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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자유학기제 성공하려면 취지 이해해야/김봉환 숙명여대 교수·한국진로교육학회장

    [기고] 자유학기제 성공하려면 취지 이해해야/김봉환 숙명여대 교수·한국진로교육학회장

    새 정부의 주요 교육 정책 가운데 여론의 화두가 되는 것이 ‘자유학기제’이다. 필자가 이해하기에 자유학기제는 암기식 공부와 시험 부담에 젖어 있는 학생들에게 적어도 중학교 시기의 한 학기 정도는 이런 중압감에서 잠시 벗어나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날에 대한 그림도 그려 보면서 다양한 체험 활동과 독서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주자는 취지다. 이와 같은 자유학기제의 근본 취지에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생들에게 생각하고 성찰하며 탐색하고 경험할 기회를 거의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많은 시간을 공부에 매달리지만 정작 그 내용을 왜 배우고 익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는 별로 없다. 단지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잘 받고 그것을 토대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인 양 조련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기 자신에 대해 깨어 있고 진로에 대한 의식이 성숙해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알기 때문에 학습 동기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교실 붕괴와 같은 우리 교육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진로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학생들은 일탈하거나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적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턱 대고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취업의 길을 선택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다. 대학에 진학할 때에도 분명한 목표를 갖고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므로 입학 후에 방황하거나 전공과 적성의 불일치 문제로 흔들리는 경우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유학기제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자유학기제에 대한 근본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 산적한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가 마치 자유학기제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자유학기제가 잘 운영돼 근본 취지가 충분히 발현된다면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중학교 교육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고, 그것이 지속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우리나라 교육 전체를 혁신할 수 있는 하나의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둘째,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 동안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발견할 수 있도록 기업체의 적극적인 지원 등 사회적 여건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학기제는 이처럼 평생 지속되어야 할 진로개발 역량의 불씨를 댕기는 시기로 봐야 한다. 그러한 불씨가 잘 타올라 평생 지속되도록 이끌어 주고 촉진시키는 일은 그 이후의 모든 교육 단계로 확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긴 호흡을 갖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학교 경영자의 철학을 정립하고 진로 진학 상담교사의 선도적 역할을 촉진하면서 학부모들의 일부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자유학기제가 우리 교육을 혁신하여 새로운 지평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 한국 대표 지성들이 묻고 답한다 이 시대 ‘공동체의 삶’에 대하여…

    갑을 관계로 대변되는 사회 갈등과 분열 양상이 공동체적 삶에 대한 의미를 새삼 되짚게 하는 요즘, 한국의 대표적 지성들이 ‘삶’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한국사회이론학회(회장 정갑영)는 6월 1일 감리교신학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열어 공동체 삶의 위기와 새로운 삶을 지향하기 위한 가치를 탐색한다. 첫 번째 세션 ‘공동체 삶의 위기-우리 삶의 반성’에선 유헌식 단국대 교수, 작가 정수복, 소설가 현길언이 발표자로 나서 서로 다른 삶의 현장에서 이끌어낸 비판과 성찰을 공유한다. 두 번째 세션 ‘새로운 삶의 지향과 모색’에선 박충구 감리교신학대 교수가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한국 신학을 반성하고, 카프카 연구의 대표자인 편영수 전 전주대 교수는 카프카의 작품에 내재한 종교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종교학자 오강남은 노자 도덕경에서 새로운 이론을 이끌어 갈 이상의 한 단면을 찾아낸다. 한국사회이론학회는 서구 이론에 편중된 한국 사회과학계에 대한 반성 아래 한국의 삶에 기초한 독자적인 사회이론을 수립하려는 목적으로 창립된 단체로, 학술지 ‘사회이론’을 펴내고 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청춘들이여, 명동성당서 힐링을”

    천주교가 ‘신앙의 해’를 맞아 청년을 위한 피정을 다양하게 마련한다. 서울대교구 선교문화봉사국과 명동대성당이 공동주최하고 성바오로딸수도회가 진행하는 피정들이 그것. 다음 달 4일 오후 7시 30분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서 청년 묵상피정 ‘헬로우 기도’가 열리는데 이어 2·9·16·23일 오후 3시 서울대교구청 별관에서 ‘힐링무비 힐링토크’가 계속된다. 이가운데 청년묵상피정 ‘헬로우 기도’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기도와 묵상법을 알려주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하느님과 대화하도록 이끄는 프로그램. 자존감, 사랑, 용서, 행복, 꿈 등 청년들이 삶 속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를 통해 묵상하고 삶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돕는다. 당일 현장접수. 또 다른 청년피정 ‘힐링무비 힐링토크’는 영화를 함께 감상한 후 자신의 느낌과 체험을 서로 나누고, 일련의 작업과정에 참여하여 영화 안에 담긴 복음적인 가치를 찾는 자리. 청년들이 묵상과 성찰을 통해 자신과 이웃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며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돕는 행사로 마련됐다. 현재 피정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02)727-2031.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자유학기제 9월 도입] 중학교 국·영·수 수업 줄이고, 진로교육 주당 최대 13시간 확대

    [자유학기제 9월 도입] 중학교 국·영·수 수업 줄이고, 진로교육 주당 최대 13시간 확대

    올 9월부터 자유학기제가 도입됨에 따라 국·영·수 등 공통 과정의 수업시수가 줄어들고 진로탐색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자율 과정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입식 교육에 의존하던 공통과정은 학생의 참여가 필수인 토론, 프로젝트 수행 등의 방식으로 운영된다. 평가 방식은 중간·기말고사의 폐지를 기본으로 학교별로 재량권을 줘 다양화할 예정이다.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범운영계획’을 보면 시범학교로 지정된 82곳(9월 42곳, 내년 3월 40곳 운영)은 교과별 수업시수의 20% 내에서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중학교의 1주일 수업시간 33시간 가운데 창의체험 활동이 3시간이므로 현행 제도에서 이론상 창의체험 활동을 9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학교가 요청하면 창의체험 활동 시간을 11시간 내외로 늘릴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국·영·수 공통과정이 20시간이므로 자율과정을 13시간까지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율 과정은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 선택 프로그램 활동 등으로 채워진다. 또한 한 학기에 두 차례 이상 종일체험 활동을 실시하고 학생이 스스로 진로체험 계획을 세우면 학교가 출석으로 인정하는 ‘자기주도 진로체험’도 시행된다. 창의체험 활동 시간 이외에 폐지되는 중간·기말고사 기간 7일(중간고사 3일+기말고사 4일)을 활용하면 된다. 이 밖에 교육부는 수요 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동아리가 개설되도록 할 방침이다. 공공·민간기관은 국악, 연극, 영화, 만화·애니메이션, 사진, 스포츠클럽 활동 등 다양한 예술·체육 분야에서 전문강사를 지원하게 된다. 기존 공통 과정에서는 학생의 참여가 강화된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은 암기식 수업 대신 토론, 의사소통, 문제해결 등 학생 주도의 수업으로, 사회와 과학 등은 실험, 실습, 체험학습, 프로젝트 수행 중심으로 개편된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교사와 언론진흥재단의 전문 미디어 강사가 같이 신문활용교육(NIE)을 진행하는 식이다.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면서 생기는 교사들의 부담을 덜고자 교육내용이 핵심 성취기준 위주로 재구성된다. 핵심 성취기준이란 교사와 학생이 기존 과목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를 명시하는 지침을 말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어떤 과목이든 상대적으로 중요한 내용이 있기 마련인데 현재까지는 교육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서 “핵심 성취기준을 통해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사의 부담이 줄어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가방식도 바뀐다. 교육부는 학생 스스로 학습계획을 수립·점검하면 교사가 이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자기성찰평가와 교사가 수업과정 중간 쪽지시험 형태로 학생들의 학습달성 정도를 점검하는 형성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개발해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학교생활기록부도 점수 대신 서술식으로 기재된다. 자유학기 동안의 성적은 고등학교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 자유학기제가 전면 실시되는 2016년 이후의 고입 반영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시범운영 기간 동안의 다양한 평가와 학생부 기재 방식의 장단점을 평가해 2015년 6월 최종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사설] 자유학기제, 학력저하 등 부작용 최소화해야

