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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호씨 여덟번째 시집 「여백」 펴내

    ◎시역20년 시인의 시작 자기성장/문명·욕망 비판서 자연·불교세계 심취/“시란 꿩이 날아간 뒤에 눈밭속 발자국” 시인 최승호씨(43)가 여덟번째 시집 「여백」을 솔출판사에서 펴냈다. 「대설주의보」「고슴도치의 마을」「진흙소를 타고」 등 80년대 첫 세권의 시집으로 오늘의 작가상,김수영문학상,이산문학상 등을 잇달아 훑었던 최씨는 자기만의 「경지」를 드러내는 시언어로 누구보다 주목받았다.현대 도시문명을 비꼰 그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은 묘하게도 불교나 노장의 상징에 잇닿곤 했다.도시적 욕망의 복판에서 허무를 건져내는 그 시세계는 많은 문학도들을 매료시켰고 최씨는 해마다 신춘문예 평론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시인의 하나가 됐다. 문명과 욕망을 꼬집는게 일차였던 최씨의 시는 90년대 들어 쇳소리가 가시면서 더욱 선쪽으로 접근했다.「반딧불 보호구역」으로 자연친화를 노래하더니 지난해 시집 「눈사람」에선 순환과 무위가 삶의 이치인 불교적 세계를 한껏 드러냈다.「여백」은 「눈사람」때의 이같은 세계관의 연장선위에서시력 20년에 이른 시인의 시쓰기에 대한 중간성찰을 아우르고 있다.지난해말 출판사인 세계사 주간을 그만두고 원없이 시만 썼던 근작들을 묶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뵌다. 〈바다!/얼마나 시원한 말입니까.입이 크게 열리고 눈이 확 트이며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듯한 말이 바로 바답니다.하지만 보이는 것은 별로 없군요.아마 보이지 않는 곳에 바다의 화엄이 있을 겁니다.뿌옇게 이글거리는 수평선,해일이 일면 허공도 넘실거리는 수평선엔 뚜껑이 없습니다.저기가 바로 눈사람들의 공동묘지 아니겠습니까.저기가 바로 눈사람들의 신생아실입니다.//수평선에서 넘어온 고기잡이 배 한 척.그 뒤를 갈매기들이 너울너울 따라옵니다.물고기 장례식을 치러주려고 만장 펄럭이며 상여 따르는 행렬처럼 항구까지 끼룩끼룩 울며 날아옵니다.부두는 장례식장처럼 부산하고 활기에 넘쳐 비린내 속에 북적댑니다〉(「바다」전문) 신생아실이자 공동묘지인 바다는 탄생과 죽음을 한 고리처럼 안고 있다.이같은 순환은 바다와 눈사람을 연결짓는 물의 이미지때문에 강화되고「장례식」을 북적대는 활기로 바꾸는 갈매기 울음소리에 지상으로까지 확장된다.죽음은 순환의 계기로 바뀐 뒤 어느덧 편안해지고 「시인의 죽음」은 시어의 증폭을 가져온다. 〈여백의 시학이란 씌어진 적도 없고 씌어진 것도 없는 시학의 텅 빈 여백을 말한다.그 여백은 말로 채워지지 않으면서 다양한 말들을 이미 품고 있다.말들이 불어나면 여백은 더 넓어진다〉(「시론에 대하여」중) 저자란 〈돌멩이처럼 날아온 한 영감에 얻어맞고 온몸이 진동〉하는 〈무수한 현을 지닌 텅 빈 악기〉이며 시란 꿩이 날아간 뒤 눈밭에 남은 발자국이라고 말하면서 시인은 문자와 백지,언어와 침묵,생성과 소멸이 구태여 구분지어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화엄」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 새마을운동 「뿌리」살려야(사설)

    우리에게는 「새마을운동」의 신화가 있다.『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잠재력에 불을 댕겨 「잘살기운동」으로 가동시켜온 정신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은 우리가 개발하여 세계에 수출한 「정신문화산업」이다.전쟁의 피폐와 절대가난의 유산을 등에 지고 「못사는 나라」의 상징처럼 알려진 동북아의 가난한 분단국 대한민국이 중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었던 「한강의 기적」의 정신적 지주가 「새마을운동」이다.지금도 그것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줄을 잇는다. 그 희망차고 신명나는 운동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지혜가 우리에게는 절실하다.다만 지난 시대의 「새마을운동」은 절대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일차원적 운동이었고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잘살되 성숙하게 잘사는 운동」이다.오랜 가난의 질곡만 벗어나기 위하여 정신문화적 가치에 다소 소홀했고 미래나 환경에 관한 배려에 대비하지 못한 불찰을 보완하여 새롭게 거듭나는 운동이 필요하다. 「새마을운동」의 근간은 근면과 협동·성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에 있다.이 운동을 통해 금욕적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는 일이 중요하다.그것을 실천한 경험은 우리의 능력이다.능력 있는 민족이 아니면 이룰수 없었을 경험이다. 「우리는 새마을운동을 일으킨 민족이다」라는 자부심은 오늘의 우리에게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혼란의 시대를 겪으며 불가피하게 평가절하하고 그 빛나는 업적을 폄하한 잘못을 범해온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것을 바로잡아 분수에 넘치게 과대평가되고 거품에 싸여 너무 일찍 샴페인에 취해버린 우리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도 이 검약과 근면의 정신운동은 되살려져야 한다.무엇보다도 이 운동의 금욕적 기능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우리의 깊은 곳에 자리잡은 새마을운동의 정신적 뿌리를 살려내는 노력이 시급하다.신임 새마을운동 중앙회장의 포부를 접하며 그것을 기대한다.
  • 경제살리기로 승부를/김 대통령 남은 1년 중요하다(사설)

