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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부모 “피임법만 알았어도…” 5억짜리 성교육 헛바퀴

    청소년 부모 “피임법만 알았어도…” 5억짜리 성교육 헛바퀴

    뜬구름 잡는 성교육에 잦은 ‘임신 사고’ 청소년 부모 임신 계획한 성관계 거의 없어 10대부터 생활용품으로 피임기구 인식해야“임신 전까지 한 번도 콘돔을 써 본 적이 없어요. 남자친구가 싫다고 해서 그랬는데 이렇게 쉽게 임신할 줄은 몰랐어요.” 한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김아연(18·가명)양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김양은 “콘돔을 어디서 사는지도 몰랐고, 질외사정만으로 임신을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면서 “학교 성교육은 남녀 신체가 어떻게 생겼다는 것만 알려주고 실제 성관계에서 필요한 내용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청소년기에 임신·출산한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 심층조사를 진행해보니 임신한 이유에 대해 ‘피임에 실패해서’, ‘피임 방법을 몰라서’ ‘상대방의 강제에 의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각각 41%, 24%, 16%(복수 응답)였다. 피임만 제대로 했다면 준비 안 된 임신을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적지 않은 청소년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에서 임신·피임 등 실질적인 성교육은 아직도 터부시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중고교생 청소년 6만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5.7%였지만, 이 가운데 피임 실천율은 59.3%에 그쳤다.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을 2016년 4.6%, 2017년 5.2%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해당 연령(만 13~18세) 주민등록인구가 총 309만 6947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7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교실 내 성교육의 내실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교육부에서는 약 5억원을 들여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했지만,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등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피임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4년 박주현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20~59세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여성의 성생활과 태도에 대한 10년 간격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주로 하는 피임법(복수 응답)은 질외사정(61.2%), 생리주기 조절(20%), 남성 콘돔 착용(11%), 피임약 복용(10.1%) 순이었다. 특히 남성 콘돔 사용률은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4년 조사에서는 질외사정(42.7%), 남성 콘돔 착용(35.2%), 생리주기 조절(26.7%), 피임약 복용(9.1%) 순이었다.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청소년 성 행태조사 등에 따르면 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임신 12주 이후인 후기에 낙태 수술받는 비율이 훨씬 높다”며 “이는 성인보다 관련 지식이나 자원이 훨씬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외사정이나 생리주기 조절은 피임실패율이 아주 높아서 피임법으로 볼 수 없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며 “임신중절보다는 원치 않는 임신이 줄어야 하기에 지역사회 청소년과 성교육 활동가들에게도 피임 교육과 성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을 위해 ‘100원 콘돔 자판기’를 국내 최초로 설치한 박진아 인스팅터스 대표는 “청소년기에 성교육만 제대로 받아도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저 역시 학창시절 남들처럼 큰 도움이 안 되는 성교육만 받고 성관계는 ‘나쁜 것’처럼 여겨왔는데 막상 성인이 된 이후엔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성생활을 마주하게 됐다”면서 “콘돔을 사는 게 민망한 일이 아니고, 애인이 ‘불편하다’며 콘돔을 쓰지 말자고 하는 게 잘못됐다는 걸 아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10대 초반부터 포르노그라피에 노출돼 성관계가 뭔지 다 아는 상황에서 쉬쉬하기만 하면 오히려 그릇된 인식만 심을 수 있다”면서 “청소년기부터 콘돔이 ‘성인용품’이 아닌 ‘생활용품’이고, 불이 나든 안 나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소화기’라고 인식하도록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빨갱이 XX, 여잔 男 낳아야”…서울시립대 교수 해임 취소 판결

    “빨갱이 XX, 여잔 男 낳아야”…서울시립대 교수 해임 취소 판결

    수업 중 대답 못하면 “모자란 XX”“여자 30살 넘으면 안 싱싱해 출산 문제”“여자는 男아이 낳아야 하니 컴퓨터 많이 하지 마”법원 “학생들 집중도 높이기 위한 측면…성희롱 의도 약해”“빨갱이 XX”, “여자는 남자아이 낳아야 하니 빨리 결혼해” 등 학생들에게 수업 도중 수차례 막말과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서울시립대 교수에 대한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본인이 공개 사과했고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측면, 성희롱 의도가 약한 점 등에서 징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서울시립대 김모 교수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김 교수는 2016년 수업 중 대답을 못 하거나 틀린 답을 한 학생에게 “빨갱이 XX”, “모자란 XX” 등 폭언을 하고, 죽비로 학생들의 어깨를 치며 “맞으면서 수업을 들을 자신이 없으면 나가라”고 말한 사실이 학생 대자보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는 또 여학생들에게 “30살 넘은 여자들이 싱싱한 줄 알지만 자녀를 출산했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빨리 결혼해야 한다”, “여자는 남자아이를 낳아야 하니까 컴퓨터를 너무 많이 하거나 TV 시청을 많이 하지 마라”는 등 성희롱과 성차별 요소가 있는 발언도 했다. 대자보가 게시되자 김 교수는 수업 시간에 공개 사과를 했으나 직후에 연구교수가 시험지를 잘못 가져오자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은 대자보 게시, 국가인권위원회 및 서울시의회에 대한 진정 등 과정을 거치며 일부 동료 학생들과 원고를 옹호하는 대학원생 및 졸업생들로부터 비난받는 등 2차 피해를 보기도 했다. 김 교수는 2017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재심사 후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김 교수의 비위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징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성희롱의 경우’에는 해임 외에도 정직, 감봉, 견책 등 처분이 가능한데 해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교원으로서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원고가 여러 비위 행위를 해 소속 대학교와 교원들의 명예 및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잘못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해임 사유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강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집중력 등을 높이기 위해 그 같은 언행을 한 측면도 있고, 폭언·욕설 및 폭행 수준이 중하지 않다”면서 “성차별적 발언은 출산율 저하 문제 때문에 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성희롱 의도는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 학생에 대한 2차 피해는 원고가 개입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이를 원고에게 불리한 징계 양정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대자보 게시 직후 공개적으로 잘못을 사과했다”면서 “동종 징계 전력도 없고 이 사건 징계 이전까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받은 바 없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으니 반성할 기회를 부여받으면 더 성숙한 교육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아빠는 쓸모없는 존재 아냐”…독일 성차별 광고에 뿔난 남자들

    “아빠는 쓸모없는 존재 아냐”…독일 성차별 광고에 뿔난 남자들

    독일 최대 슈퍼마켓 에데카를 상대로 한 불매운동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며칠 전 이 기업이 공개한 한 광고에서 남성을 육아와 가사에 서투른 모습으로 그렸다가 성차별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라고 미 경제전문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에데카가 지난 5일 유튜브 공식 계정에 공유한 영상은 다양한 상황에서 육아와 가사에 고전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고맙다고 말해요’(Wir sagen Danke)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는 자녀의 식사를 차리기 위해 믹서기를 서툴게 사용하다가 내용물이 주방 곳곳으로 흩뿌리는 아버지부터 딸의 머리를 빗겨주는 데 너무 세게 해서 아프게 만드는 아버지까지 다양한 상황을 보여준다.그리고 영상은 “엄마, 아빠가 아니라서 고마워요”라는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시간이다. 그 사람은 누구인가? 직접 확인해보라’는 캡션까지 더해져 있다. 조회 수 161만 회를 넘긴 문제의 영상은 4만4000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은 9500여 명으로 확인된다. 이에 독일에서는 지난 8일 트위터에서 #에데카 불매운동(#EdekaBoykott)이라는 해시태그가 트렌드 1위에 올랐고, 남성들로부터 문제의 광고에 대한 비판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남성은 “아빠들은 쓸모없는 존재들이 아니다”고 말했고, 또 다른 남성은 “이 광고는 완전히 성차별이며 모욕적이다. 나 역시 #에데카 불매운동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달라서 아름답다는 점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을까?”라는 등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에데카 측은 현지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나쁘게 그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날에 약간 과장된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모든 어머니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독일은 어버이날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를 함께 기념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처럼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구분해서 기념한다. 어머니날은 5월 둘째 주 일요일로 올해는 오는 12일이다. 사진=에데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상에서 페미니스트가 가장 적은 나라는..덴마크?

