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지킴이 집 있는듯 없는듯
아동범죄를 예방키 위해 지정한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유명무실하다.경찰은 지난해 12월25일 발생한 안양 초등생 혜진·예슬양 유괴살해사건 등 잇단 아동 범죄로 불안감이 확산되자 올 4월14일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 등 전국 2만 4795곳을 아동지킴이집으로 지정했다.지역주민과 연계해 아동들을 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 등은 고려치 않고 구색만 갖추기 위해 학교 근처마다 몇 곳씩 형식적으로 정해놨을 뿐이다.지정업소 업주들은 경찰 권유에 홍보물만 세웠을 뿐 관련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다.지역주민과 아이들은 설치 사실을 모르고,일선 경찰도 아는 이가 드물었다.
서울신문은 혜진·예슬양 사건 1주년을 전후해 4차례(10월27일,11월25일,12월24·28일)에 걸쳐 두 어린이가 다니던 안양초등학교(안양시 만안구)와 서울시내 초등학교들을 찾았다.안양초등학교 인근에는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150m 내에 피노키오문구,따봉문구 등 5곳이 아동지킴이집으로 운영되고 있다.한 문구점 업주는 “경찰들이 처음 두 달은 잘 오더니 요즘은 거의 안 온다.”면서 “방학 동안엔 문을 열지 않는 문구점 위주로 지정한 데다 으슥한 곳이 아닌,사람들이 많은 학교 앞에다 정해놔 실효성이 없다.”고 털어놨다.H슈퍼 김모(67)씨는 “20년 넘게 장사를 해와 지역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데,아동지킴이집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행현초교,행당초교,무학초교,서초구 서초초교,강남구 역삼초교 앞 등도 마찬가지다.이 일대 한 문구점 업주는 “당시 경찰이 와서 ‘아동지킴이집이 큰 효용은 있겠느냐마는 위에서 지정하라고 하니까 업소를 찾고 있다.’며 지정을 권유했다.”면서 “해도 그만,안 해도 그만인 듯했지만 경찰 권유도 있고 해서 그냥 하겠다고 했다.”고 귀띔했다.다른 지정업소 관계자는 “아동지킴이집에 처음 가입할 때 행동요령이 적힌 종이쪽지를 받은 게 다였고 경찰에서 교육받은 적은 없다.”고 전했다.초등학생들은 대부분 금시초문이다.박모(11·안양초)·전모(13·석촌초)군,이모(9·송파초)·김모(12·행당초)양 등은 “들어본 적도 없고,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다.”고 말했다.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그동안 283명의 아동이 이를 통해 성추행 등 범죄피해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예방효과도 있었다.”면서 “아동지킴이집 홈페이지 등 홍보 활동을 위해 내년도 예산 6억 5000만원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