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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음·미대 남녀구분모집 전격 폐지

    서울대가 수능시험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신입생 선발기준을 바꾸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대는 11일 학장회의를 열어 음악대와 미술대의 ‘남녀 구분 모집방식’을 이번 입시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서울대는 지난 77년부터 22년 동안 음악대와 미술대에서 남녀 비율을 정해 신입생을 뽑아왔다. 남녀 구분 선발제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서울대 예능계 여학생 학부모 5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대 정문에서 성별 구분 신입생 선발제도의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했다.이들은 “21세기를 앞두고 성차별이 웬 말이냐”면서 “국립 서울대는 법을 지켜야 한다”고주장했다. 반면 남학생 학부모들은 지난달 25일 같은 자리에서 남녀 구분 선발제도의유지를 요구하며 시위했다. 이들은 “입시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신입생 선발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말도 되지 않는다”면서 “서울대를 목표로 수년 동안 공부했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21세기 여성시대] (5)기업인

    21세기를 주도할 여성의 진출은 경제계에서도 두르러지고 있다.특히 새세기 최대의 산업군으로 꼽히는 하이테크업계를 중심으로한 우먼 파워의 확산은새로운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여성성(性)’은 주도면밀한 관리와 앞날의 비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자의 덕목과도 상통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지(誌)가 2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인으로 선정한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HP) 최고 경영자(CEO·45)가 28일 우리나라를 방문한다.HP의 아시아지역 사업장을 둘러보기 위해 내한하는 피오리나 CEO는 도착 즉시 국내기업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한뒤 정부 고위인사들을 만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내고 29일 타이완(臺灣)으로 출발한다. 지난 7월20일 새벽.외신들은 일제히 ‘URGENT(긴급)’ 표제의 뉴스 한건을급박하게 전했다.HP사가 보수적인 사풍(社風) 쇄신을 위해 미국의 내로라하는 100여명의 전문 경영인들을 저울질한 끝에 피오리나를 새로운 CEO로 뽑았다는 것이다. 매출액 470억달러(약56조원)로 IBM에이은 세계2위 컴퓨터업체에 최초의 여성 CEO가 입성하는 순간이었다.지난 18세기 중반 외교관·기업인으로 이름을 떨친 메리 무스그로브 이후 무려 250여년만에 기업의 꽃인 CEO에 오른 것이다. CEO에 ‘금녀(禁女)의 벽’을 허문 피오리나는 HP로 옮기기 직전 루슨트 테크놀러지에서 글로벌 서비스 부문 책임자로 일하며 ‘경영의 귀재’로 통했다. 아직 여성의 재계 최고위직 진출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미국에서조차여성 CEO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재계의 분위기가 보수적이기 때문이다.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중 여성이 CEO인 기업은 단 2곳 뿐. 그러나 세계적 대기업에는 들지 못하지만 21세기 최고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터넷,통신,광고 등 잠재산업에 수많은 여성 CEO가 진출해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여성의 재계지배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포천지에 따르면 미최대의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 딘위터의 수석 인터넷 산업 분석가겸 전무인 매리 미커(40)를 비롯,인터넷 경매기업인 이베이(eBAY)의 창업자 겸 CEO 맥 휘트먼(43),인터넷 서점 아마존(Amazon)의 수석 재무 전략가인 조이 코베이(36),온라인 증권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찰스 슈왑의 부회장 다운 레포(45),아메리칸온라인(AOL)사의 마케팅담당 사장 잔 브랜트(48)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미 시티그룹의 재무담당 최고경영(CFO)인 하이디 밀러(46),오길비&마더의 CEO인 셸리 라자루스(52),보잉의 CFO인 데비 홉킨스(44),아시아(중국)계로 주목받고 있는 안드리아 정(41) 에이번 프러덕트 사장과 유명 연예인오프라 윈프리(45) 하포 엔터테인먼트그룹 회장 등 새로운 분야의 여성들도있다. 특히 보수적인 아시아 및 유럽 등에서도 서서히 여성 경영자가 늘고 있다. 아직은 홍콩의 부동산 재벌 궁루신(^^如心·61)과 일본 리쿠르트사의 고노에이코(河野 榮子)사장,한국 애경그룹의 장영신(張英信)회장 정도에 불과하다.궁은 홍콩 화무그룹 회장으로 재산이 40억달러(약4조8,000억원)에 이른다.취업정보회사인 리쿠르트사의 고노 에이코 사장은 지난해 2,900억엔(약3조원)의 매출액을 올려 테이코쿠(帝國)데이터뱅크의 올해 여성기업인으로 선정됐다.이밖에 캐나다의 줄리아 레비 쿼드라 로직 테크놀러지 수석 부회장(65)도 눈에 띈다김규환기자 khkim@ * '흑인여성'으로 美대통령 꿈꿔 오프라 윈프리(45)는 미국의 파워우먼중에서도 파워우먼으로 꼽힌다. 우선 그녀는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지가 최신호에서 선정한 ‘99년도 파워우먼50’중 26위에 올라있다.시사주간지 타임은 ‘20세기의 인물’중 하나로,포천은 98년 미국의 최고 비즈니스 우먼중 두번째로 그녀를 각각 내세웠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97년 조사에서 그녀를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3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녀는 현재 여성전용 케이블 TV ‘옥시젠’(산소)의 동업자이자 연출가로또 토크쇼 사회자로 활동중.TV 프로그램 제작,출판,인터넷 사업 등을 총망라하는 ‘하포그룹’의 소유주로도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있다.그간 모은 재산만 약7억달러(한화 약8,400억원)로 추산된다.‘흑인여성’으로서,인종과 성의 이중 장벽을 뛰어넘고 눈부신 성공을 이룩한 셈이다. 그녀의 높은 인지도를 반영이나 하듯,미국의 개혁당은 그녀를 차기 대통령후보로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그녀의 과거는 가난과 성학대로 점철됐다.결혼하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미시시피 시골 할머니집에서 어렵게 자랐다.친척으로부터 성폭력과 학대에시달리던 그녀는 13살때 가출,비행소년 수용소에 보내지기도 했다. 그후 아버지 밑에서 매주 한권의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내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약이됐다.내슈빌의 WVOL이라는 작은 라디오 방송국에 취직,방송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70년대 중반 미 역사상최초의 흑인 여성앵커가 됐다.바쁜 가운데서도 틈을 내 테네시 대학에서 ‘언론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열정도 보였다. 84년에 맡은 ‘AM시카고’라는 토크쇼는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1년도안돼 장안의 화제거리로 탈바꿈시켰다.성폭력과 성차별,이혼 등 여성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로 열변을 토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오늘날 토크쇼의 여왕이자 대사업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것이다. 박희준기자 pnb@
  • [NGO서울대회] 서울대회 폐막 결산

