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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아세요?

    점점 힘들어지는 남성의 삶의 조건을 행복의 조건으로 바꾸는 방법, 내 안의 성별 고정관념 성찰하기, 여성 공무원의 성공요건…. 여성가족부 산하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교육 프로그램 이름이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003년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져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 등을 상대로 성(性)인지 정책 교육을 하고 있다. 젠더 리더십교육, 성별 영향평가교육 등도 주요 교육 항목이다. 지금까지 교육진흥원을 방문해 교육받은 공무원은 2만명이다. 교육진흥원이 직장을 방문해 2시간 정도 진행하는 순회교육을 받은 사람은 10만명가량이다. 교육진흥원 자체 교육은 1일 과정에서부터 5일 과정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공무원들이 이름조차 낯설어한다. 전길양 성평등교육부장은 “교육생들에게 ‘성인지’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어보면 아직도 ‘성인잡지’라는 답이 나온다.”고 전했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라는 이름이 어색해 고민하다 ‘양심평등교육진흥원’으로 배달되는 우편물도 있다. 그렇다고 교육진흥원이 딱히 홍보를 할 계획은 없다. 예산 자체가 없다. 개원 당시 라디오 홍보를 두 달간 한 것이 전부다. 전 부장은 “‘성인지’라는 것이 다소 생소한 개념이어서 들어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업무가 바뀌면서 해당 공무원 교육을 꾸준히 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면서도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만들어 구전효과를 노리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김수환·법정 소설로 다시 태어나다

    김수환·법정 소설로 다시 태어나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많은 가르침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두 삶이 각각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한수산(64) 장편소설 ‘용서를 위하여’(해냄 펴냄)와, 불교와 역사 분야 소설을 주로 써온 백금남(63)의 ‘맑고 향기로운 사람 법정’(은행나무 펴냄)이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실명과 실제 사건이 주로 등장하는 논픽션에 가까운 소설인데다, 작가가 모두 해당 종교에 신심(信心)이 두텁다. ‘용서를’은 한수산이 ‘까마귀’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한수산 개인에 새겨진 시대의 상흔(傷痕)과 청년 김수환이 사제가 되기까지의 영적 형성기 이야기가 씨줄날줄로 교직한다. 한수산은 1981년 5월 영문도 모른 채 군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 뒤 심신이 망가지고 한동안 펜까지 꺾은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중앙일보에 연재 중이던 ‘욕망의 거리’가 최고 권력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겪었던, 이른바 ‘한수산 필화사건’이다. 소설 속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한수산은 “용서는 먼저 피해자가 해야 한다.”는 김 추기경의 말씀을 붙잡고, 끝없이 성찰하고 회의하면서 ‘용서와 사랑’의 가치를 찾아 나간다. 한 작가는 20일 서울 태평로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필화사건을 이렇게 상세히 쓰지 못했다.”면서 “상처는 여전했고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고 극복했다고 장담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는 “쓸 때는 담담히 썼지만 고문에 대한 세세한 묘사만큼은 교정 과정에서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면서 “얼마 전 (필화사건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씨의 친척이 술 먹자고 하는데 자리에 안 나가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천주교 신자인 그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김 추기경의 화두는 커다란 울림을 안겨주었다. 그는 “처음 그 말을 대하면서 추기경께서도 나와 같이 영문도 모른 채 그런 일을 겪었다면 과연 사랑이라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면서 “가해자의 사죄 없이 용서가 가능할까, 그것이 이 소설의 출발”이라고 털어놓았다. 소설은 자신이 평안 속에 살기 위해서라도 가해자의 사죄가 없더라도 용서하자고 결론을 짓는다. 소설 ‘…법정’은 법정 스님이 온 생애에 걸쳐 몸으로 실천했던 철학을 더욱 입체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그가 1960년대에 쓴 시 네 편을 발굴 공개하는 등 ‘글쟁이 법정’의 면모 역시 유감없이 확인시켜 준다. 성철 스님에게도 매서운 비판을 거두지 않던 법정, 함석헌·장준하 등과 함께 군부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던 법정, 시인으로서 사숙(私淑)했던 백석을 추억하는 법정, 백석의 연인 자야로부터 대원각 터를 받아 길상사를 창건한 법정 등 여러 사연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소설 탄허’, ‘탄드라’ 등을 쓴 백 작가는 “선승인 성철 스님과 함께 법정은 한국 불교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음은 물론, 부처의 말씀을 오늘의 언어로 그려내 널리 접할 수 있도록 한 수필가였고 시인이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순결한 고백이 추한 욕망을 만날 때…

