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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개신교 일반 신자들 대상 화해의 장 ‘일치 아카데미’ 연다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한국신앙직제)가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 3개월간 제2기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아카데미’(일치아카데미)를 마련한다. 일치아카데미는 그리스도인 일치운동과 관련해 일반 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첫 프로젝트다. 신앙의 지적·영적 탐구와 역사적 성찰을 통해 정체성과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리스도인들의 관계 회복과 화해 증진을 위해 올해 처음 열려 기독교계의 관심을 끌어 왔다. 지난 1~4월 총 13강으로 진행된 아카데미에선 천주교, 정교회, 개신교 신자 등 총 48명이 수료했다. 2기 일치아카데미는 그리스도교 역사와 교리, 그리스도인의 윤리·실천과 관련해 총 13강의 입문 강좌로 꾸며질 예정이다. 강사는 천주교회, 정교회, 개신교회 신학자와 수도자로 구성돼 있다. 강좌가 끝나면 그리스도인 일치 현장 탐방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일본 그리스도교의 원점인 나가사키현을 방문해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신앙 유산과 그리스도인 선교 협력·일치의 역사를 보고 느끼게 된다. 아카데미는 내년 1월 28일부터 4월 28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1~7강)과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8~13강)에서 차례로 열린다. 대상은 평신도 천주교인 25명, 개신교인 25명으로 선착순 모집하며 수도자와 목회자도 지원할 수 있다. 신청은 2016년 1월 8일까지. (02)743-4471.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노원, 새해 시작은 성찰

    서울 노원구가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중심으로 천문특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강의 목표는 구민들이 지구를 지키고 소중히 보존하는 일이 인류의 의무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내년 1월 5일부터 4월 19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중계동 서울영어과학교육센터 서울시민천문대 2층 강당에서 총 13회에 걸쳐 진행한다. 단, 수강인원 초과 시 장소는 구청 6층 소강당으로 바뀔 수 있다. 보호자를 동반한 초등학교 4학년 이상 또는 중학생 이상의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수강료는 무료다. 희망자는 서울영어과학교육센터 홈페이지(www.seoulese.or.kr)에서 예약하거나 전화(02-971-6232)로 신청하면 된다. 강사는 천문학자인 이명현 박사다. ‘2009년 세계 천문의 해’ 행사에서 한국 조직위원회 문화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미 구는 지난 1일 직원 및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빅히스토리 코스모스’에 대해 이 박사와 포럼을 진행한 바 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137억년 광활한 우주 공간 속 태양계 안에서 작은 점처럼 ‘창백한 푸른 점’으로 존재하는 지구와 그 속에서 고작 100여년을 사는 인류에 대해 이해하고 성찰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외로움, 피하지 말고 한번 즐겨봐!

    외로움, 피하지 말고 한번 즐겨봐!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김정운 글·그림/21세기북스/344쪽/1만 8000원 정신없이 달려온 올 한 해. 숨가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공백이 생기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이들이 많다. 바쁘게 사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강연자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던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그런 생각은 착각일 뿐이며 바쁠수록 마음은 공허해진다고 말한다. 저자가 돌연 한국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떠난 것은 만 오십 세가 되던 2012년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삶의 속도가 자신을 슬프고 우울하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등 떠밀려 살아온 지난 50년의 삶에 종지부를 찍고 일본행을 감행했다. 오랜 꿈이었던 그림을 그리고자 전문대학에 입학한 뒤 4년간 골방에서 홀로 외로운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주체적인 삶은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 찾아왔다. 일본에서 홀로 밥해 먹고 빨래하며 남는 시간은 오롯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데 투자했다는 그는 외로웠지만 동시에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한국에서 고독은 낯선 단어이고 실패한 인생의 특징이지만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하고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 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문제는 외로움을 피해 생겨난 어설픈 인간관계에서 시작되며 외로움을 감내하는 것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서툴지만 개성 있는 저자의 그림과 사진이 심리학적 분석이 담긴 글과 함께 실려 있어 이해를 돕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문화마당] 고독할 수 있는 용기/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고독할 수 있는 용기/김재원 KBS 아나운서