    2016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은 학생들이 시험에서 벗어나 토론, 실습, 체험 등 다양한 진로탐색 활동을 통해 꿈과 끼를 펼친다는 자유학기제가 시행된다. 어제 교육부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서울 5곳 등 전국 42개 중학교가 오는 9월부터 자유학기제를 운용한다. 내년 추가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는 전면 시행한다고 한다. 시범운영 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 동안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다. 대신 학생 스스로 점검하는 자기성찰평가, 교사가 수업과정 중 평가하는 형성평가 등을 시행한다. 학생들의 진로탐색 활동 내용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서술형으로 기재한다. 자유학기제 동안의 학습성취 수준 결과는 고교 입시에도 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취지는 바람직하다. 경쟁적인 입시교육과 학력신장 중심주의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는 특목고와 자사고 등 명분뿐인 고교 다양화 체제로 경쟁적인 입시 구조를 고착화해 왔다. 일반고는 삼류 학교로 전락했고 학생 간 위화감은 커져만 갔다. 학부모는 자녀의 꿈과 끼가 무엇인지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교육 당국이 만들어 놓은 입시 틀에서 자녀를 학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학기제 성공의 관건은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먼저 걱정되는 것이 지필 시험을 보지 않아 나타날 수 있는 학력 저하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이 중1 진로 탐색 집중학년제를 시범 도입하면서 공약이던 중1 시험 폐지를 중간고사 폐지로 후퇴시킨 것도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 것이었다.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을 염두에 둔 사교육 추가 수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보충 기회 상실, 진로체험을 위한 인프라 부족에 따른 형식적 운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이나 기관 등 진로체험을 지원할 제도적 방안, 서술형 평가에 따른 학생 간 형평성 시비 등에 대해서도 보완책이 필요하다. 특히 자기주도 진로체험이 또 다른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폐해를 낳을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학교 주도로 이뤄지는 공동체험 이외에 개별 학생이 낸 계획서를 토대로 한 자기주도 진로체험은 부모의 사회적 배경이 좋은 자녀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정의 경제·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학생 개인 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진로체험이라면 학교에서 그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 관존민비서 싹튼 ‘甲乙문화’ 그 고질병에 대한 해법찾기

    ‘갑을’ 파문으로 연일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갑의 횡포에 억눌려 ‘찍’ 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을의 참담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이라면 어지간한 ‘갑질’쯤은 능히 예상할 수도 있다. ‘적당히 떡값도 오갔을 테고, 잔술 깨나 얻어 마셨겠지. 힘 센 갑이면 좀 더 나갔을 수도 있겠고….’ 대략 이 정도가 보편적인 한국인이 추정하는 ‘상식’ 수준의 갑을관계 아닐까. 한데 드러난 건 이런 상식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류업체의 밀어내기로 대리점주가 목숨을 끊었고, 한 편의점 가맹점주의 남편은 본사 직원 앞에서 약을 먹고 숨을 거뒀다. ‘밀어내기’란 용어가 화장실 밖에서도 통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게 된 사람도 많았을 게다. 사실 갑을관계는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역학현상이다. 한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노예관계’ 수준으로 심하게 굴절된 걸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은 ‘갑과 을의 나라’(인물과사상사 펴냄)는 대기업 간부의 여승무원 폭행 사건, 남양유업 직원의 폭언 사태로 불거진 우리 사회의 ‘갑을문화’의 기원을 짚어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정수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구체적인 사례들이 책의 절반 가까이 채워진다. 강 교수는 갑을문화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관존민비(官尊民卑) 인식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관이 민을 지배하는 문화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배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갑을문화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을 위에 군림하는 맛’이라는 인정욕구는 한국인 다수의 삶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 잡았고, 이젠 “만인이 만인을 뜯어먹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뼛속까지 파고든 갑을문화는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았다. 갑과 을을 이어주는 어두운 존재다. 예전엔 법조, 입시, 병무 등 특정 분야에서만 활동했지만 이젠 일반인의 사생활 영역에까지 침투했다. 브로커가 우후죽순처럼 전방위로 번져가는 건 결국 사회 시스템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브로커들은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갑을문화는 더욱 단단히 사회 전체에 뿌리를 내렸다. 갑을문화를 종식시킬 돌파구는 없을까. 강 교수가 제시한 건 ‘을의 반란’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시위다. 평소 삶은 개인주의적으로 살되 사회 문제는 집단주의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단 ‘을의 반란’은 ‘증오의 이용’을 넘어 ‘증오의 종언’을 향해야 한다. 강 교수는 “시위가 권력자와 언론의 주목을 받는 데 몰두하면 시위의 참뜻이 죽고 말 것”이라며 “더 많은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1만 3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열린세상] 동북아의 역사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동북아의 역사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21세기 동북아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냉전 종식 직후 동북아는 근대 이후의 세계사를 주도했던 유럽과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21세기 세계 중심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냉전 종식을 전후해 일본 경제는 세계 2위로 성장했다. 개방을 택한 중국은 톈안먼 사태의 위기를 겪었으나 파죽지세의 고도성장 경제를 구축했다. 한국은 북방정책으로 대륙국가와 해양세력을 연결하는 중계 국가를 지향하며 북한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고, 불가침협정과 비핵화 선언도 이끌어 냈다. 동북아의 한·중·일은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세기를 선도할 국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21세기가 이미 10년 이상 지난 지금의 동북아는 공존과 공영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 분쟁의 암운이 점점 짙어만 가고 있다. 세습 전제(專制)의 북한 김정은 정권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한반도를 핵 그늘로 덮어 버렸다. 이로 인해 동북아에는 핵 도미노와 신냉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우파 정부의 망언과 망동은 군국주의의 망령(亡靈)을 되살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경계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고도 성장으로 주요 2개국(G2)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중국은 굴기(?起)의 기치로 패권적 지배력을 투사하는 데 골몰할 뿐, 대국으로서 역내 리더십을 발휘할 고민과 성찰이 없다. 소수 민족에 대해서는 강압 정책과 왜곡된 역사 공정을 통해 중화민족의 우월성을 고양하는 전근대적인 ‘중화주의’의 복원에 애쓰고 있다. 일본의 경제대국화, 신흥공업국의 발전,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동북아 지역은 이미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경제 발전은 지역의 공존·공영을 구조화시키기보다는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적 대립을 부추기고만 있다. 북한의 모험주의적 핵무장, 일본의 극우화, 중국의 중화주의화는 동북아의 역사 시계 방향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위험한 시도들이다. 극단적 국가주의의 재현은 대중의 정념민족주의로 집단화되어 역내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동북아의 역사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는 과거행 열차가 아니라 미래로 비상하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역내 국가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21세기 세계 중심 지역’이라는 장밋빛 구호에만 도취되어서는 안 되며 ‘국가’와 ‘지역’의 유기적·발전적 융합을 통한 공존·공영의 질서 구축을 위해 창조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역사에 대한 성찰을 통해 문명적 공감과 연대에 기반 한 ‘공동체적 비전’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다음 달에는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 회담의 중심의제는 북한 핵문제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엔저 충격에 대한 대응,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이 회담이 각종 현안에 대한 대증(對症)적 처방을 도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물극반전’(物極反戰)과 ‘변즉통’(變卽通)이라는 ‘역경’(易經)의 경구를 유념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 경구는 “어떤 사태가 극단에 이르면 완전히 전변(轉變)하며, 이 상황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양국의 지도자는 ‘변통’(變通)을 화두로 동북아의 국가주의적 교착상태를 지역주의적 미래 패러다임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한·중 정상은 미래의 공영을 위한 ‘동북아식 가치외교’를 창안하라. 대국화에 상응하는 중국의 발전적 역내 리더십, 동북아 지역화에 대한 한국의 역할, 북한의 정상국가화와 한반도 통일,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위한 발전적 조건 등등 동북아의 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미래 비전을 제시하라. 세계대전의 폐허를 넘어서게 한 드골과 아데나워의 독·불 화해 회담, 냉전 종식을 선언한 조지 H W 부시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몰타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음미, 재음미하라. 지도자들의 창조적 결단은 역사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박 대통령은 방중을 앞두고 ‘한·미동맹 미래 비전’에 상응하는 ‘한·중 가치외교의 미래전략’을 준비하라.
  • [책꽂이]

