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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교조의 노선 대전환 조짐에 주목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장석웅 위원장이 어제 ‘투쟁중심 탈피’를 선언했다. 또 “제대로 할 일을 못했다.”는 자성과 함께 교육정책을 제시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와의 대립과 강경 일변도 노선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활동방식이나 내용에서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우리는 전교조의 노선 대전환 조짐에 주목한다. 지난 1989년 ‘참교육’ 기치 아래 출범한 전교조는 공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과 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권위주의적 학교문화를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사회적 시선은 한파만큼이나 차갑다. 과도한 정치·이념 투쟁과 함께 상식을 무시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탓이다. 부적격 교원뿐만 아니라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까지 감싸는 태도는 힘들게 쌓아 올린 정당성마저 단숨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평가방식을 문제삼아 교원평가제 반대에 발벗고 나서 자신들이 비판해 온 기득권 안주를 스스로 추구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도 국민을 실망시켰다. 장 위원장은 전교조의 현실을 제대로 짚었다. “원래 해야 할 일 대신 투쟁을 해야 했다.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말은 맞다. 조직 내부도 흔들렸다. 회원수가 2005년 9만명대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6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었다. 정치 지향성이 젊은 교사들과 맞지 않았던 이유에서다.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참교육’ 열정으로 가득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조합원의 방패막이 역할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진보 교육감과도 “실력이 없다면 같이 갈 수 없다.”는 단호함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경쟁 위주로만 치닫는 교육 현실의 바람직한 해법을 찾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학원으로만 몰려가는 학생들을 학교로 되돌리기 위해 수업의 질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고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장 위원장의 ‘교육정책 제시 중심’ 선언은 바람직하다. 정부와 진정성을 갖고 대화해야 함은 물론이고, 철저한 자기 성찰을 통한 변화를 교육 현장에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전교조는 사회변혁을 위한 운동가들의 모임이 아니라 나라의 동량을 교육하는 교원들의 단체임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 [문화계 블로그] 권력화된 교회의 부끄러운 속살

    그냥 교회가 아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은, 등록 교인만 7만명이 넘는 대형 교회다. 61명의 시무장로가 있고, 그중 한 사람이 현직 대통령이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정부’라는 신조어를 낳았을 정도로 정부 안팎의 시선이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 소망교회다. 지난 2일 발생한 폭력 사태가 더 유감스러운 까닭이기도 하다. 김지철 담임목사와 전·현직 부목사가 새해 첫 주일 오전 교회 안에서 얼굴뼈가 함몰될 정도의 난투극을 벌였다. 소망교회의 주먹다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장로와 집사가 격하게 맞붙어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폭력사태만 벌써 세 번째다.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주고받은 고소·고발은 열 건이 넘는다. 소망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다른 대형 교회인 서울 청파동 삼일교회의 스타목사 전병욱 목사는 지난해 11월 여자 신도를 성추행하려다 교회에서 ‘잠시’ 쫓겨나기까지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송구영신 예배를 보던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담임 목사를 비난하는 유인물을 돌리던 다른 교회 목사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명예훼손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부끄러움이나 바깥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이익집단의 모습 그대로다. 교인들조차 “권력화된 교회의 부끄러운 속살”이라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오죽했으면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주먹’이라는 비아냥이 교회 게시판에 올랐겠는가. 이는 교회를 목사 사유물로 여기는 교계의 오랜 관행이 빚어낸 부정적 산물이다. 목사가 바뀌면 ‘내 사람’을 심거나 자르려 하고, 그 과정에서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소망교회 사태도 따지고 보면 신·구 목사 세력 간의 알력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을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 찾기도 한다. 1970~1980년대 군부독재 정권 시절 주류 개신교계는 정·교 분리 원칙을 앞세워 사회현실에 개입하기를 꺼렸다. 그랬던 교단이 민주화가 이뤄지자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를 향해 발언하기 시작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기독교인 대통령 만들기’에 열성적이었고, 성공했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5일 “소망교회 사태는 목사들의 윤리, 도덕성 수준이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못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개탄한 뒤 “교단 제도를 정비하고 신앙공동체를 회복하지 않으면 이 같은 사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망교회는 전날 “하나님과 국민 여러분 앞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사과 성명을 냈다. 이름값에 걸맞은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절실한 순간이다. 그래서 ‘낮은 데로 임하며’ 묵묵히 세상과 교감하는 목회자들과 마주쳤을 때, 더는 부끄럽지 않기를 주문해 본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불교계 정초부터 내부결속 다지기

