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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감고 기도시킨 후 물건 훔친 사이비 종교인

    눈 감고 기도시킨 후 물건 훔친 사이비 종교인

    ¨병 들었습니까? 두 눈을 감고 기도합시다!” 환자들을 위해 기도를 해준다며 이런 식으로 사기를 치고 물건을 훔쳐가던 사이비 종교인 두 명이 쇠고랑을 찼다. 두 눈을 감으라는 엄중한 명령(?)을 어기고 살짝 눈을 뜬 환자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최근 사건이 터진 곳은 짐바브웨의 파리렌냐트와 병원. 종교인을 가장해 병원에 들어간 두 남자가 남자병동을 찾아갔다. 환자를 위해 기도를 해주는 성직자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두 사람은 “이 병원에서도 환자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 환자의 두 손을 모아 꼭 잡고는 “모두 두 눈을 감고 기도하자.”고 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환자들도 기도를 받기 위해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하지만 환자 한 명이 금기(?)를 깨고 살짝 눈을 떴다. 성직자를 사칭한 사람들이 두 손을 모아 잡았던 바로 그 환자다. 눈을 뜬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감쪽같이 사라진 걸 알아차렸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 그는 바로 “간호사! 간호사!”를 외쳤다. 사이비 성직자 두 사람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용의자 중 한 명은 “층층마다 돌면서 환자들에게 기도를 해준다고 하고 눈을 감은 사이 귀중품을 훔칠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현지 신문 헤럴드는 “검찰은 신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중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6개월 징역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성당 안에서 엽기행각을?” 성난 천주교 마을

    “성당 안에서 엽기행각을?” 성난 천주교 마을

    천주교 신자가 많은 아르헨티나의 한 지방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성당 안에서 찍은 세미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떴기 때문이다. 성당에 잠입해 찍은 사진을 공개한 커플은 “성추행사건의 심각성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성당 측은 이해할 수 없는 엽기행각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5일(현지시각)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미누드 촬영의 배경이 된 곳은 헤네랄 알베아르라는 마을에 있는 성심 성당이다. 애인 관계인 남녀가 아무도 모르게 성당에 들어가 세미누드사진을 찍었다. 남자가 모델로 등장하는 사진은 상당히 외설적이다. 천주교 신자라면 성을 낼 만도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에서 남자는 십자가와 성모상 등 성물을 이용해 마치 성관계를 갖고 있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앨범에는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청년은 “성당에서 외설적인 사진을 찍는 것보다 성직자가 연루된 성추행사건이 훨씬 추한 것” 이라며 “이를 고발하기 위해 성당에서 세미누드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당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담당신부는 “성직자가 잘못한 게 있다고 성당에 불을 지르면 되겠는가.”라면서 “독실한 신자가 많은 마을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 사건은 성당을 모욕하고 공격한 것”이라면서 “성당에 협조를 약속한 경찰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인포바에 임석훈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두 철학자의 논쟁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난달 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세기의 토론이 있었다. 무신론의 대가로 불리는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영국 성공회의 최고 성직자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가 ‘신은 있는가’를 주제로 벌인 설전이다. 도킨스는 “왜 당신은 창세기를 21세기 과학에 맞춰 재해석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가.”라고 공격했고, 윌리엄스 대주교는 “과학 잣대만으로 종교를 논할 수는 없다.”고 응수했다. 이 논쟁을 지켜본 외신들은 대부분 ‘오후의 다과회’처럼 차분했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신념이 무려 1시간 30분 동안 공격당했는데도 시종 정중했던 것이다. 이 모습을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과 칼 포퍼가 봤다면 “밋밋한 논쟁 따위는 집어치워라.”고 할까, “우리도 그럴 수 있었는데.”라고 하려나. 비트겐슈타인과 포퍼는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꼽힌다. 둘 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 유대인이고, 기독교로 개종했다. 논리실증주의(빈 학파)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지만, 두 사람이 평생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1946년 10월 25일 오후 8시 30분부터 단 10분뿐이다. 이 ‘10분’은 동석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10분’ 동안 일어난 일은 이렇다. ‘그날’ 런던경제대학 과학방법론 강사인 포퍼는 케임브리지대에 초청 연사로 방문했다. 킹스칼리지 H3호실에서 강연을 시작하자 논쟁이 격렬해졌고 비트겐슈타인은 부지깽이를 흔들다가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이 일은 ‘부지깽이 스캔들’로 불리며 이후 철학계를 뒤흔들었지만, 사건에 대한 기억은 제각각이다. 비트겐슈타인이 부지깽이를 흔들며 고성을 질렀는지, 고성을 지르다가 부지깽이를 들었는지, 부지깽이로 포퍼를 위협했는지, 포퍼가 한 말에 옴짝달싹 못한 채 부지깽이를 내던지고 밖으로 나가버렸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공통된 것은 부지깽이일 뿐,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존 에이디노는 2001년 이 사건을 추적한 ‘비트켄슈타인의 부지깽이(Wittgenstein’s Poker)’를 내놓았다. 같은 해 말 한국에도 번역본이 나왔다. 최근 나온 ‘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기막힌 10분’(김태환 옮김, 옥당 펴냄)은 2012년 버전으로, 영국 출판사 요청에 따라 내용을 조금 첨가했다. ‘기막힌 10분’은 이 짧은 해프닝으로 두 거장 철학자의 성격과 사상, 문화, 사회 분위기 전반을 두루 살핀다. 단순히 ‘대단히 천재적인 사상적 삶’을 어렵고 지루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마치 추리소설을 읽은 듯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그려냈다. 저명한 철학자 스티븐 툴민 교수나 논리학 권위지 피터 기치 교수, 비트겐슈타인의 스승 버트런드 러셀 교수 등의 증언을 듣는 것은 마치 철학모임에 자리한 듯 생생하다. 1만 79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그들이 옷을 벗어던졌을 때 맨몸은 확신의 상징이 됐다