    세상에서 페미니스트가 가장 적은 나라는..덴마크?

    여성 6명 중 단 1명만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여기며, 5명 중 2명은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나라가 있다. 성불평등이 심하거나,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비율이 높고 남녀 임금 격차도 적은 데다 독박 육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영국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캐임브리지 글로벌리즘 프로젝트가 주요 23개국 2만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덴마크 여성 중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여기는 여성은 16% 정도라고 전했다. 이웃나라인 스웨덴(46%)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을뿐더러, 성평등 지수가 더 낮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영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미투 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덴마크 여성도 5명 중 2명이나 됐다. 영국이나 독일, 스웨덴은 물론 미투가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국보다도 높다. 미투 운동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덴마크 여성들은 단 8%에 불과했다. 남성은 4%로 여성의 절반에 그쳤다. 이웃나라 스웨덴에선 여성의 34%, 남성의 16%가 매우 긍정적으로 미투 운동을 바라봤으며, 각국 평균도 각각 24%, 19%나 됐다. 덴마크 로스킬데 대학 릭케 안드레산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덴마크의 미디어는 미투 운동을 ‘문화면’나 ‘오피니언면’에서 다루었으며 매우 소수의 남성만이 미투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스웨덴을 비롯한 다른 여러나라들이 정치면이나 사회면에서 미투 운동을 다룬 것과는 대조적이다. 안드레산 교수는 “많은 덴마크 사람들이 ‘여성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건지 아니면 여성들이 너무 예민한 건지’에 대해서만 쓰고 있다”면서 “그리고 무고하게 비난당한 남성이 어떤 일이 생기는 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울프 휘슬링’에 대해서도 덴마크 여성 3명 중 1명은 괜찮다고 봤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여기는 여성보다 훨씬 많은 여성이 남성들이 휘파람을 불며 관심을 표하는 것에 대해 괜찮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국 중에서는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울프 휘슬링은 남성들이 지나가는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껴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거나 매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입 안에 손가락을 넣어 센 휘파람을 부는 행위를 말한다. 남성들이 불특정 여성에게 날리는 성적 희롱을 의미하는 ‘캣콜’이나 ‘캣콜링’과 유사한 범주로 묶이지만, 일각에서는 둘을 구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덴마크 여성들의 이러한 인식에 대해 안드레산 교수는 “덴마크에선 좋은 의도 때문이라면 용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해 낮은 정도의 성희롱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문화가 있다”면서 “의도한 게 아니라면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해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데르산 교수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 대해 긍정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덴마크 정치권은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이 무슬림 국가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긴다”면서 “어쩌면 덴마크는 진짜 미소지니스트(여성혐오자)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남성은 육아에 서툴다?…독일 마트 광고, 성차별 논란

    남성은 육아에 서툴다?…독일 마트 광고, 성차별 논란

    독일 최대 슈퍼마켓 에데카를 상대로 한 불매운동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며칠 전 이 기업이 공개한 한 광고에서 남성을 육아와 가사에 서투른 모습으로 그렸다가 성차별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라고 미 경제전문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데카가 지난 5일 유튜브 공식 계정에 공유한 영상은 다양한 상황에서 육아와 가사에 고전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고맙다고 말해요’(Wir sagen Danke)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는 자녀의 식사를 차리기 위해 믹서기를 서툴게 사용하다가 내용물이 주방 곳곳으로 흩뿌리는 아버지부터 딸의 머리를 빗겨주는 데 너무 세게 해서 아프게 만드는 아버지까지 다양한 상황을 보여준다.그리고 영상은 “엄마, 아빠가 아니라서 고마워요”라는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시간이다. 그 사람은 누구인가? 직접 확인해보라’는 캡션까지 더해져 있다. 조회 수 161만 회를 넘긴 문제의 영상은 4만4000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은 9500여 명으로 확인된다. 이에 독일에서는 지난 8일 트위터에서 #에데카 불매운동(#EdekaBoykott)이라는 해시태그가 트렌드 1위에 올랐고, 남성들로부터 문제의 광고에 대한 비판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남성은 “아빠들은 쓸모없는 존재들이 아니다”고 말했고, 또 다른 남성은 “이 광고는 완전히 성차별이며 모욕적이다. 나 역시 #에데카 불매운동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달라서 아름답다는 점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을까?”라는 등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에데카 측은 현지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나쁘게 그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날에 약간 과장된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모든 어머니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독일은 어버이날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를 함께 기념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처럼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구분해서 기념한다. 어머니날은 5월 둘째 주 일요일로 올해는 오는 12일이다. 사진=에데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꼬일 대로 꼬인 인권 문제, 제대로 풀어보는 방법

    꼬일 대로 꼬인 인권 문제, 제대로 풀어보는 방법

    대중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법한 기사인데 예상치 않게 많은 댓글이 달리고 조회수가 높은 경우가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면 대체로 ‘난민’, ‘동성애’ 등의 키워드가 포함됐기 때문인 뉴스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기사에는 “난민들이 그리 좋으면 그냥 그들 나라에 가서 살아라”, “우리 아이들, 청년들, 명예퇴직자들이 더 불쌍하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과거와 비교하면 인권, 기본권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높아졌고,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은 전근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인권이나 차별에 대한 이슈가 더욱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갑질, 페미니즘, 난민, 양심적 병역거부 등 뉴스의 중심에 선 이슈들이 모두 인권과 연결된다. 저자는 인권감수성이라는 개념으로 이 같은 인권 문제를 더욱 깊숙이 파헤쳐 본다. 인권감수성은 약자를 동정하거나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저자가 개발한 인권감수성 테스트를 보면 인권은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복잡한 퍼즐과도 같다. 성소수자 문제 등 인권 하면 떠오르는 흔한 이슈뿐만 아니라 국적 변경을 통제해야 하는지, 개인의 투표 여부를 공개해야 하는지 등 평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도 모두 인권과 연결된다. 앞서 소개한 반난민 정서도 한 꺼풀 벗겨 보면 더욱 복잡하다. 저자가 소개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등의 연구에 따르면 난민을 받아들인 유럽 국가에서는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오히려 GDP와 세수가 증가했다.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식의 우려와 정반대 결과였다. 물론 그렇다고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논점들을 나열하며 저자는 적어도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인권이 과연 절대적인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권은 이러한 어려운 사고와 선택의 텍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허울 좋은 지식의 묶음으로서, 그럴싸한 국제적 규범으로서의 인권이 아니라 어려운 사고와 선택을 통과한, 그래서 우리 일상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숨 쉬는 가치여야 하죠.”(39쪽)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트럼프가 찍은 연준이사 후보 또 자질 논란 속 낙마

