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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Pilgrimage 길 위를 걷는 자에게 서두름은 독이 될 뿐이다. 순례자임을 표시하는 가리비 하나 달고 마음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짚고 걸음을 내딛는다. 느릿하게 울리는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步行記. 순례가 범람하는 시대에 길을 나서다 분명한 건 ‘철학’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많이 생산하고 빨리 소비하는 게 절대적 선으로 여겨졌던 세상에 반기를 드는 가치들이 출현하고 있다. 버리고 줄이고 좁히고 늦추겠노라고 선언한 사람들은 웰빙을 부르짖고 로하스, 다운시프트 같은 삶의 방식을 발 빠르게 차용했다. 그에 따라 여행 철학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정복한 나라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한 해외여행이라고 자부했던 때도 있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에서 이제는 되도록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자 한다. 때마침 ‘걷기 여행’은 강력한 트렌드가 되었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맞춤형 소비재가 되어 빠르게 소모돼 갔다. ‘그럴듯한 새로움’을 갈구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순례는 구미 당기는 소재였으리. 서점에 넘쳐나는 순례 에세이들, 열흘짜리 순례길 맛보기 여행상품까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유행 앞에 순례의 본래 의미나 목적은 사장된 듯했다. 그래서였나. 내 딴에 순례란 단지 시대의 산물에 불과할 뿐이고 유행이 식으면 그 다음 주자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위태로운 ‘전염’이라 취급했으니. 이제야 심성이 삐딱한 여행자였노라고 인정해야 할 듯하다. 한 해 몇천명의 순례자들이 거쳐 가는 프랑스 남부 미디피레네Midi-Pyrenees 순례길에서 길의 매력에 전염되다 못해 여행 후 강력한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번 여행기는 기도문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여행자가 있다면 그 오만으로부터 얼른 구원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리. 말뿐인 순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나는 ‘순례’를 알지 못했다. 그 길 위를 걷기 전까지 말이다. ▶미디피레네 Midi-Pyrenees 프랑스, 안도라공국, 스페인에 걸쳐 있는 피레네산맥 일부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남서부 주. 주도인 툴루즈Toulouse는 파리에서 남쪽으로 680km 떨어져 있다. 프랑스에서 만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수만 갈래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St.James. 그가 묻힌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수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이르는 모든 길은 순례길이다. 야고보를 찾아가는 길에는 축복과 기쁨보다는 성자를 향한 연민과 참회가 가득하다. 성자를 지키지 못한 신도들의 원죄가 깊고도 깊기 때문이리라. 야고보는 예수 사후 이스라엘에서 참수를 당했는데 신도들은 성자의 억울한 죽음을 맞고도 그의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유해를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된 것. 9세기 들어서야 발견된 그의 시체는 그간의 험난한 여정을 증명하듯 노오란색 가리비가 다닥다닥 붙은 채였다고 한다. 뒤늦게 야고보의 묘지 위에 성당을 짓고 증축을 거듭해 산티아고를 조성했다. 그들이 성지를 세우는 것만으로 미안한 감정을 달랬다면 오늘날의 순례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성직자와 신자들은 단지 그의 묘를 참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가리비를 머리에 달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성 야고보처럼 길을 나섰다. 아무리 구불구불한들, 제 아무리 험준하다 한들 당신이 걸음을 내딛으면 나만의 참회와 구원이 담긴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알고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이 일반인에게까지 유명세를 떨친 건 최근의 일. 파울로 코엘료가 <순례자>를 집필하면서 전세계적인 열풍을 낳은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주 올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올레가 ‘휴식’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린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고난’으로 수렴된다. 현재 유럽에는 12갈래의 대표적인 순례길이 있는데 순례자 10명 중 8명은 일부러 프랑스 남부서부터 일정을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는 험준한 길을 택한다. 놀멍쉬멍 걷든 지팡이를 짚고 걷든 ‘걷는다’는 행위는 동양과 서양 어디서든 구도의 길과 이어지나 보다. 고단한 순례자의 안식처 콩크Conques 모든 순례길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통칭되는데 프랑스 남부도시 생장 피드 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를 횡단하는 루트가 가장 유서 깊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걸은 길은 프랑스 남부 도시 르 퓌Le Puy에서 출발해 미디피레네주의 유명 순례도시를 관통하는 구간의 일부였다. 나를 포함해 미국, 라트비아, 중국, 크로아티아,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이끌 가이드는 러시아계 프랑스인인 엘리나. 말 그대로 다국적 ‘순례단’인 우리는 미팅 포인트였던 툴루즈Toulouse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낸다. ‘예순이 넘은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냐, 하루에 몇 시간을 걷는 거냐, 너무 힘들면 도중에 포기해도 되냐’라는 질문에 엘리나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마음을 먹은 성직자들은 이 길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간답니다.” 차분한 한마디였지만 ‘엄살떨지 마시오’라는 엄포가 분명했다. 동행인이 있어도 또 가이드가 붙는다 해도 긴장되는 초행길이었다. 사람들의 경직된 표정을 읽었는지 엘리나는 이 길을 가는 데 있어 꼭 경건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일러준다. 단지 마주치게 될 프랑스의 대자연, 봄과 여름 사이를 가르는 바람, 작은 마을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즐기라 했다. ‘순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렸는데 어느덧 경직된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린 건 헤픈 성격보다는 ‘끝내줬던’ 날씨에 책임이 있으리. 미디피레네를 횡단하는 갸론Garon강에서 첫 번째 목적지 콩크Conques까지 3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는 동안 첩첩산중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건 바로 건축자재였다. 주변에 암석으로 된 산이 없는 탓에 갸론강에서 길어 올린 붉은 모래를 이용해 벽돌을 구워 건물을 올리고 길을 닦은 툴루즈와는 달리 암회색 집들이 눈에 띈다. 언덕 위 석회석을 이용해 튼튼히 쌓아올린 건물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앞에 일행을 태운 차가 멈췄다. 콩크는 불어로 조개를 뜻하는데 마을 전체가 조개껍데기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 겨우내 잠잠했던 콩크는 4월 부활절과 함께 모여드는 순례자들로 다시금 활기를 찾는다. 중세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산티아고를 찾아가는 길목길목에는 순례자를 위한 마을이 조성됐고 콩크도 그 마을 중 하나다. 각 순례 도시는 종교적인 기능과 생활적인 기능 모두를 담당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교회나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매일 평균 8시간 동안 길을 걷는 순례자가 안락한 밤을 지새울 수 있도록 숙박업소가 등장했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이 갖춰졌다. 90가구가 전부인 이 작은 마을에 한 해 3만명의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기사들도 말 위에서 내려와 걸어야 했을 만큼 좁은 골목길, 손으로 일일이 쪼개 얹은 기왓장은 천년 동안 고단한 순례자를 반겨 왔다. 느린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돌아보는 마을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출발한 순례자에게 콩크는 없는 것 빼고 다 갖춘 마을일 거다. 작디작은 마을에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켜켜이 앉은 시간이 스쳐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12사도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순교지라는 게 정설. 산티아고는 야고보의 스페인식 발음이며 콤포스텔라는 ‘별의 들판’이라는 뜻의 라틴어campus stellae에서 유래했다. 예루살렘·로마에 이은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비롯해 성당·교회·대학 등 중세의 건물이 남아있어 번영했던 때를 보여준다. 척박한 땅에서 드리는 기도 로카마도르 Rocamadour 순백의 도시가 언덕 끄트머리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계령 뺨을 칠 정도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나니 로카마도르Rocamadour가 드라마틱하게 등장했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잠깐 머뭄의 시간을 갖는 데 일행 모두가 동의했다. 마을 입구를 2km 앞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하염없이 마을을 바라본다. 오체투지로 순례길에 나선 성직자들은 물론이고 순례로서 죗값을 치르던 이들까지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고 한시름 놓았을 게 틀림없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에 자꾸 발걸음이 늦춰진다. 이 마을은 석회질이 다량 포함된 토질 덕분인지 유난히 흰 빛을 뽐낸다. 석회바위산 꼭대기에 이 같은 마을을 만들려면 평지보다 몇 배 노동력이 투입됐을 텐데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입지였다. 듣자하니 이 ‘석회’가 바로 순례마을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6만년 전 이 일대가 바다 밑에서 융기하며 바다생물이 퇴적된 땅이 드러났다. 토양의 주성분은 석회석과 같은 탄산칼슘. 하지만 물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토질 탓에 나무를 심어도 과실이 나지 않고 곡식을 심어도 추수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돼 버렸다. 성직자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이곳에 주목했다. 12세기부터 도시를 일궈 한때는 8,000명 가까이 머무는 ‘기도하는 마을’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800명 규모로 축소됐지만 한 해 방문객만 100만명에 이르는 관광지다. 가장 유명한 순례마을 중 하나였던 로카마도르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했다. 삶이 고단한 자들은 유복한 내세를 보장받기 위해, 범죄자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어떤 이들은 기적을 간구하기 위해 마을의 맨 꼭대기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구원을 얻고자 필시 223개의 계단을 오르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어떤 성직자는 구불구불한 14개의 고갯길을 택해 무릎으로 오르기도 했다.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던 건 성당 내 위치한 ‘검은 성모상’을 알현하기 위함이었다. 106년 기적을 행했다는 검은 성모상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적으로 검게 변했다고 하는데 프랑스 내 많은 검은 성모가 있지만 로카마도르 것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페인트를 칠한 것도 많다 한다. 가끔 아무도 치지 않는 종이 울리는 건 이 성모의 힘이라고 로카마도르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두런두런 얽힌 로카마도르 이야기를 들으며 223개의 계단을 올랐다. 로카마도르 터가 머언 옛날 바다 아래 잠겼던 땅임을 증명하듯 계단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화석이 박혀 있다. 아름다운 길이지만 시간이 흘렀어도 악명은 여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아침마다 내뱉는 마른 기침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고통으로 생이 자각되긴 마찬가지였으니. 건조한 모래바람이 호흡기를 훅 틀어막고 심장은 튀어나올 듯 펌프질을 해댔다. 온몸의 기관들이 벌떡 잠에서 깼을 무렵에야 검은 성모의 성당 앞에 겨우 발을 디뎠다. 언덕 꼭대기에는 대성당 외에도 자연 동굴을 활용해 만든 예배당이 있었는데 건조한 기후 탓인지 외벽에는 13세기에 그려진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다. 럭비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미디피레네 사람들을 위한 럭비의 신 예배당도 갖추고 있다. 엄숙하게만 보인 순례 마을의 귀여운 재치라고나 할까. 다시 떠나는 길 오슈Auch 마지막 행선지 오슈Auch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라 알려진 라르상글Larressingle에 들렀다. 목적은 라르상글에 있는 교회에서 순례자들에게 찍어 주는 도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각 순례 마을은 이들 여권에 방문자임을 증명해 주는 도장을 찍어 준다. 그러나 한때 주교가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이었던 라르상글에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었다. 교회 역시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이 역력했고 벽에는 커다란 엑스 표시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엑스 표시는 ‘팔렸음’을 뜻하는 표식이란다. 20세기 병적으로 ‘프랑스’적인 것에 탐닉한 미국인들은 오벨리스크를 유럽으로 옮긴 로마인처럼 프랑스의 와인이나 예술품뿐만 아니라 건물을 통째로 뜯어 부지런히 신대륙으로 날랐다. 혁명정부 이후 나폴레옹 제정이 들어서면서 교회는 더 이상 경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군자금을 충당하려는 약탈자들이 전국의 교회로 몰려들면서 온전히 제 모습을 보존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당시 프랑스인에게 교회를 뜯어 파는 일은 아무런 죄책감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왠지 교회 내부에 바깥보다 더 추운 공기가 도는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여권을 대고 한 켠에 마련된 도장을 꾸욱 눌러 보는데 선명한 글씨가 찍혀 나온다.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다면 잉크가 말랐을 게 분명하지만 도장은 아직 촉촉했다. 분명 바로 얼마 전 순례자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길을 재촉했다. 순례자의 행선지가 우리와 같다면 길 위에 마주칠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 오솔길 위를 걷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발견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 길 위의 동지였으므로 안면몰수하고 둘을 잡아 세웠다. 순례에 나선 지 한 달이 넘었다는 미국인 칼과 브라이언트는 40년지기 친구사이. 군에서 제대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먼저 걸었던 칼이 브라이언트를 끈질기게 설득해 성사된 여행이라고 한다. “부인과 자녀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친구 녀석 믿고 한번 와보기로 했지.” 결국 브라이언트는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보스에게 장기 휴가를 얻는 데 성공해 길에 나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도장을 찍었다는 그는 여정이 빼곡히 담긴 여권을 자랑한다. 남이 보지 않을 땐 꼭 붙어 걷던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요청하니 쑥스럽다며 발을 뺀다. 나머지 여정도 건강하게 마무리짓길 바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오슈에 다달았다. 오슈라는 도시명은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했는데 이곳은 중세 유명한 종교도시였다. 도시 어디에서나 고딕양식의 오슈대성당Auch Cathedral이 시선에 걸린다. 성당 내부는 26m 높이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오르간축제가 펼쳐지고 6월부터 8월까지 매주 일요일에는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가장 좋은 것, 귀한 것을 집약해 천국에서의 행복한 나날을 암시하고자 했던 의도대로 교회 내부는 화려했다. 믿음을 확인한 순례자는 교회를 빙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동력을 얻는다. 오늘날 프랑스의 순례 마을과 관련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많은데 단지 시간이 오래 되어서라거나 보존이 잘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믿음의 힘만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걸었던 장면은 그 당시에도 장관이었을 테니. 반면 기독교가 쇠락하고 신보다 인간이 앞서던 시대가 도래하고 또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순례길이 쇠퇴해 갔다는 점도 유럽인의 역사가 이 길 위에 오롯이 반영되는 것 같다. 다시 성찰의 기회를 물색하던 현대인에게 조용히 길을 내준 사람들 덕분에 순례마을은 박제된 박물관이 아닌 삶과 역사의 교차점에 서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좌표는 그 어디쯤엔가 찍혀 있다.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02-776-9142 ▶travie info 어디서 출발하면 좋을까 출발점을 선택하는 건 순례자의 몫이다. 프랑스길Camino Frances을 걷는다면 파리, 르퓌Le Puy, 아를Arle, 생장St. Jean Pied de Port이 관문지다. 특히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에 이르는 코스에 70%의 순례자가 모인다고 한다. 미디피레네 코스를 걷고 싶다면 주도 툴루즈Toulous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무엇을 준비할까 가리비와 나무 지팡이를 든 순례자의 초라한 행색도 시간이 흐르며 변모됐다. 기본적인 아웃도어 트레킹 물품을 준비하자. 편한 신발, 스틱, 수통 등을 챙기자. 빗물로 인해 무릎 아래 부분이나 등산화가 젖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도 유용하다.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하려면 우비는 필수다. 어디서 먹고 씻고 잘까 일단 먹는 것은 알아서.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조리도 가능하다. 알베르게는 도미토리 형식의 유스호스텔이라 보면 되는데 순례길 전역에 분포해 있다. 위생상태는 천차만별. 때로는 침대 진드기에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 다음 순례자를 위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다만 몸이 아픈 경우는 예외다.
  • 루터 킹 목사는 왜 후드를 입었을까?

