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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親이란’ 우세 속타는 미국

    이라크에 종교적 색채가 짙은 ‘친(親)이란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으로 ‘죽 써서 남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전체 투표의 약 40%인 330만표를 개표한 결과 ‘유나이티드 이라크 동맹(UIA)’이 221만 2000표를 얻어 6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UIA는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가 이끄는 종교적 그룹으로 사담 후세인 시절 이란에 망명한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총리 후보로는 벌써부터 압델 아지즈 알 하킴이 거론된다. 반면 미국이 총력 지원한 아야드 알라위 총리의 민족화합당(INA)은 57만 9000표를 얻어 1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아드난 파차지의 독립민주당(IDG) 등 수니파의 득표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직 60%를 더 개표해야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시스타니의 UIA가 알라위 총리의 INA를 크게 압도하는 것은 뜻밖이다. 선거관리위는 수니파 지역과 쿠르드족의 북부 지역 등에서 개표가 완료되지 않아 지금까지의 결과로만 최종 득표율을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UIA의 시아파 지도자들은 이미 쿠르드연맹과의 연합을 전제로 한 대화에 나서는 등 압승을 기정사실화하고 정권인수 작업에 나섰다. 새 대통령과 총리를 뽑기 위해서는 당선된 제헌의원 275명 가운데 3분의 2인 183명을 확보해야 한다.UIA의 최종 득표율은 60% 안팎으로 점쳐지며 쿠르드족의 양대세력인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이 연합한 쿠르드연맹은 이라크에서의 인구비율만큼인 10∼15%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UIA가 쿠르드와 손잡으면 알라위 총리 세력을 배제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특히 UIA에는 반미 저항투쟁을 이끈 강경 시아파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이슬람다와당’이 참여, 알라위 총리의 실각뿐 아니라 반미 정권이 탄생할 여지도 있다. 사드르는 유세 도중 UIA의 공식 입장과 다른 미군의 철수를 주장했다. 게다가 UIA의 일원으로 후세인 치하에서 억압받은 시아파 최대 단체 ‘이라크 이슬람혁명 최고위원회(SCIRI)’는 이란에 망명한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란과 같은 신정(神政)의 가능성마저 100% 배제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UIA가 낸 후보 228명 가운데 성직자는 5명에 불과하고 UIA의 종교 지도자들은 이라크를 성직자에 맡기지는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시스타니와 같은 최고 성직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 8월15일 제출된 헌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지 않으려면 유권자 3분의 2의 찬성을 얻는 동시에 18개주 가운데 16개주에서 통과돼야 한다. 따라서 3개주에서 다수인 수니파와도 손잡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백문일 기자 mip@seoul.co.kr
  • [나눔세상] 中동포 시각장애인의 ‘빛’ 손인숙 소장

    [나눔세상] 中동포 시각장애인의 ‘빛’ 손인숙 소장

    “동포 시각장애인에게 작은 빛이라도 될 수 있어 감사한 일입니다.” 중국 옌볜(延邊)에서 하상시각장애인재활센터 소장으로 일하는 손인숙(50·여)씨는 성직자도 사회복지사도 아닌, 평범한 여성이다.‘대모’로 불릴 만큼 동포 장애인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듬뿍 받고 있다. ●동포 장애인 당당한 사회진출에 보람 지난 24일 잠시 국내에 다니러 온 그의 발걸음은 어느때보다 가볍다. 올 연말 있을 현지 중의학 의사시험에 몇명이나 추가로 합격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감에 설렌다.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응시자격이 주어진 센터 출신 44명 중 17명이 시험에 합격하는 쾌거를 올렸다. 손씨는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성장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생이 싹 가신다고 했다. 이 센터는 국내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회가 지난 93년 10월 문을 열었다. 손씨는 그때부터 줄곧 센터를 맡고 있다. ●안정된 생활 대신 중국행 결심 손씨는 지난 87년 명동성당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우연히 ‘제2의 인생’을 찾았다. 당시 교통부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는 “현지 재활센터 설립과 운영을 도울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무엇에 홀린 듯’ 새 운명에 도전키로 했다. 결심을 하고서 손씨는 직장생활 틈틈이 운전, 컴퓨터에서부터 중국어, 유아교육, 점자교육, 시각장애인 보행훈련을 배웠다. 93년 9월 어머니(76)의 만류를 뿌리치고 직장도 버린 채 중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생면부지의 중국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영하 35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에서 더운물은 커녕 찬물조차 하루 세차례 1시간씩만 나오는 악조건과 부딪혀야 했다. 연료사정도 시원치 않아 무거운 LPG통을 직접 나르기도 했다. ●영하 35도 혹한에서 고군분투 한해 평균 20명 안팎의 20∼40대 동포 시각장애인에게 점자와 기초 보행훈련은 물론 약리학, 침구학, 안마학, 중의진단학 등 17개 전문과정을 가르치고 있다.3년간 1500시간의 커리큘럼에 학비는 전액 면제다. 옌볜대학 의학원 등의 동포 교수진 11명이 소액의 수고비만 받고 강의를 맡아주고 있다. 옌볜대학 부속병원에서 6개월간 안마·침구 실습까지 마치면 중급 안마사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재활센터에서 3년 과정을 마친 44명 전원이 안마진료소를 열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내실있는 교육 때문이었다. 그는 “못쓰는 컴퓨터 등 한국에서 하찮게 버려지는 물건이라도 옌볜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면서 “민간 기관과 일반인들이 동포 장애인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후원(하상복지회 02-451-6000)을 당부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진인왕, 한국판 전륜성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진인왕, 한국판 전륜성왕?