    모처럼 휴가를 다녀왔다. 가족과 오키나와에서 나흘, 혼자서 라오스에서 나흘을 더 보냈다. 떠나기 전 계획을 들은 동료들은 어떻게 그런 휴가를 보낼 수 있느냐는 말로 부러움을 덧붙였다. 진정한 휴가는 혼자 보내는 것이라는 뜻이리라. 따뜻한 대자연이 선사하는 여유 속에서 가족과 함께한 오키나와는 낙원이었다. 인천공항에서 가족과 작별하고 환승 게이트에서 라오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는 골프 여행을 떠나는 중년 남성들로 가득 찼다. 내가 라오스 여행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고독감이었다. 요즘 우리는 지나친 소통으로 고독의 자유를 빼앗겼다. 어디서도 나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연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도 사회화라는 명분하에 혼자 있을 자유가 없다. 원하지 않는 단체 방에서 부르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사회화는 타인을 의식하고 남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SNS를 멀리하던 나는 급기야 용기를 내 카카오톡 탈퇴를 단행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과도한 소통에 지쳐 있던 나는 지금 만족한다. 라오스 방비엥. 배낭 여행자의 천국. 오십여 나라를 여행한 내게도 꿈의 여행지였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코리아타운이었다. 꽃보다 청춘들의 여행을 보고 우르르 따라나선 한국인들 덕에 방비엥은 이미 몸살을 앓은 뒤였다. 한국어 간판이 가득하고, 허름한 숙소도 와이파이는 필수다. 가게는 한국 식품으로 즐비했고, 칠봉이의 선택을 외치는 식당은 홍대 앞을 방불케 한다. 카약과 튜빙을 알선하는 여행사도 이미 한국인이 점령했다. 일부러 외곽에 있는 현지인 여행사를 찾은 나는 한국인이 쓰는 돈 절반은 한국인이 가져간다는 불평을 들어야 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누나가 되고 싶어 남편들을 꼬셔서 혹은 버리고 떠난다는 크로아티아도 여행객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이란다. 한국인의 동조 성향이 그대로 나타난 예다. 시청자와 방송 프로그램의 소비자 브랜드 관계를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은 동조 성향과 대인관계 지향성이 강하고, 교양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단다. 성향의 차이는 프로그램 선호는 물론 여행지 선택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인의 끓는 냄비 같은 동조 성향은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을 코리아타운으로 만들고 상권을 확장시킨 채 서서히 식어 가고 있다. 방비엥은 지금도 공사 중이다. 그럼에도 나는 고독을 누렸다. 2만원대 방갈로에서 메콩강의 풍광을 즐겼고, 발코니 해먹에 누워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다. 현지인 여행사에서 남들 안 가는 코스를 선택해 카약과 튜빙으로 메콩강을 혼자 누볐다. 온갖 거리 음식과 신선한 과일은 나 홀로 여행의 훌륭한 메뉴였다 그러고 보면 먹거리조차 나만을 위해 선택한 기억이 별로 없다. 혼자 있다 보니 절로 나를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도시의 생각은 순전히 타인을 의식한 것뿐이다.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이 고백한 불안장애도 고독을 수용하는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동조 성향을 따라 분주하게 사는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자아성찰을 위한 고독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다리는 것은 고독감이다. 어느 해직 기자의 남미 여행기 제목처럼 남자도 자유가 필요하다지만 현실은 해직이나 돼야 울며 겨자 먹기로 멀리 떠날 수 있을 뿐이다. 고독할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멀어 버릴 것이다. 참, 나도 혼자 떠나는 여행은 13년 만이다.
  • 알현 어려워진 맹꽁이… 천수답 그리운 가물치… 인간이 자초한 ‘멸종 시대’

    알현 어려워진 맹꽁이… 천수답 그리운 가물치… 인간이 자초한 ‘멸종 시대’

    동물 인문학/박병상 지음/이상북스/396쪽/1만 8000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인간은 너무 잔인하고 철없는 동물일 수 있다. 많은 인구가 도시에 밀집해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경우 그 정도는 특히 심할 것이다. 해안과 갯벌을 메우고, 늪을 메워 아파트를 짓고,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며 생태계를 얼마나 파괴했던가. ‘동물 인문학’은 과거 개발 전의 우리 부모 세대들과 공생했던 동물들을 생태의 관점에서 쓴 책이다. 이 땅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물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그들과 어울려 살았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참담하게 이 땅에서 쫓겨나고 있는지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해안, 갯벌, 논, 과수원, 골프장, 4대 강, 도시 주거지 등 12개 항목으로 나눠 여러 동물의 특성과 인간의 모습을 함께 그려 낸다. 도시에 사는 모기, 바퀴, 파리, 여치, 매미, 귀뚜라미, 맹꽁이와 갯벌이 매립지로 바뀌면서 사라지고 있는 낙지, 백합, 바지락, 꼬막, 4대 강 개발로 생명이 경각에 달린 흰수마자, 누치, 꾸구리, 꺾지, 천수답이 사라지면서 보기 힘들어진 가물치, 거머리 등….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인 환경생태학자가 쓴 책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유심히 바라보지 못한, 그러나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문제들을 생명체의 관점에서 예리하게 파헤친다. 많은 생태학자들은 지금을 ‘제6의 멸종’에 접어든 시대라고 경고한다. 지구를 강타한 지금까지의 대멸종은 화산이나 운석처럼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대멸종은 순전히 사람 때문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생명체에 대한 인문적 성찰을 통해 우리의 삶과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책은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의 복원만이 우리가 이 땅의 모든 생물과 평화롭게 사는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천주교 ‘자비의 희년’ 13일 개막 미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기념해 지정된 ‘자비의 희년’을 맞아 오는 13일 교구별로 개막 미사를 거행한다. 이와 함께 교구별로 ‘자비의 문’과 특별 희년 전대사 순례지를 지정, 순례를 통해 참회와 성찰의 시간을 갖고 기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나설 방침이다. 우선 서울대교구는 이날 낮 12시 명동주교좌성당 서문 앞에서 성년 선포 및 성문을 여는 예식을 거행한다. 서울대교구는 2016년 병인박해 150주년을 겸해 박해 관련 대표 성지인 절두산·새남터·서소문 순교성지 문을 ‘자비의 문’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성문들은 병인박해 포고령의 날인 2016년 2월 23일 연다. 대구대교구는 13일 계산주교좌성당, 광주대교구는 임동주교좌성당과 북동주교좌성당에서 ‘자비의 문’을 개방한다. 한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홈페이지에 자비의 희년 소개 페이지를 개설해 희년 관련 교황 문헌과 교황청 안내서의 한글번역본, 주교회의와 교구 기관들이 펴낸 연구자료, 순례 지정 성당 지도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각 교구와 지역 차원의 상설 고해소도 적극 운영하기로 했다.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기도문을 배포하고 공동으로 봉헌하면서 피정, 묵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희년 관련 행사들도 다채롭게 펼칠 예정이다. 특히 교구별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희년의 날을 지내고 신자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나눔 사업 등을 다양하게 실시한다. ‘자비의 희년’은 지난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특별 희년으로 지난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성문을 여는 미사로 시작됐으며 내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 20일까지 계속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웰다잉과 100세 시대/임창용 논설위원