    15일 폐막된 99서울NGO세계대회는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점을 광범위하게 짚어냈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이란 평을 얻고 있다.특히 세계NGO들이 서로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 향후 NGO들의 활동에 큰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는 종전의 다른 국제 NGO대회가 UN이나 정부의 주관아래 단일 주제행사로 열린 것과는 달리 NGO의 주최로 열렸고 여러 주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첫 세계대회란 점에서 개막 전부터 세계의 관심을 모았었다.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나 세계적으로 이름난 인권운동가,UN NGO대표들이 대거 참여한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대회는 5차례에 걸친 전체회의와 4차례의 주제별 종합회의,그리고 종결회의,195개의 분과토론으로 진행됐는데 이가운데 분과회의10개가 준비부족과 참여인원 저조로 무산된 것을 빼놓곤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평화안보,인권,경제사회개발,NGO활성화 등이었다.남북간 대치상황이라는 특수성에 따른 지뢰문제,탈북자를 포함한 난민 문제,미국의 세계질서 전략,국제경제질서 개편,여성차별 및 어린이 학대 문제 등은 논의의 중심이 됐다. 특히 ‘탈북난민UN청원운동본부’가 탈북자 실태 등을 UN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고 한국의 인권단체 ‘좋은 벗들’이 미얀마 등 아시아 난민문제를 조사발표하는 자리는 각국 NGO들로 대성황을 이뤘다.이집트의 ‘아프로아시안피플스’와 ‘일본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연대’‘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은 공동으로 외국군,특히 해외 미군의 범죄를 집중적으로 다뤄눈길을 모았다.한국의 ‘글로벌케어’와 ‘국경없는 의사회’가 전쟁 재난등에서 여성이 겪는 피해에 대한 공동투쟁을 환기시킨 분과회의와,필리핀 대만 네덜란드의 정신대 피해사례 발표장 역시 참석자들이 대거 몰려 여성의피해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임을 알게 해줬다. 대회는 마지막날 서울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이 선언문은 UN에서 공식 논의된 다음 각국 NGO들의 21세기 활동지침으로 채택된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처음 치르는 NGO국제대회였지만 행사 진행이 비교적원활했다.통역 안내 등을 맡은 자원봉사자의 활약이 돋보였다.그러나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근접 프로그램이 부족했고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나 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등 예술단체의 참여가 전혀 없었던 점은 눈에 거슬렸다. 아울러 준비기간이 짧은 탓에 그린피스나 동티모르·코소보측 NGO 등 현안의 주체들이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김성호기자 kimus@ * 인터뷰/ NGO 주요단체 공동회견 99서울NGO세계대회에 참석한 전세계 주요 단체 관계자 4명은 대회 마지막날인 15일 대회장인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파크텔에서 NGO활동의 과거,현재를 소개하고 향후 계획을 밝히는 공동회견을 가졌다. 지난 5월 네덜란드에서 헤이그 평화회의를 개최한 이후 활발한 NGO활동을벌여온 헤이그 평화청원재단의 애드머럴 람다스 운영위원은 “21세기를 앞두고 전쟁근절,인권존중,폭력예방 등 평화와 정의를 위한 헤이그 규약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달 마닐라에서 시비커스 국제회의를 열었던 시비커스재단의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의 발전은 물론,빈민층을 돕는 제도와 여성단체의사회참여를 유도하는 활동 등에 초점을 맞춰왔다”면서 “오는 2001년 캐나다 뱅쿠버에서 제4회 세계대회를 개최,세계 시민들을 위한 공동규약을 만들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시민단체회의를 개최하는 시릴 리치 몬트리올 시민단체회의장은 “NGO활동의 강화를 위해 유엔과의 구체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면서 “양성평등과 경제적 평등,환경활동 이외에 시민활동을 위한윤리강령 등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000년 5월 유엔본부에서 전세계 7,000여명을 초청,밀레니엄 포럼을준비하고 있는 테체스테 아데롬 공동의장은 “밀레니엄 포럼은 새천년을 앞두고 NGO들의 활동을 정리하는 한편,그동안 이론적으로만 논의돼온 결의문이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 평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공동회견의 사회를 맡은 유재현(兪在賢) 대회 공동사무총장은 “서울대회를시작으로 세계시민운동센터 등을 개설,전세계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활동을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탈북난민 보호 국제기구 탄생 99서울NGO세계대회에 참가중인 각국 NGO들은 대회 마지막날인 15일 탈북 난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연대기구를 결성,탈북난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탈북난민보호UN청원운동본부(본부장 김상철)는 이날 오후1시쯤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회의실에서 메이리드 맥과이어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세계 NGO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탈북난민보호UN청원서 공동서명식을 갖고 탈북난민보호국제협의회(ICNKR)를 결성했다. 이날 협의회 결성은 대회중 열린 ‘탈북난민의 인권’ 주제의 분과토의 결의와 메리 로빈슨 UN인권고등판무관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맥과이어씨와 일레인 발도프 UN공보처 NGO 집행위의장이 공동의장,김상철 변호사가 사무총장,조안 리 스타커뮤니케이션 사장이 집행이사를 맡았다. 협의회는 앞으로 중국내 탈북자의 실태와 강제송환시 받게될 불이익에 관해 현지조사를 실시,국제사회에 공표할 예정이다.또 UN난민고등판무실과 UN인권고등판무관실및 중국·한국 정부를 상대로 탈북자에게 국제법상 난민지위를 부여하는데 필요한 각종 자료제공과 여론조성·정책건의를 하게 된다. 김성호기자
  • [현상과 전망 21세기 미술] (8) 21C 여성과 페미니즘