    17세 흑인 소년을 총으로 살해한 백인 조지 짐머만 무죄 평결과 관련, 미국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14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번 평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속속 거리시위에 나서고 있다. 또 SNS를 통해 반대의사를 보이고, 사망한 흑인소년 트레이번 마틴의 가족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검은 후드티를 착용한 모습의 이 사진은 아티스트 니콜라스 스미드가 만든 작품으로, 미국의 인권운동 및 인종평등 관련 링크에서 캡쳐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참모를 지낸 반 존스가 이 사진을 트윗하면서 수백명이 이를 리트윗했다.   이번 사건 이후 흑인소년이 사망할 당시 입고 있던 후드 옷은 정의 찾기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연예인과 성직자들, 정치인들은 물론 스포츠 스타들까지 스스로 후드를 착용한 사진을 트윗하고 있다. 짐머만에 대한 무죄 평결이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 일요일, 흑인 성직자들은 헐렁한 후드옷을 입은채 “Hoodi Sunday”를 외치고 정의 회복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군중들에게 전달하면서 17세 소년을 추모했다. 한편 29세의 히스패닉계 백인인 짐머만은 작년 2월 플로리다 주 샌퍼드의 한 편의점에서 비무장 상태인 마틴 소년과 다투다가 총으로 소년을 쏘아 2급 살인 혐의로 체포됐으나, 지난 토요일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 니콜라스 스미드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유엔, 가톨릭 성추행 스캔들 조사 착수

