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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이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보경 스님 지음/권윤주 그림/불광출판사/264쪽/1만 6000원 철학자의 개/레이먼드 게이타 지음/변진경 옮김/돌베개/292쪽/1만 4000원인연은 늘 그렇듯, 불현듯 시작됐다. 겨울 안거(安居)가 시작된 산중 사찰에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들었다. 허기에 급급해 입가를 노랗게 물들이며 쓰레기봉지를 뒤지던 고양이가 스님에게 발각됐다. 살아 있는 것은 굶주리면 안 된다는 다급함에 스님은 우유와 토스트빵을 고양이에게 건넸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이 사소한 교감이 사람들 속에서는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깨침과 사랑의 길로 이어지게 될 줄은.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법련사 주지를 지낸 보경 스님은 방대한 다독으로 다져진 유려한 글솜씨로 유명하다. 법정 스님이 생전 “글이 좋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불교 강설집을 비롯해 에세이 ‘사는 즐거움’, ‘이야기숲을 거닐다’ 등 십여권의 책을 써낸 스님이 고양이에 대한 책을 썼다니. 언뜻 들으면 생경할 이야기다. 하지만 서문에서부터 왜 길고양이와 스님의 우연한 만남이 책으로 묶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고양이와 곁을 나누며 겪게 되는 갖가지 사건과 다채로운 감정 등 소소한 기록들이 삶의 길과 사유를 그득히 넓혀 주기 때문이다.서울에서 14년을 살다 전남 순천 송광사 탑전으로 ‘환지본처’(還至本處·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뜻)한 보경 스님. 그는 산중 사찰로 스며들자마자 사람을 끊고 독서와 산행 두 줄기의 일과로 순리에 따르는 삶을 되찾고자 한다. 하지만 인연은 의지나 인과관계와 관계없이 찾아온다. 황색과 흰색이 반반 섞인 길고양이가 태연자약하게 스님이 건넨 음식을 받아먹고 아예 사찰에 자리를 잡은 것. 고양이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스님은 오랜 수행에서도 깨달을 수 없는 새로운 성찰과 감정들을 통과하게 된다. 잠들기 전 안녕, 잘 자, 말을 걸어볼 상대가 생긴 데서 서로 확인되고 신뢰받는 사랑이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임을 새삼 실감한다. 자기 의사가 분명할 때만 움직이는 고양이에게서 ‘결코 지나치지 않게, 적당히!’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지혜를 배운다. 보살펴 주는 스님의 은혜에 ‘공양’이라도 하듯, 스님 앞에 거듭 쥐를 잡아 오는 고양이의 ‘당당한 살생’에 당혹해하면서도 절을 며칠이라도 비울라치면 혼자 있을 고양이 걱정에 마음은 어느새 사찰로 줄달음친다. 스님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고 축복했던 부처님 말씀을 떠올리며 자연만물이 모두 이어진 존재이며, 나 이외의 존재의 안녕이 나의 안녕과도 이어져 있음을 상기시킨다. ‘당신이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란 고대 로마의 인사처럼.스님의 안부인사는 독일 출신 철학자가 쓴 ‘철학자의 개’의 통찰과도 통한다. 저자는 어머니가 떠난 자리를 채워 줬던 어린 시절 반려견의 죽음, 술 취한 거구의 남성에게 깔리는 사고를 겪은 반려견의 고통, 함께 키우던 개에게 물려 죽음을 맞이하게 된 고양이 등 자신과 주변에서 인연을 맺은 여러 동물 이야기를 서정적이고 위트 넘치게, 때로는 통렬한 아픔의 감각으로 전한다. 하지만 이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들은 우정과 위안을 얻기 위해 동물을 필요로 하는 인간의 모순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깊은 교감, 동물의 고통과 죽음의 문제, 동물을 사랑하는 것과 육식의 문제, 동물의 의식과 감각의 존재 여부 등으로 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사유를 확장시켜 준다. 아픈 개를 인간의 뜻대로 안락사하는 것은 ‘종차별주의’를 저지르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 한 예다. 이는 인종이나 피부색으로 인종차별을, 성별로 성차별을 저지르는 것과 같다는 것.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동물, 기계, 천사 혹은 외계인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도덕적 특성과 능력을 지닌 존재라면, 우리는 그런 특성과 능력을 지닌 인간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 존재를 대해야 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포토] 성폭력 공동대응 ‘타임즈 업’ 결성한 할리우드 여성들

    [포토] 성폭력 공동대응 ‘타임즈 업’ 결성한 할리우드 여성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리즈 위더스푼(왼쪽)과 제니퍼 애니스톤(가운데), 시나리오 작가 숀다 라임스의 합성사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이들을 포함한 여배우와 여성 작가·감독·프로듀서 등 할리우드 여성 300여 명이 할리우드는 물론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타임즈 업’(Time’s Up)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즈 업’은 피해 여성들에 대한 법률지원을 위해 1천300만 달러(138억여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뉴욕 AP=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할리우드 여성들 ‘타임즈 업’ 결성…성폭력·성차별 공동대응

    할리우드 여성들 ‘타임즈 업’ 결성…성폭력·성차별 공동대응

    유명 배우를 비롯해 미국 할리우드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특히 지난해 미국 사회를 흔들었던 성폭력·성차별에 공동으로 맞서기 위해 뭉쳤다.뉴욕타임스(NYT)는 여성 배우 및 작가·감독·프로듀서 등 할리우드 여성들이 할리우드 업계는 물론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 ‘타임즈 업’(Time‘s Up)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성폭력 피해 사례를 스스로 폭로하는 ’미 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 열풍이 이어졌고, 이 열풍이 재발 방지를 위한 여성들의 구체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타임즈 업‘에는 와인스틴의 성추문 사건 피해자인 애슐리 쥬드를 포함해 엠마 스톤, 리스 위더스푼, 나탈리 포트먼, 에바 롱고리아, 아메리카 페레라를 비롯한 여성 배우들과 시나리오 작가인 숀다 라임스 등 300명 이상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NYT에 광고를 내 “남성 중심의 작업장에서 단지 승진하고 듣고 인정받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은 끝나야 한다”면서 ’타임즈 업‘의 출범을 알렸다. ’타임즈 업‘은 우선 피해 여성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위해 1300만 달러(138억여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위더스푼과 라임스, 메릴 스트리프,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펀드에 기부하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거나 침묵을 강요하는 회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제정과, 연예업계 주요 직위에 남녀 비율을 대등하게 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한다. 또 오는 7일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기 위해 검은색 의상을 착용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영상] “게을러서 뚱뚱하냐” 국립대 교수, 입시 면접 ‘막말 논란’

    [영상] “게을러서 뚱뚱하냐” 국립대 교수, 입시 면접 ‘막말 논란’

