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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의회 김구현의원 “합리적 지식인 네트워크 ‘정책포럼 한걸음’ 창립총회”

    서울시의회 김구현의원 “합리적 지식인 네트워크 ‘정책포럼 한걸음’ 창립총회”

    좋은 정치를 위한 대안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포럼 한걸음’의 창립총회가 3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정책포럼은 주준희 한국협상리더십연구원 원장, 김구현 서울시의원(사진·성북3, 더불어민주당), 하영권, 구자홍, 조국형 등이 주축이 되어 설립됐다. 김구현 서울시의원은 “최근 나라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국가적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한국정치의 난맥상을 극복하기 위한 열망과 지혜들을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식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정책포럼 한걸음의 설립 취지를 밝혔다. 또한, “’정책포럼 한걸음‘이라는 이름에는 모두가 다함께 크게 도약하기 위한 첫 걸음을 준비하겠다는 마음과 산적한 현안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며 차근차근 걸음을 내딛겠다는 각오를 담았다”며 ’모두가 함께 가는 한걸음, 크게 도약하는 한걸음, 한 가지라도 고치는 한걸음‘이라는 구호도 밝혔다. 이번 창립총회에는 김부겸 의원, 김용태 의원, 김현권 의원, 손학규 전 대표, 안철수 대표, 유승엽 의원, 최명길 의원 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창립 축사를 통해 김부겸 국회의원은 “포럼 설립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뜻을 모아준 창립위원들께 감사드린다”며 “사회 불균형 심화, 동북아 정세 불안정, 정권실세 비리 등으로 인한 정치 신뢰가 바닥을 보이는 현 시점에서 정책포럼 한걸음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고 생각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양준욱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은 축사를 통해 “최근 국정농단 사건 등 낡은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중된 권력을 배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분권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달성해나갈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서면을 통해 “혼란의 시기일수록 생색내기 좋은 당면 문제에 치중하기보다 근본을 찾는데 힘써주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식인의 성찰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구현 시의원은 포럼 창립에 대해 “역사의 전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속도를 더하는 것이 바로 정치이고, 정치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 속에 바로 서는 것이 외교”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외교학도로서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연대하고 공론화하여 현실에서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한변호사협회, ‘최순실 의혹’에 “특검 구성해야…공정수사 지켜볼 것”

    대한변호사협회, ‘최순실 의혹’에 “특검 구성해야…공정수사 지켜볼 것”

    대한변호사협회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한 성명서 릴레이에 동참했다. 변협은 28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비선라인을 통해 연설문을 수정받고 인사를 추천받는 등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고 질타했다. 변협은 또 “어떤 공적 직책도 갖지 않은 인물이 대통령의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의 국정행위에 무소불위로 개입해 각종 공문서를 열람하고, 청와대 수석들이나 비서관들이 최씨의 지시를 받아 개인이 세운 회사를 위해 일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과연 이것이 대통령의 위임이나 묵인 없이 가능한 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통치권 행사의 정당성과 적법성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사색해야 하는 자리”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존중의 마음,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신성한 책무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측근들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변협은 “대통령이 능력 있고 양심적인 수많은 공적 인재들을 놔두고 비정상적 비선라인을 운영하며 공직과 전혀 무관한 최순실, 광고감독, 가방제조업자 등과 어울려 국정을 운영한 비정상적 행태를 보이는 동안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책임져야 할 내각과 청와대 공무원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며 “참모진의 무능과 비겁함을 엄중히 꾸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변협은 “박 대통령 스스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며 “특검이 하루빨리 구성되고 수사가 공정하고 엄정하게 진행되는지 지켜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협 관계자는 “최씨 관련 각종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도 필요하면 본인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중국에 녹아든 단 하나의 무슬림 ‘후이족’

    중국에 녹아든 단 하나의 무슬림 ‘후이족’

    지난달 10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허톈지구 피산현 건물 지하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현장을 수색하던 경찰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천취안궈 신장자치구 서기가 취임한 후 발생한 첫 테러 사건이어서 당국은 바짝 긴장했다. 중국 언론은 위구르인 테러리스트들이 신장의 새 공산당 지도부에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렇듯 중국에서 무슬림은 테러리스트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같은 무슬림이지만 중국에 저항하기보다 동화를 택한 후이족(回族)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무슬림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의 또 다른 무슬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후이족이 중국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했다. ●위구르는 ‘탄압’… 후이족은 ‘후원’ 이슬람교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예민할 정도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무슬림 여성은 얼굴에 베일을 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무슬림에게 기독교의 사순절처럼 내면적 성찰과 금욕의 시기인 라마단에 일부 공공장소에서 금식이 허용되지 않는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종교적 압박에서 예외인 경우가 있으니 바로 후이족이다.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에는 크게 이슬람교를 믿는 2개의 민족이 있다. 하나는 신장자치구에 있는 위구르족이고 다른 하나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후이족이다. 대략 1000만명 정도로 튀니지 인구와 비슷한 규모의 후이족은 위구르족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감시를 받으며 갈등을 이어 가는 것과 달리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가장 번성했던 당나라 때인 7세기 중동 지역인 페르시아와 아랍에서 이주한 상인의 후손이다. 이들이 후이족으로 불리게 된 것은 중국과의 무역에 종사하던 이들이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중동으로 돌아갔다가 날씨가 풀리면 중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돌아올 회(回)’를 붙여 후이족으로 불리게 됐다. 이들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중국과 서역의 교류에 큰 역할을 했다. 원나라 때는 서역의 천문학과 의학, 건축학, 음악 등을 중국에 전했다. ●‘중국 콜럼버스’ 명나라 환관 정화 후이족 출신 특히 후이족이 중국에서 주목받는 것은 최근 중국이 육·해상 신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고자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의 콜럼버스라며 당국이 집중 조명하고 있는 명나라 시대 환관 정화(鄭和)가 바로 후이족 출신이기 때문이다. 원래 정화의 성씨는 마(馬)씨였으나 일곱 차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대항해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황제가 정씨 성을 하사한 것이다. 터키계인 위구르족 대부분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모여 사는 것과 달리 후이족은 자신의 본거지인 닝샤후이족자치구에 모여 살지 않는다. 전체 후이족 중 닝샤후이족자치구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은 전체의 6분의1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정부가 이들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들이 이슬람 종파 중에서도 온건 수니파에 속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시아파가 이슬람 영토와 신념, 기구를 보호하고자 성전에 나설 수 있다는 지하드 개념이 강한 반면 수니파는 이 같은 생각이 비교적 약하다. 후이족 출신인 마퉁 북방민족대 교수는 “후이족이 믿는 종파는 중앙아시아에서 내려온 전통 종교와 수니파가 합쳐진 하나피 학파에 속한다”고 밝혔다. 하나피 학파는 튀르크족이 토착화한 이슬람으로 전통 이슬람과 이슬람 이전 중앙아시아의 전통과 관습, 특히 샤머니즘이 결합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율법을 강조하는 전통 이슬람과 달리 우애를 강조하고 성직자와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공동생활을 하면서 생활 속에서 이슬람을 실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인지 중국 당국은 후이족의 정신적 고향인 퉁신(同心)을 포함해 닝샤후이족자치구에 모스크 설립을 많이 허가했다. 1958년 1900개에 불과하던 모스크는 현재 4000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마 교수는 덧붙였다. 마 교수는 “후이족은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면서 “이들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차별받고 피해를 당한 일반인과 달리 이슬람포비아의 희생자가 된 적이 없으며 가장 성공한 민족”이라고 말했다. ●호적 안 보면 한족과 구별 안 될 정도로 동화 하지만 후이족 다수가 온건한 종파에 속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위구르족과 다른 행동을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위구르족은 민족적으로도 터키계와 비슷해 그들만의 언어를 갖고 있고 이를 사용한다. 심지어 시간대도 다르지만 베이징 시간대에 맞춰 사용한다. 신장이라는 엄청난 크기의 고향도 있다. 이런 것이 중국의 주류 계층인 한족과 분명하게 구분되게 만든다. 이들은 주로 국영기업에서 일하더라도 고위직이 아닌 하찮은 일에 종사한다. 반면 후이족은 한족과 구분이 쉽지 않다. 후이족인지를 알려면 후커우(戶口·호적)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후이족 대부분은 페르시아나 몽골, 또는 동남아시아 상인의 후예로 수세대에 걸쳐 한족과 결혼하며 섞여 있어 중국인처럼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위구르족과 달리 중국 전역에 퍼져 살고 있다. 후이족과 중국 사회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은 여러 방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후이족 출신으로 유명한 정화를 비롯해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왕정웨이 전 주임도 후이족 출신이다. 국무원 산하 국가민족사무위원회는 중국의 민족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다. 이렇듯 후이족은 중국의 주류 계층인 한족과의 동화를 통해 중국 사회 곳곳에 진출했지만 항상 관계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사실 이들은 1864~1877년 청나라의 지배에 맞서 둥간 반란을 일으켰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 마오쩌둥 사망 이후 양측은 화해했다. 드루 글래드니 포모나대 교수는 “후이족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정치 체제에서 이른바 회색 지역을 찾아내 공산당과 협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내면서 존재감을 이어 갔다. 중국 내 할랄식품 생산을 장악하는 한편 중국 국영기업과 중앙아시아, 또는 걸프 지역 기업 간의 매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최대 아랍어 학교는 후이족이 설립하고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졸업생 상당수는 통역사로 활약하고 있다. 중국 역시 후이족의 동화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들에게 제한된 범위이긴 하지만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다. 샤리아는 코란 등에 나오는 이슬람의 기본법으로 이슬람공동체의 헌법이며 모든 삶의 정황에 적용된 법이다. 그동안 중국 법체계에서는 샤리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닝샤후이족자치구의 일부 모스크에서는 설교자이자 지도자인 이맘과 법원이 같은 중재 사무실을 이용한다. 이맘은 매주 샤리아법을 근거로 가족 간 분쟁을 조정한다. 중국 사법 체계가 개입하는 경우는 샤리아법으로 조정이 실패한 경우에 한해서다. ●시진핑 “불법집단 견제”… 다음 감시대상 될 수도 후이족이 중국 사회에 편입됐지만 이들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 후이족은 자신만의 공동체를 구성하며 살고 있다. 이들은 도시에서 후이족 전통 식당을 운영하거나 택시 기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마 교수는 “이슬람교가 후이족을 다른 사람과 구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후이족의 번성이 계속될지는 중국 정부의 결심에 달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7월 불법적인 집단의 침투에 확고한 방어막을 치겠다고 강조했다. 위구르족에 대한 감시의 눈길이 강화되듯 후이족 내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다음 감시 대상이 후이족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알 수 없는 묘한 존재감…안팎의 경계 지운 모퉁이집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알 수 없는 묘한 존재감…안팎의 경계 지운 모퉁이집