    마흔, 고전에게 인생을 묻다(이경주·우경임 지음, 글담 펴냄) 기자로 바쁜 삶을 꾸리다 훌쩍 해외 연수를 떠난 부부가 있다. 마흔 이후 어떤 삶을 살아갈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성찰의 결과물은 의외로 단순하다. 마흔 즈음의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고전 스물네 편을 엄선했다. 삶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건 깊이 있는 사색을 통한 마음의 중심찾기라고 고백한다. 고전을 통해 삶의 본질과 마주할 용기를 얻었고, 고전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문구들은 삶의 훌륭한 길잡이가 됐다고 말한다. 1만 3800원. 모든 순간의 인문학(한귀은 지음, 한빛비즈 펴냄) 경상대 국어교육과 교수인 저자가 ‘여인의 향기’ ‘홍당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등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인문학적 감성을 길어올려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인 사랑, 이별, 관계, 상처 등 소소하고 사적이지만 중요한 삶의 순간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1만 4000원. 빌딩블로그(제프 마노 지음, 김아연·이혜인·허대영 옮김, 나무도시 펴냄) 미국 인기 온라인 사이트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건물’ 자체보다 ‘짓기’에 주목한다. 사람은 늘 무언가 만들고 환경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축적 상상, 지하 세계, 날씨와 기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다든다. 그래서 건물뿐 아니라 심지어 가상의 온라인 세계에 지어지는 모든 곳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2만 2000원.
  • [책꽂이]