    김영삼 대통령이 25일로 취임4주년을 맞는다.대통령에게 있어 지난 4년은 부패척결과 경제회생,그리고 국가기강 확립 등 3대국정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온 헌신의 기간이었다.공과에 대한 평가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엇갈릴수 있다.현재의 어려움은 냉정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명암을 구별하는 분별과 지혜가 소망스러운 시점이다. 이제 대통령의 임기는 꼭 1년이 남았다.그러나 권위주의의 구질서를 청산하고 새로운 문민체제의 기반을 쌓아온 긍정적인 측면은 더욱 발전시키고 도덕성·신뢰의 위기와 경제난의 국가적 난국이 빚어진데 대해서는 뼈저린 자성과 분발로 다함께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그런점에서 우리는 김대통령이 오늘 시국전반에 관한 소신과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담화를 주목하면서 그것이 대통령과 국민모두가 심기일전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국가적으로나 대통령개인적으로나 다같이 어려운 때다.경제난에다가 한보의혹을 둘러싼 불신·불안심리가 팽배하여 국론분열과 국력분산이 빚어지고있는 난국이다.대통령은 취임초와 같은 의욕을 되찾아 사심없는 국정수행으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의 면모를 일신해야 할 것이다.그리하여 난국을 타개하고 남은 1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자면 우선 국민들이 흔쾌히 대통령을 따를수 있도록 한보사건등과 관련한 책임과 재발방지대책을 분명히하는 자세가 긴요하다.또한 그동안 개혁과정에서 신권위주의 시비가 있었던 대통령의 국정수행방식이라든가 충분한 여론수렴을 하지않은 전격적인 정책결정 방식에 대해서도 국민의 비판을 수용하여 겸허한 성찰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남은 1년의 역점은 뭐니뭐니해도 경제살리기에 두어야할 것이다.경제가 무너진 것이 외부의 도전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점이 많음에도 집권4년의 최대 실정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유념해야한다.다음은 안보체제의 확립과 공명선거관리의 과제다.전환기의 안정과 안보를 잘 관리하여 차기정부가 축제속에 탄생하도록 해야한다. 우리는 정치권과 사회지도층,그리고 국민모두가 국가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자제와 협력의 새로운 국민합의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대권경쟁이 격화되는 임기말에 정치세력들이 대통령을 권력투쟁에 끌어들여 무분별하게 흔들고 불명예의 낙인을 찍으려 해서는 안된다.그런 행위는 국가의 구심력을 파괴하여 정상적인 국정수행을 불가능하게하고 정치불안과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국민들과 함께 이룩한 개혁의 성과들을 정략적인 차원에서 부정하는 행태도 우리가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군부개혁,공직자 재산공개,정치제도개혁,금융실명제,그리고 정치자금 불수수 선언 등 그동안 대통령의 신념으로 이루어진 성과는 많다.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국정수행과 임기마무리를 잘할수 있도록 국민들이 용기를 북돋워주고 힘을 모아주는 것이 국리민복의 결실을 가져오는 길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남은 임기동안 국정을 이끄는 중심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이다.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지키는 성숙한 국민의식의 발현이 요청된다.
  • 우리 우리 설날(사설)

    「설」연휴가 시작되었다.할일도 많고 갈길도 먼 97년에 처음 맞는 연휴다.우리 고유의 명절이어서 휴일로 정해지긴 했지만 「설날」에서 「설」의 의미는 대부분 퇴행되었다.양력생활이 체질화한 우리로서는 이날에 새해맞는 마음이 되지는 않게 되었다.다만 「고향 어른 찾아뵙는 일」과 차례·성묘 같은 아름다운 풍습을 기리는 의미가 강할 뿐이다. 그러므로 그런 명절답게 어른 공경의 기회를 갖고 겸허하고 소박하게,그리고 정성스럽게 효행을 생각해보는 특별한 의미가 이날에는 있다.스스로 자식노릇을 성찰하고 그럼으로써 자식에게 그 덕목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설명절쇠기」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그러자면 먼저 자신을 반성하는 기회도 만들게 될 것이다. 우리의 명절이 아름다운 것은 명절이 이렇게 덕행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그러잖아도 요즈음은 세상이 혼란스럽고 어려운 일이 많아서 힘에 겹다.이런 때에 맞는 명절이므로 더욱 우리의 판단과 처신에 현명함이 요청된다.들떠서 흥청거리거나 분수에 넘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난해도 명절이면 모여 앉아 조상 기리는 절도를 행하고 그러는 가운데서 화합하며 어려운 일 극복하는 참을성도 배워온 명절의 본질을 찾았으면 좋겠다.어렵기는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하면 못 넘을 것도 없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중요한 것은 건실하고 근검하고 근면한 우리 본래의 덕목을 되살리는 일이다.우리 설날은 그런 덕목을 활성화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그러려면 고향을 향하는 길에서부터 성숙한 시민정신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속도로규칙을 지키고 차례음식 하나도 찌꺼기를 줄이고 알뜰하게 관리하는 일에 마음을 써야 한다.사회를 바로잡아가는 일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음을 명심하는 일도 명절의 결의에 깃들여야 할 것이다.그런 모든 것이 조화된 기쁘고 보람있는 명절이기를 기원한다.
  • 파리의 한국문인/고국서 잇따라 작품 발표

    ◎고종석씨 신작모은 단편집·문예지 발표 준비/신이현·박철화씨도 계간·월간지에 연재 시작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는 한국문인들이 올봄 약속이나 한듯 속속 국내문단 공략에 나선다.90년대 들어 파리는 어느 곳보다 국내문인들이 삶의 새 활력을 찾아 모여드는 재충전의 공간이 돼버렸는데 해동과 함께 그들의 신작이 잇달아 건너오는 것. 프리랜서 기자로도 활약중인 작가 고종석씨가 여러 문예지에 신작을 발표하는 것을 비롯,작가 신이현씨가 두번째 장편연재를 시작하고 문학평론가 박철화씨가 지면을 통해 소설가로 변신을 꾀한다. 진격의 첨병은 단연 고종석씨.국내 매체에 기고한 산문을 모은 「책읽기 책일기」를 문학동네에서 펴낸 고씨는 「문학과사회」「세계의문학」「문학동네」 등 계간지 봄호 및 월간「문학사상」 3월호에 일제히 신작단편을 들이밀면서 이들을 묶은 첫 단편집을 문학동네에서 준비하는 등 엄청난 화력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새로 발표될 단편들은 서구 지성사부터 여성문제,근작 우리소설에까지 만화경같은 작가의 관심범위를보여주면서도 따져묻듯 논리에 집착하고 염결성 강한 작가의 내면을 읽어내게 한다.「서유기」(문학동네)는 기자출신 화자와 79년 좌익사건에 연루돼 망명한 정태하라는 인물간의 대화를 축으로 한국현대사를 그늘지게 바라보는 파리 한인들의 심정을 그렸다.「전녀총의 이여성 회장님께 드리는 공개 서한」(문학사상)은 여성문제에 대한 한마디,「사십세」(세계의문학)는 불혹에 이르러 엉클어진 가족사를 돌아보는 화자의 회한을 각각 담았다.「찬 기파랑」(문학동네)은 기파랑이라는 가상의 프랑스 비교역사언어학자의 죽음을 전제로 그 행적을 더듬어 20세기 서구지성들을 정리,촌평하는 재미있는 작품. 지난 93년 첫장편 「숨어있기 좋은 방」을 내고 파리로 공부하러 가 좀처럼 소식이 없던 신이현씨도 「상상」97년 봄호에 신작장편 「갈매기 호텔」의 첫회분을 실으며 기지개를 켠다.신정이라는 한국유학생의 눈으로 파리 세느강변에 모인 이방인들의 자아찾기를 보여주는 작품.또 지난 91년부터 파리대학에서 공부해온 박철화씨가 「문학동네」 봄호부터 장편소설 「하얀언덕」을 분재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시국과 관련돼 파리로 유학온 불문과 학생의 자의식과 지식인의 자기성찰이 섬세한 감수성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하나같이 모태에서 동떨어져 방황하는 「파리의 이방인」들의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의 작품은 독특한 이국취향으로 봄문단에 새로운 기류를 보탤것 같다.
  • 도서출판 「자작나무」 대표 최청수(’97 젊은 문화주역:5)