    트럼프가 찍은 연준이사 후보 또 자질 논란 속 낙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사 후보였던 스티븐 무어가 자질 논란 속에 자진 사퇴했다. 무어는 정치적 편향성, 여성 및 특정 지역 비하, 세금 체납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무어가 연준 (이사 인준) 과정으로부터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22일 무어를 이사 후보로 낙점한 지 한달여 만이다. 무어의 낙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또 다른 연준 이사 후보 허먼 케인이 역시 자질 논란 끝에 지난달 22일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무어는 그간 친(親)트럼프 정치 성향이 너무 강해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연준 이사로서 부적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어는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트럼프노믹스’를 지지하는 내용의 저서를 출간했다. 여성 비하 및 특정 지역을 비하해 비난받기도 했다. 무어는 2002년 보수성향의 잡지 ‘내셔널 리뷰’에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이 아니면 남자농구 심판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칼럼을 기고했었다. 2014년 8월 한 포럼에서는 신시내티나 클리블랜드를 불쾌한 곳이라는 의미인 ‘미국의 겨드랑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전 부인과 이혼 후 위자료와 자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으며, 세금을 체납했다는 의혹도 있다. 무어는 그간 잇단 비난 여론에도 후보직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지지 철회 움직임이 감지되자 전격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무어가 공식 지명되면 상원에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고 공화당의 조니 언스트 상원 의원은 이날 “(인준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면서 무어의 과거 성차별적인 글을 염두에 둔 듯 “그의 글을 봐라. 나는 여성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연준 이사진 7명 가운데 2명이 공석이다. 케인과 무어의 잇따른 낙마로 트럼프 대통령은 2명의 후보 지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정부의 새 시도 ‘양성평등 전담 부서’… 전문인력이 성패 가른다

    정부의 새 시도 ‘양성평등 전담 부서’… 전문인력이 성패 가른다

    성차별 등 지속적 개선 체계 구축 기대 현장 실태 조사·제도 모니터링 등 역할 “내부 승진용 자리라고 생각하면 안 돼 성평등 정책 전문가가 부서 장 맡아야”이르면 이달부터 정부 주요 부처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신설된다. 양성평등 관점에서 정부 정책과 제도가 특정 성(性)에 편향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이지 않은지를 감독할 전담 실무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각 영역의 성차별·성폭력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대검찰청, 경찰청, 국방부 등 8개 기관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직제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각 부처가 양성평등부서를 제대로 운영한다면 정책과 제도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성차별 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시도가 정책과 연관된 사회 각 분야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성평등부서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양성평등부서는 ‘스쿨 미투’(학내 성폭력 고발)로 불거진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현장 점검과 예방 교육을 한다. 소관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도 수립하고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양성평등과 성희롱·성폭력 관련 대내외 협의와 총괄 조정 업무도 맡는다. 아울러 정책 분야에서는 부서 내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부처가 생산하는 정책과 제도에 성차별적 요소가 없는지 모니터링하며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부처의 모든 정책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양성평등부서는 정책 총괄 기능을 하는 기획조정실 산하에 개설된다. 여가부는 8개 부처의 양성평등부서를 모아 상설협의체를 꾸릴 계획이다. ●여가부 “미투 때 임기응변… 전문가 필요해”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해 잘 아는 공무원이 없다 보니 각 부처 소관 분야에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발생하고 여기저기에서 미투가 터졌을 때 그야말로 임기응변하는 모습만 보였다”며 “범부처 차원에서 전문 인력이 이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부서의 성패는 얼마나 전문성 있는 인력이 부서의 장을 맡느냐에 달렸다. 성평등 정책 전문가가 아닌 내부 공무원이 부서장을 맡는다면 부서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초 먼저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한 경찰청은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 전문가를 담당관으로 임명했다. 이 담당관은 경찰 분야의 정책 전반에 성평등 관점을 적용할 수 있는 기본계획을 만들고 모든 지방청에도 성평등 추진 체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경찰청의 경우 성평등정책담당과의 검토 대상이 아닌 보고서도 청장이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과에 반드시 성평등정책담당과의 검토를 받아오라고 지시한다”며 “청장 의지가 확고하다 보니 중요 정책에 성평등 정책이 반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단순히 부서 하나를 신설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장차관이 양성평등 부서장 임명부터 운영 과정까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복지부·문화부·법무부·고용부 등 공개 공모 서울신문이 조사한 결과 공개 공모로 양성평등 부서장을 뽑기로 한 부처는 복지부, 문화부, 법무부, 고용부 등이다. 교육부는 내부 공무원을 임명할지, 공개모집을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직제안 국무회의 의결에 앞서 먼저 양성평등담당관을 신설한 대검찰청은 부서장에 검사를 임명했고, 국방부도 대령이 과장을 맡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 부서장 임기 종료 후 새 과장 모집 방식을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부처가 처음부터 공개모집으로 방향을 정했던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해에 이미 대외 공모 방식으로 부서장을 뽑겠다고 밝혔으나 다른 부처들은 마지막까지 부서장 임명 방식을 놓고 내부 승진과 외부 인사를 저울질했다. 정부 관계자는 “양성평등 전담 부서는 공무원들이 내부 승진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닌데, 큰 부처는 과장을 달지 못한 서기관들이 수두룩하다 보니 이런 자리가 생기면 외부에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직제 협의를 할 때 행정안전부가 이 자리를 인사 적체 해소용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지적까지 했다”고 말했다. 업무 특성상 내부 인사는 조직 감시와 정책 관리자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1~2년 주기로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기도 어렵다. 만약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폐지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김대중 정부 때도 6개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설치했지만 무용론이 불거져 폐지됐다. ●복지부 “전문가 와야 부처 내 문제·개선 가능” 가장 먼저 부서장 공개모집 의사를 밝힌 복지부는 “양성평등 전문가가 와야 부처 내의 양성평등 문제와 개선할 점을 잘 볼 수 있고, 그것이 양성평등 전담 부서를 만든 취지에도 맞는다”면서 “공모를 하면 부서장을 선발할 때까지 두 달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를 감수하더라도 외부 전문가를 모시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애초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신설을 약속했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보다 각 부처에 전담 부서를 둬 실정에 맞게 현장 맞춤형으로 운영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계획을 변경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군대가 오히려 성인지 정책·성폭력 경계 더 정확히 알아”

    “군대가 오히려 성인지 정책·성폭력 경계 더 정확히 알아”