    충북의 한 국립대 교수가 입시 면접장에서 수험생에게 막말은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26일 이 대학에 따르면 지난달 말 치러진 이 대학 최종 입시 면접장에서 면접관인 A교수가 한 수험생에게 인권 침해성 막말을 하는 동영상이 SBS를 통해 공개됐다. 이 영상에서 A교수는 한 수험생에게 “몸이 좀 뚱뚱한 것 같은데 평상시에 많이 먹고 게을러서 그런가”라며 용모를 비하했다. 이 수험생이 근육이라고 답하자 그는 “내가 근육인지 비계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었다. A교수는 또 수험생에게 근육인지 확인해 보겠다며 갑자기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이어 A교수는 해당 수험생의 가정환경을 비하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미안한 얘기지만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남자아이들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들”이라고 비하했다. 심지어 “만약 합격시켜주면 방망이를 하나 가져와. 언제든지 너를 때려도 좋다는 전제 조건으로”라며 황당한 말까지 했다.수험생이 사는 곳도 비하했다. 그 교수는 “(수험생이 사는) 중계동, 상계동 옛날에는 빈민촌이었는데, 완전히 통 냄새단다고 해서 안갔는데... 요즘은 비까번쩍하게 살고 있다는데...”라고 비아냥거렸다. 이 대학은 학교 및 성차별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 대학 항공 관련 학과는 1차 서류 전형에서 특성화고와 여성은 D, E 등급인 20점 내외로 분류해 불합격 처리하도록 하는 내부 문건 유출된 것이다. 실제로 이 학과 지원자 240명 중 여학생이 18명이었지만 단 한 명도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특성화고 출신 지원자 12명 중 3명은 서류 전형을 통과했지만, 최종 합격은 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이 학과에 특성화고 출신과 여학생 최종 합격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 바로 이 내부 지침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 학과 관계자는 “내부 지침을 공유한 건 사실이지만 평가에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대학 측은 “불미스러운 일에 발생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겠다”며 “진상 조사를 벌여 문제점이 확인되면 즉각 시정하고, 관련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내들은 공주 드레스 입지 않는거야” 혼쭐 난 F1 루이스 해밀턴

    “사내들은 공주 드레스 입지 않는거야” 혼쭐 난 F1 루이스 해밀턴

    포뮬러원(F1) 스타인 루이스 해밀턴(32·영국)이 성탄절 들뜬 기분에 조카가 공주 드레스를 입은 것을 조롱했다가 혼쭐났다. 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렸는데 “사내들은 공주 드레스 입지 않는 거야”라고 말한 장면이 담겨 있었는데 소셜네트워크 이용자들은 득달같이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화들짝 놀란 해밀턴은 동영상을 삭제한 뒤 세 차례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누군가를 처지게 하려 하거나 고정된 시선에 가두려고 하는 것은 진정 용납될 수 없는 일인데 그렇게 비쳤다면 깊은 유감”이라고 표명한 뒤 조카가 “우리 모두가 그러해야 하듯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거리낌 없었던 것”이 보기 좋았다고 둘러댔다.영국 BBC는 동영상을 보면 카메라를 보며 해밀턴이 “지금 엄청 슬프구나. 우리 조카 좀 보세요”라고 말하자 카메라는 분홍색과 선홍색으로 꾸며진 드래스를 입고 마법 지팡이를 든 소년으로 향한다. 해밀턴은 “왜 공주 드레스를 입고 있니? 성탄절이라고 얻은 거니?”라고 묻자 소년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해밀턴은 아랑곳 않고 “왜 성탄 선물로 공주 드레스 달라고 하지 그랬어? 사내들은 공주 드레스 입지 않는 거야”라고 덧붙였다. 왕따 방지 자선재단 ‘디치 더 라벨’(Ditch the Label) 창립자인 리암 해켓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렇게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누군가가 어린 아이를 공적으로 부끄럽게 만들고 깎아내리려 하는지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차별 희생자를 지원하는 자선단체 ‘스테이 브레이브 UK’의 임란 사타르는 해밀턴에게 수여한 대영제국 훈장(MBE)을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임신 중에도 10개월 육아휴직… 근로시간 하루 2시간 줄인다

    임신 중에도 10개월 육아휴직… 근로시간 하루 2시간 줄인다

    내년 하반기부터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는 육아휴직 1년 중 최대 10개월을 임신 기간 내에 쓸 수 있다. 2020년부터는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임신 모든 기간 동안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 줄일 수 있다. 육아휴직급여도 2019년부터 늘어난다.고용노동부는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기본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9년부터 육아휴직자의 소득대체율을 육아휴직급여 첫 3개월은 통상임금의 80%로 올리고, 이후 9개월은 2019년까지 50%로 올린다.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은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하한액은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높인다. 부부 공동육아를 장려하기 위해 배우자 유급 출산 휴가를 2022년까지 3일에서 10일로 확대하고, 사용자의 90%가 남성인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 대한 인센티브 상한액을 내년 7월부터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한다.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걸 막기 위해 임신기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한다. 임신 중 육아휴직 기간의 최대 10개월까지 쓸 수 있으며, 잔여분은 출산휴가 후 사용할 수 있다. 임신 12주 이전과 36주 이후에만 쓸 수 있던 ‘근로단축청구권’을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현재는 최대 1년간 육아휴직 기간에서 실제 사용치를 제외하고 남은 기간에만 허용됐다. 앞으로는 남은 기간의 2배 내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 급여 지원 수준도 내년부터 60%에서 80%로 확대된다. 육아휴직 사용 요건도 재직 기간 1년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완화된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출산 전후 90일 중 계약 기간이 끝나도 출산휴가 급여(통상임금 100%, 160만원 상한)를 받을 수 있도록 내년에 고용보험법 개정이 추진된다.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 활성화를 위해 대체인력지원금 지급 요건을 개선하고 대체인력 채용 지원을 내년까지 1만명으로 확대한다. 보육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위해 내년 2월부터 이들 자녀를 우선 입소하도록 직장어린이집 설치·운영 규정을 개정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근로복지공단 간 업무협약 등을 추진해 2022년까지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 100개소를 신설한다. 대규모 사업장(여성 노동자 300인 이상, 노동자 500인 이상)의 ‘직장 어린이집 의무이행제도’를 개편해 실제 보육 수요에 맞는 어린이집을 설치토록 할 계획이다. 보육 수요에 턱없이 모자란 어린이집을 설치해도 의무 이행으로 간주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경력단절여성 재고용·고용 유지를 위해 내년부터 인건비 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한다. 중소기업 공제율은 10%에서 30%로 올리고, 중견기업은 15%로 신설한다. 전문직 수요가 큰 30대 고학력 경력단절여성에 특화된 직업훈련 및 취업 지원도 강화한다. 가사·돌봄서비스 시장을 제도화해 아이돌보미를 좋은 일자리로 개선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 수준도 상향한다. 성차별 고용 관행을 없애기 위해 2019년부터는 영세사업장을 포함한 모든 사업장에 남녀고용평등법의 모든 조항이 적용되며, 근로기준법상 여성보호조항도 전면 적용이 검토될 예정이다. 이번에 마련한 여성 일자리 대책의 실효성 있는 이행을 위해 정부는 내년 2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여성고용 분과를 설치,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문제점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2017 결산] 올해의 ‘화성남자 금성여자’ 모아보니