    유엔이 가톨릭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는 교황청에 성직자와 수도사, 수녀 등이 연루된 아동 성추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오는 11월 1일까지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 CRC는 내년 1월에 열리는 CRC 회의에서 교황청 관계자들을 불러 가톨릭 성직자들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나게 행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국제단체가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한 진상 파악을 교황청에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CRC는 웹사이트에 게재한 질문서에서 교황청에 성추행 혐의가 있는 성직자들이 피해 아동들과 접촉할 수 없도록 조치를 했는지, 피해 아동에게 교황청이 어떤 지원을 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CRC는 또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동들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추가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교황청의 답변을 요구했다. 미국과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독일 등 여러 국가의 가톨릭 교회는 성추행으로 논란이 된 사제를 다른 교구로 옮기는 방법으로 사건을 무마해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이에 교황청은 성추행 혐의가 있는 성직자를 사법당국에 넘기고 사건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 성직자의 직위를 박탈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 역시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약속하고 재위 기간 몇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구체적인 대책과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교회 개혁에 관한 자문단을 구성, 성추문과 부패 등으로 얼룩진 교회 개혁에 착수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국 천주교회 창립 주역들 ‘성인’ 된다

    한국 천주교회 창립 주역들 ‘성인’ 된다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이 거의 확정된 가운데 한국 교회 창립 주역 214위에 대한 교황청의 시복시성 추진 승인이 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교황청이 한국 평신도 순교자들에 대해 이례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천주교계가 한껏 고무돼 있다. 10일 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교황청 시성성이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에 대한 시복 안건 등 2개 안건에 대해 지난 4월 26일 추진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회에서 현재 추진 중인 시복 안건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를 포함해 모두 3건이며, 시복 추진 대상자는 총 339위로 늘었다. 이번 교황청 시성성이 승인한 시복시성 대상자는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와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이른바 ‘믿음의 초석’이 된 한국 천주교회 창설 주역들이 시복 대상에 포함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벽과 이승훈, 김범우, 권철신·일신 형제, 이존창 등이 명단에 들어 있다. ‘백서’ 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과 그 ‘백서’ 발신자로 서명한 황심도 눈에 띈다. 대상자들은 한국교회 초기부터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100여년에 걸친 박해로 순교했지만 지난 1차 시복에서 빠진 이들이다. 여기에 해방 이후 공산 치하와 6·25전쟁 중 피랍과 행방불명 등의 이유로 순교 입증이 어려웠던 성직자와 수도자, 신학생, 평신도들도 시복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공산 치하에서 순교한 이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죽음을 은폐하고 유해도 유기한 정황이 인정됨에 따라 죽음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순교했다는 ‘윤리적 확신’이 있을 경우 시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교황청 시성성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 같은 시복 추진 대상자 명단을 지난 5월 23일자 시성성 공문으로 통지받았으며 현재 이들에 대한 약전(짧은 전기) 작성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약전 작성을 마친 뒤 교황청에 보낼 계획이다. 교황청에서 이들 약전에 대해 ‘장애 없음’ 판결을 내리면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예비심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지난 3월 교황청 시성성 역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은 10월 신학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신학위원회를 통과하면 시성성 추기경들과 주교들로 구성된 전체회의를 거쳐 교황의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르면 내년 가을 시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에서 시복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순교자 124위와 함께 시복 청원한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경우 포지시오(심문장) 작성이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시복까지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교회의는 이와 관련, “교황청이 이례적으로 한국 순교자들을 배려해 기쁘다”면서도 “시복 추진의 진정한 의미는 복음을 더 잘 전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축구광 교황님, 골 세례 받으세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마리오 발로텔리(AC밀란)가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기량을 다툰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다음 달 14일(현지시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친선경기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메시와 발로텔리는 각각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골잡이. 이탈리아축구협회는 교황에게 헌정하려고 아르헨티나와의 A매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열성적인 축구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교황뿐만 아니라 바티칸 교황청의 많은 성직자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각각 4위와 6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13차례 맞대결에서 6승5무2패로 우세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눈 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펴낸 인문학자 김경집

