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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국제영화제]‘영화 가을걷이’ PIFF족 설렌다

    [부산국제영화제]‘영화 가을걷이’ PIFF족 설렌다

    ‘전세계 영화인의 축제’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2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새달 2일부터 10일까지 부산 해운대 야외상영장과 남포동 일대에서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에는 세계 60개국에서 315편이 출품돼 역대 최다 작품수를 자랑한다. 영화의 바다에 푹 빠져 가을의 낭만을 즐길 생각에 ‘피프족’들은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게 마련. 이들을 위해 프로그래머 4인이 엄선한 화제작 8편을 집중소개한다. 진정한 영화 마니아라면 놓치면 손해볼 작품들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4인의 프로그래머가 본 키워드와 화제작 8편 ■ 김 지 석 (아시아영화담당) “변방이다” 최근 아시아영화가 세계영화계에서 각광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편차가 심하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필리핀과 중앙아시아 등 최근 수작이 쏟아지고 있는 변방의 아시아 영화들을 다른 영화제들보다 앞서 소개한다. ●‘100’(뉴커런츠/감독 크리스 마르티네스/필리핀) 암에 걸린 젊은 여성의 마지막 시간에 관한 이야기. 여 주인공은 죽기 전 남은 석달 동안 해야 할 일을 메모지에 적어 벽에 붙여 나간다. 어머니와 친구들 등 주변인과 마지막 날을 함께한다는 소재가 암울하거나 비극적이기보다는 유머러스하고 밝다. 죽음을 준비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이야기이면서도, 여성들의 신나는 한바탕 수다와 같은 영화. ●‘실크 사리’(아시아 영화의 창/감독 소만 나이르 프리야다르샨/인도) 딸에게 실크 사리를 입히고픈 어느 실크 직공기술자의 이야기.1940년대 말, 인도에서 공장노동자들에게 실크 사리는 감히 입어볼 수 없는 옷이었다. 최고의 실크방직 기술자인 벤가담은 공장주의 착취에 저항하는 노동운동을 벌이지만, 딸에게 실크 사리를 입히려는 그의 꿈은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비극적인 가족드라마와 가혹한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문제작. ■ 이 상 용 (한국영화담당) “여성이다” 올해 장편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에 ‘누벨바그의 여신’으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여배우 안나 카리나를 비롯해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인 여배우 이화시, 이란의 여성 감독 사미라 마흐말바프 등이 위촉됐다. 총 5명의 심사위원 중 3명이 여성인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영화 상영작 가운데도 총 6개 작품의 연출자가 여성 감독이다. ●‘나는 행복합니다’(폐막작/감독 윤종찬/한국) 더벅머리의 청춘스타 현빈의 파격적 연기변신이 화제를 모은다. 데뷔작 ‘소름’에서 상처받은 인물들의 심리를 공포영화로 풀어내고,‘청연’으로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그렸던 윤종찬 감독의 세번째 장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정신병원을 무대로 삶의 비극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똥파리’(한국영화의 오늘:비전/감독 양익준/한국) 양익준 감독은 ‘팡팡퀴즈쇼 커플예선전’ 등 여러 단편영화들에 출연한 배우. 이번 영화에서는 주연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독립영화 연기자가 직접 만든 첫 독립 장편영화. 불우한 가정생활을 겪은 주인공들을 내세운 자전적인 고백담이 마음 약한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릴 듯. ■ 이 수 원 (세계영화담당) “프리미어다” 올해 부산에선 한국과 아시아를 제외한 130여편의 세계 각국의 영화가 소개된다. 이 가운데 35여편이 월드(세계최초 공개) 혹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자국 제외 최초 공개)에 해당한다. 사실상 비경쟁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프리미어를 기록한 것은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의 영화 제작자 및 관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모라’(오픈시네마/감독 마테오 가로네/이탈리아) 올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 이탈리아 나폴리를 장악하고 있는 범죄조직 카모라(나폴리 마피아)의 실상이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진 올해 최고의 이탈리아 영화.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부패와 죽음이 지배하는 현대판 ‘고모라’를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누신젠 하우스’(월드시네마/감독 라울 루이스/칠레) 칠레 출신의 거장 감독 라울 루이스의 최신작.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된다. 요양차 윌리엄은 칠레의 ‘누신젠 하우스’로 아내와 함께 찾아 간다. 하지만 귀신이 출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 집에서 그들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루이스 감독의 초현실주의적 세계가 판타스틱 장르에 버무려져 펼쳐진다. 특수효과 없이 빚어진 거장의 솜씨가 단연 돋보인다. ■ 홍 효 숙 (다큐·단편영화담당) “농촌이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한국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많다는 것도 두드러진 경향이다.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가꿔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게 된다. ●‘농민가’(와이드 앵글/감독 윤덕현/한국) 농민들의 삶은 소박하고 투박하다. 하지만 투박함 안에는 따뜻함과 열정이 담겨 있다. 땅을 벗어나 아스팔트 위에서 농민의 꿈을 주장할 수 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모순된 현실과 그것을 이겨내려는 농민들의 싸움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작품. ●‘길’(와이드 앵글/감독 김준호/한국) 한동안 신문지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추리가 어느덧 잊혀지고, 우리는 영화를 통해 그 싸움의 현장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대추리 투쟁을 하면서도 묵묵히 텃밭을 일구는 노인의 일상에서 ‘땅’과 ‘투쟁’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 문고판으로 만나는 한국 대표 지성들

    한국 대표 지성들의 핵심적 사유와 성찰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문고판 시리즈가 나왔다. 도서출판 생각의 나무가 펴낸 ‘問 라이브러리 총서’다. 대가들이 이 시대에 던지는 진지하고, 깊이있는 ‘물음(問)’을 통해 21세기가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새롭게 조망하려는 시리즈다. 1차분 6권의 저자는 김우창(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장집(고려대 명예교수), 도정일(경희대 명예교수), 장회익(서울대 명예교수),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윤평중(한신대 대학원장) 등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석학들이다. ‘지식과 성찰의 대중화’를 목표로 내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한손에 쏙 들어오는 작고, 가벼운 문고판이라는 것. 직장인들이 가방 안에 넣어다니며 틈틈이 읽기에 딱 알맞은 크기다. 거장의 심오한 사상을 접하고 싶어도 두꺼운 철학서의 무게감 때문에 지레 겁먹고 물러났던 이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고 내용마저 압축본인 것은 아니다. 저자 모두 이번 시리즈 발간을 위해 최신 원고를 내놓았다. 가령 김우창의 ‘정의와 정의의 조건’은 “난해하기로 소문난 저자의 모든 글 중에서 가장 쉽고 실제적인 물음의 인문담론”이라는 게 출판사측의 얘기다. 도정일의 ‘시장 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망’은 과작으로 유명한 저자가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이후 14년 만에 펴내는 본격 사회문화비평서이다. 한국 민주정치 이론의 대부로 불리는 최장집의 ‘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를 비롯해 장회익의 ‘온생명과 환경, 공동체의 삶’, 강수돌의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윤평중의 ‘극단의 시대에 중심잡기’ 등도 저마다 저자의 오랜 사유와 성찰의 결정체를 담고 있다. ‘問 라이브러리’는 인문학을 주제로 한 H(Humanities)시리즈, 예술에 관한 A(Arts)시리즈, 문학적 산문을 다루는 L(Literature) 시리즈로 구성된다. 앞으로 박명림 연세대 교수, 임지현 한양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8권의 H시리즈,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장 등 2명이 참가하는 A시리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 2명이 나서는 L시리즈 등 모두 12권의 책을 더 낼 계획이다. 각권 6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신문 주최 ‘2008 윤이상 페스티벌’ 막 올라