    [2017 결산] 올해의 ‘화성남자 금성여자’ 모아보니

    남자와 여자는 뇌 구조부터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듯 상당히 다른 남녀의 차이는 학계에서도 꾸준히 관심의 대상이다. 2017년 한 해에도 남녀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다양한 실험결과가 공개됐다. 앞서 언급한 ‘뇌 구조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미국의 신경정신의학 전문 의료기관인 에이멘 클리닉 연구진에 따르면 여성에게서는 알츠하이머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질환이 더 많이 나타나는 반면, 남성에게서는 ADHD나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해 발생하는 범죄의 비율이 높다. 연구진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감정이입이 더 쉽고 직감이 뛰어난 이유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식이장애, 불안 등에 더욱 많이 시달리는 이유 역시 뇌의 특정 부위가 남성에 비해 더 활성화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부위는 의사결정을 할 때 활성화되는 전전두피질과 분노 및 두려움, 즐거움 등의 감정과 행동, 욕망 등을 조절하는 둘리계통이라고 부르는 부위다. 즉 여성과 남성의 뇌는 각각의 부위에 따라 활동성에 차이를 보이며, 이것이 성별에 따라 다른 행동과 감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남성과 여성에게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뇌 활동성만이 아니다. 남녀 성차별과 관련한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 연구진은 남녀 임금 불평등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3월 영국 배스대학 연구진은 여성 스스로 잠재적인 수입에 대해 부정적 관점을 지니면 임금 인상과 승진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비관론이 남녀 임금 격차를 벌려놓는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임금 면에서 여성의 낮은 기대감이 비관적 관점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면, 그들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임금 불평등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은 남녀임금 격차를 다루는 정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에 직장에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활발하게 만들기 위한 더 나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성 스스로 남성이 더 뛰어나다고 믿는다는 연구결과는 또 있다. 지난 1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 아이들은 만 6세부터 성 고정관념이 생기며, 이 시기 여아는 남성이 여성보다 ‘머리가 좋다’고 믿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여성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성 고정관념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성은 일반적으로 물리학이나 철학 등 재능이 필요한 것과 연관된 분야를 피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녀 성별에 따른 또 다른 차이는 건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2017년 한 해 역시 꾸준히 화두로 오른 ‘혼밥’의 경우, 혼밥을 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혼밥으로 인해 비만이 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동국대 일산병원과 인제대 일산백병원 등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고, 이 때문에 정크푸드 등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1월 이스턴핀란드대학 연구진은 뇌 변화의 관찰을 통해 장기간의 음주가 젊은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영향이 각기 다르며, 특히 여성보다는 젊은 남성에게 더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도 올 한 해 동안 ‘AI 여성성은 성차별적 선입견의 결과물’(2월 25일), ‘헤어진 연인과 친구로? 남녀 심리 분석’(8월 9일) 등 남녀의 차이를 소재로 한 연구와 기사가 쏟아졌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성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와 존중을 도울 수 있는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K뷰티 급성장은 외모지상주의 탓”…홍콩 언론의 비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한국이 자랑하는 K뷰티 산업은 외모지상주의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SCMP는 “한국 미용 산업을 뜻하는 K뷰티는 세계적인 유행어가 됐다”면서 “그러나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티끌 하나 없는 한국 여성들의 피부 이면에는 여성의 미용을 극단적으로 상업화한 뷰티 산업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미용산업 규모 세계 10위 한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미용 산업 규모는 130억 달러(약 14조원)로 세계 10위 규모이고, 스킨케어 화장품 수출만 하더라도 2020년까지 7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규모로 성장하는 데는 다양성을 허락하지 않는 획일적인 문화와 가부장적 사회, 심각한 여성차별, 케이팝 스타를 동원한 대대적인 선전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SCMP의 지적이다. SCMP는 “한국에서는 클린저, 토너, 시럼, 마스크, 모이스처 등 한 번에 10단계의 화장을 해야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면서 “여성의 외모가 사회적 성공을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뷰티 신화’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또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최근 한국에서 가장 강조되는 제품은 모이스처로, ‘촉촉한 피부’를 갖춰야만 미인으로 인정받는다”고 덧붙였다. ●“여성 지위 낮고 문화적 다양성 부족” 한국외국어대 교수인 미아클 허트는 SCMP에 “한국에서 미를 강조하는 것은 미에 대한 고전적인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몸이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CMP의 인터뷰에 응한 한 한국 여성은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전에는 상사로부터 ‘더 예쁘게 화장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고 말했으며, 다른 여성은 “화장을 하지 않으면 외출이 어렵다”고 밝혔다. SCMP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성 격차 지수 순위(낮을수록 성차별이 심각함을 나타냄)에서 한국은 144개 국가 가운데 118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일하는 동안 임신은 금지”라는 기관장 결국은...

    “일하는 동안 임신은 금지”라는 기관장 결국은...

    “꺼져”“말하는데 토달지 마”“일하는 동안 임신하는 것은 절대 금지”“여직원은 치마 입고 다녀라”직원들에게 이런 정신나간 발언들을 해 징계를 받은 기관장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13부(김동빈 부장판사)는 김모(53, 여)씨가 경기문화재단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최근 2년간 경기도의 한 박물관에서 관장으로 근무할 당시 직원들에게 “박물관에서 일할 동안에는 임신하지 말라” “치마를 입어라” 등 성차별적 발언은 물론 “꺼져” “토 달지 마” 등의 폭언을 하는 것은 물론 남자직원들의 엉덩이 부분을 토닥거리거나 치는 등 성희롱을 했다. 이에 문화재단은 감사를 실시하고 김씨가 그 같은 언행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해 지난 4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했다. 김씨는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징계가 변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김씨는 법원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적은 없고 재심 당시 처음 인사위원회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그대로 참여해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았다. 재판부는 “한 직원의 고충상담 민원으로 감사가 시작된 점, 감사과정에서 다수의 직원이 성차별적 발언과 폭언을 들었다고 진술한 점, 원고가 엉덩이를 친 남자 직원이 당시 상황에 대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했지만 원고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재심의 절차상 문제에 대해서는 “재단 내부의 징계절차와 재심절차를 심급의 이익이 엄격히 보장되는 형사재판과 동일시하기는 어렵고 재심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에 관해 재단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아 재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민희 기자의 B컷 월드] 차 마시는 엄마, 일하는 아빠