    요즘은 ‘우담발라’가 꽤 자주 피는 것 같다. 연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도 충북 단양군청과 충남 논산 성불사에 우담발라가 피었다고 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법화경’에 보면 우담발라는 부처나 전륜성왕(轉輪聖王) 같은 성인이 출현할 때만 핀다고 한다.3000년에 겨우 한 번 필까 말까 한다는데 생물학자들은 그것이 실상 풀잠자리알 또는 곰팡이에 불과하단다. 어쨌든 우담발라가 피어 있는 성불사의 금륜 스님은 상서로운 징조라며 “을유년에는 평화와 번영, 남북통일을 기원하고 싶다.”고 했다. 우담발라. 작디 작은 몇십 송이 꽃인가, 곰팡이에 스님은 참 크고 묵직한 기원을 매달았다. 그런데 나는 우담발라가 피면 등장한다는 전륜성왕과 ‘정감록’의 진인왕 사이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한다. 전륜성왕은 부처의 세속적 모습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불경을 결집한 아소카 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불심이 깊고 태평성대를 실현할 왕이 바로 전륜성왕인데 민중은 진인왕에게 바로 그런 역할을 기대했다. 정감록의 진인은 무엇보다 현실의 고난을 헤쳐 간 민중의 꿈을 형상화시킬 의무를 졌다. 진인왕은 조선왕조의 기득권층인 양반을 벌주고 신분구조를 뒤엎으며, 서구열강과 그들의 종교를 물리치고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할 민중의 구세주였다. ●진인은 못된 양반을 생지옥으로 1785년 정조 9년 또 한 차례 정감록 사건이 터졌다. 주모자들은 나라가 셋으로 쪼개진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유씨, 장씨, 김씨가 삼국의 왕이 된다고 했다. 그 뒤 나라를 통일할 진인(眞人)은 제주 700개 섬 가운데 어딘가 숨어 때를 기다린다고 했다. 사건의 주모자들은 그 진인이 마음대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고 하면서 이미 서씨와 정씨 두 사람이 진인의 명에 따라 사람들의 허물을 낱낱이 기록한 일종의 ‘선악적(善惡籍)’을 작성중이라고 했다. 18세기말 민중이 진인의 출현에 걸었던 기대가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되는 게 그 ‘선악적’이란 장부다. 딱히 양반의 허물만 기록한다고 명기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평민을 못살게 구는 양반들의 악행을 기록하는 데 그 중점이 있다고들 여겼을 것이다. 진인은 민중의 구세주였기 때문이다. 나라가 바뀌어도 무식한 아랫사람들로서야 당장 무슨 벼슬을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저 양반놈들 망하는 꼴 좀 보자.’는 것이 그들의 희망이었다. 현실은 물론 정반대였다. 여러 지방에서 양반들은 동약(洞約)이나 향약을 실시해 장부를 비치해두고 말 안 듣는 하층민들을 기록해 뒀다가 벌을 줬다. 윗사람을 몰라본다, 불효한다, 형제간에 불화한다는 등의 죄명이 양반들의 ‘선악적’에 기록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인이 민중의 편에서 선악 장부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은 진인의 인기를 더욱 높였을 법하다. 통상적으론 양반 편에서 작성하는 것인데, 양반을 벌줄 수 있는 선악적이라니 얼마나 통쾌하랴. 진인의 상벌은 현세에서 시행된다는 점도 민중으로선 무척 달가운 일이었다. 자기들은 별다른 죄도 없이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약자들을 괴롭히며 놀고먹는 양반, 놀부 같은 그들이 밉고 싫었을 것이다. 민중은 자기들 눈앞에서 그런 못된 양반들이 생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민중들은 지옥이란 말을 꺼낼 때마다 자연스레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옥(범어 나라카·Naraka)은 사후세계란 뜻인데 그 참혹한 광경은 ‘목련경’에 자세하다. 석가모니의 큰 제자 목련존자의 지옥방문 이야기는 민간에 널리 알려졌다. 문맹인 사람들도 지옥도란 종교화를 통해서 지옥의 모습을 잘 알고 있었다. 불교의 지옥은 종류도 많아서 각기 8대 열지옥(뜨거운 지옥)과 한지옥(추운 지옥)이 있고, 그 아래 또 32개 소지옥이 있다고 한다. 진인은 선악 장부에 기록된 악인을 문자 그대로 생지옥에 보낼 것이 분명했다. ●푸른 옷(靑衣)은 천주교 신부요, 서구열강이다 진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또 있었다. 어찌 보면 좀 뜬금없는 소리 같기도 한데, 진인은 서양 종교인 천주교도 퇴치해야만 했고 서구열강도 물리쳐야 했다. 물론 이런 기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말까지 서서히 무르익어 갔다. 북경에 파견된 조선의 사신일행이 거기 와 있던 예수회 신부를 알게 된 것은 이미 17세기부터였으나 천주교가 국내에 유입되어 본격적인 신앙운동이 벌어진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 조정은 잔뜩 긴장하여 천주교를 엄금하였지만 그 세력은 제법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1801년 신유박해를 비롯,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하층민들의 일부는 천주교의 문을 두드렸지만 천주교를 이단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조정의 ‘계몽’도 한몫했지만 천주교에서 조상의 제사를 금지한다는 게 그들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천주교에 대한 민중의 반발과 두려움은 정감록에도 감지된다.1923년판 정감록의 일부인 ‘무학비결(無學秘訣)’에서 푸른 옷이 남쪽에서 쳐들어오는데 ‘스님 같되 스님은 아니라’고 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여태 한반도엔 없었던 새로운 부류의 성직자 즉, 신부들이 침략자란 것이다.‘푸른 옷’은 본래 좀더 먼저 쓰인 ‘도선비결(道詵秘訣)’에서만 하더라도 미지의 외부인으로 해석될 뿐이었다.‘푸른 옷을 입고 남쪽에서 오니 오랑캐도 아니요, 왜적도 아니다.’라고 했다. 하필 왜 푸른 옷인지를 누구도 설명할 수 없다가 천주교의 국내 활동이 심각성을 띠게 되자 푸른 옷은 어느덧 서양신부로 비화됐다. 19세기 초에는 서양 함대의 파병을 요청하는 천주교 신자 황사영의 편지가 발각되어 여론이 비등했다. 연달아 천주교박해사건이 터졌으며 국내에 잠입한 프랑스 신부도 처형되었다.19세기 중반에는 그 여파로 프랑스 함대가 공격했고 설상가상 통상문제로 미국함대도 쳐들어 왔다. 그러자 이제는 서구열강 자체가 침략의 장본인으로 부상했다. 이런 변화를 기록한 것이 역시 정감록의 일부인 ‘토정가장결(土亭家藏訣)’이다.‘푸른 옷과 흰 옷이 서쪽, 남쪽에서 동시에 침략한다. 이때 정씨가 바다 섬에서 군사를 이끌고 나온다.’ 역사란 아이러니요, 거기서 나는 또 정감록이 갖는 현실 적응력을 본다. 서양선박의 출몰을 계기로 17세기 후반에 해도진인설이 등장했었는데(연재3호 참고),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19세기 말엔 거꾸로 해도진인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서양함대요, 서양신부였으니 말이다. ●동학의 최제우 새 세상 구현할 진인으로 1859년 최제우는 서학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동학’이란 이름의 새 종교를 만들었다. 그 뒤 1894년 동학은 서양과 일본을 물리치고 탐관오리를 내쫓아 백성을 구하겠다며 갑오동학농민운동을 벌였다. 한 마디로 동학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내부의 지배층만이 아니라 외세란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 바탕 위에 동학은 새 세상을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그것이 이른바 ‘후천개벽’이다. 최제우의 제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에게서 진인의 모습을 찾으려고 했다. 그들에게 최제우란 존재는 새 세상을 구현할 초인이었다. 진인은 서양세력의 위협에서 민중을 구해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새 질서를 가져다줄 구세주였다. 그러나 모든 일을 진인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방씨, 두씨 및 곽씨 성을 가진 3장군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각각의 성씨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들의 활약상이 ‘토정가장결’에 나와 있다. “곽장군이 요동의 군사를 이끌고 방씨, 두씨 장수와 함께 왜적과 서남 오랑캐를 무찌른다. 청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돕는다. 정씨를 돕고 이씨를 공격한다. 그러면 이씨는 제주로 들어갈 것이나 4∼5년간의 운수에 지나지 않는다.” ●진인은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한다 두어 줄밖에 안 되지만 숨가쁜 격변, 그것도 국제적인 변화를 예언한다. 하층민중이 국제정세에 민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그들 나름의 생각이 없지 않았을 것은 물론이다. 특히 주목되는 구절은 일본과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이어서 조선의 이씨왕조를 무너뜨린다고 한 점이다. 먼저 외부에서 제기된 문제를 극복하고 그런 다음 비로소 내부문제에 착수한다고 한 점이 인상적이다. 다 아는 대로 일·청 두 나라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해 한국을 괴롭힌 장본인으로 수백 년이 지난 뒤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했다. 더욱이 두 나라는 19세기말 한국에 진출, 내정을 간섭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주었다. 그런 까닭에 대다수 민중은 진인이 나타나 그들 두 나라도 없애버리기를 바랐던 것이다. 특히 일본의 멸망에 대한 기대가 커, 일본 정벌론까지 등장하게 된다. 정감록의 한 파트인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엔 호랑이해부터 뱀해 사이 진인이 일본을 쳐서 항복을 받는다고 했다. 호랑이는 섬나라 일본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의 왕이며 뱀은 용과 더불어 성인, 또는 왕을 상징한다. 구한말 한반도 지도를 그릴 때도 한국 사람들은 이를 호랑이로 인식했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이 포항과 장기 앞바다에 등대를 설치한 것에 원한을 품기도 했다. 그곳은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데 등대가 세워지면 호랑이 꼬리에 불을 지른 셈이라는 것이다. 호랑이를 죽이려는 계략이라며 등대를 당장 허물라고 했다. 웃고 넘어갈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막강한 일본을 이기려면 그런 주술에라도 호소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예언서에 언급된 일본정복설은 허망한 소망에 불과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은 해가 갈수록 더 많은 한국산 미곡을 수입했고, 값싼 면직물을 한국으로 대량 수출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민중은 전례 없는 쌀 부족에 시달렸다. 값싸고 품질 좋은 수입산 면직물을 당해낼 길 없어 일반 농가의 면포(綿布) 생산은 위축돼 갔다.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른 뒤 한국을 집어삼키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예언서에는 그런 역사적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했던 민중의 열망이 표현돼 있다. ●진인왕과 보양법, 밀교 그야말로 초인적인 업적을 이룰 진인왕에 관해 정감록의 일부인 ‘동차결’은 이렇게 점치고 있다.‘태조의 성은 정(鄭), 이름은 홍도(紅桃), 자는 정문(正文), 무오생이다. 섬 가운데 평실에서 나와 계룡산에 건국한다.’ 정진인의 이름 ‘홍도’(붉은 복숭아)는 도교적이다. 복숭아는 수명과 성적 능력을 상징한다. 특히 그 빛이 붉다면 복숭아 중에서도 일품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름은 ‘정문’, 문(文)을 바로잡는다고 돼 있다. 통치 질서와 윤리도덕을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말하자면 진인은 유교적 덕성을 겸비한 존재다. 무오생이라 함도 의미가 있다.10간의 5번째인 ‘무(戊)’와 12지의 7번째인 ‘오(午)’는 각기 중간의 홀수, 즉 중양(重陽)이다. 진시황의 생일도 단오 또는 중양이었다. 이런 남성은 불세출의 영웅이라 한다. 진인왕은 도교적 성격이 강한 만큼 도교서적에 나오는 진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도교에선 양기, 성적 능력을 극대화시키면 절로 진인이 된다고 본다. 그것이 양생법이다. 불교의 분파인 밀교에도 거의 똑같은 가르침이 있다. 당나라 때 도사 손사막이 지은 ‘방중보익(房中補益)’을 보면, 정액을 잃지 않고 93명의 여성과 성교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했다. 몸에 내재한 이성성(二性性)을 살리게 돼 진인이 된다는 말이다. 허무맹랑한 얘기 같지만 밀교는 물론 힌두교에서도 다 그렇게 봤다. 정액을 몸 밖으로 쏟아내지 않고 변화시켜 뇌로 보낼 수만 있다면 열반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유사종교의 지도자들은 이를 빙자해 간음 사건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그들로서는 진인 될 수행을 했다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1937년엔 백백교 사건이 발생했는데 교주 전해룡은 간음과 범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무려 350명의 남녀신도를 살해했다고 한다. ●진인왕이 다스릴 새 세상 진인왕이 다스릴 새 세상의 특징을 ‘동차결’은 이렇게 적어놓았다.‘여러 대를 두고 내려오던 양반은 상사람이 되며, 상사람은 오히려 양반이 된다. 부처를 섬기는 사람들 가운데서 인재를 뽑아 쓴다.’ 짧은 내용이지만 정감록을 믿던 민중에겐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목이다. 진인왕이 평등사회를 실현한다고 볼 순 없지만, 조선사회의 신분질서를 뒤엎고자 한 민중의 의지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상사람이 양반되고 양반이 상사람 된다고 하였으니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진인왕은 유불선 삼교합일의 바탕 위에 존재하지만 그 본질은 불교적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재를 불교에서 구할 리가 없지 않은가. 또한 여기서 나는 조선후기 민중이 성리학적 지배 이념에 반발해 불교에서 대안을 찾고 있었음을 본다. 조선말의 혁명가 김옥균도 불교신자였으며, 이동인과 같은 개화승려도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어떤 사람들은 불교를 융성시킬 진인왕은 전륜성왕이라고 생각한다. 불교 경전에 보이는 전륜성왕은 모두 4명이다. 공교롭게도 예언서에서 진인왕에게 왕업을 도울 세 아들이 있다고 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신라의 진평왕도 아들의 이름을 동륜, 금륜 등으로 불렀다. 그 역시 스스로를 전륜성왕으로 봤다는 증거다. 전륜성왕 가운데 첫 왕은 철륜왕인데 진인왕이 그에 해당한다. 그 뒤를 이어 동륜왕·은륜왕·금륜왕이 차례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다. 불교신자로서 정감록을 믿는 사람들은 진인왕의 협력자인 세 아들에게도 당연히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 전륜성왕이 출현할 때 우담발라가 핀다고 했다. 서두에서 말했듯 이미 우담바라는 피었다. 과연 전륜성왕은 오는 것일까. 전륜성왕이 가진 7개의 보물 중 하나인 거사보(居士寶)는 고아, 노인, 병자 등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을 모두 구원하는 능력이 있다. 더러 전륜성왕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예언서 속의 진인왕은 서양열강, 중국, 일본을 평정하고 동아시아에 새 질서를 구축한다고 했다. 정감록은 당대 민중의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대안이었다. 그 예언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했느냐는 별개 문제다. 대안이란 점에서 정감록은 예언서로서 생명력을 오래도록 유지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모르몬교 선교 50주년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모르몬교)가 올해 한국 선교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말일성도예수교는 7월 말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회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가운데 대규모 축하공연과 특별예배모임을 갖는다. 이 행사에는 국내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역대 외국인 선교사 약 5000명이 초청된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상공회의소장,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 부의장, 방송인 로버트 할리 등이 한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했던 대표적 인물들이다.5월에는 말일성도예수교가 운영하는 미국 브링엄 영 대학의 세계적인 공연팀이 방한해 서울과 대구, 전주에서 공연을 펼치고 수익금은 모두 국내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한다. 헌혈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선다.2월 중순 1000여명의 성도가 참여하는 가운데 대한적십자사와 공동으로 대대적인 헌혈 행사를 벌인다. 성경과 더불어 교회의 주요 경전으로 쓰이는 모르몬경에 대한 새로운 한글 번역서도 펴낼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말일성도예수교는 2차세계대전 직후 미군 주둔기에 한국 학생들이 말일성도 군인들의 교회 모임에 참여하면서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1951년에는 전 문교부 차관 김호직 장로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말일성도예수교에 입교했다. 말일성도예수교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1955년. 그해 8월 당시 십이사도 정원회 회장이었던 조지프 필딩 스미스 장로가 방한, 헌납기도를 통해 한국을 복음 선포 지역으로 헌납했고 같은 날 북극동 선교부 산하에 한국 지방부가 조직돼 김호직 장로가 초대 지방부장으로 부임한 것. 이후 한국 내에서 말일성도예수교는 꾸준히 성장, 현재 150여개의 교회와 8만여명의 성도를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160개국에 1200여만명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다. 본부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다. 올해는 또 말일성도예수교를 창립한 초대 예언자 조지프 스미스(1805∼44)가 태어난 지 200년이 되는 해로, 이와 관련한 행사도 다채롭게 열릴 예정이다. 말일성도예수교 한국대표인 고원용 장로는 “직업적인 성직자 없이 운영되고 무엇보다 가족을 중요시하는 것이 특징인 말일성도예수교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종교”라며 “한국 선교 50주년을 맞아 더욱 그리스도의 사랑 정신에 충실하고, 복음도 널리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황장석기자의 아시아 창] 아체 이재민과 이슬람 ‘할랄’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교위원회가 지난 12일 매우 이례적인 발표를 했다. 아미단 종교위원장은 이날 “쓰나미(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아체주(州) 이슬람교도들은 외국 구호단체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존경받는 성직자인 그가 굶주림과 싸우는 아체주민들을 상대로 이런 한가한(?) 발표를 한 것은 바로 ‘할랄(Halal)’ 때문이었다. 아랍어로 할랄은 ‘합법적(lawful)’이란 뜻이다. 다시 말해 이슬람에서 ‘합법적으로 먹어도 된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생선과 우유, 야채, 과일, 곡식 등은 그 자체가 할랄인 반면 닭고기와 양고기, 쇠고기 등 육류는 이슬람에서 정한 의식에 따라 도축해야만 할랄로 인정된다. 다만 돼지고기는 어떤 경우에도 금지한다. 문제는 이번 쓰나미 피해지역 가운데 최악의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아체주 이재민들에게 지급되는 구호 물품에 포함된 육류의 경우 할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 더구나 아체주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슬람 교리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인도네시아는 정치와 종교가 통합된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달리 정·교 분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아체는 정·교 일치의 이슬람왕국을 추구해온 지역이다.1947년 인도네시아에 편입된 뒤 독립투쟁을 벌여온 아체는 15세기 무렵 그같은 이슬람제국을 건설한 역사도 있다. 이 때문에 “구호 물품은 일정 기간 할랄로 볼 수 있다.”는 종교위원회의 발표는 피치 못할 여건에서 구호 식량을 먹을 수밖에 없는 아체 주민을 위해 융통성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언론을 통해 종종 과격한 종교로 오도돼 온 이슬람은 사실 관용과 융통성을 중시하는 종교이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다섯가지 종교의무 중 하나인 금식(禁食)만 해도, 라마단(이슬람력의 9월로 금식과 절제를 실천하는 기간) 한달 동안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음식을 금지하나 임신부, 산모, 노약자 등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surono@seoul.co.kr
  • [부고]