    20세기 후반 들어 인류는 자신들이 공들여 쌓아 온 문명이라는 바벨탑에 대하여 전면적인 분석을 시작했다.과학기술결정론의 산물인 문명이라는 것이결국 부실공사가 아니었냐는 전폭적인 회의가 그것이었다.그러한 인식은 인류가 양차세계대전 이후 세계 인식의 급격한 지각 변동을 체험하면서 바벨탑을 낳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전면적인 해체로 귀결되었다.이른바 탈역사주의나 탈중심주의 혹은 해체주의 등을 근간으로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페미니즘(여성주의) 운동은 이러한 반 모더니즘적 사고에 기반한 포스트모더니즘 논의의 연장선 상에서 태동하여 여성이라는 존재의 조건과 경험을 강조하고(1세대 페미니즘) 여성이 겪고 있던 사회적 불평등,가부장제,사회계약,성차별에 대한 도전(2세대 페미니즘)으로 발전되었으며 이제는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새로운 감수성으로서 세기말의 유효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가 20세기 문화를 기계론적이고 분석적이며,물질적이고 개인 위주의 남성적,양적(陽的)인것으로 규정하고 새로 대두될 21세기의 문화가 종합적이고 시스템적이며,감성적이고 정신적이며,환경에 적응하는 여성적,음적(陰的)인 특성을 지닌 문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페미니즘 운동은 인류의 미래를 화합과 조화라는 생산적인 방향으로 안내한 공로를 인정받아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페미니즘 운동을 시각적 재현 방식의 틀에 담아 여성적 산물의 특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고자 하는 페미니즘 미술은 60년대 말부터 서구에서형성된 것이긴 하나 세계 각국의 사회,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지역적 특수성에 기반한 자생적 움직임으로 다원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의 경우도 최근 변모된 사회구조 속에서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의식과 독립적,주체적 여성상이 확립되어 가면서 페미니즘 미술이 논리의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여기에 여성 미술가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성 전시 기획자,행정가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페미니즘 미술은 새로운 의식과 감수성을 담보하는 양상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이제 21세기를 이끌어 갈 신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새로운 역사의 지점에서 페미니즘을 단순히 성의 문제로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구조와이데올로기를 생산해 내는 새로운 지평으로 끌어올릴 것이다.그것은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거나 장애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서 미래 사회의 조화와 화합을 선도하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에너지가 될 것이다. 이원일 (큐레이터·광주비엔날레 전시1팀장)
  • “지구촌 종교 박해·여성차별 심하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세계 각국의 종교·인권 전문가들이 모여 지구촌의종교문제와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미국 유타주 프로보시 브리검영 대학에서 열렸다.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위한 세계학회’와 브리검영 대학이 공동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각국 정부의 종교담당 고위관리와 종교·인권 및 법조계 인사 100여명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당면과제를 점검했다.이 대회는 지난 85년 각국 종교관련 대학교수와 전문가가 모여 처음 열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번갈아 회의를 갖고 있다.이번 대회는 20세기의 종교·인권문제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큰 관심을 모았다. ‘종교와 인권에 대한 최근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소수민족 지역에서의 주요 종교’ ‘종교와 교육’ ‘종교의 자유와 외국의 정책사례’ ‘종교와 인권의 관계’등 모두 4개 소주제로 나뉘어 토론이 진행됐다.특히 참석자들은 각국 종교정책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각국 정부의 소수 종교집단에 대한 박해,그 개선방안에 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미 조지워싱턴대 법대학장 마이클 영은 미국의 대외 종교정책과 관련,“다민족 다종교 집합체인 미국은 국내 종교집단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세계 각국의 종교분쟁과 정책에 개입하게 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유럽등 각국 정부의 불만을 사고 있다”면서 “진정한 종교자유는 인권을 중시하며 법을 수호하는데서 비롯되는만큼 미국은 다른 나라를 돕기에 앞서 먼저 인권을 존중하고 법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평화협회 위원 제레미 건은 “최근 194개국의 인권보고서를 보면 동유럽국가와 터키,그리스 등에서 종교박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국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위해 활동하는 게 사실이지만 내정간섭으로 비쳐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의 소수집단 종교박해에 관해 나탄 러너 이스라엘 텔아비브 법대교수는 “그리이스에서는 선교사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선교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됐고 신을 숭배하기 위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유럽 사법재판소 등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윌리 포트레 벨기에 ‘국경없는 인권위원회’위원은 “벨기에와 프랑스,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는 소수집단 종교에 대한 박해가 심하다”며 프랑스에서는 여호와의증인이 100년이 넘게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작은 종교집단으로 남아있음을 예로 들었다. 또 여성의 종교소외에 대해서도 의견이 제기됐다.네덜란드 외교부의 인권상담역 바히아 타지브 리에는 “기혼여성이 개종을 강요당하고 아랍국가에서여성들이 차도르를 착용해야 하는 등 종교계의 여성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면서 이같은 전근대적인 종교의 여성차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대회결과를 미국 행정부 산하 인권관련 자문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에 건의,미국을 포함한 각국 종교·인권정책에 반영토록 했다. 솔트레이크시티 김성호기자 kimus@
  • [21세기 여성시대](2) 정치지도자 총리·외무장관

    제54차 유엔총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뉴욕 맨해튼의 ‘현대미술관(MoMA)’내 한 미공개 조각품 전시실에서 이색적인 만찬모임이 있었다. 주최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62). 총회 의제에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를 포함시키는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자리였다.전세계 14개국의 여성 외무장관중 올브라이트,로사리오 그린(멕시코·58),타르야 할로넨(핀란드·56),안나 린드(스웨덴·42 )등 1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제적 조직범죄에 대한 협약안’에 인신매매 금지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보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그후 총회에서반영됐다.합의내용도 의미가 있지만 그 주체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있는 여성정치인들 이었다는 점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여성 정치인들의 파워 형성은 20세기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본격화됐다.아직 역사가 50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최강국 미국의 현 국무장관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무게를 더해주면서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하지만 전세계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작에 불과하다.21세기가 여성정치 파워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정치시대의 서막은 지난 47년 아나 파우케(60년 사망)가 루마니아에서외무장관자리에 오르면서 열었다.이후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78년 사망),스리랑카의 스리마보 반다라나이케(83)등이 각료직에 오르면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골다 메이어는 금세기 최대의 화약고였던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외무장관직을 10년동안 훌륭하게 해냈다.69년 세계 3번째로 여성총리가 된 것도 외무장관 시절의 정치역량 축적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성정치사의 줄기를 잡아온 사람은 단연 현 스라랑카 총리로 재직중인 반다라나이케다.국방상,외상,재무상,총리 3차례.총리재임 기간만 17년. 금세기들어 여성총리를 지낸 26명중에서는 물론이고 전셰계 1,200여명의 여성 정치지도자들을 통틀어도 이같은 경력을 갖춘 이는 드물다. 세계 최초의 여성 국방상 및 여성 총리,최고령 여성총리 등 수많은 기록 보유자인 그녀는 지난 60∼65년 70∼77년에 이어 94년 다시 총리가 됐다.94년딸인 찬드리카 쿠마라퉁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총리직에 오른 점,모녀가대통령-총리 동시역임 등도 이채롭다. 그녀를 포함 현재 총리에 재직중인 여성은 세이크 하시나 와제드 방글라데시 총리(52)와 뉴질랜드 제니 쉬플리 총리(47)등 3명. 10억 인구의 인도 총리를 17년간 역임한 인디라 간디(84년사망).90년까지 11년간 영국 총리를 지낸 마가렛 대처(74).80년부터 15년간을 도미니카 총리직에 있었던 카리브해의 철의 여인 메리 유제니아 카를레스(80).총리를 3차례 역임하고 국회의장도 했던 구 유고연방의 하를렘 블룬틀란트(60).35세의나이에 이슬람권에서 최초의 여성총리가 된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프랑스의 에디트 크레송(65).방글라데시의 세이크 하시나 와제드(52)등이 20세기 후반 세계 여성정치사의 페이지를 숨가쁘게 넘겨온 주역들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총리출신 여성정치인들은 모두 22명.외무장관 출신은 48명으로 왕성한 정치활동을 계속하고있다. 특히 제니 쉬플리 뉴질랜드총리,니암 오소린 투야 몽고 전총리 (41),아나린드 스웨덴 외무장관, 니콜로바 미하일로바 불가리아 외무장관(37)등 40대 초반의 정치인들은 21세기 여성 중심 정치사의 가교역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김병헌 기자 bh123@■'여성운동의 목표' 20세기 들어 여성운동이 참정권 확보투쟁으로 시작되었다면 90년대를 지나2000년대 여성운동의 목표는 어디일까. 올초 타임지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여성운동의 새흐름인 ‘피메일리즘(Femalism)’을 소개했다.참정권 확보에서 시작된 여성운동이 이제는 남녀평등을주장하는 ‘페미니즘(Feminism)’에서 벗어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맞는 역할을 요구하는 피메일리즘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지는 또 환경문제를 여성운동과 결합한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도 90년대 이후 각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즉 지금까지 여성운동이 남성지배사회에 억눌려왔던 여권신장을 위해 무작정 달려왔다면 이후는 새로운 차원의 여권운동이 일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피해의식을 벗어던지고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성역할을 주장하고 주체적사회일원으로 나서겠다는 변화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90년대 들면서 여성운동은 성차별에 대한 비판을 더욱 강화,완전한‘성해방’을 추구하고 있다.여성이라 감수해야 되는 온갖 편견과 차별에 훨씬 더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거액보상 판례가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엄격한 규율로 여성을 억압해온 회교권 국가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일고 있다.올 3월 아랍권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카타르가 여성에게 투표와 출마를 허용한데 이어 쿠웨이트도 2003년부터 투표권과 국회의원 피선거권을 부여할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교사와 간호사직으로 한정했던 여성의 직종을 호텔 종업원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등 뒤늦게나마변혁의 물결을 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해방운동’이라는 말이 요원한 곳도 있다.아프리카나일부 중동·아시아 국가 여성들은 지금도 차별을 넘어 학대받는 현실 속에놓여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 28개국을 포함,30여개국 약1억명의여성들이 문화와 전통의 굴레속에 할례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선진 서방에서 또다른 차원의 여권신장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지구촌 또한편에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인권도 무시당하며 사는 여성들이 존재하고 있는것이다. 이경옥기자 ok@
  • 엄마도 즐거운 명절 만들자/ 여성단체들 새 문화 정착 캠페인