    새해가 밝았지만 불교계의 결기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적 성과물’인 청계광장에서 1080배를 봉행하며 불교계 자립 의지를 드높일 계획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오는 10일 오전 총무원 등 중앙종무기관, 재가 종무원, 관련 산하단체 등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회복과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80배 정진’을 연다. 예정된 행사 진행은 단출하다.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 스님, 기획실장 원담 스님 등을 비롯해 300여명의 불자들이 모여 108배를 열번 한다. 요란하고 호들갑스러운 구호도, 날선 주장과 규탄 발언도 없이 그저 불경을 낭송할 뿐이다. 세 시간 정도 독경 소리에 맞춰 묵묵히 1080배를 봉행하는 모습을 통해 외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민족문화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겠다는 뜻이다. 이날 직접 죽비를 들고 나설 민족문화수호위원장 영담 스님은 “정부나 여당 어딘가를 겨냥한 행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행사”라면서 “중앙종무기관부터 시작해 불교의 역량을 결속해 나간다는 의미와 자신을 낮추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이후로도 계속된다. 청계광장 1080배 다음 날인 11일 성도재일(成道齋日·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날)에는 전국 3000여 사찰에서 민족문화 수호 동시법회를 열 예정이다. 불교문화유산 훼손 실태를 담은 영상을 상영하는 등 사회 일각의 불교 폄훼와 차별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정월대보름인 다음 달 17일에는 4대강 개발 현장에서 방생법회와 1080배 정진을 한 차례 더 가질 예정이다.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0일 결사’가 끝나는 3월 23일에도 1080배 정진이 예정돼 있다. 정웅기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은 “대립과 갈등을 통해서가 아닌, 노력과 성찰을 통한 불교계 내부의 의미 있는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총무원은 4일 “종단에서 시행하는 연등법회와 봉축 법요식 등 각종 행사에 정부 관계자 및 정치인의 참석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면서 “여당 정치인은 단호히 거부하며 기타 정치인 및 기초·광역단체장은 참석을 자제토록 권고한다.”는 내용의 종무 행정지침을 전국 본사와 말사에 보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열린세상] 新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암운/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新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암운/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정치인은 사이비 종교인을 닮아간다. 종교인은 사이비 정치인을 빼닮는다. 언행과 행태만 봐선 정치인인지 종교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원시부족시대나 중세시대에 끝난 줄 알았고 오늘날엔 극소수 광신국가에만 남아 있는 제정일치(祭政一致), 그 구시대의 유물이 왜곡·변형된 형태로 되살아나 우리사회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과거의 제정일치는 같은 사람이 동시에 종교지도자 겸 정치지도자의 역할을 맡는 것을 의미했다. 요즘의 제정일치는 정치인과 종교인이 따로 있지만 서로를 어설피 흉내내서 그 언행과 사회적 기능상 수렴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인의 불안하고 광폭한 심리를 반영하고 더욱 조장하는 것으로 개탄 받아야 마땅하다. 정치인의 사이비 종교인화(化)는 자기가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므로 양보란 있을 수 없다는 절대주의적·이분법적 사고와 행동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정파를 불문하고 근래 정치인 간의 대결과 상호 공격은 종교전쟁을 연상시킬 만큼 전면적·지속적이고 험하다. 정의의 이름으로 상대방에 저주를 퍼붓는 정치인은 신의 이름으로 이교도를 멸하는 제사장, 귀신을 쫓아내는 굿판의 주술사와 다르지 않다. 내 입장과 네 입장 사이에서 중간적 조정을 시도하거나 대화로써 의견을 모아가는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종교인의 사이비 정치인화(化)는 전문성 있는 판단을 요하거나 정파적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현안에 대해 특정 입장을 외쳐대고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일부 종교인의 행태는 정책현안마다 우리 집단에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계산해 상황에 따라 로비, 소송, 시위를 주도하는 이익단체간부와 다르지 않다. 신의 가호를 믿고 일반 신도를 동원하기 때문에 더 위선적이고 위험하다. 인간이 자존하며 남을 존중할 수 있도록 보편적 성찰의 가치를 설파하는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 아니다. 정치인과 종교인 모두가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의 문제지만 사회 전체에 끼치는 폐해가 크다는 데에 사안의 심각함이 있다. 몇몇 정치인의 행태가 보여주는 섬뜩한 주술적 저주행위와 성전(聖戰), 그리고 몇몇 종교인의 언행에 나타나는 배타적 이익압력 활동과 정치세력화는 자극적 소재를 갈구하는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으로 딱 좋다. 존재를 내세우려 호시탐탐하던 좌우 사회집단들의 논란 소재로도 적격이다. 그 결과, 사회의 과장된 관심을 끌고, 보다 심각하게는 사회 전체를 격앙된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냉철하게 정책현안을 다루어야 할 정치인과 차분한 성찰의 덕을 퍼뜨려야 할 종교인이 각자의 본분을 잊고 어설피 닮아가며 사회갈등을 풀 수 없는 쪽으로 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제정일치 현상이 퍼지는 이면에는 대중의 불안감이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가 너무도 빨리 비예측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대중은 항상 불안감을 느끼고 사회의 원자화로 인해 위안처로 의지할 마땅한 구심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대중일수록 냉철한 정치인과 성찰적 종교인에게서 만족을 못 느낀다. 대신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재단하고 나는 좋고 상대방은 나쁘다고 규정해 심리적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정치인 같기도 하고 종교인 같기도 한 짝퉁에게 끌릴 위험성이 있다. 사회구조 변화 및 사회 구심점 해체의 속도가 빠른 미국과 유럽에서도 제정일치 현상이 어느 정도 목격되기 시작한 이유일 것이다. 대중의 마음에 나만 옳다는 맹신을 심고 남을 향한 무조건의 적대심을 불어넣고 있는 일부 인사는 실은 정치인이나 종교인이라는 고상한 명칭의 자격이 없는 사이비일 뿐이다. 이제 더 이상의 과도한 사회갈등을 막기 위해 정치인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본분으로, 종교인은 관용과 성찰이라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이런 당위적 요청을 그들이 귀 기울여 듣고 실천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일반대중이 근본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시대 속에서도 건전한 이성과 상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신제정일치의 암운이 벗겨지는 한 해를 소망하며 든 생각이다.
  •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6) 영화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6) 영화

    올해 베스트 영화는 ‘시’, 워스트 영화는 ‘무적자’.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는 낭보를 전했던 이창동 감독의 ‘시’가 7명의 영화 전문가 가운데 5명에게서 최고라는 평을 받으며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 냈다. ‘시’는 칸에 가기 전에도, 갔다 온 뒤에도 내내 화제였다. 배우 윤정희의 16년 만의 은막 복귀작이라 더욱 그랬다.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지원에서 탈락한 사실을 놓고도 설왕설래했고, 이러한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등을 휩쓸었다. ●심사위원 압도적 지지 받은 ‘시’ “주저 없이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이창동의 영상 철학”(강유정), “삶의 남루함과 비루함 속에서 도드라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사색. 무거운 생의 그림자 위에 핀 이창동 최고의 작품”(심영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의 환부를 보여주며 삶에 대한 태도를 각성시킨 빼어난 작품”(심재명), “폭력적인 시대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성찰”(이상용),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시 돌아보게, 여린 듯 단호한 작품”(조혜정)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들은 22만명에 그친 흥행 성적에 못내 아쉬워했다. ●홍상수 감독 영화 2편 베스트에 올라 개인으로 놓고 보면 홍상수 감독도 단연 돋보였다. 5전 6기 끝에 홍 감독에게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안긴 ‘하하하’와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 오리종티 섹션 폐막작으로 선정된 ‘옥희의 영화’가 나란히 베스트로 뽑혔다. 각각 2표를 얻었다. “‘하하하’는 흉내 낼 수 없는 연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장철수),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감독인 홍상수의 새로운 변화를 주목하게 만든 ‘옥희의 영화’”(이용철) 등의 호평이 나왔다. 스폰서 검사 등 우리 사회 이면을 잘 드러내며 인기를 끈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도 “한국 사회의 부정과 부패, 불의한 공생의 사슬에 대한 적나라한 까발림”(조혜정), “류승완 스타일의 일보 전진”(강유정)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 이름 올려 독립영화 가운데에는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학 교수 이야기를 소재로 한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경계도시 2’가 2표를 확보하며 이목을 끌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해주는 사건을 담아낸 치열한 기록이자 시대의 생생한 증언”(이상용), “경계인 송두율을 통해 한국 사회를 제대로 냉정하게 보여주는 작품”(심재명)이라는 지지를 받았다. 올해 최고 흥행작(623만명) ‘아저씨’도 1표를 받았다. “잘 만들어진 장르 영화는 관객들과 행복하게 만난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준 작품”이라는 칭찬을 받으며 ‘기대 이상의 작품’을 묻는 번외 설문에서 자주 언급됐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나홍진 감독의 신작 ‘황해’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엄청난 에너지,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잔혹하고 쓰디쓴 ‘코리안 드림’의 실체를 지켜보는 것은 전율과 서글픔을 동시에 선사한다.”(조혜정)고 극찬받기도 했지만, “큰 스케일 속에 비루한 삶을 다뤘지만 정작 소외된 인물을 소외시켜 버리는 영화가 됐다.”고 저평가받기도 했다. ●화려한 캐스팅·제작비 100억 물량공세 나선 ‘무적자’ 실망 안겨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워스트는 작품 자체의 질적인 수준보다는 투입된 물량에 견준 결과물, 어긋난 기대 등이 표심을 좌우했다. 톱스타가 나오거나 대작일수록 더 냉정한 잣대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실망을 금치 못했던 작품 1위에는 ‘무적자’가 꼽혔다. 3표가 집중됐다. 우위썬 감독의 대표작 ‘영웅본색’을 100억원가량의 제작비를 들여 처음으로 공식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한류 스타 송승헌을 비롯해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 등 캐스팅도 화려했다. 하지만 결과는 쓰디썼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스크린에 걸려 바람몰이 홍보·마케팅으로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결과적으로 155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한 평론가는 “홍콩 누아르의 전설이 너무 버거웠는가. 감독은 홍콩과 한국 사이에서 강박적으로 길을 잃고, 배우는 스스로 아우라를 창조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또 다른 평론가는 “제대로 리메이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건만, 우스갯거리로 취급받았을 따름”이라면서 “송승헌은 ‘무적자’로도 모자라 ‘고스트’ 리메이크에도 출연하는 만용을 부렸는데, 한국에서는 영화배우로서 별 가치가 없음을 기어코 확인하고 말았다.”고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이끼’ 기대치 충족 못해 워스트에 ‘이끼’ ‘악마를 보았다’ ‘포화 속으로’ ‘하녀’는 각각 2표를 받아 워스트 공동 2위군을 형성했다. 인기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끼’는 강우석 감독이 새로운 연출 스타일을 시도했지만 “원작이 갖고 있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잔혹한 게 아니라, 선정적”이라는 냉소에 직면했다. ‘포화 속으로’와 ‘하녀’는 “단순한 목표를 향해 가느라 정작 영화적 재미는 놓쳐버린 작품”, “너무 에로로 흘렀다.”는 비판을 각각 받았다. 충무로 최고 블루칩으로 등극한 뒤 올해 입대한 강동원의 작품 ‘전우치’와 ‘초능력자’가 각각 워스트 1표를 받은 점도 눈에 띈다. 홍지민·이경원기자 icarus@seoul.co.kr ■심사위원 영화평론가 강유정·심영섭·이용철·조혜정 심재명 명필름 대표 이상용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장철수 영화감독
  • [씨줄날줄] MIKT 대 PIGS/구본영 수석논설위원