    뉴질랜드의 항구도시 더니든에서는 해마다 ‘나체 럭비 대회’가 열린다. 공식 경기에 앞서 치러지는 전통 식전 행사다. 자메이카의 쾌락주의 마을에서는 매년 밸런타인데이 때 단체 나체 결혼식이 펼쳐진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프린지 페스티벌 때는 바이런 만과 본다이 비치에서 매년 나체 서핑 행사가 개최된다. 오스트리아의 오버트라운에서는 시즌 내내 나체 스키를 즐길 수 있다.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제1회 나체 포커대회가 열렸고 2003년 미국 마이애미에선 멕시코의 한 나체촌으로 가는 ‘나체 비행기’가 처음으로 이륙했다. 2008년 독일의 한 여행사는 발트해의 한 리조트까지 가는 나체 여행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도 갠지스 강가에서는 여전히 성직자들이 나체로 몸을 씻고 국제 정상회담이 열리는 행사장 주변에선 심심찮게 알몸 시위가 펼쳐지곤 한다. 한 개그맨의 표현을 빌리자면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다. 영국의 심리학자 필립 카곰이 지은 ‘나체의 역사’(정주연 옮김, 학고재 펴냄)는 이 물음에 답하려는 책이다. 나체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나체주의자인 저자가 탐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말초적인 귀띔을 준다면 99컷의 컬러 사진 포함, 모두 143컷의 나체 사진이 실렸다. 책은 알몸의 역사에 대해 종교와 정치, 대중문화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눠 접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나체를 인간해방의 한 방편으로 격상시킨다. 예컨대 2000년 11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팬티만 걸친 여성이 ‘관음증 버스’를 타고 집안일을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버스는 미국 수정헌법 1조, 언론의 자유를 홍보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순회 중이었다. 주최 측은 버스 시위를 통해 누군가가 옷을 입을지 벗을지를 결정할 권리는 그 자신에게 있지 정부나 대중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옷 벗을 권리는 곧 나 자신이 될 자유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옷을 벗어 던지는 행위를 “우리가 알몸으로 세상에 왔으므로 옷으로 상징되는 보호막과 일상의 겉치레를 벗고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체는 수세기 동안 억압되고 수치스럽게 여겨졌지만 이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이 공격받고 있을 때 전투 재킷을 입고 포즈를 취한 조지 부시나 토니 블레어 등은 존경하지 않지만, 나체 시위자들과 모피 추방 자선기금 모금자들의 모습에서는 존경심을 느낀다. 나체는 종종 예술 무대에서도 해방과 성적 자부심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책은 이처럼 수치심과 나약함을 상징했던 나체가 일종의 확신과 힘의 상징으로 바뀌는 순간을 소개하고 있다. 2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열린세상]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한 정치의 역할/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한 정치의 역할/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2012년 벽두부터 국회의장의 매표사건, 민주통합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공약 등 복잡한 문제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임진년은 원래 이렇듯 많은 사연을 부르는 해인가. 지금으로부터 7갑자(420년) 전인 1592년 임진년에는 임진왜란이, 1갑자(60년) 전인 1952년 임진년은 6·25전쟁의 한복판이었다. 2012년 임진년에도 어떤 큰일이 일어날 전조는 아닌지. 그러나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이 반듯한 정의로운 공동체가 돼야 한다. 정의로운 공동체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반듯한 삶의 모습을 고민하며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작동하는 사회다. 정의로운 공동체의 핵심 조건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정치고, 정치인이다. 공동선의 지향은 정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위한 정치는 이념적으로는 의견을 달리하더라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게 그 역할이다. 이것이 바로 공동선의 정치이다.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해서는 공동선과 같은 질문들이 정치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정치는 토론이 아니라 걸핏하면 현장투쟁에 매몰된다. 정치인들은 추문이나 음모를 제기하면서 자극적인 기사 생산의 선봉에 서 있다. 이에 따라 정치는 시민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계가 되었다. 정치인들은 득표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말에만 귀 기울이고 다른 쪽은 외면한다. 결국 정치는 자유, 정의, 인권, 공동선과 같은 공동체의 핵심적 가치에 대해 대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정치는 도덕성을 잃고 불신을 받고 시민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며 시민과 괴리되었다. 원래 정치인들은 공동체 모든 영역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예컨대 성직자, 교수, 시민단체(NGO) 운동가, 기업인, 법조인 등 특정 직역의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해당 영역의 문제에만 목소리를 낼 것을 약속하고 그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다. 검사는 범죄에 대해서 수사로 말하고, 판사는 법적 분쟁에 대해 판결로써 말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며, 교수는 끊임없는 연구로 후학들에게 장래 희망을 제공해 줌을 임무로 한다. 같은 이치로 성직자는 영혼의 구제에 대해 말할 때 아름답고, 과학자들은 신기술을 선사할 때 국민들이 감동한다. 환경운동가들도 정치가 아니라 환경 개선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때 국민들은 고마워한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인은 경제, 군사, 사회, 문화, 종교, 환경, 자유, 정의, 인권 등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껏 발언할 권한과 책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잘못이고, 일면은 맞지만 나머지는 틀렸다거나, 의견은 맞지만 실천 방법은 법치주의의 절차적 정의에 맞지 않다고 질책을 하는 등으로 사회에서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증대된 역할과 함께 NGO의 부정직함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그 경우에 시민단체가 꺼려할 것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틀린 것은 틀리다고 소신을 밝혀야 할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많은 우리의 정치인들은 양심과는 무관하게 정당의 이념에 맞는 쪽으로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분명히 소속정당의 이념에 맞는 사회단체의 경우에도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는 잘못인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건만, 평범한 일반시민들도 분노하고 개탄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아예 귀를 닫아 버린다. 많은 경우에 정치인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모른 채 뒤돌아선다. 그것은 분명 정치인이 공동체주의적 정의 실현을 외면하는 것이고, 그러한 잘못된 행동에 따른 불이익은 결국 일반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반쪽에만 귀 기울이고 나머지 진실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공동체가 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치인들은 건설적인 토론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맞는 것은 맞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분명하게 의견을 개진해 주어야 건전한 공동체로 발전한다. 정치인들이여! 이념과 주의를 초월하여 공동체의 정의를 위해 매사에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시어머니의 역할을 포기하지 말라.
  • [씨줄날줄] 성직과 세금/김종면 논설위원