    서울신문 주최 ‘2008 윤이상 페스티벌’ 막 올라

    ‘윤이상의 삶과 음악을 재발견했다.’ 1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08윤이상페스티벌-표상’의 서막이 올랐다. 살아생전 이미 세계 5대 작곡가로 꼽히며 세계무대에서 먼저 인정받았던 윤이상(1917∼95). 그의 자전적 작품이 2500여 객석을 90여분간 감동과 회한에 빠뜨렸다. ●자유 꿈꾸는 인간의 숙명 음악에 담아 이날 윤이상 선생의 제자이기도 한 해설가 홍은미씨는 “윤이상 선생님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음악으로 승화, 시대와 삶을 첨예하게 표현하고 성찰과 위로, 희망을 준 우리 시대의 표상이었다.”며 “이번 음악회에서 그와 그의 음악을 다시 발견하고 공감해달라.”고 당부했다.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가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쓴 ‘비극적 서곡’이 먼저 무대를 채웠다. 뒤이어 첼리스트 고봉인의 협연으로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 연주됐다. 절망에서 희망의 좁은 틈으로 치달으며 끊길 듯 이어지는 첼로 소리에 관객들은 윤이상 선생의 굴곡진 삶을 떠올리며 숙연해졌다. 이 작품은 동백림 사건에 휘말려 사형을 구형받고 감옥에 수감됐던 그의 경험을 담은 곡이다. 당시 죽음에 직면했던 윤이상은 이상에 가닿지는 못하지만 영원한 자유를 꿈꾸는 인간의 숙명을 음악에 담았다. ●객석 압도한 비탄과 부활의 멜로디 2막의 주인공은 ‘광주여, 영원히’였다. 윤이상이 독일에서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지켜보며 만든 이 곡은 ‘비극은 어떤 이유로도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그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 비탄과 부활의 멜로디로 객석을 압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휘하고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았다. 이 자리에는 고인의 딸인 윤정씨를 비롯해 노진환 서울신문 사장,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건식 현대아산 회장, 첼리스트 정명화, 노르베르트 바스 주한 독일대사 등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윤이상페스티벌은 춘천(19일), 전주(20일)를 거쳐 선생이 끝내 잠들지 못했던 고향 통영에서 21일 마무리된다.1만∼7만원.(02)723-0364.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사설] ‘김정일 와병’ 정보 남발 자제해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9·9절 열병식에 불참, 그의 와병설이 불거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일주일 동안 국정원장과 국방장관, 청와대 대변인 등이 국회 상임위 답변이나 언론브리핑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이 순환기계통 질환으로 뇌수술을 받았다.”고 확인했고, 관련 정보가 쏟아졌다.‘경미한 언어장애’에서부터 ‘봉화진료소에서 치료’, 급기야 ‘양치질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정보까지 거침없이 공개됐다. 마치 그의 병상일지라도 보듯 그의 병세 정보가 시시콜콜 중계되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당장의 남북관계든 통일에 대비해서든 북한 주민과 권력엘리트의 대남 신뢰를 높이는 게 중요한데, 김 위원장의 와병을 선정적인 뉴스거리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지적이 주목된다.“적과 싸우는 와중에도 상대방이 아프면 예의를 갖추는 것이 기본인데 김정일이 아프다고 해서 지금처럼 떠드는 것은 경박한 행동이다.” 고위 당국자들에게 곱씹어 볼 것을 당부한다. “국정원장이 밝힌 내용이 틀린 것으로 판명돼도 큰 일이지만 다 맞혀도 문제”라는 전직 정보당국자의 고언은 더 통렬하다. 김 위원장의 병세는 극소수만이 알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장의 발언으로 북한이 발설자 색출에 나서 결국 ‘딥스로트(내부정보원)’를 잃을 것이란 분석에 공감한다. 물론 중대 사안인 만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일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부당하게 은폐하는 것과 국익을 위해 민감한 정보의 공개를 자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그 경계선상에서 깊이 성찰하고 슬기롭게 판단하는 게 당국자들의 몫이다.
  • “정부 ‘서아프리카 유전 확보’ 돕고 싶다”

    “2년8개월 그리고 나흘 만에 우리나라에 왔군요. 내 땅을 다시 밟게 된 심정이야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대한항공 여객기편으로 뉴욕을 떠나 12일 오전 4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박동선(73)씨는 모국땅을 밟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박씨는 유엔의 대 이라크 석유·식량 계획과 관련해 이라크로부터 25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6년 미 연방경찰(FBI)에 체포돼 5년간의 형을 복역하다가 최근 석방됐다. 박씨의 혐의는 미국에서 로비스트로 등록하지 않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부를 대신해 유엔의 ‘식량을 위한 석유’프로그램이 채택되도록 유엔관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것. 귀국한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줄곧 자신이 결백하며 FBI에 “불법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판사가 불법 납치의 문제점에 대한 진정서를 받아들였다. 귀국할 때 내 서류를 보니 불법 입국 혐의까지 뒤집어 씌웠다.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의 가치를 늘 강조해 온 미국의 법체계가 이렇게 엉망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의 옥살이에 대해서도 “미국의 일부 보수파 중 유엔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유엔의 전·현직 고위 간부 등을 옭아매기 위해 억지로 조작해내는 과정에서 내가 희생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냈지만 이렇다 할 소식이 없었다. 뉴욕 교도소에 있을 때 총영사관이 두 차례 면회를 왔으나 내 얘기를 경청한다기보다 형식적인 방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일본의 한 참의원을 비롯한 의원 36명이 미 정부에 “한·미 관계뿐 아니라 미·일 관계를 위해서라도 박 회장을 속히 석방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감옥에 있는 동안 내 자신을 성찰하면서 인생 공부를 한 것이나 50여년간 현지에 살면서도 깨닫지 못했던 미국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새로이 알게 된 만큼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노하우와 인맥을 이용해 나이지리아, 가나 등 서아프리카 지역의 유전 확보 등 정부의 에너지 외교를 지원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천주교 입장에서 문화의 흐름을 본다

    천주교 역삼동성당 ‘명례방 포럼’은 최근의 문화 흐름을 천주교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가슴을 열고 숨결을 트자’ 연속 강좌를 24일부터 매주 수요일 10회에 걸쳐 연다. ‘명례방 포럼’은 학자, 전문직 종사자들이 지난 2005년 친목 모임으로 시작한 단체. 신정환 한국외국어대(스페인어학과) 교수와 조군호 역삼동성당 주임신부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역삼동 성당내 강남가톨릭문화원에서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되는 포럼에서는 ‘무한도전의 마력과 미디어 문화의 허실’,‘행복한 눈물-미술의 가치와 경제적 의의’,‘신흥영성운동-도전일까 기회일까’ 등 문화 분야에서 최근 사회적 이슈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사안들을 집중적으로 짚는다. ‘신앙인과 재테크-투기인가 투자인가’,‘성과 속의 교차로에 선 종교’,‘언론과 정치, 그 권력의 애증관계’ 등 사회, 종교와 관련된 첨예한 사안들에 대한 발제와 토론도 이어진다. 역삼동성당측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오히려 더욱 심해지는 갈증과 빈곤을 풀기 위해 천주교 정신에 바탕을 둔 지식과 성찰의 장으로 강좌를 마련했다.”고 포럼 취지를 밝혔다.(02)568-5454.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상임위 초점] 野“어청장, 부하만 징계” 與“헌법위 떼법”