    “결혼 전에는 명절이 기다려졌으나 지금은 무서워요.명절이 다시 즐거운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지난 7월3일 대학로에서 열린 여성민우회(대표 이경숙) 주최 ‘나의 여성차별 드러내기’행사에 참석한 한 주부의 절규다.30대 중반의 이 주부는 명절때면 겪는 며느리들의 설움을 “사위가 백년 손님이면 며느리는 백년 부엌데기냐”는 한마디로 표현,300여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아냈다. 그동안 명절이나 시집 대소사 때 맘 편히 노는 남성들 한편에서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중노동이나 차별에 대한 불만은 늘 독백 차원의 푸념에 머물러왔다.하지만 이 행사를 계기로 주부의 ‘명절증후군’은 처음으로 공개적인담론의 주제로 떠올랐다.‘명절증후군’은 이 행사에서 실시한 남녀차별사례 조사에서 12대사례 중의 하나로 꼽혔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고질적이다. 여성민우회와 여성신문사가 후원하는 신(新)주부캠페인 추진본부(대표 최윤희)등 여성단체들은 이번 추석을 ‘명절증후군’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하고새로운 명절문화를 가꿔나가는 출발점으로 삼기로 해주목된다. ‘평등한 명절보내기 개선방안’을 준비중인 여성민우회 윤정숙 사무처장은“오랫동안 지속돼온 남성중심의 명절문화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며 “올해는 ‘명절문화바꾸기’ 첫발을 내딛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부캠페인 추진본부는 ‘엄마도 즐거운 명절’이란 제목의 캠페인용 노래 테이프를 제작중이다.생활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불합리한 차별 경험을 가사에 담고 재즈,발라드,록,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로 곡을 붙였다.전형적인 이시대 ‘아줌마’ 이미지인 탤런트 전원주씨가 노래를 부르고 성우 권희덕씨와 함께 주부들이 겪는 일을 대화로 풀어 나간다. 테이프 제작을 맡은 변리나씨(R문화기획 단장)는 “생활 속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차별을 여론화시키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며 “30만개를 제작해이번 추석기간중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주유소 등에서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혼한 여성이라고 모두 다 명절을 괴로운 날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사노동이나 명절행사 등에 민주적인 참여가 이뤄지는 가정,명절을 그저 여행이나 다니는 휴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집에 갈 때면 나는 파출부라고 생각한다”“명절 때는 물묻은 손을 닦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집에선 부엌일을 잘 하던 남편도 어른 눈치만 보며 뒤로 뺀다”는 주부들의 고백이나 “일보다 직장 다니는 동서와의차별대우 때문에 자존심 상한다”“직장을 그만두면 ‘집에서 놀면서…’라며 시집 행사에 불려다닐 것이 두렵다”는 솔직한 이야기들은 결코 무시할수 없는 정신적 ‘증후군’이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나만 참으면…’‘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시집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화가 최정현씨는 “집에서 가사와 육아는 부부가 공동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명절문화는 어른들 눈치 때문에 쉽게 바꿔지지 않는다”면서 사회적인 해결책 수립을 요구한다.그는 한 방법으로 “정부가 TV등 매체를 통해 ‘평등한 명절문화 만들기’캠페인을 벌여 줄 것”을제안한다. 서울시립대 여성학강사 이숙경씨는 “‘명절증후군’은 이제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며 “여성들도 무리한 ‘착한 며느리환상’에서 벗어나 자기가 할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식으로 생각을 바꿔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선임기자 sunnyk@ ■남녀가 함께 일하고 함께 쉰다. ■명절과 제사는 경제력,교통여건을 고려,아들 딸 구분없이 지낸다. ■추석과 설날 당일을 시집과 친정을 번갈아 가며 지낸다. ■딸과 며느리도 제사 등 의례에 함께 참석한다. ■여성에 대한 명절금기(禁忌)를 없앤다.(특정 제사 음식은 여자가 만들면 안된다거나 정초에 여자가 전화하면 안된다 등.)/여성민우회 작성
  • 서울 송파구 공무원“일한 만큼 보상 못받는다”

    구청 공무원들의 52%가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고,41.9%는 능력 위주로 승진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송파구(구청장 金聖順)가 5급이하 직원 1,398명을 대상으로 근무여건전반에 대해 여론조사해 2일 발표한 결과다. 맡고 있는 업무의 성과에 44.9%가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업무 수행 대가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는가’란 물음에는 52%가 ‘아니다’고 밝혔다.‘충분한 보상을 받는다’는 응답은 14.5%에 불과했다. ‘의사결정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지는가’란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31.5%)가 그렇다(25.3%)보다 많았다.‘실적과 능력에 따라 합리적으로 승진이 이뤄지나’에는 41.9%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합리적으로 이뤄진다는생각은 16.7%에 불과했다.근무성적평정이나 전보 등 인사조치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이뤄진다’는 응답은 17.5%에 불과했고,38.8%는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5급이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가장 불만족한 사항’에 대한 물음에는 34.4%가 근무평정과 인사상의 성차별을 들었고 다음으로 남자 위주의 직장분위기(30.3%),여성을 위한 시설 부족(26.2)을 제기했다. 정년까지 근무할 지에 대해서는 23.2%가 중도포기 의사가 있다고 했다. 조덕현기자 hyoun@
  • [대한매일을 읽고] 여직원에만 기강확립 요구는 性차별

    춘천시 여직원 복무지침공문 파문기사를 읽었다(대한매일 8월24일자 25면). 춘천시가 여직원의 근무기강확립을 공문으로 지시한 것을 두고 여직원들이여성만 근무자세가 불량하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분명한 성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고,강원도 여성단체협의회에서도 항의를 하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한다. 여직원들이 업무시간에 쇼핑 등으로 주민들의 항의전화까지 받을 정도로 근무기강이 해이해졌다면 이는 반드시 다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근무태도를 문제삼으려면 남녀를 함께 문제삼아야 한다.남자에게는관대하고,여자에게만 이를 문제삼는다면 해결점은 좀처럼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조병옥[모니터·서울 도봉구 쌍문동]
  • 강준만교수 이번엔 이규태씨에 쓴소리