    ◎개방·불황 맞설 「문화첨병」 자임/88년 출판계 입문… 인문교양서 등 300여종 내/“「문화전쟁시대」 살아있는 정보 가꾸기 최선” 만성적인 불황 터널속에서도 「출판입국」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견실한 출판인이 있는 한 우리 출판계의 앞날은 어둡지 않다.도서출판 자작나무의 최청수 대표(38)는 출판종사자야말로 이 시대 「문화의 게이트키퍼」임을 믿는 젊은 일꾼이다. 『우리는 지금 문화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그런만큼 우리의 문화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 「문화영토」를 확장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합니다.그 첨병구실은 물론 지식산업이요 정보산업인 출판이 맡아야지요』 출판의 시대적 소명을 새삼 강조하는 그는 올해는 특히 출판시장 개방의 파고를 헤쳐나갈 각오를 새롭게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8년 「이성과 현실」사로 출발,92년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꾼 「자작나무」는 그동안 인문교양서를 중심으로 300여종의 책을 펴낸 중견 출판사.「마르크스주의 인식론」「생활속의 물리학」「광기와 우연의 역사」「배꼽티를 입은 문화」「인간본성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 등 10여권은 이른바 스테디 셀러다. 『지난해 출간된 「인간본성…」은 대학교재로 쓰일만큼 학술적 성격이 강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6개월째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오르고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어떤 분야의 책을 펴내느냐가 아니라 필자들의 지식을 어떻게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살아있는 정보로 가꾸어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상업 출판물이 범람하는 우리 출판풍토에서 제대로 된 책을 골라 읽기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쉽지않다.시류에 영합해 「급조」된 소설이나 수필집,세상살이의 「왕도」라도 가르쳐줄 듯한 얄팍한 처세술 책,역사적 사실들을 흥미위주로 변색한 「유사」역사서적….우리 출판계는 문자 그대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국이다.「자작나무」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우리 독서문화의 지형도를 바꾸어놓는 것을 궁극목표로 삼는다. 『지난 89∼94년 과다광고에 힘입어 이상과열 조짐까지 보였던 대중서들은 이제 점차퇴조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요.대신 보다 깊이있는 정보와 지식을 담은 전문분야 책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자작나무」는 이러한 시대변화에 따른 문화의 흐름을 반영,인문교양도서 출판사로서의 성격을 한층 강화해나갈 작정입니다』 러시아 국민시인 에센의 시집 「자작나무 아래서」에서 암시를 얻어 「자작나무」로 회사 이름을 지었다는 그는 자작나무처럼 고결한 기품이 느껴지는 책들을 꾸준히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올해에는 찰스 패너티의 「종교의 기원」과 버틀런드 러셀의 「결혼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을 2월중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소설 「아르테미오의 최후」「캠페인」 등 50여권의 책을 펴낼 계획이다.
  • 「명퇴」 등 인사바람이 부는 철에(박갑천 칼럼)

    명예퇴직 바람이 불고있다.말이 그렇지 본인들은 별로 명예롭게 생각않는 물러남이다.연말연시는 그밖에도 여러가지 사연의 인사이동 계절.그에따라 희비와 명암이 엇갈린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했으니 나아감이 있었던 사람에게 물러남이 있음은 당연하다.하지만 한창 일할 나이에 자기뜻과 달리 섭치로 여겨지는듯한 물러남에는 어찌 울분의 찜부럭이 없다고야 하겠는가.그렇다해도 그럴수록 마음을 추슬러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오히려 그게 더 밝은 내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 우리들 인생사 아니던가. 옛날과 지금의 상황을 똑같이 생각할 일은 아니다.다만 이승을 산다는 「인생의 기미」는 같기에 퇴계 이황의 진퇴를 생각해보게는 한다.『그는 40년 가까운 벼슬살이에서 네임금을 섬기면서 일곱번이나 자리를 물러났다』(박종홍:「한국의 인간상」).그 모두가 스스로 택한 길이었다.그는 69세에 마지막으로 물러나지만 그보다 10년전의 무오사직서에도 그마음이 나타난다.『…계묘(1543년)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16년사이 체직된게 10번이요임명받고 사은 못한게 4번이며 시골로 물러나온게 4번이고 지방에 나가 있으면서 사은못한게 6번이며 소명받고 사퇴를 청해 올린 일이 3번이나 되나이다』. 우리역사에서 보기 어려운 사례라 할것이다. 윤근수는 그의「월정만필」에서 그런 퇴계와 자신을 비기면서 『얼굴붉힌다』.윤월정보다 2살위인 우계 성혼은 그를 만날때마다 벼슬 고만두고 시골내려가 살라고 권했던 듯하다.월정이 그러려해도 살만한 땅뙈기 하나 없다고 대답하면 우계는 산입에 거미줄 안친다면서 권유했다.이얘기를 적은 월정은 이렇게 탄식한다.『그랬건만 내나이 예순이 넘도록 관직에 미련을 두고 물러나지 않을 줄이야.퇴계와 우계는 내다보는 눈이 있어서 그리했던 것을…』.겸손한 성찰같다. 「공사견문록」엔 서후행이라는 내시얘기가 쓰여있다.그는 번번이 왕자왕녀 집짓는 일을 맡았는데 튼튼히 짓질 않았다.부귀는 무상한 것이고 좋은 집일수록 자주 바뀌는게 세상이치이므로 굳이 힘들여 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무람없다는 책망도 따랐던만큼 옳게만 받아들일 말은 아니다.하나,「좋은집」은 「좋은자리」일수도 있겠다싶기는 하다.〈칼럼니스트〉
  • 새해… 천리의 첫걸음부터 올발라야(박갑천 칼럼)