    [저자와의 차 한잔] ‘눈 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펴낸 인문학자 김경집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표류는 새삼스러운 화제가 아니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우려한다’는 비아냥은 일상의 명제가 된 듯하다.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지만 대형 교회를 비롯해 이른바 어긋난 공동체를 이끄는 목회자·성직자들의 끊임없는 일탈과 무신경에 묻히기 일쑤다. 그래서 요즘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자주 들먹거려진다.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시공사)을 펴낸 김경집(54)씨도 그 하층부터의 개혁을 강조하는 독특한 인문학자다. “종교는 이제 단순한 신앙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일상의 영역이지요. 인간의 가치있는 삶을 연구하고 천착하는 인문학자라면 종교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서강대에서 영문학,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자.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한때 수도원 입회를 꿈꾸었다는 김씨는 당당하게 ‘기독교 신자’라고 말한다. 학부시절 부전공으로 신학에 관여한 게 제도권 신학 공부의 전부지만 독학으로 기독교 공부를 계속했고, 그런 천착으로 지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과 영성 과정을 가르쳤다. 올해 초 서울서 충남 서산시 해미로 옮겨 지역사회의 문화운동과 공동체적 삶에 매달리면서 생활의 많은 부분을 기독교 관련 공부와 저술에 할애하고 있다는 김씨. ‘눈먼 종교를’은 이른바 공관복음이라고 하는 4대 복음서 바로보기에 초점을 맞춰 오랫동안 고민해 온 글쓰기의 결실이다. “4대 복음서는 예수의 출생과 공생애, 죽음, 부활까지 모두 담은 표준의 텍스트라 할 수 있지요. 4대 복음서만 제대로 읽고 그 속에 담긴 교훈을 오롯이 실천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 이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복음서를 비롯한 성경에는 온갖 비유가 넘쳐난다. 그 비유는 사랑과 희생을 실천했던 예수님 교훈의 폭넓은 암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그 비유의 보고인 복음서를 왜곡하고 있고 거기서부터 눈먼 종교의 일탈이 시작된다고 김씨는 거듭 말한다. “우리 기독교계에 뿌리깊은 문자주의와 성경무오설에 바탕한 근본주의 복음이 원인입니다.” 성경 속 비유는 너른 시야와 근거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그 가치와 교훈을 제대로 새길 수 있단다 “성경 문구에서 단 한 자도 벗어나선 안 된다는 고집과 강요는 예수님 말씀의 본뜻인 사랑과 희생의 실천과는 달리 그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무모한 전도로 치닫기 마련이지요. 도처에 흔한 ‘예수천당 불신지옥’식 강요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고집과 불통의 큰 원인은 서구 숭상 일변도의 신학과 교회체제란다. “우리 개신교계의 뿌리인 미국 근본주의 복음신학과 천주교의 중심인 로마 가톨릭에 너무 매달려 있어요. 우리 천주교만 하더라도, 오죽하면 ‘로마보다 더 로마 같다’는 말을 들을까요.” 개혁운동이 있다고 해도 교회를 이끌고 주도하는 목회자, 성직자의 힘에 주눅들고 마는 지금의 공동체 생리에선 변화를 기대하기란 요원한 실정. “이제 본격적인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시작은 바로 성경 속 예수님 말씀을 제대로 읽고 실천하는 신자들의 결집일 것입니다.” 지금 종교가 우선 치중해야 할 것은 신앙 이전에 도덕적 우월성의 회복이라고 흔히 말한다. “예수가 금지한 것을 예수의 이름을 팔아서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김씨는 성경 바로 읽기의 연장 작업으로 창세기와 한국 교회사에 관련한 책을 조만간 세상에 내놓겠다며 벼른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시리아 반군, 서방 지원 업고 정부군 주요 거점 공격

    시리아 반군, 서방 지원 업고 정부군 주요 거점 공격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국제협의체 ‘시리아의 친구들’이 긴급 무기를 지원하기로 합의한 지 하루 만에 반군이 정부군의 주요 거점을 잇달아 공격했다. 영국에 있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23일(현지시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경찰서 두 곳과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의 지지 기반인 시아파 알라위테 소수파 주민의 집단 거주지를 폭탄으로 공격,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알라위테 주택가에서는 차량 폭탄이 터지면서 3살짜리 남자아이를 비롯해 주민 3명이 숨졌고, 북부 로큰 에딘의 경찰서와 남서부 바브 무살라의 파출소도 잇달아 폭탄 공격을 받아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SOHR이 전했다. 또 북부 알레포에서도 반군이 정부군에 차량 폭탄 공격을 가해 군인 12명이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최근까지 반군의 거점이었으나 정부군의 공격으로 주인이 뒤바뀌었다. 하지만 서방의 무기 지원 결의 하루 만에 반군이 반격에 나서면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오후 레바논에서도 강경 수니파 성직자 셰이크 아흐마드 알아시르를 추종하는 무장 세력이 시돈시 아바라 마을 군 검문소에 총격을 가해 군인 6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다쳤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레바논에서는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에 반대하는 수니파 간에 갈등이 커지면서 무력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한편 카타르를 방문 중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반군 측에 극단주의 세력이 장악한 지역을 ‘재탈환’하라고 촉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현재는 같은 편에 있지만) 알카에다와 연계한 알누스라 같은 극단주의 세력을 점령지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나폴레옹 ‘데스마스크’, 英서 3억원에 낙찰