    9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업무보고에서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놓고 여야간에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종교편향 논란, 촛불시위 강제 진압 등을 이유로 들면서 어 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 청장에게 공권력 확립을 당부했다. ●여야 시위진압 뚜렷한 시각차 어 청장 퇴진 문제는 회의 초반부터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민주당 김충조 의원은 “어 청장이 용퇴 의향이 없는지 태도를 분명히 하고 업무보고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용퇴를 전제로 하고 그 결심부터 밝히라는 것은 정상적인 의사진행 발언에 부적절하다.”고 반대했다.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업무보고가 이뤄졌고 이어 진행된 질의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촛불 시위 진압에 대한 뚜렷한 견해차이를 드러냈다. 처음부터 삐걱거린 이날 회의는 민주당 의원들이 어 청장의 답변 태도 등을 이유로 오후 5시 50분쯤 집단 퇴장하면서 정회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의 강경 진압 등을 지적하면서 어 청장의 사퇴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강기정 의원은 조계사 총무원장 검문 사건으로 경찰 4명이 징계 또는 인사 조치된 것을 언급하면서 “정당한 법집행을 했다는 부하 직원은 징계해 놓고 (본인은 사퇴하지 않는 게) 부끄럽지 않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 김희철 의원은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 사례를 열거한 뒤 “과잉 진압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청장은 “선진국에 비교해 우리 같은 안전 진압은 드물다.”고 반박했다. ●민주, 어청장 답변태도 불만 퇴장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경찰의 공권력이 훼손당하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김소남 의원은 “한국사회에서는 법률 위에 헌법이 있고 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는 냉소적 표현이 만연하고 있다.”면서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여론 눈치보기 하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하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성조 의원도 “시위 진압이 부진했고 공권력 확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어 청장은 “앞으로는 경찰 폭행, 장비 파손, 장시간 도로 점거 등에 대해서는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하고 어려울 경우 채증을 통해 사후 조치하고 민사 책임을 끝까지 물을 작정”이라고 답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프리허그’ 운동도 경찰이 하면 욕을 먹는다?

    ‘프리허그’ 운동도 경찰이 하면 욕을 먹는다?

    전·의경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서울 도심에서 프리허그(불특정인을 안아주며 서로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자는 운동)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해석을 두고 네티즌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주체가 누구든 다른 사람과 체온을 나누며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아직도 대다수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랭한 편이다.‘촛불’ 강경 진압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어청수 청장이 사퇴 위기에 몰리자 뒤늦게 대국민 홍보용 이벤트를 벌이는 것이라는 반응들이다. 지난 6일 ‘마이찬™’이라는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명동 한복판에서 경찰관 3명이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는 글과 함께 프리허그 사진을 올렸다.그는 “부대 내에서 행사를 하는 것 같다.”며 “주위에 있는 한 경찰이 이 장면을 캠코더로 열심히 찍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진 속 인물들은 경찰관복을 입은 채 ‘FREE HUGS’ 등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거리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다.다른 네티즌들에 따르면 행사 당시 팻말에는 ‘경찰을 미워하지 말자’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일부 “멋지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네티즌들은 “이제 와서 이미지 관리해봤자 한참 늦었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 ‘벤디스’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시위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을 거론하며 “명동은 경찰기동대가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두들겨팼던 곳”이라고 말했다. 전·의경 프리허그를 직접 봤다는 ‘플라워’라는 네티즌은 “‘저 X들이 별 짓 다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거 그냥 참고 지나갔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산갈매기’라는 네티즌은 “요즘 경찰들이 욕을 많이 먹어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한 것 같다.”며 프리허그 본래의 순수성을 훼손한 홍보성 행사라고 비판했다. ‘darns’는 “어청수 경찰청장 등 수뇌부는 저런 알량한 이벤트로 무뇌한 사람들을 속이려 하지 말고 왜 ‘견찰’이라며 욕을 먹는지 진지한 자기성찰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견찰’이 아닌 진정한 경찰이 된다면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국민의 벗으로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프리허그에 대해 8일 서울지방경찰청과 관할 남대문경찰서·중부경찰서 등에서는 현재로서는 주체나 실태가 전혀 파악된 바 없는 행사라고 밝혔다. 이같은 경찰의 답변은 의욕적으로 시도한 프리허그가 시민들의 냉랭한 반응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아예 주체를 드러내지 않거나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과성 행사였음을 보여주는 것이 시민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프리허그’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한 듯 “그게 뭐냐?”고 반문한 뒤 “금시초문이다.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우리는 왜 아파트에 갇히게 됐나

    우리는 왜 아파트에 갇히게 됐나

    대한민국에서의 ‘집’은 몸과 영혼이 휴식하는 안온한 공간만은 아니다. 주거공간이 곧 부의 척도로 이어지는 부동산 공화국에 살고 있어서일까. 하지만 그런 불순한 개념이 끼어들기 이전이라면 그것은 온전히 삶의 본질로 이해됐을 것이다. 인간의 행동양식을 결정하고 나아가서는 역사를 추동하는 물리적 공간이 다름아닌 집이기 때문이다.‘한국 주거의 사회사’(돌베개 펴냄)는 우리의 주거 변천사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따져봤다. ●근대~현재 주거변천 사회학적 고찰 책은 전남일(가톨릭대 소비자 주거학과)·손세관(중앙대 건축공학과)·양세화(울산대 주거환경학과)·홍형옥(경희대 주거환경학과)교수 등 4명의 전문가들이 함께 썼다. 이들의 주거환경 고찰 작업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대상은 단연 아파트다. 서울 전체 주택수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란 산술자료가 새삼 놀랍다. 아파트 건설 열풍은 농촌으로까지 번져 ‘논두렁 아파트’‘밭두렁 아파트’식의 우스갯말이 나온 지 오래다. 그렇다면, 서구에서는 노동자 집합주택으로 출발한 아파트가 왜 이 땅에서는 온국민이 들떠 연호하는 주거공간이 됐을까. 책의 해석은 간명하다.“근대화와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정치적 힘과 경제적 역학관계가 맞물린 구조적 산물”이라고 파악한다. 대량공급을 목표로 양산된 아파트는 삶의 터전을 위해 심사숙고 과정을 거친 산물이 아니라 정치·경제 논리가 빚은 기형적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경제 논리가 빚은 기형적 결과물 부동산 경제의 핵심으로 뜬 서울 강남권도 기실 정치와 경제논리가 손잡은 태생적인 배경을 안고 있음은 물론이다.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부는 강북 인구를 강남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강북과 강남을 잇는 다리를 만들고 명문 중·고교를 강남으로 이전하는 등 문화시설 확충에 총력을 쏟았다. 1970년대 말에 발표된 ‘남서울 개발계획안’은 서울시민의 강남 이동을 본격화했다. 정부의 전방위 인구분산 정책에 힘입어 강남은 대한민국 중산층 거주지역으로 탈바꿈했던 것. 이후 불과 30여년만에 몇백만명의 인구가 대이동한 ‘사건’은 세계 어떤 도시역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남았다. 주거공간의 사회사적 의미를 짚은 책은 근대 이후의 시점에 특히 주목했다. 오늘날의 우리 주거환경이 형성된 것은 개항 이후의 일이나, 정작 그 시기에 관한 연구는 빈약했다는 성찰에서 비롯됐다. 국내에 서양식 건축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개항 직후인 1890년 이후. 청나라 및 유럽인들의 거류지에 석조건물 같은 서양식 건물들이 선보인 시기다. 주택에 근대적 기술이 도입되고 목재, 벽돌, 유리, 시멘트, 석회 등의 건축자재가 소개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이어 서울의 전통한옥들이 상류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모해가는 과정도 흥미롭게 분석했다. 가회동, 사직동 등 내로라 하는 서울 부잣집들의 실제사례를 적시하며 안채와 사랑채의 구별이 없어지거나 서구식 현관이 설치되는 변화상을 세세히 소개한다. ●연구 소홀했던 근대 개항이후 분석 눈길 당시 양반상류층의 주거형태 변화는 그러나 중인층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었다. 사회 전반에 개혁과 개화가 진행된 개항 이후 조선은 직업사회와 시민사회의 초기단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급격히 늘어난 계급층이 중인. 한창 근대적 직업을 갖기 시작한 그들은 관직자와 양반계층을 제외하고 기와집(瓦家) 소유비율이 가장 높은 계층이었다. 상공업으로 부를 축적한 중인들이 평대문에서 솟을대문으로 집을 개축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 이전까지 솟을대문은 종2품 이상의 사대부 양반에게만 허용됐다.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주거변천에 대한 고찰로 그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근대공간의 중인계층 가족구조를 빌려 의미있는 사회적 암시를 찾아낸다. 양반들과 달리 중인들은 대개 소가족 형태를 띠었다는 사실에 주목, 전통유교를 넘어선 새로운 가족윤리의 태동을 읽어내기도 한다.1만 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불교계 격앙 원인과 해법 찾기’ 전문가 대담

