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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개특위 1표’ 박지원 “패트, 지금은 어려워…정치가 필요해”

    ‘사개특위 1표’ 박지원 “패트, 지금은 어려워…정치가 필요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선거제·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충돌하는 국회에 대해 “여러 정황을 볼 때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 정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을 논의하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신속처리 법안 지정 표결에서 1표를 행사할 수 있다. 박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민주평화당과 저는 일단 상정하고 한국당과 계속 협의, 합의 통과시켜 개혁 입법을 완성시키자는 찬성 입장”이라면서도 “여러 정황을 볼때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정교하지 못했고 한국당은 그들이 증오하는 운동권 좌파보다 더 막가파식 정치로 국회를 붕괴시키고, 바른미래당은 내홍으로 국회가 더 혼란스럽다”며 “김관영 원내대표도 잠시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한다”고 했다.패스트트랙의 대상인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 4건 중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의안처에 제출됐는지 여부를 두고 여야는 대치하고 있다. 한국당은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을 봉쇄하고 인편 제출을 막고 있다. 민주당은 정보통신망인 전자메일을 통해 제출했지만 한국당의 봉쇄로 접수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은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개특위 위원 2명을 강제로 사보임시키면서 당내 반발 여론에 부딪혔다. 박 의원은 “한국당이 조건 없이 회의장 농성을 풀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며 “민주당도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도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한다”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김관영 “사보임 조치에 송구”…김수민 “대변인직 사퇴”

    김관영 “사보임 조치에 송구”…김수민 “대변인직 사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선거법·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을 둘러싼 당내 반발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26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내는 문자에서 “저는 여야합의문이 당에서 추인됨에 따라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어제 사보임 조치를 했다”며 “그동안 사법개혁의지를 가지고 일해오신 두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오신환 의원의 항의에도 사개특위 위원직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고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법안 협상에 참여하고 있던 권은희 의원도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인 법안 심의권을 강제로 박탈한 것”이라며 “다들 이성을 상실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김 원내대표는 “당내 다른 의원님들께도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잠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출신인 김수민 의원은 “당이 위기로 치닫고 있다”며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 김 의원은 “당내 극한 대립 속에서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를 원고에 담아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한 쪽 편을 들어 입장을 적는 것이 양심상으로 버거운 일”이라고 했다. 권 의원도 페이스북으로 입장문을 내고 수사대상을 놓고 민주당과 논쟁을 벌이다가 일방적인 사보임이 진행됐다고 반발했다. 바른미래당은 고위공직자가 재직 중 범한 죄라면 공소시효가 있는 한 수사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수사대상을 현직 고위공직자나 퇴직 후 2년 내로 제한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는 “오후 4시 30분에 논의가 재개됐는데 오후 5시 50분에 갑자기 논의를 중단하더니 검토 중인 법안을 그냥 합의안으로 발의한다고 했고 일방적인 사보임이 진행됐다”며 “이성을 상실한 모습”이라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2000자 인터뷰 5-1] 김성경 “신한반도 체제, 철학적 성찰을 해보자는 것”

    [2000자 인터뷰 5-1] 김성경 “신한반도 체제, 철학적 성찰을 해보자는 것”

    “찍소리는 내고 죽어야 하는 것 아니냐.”(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신한반도 체제가 애매하다는데 원래 우리 사는 한반도가 애매하다.”(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22일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2019 통일정책포럼에 기조발제를 한 김동엽 교수와 조한범 연구위원이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 교수의 패널 토론 내용에 대해 반박한 말이다. 거두절미하면 그렇다. 김성경 교수는 패널 토론을 통해 신한반도 체제란 개념이 주체들을 일으켜 세우려 하지 않고, 최고권력자가 던져 놓은 커다란 개념의 빈 여지를 전문가들이 채우려 애쓰고, 한국이 자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북한이나 아시아 다른 나라들을 배려하는 구석이 없거나 국가 권능이 해체되는 시대적 조류와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와 25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그날 포럼 때 반론 기회가 주어질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김동엽 교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김 교수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한미동맹의) 트릴레마(세 가지 딜레마)를 다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근간이다. 하노이 노딜은 세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명확히 했다고 생각한다. 신한반도 체제가 어떻게 채워지건 세 가지 목표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한국 주도로 능동적 판을 짜려면 이 세 가지 딜레마에 마주서야 한다. 뭐든 해보자가 아니라 세 가지 딜레마에 대해 정부 차원의 면밀한 검토와 전략, 대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조한범 연구위원 말씀에 대해서는요. -한반도 상황이 모호하지만 대외 정책으로서 해외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상상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극복하기 위한 대안 정책의 성격이나 성향이 우리가 지금까지 굉장히 불편해 했고 벗어나고자 했던 것과 닮아 있다는 것이고, 국가가 주도하는 평화, 역사 바로세우기, 경제 정책 등이 세계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큰 질문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를 중심으로 국가가 해외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협도 해내는 등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하는데 다른 국가들은 오히려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 얘기를 꾸준히 해오셨을텐데. -본인들은 내용을 채워나가기 바쁜 상황에 문제제기를 하니까 생뚱맞네 그럴 수 있다. 정책을 만들어가는 분들에게는 별 공감이 안되는 얘기일 수 있다. 마음을 모아서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많으니까. 난 전체적인 방향에 대한 이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시도에 근본적인 철학적 성찰을 하고 있나, 그런 의문을 갖고 있다. 그분들이 못 알아들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문화마당] 대만 2·28과 한국의 4·3, 4·16, 5·18/박조원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

    [문화마당] 대만 2·28과 한국의 4·3, 4·16, 5·18/박조원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