    며칠 전 집에서 TV로 영화 ‘아무르’를 보았다. 칸영화제 수상작이다. 늙는다는 것과 사랑, 그리고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영화다. 성공한 음악인 노부부 안과 조르주가 주인공이다. 불행은 아내 안에게 치매 증세가 나타나며 갑자기 찾아온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 후유증으로 반신불수가 된 아내. 조르주는 지극정성으로 집에서 아내를 돌보지만, 상태는 계속 악화된다. 그래도 조르주는 병원에 다시 입원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아내를 돌보려 한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헛소리를 하며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아내의 고통을 더이상 보지 못하고 끝내 베개로 눌러 숨지게 한다. 영화는 요즘 화두가 된 ‘웰다잉’(Well-Dying)과 맞물려 미처 생각지 못한 질문을 툭툭 던진다. 갑자기 쓰러져 회복불능 상태에 빠지면 어떻게 할래? 의사 표현조차 할 수 없다면? 중증 치매에 걸려 인격을 완전히 잃어버린다면? 준비는 돼 있는 거야? 웰다잉이 꼭 노인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브리타니 메이나드라는 여성이 존엄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예고한 날짜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통스러운 삶보다 최소한의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한 그녀의 나이는 29살이었다.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오리건, 워싱턴, 버몬트 등 3개 주는 6개월 미만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환자의 존엄사를 합법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소식이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다. 웰다잉을 향한 의미 있는 큰 걸음을 뗀 것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연명의료 중단 대상으로 정했다. 연명의료는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으로 임종기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행위다. 1997년에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환자를 가족의 요청으로 퇴원시켰던 의사가 살인 방조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연명의료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은 3.9%에 불과하다. 연명의료가 그동안 본인의 의지보다는 유교에 바탕을 둔 자식들의 효 사상에 의한 것임을 잘 보여 준다. 우리 사회는 이제 100세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지난해 태어난 여아 100명 중 5명은 100세까지 장수할 것이라고 한다. 장수는 축복이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하면 늘어난 수명은 고난이고 족쇄일 뿐이다. 노화와 건강이 반비례한다는 점에서 웰다잉의 의미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노화를 늦춰 건강을 유지하려 노력하되 웰다잉을 위한 준비도 해야 하지 않을까.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한상균 “조계사 못 나가”…경찰 “검거 방안 검토”

    한상균 “조계사 못 나가”…경찰 “검거 방안 검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당장 조계사에서 나갈 수 없다”고 버티자 경찰이 한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7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대신 발표한 기회회견문을 통해 “노동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000만 노동자의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면서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밝혔다. 특히 한 위원장은 “노동개악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렸다”면서 “저를 구속시켜 노동개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려 광분하고 있는 지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계사를 당장 나갈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노동개악이 중단되면 조계종 화쟁위원회 도법스님과 함께 출두한 것이며, 절대로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노총과 80만 조합원의 명예를 걸고 국민 여러분께 공개적으로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찰과 기도의 부처님 도량을 둘러싼 공권력의 압박으로 신도들 불편이 너무나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청정도량이 될 수 있도록 조계사 안팎 경찰 병력 철수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당장 자진퇴거하지 않겠다는 한 위원장의 입장이 나오자 조계사 경내 강제 진입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한 위원장 검거를 추진하기로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계사 쪽에 공식적으로 영장 집행을 하겠다고 요청하거나 물밑 조율 등 여러 방안이 있다”면서 “조계종과 민주노총 간 논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없으면 경찰의 선택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경찰도 단계를 밟아서 강제 진입 명분을 쌓아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계획을 짜서 대안을 검토하는 건데 예를 들어 5단계를 짜놓았다가 2단계에서 해결되면 강제 집행을 검토 안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트라우마 이후의 삶(맹정현 지음, 책담 펴냄) 트라우마는 각자가 갖고 있는 통념과 믿음이 해체되는 순간에 출현하는 일종의 균열이다. 많은 이들은 크고 작은 트라우마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 저자는 이 균열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트라우마를 입으면 어떤 증상이 발생하는지, 왜 그 고통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트라우마 이후의 삶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란 단순한 생존이나 고통의 해소가 아니라 삶에 최대한의 가능성을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시스템의 결핍을 각인시켜 준 세월호 참사를 계기 삼아 정신분석학적 성찰을 꾀했다. 표지에 가득한 물방울은 책 자체가 갖는 치유와 위로의 성격을 보여 준다. 156쪽. 1만 2000원. 녹색고전 시리즈 1~3(김욱동 지음, 비채 펴냄) “왜 인간이 만든 것을 파괴하면 반달리즘이라고 부르고, 자연이 창조한 것을 파괴하면 진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이는 미국의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에드 베글리 주니어가 남긴 명언이다. 생태문학자인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십수년에 걸친 자신의 활동과 사상을 고전 소개의 형식을 빌려 정리했다. ‘삼국유사’, ‘호질’ 등 한국의 고전 58편과 ‘논어’, ‘도덕경’ 등 생태의 가치를 담은 동양 고전 42편, ‘구약성서’, ‘탈무드’, ‘침묵의 봄’ 등 서양 고전 47편 등을 총망라했다. 단순한 책 소개를 뛰어넘어 생태학과 문학을 아우르는 김 명예교수의 융합적 지식, 지혜, 성찰이 돋보인다. 절대적 위기에 놓인 지구 환경에 대한 실천적 성찰, 자연친화적 삶의 방식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각권 350쪽. 각권 1만 3000원.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조경란 지음, 책세상 펴냄) 공자와 맹자로 상징되는 전통철학에 가려 중국의 현대사상은 상대적으로 부각이 덜 돼 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을 구성하고 있는 봉건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요소들이 치열하게 쟁투를 벌이는 과정을 근현대 중국 지성의 라이벌 구도로 정리했다. 입헌군주제를 주장한 량치차오와 삼민주의를 역설한 공화주의자, 중국의 국부 쑨원을 비교하며 둘의 쟁점과 지향점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마오쩌둥과 실천적 유학자로 그에 맞섰던 량수밍, 정치인이자 외교관으로서 시대의 격랑에 중심을 잡아 준 저우언라이와 자본주의적 방법을 도입한 덩샤오핑 등을 맞세웠다. 전통과 근대, 현대로 넘어가는 중국 사상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92쪽. 1만 8000원.
  • 저성장이 불안해? 소박하면 행복해!