    軍 시각보다 ‘국민 눈높이’서 정책 추진 육아시간 활용男 73% 일·가정 양립 효과 상담 환경·여군에 대한 고정관념 변해야최근 군에서도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개선 요구가 높아지면서 국방부는 양성평등정책 강화와 군 내부의 성차별 근절 등을 위해 각 군에 설치된 양성평등센터에 민간인을 센터장으로 위촉하며 객관적 시각의 정책 마련을 꾀하고 있다. 이갑숙(53) 공군 양성평등센터장은 지난 1월 최초로 민간 출신으로 센터장에 임용됐다. 군인이 맡았던 센터장을 민간인으로 임용한 것은 성평등 정책에 대해 군의 시각보다는 양성평등 관점에서 처리해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정책을 추진한다는 배경이다. 이 센터장은 과거 지방자치단체 성평등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하며 민간의 시각으로 군 내의 성 관련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그는 29일 “민간 조직에 있었을 때는 군이 철저한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성평등 인식이 민간보다 상당히 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군에 들어와 보니 오히려 군대가 성인지 정책과 성폭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계선을 민간보다 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평등센터는 크게는 성인지 교육사업,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관장하지만 작게는 일·가정 양립 지원과 여성인력 및 여성 편의시설 확충 등 세밀한 정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공군에서 만 5세 미만의 자녀를 두어 하루 2시간 육아시간을 활용하는 군인과 군무원 중 여성이 26.7%, 남성이 73.3%로 남성이 2.7배 더 높게 나타나는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등에 대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위급 지휘관의 부하 여군에 대한 성폭력 사건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피의자가 진급이나 장기선발 등 인사권을 가진 경우 피해자나 목격자가 성폭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 많은 제한점이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센터장은 “장병들이 마음 놓고 상담하고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고위직 가해자에 대한 더욱 엄격한 처벌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능력있는 여군의 진출 기회 보장에도 선입견 등 인식의 전환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현재 전체 공군 간부 중 여군 비중은 약 7%로 공군은 여군 비율을 2022년까지 9.3%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싶은 여성이 정말 많지만 진입의 벽은 너무 높다”며 “여군이 확대되면 전투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더 많은 여성들이 군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김균미 칼럼] 양성평등 전담 부서의 성공 조건

    [김균미 칼럼] 양성평등 전담 부서의 성공 조건

    “아빠, 꼭 남자가 돈 벌어야 돼? 난 그냥 ‘취가’(취업 대신 장가) 할래” “20대 남성, ‘남성은 강하고 성공해야 한다´ 동의 안 해” “20대 남성 72%, 남자만 군대 가는 징병제는 성차별” 지난 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개원 36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발표된 ‘변화하는 남성성과 성차별’ 연구보고서를 다룬 언론들의 기사 제목이다. 50대 아버지와는 생판 다른 20대 아들의 생각을 주제목으로 달았다. 연구원이 우려했던 ‘젠더 갈등’을 ‘부각’시킨 제목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연구원은 세미나 당일까지도 연구보고서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다. 행여 특정 항목만 뽑아 남녀, 특히 20대 남녀 갈등과 반페미니즘적 정서를 과도하게 다룰까 부담을 느낀 것 같았다. 지난해 12월부터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올 들어 여성가족부가 제작해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와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을 둘러싸고 잇따라 논란이 일면서 신중해진 여가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성평등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해 물으면 세대별로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여성정책연구원의 남성성에 대한 이번 조사는 저간의 사회 인식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특히 20대 남성의 50.5%가 적대적 성차별 및 반페미니즘 성향을 보였다. 동시에 모든 연령대 중에서 비전통적 남성성이 38.5%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도 20대였다. 상반된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는 20대 남성에게 우려와 기대를 함께 갖게 되는 이유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도 일반적이지 않은 한국 20대의 성평등 인식에 주목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27개 국가 3만 13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다양성과 성평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20대의 성평등에 대한 지지도가 50대 이상보다 낮았다. 다른 국가들은 20대의 성평등 지지도가 50대 이상보다 10~22% 포인트 높은데, 특이하게 한국만 9% 포인트 낮다고 지적했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한국 20대 남녀에서 젠더 담론이 양극화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 간극을 좁히고, 성평등 공감 수준을 전격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남녀가 관련된 사건·사고가 터지거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과 언론이 너무나도 쉽게 ‘젠더 갈등’ 프레임을 들고나와 극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20대 남녀를 표로만 의식해 갈등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88만원 세대: 절망의 세대를 쓰는 희망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낸 게 2007년. 10년 넘게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외쳤지만 시큰둥하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국회와 정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선 걸 곱지 않게 보는 배경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과거 10년 보수 정부와 다르다는 걸 말이 아닌 제도로 보여 줄 수 있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의 신설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여가부는 오는 30일 국무회의에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신설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다음달 7일 7~8명 규모의 전담 부서가 생긴다. 부서 명칭을 놓고 이견을 조정하느라 계획보다 한 달가량 늦어졌다. 여하튼 지난해 전담 부서를 신설한 경찰청과 대검찰청에 이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법무부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생긴다. 국방부는 여성가족과를 양성평등과로 확대, 개편한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부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 여가부는 4급인 담당관에 외부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현재까지 복지부만 개방형 직위로 명시했고 다른 부서들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참에 새로 생긴 과장 자리에 내부 인사를 보내 인사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그 안이한 생각을 접길 바란다. 경험과 사명감을 가진 전문가에게 맡기고 장관은 담당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각급 회의에서 여가부가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부서로 눈총을 받고, ‘성평등’ ‘여성친화적’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불편한 분위기는 대통령이 나서 잡아 줘야 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자질 논란’ 케인 美연준 이사 후보 결국 낙마

    ‘자질 논란’ 케인 美연준 이사 후보 결국 낙마

    무어 후보도 과거 성차별 발언 논란자질·도덕성 시비를 불렀던 허먼 케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이사 지명자가 끝내 낙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내 친구 허먼 케인은 진정 훌륭한 사람이지만, 나에게 연준 이사 후보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의 바람을 존중할 것이다. 허먼은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훌륭한 미국인”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갓파더스피자의 최고경영자(CEO)와 전미요식업협회(NRA) 회장을 지낸 케인을 공석인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케인은 2011년 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불륜 및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낙마한 바 있다. 케인은 친 트럼프 성향의 인물로 무제한 모금 및 광고를 할 수 있는 ‘슈퍼 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창립한 인물이다. 그러나 53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4명이 공개적으로 케인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바람에 사실상 상원 인준이 힘들어지면서 낙마설이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7명 가운데 2명이 공석인 연준 이사에 케인과 함께 지명한 보수 경제학자이자 자신의 대선캠프 출신인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재단 연구원도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발언을 한 이력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무어는 보수 성향의 잡지 내셔널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각종 성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2002년 3월 기고문을 통해 미 대학농구(NCAA) 챔피언전에서 비미국적인 것을 걷어내자며 여성의 참여를 반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성 심판과 여성 아나운서, 여성 맥주 판매원 등이 농구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규정을 바꾸자고 제안한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아시아계 여성 차별 광고 독일 기업 호른바흐 끝내 새 광고로 대체