    ●원불교 양도신 종사 열반 원불교 양도신(본명 소숙·법호 훈타원) 종사가 12일 오전 9시 15분 원불교 중앙여자원로수도원에서 노환으로 열반했다. 세수 87세, 법랍 69세. 고인은 남원교당을 시작으로 경남교당, 종로교당 교무 등을 거쳐 동산훈련원장을 지냈다.1988년에는 일평생을 교단에 헌신한 공로로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나 그에 준하는 법위를 갖춘 성직자에게 부여하는 종사위 법훈을 서훈받았다. 발인은 14일 오후 1시30분 전북 익산 원불교 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열린다.(063)850-3344. ●김소영(대한항공 PUSBF)씨 부친상 김성모(국민은행 검사운영팀)씨 빙부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30분 (02)3010-2254 ●이중성(전 효성 부사장)두성(캐나다 거주)씨 부친상 11일 울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52)259-5242 ●이병선(제주그랜드호텔 부사장)씨 모친상 11일 서울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9시 (02)2072-2022 ●김명(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장)씨 모친상 11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3일 오전 10시 (02)361-8441 ●이근수(수원시의회 의원)씨 별세 12일 수원 연화장장례식장, 발인 14일 오전 8시40분 (031)217-7112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씨 부친상 이성휘(대림산업 강남현장소장)씨 빙부상 12일 부산 영락공원, 발인 15일 오전 8시 (051)508-9000 ●김규옥(전 안동시 교육장)씨 별세 직현(축협동우회 사무국장)기현(전 한국카프로락탐 이사)관현(한국에너지연구소 연구원)씨 부친상 권중창(전 동광 전무이사)이상훈(씨앤드씨 회장)박인근(대한전기협회 기획실장)이해진(청원고 교사)씨 빙부상 12일 서울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 (02)2072-2016
  • [Doctor & Disease]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경환교수