    일석 이희승 선생의 「새해」라는 시가 있다.60년도 넘은 1934년에 쓴 것이다.「어제 동에서 서으로 진해/오늘도 동에 떠서 서으로 지리」.첫 연을 이렇게 읊은 다음 2련을 다음과 같이 이어나간다.「왜 사람들은 새해라 떠드나/달력을 바꾸어 달아선가/도소의 향기 풍겨선가」 도소는 사기를 몰아낸다면서 이런저런 약초를 섞어 만든 술로 정초에 마신다.일석은 왜 새해라며 떠드는가에 대해 해답을 낸다.녹슨 심기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다시 한번 닻 감고 돛을 달아 새 항해의 새 기적을 울리기 위해서라고.지금도 그때와 같다.섣달 들면서부터 망년회다 뭐다 시끌벅적 위걱거리다가 그믐밤을 보내고 새해 새아침을 맞는다. 「어제 진 해 오늘도 동에서 뜬다」는 일석선생의 생각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무시무종)」고 한 「장자」를 떠올리게 한다.「장자」에는 여기저기 그 구절이 보인다.지북유편에만 해도 「예도 지금도,시작도 끝도 없다」(염구·중니문답),「그것(지도)은 깊고 깊어 바다 같기도 하고 높고 높아 산 같기도 하며 끝나면 다시시작되고 시작되면 다시 끝나서… 영원히 계속된다」(공자·노담문답)고 나온다.「노자」와 통한다.일석은 젊어서 웅숭 깊은 노장의 경지를 거닐었던 것일까. 그렇긴 하지만 사람은 예나 이제나 그렇게 똑같이 뜨고지는 해를 두고 「묵은 해」와 「새해」로 가른다.그러면서 나름대로의 『새 기적을 울린다』.또 『이 새해에는…』하는 결의를 다진다.지난해의 폭풍우에 드레난 뱃전에 못을 박고 찢긴 돛을 깁는다.모자랐던 점을 성찰하면서 새해의 항로에 벅찬 꿈을 부풀린다. 1997년의 새해가 동녘에서 떠올랐다.우리 토박이말 「새」는 동녘을 가리킨다.「높새바람(북동풍)」 「샛바람(동풍)」에서 그를 알 수 있고 「새벽」의 「새」나 「날이 새다」의 「새」 또한 한동아리말이다.그 「새」는 새(신)와 같은 뿌리.해를 숭상한 우리겨레는 해뜨는 새쪽에서 새로움을 느꼈다.그 새해가 새로운 희망을 안고 새쪽에서 떠오른다. 「천리를 가려면 첫걸음이 올발라야 한다.그게 어긋나면 천리가 모두 어긋난다」고 했다(보조국사법언).첫단추부터 옳게 끼워나가자는뜻이었으리라.새 마음으로 새 햇살을 새롭게 받아들이자. 독자 여러분,새해에 복많이 받으시기 엎드려 바랍니다.〈칼럼니스트〉
  • 한길사,창사20돌 기념 선집 3권

    ◎「역사와 지성」·「사람과 사상」 등 재편집 도서출판 한길사(대표 김언호)가 올해로 창사 20주년을 맞아 「역사와 지성」「사람과 사상」「명저의 세계」등 3권의 기념선집을 펴냈다. 「역사속의 인간과 지성을 탐구한다」는 공통주제 아래 출간된 이 책들은 그동안 한길사가 펴낸 「오늘의 사상신서」「사회와 사상」「제3세계연구」 등에 이미 발표된 글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을 주제별로 골라 재편집한 것.「역사와 지성」에서는 격동의 역사적 상황에서 지적 인간이 무엇을 성찰했는가를 살펴보며,「사람과 사상」에서는 위대한 역사인물의 사상적 궤적을,「명저의 세계」에서는 고전의 세계와 그것을 낳게한 지식인 사회를 고찰한다.한림대 이삼성 교수(정치학)를 비롯해 김재용(연대·국문학),한정숙(서울대·서양사학),윤형식 교수(경희대·철학) 등 4명의 소장학자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 노동법 연내 처리밖에 없다(사설)

    1.미룰수록 갈등·혼란만 커져 정부와 여당이 당정회의를 갖고 노동관계법의 개정안을 이번 회기에 처리하기로 한 것은 합당한 판단이다.정치·사회적으로 이번 회기를 놓치면 내년에는 법안을 다룰 기회가 사실상 사라진다.현정부의 집권기간엔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이다.개정안과 관련된 논란이 각 기업의 임금협상과 맞물려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 불을 보듯 명백하고 더욱이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뜨거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정안은 지난 5월 노사개혁위원회(노개위)를 구성해 7개월간의 난상토론을 거쳐 마련된 것이다.중립적인 공익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한 노개위에서 노사는 모두 하고 싶은 말을 원없이 다 했으며 그 내용들은 수시로 공개되고 국회에도 통보됐다. 정부의 개정안은 노사의 합의내용을 그대로 수용했고,합의가 안 된 사항은 공익위원의 안을 최대한 반영했다.이상적은 못 되더라도 우리 현실에서는 최선의 안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따라서 국회가 또다시 공청회나 토론회를 갖고 여론을 수렴하는등 처음으로 돌아갈 이유가 전혀 없다.이미 노개위에서 모든 쟁점들을 놓고 충분히 토론을 거쳤기 때문이다.국회가 할 일은 정부안의 어느 조항을 어떻게 조정해 채택하느냐 여부일 뿐이다.개정의 당위성에도 이미 국민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 노조와 재계 모두 격렬하게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술전략이다.노조는 그동안 숙원이던 복수노조 허용,정치활동 금지 및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의 삭제 등 이른바 3금의 해제라는 엄청난 성과를 얻었다.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 등 3제의 도입과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등은 재계가 받은 선물이다. 그럼에도 서로 상대방의 선물만 크다고 물어뜯는 것은 국회를 의식한 쇼의 성격이 강하다.양쪽 다 억지다.3제와 해제 예정인 3금은 모두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아주 보편적인 제도이다.결코 우리 정부가 새로 만든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그럼에도 노사가 일부만 꼬집어 안 된다며 펄펄 뛰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의 표본이다. 물론 복수노조가 허용될경우 주도권을 둘러싼 노노의 선명성 경쟁과 노노분쟁,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제로 인한 고용불안 등 개정안으로 인한 부작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이는 우리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데 따라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다.우리는 지금 부작용만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따라서 노사는 집단이기만 표출할 것이 아니라 이처럼 불필요한 낭비와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서로 협의해나가야 한다.그래야만 우리의 노사제도를 계속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2.여야는 전진적 자세 보여야 여야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처리를 위한 협의에 즉시 착수하여 연내에 국회의 입법절차를 매듭지을 것을 우리는 거듭 촉구한다.그것만이 이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여 경제를 살리는 길임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법안내용을 확정한후 두차례에 걸쳐 연내 처리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반해 야당측이 어제 밝힌 반대당론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정치공세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국민회의가 정기국회 처리 저지를 공언하면서 노사합의에 의한 노동법개정을 주장한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노개위의 7개월간에 걸친 협의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난 노사합의를 다시 주장하는 것은 법개정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자민련이 정부측에 여론수렴과 보완을 요구한 것도 정치권이 해야할 일을 다시 정부에 넘기는 책임회피의 자세로밖에 볼 수 없다. 입법권을 국회가 갖고 있는 이상 이 법안의 처리는 어렵다고 해서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대행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여야가 법안의 내용과 처리시기에 대한 당론을 가지고 이견을 절충함으로써 여야 책임하에 입법을 매듭지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법개정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이나 보완책을 당론으로 제시하지 않고 처리시기만 시비하여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 문제를 정쟁대상으로 삼아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오는 18일까지인 이번 정기국회회기내에 처리하는 것이 촉박할 수는 있다.그러나 법개정을 둘러싼 노사의 반발등 긴장을 연장하는 것은 사회불안과 국력소모를 심화시켜 경제회생과 경쟁력확보를 어렵게 만들 위험이 크다.국회가 심의와 처리를 미루는 동안 법개정을 둘러싼 파업과 노사갈등으로 나라전체가 큰 혼란과 격랑에 휩싸인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그런 국가적 비용의 낭비를 굳이 두달이나 끌 이유는 없다.벼랑끝에 가서가 아니라 초기단계에서 막는 것이 정치권에 맡겨진 경쟁력강화의 소임이다.따라서 각 정당은 조속히 법안내용에 대한 선택을 서둘러 입법과정을 매듭짓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야가 이번 현안에 대해 그런 위기감과 책임감을 발휘한다면 연내처리는 충분히 가능하다.먼저 여야가 팔을 걷어붙이고 연내처리를 모색해야 한다.시간이 부족하면 정기국회 폐회에 바로 이어 임시국회를 열면 될 것이다.여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협조를 얻는 주도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야당은 당리당략을 버리고 국리민복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총재들이 직접 나서야 할 것이다.
  • 「감퓨터」보다 못한 국책연구소(최택만 경제평론)