    “내일을 이야기하면 귀신이 웃는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회자되는 속담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연초에 미래학자 조지프 프리드먼의 저서 ‘100년 후’를 읽었다. 2050년경 터키·일본·폴란드가 미국과 함께 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예측이 담겨 있었다. 통일한국도 멕시코와 더불어 강중국(强中國)의 반열에 오른다니 위안은 됐다. 미래 예측은 프리드먼이나 토플러 같은 천재들의 성찰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과학적 방법론도 동원된다. 흔히 쓰이는 기법이 이른바 외삽법(外揷法)이다. 쉽게 말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추세를 연장해 미래를 점치는 방식이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회장의 2011년 경제전망이 눈길을 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믹트’(MIKT)가 브릭스(BRICS)와 함께 내년 세계경제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가리키는 브릭스란 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믹트는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 4개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다. 외삽법에 따른 예측은 단기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믹트 국가 중 한국이 선진화된 산업구조와 우수한 인력으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니 일단은 고무적이다. ‘믹트 시대’는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 예측에 무작정 취해서는 안 될 법하다. 북한의 도발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불화 가능성 등 소위 ‘한반도 리스크’가 걱정되어서만은 아니다. 올들어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에도 우리 금융시장은 출렁거리지 않았다. 그런 외부 요인보다 내부의 포퓰리즘 경쟁이 더욱 불길하다. 올해 남유럽 4개국, 즉 ‘PIGS’의 몰락은 그래서 퍽 교훈적이다. PIGS는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의 영문 이니셜이다. 이들 ‘잘나가던 나라들’이 재정위기로 궁지에 몰린 요인은 다양하지만, 공통분모는 있다. 연구개발 투자 등 경쟁력 강화는 뒷전인 채 예산 나눠먹기에 골몰했다는 사실이다. 작년 서구 문명의 요람 그리스에서 대형 산불이 났지만, 소방헬기 한대 없었다고 한다. 얼마 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모델을 제시하고 야권이 이를 비판하는 공방이 벌어졌다. 이런 논쟁은 포퓰리즘 경쟁이 아닌, ‘생산적 복지’를 추구하는 쪽으로 확대돼야 바람직할 것이다. 과거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은 전국민에게 1년에 13개월치 월급을 주는 복지 정책을 호언했지만, 그때 주저앉은 아르헨티나 경제는 여태껏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구본영 수석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성장·발전 담론의 왜곡된 진상 파헤쳐

    성장과 개발을 절대선으로 믿어온 우리의 고정관념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개념사전? 하여간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경제성장과 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왔는지에 대한 숨 고르기라고 해두면 되겠다. 이반 일리치(오스트리아), 반다나 시바(인도), 볼프강 작스(독일)를 비롯한 세계의 저명한 발전 비판론자들이 각각의 개념에 숨겨져 있는 맥락과 전제들을 보여주면서 서구 따라잡기에 급급했던 비서구권에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는 책이다. 이름도 약간 특이하다. ‘反자본발전 사전’(볼프강 작스 외 지음, 이희재 옮김, 아카이브 펴냄)이다. 원제는 The Development Dictionary. 책에는 발전, 환경, 평등, 도움, 시장, 요구 등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19가지 개념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왜곡되게 바라보면서 인간의 삶을 왜소화하고 자연을 황폐화했는지, 또 세계와 인간과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롭고 참신한 관점을 제시한다. ‘성장이 곧 발전인가’를 물어보면 어떻게 답할까. 저자들은 발전 담론을 둘러싼 개념들을 의심하고 그 이면에 감춰진 암묵적 전제들을 드러내면서 성장과 개발이 반드시 발전일 수 없으며 국가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억압하고 그런 세계관을 강요했는지 등을 꼬집고 있다. 비서구권에는 발전과 성장, 공정과 정의가 이상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발전모델은 이제 더는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발전이 결코 능사가 아니며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자는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발전 담론을 둘러싼 주요 개념들의 기원과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추적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서구식의 잣대와 색안경을 끼고 그들의 생활수준, 삶의 방식, 세계관 등을 따라가려 하는지에 대한 낯간지러움도 얘기한다. 아울러 책은 참여, 계획, 사회주의, 진보, 국가 등의 개념들을 좌와 우의 틀에 매이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비판하고 성찰한다. 3만 2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책임 없는 욕망 시장붕괴 촉발