    부티크 호텔, 회사 사옥, 다단계 본부(!), 주차장….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주택가에서 공사 중이던 한 건물을 보고 동네 주민들이 추정한 건물의 용도다. 그들의 예상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완성된 건물은 단일 용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상자를 열면 온갖 과자와 사탕이 들어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건물이었다. 지하 1층, 지상 6층 중에서 꼭대기 3개 층은 단층형과 복층형의 다가구 주택이다. 그 아래는 사무소, 레스토랑, 외부로 노출된 커피 로스팅실 등으로, 그리고 지하는 커피 전문 체인점인 시드느와의 중곡점으로 차곡차곡 채워졌다. 이 연재의 관점으로 보면 아주 전형적인 무지개떡 건축이라고 하겠지만, 이 건물을 설계한 니드건축의 김성우 소장은 ‘주거복합’이라고 부른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집 중곡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서울 동쪽 어딘가에 있는 곳이라는 정도였다. 지도를 보면 서쪽으로는 중랑천이 흐르고 동쪽에는 용마산, 그리고 그 너머의 아차산이 있다. 산에 가까워질수록 경사지가 나오지만 그 나머지는 널찍한 평지다. 전체적으로 남북이 아니라 동서로 놓여 있어서 그렇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작은 강북’이라고 할 만하다. 터가 좋아서 그랬는지 일찍부터 서울 동부 지역의 부촌으로 소문이 났다. 신흥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대원외고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반듯하게 구획 정리된 이 동네의 한 모퉁이 땅에 단독주택을 지은 부부가 있었다. 뜰에 나무를 심었고 자녀들을 키웠다. 세월이 흐르자 자녀들은 집을 떠났고 이 지역에도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다. 서울이 성장하면서 지역의 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단독주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밀도였다. 다세대, 다가구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고급 주택지로서의 면모는 사라지고 성범죄가 발생하는 등 치안에도 문제가 생겼다. 동네를 동네답게 만드는 별다른 시설도 없이 오직 잠만 자고 나가는 베드타운이 됐다. 이 변화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모퉁이 집은 사방으로부터 포위됐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대한민국은 이미 공인된 해답을 갖고 있다. 가능한 높은 가격에 땅을 팔고 정든 동네를 떠나 좀더 근사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다. 여유가 있으면 그 자리에 남들처럼 다세대, 다가구를 짓고 세를 놓는 방법도 있다. 즉 부재지주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니 동네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동네에서 살지도 않고, 그 동네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지도 않으며 선거철에 투표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흔한 부동산 성공 신화다. 그런데 이 모퉁이 집의 가족들은 다른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건물을 지어서 다시 이 동네로 돌아오기로 했다. 높아진 동네의 밀도에 부응해 아래층에는 이런저런 도시 기능을 넣었다. 그리고 마당이 있는 집에서의 삶의 풍경을 건물 윗부분에서 만들어 나갔다. 원래 이 자리에 있었던 나무 한 그루도 이 건물 옥상 마당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이렇게 살던 곳으로 다시 모였다. ●창작의 출발은 오랜 기간 걸친 관찰·연구 이 연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다른 건물들은 설계자의 존재를 알 수 없거나 혹은 설계자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경우다. 그러나 이 건물의 경우 설계자가 명확히 알려져 있고 게다가 지금 한창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이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흥미롭게도 니드건축은 두 명의 파트너들에 의해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서울 사무실의 김성우 소장도 네덜란드에서 공부한 유학파다. 매우 국제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설계 집단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나누던 한 시간 반 동안 우리는 해외 건축과 관계된 내용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김성우 소장은 한예종에서 강의할 당시 고 이종호, 김태형 등과 함께 여러 해에 걸쳐 서울 연구를 한 적이 있으며 그중 1년을 주거 연구에 할애했다. 우리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외부 계단이 만들어 내는 삶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했고, 주거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과 주거의 소유 방식과의 연관성을 따져 보았다. 중곡동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이 이 건물에 미친 영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주거복합’이라는 용어에 대해 김성우 소장은 주거 자체가 이미 매우 다양하게 분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주상복합이라는 일반적 단어가 갖는 한계를 느꼈고 그래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게 됐노라고 한다. 그러니까 오랜 기간에 걸친 관찰과 연구, 그리고 경험이 만들어 낸 생각의 흐름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중곡동 주거복합을 낳은 모태가 됐다. 이것은 한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개념의 건축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꼭 바깥세상에서 답을 구해 와야 한다는 이전의 강박관념은 적어도 한국 건축계의 최전선에서는 점차로 사라지고 있다. 건축가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이제 한국 건축이 어떤 반환점을 돌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와 동시에 순간의 영감이나 감각, 혹은 유사 인문학적 태도보다는 꾸준한 연구와 관찰을 창작의 무기로 삼는 건축가들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개념 그리고 세심한 조율 그 결과물인 중곡동 주거복합은 한마디로 ‘유형적 언어로 정의할 수 없는 건축’이다. 공사 기간 중에 인근 주민들이 도대체 건물의 용도를 알 수 없다고 했던 것은 이러한 성격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히려 한국 도시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에 대한 치밀한 관찰에 근거한 비평적 성찰이 존재한다. 처음에 주소를 갖고 이 건물을 찾아가면 아마 그 바로 앞에서도 건물이 어디 있나 하고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 비해 절대 작은 건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건물의 외관에서 벽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 건물은 외벽을 따라 외기에 면한 복도가 설치돼 있고 따라서 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복도의 난간 벽이지 건물의 외벽이 아니다. 외벽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보행자의 시선에서 한참 위에 올라가 있는 4층 이상부터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적층의 조형을 설계자는 ‘테이블 구조’로 부르고 있다. 각 테이블을 연결하는 계단 역시 외부 복도와 맞물려 건물 주변을 따라 설치됐다. 이 계단을 오르며 건물의 프레임을 통해 서서히 주변의 풍광이 전개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 건물이 주는 독특한 즐거움이다. 이렇게 생활공간의 주변에 외부 공간을 적극 배치함으로써 건축 안팎의 삶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는 설계자가 오랫동안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외부 계단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이 건물은 층별로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즉 차곡차곡 포개진 테이블은 조형적으로 비교적 단순하지만 재료적으로는 다양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 각각의 재료는 벽돌, 고흥석, 노출 콘크리트 등으로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이 동네를 대상으로 재료를 샘플링해 이 건물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난간 벽이 만들어 내는 허공의 띠에 의해서 분절된 건물의 외관은 이렇게 다양한 재료의 물성에 의해서 다시 한번 분절된다. 결과적으로 건물은 실제보다 가볍고 작고 접근하기 쉽게 느껴진다. 건물만 따로 놓고 보면 규모에 비해 재료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지 않은가 싶지만 동네와 함께 생각하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지하의 커피 전문점인 시드느와는 건축주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자신이 위층에 거주하기도 하니 직주근접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주변에 비해 상당히 고급스러운 매장이지만 주인이 어렸을 때부터 이 동네에서 살던 주민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시간이 흘러가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될 것을 기대할 수 있겠다. 1층의 중심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형 커피 로스팅기다. 상당한 크기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 기계는 마치 어린 시절 어느 동네에나 있었던 방앗간이나 양조장의 투박한 생산 도구들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다양한 생산 기능이 다시 회복되는 것은 한국 도시의 미래를 가늠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김성우 소장은 당초 통상적인 방식으로 설계가 진행되다가 벽에 부딪혔던 순간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에 사무실을 잠시 닫고 직원들과 여러 동네 답사를 다녔다. 그러다가 종전의 개념을 확 바꿔서 밖으로 열린 현재의 구성을 생각해 냈고 하루 만에 모형을 다시 만들었다. 두 개의 모형을 비교해 보면 그 놀라운 변화의 순간이 역으로 읽히는 듯하다. 초기의 안이 주어진 제반 조건을 충실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차분하게 해결해 나간 것이라면, 두 번째 안은 제약을 오히려 과감하게 역으로 이용해 종래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담아낸 것이었다. 새로운 시도이므로 형태적인 이질감이 있을 수 있으나 김성우 소장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료와 스케일, 디테일 등을 세심하게 조율해 참신하면서도 동네 친화적인 건물을 만들 수 있었다. ●아차산 등 탁 트인 조망 즐기는 옥상 마당 저층부와 중층부의 외부 공간이 복도 형태로 비교적 연속적인 선형이라면 상층부 주거의 외부 공간은 훨씬 더 분절돼 있다. 기본적으로는 방 하나에 마당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혼자 쓰는 마당도 있고 가족이 모이는 마당도 있다. 나중에 가족의 상황이 바뀌면 셰어하우스로 점진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구조다. 위로 갈수록 건물을 뒤로 후퇴시키면서 용적률을 조절했다. 그 결과 주변 건물보다 다소 높게 설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옥상 마당에서는 용호산, 아차산은 물론 이 동네 일대의 탁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옥상이 갖고 있는 도시적 잠재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변 건물들의 옥상이 서서히 녹색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건물이 갖는 큰 장점이다. 그것을 주거복합으로 부르건, 무지개떡으로 부르건 한국 도시의 미래는 이런 복합 유형이 갖는 가능성을 확대해 나가는 데 달려 있다. 평범한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인 중곡동은 그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진원지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월요 정책마당] 통일의 의지를 새롭게 하자/김형석 통일부 차관