    지난 73년 제1차 석유쇼크 당시 후쿠다(복전)일본 부총리겸 경제기획청 장관은 「감퓨터」라는 조어을 만든 일이 있다.일본 경제연구기관의 경제전망이 자주 빗나가자 자신의 예감을 토대로 한 「감퓨터」보다 컴퓨터를 동원한 예측이 더 틀린다는 비유을 하면서 「감퓨터」란 말을 썼다. 경기예측이나 각종 경제분석방법은 그동안 꾸준히 연구·개발되어 현재는 「과학적인 경기예측」이라고 자부되고 있는 계량모델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계량모델이란 소비는 어떻게 결정되는가,설비투자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수출은 어떤 추세를 보일 것인가 등 경제이론을 하나 하나의 현실의 데이터에 맞추어서 실증하고 그렇게 해서 구한 방정식으로 경제를 분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연구기관도 이 모델을 이용하여 경제를 분석,예측하고 있다.과학적인 방법과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해서 작성한 국내 국책연구기관의 경제전망이 올들어 크게 빗나가면서 기업인들 사이에 「감퓨터」예측이 오히려 맞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한국개발원(KDI)·산업연구원(KIET) 등국책연구기관이 작년말 내놓은 96년도 경제전망치와 실제경제 상황을 비교하면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KDI는 작년 4·4분기에 내놓은 96년도 경제전망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7.5%에 달할 것으로 낙관했다.그러나 올 2·4분기에 성장률 전망치를 7.2%로 낮추었다가 3·4분기 들어 다시 6.8%로 조정했다.경제성장률 전망만 3번이나 조정했다.KIET도 성장률전망을 당초 7.4%에서 6.7%로 하향 수정했다. 성장률 수정은 그런대로 이해가 가나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적자 전망은 당초 전망치와 실적사이에 4배가 차이날 것으로 보인다.경상수지와 무역수지 전망의 경우 틀려도 너무 틀린다.KDI는 작년말 올해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 적자를 각각 56억달러와 24억달러로 전망했다. 1·4분기에는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65억달러로 늘리면서 무역수지 적자전망치는 13억달러로 오히려 11억달러나 줄였다.수입이 줄 것이라는 기상천외한 전망을 근거로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였다는 것이 당시 KDI의 설명이다. 연초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였던 KDI는 반도체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등 수출이 부진하자 하반기들어 부랴 부랴 연말 무역수지 적자폭을 1백14억달러로 수정,일거에 연말 적자 전망치를 1백억달러나 늘렸다.경상수지 역시 1백88억달러로 수정했다.KIET도 올해 경상수지 적자를 56억달러,무역수지는 29억달러로 전망했다가 지난 10월 2백8억달러와 1백30억달러로 황급히 수정했다. 수정한 전망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10월말 현재 경상수지 적자는 1백90억달러를 시현하고 있다.3차 수정치마저 재수정해야 할 형편이다. 정부는 당초 96년 경상적자가 50억달러 내지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수립했다.낙관적인 전망치를 토대로 운용계획을 내놓은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는 상반기까지 경상적자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국민총생산(GNP)대비,적자비율(95년기준)이 1.9%에 불과해 우리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내에 있다고 판단되므로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며 느긋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태평했던 관계부처는 민간 경제연구기관과업계가 비관적인 수출전망을 내놓고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로 무역외 수지마저 적자폭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자 지난 6월 「최근 경상수지 동향과 대응방향」이란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탁상에서 만든 대책이어서 그런지 별다른 긴박감이 없었다. 국대 최대의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당초 예측한 경상적자 규모와 연말 실적치 사이에 4배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이 기관의 예측능력에 대한 신뢰성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케 한다.정부 산하연구기관이 경제전망을 하면서 낙관론에 치우치거나 예측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경제전망이나 예측은 정부의 경제운용계획 수립은 물론 민간기업들의 투자와 자금수급계획을 수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이다.정부는 97년도 경제운영계획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 국책연구기관의 예측에 개입하지 말고 국책연구기관은 예측오류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 학생운동 전환기 오는가(사설)

    지난 8월의 「연세대사태」이후 처음으로 치러지고 있는 전국대학의 총학생회장 선거는 지난해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과격·폭력시위를 주도해온 친북성향의 NL(민족해방)계가 퇴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아직 선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177개 4년제 대학중 선거를 치른 110개 대학의 총학생회장 성향을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NL계는 60개대에서 53개대로,PD(민중민주)계는 12개대에서 11개대로 줄어든 반면 비운동권은 35개대에서 41개대로,운동권이지만 온건한 노선을 지향하는 「진보학생연합」은 3개대에서 5개대로 늘어났다.특히 서울·고려·연세대 등 3개 명문대에서 NL계 후보들이 모두 참패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관심을 모았던 연세대의 경우,한총련의 투쟁노선을 강력히 비판한 비운동권후보가 NL계 후보를 2배이상의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한동수군은 『앞으로 대학을 학문중심으로,건전한 생활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것』을 공약으로 내걸어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우리는 대학가 선거풍토의이같은 변화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연세대사태」를 계기로 학생운동의 변화를 바라고 있는 대다수 학생의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아직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앞으로의 학생운동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학생운동의 본질과 방향을 새로운 시각에서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대학당국·교수·학생은 지금까지의 학생운동을 냉철하게 성찰하는 한편 건전한 학생운동의 정립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지금이야말로 학생운동이 새로운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낡아빠진 이념투쟁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미래지향적인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합리적이고 순수한 학생운동이 대학가에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 아파트 초고층화 문제많다(사설)