    속물시대다. 아니 속물 전성시대다. 몸은 비록 땅에 있지만 하늘에 속한 성직자까지 세속의 이해에 목을 매고 있으니 속물세상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 속물사회의 한편은 개신교 목회자의 자리다. 언제쯤 거룩한 직을 수행하는 그들이 지긋지긋한 속물형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 줄기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교단 연합기관 차원에서 목회자들의 자발적 소득세 납부를 추진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 세금 부과는 그동안 심심찮게 여론화됐지만 그때마다 개신교계는 ‘반복음적 현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는 ‘개신교 나라’ ‘복음주의 대국’ 미국에서도 성직자에 대한 과세는 매우 엄중한(hard-and-fast) 사안인 것과 대비된다. 미국 목회자들은 소득세는 물론 자영세(self-employment tax)까지 낸다. 하지만 한국 교회와 목회자는 여전히 국법이 미치지 않는 소도(蘇塗)와도 같은 ‘면세특구’에 머물고 있다. 우리 교회의 목회자들은 왜 세금을 내지 않게 됐나 곰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교회의 정치 참여는 비복음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들이 누구인가. 바로 이 땅에 기독교 정당을 만들고 ‘기독교 전사’들을 정계에 내보내려고 애쓰는 복음주의 세력 아닌가. 복음주의의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정치권력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한국교회의 아픈 역사는 이제 박물관에 맡겨 둬야 한다. 복음삼덕(福音三德). 예수가 복음으로 지키기를 권고하며 가르친 세 가지 덕행이다. 자원에 의한 청빈, 평생의 정결, 온전한 순명. 목회자들은 이 최소한의 덕목을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의 ‘택스 프리’(Tax Free) 인생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논어는 군자유어의(君子喩於義) 소인유어리(小人喩於利)라고 가르친다.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다는 뜻이다. 의를 먼저 구하라는 성경의 말씀과도 통한다. 한번 은혜 받은 찰교인은 아무리 끼니가 간데없이 가난해도 흔쾌히 십일조를 낸다. ‘먹사’에 ‘개독교’라는 소리까지 듣는 판국이다. 지금 개신교가 처한 신뢰의 위기를 절감한다면 목회자들은 세금을 내지 말라고 말려도 내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게 하나님이 보기에도 좋은 모습일 터이다. ‘나간 놈 몫은 있어도 자는 놈 몫은 없다.’는 말이 있다. 교회 밖 믿음 없는 이들을 긍휼히 여기기 전에 교회 스스로 개혁에 나태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목회자들의 잠든 영혼부터 먼저 깨울 일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무려 385년전 화형당한 ‘마녀 재판’ 다시 열린다

    무려 385년 전 이른바 ‘마녀(魔女)사냥’으로 희생된 한 여성에 대한 재판이 다시 열린다. 최근 독일 쾰른시는 “1627년 당시 쾰른시에 의해 마녀로 판정돼 화형당한 카타리나 헤놋트의 재심을 연다.”고 밝혔다. 헤놋트는 당시 우체국을 운영하던 여성으로 독일 내에서 ‘마녀 재판’으로 희생된 가장 유명한 여성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헤놋트 측 지지자들은 그녀가 갖은 고문을 당했으며 재산을 노린 정치적 라이벌에 의해 모함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녀의 이같은 사연은 책으로도 출간됐으며 쾰른시에는 석상도 만들어졌다. 그녀의 지지자들이 재심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잘못된 재판으로 벌어진 기록에서 그녀의 이름을 깨끗히 지워달라는 것. 재판을 청원한 성직자인 하트무트 히글러는 “수세기 전에 이루어진 일이지만 그녀는 억울하게 희생됐다.” 면서 “그녀의 명성을 되찾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히글러는 현재 헤놋트의 후손을 찾고 있으며 일부는 재판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후손인 마티나 허츠는 “헤놋트의 이름을 마녀 명단에서 지우는 것이 마땅하다.” 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당시 잘못된 재판으로 희생당했다.” 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지금&여기] 종교과세/전경하 경제부 차장

