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재인식’ 시리즈 3권 첫 출간
1980년 인문·사회과학계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됐던 ‘사회구성체 논쟁’이 학제간 통합연구의 형태로 재연되고 있다.
이는 유례없는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집중,정경유착,계층·지역간 불균형 발전 등 숱한 사회문제를배태시켜온 한국사회에 대한 재인식 차원에서 비롯한 것이다.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소장 이영환)는 최근 ‘한국사회재인식’시리즈 프로젝트의 첫 결실로 ‘한국자본주의 발전모델의 형성과 해체’(김진업 편)‘한국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의 동학’(조희연 편)‘한국시민사회의 변동과 사회문제’(이영환 편) 등 세 권을 출간했다.지난 99년말부터 총 6년간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중인 이 연구프로젝트는 경제·정치·사회 등 3영역에 걸쳐,세부과제별 연구는 각 2년씩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우선 제1단계는 ‘역사적연구작업’,2단계는 ‘담론분석’,3단계는 ‘대안분석’에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번에 출간된 3권의 단행본은 각 세부과제별 제1단계 작업성과의 일부이다.
40명에 가까운 학자들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 소속 교수 이외에 외부연구자들도 대거참여하고 있다.경제학·정치학·사회학 및 여타 사화과학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학제간 통합연구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주요골자는 기존의 권력엘리트나 정책입안자 또는 국가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운동의 시각,또는 시민사회나 NGO의 시각에서 ‘밑으로부터’ 접근하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다시말해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사회과학이 회피할 수 없는 ‘80년대의 남겨진 연구과제’들을 복원,이를 시민사회가 주체적인 입장에서 평가한 결과라고 하겠다.
프로젝트의 성과물 제1권인 ‘한국 자본주의 발전모델의 형성과 해체’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누적돼온 사회문제의전면적 혁신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진단한 것이다.연구자들은 해방 이후 현재까지의 한국 자본주의사를 국가동원체제형성기(1945∼72년),국가동원체제 성숙기(72∼87년),국가동원체제 해체기(87년∼현재)로 설정하고 산업화 과정에서의역사적 검토를 통해 한국자본주의의 뿌리를 찾아가고 있다.
성공회대 조희연 등이 집필한 ‘한국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의 동학’은 분단·독재·민주화·경제위기의 숨가쁜 역정을지나온 한국민주주의의 재인식·재해석을 기본축으로 하고있다.조희연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는 불구화된후진적 질서에 의해 발전의 병목지점을 통과하지 못한 채로고착되어 있다”고 분석한다.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제로 첫째,지역주의적 정치구도를 극복한 ‘근대적’인 개방정치질서의 실현,둘째,제도정치와 운동정치의 새로운 관계설정,세째,시민사회 내부에서의 이익집단정치를 공적으로 규율하는 공익적 운동정치의 실현,네째,신자유주의의 위협에 대응하는 민주주의의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대응 등을 들고 있다.특히 그는 한국사회의 ‘반공규율사회’적 조건에서 비롯된 극우 반공주의적 구조자체의 일대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의 변동과 사회문제’는 경제성장의 이면에서 싹튼 불평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경제성장을 위해사회구성원 전체가 동원됐으나 ‘열매’를 나누는 데는 ‘공정원칙’이 무시됐다는 것이다.생산능력 확대와 동시에 불평등과 사회적 위험도 확대됐으며,성차별,소수집단 소외,문화적 억압 등 다종다양한 문제들이 누적되기 시작했음을 지적하고 있다.결국 그간의 ‘성장신화’는 민중·소수집단의 희생과 소외의 대가로 성취된 것으로 보고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노력이 시도돼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라고 할 수 있다.도서출판 나눔의 집 펴냄,각권 1만2,000∼1만4,000원.
정운현기자 jwh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