    서울시가 잠실·반포·등 5개지구 저밀도 아파트를 고밀도 아파트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그간의 고밀도 재건축 불가원칙 위배와 교통난 및 자연경관 훼손 등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의 재건축 쟁점 사항인 용적률·높이제한·평형제한 등 문제에서 주민들의 이기적 의견을 대폭수용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에 흠집을 내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그동안 주거환경 악화를 이유로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을 250% 수준으로 낮추겠다던 시당국이 5개 저밀도지역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을 285%까지 허용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용적률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분당신도시 아파트 용적률(201%)이나 고층아파트 군이 있는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200%)과 대치동(200%)보다 8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더구나 잠실지역의 경우 한강변의 경관보호를 이유로 그동안 고층건물 건축을 강력히 규제해 오지 않았는가.이 지역에 25층 아파트를 짓게하면 한강변의 12층 높이제한 건축규제가사실상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한다. 만약 서울시가 5개 저밀도지역에 한해서 높이제한을 해제한 것이라면 그것은 형평성 시비를 일으킬 소지지가 다분이 있다.또 당초 18평이하 주택을 기존세대수만큼 건축할 것을 주장해온 당국이 갑자기 그 제한을 푼 점도 문제이다.현재 저밀도지역에는 18평이하 아파트가 많아 서민들의 내집마련과 전세가격 안정에 상당히 기여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 초고층아파트 건축에 따른 교통난과 상수도 및 부동산투기 등 문제가 잇따를 것이 분명하다.그러므로 시당국은 이번 저밀도지구 도시계획을 재검토하기 바란다.집단민원에 밀리거나 주민이기주의를 수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성찰하고 올바른 주택정책을 펴나갈 것을 촉구한다.
  • 한미 연합방위태세 과시를(사설)

    제2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가 31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린다.이번 회의는 북한 잠수함침투사건 이후 50여일만에,그리고 한국군 수뇌부개편후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우리는 이번 회의가 한·미 관계의 공고함을 과시하고 한·미 연합방위능력을 한층 강화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생포된 북한잠수함승조원 이광수씨는 지난 28일 회견에서 잠수함침투목적에 대해 『전쟁과 관련된 임무』라고 밝혀 북한의 「표류」주장이 허구임을 입증했다.잘못을 저질렀으면서도 사과할 줄 모르고 오히려 보복위협과 억지주장이나 계속하는 북한정권에 대해 한·미 양국은 이번 안보협의회를 계기로 다시 한번 단호한 응징결의를 천명해야 할 것이다. 잠수함침투사건의 처리방안과 관련하여 한국정부가 북한에 대해 사과 및 재발방지보장 등 납득할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우리는 미국도 이러한 요구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그리하여 이번 SCM성명에는 북한정권의 사과 및 재발방지보장을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지기를 기대하는 바다. 잠수함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은 대남보복위협뿐 아니라 북·미핵협정파기,미사일발사실험강행 등으로 위협하고 있다.이에 대해 유엔은 안보리의장의 대북성명과 북한의 핵안전협정이행을 촉구하는 총회결의안 채택으로 대응했다.여기에 SCM의 북한사과요구성명까지 가세한다면 국제사회의 대북경고는 더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닐 것으로 우리는 확신한다. 우리는 이번 안보협의회에서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문제가 진지하게 검토되기를 기대한다.팀스피리트훈련이야말로 한·미 연합방위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인 동시에 북한에 대해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카드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이번 회의에선 한·미간의 정보공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로버트 김사건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 파이프오르가니스트 윤양희(이세기의 인물탐구:107)