    [월요 정책마당] 통일의 의지를 새롭게 하자/김형석 통일부 차관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통일 역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분단 이후 대한민국은 평화통일을 향한 의지를 가지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역대 모든 정부가 통일 의지를 북돋우는 정책을 펴는 데 소홀하지 않았고 덕분에 70년이 넘는 긴 세월에도 우리 국민의 통일 열망은 식지 않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통일 역량을 강화해 실질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것을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통일부는 북한인권과를 신설하고 통일정책실 산하 이산가족과와 정착지원과, 교류협력국 산하의 인도지원과와 함께 묶어 ‘공동체기반조성국’을 출범시켰다. 이 명칭은 통일에 대비해 남북 공동체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을 통한 삶의 질 향상,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북한 이탈 주민의 정착지원 등을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더불어 민족공동체의 풍요로운 삶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은 가장 적극적인 통일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깨닫고 통일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21일 시작된 통일문화주간도 그 일환이다. 25일까지 닷새 일정으로 통일을 주제로 하는 문화행사를 통해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려는 것이다. 한강세빛섬, 남산독일문화원 등의 문화공간과 주요 통일교육센터에서 열린 음악·미술·영화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통일 문제를 보다 가깝게 느꼈을 것이다. 각 지역 사회통일교육기관에서도 주민들의 통일 의식 고취를 위해 참여와 체험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13일 재개관한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세대별로 눈높이를 맞춘 다양한 통일체험 프로그램과 전시회가 있다. 어린이통일체험관은 가족과 함께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통일 문제를 느끼고 배우기에 알맞다. 정부가 무엇보다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통일교육이다. 분단체제에서 태어나고 자라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지 못하는 세대들이 역설적으로 장차 통일시대를 살아갈 주역들이다. 미래세대가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없다면 통일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재도약과 민족공동체의 발전 역시 요원해진다. 다행히 청소년 대상 통일교육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14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긍정적 지표가 상승했다. 이 중 주목할 것은 통일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만족도 향상이다. 통일교육 후 통일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54.2%로 2014년의 30%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청소년 통일교육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도 보다 활발해졌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옴니버스 특강은 강의실에서만 진행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대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통일의 필요성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현장성과 실효성을 높였다. 또 서울대 등 6개 대학을 통일교육 선도 대학으로 선정해 대학 통일교육 모델 개발과 통일 관련 교양과목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금 남북 관계가 긴장 상태에 놓여 있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우려와 걱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도발을 보면서 일각에서는 과연 저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평화통일과 8000만 민족공동체의 번영을 위한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당면한 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을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이끄는 노력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위기 속에서 더 큰 도약과 발전을 이루었던 바탕에는 언제나 국민의 결집된 의지와 공동체적 노력이 있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한 평화와 통일을 향한 전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만큼은 기억하자. 통일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향한 우리의 의지다.
  • 제7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경찰에 힘 돼주는 국민께 감사”