    [지금&여기] 종교과세/전경하 경제부 차장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각종 공약을 보면 처음엔 귀가 즐겁다. 몇 초 뒤 머리가 아프다. 무슨 돈으로 하겠다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부자 증세와 재벌 옥죄기가 대안이다. 물론 그것들도 일부 필요하다. 그런데 왜 아무도 성직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을까. 종교단체는 비영리법인으로 보유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내지 않는다. 법인의 수익활동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그 경계가 애매하다. 성직자들에 대한 과세는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다. 천주교의 전국 16개 교구는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1994년부터 적지만 소득세 납부신고를 하고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있다. 일부 교회도 수십년 전부터 목사들의 활동비에 대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내고 있지만 극소수다. 스님들은 묵묵부답이다. 성직자에 대한 소득세 면제가 법에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기에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것이 국민의 의무다. 그러나 많은 성직자들은 자신들의 수입은 소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신부의 수입이나, 소득세를 내는 다른 나라 성직자의 수입만 소득인가 보다. 2006년 국세청은 성직자 과세 가능 여부를 기획재정부에 질의했다. 재정부의 입장은 아직까지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중동자금 유치를 위한 이슬람채권법(일명 수쿠크법)을 시도했다가 종교단체와 국회에 완패한 재정부는 이제 종교 관련 일이라면 손사래를 친다. 소득세 부과는 제쳐두고 기부금을 누구한테 얼마나 받았는지 목록만이라도 받아냈으면 좋겠다. 기부금은 소득공제가 되는 까닭에 실제 낸 기부금 액수보다 부풀려진 기부금 영수증을 가지고 보다 많은 세금을 돌려받는 것은 탈세의 기본이다. 목록이 없으니 돈세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우리나라 기부금의 80%를 종교단체가 차지하는 것은 우연일까. 각종 종교행사에는 정부 지원이 뒤따른다. 세금이다. 실질적 입법권은 이미 국회로 넘어갔다. 일부 저축은행의 예금보호 한도를 높이는 황당무계함보다 성직자 과세를 언급하는 강단이 보고 싶다. lark3@seoul.co.kr
  • 평신도 95% “천주교신자 의식하고 생활”

    한국 천주교 평신도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평협이 ‘40주년 백서’ 부록으로 붙인 ‘평신도 신앙실태 조사’는 평신도의 위상과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국 35개 본당 신자 3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평신도들은 ‘교회에 속해 있고 자신이 바로 교회’라는 자각을 갖고 생활하면서도, 가톨릭 생명윤리에 관한 인식과 실천 의지는 대체로 부족했다. 먼저 ‘천주교 신자임을 인식하고 생활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6%가 ‘항상 의식하고 생활하고 있다’, 39%가 ‘어느 정도 의식하고 생활하고 있다’고 응답해 대체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원의식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신자들의 본당 평신도 지도자들에 대한 생각은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가량이 ‘진정한 봉사자로 느껴진다’(46%)고 답했지만 ‘권위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35%)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교회 공동체 쇄신을 위해 가장 먼저 변해야 할 대상을 묻는 질문에는 58%가 평신도를 꼽았고, 성직자(25%), 잘 모르겠다(13%), 수도자(4%)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평신도들의 가톨릭 생명윤리에 관한 인식은 비교적 낮았다. 낙태에 관한 질문에서는 과반수(56%)가 ‘살인’이라는 데 동감하면서도 성폭력·근친상간에 의한 낙태나 부부간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25%와 8%나 됐다. 안락사에 대해서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거나 ‘경제적 압박이 있는 경우’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44%와 16%나 돼 교회의 입장과는 매우 다른 생각을 보인 반면 ‘당연히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진각종 ‘문화포교 원년의 해’ 선포

    밀교(密敎) 종단인 진각종이 올해를 ‘문화포교 원년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포교 문화 사업을 펼친다. 진각종 통리원장(조계종의 총무원장 격) 혜정 정사는 지난 30일 신년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년계획을 밝혔다. 진각종은 종조(宗祖)인 회당(悔堂) 손규상(1902~1963) 대종사의 열반 50주년을 맞아 설립될 ‘회당문화재단’을 토대로 문화활동 프로젝트를 적극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진각복지재단과 대구 심인중·고, 서울진선여중·고를 운영하는 회당학원을 거느린 진각종은 이 재단 설립을 계기로 문화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할 터전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우선 회당 대종조의 탄생지인 울릉도에 종조전을 증축하고, 종조의 어록 중 현대 사회에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7개 국어로 번역 출간하는 작업도 마무리한다. 5월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총인원에는 진각문화전승원을 정식으로 개원하고 전승원 옆 3305㎡(1000여평) 부지에 진각문화체험관과 교육관을 착공한다. 이 체험관에서는 해외 성직자 교육과 함께 외국인 단기 체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동안 진각복지재단을 중심으로 추진했던 다양한 복지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해외 심인당과 계층포교 활성화에 주력하는 한편 한부모가족 복지시설도 설치할 방침이며 스리랑카에는 중학교를 개원한다. 혜정 정사는 이와 관련, “올해 문화재단 설립으로 생활불교를 실천해 나갈 장을 마련하게 됐다.”며 “그동안 치중해 온 복지·교육 사업에 더해 문화 사업도 중점적으로 펼치게 되는 만큼 진각종으로서는 올해 교육, 문화, 복지의 삼발이 완성되는 해”라고 밝혔다. 전국에 심인당(교화도량) 120곳을 운영하고 있는 진각종은 ‘옴마니반메훔’의 육자진언(六字眞言) 염송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밀교 종단이다. 울릉도 회당문화축제, 폐사지음악회, 회당학회국제학술대회, 비로자나청소년협회 국제청소년 활동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나이지리아 테러… 185명 사망

