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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상정 “野단일화가 진보적 정권교체 연합이라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

    심상정 “野단일화가 진보적 정권교체 연합이라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권교체 자체만을 위해 주저앉으라고 하면 수용할 수 없지만 진보적 정권교체 연합이라면 주도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 방안은 “번지수가 맞지 않았다.”며 “오히려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귀족 정치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율이 1%도 안 나오고 있는데.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굉장히 화나 있는 상태다. 혹시 지지율이 좀 나오면 진보가 자기 성찰을 하지 않을까봐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하고 있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지지율 이전에 진보 정치의 복원, 진보 정당의 재건이 제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얼마든지 공간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출구전략은. -‘우공이산’이란 말이 있다. 가장 아픈 곳에서 신뢰와 희망을 모아 내는 것이 진보 결집의 핵심이다. 폼 나는 역할은 관심 없다. 진보 정치가 말라 죽게 생겼는데 정치적 득실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 진보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드리는 게 출마한 목표고, 그렇게 되면 내 생애 최고의 선거가 될 것이다. →차별화할 핵심 의제는 뭔가.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 구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얘기하지만 기업 지배 구조는 얘기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경영 참가 등 한국형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민주적 기업 경영의 질서 구축이 핵심이다. 암 없는 대한민국도 온 국민의 바람이지만 국가가 책임진 적은 없다. 대부업을 폐지하고 서민금융지원법을 마련해 서민이 저리로 돈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 당장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야권 단일화에 참여할 생각인가. -정권교체 자체만을 위해 주저앉으라고 하면 수용할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을 비롯해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분들, 정치 도움이 가장 필요한 분들을 책임 있게 대변하고 그 요구가 실제 의지로 반영되면 단일화할 수 있다. 진보적 정권교체 연합이라면 주도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다. →문·안 후보에게 복지동맹을 위한 연합 구상을 제안한 배경은.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한 분들, 개혁을 위해 꾸준히 싸워 온 분들을 최대한 광범위하게 동참시키는 협약을 맺어야 승리하는 정책 연합이 될 수 있고, 집권 이후에도 개혁의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공동협약을 맺어야 한다. →문·안 후보의 정치개혁에 대한 평가는. -정치개혁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두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어떻게 허무느냐가 중요하다. 문·안 후보의 관심은 비용 축소 쪽으로 가 있다. 국회의원 축소 등 안 후보가 제시한 3대 과제는 기득권 구조 해소라는 본질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치 축소를 불러와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귀족 정치화할 수 있다. 대선 결선투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안이 반영되지 않은 정치개혁안은 국민의 열망과도 어긋난다.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은데. -얼마든지 지금 논의가 가능하다. 결선투표제는 국민의 정치 참여를 풍부하게 하고, 반수 이상의 지지로 정권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하며 다양한 연합 정치를 가능하게 해 가치와 정책에 따라 경쟁하는 다원주의적 정당 질서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지금 같은 방식으론 군소 후보에 대한 배제 투표가 이뤄질 수 있고 지역주의와 색깔론이 심화된다. →여성 대통령의 상은.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박 후보는 여성이긴 하지만 여성 대통령론에 담긴 시대정신과 거리가 먼 분이다. 서민을 대변한 적도 없고 생활정치 비전이나 정책에 앞장선 적도 없다. 권위주의 안에서 성장한 리더십이다. 새삼스럽게 생각난 듯 여성 대통령론을 들고나온 것은 여성들의 표심을 훔치겠다는 마케팅에 불과하다. →진보정의당 내 참여당계 오옥만씨의 구속으로 비례대표 부정경선 화살이 진보정의당으로 향하고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후보 진영에서 관행과 허점을 악용한 부정이 이뤄졌다. 잘못을 시인하고 상응한 책임을 졌다면 국민은 용서했을 것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춥고 배고픈 시대…지금, 장발장을 만날 때다

    춥고 배고픈 시대…지금, 장발장을 만날 때다

    생계형 좀도둑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장 발장’이다.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소설 속 인물인데도, 혹독한 겨울에 누이와 누이의 일곱 어린 자녀를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 붙잡혀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실존인물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불사조처럼 활활 타오른다. 달나라로 인간을 쏘아 보내는 첨단의 시대에도 처절한 빈곤과 배고픔, 법의 냉혹함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년 전 세계적으로 혹독한 경제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암울한 진단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때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레 미제라블’을 천천히 완독해 보면 어떨까 싶다.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으로 레 미제라블 5권을 내놓았다. 한 권당 500쪽이 넘으니 전 권을 다 읽으려면 2500쪽이 넘어 한 번 읽어보겠다고 마음먹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게다가 어린이용 축약본과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레 미제라블을 다양한 버전으로 읽고, 봤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와 결말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책을 추진력 있게 읽어내려 갈 수도 없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내 맛보기를 시작하면, 프랑스의 정치인이자 대문호인 위고의 입담과 생생하게 그려놓은 인물의 성격 묘사, 인간의 구질구질하고 추악한 내면과 그런 악마적 본질 속에서 끊임없이 내면의 성스러움을 찾아가려는 인간적 몸부림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 위고는 프랑스 혁명기에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낸 회기의 국민의회 의원이었으나, 그 뒤로 은둔한 늙은 혁명가 G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웅변한다. “루이 16세로 말하자면, 나는 반대했소. 나는 한 인간을 죽일 권리가 내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그러나 악을 절멸시킨 의무는 있다고 생각하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는 매음의 종말, 남성에게는 노예 상태의 종말, 아동에게는 암흑의 종말이요…(중략).”(1권 77쪽) 이 발언은 위고가 책이 나오기 직전인 1862년 1월 1일 오트빌 하우스에서 쓴 메모와 거의 같다. 이 소설을 쓴 이유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는 메모의 끝에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도 무익하지는 않으리라.”고 했다. 생계형 매춘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슴없이 나오는 대한민국에서 혁명가 G의 성찰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스스로 혁명가적인 뜨거운 삶을 살았던 위고는 계몽가로서 빈곤 해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위해 독자들이 머리를 맞대기를 바랐을 것이다. 소설가는 순수하게 소설만 쓰고, 시인은 순수하게 시만 써야지 정치에 참여하면 곤란하다는 식의 한국적 편견은 차라리 벗어던지는 것이 레 미제라블 앞에선 더 환영받을 일이다. 빵 하나를 훔치고 5년 형을 받은 장 발장은 복역 3년 만에 자신의 누이와 일곱 조카의 생사가 궁금해 탈옥을 거듭 감행하게 되고, 탈옥 시도로 14년을 더 감옥살이해야 했다. 그는 19년을 감옥에 있으며 “자신의 증오심으로 사회를 처벌했다. 그는 자기가 겪는 운명을 사회의 책임으로 돌리고, 아마 언젠가는 서슴지 않고 그 책임을 물으리라 생각했다. (중략) 그는 자기가 받은 징벌은 사실 부당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불공정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했다.(1권 164쪽)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날카롭게 벼려 놓은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묻지 마 범죄’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개인의 불만과 고통이 레 미제라블에는 이처럼 숱하게 들어 있다. 이런 항변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주장들이다. “가장 강한 자가 가장 능력있는 자요. 당신의 그 ‘서로 사랑하라.’와 같은 말은 바보 같은 소리요.”(1권 111쪽) 경쟁을 전면에 내세우고 공존하기보다 홀로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류의 사람들이 내는 강퍅한 내면의 목소리들이다. 그러나 위고는 “진실한 가치와 성공의 허울뿐인 유사성이 사람들을 속이”고 “오늘날 거의 공인된 철학이 하인의 신분으로 성공의 집에 들어와 성공의 사환복을 입고 그 응접실에서 시중을 든다. (중략) ‘영달’은 곧 ‘능력’이라고 추측된다.”(1권 100쪽)라고 분석했다. 코제트의 불쌍한 어머니이자 창녀인 아름다운 팡틴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가 ‘시커먼 행복’을 추구하며 천박하게 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섬뜩해지기도 한다. 위고는 1831년 ‘파리의 노트르담’으로 소설가의 명성을 얻었고, 수많은 정치 시를 발표해 참여시인으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1845년 상원의원에 선출됐고, 1848년 2월 혁명으로 왕당파에서 공화주의자로 변신해 나중에 황제에 오르는 나폴레옹 3세와 대립했다. 그래서 나폴레옹 3세가 즉위하자 1851년부터 20년 동안 프랑스를 떠나 망명을 해야 했는데, 이때 아내와 자식을 잃었다. 레 미제라블은 망명 중이던 1862년 3월 발표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위고는 1870년 파리로 귀환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레 미제라블에서 위고는 정치철학의 변화를 미리엘 주교를 통해, 정치인은 어떻게 살아야 훌륭한 삶인가에 대한 내면적 갈등을 마들렌 시장으로 변신한 장 발장을 통해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은 늘 온다. 진실을 택할 것인지, 위선을 택할 것인지 마들렌 시장의 고민을 역지사지해 볼 수 있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인문주간/진경호 논설위원