    어머니의 전쟁(김용원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 폐암으로 목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어머니의 사랑은 쉴 줄 몰랐다. 시인이자 법학자인 저자가 어머니와 함께했던 마지막 7개월을 기록했다. 고향집에 대한 추억, 슬픈 가족사, 가족의 갈등, 깊어가는 병세와 생에 대한 성찰 등을 펼쳐 보인 모자의 모습에서 생명력보다 더 강하고 지독한 사랑이 묻어난다. 1만 3800원. 북핵위기 20년 또는 60년(왕선택 지음, 선인 펴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지속되면서 북핵 이슈는 한반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됐지만 그 역사와 과정에 대한 구체적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다룬 책은 드물다. 10여년간 통일외교안보 문제를 보도해온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가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1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진 역사적 사실 1200여건을 연표와 해설 형식으로 정리했다. 1950년부터 1990년까지 북핵과 관련된 이슈들도 덧붙였다. 2만원. 중국 현대사 강의(조관희 지금, 궁리 펴냄) 상명대 중국어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2011년에 낸 ‘중국사 강의’의 후속편. 전작에서 고대 신화전설의 시대에서 신해혁명까지를 기록했다면 이번 책은 신해혁명부터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1997년 홍콩 반환까지 중국 현대사를 풀어놓는다. 중국 근현대를 가로지르며 활동했던 쑨원과 위안스카이, 마오쩌둥과 장제스, 덩샤오핑, 화궈펑 등 인물들을 중심으로 장대한 대하드라마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2만 5000원.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강신주·지승호 지음, 시대의창 펴냄) 철학자 강신주 인터뷰집. 50시간에 걸쳐 인문정신, 사랑, 김수영 시인, 제자백가, 유가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펼친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성찰을 담았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남겼다는 데 있다”는 그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할 인문정신”이라고 역설한다. 2만 2000원. 피아노를 듣는 시간(알프레트 브렌델 지음, 홍은정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알프레트 브렌델이 쓴 음악 에세이. 2008년 은퇴하기까지 60년 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느낀 음악적 단상과 연주 노하우를 풀어낸다. A(화음, 악센트, 아르페지오 등)부터 Z(연관성)까지 키워드로 뽑아 간단명료하게 구성했다. 거장의 음악 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듯. 1만 3500원.
  •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이번에도 700여쪽이다. 두 전작과 마찬가지로 쪽수 압박이 상당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76) 미국 UCLA 지리학 교수의 신간 ‘어제까지의 세계’(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얘기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누군가. 대학생들이 소설보다 더 많이 대출해서 읽는다는 교양인문서 ‘총, 균, 쇠’의 저자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다. 그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50년에 걸친 문화인류학적 탐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 아우르는 성찰의 깊이로 보나 대중성으로 보나, 책 두께가 만만치는 않지만 도전해볼 만하다. ‘어제까지의 세계’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대연구 3부작’의 완결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전작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1997년에 낸 ‘총, 균, 쇠’(2005년,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 펴냄)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 역사의 탄생과 진화에 천착했다. 인디언의 땅인 북아메리카는 미국과 캐나다로 바뀌고, 아스텍과 잉카 문명의 발상지 중남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통치 아래 있었던 민족 변화사를 탐구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민족의 발달 속도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어떻게 유라시아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할 수 있었나.’ 1만 3000여년 동안 진행된 전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불균형을 군사력과 무기(총), 천연두와 인플루엔자(균), 기술(쇠)로써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1998년 미국 퓰리처상을 받고 세계적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총, 균, 쇠’에서 문명의 차이를 다루었다면 ‘문명의 붕괴’(2005년,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는 문명의 몰락 과정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이번 질문은 “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이다. 로마 제국과 오스만튀르크 제국, 마야 문명, 르완다, 아이티, 중국 등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완전히 몰락한 사회와 20세기 들어 붕괴 조짐을 보이는 곳을 조명했다. 책에서 꼽은 붕괴의 원인은 환경 훼손으로 인한 자연 재앙,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사회문제에 대한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 등이다. 책은 암울한 미래를 말하는 듯하지만 희망과 생존의 해법도 함께 담았다. “과거의 성공사례를 통해 오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10년 만에 낸 ‘어제까지의 세계’는 필연적인 파생작이다. 전작에서 말한 ‘과거의 성공사례’를 ‘전통사회’에서 찾고, 600만 년의 지혜를 지키고 있는 전통사회를 세세하게 탐구한다. 뉴기니 원주민, 아프리카 !쿵족,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아마존 야노마모족, 필리핀 아그타족 등 39개 부족사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지속가능한 문명’보고서를 완성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전통사회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조상들이 실질적으로 수만년 동안 살아온 특징들이 그 사회에 간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렇다고 마냥 낭만적인 면모만 조명하지는 않았다. 영아살해, 고려장, 굶주림, 환경훼손 등 현대사회에는 충격적일 수 있는 전통사회의 풍습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럼에도 저자가 전통사회에 주목하는 것은 “아이들을 키우고 노인을 대하는 방법, 건강을 유지하고 대화를 나누며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 등 전통적인 관습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책에는 친구와 적, 평화와 전쟁, 어린아이와 노인, 종교와 언어 등 아홉 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이 중 ‘양육’과 ‘평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저자는 전통사회의 양육 방식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두뇌발달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쿵족을 예로 들어 서너 살 때까지 모유 수유를 하면서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소개한다. 전통사회의 육아는 노인 능력의 활용으로도 연결된다. 조부모가 육아에 관여하면서 아이의 부모가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전통사회에서 아이들은 진흙으로 가축 우리를 짓고 목축을 하며 장난감 그물과 작살을 만들어 논다. 성인의 삶과 아이들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형태다. “일부 현대 국가에서는 기초적인 삶까지도 노골적인 교육이 필요한 지경”이라고 지적한 저자는 “수렵채집인들의 양육법이 우리에게 색다르게 보이지만 해롭지는 않고, 그런 양육법이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인들의 사회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들의 양육법은 삶을 즐기면서도 커다란 역경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시민을 키워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전통사회는 당사자 간 협상이 먼저다. 평화적인 협상과 화해가 가능한 것은 이들 사회에서는 당사자가 어떤 형태로든 개인적인 관계로 연결되거나 평생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현대사회의 분쟁 해결 방법과 관계의 회복을 우선시하는 전통사회의 방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식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에 대한 해법을 어제의 전통사회에서 찾는 것은 미개의 시대로 되돌아가 자연인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내 방식만이 유일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면 그 속에 길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2만 9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무대에서 만난 하루키

    무대에서 만난 하루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최근 한 공개 인터뷰에서 “간신히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게 되면서 내놓은 작품이 ‘해변의 카프카’(2002)”라고 했다. 어린이의 끝이자 어른의 시작점, 가장 순수할 수도 또 가장 쉽게 ‘훼손’될 수도 있는 15살 소년의 여정을 그린 ‘해변의 카프카’에서 하루키는 자신의 키워드인 상처와 성장, 존재의 이유를 풀어냈다. 미국 극작가이자 연출가 프랭크 갈라티는 2008년 ‘해변의 카프카’를 연극으로 만들어 시카고 스테판울프 극장에서 초연했다. 지난해 일본 공연에서는 칸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2004)을 수상한 배우 야기라 유야(23)가 주연으로 열연해 호평을 받았다. 국내 초연에는 한국 연극계의 거장인 임영웅(77) 극단 산울림 대표가 예술감독을, 김미혜(65)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아버지에게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암시하는 예언을 듣고 자란 소년 다무라 카프카(이호협), 사고로 기억을 잃고 고양이와 대화하는 능력을 갖게 된 노인 나카타(이남희)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흘러간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나카타는 고양이 살인마 조니 워커를 죽인 뒤 기묘한 힘에 이끌려 다카마쓰시로 향한다. 이 여정에서 코무라 기념 도서관의 신비로운 관장 사에키(강지원), 몸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정체성을 가진 오시마(김준호), 알로하 셔츠를 입은 트럭 운전사 호시노(윤정섭), 백발의 배불뚝이 호객꾼 커넬 샌더스(이인철)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펼친다. 극은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프카와 나카타, 또 카프카와 사에키 등 관계의 퍼즐이다. 꿈과 현실, 환상과 실제를 오가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옳고 그름, 사랑, 상실, 치유 등 대사 하나하나에는 깊은 성찰을 녹였다. 다만 연극은 두 가지 고민을 안고 있을 듯하다. 원작을 잘 모르고 접한다면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환상적이고 흥미로운 원작을 보면서 자신만의 상상을 갖고 있었다면 그것을 현실화한 무대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할 수도 있겠다. 커다란 나무에 책꽂이를 달아놓은 듯한 배경과 잔뜩 찌푸린 하늘 같은 중간막, 이동무대를 활용해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무대가 돋보인다. 6월 16일까지. 3만~6만원. (02)764-100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고향 우물가에서 건져올린 삶의 도막도막 92편