    얼마 전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2ㆍ28평화기념공원에 다녀왔다. 2ㆍ28평화기념공원은 타이베이 한복판에 있는데도 그 많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이 공원은 대만 현대사의 가장 큰 상처인 2ㆍ28대학살, ‘2ㆍ28참안(慘案)’이라고도 불리는 2ㆍ28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우리의 4ㆍ3, 4ㆍ16, 5ㆍ18을 떠올리면서 가슴에 응어리가 진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2ㆍ28사건은 비통한 대만 현대사의 상징이다. 대만은 청의 청일전쟁 패전으로 1895년 시모노세키조약을 통해 일본에 할양된다. 일본의 대만 식민 지배는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종식되며, 1945년 대만은 당시 중화민국으로 반환된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대만 통치를 위해 본토에서 파견된 무능하고 부패한 국민당 세력의 수탈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던 1947년 2월 27일 40세 과부 린장마이(林江邁)가 무허가 담배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전매청 직원이 담배를 압수하고 권총으로 머리를 가격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이에 항의하던 군중을 향해 발포하고 사망자가 생긴다. 이튿날부터는 시위가 격화되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다. 본성인 중심 시민사회단체의 중재로 시위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기도 했으나 장제스(蔣介石)는 국공내전의 와중에도 1만명이 넘는 병력을 전선에서 빼내 대만으로 보내며 대대적인 유혈 진압을 벌인다. 이로 인해 학살된 인원은 최대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대만의 2ㆍ28은 여러 면에서 우리의 4ㆍ3이나 5ㆍ18과 판박이처럼 닮아 보인다. 4ㆍ3이나 5ㆍ18이 그랬듯이 2ㆍ28은 대만에서 계엄령이 해제된 1987년까지는 물론이고 그 후에도 수년간 언급 자체가 금기였으며, 정부의 강력한 사전 검열 대상이었다. 2ㆍ28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공산주의자로 몰리기도 했다. 교과서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국민당 입장에서는 잊혀져야 할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4ㆍ3이나 5ㆍ18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그러나 2ㆍ28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만 민주시민단체의 끈질긴 노력에 힘입어 공론화되기 시작하며 끝내는 진상 규명과 가해자인 국민당의 사죄까지 이끌어 낸다. 1992년 대만 행정원이 사건보고서를 발간해 정부 차원에서 진상 규명이 이루어졌다. 1995년에는 국민당 출신의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정부를 대신해 사죄하는 한편 2월 28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이 점에서 2ㆍ28은 우리의 4ㆍ3이나 5ㆍ18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2ㆍ28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가해 세력인 국민당이 진상을 밝히고 사죄한 반면 4ㆍ3과 5ㆍ18은 가해 세력 혹은 그 세력의 뒤를 잇는다는 이른바 보수 진영이 아직도 제대로 반성하거나 사죄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진상 규명조차 방해하고 있지 않은가. 군과 경찰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4ㆍ3에 대해 국방부가 공식 사과를 한다고 발표했는데, 사과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 사죄라고 해야 한다. 경찰청은 반성적으로 성찰한다고 했는데, 이 무슨 해괴한 말장난인가. 국가가 국민 생명 보호의 의무를 방기해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는 지난주에 5주년을 맞았다. 국가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5ㆍ18광주민주항쟁은 3주 정도 후면 39주년을 맞이한다. 치유될 수 없는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도록 진상이 규명되고 가해자들의 진정한 사죄가 있을 때 봄이 우리에게 한발 더 다가올 것이다.
  • 정부 “일본 지도자들 야스쿠니 참배에 깊은 실망과 유감“

    정부 “일본 지도자들 야스쿠니 참배에 깊은 실망과 유감“

    외교부 대변인 논평…“과거사 반성 통해 신뢰 회복하길”정부는 23일 일본 우익 성향 의원들이 A급 전범 14명이 합사(合祀)된 도쿄(東京)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집단 참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 신사는 주로 주변국을 침략하다 숨진 일본 군사들의 영령들을 달래는 곳이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이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참배하고 공물을 봉납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의 길을 걸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원들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의 춘계례대제(春季例大祭·봄철 큰제사)에 맞춰 이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21일 직접 참배하는 대신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야스쿠니 신사에 보냈다. 공물을 보낸 것은 참배와 마찬가지의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의 좌우에 세우는 나무의 일종이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로, 제국주의 일본의 상징으로 불린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 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실제로 위패와 유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합사자 명부가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밥값은 했나… 목민관 10년 돌아본 용산구청장

    밥값은 했나… 목민관 10년 돌아본 용산구청장

    “구청장실에서 남산타워를 바라보면서 가끔 아버지께 물어요. ‘아버지, 나 밥값하고 있어요?’하고요. 목민관으로서 용산의 발전, 구민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죄를 짓는 거니까요. 이 책은 결국 저와 직원들이 지난 10년간 용산을 위해 밥값을 제대로 해왔는지 성찰하고 어떻게 미래를 가꿀지 고민하려 쓴 겁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 10층 북카페에서 한 저자의 고백이 직원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용산구에서 처음으로 ‘4선 구청장’이란 수식어를 단 성장현 구청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바쁜 구정 활동을 쪼개 최근 저서 ‘밥 얻어먹고 살기가 어디 쉽다냐’를 펴낸 성 구청장은 이날 직원 독서토론 모임 ‘책마실’ 회원들과 얼굴을 맞댔다. 지난 10년간 구정 활동을 돌아보고 용산의 비전을 제시한 책인 만큼 직원들에겐 자신의 업무와도 바로 맞닿은 ‘저자와의 생생한 대화’인 셈이다. 한 직원이 “오늘 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보니 책이 행정 분야 5위에 올라 있더라”고 하자 성 구청장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우리가 구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고 의미 있는 역사를 만들었는지 점검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책은 구민들 삶의 질을 높여온 주요 구정 사업들을 살뜰히 기록했다. 성 구청장이 서울에서 유일하게 80병상 이상 요양원을 구립으로 두 곳이나 갖춘 점,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을 벤치마킹한 치매안심마을을 경기 양주에 조성하는 것, 용산꿈나무종합타운·용산복지재단 건립, 100억원 규모의 청년 일자리 기금 조성, 용산역사박물관 건립, 당고개 성지 보존 등이다. 염수정 추기경이 “10년 세월, 그가 밥값하기 위해 흘렸던 땀의 결실이 오롯이 담긴 책”이라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방자치란 추상적인 슬로건의 반복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설득해가는 과정과 결과임을 보여준다”고 추천사를 쓴 이유다. 그는 또 책에서 온전한 용산공원 조성을 위한 7가지 제언을 펼치기도 했다. 이근원 자치행정과 주무관은 “용산에 살면서도 용산의 내력을 모르는 분이 많은데 지역 역사가 풍부하게 서술돼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성 구청장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분단 등 아픈 역사로 점철된 용산구의 과거를 후손들이 되새길 수 있어야 미군기지 반환과 함께 평화, 통일을 상징하는 도시로 거듭날 용산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며 “앞으로도 용산을 ‘통일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순례 “5·18 유족에 사과” 김진태 “행사 안 갔는데…”

    김순례 “5·18 유족에 사과” 김진태 “행사 안 갔는데…”

    ‘5·18 망언’과 관련해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은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의 처분을 존중하며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마음의 상처를 받은 5·18 유공자,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경고’ 처분을 받은 김진태 의원은 “특별한 발언을 한 것도 없는데 지금까지 고통 받아왔다”며 “민주주의가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19일 영등포 당사에서 중앙윤리위 전체회의를 열어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김순례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3개월, 김진태 의원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순례 의원은 입장자료에서 “저는 지난 2월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 도중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한 부분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사과한 바 있다”며 “당의 (징계) 처분을 존중하며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심사숙고해 더 정제되고 신중한 발언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그는 “당과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마음의 상처를 받은 5·18 유공자,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당 윤리위로부터 5·18 경고처분을 받았다. 그 행사에 참석한 적도 없고 특별한 발언을 한 것도 없는데 지금까지 고통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가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순례 의원은 지난 2월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칭하는 등 원색적인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김진태 의원은 이 공청회를 공동 주최했고, 영상으로 환영사를 보냈다. 한편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이날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비운의 역사에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은 정당으로서 과거에 대한 반성도, 과거를 마주 대할 용기도 없는 정당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며 “한국당은 차라리 ‘자유망언당’으로 이름을 바꾸라”고 비꼬았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처벌보다는 오히려 격려에 가깝다”며 “국민이 목숨 걸고 지키려 한 민주주의의 출발이 59년 전 오늘이며, 5·18 광주는 그 연장선이다. 4·19 혁명 59주년을 자유한국당이 망쳤다”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논란 속에 취임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6년 후 박수 받으며 퇴임하겠다”