    ◎「천상의 소리」로 기도하는 연주자/독실한 신앙인… “삶은 예술” 빈틈없는 생활/국제적 명성에 매년 4∼8차례 해외공연 천상에서 울려오는 현란한 방울소리. 국제적인 활약으로 명성이 드높은 윤양희의 파이프오르간은 음 하나하나를 확고한 터치로 탄주하여 장엄한 신비적 음률과 웅장한 저음을 싱싱하게 되살려 낸다.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그의 방에 가보면 핀란드·네덜란드·체코·슬로바키아와 수년전 체코슬로바키아에서의 연주 포스터가 빈틈없이 걸려있고 지난 79년 미국에서 가지고 나온 로저스 전자오르간이 고색창연하게 놓여 있다.파이프오르간은 다른 악기들과는 달리 여러개의 건반이 층을 이루고 수천개의 파이프와 수십개의 스톱(음전)이 설치되어 팔이 길고 손가락이 길어야만 건반들을 넘나들며 무궁무진한 울림을 얻게 된다. 그는 연주회를 앞둔 연습에서 하루 8시간에서 열시간 이상,어느 때는 밤을 새워 이곳에서 연습한다.바람소리에 실려 둥글게 구르는 「변화무쌍한 음색과 뛰어난 색채적 연결」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신을 향한 간절한 기원인듯 경건한 중에도 가슴을 설레게하는 뜨거운 감동을 던져준다.레퍼토리를 짤때도 바흐이전의 북스테후데와 바흐,생상스에 이르기까지 내면적 정서를 간직한 극적·환상적인 토카타 푸가 샤콘느 코랄칸타타를 고루 선택하여 사상과 철학이 용해된 낭만적인 표현으로 뭇영혼의 심금을 진동시키고 있다. ○하루 10시간이상 연습 78년 세종문화회관개관기념초청 윤양희 파이프오르간 독주회가 있었을 때 사통팔달의 음악평론가 유한철씨는 『밝은 음색,경묘한 리듬감,멋진 밸런스를 만들어내는 그의 연주는 음악외의 불필요한 요소가 철저히 배제된 화사하고 극명한 지성의 연주』라고 호평했었다.81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대사원초청 독주를 가졌을 때도 프랑스 「레데페쉐」지는 그의 토카타와 푸가에 대해 「정감과 격정을 자아냈으며 여성다운 감수성을 훌륭히 나타낸 비르투오소다운 연주」로 찬사하여 그의 음악미래에 팡파르를 울렸다.비르투오소란 「예술에 대한 특별한 지식과 기교에 능한 사람」을 이른다. 윤양희는 자신의 생활에 빈틈없이 성실하다.참다운 생활자체를 예술로써 승화시키기 위해 한순간도 나태하든가 긴장을 푸는 일이 없다.쉬는 시간에는 실내장식을 바꾸거나 바느질에 열중한다.그의 바느질 솜씨는 미국 유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지금도 옷들이 크거나 작으면 솔을 전부 뜯어내어 꼼꼼하게 늘이고 줄인다. 그는 이대 피아노과 재학 시절에 이미 정동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했다.그 시절에 만난 윤용구씨와 결혼후 도미,부군(55·사업)은 전 서울대총장 윤일선 박사의 5남으로 그들이 남들보다 호사스런 유학생활을 했으리라 짐작하겠지만 검약이 몸에 밴 가풍대로 부군은 접시닦기·호텔청소·자동차용접일로 루스벨트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그도 부군과 얼굴을 마주 보고 식사할틈도 없이 삯바느질과 공장의 모터게이지 조립에 매달려 시카고 아메리카음대와 대학원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전공,한국인으로서는 처음 미국 오르가니스트협회 시카고지부 상임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가진물건 절대로 못버려 79년 귀국후 세종문화회관과 정동교회소속 파이프오르가니스트로 일하면서 그는 수많은 협연외에 해마다 세종문회회관 독주회,1년에 4차례에서 8차례이상의 해외연주로 「신비」를 기대하는 청중들에게 오르간의 감동과 공감을 나눠 주었다.지난 10년동안 총신대 종교음악과에 몸담았으나 단순히 교파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대학을 그만두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 인생에서의 쓰디쓴 좌절과 낭패감으로 남아있다. 상도동의 드넓은 마당이 있던 집에 살 때는 87년 당시 이미 환중이던 시아버지 윤일선 박사는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였고 87세였던 시어머니 조영숙 여사는 그 나이에 바가지공예전을 열만큼 정열적인 노익장으로 올해 96세인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면서 그는 『우리 어머니는 언제나 건강하고 명랑하시다』고 자랑삼는다.자녀는 딸만 둘(시카고 노스웨스트대학원에 유학중). ○유학시절 삯바느질도 윤양희는 경기도 문산출생.부친은 병원이 없는 산간벽지등 무의촌을 찾아 치료에 나서고 있었고 그는 조모인 김부순 여사의 손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라났다.조모는 어린시절 새문안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평양 숭의학교시절 선교사에게 풍금을 배운 신식여성으로 『할머니가 레가토를 치기 위해 풍금위에서 자꾸만 바꾸던(서브스티튜션) 손가락을 바라보면서 어릴 때부터 신학대학교수가 되어 교회찬송가를 지도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한다. 크고 검은 눈동자에 눈부시게 하얀 피부,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단정한 용모에다 성격이 밝고 상냥한 그는 어느 자리에서나 치밀한 순수성을 잃지않는 것이 장점인 예술가다.그대신 소유욕과 집착욕이 강하여 한번 가진 물건은 절대로 버리지 않고 사람도 한번 사귀면 영원한 친구로 지낸다. 또 병적인 천재성 보다 자기세계를 지키려는 음악적 의지가 굳건하다.평론가 김원구가 『니체는 지적 오만을 지녔으나 윤양희는 오만 때문이 아니라 고집과 오기로 어떤 그룹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혼자서 오르간이 할수있는 최상의 소리에 닿고 싶어한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이른바 음악가가 완벽한 연주를 하기는 어렵지만 인간답게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 보람을 느끼고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해엔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홀과 페테르부르크 카펠라콘서트홀 독주등 굵직한 연주만 7차례,자주 해외연주에 나가면서 통역을 통하는 것이 번거로운 나머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에 이어 최근에는 독학으로 태국어와 러시아어를 익혔고 중개자 없이 연주를 주선하고 스케줄을 짤수있게 되었다. 항상 신을 향한 기도의 자세가 윤양희 연주의 이미지다.이제 그는 평화스러운 플라치도나 당당한 그란디오소로 진행되는 「눈부신 화엄미」를 구사하면서 더이상 오르지 못하는 「플래토」에 머무르지 않고 연주 때마다 「창조적 진화」와 「생명의 도약」을 보여준다.그리고 보이지않는 신의 손길이 언제나 그를 감싸 인도하고 있음을 확인하여 청중은 그의 연주 앞에서 경건과 숙연을 감출수 없게 된다. □연보 ▲1944년 경기도 문산 출생 ▲65년 이대 음대(피아노전공) 졸업 ▲66∼현재 정동교회 오르가니스트 ▲1965∼67년 서울합창단 반주자 ▲1971∼76년 미국 시카고 아메리칸 음대 및 대학원(파이프오르간전공)졸업, ▲1974년 일리노이 라그랜쥐 임마누엘성공회 1백주년기념초청 독주 ▲1977년 아메리칸음대 오르간강사 ▲1977∼79년 미국 오르가니스트협회 시카고지부 상임이사 ▲1978년 서울 세종문화회관개관기념 초청독주 ▲1979∼87년 추계예대·이대 출강 ▲1980년 몬트리올 성요셉사원 「라콩세 스피리추알」음악제 초청독주 ▲1981 파리 노틀담사원초청 독주 ▲1982년 네덜란드 헤이그 반델루데성당 및 노르웨이 토론하임 성울라프페스티벌·핀란드 나스톨라성당·라하티국제오르간페스티벌 초청등 7차례 독주회 ▲1983∼91년 총신대 종교음악과 전임 ▲1990년 체코슬로바키아 정부초청 독주 ▲1994년 정명훈 지휘 바스티유오케스트라 협연(예술의 전당) ▲1994∼현재 윤양희 파이프오르간교실 주관(세종문화회관 대강당) ▲1995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홀·페테르부르크 카펠라콘서트홀·세종문화회관 독주회 등 1백여회 〈현재〉 목원대 대우교수·세종문화회관 오르가니스트·미국오르가니스트협회(AGO)한국지부장 〈저서〉 「파이프오르간의 이론과 실제」(예지각)
  • 젊은 날의 반 고흐/드뤼으 라 로셸(화제의 책)

    ◎외톨이 화가를 통해 본 「고독」 삶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던 한 외톨이 화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숙명적 고독을 그린 소설.「아터버리」「런던」「훼브르」「헤이그」등 4부로 이뤄진 이 소설은 끊임없는 내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간 반 고흐를 모델로 삼고 있지만 미술사적 관점에서 고흐를 다루지는 않는다. 고흐에게 있어 예술은 그의 개인적인 운명과 동일한 것이었다.그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곧 그의 전 존재의 작열이자 불안 혹은 기쁨의 절규였다.자신의 운명적인 외로움에 시달리면서도 스스로 정열의 포로가 된 인간.「…반 고흐」는 바로 이 천재예술가의 고독과 정열의 길을 따라 씌어진다. 젊은 날의 방황과 좌절을 거쳐 마침내 자신의 운명을 이끌어갈 천직을 찾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불투명한 자아와 익명성에 흔들리는 현대인에게 특히 단단한 중심이 되어줄만한 작품이다.민음사 이연행 옮김 6천5백원.
  • 인간의 본능 성문제와 연결/갤러리사비나 1일부터「정복수 초대전」

    오는 10월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사비나(73 6­4371)에서 열리는 정복수초대전 「성,폭력과 연민의 굴레」는 정씨 자신이 줄곧 탐구해온 인간내면의 본능을 성의 문제와 연결해 보여주는 독특한 전시다. 정씨는 인간이 성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쾌락으로 연결하는지,또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어 형상화해온 작가. 이번 전시는 그가 치중해온 인간내면성찰에 바탕해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불합리·모순을 성의 문제와 독특하게 연결해 표현한 작품을 모아 보여주는 자리로 7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망라하고 있다. 극히 부분적으로만 색을 사용하면서 하드보드 위에 연필·목탄·아크릴·잡지조가리 등을 사용해 인체의 모든 부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80년대 초기까지의 작품에서부터 다양한 색채가 등장하면서 인체의 생식기와 배설기만 보이는 80년대 중후반 작품,그리고 「밤의 언어」연작과 「독신녀」처럼 소시민적 인간애가 보이는 90년대 작품까지 인간의 내면을 연구해온 작가의 작업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 ‘독서 길라잡이’ 문학개론서 3권/문예출판사·민음사·문지서 출간