    통신과학기술의 맹아라 할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세상은 두 가지에 열광했다. 하나는 당연히 아이폰이고, 다른 하나는 인문학(humanities)이다. 스티브 잡스가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게 다 그의 인문학적 소양 때문이라더라는 얘기에 세상은 너나없이 인문학을 파기 시작했다. 인텔은 정보기술(IT)과 인문학을 융합하는 연구소 IER을 만들었고, 구글은 지난해 채용한 6000명 가운데 5000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채웠다. 삼성 등 다른 굴지의 기업들도 앞다퉈 인문학 분야 전문인력들을 중심으로 연구소와 팀을 만들고 충원했다. 산업화 시대 쓰잘 데 없는 천덕꾸러기가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첨병으로 개벽하다니, 많은 인문학자들이 만세를 부를 법도 하다. 한데 실상은 좀 다른 듯하다. 자아(自我)에 대한 부단한 성찰을 추구하는 인문학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돈벌이를 위해 타자(他者)를 집요하게 염탐하는 도구로 전락해 가는 현실, 인문학의 또 다른 상실을 대하면서 쓴웃음을 짓고 있다. 인문학의 세 기둥인 문(文)·사(史)·철(哲) 가운데 문학, 그 가운데서도 소설의 초라한 추락이 인문학이 변주(變奏)되고 있는 딱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발간된 소설은 1814종으로 1년 전 2231종에 비해 19%나 줄었다. 번역된 해외문학도 1756종에 그쳐 한 해 전 2030종보다 14% 감소했다. 인문학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지만, 소설가 고 이청준이 ‘귀항지 없는 항로에서 헤맴의 과정을 통해 길어올린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한 소설, 그 인문학의 뿌리는 정작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익은 가을 한복판으로 인문주간(10월 29일~11월 4일)이 흐르고 있다. 29일 세종로공원에서 지난 10년 인문사회 기초학문 연구 성과를 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전국 32개 대학과 도서관, 문화원 등에서 풍성한 인문학 콘서트가 펼쳐지고 있다. 오늘부터는 부산 벡스코에서 제2회 세계인문학포럼이 막을 올린다. 상실의 세태를 반영한 듯 ‘치유의 인문학’을 주제로 한 포럼엔 국내에 많은 독자를 지닌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 파리5대학 교수 등 국내외 석학 60여명이 참여, 인문학의 현주소를 조망한다. 굳이 갈 것까지 없다. 인문주간을 맞아 선정된 270종의 관련 서적 가운데 몇 권 뽑아드는 것만으로도 이 가을 나를 찾는 길로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 http://www.facebook.com/inmunlove, http://blog.naver.com/inmun_love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사색의 도서관’ 교도소… 책에서 새 길 찾는 수감자들

    ‘사색의 도서관’ 교도소… 책에서 새 길 찾는 수감자들

    소문난 독서광이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바쁜 일정 탓에 책 읽을 시간이 없자 “감옥에 한 번 더 가야겠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재야 정치인 시절, 사형선고를 받는 등 두 차례나 투옥돼 수감생활을 하면서 수백권의 책을 두루 섭렵했다. 국내 1세대 환경운동가로 꼽히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미래의 밥벌이’를 찾은 곳도 교도소였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1975년 명동성당사건으로 투옥된 뒤 일본어를 독학하고 환경서적을 250권이나 읽은 뒤 비로소 공해문제에 눈을 떴다. 소설가 장정일은 폭력사건으로 열아홉 살에 소년원에서 1년 6개월을 지내며 독서에 눈을 떠 출소 후 25세에 최연소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교도소를 새로운 범행 수법을 익히는 ‘범죄 대학’이 아니라 ‘사색의 도서관’으로 선용하는 것은 이들뿐이 아니다. 지금도 많은 수감자들이 책 속에서 새 길을 찾고 있다. 교정의 날(28일)을 맞아 수감자들의 독서 실태를 살펴봤다. “교도소에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모여 있다는데…. 우리 교육생들은 그렇지 않다.” 강원도 강릉교도소에서 ‘독서치료교육’을 진행하는 정연수 강릉원주대 평생교육원 교수는 “수감자들은 삶에 대한 성찰이 빠르고 깊다.”며 이렇게 말했다. 2년째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해마다 두 달간 8회씩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7~8세 자녀를 둔 수감자 10명을 모아 ‘아버지 독서교실’로 운영했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함께 읽고, 애틋한 모정을 그린 동화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를 낭독했다. 동화 구연을 하면서 흐느끼는 한 수감자의 음성은 고스란히 CD에 담겨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교도소 관계자는 “면회 온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수감자들도 뿌듯해한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재범에 의한 강력사건이 잇따르면서 교도소 교화정책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한 베테랑 프로파일러는 “재범자를 보면 교도소에서 교화는커녕 악만 키워 오더라.”라고 말했다. 형식적인 교화는 교정정책에 대한 불신만 쌓을 뿐이다. 독서를 통해 수감자들의 심성을 바꾸려는 노력이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독서는 사색으로 이어져 교정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독서를 통한 교정프로그램은 일선 교도소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강릉교도소처럼 독서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전국 50개 교도소·구치소 중 44곳이나 된다. 일부 신간은 교도소가 구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관련 단체가 기증한 책들이다. 더러는 출소자가 책을 두고 가기도 한다. 전국 44개 교도소·구치소 도서관에는 이렇게 쌓인 장서가 35만 2000권에 이른다. 특히 독서는 초범 재소자들의 교화에 효과적이다. 초범 중에도 살인 등 중죄를 저지른 수감자들도 있지만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피해자나 그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다가도 독서를 시작하면서 다른 수감자들과 진지하게 대화하거나 소설 습작까지 쓰는 등 자발적으로 과오를 뉘우치는 사례가 흔하다. 이런 수감자들의 고민과 관심사는 인기 대출서적의 목록에서 잘 드러난다. 성인들이 수감된 강릉교도소의 경우 최근 들어 ▲죽기 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 ▲엄마를 부탁해 ▲나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등을 가장 선호했다. 삶을 돌아보거나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들이다. 소년범들이 생활하는 김천소년교도소의 인기 도서는 이와는 또 다르다. 배움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 교육방송(EBS)이 간행한 교양도서 ‘지식e 시리즈’가 단연 인기다. 또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불량가족레시피 ▲완득이 등이 뒤를 이었다. 청주여자교도소에서는 ▲김남주의 집 ▲남자의 향기 ▲성균관 유생의 나날 등 에세이나 로맨스 소설 등이 잘 나간다. 어학을 배우며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수감자들도 많다. 교정시설 중 영어와 일본어 교육을 맡는 의정부교도소에서는 최근 3년간 81명의 수감자가 토익시험에 응시, 이 중 35명이 800점 이상의 고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독서 관련 교정프로그램은 만족도가 80~90%에 이를 만큼 호응도가 높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장서를 늘리는 등 양과 질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세계 석학들 부산서 인문학 길을 찾다