    나폴레옹 ‘데스마스크’, 英서 3억원에 낙찰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1769~1821)이 사망한 뒤 제작된 ‘데스마스크’(Death mask)가 약 17만 파운드(약 3억원)에 낙찰됐다. 데스마스크는 죽은 사람의 얼굴에서 직접 본을 떠 만든 안면상을 말한다. 미국의 경매사 본햄스는 1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나폴레옹의 데스마스크가 이날 영국 런던 경매에서 약 17만 파운드(16만 9250파운드)에 낙찰됐다고 발표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억원. 애초 낙찰 예상가인 4만~6만 파운드(약 7000만~1억원)를 훨씬 웃도는 가격에 경매 측 관계자들은 물론 입찰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 출품작은 나폴레옹이 사망한 이틀 뒤 그와 친분이 있던 리처드 보이스라는 영국인 성직자가 직접 본을 떠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나폴레옹은 1821년 5월 5일 자신이 유배됐던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쓸쓸히 사망했다. 사진=본햄스 홈페이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보랏빛 혁명/최광숙 논설위원

    ‘미스 퍼플’이라고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퍼플(purple)은 보랏빛을 말한다. 대학 시절 보라색 옷을 자주 입고 수업에 나타난 여학생이 눈에 띄었던지 한 교수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그때 봄에는 보라색 조끼를, 겨울에는 보라색 오리털 점퍼를 즐겨 입었다. 그러나 예전엔 보라색이 무척 귀했다. 기원전부터 유럽에서는 달팽이의 진액을 이용해서 보라색을 만들었다고 한다. 달팽이 1만 마리로 겨우 손수건 한 장 크기의 보라색 염료가 나왔다니 그 가격이 황금보다 비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왕과 귀족 등 힘깨나 쓰는 이들만 보라색을 즐길 수 있었다. ‘왕의 신분으로 태어나다’라는 뜻의 ‘be born in the purple’이라는 영어 표현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을 터. 중세 말까지 고귀한 사본(寫本)에 쓰인 양피지도 보랏빛으로 곱게 물들였다. 산업디자이너 김영세씨는 청색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도, 사무실의 화이트 칼라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일을 하는 이들을 ‘퍼플 피플’이라고 부른다. 과거 세대와 달리 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고자 하는 요즘의 창의적인 인재가 바로 ‘퍼플 피플’이라는 것이다. 보라색은 고귀함과 귀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울함과 허영을 상징하기도 한다. 정열의 빨강과 고독의 파랑이 섞여 만들어진 탓인지 정서불안, 질투나 우울 등 복잡한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여성적인 빨강과 남성적인 파랑이 섞여서일까, 보라색은 무지개 색과 함께 동성애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렇듯 두 얼굴을 지닌 애매모호한 색인 보라색을 정치세계에서는 진보 진영이 즐긴다. 지난 2006년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엷은 보라색 투피스 등 온통 보라색으로 휘감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 적이 있다. 통합진보당 로고에도 보라색 물결 세 개가 굽이친다. 최근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온건파 하산 로하니가 당선됐다. 핵무기 개발에 따른 경제 제재와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 국민의 정권 교체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한다. 로하니가 당선되자 지지자들은 그의 상징색인 보라색 펼침막과 스카프를 들고 환호했다고 한다. 로하니는 이번 선거운동 내내 보라색을 중도개혁파의 상징색으로 내걸었다. 그는 강경 일변도의 대외 노선에서 벗어나 서방 세계와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는 하나 이란에서 국가정책의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최고 성직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있다. 2인자에 불과한 그가 어떻게 ‘보랏빛 혁명’의 길을 걸을지 궁금하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이란 대통령 로하니 당선]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대통령 로하니 당선]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하산 로하니는 현 아마디네자드 강경 보수정권과 대비되는 대표적인 온건 개혁파다. 최종 대선 후보 6명 가운데 유일한 성직자 출신인 그는 10대인 신학원 수학 시절부터 팔레비 왕조를 세운 ‘샤’(국왕) 반대 학생운동을 펼치며 일찍이 정치에 눈을 떴다. 1972년 테헤란대학 졸업 후 영국 유학을 거치며 민주주의를 경험한 그는 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다 프랑스 파리로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눈에 들어 1979년 역사적인 혁명의 주도 세력으로 합류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이란 중도파 거물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자문을 두루 역임했다. 또 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대리인을 역임하며 보수·개혁 세력 양쪽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 ‘외교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로하니는 특히 핵협상 수석대표 당시 서방세계와 온건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4년 유엔의 경제제재를 피해 우라늄 농축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유화책을 발표, 이란의 평화적인 핵개발을 이끌었다. 2005년 핵과 관련해 강경 일변도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치열한 논쟁 끝에 대표 자리를 사퇴해 이란 국민의 머릿속에 대표적인 중도파 인사로 자리 잡았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이란 새 대통령 중도파 로하니

    이란 새 대통령 중도파 로하니

    제11대 이란 대통령으로 성직자 출신의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65) 후보가 당선됐다. 이란 내무부는 15일(현지시간) 72.71%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대선 최종 개표 결과 로하니 후보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로하니 당선인은 전체 유효투표수 3670만 4156표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1861만 3329표(50.71%)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2위(득표율 16.56%)를 기록한 보수파 모함마드 바케르 칼리바프(51) 후보(607만 7292표)보다 3배 넘게 득표하며 낙승했다. 로하니 당선인은 “협조와 자유로운 대화를 기반으로 외교를 펼치겠다”고 밝혔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핵 협상에 대해서는 “대화를 요구하는 국가는 이란 국민을 존중하고 이란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당초 이번 대선은 중도파(로하니)와 보수파(칼리바프, 잘릴리)가 경합을 벌여 결선투표까지 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로하니 당선인은 선거일 사흘을 앞두고 모함마드 레자 아레프(개혁파) 후보의 중도 사퇴와 모함마드 하타미·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으로 중도·개혁 연대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이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됐다. 특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복심’으로 알려져 당선이 유력했던 사이드 잘릴리(47) 후보가 416만 8946표(11.36%)를 얻어 3위에 머무르는 이변을 낳았다. 서방의 석유금수 조치 이후 인플레이션이 30%에 육박하고, 통화가치가 70%나 급락해 현 정치체제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불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새 수도원장 축복식 연다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새 수도원장 축복식 연다