    한스베르너 진 교수의 ‘카지노 자본주의’(이헌대 옮김, 에코피아 펴냄)는 첫인상과 달리 선정적인 책이 아니고 본격적 연구 결과물이다. 월스트리트의 왜곡된 논리에 대한 깊은 반성과, 월스트리트를 희생양 삼아 정책적 실수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미국 금융정책 당국에 대한 수준 높은 고발이 담겨 있다. 이 책은 2008년 10월에 장렬하게 폭발한 서브프라임 사태를 심층 분석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시각에서 분석한 점은 시니컬하기도 하다. 특히 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 시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독일 경제학자의 자부심이나 겸업주의 은행 제도에 익숙한 일상성의 발로로 보인다. 독일인의 숨겨진 우월주의까지 엿볼 수 있다고 한다면 편견일까. 자본주의의 장점이자 태생적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유한책임제도에 대한 성찰은 가히 괄목할 만하다. 우리는 흔히 자본주의를 꽃피운 제도적 발견으로 주식회사제도와 은행제도를 꼽는다. 출자금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면 그만인 유한책임의 주식회사제도는 확실히 근대 산업사회의 가장 중요한 보병이 되었다. 부분 지급 준비제도에 근거한 신용창조를 통해 문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은행제도는 보병을 지원하는 훌륭한 병참조직이었다. 이 두 제도에 힘입어 자본주의는 지구 전역을 빠르게 정복해 나갔던 것이다. 진 교수는 ‘욕망과 책임의 불일치’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는 진정 주목할 만한 시선이다.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 혹은 ‘재주는 곰이 넘고 실속은 왕서방이 챙기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욕망과 책임의 불일치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다각적으로 논증하고 있는 이 책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관한 훌륭한 백과사전이며,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이유 있는 고발이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결과물인 주요 20개국(G20)을 두고 이런저런 평가가 한창이다. 금융감독 강화, 무역 불균형 해소, 적정 환율 유지 등의 의제는 그럴싸하다. 그러나 진 교수가 그토록 강조했던 ‘욕망과 책임의 불일치’를 시정하려는 노력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장본인인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G20의 주인공이고,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발표한 금융당국의 눈에서 ‘내 탓이오’ 같은 반성은 찾기 어렵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시간을 두고서라도 읽어 봐야 할 책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명동성당 재개발 논쟁 다시 불붙다

    명동성당 재개발 논쟁 다시 불붙다

    명동성당 주변 재개발안이 지난 2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심의는 통과했지만 시민사회와 학계의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1898년 지어진 명동성당(사적 제258호)의 역사성과 오랜 세월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 잡아 온 상징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명동성당 건물 자체의 안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신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강의 시설과 편의 시설, 만남·소통의 공간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공간 확보가 요구되고 있으며 건물 안전성 판정을 받은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4월 서쪽 사도회관과 사회복지관 뒤쪽 테니스장 및 주차장 주변에 지하 4층에 지상 9층, 지상 13층 고층 건물 두채와 지하 임대 시설, 주차장 등을 짓는 재개발안을 문화재위에 내놓았다. 문화재위는 이에 대해 역사 경관 훼손과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며 부결시켰다.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심의했으나 지난달까지 부결시켰다. 그러나 서울대교구 측에서는 문화재위 의견을 일부 반영해 당초 13층에서 1개층을 줄인 12층 건물(42m) 신축 등의 수정안을 제안, 심의를 통과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명동성당 서울대교구가 역사적인 의미를 애써 외면하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명동성당보다 오래된 주교관도 허물려고 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문화재위원회에 관련 재심을 요청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의식을 전달하면서 천주교계에 내부적인 논의와 성찰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부 교수의 우려는 더욱 구체적이다. 김 교수는 “현재 명동성당 지반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알지 못한다.”면서 “지하 4층, 지상 12층의 거대한 건물을 짓다가 자칫 힘의 균형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나.”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문화재위원들이 정부 압박에 굴복해 명동성당의 역사성 훼손을 거든 것”이라면서 4대강 사업을 용인해주는 대가로 명동성당 주변 재개발을 승인받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영엽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은 “명동성당 재개발과 4대강을 연결짓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면서 “벌써 20년 이상, 김수환 추기경 때부터 추진해온 중요한 사업 중 하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사 시기에 대해서는 “이제 문화재위 심의를 통과했을 뿐 앞으로 도시계획심의, 건축심의,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적 절차가 많이 있다.”면서 “언제쯤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종교계 ‘정치적 갈등’ 자성과 지혜로 풀어라

    종교계의 내우외환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불교계는 현 정부에 등을 돌리며 여권 인사의 입산을 거부하는 산문(山門) 폐쇄로 초강수를 던지고 나섰다. 가톨릭계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찬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최고 어른인 추기경마저 공격하는 ‘자해식 논란’을 벌이고 있다. 종교계가 안팎으로 빚는 갈등 양상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최악의 상황이다. 현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제자리를 잡아야 할 때다. 여권은 불교계와 소원해진 관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를 챙기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현 정부 들어 불교계가 홀대 받는 것으로 인식할 만큼 갖가지 일들이 벌어졌고, 템플스테이 예산문제가 이를 폭발시킨 것이다. 불교계가 단지 돈 몇푼에 이처럼 등을 돌리게 된 것만은 아니다. 불교계의 이반을 가져온 원인은 정부·여당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진석 추기경이 4대강 사업을 편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원로사제와 정의구현사제단으로부터 호되게 당하고 있다. 사제단은 ‘추기경의 궤변’이라며 거칠게 대들고, 원로사제들은 ‘추기경의 과오’라며 서울대교구장직 용퇴를 요구한다. 이 모든 게 정치와 종교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데서 출발한다. 현 사태의 심각성은 이같은 갈등이 종교를 넘어 정치적 갈등으로 확산된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여권이 종교계 표심을 의식해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화근을 키웠다는 점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종교계가 편향 시비를 제기할 만큼 적지 않은 실수를 저지른 과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종교계 역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보편적 가치로 보기 어려운 세속적 이슈에 지나치게 깊숙이 관여하는 것이 과연 이 시대 종교의 본분인지를 되돌아 볼 일이다. 정치권의 자성과 종교계의 지혜가 절실하다.
  • ‘살아있는 전설’ 가네모토 기로에 서다