    저성장이 불안해? 소박하면 행복해!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우경임·이경주 지음/글담출판/216쪽/1만 2500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사사키 후미오 지음/김윤경 옮김/비즈니스북스/276쪽/1만 3800원 아침 출근길, 붐비는 버스 안에서 부대끼다가 문득 곁에 나란히 선 승용차 안의 젊은 여인을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본다. 그는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다. 회사 사무실에 도착한 뒤 아침 업무 준비로 인터넷을 하던 중 그만 ‘완소 아이템’을 만나고 말았다. 폭풍 클릭하며 단숨에 결제까지 마쳐 버렸다.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지나가는 이의 어깨에 걸린 명품가방에 절로 눈이 갔다. 그 명품가방의 가격과 다른 물건의 남은 할부금, 카드결제일, 월급날 등의 복잡한 고차원의 함수 관계에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퇴근했지만 좁은 집은 정리되지 않은 온갖 물건들로 엉망이다. 택배 상자가 두어 개 현관 옆에 뒹굴거리고, 꽉 찬 옷장에 채 걸지도 못해 소파 위에 내던져진 옷들로 가득하다. 야심 차게 계획한 다이어트를 위해 구입한 사이클 운동 기계와 덤벨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저성장시대에 욕망과 결핍에서 헤매고 있는, 흔하디흔한 평범한 삶의 모습이다. 불행의 실체를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쓸데없이 많이 가져서 불행, 남들이 가진 것을 갖지 못해서 불행이다.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이러한 시대를 헤쳐가는 해법을 담은 책을 각각 내놓았다. 공통적인 열쇠말은 하나다. 바로 소박하고 불편한 삶이다.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는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가 출퇴근과 살림 등 일상생활에서부터 아이 교육, 내집 마련 등에 이르기까지 삶의 곳곳에서 부닥치는 소비와 빈곤의 악순환에 대한 성찰과 사유가 담겨 있다. 자동차 없이 살며 느낀 생활의 놀라운 변화, 수차례 망설인 끝에 아이 영어학원과 학습지를 끊고 되찾은 가족의 작은 행복 등 남들의 속도에서 한 걸음 벗어나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느린 삶을 선택하는 과정과 결과를 담담히 적었다. 책의 앞부분에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 경제상의 변화를 저성장시대 속 몸으로 겪은 자신의 경험과 교직시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책의 제목처럼 메시지 역시 화끈하다. 저자는 ‘모두 미니멀리스트(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사는 사람)가 되라! 충분히 가능하다는 꿈을 품어라’라고 선동한 뒤 구체적인 지침을 내린다. 버리는 것도 기술이고, 버리고 후회할 것은 하나도 없으며, 싸다고 사지 말고, 공짜라고 받지 말고, 1년간 쓰지 않은 물건은 버리며, 버릴까 말까 망설일 때 버리고, 감사하면서 버리라 등등 50가지가 넘는 실천적 방법을 일러준다. 버릴 수 있는 만큼 버리고 간소하게 삶의 주변을 정리한 결과 시간이 생기고,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며, 절약하고 환경을 생각하게 되면서 늘 현재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음을 말한다. 이들이 각자의 방식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소비하지 않는 삶’을 따라가다 보면 공통적으로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행복은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누군가와 비교하며 느끼는 우월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내가 조금만 불편하면 지구가 그만큼 편안해지고, 후대가 그만큼 편안해진다. 법정 스님이 설파하고 실천한 ‘무소유의 삶’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한 삶이 아니라 누구든 자신의 삶의 작은 부분에서도 기꺼이 실천할 수 있는 삶임을 깨닫게 해 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응답하는 사회학(정수복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명분 아래 전공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각종 수치와 이론으로 가득한 논문을 쓰는 사회학을 거부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사회·시대와 소통하며 인문학, 문학, 예술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사회학을 주창하고 있다. 510쪽. 2만 3000원. 거룩한 술꾼의 전설(요제프 로트 지음, 파블로 아울라델 그림, 김재혁 옮김, 책세상 펴냄) 삶의 힘겨움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아 길을 헤매는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담은 단편소설이다. 요제프 로트는 오스트리아가 낳은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실제 열렬한 애주가로 유명하다. 100쪽. 1만 1800원.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정지우 지음, 우연의바다 펴냄) 여행에 대한 사유를 담은 인문학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서,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겪고 느끼는 여행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대답, 성찰을 담고 있다. 248쪽. 1만 4500원. 모두가 행복할 권리 인권(바바라 피크자·도라 씨스니 글, 티보르 카르파티 그림, 권양희 옮김, 봄볕 펴냄) 세계장애인권리협약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며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의 내용을 돌아본다. 80쪽. 1만 2000원. 지붕 밑의 세계사(이영숙 지음, 창비 펴냄) ‘식탁 위의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에 이어 의식주 세계사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 서재, 다락방, 욕실, 발코니 등 집 안 여러 공간이 품고 있는 세계사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16쪽. 1만 1000원.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캐런 폭스리 지음, 정회성 옮김, 비룡소 펴냄)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현대를 배경으로 가슴 저미는 독창적인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지난해 영미권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92쪽. 1만 3000원. 아무래도 수상해(함기석 지음, 토끼도둑 그림, 문학동네 펴냄) 수학 교사 경력을 토대로 쓴 첫 동시집 ‘숫자 벌레’ 이후 4년 만에 나온 시인의 신작 동시집.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맛, 가장 긍정적이고 근원적인 속 깊은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다. 120쪽. 1만 500원.
  • 얼굴덮은 ‘빨간 반점’ 당당히 공개한 여성의 사연