    세계 석학들 부산서 인문학 길을 찾다

    국내외 인문학 석학들이 부산에서 ‘치유의 인문학’이란 주제로 세계 인문학 포럼행사를 개최한다. 부산시는 다음 달 1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제2회 한-유네스코 세계인문학포럼’을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시와 교육과학기술부, 유네스코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관한다. 주제는 ‘치유의 인문학’으로 국내외 인문학 석학 등 전문가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이와 함께 초청인사를 대상으로 한 지역 인문유산 탐방 및 국내외 학자, 대학생, 시민을 위한 인문학주간 행사, 지역대학 방문 특강, 워크숍, 독서 감상문 현상모집과 시상식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포럼 기간 동안 인문학 전문가들은 문명 간 갈등과 대립, 과학기술 발달 등에서 초래된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진행하고, 그 역할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의 인문학 진흥정책과 실천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인문학’ 중심의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럼의 주요 행사의 하나인 기조강연은 3회에 걸쳐 열린다. 첫날에는 2004년까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이끌었던 경희대 김여수 교수가 기조강연자로 나선다. 2일에는 히틀러 독재와 제1차 세계대전, 독일의 통일 등에 관해 연구했으며, 최근에는 문화적 민주화에 관한 연구를 하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콘라드 야라우시 교수가 강연한다. 3일엔 일상생활의 사회학, 문화사회학 분야의 연구로 국제적 명성을 있는 프랑스 파리5대학의 미셸 마페졸리 교수가 기조강연한다. 전체회의는 ‘고통과 갈등’, ‘자연, 문명, 과학기술’, ‘인문학 진흥기관라운드 테이블’을 주제로 열린다. ‘치유의 인문학 비판과 옹호’, ‘누구의 고통에 귀 기울일 것인가’, ‘치유의 인문학 실천사례’ 등 소주제별 분과회의도 있다. 부산시가 ‘20세기 부산, 그 상흔과 치유’를 주제로 분과회의를 여는 등 기관별로도 개최된다. 개막식은 1일 벡스코에서 허남식 부산시장, 이주호 교과부 장관, 유네스코 대표 등 8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시 관계자는 “최근 인문학과 힐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치유의 인문학’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계인문학포럼은 전 세계의 선도적인 인문과학자, 사상가, 공론가들이 모이는 소통의 장이자 활발한 지적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인문학 들으며 자기성찰… 노숙에서 일어섰죠”

    “인문학 들으며 자기성찰… 노숙에서 일어섰죠”

    “세계 유일의 노숙인 풍물패 ‘두드림’입니다.” 무대에 오른 자신들을 소개하는 권일혁(60)씨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스스로 ‘질곡의 역사’라고 표현한 불안정한 노숙 생활을 끝마쳤기 때문인 듯했다. 권씨는 “풍물은 동료들과 함께 손을 맞춰야만 할 수 있는 예술”이라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물놀이 가운데 가장 흥겨운 ‘별달거리’ 장단이 나오자 사람들의 손, 발,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25일 권씨가 7명의 두드림 풍물패와 함께 무대에 오른 곳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따스한 채움터’. 서울시와 백신 전문기업 ㈜사노피 파스퇴르가 노숙인 900여명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주사를 놓는 자리였다. 두드림은 2008년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인 ‘성프란시스 대학’ 4기 졸업생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장구를 맡은 문점승(53)씨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고민하게 해 주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노숙인들의 삶은 성한 데가 없는 종합병원과도 같다.”면서 “몸이 무너지고 정신이 무너졌을 때 스스로의 삶을 다시 성찰하게 하는 원동력이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징을 치는 이홍렬(58)씨도 “노숙 생활을 하며 늘 문화에 대한 배고픔이 있었다.”면서 “인문학을 통한 자기 성찰은 천지개벽할 경험이었다.”고 했다. 노숙 생활을 청산한 이들은 노숙인에게 ‘자존감’을 심어 주는 것이 노숙인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했다. 의식주 해결 같은 물적 지원과 동시에 인문학 강좌 등 정신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드림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박경장 명지대 교수는 “밥 한 끼 더 챙겨주는 게 노숙인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자활의 기본 조건은 자존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노숙인을 한 개인의 잘못만으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씨는 “노숙인 개인의 탓으로만 문제를 돌릴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드림은 노숙인 행사 등에 참여하며 매년 4~5차례 공연을 갖고 있다. 연습공간이 마땅치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어렵게 여는 공연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우리들 자체가 곧 메시지”라고 말했다. “우리의 모습 자체가 행복이죠. 함께 있던 동료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힘찬 풍물소리가 다시 건물을 가득 채웠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사설] 의원수보다 정쟁·특권 줄이기가 핵심이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정치개혁안이라며 앞다퉈 내놓은 방안들에 한국 정치의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심의 흔적이 묻어나지 않는 듯해 유감이다. 내용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은 접어두고 삼권분립 체제에서 행정부 수장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입법부가 풀어야 할 사안까지 대선후보 공약으로 내놓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부터 의문이 든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원 수를 어찌어찌하겠다고 하는 모순적 행태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논의의 전제조건 성격으로 정치 쇄신 문제가 불거지게 된 정치적 배경이 이런 개혁 방안의 빈약함으로 이어졌다고 여겨진다. 개혁안의 내용도 대부분 진부하다. 책임총리제 도입, 공천 투명화, 비례대표 의원 증원,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등등은 선거 때만 되면 재탕삼탕 우려먹던 내용들이다. 새로울 것도 없고, 그렇게 하면 정녕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뜯어고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안 후보가 제시한 국회의원 100명 감축,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등은 파격이라기보다는 어설픈 거품성 주장에 가깝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바탕으로 무소속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높이는 선거전략으로는 의미가 있을지언정 정치개혁 논의의 중심이 되기에는 지극히 공소하다. 안 후보는 여야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의원 감축을 주장했으나 의원 수가 준다고 기득권의 총량이 준다는 근거는 없다. 의원 수는 본질이 아니며, 줄여야 할 것은 의원 수가 아니라 그들이 지닌 부당한 특권이다. 6개월 전 총선 때 여야가 약속한 특권 폐지 공약부터 실천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또한 자본에 대한 정당의 독립성을 떨어뜨려 ‘돈 정치’를 강화하는 역기능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정치 개혁의 목표는 대통령과 국회가 제자리를 찾아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하도록 하는 데 있다. 대한민국 5년을 이끌겠다는 대선후보라면 개헌을 포함해 보다 큰 틀에서 국가운영시스템 전반을 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선후보 공약과 정당 공약을 나눠 후보는 개혁 논의의 초점을 대통령 및 검찰 등 행정부의 직무와 권한에 맞추고, 정치권 개혁 논의는 정당과 시민사회에 맡기는 자세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 [글로벌 시대] 경쟁이 우리에게 축복이 되려면/장수영 코트라 뉴질랜드 오클랜드 무역관장