    아시아계 여성 차별 광고 독일 기업 호른바흐 끝내 새 광고로 대체

    인종차별과 여성혐오 내용을 담고 있다고 거센 비난을 받았던 독일 회사 호른바흐의 광고가 결국 내려졌다. 17일 독일 주재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광고를 내보낸 DIY용품 업체 호른바흐가 지난 15일부터 문제가 된 광고를 새로운 광고로 대체했다. 문화원측은 “호른바흐의 입장 변화는 지속적인 항의운동과 주독 한국대사관의 항의서한 이외에도 논란이 된 광고가 인종차별적이라는 독일 광고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독일 광고위원회는 15일 호른바흐의 논란이 된 광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호른바흐의 해당 광고가 인종차별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광고를 변경하거나 중단하지 않으면 징계할 것임을 통보했다”면서 “호른바흐가 해당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징계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고 문화원측은 전했다. 문화원측은 그러나 “호른바흐가 문제가 된 광고를 철회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공식적인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에 주목해 16일 2차 서한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문화원측은 이 서한에서 호른바흐가 문제가 된 광고를 새로운 광고로 대체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한국 커뮤니티가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원측은 2차 서한에 대한 호른바흐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며 적절한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호른바흐는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정원에서 땀 흘려 일한 다섯 명의 백인 남성 속옷이 진공포장돼 도시의 자동판매기에서 판매되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는 자판기에서 속옷을 구매한 아시아 젊은 여성이 속옷의 냄새를 맡으면서 신음을 내고 황홀해 하는 장면을 담아 아시아 여성 비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호른바흐는 자사 홈페이지에 이 광고 논란을 다룬 Q&A를 통해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터부시되는 ‘체취 성애’를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시아 여성 비하 논란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남성이 소비자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여성이 소비자로 등장하는 것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것”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해명을 올려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아시아권 네티즌들은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를 동시에 당한 상황을 뜻하는 “호른바흐 당했다”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회사를 상대로 항의 서명운동을 벌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여군, 그는 왜 직업군인을 택했나

    [밀리터리 인사이드] 여군, 그는 왜 직업군인을 택했나

    여군 1만명 시대…‘최초’ 수식어도 새롭지 않아경제적 이유보다 국가 헌신·남성 중심 조직 도전일부 남성화 동화 경향…성평등 더욱 강화해야 여군. 그들에게 시련의 기간은 길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여군’은 단지 병과의 하나였습니다. 보병·포병·기갑처럼 하나의 기능으로 분류했던 겁니다. 모든 여군에게 임신이 허용된 것도 1988년부터입니다. 부사관은 결혼과 임신이 모두 금지됐고, 장교는 결혼만 가능했습니다. 여군에게 결혼·임신은 제대를 의미하는 거였죠. 여군은 2002년까지 ‘여군학교’에서 따로 교육을 받았고, 지난해에야 여군 보직제한 규정이 완전히 폐지됐습니다. 그래도 극심한 차별을 감수하고 군문(軍門)에 도전하는 여성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 수는 해마다 늘었고 2016년 여군 장교와 부사관은 1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여군에 붙는 ‘최초’, ‘1만명 시대’라는 수식어가 더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남성들은 여군이 군 조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남성을 밀어내고 군을 택한다며 비하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직장’으로서 군대를 선택하는 게 비난받을 일일까요. 과연 경제적인 이유로 여군이 되려고 하는 걸까요. ●“돈이 이유였다면 군 생활 하지 않았을 것” 마침 조선웅 육군사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달 관련 보고서를 냈습니다. ‘여성의 군대 지원 동기에 관한 연구’입니다. 갓 임관한 1년차 소위부터 26년차 중령까지, 11명의 여군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비전투병과는 2명뿐이었고 나머지 10명은 전투병과 소속이었습니다. 이들 중 7명은 경제적 이유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3명은 약간 언급하긴 했지만 지원 이유와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2명은 “돈이 이유였다면 아마 군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유일하게 경제적 이유로 군에 지원했다고 한 응답자는 “대학 졸업 후 바로 독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일부 발언을 옮겨보겠습니다. “나는 1990년대에 잘 나가는 과외선생님이었습니다. 한 달에 150만원씩 벌었습니다. 소위 딱 달고 55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행복하게 군 생활을 했습니다. 돈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쓰지 않았습니다.”(26년차 중령) “경제적 안정성이 이유였다면 교사나 공무원이 됐을 텐데 왜 군인이 됐겠습니까. 교대에 합격했지만 진학하지 않았습니다.”(6년차 대위) 반면 ‘국가에 대한 헌신’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장교들은 있었습니다. 그들은 일제의 침략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을 떠올렸습니다. ‘국제사회 기여’를 거론한 여성도 1명 있었습니다. 여성의 애국심을 저평가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미국에서도 두 번의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9·11 테러 등 전쟁을 겪거나 외부의 공격을 받았을 때 여성의 군대 지원율이 높아졌다고 합니다.한 응답자는 직업을 생각할 때 ‘국가에 대한 기여’를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일제시대(일제강점기)에 대한 내용을 많이 접했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국가에 힘이 있어야 치욕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원했습니다.”(12년차 대위) 대다수 여군 장교들은 남성적인 군대에 반발심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군대가 왜 남성의 전유물이냐”고 불만을 가졌다가도, “여성도 군대조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는 겁니다. 일부는 “외향적인 성격이어서 남성적인 군대에서 잘 적응할 것”이라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군대 분위기가 여성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소수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눈에 쉽게 띄어 직업적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내 몫의 역할을 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계급을 달고 남성이랑 똑같이 동료로서 역할을 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그런 생각입니다.”(26년차 중령) “‘군대라는 남성 위주의 특수성이 있는 집단에서 소수로 활약하는 여군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멋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10년차 대위) ‘경제적인 이유로’, 더 노골적으로는 ‘돈 때문에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성화된 군 이미지 개선해야…성평등 문화 필요” 다만 조 교수는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도 일부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것을 남성 중심의 군대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남성화된 여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조 교수는 “개인이 조직의 문화에 적응할 때 자신의 문화나 정체성을 버리고 조직의 문화만 받아들이는 ‘동화’와 같은 맥락”이라며 “한국에서 남성화된 군대의 이미지가 얼마나 뿌리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표현했습니다. 이어 “군대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성평등한 문화 속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지 여군이 남성화돼 또 다른 성차별적 문화를 생산해내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남성화된 여군과 그렇지 않은 여군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습니다. 과거에 입대해 근무기간이 길수록 이런 ‘남성화’ 경향은 짙어졌고 새로 입대하는 여군 장교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조 교수는 “군에서는 군인의 역할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홍보해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비록 작은 일이라도 그 의미를 충분히 알려 동기부여를 하고 잘못된 업무 관행은 과감히 바로잡아 여군의 지원동기가 잘 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불법 낙태, 66년간 여성의 죄만 물었다

    합법 중절 사유 확대 시도 번번이 무산 11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든 낙태죄는 일제강점기 형법의 유산이었다. 일제가 1912년 만든 조선형사령은 낙태한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 의사 등 낙태에 이르게 한 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해방 후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낙태죄 존치를 옹호한 입법자들은 6·25전쟁 후 인구 증가의 필요성, 생명 존중, 성도덕 유지 등을 근거로 들었다. 처벌 조항은 통과됐고 낙태를 한 여성과 낙태를 도운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낙태죄의 틀은 66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형법상 죄로 규정됐지만 낙태는 암묵적으로 허용되어 왔다. 산아 제한 정책이 실시되던 1960년대에는 원치 않는 출산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부도 인구 억제를 위해 초기 인공임신중절 비용을 지원했다. 이후 1973년 모자보건법 통과로 낙태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등 한정된 경우에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합법적 인공임신중절 사유를 넓히려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종교계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모자보건법이 1999년까지 다섯 차례 개정되는 동안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2009년에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허용 기간이 임신한 날부터 28주에서 24주로 변경돼 낙태 요건이 더 엄격해졌다. 그러나 낙태는 암암리에 지속됐다. 처벌 조항이 있어도 실제 처벌은 거의 없었고, 여성들은 불법 낙태를 하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2012년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조산사 송모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낙태죄는 처음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2012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지 5년 만인 2017년 두 번째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폐지 운동이 일었고 낙태죄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23만여명이 동의해 정부가 답변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정부에 ‘모든 임신중절의 비범죄화, 처벌조항 삭제’를 촉구하는 등 국제적 관심도 이어지며 폐지 여론을 거들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안희정 상고심 ‘성인지 감수성’ 권순일 대법관이 안 맡는다