    고향 우물가에서 건져올린 삶의 도막도막 92편

    중학생인 ‘나’는 학교에 가기 싫어 대관령에 혼자 올라 청승맞게 도시락을 까먹곤 한다.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며 아예 집에서부터 학교에 가지 않는 날도 있다. 5월 어느 날, 어머니는 지게 작대기를 들고 등굣길을 앞장선다. 도시락까지 넣어 무게가 만만치 않은 가방을 대신 멘다. 가방을 ‘나’에게 건넨 곳은 산길 양옆으로 풀잎이 우거져 사람 하나 겨우 다닐 만한 ‘이슬받이 길’. 앞장선 어머니는 두 발과 지게 작대기로 산길의 이슬을 털어낸다. 몸뻬 자락은 이내 아침 이슬에 흥건히 젖는다. 신작로까지 15분이면 닿을 길이 30분 넘게 걸렸지만 어머니는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앞으로는 매일 털어주마. 이 길로 곧장 학교로 가. 중간에 다른 데로 새지 말고.” 작가로 장성한 ‘아들’은 회고한다. “어머니는 새벽처럼 일어나 기도하듯 이슬을 털어놓곤 했다. 그 길을 걸어 내가 여기까지 왔다. 돌아보면 어머니는 내가 지나온 길 고비고비마다 이슬털이를 해주신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55)이 삶의 도막도막을 모아 내놓은 소설집 ‘소년이 별을 주울 때’(웅진문학임프린트 펴냄)는 자전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은비령’ ‘은어’로 상징되는 고향, 강원도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과 잇닿아 있다. 작가가 가슴 한편에 쌓아 뒀다가 풀어낸 92편의 아름다운 글들이다. 열세 살 어느 날 저녁, 무려 ‘10원’이나 하던 라면을 어머니를 졸라 국수 한 묶음과 섞어 끓여 먹으며 구불구불한 면발에 경이와 탄성을 지르던 추억, 산복숭아 꽃그늘 짙은 봄날 이마를 비추던 푸른 햇빛과 바람 타고 물속에 녹아든 꽃향기를 따라 올라온 은어를 잡던 기억, 여름방학 토끼 당번 짝궁이던 순아가 건네준 풋풋한 자두의 추억 등이다. 소설은 ‘산골 소년’ ‘꽃마음’ ‘아침노을’ ‘희망등’의 네 갈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소설과 산문·시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들로 살아간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삶에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시원한 고향 우물가에서 막 건져올린 치유와 성찰의 물 한 모금을 마시는 것과 같다. 1988년 등단 뒤 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휩쓸었는데도 마음은 무척 야위었던가 보다. 강원 사북 출신인 이순원은 열일곱에 대관령을 처음 넘어 타지 생활을 이어왔다. 소설집은 장편소설 ‘워낭’(2010) 이후 3년여 만의 신작이다. 삶을 잔잔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순원만의 독특한 시선이 정겹다. 화가 박요한이 20여점의 그림을 보탰다. 작가는 “코고무신의 단발머리 소녀들과 검정고무신의 소년들이 쉰을 넘겨 살아온 시간의 기록들”이라며 “1993년부터 20년간 홀로 차곡차곡 쟁여 놨기에 집필기간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러 글을 따뜻하게 쓰려 하진 않았다. 대동제와 촌장이 있던 산골 마을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나무를 하며 살았던 삶이 그대로 배어 있을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짧은 자전적 이야기들을 ‘한 모금 소설’이라고 불렀다. 최근 콩트 형식의 소설집 출간 붐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예전 국내의 콩트는 기업 홍보실이 사보에 싣기 위해 청탁한 에세이들이 주류였다. 돼지꼬리처럼 비틀고 재미있게만 써 성격 자체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덕분에 한 편당 3쪽 안팎인 이순원의 글들은 순수 ‘엽편(葉篇)소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작가는 올여름 출간을 목표로 장편소설도 준비 중이다. 서른일곱 살의 영화 감독이 강원 주문진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여주인공과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그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사랑 이야기를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열린세상] 세계적인 의료인, 김용과 이종욱/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세계적인 의료인, 김용과 이종욱/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은행과 서울대의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가을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서울대 방문 이후 맺어진 이번 협약은 세계은행이 주관하는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와 복지 향상을 위한 활동에 서울대가 보건·의료·농업, 공공정책 분야에 시범사업을 벌이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1946년 창립된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의 원조와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금융기관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3대 국제경제기구 중 하나로 꼽히는 세계은행은 지난해 188개 회원국과 1만 2000여명의 직원들이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의 빈곤 퇴치와 경제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세계은행 사상 첫 아시안계 총재로 한국인 김용 다트머스 대학교 총장을 임명했다. 60년 넘게 백인 수장이 이끌어 오던 세계은행 총재로 그를 임명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외로 받아들였다. 백인도, 경제 전문가도 아닌 아시안계 의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후 평범한 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저개발 국가의 보건의료 향상에 헌신하기 위해 예방의학 분야를 선택했다. 수백만명이 결핵이나 말라리아 등의 질병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 이런 인류애의 실천을 경험삼아 베풂과 나눔의 철학을 가진 리더십으로 세계은행의 기존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 총재보다 먼저 인간가치의 존중을 몸소 실천한 세계적인 한국인이 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었던 고(故) 이종욱 박사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한국에서의 편안한 삶을 마다하고 저개발 국가의 질병 예방 및 퇴치를 위한 가시밭길을 걸어갔던 분이다. 이 박사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유엔산하기구의 수장이 됐다. WHO 예방백신사업국장과 세계아동백신운동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전 세계 소아마비 퇴치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기에 ‘백신의 황제’로 불리며 인류애를 몸소 실천했다. 특히 WHO 사무총장으로서 전 세계 위생·보건환경 개선에 크게 공헌했을 뿐 아니라 조직 개혁에도 이바지함으로써 역대 사무총장 중 가장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속에서 당당한 한국인으로 우뚝 선 두 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먼저 인간가치에 대한 존중과 무한한 인간애다. 그 시작은 자신의 지식과 능력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자기 성찰에서부터 출발한다. 김 총재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내가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늘 생각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어진 개개인의 능력들이 인류애에 접목되어 새로운 미래창조가치로 재창출된 것이다. 평범한 의사로서의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가치인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일생을 바친 것이다. 두 번째는 헌신과 희생의 정신이다. 공익을 실천하며 살겠다는 큰 비전을 세웠다 할지라도 실제 몸으로 뛰면서 봉사와 희생을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공익에 헌신하기 위해 내려놓아야 할 안락함이 더욱 크기에 스스로의 결단과 열정 없이는 그 가치가 실현될 수 없다. 이 총장은 2006년 집무 도중 과로로 순직했지만, 그분이 평생을 노력하며 이루고자 했던 저개발 국가의 질병예방이라는 숭고한 가치는 현재 여러 곳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의대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에서는 이 박사의 선구자적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헌신과 희생에 기반한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이런 분들을 통해서 본받아야 될 점은 무엇일까?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답게 사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개발하고 더불어 사는 밝은 세상을 위해 결단하고 헌신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보다 많은 한국 의사들이 넓은 세계무대에서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활약을 기대한다.
  • [데스크 시각] 청계천에 비친 박원순 시장/이동구 메트로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청계천에 비친 박원순 시장/이동구 메트로부 부장급