    얼굴덮은 ‘빨간 반점’ 당당히 공개한 여성의 사연

    한쪽 얼굴을 덮은 빨간 반점을 화장으로 감추고 살던 한 영국 여성이 SNS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 등 외신은 남들과 다소 다른 자신의 겉모습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렉시 하포드(23)의 사연을 보도했다. 영국 스태퍼드셔 카운티에 살면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하포드는 9살이 돼서야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후 그녀는 10대 시절 내내 오른쪽 얼굴의 빨간 모반(birthmark)을 화장으로 꼼꼼히 가리고 살았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해 좀 더 성숙해진 이후로는 자신의 원래 모습에 당당해지기로 결심했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얼굴을 감추지 않은 채 살아왔다는 것. 그랬던 그녀는 최근 이미지 공유 SNS사이트인 이미저(Imgur)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온라인상에서도 드러내고, 이러한 반점을 가지고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최대한 널리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나처럼 반점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숨기고 살아간다”며 "이 때문에 이들이 어떠한 삶을 사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 “때로는 내가 폭력적인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면서도 "이제는 반점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에 드는 편”이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그녀가 올린 사진과 글은 네티즌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의도대로 반점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성찰을 불러 일으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댓글을 달아 “학교에 다닐 때 당신 같은 학생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를 괴롭히곤 했다”며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그녀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고 고백했다. 이 글이 화제가 되면서 하포드는 주요 언론들의 관심도 받고 있다. 최근 진행한 ABC와의 인터뷰에서 하포드는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 대해 “늘 반점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싶었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모습을 좀 더 편히 드러내고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저/렉시 포드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정주영 탄생 100주년] ‘세기의 리더십 배우자’ 사진전·심포지엄 등 행사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과 울산 등지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아산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아산(峨山) 정주영 탄신 100주년 기념 사진전’과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날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리는 사진전에는 1915년 강원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에서 태어난 정 명예회장의 생애와 인간적 면모가 담긴 사진 90여점이 6개의 전시존으로 구분돼 전시됐다. 정 명예회장이 1950년 현대건설을 출범시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모습부터 1998년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방북하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이날 오후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업적과 성취를 연구한 4권짜리 ‘아산 연구총서’ 발간을 발표하고 경영·인문학 분야 20명의 교수진이 ‘아산, 그 새로운 울림:미래를 위한 성찰’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축사를 했으며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정진홍 아산리더십연구원 원장의 진행으로 ‘얼과 꿈’, ‘사랑과 삶’, ‘살림과 일’, ‘나라와 훗날’ 등 4개 주제별로 토론이 이뤄졌다. 24일에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메인 행사인 ‘아산 정주영 탄신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이번 기념식에는 정·관·재계 및 언론계, 학계, 사회단체를 비롯해 범(汎)현대가 오너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부터 아산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형제, 친인척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울산 현대예술관에서는 25일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 KBS교향악단 초청연주회’를 열고, 울산박물관은 25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정 명예회장의 생전 활동상을 담은 ‘불굴의 의지와 도전’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울산박물관 1전시실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출생과 성장, 도전, 소떼 몰이 방북 등 활동상을, 2전시실에서는 현대자동차 설립과 포니 탄생 비화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20일 울산대에서는 ‘아산 탄생 100주년 기념 공동 강연회’가 열렸다. 이와 함께 울산대 아산리더십연구원은 정 명예회장과 관련된 특강과 심포지엄, 논문 발표대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문화마당] 혼자 할까, 같이 할까/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혼자 할까, 같이 할까/김재원 KBS 아나운서

    내가 좋아하는 화가는 모지스 할머니다. 미국 버지니아 근교에서 작은 농장을 꾸리며 10남매를 키워 낸 할머니는 76세 때 첫 작품을 그렸다. 동네가게에서 팔다가 우연히 수집가의 눈에 들어 80세가 넘어 뉴욕에서 전시회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101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붓을 잡았던 할머니는 1500여점을 세상에 남겼단다. 원래 자수를 즐기다가 관절염이 심해지면서 그림을 시작했다는 할머니는 혼자 그리는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할머니의 작품 ‘바느질 모임’은 90세 때 그린 작품으로 생동감과 다정함이 넘친다. 마흔 명 가까운 사람들이 그림 속에서 분주하다. 한쪽에서는 퀼트를 하고 한쪽에서는 대형식탁에 음식을 준비한다. 창밖으로 신록의 정원이 보이는 큰 거실에서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아마도 모지스 할머니는 바느질을 혼자서만 하지 않고, 가끔 이런 모임에 나가셨던 모양이다. 뉴질랜드 웰링턴의 주말 저녁,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소리 없는 묵독클럽이다. 독후감도, 독서토론도 없다. 사람을 사귀려고도 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작은 수첩에 인상적인 문장을 메모한다. 연필과 수첩을 들고 책에 집중하며 뇌 기능을 회복하려는 것이 묵독클럽의 목표다. 책을 읽은 그들은 눈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집으로 돌아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기가 읽은 책을 확인 차원에서 올려놓는다. 모임 장소에 못 나간 회원은 자기가 있는 곳에서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인증을 올린다. 우리나라에는 통독클럽이 있다. 약속된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같은 책을 꺼낸다. 누군가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눈으로 따라 읽는다. 그 사람이 지쳤다 싶으면 다음 사람이 받아서 소리 내어 읽는다. 번갈아 빠른 속도로 읽다 보면 얇은 책은 두어 시간이면 다 읽는다. 가벼운 토론을 하고 헤어진다. 1년 넘게 계속하다 보니 속도도 빨라졌고, 말솜씨도 늘었단다. 읽어서 내면에 지식을 쌓고, 말로 표현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독서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권이라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으련다. 1년에 성인 한 사람이 책을 몇 권 읽는지도 여기서는 필요 없다. 그 수치마저도 책을 무지 많이 읽는 사람들이 평균을 올린 것뿐이다. 노벨문학상 발표 때도 우리는 작가 탓이나 하지 좋은 작가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지 못한 독자 탓은 잘 하지 않는다. TV는 손안에 놓고 보는 시대가 됐고, 라디오는 차에서만 듣고, 신문은 인터넷으로만 본다. 그래도 책만큼은 아직 종이가 대세다. 어쩌면 독서는 혼자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행위가 아닐까. 책은 바느질처럼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저자의 생각의 틀에 맞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나는 혼자 읽는 것이 좋다. 그 책을 쓴 작가도 혼자 썼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혼자 하는 것이 좋은 사람들은 혼자 하고, 같이 하는 것이 좋은 사람들은 같이 한들 어떠랴. 아무래도 요즘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책을 많이 읽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라를 흔들 만한 위대한 결정을 이렇게 팡팡 터뜨릴 수 없다. 역사 속에서 큰 교훈을 줬던 사건들을 복습까지 하는 걸 보면 책을 많이 읽었음에 틀림없다. 심지어 혼자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읽나 보다. 저렇게 생각도 행동도 일치하니 말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육십 넘은 할머니 가운데 아직 재능을 찾지 못한 분이 있다면 얼른 용기를 내시길 바란다.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어르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스포츠 돋보기] 오리온·전자랜드의 가볍지 않은 반성…사과에도 격이 있다