    논란 속에 취임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6년 후 박수 받으며 퇴임하겠다”

    이 재판관 주식 거래 의혹에 사과문 재판관 “편견, 독선 경계하겠다”주식 거래 의혹에 휩싸이면서 우여곡절 속에 취임한 이미선 신임 헌법재판관이 취임사를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재판관은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간 국민 여러분과 헌법재판소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20년 간 공직자로서 부끄러움 없이 살고자 했으나 임명 과정을 통해 공직자의 행위는 위법하지 않거나 부도덕하지 않은 것을 넘어 한 치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국민 여러분의 질타를 겸허히 수용하며 마음 깊이 새겨 행동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은 “제가 임명된 것은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이익이 헌법 재판에 반영되고,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가 충실히 보호돼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에 따른 것임을 안다”면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기본권을 보장받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다양한 가치관과 주장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정치·이념적 갈등이 첨예한 분야에서도 중립성과 균형을 잃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어 “6년 후 국민의 따뜻한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고, 퇴임 이후에도 공익을 위한 새로운 일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취임한 문형배 신임 헌법재판관은 “동료 재판관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열린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토론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시각에 열린 자세로 대하고, 소통과 성찰을 통해 편견, 독선이 자리잡지 않도록 경계하고 정진하겠다고”도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순천시립극단 연극 ‘연기가 눈에 들어갈 때’ 공연

    순천시립극단 연극 ‘연기가 눈에 들어갈 때’ 공연

    순천시립극단 제58회 정기공연 ‘연기가 눈에 들어갈 때’가 오는 25일부터 이틀동안 순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연기가 눈에 들어갈 때’는 벚꽃이 만발한 어느 봄날 화장터에서 고인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면해야 할 죽음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진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는 휴먼 드라마다. 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는 듯한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갖게 하는 연극이다”며 “결코 지루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면서 감동적인 드라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삶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정겨운 마음을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만 12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초·중·고 학생은 6000원이다. 다문화가족, 3자녀이상증 소지자, 장기·인체조직 기증 등록증 소지자, 순천문화예술회관 정기회원, 30인 이상 단체 등은 50% 할인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광장] 안중근 동양평화론과 한반도 평화체제/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안중근 동양평화론과 한반도 평화체제/이두걸 논설위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이틀 전인 지난 9일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자리한 중국 하얼빈 역사를 찾았다. 2년 전 역 확장 공사에 따라 조선민족예술관으로 임시 이전했다가 지난달 30일 다시 문을 열었다. 임정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기자협회 주관으로 열린 ‘안중근을 만나다’ 연수 일정 중 하나였다. 기념관 입구로 들어서자 안 의사의 전신 동상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기념관에는 안 의사의 일생 및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 암살 의거와 관련한 기록물들이 전시돼 있었다. 기념관 한쪽 끝 유리벽 너머로는 안 의사가 저격한 지점의 바닥 표지석 및 팻말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록물들 사이로 ‘동양평화론’을 새긴 동판이 눈에 들어왔다. 자서전 격인 ‘안응칠 역사’(응칠은 안 의사의 아호)와 더불어 안 의사가 의거 직후 뤼순 감옥에 투옥됐을 당시에 저술했다. 동양평화론은 전체 5단계 중 서문 등 2단계만 쓰여진 미완성 논문이다. 히라이시 요시토 뤼순 고등법원장과의 면담 기록을 통해 주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동양평화론의 개요는 △일본은 뤼순을 중국에 돌려주고 중립화한 뒤 한ㆍ중ㆍ일이 공동 관리하는 군항 건설 △3국 동양평화회의 조직하고 재정 확보를 위해 회비 모금 △3국 공동 은행 설립 및 공용 화폐 발행 △3국 공동 군단 설립 △한중 두 나라는 일본의 지도 아래 상공업의 발전 도모 등이다. 동양평화론에는 우리가 알던 안 의사의 다른 면모가 드러난다. 일본과 일본 천황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다. “대저 합하면 성공하고 흩어지면 패망한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동양평화론의 서론 등에서 안 의사는 동양평화회의나 공동 은행, 공동 군단 등을 일본이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회비 모금 등은 당시 청과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재정난을 겪던 일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오영섭 연세대 연구교수는 논문 ‘안중근의 정치사상’에서 “안 의사는 일본 제국주의의 한국 침략을 비판하는 초점을 이토 히로부미 개인에게 맞추고 정작 침략 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일본 천황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안 의사의 사상적 한계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시아 중심주의 역시 동양평화론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최봉룡 중국 다롄대 교수는 “동양평화론의 일본 중심 인식은 서구에 대한 대항 논리지만, 동북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타자로 돌리는 또 다른 인종주의가 반영돼 있다. 동양평화론을 인류 평화와 연결할 때는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대항 민족주의’는 나 아닌 다른 것에 대한 극복과 배척을 내포하고 있다는 태생적 한계를 부인하기 어렵다. 20세기 초반까지 유대 민족의 대항 민족주의였던 시오니즘이 지금은 팔레스타인 등 중동 약소 민족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까닭이다. 민중들이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민족 내부의 모순에 눈멀게 하는 것도 민족주의의 냉혹한 현주소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안 의사가 살았던 20세기 초반이 아닌 21세기의 시선이라는 한계 역시 명확하다. 서양이 아시아를 침략하던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에 안 의사를 포함한 당대 동북아의 개화사상가들은 서양을 몰아내는 데 주력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데 대해 많은 이들이 반겼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시아의 맹주를 넘어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던 일본을 배제하고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현실적인 요건들도 작용했다. 안 의사 인식의 한계는 인정하되 동양평화론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동양평화론은 최근 남북 화해구도 형성 등 한반도 평화체제의 대안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3국 평화회의는 동북아 국제기구, 공동 은행과 공용 화폐는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논의하는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의사는 남북 화해 구도 정착의 열쇠이기도 하다. “남북이 모두 존경하는 안 의사의 황해도 생가 복원 등의 사업은 교착 상태인 남북 관계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우리에게 평화는 생명이다.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지정학적 숙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분단을 ‘강요’받았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영웅이 아닌 인간 안중근의 고뇌를 성찰하고, 한중일 3국의 공동 번영을 꿈꾼 그의 동양평화론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douzirl@seoul.co.kr
  • 여야 4당 ‘안산 기억식’ 참석… 한국당만 인천서 일반인 희생자 추모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지도부는 16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반면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는 인천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제에 참석했다. 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대표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기억식에 참석해 “희생자 가족이 제일 갈구하는 것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아주 절절한 외침을 오늘 잘 들었다”며 “당에서도 진실이 빠른 시일 내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다짐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며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건 국가가 제대로 제 역할을 해야 하고 정치가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5년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 마음이 무겁다”며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와 있고 어디로 가는지 성찰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진상 규명이 아직도 출발선에 있다는 게 정치인으로서 아이들 앞에 서서 너무 미안하고 참담한 마음이 든다”며 “세월호 유가족이 제기하는 특별수사단 설치를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받아 안아 지시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기억식에 참석한 의원들은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박주민 최고위원 등은 생존 학생이 희생자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울먹이자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반면 한국당 황 대표는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해 “지금도 5년 전 그날을 돌이켜 보면 참아내기 힘든 아픔과 회한이 밀려온다”며 “지난 정부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유가족분께 마음을 담아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관계자들이 헌화 후 단상에서 내려오자 일부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황교안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세월호참사 책임자 수사 처벌하라’, ‘책임자 비호하는 적폐를 청산하자’ 등의 피켓도 보였다. 황 대표는 세월호 참사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데 대해 “여러 번 조사를 했고 그 부분에 관해선 ‘혐의 없음’이 수사과정에서 다 나왔다”며 선을 그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장애를 지닌, 그 한 사람의 권리를 기억하라