    국내에 진출한 첫 남자수도회인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새 수도원장인 박현동 블라시오(43) 아빠스의 축복식이 20일 오전 10시 30분 왜관수도원 대성당에서 열린다. 축복식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주례와 한국천주교회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거행된다. 지난달 6·7일 왜관수도원 소속 종신서원자들이 참석한 선거에서 종신직의 제5대 아빠스로 선출된 박현동 아빠스는 울릉도 출신으로 국내 최고위 성직자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 한국천주교사상 최연소 아빠스로 기록된다. 경북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하고 왜관수도원에 입회, 2001년 종신서원한 뒤 사제품을 받았다. 2006년 로마로 유학해 교황청립 라테라노대에서 교회론을 전공하고 2011년 귀국, 왜관수도원 수련장으로 일해왔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수련자교육전문위원회 위원장, 한국 베네딕도회 양성책임자 모임 위원장 소임과 함께 대구 가톨릭신학원에서 교의신학 강의를 해왔다. 박 아빠스는 앞으로 수도회 회원들의 영적 지도와 수도원의 총책임을 맡게 되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일원이 된다. 따라서 한국천주교에서는 40대 초반의 박 아빠스 선출을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천주교주교회의도 “40대 초반의 아빠스가 선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아빠스란 베네딕도회 규칙서를 따르는 수도회 수장에 대한 칭호이자 직함. 동방 수도원에서 수도자들이 지도자이자 영적 스승을 ‘아빠’(abba)라고 부른 데서 유래됐다. 한편 박 아빠스는 선출 직후 사목표어를 ‘주님께 새로운 노래를’로 결정한 바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설] 4대악 척결, 실적 앞서 예방에 주력해야

    정부가 어제 박근혜 정부 5년 안전정책의 로드맵으로 국민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 4대악 범죄를 포함, 계량화가 가능한 13개 분야에 감축목표 관리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학생 비율을 매년 10%씩, 가정폭력 재범률은 매년 4.5%씩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성범죄자의 검거율을 매년 10%씩 높여 미검률을 살인·강도범보다 낮춘다는 복안이다. 부디 효율적으로 집행해 국민들의 안전체감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 안전행정부가 지난 3~4월 안전의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33%가 성폭력, 30%는 학교폭력, 27%는 산업·자연재해, 6%는 불량식품, 4%는 가정폭력을 각각 꼽았다. 4대악 척결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법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 행복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법치가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그 첫걸음으로 생활치안부터 확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4대악을 뿌리뽑지 않고서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각오로 부처 간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하기 바란다. 다만 정부가 검거 실적주의에 집착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무리하게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칫 인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의 근본 요인을 미리 없애는 데 역점을 두는 게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사실을 늘 인식해야 한다. 성범죄의 경우 성폭력 우범자에 대한 집중관리 등 예방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성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보는 사회적 인식도 확산돼야 한다. 성폭력 범죄는 지난 2008년 1만 6395건에서 지난해 2만 2935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가해자가 흉악범에서부터 공직자, 기업인, 교육자, 성직자, 시민운동가 등 사회 지도층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직장 상사가 직위 등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안전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등에서의 학대 등 취약계층의 안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 아모스 신부 “‘엑소시즘’ 행해 16만 악령 쫓았다”

    아모스 신부 “‘엑소시즘’ 행해 16만 악령 쫓았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남성에게 ‘엑소시즘’(퇴마 의식)을 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유명 퇴마사인 가브리엘 아모스 신부(88)가 모든 신부들이 엑소시즘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모스 신부는 과거 바티칸의 최고 퇴마사로 25년 간 활동했으며 현재 국제 퇴마사 협회의 수장으로 있다. 아모스 신부는 “현재까지 내가 엑소시즘을 행한 숫자만 16만 건”이라면서 “신학대학에서 부터 성직자들이 엑소시즘을 정식으로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귀신을 쫓아달라’ 는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신이 이상한 상태의 휠체어를 탄 남성을 만난 바 있다. 이에 교황이 남성의 머리에 몇 초 간 손을 얹자 남성은 입을 벌린 채 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이같은 영상이 일반에 공개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이후 첫 번째 퇴마 의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이에 교황청은 “평소처럼 아픈 이를 위해 기도를 해준 것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대해 아모스 신부는 “그 남자는 악령에 지배당한 남자로 교황이 그에게 엑소시즘을 행한 것”이라며 “교황은 훌륭한 엑소시스트”라고 주장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아이 구했다고 해고… 法의 판단은?

    아이 구했다고 해고… 法의 판단은?

    “아이를 구한 죄로 해고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월마트에서 해고된 셜리 개스퍼의 일성이다. 개스퍼는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다가 대마 잎사귀와 마리화나가 나뒹구는 곳에 아기가 기어다니는 사진을 현상했다. 직감적으로 아기의 위험을 감지하고 지역 경찰에 문제의 사진을 제공했다. 경찰이 찾아낸 아기는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아이는 구제됐다. 그런데 개스퍼는 월마트에서 해고됐다. 특정 사진을 경찰에 넘기기 전에 먼저 매장 매니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에 선 두 당사자는 모두 ‘이유있는’ 항변을 했다. 개스퍼는 “분명히 아기가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즉시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월마트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직원이 문제가 없는 사진도 충동적으로 경찰에 신고할 우려가 있다”고 대응했다. 이런 복잡하고 난처한 사건을 해결하고 이해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사법체계이다. 그런데 바로 그 법 테두리 안에서 결국 개스퍼는 직장을 잃었다. 법원 배심원단이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월마트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명백한 선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딜레마를 웅변한 사례다. 미국의 법학자 스티븐 러벳 노스웨스턴 법학대 교수는 신간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조은경 옮김, 나무의철학 펴냄)에서 “정의의 실현과 법의 역할이 과연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러벳 교수는 ‘법과 정의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적시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많다.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하며 젊은 시절 영재로 주목받았고,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투지를 보여주었다. 문화계 보수주의자들에게는 퇴폐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성을 무분별하게 탐닉했다. 애정행각이 발각된다 해도 자신의 매력과 기지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법정에서 상대보다 자신들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고 자신들이 한 거짓말을 변호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폴라 존스는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로 일할 당시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클린턴은 능력 있는 변호사 로버트 베넷에게 변호를 맡겨 공격적인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존스 측 변호인단도 만만찮았다. 그들은 의외의 인물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모니카 르윈스키다. 베넷은 르윈스키가 증인으로 나선 것에 대해 클린턴에게 물었으나 “모른다”는 답으로만 일관했다.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증언 선서를 한 클린턴은 모니카 르윈스키와 단둘이 있은 적도, 성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고 차분히 거짓말을 했다. TV에서도, 대배심 증언에서도 거짓말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다. 결국 르윈스키와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클린턴은 1년간 정치적으로 추락했고,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오스카 와일드의 실수는 더 치명적이었다. 당시 금지됐던 동성애로 법정에 서게 된 그는 자신의 변호사에게서 남색과 관련해 “엄숙하게 맹세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오스카 와일드가 그런 거짓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재판도 없었고 중노동 2년형을 선고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2006년 10월 지나 무하마드는 미시간주 햄트랙 법정에 들어설 때만 해도 자신의 종교 때문에 소송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법원에서 진실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은 엔터프라이즈 렌터카가 무하마드에게 2750달러 규모의 트럭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에서 핵심 문제는 보수적인 무슬림인 무하마드가 쓴 니캅이었다. 파룩 판사는 “배심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 니캅을 벗으라고 요구했지만, 무하마드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버텼다. 결국 사건은 기각됐다. 러벳 교수는 학교 교실과 법정을 떠들썩하게 만든 명왕성 논쟁, 작은 소란을 인종차별로 부풀린 하원의원 매키니, 사소한 오리사냥에서 에너지 정책 로비 의혹을 부른 딕 체니 부통령, 보스턴 대교구 성직자 성추행 사건 등 논쟁을 불러일으킨 역사적 재판들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사법체계에서 주요 참여자로 활동하는 의뢰인, 변호사, 판사 등이 선의를 갖고 있다 해도 올바른 정의란 실현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어느 것이 선이며 악인지,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해야 하는지 명쾌한 견해도 덧붙였다. 한편의 법정드라마를 보여주듯 화제 사건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의 갈피갈피에 ‘법과 정의의 딜레마’가 어떻게 줄타기를 하는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 1만 6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사설] 與野, 기부 가로막는 조특법 개정 서두르길