    나이지리아 북부의 최대도시 카노에서 이슬람 과격단체의 잇단 테러로 적어도 185명이 숨졌다. 나이지리아는 기독교도와 무슬림 간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현지 경찰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 하람’이 관공서와 경찰서 등에 연쇄 폭탄 테러를 저질러 23일까지 최소 185명의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는 경찰관 29명과 정보기관 관계자 3명, 이민국 관계자 2명 등 공무원도 다수 포함됐다. 또 나이지리아 TV 방송사의 카노 주재 기자와 국영 라디오의 편집자가 각각 숨졌다. 카노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의 한 의사는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은 시신도 있어 전체 사망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군과 경찰이 카노로 속속 집결하는 가운데 도시와 주변 지역에서 총성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인구 1억 6000만명의 나이지리아는 북부 이슬람 지역과 남부 기독교 지역으로 나뉘어 그동안 첨예한 종교 갈등을 빚어 왔다. 2002년 이슬람 성직자인 모하메드 유수프가 세운 보코 하람은 서구식 교육에 반대하고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시행할 것을 요구하며 유혈 테러를 계속 벌이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우리 대원들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정부가 들어주지 않아 (관공서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천주교 주교회의·한국외방선교회 공동 설립…해외파견 선교사학교 3월 개교

    천주교 주교회의·한국외방선교회 공동 설립…해외파견 선교사학교 3월 개교

    한국 천주교가 해외파견 선교사 양성기관인 ‘해외선교사 학교’를 설립해 오는 3월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특히 이 선교사 학교는 평신도들에게도 문을 개방해 한국천주교의 해외선교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17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와 한국외방선교회는 3월 7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동 한국외방선교회 본부에서 ‘해외선교사 학교’ 개교 미사를 열고 강의를 시작한다. 4학기로 운영되는 1년 과정의 이 학교는 우선 성직자와 수도자 20명을 대상으로 선교 기본양식과 해외선교 의식 고취와 관련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교육 과정에는 선교학을 비롯해 교회사, 문화, 영성, 신학 등 다양한 과목이 들어 있다. 한국 천주교가 해외에 선교사를 파견하기 시작한 것은 1981년 한국외방선교회가 파퓨아뉴기니에 사제를 보낸 게 처음.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 선교사를 꾸준히 파견해와 현재 600여명이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선교사 학교는 한국 천주교계에 높아지는 해외 선교사 파견 확대의 목소리를 주교회의가 적극적으로 수용해 결실을 보게 됐다. 한국외방선교회는 설립 25주년을 맞았던 7년 전부터 해외선교 교육기관 마련을 고민해 왔고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와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의 도움으로 마침내 선교사 학교의 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이번 선교사 학교는 한국천주교의 대표기관인 주교회의와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해외선교 단체가 협의해 세운 첫 교육기관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문을 여는 선교사 학교는 선교사와 해외선교에 관심있는 예비선교사를 대상으로 해외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토양을 다지자는 장기적 안목의 학교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평신도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도 큰 변화이다. 그동안 평신도들이 해외 선교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신앙과 영성 차원에서 사제나 수도사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 선교사 학교의 평신도 교육은 그동안 이어왔던 한국천주교의 해외선교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무서운 사우디 “속옷 가게 남자 종업원 전부…”

    무서운 사우디 “속옷 가게 남자 종업원 전부…”

    여성에게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여성 속옷·의류 가게에 여성들만 고용하도록 하는 법규를 시행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속옷 가게의 점원이 모두 남자여서 여성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향적 조치다. 정부가 ‘전통’을 깨기로 결정하자 발끈한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율법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사우디 노동부는 2일(현지시간) 여점원 고용 법규가 5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앞서 2006년 여성 의류·화장품 가게에 남성 점원이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규를 시행하려 했지만 “쇼핑몰 등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 여성이 일하는 것은 안 된다.”며 반대한 이슬람 강경 원리주의자들 때문에 무산됐다. 사우디 여성들은 여점원 고용을 압박하기 위해 속옷 가게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이 바탕을 이루는 사회다. 가족이 아닌 남녀가 어울리는 것이 금지돼 있다. 종교 경찰의 단속으로 이 나라에서 남녀는 공공장소에서 함께 있을 수 없다. 여성들에 대한 취업 제한 조치가 일부 풀리면서 30%대의 사우디 여성 실업률도 다소 완화될 듯하다. 노동부에 따르면 남아시아 이주민 여성 2만 8000명 이상이 해당 일자리를 신청했다. 반면 사우디 최고성직자인 셰이크 압둘 아지즈는 설교를 통해 이번 조치가 이슬람 율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송년 커버스토리] 복지사의 忘年