    ◎문학이란 무엇인가­시·소설 등 삶의 언어를 이용한 예술/문학주제학이란 무엇인가­국내 처음 소개되는 문학주제학 이론/문예사조의 새로운 이해­우리시각으로 분석한 문예사조 흐름 한편의 시나 소설을 읽기 위해 문학이론이나 비평에 대한 지식까지 굳이 갖춰야 할까.일부 평론가들은 문학비평 혹은 이론은 문학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뿐이라고 주장한다.문학작품에 대한 자발적이고 순수한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그러나 인간과 관련된 모든 일이 그러하듯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가치판단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작품에 대해 보이는 아주 단순한 반응조차도 사실은 이미 어떤 이론적 입장을 전제로 하기 일쑤다.문학작품을 읽는 일이 이렇듯 묵시적 비평행위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구체적인 작품읽기에 앞서 문학에 대한 이론적 소양을 갖출 필요성은 한층 높아진다.최근 출간된 「문학이란 무엇인가」(김욱동 지음,문예출판사),「문학주제학이란 무엇인가」(이재선 엮음,민음사),「문예사조의 새로운 이해」(오생근 등 엮음,문화과지성사)는 일반독자들이 좀더 밝은 눈으로 문학작품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학개론서로 관심을 끈다. 「문학이란…」은 문학의 개념과 본질을 알기 쉽게 설명한 문학입문서.문학의 정의와 역할,시·소설·희곡·문학비평·문학사조의 개념 등 7개 주제를 실제비평 보다는 문학원론이나 이론에 비중을 둬 다뤘다.『문학은 삶과 밀접한 언어를 최대한 이용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하는 지은이는 우선 문학이 추구하는 예술적 진리와 허구적 세계를 창조해내는 작가의 상상력에 주목한다.그 상상력은 연금술과도 같아서 쇳덩이를 황금으로 변하게 하며,문학을 아름다운 거짓말로까지 만드는 「문학행위의 생명」이라는 것.이 책은 또 문학이 갖는 기능을 공리성과 실용성,심미성과 쾌락성의 관점에서 살피는 한편 산문과 운문의 차이,시와 일상언어의 차이,비유와 상징의 차이,소설의 구성요소 등을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김승옥의 「서울,1964년 겨울」,안수길의 「북간도」 등 실제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해 문학의 기초개념에 어렵잖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문학주제학…」은 주제와 모티프,상징연구 등에 기초한 문학이론인 문학주제학을 국내 처음으로 소개한 책.문학주제학은 그동안 문학을 문학 외적인 것에 기대어 평가하는 반영론이나 문학의 내적 구조를 분석하는 형태주의 비평의 위세에 밀려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그러나 최근들어 형태주의 비평이 문학을 인간의 실제적 삶의 공간에서 유리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문학 내적인 연관에 소홀했던 반영론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문학주제학의 방법론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이 책은 레이몽 트루송,엘리자베스 프렌첼,프랑수아 조스트,테오도르 지올코우스키 등 문학주제학 분야의 대가 14명의 이론을 소개하며,문학주제학적 방법에 입각한 구체적인 작품분석을 시도한다.부록으로 「주제 모티프 사전」과 주제학 관련 주요이론,국내 연구서지 등이 실려있어 문학주제학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문예사조…」는 서구 문예사조를 주체적으로 성찰한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 눈길을 끈다.우리 문학사에서 서구문예사조의 이해는 곧 서양 근대문학의 이해와 같은 것으로 간주돼왔다.때문에 서양문학을 그 역사적 토양의 뿌리로부터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거꾸로 문예사조라는 개념을 통해 포획하려는 잘못을 저질러왔다.그동안 되풀이 되어온 우리나라에서의 문예사조의 혼란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갖고있는 이같은 자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이 책은 바로 이런 측면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서구 문예사조와 우리의 문예사조를 나란히 겹쳐서 보려 한다.서구의 문예사조에 일방적으로 해바라기하며 끌려갔던 그동안의 「문학적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우리의 균형된 시각에서 문예사조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의도에서다.
  • 고통 분담해야 경제가 산다(사설)

    김영삼 대통령은 17일 『우리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전제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기업과 근로자 모두 종래의 구태의연한 의식을 버리고 함께 고통을 견디며 당면한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고비용·저능률」을 해소하려면 김대통령이 밝힌 그대로 각 경제주체가 잘못된 의식을 버리고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비용·저능률」은 다름아닌 경제주체의 행위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기 때문이다.그동안 경제주체들이 생산요소비용을 높여 왔고 그로 인해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주체는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역할분담은 물론 고통도 나누려는 일대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먼저 실질적인 경제주체인 기업의 사용자와 근로자는 「사회적 합의」을 받아들여 양보와 협력을 통해 경제적 분쟁(임금·복지) 또는 권력적 분쟁(노동관련법개정)을 종식하고 오직 국제경쟁력 향상에매진하는 자세로 돌아 가야 할 것이다. 사용자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재 충전하고 근로자는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근로정신을 복원하는 것만이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다.그렇게 할때 저능률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또 기업이 기술개발·첨단기술 도입·고급인력 양성 등을 통해 생산요소비용을 절감시키면 고비용문제도 해소되기 마련이다.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수요자인 동시에 투자재원의 공급원이기도 한 가계는 급하지 않은 소비를 하거나 외식을 즐기는 「선택적 소비」 또는 낭비적인 소비패턴을 합리적인 소비형태로 전환해야할 것이다.뿐만아니라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로 돌리는 선저축 후소비의 바람직한 생활자세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다.가계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몫은 절약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자원배분과정에서 개입과 규제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물가안정을 통해서 국민생활의 안정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해주어야 할 것이다.
  • 인간의 조건/한나 아렌트(화제의 책)

    ◎사람답게 사는 철학적 방향 로자 룩셈부르크,시몬 베이유,에디트 슈타인과 함께 세계 4대 유태인 여성철학자로 꼽히는 아렌트의 58년 저작. 「인간의 조건」은 지은이 자신이 이 책을 「아모르 문디」(Amor Mundi,세계애)로 불러주기를 바랐듯이 세계에 관해 단순히 관조하고 성찰하는 형이상학적 전통을 넘어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실천철학적인 방향을 제시한다.아렌트가 꼽는 인간실존의 세가지 조건은 생명,세계성,다원성.그는 또 인간의 자연적 조건을 파괴하는 과학기술 문명을 「근본악」으로 규정하고,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조건」은 「전체주의의 기원」「정신의 삶」과 더불어 아렌트의 3부작중 하나로 이번에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한길사,이진우·태정호 옮김,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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