    [글로벌 시대] 경쟁이 우리에게 축복이 되려면/장수영 코트라 뉴질랜드 오클랜드 무역관장

    경쟁 없이 살 수 있는 곳은 지구상에 단 한 곳도 없다. 지역이나 분야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경쟁은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과도한 경쟁이 불러오는 부작용에는 철저히 대비해야겠지만 그렇다고 경쟁 없는 사회나 분야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쟁은 필요악과 같아서 개인, 국가, 특정 분야 할 것 없이 구성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당장의 생존은 물론이고 미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해외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보면 경쟁에 관한 한 우리나라만큼 치열한 곳도 드물다. 대학 입시에 맞춰진 쉽지 않은 중고등학교 생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바쁜 대학 생활, 이런 과정을 거쳐 졸업 후어렵사리 취직을 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장 시간 근무의 녹록지 않은 직장생활 등 연령과 직업에 상관없이 우리 일반인들의 삶은 늘 긴장되고 피곤하다. 그렇지만 국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류를 구성하는 드라마와 K팝이 그렇고, 양궁·여자골프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스포츠가 그렇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도 전 세계에서의 순위를 끌어올린 우리의 수출 산업도 그중 하나임은 물론이다. 이 모두는 국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실력을 뽐내는 분야들이다. 그러니 세계와의 경쟁보다 국내에서 우리끼리의 경쟁이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도 국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또 다른 표현의 하나라고 본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경쟁력 역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할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해외 근무를 통해 절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독 우리 사회만 경쟁이 이렇게 치열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사회든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분야들이 그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인 경우가 많다. 프랑스를 움직이는 것은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그랑제콜을 졸업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엘리트들이라는 분석이 많다. 몇 년 전 파리에서 근무하던 당시 창밖으로 보이던 길 건너편 프랑스 회사의 사무실은 밤늦도록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프랑스인 간부가 거의 매일 야근을 했는데 간부급으로 올라갈수록 우리만큼이나 일을 많이 하는 곳이 프랑스다. 프랑스가 관광·전시 등 서비스산업을 비롯해 통신·우주산업 등 첨단 분야와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것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련된 우수 인력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양과 소들이 푸른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이곳 뉴질랜드야말로 아무런 경쟁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식량이 풍부하면서도 인구가 적고 시장이 협소한 뉴질랜드에서는 실제로 대부분의 분야가 큰 경쟁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결과 1960년대만 해도 세계적인 부국이었던 뉴질랜드가 2011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56위의 중위권 국가로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제조업은 이미 쇠퇴했고 폐쇄적인 건설업과 유통업 역시 오랜 독과점으로 경쟁력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뉴질랜드 정부가 최근 들어 교역 확대를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을 장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아이디어, 기술, 네트워킹을 앞세우며 국경을 뛰어넘어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려 한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태도 변화가 틀림없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쟁은 적극적으로 장려할 일임이 분명하다. 다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생기는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과 함께 치유책과 예방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겠다. 경쟁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축복이 되게 하려면 말이다.
  • 욕심 비우면 행복이 찹니다

    욕심 비우면 행복이 찹니다

    불교방송에서 ‘행복한 미소’를 진행하는 성전(남해 용문사 주지) 스님. 그는 어렵지 않은 글로 ‘나’와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불교계의 ‘소문난’ 글쟁이다. 에세이집 ‘비움, 아름다운 채움’(마음의숲 펴냄) 역시 성전 스님의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글쓰기에서 벗어나지 않은 새 글 묶음이다. 남해의 용문사와 그 주변 자연, 사람들에게서 건져낸 짧은 글 64편으로 구성됐다. ‘미움과 버림’ ‘인연’ ‘수행’ ‘휴식과 떠남’ ‘인생’의 다섯 개 범주로 나뉜 글들은 읽다 보면 모두 비움과 사랑의 테마로 꿰어진다. ‘마음 그릇을 비울 때 행복과 만족이 채워진다.’는 메시지의 반복, 그 비우고 채우기의 바탕은 인연과 사랑이라는 평범하지만 지나치기 일쑤인 진실이 반짝인다. ‘일상에서 평범하게 마주치는 자연과 사람이 행복을 만드는 재료.’ 성전 스님의 글을 만드는 씨줄과 날줄은 항상 자연과 사람이다. “버림으로써 가벼워진다는 것이 성찰의 가르침”이라는 스님은 “어미가 자식이 되고 자식이 어미가 되는 나무의 생애에서 사랑을 보자.”고 말한다. 나무는 잎을 키웠지만 가을이면 그 잎은 나무의 겨울나기를 위해 어미의 마음으로 스스로 떨어져 내린다. 그래서 스님은 “아무것도 꺼리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는 그 마음으로 익어 가는 나를 이 가을에 만나고 싶다.”고 조용히 외친다. 결국 삶은 자유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자기를 비워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는 그 길(죽음)이 슬픔인 이유는 스님 말대로 삶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산 아래 살면서 나는 얼마나 나를 비우고 있는가.”라고 묻는 스님의 자책은 비단 스님만의 마음일까. 1만 3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Weekend inside] 지금 대나무숲에선 무슨 일이