    ‘살아있는 전설’ 가네모토 기로에 서다

    2008년 10월 1일은 오릭스 버팔로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이 열린 날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승패를 기억하고 있는 이는 거의 없을것이다. 그도 그럴게 이 경기가 정규시즌 1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합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소프트뱅크는 이미 리그 꼴찌가 확정된 상황에서 치른 경기였다. 모처럼만에 리그2위에 오른 오릭스로서는 1위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워밍업에 불과한 소프트뱅크전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 쏠린 관심은 전일본을 떠들썩하게 했음은 물론, 야구팬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을 텔레비젼 앞으로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던 이슈가 있었다. 바로 ‘일본프로야구의 반쵸(대장)’인 기요하라 카즈히로(오릭스)의 마지막 경기이자 은퇴식이 거행된 시합이었기 때문이다. 기요하라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스즈키 이치로(시애틀)가 태평양을 건너왔다는 사실로 미루어볼때 이건 단순한 은퇴식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에는 가수 나가부치 츠요시가 직접 경기장을 찾아 기요하라의 응원가이자 자신의 노래인 ‘톰보’를 직접 라이브로 부르며 대타자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그때 눈물을 흘러던 기요하라 앞에 꽃다발을 들고 나타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오사카의 호랑이’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가네모토 토모아키(한신)였다. 기요하라의 은퇴는 동시대를 함께 해온 가네모토 입장에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항상 옆집 아저씨와 같은 포근한 인상의 가네모토지만 그리고 철인으로 불리울 정도로 의지가 뛰어난 그였지만 어느새 가네모토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혀 있었다. 가네모토의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가네모토 토모아키라는 이름보다는 김박성으로 더 유명한 재일교포 3세인 그 역시 이러한 날(은퇴를 하는)이 멀지 않았다는걸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요하라가 야구계의 대장이라면 가네모토는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서쪽의 반쵸’다. 젊은시절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가네모토는 아마츄어때부터 유명했던 기요하라를 동경해왔다. 고교시절 가네모토는 1년 선배격인 기요하라와 구와타의 PL학원(오사카 가쿠엔고교)이 고시엔대회에서 상종가를 달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때 기요하라의 모습을 구경하러 갔을정도로 엄청난 팬이었다고 한다. 또래들에 비해 야구에 소질도 없었을뿐더러 힘든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야구를 그만두기를 거듭했던 가네모토 입장에서는 고시엔 스타로 명성이 자자했던 기요하라가 동경의 대상이 된건 어쩌면 당연한 일. 프로지명을 받지 못했던 가네모토는 지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대학(동북복지대학)에 들어간 후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을 통해 일취월장의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일본대학 야구선수권에서 3년연속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그는 마지막 기회였던 4학년때 관서대학을 결승에서 물리치며 결국엔 우승을 차지한다. 별볼일(?)없었던 그의 야구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순간이었다. 1992년 고향팀인 히로시마 토요카프에 입단한 가네모토는 탄탄대로를 달릴것 같던 기대와는 달리 공격과 수비 모든면에서 함량미달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타격폼, 그리고 부정확한 송구능력은 외야수로서 매리트가 없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 당시 관련자료를 찾아보면 그때 가네모토의 별명이 ‘두더지 죽이기’ 였다고 한다. 송구만 하면 어깨에 힘만 들어가 공을 땅바닥에 패대기쳤기 때문이다.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그는 이후 하체의 근력강화는 물론 타격시 하체를 이용하는 방법에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1994년을 기점으로 히로시마의 주전선수가 된 가네모토는 이후 에토 아키라(히로시마의 전설적인 강타자)의 요미우리 이적을 기회삼아 2000년부터 팀의 4번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이해에 생애 처음으로 30-30클럽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1,002 타석 연속 무병살타의 일본신기록까지 작성한 그는 공수주 3박자는 물론 찬스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타자로 우뚝서게 된다. 2002년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가네모토는 이적 첫해인 2003년에 한신을 18년만에 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에게 일본시리즈 패권(3승 4패)을 내주긴 했지만 3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총 4개의 일본시리즈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원할것 같았던 가네모토의 전성기는 2005년 리그 MVP를 끝으로 기록이 하향세에 있다. 물론 연속 경기 풀이닝(1,492경기)출전이란 대기록을 수립하며 기네스북에도 그 이름을 올리는등 ‘철인’으로서 존경의 대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올해 야쿠르트와의 개막전에서 어깨부상을 당한 가네모토는 결국 4월 18일 경기(요코하마전)를 끝으로 연속 경기 무교체 출전기록도 중단됐다. 가네모토는 올해 전경기에 출전했다. 144경기를 뛰고도 규정타석에 들지 못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2년연속 전경기 출전 기록을 이어가기 위해 대타로 출전한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선수가 은퇴를 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 이유때문이다. 하나는 체력적인 저하로 인한 노쇠화 그리고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부상.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44살(1968년생)이 되는 가네모토에겐 이 두가지 악재가 동시에 찾아왔다고 볼수 있다. 2년연속 1억엔씩 연봉이 감소한 가네모토의 내년 몸값은 3억 5천만엔. 한번 더 날기 위한 가네모토의 선수생활은 어쩌면 내년시즌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기요하라의 은퇴식에서 눈물을 보였던 가네모토 역시 영원할수만은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신예·원로 작가 20명의 진솔한 반성

    “반성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자신과의 약속이다.” 김용택, 박완서, 안도현, 이순원 등 유명 작가들이 스스로 쓴 ‘반성문’은 어떤 모습일까. ‘반성-되돌아보고 나를 찾다’(더숲 펴냄)는 이들을 비롯해 이재무, 이승우, 구효서, 장석주, 서하진, 김규나, 고형렬 등 신예부터 원로까지 작가 20명의 진솔한 자기반성을 모은 산문집이다. 장석주는 ‘반성은 자기 돌아봄이다’에서 ‘반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역설한다. “나는 어떤 진리나 옳은 신념이라 하더라도 반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 모든 파시즘의 독재자들은 제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 속에서 남을 죽이고 억누른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반성이다.” 책에는 예술가이자 한 인간으로 이 시대를 사는 삶의 자세에 대한 성찰이 있는가 하면 가족에 대한 가슴 뭉클한 사랑을 전하는 내밀한 고백도 담겨 있다. 뇌졸중으로 요양 중인 어머니가 매일 오전 10시 걸어오는 안부전화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서석화 작가의 ‘어머니의 문안 전화’는 마음과 달리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랑한다’는 말의 감동을 전한다. 차현숙의 ‘엄마의 나쁜 딸’, 김이은의 ‘사소한 계란말이의 기억’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슴 찡한 모녀 간의 정이 전해진다. “화장터에서 뼛가루와 함께 삼각으로 된 철과 나사못, 대못 따위가 나왔다. 잿더미에서 헤쳐져 골라지는 그것들을 보며 몹시 가슴이 아파왔다. 아, 저건 내가 박은 못이야. 아, 얼마나 아팠을까.”(‘엄마의 나쁜 딸’ 중) 소소한 일상에 대한 반성문도 있다. 안도현 시인은 ‘이까짓 풀 정도야’에서 원고가 밀려 일주일 가까이 밭을 둘러보지 못한 사이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풀이 자라 실패한 농사 경험을 들려준다. 그 속에서 겸손을 배웠다고 작가는 말한다. 박완서도 ‘좋은 일 하기의 어려움’에서 건망증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서글픈 것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남을 위해 좋은 일 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쓰레기 분리 배출을 하면서 든 과잉 포장에 대한 생각, 먹을 것이라면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바뀌게 된 계기 등 글을 읽다 보면 작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고운기의 ‘세상을 바로 살기 위한 여섯 가지 반성’, 우광훈의 ‘너무나 안전했던 대구’, 공애린의 ‘오르한 파묵의 바늘’, 김종광의 ‘휴강한 죄’ 등도 멀게만 느껴졌던 작가들을 친밀하게 느끼게 만든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시대를 노래한 뮤지션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

