 사회와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해준 실망스러운 결과였다”면서 “추후 상고심이 진행되더라도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를 위한 감경은 용납될 수 없다. 사법부가 성범죄 가해자들을 엄벌해 사회에 경종을 울려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국식 터치’라던 성폭행 목사, 항소심서 형량 늘어

    ‘미국식 터치’라던 성폭행 목사, 항소심서 형량 늘어

    항소심, ‘징역 8년’ 원심 깨고 징역 12년 선고 여신도 9명을 상습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목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 김성주)는 14일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목사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미성년자에 모녀까지…팔 다친 피해자에도 성폭력 전북 익산의 한 교회에서 약 30년간 목회 생활을 해온 A 목사는 1989년부터 최근까지 교회와 자택, 별장, 승용차 등에서 여성 신도 9명을 상습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일부 신도는 성폭행 당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팔을 다친 피해자를 별장으로 불러들여 성폭력을 저지르고 신도를 강제로 끌어안는 등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피해자 중 일부는 미성년자였으며, 모녀가 추행을 당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 목사는 행위를 거부하는 신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는 거니까 괜찮다”, “이렇게 해야 천국 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일말의 반성도 없어 매우 엄한 처벌 필요”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회에서 30년 동안 목사로 재직하면서 수시로 신도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면서 ‘나는 하나님의 대리자다. 이렇게 해야 복을 받는다’는 말을 했다”며 “이를 거역하면 자식이 잘못되거나 병에 걸리는 벌을 받는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절대적 믿음으로 추종하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성폭력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 이를 악용해 범행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신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일말의 반성의 태도도 없어 매우 엄한 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사실을 자세히 살펴봐도 1심의 판단을 뒤집을 정도의 증거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절대적으로 믿었던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배신감으로 심한 충격을 받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 목사 “미국식 터치였을 뿐” 항변…피해자들 공분 A 목사는 그 동안 법정에서 줄곧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하며 무죄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강간 혐의를 부인하며 “단 한 번도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 일부 신도와는 내연 관계였다”면서 “신도들이 나를 교회에서 몰아내려고 입을 맞춰 거짓말을 하고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목회자로서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미국식으로 터치하고 그런 걸 다 성추행으로 엮은 거다. 남녀 관계로 잘 지내다가 돌변해 나를 고소했다”고 항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월드피플+] 코로나 감염 위험에도 성폭행 생존자에 헌혈한 印 경찰

    [월드피플+] 코로나 감염 위험에도 성폭행 생존자에 헌혈한 印 경찰

    수혈이 필요한 성폭행 피해자를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무릅쓴 인도 경찰 두 명에 찬사가 쏟아졌다. 인도 PTI 통신 등 현지 언론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한 병원에서는 42세 여성이 남성 5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 여성은 사건 발생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과다 출혈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당장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인도 전역을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병원이 보유하고 있던 혈액량이 턱없이 적다는 사실이었다. 병원 측은 SNS 등을 통해 환자의 혈액형인 AB형 혈액을 급구한다는 공지를 내보냈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나머지 헌혈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결국 병원 측은 인근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전화를 걸었고, 당시 근무 중이던 경찰관 중 AB형 혈액형을 가진 프라모드 에이시와 라훌 와그가 팔을 걷어붙였다. 두 경찰관은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 수술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기증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직접 찾아 헌혈을 한 두 경찰관 덕분에 성폭행 피해자는 무사히 수술을 받고 고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목숨을 건 헌혈을 결정한 두 경찰관의 소식이 알려지자 인도 전역에서 칭찬이 쏟아졌다. 두 사람이 근무하는 경찰서 측도 숭고한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 경찰에 따르면 수술을 받은 여성은 지난주 남성 5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성폭행 과정에서 칼 등 흉기로 위협을 받으면서 부상 정도가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남성 5명 중 4명은 경찰에 체포됐으며, 남은 한 명에게는 수배령이 내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법정서 직접 호소하겠다”…용기 낸 ‘강간 상황극’ 피해 여성

    “법정서 직접 호소하겠다”…용기 낸 ‘강간 상황극’ 피해 여성

    ‘강간범 역할 무죄’ 항소심 첫 공판피해자, 법정 직접 나와 증언하기로 남성 2명의 이른바 ‘강간 상황극’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성폭행당한 여성이 직접 법정에 나와 증언하기로 했다. 피해 여성 변호인은 12일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 이준명) 심리로 열린 오모(39)씨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과 절도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호소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검찰과 변호인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피해자가 1심에서 오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항변하기 위해 용기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며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 신문은 다음달 9일 비공개 공판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오씨는 지난해 8월 랜덤 채팅 앱에서 프로필을 ‘35세 여성’으로 꾸민 뒤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이모(29)씨의 거짓 글을 보고 세종시 한 원룸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김용찬)는 이에 대해 “이씨 속임수에 넘어가 강간 도구로만 이용됐을 뿐 범죄 의도는 없었다”며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우연한 사정의 연속적인 결합이 있었다는 점과 오씨가 ‘지금 이게 실제 범행’이라고 인식했을 법한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법리적으로 맞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실제 재판부는 대전고검 검사와 오씨 변호인에게 “범행 교사는 공모해서 범죄를 저지르게 시키는 것인데, 상황극을 범행 교사라고 볼 수 있는지 다소 의문”이라며 “오씨가 (이씨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또 다른 범행을 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한 양측 의견을 달라”고 말했다. 112 신고를 막기 위해 피해 여성 휴대전화를 빼앗은 행위를 절도로 기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건 강도 혐의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오씨를 유도해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이씨도 이날 함께 재판을 받았다. 이씨는 ‘강간 상황극 피해자를 특정한 이유’에 대한 재판부 질문에 “딱히 없다”고 답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성폭행 피해자들, 마스크 강요에 고통… “끔찍한 기억 떠올라”