    ‘불교계 격앙 원인과 해법 찾기’ 전문가 대담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잇따른 종교편향에 맞선 불교계의 반발이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비등하고 있다. 스님의 할복 자해 사건에 이어 추석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대규모 범불교도대회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종교편향과 관련한 불교계의 요구는 메아리없는 외침으로 떠있다. 이같은 불교계 움직임과 맞물려 사회 일각에선 종교분쟁이 시작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를 지낸 박광서 서강대 교수(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와 2004년 종교 교육 강요에 반발하다 퇴학당한 대광고 강의석씨 사태 때 학교 교목실장 자리를 내놓고 물러난 류상태 목사의 대담을 통해 불교계 격앙의 원인과 해법, 종교분쟁의 위험성, 종교계의 역할을 들어봤다. 사회 27개 종단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낸, 한국불교사상 초유의 범불교도대회가 열리고 전국 사찰에선 일제히 규탄법회가 열리는 등 불교계의 집단행동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종교편향에 대한 누적된 반발에 몇몇 사안이 기름 부은 격 박광서 교수 최근 불교계의 움직임은 몇몇 결정적인 사안이 터지면서 집단행동으로 돌출된 것이다. 사실상 불교계에선 오래 전부터 종교편향에의 반발이 누적돼 왔다. 불교계는 수십년 동안 정화운동을 비롯, 혼돈을 정리해온 내부 사정상 대사회적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했다. 그런 사이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한 기독교계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선교행위나 권력지향적 행태에도 문제제기를 못했었다. 기독교계의 이런 행태에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독교계의 독선과 공격성에 대한 불교도들이나 국민의 피로감과 불만이 누적된 반면 기독교계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자각이 없었고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잇따른 편향이 불교도들의 집단행동을 낳았다고 봐야 한다. 류상태 목사 자기를 돌아보고 내화시키는 속성이 강한 자비의 종교, 불교계가 최근 보이는 움직임은 충격적이다. 불교계가 참고참다가 결국 나선 측면이 크지만 많은 개신교 인사들은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근본주의 교리에 매몰된 일부 개신교계의 무리한 신앙행태에서 비롯된 무례한 사회적 행위가 최근 사태의 발단임에 틀림없다. 다른 종교와 문화를 무시한채 다른 종교인들을 기독교 신자로 개종시키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독선과 오만은 아주 위험하다. 학교측의 종교 수업 강요에 반발하다 퇴학당한 대광고 강의석 사건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사회 정부는 불교계의 핵심 요구사항인 대통령 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불교계는 이같은 태도에 반발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해법은 없는 것인가. 박 교수 대통령과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추석 전까지 어떤 식으로든 있어야 한다. 특히 불교계가 요구하는 핵심사안인 ‘대통령의 공개사과’ 문제는 오는 9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 볼 때 불교계가 수용할 만한 수준의 사과 발언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촛불시위에 대한 사과에도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불행이다. 류 목사 가장 먼저 대통령과 주변의 공직자들, 근본주의 개신교계가 자신들의 행동에 ‘틀림이 없다.’고 믿는 오만한 신앙관이 바뀌어야 한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소극적 처방은 결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정치적 사과는 정치적 선택에 머물 뿐이지 이웃종교에 대한 진정한 사과 차원에선 멀다. 대통령과 공직자들의 독선적 신념이 당장 바뀔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출범 초기 선언했던 ‘국민들을 종처럼 섬기겠다.’는 초심의 자세로 돌아간다면 그동안 불교계와 국민들에 행했던 무례들에 대한 사과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수용할 만한 수준의 진정성 있는 사과 발언 나와야 사회 불교계의 움직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불교계의 입장만 내세운 집단행동이란 불평도 있고 스님의 자해 같은 극단 행동은 지나치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불교계의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하나. 박 교수 불교계의 입장과 심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불교의 교리적·원칙적 입장에서 볼 때 폭력적 행위의 과시는 불교적이지도 않고 사회에 대해서도 너무 자극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폭력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불교의 소신공양이나 소지공양은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잘못된 것에 대한 지적 차원에서 자비의 마음으로 꾸짖는 것이란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소수가 급격히 과격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집단 깨달음, 즉 다수가 공동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끈기와 원력이 필요하다. 류 목사 불교계의 움직임은 일부 정치인과 편향적인 개신교계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최근 사태를 보는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시각차 못지 않게 국민들의 온도차도 크다. 불교계가 국민들과 함께 공동의 생각을 모아가기 위해선 불자들에게만 이해될 수 있는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비의 종교인 불교가 이토록 격앙하고 집단행동에 나서게 한 데는 개신교인들이 원인제공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인 일부 개신교계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평가할 염치가 없다. 처절한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개신교인들이 원인제공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회 종교편향을 둘러싼 파란이 한국의 종교평화를 깰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고가 사회 일각에서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사태가 종교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박 교수 한국 사회의 종교분쟁 조짐은 이미 구석구석에서 감지되며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만 해도 정서적으로 상당히 균열된 종교계를 봉합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불을 지른 성격이 짙다. 지금 제사와 가정의례 등에서 흔한 개인적 차원의 갈등이 교단적으로 발전하면 집단정서의 위험한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불교계의 집단 움직임은 최초의 교단 차원의 문제제기란 점에서 심상치 않다. 개신교 교단의 역공도 충분히 예상된다. 한국사회의 종교간 갈등과 분쟁 상황을 더이상 애써 감추거나 피하려 들것이 아니라 공개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먼저 공공영역에서의 종교적 무례와 차별, 폭력을 막는 법제화가 시급하다. 류 목사 지난해 분당샘물교회 아프간 피랍사태 때 기독교와 상관없는 국민 대다수가 동정심보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인 것은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다. 안티기독교 집단은 기독교의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정종교 때문에 사이버상에서 만들어진 이 자생집단이 현실사회에서 조직화될 경우 종교분쟁의 큰 축이 될 수 있다. 근본주의 보수 개신교계가 지금처럼 다른 종교문화를 무시하는 길거리 선교와 신앙강요를 지속하고 기독교정신을 구현하겠다는 정치인들의 그릇된 신앙관이 바뀌지 않을 경우 종교분쟁은 급속하게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교의 경우 지금 신도가 2만여명 이지만 향후 10년 이내에 다섯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이슬람은 초기에 비해 상당히 순화된 천주교나 불교와는 달라 개신교의 무례함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종교를 인정·배려하고 자기반성 있어야 사회 종교편향과 이로 인해 우려되는 종교간 갈등 해소에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종교계, 특히 개신교의 역할이 있다면. 박 교수 힘 없이 자비의 관용만 외쳐선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교는 사회와 더욱 소통하고 불자들의 아픔뿐만 아니라 국민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기독교도 역지사지의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최근 불교계의 움직임을 먼산 바라보듯 해선 안 된다. 지금의 갈등이 가까운 가족과 친지간의 큰 분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류 목사 근본주의 보수 기독교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 개신교 형편상 진보 기독교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의 진보 개신교는 환경과 평화 인권 등 사회운동엔 적극적이지만 정작 교회 내부의 환부엔 철저하게 눈을 감고있다.‘종교를 가짐으로 인해 받는 가장 큰 피해는 자주적으로 생각할 능력을 박탈당하는 것’이란 말대로 한국의 보수 기독교와 이 근본 보수신앙을 가진 정치인들도 어찌보면 독선적 교리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진보 개신교계가 처절한 자기반성을 통해 교회 내부 비판뿐만 아니라 독선적인 교리 자체의 문제까지 심각하게 짚어야 할 때이다. 정리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지관스님 “대운하 추진하면 정권퇴진운동 전개”