    안희정 상고심 ‘성인지 감수성’ 권순일 대법관이 안 맡는다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상고심 사건이 대법원 2부로 재배당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일 대법원 2부에 안 전 지사의 상고심 사건을 재배당했다. 지난 26일 대법원 1부에 사건을 배당한 지 약 일주일만이다. 이는 당초 주심을 맡았던 권순일 대법관(60)이 안 전 지사와 같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지인 관계라며 재배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위해 예규에 따라 재배당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성(性)인지 감수성’을 판결에서 처음 언급한 인물이다. 지난해 4월 ‘소속 학과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임당한 교수에게 해당 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관련 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판단의 근거로 활용됐고 안 전 지사 사건의 2심 판단 기준으로도 적시됐다. 대법원 2부의 김상환 대법관은 대법관 후보시절부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로 ‘여성 문제’를 꼽았을만큼 성폭력 범죄에 엄격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2부는 친손녀를 8살 때부터 5년여간 수차례 성추행한 할아버지와 이를 알고도 방관한 할머니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확정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양성 평등 위해 성차별적 플랫폼 없애야”

    “양성 평등 위해 성차별적 플랫폼 없애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기업 내 양성 평등 문화 확산의 전제 조건으로 업무 프로세스의 과학화를 꼽았다. 여성임원목표제와 같은 인위적인 조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성별을 막론하고 예측 가능한 업무를 부과하는 데 있다는 제언이다. 한국여기자협회가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여기자포럼에서 박 회장은 “임원 중 여성수를 따져 차별 여부를 논한다면, 임원이 됐지만 책상과 방이 없는 여성이 생길 수 있다”면서 “성차별적인 플랫폼을 유지한 채 배려책을 만드는 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07년 두산이 인수한 미국 밥캣의 용접공 대부분이 여성 근로자였음을 소개한 뒤 “한국에서처럼 용접공이 물건도 치우고 무거운 것을 들 때 동원돼야 한다면 여성이 용접공이 될 수 없었겠지만, 용접공은 용접만 하고 용접물을 옮기는 일은 또 다른 작업자가 하는 분업이 체계화된 작업장에선 여성도 충분히 용접공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민주주의 훼손 호칭 ‘대통령’·성차별 언어 ‘미망인’… 바꿔야죠

    민주주의 훼손 호칭 ‘대통령’·성차별 언어 ‘미망인’… 바꿔야죠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으로 사회적 약속이지 진리가 아닙니다. 생각이 커져서 그릇에 담을 수 없다면 그릇을 바꾸면 됩니다.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신지영(52)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출간한 ‘언어의 줄다리기’에서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말과 호칭의 변화를 화두로 던졌다. 언어 표현 뒤에 숨은 의미를 연구해 온 국어·언어학자는 “무조건 바꾸자는 게 아니라 고민해 보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논의의 과정을 가져 보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바꾸는 데 거부감을 갖는다. 습관화되면 질문조차 하지 않게 된다. 더욱이 가족관계 호칭은 ‘전통’과 연계돼 있어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신 교수는 “전통에 대한 반발이라는 접근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문제 제기이며 언어는 맞다, 틀리다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누구나 쓰는 언어가 아니라 듣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고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말이 신선하고 생소한데. “우리는 말을 할 때 어떤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마음속으로 계속 고민한다. 타인과의 대화는 끌려가고 때로는 끌어당기는 과정의 연속이다. 마치 줄다리기 경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다리기는 사회 차원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익숙하게 쓰여 온 표현들이 지금 우리의 생각을 적절히, 잘 표현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는 모습은 마치 새로운 표현이 기존의 표현에 줄다리기 시합을 거는 것과 같다. 언어는 적절성을 따지는 대상이다.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충돌하는 순간 줄다리기는 시작된다. 언어의 줄다리는 더욱 많아져야 한다.” -줄다리기의 결과는. “언어는 학습에 의해 습득되는데, 그 과정은 전적으로 ‘따라하기’다. 언어 표현이 숨기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지배한다. 언어 표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이데올로기에 동의하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언어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관전하다 보면 사회를 읽을 수 있다. 사회가 고민하는 문제, 알지 못했던 함정 등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언어 감수성이 높아진다. 언어 감수성은 사상과 생각을 담고 있어 민감하다. 이전까지 관심이 없었던 표현들이 자꾸 거슬리게 되는데, 마음에 걸리는 표현이 많아지면 말을 조심하고 점검하려는 태도가 생겨난다.” -민주주의 훼손 단어로 ‘대통령’을 꼽았다. “미국의 ‘프레지던트’(President)는 봉건주의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제도로 뽑은 국가의 대표자에 대한 호칭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일본에서 봉건주의적인 세계관을 담아 대통령을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는 사람’으로 번역했다. 대통령은 봉건주의적인 이데올로기가 담긴 표현이다. 왕은 통치자고 백성은 통치의 대상인 것이다. 일본은 왕이 존재하는 나라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를 대통령으로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정면 배치된다. 더욱이 대통령은 일제 잔재로 순화 대상이다. ‘대체 호칭’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망인’은 성차별 언어이자 사라져야 할 언어라고 지적했다. “미망인(未亡人)은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아내를 지칭한다. 그런데 뜻이 고약하다.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다. ‘과부’나 ‘홀어미’보다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 것이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데,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었던 중국의 순장제도에서 나왔다. 당연히 죽었어야 했는데, 살아남은 죄인으로 자신을 낮춰 표현한 것이다. 현재는 타칭으로까지 확대됐다. 미망인이나 과부라는 말은 사라져야 할 언어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몰카’(몰래카메라)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범죄행위인 ‘불법 카메라’가 정확한 말이다. 몰카는 예전 예능 프로그램도 있어 죄가 안 되는 놀이처럼 잘못 인식하고 있다. 세상은 결혼한 사람(기혼)과 아직 안 한 사람(미혼)만 존재할까. 이 표현 뒤에는 결혼에 대한 관습적인 세계관과 결혼에 대한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강조되고 있다. 결혼 여부가 그렇게 중요한지 반문하고 싶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인데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사회적 약속은 고정불변의 진리나 금과옥조가 아니며 불가침의 성역도 아니다. 언어는 사회 구성원 간 합의하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반면 합의 없이는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언어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전적으로 언어 사용자들의 의식 수준에 달려 있다.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1996년 ‘황국신민의 학교’라는 뜻을 가진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이름이 변경됐다. 반대와 논란이 있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언어가 지닌 문제는 언어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들의 의식 수준이라는 아픈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호칭, 특히 가족관계 호칭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조차 놀이터에서 처음 만나면 ‘몇 살’인지를 묻는다. 명함을 건넨 후 나이 등 신상 정보 파악은 의례적인 절차다. 한국 사람은 어떤 호칭을 쓸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민감하다. 세계 207개 언어 중 ‘공손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2인칭 대명사(YOU)로 타인을 지칭하지 못하는 언어가 7개가 있는데 한국어가 포함된다. ‘너’, ‘당신’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대표적인 언어는 가족관계 호칭이다. 가족관계는 축소되는데, 호칭은 많고 여전히 복잡하다. 여성은 ‘출가외인’이라는 세계관과 남성 중심의 성차별적 요소가 더해져 피로감을 더한다. 남편의 남동생과 여동생은 ‘도련님’, ‘아가씨’로 존칭하는데, 아내의 형제는 ‘처남’, ‘처형(제)’으로 호칭한다. 관계는 언어로 시작하는데, 불편한 호칭은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화목한 가정을 위해서라도 바꿔야 한다. 공론화되면 합리적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시작이다.” -성문화된 어문 규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2011년 8월 31일 ‘짜장면’이 해금됐다. 표준어로 인정되는 데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오랜 세월 사람들은 ‘자장면’이라고 쓰고 [짜장면]이라고 말했다. 돈가스와 버스도 같은 범주다. 어문 규정 때문이다. 짜장면은 규정에 없지만 오랜 투쟁을 통해 복수 표준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 외래어표기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등 규정을 갖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남한과 북한뿐이다. 사전(표준국어대사전)이 만들어지면 사라졌어야 했다. 영어를 배울 때 사전으로 찾지, 철자법이나 발음법 원칙을 확인하지 않는다. 규정은 한국어 사용을 억압하는 수단이다. 폐지해 실제 사용되는 언어를 만날 수 있는 사전 중심 규범을 현실화해야 한다.”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신지영 교수는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언어 탐험가’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국어학자가 되겠다며 고려대 국문과에 진학, 박사 과정 수료 후 런던대에서 말소리의 방법을 공부했다. 귀국 후 음성공학과 언어병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2003년 모교 국문과 첫 여성 교수로 임용됐다. 신 교수는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인문학자다. ‘쉬운 것은 재미가 없다’며 후배들에게 도전하고 멈추지 말며 고이지 말 것을 설파한다. ‘열자’에 나오는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 주는 친구, ‘지음’(知音)이라는 말을 좋아하고 아낀다. ‘한국어의 말소리’, ‘쉽게 읽는 한국어학의 이해’, ‘한국어 문법 여행’, ‘말소리 장애’ 등 저술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동숭학술논문상과 고려대 명강의상 등을 받았다.
  • 퍼나르기는 2차 가해… 자정 노력만큼 징역형 등 처벌 강화해야