    [Weekend inside] 지금 대나무숲에선 무슨 일이

    “트위터에 그 글 봤어? OOO 의원실 같은데….” “글쎄요. 저는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던데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간 국회의원 보좌진의 대화다. 이들이 화제로 삼은 것은 ‘국회 옆 대나무숲’이라는 트위터 계정이다. “오래된 보좌관들이나 비서관 중에 본인들이 의원인 줄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 “영감(국회의원)이 진상인 게 나을까, 보좌관이 진상인 게 나을까.”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리는 이들은 대부분 국회 8~9급 비서들로 보인다. 국회의원 모시랴, 상관(보좌관) 눈치 보랴…. 3대 헌법기관인 입법부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멀게만 느껴졌던 여의도 정치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나무숲 현상’의 한 단면이다.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들이 하소연을 풀어놓는 이른바 ‘○○ 옆 대나무숲’ 계정이 트위터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전래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주인공이 대나무숲에서 속 시원하게 임금님의 신체 비밀을 얘기한 것을 SNS상에 옮겨 놓은 것이다. 지난달 12일 첫 계정 ‘출판사 옆 대나무숲’이 생겨난 지 한 달 만인 12일 현재 70여개의 관련 트위터 계정이 만들어졌다. ‘촬영장 옆 대나무숲’ ‘디자인회사 옆 대나무숲’ ‘우골탑(대학) 옆 대나무숲’ ‘광고회사 옆 대나무숲’ ‘홍보회사 옆 대나무숲’ 등 관련 트위터 계정이 줄줄이 생성됐다. 트위터의 본고장 미국에도 없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한국만의 현상이다. 스마트폰 등 다양한 소통 도구를 가진 시대에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는 방증이다. 원조는 ‘출판사X’라는 트위터 계정이었다. 익명의 출판사 직원이 회사의 비리, 출판사 사장의 차명 재산 등을 SNS에 공개하는 글을 올리자 출판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문이 퍼졌다. 문제의 출판사는 결국 직원 단속에 나섰다. ‘출판사X’는 “사장이 직원들을 소집했다.”는 마지막 글과 함께 사라졌다. 흔히 말하는 ‘계정이 폭파됐다’는 것이다. 그 이후 만들어진 계정이 바로 최초의 대나무숲인 ‘출판사 옆 대나무숲’이었다. 공개된 새 계정의 비밀번호는 97889였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의 시작 번호를 의미했다. 비밀번호를 알면 누구나 글을 남길 수 있었다. ‘출판사X’의 트위트를 보고 동조했던 이들이 직접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팔로어는 12일 오전 현재 4437명으로 다른 대나무숲 계정에 비해 월등히 많다. ●“OO 옆 대나무숲 들어봤어?” 하위직 직원들의 불만이 외부에 공개되면 상당한 파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지만 실명이나 (실제 인물이 추측이 가능한) 이니셜을 거론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운영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명예훼손 같은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누구에겐 통쾌하고 다른 누구에겐 부담스러운 글이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올라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글이 갑자기 삭제되거나 계정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비밀번호가 공개됐으니 아무나 들어가 글을 지울 수도 있고 계정을 없앨 수도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때로는 “글을 올리고 나니 부담스럽다.”며 트위트를 스스로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업계 비정규직 스태프가 만든 ‘촬영장 옆 대나무숲’과 광고업계 종사자가 만든 ‘광고회사 옆 대나무숲’ 등은 실제로 ‘폭파’되기도 했다. 누가, 왜 계정을 삭제했는지는 모르지만 대나무숲의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운 해당 업계 관계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만 나돌 뿐이다. 이런 경우는 또 다른 누군가가 ‘OO 옆 대나무숲 2nd’ 등의 이름으로 유사한 계정을 다시 만들어 대나무숲을 부활시키기도 한다. 더불어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대나무숲 계정을 만들지만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정치색을 띠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혼잣말이나 친구에게 풀어놓는 하소연, 자조 섞인 푸념 같은 글이 주를 이루지만 오히려 정치적인 주장이나 구호보다 더욱 공감을 얻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정모(33)씨는 “노조 없는 디자이너들의 푸념 같은 글이 올라오는데 우리 업계를 오히려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정치적인 발언이나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닌데 더욱 공감이 가고 나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 추석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낮 12시에 집에서 나와 밤 10시까지 회사 협찬 행사 진행하는 데 불려 나가서 일하고 왔네요.”, “명절인데 보너스도 없음.…못 줄 거 같으면 미리 알려주든가.” 등의 글이 대나무숲에 등장했다. 연휴에도 쉬지 못하거나 월급이 나오지 않은 직종 종사자들의 푸념이었다. 또 추석에는 며느리들의 고충이 담긴 ‘시월드 옆 대나무숲’이 주목받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0일 ‘소방관 옆 대나무숲’이란 계정이 생겼다.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상향시켜라.”라는 첫 트위트가 올라온 후 “소방차, 앰뷸런스 비싼 거 알겠지만 내구연한 다 되면 알아서 바로바로 빠르게 좀 바꿔주면 안 되나.”, “대한민국 인구는 5000만명을 넘어가지만 소방관은 4만명도 안 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직역과 계층에 상관없이 다양한 대나무숲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트위터를 할 줄도 모르고 대나무숲 트위터라는 말도 처음 듣는다.”면서 “국감을 앞두고 누군가 관심을 끌려고 만든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진짜 소방관이 만든 계정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까지 대나무숲 계정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다. ●전문가 “사회자 약자들이 저항하는 일상의 방식” 정치·사회학자들은 인터넷상의 대나무숲 현상을 사회적 약자가 저항하는 방식의 일종으로 해석했다. 미국 정치학자인 제임스 스콧 예일대 교수가 저서 ‘약자의 무기’에서 말한 사회적 약자가 할 수 있는 ‘일상 형식의 저항’이 바로 대나무숲 현상이라고 분석된다. 소소한 방식으로 ‘강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자신을 재확인한다는 약자의 행태가 SNS를 통해 새롭게 나타난 셈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제도에서 대변되지 못하거나 홈페이지와 게시판을 가진 노조 같은 조직들과 달리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나무숲 현상이 출판업계에서 먼저 나타난 이유에 대한 분석도 제시됐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판업계와 같은 일종의 지식 노동자들에게는 성찰적, 비판적 시각이 있다.”면서 “정보사회의 수평·분산적이고 횡적인 네트워크의 특징이 이들의 특성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대나무숲 트위터상의 개인적인 하소연과 불만도 사적인 의미를 넘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교수는 “(대나무숲 계정의 글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가 될 수도 있다.”면서 “명료하게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현 정권의 경제 정책, 실업 정책 등에 대한 불만이 은연중에 드러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나에게 일어난 일을 다 말할 거예요(아너미 베르브룩스 글·그림, 지명숙 옮김, 뜨인돌어린이 펴냄) ‘어린 새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끊임없이 발생하는 아동 성폭력,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예방과 대처법을 비유적으로 담았다. 작고 어린 새에게 일어난 일을 통해 ‘성폭력’이란 무거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얘기하도록 해 준다. 1만 1000원. ●서로를 보다(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 낮은산 펴냄) ‘자기다운 삶’이란 어떤 것일까. 동물의 눈에 비친 또 다른 동물의 모습을 통해 우리 안과 밖을 성찰하는 그림책. 인간은 자연을 누비는 동물들의 ‘그들다운 삶’을 아름답다고 좋아하면서도 실제로 우리에 가둬 놓고 그 모습을 즐기는 데 익숙하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우리 자신이 어떠한 방식과 태도로 다른 생물을 대하는지 환기시킨다. 1만 2000원. ●우리에겐 어떤 권리가 있을까?(발레리아 파렐라 외 글, 마라 체리 외 그림, 유지연 옮김, 청솔 펴냄) 어린이의 인권을 재미있는 동화를 통해 살펴보도록 엮은 인권 동화.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와 화가들은 “아이들에겐 놀 권리가 있고 아프면 병원에 갈 권리고 있으며 종교가 다르거나 피부색이 다르더라도 평등하다!”고 얘기한다. 정체성·소수권 등 10개 항목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9000원.
  • 2000여 유물로 만나는 신비한 마야문명