    ‘연대기적으로’만 보자면, 올해는 존 레넌과 비틀스에게 꽤 의미있는 해였다. 50년 전인 1960년 비틀스가 탄생했고, 꼬박 10년을 활동하다 1970년 해체했다.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렛 잇 비’(Let It Be)가 나온 것도 이 해였다. 비틀스의 핵심 멤버 존 레넌 개인적으로도 탄생 70주년이자, 타계 30주년이다. 올해 부쩍 존 레넌과 관련된 화제가 이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생일(10월 9일)을 전후해서 사망 10일 전에 찍은 누드사진과 사망 직전 촬영된 그의 사진들이 공개됐고, 그가 생전 발표한 앨범들이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전 세계 음악시장에 뿌려졌다. 그의 어두웠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노웨어 보이’도 국내 개봉(9일)을 앞두고 있다. ‘레논평전’(신현준 지음, 리더스하우스 펴냄)이 나온 것 또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책은 크로니클 같은 서사구조로 일관한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하다. 그러나 대중음악 거장들에 대한 오마주에서 흔히 보듯, 거창한 수식어들을 남발하지 않아 외려 편하다. 밖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끊임없이 불화하면서, 안으로는 스스로의 위선과 치열하게 싸웠던 아티스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현란한 수사는 되레 짐이 될 뿐이다. 하나의 문화현상, 혹은 신화적 인물이라 할 만큼 존 레넌이 20세기 최고의 뮤지션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 것은 아니다. 외려 불편하기 짝이 없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는 게 옳다. 달콤한 사랑 얘기보다는 정치·사회 문제나 내적 성찰 등을 노래하려 애썼고, 그러다 보니 그의 음악에는 급진적인 발언이나 명상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책은 존 레넌이 ‘불편한 메시지’를 들고 서게 된 까닭, 그리고 그와 비틀스가 당시 세상에 팬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좇는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왜 또 다시 존 레넌인가?’라고 묻는다. 단지 시기적 유의성 때문만은 아닐 터. 레넌이 세상에 던진 불편한 메시지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회자된다. 그의 메시지가 ‘쓰지만 달게 먹어야 하는 약’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걸그룹의 현란한 춤이 대중음악의 알파요 오메가인 양 받아들여지는 세태, 정규앨범 제작이 모험처럼 인식되는 왜곡된 대중음악 풍토에서 그의 치열한 음악적 여정을 담은 크로니클이 어떤 변곡점 역할이라도 해줬으면 싶은 거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존 레넌을 갈망한다. 1만 8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지방시대] 지역발전에도 공정사회의 룰 필요/이철희 강원대 IT대학 교수

    [지방시대] 지역발전에도 공정사회의 룰 필요/이철희 강원대 IT대학 교수

    올봄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정의’ 열풍은 공교롭게도 정부가 개각 이후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진보와 보수 진영을 막론하고 이에 관한 담론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뒤집어 보면, 국민 대다수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정의 사전적 정의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공평이란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뜻하고 이에 올바름, 즉 정의를 더한 것이 공정이다. 그러므로 공정은 기계적 균등의 실현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옳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뒷받침되는 다수의 바른 생각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바른 생각이 형성되고 통용될 수 있도록 규칙과 제도를 고치고, 부단한 소통을 통해 이득 분배의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들 모두가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밝혔듯이, 승자가 독식하지 않고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밑바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마땅한 것이다. 뒤늦게나마 지금까지의 성장 제일주의에 가려졌던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불평등을 시정하고 공정한 사회로 틀을 바꾸려는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에는 경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치열한 내부 성찰과 충분한 소통의 과정을 생략하고, 가르치듯이 강요하는 계몽주의적 자세나 마치 건설 프로젝트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태에는 일말의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작업이나 담론의 대상이 개인, 기업 등 민간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왜냐하면 공정이란 기준은 사회의 모든 부문에 적용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로서, 오히려 국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며, 그런 관점에서 대형 공공사업이나 지역 개발에 있어서도 강조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지난 수십년간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어 왔고, 그 결과 소위 지역 발전의 기반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시절의 지역 균형 발전 정책 아래에서조차 빠짐없이 나누어 준다는 공평성은 강조되었을지언정 대형 국책사업의 획일적인 선정 기준은 여전했다. 스스로의 노력 부족보다는 누적된 국가 정책의 결과로 후발 주자들이 개발을 위한 기반을 갖추지 못해 게임의 참여 조건 자체가 동등하지 않은 것은 공정성의 원칙에 배치된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라는 차원에서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물론, 세계화에 따른 무한 경쟁 시대에 제한적인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정부의 조정 능력과 분배 기능이 조화롭게 작동하여 긴 안목으로 지속 발전 가능한 건강한 공정사회를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 기로의 손학규···소통의 박근혜

    기로의 손학규···소통의 박근혜

    ■기로의 손학규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100시간 농성이 22일 오후 1시 30분에 끝난다. 21일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결국 여야 합의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성찰과 경고의 시간’이라고 명명한 이번 농성은 손 대표에게 자충수가 될까, 승부수가 될까. 손 대표의 바람대로 ‘대포폰 게이트’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한나라당이 받아들인다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데 성공, 그의 당내외 입지는 커질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4대강 사업 등 쟁점 이슈에 대한 문제 해결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연루된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수용은 쉽지 않은 상태다.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손 대표의 농성 수위는 높아질 전망이다. 당장 농성 종료 직후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대포폰 문제를 전국 단위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손 대표는 이날 시·도지사정책협의회에서도 월 1회 정기회의를 갖자며 시·도지사에게 “국정운영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말대로 장외투쟁이 없을 거라면 손 대표의 선택은 모든 국회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 방향이다. 이럴 경우 국정운영 파행에 따른 여론의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조속한 예산처리를 원하는 당 소속 시·도지사들의 불만도 해소해 줘야 한다. 회의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오찬간담회에서 “국회 예산심의가 중단되는 게 제일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고,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세종시 예산 처리를 요청했다. 이날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과 원내대표 회동을 연 것도 여당 단독 강행처리에 대한 부담감을 분산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손 대표는 대립각을 세웠던 최고위원들과 공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 측근은 “최고위원과 협력해 이명박 대통령과 대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소통의 박근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주말동안 시끄러운 정국 현안에서 떨어져 지지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열린 ‘포럼부산비전’ 창립 4주년 정기 총회에 참석한 뒤 21일에는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배추뽑기 행사를 가졌다. 27일로 예정된 사랑의 김장담그기 행사를 위해서다. 포럼부산비전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대표를 지원한 조직으로 서병수 최고위원 등의 주도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부산 지역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1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행사장에도 700여명의 회원이 모여 박 전 대표를 박수로 환호했다. 박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지역발전 없이는 국가발전도 없고 국민통합도 어렵다.”면서 지역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행사 뒤에는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해 부산지역 인사 70여명과 함께 만찬을 가졌다. 저녁식사를 위해 인근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긴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방문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찾아왔다는 얘기를 듣자 출입구쪽으로 나가 이들과 함께 인사하며 사진을 찍는 등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21일 경기도 화성 배추농장에서 ‘호박가족’ 등 박 전 대표의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배추를 수확했다. 2008년부터 시작한 팬클럽 회원들의 ‘사랑의 김장담그기’ 행사를 오는 27일 서울 용산구 교육시설관리업소(옛 수도여고 자리)에서 열고 함께 김장을 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가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연말 지지자들과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지지세를 확실히 굳히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에서는 “연례 행사에 참석한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박민규 신작 18편 담은 소설집 ‘더블’