    퍼나르기는 2차 가해… 자정 노력만큼 징역형 등 처벌 강화해야

    2000년대 초 한 연예인의 동영상 사건이 뜨거웠습니다. 영상은 당시 메신저 MSN을 통해 빠르게 퍼졌습니다. “IT 강국 한국의 초고속통신망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 준 사례”라는 농담도 있었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봐야 한다”는 무책임한 태도도 드러났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가수 정준영·승리 등이 연루된 ‘성관계 동영상 유포’ 사건을 보고 있자니 씁쓸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여전히 ‘몰카’는 기승이고, 확산 속도는 LTE급입니다. 그나마 공유·유포는 범죄라는 인식이나 ‘2차 피해를 막자’는 자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건 희망적이랄까요. 이번 ‘불온(不on)한 회의’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이뤄지는 성범죄와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을 논했습니다. 부장:‘난 소속된 SNS 단체 대화방, ‘단톡방’이 하나도 없다’ 이런 사람은 없겠지? 불편한 경험도 한 번쯤은 있을 듯한데. 진호:이번 정준영 사건이 불거지면서 제가 속한 대화방에서 ‘정준영 동영상’이라는 영상 파일이 올라왔어요. 교사인 친구는 말없이 대화방을 나갔고, 저 또한 눌러 보지 않고 나왔습니다. “이러지 말자”라고 얘기를 할까 아니면 그냥 나올까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한 거죠. ‘한마디 할걸’이라는 후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단톡방에선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링크나 영상은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의를 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 말 때문에 링크 보낸 사람이 무안하지 않게 화제 전환을 해서 그 방에선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죠. 세진:동창들 단톡방에서 작년 초쯤 성적 농담이나, 이른바 사전 유출된 ‘영화 속 엑기스 영상’이 이따금씩 올라왔어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견디기 힘들어서 그 방을 나왔습니다. 현용: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보통은 그런 일이 있어도 단톡방을 나가기 힘들죠. 유포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사건이 터지면 경찰 수사를 통해 명단이 나오는데 이건 누가 퍼트리는지 잘 모르겠어요. 영화에선 조직적으로 퍼트리는 곳이 있다고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이 퍼트리는 것도 많을 듯해요. 유민:성적 농담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쓰는 요즘에는 단톡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와 공유가 가능하다 보니 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심각해진 것 같아요. 친구나 동료 등 친분 위주의 단톡방에선 불법적인 것을 공유하면서 좋지 않은 쪽으로 결속을 다지기도 하고요. 진호:사실 단톡방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인간관계 단절을 우려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더이상의 교류를 안 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유민:단톡방을 나가고 싶어도 그 방을 나갔을 때 공지 사항이나 약속 모임을 전달받지 못하거나 단톡방을 통해 유지되는 관계를 포기해야 해서 마지못해 그냥 머물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부장:이슈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의 성적 농담엔 동참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세진:여성을 대상화하는 표현과 성적 농담, 평소에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대화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호:대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들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하는 일들은 여성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식 자체로 문제인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사적으로 나눈 대화가 공적으로 평가받는 게 온당한 일인가 하는 문제도 있을 것 같아요. 성적 농담의 수위란 게 허용 가능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데 신중하게 말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하지만 개인 간 대화의 자유를 너무 위축시키는 건 아닐까요. 부장:사적인 대화라도 불법적인 요소가 있어서 누군가 그 대화를 신고했다면, 그순간 공적 영역에 들어가는 거지. 명백한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범죄이니. 현용:기자들 중에서도 일부가 수위가 높은 성희롱 발언을 해서 크게 논란이 됐었던 적이 있죠. 개인적으로는 크게 놀랐습니다. 몸매 품평은 물론이고 성희롱 수준의 대화였죠. 부장:이런 일은 메신저가 자리잡으면서 가끔씩 발생했는데, 그때마다 이걸 ‘정보’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기자는 이런 데서 뒤처지면 안 된다”면서 죄의식 없이 공유했지. 최근엔 이런 행동들을 자제하는 듯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그런 구시대적 발상을 갖고 있더라고. 진호:증권가 정보지 등을 전달받았을 때 ‘내가 이 단톡방에서는 누구보다 정보력이 빠르다’는 승부욕 같은 것이 생겨서 그 내용을 전파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전에 일단 전달부터 하는 일도 있어 보입니다. 유민:문제가 됐던 대학생 단톡방을 보면 주변 친구들을 단순 외모 품평 수준이 아닌 성적 도구로 보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표현을 했더라고요. 그 행동이 어떻게 ‘농담’이 되는지 충격을 받았습니다. 승리도 성접대 알선이 의심되는 대화에 대해 ‘장난’이라고 했었죠. 일련의 단톡방 사건들에 대해 일부 ‘남자들이라면 하나쯤 저런 방이 있는데 재수가 없어 걸렸다’고 동정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이 참 씁쓸했어요. 현용:‘누구나 하나쯤’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모든 남자가 그렇다고 일반화하는 것 아닌가요. 세진:성폭력 관련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왜 모든 남자들을 범죄자로 만드냐’는 반론이 많죠. 하지만 잘못된 성 관념에 기초한 ‘남성다움’ 문화를 무너뜨리려면 남성들이 모두 해결에 나서야지 ‘나는 아니야’라고 선을 그어 봤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진호:‘페미니즘’이라는 것은 성별(이분법적인 성별을 넘어서)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모든 이들을 동등하게 존중하자는 것이니까 여자든 남자든 타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면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하는 발언들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유민:카톡방에서의 문제를 ‘대화’로만 본다면 성 구분이 의미 없다는 데 동의해요. 불법 영상 촬영과 유출, 공유 문제에서 그 주체가 주로 남성이었다는 점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이자 현실이니까요. 정준영의 경우 문제 영상에 본인이 등장하는 것을 개의치 않고 직접 찍고 공유까지 했는데 평소 성에 대한 인식이 비정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진:많은 남성들이 공유하고 있는 잘못된 성 인식이 문제인 거겠죠. ‘대부분의 남성이 불법 촬영을 하는 건 아니다. 난 억울하다’ 말해도 믿을 수 없는 게 지금 현실입니다. 그러면 ‘난 억울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드는 ‘남성들의 문화’를 깨뜨려야 하죠. 진호:여자 화장실 몰카 사건 등 여성에 대한 불법 영상 사건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주로 분노하는데, 이번 모텔 몰카 사건(모텔 30여곳에 몰카를 설치해 1600여명이 피해 본 사건)의 경우 남녀 모두 분노하는 반응이에요. 결국 남녀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방증이겠죠. 부장: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말과 함께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거론되는데. 세진:불법 촬영 문제를 포함한 성폭력 문제를 정말 일부의 ‘악질’들이 저지르는 ‘특이한 일’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학교, 가정 등에서 문화적으로 학습하게 되는 성별 권력, 성차별적인 인식(여성을 성적 대상과 도구로만 보는)에서 비롯되는 문제라서요. 유민:강력한 제도가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법) 이후 실제로 접대나 청탁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요. 현재는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해당 대화 내용을 캡처한 후 출력해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을 방문하거나 ‘스마트 국민제보’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보해야 하는데요. 카카오톡 애플에 신고 버튼을 만들어 직관적인 제보를 돕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용:성범죄에 대해서는 자정 작용을 기대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문제는 문화 개선이라는 접근으로는 아무런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징역형 정도의 처벌은 필요하다고 봐요. 벌금형으론 국민들의 공분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 성희롱이나 영상 유포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공익광고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형량 강화와 더불어 처벌이 가능한 명백한 범죄라는 점을 계속 부각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소똑소톡-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 “한남충은 과도한 표현, 정신적 고통 배상하라”