    순결한 고백이 추한 욕망을 만날 때…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평론가인 이장욱(42)의 첫 번째 소설집 ‘고백의 제왕’(창비 펴냄)이 보여주는 세계는 현실의 공간일 수도, 환상의 공간일 수도 있다. 혹은 현실적인 환상, 환상적인 현실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서사를 품은 8편의 단편소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일관되게 등장하는 ‘유령’, 그리고 ‘죽음’이다. 한결같이 낯설고 기괴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담(奇談) 류와는 궤를 달리 한다. 이장욱의 탄탄한 문장이 선연한 이미지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들의 무대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기괴한 곳, ‘아르마딜로 공간’과 같은 곳이다. 그리고 모든 작품의 뿌리에는 ‘비(非)존재로서의 존재들’-예컨대 외계인 또는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 등과 같은 이들-에 대한 위로와 성찰이 담겨 있다. 타임워프(시·공간 이동)와도 같은 이상한 곳 ‘아르마딜로 공간’에서는 ‘지난해의 여름을 달려가던 택시’가 ‘25년 전의 겨울을 걸어가던 빨간 모자를 쓴 여자아이’를 치는 등 숱한 죽음이 잇따른다. ‘변희봉’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영화 ‘괴물’,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했던 배우 변희봉은 끊임없이 마주친 인물임에도 만기와 그의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는 부재의 인물이다. 게다가 ‘배우 밴히봉’의 존재에 대해 무한 의문과 회의를 품고 동대문운동장 곁을 지나던 만기 앞에는 엉뚱하게도 사직구장에서 사라져버린 롯데 이대호의 파울공이 떨어진다. 말이 없던 여자친구는 점점 형체가 희미해지며 결국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동경소년’), 죽어버린 유령 아내와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난다(‘기차 방귀 카타콤’). 그런가하면 ‘곡란’에서는 하루에 두 번 기차가 서는, 간이역이 있는 시골 마을 모텔이 아예 자살 명소와도 비슷하다. 함께 자살하기 위해 방에 들어선 세 사람이 주저하는 곳에는 과거에 이곳에서 목숨을 끊었던 온갖 유령들이 바글바글하다. ‘곡란’은 그들이 묵은 모텔의 이름 ‘목란’의 외벽 전구가 군데군데 끊어져 ‘곡란’으로 보인데서 나온 제목이다. 왜곡된 소통의 상징과도 같은 장치다. 표제작 ‘고백의 제왕’은 대학 동창들의 송년회 술자리에서 ‘고백의 제왕’으로 통했던 친구 곽(郭)에 대한 기억으로 시작된다. 그가 풀어놓았던 고백들은 진실 여부를 떠나 너무 구체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듣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중학생 시절 환갑이 넘은 식당 아주머니와 가진 첫 경험, 자신의 누이를 자살하도록 만들었던 기억, 홍일점으로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J의 임신, 낙태 등 일련의 고백들은 자리를 냉랭하게 만들거나 분란의 공간으로 바꿔내는 마성(魔性)을 띤다. ‘고백’이라는 가장 진정성어린 형식이 개인의 추한 욕망과 맞물리며 낳는 결과를 묵시록적으로 보여준다. 이장욱은 ‘작가의 말’에서 “결국은 어둡고 고요한 진심만이 남는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존재하는 것은 타자(他者)라는 관념이 아니라 당신이며, 추상적인 언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말”이라고 소통하는 삶에 대한 애정과 바람을 담았다. 1994년 시로 등단한 이장욱은 첫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2005)로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았고, 시인으로서 내놓은 시집 ‘정오의 희망곡’ 등 역시 젊은 감각으로 노래한 새로운 서정에 대해 시단의 상찬이 쏟아졌다. 또 단편 ‘변희봉’은 지난 2월 이장욱에게 ‘젊은 작가상’을 안겼고, 지난달에는 ‘201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툰 관계 맺기의 통증

    너무도 서툴다. 근사하면서도 영원한 사랑은 존재할 수 없고, 가족 또한 늘 따뜻한 안식처만은 아니다. 나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는 역시, 나와 다를 뿐이다. 이렇듯 바로 곁에서 몸 기대고픈 사람들과 관계 맺기는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그 관계 맺기를 위한 인류의 몸부림은 수 천년 동안 한번도 포기된 적이 없다. 김서령(36)의 첫 장편소설 ‘티타티타’(현대문학 펴냄)는 가족, 사랑, 친구 등 관계 맺기에 서툰 이들이 겪는 잔잔한 통증에 대한 얘기다. 김서령은 특유의 촉촉하게 물기 묻은 섬세한 문장으로 그 통증마저 삶의 한 부분이기에 기꺼이 껴안고 가야한다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우리가 필연적으로 통과해야하는 인생의 많은 성장통을 다룬 성장소설이자 여성을 주체로, 여성의 시각에서 쓴 여성주의 소설이다. 정답을 알 수 없는 ‘착한 사람(여자) 콤플렉스’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기도 하다. 소설은 기억이 존재하는 시절, 여섯 살 때부터 붙어지내온 ‘소연’과 ‘미유’의 친구 관계를 중심축으로 삼고 이들의 가족,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엇갈리듯 스쳐가는 사랑이 등장한다. ‘티타티타’는 ‘젓가락 행진곡’의 애칭이다. 소연과 미유가 여섯 살 함께 쳤던 피아노 연주곡이자 마지막에 또다른 기억으로 확장되는 매개로 등장한다. ‘티타티타’를 통해 우리네 삶 속에서 가족에 치이고, 사랑에 치인 이의 선택이 극단적이지 만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무 일 없었던 듯 만원전철을 타고 회사에 가고, 적당히 힘에 부친 일 끙끙거리며 하다가, 오후에 졸린 눈 부비려 커피 한 잔 마신다. 그러다 저녁 어스름 퇴근길 문득 명치 끝에 썰물같은 것이 쏴~하고 밀려가는 느낌이 들면 그때서야 가슴이 아려온다. 그렇지만 미유의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친구 입을 빌어 단호히 얘기한다. “내가 이렇게 하면 남들이 좋아할 거야.(…) 나는 딴 사람 말고 나만 기쁘게 해줘야지, 그렇게 살아도 돼. 너에게 있어서 나는 조연이잖니. 나한테 미유, 너도 조연이듯이.” 그렇다. 모든 관계 맺기의 출발은 ‘건강한 나’일테니까. 한 장의 인생이 악보처럼 지나갔으니 이제 다른 인생이 또 시작될 것이다. 김서령은 2003년 등단한 뒤 2005년 대산창작기금, 200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다. 2007년 첫 소설집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를 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문화마당]故 한주호준위에 대한 우리의 의무/김기봉 경기대 역사학 교수