    출근 길, 청계천을 자주 이용한다.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서 천변으로 내려가 청계천 광화문 시작점까지 천천히 걷기를 즐긴다. 30분 남짓이지만 하루 일과를 비롯한 온갖 기억들을 들춰내 볼 수 있어 절로 ‘행복감’에 젖는다.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는 청계천을 걸으면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오늘은 궂은 날씨로 청계천 위 보도를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비 오는 날의 청계천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자연이 들춰낸 기억들도 긍정적일 수밖에…. 문득, 어떻게 그 거대하고 복잡했던 고가도로를 뜯어내고 청계천을 복원하려고 마음 먹었을까? 새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출입기자로 만난 역대 서울시장들의 업적이 떠올랐다. 기자로서 처음 만난 서울시장은 고건 시장이다. 그의 두번째 재임 후반기인 2001~2002년의 기억이다. 대(大)행정가로 알려진 만큼 업무 스타일도 깔끔하게 느껴졌다. 전자수의계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 등을 도입해 서울시 투명행정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월드컵공원 등 녹색서울 가꾸기로 일궈낸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의 하늘정원 조성사업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두번째는 이명박 시장. 2002년 7월부터 2006년 임기를 마치기 몇 개월 전까지 지켜봤다. 역동적이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업가 출신답게 행정에 경영 마인드를 접목시키고 굵직한 사업들을 잘 추진했다.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체계의 개선은 서울시민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청계천 복원은 서울광장 등과 함께 어우러져 당시 심화되고 있었던 도심 공동화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와 정치적인 시각에 따라 평가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고 시장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각종 정책 추진에 위원회를 많이 이용해 ‘위원회 시장’이란 비판도 있었다. 이 시장은 시정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불도저 시장, 삽질 위주의 정책을 펼친다는 비아냥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최근에 세번째로 만난 현재의 박원순 시장은 어떤 업적을 남긴 시장으로 평가될까. 현재까진 전임 시장들과 달리 소통과 내실을 중시하는 정책에 관심을 쏟는다는 평이 우세하다. 부채 줄이기, 시민청 개설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보도 10계명, 푸른도시 선언,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 마을 공동체 육성 등 선언적인 정책들 일색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전임 오세훈 시장이 채우지 못한 2년 조금 더 남은 잔여 임기를 떠맡았다는 점도 고려됐으리라 짐작된다. 최근 김명수 서울시의회의장은 “깊은 성찰 없는 반짝 아이디어식 정책으로는 시민은 물론 직원들의 공감도 얻어내기 어렵다”면서 “SNS 위주의 시정홍보 및 소통방식에서 빨리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지금처럼 되는 것도, 하는 것도 없는 즉흥적인 시정으로 비쳐지면 곤란하다는 뜻이다. 박 시장의 임기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아 있다. 차기 선거에도 출마할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일하는 시장, 시민을 위해 업적을 남긴 시장으로 각인되길 바란다. 전임 시장들처럼 서울시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서울시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느새 도착한 청계천의 시작점 부근에는 시 청사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빨라져 있었다. yidonggu@seoul.co.kr
  • [서울광장] 여의도 안철수는 달라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여의도 안철수는 달라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이제 여의도의 안철수다. 정치권 안팎을 오가며 정치인 아닌 정치인 행보를 이어온 안철수가 국회의원이 돼 현실정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안철수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서 새 정치를 싹 틔워 전역에 우거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새 정치’다. 안철수식 새 정치가 무성하게 가지를 뻗어 숲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그동안 보여준 새 정치라는 이름의 ‘헌 정치’는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안철수는 자신의 존재 이유인 새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지난 대선 과정의 일들을 아프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구호로서의 새 정치, 제스처로서의 새 정치가 적지 않았다. 하나하나 복기하며 반성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 상대방이 엄연히 존재하는 단일화 협상을 벌이다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느닷없이 후보직을 사퇴하며 정치판을 조롱거리로 만든 무책임이 새 정치인가. 하지만 그것도 원모심려의 정치행위라고 치자. 그런데 대선 당일 투표만 마치고 독재자 망명하듯 부랴부랴 미국으로 가버린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스스로를 ‘상식파’로 규정하는 이가 취할 행동이 아니었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면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면 될 일이다. 정치지도자는 일거수일투족이 진중해야 한다.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기쁨이든 슬픔이든 함께하리라고 믿었던 ‘48% 국민’, 아니 그 나머지 국민도 한 편의 허무극을 보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진실은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새 정치도 마찬가지다. 남이야 뭐라고 하든 내 일만 보겠다는 오불관언식 이기적 행태가 새 정치일 수는 없다. 낡은 제도를 혁파하는 것만이 새 정치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전제되지 않는 새 정치는 공허하다.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야말로 새 정치의 본령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국민의 가슴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역대 대선 후보들이 그랬듯이 안철수도 좀 더 고난의 세월을 견디며 국민의 부름을 기다리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안철수는 두 달 남짓 짧디짧은 ‘숙고의 기간’을 보낸 뒤 명분은 약하지만 만만한 지역구를 골라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그 와중에 ‘안(安)하무인’이라는 험한 말도 들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새 정치의 대의가 아무리 고귀한 것이라 해도 그 실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박수를 받기 어렵다. 정치상의 권도(權道)는 새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 힘이 정의가 되는 세상을 바꾸자는 게 새 정치 아닌가. 아무튼 국민은 안철수의 정치복귀 시기와 방식에 선뜻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에게 다시 한번 새 정치의 멍석을 깔아줬다.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된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안철수는 이제 문제가 아니라 답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이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는 새 정치인지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식상할 대로 식상한 모호한 화법부터 바꿔라. 국민은 더 이상 레토릭 정치에 끌리지 않는다. 윌리엄 깁슨을 인용하고 조동화의 시구를 읊조리기 전에 조병화 시인의 ‘공존의 이유’ 한 대목을 먼저 가슴에 새겼어야 했다.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정치인에게 언어는 생명이다. 당장 초미의 관심사인 안철수 신당 문제부터 분명한 어조로 쉽게 말해야 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확인했듯 민주통합당 체질에 좀처럼 녹아들지 못하는 안철수다. 무소속의 한계는 스스로 절감했을 터이니, 그렇다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제3의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사색의 정원에서 한가로이 노닐 때가 아니다. 결국 안철수 대 안철수의 싸움이다. 우유부단하다는 세간의 평이 무색하게 자신의 피에 결단의 DNA가 흐르고 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줬으면 좋겠다. 위대한 ‘고등사기꾼’ 백남준은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꿔놓았다. 영리한 ‘성’(聖) 안철수는 과연 새 정치로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jmkim@seoul.co.kr
  • “동북아협력구상은 한·중·일·러 정치갈등 줄이기 위한 첫걸음”