    [Doctor & Disease]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경환교수

    “성직자, 법률가와 더불어 의료인은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전문직 종사자들로, 이들은 엄정한 법의식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타인이 이 분야에 간섭하기 어려워 이들이 엄정한 법의식과 윤리의식을 갖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들도 이들에게는 더 엄격한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국내 첫 법조인 출신 의대교수 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경환(48) 교수. 그는 보건학 박사로 의대에 몸담고 있지만 또한 올곧은 변호사로 명망을 얻은 법률가이기도 하다. 사법시험(27회)에 합격해 줄곧 변호사로 활동해 오다 2000년 이 대학 외래교수로 발을 디딘 게 ‘빌미’가 돼 법조인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의대 교수가 된 그다. 그런가 하면 신년 벽두, 이 대학 의대 예비졸업생들은 ‘존경’과 ‘신뢰’의 의미가 담긴 ‘올해의 교수상(像)’ 수상자 2명 중 한 명으로 이론없이 그를 지명했다. 그를 만나 의료인의 윤리의식과 법의식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먼저, 우리 의료인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료 발전과 국민건강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을 전제로, 이들의 윤리의식을 평가해 달라. -비교적 윤리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과잉진료나 진료비 과다청구 같은 물의가 없지 않았고, 이게 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의도성이 개입된 경우가 많다고는 보지 않는다. 또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미처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료인들도 더욱 엄정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며, 결코 영리나 개인 또는 집단의 이해에 매몰되서는 안 된다. 그런 욕심과 유혹에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진정한 의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물신적 행태가 지나친 ‘양심없는 의료인’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의료 불신을 낳기도 하는데…. -어느 집단이건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류가 있다. 그러나 의료인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욕심이 지나친 면이 있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 법조인이지만 법조인을 대하는 국민의 불신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변호사 수임계약 때의 사례약정을 두고도 ‘별로 일 안하고 돈 많이 받는 불평등계약’이라고 하지 않나. 거기에 비하면 의료인은 나은 편이다. 그러나 불신의 요소가 적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는 생명·신체와 관련이 있고 이는 바로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의료분쟁때 13%만이 조정위 중재 동의 이 박사는 법조계에서의 경험을 근거로 이런 고언도 내놨다.“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가 응급 상황일 때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재판과 연결돼 진단서나 감정서, 사실조회를 할 때면 미묘하게 입장이 바뀌기도 하고, 또 윤리성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봐왔습니다. 이성으로 말해야 하는 의사가 이성 대신 본능에 이끌리는 경우일 겁니다. 최근 의료분쟁과 관련된 판결을 보면 법원이 의사들의 감정을 덜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전적으로 의료인들이 자초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환경분쟁의 경우 조정위의 중재안에 이해당사자 80%가 동의하는 반면 의료분쟁은 고작 13%가 동의할 뿐입니다. 이게 무엇을 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점이 국민들이 걱정하는 ‘의료인들의 집단이기주의’이기도 할 텐데, 이런 관점에서 의료인들이 가진 문제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료인들은 가끔 자신들이 가진 전문지식이나 관행이 사회적으로 일반성을 가졌다고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보라매병원’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의료계의 관행은 더러 생명과 관련한 한계상황을 가정하기도 해 그걸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 아닌가. 이 문제는 결국 윤리적·법적 소양의 문제로, 의대에서부터 교육을 통해 함양해야 할 것이다. 윤리성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의료인들이 가져야 하는 법적 소양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법은 정신이고 흐름이다. 법적 문제와 관련, 간혹 의료인들이 법조문만을 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법의 취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크게 봐 의료인들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개선과 발전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만 해대면 결국 불법, 불합리가 되풀이될 뿐이다. 의료인들의 일반적인 법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 중에도 남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거나 주변의 조언에 귀를 닫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울타리가 높고 폐쇄적이다. 의료인들의 일반적인 법의식만 봐도 그렇다. 특정 의료인의 과실에 대해 의사단체 등에서 직접 이를 검증, 판정하곤 하는데, 이게 사회적 공감을 못얻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집단적인 이해가 작용했다는 불신 때문이다. ●예비졸업생들이 뽑은 ‘올해의 교수’에 ▶의료인들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특히 ‘현실’과 ‘이상’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의료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가. -10대 청소년이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은 경우가 아마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결국 범법 여부를 떠나 의사가 양심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 아니겠는가. 수술을 하면 생명을 유린하고 법을 어기게 되는 반면, 놔두면 미혼모와 양육되지 못할 생명이 태어나게 된다. 결국 상황윤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의료분쟁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여긴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들려 달라. -법적 시각에서 봤을 때,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일반적 소송원리 즉, 환자에 대한 설명과실이나 입증책임 부분에서는 의사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판결에 결정적인 증거의 대부분을 의사들이 독점적으로 가져 일반인들이 이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예컨대 법원이 의사단체에 특정 의료행위나 그 과정에 대해 감정이나 사실 조회를 요구할 때도 많은 경우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답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집단이해 작용” 의료과실 불신 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게 옳겠는가. -의료분쟁의 옳은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인들이 사회적 정당성과 윤리의식을 갖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교단에서 느끼는 젊은 의대생들의 윤리의식과 소양은 어떤가. -세태가 그래선지 안타깝게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식 습득이나 사는 일에는 관심이 많은데, 의료인이 갖춰야 할 소명의식이나 봉사, 희생같은 개념에는 관심이 적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선양이 절실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 박사는 “얘기를 하다 보니 의료인들의 문제만 들춘 것 같다.”며 “우리 주변의 대다수 의료인들이 보여준 숭고한 자기 희생과 의학발전을 위한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이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의사들은 아직도 소위 ‘잘 나가는 부류’이고, 그들은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들입니다. 그런 만큼 사회적 책임의 중량도 무겁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의료인들에게 요구하는 윤리의식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모든 의료인들이 이해했으면 합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이경환 박사 ▲서울대법대▲제27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17기 수료(변호사)▲연세대보건대학원(박사)▲독립기념관 고문변호사▲단국대 부속병원(천안) 고문변호사▲천안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대한변협 환경위원회 위원▲대한의협 중앙윤리위 교육분과 위원.
  • 테러 공포… 우울한 성탄전야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세계 각국은 무장조직의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우울한 성탄절을 맞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성탄 전야 자정 미사를 집전하고 10여개국 언어로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베들레헴 구유광장의 캐서린 성당에서도 성탄 전야 미사가 열렸다. ●미국 국무부는 23일 테러 조직들이 쿠웨이트에서 공격을 감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쿠웨이트 거주 미국인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서양인들이 운집하는 장소를 피할 것을 권고했다. ●팔레스타인 봉기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요르단강 서안을 찾는 관광객이 92%나 감소, 성탄절을 앞둔 베들레헴의 숙박업소들이 거의 비어 있다고 유엔 보고서가 23일 밝혔다. 베들레헴 교회 성직자들은 “이미 많은 기독교인들이 베들레헴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군과 관광부는 베들레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성탄 축하 메시지와 사탕을 보냈다. 또 이스라엘의 허가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주요 인사로는 4년 만에 마흐무드 압바스 PLO의장이 이날 베들레헴을 방문했다. ●이라크에서는 저항세력의 공격 우려로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돼 성탄 전야 행사가 취소되는 등 성탄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이라크 기독교인들은 성탄절 오전에도 교회가 공격목표가 될 것을 우려해 거의 교회를 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라크 주둔 미군의 팔루자 공격 때 전사한 미군 유가족들은 이라크 피난민들을 위해 9·11 희생자 유족 등과 함께 인터넷으로 모금한 10만달러와 다른 인도주의단체들이 기부한 50만달러어치의 의약품을 갖고 26일 요르단을 방문, 전달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근 수년간 성탄 전야 때마다 교회를 겨냥한 폭탄테러 사건이 일어나 예배 참석을 기피하는 기독교도들이 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테러에 대한 우려로 일부 교회들은 성탄 전야 예배를 호텔이나 쇼핑몰, 사무실에서 올렸다. ●온두라스 북부의 도시 차멜레콘에서는 무장괴한이 버스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한 28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형제도 반대론자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시민들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즐겨야 한다. 내년에는 더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적힌 유인물을 뿌렸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에서는 경제 급성장으로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성탄절 분위기가 고소비 위주로 달아오르고 있다. 베이징의 호텔들은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등으로 분위기를 돋우면서 한끼에 1인당 2000위안(약 30만원)대의 만찬 이벤트 상품을 마련,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홍콩의 문회보(文匯報)가 24일 보도했다. 베이징 톈륜왕차오판뎬(天倫王朝飯店)의 성탄절 만찬은 일반권이 1988위안, 귀빈권이 2588위안의 고가인데도 1000여장이 이미 며칠 전 매진됐다. 김균미기자 외신 kmkim@seoul.co.kr
  • 이라크총선 본격 선거전 돌입