    “만약에 정말 운하건설에 대한 정부의지가 선명해진다면 그 때는 정말 이명박 정권 퇴진을 위해서 우리 불교도들이 다 함께 범국민적으로 다 함께 일어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관 스님이 4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대운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이자 용화사 주지인 지관스님은 “사실확인은 더 해봐야 될 것 같고요, 어떤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히 대통령께서는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의미가 과연 다시 일반 국민들이 흔히 말하듯 꼼수 부리기의 하나의 현상인지 아닌지를 좀 두고 봐야 된다.”고 전제를 단 뒤 대운하 건설이 진행된다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관 스님은 이날부터 또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해 오체투지 순례를 시작한다. 오체투지란 인도의 불교의 12예법 중 하나로 이마,양 팔꿈치,양 무릎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던진다는 의미다. 이번 순례는 가장 낮은 자세로서 우리 몸 전체를 땅에 던진다는 불교 전통적인 오체투지의 방법으로 진행되며,우리 사회에 만연된 잘못 된 이기심,욕심을 버리고 정말 가심과 성찰의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을 정화하고자 하는 의미라고 지관 스님은 설명했다. 오체 투지는 4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해서 계룡산 신흥사 중앙당까지 한 11월 1일쯤 도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순례에는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을 비롯해 10명여명이 참여하며,하루에 3∼4㎞씩 이동하게 된다. 지관 스님은 청와대와 여당에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사과,어청수 경찰청장 사퇴,종교차별 금지법 제정 그리고 시국관련자 화합조치 등 4대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빠르면 7일 오는 주말쯤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어 청장은 경찰 복음화 포스터에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사진을 게재해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또 부산 문화방송이 지난 4월 어 청장 동생이 운영하는 모 호텔 유흥주점에서 성매매를 하는 등 불법 영업을 했음에도 경찰이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으나,보도 직후 어 청장이 경찰수사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최태환칼럼] 속가의 편견, 불가의 법

    [최태환칼럼] 속가의 편견, 불가의 법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았다. 일주문 옆 임시 천막이 그대로다.‘이명박 정부 규탄 단식’을 위해 마련됐다.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설치됐다. 대웅전 안엔 대형 걸개가 너풀댄다.‘헌법 수호를 위한 사천왕 기도법회’ 걸개다. 사찰 마당과 법당 주변이 어지럽다. 각종 플래카드들이 대웅전 밖 가득 쌓여 있다. 지난달 27일 범불교도대회 때 사용했던 것들이다. 임시 게시판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범불교도대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진관 총무원장의 인터뷰가 눈길을 잡는다. 불교계가 불편한 마음을 쉬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방방곡곡 산문이 들썩했다.1만여 사찰·암자에서 정권규탄 법회를 가졌다.‘종교 편향’ 규탄의 결기가 여전하다. 서슬이 9월 하늘빛보다 더 푸르고 짙다. 일그러진 스님들 표정은 언제쯤 온화함을 되찾을까. 불교계가 이처럼 대규모 집단시위를 한 건 정부수립 이후 처음이다. 이해가 된다. 정권 주변 사람들로부터, 얄팍한 ‘이교도’들로부터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능욕을 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때부터였다. 불교계는 여러 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정권의 편향 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차별 시정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건성이었다.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승려대회 이후도 침묵이다. 불교계는 추석까지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제2, 제3의 범불교도대회·승려대회 개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진지한 해결 노력이 당연히 나와야 한다. 하지만 불교계 역시 절제가 필요하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속가의 진리가 불가라해서 달리 해석될 리 없다. 불교계는 이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나름의 의지는 충분히 보였다. 속세의 권력행태에 더 이상 민감할 필요가 없다. 지나치면 자칫 집단이기로 비칠 수 있다. 종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속가보다 더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스님들이 얼마전 하안거를 마쳤다. 현각(玄覺) 스님의 법어가 생각난다. 현각은 푸른 눈의 납자다. 외국인 최초로 봉안사에서 하안거를 마쳤다. 수행도량의 지존인 봉안사다. 그는 “바깥의 빛은 그림자일 뿐”이라고 했다. 내 안에 있는 빛을 찾으라고 했다.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물어보면 참 나가 보인다고 했다. 자기성찰, 깨달음의 강조다. 불교계 스스로를 향한 자기반성, 성찰의 촉구에 다름아니다.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다. 하지만 지금 한국불교는 개신교나 가톨릭만큼 국민의 가슴 속 깊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중심 종교이지만, 영적 가르침이나 만족감을 주는 데 상대적으로 한계를 보인 게 사실이다.‘호국’의 가르침을 강조했지만, 반독재·민주화 과정에선 앞서 언급한 종교에 비해 역할이 적었다. 어려운 중생을 제도하기보다는 사찰의 몸집을 불리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썼다.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한 자기 성찰의 과제들이다. 지난 봄 원명 스님이 통도사 영축총림의 방장이 됐을 때다. 그는 “방장은 섣달의 부채와 같은 존재”라고 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주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속세에 비친 불교계 역시 ‘섣달의 부채’와 같았으면 한다. 속가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사부대중의 마음을 끌어안는 넉넉함을 보였으면 한다. 정권의 뉘우침은 그들의 몫으로 지켜보자. 논설실장 yunjae.seoul.co.kr
  • 가을 문턱 ‘담백한 다큐’ 한편쯤

    가을 문턱 ‘담백한 다큐’ 한편쯤

    생생한 다큐멘터리 한 편이 때론 구구절절한 드라마보다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늦여름 극장가에 볼 만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선보인다.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꾸미지 않는 날것이 주는 매력에 기댄 작품들이다. ●장동건이 들려주는 지구의 현재와 미래 영국 BBC와 독일 그린라이트 미디어가 300억원을 들여 공동제작한 자연 다큐멘터리 ‘지구’(새달 4일 개봉)는 우리가 발딛고 있는 지구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지구의 풍경과 동물의 모습을 담았다고 해서 단순히 극장판 ‘동물의 왕국’쯤으로 생각한다면 오산. 지구의 초상화가 될 수 있는 영화를 남기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지구’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40여명의 카메라멘이 4500일 동안 전세계 26개국을 돌며 촬영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북극곰, 아프리카 코끼리, 혹등고래 등 세 종의 포유동물. 삶의 역경 속에서도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의 본능이 눈물겹다.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로 인해 부족한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동물들의 열악한 현실은 산업화란 미명하게 인간이 저지르는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명세 감독 연출 아래 내레이션을 맡은 장동건은 담담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지구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며 세계인의 화두인 환경문제에 동참하자고 호소한다. 그는 “이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행성인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진짜 액션배우들이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 ‘스턴트맨’으로 불리는 액션배우를 꿈꾸는 청춘들의 성장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 배우다’(28일 개봉)는 꿈에 관한 보고서라 할 만하다. 주성치처럼 액션과 연출을 동시에 배우기 위해 서울액션스쿨에 들어간 정병길 감독은 졸업작품 ‘칼날 위에 서다’를 함께 했던 동기생 5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영화 ‘괴물’‘짝패’와 드라마 ‘태왕사신기’‘쩐의 전쟁’‘히트’ 등 지금까지 이들이 출연한 작품만해도 줄잡아 100여편. 하지만 각자 얼굴도 이름도 드러나지 않는 액션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된 동기도 천차만별이다. 차량 정비공에서 자동차 액션신 전문 배우가 된 사람,TV 출연이 좋아 액션배우 생활을 시작한 친구, 발차기는 어설프지만 얼굴이 잘생겨 액션스쿨에 합격한 ‘얼짱’도 있다. 영화는 촬영장 안팎 주인공들의 현란한 액션과 함께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해야 하는 액션배우들의 고민을 담는다. 정 감독은 “액션배우들이 주인공을 뒷받침해주는 역할로 나온다고 해서 이들의 일상 자체가 우울한 것은 아니다.”면서 “움직이는 것이 좋아서 ‘액션배우’의 길을 택한 이들의 진짜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45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저예산 영화지만 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사뭇 뜨겁다. 전주영화제에서는 관객이 뽑는 ‘최고 인기상’을 수상했고, 최근 열린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인 ‘땡그랑 동전상’을 받았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지구촌