    요즘 농구 코트를 찾으면 하프타임에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선수들이 고개를 깊이 숙이는 장면을 보게 된다. 출전 정지 징계가 풀려 다음 경기에 복귀하는 홈 팀 선수가 미리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로 시작하는 사과문을 관중 앞에서 낭독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지난 15일 오리온-KCC 경기가 펼쳐진 경기 고양체육관에서는 조금 색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20경기째 출전 정지 징계가 풀려 이날 복귀전을 치른 장재석이 경기 전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같은 차림의 선수단 전원이 옆에서 나란히 머리를 조아렸다. 불법 스포츠 베팅에 연루돼 프로농구연맹(KBL)으로부터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받았던 현역 선수는 모두 12명. KBL 등록 후에도 불법 베팅을 했던 3명은 제명돼 코트를 떠났고 대학 시절 잘못을 저지른 9명은 출전 정지와 사회봉사활동 이수 처분을 받았다. 앞서 복귀전을 치른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장재석은 선수단 전원과 함께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선수단에는 장재석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성찰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 걸음 나아가 장재석은 앞으로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때마다 20만원씩 모아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쓰겠다고 발표해 더 적극적인 메시지를 농구계에 전하려고 애썼다. 전자랜드도 20경기 출전 정지가 풀린 함준후를 지난 12일부터 경기에 내보낼 수 있었지만 내보내지 않고 16일 인천 부평구노인복지관에서 선수단 전원,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요원들과 함께 사회봉사활동을 하게 한 뒤 출전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른 구단들이 곧바로 출전시킨 것과 한참 다르다. 구단은 불법 스포츠 베팅이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어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구단 전체가 되새기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특정 선수의 잘못을 뛰어넘어 공동의 책임의식을 절감하고 새기게 하겠다는 뜻은 오리온과 같았다. 전자랜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는 이날 4시간 동안 기초생활 수급 노인 등 300인분의 점심을 준비하고 배식과 설거지는 물론 복지관 시설 청소에 매달렸다. 그저 으레 사과 한 차례 꾸벅 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경기에 뛰게 하지 않고 뭔가 하나라도 스스로에게나 팬에게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아 전하려는 두 구단의 마음가짐이 돋보인다. 그래서 사과에도 격(格)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동정] 표창원소장, 류주한교수, 김영일센터장, 최세균원장, 가수 윤종신

    [동정] 표창원소장, 류주한교수, 김영일센터장, 최세균원장, 가수 윤종신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전 경찰대학교 교수)이 오는 20일 오후 4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총장 이은우)가 개최하는 전문가 초청 강연 ‘UST 아카데미 마스터 클래스‘의 연사로 나서, ‘프로파일러가 말하는 심리와 협상 그리고 정의’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표 소장은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 설득 면담기법 4단계’라는 세부 주제로, 정보의 확보와 분석, 라포 형성 기법, 적극적 듣기의 10원칙 등의 발표를 통해 설득의 심리적, 과학적 접근법을 전할 예정이다. ●김영일 신임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 16일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김영일 부산센터장은 MBC 본사 보도국 기자, KNN 보도국장, 방송본부장, 경남본부장, 상무이사, iKNN 대표이사를 지냈고 부산외국어대학교 영상미디어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가 세계 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 후’ 2016년판에 등재됐다고 16일 밝혔다. 국제·전략경영 전문가인 류 교수는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 등 기업수준의 해외진출 전략 등을 연구하면서 한양대에 부임한 2009년 이후 다수의 SCI급 논문을 냈다. 해외 학술대회에서도 발표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마르퀴즈 후즈 후’는 미국 인명정보기관(ABI),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 인명사전과 더불어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불린다.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오는 19일 오후 2시부터 대전 인터시티호텔 파인홀에서 ‘우리 농어촌에 놓인 도전과 기회, 미래 선택은?’이라는 주제로 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와 공동으로 제14차 농어촌지역정책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농어업·농어촌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우리 농촌에 필요한 선택과 농촌개발 과제들이 무엇인지 일선 지자체 및 전문가들과 함께 농촌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향후 발전 과제를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농어촌지역정책포럼은 농어촌정책의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과 어젠다 발굴을 위해 대학교수, 연구자, 현장전문가 및 활동가, 중앙 및 지방 공무원, 농어촌 주민, 관련 학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다. ●가수 윤종신이 서울대에서 강연한다. 서울대는 16일 오후 6시 교내 문화관 대강당에서 ’제8회 소통과 공감' 행사를 연다고 밝히고, 1부에서는 캠퍼스의 명소와 대학생활 정보를 안내한다. 2부에서는 가수 겸 작곡자 윤종신의 강연이, 3부에서는 가수 장재인과 에디킴의 공연이 이어진다. 서울대는 각 분야 명사와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 이해와 성찰의 계기를 가질 수 있도록 매년 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빌 게이츠·오바마를 키운 건 조부모의 사랑