    박민규 신작 18편 담은 소설집 ‘더블’

    2003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작가 박민규의 신작 ‘더블’(창비 펴냄)은 그의 매력이 집대성된 작품집이다. 일단 음악 CD처럼 디자인된 소설집의 외양이 눈길을 끈다. 18편의 단편소설이 각각 사이드 에이(A), 사이드 비(B)라 이름 붙인 두 권의 책에 더블 앨범처럼 담겨 있고, 음반에 있는 속지 대신 박민규의 짧은 글과 박윤정의 그림이 어우러진 아트북이 실려 있다. 작가는 “지난 시절 나를 이끌어준 모든 ‘더블 앨범’에 대한 헌정이자 크고 묵직한, 그리고 근사했던 LP 시절의 정서에 대한 작은 예찬”이라고 밝혔다. 작가가 직접 마스크를 쓰고 촬영한 표지 사진도 이색적이다. 멕시코의 전설적인 레슬러 ‘블루 데몬’과 ‘엘 산토’를 모티프로 삼은 것으로, 지난해 그가 황순원 문학상 시상식에 쓰고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블루 데몬 마스크다. 18편의 단편소설이 담은 세계는 먼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SF)부터 무협소설 분위기에 현실 풍자까지 무척 다채로워 한 작가가 쓴 것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행 갈이와 여백 등 글자의 시각적 장치를 능란하게 활용하고 끊임없이 비유를 확장해가는 그의 문장은 첫 작품 ‘삼미슈퍼스타즈’ 때는 PC통신에 연재됐을 법하다는 인상을 풍겼지만 자가발전과 변종을 거듭하면서 상상력과 함께 성장했다.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 ‘근처’는 말기암 판정을 받은 40대 독신남이 고향에 돌아와 옛 친구들을 만나며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다. 이효석 문학상을 받은 ‘누런 강 배 한 척’ 역시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노인의 시선을 담고 있다. ‘낮잠’은 요양원을 배경으로 노년의 사랑과 회한을 묘사하고 있다. 박민규에게 촌철살인의 유머만을 기대하던 독자라면 인생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노인들의 목소리를 섬세하게 담아 낸 단편들에서 의외라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는 ‘근처’ 등을 통해 서정적 분위기와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단편소설의 교본’과 같은 작품으로 그가 변칙적이고 기발한 소설만이 아니라 기본기에도 뛰어남을 증명한다. 하늘로 날아가 버린 광고용 비행선을 하염없이 뒤쫓는 이벤트 회사 청년의 이야기 ‘굿바이, 제플린’이나 멀리 화성까지 가서 온몸을 던져 자동차를 파는 세일즈맨을 그린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는 눈물겨우면서도 웃음이 넘치는 작품이다. 알래스카에서 차를 몰다 무자비한 살인마를 만난 미국 뉴욕의 금융회사 부사장 이야기를 소재로 한 ‘루디’ 등에서는 하드보일드한 잔혹극을 경험하게 된다. ‘전생(前生)엔 마릴린 먼로였다.’로 시작하는 ‘축구도 잘해요’에서는 외계인 납치와 은하계 여행 등 끝 간 데 없는 상상력이 발휘된다. 출판사 측은 “인터뷰 때나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마다 앞으로 그저 별말 없이 열심히 쓰겠노라고 밝혀온 박민규임을 생각하면, ‘더블’이야말로 가장 그다운 개성이 담긴 책”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소설가의 상상에 비친 낯선이들의 삶