    알카에다, 이라크, 코소보, 르완다, 세계화, 테러리즘…. 이들 용어 앞에서 사람들의 개념정의 능력은 지극히 단순해진다. 어느 쪽이 ‘착한 편’이고 어느 쪽이 응징돼야 할 ‘나쁜 편’인가? 지구촌 이슈들을 대할 때 왜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꼼짝없이 갇히고 마는가. 한번쯤 회의를 품어볼 일이다.‘세계체제’ 분석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미국과 영국, 나아가 범유럽세계 지도자들과 기성 지식인들의 레토릭이 자기네 정책을 옹호하려는 명분으로 ‘보편주의’를 내세우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갈파한다. 다시 말해, 독선과 오만에 가득찬 그들의 정책이 세계인들에게 먹히는 힘은 그들이 보편적 가치와 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포장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이른바 ‘유럽적 보편주의’가 편파적이고 왜곡된 서구 주도의 세계정책을 뒷받침해 준다는 역설을 저서 ‘유럽적 보편주의:권력의 레토릭’(김재오 옮김, 창비 펴냄)에 담았다.16세기 이후 근대 세계체제의 역사 내내 강자들의 보편적 논리, 즉 ‘레토릭’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는 데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를 무리없이 ‘감화’시켜온 레토릭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인권옹호’‘민주주의 증진’을 앞세우며 ▲보편적 가치와 진리에 기반한 서구문명이 다른 문명보다 우월하다고 전제하며 ▲신자유주의적 경제법칙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를 세운다는 것이다. 유럽적 보편주의는 16세기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경영제도를 놓고 벌어진 격렬한 논쟁을 통해서도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스페인의 아메리카 원주민 지배를 찬동했던 세풀베다는 그 이유로 “원주민들이 야만스러운 미개인들이어서 우상숭배와 불경한 인신공양 관습에 대한 교정책이 필요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우상에게 제물로 바치는 악행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5세기 전의 쟁점이 오늘날 세계정치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야만’에서 ‘독재정치’로 논리의 쟁점만 옮겨졌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월러스틴의 논지는 명료하다.20세기 밀로셰비치 재판,21세기 사담 후세인 재판 등을 거쳤으나 과연 세계를 상대로 사법권을 휘두르고 개입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성찰한다. 책의 묘미를 거창한 데서 찾을 것도 없다. 세계체제를 뜯어보는 저자의 치열한 안목을 빌리면, 당장 조지 부시의 연설에서 전혀 새롭게 음미할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1만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과거’라는 거울 통해 미래의 희망을 본다

    ‘과거’라는 거울 통해 미래의 희망을 본다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 미움과 증오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처럼 맑은 눈으로 자유분방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과작(寡作)의 시인’ 정희성(63)씨가 신작 ‘돌아다보면 문득’(창비 펴냄)을 들고 돌아왔다.2001년 ‘시를 찾아서’ 이후 7년 만이다.‘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내 시는 나와 함께’‘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가을날’‘몽유백령도’ 등 모두 63편이 실렸다. “고등학교 교사, 작가회의 이사장 등 35년에 걸친 조직생활을 마치고 보니 이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추억 어린 얘기를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추억이 의미가 있는 것은 모르는 사이에 감이 익듯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시인은 과거와 미래를 서로 연결돼 계속 이어지는 무한의 고리 ‘뫼비우스의 띠’에 비유하며 아름다웠던 과거를 추억한다.“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중에서) 과거를 얘기한다고 해서 단지 옛날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끌어내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현실의 삶을 진솔하게 형상화, 아무리 소소한 삶이라도 그 나름의 의미가 내장돼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어머니가 흐릿한 불빛 아래서 양말 뒤축에 알전구를 끼워 구멍난 양말을 깁고 있는 동안 나는 전과지도서를 펴놓고 어머니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공부하며 대청마루 멋쟁이 젊은 여자들과 춤추느라고 아버지가 틀어놓은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따라부르는데”(‘양말 깁는 어머니’중에서) 정겨운 일상 풍경이 가족의 의미를 한 폭의 정물화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도 웃음과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는다.“그날도 시장 근처 늘 가던 술집에서 거나하게 마시고 취한 김에 주모를 불러 영화배우 허장강이 하던 식으로, 마담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을렀던 것인데 여자가 그날 따라 선선하게 문단속하고 갈 테니 요 앞 여관에”(‘내가 아는 선배는´ 중에서)는 팍팍한 삶 속에서도 저절로 웃음 짓게 하는 해학이 넘친다. “시는 바쁘다고 해서 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시작 활동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동안 호흡이 짧은 시를 주로 써왔다는 그는 앞으로는 등단 초기로 되돌아가 ‘몽유백령도’와 같은 긴 호흡의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7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케냐 그린벨트 운동 현장 공 포레스트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케냐 그린벨트 운동 현장 공 포레스트