    [김민희 기자의 B컷 월드] 차 마시는 엄마, 일하는 아빠

    나는 따지기를 못 한다. 웬만한 경우는 사정이 있어서 그랬거니 넘기게 된다. 무릇 기자라면 따박따박 따져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경천동지할 특종 하나 건지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왔다. 그런 내가 최근 10년래 가장 불같이 따진 사건이 지난해 가을 발생했다. 아기 전집으로 유명한 A출판사에서 만든 사운드북 때문이다. 버튼을 누르면 가족의 호칭을 말해 주는 책이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진 괜찮았다. 여자와 남자 어린이 버튼을 눌렀더니 누나, 형이란다. 그럼 언니, 오빠는? 아무리 눌러 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남자 아기를 위한 책이었다. 분노가 화산처럼 솟구쳤다. 여자인 나와 내 딸이 ‘2등 국민’ 취급당하는 느낌이었다.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따졌다.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세련된 대답이 돌아왔다. 적어도 다음 쇄에는 반영하겠다며 잘못을 인정하길 바랐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심지어 내가 따지는 이유를 이해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때의 분노가 새삼 떠오른 건 영국의 한 엄마가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저학년 독서 목록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였다. 지난달 23일 영국 미러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사라 홀(40)은 “왕자가 공주의 동의를 얻지 않고 키스를 하는 건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된 성 관념을 갖게 하고, 그런 행동을 용인할 수 있는 것으로 가르치므로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고 있었는데, 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가 내 마음속 활화산에 또다시 불을 댕겼다. “뭘 그렇게까지. 동화는 동화로 보면 되지.” 아니. 전혀 아니다. 지난 3년간 딸과 함께 본 수많은 동화와 애니메이션은 마치 30년 전으로 타임슬립한 것마냥 낡아 빠진 성역할을 답습하며 어린 독자들의 사고 체계를 물들이고 있었다. 아기들의 대통령인 뽀로로가 나오는 ‘뽀로로 퓨처북’이라는 게 있다. 전자펜으로 터치하면 내용을 읽어 주는 책이다.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펼쳤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책에서 엄마는 친구들과 차를 마시고 아빠는 회사에서 일을 한다. 심지어 이모는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삼촌은 학교에 간다! 여성은 비생산적·비경제적 활동을, 남성은 생산적·경제적 활동을 한다는 전제가 이보다 더 명확하게 드러날 수 없었다. 이런 노골적 성차별을 참을 수 없어 일부러 사지 않았다. 출판계가 위기라며 앓는 소리를 하던데, 적어도 어린이 책에서는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구태의연하게 책을 만드니 안 팔리는 거다. 정말이지 이럴 줄은 몰랐다. 내가 어릴적 교과서에 나오던 ‘차 마시는 엄마, 일하는 아빠’라는 구닥다리 프레임이 아직도 횡행할 줄이야. 양성평등이니 여풍이니 하는 말들의 향연에 취해 우리 사회의 진짜 수준을 미처 보지 못했던 거다.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고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성역할이라는 낡은 틀로 가두는 게 한국 사회라면 나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 어린이 책과 만화를 만드는 분들이 이 글을 꼭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 진화론적으로 도시를 실험하다

    진화론적으로 도시를 실험하다

    네이버후드 프로젝트/데이비드 슬론 윌슨 지음/황연아 옮김/사이언스북스/640쪽/2만 5000원진화 생물학자가 도시 개선 프로젝트에 나섰다. 진화 생물학계의 대표적인 이단아로 불리는 저자는 진화론적 관점이 교육·도시·경제 문제와 인종 및 성차별 등 사회적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빙엄턴 네이버후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빙엄턴이라는 미국 뉴욕주 북부의 작은 도시를 하나의 집단 유기체로 보고, 도시라는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요건을 분석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면역학자, 예방 과학자, 시민단체 리더, 투자금융회사 CEO, 신학자 등을 종횡무진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시민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 행동까지 관찰함으로써 도시 공동체의 친사회성과 이타성, 이기성 등을 정량화하고자 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여성 열등’ 언급 자체가 문제” “부적절 발언 공개되면 다 징계냐”

    [관가 인사이드] “‘여성 열등’ 언급 자체가 문제” “부적절 발언 공개되면 다 징계냐”

    ‘여성 열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외교부 A국장 사건’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 문제의 발언을 둘러싼 진위 여부도 분명히 가리지 못한 가운데 외교부가 A국장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비하 발언까지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감사 과정을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다. 강경화 장관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음에도 감사가 불투명,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사건은 올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일보는 9월 18일자 1면 기사로 A국장이 일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다짜고짜 “여자는 열등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외적으로는 젠틀한 듯하나 내부적으로는 엘리트주의와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한 외교부 실상을 보여 준다”는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뒤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사건을 언급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강 장관은 관련 경위와 발언 내용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외교부 감사관실은 즉각 감사에 착수했다.# 현장 기자 “여성 비하” vs “의도 왜곡” 엇갈려 그리고 10월 20일 외교부 당국자는 A국장에 대한 경징계 의결 요구를 중앙징계위원회에 올렸다며 그 배경을 출입기자단에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이 결정을 두고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선 애초 감사에 착수한 원인이 됐던 여성 열등 발언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렸다는 점이다. 문제를 제기한 쪽은 ‘여성 비하’라고 주장했지만 다른 2명의 기자들은 그 같은 의도가 아니었다고 A국장 편을 들었다. 여기에 A국장과 근무했던 외교부 소속 여성 직원들이 “A국장은 여성을 존중하는 업무 환경을 만든 간부”라며 10여통이 탄원서를 낸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외교부 내에서는 섣불리 사건의 전말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 퍼졌다. # 성차별 의도 없지만 오해 소지? 석연찮은 해명 감사관실의 설명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여성 비하나 성차별 의도가 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면서 “말을 들어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 공무원 품위유지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이 된 여성 비하 의도가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공무원 품위를 손상케 했기 때문에 징계를 한다는 설명이었다. 당장 부내에서도 “‘철저히 조사하라’는 장관의 말을 마치 결론을 내놓고 조사하라는 뜻으로 이해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 위안부 발언은 쏙 빼놓고 보도되자 “징계 사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부의 논란이 한창 뜨거운 시점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A국장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됐다. 그러면서 보고서에 담겨 있었지만 감사관실이 공개하지 않았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A국장의 부적절한 발언 내용도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A국장이 이용수 할머니를 지칭해 “우리 똑똑한 이용수 할머니, 맨날 날 기억해서 빈소 갈 때마다 장관한테 저 양반 왜 또 데리고 왔냐고 하지, 아주 고역이야”라고 말했다는 조사 내용이다. 외교부는 감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이 발언을 징계 사유에 넣지도 않았다. 이후 언론 보도 등으로 이런 내용이 공개되자 그제서야 다시 징계 사유에 포함했다고 한다.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성립되면서 부적절한 언행이 널리 알려지는 ‘공개성’이 충족돼야 하는데 언론 보도로 이 요소가 충족됐기 때문에 뒤늦게 징계 사유로 포함시켰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장관의 뜻이 감사관실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서 A국장은 자리를 후임에게 물려준 뒤 무보직 상태로 있다가 최근 인사에서 외곽 조직으로 발령이 났다. 외교부 내에서는 A국장 사건을 지켜보며 ‘말조심’을 가슴에 새기는 간부들도 많이 늘었다. 한편으로는 동정론도 여전히 적지 않다. 설사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해도 ‘죄에 비해 벌이 너무 무겁다’는 시각도 있다. A국장은 업무량이 많은 핵심 부처에서 일하며 특히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대응하는 업무를 주로 해왔다. 사드 갈등을 봉인한 한·중 협의에도 실무 사령탑으로 뛰었지만 공은 누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 “여기저기 갖다 붙이는 품위 조항도 문제” 토로 중앙징계위는 A국장 사건을 심의하고 있지만 외교부가 의결을 요구한 대로 경징계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중앙징계위는 전 부처에서 올라오는 사건을 심사하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을 뜯어 보기 어려워 소속 부처의 안대로 징계 수위를 보통 결정한다는 게 복수 공직자들의 전언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징계 사유의 공개성 원칙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외교부 직원은 “인사철만 되면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공개되면 공개됐다는 사실만으로 징계를 받아야 하나”라면서 “공개 여부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먼저 충실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논란이 되는 사건에는 어디든 적용할 수 있는 품위유지의무 조항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공무원 징계 총 3015건 중 품위손상은 2032건으로 67%를 차지한다. 그 외 복무규정위반 299건, 직무유기 및 태만 154건, 금품 및 향응 수수 123건 등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커버스토리] 法도 생로병사가 있습니다