    “동북아협력구상은 한·중·일·러 정치갈등 줄이기 위한 첫걸음”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다음 달 미국 방문때, 미국을 포함해 동북아 국가들과 비정치적 분야부터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제안하겠다고 처음으로 밝혀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한·중·일·러 등 아시아 역내 국가 간에 경제적 상호 의존도는 높아지는 반면, 정치·안보 면에서는 불신과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갈수록 우경화 노선을 달리고 있는 일본과 고착화되고 있는 개성공단 사태의 해법으로는 신뢰를 기반한 원칙론을 제시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전문성을 중시해 사실상 공무원의 보직을 자주 교체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원자력협정을 연기한 배경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꼬여만 가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 “협력적 관계이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가해자인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상처가 덧나게 되면 미래 지향적으로 가기 어려우니 (일본이) 그 부분에 대해 지혜롭고 신중하게 해 나가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세대의 아픔과 걸림돌이 후세에 이어지지 않도록 기성 세대가 정리하고 끊고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바른 역사적 성찰을 바탕으로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기 바란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남북한 신뢰가능한 관계의 시금석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조속한 해결을 바라지만 과거처럼 무원칙한 퍼주기나 적당한 타협을 통한 해결은 새 정부에선 결코 있을 수 없다”면서 “자칫 잘못된 대처로 큰 위기를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제민주화 논란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위한 창조경제는 같이 가야 한다”면서 “특정 상대를 정해 놓고 견제와 제재를 가하는 게 경제민주화가 아니며 각 경제주체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힘들게 선정했기 때문에 자주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정무직은 바뀔 수 있으나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는 순환 보직이 아닌, 자리를 지키도록 하는 그런 투트랙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인사에 대해서는 “산은금융지주는 정부가 임명하고 정부가 인사를 잘할 책임도 있다”면서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국제금융, 거시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고 정책금융에 대해서도 잘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새 정부가 꼭 해내야 할 일 중 하나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2015년까지 정부부터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에 대해서는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서 “ 근본적인 노력으로는 학벌과 관계없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능력 여부를 재는 직무능력표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60대 할머니들이 유치원에 가는 까닭

    [김병일 사람과 향기] 60대 할머니들이 유치원에 가는 까닭

    이 봄 다투어 피고 지는 꽃들의 분주함 못지않게 전국은 유치원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선발 열기로 뜨겁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한국국학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늘어나 4월 한 달 내내 권역별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2009년 대구·경북에서 30명을 선발해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해에 전국적으로 600명 선발에 1300여명이 지원해 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올해는 720명 선발에 2600여명이 지원해 4대1 가까이에 이르는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일주일에 평균 3일간 3곳의 유치원에 가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월 40만~50만원의 실비 수준 보수가 주어지는 이 일에 왜 전국의 할머니들이 몰릴까?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활동복으로 한복을 10여 벌 자비로 구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활동하던 유치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하고서도 적지 않은 교통비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치원으로 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이 60대 할머니들을 이처럼 빠져들게 할까? 아이들과의 만남이 그들에게 삶의 새로운 의미를 주기 때문이다. 여자로 태어나 남자 형제들 그늘에서 어렵게 자랐고, 결혼해서는 시부모 모시고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 교육에 오롯이 자신을 바쳐온 것이 우리 60대 할머니 대부분의 삶이다. 그러다 노년에 이르자 삶에 의미를 부여했던 자식들은 떨어져 나가고 여행이나 친구들과의 수다도 메워주지 못하는 허전함과 상실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럴 때 경험하게 된 유치원 아이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원천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면 매번 달려 나와 반기고 정성 들여 준비해간 이야기를 넋을 놓고 들어주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귀엽고 천진난만한 눈동자가 아른거리고 자신을 진정으로 반기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꿈만 같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어느덧 일상이 즐겁고 그런 만큼 더 젊어지고 아름다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할머니들의 이런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적지 않다. 우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일 많고 삶의 부담도 많은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노년에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아이들과의 만남이 가져다준 삶의 의미에서 정신적 가치를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는 할머니들의 변화는 모든 것을 돈과 물질 위주로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풍조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누구를 대하든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음도 알려준다. 5~7세의 유치원 아이들은 부담을 주지 않고 진심으로 가르쳐주는 할머니를 좋아하고 따른다. 그 결과 아이들은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 옛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한다.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도 인성교육이 저절로 되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이처럼 경제적으로나 신분적으로 안정적이라 할 수 없는 일 속에서 사랑의 마음 하나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켜 소기의 인성교육 효과를 만들어 낸다. 신분 보장이 곧 큰 성취를 담보해 주는 조건은 아닌 것이다. 공직자나 교사 등 이른바 정규직으로 있는 이들이 차분히 돌이켜볼 만한 일이다. 할머니와 아이들 모두를 변화시키고 미래세대의 인성교육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이 일의 외연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참여하는 할머니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0명에 이르지만 아직 전국 유치원의 20%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대상 연령층도 점차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조기 인성교육’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가능하다면 할아버지들에게도 사랑방 글공부를 통한 인성교육 등 여성과 다른 장점과 경륜을 활용한 사회적 기여의 길을 찾아 주어야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의 성공 사례 속에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데 필요한 성찰의 실마리들이 듬뿍 들어 있다.
  • [日의원 야스쿠니 집단 참배] 아베 ‘분란행보’에 동북아 3각외교 올스톱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행보가 동북아시아의 역내 대화를 마비시키고 있다. 특히 북핵 도발 등 한반도 위기 고조로 안보 질서가 교란되는 상황에서 아베 정권의 우경화 움직임까지 겹치며 역내 주요 축인 한·일, 중·일 대화가 장기간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1일 일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각료 3명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23일 국회의원 168명이 집단 참배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곳이자 전쟁을 미화하는 시설”이라며 “신사 참배가 관련 국가와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는지 (일본 고위층 인사들은)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대변인은 식민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전날 발언과 관련, “역사 문제는 분명하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으로, 그것이 혼동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은 “새 정부 출범 후 총리와 부총리, 외상, 관방장관의 야스쿠니 참배만 아니라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며 “일본이 우리 측의 성의를 정면으로 무시한 만큼 국민 정서를 거스르며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 간 고위급 셔틀 교류는 속속 파행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 계획이 백지화됐고, 당장 5월로 조율됐던 한·중·일 정상회담은 중·일 간 영토 분쟁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3국 정상회담이 무기한 지연될 수도 있다. 윤 장관은 이날 한·일경제인회의 참석차 방한한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등 일본 기업인 8명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관계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특수한 역사성이 있다”면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루야 게이지 일본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 담당상이 이달 말로 예정된 방한 일정을 취소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 등 일·중 우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의 면담을 거절하면서 방중도 불발됐다. 일본의 우경화 수위도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오는 26일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해양기본계획 최종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이고, 아베 총리가 예고한 대로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도 수정하는 역사인식 퇴행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평화헌법 개정을 시도하며 노골적인 군국주의 부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대외관계 변화를 주시하며 대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7월 일 방위성의 독도 영토화 내용이 담길 국방백서 발표, 8월 광복절,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0월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 등 역사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일정이 첩첩이 쌓여 있어 관계 회복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일관계의 상호 배려가 사라지고, 안보·경제 교류의 분리 대응 기조마저 훼손돼 안정적인 한·일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블록버스터 영화 보듯… ‘장르소설’ 새장을 열다