    |나이로비(케냐) 이재연특파원|케냐 수도 나이로비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공 포레스트(Ngong forest)’ 입구.‘그린벨트 운동(Greenbelt Movement)’ 재단이 있는 곳임을 알려 주는 녹색 철제 입간판이 서 있다. 붉은 흙길을 따라 들어가니 녹음이 우거진 야산(1274㏊ 규모) 기슭에 생나무로 울타리를 쳐놓은 종묘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1977년 시작된 왕가리 마타이 여사의 나무심기 운동의 총본산인 공 포레스트다.“마타이가 지난 15년간 이 숲에 직접 심은 나무만 9000여그루입니다. 한 나라의 수도에 이런 큰 숲이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덕분이죠.” 환경부 소속 공무원인 숲 매니저 버나드 은유구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공 포레스트는 카루라, 나이로비와 더불어 나이로비를 대표하는 3대 숲이다. 촉촉히 물기를 머금은 붉은 흙이 깔린 종묘장에선 맨발에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 손길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호스로 종묘장에 물을 주는 데만 반나절이 꼬박 걸린다.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연두빛 묘목 새싹들이 종묘장 한 가운데 12줄로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다. 한쪽엔 카야바, 코르디아, 블루감, 마호가니 등 케냐 토종 묘목들이 월별로 분류돼 화분에 심어져 있다. 묘목 종류만 25종. 대부분 목재용 수목이거나 과실수다. 묘목은 숲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종묘장에서 1년여간 ‘그린벨트 운동’ 재단 직원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다. 생장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77년 마타이 여사 나무심기 시작 종묘장에서 23년간 일한 소디아는 그린벨트 운동의 산 증인이다. 그는 “산이 헐벗었다고 해서 아무 나무나 심는 게 아니다.”며 자신들은 토종 나무만 심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숲 관리 및 운영은 어떻게 할까. 공 포레스트 사무소장인 시몬 카게는 “대부분 국유지인 430여개의 케냐 숲은 산림청의 관할이지만 묘목관리와 후원자 접수, 식수작업은 산림청과 제휴를 맺은 그린벨트 운동 재단이 도맡아 한다.”고 소개했다. 말하자면 재단은 국립공원 관리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공 포레스트는 1년에 약 10㏊의 땅에 1만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산림청에서 받는 한 해 예산은 250만케냐실링(약 3500만원). 예산이 나오면 계절별 묘목관리 계획을 짜고 후원 기업, 자원봉사자들과 연계해 준다. 일반인들은 신청 후 무료로 나무를 심을 수 있다. 앞으로 5년간 식목 계획이 이미 잡혀 있다.1년 중 식목일에 집중적으로 나무심기 이벤트를 벌이는 우리 현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마타이가 주도한 그린벨트 운동은 지난 30여년간 케냐의 사막화를 막아낸 일등공신이었다. 재단은 지금까지 8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이 가운데 반절인 4000만 그루가 살아 남았다. 나무를 심은 면적은 축구장 7만 2000개에 해당하는 넓이다. 케냐 전체 국유지의 50%를 숲으로 보존한다는 게 케냐 정부의 마스터플랜이다. ●향후 5년간 식목계획 이미 잡혀져 그린벨트 운동은 아프리카를 고질적인 가난에서 탈출시켜 주는 실마리가 되고 있다. 숲 경비, 묘목장 관리 인력 덕분에 고용 창출 효과가 덤으로 생겼다. 묘목장에서 흙고르기 작업을 하는 일용직원 캐트린은 “하루 200케냐실링(약 3400원)을 받는다.”고 했다. 케냐 일반 노동자의 한달 월급이 약 6000실링, 전체 국민의 55%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그녀는 “당장 급할 땐 나무를 땔감으로 쓰기도 하지만 우리가 심은 나무가 지구온난화를 막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나중에 더 큰 숲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료 여직원 마거릿은 “집에서 노는 친구들이 많아 여기에서 일하는 것을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시몬 카게 관리소장은 “1950년 이후 개발정책이 추진되면서 케냐 숲은 90% 이상 파괴됐다.”면서 “현재 케냐 산림은 전 국토의 2%밖에 안되지만 그린벨트 운동으로 개발 열풍과 사막화에 필사적으로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oscal@seoul.co.kr ■ 아프리카 기후변화 노력·문제점 취약한 경제·지역불균형 피해… 태양발전시설 도난도 아프리카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대륙이다. 지구온난화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온실가스만 배출하고 있지만 취약한 경제·인구구조, 지역간 불균형 등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게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사태는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홍수로 아프리카 전역에서 수백명이 죽고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규모가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개별 국가들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네갈의 경우 2000년부터 각 마을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50여개 마을이 태양열 발전 시설을 통해 독립적으로 전력을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 전지판 도난 등이 잦아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6월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아프리카 환경장관회의에서도 이러한 아프리카의 열악한 기후변화 대응 능력이 집중 논의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현재 아프리카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연간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그루 나무심기 실천이 기후변화 대처의 첫 걸음” 마타이 그린벨트운동재단 설립자 |나이로비(케냐) 이재연특파원|‘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한다.’ 200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68) 여사가 기후변화와 사막화에 대처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다름아닌 ‘실천’이었다. 가능한 곳이면 어디에나 나무를 심었다. 그녀는 전 국토의 2%에 불과한 숲을 지키기 위해 30년 넘게 나무심기 운동을 펼쳤다.‘나무의 어머니’로 불리는 그녀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 ▶왜 그린벨트 운동을 하게 됐나. -나이로비 대학 수의과 교수 시절인 1970년대 연구를 위해 시골을 돌아다니다 의문이 들었다. 숲은 헐벗었고 언젠부턴가 물과 식량도 부족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깨끗한 물을 마셨고 식량도 그다지 부족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내기만 하고 새로 심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숲을 살리는 게 바로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빈국이다. 왜 하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나무심기 운동을 택했나. -나무심기는 단기적으로도 매우 효과적인 빈곤 타개책이다. 나무는 흙과 물을 보호해준다. 땔감은 생계를 책임지는 케냐 여성들에게 즉각적인 수입원이 돼준다. 장기적으론 목재가 요긴한 돈줄이 된다. 나무가 기후변화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린벨트 운동이 케냐 사람을 비롯한 아프리카인들에게 갖는 의미는. -아프리카에선 가뭄에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 숲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영국 식민지 시절, 호주에서 들어온 나무들이 지역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한국도 외래종이 많이 유입돼 고유 생태계가 많이 훼손됐다고 들었다. 벌목하는 순간 생태계는 파괴된다. 나무는 아프리카인은 물론 인류의 가장 중요한 친구다. 우리는 친구없이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세계 각국이 지금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문제점은 없는가. -온실가스 저감 방안을 고민하기에 앞서 자원 분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적 온실가스 배출국들은 자원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반면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는 분배면에선 소외돼 있다. 이것은 매우 불공정하다. 세계 곳곳에서 분쟁을 겪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당신의 노벨상 수상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나. -그린벨트 운동은 환경과 자원보호, 지속가능한 발전간의 연관성을 이해하도록 하는데 나름대로 기여했다. 자원 분배와 자원 공유, 그리고 자원 관리를 제대로 해야 평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나 국민들이 고민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정부의 효율적인 ‘거버넌스(governance·행정관리)’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릴 인적·교육적 네트워크가 작동돼야 한다. 한국과 같은 민주국가에선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재단(‘그린벨트 운동’)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에게 나무심기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숲과 공기를 비롯한 자연자원은 공공재다. 정부가 잘못 관리하거나 사유화하면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결코 포기하면 안 된다. 내 좌우명은 ‘투쟁하라.’이다. 과격하게 들릴지도 모른다.(웃음)그린벨트 운동을 하며 수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갖게 된 좌우명이다.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대부분인 아프리카에서도 하고 있는 일을 다른 대륙에서 못할 리 없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라. oscal@seoul.co.kr ■ 왕가리 마타이 여사는 아프리카 여성 첫 노벨상 케냐 환경부 차관 출신으로 2004년 아프리카 여성으로는 처음 노벨상(평화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상 위원회는 “아프리카의 생태·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한 투쟁의 최전선에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마타이(68)에게는 항상 ‘나무들의 어머니’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1977년 ‘그린벨트 운동(Greenbelt Monement)’ 재단을 세워 케냐 전역에 나무심기 운동을 주도했다. 숲을 지켜 사막화 방지와 온실가스 저감, 가난 탈피를 꾀하자는 실천적 운동이다.1986년 범아프리카 그린벨트 네트워크를 창설, 전아프리카로 운동을 확대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독일 뮌헨대에서 수학했다.1977년 나이로비대학 수의학과 교수가 돼 동아프리카 첫 여성 교수라는 기록도 남겼다.1999년 나이로비 카루라숲이 도시화 개발로 파괴 위기에 놓였을 때 경찰에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온몸으로 숲을 지켜낸 일화는 유명하다.
  • [시론] 건국 60주년에 필요한 정책 전환/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시론] 건국 60주년에 필요한 정책 전환/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1948년 8월15일 광화문에서 거행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 및 축하식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이날은 우리의 해방을 기념하는 동시에 우리 (대한)민국이 새로 탄생한 것을 겸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올해 8·15는 광복 63년과 건국 60년을 맞는 뜻깊은 날이다. 우리 민족이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오늘날과 같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쓸 수 있었던 데에는 독립정신, 건국정신, 호국정신이 그 밑바탕이 되었다. 오늘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21세기 대한민국이 또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은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난 100년 역사에 대한 성찰과 21세기 새로운 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전이 결합될 때 비로소 마련될 수 있다. 구한말 조선 지도자들은 쇄국정책을 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르고 외부 세계에 문을 걸어 잠그고 살았으니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은 건국과 함께 대륙세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서 근대적 서구 문명의 해양세력과 연대하면서 개방정책을 폈다. 세계와 함께 호흡하면서 경쟁하고 세계 시간대에 보조를 맞추어 나가려는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가능케 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 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자들로부터 조선민족은 열등해서 일본이 식민지화해서 교화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건국 이후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과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주장이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 공정한 경쟁과 재산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마련되고 국력을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이 발휘되었을 때 우리 민족의 잠재력과 창의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60년사가 보여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우리 민족에 전대미문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 사건이었다. 조선왕조 하에서 ‘백성’으로, 일본 제국 지배 하에서 ‘신민’으로 통치의 객체로만 존재하던 우리 민족이 정치적 권리와 의무를 가진 ‘국민’으로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국민 개개인은 스스로 과학과 기술을 습득하여 사회적 능력을 배양하고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갖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일대 의식의 혁명적 전환을 겪게 되었다. 해방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건국과 함께 새로운 국민으로 재탄생한 한국인 개개인의 의식혁명과 존재론적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소중히 여기고 진작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혁과 경제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본, 노동, 정보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화는 국내적으로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킨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역시 국가이다. 세계화 시대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우리 개인의 대내외적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고 국가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더욱 새롭게 해야 할 때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 [사설] MBC ‘광우병 사과’ 공영방송 전기되길