    [송년 커버스토리] 복지사의 忘年

    한겨울로 접어드는 세밑이면 전국 46만여명의 사회복지사들 가슴에는 시린 고드름이 열린다. 복지 논쟁이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복지정책의 최전선에서 뛰는 ‘사회복지사’들의 복지는 외면받고 있어서다. 그들은 ‘부부 사회복지사가 아이를 낳으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다.’며 자조한다. 이런 그들이지만 ‘봉사직’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힘겨운 현실을 하소연할 곳도 없다. 정치권과 정부, 지방자치단체들도 실상을 알지만 외면하고 있다. 지난 3월 ‘사회복지사 처우개선법’이 가까스로 마련됐지만 예산 확보 방안조차 없다. 이 때문에 사회복지사 상당수가 이직을 꾀하고 있다. 이러니 아무리 사회복지사가 많아도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짜임새 있게 운용될 리 없다.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그들을 만났다. 30일 오전 7시 50분. 인천의 한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김민주(32·여·가명)씨의 출근 시간이다. 사무실에 들어선 그는 상황일지를 살피고, 전 근무자의 업무 인수인계를 받은 뒤 8시에 뇌성마비 장애인의 면도와 세수를 돕고, 식사를 내왔다. 장애인들의 일그러진 입을 들여다보는 김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김치를 잘게 썰어 먹여도 흘리는 양이 반이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시 숟가락을 잡는다. 뇌성마비 장애인은 근육 기능이 점차 사라져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면 사망할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예전에 한 장애인이 빵을 먹다 숨진 사례도 있었다. 그는 하루 12시간을 근무하는 2교대 근무자로, 휴일이 따로 없다. 혼자서 5명의 뇌성마비 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의 식사·목욕·나들이를 돕기 때문에 개인 시간은 엄두도 못 낸다. 힘에 부치지만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낮 12시. 다른 사회복지사에게 부탁해 잠시 기자와 만난 김씨는 “오후 9시가 되면 시설입소자들이 잠을 자는데 이때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했다. 장애인 시설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8년째. 처음에는 월급으로 수당까지 합쳐 130만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250만원을 받는다. 그나마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보수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자녀들 보육비로 13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세금과 국민연금 등을 떼면 남는 돈은 100만원도 안 된다. 김씨는 “시설 원장이 ‘실업자가 넘치는데 너희는 행복한 줄 알라’고 한다.”면서 “육아휴직 기간도 1년에서 4개월로 임의로 줄여 버렸지만 누구도 이의 제기를 못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이정민(30·여·가명)씨. 기업체에서 잠시 근무하다가 자신의 대학 전공을 살려 2006년 사회복지사가 됐다. 하루 6명의 장애인을 맡아 취업 교육·알선 업무를 돕는다. 보건복지부 평가가 있을 때는 서류 정리를 하느라 연속해 60시간을 일하기도 했다. 연중 두달 정도는 꼬박 오후 11시까지 근무해야 한다. 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장애인과 가족이 “지원이 너무 부실하다.”고 나무라도 비난이 두려워 대꾸조차 못한다. 그럼에도 보수는 무조건 9시간(오전 9시~오후 6시) 기준으로 책정된다. 대우가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려 해도 이씨처럼 아직 아이가 없는 기혼 여성에게는 더욱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대체 인력이 부족해 육아휴직을 해야 하는 기혼여성은 퇴짜를 맞기 일쑤다. 복지부는 출산을 장려하지만 일선 복지기관은 상황이 정반대인 셈이다. 이씨는 “복지기관마다 면접에서 육아휴직 문제를 거론하고, 어떤 곳은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고 따져 물어서 면접관과 다투고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이직 전 10차례의 면접에서 모두 낙방했다. 현재의 직장은 “아이를 낳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해 곧바로 입사를 결심했다. 이씨는 여전히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대한 미련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나도 공무원 신분이 보장되는 장애인 특수교사나 대우가 좋은 공기업 직원으로 가기 위해서 지금도 짬짬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가 2006년 사회복지사로서 처음 받은 월급은 기타 공제비용을 모두 합쳐 90만원. 많이 받을 때는 160만원까지도 받았다. 연봉으로 치면 1800만원 수준. 현재는 2200만원을 받는다. 6년간 고작 400만원이 올랐다. 주변에는 3~4년 동안 연봉이 100만원도 오르지 않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물론 그에게도 사회복지사로서의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언제나 사회복지사를 열악한 임금을 감내해야 하는 ‘봉사직’으로만 여긴다. 엄연히 직장인이지만 주변에서는 성직자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남편과 맞벌이하는 나는 상황이 그래도 좋은 편이지만 한 남자 사회복지사는 애를 낳고 나서 ‘분유값이라도 더 벌겠다’며 야간에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들을 위해 봉사만 하라고 윽박지르기 전에 최소한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적정한 처우 등 근무조건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유레카!” 1000년전 아르키메데스 자필문서 보니…

    “유레카”를 외친 고대 그리스의 천재 수학자 ·물리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직접 작성한 1000년 전 문서가 대중에 최초 공개됐다. 이 문서는 1998년 익명의 바이어가 경매에서 200만 달러에 낙찰받은 것으로, 최근 미국 동부 메릴랜드의 월터스아트박물관에서 열리는 ‘아르키메데스의 비밀’ 전시에서 공개됐다. 이 문서에는 아르키메데스가 창조한 고대 그리스 수학의 천재적인 이론, 실험 성과 등이 적혀 있다. 10세기 경 요하네스 미로나스라는 성직자가 성경책 제작을 위해 양피지를 재사용하려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본문서를 발견했으며, 필사로 덧씌우고 이를 보존해왔다. 이후 200년간 내용과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복원작업을 담당한 미국 스탠포드 가속기 광원(Stanford Synchrotron Radiation Lightsource, SSRL) 연구소 측은 엑스레이 등을 이용해 문서 표지에서 요하네스 미로나스의 이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양피지 위의 흐릿한 글씨들은 엑스레이 빔(Beam)을 통해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장치해, 관람객들은 특별한 기구 없이도 아르키메데스의 위대한 업적이 담긴 양피지 문서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닐 노엘은 “이 문서를 포함한 전시는 대중들이 아르키메데스의 모든 명예로운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까지 계속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바보 김수환’을 기억하며 걷기대회·전국순회 아카데미