    [문화마당]故 한주호준위에 대한 우리의 의무/김기봉 경기대 역사학 교수

    지난달 29일과 30일, 두 사람의 죽음이 연이어 우리 사회 큰 뉴스가 됐다. 배우 최진실의 동생 최진영과 베테랑 구조요원 한주호. 이 두 사람의 죽음을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지만 느낌의 종류는 달랐다. 전자는 유명한 스타지만, 후자는 죽음을 통해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알린 군인이다. 한 사람은 자신의 삶을 비관해서 자살했고, 다른 한 사람은 조국을 위해 희생했다. 전자가 사적인 죽음이라면, 후자는 공적인 죽음이다. 전자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무상을 느끼며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를 생각한다. 이에 반해 후자의 살신성인의 소식을 듣고 우리는 의미 있는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죽기 전 최진영은 “모든 인생은 꿈이야. 한여름 밤의 꿈. 죽으면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영원으로의 세계, 영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육신은 무엇이며 영혼은 머릿속에 있나, 가슴에 있나. 모든 것은 영원 속으로 사라지고 육신을 벗어난 영혼은 훨훨 어디로 가는 것일까.”라는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최진영의 자살은 이 같은 고뇌의 결론이다. 하지만 한 준위의 죽음은 전혀 예기치 않은 것이었다. 그는 딸에게 “슬기, 한의원에 전화 안 했으면 아버지가 하마. 그리고 기숙사 주소 문자 보내거라. 내딸 싸랑해. 만히.”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특수임무를 맡은 군인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닌, 국가의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그의 일상적 과업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로 로마를 꼽는 것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로마를 위대하게 만들었던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적인 이익을 희생하는 시민적 덕성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거론된다. 로마의 군인은 병상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수치로 여겼으며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생각했다. 나의 죽음이 공동체를 살리고 번영을 이룩하게 만든다면 나는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몸으로 영원히 산다. 이 같은 시민적 덕성을 토대로 하여 나타난 근대적 정치공동체가 민족이다. 프랑스 종교학자 르낭은 민족을 “이미 치러진 희생과 여전히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 희생의 욕구에 의해 구성된 거대한 결속”이라고 정의했다. 민족이란 지금 살아 있는 자뿐 아니라 죽은 자가 함께 공존하는 영적인 가족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같은 핏줄이기에 한 민족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같은 하나의 이념을 공유하는 시민이기에 같은 조국에 산다. 이탈리아 통일운동을 이끌었던 마치니는 조국이란 무엇인지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조국이란 땅이 아니다. 땅은 그 토대에 불과하다. 조국은 이 토대 위에 건립한 이념이다.…당신의 형제 중 어느 하나라도 투표권이 없어 나라 일에 자신의 의사를 전혀 반영할 수 없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교육을 받은 자들 사이에서 교육받지 못한 채 고통 받고 있는 한,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일할 수 있고 또한 일하고자 하는데도 일자리가 없어 가난 속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야 하는 한, 당신에게는 당신이 가져야 할 그런 조국이 없다. 모두의, 그리고 모두를 위한 조국을 당신은 갖지 못하고 있다.” 2010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마치니가 말하는 그런 ‘조국’이 과연 있는가?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물음은 국가가 나의 조국이 될 때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요구다.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그런 조국으로 만드는 것이 한 준위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살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의무다.
  • 韓 전총리 최측근 출국금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14일 한 전 총리의 최측근 김모(여)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은 경기 고양의 건설업체 H사 대표 한모(49·수감중)씨가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는 의혹이 있는 정치자금 9억여원을 관리하는 데 김씨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뇌물수수 사건 무죄 판결에) 검찰은 반성과 성찰은커녕 날조된 기획, 조작 수사로 ‘제2의 한명숙 죽이기’에 나섰다.”며 강력 반발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한 전 총리가 총리에서 퇴임한 2007년 3월 이후 한 전 총리의 지역구인 민주당의 고양일산갑 지구당 사무실 운영에 관여하는 등 사실상의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주 김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출석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소환 시기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또 압수수색 때 확보한 H사의 회계장부를 분석하고, 재무담당 직원을 불러 입출금 내역을 확인했다. 특히 회계장부 지출내역에 ‘의원님’이라고 적힌 것을 발견했으며, 이는 한 전 총리를 일컫는 표현이라는 직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H사 대표 한씨는 한 전 총리가 달러로 달라고 요구해 직원들을 시켜 20만달러를 환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대표와 H사의 계좌를 추적하면서 의심스런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으며, 계좌추적 영장을 두 번 청구했지만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 측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검찰을 형사고소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생명의 窓] 그녀들의 고민/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생명의 窓] 그녀들의 고민/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실수로 미국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친 어머니와 딸, 그리고 며느리는 대합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먹을 것을 사러 간 딸이 지갑을 두고 갔다면서 자기 가방 속을 찾아보라는 말에 속을 뒤지다 수첩을 꺼내든 어머니는 갈피에 꽂힌 ‘유서’를 발견했다. 항상 우울해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딸이 마뜩지 않았다. 돌아온 딸에게 네가 뭐가 부족해서 자살을 생각하느냐 몰아붙였다. 그런데 같은 모양의 가방을 갖고 온 며느리의 것이었다. 더욱 놀랄 일이었다. 영어도 잘하고, 똑부러지게 일하고, 외모를 가꾸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 슈퍼우먼 며느리가 죽을 생각을 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평생 바람을 피운 남편과 살았던 어머니, 반복적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딸과 다를 줄 알았던 며느리에게도 말 못한 고민이 영혼을 잠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녀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답답한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이 이야기는 대학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아내들의 외출’의 한 장면이다. 연극이 끝난 후 정신과 전문의와 관객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 있어 나도 참여하였다. 극내용보다 재미있고 생생한 얘기들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튀어나왔다. 한 관객은 사춘기에 들어간 두 아들이 벌써 몇 년째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 않고 있어 가운데 낀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자 다른 한 관객은 반대로 십대의 딸에게 학원 스케줄을 짜주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너무 순종을 해 걱정이라는 것이다. 자기 주장이 있어야 정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연극 속의 등장 인물들이 서로에게 하는 말이 “네가 뭐가 부족하고 어려운 게 있다고 힘들어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을 보고, 혹은 그동안 각자 상대방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부분만 가지고 평가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고 나니 겉으로는 아이들도 공부를 잘하고, 아파트 융자도 다 갚았지만 어느 순간 “내 인생은 뭐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채 덫에 걸려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답답함을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는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마치 유유히 호수 위에 떠 있는 우아한 백조가 사실은 떠 있기 위해서 물밑에서는 쉴 새 없이 발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 같이. 관객들의 고민도 등장 인물들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한쪽은 너무 부딪쳐서 문제, 다른 한쪽은 너무 순종적이라 문제였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두 어머니는 어찌 되었건 아슬아슬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어떻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었다. ‘누가 내 고민을 이해해 줄까?’ 일상의 고민들이 자기 안에 맴돌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었다. 내 생각에 고민의 핵심은 ‘우리’는 있는데 ‘나’가 없다는 것이고, 진심어린 소통을 원하면서도 막상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에너지를 쏟고 노력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나 자신에 대한 즐거움, 성찰은 없었다. 남편과 자식이 잘돼야 내가 좋은 것이라는 생각만 했던 것이다. 그러니 어느 순간 우리라는 틀 속에 있던 그들이 떠나고 나면, 혹은 투자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나면 빈껍데기만 남아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는 이해받고, 통할 소통의 방법도 잃어버렸다. 절망감은 깊어간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우울은 큰 사건을 경험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연극의 등장인물, 관객들의 고민이 그랬듯이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삶의 무게들이, 우리라는 책임감으로 얹어 놓은 부담들이 선을 넘으며 내 영혼을 주저앉혀 버린 것이다. 그러기 전에 짐을 덜어야 한다. 삶의 의미를 ‘우리’가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지워진 많은 부담을 내려놓고 나눠준다. 그 과정에 아무 말없이 묵묵히 가지 말고 소통을 해야 한다.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 다시 떠나 보자.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 [사설] 천안함 내부논란에 北동태 놓쳐선 안돼