    [커버스토리] 法도 생로병사가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쯤 국회가 열리고 각종 법의 통과 소식이 전해진다. 입법기관인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법의 일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지만 한순간이기도 하다. 법은 살아 있지는 않지만,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아기가 어머니 자궁 안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출산을 기다리듯 법도 국민에게 공포되기까지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가진다. 나이가 들고 병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산물인 법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끝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그러다 도저히 사회와 맞지 않으면 결국 폐지돼 영영 사라진다. 법은 끊임없이 생멸한다. 법을 낳을 수 있는 주체는 정부와 국회다.●법의 태어남(生)… 제정과 공포 대통령이 법을 공포하는 순간, 그 법은 효력을 발휘하며 기능한다. 문서에 불과하던 것이 실제 국민 생활을 구속하게 된다.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공포 이후 시행까지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는 경우도 있다. 공포는 상징적 절차이고 실제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고 신중하다. 법률안은 입법부인 국회와 행정부인 정부가 낼 수 있다.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률안은 뜻을 같이하는 동료 의원 10명만 모아 서명을 받으면 된다. 이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발의가 된다. 이 법은 해당 상임위원회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예컨대 지진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되면 행정안전위원회, 교과과정 등 교육 관련이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가는 식이다. 법제사법위원회도 거쳐야 한다. 여기서는 법률 형식, 문장이나 단어 쓰임 등을 심사한다. 이어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통과된 법률은 정부, 법제처로 넘어온다(이송). 정부제출 법률안의 과정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정부가 입안을 하려면 해당 법과 관련 부처들 사이에 협의가 의무적으로 끝나야 한다. 법률안이 완성되면 이를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에게 알린다. 통합입법예고센터(opinion.lawmaking.go.kr) 또는 관련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최대 40일 동안 해당 법률이 만들어진다고 알린다. 여기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다.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중요한 의견은 실제 법률에 반영되기도 한다. 규제심사도 거친다. 법은 달리 말하면 국민의 삶을 구속하는 규제다. 국민 삶에 깊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당 법이 설정한 규제가 타당한지, 혹시 국민 삶에 해악을 끼치진 않는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규제심사 외에도 해당 법이 성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지 않은지(성별영향평가), 해당 법으로 공무원이 부패할 만한 내용은 없는지(부패영향평가) 등의 과정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쳐야 정부제출 법률안은 법제처를 지나 국회로 간다. 이론상 정부제출 법률안이 국회로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달이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평균적으로 5~6개월 정도 걸린다. 국회에서 정부제출 법률안은 의원발의 법률안과 마찬가지로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해야 정부로 다시 이송된다. 의원 발의 법률안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법률안마다 다르지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통과된 의안들을 살펴보면 평균 2~3달 정도가 걸린다. 정부제출 법률안보다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다. 이 때문에 입법이 급한 법률안의 경우 정부가 국회의원에게 부탁하는 ‘청부 입법’도 종종 벌어진다. 법제처에 따르면 11월 2일 현재 법률은 1447개가 있다. 법률이 1000개가 넘지만 새 법률이 제정되는 것은 사회적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경우다.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올 초 공포된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등이 그 예다.법 아래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시행령이 있다. 국민에게는 같은 법이지만 시행령은 국회에 통보만 되고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2015년 7월에는 ‘국회법 파동’이 있었다.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넘어왔지만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을 행사한 사건이다. 국회법 개정안의 골자는 대통령령을 비롯한 정부 시행령에도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재 국회는 정부 시행령에 수정 요구를 할 수 없다. 법제처는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는 중간 관문이다. 정부제출 법률안은 법제처가 심사한다. 법안이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쓰였는지, 법안이 갖춰야 할 기본 요소들은 들어 있는지, 이 법이 시행됐을 때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인지 등을 본다. 의원 발의 법률안은 법제처를 거치지만 별도 심사과정은 없다. 법제처에 오기까지 여러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만약 문제가 있으면 법제처는 다시 돌려보낸다(반려). 반려된 법안은 반려 사유를 없앤 뒤 다시 법제처에 심사를 요청한다. 문제가 없으면 법제처장 결재를 받고 차관회의로 올라간다. 차관회의 의결 정족수는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지만 실제 거의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다. 특정 부서에서 강하게 반대하면 법안은 통과되지 않는다. 정부부처가 정책에 대한 일관된 모습을 보이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토론을 거친 후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대통령 재가가 나면 법안은 관보에 게재돼 공포된다. 보통 공포된 즉시 효력을 발휘하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법은 유예기간을 두기도 한다.●법의 나이 듦(老)과 병듦(病) 법은 사회적 요구에 따라 바뀐다. 과거에 만들어진 법이 현재에는 맞지 않을 때도 있다. 법은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사회 전 분야를 꼼꼼히 짚으며 점진적으로 변해 간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법도 늙어간다(). 법은 일부 또는 전부가 개정된다. 말 그대로 ‘일부 개정’ 또는 ‘전부 개정‘이다. 법의 내용을 바꾸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된다. 역시 의원 발의 법률안과 정부제출 법률안이 있는데 각각 법을 제정할 때와 같은 절차를 거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실질적 효력을 갖는 ‘현행법’이 된다. 이전의 법은 ‘연혁법’으로 관리된다. 국회를 통과하는 법 중 개정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매년 기획재정부가 세법을 고치면서 연말정산에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또한 매년 국회를 통과하는 게 대표적이다.●법의 개정(改定)… 분법과 합법 법도 아플 때가 있다(病). 이럴 땐 ‘외과수술’이 시행된다. 법이 너무 비대해졌거나 비슷한 내용임에도 따로 운영되는 등 비효율이 발견됐을 때다. 비대했을 때는 법을 나누는 ‘분법’(分法)이, 비슷한 내용이 따로 운영될 때는 비슷한 법을 합치는 ‘합법’(合法)이 이뤄진다. 이 또한 법 개정의 일종이다. 2016년 8월 ‘주택법’에서 ‘공동주택관리법’이 떨어져 나갔다. 최근 아파트가 많이 생기면서 주택법이 관리하고 있는 분야가 비대해져 분법이 이뤄진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해서만 따로 관리하는 법률이다. 지난 1월 ‘전기용품 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이 하나로 합쳐져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됐다. 두 개의 법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전기용품과 다른 생활용품을 분리해서 관리해야 했지만 두 법의 내용과 절차가 비슷하고 나중에는 이것을 하나로 관리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 합법이 이뤄졌다.●법의 죽음(死)… 폐지(廢止) 사람도, 법도 결국 운명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죽는다.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은 폐지돼 영영 사라진다. 폐지되기 전까지는 폐지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대표적이다. 법의 폐지 과정도 제정, 개정과 같다. ‘폐지 법률안’이 발의되고 통과되면 해당 법은 폐지된다. 폐지 법률안의 내용은 “해당 법률안을 폐지한다”는 내용뿐이다. 과거에는 어떤 필요에 의해 법이 만들어졌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법들이 폐지된다. 서민금융진흥원 출범으로 사라진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암관리법’ 제정에 포함돼 폐기된 ‘국립암센터법’ 등이 그 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시법’도 있다. 한시법은 만들어질 때부터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 유효기간이 10년이면 법은 시행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효력을 잃는다. 그러나 해당 법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땐 법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2008년 12월 31일로 기한이 예정됐던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이 그 예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사건이 많이 남아 있다”며 이 법의 유효기간을 2009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재일동포에 혐한발언 인격권 침해”…日법원, 극우단체에 손해배상 판결