    블록버스터 영화 보듯… ‘장르소설’ 새장을 열다

    “개인적으로 ‘장르소설’이 현대문학의 수준까지 오르는 데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딱히 제 소설을 ‘장르소설’이라 부르기는 뭣하지만 말이지요.” 수더분한 인상에 얇은 금속 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맑은 눈빛. 어김없는 학자의 풍모를 지녔다. 대화도 어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인 외아들이 두 권 가운데 첫 권만 읽었는데도 재미있다고 하더라”며 사람 좋은 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2007년 장편소설 ‘슬롯’으로 제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신경진(44)의 이야기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마주한 작가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두 번째 장편소설 ‘테이블 위의 고양이’ 이후 4년여 만에 ‘중화의 꽃’(문이당 펴냄) 1, 2권을 어렵사리 출간한 때문이다. 평론가들은 “한국 문단에서 시도되지 않던 새로운 장르소설의 미덕을 갖춘 작품”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신경진의 소설이 문학적 예술성과 함께 판타지, 공상과학(SF), 추리를 혼합한 복잡한 서사를 긴박감 넘치게 추구한다는 것이다. 소설은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초능력자 부대가 전설로 내려오는 ‘중화의 꽃’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인다는 줄거리다. 초능력자들은 거리를 두고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염력과 미래를 보는 예지력, 그리고 강화된 육체를 갖고 있다. 남자 주인공인 한국 정보기관의 차지수는 중국 종교단체의 ‘초인적’ 존재인 위제, 일본 극우집단 요이치와의 삼각 구도 속에서 모험을 이어 간다. 주인공 ‘지수’는 작가의 외아들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중화의 꽃’은 소설에서 다의적 의미를 갖는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밀교의 이름이자 가장 강력한 예지력을 지닌 여주인공 ‘영원’을 이른다. ‘영원’은 핵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패가 된다. 한·중·일 초능력자들이 앞다퉈 ‘영원’을 차지하려는 이유다. 작가는 이들의 경쟁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미묘한 공존과 견제 상황까지 설명하려 한다. 소설의 배경은 우연찮게도 요즘 한반도 정세와 맞아떨어진다. 북한이 3차 핵실험에 나서고 중국은 중화 패권주의 야욕을 드러낸다. 제국주의적 성향을 버리지 못한 일본 극우파의 활동도 대담해진다. 작가는 “책을 집필하던 시점은 1년 6개월여 전으로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를 소설에 녹여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헝가리어를 전공한 작가는 5년간 캐나다에서 영문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뒤 귀국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 집필에 들어갔다. 카지노게임을 소재로 한 ‘슬롯’은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당시 경험에서 비롯됐다. 섬세한 문장력은 어문학을 전공한 덕분이라고 했다. 무협지의 빠른 장면 전환과 도드라진 캐릭터, 음모론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 속도감 있게 읽힌다. 최근 충북 청원군 오창면에 정착한 작가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중성과 인간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을 성찰하려 했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대각개교절·석가탄신일 앞두고 원불교·조계종 수장 ‘공존·상생’을 말하다

    대각개교절·석가탄신일 앞두고 원불교·조계종 수장 ‘공존·상생’을 말하다

    오는 28일은 원불교 교조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고 원불교를 창교한 대각개교절이다. 그런가 하면 다음 달 17일은 불교계 최고의 축일인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원불교와 불교 조계종의 최고 행정수반인 남궁성 교정원장과 자승 총무원장이 대각개교절과 부처님오신날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나란히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두 수장의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다.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강자는 약자 돕고, 약자는 강자 배워야” “이 세상엔 항상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기 마련입니다. 둘이 대립하면 세상이 불행에 빠지는 만큼 강자는 약자를 이끌어주고, 약자는 강자에게서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지요” 지난 15일 전북 익산시 총부에서 기자들을 반갑게 맞은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우선 소태산 대종사의 초기법문 ‘강자약자 진화상요법’(强者弱者 進化上要法)을 소개한 뒤 “결코 갈등을 억압과 투쟁으로 풀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약자는 강자를 투쟁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인정하고 장점을 흡수할 때 진정 강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또 강자는 약자를 앞에서 끌어줘야 그 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이 시대에 원불교 대각개교절의 의미는 뭘까. “우리 모두가 어디에 있든 은혜로운 관계 속에서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게 가장 큰 메시지입니다.” 윈윈과 상생이야말로 대각개교절에서 새길 수 있는 가장 큰 의미란다. 그래서 원불교의 정신을 세상에 더 넓게 펴기 위해 2015년 창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원불교 경전을 세계 10개 국어로 번역 중이라고 한다. “원불교 교단 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무아봉공(無我奉公)의 정신을 살리는 게 장기적으로 원불교를 발전시키는 길이라 믿습니다. 교정원장은 특히 요즘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시류와 시대를 읽되 편승하지 말고, 변화하는 시대가 가져올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고 귀띔했다.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선 “비단 남북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주변국과 공조해 풀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남북 상황이 긴박해도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협상도 어떤 관계도 서로 이롭고 윈윈하는 방향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남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이른바 ‘자리이타’. “세상의 삶 속에서 은혜롭게 살기 위해 상대방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마음을 억지로라도 표현하다 보면 상호 은혜로운 관계로 바뀐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불교 수장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최근 성균관장의 구속 사태는 어떨까. “무엇보다 종단 내부의 화합을 이루지 못한 탓이 큽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언제나 진리 앞에서 긴장하는 마음이 식어선 안 될 터인데 교단 성장에 집착하거나 목표지향적인 종교가 된다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입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유연한 남북관계로 국민 안심시키길” “지금 남북한이 갖고 있는 통일 인식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양쪽 모두 평화를 강조하지만 그 개념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남과 북이 아무리 인식이 다르다 해도 우리 쪽에서는 언제까지나 평화를 공존과 상생의 개념으로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1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에서 기자들과 만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먼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초긴장 상태에 있는 남북관계를 의식, 단호한 어조로 평화론을 폈다. “남의 존재를 서로 이해하는 관계 속에서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감을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장군멍군’식의 치고받기보다는 유연한 입장을 견지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를 관심 있게 보았다”는 자승 스님. 새 정부의 중점과제 중 문화 융성에 특히 주목했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문화 융성을 이루려면 전통문화와 근대문화를 잘 아울러야 할 것입니다.” 특히 새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미래창조과학 중 창조야말로 불교에서 보자면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라며 고정관념을 바꿔 새로운 발상을 일으킬 때 참다운 창조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주제 표어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은 무슨 뜻에서 택한 걸까. “지금 우리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요. 최근 초긴장 상태의 남북관계를 포함해 양극화며 세대·계층 간 갈등 등 뭣 하나 시원한 게 없지요. 누구나 힘들고 살기 힘든 지금 진정한 마음의 행복을 다 함께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일상과는 괴리된 추상적 행복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현실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상태, 그 마음의 행복은 바로 공존과 상생의 화합정신에서 찾아질 수 있단다.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는 오는 23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있을 점등식을 시작으로 열린다. 광화문광장에 불을 밝힐 석가탑등은 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과 함께 해체 수리 중인 석가탑의 원만 복원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 통일신라의 화쟁사상을 상징하기도 하는 석가탑에 불을 밝혀 한반도 평화를 통한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것이다. 그 주변에 놓일 동자·동녀는 바로 국민의 희망과 행복을 뜻한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은 이제 더 이상 불교와 불교 신자만의 뜻깊은 날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으면 합니다. 더불어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성찰하고 이웃과 모든 생명들에 대한 동체대비를 실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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