    2000여 유물로 만나는 신비한 마야문명

    신비하고 화려한 문명을 이룬 뒤 갑자기 몰락해 ‘역사 속 전설’처럼 기억되는 마야 문명. 12일 저녁 8시,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마야 2012’전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한·멕시코와 한·과테말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양국이 소장한 마야유물 2000여점을 통해 마야인의 삶과 죽음, 시간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다. ‘TV 쏙 서울신문’은 한글주간을 맞아 한글로 토착어를 배우는 솔로몬군도의 모습을 보여 준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솔로몬군도의 한 중학교 수업시간. 교사가 한글로 쓴 교과서를 들고 설명하고, 학생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한글로 된 교과서를 들여다본다.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가 솔로몬군도의 과달카날주, 말라이타주의 토착어를 시작으로 한글 표기법 보급에 나선 현장이다. 2008년 사단법인 훈민정음학회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수출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한글이 제3국 문맹퇴치에 앞장서고 있지만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실제로 찌아찌아족의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은 재정난을 문제로 지난 8월 개교 7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두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발자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승인하기 좀 어려운 상태였다. 인도네시아는 700여 종족으로 이뤄진 국가다. 그중에 일부 부족이 한국과 손잡고 독립을 하겠다고 하면 인도네시아 정부로서는 굉장히 난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솔로몬군도 문맹퇴치 프로그램도 여전히 재정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교수는 교과서 개발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민간 투자자를 찾아보라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문맹률이 높으면 교육을 받지 못하고, 교육을 못 받으면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 해외 한글보급을 계속하고 있다. 이 밖에 골프를 통해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지적장애인들도 만났다. 대회장에서 만난 지적장애2급의 자녀를 둔 김윤수(53)씨는 “아이가 골프를 시작한 뒤 자기표현도 잘하고, 양보할 줄도 아는 등 사회성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장 릴레이 인터뷰에서는 “지하철9호선 연장은 주민들의 요구이자 제5차 보금자리 수용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하는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을 만나 후반기 정책 구상을 들었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표절 사각지대’ 무대 공연 저작권법·판례도 애매모호

    ‘표절 사각지대’ 무대 공연 저작권법·판례도 애매모호

    최근 불거진 가수 김장훈(46)과 싸이(35·박재상) 사이의 갈등 원인은 ‘공연 표절’이다. 모든 예술에서 표절과 모티브(동기)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공연 표절은 특히 더하다. 연극, 뮤지컬, 콘서트 모두 같거나 비슷한 테마를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풀어내야 하는 일이 잦아 유사성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계에서 “공연예술은 표절의 사각지대”라고 부른다. 법은 더 애매하다. 홍성운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사업 사무관은 “표절에 대해 저작권법에 명시된 내용은 따로 없다.”면서 “표절이 저작권 침해까지 이르렀더라도 저작권법을 적용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공연윤리위원회 내에 표절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베끼기 문제를 다뤘다. 하지만 1999년 위원회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 통폐합되면서 표절 판정은 법원 몫이 됐다. 게다가 표절은 피해자(원작자)가 고소해야 죄가 성립되는 친고죄다. 논란이 거세도 정부기관이나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이야기다. 일단 원작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전문 감정기구를 통해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 김우정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포렌식팀 선임은 “표절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베꼈다.’는 개념이며 인정되더라도 저작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면서 “저작권은 ‘표현’을 보호할 뿐 ‘아이디어’까지 보호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저작권협의회에서는 한 해 40~50건의 저작권 관련 감정을 의뢰받는다. 공연표절 여부를 판단한 국내 판례는 아직 없다. 2007년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컨츄리꼬꼬가 전날 공연한 이승환의 무대세트를 그대로 써 표절 문제로 맞소송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저작권 침해문제를 기각하고 명예훼손 부분만 인정했다. 김 선임은 “당시 표절문제로 이슈화되긴 했지만 저작권 침해 부분은 따로 판단하지 않고 명예훼손 벌금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싸이의 공연이 표절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엇갈린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싸이 콘서트는 김장훈 공연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면서 “무대장치·음향·조명·특수효과·의상공연 등의 노하우에 대해 김장훈이 원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무리 뛰어난 연출도 콘텐츠(노래)가 힘이 없으면 공연이 빛을 발할 수 없다.”면서 “다른 공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콘서트를 응용 발전시키는 자체도 존중해야 하는데 자칫 이런 자유가 경색되면 예술인 입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정달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사무국장은 “헌법에 있는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냐, 저작권 보호가 우선이냐에 대한 가치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라면서 “문화종사자들이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삼랑성 역사문화축제’ 강화도 전등사서 개최

    ‘삼랑성 역사문화축제’ 강화도 전등사서 개최

    인천·강화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인 삼랑성역사문화축제가 6∼14일 강화 전등사 일원에서 열린다. 12회째인 올해 행사의 주제는 ‘관’(觀). 이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에 대한 성찰과 진지한 고민을 담은 테마다. 축제의 막은 6일 전등사에서 ‘아름다운 삼랑성 전국미술실기대회’와 가을음악회로 연다. 다음 날인 7일 오전 전등사 개창조 아도화상을 비롯한 역대 조사를 기리는 다례재가 있을 예정. 전등사 1600년 역사를 되짚고 새 천년을 바라보는 행사로 진행된다. 오후에 열리는 영산대재는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자리. 강화 지역 독립운동가 이동휘 선생과 조봉암 선생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강화와 관련된 장군, 전몰 장병, 민초들을 위한 위령제로 봉행된다. 13, 14일에는 인천·강화 지역 문화단체의 ‘지역문화 한마당’과 풍류한마당이 펼쳐진다. 이와 함께 축제 기간 내내 ‘관’을 주제로 한 현대도자기 전시회와 ‘현대 중견 작가들의 관조 전’을 비롯해 옛 기와 그림 ‘조화’전, 북한 사찰 사진전이 이어진다. 천연염색과 도자기 물레, 짚풀공예 체험 행사, 먹거리 장터 등 부대 행사도 곁들인다. 삼랑성역사문화축제는 전등사가 매년 지역 화합과 역사·문화 인식 고취를 위해 개최해 온 독특한 문화행사다. 지난해엔 연인원 4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등사 주지 범우 스님은 “내년부터 등(燈) 전시를 비롯해 이 지역의 역사적 숨결을 오롯이 담은 축제로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2016년 병인양요 150주년에 맞춰 한국과 프랑스 간 문화 교류도 구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032)937-0125.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대선 후보들의 ‘힐링’ 시대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대선 후보들의 ‘힐링’ 시대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그시대의 소명, 즉 시대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야 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규범적 기대를 담은 얘기이긴 하지만 민주화 이후 우리 대선 결과를 보면 시대정신과 당선자들과의 관련성이 제법 있어 보인다. 오랜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문민정부를 연 김영삼 대통령,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중 대통령, 탈권위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꿨던 노무현 대통령, 경제 살리기의 기대를 모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러하다. 물론 이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의 유혹과 함정에서 빠져 국민과 소통하는 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고, 전근대적인 측근 비리에 걸려들어 불행한 임기말을 맞아야 했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표출된 유권자들의 기대와 의지의 집합체가 시대정신으로 모아져 시대정신에 가장 걸맞은 후보를 선출하고, 그것이 다음 선거로 면면히 이어지면서 나름의 정치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해 18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시대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여 당선될 후보는 누구일까.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비전이나 공약들은 우리 사회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지금 대선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화두들은 경제민주화, 복지, 민생, 일자리 창출, 정의, 역사 인식, 통합, 소통 등이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행과 불운 그리고 부당하게 처지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계급, 계층보다는 개개인)을 배려하고 챙겨주는 따뜻하고 성숙한 자세와 연결되어 있다. 강함보다는 부드러움, 강한 추진력보다는 따뜻한 카리스마, 말하기보다는 들어줌, 분열보다는 화합, 자랑보다는 겸손, 남성적인 것보다는 여성적인 것이 부각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공감과 힐링이 대세이고 시대정신인 셈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후보 세 명의 목소리가 부드러운 낮은 톤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대선의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강하고 날카로운 톤과 비교가 된다. 세 명의 후보는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스스로 고통을 당하거나 또는 다른 이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해 주는 일들을 유난히 많이 해 왔다. 세 후보 모두 무엇을 추진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병마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힐링’의 시대정신을 가지고 대선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나름대로 유익하고 즐거운 선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무엇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우리 사회의 잘 고쳐지지 않는 차별적 사회문화를 기적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당선과 버금가는 것이다. 여성 대통령 특유의 소외된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치유능력도 기대된다. 또 박 후보의 내면 성찰과 반성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진심어린 치유의 기회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갈등과 반목 끝에 미완으로 남긴 민주주의 실험을 완결시킴으로써 민주 진영의 실망과 좌절의 상처를 치유할 소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경제 발전을 사회문화적 정신과 가치 수준이 못 따라가는 사회문화적 지체 현상을 겪고 있다. 문 후보를 통해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인권 존중, 약자 배려, 경청과 관용, 언론 자유와 같은 성숙한 민주주의 가치 실현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안철수 후보는 제도권 정치에 대한 좌절과 환멸 그리고 무기력감 등을 치유하고 시민들에게 정치적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세대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생각들을 가지고 시민들과 소통함으로써 시민들의 의식과 가치관, 생각의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치유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안 후보의 당선은 의식혁명을 통한 정치 개혁, 경제 민주화의 달성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 변화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결국 지금 대선 후보의 시대적 지향점은 권력을 탐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경계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겸손한 대통령을 추구해야 할 일이다. 권력을 탐하는 자는 망하고 권력을 치유하는 자는 흥할 것이다.
  • 티켓戰 뚫은 그대 영화들 틈서 헤매는 당신 추천작부터, GO?