    천안함 침몰 14일째인 어제도 침몰 원인과 군당국의 대처 문제 등을 놓고 우리 사회는 내부 논란이 뜨거웠다. 의혹과 분란은 진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군이 내부 문제 덮기에만 급급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의혹의 뇌관을 건드린 것이 일차적인 문제로 보인다. 상황병이나 군수뇌부가 사고 시간 등에 혼선을 빚은 것을 무리하게 꿰맞추려다 보니 중요한 내용을 숨긴다는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과학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혼선을 빚었으니 누가 믿겠는가. 정부 일각이나 정치권 일부의 부적절한 행태도 국민의 실망과 우려,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그제 생존자 기자회견 때 생존자들을 패잔병처럼 환자복을 입혀 공개한 것은 지나쳤다는 비판이 뜨겁다. 일부 누리꾼들도 문제다. 인터넷상에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군이나 실종자 가족들을 모멸하는 댓글을 달아 우리 사회 내부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 원인 국제 합동조사를 유엔에 직접 요청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유엔 차원의 조사를 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반도 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최종적인 침몰 원인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천안함 진상조사 내용을 놓고 남북간 긴장고조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북한이 국지적 도발행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생존자 기자회견이 짜맞춘 것 같다고 하거나 침몰 원인을 북한의 행위로 단정해 버리는 등 무책임하다. 최종 조사결과가 나왔을 때 혹시라도 문제될 수 있는 발언은 절대 삼가야 한다. 무엇이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 군과 정부, 정치권은 성찰해 보길 권한다. 천안함 내부 논란이 뜨겁더라도 북한의 동태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점을 우리는 지적하고 싶다. 조속히 내부 논란을 수습한 뒤 군은 국토방위에 충실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민생을 챙겨야 한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에 침묵하면서 내부적으로 전군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고 한다. 주민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려는 내부단속 전략일 수도 있지만 북한 급변사태 우려는 여전하다. 북 정세는 예측불허다. 군이 북한 동태 파악에 전념해야 할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은 크게 상처받은 군이 시급히 전열을 재정비, 국토방위에 전념하도록 일단 도와야 할 것이다.
  • [마스터스골프대회] 5개월만에 돌아온 타이거 우즈 ‘인생 복귀전’ 포효할까

    [마스터스골프대회] 5개월만에 돌아온 타이거 우즈 ‘인생 복귀전’ 포효할까

    “45일간 치료를 받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뼈아픈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이전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났다.” 성추문으로 명예가 곤두박질한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이를 회복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정상급 골퍼들에게만 초청장을 보내는 ‘명인 열전’ 마스터스골프대회가 8일 밤부터 나흘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7432야드)에서 펼쳐진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선수는 당연히 우즈. 지난해 11월 의문의 교통사고 뒤 불륜 사실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그는 5개월 만의 복귀 대회로 마스터스를 택했다. 예년 같으면 경기에만 집중하겠지만 올해는 팬들의 따가운 시선까지 의식해야 한다. 결국 얼마나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느냐가 성공적인 재기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대회장은 엄청나게 빠른 그린 스피드로 ‘유리 그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공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굴러가 버린다. 지난해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뉴질랜드 교포 이진명(20)은 2라운드 전반 9개홀까지는 이글과 버디, 보기 1개씩 치며 선전했지만 10번홀(파4) 그린 위에서 고전하다 5타를 잃고 무너져 컷 탈락했다. 세 차례나 우승했던 우즈지만 이번 마스터스에서는 자신의 집중력을 시험해야 한다. 복귀 첫 번째 공식대회인 만큼 전 세계 취재진의 집중 조명을 받을 것은 뻔하다. 야유를 보낼지도 모르는 갤러리도 변수다. 우즈는 2006년 아버지가 숨진 뒤 9주 만에 US오픈에 출전했지만 컷 탈락했다. 그러나 정신 상담 전문의 조 패런트 박사는 “타이거가 우승할 자신이 없으면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만큼 정신력이 강한 선수”라고 확신했다. 6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우즈는 팬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동료도 그를 환영했다. 연습라운드를 함께 돈 프레드 커플스(미국)는 “오늘 함께 연습해 정말 좋았다. 우즈가 골프장에 다시 나와 흥분돼 있었으며 얼굴이 밝았다.”고 표정을 전했다. 13번홀에서 합류한 짐 퓨릭(미국)은 “그의 사생활에 집중된 관심을 이젠 경기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적 스승 마크 오메라(미국)도 “아직 경기력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우즈가 다시 경기를 시작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응원했다. ‘코리안 브라더스’의 선전 여부도 관심거리. 마스터스 출전이 불투명했던 최경주(40)는 분전을 거듭하며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8년 연속 출전했다. 지난달 트랜지션스챔피언십에서 1타차 준우승을 거둔 최경주는 아널드파머 대회에서도 공동 17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양용은(38)도 “우승을 다시 한번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셸휴스턴오픈에서 우승한 재미교포 앤서니 김(25·나이키골프)과 생애 처음 출전하는 나상욱(27·타이틀리스트)도 우승 경쟁에 나선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열린세상]僧과 俗의 차이, 그리고 종교와 정치/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僧과 俗의 차이, 그리고 종교와 정치/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법정 스님은 유서에서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고 하니 더 이상 자신의 책을 출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출판사들의 사정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절판을 선언한 것이다. 참으로 법과 상식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계약 출판사들로서는 스님의 입적으로 더 많은 영업이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저항이나 반발 없이 스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니 참으로 기이하다 할 것이다. 그 흔해빠진 손해배상청구나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법정 스님은 절간에 대한 욕심이 없는 분이다. 그래서 여기저기를 떠돌았고, 칩거했으며, 집 나온 스님들을 믿지 말라고 일갈하면서 초탈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스님은 머리맡에 두었던 책 꾸러미까지도 신문배달 소년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당부할 정도로 철저하게 베푸는 삶을 사셨다. 그러나 어떤 정치인도 그의 삶을 좌파적이라고 매도하지는 않았다. 설사 누가 스님을 좌파라고 했다 하더라도 들은 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견성성불(見性成佛)의 경지에 들어선 스님에게 법과 상식으로 시비할 이가 없었던 것이다. 법정 스님에 대한 단상을 지울 새도 없이 이번에는 명진 스님이 주지로 있는 봉은사의 조계종 직영 전환과 관련된 정치권의 외압 시비가 터져 나왔다. 명진 스님이 ‘민족 21’ 발행인,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대표 등을 역임한 탓에 좌파 승으로 낙인찍혀서 결국 봉은사의 사찰 운영권을 박탈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봉은사의 직영 결정이 정치권의 외압 없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봉은사 신도회와 불교계 시민단체들은 불심(佛心)에 좌우(左右)가 어디 있느냐고 반발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다. 명진 스님은 한평생 민족운동과 사회정의를 위하여 헌신해 왔으며, 법과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반듯하게 살아온 분이다. 그러나 그러한 삶의 방식에 대해서 불편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고, 일부 우파 인사들은 스님이 친북행위를 한 것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 봉은사가 조계종 직영체제로 전환되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자신을 좌파로 몰아서 생겨난 일이라고 생각한 스님은 이를 문제삼기에 이르렀다. 스님이나 종도들로서는 억울하고 분하여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었을 것이다. 법정 스님의 유지는 일방적이었고, 그의 삶 자체 역시 무소유(無所有)를 실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종교적 언사가 좌파적이라는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님이 승(僧)의 세계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속의 정치적 변혁을 도모하는 종교인의 행위에는 시시비비가 따를 수밖에 없으며, 그에 대한 비판도 감수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명진 스님은 왜 사람들이 자신을 좌파로 규정하는지를 성찰해야 하고, 그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최근에 1000여명의 천주교 신부들이 4대강 사업 반대 성명을 발표했으며, 급기야는 최고 지도부인 주교회의마저 반대 입장을 밝힘으로써, 종교계의 정치참여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는 천주교 지도부가 일제 만행, 광주 민주화 운동, 북핵문제와 기아사태 등 반인륜적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으면서도 찬반논쟁으로 첨예한 정치적 사안을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부디 유대인들에 대한 적개심에서 홀로코스트를 외면한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은 정교분리 국가이고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종교와 국가는 상식적, 도덕적, 법적 조망 속에서 상호 견제와 협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종교계 인사들의 무지와 오판, 그리고 성찰의 부재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종교인들의 도덕의식은 때로 법적 수준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지도자들은 국민 스스로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적, 도덕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유념하여 일방적인 정치 메시지는 삼가야 할 것이다.
  • 런던의 인도인 화가, 유쾌한 ‘문화충격’