    |바그다드 외신|이라크가 제헌의원 275명을 뽑는 선거전에 돌입했다. 이라크내 230여개 정파는 15일(현지시간) 83개 정당 및 연합체를 구성, 내년 1월30일 치러질 총선을 위해 중앙선관위원회에 6400여명의 후보등록을 마쳤다. 최대 정파인 시아파를 비롯해 수니파 일부와 쿠르드족이 참여했다. 이라크에서 각계를 망라한 다수의 정당들이 참여, 총선을 치르기는 처음이다. 이라크 전역을 단일 선거구로 해 정당별 득표율로 의석 수를 나눈다. 의원들 가운데 대통령과 부통령 2명, 국방 등 실질적 권한을 갖는 총리를 뽑는다. 제헌의회는 내년 8월15일까지 헌법을 제정,10월15일까지 국민투표에 부친다. 통과되면 새 헌법에 따라 12월15일이전에 총선을 실시하고 연말까지 합법 정부를 구성한다.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12월15일까지 제헌의회를 위한 총선을 다시 치르고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과정을 반복한다. 가장 유력한 정당으로는 시아파 최고성직자 아야툴라 알 시스타니가 이끄는 ‘유나이티드 이라크 연합(UIA)’. 시아파 최대단체인 이라크 이슬람혁명 최고위원회(SCIRI)와 이슬람다와당, 이라크국민회의(INC) 등이 참여해 228명의 후보자를 냈다.SCIRI 의장이자 과도통치위원인 압델 아지즈 알 하킴이 공천 1순위, 아흐마드 찰라비 INC의장과 이브라힘 알 자파리 다와당 대표가 상위 순번에 포진했다. 시아파가 국민의 65%를 차지, 하킴이 차기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민족화합당에다 부족 지도자 및 무소속 후보를 합쳐 240명의 공천자 명단을 제출했다. 선거 연기를 주장했던 수니파에서는 원로 정치인 아드난 파차치가 ‘독립민주모임(IDG)’을 구성,70명의 후보를 냈다. 수니파 계열인 이라크이슬람당과 국민민주당도 선거에 참여했다. 쿠르드족의 양대 세력인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은 쿠르드 연맹을 구성,165명의 후보를 냈다. 쿠르드족은 인구의 10∼15%를 차지, 시아파에 이어 두번째 정파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부시 3대 외교목표 천명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 방문 중인 2일 핼리팩스에서 폴 마틴 캐나다 총리와 공동연설을 통해 다자간 협조체제 구축, 반테러전, 중동지역 민주주의 확대를 집권 2기의 3대 외교목표로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과 캐나다가 국제사회에서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3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첫번째 목표는 다자간 체제구축과 이를 통한 안보유지 및 자유의 전파라면서 국제사회가 이란과 북한의 위협에 맞서 공조해야 한다고 협력을 촉구했다. 다자간 체제 구축이 언급된 것은 부시 2기 행정부가 일단 무력보다는 외교, 그리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도 “핵무기와 에이즈 확산을 막고 빈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며 다자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1기 집권기간 얻었던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외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이 밝힌 두번째 목표는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해 국제 테러를 분쇄하는 것이다. 그는 9·11 테러의 예를 들면서 방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은밀하게 테러를 계획하는 자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선제공격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번째 목표로 “중동지역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확산시킴으로써 안보를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동이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고 테러리스트들을 보호하는 독재자들과 이슬람 극단주의 성직자들의 지배하에 놓여 있어 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중동지역의 개혁론자들과 민주주의자들을 지원함으로써 대테러전의 동맹을 얻고 살인자들을 고립시킬 수 있으며 테러의 원천이 되는 절망과 무기력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의 민주화와 개혁, 법치의 완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awn@seoul.co.kr
  • [녹색공간] 환경비상시국회의/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많은 이들이 또 밥을 먹지 않고 있다. 단식이란 무릇 목숨에게 있어 가장 절체절명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삶의 모든 근원이 먹고 사는 일에 있음으로, 그 먹고 사는 일을 포기하여 생명을 담보로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는 가장 삼엄한 항의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는 환경문제에 따른 참으로 많은 이들의 단식이 있었다. 지리산 댐건설을 반대하는 세 분 실상사 스님들의 단식,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지율스님의 수차례 단식, 보길도 댐 증축에 맞선 강제윤 시인의 단식, 원흥이 두꺼비 서식지 보호를 위한 성직자들의 단식 등등…. 우리는 그때마다 20일,30일,40일, 날짜를 꼽아가며 시나브로 졸아드는 고귀한 생명의 외침을 안타깝게 지켜보곤 했었다. 일이 반드시 그리되어야만 한다고 동지적 애정을 건네는 이들마저도 제발 밥만은 먹으면서 싸우자고 그때마다 애간장을 졸이면서 말이다. 한데, 그래도 밥은 먹으면서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가자던 바로 그 환경운동 일선의 중진 활동가들이 이번에는 스스로 단식을 선언하고 광화문 앞 차디찬 공원 바닥에 나앉아 바투 농성 중이다. 거기에 붙인 이름,‘환경비상시국회의’도 짐짓 심상찮다. 선언문에는,“최근 참여정부의 환경 규제 완화와 각종 개발 정책의 발표로 말미암아 한국의 환경은 비상 상황에 접어들었으며, 수십 년간 무분별한 개발정책에 대항하여 온몸으로 환경을 지켜온 사람들로서 엄숙한 마음으로 환경비상상황을 선포한다.”고 했다. 관리지역내의 공장설립 면적 제한 폐지, 수도권 안의 공장 신·증설 허용, 전국에 골프장 230개 추가건설 및 대폭적인 규제 완화, 토지수용권과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기업도시 특별법 제정추진, 경유상용차 배출가스 기준 유예조치 등등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각종 개발정책에는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흔적이라고는 아예 눈을 씻고 찾아도 전무하다. 게다가, 부안사태로 불거진 핵 폐기장 문제나 새만금 간척사업, 경부고속철도와 경인운하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등구조만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쯤 되고 보면, 가히 환경비상시국이라는 말이 옳을 성싶다. 세계적으로 이제 환경문제는 모든 개발과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추세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만 이렇듯 모든 정책에서 유독 환경문제가 후퇴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는 그 이유로 당장의 경기 침체를 내세우는 모양이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도외시한 몇몇 단기경제 부양책으로 경제가 회복되거나 튼실해질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어려운 경제여건에 떠밀려 환경문제를 포기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안팎으로 닥쳐올 엄청난 재앙이나 손실과 만나게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일찍이 소속과 분야를 초월한 모든 환경운동가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환경비상시국을 선포한 경우는 이전에 없었던 일이다. 본래 활동가란 일선 현장을 부리나케 쫓아다니며 업무에 전념하는 존재들이다. 나라 방방곡곡의 중심 환경활동가들이 모두 활동을 중단한 채 단식농성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이미 매우 촉급한 지경이 틀림없다.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지는 겨울의 들목, 저 차디찬 공원바닥에 모여 밥을 굶으며 전하는 말씀들이 무언지 정부는 진지하게 귀를 곧추세울 때이다. 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
  • ‘아라파트 마지막 길’ 애도…69개국 조문사절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2일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자치정부 청사 구내 묘지에 안장됐다. 아라파트의 유해를 담은 관은 이날 카이로에서 이집트군 수송기로 알아리쉬로 이송된 뒤 헬리콥터로 라말라에 도착했다. 수많은 팔레스타인 군중이 아라파트에 마지막 애도를 표하기 위해 관 주위로 몰려들면서 25분여 운구행렬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등 극도의 혼란을 빚자 경찰은 공포를 쏘며 길을 열었다. 파리의 페르시 군병원으로 아라파트를 방문했던 타이시르 알 타미미 종교법원 수장이 첫삽을 떠 아라파트의 관 위에 흙을 덮었다. 안장식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은 아라파트의 명복을 비는 기도회를 가졌다. 앞서 카이로의 알-갈라아 군병원 내 모스크에서 치러진 장례식은 이집트 국영TV 기자들의 취재만 허용됐으며 국영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장례식장은 보안을 우려, 검은 제복을 입은 수천명의 경찰들로 철저히 봉쇄됐으며 주변 건물의 창은 모두 셔터가 내려졌다. 카이로 시내의 모든 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시민들도 TV 앞에 모여 앉아 카이로 시내는 텅 비었다. 장례식은 예정보다 1시간 이른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아라파트의 유해가 담긴 관이 6마리의 검은 말이 끄는 마차에 실려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장례식장에 마련된 임시텐트에 모여 있던 각국 정상 등 조문사절들은 일제히 기립, 아라파트의 마지막 길에 애도를 보냈다. 아라파트의 미망인 수하 여사와 9살 난 딸 자흐와도 눈물로 고인을 떠나 보냈다. 장례식을 주재한 이집트 이슬람의 최고 성직자 모하마드 사이드 탄타위는 “아라파트 수반은 용기와 정직성을 갖고 팔레스타인 지위 수호자로서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며 아라파트를 기린 뒤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4번 외쳤다. 한편 이날 장례식에는 모두 69개국의 사절이 참석, 조문외교를 펼쳤다. 장례식을 주관한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권과 이슬람권 대부분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 등 국가원수가 참석해 ‘형제국의 우애’를 과시했다. 반면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하는 미국은 중동 특사를 지낸 윌리엄 번스 국무부 차관보로 격을 낮췄다. 이스라엘은 아예 조문사절단을 보내지 않았다. 가와구치 요리코 총리 보좌관을 보낸 일본 등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을 지지한 나라들은 미국의 ‘눈치’를 살폈다. 유세진·백문일기자 yujin@seoul.co.kr
  • 미군, 팔루자 70%장악 저항세력 대대적 반격