    [강남순의 낮꿈꾸기] 장애를 지닌, 그 한 사람의 권리를 기억하라

    우리는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 있어도 동일한 것을 보지 않는다. 내게는 보이는 것을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내가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함께 TV를 보아도, 남편이 부인에게 반말을, 부인은 남편에게 존대하는 드라마가 어떤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심한 문제로 들린다. 신년토론에 나온 대담자들이 100% ‘남성·비장애인·중년층·이성애자’ 인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장면이지만,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한국사회의 중심부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들이 배제되어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생략에 의한 차별’의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인식의 사각지대’를 지니고 있다.비장애인인 나에게 인식의 사각지대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된 것은, 장애를 지닌 나의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녀는 나의 미국 유학시절에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녀는 박사과정 공부를 하던 중,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한쪽 다리를 완전히 절단했어야 했다. 투병 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게 되었고, 어느 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하고서 나와 함께 서울과 강원도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의족을 하기도 하고, 목발을 짚고서 이동해야 하는 그녀와 함께 여러 곳을 다니면서 그동안 나의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비로소 내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파른 계단들을 올라가야 들어갈 수 있는 경사진 곳의 카페나 레스토랑들은 아무리 좋아 보여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계단들, 경사진 곳들, 엘리베이터가 없는 2~3층 건물들이 곳곳에 많다는 사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나를 불편하게 느끼게 한 것은 내 친구와 함께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백인의 몸을 지닌 그녀가 한쪽 다리가 없는 장애를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신기한 존재’로 바라보는 그 시선들 속에서 나의 친구는 단지 호기심과 측은지심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녀를 구성하는 수많은 결들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그녀의 ‘육체적 장애’라는 ‘이슈’로만 규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애를 가진 친구와 일주일을 함께하면서 나의 보기 방식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삶의 다양한 정황들 속에서 장애를 지닌 사람이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는 것, 동일한 자리에 있어도 장애를 지닌 사람과 아닌 사람이 경험하는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나는 이론만이 아니라 함께하는 삶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는 개념은 장애를 지닌 사람의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서 장애를 지닌 여성과 장애를 지닌 남성이 경험하는 세계는 겹치는 부분만이 아니라 전혀 상이한 부분들이 있다. 장애를 지닌 여성은 장애를 지닌 남성들이 경험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통적인 가부장제적 사회에서 여성의 가치는 몸 그리고 그 몸의 기능과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남성중심적 사회에서는 육체적 미(성적 어필)가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가치가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에게 주입된다. 따라서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 아니라, ‘육체적 외모와 그 성적 기능’이라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남성은 물론 여성 자신도 내면화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장애를 지닌 여성은 그러한 두 역할, 즉 성적으로 어필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서 출산과 양육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장애를 지닌 남성과 참으로 다른 경험을 하며 살게 된다. 이렇게 가사, 출산, 육아의 담당 능력 여부에 따라서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고정되어 있을 경우, 돌봄노동의 전담자로서의 역할과 출산능력에 대한 기대에 맞지 않는 경우일 때, 장애를 지닌 여성들은 장애를 지닌 남성들의 경험과 다른 이중 삼중의 다층적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다. 장애를 지닌 남성과 결혼하는 비장애 여성은 많지만, 거꾸로 비장애 남성이 장애를 지닌 여성과 결혼하여 그 여성에게 돌봄노동의 전담자로 살아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아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그가 지닌 질병을 넘어서는 학문적 업적을 이루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의 곁에서 그를 전적으로 돌보는 역할을 했던 배우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1세부터 루게릭병으로 휠체어에서 살아야 했던 중증의 장애를 지닌 스티븐 호킹 곁에는 30여년 동안 돌봄노동의 전담자로 함께 했던 비장애 여성이었던 그의 배우자 제인 호킹이 곁에 있었다. 그녀가 호킹이 필요한 모든 돌봄노동의 전담자 역할을 하였기에 호킹은 글을 쓰고 이론을 발전시키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호킹이 여성이었다면 어떠한 상황이 되었을까.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 세계에 정신적 또는 육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세계 인구의 10%라고 한다. 장애인의 날, 여성의 날, 어린이날 등 이러한 ‘특별한 날’에 호명되는 존재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은 한 사회에서 ‘주변부적 존재’라는 점이다. ‘장애인의 날’은 그저 매년 한번 치르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여전히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평등성이 제도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자각하는 성찰과 연대의 날이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인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중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는 제도적 차원만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심각하다.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장애인’이라는 표지만을 지닐 뿐, 한 ‘인간’임을 보지 않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문제이다. ‘장애인’은 ‘장애를 지닌 인간’일 뿐이다. 즉 개별인 ‘인간’으로서의 독특성과 유일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 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젠더, 나이, 성적 지향, 경제적 계층 등의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되고 교차하는가를 복합적으로 조명해야 한다.장애차별(ableism)이란 문자적으로 하면 육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 여부에 따른 차별을 의미한다. 그 차별에는 눈에 보이는 제도적 차별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차별도 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열등한 존재’로 간주된다.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다양하게 그들을 ‘열등한 존재’로서 고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장애 차별은 다층적 차별과 편견을 작동시키는 가치관과 제도를 말한다. 인류 역사에서 장애차별의 대표적인 경우는 나치 독일에서이다. 1939년에서 1941년까지 독일에서 약 7만명의 장애인 여성, 남성, 아동들이 학살되었으며, 1945년까지 20만명의 장애인이 더 학살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노골적 학살의 역사인 것이다. 나는 ‘장애인’ (a disabled person)이 아니라, ‘장애를 지닌 사람’(a person with disability)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쓴다. ‘장애인’이라는 표현은 ‘장애’만이 그 사람을 규정하는 고착된 장치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장애를 지녔다고 해서 모두 동일한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 사람의 젠더, 계층, 나이, 인종, 종교, 학력, 개성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그 사람의 삶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라는 표지로만 한 사람을 고착시킬 때, 문제는 모든 장애인들이 마치 젠더, 계층, 나이, 인종, 학력 등에 상관없이 ‘단일한 집합체’라고 간주하게 되며, 결국 하나의 ‘이슈’로만 보게 한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급진적 주장’이라는 모토는 장애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장애인의 날’에 호명되는 장애인은 종종 하나의 ‘이슈’로만 간주된다. 그러나 갖가지 특별행사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성을 지닌 ‘인간’임을 인식하는 것,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자유로운 이동권, 평등권, 직업권, 교육권, 거주권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시혜’나 ‘특별대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이다. 장애인은 ‘이슈’가 아니라, 인간이다. 분명히 기억하자. 이 명료한 진실을.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씨줄날줄] ILO, 결사의 자유/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ILO, 결사의 자유/박록삼 논설위원