    조선일보 소속 언론인들을 집요하게 비판해온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그동안비판대에 올리지 않던 이규태 조선일보 논설고문을 겨냥해 처음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18일 발행된 ‘열린전북’(발행인 송기도·전북대 교수) 창간호의 ‘전북인물탐구’에서 강 교수는 “그간 조선일보 주요 논객들을 해부하는 글을 써왔지만 이 고문은 정치적인 글을 거의 쓰지 않아 내 비판 그물망에서 저만큼비켜나 있었다”며 “그의 전공이라 할 ‘한국학’은 나의 역량 밖에 있는것이어서 그저 구경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 교수는 이어 “이 고문의 자료수집과 관리는 거의 광기 수준의 정열로이루어졌다”며 “학계는 이 고문의 그런 눈물겨운 노력을 먼저 인정하면서그에게 무릎을 꿇는 게 옳다”고 이 고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뒤이은 글에서 강 교수는 본연의 ‘비판의 칼날’을 드러냈다.이 고문이 매주 금요일자 조선일보에 연재중인 ‘이규태 역사 에세이-100년의 뒤안길에서…’의 기사 가운데 이미 25년전에 쓴 기사와 대동소이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침묵으로 대응하자 강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그런 문제 제기에 침묵으로 대응한다면 스스로 자신의 학계의 푸대접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이 고문의 여성차별 의식을 드러낸 글에 대해서는 직격탄 대신 부산대 역사교육과 정용숙 교수의 글을 인용,‘일간지의명칼럼에서 조차 여성을 물화(物化)한 상식 밖의 글’이라고 꼬집었다. 후반부 글은 이 고문에게는 ‘아픈’ 대목이다.지난 97년 조선일보 창간 77주년 특집때 이 고문이 자사 후배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불의-부정에 대한비판정신은 영원한 기자의 덕목”이라고 한 것을 두고 강 교수는 “이 말은이 고문이 감히 감당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몫은 아니다”며 오히려 “‘한가지 일에 미치는 탐구정신은 영원한 기자의 덕목’이라고 얘기하는 걸로 만족했어야 했다”고 비꼬았다.끝으로 강 교수는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들에비해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 신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자기 분수 이상의 일을 하려고 하는 데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고문까지 그래서야 쓰겠는가”고 점잖은(?) 한 마디를 던졌다. 정운현기자 jwh59@
  • 춘천 여직원 복무지침 공문 파문

    춘천시의 ‘여직원 복무자세 확립’ 지시 공문이 성차별이라는 이유로 강원도내 여성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23일 시에 따르면 여직원들의 복무자세가 흐트러져 민원업무에 공백이 생기고 주민들로부터 항의전화가 오는 등 문제가 되는만큼 각 실·과·소장 및읍·면·동장에게 여직원 복무기강 확립을 당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보냈다. 공문은 ▲업무시간내 시장쇼핑등 사적인 용무로 지리를 비우는 행위 ▲특정인(전산보조등)에게 대리근무를 부탁하고 무단외출 ▲사무실내에서 잡담 ▲컴퓨터게임 등을 사례로 꼽았다. 이에 대해 여직원들은 남녀차별금지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됐으나 아직 행정기관에서조차 구시대의 성차별 의식·관행을 버리지 못한 채 여성만 근무자세가 불량한 것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사과와 함께 즉각 취소를 주장하고나섰다. 강원도 여성단체협의회까지 시를 방문해 항의하는 등 도내 여성계 전체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이들은 춘천시가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여성특별위원회 남녀차별신고센터에 시정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춘천시 직원 1,385명 가운데 여직원은 일반·기능·별정·계약직 등 전체의25.9%인 360명이다. 시 관계자는 뒤늦게 “여성을 차별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고 시의회도 재발 방지를 위해 협의하기로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춘천 조한종기자 hancho@
  • 경북도·시군 性차별 법규 개선

    경북도와 일선 시군의 자치법규와 행정규칙중 성차별을 초래하는 내용이 모두 정비된다. 10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현행 법령을 비롯,자치법규와 행정규칙 가운데 남녀 불평등 또는 여성차별을 조장하는 법규와 규칙 26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내용별로는 기혼여성에 국한되는 의미가 있는데다 여성을 비하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부녀’라는 단어를 ‘여성’으로 바꾸는 등 용어 변경이 8건,민법과 호적법의 재혼 금지기간 등 가족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 6건,공무원시험·인사 관련 사항 12건 등이다. 법규별로는 민법을 비롯한 법령이 12건,도 의용소방대 설치 조례 등 도 자치법규 7건,기타 중앙 및 도의 행정규칙 7건 등이다. 도는 이중 조례,규칙 등 자체 처리가 가능한 10건은 가까운 시일내에 바로잡고 법령 등 자체 처리가 불가능한 16건은 중앙부처에 건의하거나 유관기관·단체간 협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
  • 여성공무원 호칭 잘못써도 성희롱

    앞으로 공직사회에서 여성공무원을 이름이나 직급 대신 ‘△양’이나 ‘미스△’‘△여사’ 등으로 부르면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또 공무원들은 여성민원인을 ‘여자분’이나 ‘아줌마’보다 ‘△님’‘△선생님’ 등으로 불러야 한다. 정부는 8일 공직사회의 성희롱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의 하나로 ‘남녀공무원의 기본 에티켓’을 ‘공무원복무지침’에 포함시켜 시행키로 했다. ‘남녀공무원…’은 ‘남녀차별금지 및 규제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부터시행됨에 따라 행정자치부가 마련한 공직사회 성희롱 방지대책의 하나. 이에 따라 각급 행정기관은 ▲1년에 한차례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고▲성희롱 상담 전담창구를 마련하며 ▲성희롱 행위자에 징계나 인사조치를포함하여 적정하게 대처하고,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남녀공무원…’의 내용은 지난 2월 노동부가 발표한 ‘직장내 성희롱 예방 지도지침’을 바탕으로 공직사회의 특수성을 최대한 반영했다. 무엇보다 여성공무원들이 가장 모멸감을 느낀다는 호칭을 개선하고,업무와관련하여접하는 민원인 혹은 파견 등으로 함께 일하는 민간인과의 관계에주의를 기울이도록 했다. ‘남녀공무원…’이 제시한 공직사회의 성차별적이거나 불쾌감을 주는 대표적 언행은 “여자가 분위기를 띄워야지”“여성은 사무실의 꽃”이라거나,컨디션이 좋지 않은 여성에게 “오늘이 생리일인가”“잠 안자고 뭘했어”라고말하는 것 등이다. 또 보건(생리)휴가를 쓸 때 비꼬거나,술이나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의도적으로 여성이 마신 곳에 입을 대고,몸을 밀착한 채 귓속말을 하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하는 행위도 주요 성희롱 사례로 들었다. 한편 행자부는 ‘남녀공무원…’의 주요내용을 소책자에 담아 공직사회에배포할 계획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용모에 지나친 관심등 언론 性차별 여전