    |팔루자·바그다드 외신|미군과 이라크군이 바그다드 서부 팔루자에 총공세를 펼친 지 사흘만인 10일 중심부를 포함해 70%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저항세력의 반격이 격렬해 이라크 개전 이후 가장 치열한 시가전이 진행되고 있다. 미군은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48시간내에 팔루자를 장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으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10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팔루자 총공세가 시작되자 지난 9일 바그다드 시내에선 공격을 승인한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의 친척 2명이 무장한 저항세력에 의해 납치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자마트 안사르 알 지하드’로 자처한 한 단체는 팔루자 공세를 중단하지 않으면 48시간 내에 2명의 인질을 참수하겠다고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밝혔다. 미군의 총공세에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던 저항세력들은 10일 오전부터 자동소총과 로켓추진수류탄발사기(RPG) 등을 동원, 미군 탱크를 상대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는 등 시내 곳곳에서 포성이 끊이지 않았다. 미군이 총공세에 돌입한 8일 밤 이후 미군 11명과 이라크군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친 사람은 미군 25명, 이라크군 16명에 이른다. 미군측은 시가전에서만 저항세력 7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계속된 폭격으로 실제 숨진 저항세력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를 포함한 저항세력 지도부가 이미 팔루자를 탈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도주한 저항세력의 지도부가 팔루자 교전이 끝나면 조직을 재규합해 팔루자에 침투,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 이들을 체포하지 못하면 미군측이 또다른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팔루자의 휴전협상을 주도했던 이슬람 수니파 성직자 단체인 ‘이라크 무슬림 성직자협회(IMCA)’는 미군의 팔루자 총공세에 항의, 이라크 국민들에게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을 거부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바그다드 시내와 북부 키르쿠크에서도 크고작은 폭발사고가 발생, 미군과 이라크군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도시인 모술에서도 무장한 저항세력들이 대거 나타나 이라크 당국이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렸다.
  • 카이로공항서 장례식 거행 라말라 팔 청사 안장키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0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후(死後)에 대비, 잇따라 회의를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아라파트가 사망했다는 발표가 없었음에도 장례식 날짜와 장소가 먼저 결정되고 그가 묻힐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는 불도저가 들어가는 등 아라파트 사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이, 유혈충돌 대비 긴급안보회의 10일 오후(현지시간) 라말라 청사에는 불도저와 땅을 파는 장비들이 동원돼 아라파트가 묻힐 장지와 애도행사를 벌써부터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도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기로 자치정부가 결정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프랑스 병원의 통보가 있기 전까지는 아라파트의 사망 발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장례절차와 관련해 다소 혼선을 빚었다. 앞서 이날 아침 파리에서 라말라 청사로 돌아온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오전 11시 총리를 지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의 주재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아흐메드 쿠레이 자치정부 총리와 나빌 샤스 외무장관, 각 분파별 대표가 참석했고 PLO 집행위원회와 파타 당 중앙위원회가 함께 열렸다. 의제는 ▲아라파트의 사망 발표 ▲향후 수반을 뽑는 선거일정 ▲카이로에서의 장례 절차 ▲후계구도 등으로 알려졌다. 합동회의가 끝난 뒤인 오후 1시부터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대중적 전선(PFLP)’ 등 분파별 모임이 이어졌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도 군 사령관들이 참석한 안보회의를 열어 아라파트의 장지 문제와 팔레스타인과의 유혈충돌에 대비한 군사대책을 논의했다. 논란을 부른 아라파트의 장지는 팔레스타인의 제안에 따라 라말라로 받아들였다. 미국도 이스라엘이 반대하지 않으면 라말라로 장지를 결정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측은 9일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아라파트의 장지 문제 등을 상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충격속 아라파트의 사망을 기정사실화 아라파트는 9일 밤 뇌출혈까지 겹쳐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정맥주사로 영양분을 공급받았다.10일 아라파트를 방문한 이슬람 성직자 타이시르 타미미는 아라파트가 살아있는 한 생명장치를 떼진 않겠지만 그의 운명은 ‘신의 손에’에 맡겨졌다고 말해 사망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파리 주재 팔레스타인 특사도 아라파트가 생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각 분파들도 아라파트의 사망이 발표되더라도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는 공격적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촉구했다.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PFLP 등은 장례식이 끝난 뒤 아라파트의 애도식이 라말라 청사에서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말라에 운집한 아라파트의 지지자들은 “그가 죽었다는 것은 충격이다.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은 끝났다.”고 애도했다. 다른 지지자들은 그의 죽음과 관계없이 “아라파트 자체가 팔레스타인”이라고 말했다. 그가 3년 가까이 연금생활을 한 라말라 청사 ‘무카타’는 팔레스타인의 성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TV는 아라파트의 삶과 50여년간의 투쟁 역정을 계속 내보냈으며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9일 밤부터 사원과 거리 곳곳에 모여 아라파트를 추모하는 기도회를 가졌다. ●조포·퍼레이드 예행연습 돌입 이집트 대통령실 대변인은 “아라파트의 장례식을 카이로 국제공항 구내에서 치르는 문제를 협의했으며 장례는 공식적인 차원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해 일반 대중의 참석은 제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집트 관영 MENA 통신은 군악대가 퍼레이드와 조포를 쏘는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아라파트의 장례식에 고위급 대신 일반 외교사절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조문절차를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나 각료급을 대표로 보낼 계획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누가 아라파트를 승계하든 미국은 새 지도부와 기꺼이 일할 것이며 앞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평화안과 관련 “로드맵에 기초한 양측의 해결방안에 미국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조문사절을 보내겠지만 자신이나 각료가 장례식에 참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라파트의 사망이 향후 중동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이 중동평화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을 이스라엘이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부고]