    그가 봤던 가장 큰 동물은 코끼리였다. 인도에서 영국 런던으로 갈 때 비행기를 탔고, 코끼리보다 훨씬 큰 비행기가 나는 것은 신기하면서도 기적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날개 달린 코끼리를 그렸다. 집에서 일하러 갈 때 타는 ‘30번 버스’는 강아지처럼 편안하고 믿음직스럽다. 그래서 커다란 강아지 얼굴이 달린 버스를 그렸다. 식당의 메뉴판은 복잡하기만 했다. 주문하기가 복잡해 음식 번호를 외웠다가 번호로 주문을 했다. 무엇을 먹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래서 번호표 붙인 닭과 생선, 돼지 등을 그렸다. ‘런던정글북’(바주 샴 지음, 리젬 펴냄)은 현대 문명과 먼 거리를 두고 살던 인도 곤드족 출신의 화가 바주 샴이 런던을 방문해 두 달 동안 보고 듣고 겪은 것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책이다. TV 혹은 책 등을 통해 너무도 익숙한 런던의 현대 문명이지만 그의 눈에는 온통 신기할 따름이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계단(에스컬레이터)이나 땅 속에 구멍을 내서 열차를 다니게 하고, 사람들이 밥 먹고 트림을 한 뒤 곧바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모습도 낯설기만 하다. 바주 샴에게 있어 식사 후 트림은 좋은 식사에 대한 감사의 표현인데 말이다. 바주 샴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당연시 여기던 도시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문명에 대한 성찰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동심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것을 신기해 하고, 재미있어 하며, 섬세한 관찰을 즐거운 그림으로 표현한다. 1만 2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리뷰] ‘그린존’

    [영화리뷰] ‘그린존’

    한때 서부 영화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미개한 원시인으로 그렸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베트콩도 크게 다를 게 없던 시절이 있었다. 서부 개척 시대를, 베트남 전쟁을 한쪽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던 할리우드 영화는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의 불편한 진실을 소재로 활용한 영화가 나왔다. 마이클 무어가 연출하는 다큐멘터리류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웬걸 액션 스릴러로 오락 영화다. 부시 정부에서 오바마 정부로 바뀌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정부가 저지른 잘못을 조롱하며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할리우드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25일 개봉한 ‘그린존’이 그렇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겠다고 전쟁을 일으켰다. 결국 WMD는 발견되지 않았다. WMD가 존재한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부시 정부는 미국 국민을, 아니 전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연출한 셈이다. ‘그린존’은 존재하지 않았던 WMD에서 출발한다. 미 육군 로이 밀러(맷 데이먼) 준위는 WMD를 제거하라는 특명을 받고 수색팀을 지휘해 이라크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지만 매번 허탕을 친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일급 정보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된 밀러는 직접 단서를 찾아나서고 이라크 전쟁 발발 원인을 제공한 WMD 존재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려는 쪽과 감추려는 쪽의 밀고 밀리는 다툼이 이어진다. 할리우드에서 대표적인 지성파 배우로 꼽히는 맷 데이먼을 액션 스타로 등극시킨 첩보 스릴러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데이먼이 주연이고, 본 시리즈 2~3편을 연출했던 폴 그린그래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최고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브라이언 헬겔랜드가 시나리오를 담당하며 가세한 점이 작품성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실감나는 전투 장면을 담은 ‘그린존’은 평균 이상의 재미를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는다. 영화 속에서의 정의가 영화 밖의 현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느끼는 괴리감도 만만치 않다. 이라크의 운명은 그냥 이라크인에게 맡겨 놓으라는 프레디(칼리드 압달라)의 외마디가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답이 너무 뻔해서일까. 부시 정부가 도대체 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다. 영화 제목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바그다드 궁을 개조한 미군의 특별경계구역으로 미군 사령부 및 정부청사가 자리한 안전지대를 뜻한다. 고급 수영장과 호화식당, 마사지 시설, 나이트 클럽뿐만 아니라 대형 헬스 클럽과 댄스교습소가 존재했고 이슬람 국가에서는 금지된 술이 허용됐다. 담장 너머 유혈 사태와는 동떨어진 별천지였던 셈이다.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인터파크도서, 인텔 이희성 CEO ‘작가와의 만남’