    제7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경찰에 힘 돼주는 국민께 감사”

    제7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국회의원, 구재태 경우회장 등 각계 내빈 3000여명이 참석했다. 순직경찰 유가족과 전국 일선 경찰관들이 가족 단위로 참석했고, 자율방범대, 녹색어머니회 등 치안협력단체 회원들도 초청받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인사말에서 “반듯하고 깨끗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경찰이 앞장서겠다”고 다짐하면서 “늘 경찰에 힘이 돼주는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19일 폭행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사제 총기범에게 총격을 받아 숨진 고(故) 김창호(54) 경감을 두고 “경찰의 날을 이틀 앞두고 안타깝게 순직한 고 김창호 경감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박재진 충북지방경찰청장이 홍조근정훈장을, 송정애 대전 대덕경찰서장이 녹조근정훈장을, 대전지방경찰청이 대통령단체표창을 받는 등 모두 397명이 정부 포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편 백남기 투쟁본부는 행사를 앞둔 오전 10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상 뒤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축하나 자화자찬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라며 백남기씨 시신 부검 시도를 중단하고 백씨 사망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애초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회견을 열려 했으나 경찰은 요인 경호를 이유로 이를 막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권 잠룡’ 시도지사 4인 ‘정책 대결’ 벌인다

    ‘대권 잠룡’ 시도지사 4인 ‘정책 대결’ 벌인다

    서울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지방자치단체장 4명이 모여 정책 대결을 벌인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울대 측이 정책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 이를 두고 토론을 벌이는 식이다. 서울대는 오는 27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협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국가 정책포럼’의 첫 토론회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국가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한 이 포럼은 내년 대선까지 분기마다 개최한다. 이날 송호근(사회학과 교수) 포럼조직위 위원장은 “앞으로 1년은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 내는 고통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사회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게 서울대가 지성적인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이정표 역할을 할만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책 가이드라인은 교수, 학생 등 서울대 구성원 2000여명이 참여한 설문을 바탕으로 만들어 토론회에서 제시할 계획이다. 포럼에 참여하는 지자체장 4명은 서울대가 제시한 정책 대안을 두고 비판, 제안, 전망 등을 발제하고 토론하게 된다. 홍준형 행정대학원 교수는 “1회 포럼 참여자들은 대선 후보로 오르내릴 수 있고 어쩌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인물들로 구성됐다”며 “이 포럼이 이들의 정책을 확인하고 (실행 여부를) 구속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위에는 송 교수, 홍 교수를 비롯해 조국 법대 교수, 강원택 정치외교학부 교수, 장덕진 사회학과 교수 등 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선까지 어떤 정당에도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고 전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한숨 돌린 롯데… 해결 과제는 산더미

    한숨 돌린 롯데… 해결 과제는 산더미

    ‘투명한 롯데의 한국화’ 내주 발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불구속 기소로 일단락됨에 따라 롯데그룹은 큰 걱정을 덜었다. 롯데그룹은 19일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가 사회와 국가 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했다”며 “앞으로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이르면 다음주 중 ‘투명한 롯데의 한국화’, 사회공헌 확대를 통한 도덕성 제고 등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롯데가 가장 빨리 시작할 과제는 호텔롯데의 상장 재추진이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인 주주가 사실상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이 연결 고리를 약화시키는 것이 그룹의 폐쇄성을 해결함과 동시에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룹 개혁 과제로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추진했으나 지난 6월 검찰 수사로 중단된 상태다. 롯데그룹은 상장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룹의 순환출자도 줄여 나가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높일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사회공헌 확대 차원에서 어르신과 어린이의 재활전문병원도 인수했다. 호텔롯데는 이날 보바스기념병원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인수가 확정되면 롯데그룹의 첫 의료 계열사다. 경영난으로 지난해 9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보바스병원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1013억원, 부채는 842억원이다.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롯데는 보바스의 빚을 대신 갚고 자본금도 무상 출연한다. 관련 비용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정책본부 인원은 줄이돼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관련 조직은 대폭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단속도 남아 있다. 4개월 동안 이뤄진 검찰 수사로 저하된 직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임직원 복지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신 회장과 롯데그룹 등을 상대로 9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불구속으로 나온 점에서 보듯이 신 전 부회장과의 소송은 우리가 승기를 잡고 있다”고 전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문화마당] 기록과 기억/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기록과 기억/김재원 KBS 아나운서

    어린 시절 제일 힘든 숙제는 매일 쓰는 일기였다.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하루의 삶에서 어떤 사건을 서술하고 그 느낌이나 깨달음을 적어도 500자 정도는 풀어 써 줘야 한다는 것은 무척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일기는 하루를 성찰하고 기록을 남기는 훈련으로는 최고의 도구다. 그 시절 기록의 추억이 있기에 우리는 어른이 돼서도 필요한 것을 기록해 놓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6학년 때 쓰던 일기장을 갖고 있다. 그 기록은 기억을 돕는다. 1970년대를 돌아보면 격동의 세월이지만 동심의 구석에는 나의 어린 인생이 여전히 새록새록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일기장에는 짝과 책상에 금을 긋고 지우개가 넘어 왔네, 어쩌네 하며 토닥거리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그때 그 짝은 지금의 아내다. 그 기록이 그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기록은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이다. 기억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이다. ‘후일에 남길 목적’과 ‘의식 속에 간직한다’는 말이 마음에 닿는다. 인생에서 기록과 기억이 중요하듯 사회에서도 그 중요성은 결코 덜 하지 않다. 최근 본 영화 두 편이 기록과 기억의 필요를 되새기게 했다. 영화 ‘물숨’은 해녀들의 이야기다. 제주 출신 고희영 감독이 암 선고 후에 삶을 돌아보다 고향 아낙들의 이야기를 7년 동안 기록한 영화다. 물숨은 해녀들이 물속에서 참을 수 있는 숨의 길이다. 물숨은 타고나는 것이라 일종의 계급이 된다. 해녀들의 바다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계급이 있고, 애씀이 있고, 보상과 욕심과 중독이 있다. 작업을 하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올라가려는 해녀들에게 꼭 전복이 보인단다. 그 전복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그녀들의 인생이다. 하늘이 내린 물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10대에 바다 삶을 시작해 80이 넘도록 바다를 넘나들다 결국 바다에서 생을 마감하는 그녀들의 애잔한 인생은 우리가 기록해야 할 유산이다. 영화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2009년 엔진 고장으로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한 비행기 기장 설리의 이야기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영화다. 탑승객 155명 모두 생존한 사고였지만 설리 기장은 잘못된 선택으로 승객들을 위험으로 몰아넣었다는 이유로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는다. 그 과정은 재난 사고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마지막 한 사람의 탈출까지 돕는 기장의 모습은 우리의 기억을 자극해 막힌 눈물샘을 터뜨린다. 자꾸 쓰러지려는 우리의 기억을 도로 세워 놓는다. 우리는 어쩌면 기록할 것을 기록하지 못하고 산다. 기억할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낸다. 기록과 기억은 우리의 선택이 아닌 의무일 때도 있다. 현재진행형인 정치, 문화, 경제, 사회의 모든 일들이 100년 후쯤 근대의 역사로 기록될 텐데, 후손들이 2016년을 살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하면 부끄럽기까지 하다. 자신의 말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서라도 정치인들의 언행이 조금은 달라지길 바란다. 기록은 분명 영원을 기약하는 일이다. 하지만 기억은 우리의 삶으로 그 한계가 주어진다. 얼마 전 생을 달리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의 연주도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만 우리도 결국 머지않아 그를 따라 사라질 존재가 아니던가. 그래도 기록은 우리의 역사 속에, 기억은 나의 삶 속에 길이 남을 것이다. 어떤 기록과 기억은 지금도 우리의 선택과 의지를 기다리고 있다.
  • 日의원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 더 늘어나