    한국미디어여성연합(공동대표 신동식 김진희)은 한국기자협회 여성특위(위원장 김미경)와 함께 ‘여성인사관련 보도,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28일 한국프레스센터 12층강당에서 열었다.효성 가톨릭대 이정옥교수(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공동소장)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공론화 되면서 미디어에서 여성인사 관련 기사가 많아지고 있다.그러나 여성의 호칭문제를 비롯,여성을 보는 시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여러가지 갈등과 오해가 빈발하고 있다. 첫째,힐러리 등 접미사의 오·남용이다.힐러리는 미국 대통령부인으로 남편에 뒤지지 않는 전문경력을 쌓았고 최근에는 뉴욕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정치인으로서 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진보적인 여성이다.그런데 우리나라에서‘힐러리’는 ‘설치는 여성’의 대명사로 사용된다.최근 4억원 로비 수수로 구속된 주혜란씨,이인제 전경기지사 부인 김은숙씨 등이 모두 ‘경기도 힐러리’로 표현됐다.당당한 활동과 문제행동을 ‘설치기’로 뒤섞음으로써 여성의 활동=부정적 결과라는 그릇된 등식을 유포하고 있다. 둘째,남성과 달리 여성인사에 대해서는 용모와 가족 사항에 대해 지나치게관심을 보인다.환경부장관이 된 김명자 장관에게는 ‘미모’라는 수식어가따라 붙는다.남성장관에게 잘 생겼다는 수식어가 남용되지 않는 점과 대조적이다.그리고 여성인사의 가족·남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여성의 독자적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셋째,사생활에 대한 주관적인 가치판단이다.주혜란씨의 경우 ‘∼나비’등선정적인 호칭을 사용하고 신창원의 동거녀에 대한 보도에서도 ‘조금 따뜻하게 해주니까 다 넘어갔다’는 투로 표현했다.이는 여성들은 주체적 판단력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성별 분업의 변화에 대한 희화화,또는 과잉반응이다.엘리자베스 여왕남편 필립공의 졸고있는 모습을 촬영,지위가 높은 여성의 남편 역할이 고달픔을 강조하고 있다.그리고 김용갑 전 장관이 병든 아내를 보살피는 것을 과장되게 기사화,남편이 아내를 보살피는 것을 예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핵가족끼리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아내를 돌보는 남성을 특별한 남성으로 미화하는 것은 공정치 않다. 다섯째,대선자금 의혹,거액 외화 밀반출,검찰의 여기자 성희롱 등 본질적인 사안은 작게 취급하면서 옷로비 등 여성관련 비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등 과민 반응을 보인다. 성희롱방지법,남녀차별금지법 등 성차별적 관행에 대한 법적 금지장치가 마련되고 있으나 언론의 보도 관행은 법 제정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의 보도 관행은 성평등적 문화를 통해 뉴밀레니엄을 맞이하려는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것이다.언론의 성평등 학습장으로서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언론계 종사자들과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들의 각성이 한층 요구된다. 정리 강선임기자
  • [깊이읽기]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

    가슴은 최대로 강조하고 엉덩이는 작게 보이려는 스타일이 요즈음 여성 패션이다.그래서 얇은 천을 몸에 딱 달라붙게 입는다.가슴이 큰 것은 모성을상징하고 엉덩이가 작은 것은 남성의 상징이다.모성도 중요하고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오늘날의 여성상이다.1900년대와 1950년대는 가슴이크고 풍만한 여성을 미인이라 했고 1920년대와 1960년대는 반대로 소년처럼마른 여성을 선호했다.왜 이렇게 미의 기준이 달라지는가.뒷 배경을 조사하니 노동력이 넘칠 때는 가정적인 여성이 필요했고 노동력이 부족할 때는 소년같은 여성이 필요했다.그러니 여성의 몸매란 얼마나 사회적인가. 우리는 흔히 나타나는 현상을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진다.그러나 푸코가 지식을 권력의 산물로 본 이래 어떤 현상 뒤에는 그렇게 만든 권력과 사회적 맥락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게 된다.캐롤 타브리스(Carol Tavris)는 그녀의 책‘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The Mismeasure of Woman)’에서 현재 서구 여성운동이 지닌 맹점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본다. 60년대의 탈근대,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중심주의와기존 권력에 대한 의심을 바탕으로 일어났다. 백인 서구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반발 가운데서도 여성운동은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더 풍성한 이론과실천을 낳으며 진행된다.그리고 이런 운동은 몇 단계를 거치며 수정되고 보완된다.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그러니 지금까지 남성들이여성을 어떻게 종속적인 위치에 놓았는가 보자. 문학작품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어떻게 그려지는가,직장에서 여성은 어떻게 열등한 대우를 받는가.그래서여성들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닮으려하고 차림새도 남성적이 된다. 그러나 이런 전제는 지금까지 있어온 남성중심주의의 틀에 여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므로 여성의 특색을 무시할 뿐아니라 중심주의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이제는 여성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여성작가를 연구해 보자.그런데 이것도 한동안 지속되니 여성이 더 우월하다는 암시를 주게된다.이제 남녀의 이분법을 벗어나 ‘여성적’인 특성을 중심주의의 대안으로 놓는다.남성의 단선적인 획일성보다 여성의 다성적인 열림이 탈근대의 패러다임이란 것이다. 이러한 단계에 속하는 여성운동으로 ‘생태 페미니즘’과‘문화 페미니즘’이라는 두 그룹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남성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보아 오늘날과 같은 환경문제를 일으켰다.문명의 주역이 저지른 훼손을 여성적인 보살핌으로 치유하자는 것이 생태 페미니즘의 입장이다.문화 페미니즘은 근대의 중심주의 대신에 타자를 인정하는 탈근대의 논리로 여성적인 것을꼽는다. 둘 다 모성을 찬양하고 소유대신에 관계를 중시한다. 긴 항해를 거쳐 여성운동은 이제 목적지에 도달했는가?여성의 특성을 나약함이 아니라 남성문화의 대안으로 내놓았으니 성공아닌가?그러나 이론은 멋진데 여전히 성차별은 존재한다.왜 여성은 직장에 나가면 여자답다는 소리를듣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남성적인 독립과 자유를 원하는가? 독재와 잔인함은남성만의 전유물이었을까? 남성들이 저지른 전쟁이나 착취 뒤에는 여성들의부추김이 없었을까? 타브리스는 이 두 그룹의 맹점을 지적하면서더 이상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을 이분법으로 갈라놓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여성우월주의는 남성우월주의와 똑 같이 성차를 고착시킨다.남성과 여성은 똑같지 않다.생물학적으로 다르다.그러기에 동등한 대우는 진정한 평등이 아니라 남성의 기준을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남녀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도 아니다. 만약여성은 정감있고 남성은 거칠다고 계속 주장하면 남성이 부드럽고 여성이 강인해질 기회가 언제 오겠는가.동등함도 다름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차라리 둘 가운데 좋은 것을 서로 나누어갖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 책은 특정한 이론을 주장하기보다 이분법적 여성운동이 권력을 은폐하는많은 예들을 사회적인 문맥에서 들려준다.모든 이야기는 무언가를 빠뜨린다. 이 빠뜨림을 챙기는 것 자체가 글쓰기이고 평등을 향한 운동이 아닌가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권택영 경희대 영문과 교수]
  • 매주 수요일은 페미니즘 영화 보는날