    티켓戰 뚫은 그대 영화들 틈서 헤매는 당신 추천작부터, GO?

    매년 9월 말이면 영화 팬들은 전쟁을 벌인다. 웬만큼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부산국제영화제 표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새달 4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부산 영화의전당과 CGV센텀시티 등 7개 극장에서 304편을 선보인다. 25일 오후 5시 판매를 시작한 개폐막식 입장권은 3분 31초 만에 모두 팔렸다. 26일 오전 9시부터 일반상영작 표를 판다. 이미 부산행을 결심한 시네필들을 위해 4인의 영화제 프로그래머(왼쪽부터 전찬일·김지석·이상용·이수원) 추천작을 중심으로 10편을 엄선했다. “경찰 내통자 찾아라” 탁월한 범죄 스릴러 ‘콜드 워’ 홍콩에서 경찰관 5명이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조직 수장을 다투는 두 라이벌은 상대를 믿지 않고, 무리하게 사건을 풀려다가 함정에 빠진다.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는 경찰조직 내에 내통자가 있다는 건 범죄영화에서 흔한 설정. 하지만 렁록만·서니 럭 감독은 내부의 적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선과 악의 대립구도보다 인간 내면의 욕망과 양심과의 싸움을 깊이 있게 고찰한다. 홍콩의 거물제작자 빌 콩이 발탁한 두 신인의 데뷔작으로 잘 짜인 범죄영화이자 탁월한 심리영화다. 김지영의 눈부신 열연을 발견하는 재미 ’터치’ 한때 국가대표 사격선수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모든 것을 잃고 중학교 사격코치를 하는 남편 동식(유준상), 간병인을 하면서 돈을 받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환자들을 무연고자로 속여 입원시키는 아내 수원(김지영), 그리고 딸 주미 등 세 식구는 갈수록 절망의 늪에 빠져든다. 이들에게도 행복이 올까. 민병훈 감독이 선보일 생명 3부작 중 첫 번째 편이다. 10㎏을 감량하고 쇼트 커트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김지영이 눈부시다. “‘발견’이란 수식이 과장이 아닐 열연을 선보인다.”는 게 전찬일 프로그래머의 평가다. 세련된 화법으로 해부한 한국의 교육 ‘명왕성’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단편 ‘서클라인’으로 카날플뤼상을 받은 신수원 감독의 신작이다. 중학교 사회교사로 10년을 몸담았던 신 감독은 명문대 입학을 위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성적 상위 1% 이내의 고3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회성을 품은 감독의 문제의식과 복합적인 플롯 등 지난해 최고 화제작 ‘파수꾼’에 비견할 만한 작품이다. 전 프로그래머는 “세련된 영화적 화법으로 경쟁 일변도의 한국 교육 현실에 한 방을 먹였다.”고 평했다. 성폭행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청년의 속죄담 ’가시꽃’ 죄와 양심, 책임감에 관한 이돈구 감독의 성장 드라마다. 이창동 감독의 ‘시’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는 죄와 양심, 책임감 등 인간 본성과 직결되지만, 너무나도 빈번히 외면되곤 하는 육중한 이슈를 짚어낸다. 10년 전 고교 시절 강압적으로 가담했던 성폭행 사건의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는 28살 주인공의 속죄담이다. 파국으로 치닫는 선택들이 충격을 안긴다. 전 프로그래머는 “순제작비 300만원 짜리 싸구려 영화로 영화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고바디 감독의 마지막 쿠르드족 영화 ’코뿔소의 계절’ 쿠르드족 영화만을 만들어온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더는 영화 찍기가 불가능해진 이란을 떠나 터키에서 만든 신작이다. 반(反)혁명죄로 30년간 투옥됐던 쿠르드족 시인 사데그 카망가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쿠르드족 시인 사헬과 아내 미나는 이슬람 혁명기에 투옥된다. 5년 뒤 풀려난 미나는 남편이 죽은 줄 알고 아이를 데리고 터키로 이주한다. 30년이 흐르고서 풀려난 사헬은 가족을 만나러 가지만, 또 다른 비극을 맞는다. 미나 역의 모니카 벨루치의 열연이 비장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성폭행당한 어린 수녀의 용기 그리고 반전 ’유령’ 마르코스 대통령의 독재정치가 극에 달한 1971년 필리핀을 배경으로 한 빈센트 산도발 감독의 영화다. 세속의 죄악과는 격리된 깊은 산속 마을 리잘의 아도라시온 수녀원에 로르디스란 어린 수녀가 들어온다. 어느 날 로르디스와 루스 수녀가 마을에 볼일을 보고 돌아오던 중 괴한들에게 강간을 당한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종교와 용기, 인간의 죄의식을 다룬 작품으로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이라고 귀띔했다. 동유럽 대표감독 문주의 냉철한 사회 묘사 ’비욘드 더 힐스’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200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탔던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의 신작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를 위협했다. 독일로 이주한 루마니아 출신 소녀가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절친을 데려오려고 모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친구는 수녀의 삶을 선택하며 독일행을 거부한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동유럽을 대표하는 문주가 전통에 눌려있는 사회를 냉철하게 묘사했다.”고 평했다. 홀로코스트 실화로 빚은 또 하나의 감동 ’어둠 속의 빛’ ‘토탈 이클립스’(1995) ‘카핑 베토벤’(2006)으로 유명한 폴란드의 여성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을 폴란드의 르보브 시 하수구에 숨겨줬던 레오폴드 소하의 실화를 다뤘다. 소하는 돈에 눈이 멀어 시작한 일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대인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유대인 이야기지만 홀란드의 영화는 여전히 놀랍고, 대단하다. 어두운 시대에서도 인간성의 승리를 보여주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이라고 설명했다. “노년에 대한 명장 하네케의 빛나는 성찰” ’아무르’ 오스트리아의 거장 미하엘 하네케에게 두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작품이다. 서로를 의지하며 노후를 보내던 노부부에게 예기치 못한 먹구름이 드리운다.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던 남편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어느덧 82살이 된 ‘남과 여’의 주인공 장루이 트린티냥과 85살의 여배우 에마뉘엘 리바의 눈빛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노년에 대한 하네케의 성찰이 빛나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말했다. 군사 정권 고문에 대한 섬뜩한 고찰 ’남영동 1985’ ‘부러진 화살’로 13년 만에 충무로에 복귀한 정지영 감독이 이번에는 1985년 9월 서울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카메라를 옮겼다.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전두환 정권 아래 22일간 당한 고문을 다뤘다. 영화는 김근태의 생애보다 고문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고문이 어떻게 인간의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파괴하는지를 특유의 정공법으로 보여준다. 특히, 박원상과 이경영의 고문을 받고 가하는 연기는 치가 떨릴 정도로 사실감 있게 그려진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대선 3자대결구도] 安, 前대통령 평가