    “재일동포에 혐한발언 인격권 침해”…日법원, 극우단체에 손해배상 판결

    일본 법원이 재일동포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혐한 발언을 한 일본의 극우단체와 활동가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아사히신문이 1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지난달 29일 재일 조선인 작가 리신혜(46) 씨가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과 이 단체의 사쿠라이 마코토 전 회장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에 대해 77만엔(약 745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일본 법원은 앞서 열린 1심과 2심에서도 리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판결에서 재특회 측이 2013~2014년 거리집회와 인터넷 방송, 트위터에서 리씨에 대해 “허위사실을 쏟아내고 있다”, “조선인 할머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며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은 모욕행위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 6얼 2심 판결에서도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해 증폭시키려는 의도로 행해졌다”며 1심 판결을 지지했다. 리씨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해를 당하더라도 소송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여성차별, 민족차별 발언이라는 것이 인정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갈등 빚는 동료와 잠자리 하라” …美 CBS 성폭력 논란

    “갈등 빚는 동료와 잠자리 하라” …美 CBS 성폭력 논란

    성폭력 피해 폭로 운동인 ‘미투 캠페인’(Metoo·나도 당했다)이 확산하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여성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엔 미국 유명 방송사 뉴스 제작자로 일했던 여성이 직장에서 당했던 성차별 경험을 털어놨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는 미국 3대 공중파 방송 CBS에서 17년 동안 근무한 에린 지(44)의 성폭력 피해 사례를 보도했다. 지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CBS와 2년째 소송 중인 그녀는 2011년 겪었던 사건을 털어놨다. 당시 지는 CBS 이브닝 뉴스의 스튜디오에서 상사 로버트 클럭(58)에게 직장에서의 갈등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고, 클럭의 해답은 그녀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클럭은 “함께 일하기 어려운 영상 편집자와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면 잠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는 “클럭은 ‘넌 아무 문제가 없으니 이 사람을 너처럼 아무 문제 없게끔 하려면 이건 네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식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고 전했다. 이 사실은 프로그램 선임 프로듀서를 통해 총괄 제작자에게 보고됐지만 아무런 조치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사이 클럭은 CBS뉴스 총괄 제작자로 승진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클럭은 지의 상사에게 “지 또는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맺었는지” 물었다. 방송사의 남성 중심성에 진저리가 난 지는 2015년 CBS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고소 후 주말 뉴스 방송으로 강등됐다. ‘행동상의 문제’가 징계 이유였다. 그러나 지는 이전에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로부터 단 한 차례의 경고를 받은 적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직장을 그만뒀고 관련 일자리를 구했다. 그녀는 “내가 원했던 건 남성들에게 주어지는 것과 똑같은 기회였다. CBS에서 거의 20년 동안 일하면서 여자 감독이 저녁 뉴스를 지휘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면서 “내 상황은 여성들이 왜 직장에서 받은 성차별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없는지를 보여준다. 입을 열면 부당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BS대변인은 “클럭을 향한 지의 진술은 실체가 전혀 없다. 그녀의 주장과는 반대로 차별대우나 보복적 인사도 없었다”고 말했다. 클럭은 아무 응대도 하지 않았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착한 영희 ’ ‘힘센 철수 ’… 초등교과서 성평등 낙제점