    연말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서울 종로구 혜화동 혜화여고 맞은편 카페 ‘파라문의 정원’을 찾아가면 갖가지 페미니즘 영화를 보고 토론을 나눌 수 있다. 해마다 여성영화제를 개최하는 여성문화예술기획이 마련한 ‘수요 시네마’가 열리는 것.이 행사가 처음 시작된 지난 7일 오후 7시30분 이 곳에는 많은관객들이 몰렸다. 첫 상영작은 샐리 포터 감독의 79년작 ‘스릴러’.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재조명했다. 다음 작품은 14일 ‘침묵에 대한 의문’.마를렌 고리스 감독의 82년 작으로 3명의 여성이 한 남성을 살해한 이유를 캔다.또 21일에는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가,28일에는 샹탈 액커맨의 ‘나,너,그,그녀’가 상영된다.‘피아노’는 한 불구여성이 자기를 확인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나…’는 일상생활 속의 어긋나는 남녀관계를 담았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영화 3편을 심야상영한다.상영작은 참석자들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영화나 최신작 중에서 고른다.아울러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에는 사진강좌도 열리는데 오는 22일의 첫모임에서는 ‘사진의 현대적 의미와 이미지론’이 주제이다. 이들 행사에는 대학의 사진학 강사인 박영숙씨,비디오 아티스트 윤동경씨,대학로 소극장 ‘오늘 한강 마녀’의 안미라 극장장,중앙대 영화학 강사인김선아씨 등이 참여한다. 행사를 기획한 안미라씨는 “페미니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말까지 다양한영화를 상영할 것”이라면서 “남녀 성차별 철폐의 논리를 넘어서 페미니즘적인 배려와 수용의 논리를 펼치고자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영화 관람료나 행사 참여료는 없다.(02)3476-0662박재범기자
  • 성차별 고발·신고 잇달아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되자마자 ‘차별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신고와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여자가 많은 직장의 남자들은 자칫 시범 케이스로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말과 행동을 사린다.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다. 법률 시행과 함께 설치된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의 ‘남녀차별신고센터’에 들어오는 신고는 하루 4∼5건,전화 상담은 30여건에 이른다.성차별과 성희롱 신고도 적지 않다. 신고 내용은 승진에서의 불이익,부당해고,성희롱,교육과 복지시설 차별 등으로 다양하다. 서울 H대 여학생회는 미술대가 여학생 선발인원을 40%로 못박은 데는 남녀차별의 요소가 있다고 신고했다.여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고도 탈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 정부투자기관의 한 여직원은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시정해줄것을 요청했다.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한 주부는 “K소주회사는 신문광고에서 ‘말보다 입술이 먼저간다’는 등의 문구로 여성을 상품화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보다 적극적인 건의도 있었다.한 여성 직장인은 지하철역 구내 화장실 등편의시설의 남자용과 여자용의 크기가 같아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한 여성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여성신고가 접수되면 여성 특위는 내용을 조사한 뒤 여성을 차별했다고 판단되면 시정 권고를 한다.남녀차별금지법은 여성 특위의 합당한 시정 권고에 불복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등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남녀차별신고센터 관계자는 “법적인 강제성이 뒷받침돼 시행 초부터 신고와 상담전화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공무원이나 교직원들의 몸조심은 일반인들에 비해 더욱 심한 편이다. 교육부는 일선학교 교사가 ‘여자는 시집만 잘가면 된다’는 등의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침을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냈다.각급 학교는 매년 한 차례씩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토록 했으며 성희롱 사건이 일어난 학교는 제재하기로 했다. 조현석 김미경기자 hyun68@
  • 청소년보호법-남녀차별금지법 지자체 시행 차질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개정안과 남녀차별 금지법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됐으나 이에 따른 자치단체의 조례 제·개정 작업이 늦어지는 등 준비가 제대로 안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청소년보호법 시행의 경우 자치단체마다 유해업소 밀집지역을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나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아직 조례 제정이나 개정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적어도 법령 시행 2개월전 공포해야 했으나 시행일 하루전인 지난달 30일 공포하는 바람에 혼돈이 야기되고 있는 것. 강원 춘천시는 춘천역 주변 등을,원주시는 학성동 윤락가를 청소년 통행금지지역으로 각각 지정할 계획이지만 아직 조례제정을 못해 청소년보호업무가 처음부터 겉돌게 됐다.이와 함께 시·군에서는 새로 이양받은 업무를 추진할 인력도 확보하지 못한데다 업무를 숙지하지 못한 상태여서 업무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남녀차별 행위금지 및 규제법 시행에 따른 준비도 미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법률조항에는 채용 임금 승진 교육 등에서 성차별을 했을때를 차별행위로 예시하고 있지만 법을 어겼을 경우 해당 기초단체장 등에 시정조치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쳐 남녀차별적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전북도의 경우 성차별적 요소를 담은 조례나 규칙이 아직까지 상당수에 이르러 법 시행을 무색케 하고 있다.도 공무원 복무조례는 경조사별 휴가조항에 본인 및 배우자의 백숙부모로만 돼있어 동일한 촌수인 고모와 이모가 빠져 있다. 또 도 공무원 인사규칙의 면접시험 기준엔 여성의 ‘용모’조항이 들어 있고 신규임용 시험성적이 같을때 ‘병역을 필한 자’에게 우선권을 주도록 돼있다.당직 및 비상근무 규칙 가운데 ‘여직원의 비상근무 제외 조항’은 여성에 대한 특혜조치로 관련 법률의 취지에 맞도록 개정돼야 한다. 춘천시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법의 경우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지정으로 영업에 지장을 받게될 일반상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며 “충분한 홍보가 안된 상태에서 시행돼 위반업소가 당분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전주 조승진기자 hancho@kdaeily.com
  • [외언내언]함께 이루는 남녀평등

    한국 여성들에게 올해 7월은 오래 기억될 달이다.‘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관한 법률’이 1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법은 정치·경제·사회·문화모든 분야에서 남녀차별을 금지하고 성희롱도 남녀차별로 규정하면서 피해자의 신청 없이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에서 남녀차별에 대한 직권조사와 시정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여성특위의 조사와 시정 권고를 거부하거나 방해할 경우 2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내야 한다.헌법에도 남녀평등이 명시돼 있고 남녀고용평등법,여성발전기본법,성폭력특별법 등이 오래전에 제정됐지만 이 법이 시행됨으로써 한국 사회가법과 제도상으로는 여성인권 선진국에 못지 않는 양성(兩性) 평등 사회로 진입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남녀평등지수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낮은 편에속한다.여성주간(1∼7일)을 맞아 펼쳐지고 있는 기념행사는 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성감별 낙태로 죽은 여자태아의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춤이나 여성차별 사례를 재현한 모형을 타임캡슐에담아 땅에 묻는 여성민우회 행사등이 그것이다.20세기에 버려야 할 여성차별 사례로 타임캡슐에 담길 모형은△명절,여자에겐 중노동 남자에겐 쉬는 날(명절과 제사상의 차별)△아들 하나,열 딸 안부럽다(양육상의 차별)△여자의 NO는 YES?(성희롱)△집에서 애나보지, 여자가 웬 운전(도로상의 차별)△여자가 공부는?시집 잘가면 되지(수업내용상의 차별)△미스김 커피 한잔(커피,카피 심부름)△이왕이면 날씬하고어려야(모집과 채용상의 차별) △여자가 아침부터 재수없게(생활관습상의 금기)△남편 보증이 필요해요(신용상의 차별)등 11가지다. 법과 현실의 괴리는 여성들이 굴욕감을 느낄 이야기나 행동을 남성들이 무심코 하는데서 비롯된다.일부 남성들은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로입과 손에 족쇄라도 채워지는 양 엄살을 부린다. 심지어 여성특위에 상응하는 남성특위를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싱겁 떨기도 한다.중국의 한족(漢族)이나 미국의 백인들이 소수민족이나 유색인종 보호정책을 역차별이라고 불평하는 것과 같다. 여성차별과 성희롱을 금지하는 법을 집행해야 할 검사가 그 법의 준수를 감시해야 할 여기자를 대낮에 기자실에서 성희롱하고,여성장관이 지나친 관심과 지나친 비판에 시달리다가 중도하차 하곤 하는 현실에서 법의 정신이 지켜지려면 남성들의 이같은 ‘천진난만’한 태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올해여성주간의 주제는 ‘함께 만드는 남녀평등’이다.평등사회는 법과 제도와여성들의 외침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남녀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任英淑 논설위원ysi@]
  • 준비사항과 문제점/기준/구제절차