    ● 예수교장로회 박정식 前총회장 제85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총회장을 지낸 박정식 목사가 8일 오후 3시25분 전남 순천 성가롤로병원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64세. 장례는 12일 오전 10시 순천제일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으로 치러지며, 시신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전남대 병원에 기증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희옥 씨와 딸 미현, 미진, 미선씨 3녀.(061)725-5910. ●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몽은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은퇴 사제 김몽은(요한) 신부가 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77세. 김 신부는 1961년 프랑스 느베르 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회장과 가톨릭종교문화연구원 초대 이사장 등을 지냈다. 장례는 10일 오전 10시 주교좌 명동성당 대성당에서 열린다. 빈소는 명동성당 지하성당이며 장지는 용인 공원묘지내 성직자 묘역.(02)727-2023. ●고영철·영환(재미 의사)영헌(자영업)영관(경희의료원 응급의학과장)씨 모친상 마원중(전 영등포초등학교 교장)이석우(경희대 중앙박물관장)씨 빙모상 9일 경희의료원, 발인 11일 오전 10시 (02)958-9549 ●조대영(조대영세무사사무소 대표)씨 별세 상준(〃 사무장)씨 부친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2)3010-2267 ●윤영표(인천국제공항공사 홍보실장)씨 모친상 9일 일산 국립암센터, 발인 11일 오전 6시 (031)920-0301 ●조전문(남양주시청 직원)전석(그린토피아건설 차장)전수(우진ACT 해외사업부 과장)씨 부친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2)3010-2294 ●차수련(동국대 경영대학장)씨 별세 8일 고양시 일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31)902-5499 ●박원서(국제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씨 모친상 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11시 (02)3410-6918 ●윤석천(한국기술교육대 교수)석재(미디어포인트 대표)씨 모친상 최성국(그린화재 감사)씨 빙모상 8일 강남 삼성의료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410-6919 ●박영기(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흥기(감곡교회 목사)씨 모친상 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6시30분 (02)3410-6907 ●이종훈(자영업)종철(기백한의원 원장)씨 부친상 박경만(출판저널 주간)임효순(스포츠조선 광고제작팀장)박지웅(온타임텍 책임연구원)씨 빙부상 9일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동 자택, 발인 12일 오전 7시 (064)762-7198 ●차동민(대검찰청 중수부 수사기획관)씨 모친상 9일 오후 8시 서울 삼성의료원, 발인 12일 오전 8시 (02)3410-6915
  • 76세 처음 쓴 소설이 佛 최고 문학상

    |파리 연합|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아카데미 프랑세즈상의 올해 수상 영예는 76세의 신인 작가 베르나르 뒤 부슈롱에게 돌아갔다. 수상작은 중세 설화 형식의 132쪽짜리 소설 ‘짧은 뱀(Court serpent)’. 외세의 간섭과 문화적 충돌로 초래되는 함정을 상징화한 작품이다. 뒤 부슈롱은 항공, 통신, 에너지, 수송 분야의 업체에서 고위 임원으로 일하다 1994년 은퇴했으며 생애 최초의 출간작으로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아 문단의 화제가 되고 있다. 상금은 7500유로(약 1만달러).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28일 이 작품이 심사위원 15명 중 13명의 지지를 받는 압도적 표차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오늘날의 그린란드를 닮은 북대서양의 동토로 이주한 중세 유럽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허구적 상상력으로 그렸다. 수백년이 지나도 이들 이주민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자 14세기 말에 한 성직자가 ‘짧은 뱀’이란 이름의 배를 타고 현지로 가 폭력에 물든 유럽인들을 목격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씨줄날줄] 직장 왕따/이기동 논설위원

    연전 예루살렘에 취재차 들렀을 때 일이다.유학 중인 우리 기독교 성직자의 집에 초대받아 갔는데 모인 이들이 다른 교파 성직자의 험담만 해대 저녁 내내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하긴 둘 모이면 당파 만들고 셋 모이면 정당 만든다는 이야기가 근거 없이 나왔을까.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특별히 파당 만들기 좋아하는 민족 아니냐고 자학할 필요는 없다. 어딜 가나 핵심그룹과 주변그룹이 있고,거기에 출신 지역,학교별로 소그룹이 따로 움직이는 게 우리 인간사다.대부분은 핵심과 주변,두 그룹중 한쪽에 속하지만 간혹 아무 데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도 있다.핵심그룹에 속해 ‘단맛’만 봐 온 이들은 변방의 애환을 모른다.더구나 무소속 ‘왕따’들이 받는 고초는 당해 보지 않은 이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직장 동료를 악질적으로 따돌림한 대기업 직원에게 처음으로 징역형이 선고됐다.동료를 따돌림시키는 이메일을 나머지 동료 50여명에게 보내는 등 피해자로 하여금 정상적인 업무를 못하도록 한 죄다.피해자는 회사비품도 마음대로 못 써볼 정도로 심한 왕따를 당하다 졸도로 쓰러지기도 했다고 한다.피해자가 직장 상사가 컴퓨터 부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구입한다는 의혹을 회사 감사팀에 제보한 뒤 이같은 따돌림을 당했다니 그 대기업의 인사관리 수준도 한심하다. 직장 왕따 중 가장 악성은 핵심그룹이 가하는 조직적 따돌림이다.엉뚱한 부서로 발령 내거나 아예 업무를 빼앗기도 한다.참여정부 출범 직후 한 부서의 국장급 고위관리가 당한 따돌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정권이 바뀌면 전(前) 정권 때 낙하산을 탄 고위직들은 보따리를 싸는 게 관행이지만,이 관리는 눈치없이 자리를 뭉갰다.그에겐 주요회의 참석 통지도 안 갔고,심지어는 결재서류도 건너뛰었다.부하 직원들까지 식사때 그를 피하는 수모가 계속됐다.구명 여론이 일부 있었지만,그는 결국 물러났다. 승진에서 밀리고 후배한테 굴욕적인 질책을 당하는 비애감은 당사자 아니고는 모른다.무엇보다 기업들의 인사관리가 더 투명해지고 직장 노조,사회단체들이 이들의 권리보호에 적극 나서주는 게 중요하다.여기에 이번 판결처럼 법의 안전판이 바람막이가 되어준다면 직장 왕따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돌아온 신부’ 이재정 전 국회의원