    MBC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명령을 받아들여 그제 밤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앞서 뉴스데스크에서는 엄기영 사장이 “시청자에게 사과드린다.”고 발언하는 내용을 리포트했다.MBC의 공식 사과는 지난 4월29일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 안전한가’ 첫편이 방송된 지 106일 만이다.MBC는 사과방송에서 그동안 논란이 된 오류들을 모두 인정했다.MBC 입장에서는 무척 용기있는 결단이었다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그 진정성을 선뜻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왜곡·과장·의도적 편집으로 국민과 여론을 오도하고 쇠고기 촛불시위를 촉발시킴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킨 PD수첩의 책임은 막중하다. 방통위의 사과결정문을 화면에 내보내고, 낭독하는 것만으로는 면키 어렵다. 어떤 부분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에 관한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다. 더구나 엄기영 사장은 이번 사과방송 결정을 ‘MBC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한 대승적 수용’이라고 표현하면서 사과방송의 의미를 아전인수식으로 재단했다.PD수첩의 문제제기는 결과적으로 국민건강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까지 했다. 진정으로 자성하는 자세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온나라를 들끓게 한 MBC PD수첩 사태는 언론의 자유와 책임, 공영 방송의 바람직한 위상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 특히 MBC와 같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논할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방송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누구를 대변하는가?’이다. 엄 사장은 보도 시사 프로그램의 정확성·공정성·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엄격한 사전 검증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무쪼록 MBC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 [열린세상] 올림픽의 어제와 오늘을 바라보며/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열린세상] 올림픽의 어제와 오늘을 바라보며/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고대 그리스는 서양 문명의 원류다. 우주와 인간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관심과 사색은 근대 과학과 철학의 토대가 되었다. 천상과 지상을 넘나들던 올림포스 신들의 이야기는 30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세상 어린이들이 읽고 듣고 배우는 텍스트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섬세히 묘사한 그들의 드라마는 인간본질에 대한 심오한 성찰이다. 헬라스의 장엄한 건축물들은 여행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리스인들이 남긴 기록은 불후의 역사가 되었다.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에게해의 작은 반도가 이만한 업적을 남겼으니 후대의 예찬이 아까울 리 없다. 고대 그리스는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애초부터 하나의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배타적 지역주의였다. 영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였기에 왕래와 교섭이 불편했다. 그래서 독립적 주권을 소유한 도시국가가 수없이 난립하였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모진 갈등과 대립의 현장으로 몰고 갔다. 동맹과 연합은 꾸준히 시도되었지만 고질적 지역주의와 패권주의 앞에서 진정한 결속과 통합은 어림없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이러한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내홍의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던 그리스는 결국 문화적으로 열등한 마케도니아에 의해 정복당하는 운명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뛰어난 문명만이 능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기원전 776년부터 4년 간격으로 올림피아에서 거행된 올림픽 제전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스인들은 올림픽을 통해 그들이 섬긴 제우스를 경배하는 동시에 분열과 반목으로 얼룩진 이웃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평화와 화합의 진가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함께 어우러짐은 그들에게도 소중한 가치였고 훌륭한 미덕이었다. 평화적 공존의 의미는 더욱 부각되어 갔다. 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는 휴전이 선포되었다. 초기에 몇몇 도시국가에 국한되었던 올림픽은 기원전 7세기에 이르러 범 그리스적 축제로 도약하였고 추후에는 지중해의 여러 지역이 동참하는 국제적 행사로 발전하였다. 기원후 393년까지 계속되었던 고대올림픽은 단일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의 어둠속을 배회하던 그리스 사회에 한 줄기의 밝은 빛이었던 것이다. 1896년 출범한 근대올림픽은 고대 올림피아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냉전 이데올로기가 득세한 격동의 20세기에 근대올림픽의 여정은 순탄할 수 없었다. 양차대전의 화염 속에 올림픽은 세 차례나 무산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은 1972년 뮌헨 올림픽을 참혹한 비극의 현장으로 만들었고,1980년 모스크바 그리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두 번의 올림픽은 동·서간의 알력으로 그야말로 반쪽 행사로 전락하였다. 인류의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의 취지가 줄곧 현실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同一個夢想)’이라는 근사한 기치를 내건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되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 티베트 사태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구촌 도처에서 총성과 유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추구하는 세계가 서로 다르고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이 제각각인 셈이다. 강자의 배려가 아쉽지만 누구를 두둔하고 누구를 탓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평화의 축제를 위해 10만명의 인민해방군이 투입되고 수십대의 전투기와 미사일이 동원되었다는 지독한 아이러니가 우리를 고약하게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의의 한계에 시달리면서도 평화적 공존의 정신을 공들여 키워 갔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혜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 [사설] 남과 북, 강(强)대 강(强) 맞대응 멈춰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남북관계만이 악화일로다. 북한은 그제 “불필요한 남측 인원들에 대한 추방조치를 10일부터 실시한다.”고 통고했다. 현대아산 등은 시설관리 등에 필요한 최소인원만 남기고, 모든 인력을 14일까지 철수키로 했다.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금강산관광지구가 재개의 기약없이 깊은 고요의 바다에 빠져들게 됐다. 정부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지만, 북측의 메아리는 기대 난망이다. 오히려 남북관계 상황을 이유로 전교조 등의 방북 불허 방침을 천명해 걱정스럽다. 남측의 요구에 불응하면 북한에 이익이 되는 민간교류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이미 금강산관광 중단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는 북한인데, 이런 강경카드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당국간 긴장을 완화시키고, 비공식 소통의 통로로 활용할 수 있는 민간교류의 이점을 스스로 던져버리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북한 매체들이 “미국 상전의 옷자락에 매달려 애걸복걸하는 추태”라고 맹비난하듯 금강산 사건의 국제이슈화 압박도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물론 해법의 단초는 북한에 달렸다. 평양의 지도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제라도 진상규명, 사과, 재발방지책 모색 등의 조치를 취하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강경대치인가. 남과 북 모두 한걸음 물러서 진지하게 현 상황을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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