    인터파크도서, 인텔 이희성 CEO ‘작가와의 만남’

    “글로벌 기업 CEO의 일과 삶, 도전과 실패에 대한 깊은 담소”인터파크INT 도서부문(이하 인터파크도서, book.interpark.com)에서는 예비 사회인과 독자들을 위해 글로벌 기업의 CEO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인터파크도서는 프로페셔널 리더 6인의 인터뷰로 엮어낸 ‘리더의 하루’ 출간을 기념해 오는 4월 6일 인텔코리아 이희성 사장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번 이벤트는 인텔코리아회의실에서 진행되며 이희성 사장과 인텔코리아 내부를 둘러보고 저녁식사를 즐기면서 CEO의 일과 삶, 도전과 실패 등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구성됐다.이희성 사장은 1992년에 인텔코리아에 입사해 20년간 재직하면서 영업부, 네트워크 엔지니어, 영업총괄 전무 등을 거쳐 2005년부터 인텔코리아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누구에게나 동일한 시간으로 주어진 하루 중 다른 성과를 이뤄낸 프로페셔널 리더의 성공 비결을 공유하고 자기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한편 CEO의 만남은 오는 31일까지 인터파크도서의 웹진 ‘북&’에 ‘작가와의 만남’ 코너, 이벤트 페이지 내 간단한 댓글작성으로 총 5명의 독자를 초대한다. 당첨자는 4월 1일 개별통보.사진=인터파크INT 도서부문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靑, 종교계와 스킨십 강화

    25일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김운회 천주교 춘천교구장의 착좌식(주교가 교구장에 취임하는 의식)에는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수석급)이 참석했다. 신재민 문화관광부 1차관과 함께 참석한 김 기획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메시지를 대신 읽었다. 지난해 다른 교구장의 취임 때에는 대통령이 짧은 축전을 보낸 적은 있지만, 장문의 축하메시지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 수석급 인사가 직접 착좌식에 간 것도 처음이다. 최근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축하메시지에서 “생명과 환경에 대한 더욱 깊은 성찰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서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화해의 지혜를 모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천주교의 반대, 봉은사 외압설과 관련한 불교계와의 불편한 관계 등에 따라 종교계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특히 종교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 대통령과 간담회를 갖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이 7대 종단의 종교지도자들과 오찬을 하며 국정운영과 관련한 조언을 청취한 것과 비슷한 자리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불자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앞으로 매달 정기법회를 봉행키로 하는 등 ‘불교계’와의 접촉면을 넓힐 계획이다. 천주교 신자인 김백준 기획관과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중심이 돼 오는 31일쯤 ‘청가회(청와대 가톨릭신우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주호영 특임장관도 종교계와의 소통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충청 방문 중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를 만난 데 이어 이날 제주도에서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지도부는 물론 각 지역 당원협의회 차원에서 종교계와의 소통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열린세상]두 날개로 날아라/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열린세상]두 날개로 날아라/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도요타 리콜사태가 터진 뒤, 일본 내 반응은 대략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북미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 리콜사태가 터진 만큼 자국 자동차업계의 실적에 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둘째, 그간 북미 고급차 시장에 주력해 온 상황에서 강력한 원가절감이 요구되는 신흥개도국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한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셋째, 사태발생 이후 리콜-경영진 사죄-후속조치 발표 등 일련의 수순을 따랐음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도요타 때리기’가 통상문제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넷째, 기존 제품에 IT·바이오 등이 부가된 융·복합 제품이 발달하는 가운데 혼을 담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 우물만 판다는 ‘모노즈쿠리’ 정신에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다. 일리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비록 도요타 사태로 다시 불거지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문제가 편향된 글로벌 감각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공세적 글로벌 감각의 문제점이 노출됐는데도 이를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동북아 국가 중 가장 발전이 더뎠지만 외국문물의 적극적인 수용과 러·일, 청·일전 승리와 조선 강점 등의 수순을 밟으며 아시아의 맹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개항 초기 나라의 독립을 걱정하던 순수성이 침략적 군국주의로 변질되면서 패망의 길을 걷고 말았다. 첫 번째 성찰의 기회였다. 패전국 일본은 다시 일어섰다. 미국의 원조와 한국전·베트남전은 일본경제에 특수를 안겨주면서 신속한 회복을 도왔고, 급기야 유럽을 제치고 미국과 2강 구도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세계적으로 스시가 최고급 음식으로 대접받자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인 ‘팍스 자포니카’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일본의 공세에 위협을 느낀 미국과 유럽이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강세에 합의하면서 일본은 다시 위기에 빠져들었다. 두 번째 성찰의 기회였다. 일본의 생각은 달랐다. 좋은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판로는 확보되고, 따라서 번영은 계속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적절한 속도의 환율조정을 게을리하다가 갑자기 ‘엔고’를 맞은 일본은 다시 좁은 시야에 갇히고 말았다. 시장개방 같은 보편적인 방법보다 금리인하로 대처했고, 이로 인해 자산에 거품이 일자 금융개혁이 아니라 돈을 풀어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됐고, 세 번째 성찰의 기회였다. 그래도 일본 제조업은 여전히 세계 최고였지만, 이번에는 ‘최고의 품질이면 비싸도 괜찮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선진국 소비가 약화되는 시점에 한국이 중간 가격대의 고품질 제품으로 신흥시장에서 성과를 올리자 마음이 급해졌다. 이번에야말로 구태의연한 관행의 타파와 전방위적 혁신을 통해 편향된 글로벌 감각을 바로잡아야 했지만, 처방은 원가절감이었고 결국 도요타 사태를 맞았다. 네 번째 성찰의 기회가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일본은 20세기 초 부국강병의 길을 걸으면서 이웃국가와 공존·공생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미국경제가 하락세로 접어든 1970~1980년대에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면서 상호주의를 망각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서는 종합산업이라는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져 외부 환경의 변화를 놓치고 말았다. 일본사회와 일본기업, 나아가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기세를 올릴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적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잘나가던 기업이나 국가가 위기에 빠질 때는 거의 언제나 혼자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세적·일방적 글로벌 감각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그간의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외향적 글로벌 감각이 커갈수록 국제사회가 믿고 따르는 규범·가치관·제도를 자신의 내부에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때 그 기업과 사회는 안팎으로 균형 잡힌 글로벌 감각을 두 날개 삼아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으로 엮어가는 네트워크적·소통적 세상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 [영화리뷰] 비밀애