    기부를 가로막는 조세특례제한법 재개정이 지지부진하다. 기부를 많이 하면 오히려 세금폭탄을 맞도록 하는 시대역행적인 조특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졸속 처리된 지 다섯달째다. 그럼에도 국회는 원상복구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행여 자신들의 착오를 새까맣게 잊어버리지나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그제 토론회를 갖고 조특법 재개정을 촉구한 것도 그런 답답함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여야는 조특법 재개정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매듭짓기 바란다. 현행 조특법에서는 지정기부금이 의료비·카드사용금액 등을 합해 2500만원을 넘으면, 기부금을 아무리 많이 내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 정부의 법안 개정 명분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국가·지방자치단체·학교·병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내는 법정기부금은 종합한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런 기관을 활용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2500만원 소득공제 한도를 넘는 기부자는 연 소득이 1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여서 중산층 기부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5위지만 기부지수로는 45위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도 기부에 인색한 풍토다. 까닭에 정부 입법의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조특법은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고소득자라고 해서 기부하려는 길을 굳이 막을 필요가 있을지 묻고 싶다. 종교단체 기부의 불투명성은 성직자 과세 등의 방법으로 보완하면 될 일이지, 기부의 손길을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할 이유는 없다. 돈 많은 사람의 기부에 세금을 떼먹으려는 게 아니냐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고 할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조특법 재개정으로 5년간 4458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마당에 정부·여당은 조특법 손질에 나서고 싶지 않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대로 두면 연말정산 때 기부자들에게 세금폭탄은 불 보듯 뻔하다. 누가 세금폭탄을 맞으면서까지 기부를 하려 들 텐가. 여야는 조특법 재개정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차일피일 미루면 기부문화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마약 운반책, 이제는 ‘성직자’로 분장해 공항 통과

    마약 운반책, 이제는 ‘성직자’로 분장해 공항 통과

    남미 마약조직의 분장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철저한 검색의 대상으로 의심받기 일쑤인(?) 일반인 대신 이젠 성직자로 분장해 마약을 나르고 있다. 콜롬비아 경찰은 최근 산안드레스섬 공항에서 3명의 가짜수녀를 마약운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각각 20살, 32살, 37살로 확인된 3명의 여자는 몸에 코카인을 숨긴 뒤 수녀처럼 분장하고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가려 했다. 겉으로 보기엔 수녀들이었지만 검색대를 통과할 때 유난히 긴장하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본 경찰은 여경을 통해 몸수색을 실시, 3명이 숨겨갖고 있던 코카인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3명 여자들이 총 6kg의 코카인을 갖고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나가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3명 여자들은 보고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안안드레스섬에 도착했다. 이들이 숨겨 소지하고 있던 코카인은 중독자 6만 명에게 1회분씩 판매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사진=자료사진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다름도 아름답다

    다름도 아름답다

    지난해 종교계 안팎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의 ‘이웃종교화합주간’행사가 올해도 오는 9일부터 ‘다름도 아름답다’는 주제 아래 다양하게 펼쳐진다. ‘이웃종교화합주간’ 행사는 유엔이 지정한 ‘세계종교화합주간’을 계기로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등 국내 7대 종교가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다지자는 뜻을 모아 지난해 처음 열었던 행사. KCRP는 이 행사를 계기로 지난해 제1회 ‘대한민국 소통대상’ 특별부문상을 받았다. 올해 ‘이웃종교화합주간’ 행사는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기념 세미나로 막을 올린다. 세미나에서는 유엔 NGO 자문위원 아자 카람 박사(‘유엔과 종교NGO의 관계 발전 방향’)와 세계종교인평화회의(WCRP) 이오은 공동의장(‘세계 종교평화주간과 WCRP’), 미국 종교인평화회의 타룬짓 부탈리아 의장(‘종교대화 운동의 미래와 유엔에서의 종교 역할’), KCRP 변진흥 사무총장(‘한국에서의 이웃종교화합주간-의의와 전망’)이 발표에 나선다. 오는 6월 27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리는 ‘전국종교인 화합대회’는 올해 행사의 절정. 7대 종단 성직자와 신도는 물론 일반인 1000여명이 함께 참가해 화합과 소통의 한마당을 펼치게 된다. 이 화합대회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종교계 특유의 화합무대. 지난해 처음 실시해 일반인의 관심을 모았던 ‘이웃종교스테이’도 7월 5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한다. ‘이웃종교스테이’는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자는 뜻에서 각 종단의 성지 또는 종교시설에 2박 3일 동안 머무는 종교체험 프로그램.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일반인은 KCRP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추첨으로 참가자를 결정한다. 한편 KCRP는 1986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3차 총회를 계기로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6대 종단의 참여로 창립(2001년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참가, 현재는 7대 종단)해 국제 세미나와 평화 캠프, 예비성직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종교 간 대화와 이해, 소통의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불의를 봐도 왜 못 본 척할까 뇌 때문에? 간 때문에?