    빌 게이츠·오바마를 키운 건 조부모의 사랑

    노인이 스승이다/윤용섭 등 지음/글항아리/316쪽/1만 8000원 전통사회 대가족 형태에서 할아버지와 겸상할 수 있는 권리는 오롯이 손주의 몫이었다. 손주 사랑과 함께 이뤄지는 밥상머리 교육은 자연스레 할아버지 몫이기도 했다. ‘예기’(禮記)에는 ‘군자라면 손주는 안아도 아들은 안지 않는다’(君子抱孫不抱子)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핵가족화로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울리며 푸근한 정을 느낄 기회가 현격히 줄었다. 또한 복지의 비용 측면만을 염려해 노인을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이들을 소외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책은 한국국학진흥원이 기획하고 윤용섭 부원장, 김미영 수석연구위원, 이창기 영남대 명예교수가 집필해다. 동서고금의 문헌 및 자료, 예술작품 속에 담긴 조손(祖孫)의 모습과 그 관계가 이뤄져 온 상황과 맥락에 대해 설명하면서 격대(隔代) 교육의 중요성과 의미를 제시한다. 퇴계 이황(1501~1570)은 15년 동안 손자 이안도(1541~1584)에게 편지를 썼다. 때로는 엄히 꾸짖고, 때로는 다정히 격려하며 글로 손자 교육을 직접 챙겼다. 과거에 합격한 손자에게 보낸 편지는 할아버지의 가없는 사랑을 표현했다. ‘지금 안동부에서 보내온 방목을 보고 네가 입격(入格)했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요행인 줄은 아나 나도 모르게 나막신 굽이 부러진 줄도 모르고 크게 기뻐했다’고 적었다. 훗날 성리학에 조예가 깊은 학자로 자란 손자가 할아버지의 학문관, 인생관을 고스란히 배웠음은 물론이다. 격대 교육의 효용성은 서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도맡아 키우다시피 한 빌 게이츠, 복잡한 가정사로 하와이 외갓집에서 자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또한 할머니로부터 엄격한 영국식 가정교육을 받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존중과 공경은 강요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년 육체의 허약함은 성숙한 연륜과 맞바꾼 대가다. 삶에 대한 지혜, 세상에 대한 혜안, 다양한 경험과 깊은 성찰을 가질 때 비로소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사회적 존경의 문화가 자연스레 만들어질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에만 머문 채 손주 세대에게 편향된 가치를 강요한다면 ‘꼰대’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쉼없는 자기 계발을 계속한다면 존경받는 ‘스승’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구영회 지음, 나남 펴냄) 저자는 33년에 걸친 방송기자 생활을 마친 뒤 지리산 속으로 푹 안겼다. 작은 구들방과 부엌만 있는 누옥에서 홀로 지내며 가끔 서울서 내려오는 부인과 가족들의 방문을 받을 따름이다. 예순을 훌쩍 넘긴 중씰한 이가 산자락에서 홀로 지냄은 자칫 세상과의 단절, 관계의 절연으로 지레짐작할 법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곳에서 사람들을 쉼없이 만났다. 그리고 성찰과 사유의 과정, 결과를 담아 ‘미생’으로 스스로 자조하는 청년들에게 말을 건넨다. 젊은 시절 무척 가난했던 그는 그 경험을 성공한 인생의 훈장처럼 회억하지 않고 더 깊숙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 성찰한다. 희망, 행복의 가치, 다양함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속깊은 바람이 절로 느껴진다. 248쪽. 1만 2500원.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강윤중 글, 서해문집 펴냄) 때론 한 장의 사진이 구구하게 적은 숱한 기록보다 더 강렬하게 진실을 직시하기도 한다. 익숙함과 편견의 틀을 깨는 이미지 탄생의 출발이다. 사진기자의 카메라는 고스란히 사람들의 삶을 향해 있다. 성적소수자, 장애인, 광산 노동자, 이주노동자, 철거민, 독립영화감독,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살아남은 사람들, 독거노인, 산골 분교 아이들 등 다양하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사회의 외면 혹은 오해와 편견에 눈물을 떨구고 있거나, 이에 분연히 맞설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때로는 덤덤히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진실을 드러내고,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기에 글의 언어, 카메라의 언어조차 따뜻하기 그지없다. 326쪽. 1만 3900원. 한반도 삼국지(이충렬 지음, 레디앙 펴냄)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이라는 한국 현대사 속 세 정치 거인의 삶을 좇는다. 부제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통치’에서 짐작하듯 그들이 살아생전 혁명적으로 추구했던 가치와 함께 여전히 그 자장 아래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진단이기도 하다. 각각 ‘근대화 혁명’(박정희), ‘민주주의 혁명’(김대중), ‘공산주의 혁명’(김일성)으로 규정하며 가치적 측면에서 이들로부터 시작한 갈등과 대립이 아직 끝나지 않음에 주목했다. 세 사람의 인물열전과 더불어 해방의 과정부터 시작해 70년 한반도 현대사를 정치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아직 현재 진행형인 신삼국지의 결말이 누군가의 승패가 아닌, 화해와 인류보편적 가치의 추구로 결론 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384쪽. 1만 6000원. 과거의 죄(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권상희 옮김, 시공사 펴냄) 지난 8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담화문에서 전후 세대에게 사죄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국가 범죄의 주체는 국가이며, 특정 개인이나 세대가 사죄하고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음을 뜻한다. 독일인인 저자는 나치 독일이 저지른 국가 범죄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가해자 후대를 향해 ‘과거에 형성된 정체성 안에 붙들려 있으면, 그들은 과거 세대와 연대 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 인해 과거 세대의 죄에 연루되어 그 죄를 떠안거나 그 죄에서 벗어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역설했다. 죄라는 것은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친일파 문제가 새삼 언급되는 한국사회에도 경종의 소리로 들린다. 222쪽. 1만 3000원.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진경옥 지음, 산지니 펴냄) 옷은 일종의 메시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의 옷,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의 브로치,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등은 외교 회담 등에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입장과 의사를 상징했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옷도 그냥 대충 걸치거나 당대의 패션 코드를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 의상은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비밀스러운 영화 언어다. 1948년 아카데미 의상상이 제정된 이유다. 오드리 헵번의 리틀 블랙 드레스, 제임스 딘의 청바지, 옷으로 신분 상승의 변화를 보여준 ‘귀여운 여인’ 속 줄리아 로버츠, 점차 바뀌어 가는 조폭 패션의 변화를 가감없이 선보인 ‘친구’와 ‘신세계’ 등 국내외 각종 영화와 공명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패션 이야기다. 320쪽. 2만원.
  • 사육부터 도축까지… 생명에 대한 성찰