    [영화리뷰] 비밀애

    당신은 누군가를 ‘운명적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왜 그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나.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성격 때문에? 혹은 경제적 조건이나 그 사람과의 추억 때문에?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마냥 이유가 없다고 치부해 버리면 왠지 사랑을 너무 단순하게만 취급하는 것 같아 현실성이 없다. 뭔가 이유는 있을 것 같다. 여기 하루빨리 남편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기를 바라던 한 여자가 있다. 영화 ‘비밀애’의 ‘연이’는 남편 ‘진우’를 향한 일편단심 민들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의 쌍둥이 동생 ‘진호’가 나타난다. 외모와 성격은 모든 게 같다. 심지어 처음 만났던 사람도 알고 보니 진우가 아닌 진호였다. 진우를 사랑하게 된 이유도 진호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토록 사랑했던, 진우와의 ‘사랑의 근거’가 없어져 버린 셈이다. 고민한다. 내가 왜 진우를 사랑했을까. 내가 진우를 사랑하긴 한걸까. 여기 진우와 똑같은, 진호가 서 있는데.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운명적 사랑에 대해 고민한다.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너는 내 운명’(2005)처럼 기존 로맨스 영화가 흔히 주는 메시지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사랑’과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영화가 나름대로 신선한 이유다.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를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이미 ‘올드보이’(2003)에서 호흡을 맞췄던 유지태와 윤진서의 연기도 기대 이상의 감흥을 전한다. 유지태의 1인 2역 연기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윤진서는 욕망과 도덕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역시 윤진서는 단아함과 탐욕을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아는 배우다. 사랑에 대해 조심스레 성찰하는 영화의 뼈대와는 달리 영화 곳곳 감정이 과장되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도 남긴다. 진우의 노골적인 질투, 연이를 향한 진호의 적극적인 구애는 영화의 맛을 떨어뜨린다. 자칫 치정 분위기를 연출하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예술’과 ‘막장’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는 듯하다. 하지만 감독의 완급조절 능력은 이런 약점을 상쇄한다. 절정의 순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침착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족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농염한 베드신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사실 수위가 낮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눈에 불을 켜고 기대할 만한 수준은 또 아니다. 영화의 ‘진지함’이란 코드 속에 베드신이 자연스레 녹아 있어 특별히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것도 감독의 재주라면 재주다. 25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헤드헌터 9인이 펴낸 ‘인생 서바이벌북’

    물론, 취업에 왕도는 없다. 그러나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일컫는 취업 준비생들, 혹은 새로운 직업과 직장을 구하는 이들에게 단순히 열정과 실력, 높은 스펙만으로 승부를 걸라고 말하기에 경쟁은 지나칠 정도로 치열하고 세상은 너무도 가혹하다. 취직과 이직 시장에서 날고 기는 대한민국의 대표 헤드헌터들이 살며시 귀에 대고 조언해 준다. ‘사장님이 만나보고 싶어 하십니다’(권오서 등 9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는 단순한 취업 가이드북과 선을 긋고 있다. 10여년 동안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권오서, 권재희, 김덕임 등 ‘고용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수요모임’(고고모) 소속 9인의 헤드헌터들이 현장에서 직접 접하고 겪은 성공과 실패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때로는 눈에 쏙 들어오게 깔끔히 정리돼 있는가 하면, 때로는 취직과 이직을 고민하는 이가 쉬 간과할 수 있는 근본적 사유를 일깨워주고 있는 ‘인생 서바이벌북’이다. 이와 함께 기업이 원하는 핵심 인재의 조건,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면접의 자세 등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들려준다. 헤드헌터들은 좋은 학력, 꽤 괜찮은 경력, 숱한 자격증이 부질없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성실성, 책임감, 도덕성 등 인성을 가꿀 수 있는 근본적 성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객관적인 능력 외에 해당 기업이 요구하는 부분을 꼼꼼히 준비하는 성실성, 자신과 기업 등에 거짓이 없어야 하는 진실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명문대 합격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교과서 중심으로 복습에 충실하면 돼.’라는 말처럼 공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래 진리는 단순한 것이다. 1만 2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與·법원 기싸움 접고 사법개혁 대의 살려야

    한나라당이 마련한 사법개혁안을 사법부가 정면 비판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대법원이 그제 “사법부 자율성 침해”라고 공개 반박하자 한나라당이 어제 “법원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재반박했다. 이런 볼썽사나운 입씨름이 종국에는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사법개혁안을 산출하기 위한 생산적인 진통이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여당안에 대한 대법원의 반발이 일리가 없진 않다고 본다. 법관보다 많은 외부인사로 법관인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자칫 법원의 자율성을 해칠 소지가 있음을 이미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의 양형위원회가 3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법원은 사법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이 가리키는 지향점을 봐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 손가락 그 자체를 쳐다보며 볼멘소리를 쏟아내는 것은 제 밥그릇 지키기 논리에 사로잡힌 꼴로 비칠 수밖에 없다. 문민정부 때인 1995년 본격 시작된 사법개혁 논의가 지난 10년간 공회전만 거듭해 왔다는 지적을 사법부는 겸허히 성찰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끊임없는 자정과 개선 노력을 거부하면 결과적으로 급격한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만다는 게 역사의 철칙 아닌가. 여당도 이번에 사법부를 소외시켰다는 대법원의 이의제기를 심각히 유념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법개혁의 대의가 훼손되어선 안 될 말이다. 법원이 여아 성폭행범 조두순 사건이나 전교조 관련 재판 등에서 상식적인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로 논란을 자초했던 일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여당안에 포함된, 경력법관제 임명이나 형사단독판사의 재량권 축소 등은 그래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여권과 사법부는 이제라도 국민의 눈높이로 사법개혁안을 완성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법원은 절차상의 문제로 더 이상 시비를 걸지 말고 자체 개혁안을 제시함으로써 입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사법부의 재판권만큼 국회의 입법권도 중요하다. 야당도 사법개혁특위가 구성된 만큼 즉각 개혁안을 내놓고 본격적인 심의에 나서야 한다. 장외에서의 삿대질이 공당의 자세일 순 없다.
  • [시론] 법정 스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현길언 소설가·‘본질과현상’ 발행인