    ‘돌아온 신부’ 이재정 전 국회의원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정(60) 전 국회의원은 사제의 자리에 있었다.사제복은 입지 않았지만 ‘돌아온 신부’답게 반듯이 넥타이를 매고 인터뷰 말씨와 자세를 전혀 흐트리지 않았다.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가장 정연하게 말하는 논객’이라는 평을 얻었던 그답게 말솜씨도 깔끔했다. 그는 아직 지난 대선자금 수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H그룹으로부터 거액의 채권을 받아 당에 전달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소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2심에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그러나 ‘정치 재판’이라는 생각에 상고심은 아예 포기했다. “대선 당시 당에 다른 분이 있었는데 H그룹이 왜 제주도까지 와서 나에게 그걸 건넸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작은 봉투’를 받아 그대로 당에 전했는데,그땐 불법자금인줄 몰랐죠.저보고 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았다고 하는데,당에서 불법자금인지 여부를 가려서 발급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는 ‘비리 정치인’으로 몰린 것이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했다.“그러나 어찌됐든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이 ‘작은 허물’조차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노동자들 사목에 온 힘 쏟아 요즘에는 경기도 남양주 성공회 성당 ‘샬롬의 집’에서 외국인 노동자 사목에 힘을 쏟고 있다.근처 가구공장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필리핀,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등 700여명의 외국인 가운데 100여명이 ‘샬롬의 집’을 찾는다.그들의 신앙생활과 인권 침해,애로 등을 상담하고 법률적 ·행정적으로 도울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 돕는다.그가 외국인 노동자 사목을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샬롬의 집’ 개소 때부터.국회의원 시절에도 ‘외국인 고용 허가제’를 발의해 통과시키는 등 관심을 기울인 분야라 애정이 각별하다.그는 “요즘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다시 목격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들에게 너무 배타적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통일 관계 포럼에 직·간접 관여 그는 앞으로는 정말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정치인 신분이 아니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참여정부 출범,열린우리당 창당에 깊이 관여한 만큼 국민에게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그걸 성직자의 도리라고 믿는 듯 보였다.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해 정치분야에서도 언제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그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그의 평가는 총론적으로는 ‘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역사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은 엄청난 변혁기인데,바로 이런 때에 새 국가 건설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구세대의 의식,과거의 관행 때문에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국민이 현명하게 해결할 것이라고도 했다.그는 국민들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의 근거로 민주노동당의 출현을 들었다. 이 신부는 정치와 선교를 동일 선상의 일로 여기고 있었다.“성공회에서는 교회가 나라의 일에 적절히 참여해야 한다고 봅니다.정치와 교회의 무대가 완전히 나누어질 수는 없지요.성공회가 탄생한 영국에서는 성공회 대표 3명이 자동직 상원의원에 임명됩니다.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성공회 신부 중에 의원직을 거친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는 어떤 일을 할 생각인지를 묻자 처음엔 에둘러 대답했다.“10년을 내다보고 몸을 바칠 수 있는 분야가 무언지를 찾고 있다.”고.그러나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느냐고 재차 묻자 잠시 망설이더니 ‘통일 운동’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고 문익환 목사와 1970년대부터 통일운동을 함께 해왔다.문 목사의 1989년 방북에 대해서도 ‘예언자적이고 선구자적인 통일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1994년 문 목사가 갑작스레 타계한 뒤 95년 ‘문익환목사 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을 맡았다가 올들어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에게 그마저 넘겼다.그는 자신의 ‘주 전공’은 통일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지금도 ‘남북농업발전민간연대’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여러 통일관계 포럼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통한 남북통일과,남북통일을 통한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입니다.그런 점에서 동북아시아 국가의 네트워크 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외교적인 것은 정부가 할 수 있지만 민간운동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일본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한국이 중심이 돼 상호협력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이 중심에 설 수 있는 것은 민주화 및 산업화 경험,IT강국의 위상과 높은 교육열,NGO 활동의 열정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북아 네트워크운동은 10여년 전부터 구상했다.지난 94년 성공회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학부에 일본학과와 중국학과,대학원에 NGO학과를 처음 만들었다.그의 구상은 이들 학과를 포함해 아시아학부를 키워낸다는 것이었다.“여기에 외국인 노동자 사목의 경험도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자금으로 구속 가장 가슴 아파 그의 진보적인 성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그는 경기중·고교 시절 공부를 아주 잘한 학생이었다.그랬다가 대학 입시에서 덜컥 낙방하고 말았다.그때의 실패와 대선 자금으로 구속된 일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로 여긴다고 털어놨다.그후 고향인 충북 진천으로 낙향해 3년동안 돈이 없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가르치다 고려대 독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은사의 권유로 성공회 사제교육을 받았다.부모님도 성공회 신도였다.사제가 된 뒤에는 줄곧 시민운동을 해왔으며,1994년 성공회대학 총장을 거쳐 1999년 새천년민주당 발기인으로 정치에 입문해 16대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러나 그는 신부가 된 것,정치에 참여한 것,국회의원이 된 것,대선 자금으로 구속된 것 등은 모두 자신의 결정이라기보다 ‘필연적인 징집’이었다고 했다.주변의 권유와 여건 때문에 그걸 피할 수 없었다는 것.그래서 그는 지금 생각하는 ‘통일운동’에 대한 믿음을 더욱 강고히 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이 자의적 결정과 선택에 대한 그의 신념과 애착은 굳세어 보였다. 성공회 신부는 결혼이 허용된다.그는 부인(55)과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딸(27)을 두고 있다. 황진선 문화부장 jshwang@seoul.co.kr
  • “국보법 폐지” 시위 잇따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9일 잇따라 집회를 갖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발언 철회’를 요구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강력 성토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인권실천시민연대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민가협 535회 목요집회’에 앞서 “정권안보 수단으로 국보법을 악용하고도 다시 존치를 주장하는 박 대표와 한나라당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연석회의는 성명에서 “박 대표는 자신이 발언한 ‘국보법의 순기능’이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례를 통해 입증하라.”면서 “자유민주주의 원칙들을 저버리고 사회 개혁을 가로막은 데 대한 역사적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참여연대,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전교조 등 301개 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도 “국보법을 폐지하면 우리가 무장해제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모독하는 것”이라면서 “공당의 대표로서 공포심리를 자극해 국보법을 유지하려는 것은 역사의 죄를 짓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가보안법폐지 천주교연대도 이날 오전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15 선언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는 국보법은 엄청난 모순이며 위선”이라면서 “17대 국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인 과제를 즉각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999년 발족한 천주교연대는 김수환 추기경을 고문으로,함세웅·문정현 신부 등 성직자 50명,천주교인권위·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33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9·11 이후…] (상)테러 진앙지 왜 이슬람인가

    [9·11 이후…] (상)테러 진앙지 왜 이슬람인가

    ‘테러의 배후에는 왜 항상 이슬람 전사들이 등장하는가? 3년 전 뉴욕의 9·11테러뿐 아니라 지난주 러시아 베슬란의 학생 인질극에서도 이슬람 무장세력이 개입된 것으로 전해졌다.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9·11 3돌을 맞아 평화를 강조하는 코란을 읽는 이슬람권에서 테러전사들이 양산되는 까닭을 집중 분석했다. ●‘침략자를 베어버리고‘ 코란 신봉 베슬란의 러시아 인질범들은 이슬람권인 체첸의 독립을 주장했다.최근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 프랑스 언론인 2명도 이슬람 무장세력에 납치돼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이슬람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전통의상인 머리스카프를 쓰지 못하도록 금지한 프랑스 법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이슬람권과 충돌하는 지역에선 테러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이슬람권 테러세력들이 꼭 미국을 겨냥하는 것만은 아닌 셈이다. 1차적 이유로 53개국에서 13억인구를 가진 이슬람권 ‘내부의 문제’를 꼽는다.특히 아랍지역을 중심으로 1000년 이상 지속된 과격 원리주의자와 평화와 개혁을 부르짖는 온건주의자의 갈등에 따른 ‘부산물’이라는 지적이다.이슬람권 정부의 억압적이고 가학적인 속성도 간접적으로 테러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코란의 가르침에 충실하라는 원리주의자들은 서구문물을 배격한다. 십자군 전쟁에서 그랬듯이 기독교 문화와 서구적 이념을 ‘이단’으로 본다.오토만 제국 이후 끊긴 이슬람의 영화를 꿈꾸기도 한다. 9·11테러의 주범으로 몰린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정 타도를 목표로 한다.이들은 1979년 왕권을 무너뜨린 호메이니옹의 이란 혁명을 전형으로 삼는다. 원리주의자들은 “침략자를 베어버리고…너희를 몰아낸 장소에서 그들을 다시 몰아내라.”는 코란의 가르침을 내세운다.1990년대 세력화한 알 카에다는 여기에서 테러와 폭력의 정당성을 찾는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이 반미 부추겨 따라서 팔레스타인을 쫓아낸 이스라엘은 분명한 ‘적’이자 이교도다.이들의 뒤에는 서구문명의 대명사격인 미국이 있다.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한 미국과의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세계 이슬람 가운데 아랍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하지만 중동문제가 ‘핫 이슈’가 됨으로써 테러리스트와 아랍계 이슬람은 같은 말로 쓰였다. 9·11도 이스라엘과 반목하는 이들 원리주의자의 공격으로 해석된다.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으나 성과를 거두기보다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입지만 강화시킨 측면이 크다고 타임은 13일자 최신호에서 밝혔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에 동조하는 비율은 올해 15%로 떨어졌다.9·11 직후인 2002년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우호적이던 61%와는 아주 딴 판이다. ●일방적 서구식 민주주의 이식은 곤란 게다가 9·11 이후 이슬람권에서는 서구식 민주화에 대한 논쟁이 격화됐다.물론 극단적인 원리주의자들이 자살공격을 서슴지 않는 가운데 이란에서는 진보적 개혁론자들이 민주화 운동을 벌였다. 지난 2월 이란 총선에서 개혁론자들이 배제되자 도시지역의 유권자 70%는 투표를 보이콧했다.이들은 아직 정치적인 힘을 얻지 못했지만 테러를 수단으로 삼는 극단주의와는 다른 ‘실험적 노선’을 걷고 있다. 다수의 이슬람 온건주의자들도 ‘종교적 이름’을 내건 폭력을 비난한다.특히 민간인을 살해하는 수법은 이슬람 교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다.코란은 무기를 들지 않은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팔레스타인의 자살공격은 무장한 ‘적군’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하기에 부분적으로 용납된다. 그러나 첨단무기를 앞세운 미군의 이라크 침공과 장기간의 주둔으로 원리주의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영국의 회교도 가운데 13%는 알 카에다나 유사한 조직이 미국을 다시 공격하는 게 정당하다고 대답했다.핵심적인 과격 회교도들도 영국에서만 1만명을 넘어 계속 느는 추세다. 미 프린스턴 대학의 역사학자 버나드 루이스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오토만 제국의 붕괴 이후 이슬람 사회가 서구문명에 침해당했다는 인식이 이라크 전쟁 이후 확산돼 호전적인 이슬람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무사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대테러 전쟁에서 미국의 편에 섰으나 이슬람 성직자들은 금요일마다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성전(지하드)’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이라크를 서구식 민주화의 거점으로 삼으려 하지만 문화적·종교적 이질감을 무시,더 큰 테러만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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