    팔라우, 통가, 투발루, 마셜제도는 태평양에 점점이 박힌 인구 10만명 미만의 섬나라들이다. 국내총생산(GDP)이 4500만~4억 달러 등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가난하더라도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한가로이 고기 잡고 낮잠도 즐기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이 네 나라와 중국, 그리고 한국까지 6개 나라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제노동기구(ILO) 191개 회원국 중 ILO 핵심협약 8개 중 4개를 비준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중국이야 GDP 15조 달러에 육박하지만, 사회주의적 특징상 국가 통제 경제체제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지난해 기준 GDP 총액 세계 12위(1조 6900억 달러)를 달성한,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한국이 포함됐음은 새삼스럽게 놀라움을 준다. ILO 홈페이지에서 ‘한국’을 치면 ‘1991년 ILO에 가입했고 핵심협약 8개 중 4개를 포함한 27개 협약을 비준했다’고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나머지 4개 핵심협약 비준을 에둘러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비준하지 않은 4개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에 속하는 단결권, 단체교섭권(87호, 98호)과 강제노동금지(29호, 105호)다. 공익근무제, 의경제 등이 강제노동에 해당될 수 있어 당장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87호, 98호 협약은 시급히 비준해야 한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유럽연합(EU)에서 지난해 말 한국이 핵심협약 비준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 분쟁해결 단위인 ‘전문가 패널’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통상국가인 한국으로서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ILO 핵심협약 87호, 98호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정부는 노사 합의를 우선시하고 있지만, 해법은 막막하다. 이는 경영계가 과거 개발독재식 시대착오적 인식에 머물고 있는 탓이 크다. 경영계는 핵심협약 합의 조건으로 대체근로 전면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ILO 핵심 협약을 지키려고 헌법에서 명시한 노동3권을 부정하라는 발상이다. 노동운동을 비판하기 전에 경영계가 스스로 불법적 관행에 근거해 기업을 운영해 왔음을 성찰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기대할 바가 없다. 특히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합의하지 못하면 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되면 더더욱 백년하청이다. 시대 변화를 못 따르는 집단이라고 노동계에 손가락질하기 전에 경영계도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자본의 이익을 지키려는 탐욕을 고백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youngtan@seoul.co.kr
  • “북미, 연내 회담·스몰딜 여지… 美가 北의지 오독 않게 文 조율 필요”

    “북미, 연내 회담·스몰딜 여지… 美가 北의지 오독 않게 文 조율 필요”