    [대선 3자대결구도] 安, 前대통령 평가

    안철수(얼굴) 무소속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철강왕 박태준 전 총리,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및 일반 사병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안 후보는 이날 참배 후 페이스북 ‘안스스피커’에 “고통스럽고 괴로운 역사도 우리의 역사”라면서 세 전직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시대와 관련, “우리 산업의 근간이 마련됐다.”면서 일단 공을 인정했다. 그러나 “반면에 이를 위해 노동자, 농민 등 너무 많은 이들의 인내와 희생이 요구됐다.”면서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안 후보는 이어 “산업화시대의 어두운 유산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 퇴보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지금 과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면서 “그러한 성찰이 화해와 통합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그분의 고난과 헌신을 기억한다.”면서“IMF 환란 위기 속에서 정보기술(IT) 강국의 기회를 만들어 내고 복지국가의 기초를 다졌던 그 노력도 기억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애써 내디딘 남북관계의 첫발은 국론분열과 정치적 대립 속에 정체돼 있다.”면서 “경제위기는 넘어섰지만 양극화는 심화됐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또 한 분의 불행한 대통령”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4·19의거의 희생과 헌신은 우리의 헌법정신이 되었다.”면서 “과거의 잘못에서 배우고, 과거의 성과에서 또 배우고 계승해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안 후보는 참배 후 오연천 서울대 총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17년간 몸담았던 안랩을 방문해 임직원 환송연에도 참석했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과학·인문학 재융합해야”

    “과학·인문학 재융합해야”

    “융합이 아니라, 과학과 인문의 재융합이 필요하다.” 이매뉴얼 월러스틴(82) 예일대 종신교수는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날(21일) 31주년을 기념해 경희대학교가 주최한 ‘피스바 페스티벌(Peace BAR Festival) 행사 중 18일에 열린 ‘국제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의 주제는 ‘지식의 구조들: 과학과 인문학의 인식론적 재융합’으로 월러스틴 교수는 “대학이 창조적 지성을 생산해 내지 못하고 지위나 자격을 부여하는 지위로 전락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일학문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러스틴 교수는 “500년 전만 해도 서양에서도 인문과 과학이 함께였다.”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의 제목을 보면 윤리, 물리, 정치,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모두 다루고 있었고, 쾨니히스베르크대 교수였던 칸트 역시 문학, 시, 윤리학, 우주학, 천문학 등 다양한 주제를 강의했다.”고 설명했다. 1715년 이래 대학은 현재 서양의 대학과 같은 모양을 갖추게 됐고, 이 시기부터 과학이 인문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19세기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학과·학제는 더욱 세분화·전문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결과 사회과학은 한 사람을 양쪽 말에 잡아매고 반대로 모는 가여운 형국이 됐다. 이제 사람이 말을 몰 수 있도록 두 마리 말을 모아야 할 때”라며 “특히 세계체제가 무너지려고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는 지식의 구조가 500년 전으로 돌아가 재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래 미국의 헤게모니는 붕괴했다.’고 주장해 온 월러스틴은 세계금융위기로 위기를 겪는 현재는 더욱더 통합된 사고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내려야 하는 결정을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집단적 민주적 성찰’과 ‘윤리적 판단’이 배제된 채 맡겨둘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동아시아 역사갈등은 위기이자 기회”

    “역사 갈등과 영토 문제의 영역에서도 위기는 위험이자 기회입니다.” 김학준(69) 동북아역사재단 제3대 이사장은 17일 열린 취임식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영토 문제와 역사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면서 “이들 문제는 대부분 100년 이상 된 뿌리 깊은 역사 문제이자 이웃 국가들 사이의 협력과 상생을 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재단이 담당한 임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동북공정 등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장기적,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정부가 2006년에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그는 “역사 갈등을 극복하고 역사 화해를 이룩한다는 우리의 이상은 올바른 방향이고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리의 더 깊은 지혜와 성찰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조선일보 기자로 시작해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제12대 국회의원, 단국대 이사장, 인천대 총장, 한국정치학회장, 동아일보 대표이사 사장과 회장 등을 거쳤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엔 공보수석 비서관 등을 지내기도 했다. 러시아 문제 전문가인 김 이사장은 대표작인 ‘러시아혁명사’를 비롯해 ‘한국정치론’ ‘소련정치론’ ‘남북한 통일정책의 비교연구’ 등의 저서를 펴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의 연구와 경험을 재단의 발전에 여한 없이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개발 경제부터 안철수 현상까지 한국 경제·사회 진단

    요즘을 일컬어 대혼돈의 시대라고 한다. 쓰나미처럼 닥쳐온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휘감았고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망하거나 공적자금을 받고서야 간신히 살아났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재정위기로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수십년간 독재체제를 유지해 온 중동과 북아프리카 정권이 시민들에 의해 줄줄이 무너졌다. 이러한 혼돈은 무엇을 의미할까. 신간 ‘경제는 정치다’(이헌재 지음, 로도스 펴냄)는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그 답에 대해 ‘그동안 사회를 움직여 온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었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과거 시스템들의 한계가 드러나고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혼돈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흐름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과거의 관성적 흐름과 새로운 흐름이 부딪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대혼돈의 정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으며 어느 사회든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그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구시대와 새로운 흐름의 충돌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 안철수 현상이라는 비유가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중산층 붕괴, 양극화, 기회의 불균형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정체상태에 놓인 한국경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1960년대 개발경제로부터 안철수 현상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 나타난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원인과 실체를 꼼꼼하게 파헤치고 있다. 수십년간 현장에서 발로 뛰며 고민하고 관찰과 성찰을 통해서 얻은 저자의 경험을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1만 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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