    ‘바보 김수환’을 기억하며 걷기대회·전국순회 아카데미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고준석 신부)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기리기 위한 걷기 대회를 열고 아카데미를 개설하는 등 시민행사를 잇따라 마련한다. 우선 오는 29일 서울 남산 일대에서 ‘길을 묻습니다-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며’라는 주제로 여는 걷기 대회는 추기경 선종 3주기에 앞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련하는 첫 시민행사.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시민 700여명이 명동 대성당에서 남산 북측 순환로를 거쳐 안중근의사 기념관까지 약 2시간 30분을 걷는 행사로 진행된다.강연회와 작은 음악회, 묵상 나누기, 미사도 있을 예정이다. 25일까지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 연구소는 이와 맞물려 제1회 시민아카데미를 다음 달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총 8회에 걸쳐 서울대교구 구로1동성당에서 진행한다. 아카데미에선 ‘인간답게 정의롭게’라는 타이틀 아래 그리스도인의 사명, 인권, 노동, 환경 등의 주제를 다룰 예정. 고준석·조정환·유청 신부 등이 강사로 나선다. 수강자들에게는 김수환 추기경의 육필 일기가 인쇄된 노트가 제공된다. 연구소 측은 다음 달 4일 춘천교구 퇴계성당에서 같은 아카데미를 여는 것을 비롯해 전국을 순회한다는 계획이다. 고준석 신부는 시민아카데미 개설과 관련해 “김수환 추기경은 현대 한국교회의 상징적인 성직자로서 사람들이 세상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지를 보여주신 분”이라며 “사회적 덕목의 실천 의지를 널리 전파시켜 민주 시민공동체 구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시민아카데미의 강의 주제로 ‘간추린 사회교리’의 핵심내용을 택했지만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신청해서 들을 수 있도록 주제를 ‘인간답게 정의롭게’로 정했다.”고 밝혔다. 일반인 신청자가 늘어나면 성당이나 교회 시설이 아닌 장소에서도 시민아카데미를 열기로 했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는 김 추기경의 생애와 사상, 영성을 연구하고 고인이 생전 변함없이 소중하게 여겼던 감사와 사랑, 나눔의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설립됐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알카에다 거물 알올라키 美 무인기 공습으로 피살

    알카에다 거물 알올라키 美 무인기 공습으로 피살

    오사마 빈라덴 이후 최고의 알카에다 거물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예멘계 미국인 안와르 알올라키(40)가 숨졌다고 예멘 국방부가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예멘 국방부는 성명에서 “미국 태생의 급진적인 이슬람 성직자 알올라키가 다른 알카에다 동료들과 함께 제거됐다.”고 밝혔다. 알올라키 일행은 이날 오전 예멘 동부의 알카에다 거점인 마리브주 인근에서 차량을 타고 가다 공습을 받았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알올라키 일행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무인기 공습으로 숨졌다고 미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의 지도자인 알올라키는 미국 뉴멕시코 태생으로, 9·11테러 당시 펜타곤을 공격하려던 비행기를 납치한 나와프 알하즈미 등 3명과 연결돼 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서방국가에서의 알카에다 조직원 모집에 깊숙이 관여한 그는 2009년 텍사스 미군기지 총격사건과 크리스마스 미국행 여객기 폭파 기도 사건, 지난해 예멘발 미국행 화물기 폭파 미수 사건의 핵심 배후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초 알올라키에 대해 ‘체포 또는 사살’ 명령을 내렸다. 미국은 지난 5월 빈라덴을 사살한 직후 전투기와 무인폭격기 등을 동원해 그를 사살하려 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알올라키는 7세에 예멘으로 건너가 이슬람 교육을 받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콜로라도와 샌디에이고에서 주립대학을 나왔다. 에릭 올슨 전 미국 특전사령관은 지난 7월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안보포럼에서 “앞으로 10년은 알올라키가 이끄는 2세대 알카에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사우디 여성에 참정권

    전 세계 이슬람 국가 가운데 가장 반동적인 여성 억압 정책을 유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침내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9일 열릴 지방선거가 사우디에서 여성 출마와 투표를 금지하는 마지막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25일(현지시간) 국정 자문기구에 해당하는 ‘슈라 위원회’ 연설에서 “이슬람 법학자 울라마를 비롯한 다른 성직자들과 논의를 거쳐 다음 회기부터 여성을 슈라 위원회 위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성이 지방선거에 후보로 참여할 수 있으며 투표권도 줄 것”이라면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이 하찮은 존재로 느껴지는 데 반대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여행이나 운전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업을 갖거나 남성 친척의 허가 없이 수술을 받는 것조차 금지돼 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수녀가 쓴 역사 팩션 절제·상상력의 진수