    ‘착한 영희 ’ ‘힘센 철수 ’… 초등교과서 성평등 낙제점

    무릎 위로 올라오는 핑크색 원피스 차림에 ‘귀엽고 앙증맞은’ 자세를 한 여학생과 청바지의 헐렁한 티셔츠 차림에 팔의 근육을 과시하며 ‘건강하고 힘이 센’ 모습을 강조하는 남학생 사진이 5학년 체육 교과서에서 ‘사춘기에 나타나는 2차 성징’을 설명하는 자료로 사용됐다. 남녀의 신체적 차이와 관계없이 사회가 여성에게 부과하는 ‘예쁨’과 ‘다소곳함’을 여성성으로, ‘활달함’과 ‘튼튼함’을 남성성으로 규정함으로써 성역할 고정관념을 여실히 드러냈다.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올해로 2년째 양성평등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충북 북이초등학교 교사들이 1·2학년 통합교과와 초등 국어, 안전한 생활, 실과, 수학, 체육, 사회, 과학 교과서를 대상으로 성차별 요소를 모니터링했다고 27일 밝혔다. 그 결과 올해 개정 발행된 1·2학년 교과서는 물론 2018년과 2019년에 개정을 앞둔 3·4학년, 5·6학년 교과서 모두 성역할 고정관념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서 속 여성은 가사와 양육의 주체나 수동적인 역할로, 남성은 전문적인 직업의 주체나 적극적인 역할로 등장했다. 6학년 체육 교과서에 사용된 배드민턴 경기 삽화에서 응원단은 모두 여성으로, 선수와 심판은 모두 남성으로 묘사함으로써 체육 활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은 남성이 하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5학년 실과에서는 가정통신문을 읽는 사람을 ‘엄마’로 한정함으로써 양육의 책임을 여성이 전담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반면 3학년 과학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종사자로 남성 연구원의 사진만 사용했으며, 4학년 도덕에서는 남북 회담에 참여한 주체를 남성으로만 표현했다. 민근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사업팀장은 “1·2학년 교과서의 경우 올해 개정판이 나온 것인데도 미흡한 성평등 의식이 드러났다”면서 “2008년 교육부의 여성정책담당관 자리가 없어진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부터 ‘인권친화적 교과서’를 목표로 삼아 교과서 집필과 발행, 발행 후 수정·보완 단계에서 인권요소 분석표를 교과서 제작자 측이 제출하도록 했다. 분석표를 통해 양성평등, 다문화, 장애, 직업, 종교에서의 차별 요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지은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연구사는 “해당 정책이 반영되기 전에 발행된 1·2학년 개정 교과서는 내년도에 수정·보완될 예정이며, 향후 개정될 교과서들은 집필 단계에서부터 인권 요소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면서 “성평등만을 따로 다루기보다 인권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함께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남친처럼 달리려면 사세요”…자전거 광고 성차별 논란

    “남친처럼 달리려면 사세요”…자전거 광고 성차별 논란

    이탈리아의 유명 자전거 회사가 황당한 논리의 광고를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의 3대 자전거 브랜드 중 하나인 피나렐로(Pinarello)는 최근 전동 자전거를 출시하고 여성을 상대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피나렐로는 케냐 출신의 세계적인 사이클 선수인 크리스 프룸이 경기에서 사용하는 자전거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이런 피나렐로가 최근 출시한 전동 자전거 광고 포스터에는 ‘엠마’라는 이름의 24세 여성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난 언제나 남자친구와 함께 사이클링을 가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해 질 것”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이 문구의 배경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힘과 지구력이 좋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의 자전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피나렐로가 출시한 전동 자전거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현지 SNS에는 격분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자전거 애호가라는 한 여성은 “(피나렐로의 광고는) 고정관념에 불구하다. 여성의 사이클링을 이해하는데 실패한 자전거 산업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피나렐로의 이름을 패러디한 ‘피나렐-노’(Pinarell-NO)라는 단어를 적었다. 사이클링 팀의 매니저라고 밝힌 또 다른 남성은 광고 카피를 패러디 해 “나는 언제나 아내와 함께 사이클링을 가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해 질 것이다”라면서 “이 모든 것이 성차별이다”라고 꼬집었다. 한 여성 사이클 선수는 “몇천 명의 남성보다 더 빠르게 달린 사람, 여기에 있다. 나는 2016년 ‘라이드 런던’ 참가자”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열린 라이드 런던은 런던에서 서리까지 약 100마일을 자전거로 이동하는 이벤트였다. 피나렐로 측은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해당 광고를 삭제하고 “우리의 최근 광고는 피나렐로의 핵심인 다양성과 평등을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이클링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전동 자전거를 디자인했지만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시론] 성폭력 사건, 왜 해시태그로 알려지나/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시론] 성폭력 사건, 왜 해시태그로 알려지나/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H사 사건 등을 대하는 마음은 고통스럽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알려진 사내 성폭력 사건은 국민들이 해당 기업 상품 불매운동을 벌일 정도의 공분을 샀다. 사건의 발생과 처리 과정, 사안을 대하는 인식이 오늘날 시민의식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 탓이다. H카드, L공사의 사내 성폭력 사건 피해의 축소 및 은폐 조작, 이를 위한 피해자 압박 등의 내용 보도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할 때 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느냐는 불만을 보이는 것이 이미 이런 사건들로 남성 문화가 벤딩돼 있었기 때문은 아닐지 의문조차 든다.상급자의 여직원에 대한 성적 침해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했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놀랄 만한 일이지만 무려 표준국어대사전에 직업여성을 “주로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해 오늘날까지 병기돼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인식은 생산 주체, 삶의 권리, 성의 권리가 오로지 남성의 것이며 여성은 그 대상이 되는 것으로 인권의 암흑기를 보여 준다. 그런데 그런 암흑이 아직도 걷히지 않았다. 그동안 유엔은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선언하고, 여성단체는 행복추구권과 성적자기결정권의 획득을 위해 투쟁했으며, 정부는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해 힘의 차이에 의해 타인으로부터 받는 성적 침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애써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가해 행위가 옹호되고 피해자가 설 곳을 잃는 정의롭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우리는 환멸했다. 언론에 보도된 H사 사건은 도촬, 직장 내 선배라는 신분을 사용한 성폭행, 인사팀장의 직권을 이용한 성폭행 시도를 포함하는 것인데 이런 행위가 장난, 애정 혹은 피해자의 잘못된 행동으로 변질됐다. 왜곡된 사건 진술을 강요받으면서 피해자는 사측으로부터 2차 피해를 받게 되고 그래서 결국 게시판에 자신의 억울함을 털어놓은 것이다. 성폭력이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내 절차에서 부정의를 경험했다. 그러나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미투 해시태그 운동에서도 보듯이 피해자는 이제 이것이 피해임을 알았고 피해를 말해도 된다는 것도 알았다. 수많은 조직에서 사건화되지 않은 많은 사건들이 있을 것이다. 2016년 여성가족부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78.4%가 참고 넘어갔다고 한다. 이것은 조직 내에 언젠가 굉음으로 터질 지뢰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는 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자체 시스템 마련을 권해 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내 사건의 총괄 책임자는 기관장 및 사주다. 조직의 대표는 문제 발생 시 무관용 원칙에 준해 엄중 처리할 것을 천명해야 한다. 그리고 사건을 관리할 전문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내 성고충처리기구를 만들고 조직, 피해자, 가해자와 소통하며 사건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역량이 함양된 업무 담당자를 둬야 한다. 상담 온 피해자를 또다시 추행하려는 인사 담당자가 있다면 그것은 이 사안에 대한 사측의 무관심을 보여 주는 것이며 그 책임 또한 막중하다. 사내 고충처리기구는 사소하게 벌어지는 성적 발언, 원치 않는 러브샷의 강요, 성적 접촉 등의 불편함 등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피해자는 조용히 그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 주는 것을 원할 수도 있다. 행위자는 자신이 행한 불쾌한 침해에 대해 이해하며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낙인찍고 수군대는 2차 가해를 하지 않고 적절히 치유, 회복되도록 애써야 한다. 이 같은 시스템이 원활히 운영된다면 오랫동안 누적돼 왔던 남성 중심 조직문화의 폐해를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전근대적인 의식 속에 운영되는 기관들은 이제 상대방을 배려하는 성인지적 조직문화를 선도해 강간에 관용적인 조직,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조직이라는 오명을 벗고 멋진 미래 조직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 잘나가는 그녀들, 왜 페미니즘을 펼쳤나