    일본 여야 국회의원들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18일 단체로 참배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깊은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계 예대제(제사) 둘째 날인 이날 오전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일본 여야 중·참의원 85명이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해 집단으로 참배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18일 전했다. 이는 지난해 추계 예대제 때의 71명보다 참배 의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매년 패전일(8월 15일)과 봄가을 제사 때 야스쿠니신사를 단체로 참배해 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전날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 명의로 공물의 일종인 ‘마사카키’를 야스쿠니신사에 봉납했다. 야스쿠니신사의 가을 제사는 20일까지이며 일부 각료가 참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스쿠니신사에는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 판결에 따라 교수형을 당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과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약 246만 6000명이 합사돼 있다. 정부는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일본의 정치인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의 토대 위에서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지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 줌으로써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혁신의 초고층 거물 열린 듯 막힌 폐쇄성 앞에 도시와 소통은 잊었다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혁신의 초고층 거물 열린 듯 막힌 폐쇄성 앞에 도시와 소통은 잊었다

    한국의 무지개떡 건축을 추적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피해 갈 수 없는 몇 개의 사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중 하나가 타워팰리스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고층 주상복합’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건축을 사회에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그 이전과 이후에도 주상복합이 있었지만 이 건물만큼 많은 관심을 끈 경우는 없다. 물론 지금은 이전에 비해 타워팰리스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의 바람은 아직도 대한민국 전역에 불고 있다. 도심형 주거라는 애초의 선언과는 달리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어떤 식으로 평가하든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한 시대를 연 건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대한민국 1%에 대해서 상위 0.1%의 존재를 보여 줬다’는 식의 평가보다는 도시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 복합 등의 이슈가 이 글의 관심사다. # 가장 낮은 동 42층 가장 높은 동 69층 세운상가와 마찬가지로 타워팰리스도 단일 건물이 아닌 건물의 집합이며 그 안에 상대적인 다양성이 존재한다. 1차(사용승인일 2002년 10월 30일)의 A, B, C, D동과 상가동, 2차(2003년 2월 28일)의 E. F동, 3차(2004년 4월 19일)의 G동과 S동(반트)까지 포함하면 총 9개의 거대 건물이 모여 있다. 상대적으로 저층인 체육시설 반트조차도 건축면적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육박하는 4270.44㎡에 지상 7층 규모다. 가장 낮은 A동이 42층이고 가장 높은 G동은 69층으로, 주거용 건물로는 세계적으로도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타워팰리스는 실로 중후장대한 건물의 집합체다. 양재천에서 바라보면 자연 속에 우뚝 속은 건물의 숲이 가히 장관을 이룬다. 삼일 고가도로와 삼일 빌딩이 개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면, 이 장면은 오늘날 성공 신화의 상징으로 종종 이야기된다. 타워팰리스는 동으로는 선릉로, 서로는 언주로, 북으로는 남부순환로 그리고 남으로는 양재천에 접해 있다. 이 영역 안에는 대림 아크로빌을 위시한 다른 건물들도 있다. 이 중 남부순환로는 워낙 서울의 중요한 도로로서 2차의 E, F동이 여기에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도곡역 4번 출구도 이 방향으로 나 있다. 따라서 타워팰리스로서는 매우 중요한 도로일 것 같지만 현장에서 보면 실상은 다르다. 타워팰리스의 대지는 남부순환로보다 사람 키 정도 높으며 게다가 길과 면한 부분에 조경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약 200m에 이르는 도로변에 조경의 장벽이 처져 있는 것이다. 인근의 또 다른 주상복합인 아카데미 스위트가 저층부를 길에 온전히 열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방식이다. 이 아카데미 스위트도 무려 51층으로 덩치가 만만치 않다. 다만 도시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 느슨한 폐쇄성… 개방적 맨해튼과 대조 그렇다면 타워팰리스는 주변으로부터 폐쇄된 소위 빗장 공동체인가? 물론 주거 타워 부분은 그렇지만 나머지 저층부는 의외로 그렇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타워팰리스의 여러 건물 사이를 비스듬하게 동서로 관통하는 언주로 30길이다. 전체 길이 500m 남짓한 이 길에서 타워팰리스 영역이라고 할 만한 구간은 400m 정도다. 그리고 이 도로를 향해서 타워팰리스의 각 건물들은 의외로 상당히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 1차의 상가동이 바로 이 길에 면해 있으며 여기서 야외 계단을 타고 오르면 네 동의 타워 사이에 조성된 데크는 물론이고 양재천 쪽에 면한 조경 공간으로의 진입도 가능하다. 다만 그 경로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접근이 가능한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2차의 E, F동의 하부도 필로티로 개방되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다만 이 건물에 살지 않는 한 특별히 찾아갈 이유가 있는 곳은 아니다. 지하철역으로의 접근이 조경으로 차단되어 있어 더욱더 그렇다. 한편 이 일대의 언주로 30길에는 신호등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신호등이 있었으나 교통 혼잡을 이유로 철거되었다고 한다. 자동차와 사람이 서로 적당히 알아서 움직이는 그 모습은 나름 자연스러워 보이면서도 어쩐지 다른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처럼 타워팰리스가 도시를 대하는 태도에는 ‘느슨한 폐쇄성’이 있다. 즉 물리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으되, 그렇다고 주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나름 세련된 방식을 통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재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다뤄 온 수많은 다른 사례들과 비교해 봤을 때 인근 지역에 대한 타워팰리스의 개방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분명히 사회 계층적 요인도 있을 것이나 타워팰리스라는 건물군이 갖는 매우 근본적인 성격 또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타워팰리스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과연 주상복합 건축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이 질문은 나아가 ‘한국의 수많은 소위 주상복합 건축은 과연 그 이름에 부합되는 성격을 갖고 있는가’라는 또 다른 질문으로 확대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면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주상복합이라는 유형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목적은 기본적으로 도심의 복합 개발을 통해 직주근접을 도모하고 도심 공동화를 방지하는 것에 있었다. 즉 수평적 용도지역 개념에 반하거나 이를 보완하는 개념으로서 수직 도시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하나의 건물이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어느 정도 기능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주거와 비주거 기능 간의 적절한 밸런스는 상당히 핵심적인 것이었다. 도심형 주상복합이 많은 뉴욕시의 경우, 한 건물 안에서 도로에 면한 부분은 상가, 그 위는 사무실 혹은 호텔 그리고 제일 윗부분에 주거가 자리잡는 경우가 있다. 이런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건물들은 당연히 외부인의 출입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로에 대해서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뉴욕은 이런 성격의 복합 건물들이 많은 덕에 자동차 없이 도심에 거주하는 인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전혀 미국스럽지 않은 도시가 될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걷거나 대중교통 수단에 의존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버드대학의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도시의 승리’에서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인간 정주환경을 맨해튼이라고 했던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 타워팰리스, 무지개떡 건축 향한 과도기 그런데 타워팰리스를 위시한 한국의 주상복합 건축은 대부분 이런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비주거 부분의 비율이 너무 낮은 것이다. 그 비율은 법으로 정하는데 한때는 주거 비율을 90%까지 인정해 주기도 했다. 그러니 결국 한국의 주상복합이란 도시 전체에 대한 이론적 성찰의 결과라기보다는 상업지역의 높은 용적률을 이용해서 고급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한 부동산 상품에 가깝다. 상업지역이므로 일조권의 영향도 받지 않고, 심지어 일반 아파트에 적용되는 인동간격 규정으로부터도 상당히 자유롭다. 거의 주거 전용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대해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타워팰리스가 ‘느슨한 폐쇄성’을 갖게 된 주된 이유다. 건축물 관리대장을 열람하면 이런 성격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전체 주거 타워 중에서 업무시설이나 오피스텔이 들어가 있는 것은 1차의 D동, 2차의 E동, 3차의 G동 등이다. 나머지는 전부 순수하게 ‘아파트’로 명기되어 있다. 그나마 이 오피스텔 또한 소위 주거형으로서, 이론적으로는 사업자등록이 가능하지만 제약이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타워팰리스는 일부 상가를 제외하고는 전체 건물의 거의 대부분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건물인 것이다. 법적 용어와 일상 언어와의 간극을 무시하고 이야기하자면 주상복합이 아니고 그냥 아파트다. 게다가 이 도곡역 일대는 도심이나 부도심이 아니고 주거지역에 일부 상업지역이 침투해 있는 정도이므로, 주상복합 건축의 당초 취지와는 잘 부합되지 않는다. 상업지역에 고밀도로 지어진 단지형 고급 아파트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주상복합의 원래 의미에 훨씬 더 근접하는 사례는 피어선 아파트 이후 광화문 일대에 지어진 일부 건물들에서 찾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분명히 타워팰리스는 한국 주거사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것은 토지밀착형 삶을 이상으로 삼아 왔던 한국인들에게 이전 시대의 아파트가 주었던 충격을 훨씬 더 상회하는 것이었다. 이제 사람이 땅을 떠나 완전히 구름 위에 살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타워팰리스를 필두로 초고층 주상복합이 지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서울의 북촌을 중심으로 전통 주거인 한옥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 두 유형은 어찌 보면 개념상 서로 완전한 극단인 것처럼 보이지만, 엄격히 이야기해서 본격적인 도심형 주거의 유형은 아니라는 점에서 서로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주거 전체로 보면 이전에 비해서 선택권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와의 관계, 인구의 구성, 복합적 성격 등의 면에서 보편적 도시 건축의 유형으로서 이 둘의 한계는 너무나 명확한 것이다. 이 연재에서 과도하게 느껴질 정도로 1960, 70년대의 가로형 상가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들은 거리에 면해 있으면서 가로의 활력에 기여했다. 상가는 입주민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인근 지역 또한 대상으로 삼았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한때 본격적인 도심형 상가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준전원형 방식인 단지 유형이 보편화되면서 그 시대가 저물었다. 앞으로 그 유형이 훨씬 진화된 형태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담아 이 연재를 이어 가고 있는 중이다. 직주근접의 가능성을 높이면 개인의 삶과 지구 환경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주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도 개방된 건물은 도시의 활력을 높일 뿐 아니라 시민 사회의 정신을 고양시킨다. 그러한 유형이 바로 이 글에서 말하는 무지개떡 건축이다. 타워팰리스는 이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등장한, 일종의 과도기적 현상이다.
  • 박지원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정유라, 2위는 최순실”