    성폭행 피해자들, 마스크 강요에 고통… “끔찍한 기억 떠올라”

    성폭행 피해자들이 마스크 착용을 강요받으면서 고통받고 있다고 영국의 한 성폭행 피해자 지원단체가 밝혔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자들은 마스크 착용이 가해자에 의해 목이 졸려 질식해 숨질 뻔했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 자신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압박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피해자는 상점이나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수치스럽게 하는 이른바 마스크 폭력사태라는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 중 일부다.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은 자선법인 ‘레이프 크라이시스 잉글랜드 앤드 웨일스’를 통해 마스크를 쓰지 않아 오해를 받는 것이 두려워 평소 가던 곳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 생존자의 상당수는 자신들이 겪은 성적 학대와 폭력의 일부분으로 입이나 코가 가려져 질식사할 뻔했었다고 이 지원단체의 대변인 케이트 러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러셀 대변인은 또 “이들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는 것은 이제 고통의 재경험(플래시백)과 공황 발작 그리고 심각한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심각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마스크 미착용을 의무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성폭행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끔찍한 편견에 노출돼 있다고 느낀다. 이에 대해 러셀 대변인은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무지하거나 이기적이고 또는 부주의하다고 가정한다고 말했다.성폭행 피해자 중 한 명인 조지나 팰로스(29)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가해자의 손이 내 입을 가렸다. 결과적으로 내 입을 가리는 모든 것, 심지어 산소 마스크조차도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 매우 고통스럽다”면서 “신체적으로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고 그가 나를 성폭행해 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사로 알려진 이 여성은 또 “내 건강을 위해, 또 다른 사람들을 안심하게 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이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봉쇄령이 해제된 뒤 헤어숍에서 헤어디자이너에게 마스크 미착용에 대해 추궁하고 출입을 거부당했다고도 말했다. 이런 대립의 결과로 그녀는 마스크가 의무화된 모든 공공장소를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원단체 측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미착용에 관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줘야 이런 공격적인 행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기는 남미] “성폭행 피해자에 보조금 지급” 법안 논란

    [여기는 남미] “성폭행 피해자에 보조금 지급” 법안 논란

    성폭행을 당한 미성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낸 파나마의 의원이 거센 비판을 받고 공개 사과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나마 의회 부의장 세노비아 바르가스는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법안에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담았다"며 법안에 대한 의회 토론이 시작되면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법안은 바르가스가 발의한 것으로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성범죄와 관련해 일련의 규정을 담고 있다. 문제가 된 조항은 피해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관련된 규정이다. 법안엔 12살 이하의 미성년자가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경우 75달러(약 8만8900원)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법안엔 비판이 빗발쳤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조금을 지급하다니 제정신이냐" "성폭행으로 임신까지 하게 됐다. 이게 반가운 일이라고 보조금을 주자는 것이냐"는 등 분노한 네티즌들의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파나마의 심리학자 에우세비아 실바는 "피해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잔인한 규정"이라며 "성범죄 피해자에게 돈을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갈수록 커지자 바르가스는 해명에 나섰다. 그는 "문제의 조항을 넣게 된 건 11살 성폭행 피해자를 만난 뒤였다"고 말했다. 임신 7개월인 11살 성폭행 피해자는 만났다는 바르가스는 "아직은 너무 어린 아이가 임신한 몸으로 친구들처럼 머리를 묶고 나온 걸 보는 순간 억장이 무너졌다"며 "무조건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바람에 적절하지 못한 보조금 규정을 법안에 넣게 됐다"고 말했다. 바르가스는 "법안 토론에서 사과하고 문제의 조항을 내가 직접 삭제하겠다"며 "대신 법안 전체를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소아성애자가 아이들이 자주 가는 공원 등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규정, 학교 주변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등 법안엔 꼭 필요한 규정도 많다"며 객관적인 판단을 호소했다. 아동을 노린 성범죄는 파나마의 고질적 병폐다. 검찰 통계를 인용한 비정부기구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연합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파나마에선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성범죄 4105건이 보고됐다. 전체 성범죄 사건 중 64%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 파나마 형법에 따르면 14살 미만 미성년자와 관계를 가진 사람에겐 사전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징역 12~18년이 선고될 수 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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