    중대기점 맞은 한반도 평화…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최완규 前북한대학원대 총장 긴급 대담 지난 11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재추대하는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돼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으나 시한은 연말’이라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밝힌 북미 정상회담 의지에 대해 김 위원장이 호응한 형식은 갖췄으나 시정연설은 지극히 엄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이 ‘일괄타결’이란 계산법을 접어야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조건절을 분명히 한 데다 ‘제재 해제 때문에 미국과의 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제재 해제를 넘어선 군사분야의 요구도 시사했다. 서울신문 평화연구소는 14일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 총장의 긴급 대담을 마련해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전망을 짚어 봤다. 두 전문가는 북한이 강조하는 연말 시한과 자력갱생의 의미를 미국이 오독(誤讀)하지 않도록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은 황성기 평화연구소장이 진행했다.-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최완규 긍정적 평가도 있고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부정적 평가를 하는 기류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몇 가지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우선 북미 회담의 불씨를 되살리는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측면도 있고 또 빅딜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이 스몰딜의 여지를 남겨 놨다는 것을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빠른 시일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해 수용하는 듯했고, 스몰딜 차원에서 인도적 측면의 지원 사업은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척시킬 여지와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측면이 긍정적이다. 정세현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촉박하게 문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한 것으로 봤을 때 손에 큰 걸 쥐여줄 줄 알았다. 원포인트 정상회담도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던 시점인 데다 상하이 임시정부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할 시점이라 뭔가 큰 선물을 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레버리지를 쥐여줄 줄 알았는데, 공개되지 않는 대화 과정에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공식 발표에선 그런 것은 없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노’(No)라고 했는지 아니면 그 정도 얘기를 시작해 보라고 북한과 얘기해서 오케이 하면 우리도 응할 용의가 있다는 언질을 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돌아와서 남북 정상회담을 곧 할 것처럼 얘기하고, 그러기 전에 대북특사 파견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선 워싱턴에서 발표는 안 됐는데 뭔가 있는 것 같다.-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은 어떻게 보는지. 정세현 미국이 하노이에서와 같은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계산법으로 나온다면 한 번쯤 더 해 볼 용의가 있다고 했다. 또 연말까지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자력갱생을 27번이나 강조하는 것 보고, 제재를 추가로 불러들이는 도발적 행위는 안 한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고슴도치처럼 버티려고 하면 우리가 빨리 3차 회담을 열어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해야만 당신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외부 경제 지원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얘기해 끌어내야 하는데 버티겠다고 하니 조금 답답하다. 5월 말 일왕 즉위식이나 6월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할 때 남·북·미 정상회담이든지 회동 같은 것을 할 수 있어 저렇게 움직이는 것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다. 최완규 북한은 6·12 싱가포르 1차 회담 이전에 점증 상호주의를 채택해 상대의 획기적 보상을 기대하고 먼저 양보하면 더 보상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행동했다. 싱가포르 회담 때 합의한 4개항을 구체화하는 회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하노이에서 패전국한테 요구하는 일방적 양보, 항복하란 얘기로 들릴 수 있는 요구를 해 와 북한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의 얘기가 김정은 시정연설에 그대로 반복된다. ‘우리가 원래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은 체제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었는데 미국이 그 문제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니 차선책으로 민수 민생분야의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란 얘기다. 차원이 같은 것끼리, 안보의 문제는 안보의 문제끼리 딜을 해야 한다. 외교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차원이 다른 가치를 등가로 교환하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렇게 본다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알 수 있는 하나는 미국이 그런 사고의 전환이 돼 있으면 한 번 더 회담을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안 하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한 것으로 보여 하노이 회담 때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스몰딜 차원보다 더 꼬이고 어려워졌다. -우리가 중재자 혹은 촉진자로서 창의적 해법을 가질 수 있는지. 정세현 하노이에서 빅딜만 필요하지, 이걸 단계적으로 쪼개고 하는 거 관심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스몰딜을 여러 개 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연말까지가 아니라 조금 더 이른 시간 안에 협상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위임을 해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그걸 잘 활용하면 된다. 미국도 우리가 자세를 바꿨으니까 북한도 나와, 그렇게 하긴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 역할만 하지 말고 당사자 역할을 하라는 건 남북 경협 등 교류 협력을 속도 있게 하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어쨌든 표현은 고약하다. 최완규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얘긴 북의 언술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잘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중재자, 촉진자가 될 수 없다. 그거보다는 안내자 역할, 내비게이터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획기적이든 크게 주목할 만한 내용이 아니든 발표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포괄적 합의 문제를 북한이 어느 정도 양보를 하면서 결국 실행 과정은 단계적으로 동시 병행하는 일종의 타협안 정도는 한 번 제시해 볼 수 있지 않는가. 큰 틀의 그림을 미국에 보여 주는 정도를 우리가 정교하게 다듬어서 특사가 가서 설명하고 어느 정도 조정이 되면 그 뒤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면서, 그러나 실제 이행과정은 북이 강조하는 단계적 동시병행하는 과정에 서로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노이 회담의 가장 큰 결렬 요인은 신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하는 협상이란 점이었다. 북한은 누가 봐도 약자인데 사람들은 강자인 것처럼 얘기한다. 또 북한은 합의한 내용을 되돌리는 비용과 시간이 미국보다 엄청나게 드는데 북한 보고 먼저 양보하라고 하면 어불성설이다. 정세현 북핵 문제가 올해로 26년째다. 늘 북한이 먼저 움직이면 미국은 상응해 보상하는 식으로 움직였다. 북미 협상이 잘되면 미국 행정부 안에서 그걸 어그러뜨리는 움직임이 늘 있어 왔다. 미국인들은 나이브하거나 비현실적인 구석도 적지 않았다. 미국은 늘 밀어붙이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쓰거나 더 큰 사고를 치면 달래며 협상장으로 불러내곤 했다. 리비아 핵합의 이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외관에 있어서 허술한 점, 치밀하지 못하고, 도덕적 우위를 전제로 일방적 압박부터 하고 본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해 그나마 협상 국면으로 끌고온 것이 문 대통령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최완규 4·27 1주년에 맞춰 하는 건 어렵다. 지금 시점에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올바르게 추진하기 위해서도 대북 정책, 대미 정책, 남북 관계 어떤 측면이든 국내 정치적으로 운신의 기반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책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는 데 청와대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사안의 본질과 관계없이 정쟁의 소재로 전락하는 상황이 굉장히 우려된다. 남북 정상이 신뢰가 두터워도 국내 정치가 이를 받쳐 주지 못하면 개인적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북 정책에 쏟는 힘의 절반 정도는 국내 정치적 기반을 넓히는 데 써야 한다. 영광을 공유하지 않고 독점하는 식으로 가면 정책 추진이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정세현 대통령 참모들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이런 건 도와주십시오’라면서 이른바 ‘퍼블릭 디플로머시’를 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북한이 절대로 싫다고 하면 쓸 수 없고, 북한이 좋다고 해도 우리 국민이 반대하면 못 쓴다. 국민 중에 잘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해해 주는 쪽이 51%는 돼야 한다. 국제사회 지원을 끌어내든지 미국을 설득할 때도 대통령 논리만 갖고 되는 것 아니다. 밖에서 비판 들어가면 더 움츠려든다고 할까, 국회에 일체 설명도 안 하고 하는데, 지금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닌가. 북한이 버틴다고 하지만 시한을 넘기면 새로운 길을 걸으려는 모양새인데 그러면 이 정부 임기가 얼마 안 남아 힘 빠진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하면서 해 보니 실제로 정부 정책을 이해하고 조금은 편들게 하는 효과가 나더라. 열린통일포럼을 만들어 지방까지 돌았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몰고 오는 거다. 야당에선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 대통령 참모든 통일, 외교, 국방부든 장관부터 아랫사람까지 올코트프레싱으로 뛰어야 한다. 너무 수줍어하는 것 같다. -지금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해야 할 시점 아닌가. 정세현 남북 정상회담을 북에서 먼저 제안할 가능성은 북한 외교 행태로 봐서 없다. 속으로 아쉬워도 상대에게 칼자루 내줄 것 같은 행동은 안 한다. 못 이기는 척 나올 수는 있다. 특사에게 들어 볼 만한 얘기가 있다는 암시가 있어야 받는 북한이다. 과거에도 사전에 친서 보자고 하고 특사 보고 밥만 먹고 가라고 한 적도 있었다. 다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대북 특사를 보낸다느니, 남북 정상회담을 조만간 할 거라고 얘기하는 거 보면 물밑에서 얘기가 있었던 거 아닌가 하고 추측할 수 있다. 최완규 하노이회담 결렬 직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김 위원장이 미국의 계산법을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시정연설에서도 미국이 계산법을 고수하는 한 대화를 안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빛 샐 틈 없는 한미 공조와 제재 공조 고수를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김 위원장이 먼저 남북 정상끼리 만나자고 하긴 어렵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외치고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연말로 설정한 것은 적어도 핵·미사일 발사는 없다는 뜻인가. 정세현 그렇다. 추가 제재를 자초할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유엔 제재의 틀 안에서 어떻게든 견딜 것으로 본다. 자강도 도당위원장 김재룡을 총리로 불러들인 것이 상징적이다. 자강도 강계는 어려운 시기를 버틴 자력갱생의 모범지역이자 대명사이다. 자력갱생으로 북한 경제를 끌고 갈 인물로 김재룡을 앉힌 것이다. -북한이 제재를 견딜 만한 체력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완규 특히 보수 쪽, 미국 주류에선 철벽 같은 제재를 유지하면 북한의 비핵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북 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데 강력한 제재가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제재 자체가 비핵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강계 정신’ 얘기가 나왔는데 북한의 메시지는 자력갱생으로 현 상황과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는 것보다 절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보여 주는 측면이 강하다. 아무리 어려워도 북한이 굴복하고 비핵화로 가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정세현 외교정책에서 상대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책이 완전히 달라진다.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강계정신을 상징하는 자강도 출신을 총리로 앉히는 의미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이 제재만능론을 지속하느냐, 그걸로는 안 되겠다고 방향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우리 정부가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보이는 결연한 의지는 허장성세가 아니다. 미국은 최근 며칠 북한의 흐름, 시정연설에 등장한 단어의 숨은 뜻, 행간을 잘 읽어야 하고 우리가 북한의 의도를 읽도록 미국을 도와야 한다. -남북 교류협력이 올 들어 정체됐다. 최완규 모든 민간 교류협력이 다 중단되고, 북한의 반응도 없다. 지금 북한이 민간교류를 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남북의학자대회를 평양에서 개최하려고 명단을 보낸 지 꽤 됐는데 반응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더 많은 사업 계획을 만들고 추진하는데 전혀 진전이 없다. 북측을 파트너로 배려하지 않고 정책의 대상으로만 간주해선 안 된다. 정세현 현실적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정부가 알아서 승인하지 않은 것도 많다. - 정부에 당부를 한다면. 정세현 북한을 설득해서 미국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우리 대통령 임무이고 역할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임받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처지에서 대북 설득도 조심스러운 대목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대통령 참모들이 올코트프레싱으로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대북 정책의 지지를 높여야 한다. 최완규 남북 문제는 체제와 이념을 놓고 갈등하고 대결하는 관계가 본질이다. 군사 대결로 보이지만 사실 착시이고 본질은 정치 투쟁이다. 비핵화, 평화체제, 한미동맹 셋 모두 최선의 것을 얻을 수 없다. 서로 조금씩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이 셋을 어떻게 얻어낼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여야와 진보, 보수를 아우르는 거버넌스 체제를 갖춰야 한다.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정세현 전 장관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세 정부에 걸쳐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통일부 차관·장관을 역임했다. 남북 접촉이 활발하고 2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던 2002~2004년에 통일부 장관으로 활동하면서 남북 대화와 북미 협상에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4·27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에 참여했으며, 현재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 최완규 전 총장은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40여년 북한을 연구해 온 원로다. 2004년부터 2년 동안 북한연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신한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경실련 통일협회 대표도 역임하는 등 시민사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 전 총장도 4·27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에 참여했으며, 회담 직전 ‘비핵화·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토론회’를 주도했다.
  • ‘아름다운 세상’ 추자현 “엄마이기 때문에 강할 수 있다”