    [시론] 법정 스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현길언 소설가·‘본질과현상’ 발행인

    소유욕의 굴레를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소유를 말하던 법정은 죽음의 문 앞에서 세상을 향해 마지막 반란을 일으켰다.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그의 모든 저서를 절판할 것과 화려한 장례의식을 만류한 것이다. 세상을 향한 이 두 반란에서 우리는 죽음의 문 앞에서도 고통스러운 수행(修行)을 멈추지 않았던 그 삶의 치열성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저서의 절판에 대해서 사람들은 그의 진심을 모르기에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던 그 많은 저서에 대해 왜 법정은 절판을 당부했을까? 그는 아마 생전에 물질적인 소유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었으나, 명예와 인기로부터 자유롭지 못 했다는 그 점에 대해서 괴로워했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의 저서가 많이 팔리는 데 대해 부담을 가졌을 것이다. 최근에는 그가 좋아하여 읽은 책 목록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만들기도 했다니 말이다. 저서의 절판은 자신의 언어에 대한 일대 반역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지상에서 그의 모든 삶이 수행으로 통했던 법정으로서는 죽음 앞에서 자신의 언어에 대해 다시 생각했을 것이다. 중생들의 가슴을 울렸던 그 많은 언어와 그 언어를 낳게 한 사유가 죽음 앞에서 비로소 불완전하고 하찮음을 깨닫지 않았을까? 이렇게 바른 도(道)에 이르기 위한 그의 고행은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부정으로 이어져서 죽음의 직전까지 계속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또 다른 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지 않았을까? 그러한 그의 득도(得道)의 결정판은 간소한 장례의식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의 장례문화는 언제부터인가 정치화되면서 너무나 경박해졌다. 장례는 고인을 다른 세상으로 보내는 고별의식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주변에 일어났던 몇 분의 장례의식은 살아 있는 자들의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거추장스러워지면서 오히려 고인의 삶의 진정성을 배반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 법정은 살아 있을 때 그 장례의식이 정치화되고 있음을 보면서 자신의 장례도 잘못하다가는 저런 지경에 이를 것을 염려했을 것이다. 삼일장에 수의도 관도 없이 다비의 절차를 거치도록 당부했고, 심지어는 사리도 찾지 말라고 했다. 사리를 찾지 말라는 것은 득도를 위한 그의 고행 자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면서 불교의 장례의식에 대한 일종의 반역이기도 하다. 그러함에도 종단에서도 고인의 뜻을 따라 그대로 시행했으니 천만다행이다. 세상으로부터 추앙을 받던 그의 장례의식을 중생들처럼 정치적으로 거행했다면, 아마 형식적으로 불교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잠시 상승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세욕임을 간파한 종단에서는 고인의 뜻을 따라주었다. 이 또한 어렵고 귀한 일이다. 간소하게 치러진 장례의식을 보면서 도에 이르기 위한 고인의 마지막 몸부림을 너무나 생생하게 만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살아 있을 때에 세상을 향한 수많은 반란을 통해 도에 이르려고 애썼던 그는 죽음 앞에서도 그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언어를 부정함으로써 삶에 대한 치열함과 정직함을 보여주었고, 빈손에 바랑 하나 짊어지고 다른 세계로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서 무소유를 읽게 하였다. 그는 정말 홀가분하게 빈손으로 찾아왔던 이 땅을 떠나 빈손으로 그 새로운 세계로 돌아갔다. 그의 많은 언어는 이 마지막 언어에서 다시 확인하고 있다. 비록 종이책으로 사람들에게 세상의 가치에 의해 읽혀지기를 거부한 법정의 몸짓은 너무 치열하기에 섬뜩하다. 이보다 더 생생한 언어가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소유욕에 불타는 중생이 ‘무소유’를 들었을 때 갖는 그 잔잔한 경의감에 비할 것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현란하게 나불거리는 언어가 얼마나 많은가? 이제 우리는 그 ‘혀의 언어’를 넘어서 법정의 ‘몸의 언어’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언어를 거부함으로써 참으로 편하게 저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 ‘아프간소녀’ 스티브 맥커리, ‘진실의 순간’ 사진展

    ‘아프간소녀’ 스티브 맥커리, ‘진실의 순간’ 사진展

    198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지를 장식한 ‘아프간의 소녀’ 사진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진가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을 국내에서 만난다. 4월 9일부터 5월 3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진실의 순간’ 전시는 스티브 맥커리가 기록한 예술 사진 100점을 선보인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카메라로 포착한 진실의 순간을 진솔하면서도 감성적으로 풀어낸 사진들로 엄선됐다. 세계적인 보도사진협회 ‘매그넘’의 회원이자 로버트 카파,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수상한 스티브 맥커리는 세계의 전쟁과 분쟁에 의해 만들어지는 참혹한 모습들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사진가로 유명하다. 또 그는 세계의 장관과 인간의 평범한 삶의 모습 속에서 발견되는 각국의 정서와 문화를 생생하고 아름다운 표현력으로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런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 작품들은 인간사에 대한 연민과 희로애락을 화려한 색감과 예술적 구도로 포착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진실의 순간’전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로 다큐멘터리 보도사진가로 인식됐던 스티브 맥커리의 예술성을 새롭게 재발견할 수 있을 전망이다.”고 기대했다. 이어 “작가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작품들은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에 따뜻한 휴식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시개요 전시명 : ‘진실의 순간’ 전시작가 : 스티브 맥커리 전시기간 : 2010년 4월 8일(목) ~ 5월 30일(일) 전시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출품작품 : 사진작품 총100점 주최 : 서울신문, 어반아트 (큐레이터 김여선·02-511-2931 / urbanart@chol.com) 주관 : ㈜아트포스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주한미국대사관, (사)한국사진작가협회, 현대사진영상학회, 한국광고사진가협회, (사)한국프로사진협회,(사)한국여성사진가협회,한국디지털프로사진가협회, 대한사진영상신문, 한국사진학회,SLR클럽,디시인사이드 전시문의 : ㈜아트포스 (담당 김민욱·02-3412-1700 / bagdad22@naver.com)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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