    [소똑소톡-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 “한남충은 과도한 표현, 정신적 고통 배상하라”

    #원고 vs 피고: 웹툰작가 강모(남)씨 vs 네티즌 이모(여)씨 한 포털사이트에서 ‘A’라는 필명으로 웹툰을 연재하던 강모씨는 자신의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팩을 비롯한 여러 제품을 판매해 왔습니다. 대학원생이던 이모씨는 2015년 12월 한 인터넷 쇼핑몰 마스크팩 상품 문의 게시판에 “대표적인 여혐작가 ‘여자가 뚱뚱하면 맞아야 한다’는 A가 마스크팩에? 생각이 있어요, 없어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여성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는 “XX에 A씨 마스크팩 떴다. 출동해라”라는 글을 남겼죠. 제목에 “이거 안 가면 A 같은 한남충한테 공격당한다”는 표현을 쓴 것이 특히 문제가 됐습니다. 강씨는 이씨를 고소했고 이씨는 ‘한남충’ 표현 관련 모욕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17년 7월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판매 상품 불매운동 이어져 재산 피해” 강씨는 “이씨가 적은 표현들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뿐 아니라 캐릭터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마스크팩 판매도 조기 중단돼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며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습니다. 결론적으로 1·2심 법원은 강씨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이씨가 강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강씨는 재판에서 웹툰 등에서 ‘여자가 뚱뚱하면 맞아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고, 이씨도 강씨가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2심인 서울서부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신종열)는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면서 “나아가 그 내용 자체도 원고를 비이성적인 성차별주의자로 낙인찍는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멸·조롱 목적… 위자료 50만원 물어줘야” 이씨는 “‘한남충’은 인터넷상에서 한국 남성을 재미있게 부르는 신조어에 불과하다”면서 “원고는 유명 웹툰 작가로서 공인이고 여성을 비하하는 웹툰으로 논란이 돼 연계상품의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글을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원고의 국적이나 성별을 지칭한 용어나 메갈리아 회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한 풍자·해학적 표현이라기보다는 원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원고를 경멸하거나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사회상규를 벗어난 과도한 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법원은 “재산상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50만원을 산정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웹툰작가에 “한남충”이라며 불매운동 ‘유죄’…손해배상액은

    웹툰작가에 “한남충”이라며 불매운동 ‘유죄’…손해배상액은

    #원고 vs 피고: 웹툰작가 강모씨(남성) vs 네티즌 이모씨(여성) 한 포털사이트에서 ‘A’라는 필명으로 웹툰을 연재하던 강씨는 자신의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팩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 상품을 판매해 왔습니다. 대학원생이던 이씨는 2015년 12월 한 인터넷 쇼핑몰 마스크팩 상품 문의 게시판에 “대표적인 여혐작가 ‘여자가 뚱뚱하면 맞아야 한다’는 A가 마스크팩에? 진짜…생각이 있어요, 없어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리곤 곧바로 여성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 “XX에 A씨 마스크팩 떴다. 출동해라”라는 글을 남겼죠. 특히 제목에 쓴 “이거 안 가면 A같은 한남충한테 공격당한다”는 취지의 표현이 문제가 됐습니다. 강씨는 이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모욕 혐의로 고소했고 이씨는 ‘한남충’ 표현 관련 모욕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17년 7월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강씨는 “이씨가 적은 표현들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뿐 아니라 캐릭터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마스크팩 판매도 조기 중단돼 재산상 손실도 입었다”며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습니다. 결론적으로 1·2심 법원은 강씨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이씨가 강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강씨는 재판에서 웹툰 등에서 ‘여자가 뚱뚱하면 맞아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요. 2심인 지난해 서울서부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신종열)는 “피고가 원고가 웹툰 등에서 간접적이나마 그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은 이상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아가 그 내용 자체도 원고를 극단적이고 비이성적인 성차별주의자로 낙인찍는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씨는 “‘한남충’은 인터넷상에서 한국 남성을 재미있게 부르는 신조어에 불과하다”면서 “원고는 유명 웹툰 작가로서 공인이고 여성을 비하하는 웹툰으로 논란이 돼 연계상품의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글을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원고의 국적이나 성별을 지칭한 용어나 메갈리아 회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한 풍자·해학적 표현이라기 보다는 여성의 성형이나 외모를 소재로 웹툰을 그리는 원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원고를 경멸하거나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사회상규를 벗어난 과도한 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법원은 “재산상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50만원을 산정했습니다. “이씨의 불매운동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원고가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손해배상금으로 500만원을 청구하면서도 그 중 얼마만큼이 정신적 손해로 인한 부분인지 특정하진 않았다”면서 “그러나 소송의 경과와 원고의 주장 등을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정신적 손해배상금으로 적어도 50만원 이상은 구하고 있다고 보여 이 같이 인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판결은 지난해 11월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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