    ‘아름다운 세상’ 추자현 “엄마이기 때문에 강할 수 있다”

    배우 추자현이 ‘아름다운 세상’ 촬영 소회와 각오를 전했다.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제작 MI, 엔케이물산)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아들의 엄마 ‘강인하’역을 맡은 추자현이 “엄마이기 때문에 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첫방송된 ‘아름다운 세상’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아들과 그 가족들이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추자현이 연기하고 있는 ‘강인하’는 아들 선호(남다름)의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찾기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는 인물이다. 추자현은 “우리가 주변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엄마 역할이라 책임감과 무게감이 더 많이 실린다”며 “엄마이기 때문에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저도 남한테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주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살아가는 부분에서 강인하와 비슷하다”고 추자현과 강인하와의 공통점을 밝혔다. 그녀는 자신이 강인하와 같은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의 부모라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라며, “어떻게 행동할지 잘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을 하며 살아갈 것이고,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을 통해 학교 폭력에 놓여진 학생과 부모님들을 보고,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들어주지 않은 건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행복하자”라고 밝혔다. 추자현은 “처음으로 행복하자라는 대사를 들었을 때, 너무 슬펐다”며, “행복하자라는 단어가 주는 먹먹함, 행복하자라는게 인생에 얼마나 중요하고, 그걸 가족에게 말했을때 얼마나 큰 위로와 응원이 되는지. 그 바람으로 힘겹게 내뱉었다”고 밝혔다.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무진 역할인 박희순 배우를 보고 많은 감동과 위로와 큰 울림이 있었다”며, “9년 만에 함께 하는 작품을 박희순 배우와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과 딸로 출연하는 남다름과 김환희에 대해서도 “두 배우가 연기를 잘해 함께 호흡할 때 너무 긴장이 된다. 프로다운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현장에서 흐뭇하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세상’은 거짓과 은폐, 불신과 폭로,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이기적인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가며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찾고자 하는 드라마다. ‘부활’, ‘마왕’, ‘상어’, ‘발효가족’, 그리고 ‘기억’을 통해 인간에 대한 성찰과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콤비,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의 작품. 그녀는 관전 포인트가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제목에 있다고 말했다. 추자현은 “분명히 아름다운 세상은 존재하고, 지금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것을 못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며, “역경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가족, 친구와 손잡고 같이 살아가는 인생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서 추자현은 “강인하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자현의 진심이 담긴 영상인터뷰는 JTBC 유튜브 채널(https://youtu.be/vq3HaLYNj0k)을 통해 볼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아내들의 반란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아내들의 반란

    따끈따끈한 신간 ‘더 와이프’를 식기 전에 다 읽었다. 꿀맛! 영화 ‘더 와이프’의 원작인 이 소설을 쓴 메그 월리처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란다. 그러한즉 워낙 가독성 높은 소설이겠지만, 번역자의 기량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은근하니 적확하고 생생한 말들을 어떻게 찾아냈담. 모든 외국어에 문맹인 내게 번역서의 저자는 번역자다. 유망한 문학도인 여학생이 매력적 외모의 재기발랄한 문학 강사를 만나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를 내조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다. 소설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 유명한 소설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 아내로 산다는 것, 거기에 더해진 어떤 감춘 맛. ‘2019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더 와이프’의 배우가 가령 메릴 스트립이 아니라 그 캐릭터에 종종 가혹함이랄지 야비함(남성적인?)이 섞인 글렌 클로즈인 것으로 결말을 예상한 관객도 있으리라. 소설 ‘더 와이프’에는 페미니즘만큼이나 독하게 배어 있는 성찰이랄지 의식이 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것. ‘삶이라는 게 모두 정치랍니다. 문학이며 미술이며 음악이며 다 정치이지요. 사랑도 결혼도 정치며 거래랍니다. 여성들이여, 현실이 이렇다는 걸 되도록 빨리 직시하세요.’ 대개 여성이 대개 남성보다 더 고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덜 정치적이어서가 아닐까.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는 괴테의 말은 진리겠지만, 현실은 그 진리의 신봉자들을 나락으로 이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와이프’의 결말이 통쾌한가? 추함으로 평등을 이루는 듯…, 통쾌한 바도 있지만 역겹다.넓은 의미에서 정치적인, 지극히 정치적인 이 소설을 읽다가 다음 구절에서 어떤 실제 정치인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조는 레브에게 강제수용소에서의 어린 시절을 요직에 편승하는 무임승차권처럼 써먹는다고 비난했다.” 정치에 대해 가뜩이나 미미한 내 관심을 말려 버리다 못해 환멸로 바꿔 버린 무리들. 하지만 내 이성은 아직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한들, ‘강제수용소에서의 어린 시절을 요직에 편승하는 무임승차권처럼 써먹는다’ 한들 그들을 강제수용소를 만든 자들보다 더 혐오하는 건 매우 그르다. 그리고 조가 레브에게 한 말은 정말이지 못돼 먹었다.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이다. 지난 토요일 친구 아들 결혼식에 갔었다. 성당에서 미사 형식으로 올렸는데, 예식을 진행하는 신부님의 느즈러지고 마지못해 입을 여는 듯한 말투에 문득 ‘신부님은 미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결혼식에서 가장 뭉클한 순간은 신랑신부가 신부 부모님께 절을 올릴 때이리라. 신부가 울음을 터뜨리자 나도 울컥 목이 메며 눈물이 솟구쳤는데 다른 하객들도 그런 모양이었다. 신랑 부모님께 절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마 신랑과 신랑 부모님은 애절하리라. 사실 언제부터인가 결혼한 아들은 남이나 다름없어지고 딸은 결혼한 뒤에도 돈독하게 지내는 것 같던데, 겉보기만 그런 걸까. 성당 예식에서도 ‘남자에게 여자를 부부의 연으로 내리셨나이다.’ 뒤에 ‘여자에게는 남자를 부부의 연으로 내리셨나이다’가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아직 인류의 대다수를 이루는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적인 처지일 테지. 기혼이건 비혼이건 성인 여성에게 종종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미국 여성들도 마찬가지 상황인지 ‘더 와이프’에 ‘모두에게는 아내가 필요하다. 심지어는 아내들도 아내가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아내, 푸근한 이름인데…. 어째 세상에 만만한 게 아내라는 것 같다. 그런 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금도 예제서 새로이 아내들이 생겨날 테고, 아내 되길 간곡히 원하는 기도들이 있을 테다. 이제 마흔 살 된 친구. 누구의 아내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지만, 한 세계가 자기 앞에서 암막을 친 듯 느끼는 것 같다. 여성에게 마흔은 젊음과 더불어 세상이 끝난 듯 힘든 나이지. 하지만 3년쯤 뒤라면 하이(연상)로든 로(연하)로든 유리한 시절이 된단다. 아무래도 연애와 결혼이 인생에 중요한 것이라면 말이지만.
  • 국회 찾은 윤지오 “뉴시스 기자 안 왔나요?” 물은 이유