    사육부터 도축까지… 생명에 대한 성찰

    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우치자와 준코 지음/정보희 옮김/달팽이출판/320쪽/1만 4000원 제목부터 전위적이다. ‘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라니. 애면글면 키운 짐승을 도축해 먹은 뒤, 소화와 배설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시킬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엽기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돼지고기와 매우 친숙한 우리지만 사실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까지 오르는지는 잘 모른다. 한데 돼지가 어떤 식으로 길러지고 처리되는지 궁금하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저자의 의도는 뭘까. 책은 르포 작가인 저자가 시골집을 얻어 1년 동안 돼지 세 마리를 키운 뒤 잡아먹기까지를 기록한 보고서다. 각국의 도축장을 취재하러 다니던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돼지고기가 어떻게 태어나 도축에 이르렀는지의 과정이 궁금해지자 새끼 돼지 세 마리를 분양받아 직접 키운다. 저자는 스스로 이름까지 붙인 돼지와 먹고 자며 돼지라는 동물이 어떤 먹이를 좋아하고 어떤 습성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 책은 채식과 육식에 대해 논쟁적이지 않다. 도축뿐 아니라 육식에 대한 차별을 양산하는 사회의 모습, 종교, 사람들의 마음과 직면할 때마다 저자는 무엇이 불쌍하고 무엇이 불쌍하지 않은지, 또 무엇을 먹고 무엇을 안 먹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지만 답은 얻지 못한다. 저자의 돼지 키우기는 사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돼지를 키우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이 웃음을 유발했다면 도축의 순간은 생명에 대한 성찰과 육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제공했다. 그리고 도축에 이어 열린 세 마리 시식회에서 저자는 전혀 뜻하지 않았던 믿음을 갖게 된다. 자신이 귀여워하면서 키우고, 죽이고, 먹은 세 마리가 소화가 되고 배설을 한 뒤에도 자신과 함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범부의 소갈머리로는 도무지 저자의 정서가 이해되지 않지만, 이 같은 돼지 키우기를 통해 저자가 생명에 대한 성찰을 얻고 육식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건 분명해 보인다. 채식을 하든 육식을 하든 다른 생명을 먹어야 우리의 생명이 유지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이 고맙고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데, 책은 돼지를 통해 그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준다. 아울러 저자는 돼지 사육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료회사, 도축장, 정육점, 도매업자를 취재해 일반화된 돼지고기 사육방법과 유통 경로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대형화, 공장화된 현대 축산의 문제점을 살피고 이로 인해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오페라로 돌아온 파우스트, 악의 근원과 마주하다

    오페라로 돌아온 파우스트, 악의 근원과 마주하다

    “기다려라 사악한 것아! 내게 오라 사탄이여, 어서!” 젊음을 되찾기 위해 악마와 영혼을 거래한 늙은 철학자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일생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인간의 본성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의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여러 작곡가에 의해 수많은 오페라로 탄생했다. 총 16편의 오페라로 만들어진 ‘파우스트’ 중에서도 19세기 후반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샤를 구노의 작품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과 독특한 분위기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부터 나흘간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 존 듀와 무대 디자이너 디르크 호프아커가 합류해 200년 전의 세계를 현대적 무대연출로 보여줄 예정이어서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존 듀는 세계 각지에서 170여편의 작품을 200여회 무대에 올린 연출가로 도르트문트 시립극장과 다름슈타트 주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독일과 영국, 오스트리아의 국립오페라단에서 연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파우스트는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인간의 영혼을 다룬 심오한 작품”이라며 “악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때론 친숙하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어디에나 존재하는 악의 근원이 이번 연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르크 호프아커는 1991년 독일 뒤셀도르프 클라시케 필하모닉의 ‘돈 지오반니’의 무대디자이너로 데뷔한 이후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 독일 바이에른 극장,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극장 등의 무대작업을 맡는 등 유럽 각지에서 60여편이 넘는 오페라와 발레, 뮤지컬의 무대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번 오페라 ‘파우스트’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 기둥을 이용해 강렬하고도 드라마틱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1775년 초고를 작성한 이후 수정을 거쳐 1832년 완성됐다.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는 초기 버전을 바탕으로 1859년 초연됐고, 발레 장면이 포함된 현재 버전으로 1869년 다시 발표됐다. 이번 공연의 오케스트라는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는 윤호근이 지휘하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파우스트 박사 역에는 테너 이원종과 김승직, 인간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에는 베이스 박기현과 전태현이 출연한다. 비운의 여주인공 마르그리트 역은 소프라노 정주희와 장혜지가 맡아 연기한다. 3만~15만원. (02)399-1783~5.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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