    박지원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정유라, 2위는 최순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의혹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해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인 것 같다”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17일 국민의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정유라인 것 같다. 2위는 최순실이다”며 “도대체 최씨 딸 정유라를 위해서 우리나라가 가장 자랑하는 명문대학 이화여대의 학칙이 바뀌고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학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유라를 데리고 K스포츠 10여명이 승마를 위해 독일에 동행하는 이루말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박 위원장은 국감 이후에도 최순실씨 등을 둘러싼 의혹이 국회 차원에서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감사가 끝나더라도 상임위에서 본회의에서 미르, 케이스포츠 정유라, 최순실, 차은택 등 모든 사건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예산이 법정 기일 내에 통과할 수 있겠느냐.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헌법 재판소장의 청문회와 국회 인준 표결도 제대로 되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지배하고 야당을 무시해서 금년 예산은 물론 내년 국회가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잘 성찰해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경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문학 지평 넓힌 밥 딜런 노벨상 수상

    미국의 대중음악 가수이자 시인인 75세 밥 딜런의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은 전 세계 문학계뿐만 아니라 예술계에도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1901년 노벨 문학상이 첫 수상자를 낸 이후 시인이기보다는 대중 가수로 더 알려진 인물이 받기는 115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파격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제 밥 딜런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왔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음유시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대중음악의 가사를 시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밥 딜런의 노래를 고대 그리스 시인에 견주며 “귀를 위한 시”라고도 극찬했다. 밥 딜런은 자유와 평화, 반전(反戰), 인권 메시지를 직접 작사·작곡하고 노래한 대중음악 뮤지션이다. 20여년 전부터 노벨 문학상 후보에 지속적으로 이름이 올랐지만 대중음악 가수로서의 한계에 부딪혀 논란만 낳았다. 기존의 문학적 기준에서는 공연되는 시(詩)인 밥 딜런의 시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림원은 밥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상적인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이에게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실천했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문학의 지평을 넓힌 것이다. 까닭에 한림원의 선택은 의미가 크다. 밥 딜런의 수상을 놓고 “혁명적”, “가슴 벅찬 일대 사건”, “순수문학의 위기”라는 등의 갑론을박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밥 딜런은 문학과 음악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 줬고 한림원은 이를 평가했다. 한림원은 지금껏 논란과 상관없이 문학상의 영역을 넓혀 왔다. 지난해에는 인터뷰를 논픽션 형식으로 써 ‘목소리 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들어 낸 벨라루스 출신 언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비(非)문인인 철학자, 역사학자, 정치가가 수상한 적도 있다. 문학과 음악의 융합인 ‘선율을 입힌 시’에 대한 밥 딜런의 문학적 평가가 전혀 놀라울 게 없는 이유다. 밥 딜런은 예술성과 사회성을 결합해 대중음악의 가사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창조적 혁신가다. 실제 많은 영감을 준 데다 큰 변화를 이끌었다.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을 통해 우리 스스로 한국 문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 문학의 원로 시인들도 우리 시단에 대해 성찰의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대중과 문학의 소통과 함께 진화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 지평은 새로운 흐름에 직면해 있다.
  • [2016 서울미래컨퍼런스] 윤종록 “시름시름 한국호 일으킬 비타민이 4차 산업혁명”

    [2016 서울미래컨퍼런스] 윤종록 “시름시름 한국호 일으킬 비타민이 4차 산업혁명”