    잘나가는 그녀들, 왜 페미니즘을 펼쳤나

    조남주 등 3040 여성 작가 7명 여성들의 일상적 이야기 담아 “예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각 분야의 성폭력 문제를 고발할 수 있게 되고,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부당함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줄 아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니 앞으로도 우리(여성)의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요.”(조남주 작가)대한민국 평범한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고통을 서술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올해 여성 문제에 대해 새삼 의식을 깨우는 하나의 현상으로 떠올랐다. 소설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페미니즘 이슈가 활발하게 논의되는 가운데 늘 자기 이름보다는 누군가의 엄마, 아내, 딸, 며느리로만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30~40대 국내 여성 작가 7명이 페미니즘을 테마로 쓴 단편소설을 묶은 ‘현남 오빠에게’(다산책방)다.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과 언어는 많은데 정작 이야기가 없다’는 인식 아래 기획된 국내 최초의 페미니즘 선집이다. 표제작을 쓴 조남주 작가를 비롯해 김이설, 최은영,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의 글 7편이 담겼다. 특히 조 작가는 ‘82년생 김지영’ 이후 처음 발표한 소설 ‘현남 오빠에게’에서 특유의 담담하지만 치밀한 어법으로 성차별에 맞서는 여성의 단호한 의지를 그려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억압하는 연인의 청혼을 거절하고 10년 만에 당당히 이별을 선언하는 여성의 고백을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했다.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항상 여자친구를 가르치려 들며 자신의 감정부터 앞세우는 ‘현남 오빠’는 여성들이 겪는 불편함과 차별, 더 나아가 폭력의 상징이다. 조 작가는 13일 서울 마포구 한 북카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예전에 시사교양프로그램 취재 작가로 일할 당시 가정 폭력 피해자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가 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없는 여성이었는데 결혼 초기부터 폭력에 시달린 사실을 듣고 그녀가 왜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여성 대부분이 피해를 보면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었다. 적어도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즘 소설집이지만 작가들은 남녀 구분 없이 다양한 연령층이 이 책을 통해 현재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갱년기에 접어든 한 여성의 엄마로서의 고민, 자녀와의 갈등을 담은 ‘경년’의 김이설 작가는 “이 책은 ‘이렇게 합시다’라는 선동이 아니라 ‘당신과 내가 이렇게 같이 손잡고 있다’, ‘당신들만이 겪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렇다’라는 목소리”라며 “단순히 ‘남자들과 싸우자’는 의미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름을 가만히 쓰다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때때로 남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한 여성을 그린 ‘모든 것을 제자리에’의 최정화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내가 여성임에도 자신에게 가하는 압박이나 모순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면서 “독자들 역시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詩는 SF와 닮았다”

    “詩는 SF와 닮았다”

    영화·다큐·소설 등 경계없는 탐구 이어가 시스템 바꿔도 여전한 디스토피아 그려내 “시쓰기와 SF(과학소설)는 닮은꼴 같아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지만 시 속에 담긴 것은 현실에 드러나지 않는 것, 관계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니까요. 그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쓰는 SF와 비슷하다 생각했어요.”시인이 SF를 쓴 이유를 묻자 솔깃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한국 최고의 연애시집”(황현산 평론가)이란 찬사를 받은 시집 ‘연애의 책’을 통해 감각적이고 대담한 시적 화술을 선보인 유진목(36) 시인이다. 그의 등장은 몇 편의 시로 운명이 갈리는 신춘문예, 문예지 등 기존의 등단 방식이 아니라 더 눈길을 끌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투고 원고를 검토해 ‘될성부른 시인’을 가려낸다는 출판사 삼인 시인선 첫 권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언뜻 시와 SF의 거리는 멀어 보이지만 시인의 설명과 이력을 되짚어 보면 납득이 간다. 2009년 1인 영화 제작사 ‘목년사’를 차린 그는 단편 극영화,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직접 시나리오도 쓰며 장편 영화감독 데뷔를 늘 마음에 품고 있는 그에게 ‘서사’는 놓칠 수 없는 꿈인 셈이다.최근 펴낸 ‘디스옥타비아_2059 만들어진 세계’(알마)는 예술을 향한 그의 경계 없는 탐구 속에서 나온 작품이다. 흑인 여성이자 페미니스트인 미국 SF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1947~2006)의 소설에서 빌려온 문장, 이미지 변주, 패러디들로 모자이크를 그린 소설은 2059년 노인 보호 시설인 ‘엘더’에 들어간 78세 노인 ‘모’의 목소리로 흐른다. 제목 ‘디스옥타비아’에서 짐작되듯, 소설은 억압받는 소수자였고, SF에서도 그들을 위한 목소리를 냈던 작가를 향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시인은 혼자 오랫동안 습작을 하면서 작가가 될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옥타비아 버틀러의 삶에 자신을 포개며 “SF 속에서 당신은 상상 가능한 곳으로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동력 삼아 소설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2059년의 ‘모’는 출산과 육아를 인류의 본성으로 여기고, 남자다운 것과 여자다운 것을 지키지 않으면 문제 삼고, 여성을 남성의 보호 대상으로 여기는 ‘과거’를 회상한다. 그 과거는 다름 아닌 우리의 현재다. 모는 “그 시절의 삶이 어땠는지 짐작이나 해 볼 수 있겠는가”란 물음으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강요하는 관념의 부조리와 야만을 극대화한다. 현재도 디스토피아지만 성차별, 혐오가 사라진 미래라고 유토피아는 아니다. 계층 간 이동이 원천봉쇄돼 있는 2059년은 또 다른 질곡으로 인간을 짓누르는 디스토피아다. 시대를 달리해도, 시스템을 바꾸어도, 여전히 디스토피아를 사는 인간을 통해 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 뭘까. “어느 한 부분을 개선하려고 파고들다 보면 좋은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강제하는 것들이 생겨나기 마련이죠. 서점(그는 지난달까지 제주에 살며 나흘은 원고를 쓰고 사흘은 서점에서 일을 했다)에서 일할 때 독자분들은 매번 ‘우울하거나 힘들지 않은 이야기를 추천해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문학이 그런가요. 어떤 것이 우리에게 상처가 되고 어떤 것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지 일러 주는 게 문학 본연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현재도 미래도 세계는 디스토피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려냈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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