    국회 찾은 윤지오 “뉴시스 기자 안 왔나요?” 물은 이유

    고 장자연씨의 동료배우인 윤지오씨가 8일 국회를 찾아 ‘장자연 리스트’ 사건 해결을 위한 관심과 응원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은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윤씨는 이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김수민 바른미래당·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초청으로 국회에서 열린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윤씨는 유일하게 고인의 성폭력 피해 사건을 직접 목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고인이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촉발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를 폭행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하고 성상납 의혹 관련 연루자는 모두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 일었다. 현재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윤씨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하루에 1~2시간도 못 자고 있다. 그렇게 생활한지 한 달이 넘었다”면서 같은 자리에 있던 의원들에게 “많은 분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서)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게 많이 놀랍고, 와주신 것도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귀한 걸음을 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저를 위해 여기 와주신 분들이 법 위에 선 사람들에게서 저를 구원해주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응원과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씨는 ‘‘증인’ 윤지오와 장자연 사건’이라는 제목의 뉴시스 칼럼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칼럼은 복수의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해 윤씨의 증언을 믿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윤씨의 평소 행동을 문제삼고 있다.윤씨는 이날 “아침에 뉴시스 기사를 봤다. 뉴시스에 정정보도를 부탁 드린다”면서 “정정보도 하지 않으면 저도 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비공개 간담회 진행으로 취재진이 퇴장하는 중에도 “뉴시스 기자 안 오셨나요?”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여야 의원들은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간담회 직후 취재진에게 “윤지오와 함께 동행하는 의원 모임을 결성할 것이라는데 마음을 모았다”면서 “앞으로는 윤씨 혼자의 싸움이 아니라 함께하는 의원들이 (윤씨의) 의로운 싸움을 지켜주고 동행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이 사건은 성접대 사건이 아니라 성폭행 사건이라는 점, 피해자 장자연씨가 적시된 사건이어선 안되고 김학의 사건처럼 가해자가 적시된 사건으로 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권력형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저희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윤씨가 겪은 두려움과 외로움의 시간에 대해 국회가 성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황교안 “박영선·김연철 임명강행 땐 결사저항”에 홍영표 반격은

    황교안 “박영선·김연철 임명강행 땐 결사저항”에 홍영표 반격은

    홍영표 “인격모독 끝까지 법적책임 묻을 것” 맞불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결사저항의 뜻을 밝혔다. 그러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두 후보에 대한) 인격모독에 대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맞받아쳤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박영선·김연철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국민과 함께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면서 “임명 강행은 야당 반대와 국민 여론은 무시해도 된다고 하는 독선과 오만 불통 정권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회에서 명백하게 부적격인사로 판명되거나 청문보고서 채택이 거부된 경우 임명을 강행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핵심 측근을 무조건 감싸고 매달리는 대통령의 태도가 보기 민망하다”며 “수치를 수치로 모르면 국민이 대통령을 수치로 여기고, 경악을 넘어 분노할 것이다. 대통령의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라고 적었다. 황 대표는 민생대정장을 나설 뜻도 밝혔다. 황 대표는 “정부가 포기한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품고 민생 대장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 민주당은 발끈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경교장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섰다”면서 “장관 후보자의 인격을 모독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격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박 후보자에 대해 연일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거짓말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공작정치를 하는 것은 대단히 치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 장관 임명 강행이 국정 포기 선언이라는 정치 공세에 동의하는 국민은 없다”면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고 몽니를 부리는 것은 제1야당”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개회하는 4월 임시국회와 관련, “고성·속초 산불 후속 조치와 민생경제 입법 등 처리해야 할 안건이 아주 많은데 한국당은 4월 국회도 정쟁으로 몰아갈 생각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제안에 대해 총선을 위한 선심성 추경이라고 일축했다”며 “한국당은 지난 넉 달 동안 국민의 민생경제 활성화를 무엇을 했는지 한번 되돌아보라”고 반박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軍 “제주 4·3 특별법 정신 존중”… 警 “무고한 희생자에 사죄”

    軍 “제주 4·3 특별법 정신 존중”… 警 “무고한 희생자에 사죄”

    국방부 “당시 지휘라인 서훈 취소 검토” 민갑룡 청장, 경찰 총수 첫 추념식 참석 ‘민간인 학살’ 경찰 관여 사실상 인정국방부와 경찰이 제주 4·3사건에 대해 71년 만에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검은색 양복과 검정 넥타이를 맨 국방부 관계자는 3일 서울 용산의 국방부 출입기자실을 방문해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낭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나 서주석 국방부 차관 명의가 아닌 ‘국방부’ 차원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의 제주 4·3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은 제주 4·3사건을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 ‘제주 4·3사건 특별법’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차관은 이날 광화문에 마련된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유가족에게 “저희가 정말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서 적극 동참하고,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유가족분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데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서 차관은 ‘4·3 사건 당시 양민 살상의 지휘라인에 책임을 묻는 후속조치 혹은 서훈(취소) 조치를 검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법적인 검토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유족은 “여기까지 오시는 데 71년 걸렸다. 뒤로 가는 일이 없도록 진심으로 바라겠다”고 했고, 서 차관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민갑룡 경찰청장도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하며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정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경찰 총수가 민간 주도 4·3 추념식을 찾아 애도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청장은 ‘애도를 사과로 받아들여도 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라고 답하며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께는 분명히 사죄를 드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우리 경찰의 행위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말해 경찰이 군과 함께 당시 무고한 민간인 학살에 관여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민갑룡 경찰청장 “무고한 제주 4·3 희생자에게 사죄”

    민갑룡 경찰청장 “무고한 제주 4·3 희생자에게 사죄”

    군과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최대 약 3만명의 제주도민들이 학살당한 ‘제주 4·3’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이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정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사죄의 뜻을 3일 밝혔다. 민 청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주최로 열린 ‘71주년 제주 4·3 항쟁 광화문 추념식’에 참석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경찰청장이 민간에서 주도한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전달한 것은 처음이다. 제주 4·3은 1947년 3월 1일 미군정 경찰이 제주도민을 향해 발포한 사건을 시작으로 좌익 진영 무장대가 1948년 4월 3일 일으킨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무장대와 군·경 토벌대 간 무력 충돌, 그리고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적게는 1만 4000여명, 많게는 약 3만명의 도민들이 학살당한 사건이다. 민 청장은 이날 방명록을 통해 “하루 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기를 기원한다”면서 “이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도 이에 동참해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인권·민생 경찰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또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께는 분명히 사죄를 드려야 하는 것”이라면서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우리 경찰의 행위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만을 생각하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4·3 추념식에 갈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주에는 지난해 경찰청을 대표해서 다녀왔다”면서 “제주 4·3 해결을 위한 어떤 전기가 마련되면 경찰도 기꺼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이날 “‘제주 4·3 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주 4·3은 군·경이 투입돼 무장봉기를 진압한 사건이라면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던 국방부가 제주 4·3 발발 71년 만에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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