    김문상 교수 “AI·빅데이터에서 승부” 정재승 교수 “불평등 개선 정부 역할” 이민화 이사장 “기업들 큰 그림 필요” 박형주 소장 “암기 위주 교육 바꿔야” “기억하다의 반대말이 뭘까요. 망각하다? 아닙니다. 상상한다입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고 상상한다는 것은 이제까지 못 본 미래를 향해서 가는 것입니다.” 창조경제 전도사인 윤종록(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지난 13일 ‘2016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상상’과 ‘혁신’을 내세웠다. 4차 산업혁명은 수평적 발전 중심인 기존 산업혁명과 달리 무에서 유를 만드는 수직적 혁명이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저서 ‘이매지노베이션’(상상+혁신)에서도 알 수 있듯 상상력이 강력한 혁신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원장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산업에도 ‘비타민’이 필요하다”면서 “조선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비타민을 투여하면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이번 컨퍼런스에서 화두로 던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좌장, 패널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시름시름 앓고 있는 한국 경제의 유일한 처방약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제까지 물리적 공간인 지구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 왔다면 이제는 가상의 공간인 디지털 지구에서 기술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공지능, 인간과의 공존’ 세션의 좌장인 김문상 광주과학기술원 특훈교수는 “한국인으로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휴대전화를 만들면서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쓴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슈퍼-커넥티비티(Super-Connectivity), 빅데이터, 인공지능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기술에만 매몰되다 보면 4차 산업혁명의 큰 줄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로보틱스, 자율주행차가 바꾸는 세상’ 세션의 좌장을 맡은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의 기술은 온라인·오프라인 융합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13개 기술 중 일부”라며 “개별 기술 관점에서 접근하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인공지능 세션의 토론자로 나선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철학)는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의 요구에서든 인간의 호기심에서든 발전하겠지만 인공지능이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될지, 판도라의 상자로 전락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져올 파국적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성찰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자들과의 ‘리더스 토크’ 세션에서 기술적 문제에 천착하기보다 일자리, 윤리 등 예민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또 인공지능이 사회 불평등을 심화할지, 정부 역할은 어떠해야 되는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을지를 가늠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도 기조연설자들과 ‘4차 산업혁명과 미래 대응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에서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한국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도래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그는 “암기 위주 교육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노래하는 저항시인… 대중가요, 시대의 문학 되다

    노래하는 저항시인… 대중가요, 시대의 문학 되다

    60~70년대 반전·반핵 메시지 진솔한 가사로 세대·시대 품어 작곡가·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50여장 앨범·2000명이 리메이크 위대한 아티스트 비틀스 이어 2위 ‘음유 시인’ 밥 딜런(75)에게 노벨 문학상이 돌아간 것은 그의 음악에 담긴 사회성과 시대성, 문학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뮤지션이라는 옷을 입고 있었으나 문학적으로 시인이나 다름없었다. 시와 노래를 구분하지 않았던 고대 그리스의 음유 시인처럼 말이다. 딜런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2위가 최고 기록이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도 다섯 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세계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데뷔 이후 50여년 동안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화가, 극작가 등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 열정을 불사르며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는 1941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의 러시아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좋아하며 시를 쓴 그는 1959년 미네소타대학에 입학해 가수 활동을 시작했으나 1961년 학교를 중퇴하고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데뷔 앨범은 1962년 컬럼비아레코드에서 나온 ‘밥 딜런’이다. 그는 인종차별 반대, 반전 반핵 등 사회성 짙은 음악을 발표하며 1960~70년대 시대의 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철학적인 가사와 진솔한 메시지로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정작 딜런은 자신의 노래에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며 저항 시인이라는 이미지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1970년대로 넘어가면서부터는 개인적 성찰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아졌다. 잭 케루액, 앨런 긴즈버그 등 1950년대 비트족 작가들의 영향을 받은 그의 가사는 대중음악의 수준을 문학 예술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4년 연속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그의 명곡 중 하나인 ‘라이크 어 롤링 스톤’의 가사에 나오는 ‘아무것도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는 구절은 2008년 미 연방 대법원 판결문에 인용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 교과서에도 그의 가사가 오를 정도다. 미국의 수많은 대학에선 그의 노랫말을 분석하는 강좌가 수백 개에 이르고 딜런을 주제로 한 책만 500권이 넘는다. 음악적으로는 포크록이 결합된 새로운 음악 장르를 끊임없이 개척한 혁명가로도 평가받는다. 그가 그동안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은 37장, 라이브 앨범까지 합치면 50장이 넘는다. 올해에도 미국 스탠더드 팝 넘버를 재해석한 리메이크 앨범 ‘폴른 에인절’을 발표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2000명이 넘는 후배 뮤지션들이 그의 음악을 다시 불렀다. 딜런은 1982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1988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91년에는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또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에서 자신과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비틀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사회와 세계 평화에 공헌한 인물에게 주는 미국 최고의 시민상 ‘자유의 메달’을 받기도 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메달을 수여하며 “그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했고 미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딜런 같은 거인은 없었다”고 치켜세웠다. 딜런은 한국에 딱 한 번 왔다. 2010년 3월 그의 나이 69세, 데뷔 앨범이 나온 지 4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역사적인 첫 공연을 펼쳤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문학의 개념 확장” “평가 기준 의아해” 엇갈려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문학계와 음악계를 동시에 놀라게 했다. 양쪽의 전문가들은 “예상 밖의 선택이지만 딜런은 그 자체로 문인이다” “그의 수상은 문학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소설가인 이인성 전 서울대 불문학과 교수는 “밥 딜런은 단순히 대중음악인이 아니라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그 자체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문학을 이룬 사람”이라며 “저항가요로 시작했지만 민중들의 슬픔과 고단함뿐 아니라 현대사회에 맞는 언어적, 음악적 이미지들을 활용해 인간 내면을 통찰하는 다양한 메시지로 현대인들을 성찰하게 했다”고 짚었다. 밴드 활동을 겸하는 강정 시인은 “점잖 빼는 국내 문학계에서는 특히 ‘충격’받을 만한 결과이겠지만 밥 딜런은 랭보, 딜런 토머스 등 자신의 문학적 페르소나를 계속 바꿔 가면서 문학적 지향을 가져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박준흠 대중음악 평론가는 “영미권 대중음악은 밥 딜런 이전과 이후로 시기가 나뉜다”며 “음악 비즈니스에 있어서의 전권을 자본에서 예술가, 창작자로 갖고 온 첫 사례”라고 말했다. 박은석 대중음악 평론가는 “음악을 빼고도 노랫말만 가지고도 그만 한 평가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도 “밥 딜런 등장 이전 대중가요는 대부분이 사랑과 이별 타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밥 딜런은 깊은 철학적 성찰로 당시 베이비붐 세대에게 반전과 평화, 자유 등의 시대정신을 일깨우며 대중음악 가사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의미를 짚었다. 한림원의 선택이 납득이 안 간다는 지적도 있다. 강유정 강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중적이라고 외면을 당했는데 밥 딜런의 수상은 어떤 가치 평가 기준으로 이뤄진 것인지 놀랍고 당혹스럽다”면서도 “어떤 점에서는 한림원이 실험적이고 대중친화적인 쪽에 무게를 실어 주면서 문학이 앞으로 가야 할 길 중 하나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단독] [2016 서울미래컨퍼런스] AI 개발 때 인간만의 특권인 ‘자유로운 일탈’ 가능케 설계해야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기계가 못해 AI로 판례 수집·정리 고착화 땐 사회가 보수주의로 회귀 가능성 윤리문제 ‘싱귤래러티’ 대처 중요 프로메테우스의 불 될지 판도라 상자 될지 성찰 절실 ‘인공지능, 인간과의 공존-도전과 가능성’을 주제로 한 ‘세션1’에서 연사들은 “인공지능(AI)이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이 선제적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를 맡은 김문상 광주과학기술원 특훈 교수는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삼성이든 SK든 LG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글로벌 리더가 한국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래사회연구실장은 “인공지능 개발이 인간의 실수를 줄이되 인간만의 특권인 ‘자유로운 일탈’, 창의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아인슈타인이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처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게 바로 기계가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미래에도) 높은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최 실장은 “이미 활용 중인 대표적 인공지능으로 미국의 판례 수집·정리 프로그램이 있는데, 보수주의에 머물고 새로운 판례를 창조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 ‘좋지 않은 미래’의 한 예”라고 AI 미래의 어두운 측면을 우려하기도 했다. 사회자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세 가지”라며 “상호연결성과 빅데이터, 인공지능에 기반한 서비스”라고 요약했다. 이어 그는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전화를 가졌지만, OS(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를 쓴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라며 (인공지능 시대와 관련해) 삼성의 노력을 궁금해했다. 이에 김지희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연구센터 인공지능팀 상무는 “삼성이 160여개 회사와 IT 얼라이언스를 맺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며 “기업끼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끊임없이 동지가 됐다가 적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어떤 회사와 어떤 기술을 합작하는 게 좋은지 적시에 판단할 수 있는 기업이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부 대표자 격으로 참석한 김정환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인공지능은 결국 보안과 ‘싱귤래러티’(인공지능이 인간 뇌를 초월하는 기술적 특이점)라는 윤리적 문제로 귀결된다”며 “단순 반복 노동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되 (우려 때문에) 우리 사회가 후행하거나 뒷북치는 일이 없게 하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월에 지능정보사회 중장기종합대책을 발표하고,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좀더 속도감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서양철학)는 “약한 인공지능 단계에서는 인간 노동은 줄어드는 대신 여가 확대·자아 실현에 몰두할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한 미래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한 인공지능 단계, 고도의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인공지능이 자기완결적 개체로 존재하게 될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인간의 본질적인 영역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인공지능이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될지, 혹은 ‘판도라의 상자’로 전락할지 먼저 성찰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Keyword] ●인공지능 핵심 ‘눈의 탄생’ 약 5억년 전 지구의 생물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캄브리아 대폭발’에서 중요한 것은 ‘눈’(眼)이 생겨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인식기능이란 눈이 갖춰지면 로봇과 인공지능(AI)에서도 ‘캄브리아 대폭발’이 생겨날 것이다. 이 대폭발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가 앞으로 20~30년 내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 숭실대, 통일 분야 국제학술대회