    - 성차별 고발 사회분위기 아직 미숙 고용상의 성차별과 성희롱은 물론 교육,서비스 이용,법집행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녀차별을 금지한 ‘남녀차별 금지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7월1일부터시행에 들어간다.이 법은 지난 1월 법 제정 전후부터 최근 시행령 확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나 제정 사실 자체만으로도 일정 부분성차별 억제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한 예로 지난 5월 서울시에서는 결혼여부에 관계없이 여성을 ‘미스∼’로 호칭하는데 대해 한 여직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시장이 간부회의를 통해 이를 언급하면서 대책을 마련토록 지시하는 등 많은 기업체와 기관들이 사규에 성희롱 부분을 명시하거나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윤정숙사무처장은 “피해자뿐 아니라 기업들의 교육 의뢰나자료요구도 잇따르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성희롱이나 성차별 문제로법적인 처벌과 함께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설명했다. 이에따라 여성단체들은 이번 법 시행을계기로 성차별 금지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성희롱 전문가들로 구성된 ‘강사뱅크’를 운영하거나 피해자들의 상담을 받고있으며 한국노총,민주노총,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등에서도 성차별적 고용과 간접차별,직장내 성희롱 상담창구를 동시에 개설,운영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피해자 소송을 돕기위한 공동변호인단도 구성,운영하고있다.한국여성개발원,노동부,성폭력상담소에서도 ‘성희롱’관련 비디오를제작,보급중이다. 그러나 실제로 성차별 피해자들이 이 법을 활용,어느정도 구제를 받을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권수현 정책실장은 “아직도 관습적으로 해 왔던 행동은 성차별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많다”며 “차별 유형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만 피해를 당했을때 구제 신청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법효과를 제대로 거두려면 풍부한 사례집 제작과 홍보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윤사무처장은 “차별사안을 다루는 여성특위의 권한이 시정 권고에 머물러 있고 구제신청을피해당사자나 대리인만이 할수 있게 돼 있어 어느정도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성차별을 당했을때 이를 직접 고발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만큼 구제 신청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년 1회 이상으로만 규정,형식에 그칠 우려가있다는 지적도 많다.이는 남녀고용평등법과 형평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으나교육 횟수를 더이상 늘릴 수 없다면 최소한 교육 시간이라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사무처장은 “민간기업이나 여타 기관들이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형식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예상된다”며 “대형강당에서 600∼700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선임기자sunnyk@- 남녀차별금지기준을 보면 최근 여성특위가 확정,고시한 ‘남녀차별금지기준’은 다음과 같다. 고용 ▲모집·채용에 있어서 성별에 따라 고용기회를 주지 않거나 나이,외모 등의 제한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경우▲동일자격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따라 다른 고용형태로 채용하거나 채용방법·경로를 달리하는 경우▲사용자·같은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집단,모집의뢰인 또는 고객의 선호를 이유로 성별에 따라 채용을 거부하는 경우▲동일가치·동일노동에도 불구하고기본급·호봉산정·수당·승급 등에 있어 성별에 따라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경우▲특정 성에 대하여는 승진기회를 주지 아니하거나 객관적인 기준없이승진대상자를 특정 성에 편중하는 경우▲동일 학력·자격으로 채용하였음에도 특정 성은 주로 기간업무에 배치하고 다른 성은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정형적인 단순 보조업무에 배치하는 경우▲혼인·임신·출산·연령 등을 이유로 특정 성을 일정한 직무 배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경우▲동일 직종임에도 성별에 따라 퇴직 방법을 달리하는 경우▲정리해고대상 선정시 객관적 기준에 따르지 아니하고 특정성을 우선적으로 해고 대상으로 선정하는 경우▲정리해고의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 동일 직장내 배우자가 근무하는 자를 정리해고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사회관련 또는 당해 직업의 속성상 특정 성의 해고를 강요하거나 특정 성이 우선적으로 해고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교육 ▲교육기관에서 성별에 따라 교육내용 및 교과과정 편성을 달리하는경우▲해외연수·직업훈련 등 각종 교육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지 아니하고 특정 성을 제외하는 경우▲교육기관에서 남녀역할에대한 편견을 갖도록 하는 교육목표를 제시,교육내용구성,생활지도 등을 하는경우 재화·시설·용역 등의 제공 및 이용 ▲근로자에 대한 생활보조적·후생적 금품의 지급 등 근로자 복지제도의 실시에 있어서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경우▲금전대출·신용카드발급·보험가입·자동차할부판매 등 기타 금융제공에 있어서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경우▲공공기관 및 사용자가 용역을제공함에 있어서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경우 법과 정책의 집행 ▲공공사업 수혜자의 선정기준 등을 정함에 있어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경우▲허가·신고·인가 등에 있어서 성별에 따라 차이를두는 경우 성희롱 금지▲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및 근로자가 직장에서 상급자 동급자 하급자,협력업체 종사자,파견종사자 등에 대하여 성희롱을 하는 경우▲교직원 및 기타 교육기관 종사자가 교육기관,직업훈련기관 등에서 학습자나교육응시자에 대하여 성희롱을 하는 경우▲공공기관의 종사자가 법과 정책의 집행시 직무를 수행하거나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나 기타 관련자에 대하여 성희롱을 하는 경우. - 성차별 구제절차 성차별 피해자나 대리인이 특위내에 설치된 남녀차별신고센터에 시정 신청한다.그러면 법조인 여성문제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에서 신고사항을 조사·심의한 후 해당기관 혹은 사업장과 피해자간의 조정을 거쳐 시정조치를 권고한다.이때 정당한 이유없이 조사를 방해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이나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 여성특위는 명백한 성차별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직접 이를 조사할 수 있는 직권조사권도 갖는다. 여성특위의 시정권고나 개선권고·이견을 통보받은 기관의 장이나 사용자는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못할경우 이에 따르고 30일 이내에 처리결과를 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여성특위 인터넷 홈페이지(www.pcwa.go.kr)로 가면 이법과 시행령,차별기준전문을 볼수 있다. 강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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