    지난 10년간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한 명이었으며 올해도 마찬가지였던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가 2007년 발표한 소설 ‘삶과 죽음의 시’(열린책들 펴냄)가 국내 출간됐다. 주인공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저자’로 지칭되는 40대의 유명 소설가다. 그가 자신의 신작을 소개하는 문학의 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의 여덟 시간 동안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이다. 저자는 카페에서 지친 얼굴에 엉덩이가 비대칭인 웨이트리스, 갱단의 왕초와 심복처럼 보이는 50대 두 남자를 보고 그들의 인생을 상상한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을 관찰하며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의 줄타기를 즐긴다. 문학의 밤 행사에서도 문학평론가의 분석이나 청중의 질문 대신 양 다리를 쩍 벌리고 앉은 육중한 체구의 여자, 여드름투성이의 풋내기 시인인 듯한 소년, 10여년 전 교외 노동자 주거지 낡은 학교의 이상주의적 교사였을 것 같은 땅딸막한 인물 등을 관찰하며 소설 속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 시작은 웨이트리스와 후보 골키퍼 간 첫사랑이나 과일 절임을 만드는 문화 애호가 여자와 풋내기 소년의 밀회 등과 같은 유쾌하고 은밀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소설 속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저자의 상상은 삶과 죽음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본다. 낭독회에서 늘 듣던 흔한 질문들에 이미 여러 번 써먹은 대답들을 늘어놓던 저자는 문학에 대해서도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그는 부끄러움과 혼란에 휩싸인다. 그는 그들 모두를 저 멀리 무대 끄트머리에서, 그들이 단지 자신의 책에 써먹으려고 존재하는 대상인 양 관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사의 낡고 검은 보자기 속에 영원히 머리를 파묻은 채 만지거나 만져질 수 없는 아웃사이더라는 깊은 슬픔이 부끄러움과 함께 밀려온다.” 소설가나 기자는 어떤 상황과 현장에서도 주인공이 아니라 관찰자 또는 아웃사이더란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어떤 저자나 기자도 처음에는 독자였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세계적 거장의 사색은 ‘이야기의 힘’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 13살 한나라… ‘최장수 정당’ 한나라당이 21일로 열세 살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겨우 청소년이 된 셈이지만, 격동의 한국 정치사에 13년 동안 ‘이름’을 지킨 당은 한나라당이 유일하다. 19일 아침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치러진 창당 기념식은 조촐하고 약간은 쓸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진석 정무수석을 보내 축사를 대독하게 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병렬, 박근혜, 강재섭, 박희태, 정몽준 등 여전히 건재한 전직 대표들이 하나같이 ‘영상 메시지’만 보내왔다. 마치 남의 집 잔치상에 화환을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한나라당 깃발로 금배지를 단 의원이 171명인데, 30여명의 얼굴만 보였다. 한나라당은 1997년 신한국당과 이른바 ‘꼬마 민주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뒤 15·16대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하고, 2007년 집권에 성공했다. 트럭으로 정치자금을 실어나르는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천막 생활을 하기도 했다. 당원들로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역사인데도 생일날을 홀대하는 느낌이다. 국가, 기업, 학교는 물론 친목단체도 창립일이 가장 뜻깊은 날이다. 그나마 한나라당은 행복한 편이다. 정통 야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은 창립기념일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지난 10월 전당대회 때의 일이다. 한 후보가 “우리 당 창립일이 언제인가.”라고 묻자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당을 만들고 쪼개고 합치다 보니 정권이 날아갔더라.”라는 자조도 나왔다. 진보정치의 꿈을 품었던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 분리됐고,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제대로 받든다며 살림을 따로 차렸다. 자유선진당도 한나라당 후보로 두 번이나 대선에 나섰던 이회창 대표가 만든 당이다. 당원 속에 깊게 뿌리박고, 정책으로 집권 경쟁을 벌이는 게 정당의 본 모습인데, 우리 정당들은 아쉽게도 이합집산의 역사만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더 우울한 것은 2012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합종연횡과 분당의 주판알이 튕겨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孫 농성 100시간에 담긴 뜻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민간인 불법사찰, ‘대포폰 게이트’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당 대표실에서 100시간 농성에 돌입했다. 국회 집무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는 농성 이틀째인 19일 비공개 상황점검회의만 한 뒤 의원총회에도 나오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손 대표는 농성 기간 내내 화장실 외에는 당 대표실 밖으로 나오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에게 100시간 농성은 어떤 의미일까. 손 대표 핵심 측근들은 이번 농성이 원외 인사인 그가 제1야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말한다. 당에서 심지가 굳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협상의 한 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나라당 꼬리표가 늘상 따라붙는 손 대표가 정부·여당에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손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 정치가 이렇게까지 온 데 대해 책임을 느끼고 반성한다.”며 이번 농성을 ‘이명박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시간’ 즉 성찰과 경고의 시간이라고 명명한 것도 그런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100시간 농성 결과는 그에게 야당 대표로서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치적 리더십, 당 내외 영향력을 가늠짓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손 대표는 매끼니 ‘나홀로’ 식사를 했다. 보여 주기식 농성은 싫다고 플래카드 등도 꾸미지 말라고 명령했다. 대신 집무실 책상 앞 소파를 걷어치우고 넓은 베이지색 카펫 위에서 의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했다. 의원들은 4팀씩(각 15명 남짓) 나눠 손 대표를 찾아 격려하고 동숙까지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오는 22일 라디오 정기 방송과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장외투쟁 등 다음 행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농성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침묵시위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출신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대여 투쟁 수단과 떨어지는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특별한 계기가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손 대표의 진심이 사흘 뒤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검찰수사가 ‘전면전 선포’로 맞설 일인가

    민주당이 어제 검찰의 청목회 수사와 관련, 자당 국회의원 측 관계자들을 체포한 데 반발해 예산심사를 거부하는 등 대정부 전면전을 선포했다.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검찰의 강제수사는 민간인 불법 사찰과 ‘대포폰 게이트’를 덮고 정권말기의 레임덕을 희석시키기 위해 입법부의 심장을 겨눈 고도의 정치적 수사”라면서 전면적 대정부 투쟁을 다짐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를 ‘독재’라는 말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대정부 전면전 선포로 맞설 일인가. 민주당은 당과 대표의 지지율 답보 상태의 원인을 깊이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청목회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합리적 목소리가 선명성 경쟁에 밀렸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래서 민주당의 강경투쟁 노선이 다소 억지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구시대적 투쟁 지상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지금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검찰이 조사하면 법에 따라 조사를 받아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여론이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2년 뒤 국민들에게 재집권을 호소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대안 정당, 정책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군사독재정권 시대에나 통용됐던 ‘투쟁만 하는 야당’의 모습에는 국민들이 식상해한다. 호소력이 약한 강경노선은 자칫 민주당의 고립을 촉진할 수 있다. 87명 소속 의원 전원이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자고 하는 등의 으름장은 낡아빠진 구태로 비쳐질 뿐임을 알아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는 권위주의 시절 ‘용공조작’과는 다르다. ‘조작 수사’는 정치권이 반발하기에 앞서 국민들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철저한 청목회 수사를 원하고 있다. 여론에 따라야 할 야당이 여론을 등지면 되겠는가. 야당의 투쟁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면책특권에 기대어 근거가 확실치 않은 대통령 부인의 의혹을 추가로 폭로하겠다는 것도 호소력이 떨어진다.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조사받을 것은 당당히 받고, 예산 심의 등 민생을 돌볼 일은 살피면서 투쟁하는 것이 정도다. 우리 국민은 1985년 2·12총선 등 역사적 전환기마다 놀랍도록 공정한 심판을 내렸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냉철하게 지켜보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 [사설] 체벌금지 매뉴얼 절실함 일깨운 사제(師弟) 머리채잡이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청이 시행하기로 한 초·중·고생 체벌금지 조치는 다른 광역시와 도 교육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 처지에서 보면 서울과 경기 이외의 곳에서는 체벌이 허용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전남 순천의 중학교에서 여교사와 여학생이 머리채를 잡고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학생이 수업 중에 딴짓을 하자 교사가 머리를 때렸고, 학생이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서로 머리채를 잡았다고 한다. 그 후 학교 측은 학생에게 ‘전학 권유’를 결정했으며, 학부모는 용서를 구하다가 전학 권유 결정이 취소되지 않자 과도한 체벌이 원인이었다며 교사와 교장 등을 폭력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사건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학생의 문제 행동에 따른 대응요령을 담은 매뉴얼이 있었다면 그렇게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전학 결정은 여러 다른 대안들을 써 보고 난 뒤 쓰는 마지막 수단이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밟았는지 의문이다. 마침 준비도 없이 덜컥 체벌금지를 시행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서울시 교육청이 학생들의 교실내 문제 행동에 교사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체벌금지 매뉴얼’을 개발했다. 학습태도 불량, 교사지도에 대한 불손한 언행, 용의 복장 불량 등 18개의 문제 행동에 ‘이렇게 지도해 보세요’,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안 될 때는’ 등 3단계로 나눠 대응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 방법을 써도 안 될 때에는 성찰교실 격리, 학부모 면담 등의 조치를 검토하도록 했다. 모든 교육청이 문제 행동 및 대응 요령 매뉴얼을 준비해야 한다. 체벌금지는 서울과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체벌금지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나 교권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서울시 교육청이 만든 것은 예시자료에 불과하다. 서울시에도 아직 성찰교실 및 상담교사가 있는 학교는 10%도 안 된다고 한다. 학교 또는 지역별로 대안이 다를 수도 있다. 이제 교육청별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더 교육적이고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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