    역사적, 혹은 인간적 사실에 허구를 결합한 팩션은 문학에서도 까다로운 영역으로 인식된다. 상상력을 앞세우다 보면 사실의 왜곡, 변질의 해악에 빠지고 사실에 지나치게 충실하자면 문학적 작품성과 재미에서 멀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문단에서는 팩션의 모험을 선뜻 감행하려는 문인이나 작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천주교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소속인 임금자씨가 세상에 낸 장편소설 ‘파격’(다섯수레 펴냄)은 흔치 않은 역사 팩션으로 눈길을 끈다. 임금자씨는 타이완 푸런(輔仁)대학에서 중국철학을 전공하고 수원가톨릭대 교수를 지낸 수녀다. 그가 천주교 수도자 신분의 테두리를 넘지 않으면서 동원한 절제의 상상력이 범상치 않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서양 세력이 중국과 조선에 물 밀듯이 들이닥친 순조 34년(1834년)부터 헌종 13년(1847년)이다. 시대적 흐름에 눈뜨지 못한 채 서양 세력에 속수무책으로 지배받기 시작한 서세동침기에 사회 변혁을 꿈꾸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사회적 변혁기엔 어느 사회든 현실에 안주하는 수구와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자는 개혁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마련이다. 임 수녀는 그 변혁의 간극과 혼돈의 중심에 한국 천주교의 태동과 박해라는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삽입했다. 한국 천주교는 자생적으로 태동한 흔치 않은 역사를 갖는다. 이 소설의 묘미는 한국 천주교의 시작과 정착의 과정에서 거듭됐던 박해의 사실을 변혁의 주체들과 연결해 실감나게 풀어 간다는 데 있다. 상하이와 광저우를 넘어 미국을 향해 배를 띄운 양반 출신 거상 정시윤과 역관 김재연, 목숨을 걸고 조선에 입국한 서양 성직자들, 조선 최초의 신부 김대건과 최양업 신부, 정약용·정약전 등 실학자들의 활동과 신도들의 순교가 생생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 변혁의 주체들은 소설 제목 그대로 신분질서의 타파와 개선을 이루려는 파격의 인물들이다. 태동기부터 주로 실학자들에 의해 유입됐던 이 땅의 초기 천주교는 당시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 집권자들에겐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배척과 타파의 우선적인 대상이었던 천주교는 평등과 신분질서의 개선을 주장하는 큰 이데올로기요 운동이었음을 이 작품은 또렷이 보여 준다. 실제 인물과 가상의 인물을 얽어 무리하지 않게 만들어 내는, ‘그럴 수도 있었다’는 역사의 개연성은 소설을 흥미 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덤이다. 한국 천주교사에 오랫동안 천착했던 수녀의 선 굵은 철학과 고집이 읽힌다. 1만 68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첫 수필집 ‘유소유’ 펴낸 고세진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첫 수필집 ‘유소유’ 펴낸 고세진 교수

    ‘그저 내려놓으라’는 불교의 방하착(放下着). 집착을 부르는 일체의 인연을 놓아 버리라는 이 일갈은 세상에선 무소유의 가치로 빛을 뿜는다 .‘텅 빈 충만’이요, ‘비움 속의 행복’. 그런데 그 내려놓고 비워내는 과정이 어찌 쉬울까. 언제부터인가 좀더 현실적인 차원의 무소유를 꿈꾸고 실천하려는 ‘유소유’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책 ‘유소유’(순정아이북스 펴냄)를 낸 아세아연합신학대 고세진(58) 교수는 그 생활 속의 유소유를 가꿔 가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사람은 누구나 남보다 더 갖고 유명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욕망에서 잉태되는 갈등과 충돌을 막는 절제의 미덕으로, 무소유는 충분히 아름답지요. 하지만 버리고 떠나는 소극적인 생활 선(善)을 넘어 실질적으로 가진 것을 나누고 유익하게 더불어 사는 적극적인 삶 또한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는 서울신학대, 대학원과 미국 신학대에서 신학공부를 하고도 미국 근동고고학의 메카라는 시카고대학교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근동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아 고고학자로 발굴현장을 누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그 흔치 않은 변신의 이유는 “남이 잘 하지 않으려는 부분의 천착”이라고 한다. “한국의 젊은 고고학자들이 근동 고고유적의 현장 발굴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했어요. 힘든 환경의 고된 작업을 피하려는 입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학자의 자세로는 잘못이란 생각이 많았지요.” 신학자에서 고고학자로의 유전을 겪고 한국에 돌아와 아세아연합신학대 총장을 지낸 뒤 지금은 교수로 재직 중인 그가 수필집을 내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골수 신학자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이력임에도 그의 책에선 종교적 색채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남에 대한 배려와 존중, 자기자신의 믿음과 용기, 사회에 대한 애정…. 책 곳곳에 종교적 사유와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절제되고 진솔한 짧은 글들이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특히 미국인 부인과 결혼해 입양한 아들(20), 딸(16)에 얽힌 글들은 예사롭지 않다. 생후 10개월 만에 입양한 아들이 10살을 넘기기 어렵다는 불치성 신장병 환자였고, 딸 또한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청각장애에 시달렸단다. 많은 날들을 눈물과 고통 속에 버텨야 했던 그가 일관되게 지켜 왔던 건 고통받는 아들과 딸의 입장에 서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인내였다고 한다. 그 인내의 복덕 때문인지 아들은 정상인으로 자라나 지난해 미국 유명 대학에 입학했고 딸은 청각장애를 딛고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해 올봄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 들어갔다. “신앙인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신분의 강조와 신앙의 강요라고 생각합니다. 드러내지 않고도 신앙을 다지고 풀어 갈 수 있는데 굳이 왜 신분과 신앙을 앞세울까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종교는 보편적인 희망이 돼야 한다.”는 그는 그래서 스님과 신부 등 이웃종교의 성직자들과 스스럼없이 만나고 대화하기를 좋아한단다. “세상이 종교를 걱정해야 하는 지금, 목회자와 신앙인들이 하루빨리 성공이란 단어를 버리고 영혼의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시간은 가장 귀중한 유소유의 대상’이라는 고 교수, 그는 테레사 수녀의 이 말을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신은 우리에게 성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신은 단지 우리가 노력하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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