    숭실대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이 10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김덕윤예배실에서 2016 정기국제학술대회 SS4U(Soongsil for You and Unification)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의 1부 ‘통일, 평화로 가는 길에 선 숭실인의 과제’에서는 숭실대가 지난해 5월 공모를 통해 선정한 19개의 연구과제에 대해 15개 학과에서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다. 이를 통해 통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 각 분야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어 2부와 3부에서는 각각 ‘동아시아 안보의 새로운 도전 과제’, ‘양안관계와 납북협력: 이슈와 대안의 모색’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뤄진다. 김민기 숭실평화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사드의 배치 문제 등으로 어느 때보다 평화와 통일을 생각하기에 어려운 시기지만 지금이야말로 평화와 통일의 소중함을 깊이 성찰하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은 2014년 숭실대 서울 재건 60주년을 맞아 발족됐다.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을 개원해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숭실통일리더십스쿨을 운영한다. 통일외교와 개발협력 융합전공(학부과정),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정(대학원과정) 등이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피고가 된 사람들(토머스 게이건 지음, 채하준 옮김, 안티고네 펴냄) 툭하면 소송으로 법에 호소하는 갑들의 민낯을 미국 사회의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법의 지배’가 무너졌다며 그 원인으로 사회가 더욱 ‘불공정해진 점’을 꼽는다. 불공정은 단지 소득 불평등뿐 아니라 그로 인해 체감하게 되는 시민으로서의 불평등이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결핍, 사라진 계약의 권리, 공적 영역 규제 완화의 폐해 등을 언급하면서 결국 사회·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소송이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노동 전문 변호사인 저자는 역설적으로 규제가 더 많이 완화될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법정에 가게 되는 현상, 우파의 정책이 소송을 부추긴다는 점을 대담하게 주장한다. 364쪽. 1만 5000원. 생각과 착각(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저자의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책이다. 그의 착각에 대한 50가지 사례와 이론은 재미있고 생생하다. ‘왜 어떤 네티즌은 악플에 모든 것을 거는가’, ‘왜 초연결사회가 국가를 파멸의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가’, ‘왜 너답게 생각하는 조언은 무익한가’ 등 다양한 측면과 현상에 대해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안목을 전해 준다. 그는 인지적 한계, 편 가르기와 차별, 자기기만, 공감과 불감, 능력과 우연, 탐욕과 서열 등 논의에 수많은 학자가 제시한 이론을 꼼꼼히 살펴보며 답을 구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갖고 있는 생각과 착각을 성찰해 보자고 제안한다. 392쪽. 1만 5000원.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김영사 펴냄) 19세기 말 참정권을 얻기 위한 투쟁인 제1의 물결, 1960년대 사회적 차별 문제 해결에 주력한 제2의 물결, 1990년대 백인 이외의 여성과 동성애 문제 등으로 확대된 제3의 물결 등 페미니즘 운동의 성격과 관점을 대표하는 저작이다. 저자는 아름다움을 이용하는 정치적·상업적 음모와 미인이라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파괴돼 가는 여성의 실상을 파헤쳤다. 사회의 ‘아름다움의 신화’라는 고통스러운 메커니즘을 고발하며 여성의 정체성을 살펴본다. 특히 성형과 다이어트 열풍이 채운 한국 사회에서 아름다움이 생존의 가치가 된 현실을 반추하게 한다. 516쪽. 1만 9000원. 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돌베개 펴냄) 1871년 비스마르크의 독일 통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사라진 독일제국의 역사를 다룬다. 제국을 건설한 비스마르크의 생각과 달리 왜 호전적 국가가 돼 자기 파멸의 길을 걸었는지가 핵심 질문이다. 저자는 안으로는 민족주의, 밖으로는 지정학적 역학 관계에서 파멸의 뿌리를 찾는다. 저자는 산업화에 대한 자부심과 결합한 ‘대국 감정’은 비스마르크 이후 생겨났다고 본다. 그는 “히틀러가 없었어도 1933년 이후에 아마도 일종의 총통 국가가 나왔을 것이고 두 번째 세계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며 다만 수백만 유대인 학살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320쪽. 1만 5000원. 함께 가만한 당신(최윤필 지음, 마음산책 펴냄) 저자의 전작 ‘가만한 당신’의 후속작이다.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다 떠난 35명의 삶을 담담하게 써 내린 부고다. 저자는 지금은 상식으로 여기는 가치들을 일구려고 노력했던 사람들, 그러나 떠난 뒤 “잔물결도 일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을 편파적으로 주목했다. 전작에 비해 좀 더 통쾌한 삶이거나 좀 더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들이 더해졌다. 이 책은 35명의 삶을 느린 호흡으로 섬세하게 짚어 나간다. 결점을 딛고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저자가 그들의 긴 부고를 좇는 것은 영웅보다는 진솔한 인간으로 남길 원했던, 그러기 위해 끝까지 무기력하지 않았던 어떤 비범함 때문이다. 376쪽. 1만 5000원.
  • [길섶에서] 가을과 책/구본영 논설고문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건 서구 사회에서 꽤 오래된 통념이다. 인간 관계에서 몇 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말이다. 이는 이른바 ‘작은 세상 네트워크’ 개념과도 통한다. 사실 물리적 공간보다 시간과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은 효율적인 ‘작은 세상’이다. 몇 번의 클릭으로 온갖 정보와 지구 반대편의 사람까지 접할 수 있으니…. 종이 책이 과거보다 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며칠 전 친구 몇 명과 만날 때 이를 실감했다. 언론계를 떠나 사업을 하는 친구가 책을 내 축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출판사를 운영하는 다른 친구가 ‘비보’부터 전했다. 갈수록 베스트셀러, 즉 ‘대박’의 규모도 작아지고, 오래 팔리는 스테디셀러의 주기도 짧아진다는 업계의 우울한 동향이었다. 하긴 필요한 정보를 재빨리 찾아내는 데는 웹서핑이 제격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행간의 숨은 뜻’까지 읽을 수 있는 ‘성찰의 공간’은 아니란 말이 있다. 어느새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활자로 된 텍스트 정보를 담은 책을 통해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를 찬찬히 숙성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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