    사랑에 눈먼다는 표현을 흔히 듣는다. 얼핏 시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뇌과학은 이를 과학적인 현상이라 규명했다. 쉽게 말해 사랑에 빠졌을 때 일어나는 뇌의 화학작용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거다. 유형은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한 현상이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예컨대 불의를 봐도 ‘상대방 숫자’에 따라 애써 못 본 체하는 경우다. 뇌가 불의를 분명하게 인지했으면서도 동시에 이를 무시하는 이율배반이 버젓이 성립하는 거다. 뇌가 비겁한 걸까, 간이 콩알만 한 걸까. ‘의도적 눈감기’(마거릿 헤퍼넌 지음, 김학영 옮김, 푸른숲 펴냄)는 이처럼 알면서도 실수를 되풀이하는 뇌의 특성과 인간 본성 간의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의도적 눈감기’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라도 뇌의 본능과 어긋난다면 고의로 무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못 본 척하는 것을 넘어, 아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깨끗이 잊어버리려 할 만큼 뇌가 비겁한 속성을 갖고 있다는 거다. 저자는 사랑 외에 우리 뇌를 눈감게 하는 요소들로 동질성과 이데올로기, 복종, 순응, 보상 등을 꼽았다. 대단히 정밀하고 똑똑한 듯 보여도, 뜻밖에 뇌는 허점이 많다. 특히 익숙한 것에 쉽게 속는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보자. 여인을 얻기 위한 노력과 정성을 강조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이를 뇌과학의 시선으로 보면, 익숙한 것에 뇌가 길들여진다는 의미가 있다. 익숙함은 쉽게 동질감, 또는 호감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부지런히 자신의 얼굴을 상대방에게 보여 주면, 상대방의 뇌가 익숙한 사람으로 인식해 ‘비호감’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1980년대 미국 미시간대에서 64명의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호감도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가벼운 예를 들었지만, 책에 담긴 ‘의도적 눈감기’의 실제 내용은 무겁다. 건강검진 미루기 등 개인의 일상적인 문제부터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등의 사회 현상까지, 의도적 눈감기의 구체적인 사례와 그로 인한 파장을 짚고 있다. 물론 비겁한 뇌의 한계를 딛고 선 용기 있는 사람들도 많다. 저자는 이처럼 정신의 작동 방식을 바꾼 이들을 ‘카산드라’라고 명명했다. 빠지기 쉬운 의도적 눈감기의 유혹에서 벗어나 진실을 직시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카산드라’를 통해 의도적 눈감기를 부추기는 요소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1만 5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국립발레단이 18년 만에 무대 올리는 ‘라 바야데르’

    국립발레단이 18년 만에 무대 올리는 ‘라 바야데르’

    “왼쪽 두 번째, 플리에(두 무릎을 양옆으로 굽히는 동작)할 때 고개가 항상 올라가!” “두 다리가 너무 벌어지지 않게! 포엥트(발끝) 모양이 예쁘지 않아!”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러시아 안무의 거장 유리 그리고로비치(86)도 연습을 중단시키면서 대열을 정비하고, 등불을 켜고 끄는 순서와 물담배를 피우는 동작 하나하나 세세하게 다듬는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은 장중한 음악과 무용수들이 내뿜는 열기, 거친 숨소리가 가득하다. 18년 만에 올리는 ‘라 바야데르’ 공연을 앞두고 발레단에는 긴장감이 짙게 깔려 있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 회교 사원의 무희를 의미한다. 괴테의 시 ‘신과 인도의 무희’에서 영감을 얻어 태어난 오페라 발레(1830)를 1877년 러시아 황실발레단의 발레마스터로 있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3막 5장의 발레로 완성했다. 프티파는 5세기 인도의 문호 칼리다사의 ‘샤쿤탈라’를 기초로 대본을 작성했다. 인도의 사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매혹적인 공주 감자티, 젊은 전사 솔로르의 삼각관계가 이야기의 큰 틀이다. 사랑을 상징하는 니키아와 권력을 뜻하는 감자티, 솔로르가 벌이는 사랑과 배신, 용서와 화해를 그렸다. 루트비히 밍쿠스의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인도 왕족의 결혼식, 몽환적인 군무 등이 어우러진 작품은 초연부터 큰 성공을 거두면서 지금까지 전 세계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에 국립발레단이 공연하는 버전은 발레 작품을 다양하게 재해석해 내놓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버전이다. 주역 이외에 성직자 브라만, 감자티 아버지 라자, 황금신상 등 조연에게도 존재감을 불어넣었다. 다른 버전에서는 감자티와 솔로르의 결혼식 날 사원이 붕괴되면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하지만 그리고로비치 버전은 솔로르의 깊은 후회가 담긴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최 예술감독은 이번 ‘라 바야데르’ 공연이 국립발레단의 수준이 한 단계 더 도약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연진의 규모와 능력이 그렇다. 1995년 국립극장에 작품을 올렸을 때는 외부 무용수들을 상당수 투입해야 했다. 그는 “출연진이 120여명에 이르고 인도의 왕족과 성직자, 무사, 무희 등이 입는 의상이 200여벌에 달하는 대작이라 충분한 역량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품”이라면서 “발레단만으로도 작품을 소화할 수준이 됐다고 판단해 드디어 무대에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이 ‘블록버스터 발레’라고 불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작품의 백미는 ‘백조의 호수’ 호숫가 군무, ‘지젤’의 윌리 군무 못지않게 신비로운 ‘망령들의 왕국’(3막 셰이드)의 군무이다. 하얀색 튀튀를 입은 여성 무용수 32명이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올리는 자세)를 하면서 무대로 내려오는 장면이다. 제일 처음 무대에 나온 무용수는 아라베스크를 46번이나 해야 하는 고된 장면이지만, 무용수들이 무대를 채우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멋지고 아름답다. 이것을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는 유리 그리고로비치도 연습 때마다 열렬히 박수를 치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모두 새로 만든 무대와 의상도 ‘라 바야데르’의 볼거리로 꼽을 만하다. 고대 인도가 배경인 무대는 장대하고 화려하다. 특히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면 더욱 환상적인 색감을 내는 의상이 기대감을 상승시킨다.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72)에게 의상과 무대 연출을 의뢰했다. 2011년 ‘지젤’ 의상을 디자인해 한국 관객을 황홀경에 빠뜨린 장본인이다. 이번 의상은 니키아의 빨강과 감자티의 파랑, 순수한 사랑을 의미하는 하양, 고풍스러운 금색 등이 어우러졌다. 섬세한 자수와 보석을 더해 화려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지영·이동훈, 김리회·정영재, 이은원·김기완, 박슬기·이영철 등 4개 조가 니키아와 솔로르를 맡았다. 1995년 국립극장 공연 당시 솔로르 역할을 했던 김용걸은 13, 14일 공연에서 브라만으로 특별출연한다. 9~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10만원. (02)587-6181.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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